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집단독서치료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변화경험과 과정을 탐색하고 이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동료지명방법에 의해 가장 유능한 독서치료 전문가로 선정된 2인이 운영한 집단에 집단원으로 참여한 성인 14명을 대상으로 개별면담을 실시하고, 질적 연구방법 중 하나인 근거이론 접근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의 경험을 근거이론 접근방법을 통하여 심층적으로 탐색하여 집단독서치료의 변화경험과 과정을 밝힘으로써 집단독서치료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해 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and understand changes experienced by participants in group bibliotherapy. For this purpose, individual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4 adults who were chosen by the best bibliotherapists through peer nomination and the results were analyzed by grounded theory, which is one sort of qualitative research method. This study has a significant meaning to provide a foundation of understanding of group bibliotherapy by exploring participants’ experiences in depth through grounded theory approach and revealing the changes experienced and process of group bibliotherapy.
Hanningan의 “도서관과 비블리오세라피”를 유중희(1964)가 번역하여 국회도서관보에 실으면서 우리나라에 독서치료가 시작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집단독서치료가 일대일 독서치료보다 문제해결의 효과가 훨씬 높고,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의 독서치료는 주로 집단독서치료로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김현희 외, 2004). 이와 더불어 문헌정보학, 교육학, 아동학, 상담심리학, 신학, 문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서치료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으며, 독서치료에 대한 최초의 학위논문인 ‘독서요법이 정신과 입원환자의 증상별 행동과 질병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이후 꾸준하게 학위논문이 생산되고 있다(황금숙, 2005).
그러나 우리나라의 집단독서치료 학위논문의 대부분은 효과성 입증 연구에 제한되어 있는 데 다,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적용연구 및 실험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김갑선, 2007; 박준희, 2007; 최태산 외, 2006). 적용연구나 실험연구는 독서치료의 심리적 치유기능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는 있으나 참여자들의 생생한 변화경험이나 과정을 밝힐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양적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질적연구들이 시도되었지만 국내의 집단독서치료에 대한 질적 연구(김경선, 성승연 2012; 김수경, 2006; 이연옥, 2009; 이희자, 2006; 정춘순, 2009)는 참여자들이 집단 독서치료에 참여 하면서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서 기술했을 뿐, 참여자들의 효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집단독서치료 경험에 대한 몇몇의 국외의 질적연구 또한 치료자 및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은 배제한 채 참여자와 매체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만 기술하거나(Cohen, 1992) 독서치료 경험 중 글쓰기에만 한정된 연구(Golden, 2000)로서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의 변화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집단독서치료의 변화과정을 체계화하기 위해 근거이론으로 접근한 최근의 연구(김길자, 2008; 박재식, 2009)는 문제인식단계, 정서적반응단계, 문제해결단계, 자기적용단계의 4단계의 과정으로 설명하였으나 부정적 정서를 지닌 대상자 네 명에 한정된 결과로써, 집단독서치료 경험의 실체를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프로그램의 개발, 실행 및 참여관찰, 자료수집, 분석을 모두 연구자가 함으로써 연구자의 가치를 최소화하고 민감성과 객관성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근거이론 연구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Hynes와 Hynes-Berry(1994)는 독서치료의 과정을 인식(recognition), 고찰(examination), 병렬(juxtaposition), 자기적용(application to self)의 4단계로 설명하였는데, Hynes와 Hynes-Berry(1994)와 김길자(2008), 박재식(2009)의 과정은 4단계를 표명하고 있지만 혼재되거나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집단독서치료 변화경험과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질적연구 설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본 연구는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여 질적연구 방법 중 하나인 근거이론 접근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면접자료 분석에 있어 근거이론 접근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이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상황에서, 근거이론 접근이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의 변화경험과 과정을 살펴보고자 하는 본 연구의 목적과 가장 부합하는 연구방법론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근거이론은 ‘참여자가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반응하는가’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접근법(Schreiber & Stern, 2001; 박승민 외, 2005)으로써, 이론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현상에 적합한 개념들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개념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기존의 이론적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분야, 비록 기존이론이 있지만 수정되거나 명확하게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분야들에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Strauss & Corbin, 1998).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심층면담을 통해 얻은 생생한 자료를 토대로 근거이론 방법으로 분석하여, 집단독서치료의 성과를 참여자들의 변화경험과 과정을 통해 규명함으로써 집단독서치료의 실체이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2.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가?
