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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국내외 독서진흥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에 관한 연구* A Research on the Evaluation and Improvement of Policy for Reading Promot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국내외 독서진흥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에 관한 연구*

This research aims to provide alternative policy guidelines and suggestions to enhance reading culture in the country. Analyzing 「Reading Culture Promotion Act」, which is the keystone legal frame to promote readership in Korea, followed by major foreign policies, this study identified three main policy areas including ‘Reading infrastructure’, ‘Tax support’, and ‘Public Campaign’. In addition, the study conducted Delphi survey of experts’ assessments of how much is the recognition of, contribution to, pubic support of, and actual applicability to the reading promotion for the readers. Through the survey along with the Focus Group Interviews of different age groups, this study could develop useful guidelines and suggestions to strengthen existing reading promotion policies. The findings also suggest that the society should realize that reading is not just educational purpose but ‘enjoyment’ itself and for that matter, the government needs more careful and active public campaigns.

KEYWORD
독서진흥정책 , 독서문화 , 독서환경 , 독서 캠페인 , 독서의 즐거움
  • Ⅰ. 서 론

    21세기는 정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 여겨지는 지식기반 시대다. 개인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경쟁에서도 정보의 질과 양이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식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한국의 지식축적량(1.0)을 OECD 주요국과 비교(2000년 기준)하면 미국은 우리의 17배, 일본은 7배, 독일은 4배 수준이다(신태영 2002). 지식축적량은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생산된 지식의 양으로 연구개발 투자의 크기와 생산된 지식의 양을 이용하여 산출되는데1) 이미 세계 각국은 국가 단위의 총체적 지식역량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지식역량 함양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지식경쟁력이 낮은 우리나라는 보다 효과적인 방식을 개발하여 지식경쟁사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식경쟁력 즉 정보를 선택, 처리, 그리고 적용하는 능력의 핵심은 정보의 해독력에 있다. 정보가 문자의 형태이든 영상의 형태이든 기본적으로는 그 내용을 읽어내는 능력이 갖춰져야만 지식의 축적이 시작된다. 이런 이유에서 넓게는 정보 해독력, 좁게는 문자 해독력이 지식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교육학자들은 한 사회의 문자해독률이 높아지면 습득된 정보를 활용하여 개인이 자신의 성취 욕구를 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Lerner 1997). 이것은 문자 언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은 독서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및 지식을 습득하여 자기 주도적 평생학습을 실현할 수 있으며, 언어로 표현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읽기를 통한 지식경쟁력의 증대는 개인의 과제인 동시에 국가사회의 과제로 바라봐야 하며, 이런 이유에서 개인의 개별적인 노력외에도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 선진국들을 이미 독서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국가별로도 다양한데 이것은 각국이 교육, 인구, 지리, 교통 기반 시설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하여 그들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독서증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독서 선진국의 독서진흥 정책 중 일부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며 부모나 교사들이 자녀와 학생들을 선도하는 하향식 진흥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는 독서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독서진흥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다음의 연구목적을 제시한다. 첫째는 단순히 해외 정책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나라의 환경에 맞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둘째는 개인의 지식과 인성을 단련시키거나 성적을 향상시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서 독서의 가치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지식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독서문화진흥법을 중심으로 국내 독서진흥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또한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해외 정책을 선별하고 국내사정에 맞는 현지화 방향을 찾기 위해 우선 해외 독서진흥 정책을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법, 캠페인으로 유형화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일반인과 전문가의 의견을 각각 수집했다. 일반인들의 의견은 독서 필요성 및 독서환경 등에 대한 인식과 의견을 면접방법을 통해 조사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은 국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를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방법을 사용해 수집했다. 이를 통해 이 연구에서는 국내외 주요 관련 정책을 비교·평가하여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독서진흥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국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현황과 평가

       1. 국내 독서진흥 정책 현황

    우리나라는 1994년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을 제정하여 독서진흥을 위한 국가의 의지를 표명하고 국민들의 독서 의식 전반을 고양시키고자 했다(박인기 2006). 이 법은 2006년 「도서관법」과 「독서문화진흥법」이라는 두 개의 법률로 개정되었는데, 「도서관법」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보장하는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과 그 역할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독서문화진흥법」은 국민의 균등한 독서활동 기회 보장과 삶의 질 개선이 목적이다.

    2013년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2011년 대비 0.7권 감소했고 독서율도71.4%에 불과하다. 반면 학생의 연평균 독서량은 32.3권으로 2011년 대비 8권 증가하였고 독서율도 96.0%로 2011년의 83.8%보다 12.2% 증가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13).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독서량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학생들의 독서량이 증가한 것에 대해, 정부는 「독서문화진흥법」의 학교 독서진흥 정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13). 그리고 그 근거로서 학교 독서진흥 정책은 학교도서관 시설 확충 및 환경 개선, 학교의 독서 자료의 확보와 독서 교사 배치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별(대도시, 중·소도시, 읍면)로 독서지표의 차이를 보인다. 독서지표는 독서율, 독서량, 독서시간 및 공공도서관 이용률, 독서 프로그램 참여율 등을 반영한 수치인데, 도시(대도시․중·소도시)에 비해 읍면 지역의 성인 거주자들의 독서지표가 약 20% 낮은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문화진흥법」이 지역 상황에 맞는 독서시설 마련이나 독서 관련 행사 개최 등 지역의 독서 진흥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현재의 독서문화진흥 정책은 성인과 학생 그리고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독서 수준의 격차를 확대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독서진흥 정책의 다른 문제는 특정 독서프로그램에 초점을 두거나(장지숙 외 2010; 한윤옥, 이연옥 2008) 독서량이나 도서관 이용빈도(이경란 2013)와 같은 수치의 향상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 정책에 대한 정책 수혜자들의 인지 정도, 즉 독서진흥 정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해당 정책이 독서 문화를 실제로 개선하고 국민들 간의 독서량 격차를 줄였는지 등 우리나라 독서진흥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독서진흥 정책을 위한 예산이나 여론지지 정도에 대한 의견을 구함으로써 정책시행의 현실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 작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서진흥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집단의구체적인 의견을 반영한 연구는 도서관 직원 등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구한 연구(한윤옥, 이연옥 2008)에 비해 많지 않다.