실증주의적 방법으로는 복잡한 인간의 삶과 경험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고 그 의미와 가치를 밝혀낼 수 없다. 이러한 실증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 질적 연구는 개인의 복잡한 삶과 체험에 얽혀 있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인간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양적 연구방법으로는 알기 어려운 대상자의 가치, 의미, 인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질적 연구는 복잡한 인간경험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며 분석과 설명방법에 있어 복합성, 세부사항,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아직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은 현상들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할 때 더욱 유용하다(신경림 외, 2004).
특히 실천지향적 학문인 상담학은 그 연구하려는 문제의 특성으로 인해 질적 연구방법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내현적, 외현적 행동의 변화가 주관심 대상인 상담 및 심리치료분야에서 양적인 연구는 객관적 수량화를 통해 양적인 변화 정도는 보여줄 수 있으나, 그 변화 과정에 대해서는 설명해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질적연구는 인간 행동이 일어나는 맥락과 행위자의 주관적 체험, 그 체험의 의미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상담 및 심리치료의 변화과정에 대해 풍부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연문희, 박남숙, 2001).
이러한 질적 연구방법에는 내러티브 연구, 현상학적 연구, 근거이론 연구, 문화기술지 연구, 사례연구 등이 있다. 이 중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은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관점에서 상징을 통해 인간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Glaser와 Strauss 두 사회학자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된 질적 연구의 한 방법으로 연구 주제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고, 집단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위해 어떤 적절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을 때 특히 유용하다(신경림 외, 2004). 그러므로 근거이론은 어떤 현상에 속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여 귀납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특별한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신경림 외 2004). 따라서 아직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집단독서치료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근거이론 방법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근거이론 연구는 많은 수의 참여자들의 관점에 의해 형성된 과정·행동·상호작용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창출해내는 질적 연구 설계로 집단독서 참여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과에 이르는지에 관한 실체이론을 제시하는 데 유용한 연구 설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집단독서치료의 실체를 설명하기 위해 Strauss와 Corbin(1996)의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하여 참여자들의 경험을 분석하였다.
김길자(2008)와 박재식(2009), Hynes와 Hynes-Berry(1994)는 집단독서치료에서 시간적 순서에 따라 변화하는 참여자들의 치유과정을 설명하였다. 김길자(2008)는 부정적 정서를 지닌 여대생들의 치료경험에 대한 연구에서 과정분석을 통해 회복과정을 ‘문제인식단계·정서적반응단계·문제해결단계·자기적용단계’의 4단계로 추출하였다. 박재식(2009) 또한 이혼여성 4인이 부정적 정서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김길자(2008)의 연구 결과와 같은 단계로 설명하였다. 김길자(2008), 박재식(2009)과는 다르게 Hynes와 Hynes-Berry(1994)는 독서치료의 과정을 ‘인식(recognition), 고찰(examination), 병렬(juxtaposition), 자기적용(application to self)’의 4단계로 설명하였다. ‘인식(recognition)’단계에서는 자료에 내포되어 있는 것을 참여자가 지각하고 ‘고찰(examination)’의 단계는 첫 단계인 인식단계가 강화된 것으로 독자가 인식한 감정에 대한 반응(feeling-response)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탐색하며 ‘병렬(juxtaposition)’단계에서는 인식과 고찰의 단계를 거친 후 처음에 가졌던 반응에 대해 수정과 변화를 가져온다. ‘자기적용(application to self)’은 인식되고, 고찰되고, 병치되었던 느낌과 개념이 통합되는 단계이다. 