    한편, 선행연구에서해외정책은 우리나라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소개되어 왔다. 예를 들어, 윤정옥(2007)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귀로읽기’ 캠페인, 영국의‘채터북스’, 미국의‘조부모와책읽기(GAB)’ 등의 시행 배경 및 특징을 소개하며 이와 같은 어린이독서진흥 정책을 우리나라에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 독서진흥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정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해외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정책이 처음 만들어진 국가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정책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선제적인 분석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 해외의 독서진흥 정책의 유형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독서 선진 국가는 독서진흥을 위해 국가차원의 독서 지원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 중이며, 법령제정이나 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을 통한 독서 진흥 진흥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서진흥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는 크게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 캠페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 독서환경 및 인프라 구축

    독서 장려를 위한 독서환경의 개선은 독서진흥의 중요한 요소이며 국민들의 독서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공도서관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독서환경의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독서진흥의 중요한 요소로 주로 공공도서관 건립 및 도서관 운영지원으로 이루어진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독서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시민들이 도서관을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한 국가 혹은 지역행정자치기관이 도서관 건립과 도서구매비 등의 도서관 운영비를 지원하여 독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공공도서관 중심의 인프라 제공은 관련공공도서관 설립에 관한 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국은 1850년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공공도서관 및 박물관법(Public Libraries and Museums Act)’을 제정하여 다른 국가들보다 일찍 무료 공공도서관을 만들며 국민 독서증진을 도모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그리고 영국은 공공도서관에서 보다 편하고 능률적으로 독서활동을 하고 이용자참여활동을확대하기위한독서환경개선정책도시행하고있다. 영국의 청소년 공간 헤드스페이스(Headspace: young people’s space)는 11세부터 19세까지의 청소년들이 도서관을 편안히 여기고 이용하도록 고무하는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청소년들이 모여 음료수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북바(Book Bars)를 도서관에 도입한 것이다. 영국의 공공도서관은 다양한 형태의 독서그룹(reading group)을 운영하며 성인들의 독서증진을 위해 별도로 독서공간도 제공하고 있고, 일부 도서관은 기업과 협력하여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진흥활동을 펼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일반도서관과 차별화하여 연령별로 독서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에 적합한 도서를 제공하는 특성화된 도서관은 국민들의 도서관 접근성을 높이고 자유로이 독서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초반부터 학교도서관의 발전을 도모하였다. 1958년 ‘국가방위교육법(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을 제정하여 학교 도서관에 연방기금을 지원하였고, 1965년에는 ‘초중등교육법(Elementary and Secondary Education Act)’을 제정하여 학교 도서관에 1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확고한 학교 도서관 지위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약 300,000여개의 학교도서관이 설립되고 공립 초 중 고등학교의 기존도서관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덴마크는 외국인 이주민들의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읽기카페(Lektie Cafeer)’를 도서관과 협회, 지역관청 등에 설치하여 사회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읽기카페에는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 이외에도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실 운영이 포함되어 있다(Elf, 2007; 한국언론진흥재단 2010에서 재인용). 덴마크의 ‘읽기카페’는 출판물에 대한 접근권 보장에 초점을 두고 이주민을 포함한 덴마크 국민들에게 읽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는 도서관 수와 도서 확충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독서가 필요하나 접근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이나 청소년 등 특정대상을 위한 독서공간 마련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다.

    나. 독서 장려를 위한 세제지원

    독서 문화를 장려하고 국민의 독서문화와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세액 공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을 구입하여 읽을 수 있도록 일본은 2012년 세법 개정안에서 도서 구입비 등을 근무필요경비에 포함시켜 특정지출 공제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조민서 2012). 도서구입비를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시키는 도서구입비 세제감면 제도는 도서 소비를 촉진하고자하는 정책으로,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교육과 관련된 도서구입비에 대해 폭넓은 공제항목을 인정해주고 있고 태국은 도서기부 시 실제 지출금액의 200%를 공제해 주고 있다(구교형 2013).