자기적용 단계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좀 더 창의적이고 자기활용적(self-utilizing)인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집단독서치료의 과정은 치료자·참여자·매체와의 상호작용이 시간적 흐름의 치료과정 속에서 영향을 미침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Hynes와 Hynes-Berry(1994), 김길자(2008), 박재식(2009)의 독서치료 과정은 겉으로는 같은 4단계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서로 혼재하거나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집단독서치료의 치유과정이 세밀하게 밝혀져야 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치료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치료자, 집단원, 매체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탐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Strauss & Corbin(1996)이 제시한 이론적 표본추출(theoretical sampling)에 의해 선정하였다. 가장 적합한 연구의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우선 눈덩이 표집을 통한 동료지명방법(snowball sampling peer nomination)(1990: 권경인 외, 2007 재인용)을 사용하여 가장 유능한 독서치료 전문가 2인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독서치료 전문가 2인은 각각 철학박사, 심리학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상담 관련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집단독서치료사로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독서치료 전문가를 먼저 선정한 이유는 집단독서치료의 모범적 사례의 참여자를 분석하는 것이 집단독서치료 경험의 실체를 탐색하려는 본 연구의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전문가 2인이 실시한 집단독서치료는, 정상적 발달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7-8인의 구성원들에게 실시한 상호작용적 독서치료이다. 따라서 개인의 성장과 치료를 위한 촉매로써 문학작품을 활용하고 참여자 각자의 주관적 반응을 중요시 여기며 집단원간 및 치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문제 해결에 이르도록 안내한 독서치료이다. 그리고 두 전문가가 집단독서치료에서 사용한 주요 이론은, 집단 초기에는 내담자 중심 이론으로 접근하였고, 중기부터는 집단원이 문제를 발견하고 정서를 표출할 수 있도록 정신분석 이론 및게슈탈트이론을적용했다. 그리고 종결시기에는 집단원이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서 인지행동 이론으로 접근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사용된 집단독서치료의 상담 이론은 통합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선정된 2인의 독서치료 전문가에게 연구시점으로부터 2년 전까지의 집단독서치료 경험을 최소 15회기, 30시간 이상 참여한 자로서 Lieberman, Yalom 그리고 Miles(1973, 이형득 외, 2002 재인용)의 집단 활동 참여태도 척도를 참고하고 상담학 교수의 감수를 받아 연구자가 수정 제작한 집단독서치료 참여자 선정기준 10개의 항목에서 평균 4점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참여자 21명을 추천받았다. 참여자 선정 기준은 <표 1>과 같다.
집단독서치료 참여자 선정 기준
이 중 연구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대상자를 범주가 포화될 때까지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다. 최종 연구대상자는 각 독서치료전문가에게 집단독서치료를 받은 7인으로 총 14인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30대부터 50대까지의 성인 남녀로 평균 연령은 45세이다. 본 연구 참여자의 특성을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연구 참여자 특성
면담은 대화전반에 타당도를 확보하고자 초기면담-추후면담의 2차에 걸쳐 실시하였다. 1차 면담은 면담질문 목록표를 가지고 처음에는 개방적 질문으로 시작하여 참여자가 미처 말하지 않은 내용을 보충하는 형식으로 하위 질문을 하였으며, 각 참여자에게 60분-1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면담을 하였다. 면담 내용을 녹음하여 완전축어록을 작성했고 1차 분석을 실시하였다. 2차 면담은 강화된 추후면담으로 1차 분석 결과를 사전에 메일로 보내고 검토하게 한 후 각 개념에 인용된 참여자의 축어록 내용이 이 맥락에 적용된 것이 적절한지, 또한 더하거나 뺄 내용이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그 밖에 필요에 따라 각 참여자들과 메일 또는 전화를 통한 질문과 답변과정을 여러차례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면담질문 목록은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독서치료 전문가 2인과 상담학 교수 2인의 피드백을 받아 구성했으며 <표 3>과 같다.
면담질문 목록
본 연구에서는 근거이론방법의 분석절차를 따랐고 자료 분석방법은 수집된 녹음자료를 텍스트로 필사하여 이를 원자료로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자료 분석은 크게 세 가지의 절차, 즉 범주분석 과정과 과정분석 과정, 그리고 핵심범주를 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범주분석과정에서는 Strauss와 Corbin(1996)이 제안한 개방적 코딩의 방법을 통해 개념→하위범주→범주로 추상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는 참여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참여자들의 진술을 의미요약한 후 각 참여자들에게 메일로 보내 참여자들의 경험의 의미가 일치하는지 묻는 과정을 거쳤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원자료를 반복하여 읽고 필요할 때는 추가 면담을 실시하여 참여자의 경험의 의미와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또 중추적 코딩을 통해 각 범주들 간의 관계를 나타낸 패러다임 모형을 구성하였다.