    국내에서도 도서구입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률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2014년 현재 도서구입비에 대해 연 200만원까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도서구입비로 지출한 문화접대비 전액을 접대비 한도의 10% 내에서 손비로 인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도서구입비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발의 중이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 2기(2014~2018)에서도 독서인구 창출을 위한 도서구입비 세금감면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인데 이와 같은 세제지원방식은 도서 구입 촉진을 통해 독서진흥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독서진흥을 위해서는 도서 구입 촉진도 중요하지만 책을 쓴 저자나 책을 낸 출판사의 의욕을 고취해 양질의 도서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독서 진흥을 위한 세제 지원 정책에서 도서 구입 촉진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한 지원 등 출판산업 진흥도 고려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저자지원 정책으로 공공대출권을 들 수 있는데 공공대출권은 도서관에서 주민이 책을 빌릴 때 대출료를 받는 제도로 유럽의 절반 정도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김은광2013). 이때 대출료는 이미 각종 세금을 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추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담당한다. 프랑스에서는 도서관에서 동일한 책이 10번 이상 대출됐을 때 11번째부터 정부가 세금으로 출판사를 지원해주며 저작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민은 무료로 책을 이용할 수 있는 공공대출권을 시행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이에 대한 인지도도 낮지만 공공대출권은 그동안 무료로 대출되는 도서의 저자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양질의 도서를 생산하는 데 기여하여 궁극적으로는 독서를 증진하는 효과를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대출권과 유사한 국내 제도로는 우수도서 제도를 들 수 있다. 이는 국가가 우수도서를 선정하여 이를 국고로 구입해 공공도서관 등 공공·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보급하는 정책이다.

    다. 독서진흥 캠페인

    해외에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독서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독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유아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이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일본의 아침독서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꾸준하게 책을 읽게 하여 독서 습관을 길러 주자는 취지에서 1988년 지방의 한 학교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매일 아침 학교 수업이 시작되기 전 10분 동안 학생과 교사 모두가 만화나 잡지를 제외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서 읽는다. 독후감을 써내거나 숙제를 내주지 않는 등 다른 불필요한 부담을 일체 주지 않고 오직 책읽는 즐거움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소규모로 시작된 아침독서운동은 2010년 참여학교가 일본 전체 초·중·고교의 71.2%(총 26,574개교)로 확대되었고 그 결과 성인의 독서율이 점차 감소하는 것과 달리 학생들의 독서율은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우리나라에서도 아침독서운동을 시행하는 학교의 비율은 2010년 55.4%에서 2011년 61.0%, 2013년 69.6%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아침독서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독서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 2013). 그런데 아침독서운동이 독서증진에 기여했다하더라도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 이 운동이 지속적인 효과를 지니기 위해서는 독서가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고 독서의 즐거움을 독서자 스스로가 체득해야 할 것이다.

    영국은 어릴 때부터 책을 접하여 독서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아이가 출생하면 일정기간 그림책과 부모 가이드북을 무료로 제공하는 북스타트(Book start)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이민규 2008). 북스타트 운동은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독서진흥을 도모하는 영국 정책의 특징을 대표하는 제도다. 영국의 독서진흥 정책의 다른 목적은 즐거움으로 이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Reading for Pleasure)라는 모토에 잘 드러난다. 전국교사노조(National Union of Teachers)가 추구하는 독서 교육의 목적은 지식의 축적이나 학습의 연장선이 아닌 즐거움에 있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프리미어 리그 리딩 스타’(Premier League Reading Stars)를 들 수 있다. 전국독서재단(National Literacy Trust)은 2003년부터 약 1,000여 개의 학교와 도서관뿐만 아니라 축구 클럽에 소속된 학생들에게 무료로 프로축구 경기와 선수, 구단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여 이 정보를 읽고 토론하게 하여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을 독서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는 독서를 스포츠와 접목시킴으로써 하나의 놀이로 바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소년 독서주간(Teen Read Week) 캠페인을 미국도서관협회 분과 중 하나인 청소년도서관협회(YALSA)가 주관하여 실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1998년에 시작하여 매년 10월 셋째 주에 열리는 전국적 규모의 청소년 독서진흥 운동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주제는 ‘재미로 책읽기(Read For The Fun of It)’로 2009년에는 청소년들이공상과학소설, 판타지소설, 대체현실과 같은 환상적인 세계에 관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세부주제는 해마다 투표로 정한다. 미국 이외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서 캠페인은 공통적으로 주로 유아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자체의 즐거움을 중시하며 독서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Ⅲ.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

       1. 연구문제

    「독서문화진흥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서진흥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 작업을 위해서는 독서 선진국 정책과의 비교와 독서 관계자들의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독서량이나 도서보급률과 같은 정량적 측면 이외에 독서진흥에 대한 기여도, 정책 지지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전문가 집단을 비롯하여 정책의 대상인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들의 인식 조사를 통해 독서환경에 대해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고 구체적인 개선 사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이유에서 아래와 같이 두 개의 연구문제를 제시한다.

    연구문제 1. 국내외 독서현황은 어떠하고,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일반독자들의 평가는 어떠한가?연구문제 2. 현재 시행 중인 국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어떠한가?

    한편 해외의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독서진흥 정책이 국내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의 목적과 대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외정책 도입의 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래와 같은 연구문제를 제시한다.

    연구문제 3. 해외 독서진흥 정책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2. 연구방법

    국내외 독서진흥 정책에 평가와 추진할 정책의 구체화를 위해 먼저 초등학생, 초등학생 학부모, 교사, 고등학생, 대학생 등 다섯 개 집단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FGIs)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독서정책 관련 교육, 언론,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델파이(delphi)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독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여 현행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찾고자하였다.

    가. 초점집단인터뷰(FGIs)

    FGIs는 각각 5~7명으로 구성된 초등학생, 초등학생 학부모, 교사, 고등학생, 대학생의 다섯 개 집단에 걸쳐 실시되었고(총 30명) 2013년 7월 19일~8월 10일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각 집단에게 공통적으로 독서 행위(독서량, 목적 및 독서의 필요성 인식, 독서 저해요인, 독서효과 등), 학교에서 시행되는 독서진흥 방법에 대한 평가,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인식(인지 수준, 필요성, 평가 및 당부 등)에 대해 질문하고, 집단별 특성에 맞는 문항을 추가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도서관 이용, 부모님의 독서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한 질문을 추가했고, 초등학생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에게는 초등생의 독서 유도 방법, 독서의 효과 등에 대해 추가로 질문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집단에게는 수업 시간의 독서 기회, 대화에서 독서 내용의 활용, 학교도서관 이용, 독서의 효과 등에 대해 추가로 질문했다.

    나. 델파이(delphi)

    델파이 조사를 위해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2013년 8월27일~9월6일). 1차 설문의 최종 응답자는 25명으로 정책 집행 및 감독 기관 종사자 등 국가 공무원 및 연구원 8명, 도서관 사서 4명, 미디어 학자 2명, 교육학자 2명, 미디어 교육 담당교사 6명, 언론 종사자 3명 등 다양한 관련 전문 분야 종사자들이 설문에 참여 하였다. 2차 설문 역시 1차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25명에게 1주일의 시간을 주고 응답을 요청하였고 최종적으로 22명이 응답했다(2013년 9월25일~10월18일). 2차 설문 조사에서는 1차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한 내용을 조사자들이 먼저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의견을 조정하는 ‘합의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즉 2차 조사 설문지에 1차 설문의 결과를 요약하여 제시하고 이를 참고하여 1차 설문과 동일한 항목에 자신의 조정된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다.

    설문 내용 중 국내 독서진흥정책에 대해서는 독서문화진흥법과 동법 제9조 지역의 독서진흥과 제10조 학교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후2) 인지정도, 기여도 등에 대해 5점 척도로 질문하는 문항으로 구성했다. 구체적으로 ‘이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정책이 우리나라 독서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정책이 시행된 후 우리나라 독서 문화가 개선되고 있다’, ‘이 정책은 국민들 간의 독서량 격차를 줄일 것이다’,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추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정책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등의 항목을 포함했다. 그리고 각 정책에 대해 ‘정책 내용과 제도가 우리나라 독서진흥에 기여하거나 독서 문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서술해 주십시오’, ‘정책내용과 제도가 우리나라 독서진흥에 기여하거나 독서문화가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다면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개방형으로 질문했다.

    해외 독서진흥정책은 인프라 구축(도서관 지원법), 세제지원 정책(도서구입비 세제감면 제도) 그리고 캠페인(아침독서운동)으로 구분하여 조사했다. 세제지원 정책 가운데 ‘도서구입비 세제감면 제도’를 선정한 이유는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이 현재 발의 중에 있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침독서운동’은 국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독서율 증가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어(문화체육관광부, 2013) 이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선정하였다. 세 가지 해외정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후3) ‘이 정책에 대해 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 ‘이와 같은 정책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진흥에 기여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은 국민들 간의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독서량 격차를 현재보다 줄일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의 시행을 위해 예산을 적극적으로 신설 또는 확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등의 항목을 5점 척도로 질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진흥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서술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독서진흥 정책이 강화된다면 외국과 달리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혹은 정책 강화에 문제가 있다면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라고 질문하였다. 2차 조사에서는 1차 설문의 결과를 참고하여 1차 설문과 동일한 항목에 동의정도를 측정하였고 각 정책의 보완 사항에 대해 필요성과 실행 가능성 정도를 각 5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다.

    Ⅳ. 연구결과

       1. 국내 독서현황과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평가

    독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전 연령대에 공통적이었다. 하지만 필요성 인식의 정도는 초등학교 때가 가장 크고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책을 읽는 양도 초등학교 저학년을 정점으로 꾸준하게 감소했다. 이것은 독서의 목적이 지식과 교양 및 철학적 소양 함양 등과 같은 보편적이고 문화적 독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진학이나 취업 등 현실적 목적을 위한 지식의 습득이라는 경향성과 관련이 깊다.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얻어야 한다는 도구적동기가 중심이 된 독서는 이러한 지식의 필요성이 약해질 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즉 교과 성적, 입시 등 특정 지식의 필요성이 높을 때 독서에 대한 필요성 인식도 높다. 그러나 입시 준비로 인해 일반 지식 함양을 위해 할양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에게는 독서의 중요성인식이 급속히 약화되고 이는 대학생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 시기를 겪으면서 학생들은 필요한 지식을 독서 외의 다른 방법으로 얻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인들은 책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고 싶어 했고 재미 위주로 책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미를 추구하는데 할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나 적어 실제로 독서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가. 초등학생들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

    초등학생들의 경우, 도서관 시설과 관련해서는 학교도서관 시설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나 공공도서관 시설에는 다소 불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 큰 불만은 도서관 운영방식이었다. 대출 도서의 양의 제한, 도서관 운영 시간에 대한 불만이 그것이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딱 두 권밖에 못 빌리고 한 번에 그런데 좀 많이 빌렸으면 좋겠어요... 집에 가져가서....아까 말했듯이 빌릴 수 있는 책도 한정되어 있고 빌릴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진열도 복잡해가지고 제가 찾는 책을 바로 찾을 수 없어요.” (초등학생 6)

    나. 초등학생 학무모들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

    초등학생들 학부모는 책읽기 진흥 방법으로 도서관 운영 방식의 변경,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제공, 도서 구입비 보조, 도서관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제공, 우수 도서 저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제안됐다.

    도서실 가는 이유는... 상품권을 준대요. 작은 놈은 도서실 얘기도 안하는데 형아가 상품권 준다고 하니까 가야되겠다. 작은 놈은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큰 놈은 “그런 게 없어도 그냥 습관적으로 가서 일주일에 책 한 두 권은 읽는데 작은 놈은 상품권 때문에, 형아가 상품권 받으니까 자기도 받아야 된다는 생각에 이벤트 때문에 가는 것 같아요.” (학부모-주부)

    “도서관 개방 시간을.. 늘려야 해요. 요즘 엄마들도 직장생활 하는 분들이 많고 여섯시, 일곱시 이런식으로 퇴근을 하는데 자기를 위한 책을 사러 가는 것도 쉽지 않고 가볍게 읽고 싶은 것은 빌려 보게 되거든요? 빌려보려고 하면 이미 도서관은 닫아서 나를 위한 책은...” (학부모-금융사 직원)

    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

    초등학교 교사들의 독서진흥 진흥과 관련한 교육적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독서를 통한 창의력과 집중력 및 사고력 증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하고 있었으며 해당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하여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자 했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초등교육계획 안에 독서교육이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고, 매일 몇 분 이상, 졸업할 때까지 몇 권 이상 등 구체적인 안내를 학교에 요구해요. 학교에서는 그것을 토대로 교육활동을 정할 때 많이 반영하려 하구요.” (초등교사 6)

    “교육청 지침으로 읽기 전용 1시간이 정해져서 도서실에 아이들을 반드시 데리고 가서 책을 읽도록 지도해야 해요. 그래서 시간표에 도서실 가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거예요.” (초등교사 1)

    그러나 이러한 의욕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의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독서 교육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수업진도는 빡빡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주 5일제가 되면서 수업시수가 부족한데 교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초등교사 1)

    가장 큰 한계는 아무리 학교에서 독서진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교육과 교과학습에 치중하는 가정교육으로 인해 학습을 위한 독서 또는 독서경시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점이다.

    “초등학교 이전인 유치원 때부터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은 학교에서 이것을 미리 외우면 방학 수업을 잘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국어책에 나온 전래동화나 이야기를 미리 알고 가면 도움이 더 된다고 생각해서 엄마들이 구입하는 책의 종류를 보면 출판사들 또한 그렇고 교과서 내용과 관련 있게 책들을 모두 만들어놨어요.” (초등교사 4)

    그리고 학교 도서관의 운용, 공공도서관의 운용 등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 문제도 독서 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학교 전문지식이 있는 사서도 5~60개 학교에 한 두 명 정도 밖에 없고, 그런 전문지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학교도서관을 지키는 등으로 봐서는 학교도서관이 사실은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거죠. 각 학교에서 알아서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수업까지는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분야에서 거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거죠.” (초등교사4)

    라. 고등학생들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

    FGIs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은 인가를 받은 대안고등학교 재학생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고등학생들의 독서와 관련한 의견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해 줬기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의 독서 교육 환경의 문제점과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들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입시교육 위주의 일반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독서 연계 수업과 토론이 고등학생들의 창의력, 사고력, 분석력, 그리고 토론 능력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이 자료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업 중 ‘비교문화’ 수업이 있어요... 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으로 알고 있는데, 책을 읽고 발제 및 토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선생님의 개입은 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만하고 한 학기에 4~5권의 책을 매주 꾸준히 읽어야만 발제 및 토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수업 덕분에 절대적인 독서량이 늘어났어요.” (고등학생1)

    그리고 다양한 수업-독서-토론-글쓰기 연계 프로그램은 일반 독서 교과과정 마련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서 중심의 교육환경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관계에도 변화를 주어 교우들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에서 엄청 ‘왕따’를 당해가지고 슬퍼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근데 그때 그 아이한테 추천하고 싶은 동화책이 있어서 같이 읽고 막 울었는데 그 애가 자기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았고 친구들이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았다고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고등학생 2)

    이러한 다양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3학년 수험생의 경우 갈등을 겪을 소지도 다분했다.

    “저는 지금도 입시 교육 때문에 시간을 할애해야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굳이 할애라는 표현을 쓴게 이것을 사실 원해서 한다는 느낌이 크게 안 들어요. 근데 대안학교 다니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일반 학교 갔으면 확실히 책을 읽거나 다른 거 하는 시간이 훨씬 줄었을 것 같아요.” (고등학생2)

    마. 대학생들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

    대학생활은 우리사회에서 독서가 가장 활발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공과목의 학습 이외에는 독서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라는 수업)가(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매주 책이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발표를 해요. 그것에 대한 내용이나 소감이나 뭐 중요한 점이나 그런걸 발표하고, 교수님이 그 책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해주시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중간엔 그렇게 발표로 대체하고 기말에는 시험을 보는 식으로 해요. 근데 그 수업들이 좋은 게 대학생들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커리큘럼이 그래서 몰랐던 책들인데 당연히 알법한데 모르는 책들도 접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아요.” (대학생 4)

    이들 스스로도 독서량이 적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에 대한 관심을 실질적인 독서로 전환시켜 줄 계기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독서를 진흥할 수 있는 과목 또는 강의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2. 국내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

    두 차례의 델파이 조사를 통해서는 국내 독서진흥 정책들 중 독서문화진흥법과 하부 항목으로 지역, 학교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와 대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각 정책에 대한 인지정도와 독서진흥, 독서 문화의 개선, 국민들 간의 독서량 격차감소에 기여한 정도, 그리고 정책 시행을 위한 추가 예산 투입 및 여론의 지지정도를 분석하였다. <표 1>에 제시된 결과는 1차 설문조사를 통해 ‘합의과정’을 거친 2차 조사의 결과다.

    세 가지 정책 가운데 독서문화진흥법, 학교, 지역의 독서진흥 정책 순으로 인지도나 기여도,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독서문화진흥법의 경우 3.75점(5점 척도)으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지역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2.94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지역의 독서진흥(2.88점)과 학교의 독서진흥(2.94점) 정책이 독서진흥에 기여한 정도나 독서 문화를 개선한 정도에서 그리 긍정적인 답변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역의 독서진흥에 대한 지지는 보통 이하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추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 보다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표 1>] 국내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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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전문가들은 독서문화진흥법에 대해 다양한 고려 및 보완사항을 제시하였다. 정책 홍보를 통한 인지도 개선, 어린이집 및 유치원, 군부대, 노인 등 다양한 계층과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정책, 주민생활에 밀착된 정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협력 강화, 전문사서 양성및 보급, 그리고 이러한 정책 개선을 위한 예산의 증액을 제시하고 있었다. 즉, 독서문화 진흥법이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상층을 좀 더 특화시키고 대상자들의 실제 생활환경을 고려한 지역과 주민 밀착형 정책을 펼치고 각급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지역의 독서진흥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인지정도, 기여정도, 개선정도와 독서 격차감소 등 독서진흥 효과에 대해 대부분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독서문화진흥법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낮은 정책 인지도는 정책홍보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서 일수도 있으나 지자체가 단기적인 정책마련과시행등 전시 행정 중심의 정책에 집중한 결과 일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의 실질적인 증액과 구체적이고 다양한 지역 친화적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이 필요하고 제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이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수립 및 실행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간의 불일치는 독서진흥과 관련한 정부 및 입법 기관의 의지와 관심이 낮다고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지자체가 유행처럼 북 카페를 개설하는 등의 전시행정이나,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단기적 정책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책 담당자 2)

    학교의 독서 진행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독서 교육 자체가 논술 등의 입시와 연계되어 있어 독서문화가 왜곡된다고 지적하였다. 독서진흥과 관련된 제도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 교육환경의 문제이므로 독서 진흥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학교의 독서 진흥 정책은 매우 미흡하다. 학교도서관 시설은 엉망이고, 학생들의 독서를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사서교사가 거의 없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 체제 하에 학생들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다.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 간 학생들의 독서 태도가 현저히 다른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고, 학교에서 독서 진흥의 최우선책은 사서교사, 양질의 장서, 접근성 있는 학교도서관 시설 등 요건을 갖추는 것이다. 그럴듯한 법이 있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문헌정보학 교수)

    그 외에 독서시간 확보를 위한 입시제도의 개선, 논술고사 등 입시를 위한 독서 방지, 학교차원에서 자율적인 독서 관련 교과활동 구축, 전문사서 의무배치, 그리고 학교 도서관의 질적 개선으로 실질적 독서 환경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입시제도의 개선은 독서와 관련하여 가장 근본적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 수립 및 실행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하였다. 현행 입시 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지향하되 현실적으로는 단계적이며 실질적인 입시-독서문화 연계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3. 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 및 도입 시 고려 사항

    독서진흥과 관련된 해외 정책들 중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과 평가를 델파이 조사를 통해 분석하였다. 독서진흥 정책은 인프라 구축(도서관 지원법), 세제지원 정책(도서구입비 세제감면 제도) 캠페인(아침독서운동)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세 가지 정책 가운데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높았고(5점 척도 측정 결과, 평균 4점), 세제 지원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5점 척도 측정 결과, 평균 2.65점).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고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었고, 특히 아침독서운동은 독서문화와 국민들 간의 독서량 격차감소에 기여한 정도가 크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예산을 신설 또는 증대해야 한다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독서 진흥 정책을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표 2> 참조).

    [<표 2>] 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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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전문가들은 해외도서진흥 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국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서관 지원법의 근본 목적인 독서진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원인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전반적으로 독서량이 적고, 디지털 텍스트와 영상 문화의 범람으로 활자매체의 기피와 읽기보다 ‘보기’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학생의 경우 입시에 매몰되어 있고 성인의 경우 독서를 하기 힘든 근로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 지원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단순히 도서관 시설 중심의 확충보다 도서관의 운영과 같은 질적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지원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성장보다 도서관운영과 독서진흥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콘텐츠 개발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서관법 등은 도서관 운영 주체에 대한 관리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 대국민 서비스로 시행해야 할 것은 도서관 지원법이다. 독서 증진도모를 위한 도서관 운영 서비스에 대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정책 담당자 5)

    그리고 세제 지원 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서진흥의 효과 면에서는 낮은 기대치를 보이고 있었다. 세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의 도서 소비 촉진’, ‘출판 산업 활성화’, ‘도서 유인 인센티브’, ‘상징적 효과’, ‘세금만큼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제도는 별로 없어’ 등 세제 지원을 통한 독서진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 있었다. 세제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고려 혹은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는 동네 서점에 대한 직접혜택, 근로조건 및 환경 개선, 저소득층의 바우처제 도입, 소득공제와 더불어 도서 구입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조정, 전자책에 대한 공제, 도서관을 비롯한 전반적 도서 환경 개선 우선, 학습교재 제외 등을 제안했다.

    “물, 전기, 대중교통비 등을 공공재로 지정하여, 요금을 정부가 통제하거나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정신적 공공재인 도서, 신문 등 대중적인 문화콘텐츠에 대해서도 정부가 값의 일정부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거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정책 담당자 4)

    “독서진흥 소득세법 정책이 도서 소비 및 신문 구독을 촉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독서 진흥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돈이 없어, 책을 구할 수 없어 독서를 안 하고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고 독서 습관이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서를 안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세법 정책이 국민독서진흥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실효성 없는 정책 추진으로 수년 후 폐지될 것이다. 차라리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등 제도권 장치를 통한 국민독서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학 교수)

    아침독서운동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자율적인 운영 보장, 학교 이외 공공기관 및 기업 차원에서 도입, 그리고 해당 기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학교 이외의 공공기관 및 기업 차원에서 아침독서운동 시행을 주장하였다. 이는 아침독서운동을 학교에서 사회로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의 실행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정책의 내용과 형식을 사회조직과 기관에 맞추고 세제 지원, 지방단체, 민간단체 등 다른 정책과 연계를 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Ⅴ. 결과 및 토론

    이 연구는 독서진흥을 통해 독서 문화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지식경쟁 사회에 대비하는 창의적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에 독서문화 활성화 관련 국내외정책과 그에 대해 실행의 효과와 개선의 여지와 장기적 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중심으로 검토했다. 또한 해외 정책을 도입하여 적용할 경우 정책의 선택 기준과 국내 환경에 맞는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독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현행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찾고, 교육, 언론,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대표적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평가와 보완 혹은 수정해야 할 방안을 모색하였다.

       1. 연구결과 요약

    가. 국내독서현황

    초등학생들은 부모가 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본 경우, 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독서를 즐겨하는 경향을 보였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독서진흥과 관련한 교육적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나 사교육과 교과학습에 치중하는 가정교육으로 인해 비롯된 학습을 위한 독서 또는 독서 경시와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초등학생들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게 독서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교육적 도움 가능성 때문이었다. 입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학교 정규 과정에서 독서가 어느 정도 강제되고 있는 초·중·고와 달리 대학의 경우 독서보다 해당 전공과목의 학습 이외에는 독서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대학에서 독서를 진흥할 수 있는 과목 등 독서에 대한 관심을 실질적인 독서로 전환시켜 줄 계기와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반적인 독서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초·중·고학생은 대학생과 사회인들보다, 사회인은 또 대학생들보다 교양 및 전문 독서량이 더 많고, 특히 초등학생의 독서량이 중·고등학생들보다 많다. 이는 학교나 도서관에 학교 수업과 관련이 없는 교양 독서가 매우 많이 배치되어 있는 등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독서 진흥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반영한다. 또한 초등학생의 경우 대학 입시시점에서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나. 독서환경 개선에 대한 의견

    독서환경 개선에 대해 일반인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공도서관과 같은 독서를 위한 사회적기반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나 단순히 수의 확대 뿐만 아니라 양서비치와 쾌적한 독서환경등과 같은 도서관 운영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일반 이용자들의 경우, 모든 거주지에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의 도서관 수를 늘릴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 각급 공립학교 도서관의 일반인에 대한 개방, 구청과 주민센터 등 지역 행정기관 및 마을 공간을 활용한 작은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유아 혹은 어린이 도서관의 경우는 부모가 함께 소리내어 책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해 자녀와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요구하였다. 도서관 이용과 관련해서 많이 제기된 불만은 대출 가능 도서의 수, 대출기간, 도서 검색 장비, 특정 도서의 대출 불가 등이었다.

    이러한 도서관 운영과 관련한 문제들 외에 FGIs에서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실질적인 독서진흥을 고양할 수 있는 사서의 고용과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즉, 형식적이고 수량에 기초한 사서 운용이 아닌 실질적이고 질적인 사서의 고용과 운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면, 능력 있는 사서는 도서관 행정원이 아니라 개인의 필요와 관심사에 맞는 도서를 권하는 능력을 갖춘 독서지도사다. 사서는 선제적으로 양서의 목록을 작성해서 권할 수도 있고 독자와의 상담을 통해 맞춤형 도서를 권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특정한 책 읽기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그와 어울리는 도서를 찾을 수 있도록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도서 선정에서부터 지도가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 집단도 지역 친화적이며 전문 도서 관리인에 의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지역과 학교를 중심으로 전문사서에 의한 다양한 생활 밀착형 독서 진흥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최근 도서관 및 사서 확충을 통해 양적인 독서 환경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디지털 매체의 확산, 입시 교육 등을 들며 우리사회가 전반적인 독서 문화가 정착하기 힘든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입시와 도서관, 그리고 학교의 독서 환경이 어느 정도 상호 절충적으로 정책을 형성하느냐가 독서진흥에 중요하게 작용함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는 교육적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즉 독서 후 독서 내용에 대한 토론회 진행과 바른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한 독서 교실 운영 등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서의 정규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장기 근무를 보장받아야만 장기적인 교육 목표를 선정하고 이에 걸맞은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서의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교육학 관련 수업 이수 혹은 교육학 관련 과목 시험을 치루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

    다. 독서문화 개선에 대한 의견

    초·중·고등학교에서의 독서 관련 수업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현재는 독서 시간이 할당되어 있는데 FGIs에서 학생들은 독서와 관련된 과제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독서 감상문을 쓰는 것을 큰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선 교사들은 독서 감상문이 학생들의 독서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규 수업 시간에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서 후에는 독서 활동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동참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학생들이 제안했던 부분은 교사로부터의 피드백을 받는 방식에 있어 독서 감상문 형식을 탈피하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이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는 방법을 독서감상문과 같은 쓰기 형식이 아니라 일상대화, 간담회 등의 말하기 위주의 형식으로 전환될 때 독서 활동이 보다 즐겁게 인식될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등 부모의 책에 대한 태도나 독서정도가 초등학생들의 독서 경험과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 역시 독서 환경이 학생들의 가정별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하며 부모의 교육관과 경제적 능력에 따라 학생들은 독서에 대한 동기의 강도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선별해 내는 능력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독서층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가정환경의 차이를 고려한 차별적 정책이 필요하다.

    독서 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적 캠페인도 강화해야 하는데, 특히 캠페인 추진 방향의 전환이 요구된다. 필요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에 읽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있도록 캠페인의 구호를 바꿔야 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아침독서운동>이 국내에도 시행된 후 학생들의 독서량이 증가하였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독서율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강제성을 지닌 캠페인의 한계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책은 일본의 경우와 같이 독서의 교육적 가치에 경도돼 있었고 따라서 부모나 교사들이 자녀와 학생들을 선도하는 하향식 진흥 정책이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주된 이유는 독서가 모든 학업에 기초가 되는 읽기와 쓰기 능력, 사고력, 논리력, 그리고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의 편협성으로 인해 축적되는 지식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독서를 지식함양이라는 도구적 성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 독서는 지식 함양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즐거움, 정서적 공감 등과 같은 유희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독서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는 도구로써 독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독서의 즐거움을 인식할 때 독서의 양과 주제의 다양성 측면에서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운동과 같은 것이다.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늘 꾸준히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캠페인 활동이 필요하다. 대학생을 포함한 성인들 중에는 독서에 대한 막연한 의무감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왜 필요한지는 알지 못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린 시절 책을 통해 목표한 바를 이룬 긍정적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독서가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자신의 지식, 인격, 교양,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 도움이 된 경험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 함양, 마음의 건강, 사회와의 소통, 자아 성찰 등을 위해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할 활동이 독서라는 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런 취지의 사회적 캠페인을 유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2. 연구 의의

    최근까지 독서의 필요성은 포괄적인 국어 능력의 향상 혹은 일반 상식 및 교양 지식 향상이라는 교육적 가치에 치중되었다. 그러나 문화와 정치 등 공동체 삶의 대부분이 보통 사람들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독서가 이러한 참여를 실현할 수 있는 자원임을 인식시키고 실제로 이를 활용한 참여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독서진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통해 창조성과 관련 지식을 개발하고 이를 통한 개인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독서진흥과 관련하여 함께 논의되어야 할 사항은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이다. 초등생을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이 독서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었으며 대체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읽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독서가 집중력과 사고력을 저하시키고, 책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주의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 계획에 따르면, 어떤 ‘매체’를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그것들을 읽느냐가 더 중요하므로 ‘읽는’ 행위의대상은 모든 글이며 그 형태 역시 종이와 디지털 모두를 포함한다.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읽기는 이에 대한 비판적시각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독서진흥 정책이 형식을 넘어서 내용의 전달과 확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기존에 알려진 방안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어떤 법제도와 정책이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독서진흥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국독서 환경과 인구의 독서 습관을 고려한 정책을 제안하고자 했다. 이러한 정책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후속연구에서는 입시경쟁체제 등과 같은 한국의 특수성과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보다 심도있게 고려하고 관련 법제도 및 정책에 대한 이익집단의 의견을 밀도 있게 진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한국의 독서 문화와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정책의 개발과 적용을 위해서는 독서와 관련된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기관 등 기존 공공기관 주도의 독서 문화 진흥 외에도 시민과 마을단위의 사적모임과 조직이 자발적으로 독서와 육아 및 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고민하여 독서 진흥을 통한 삶의 환경을 개선할 것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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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국내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국내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 [ <표 2> ]  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해외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5점 척도로 측정한 평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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