과정분석은 패러다임 모형에서의 작용/상호작용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참여자들의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 14인의 사례 각각을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기술한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참여자들이 나타내는 작용/상호작용의 변화를 통합하여 6단계(인식단계, 저항단계, 탐색단계, 인정단계, 방안모색단계, 적용단계)로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선택적 코딩의 방법을 통해 핵심범주를 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메모, 현장노트, 도표를 활용하여 이야기 윤곽을 그려나가면서 참여자들의 변화과정의 핵심범주를 ‘매체 및 집단원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낯선 나를 만나 새로운 나로 변화하고 성장하기’로 요약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질적연구 수행과정에 대한 평가로써 Guba와 Lincoln(1981)이 제시한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적용가능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의 네 가지 기준을 따랐다. 사실적 가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2차 면담을 통해 각 참여자들로 하여금 본 연구가 자신의 경험을 정확하고 충실하게 기술하고 해석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 수정·보완하면서 연구에 대한 내적 타당도를 높였다. 또한 분석을 마친 뒤, 본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구결과물을 메일로 보내주고 연구자가 전체적인 패러다임 모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뒤, 각각의 개념과 범주명이 현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가에 대한 확인과정을 거쳤다. 적용가능성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 외의 다른 집단독서치료 경험자 3인에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 연구결과가 본인에게도 적용가능한지 확인하였다. 일관성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면담 질문 목록표의 제작과정부터 예비연구, 면담절차, 분석과정 등에서 상세한 절차를 따랐으며 분석과정과 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근거이론 방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교육상담전공 교수 1인과 질적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독서치료 전문가 자격증이 있는 기독교상담전공 박사 1인 및 상담심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질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에게 자문과 논의 과정을 거쳐 수정했다. 자문은 주로 개념 및 범주명의 적절성, 패러다임 모형의 구성과 과정분석 결과의 적절성에 관한 사항에 초점이 맞춰졌다. Guba와 Lincoln(1981)은 중립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앞의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이 확립될 때 획득된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자의 편견적 지식에 의해 결론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근거이론 방법의 연구절차 및 분석과정에 충실하였다. 참여자들의 실제경험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2차에 걸친 추후면담, 앞서 언급한 질적연구 수행경험이 있고 상담전공 박사 수료 이상의 경력을 가진 3인의 자문과 논의를 통해 중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근거이론 접근에서의 분석의 첫 단계는 개방적 코딩 과정으로써, 지속적인 질문과 비교하기를 통해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해 이름을 붙이는 개념화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개념들 중유사하거나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개념들을 하위범주로 묶은 후 유사한 하위범주끼리 묶어 추상화시키는 범주화 과정이 이루어지면, 중추적 코딩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중추적 코딩의 결과는 근거이론 접근에서 현상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틀로써 패러다임 모형으로 요약된다. 집단독서치료 참여자의 변화경험을 근거이론 패러다임의 틀로 구성하여 <그림 1>에 제시하였다. 패러다임의 순서별로 각 범주와 개념의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 인과적 조건
인과적 조건은 어떤 현상이 발생하거나 발전하도록 이끄는 사건들을 말한다(Strauss &Corbin, 1990). 본 연구에서는 ‘억압된 내 모습과 만남’이 중심 현상인 ‘통찰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적인 조건으로 나타났으며, 구체적인 참여자들의 경험은 ‘몰랐던 내 모습을 보게됨’과 ‘내 상처가 건드려짐’으로 요약되었다. 즉,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이 집단독서치료과정에서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은 전혀 몰랐거나 낯선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하고 상처가 건드려지면서 그동안 자신이 구축해왔던 삶의 견고한 틀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 현상
현상(phenomenon)은 인과적 조건의 영향으로 참여자들이 경험한 문제를 말한다. 본 연구의 현상은 ‘통찰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라는 범주로 요약되었고, 구체적인 참여자들의 경험은 ‘내 고통의 이유를 깨달음’과 ‘몰랐던 내 문제를 발견하고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움’으로 나타났다. 즉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신의 삶을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했던 이유를 매체, 집단원, 치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인식하게 된다. 억압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 후 찾아오는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인지적 통찰은 삶의 고통의 이유가 설명되는 명쾌함과 반가움을 주지만, 그 반가움 뒤에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내 문제로 인정하기 두려워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맥락
맥락(context)이란중심적인현상이나문제들에기여하는구체적인전후관계나상황들의집합을 말한다. 본 연구 결과 ‘통찰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두려움’ 현상에 기여한 상황들은 ‘변화의 필요로 집단독서치료 참여’와 ‘매체, 집단원, 치료자와를 통해 문제 알아차림’의 두 가지로 범주화되었다.
변화의 필요로 집단독서치료 참여: 참여자들은 집단독서치료에 참여하기 전 현재의 삶에서 경험하는 고통의 무게로 힘겨웠다. 시댁, 남편과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으로 괴롭고, 사랑받고 싶은 내면의 외로운 아이는 남편에게 외로움을 재경험할 뿐이다. 원가족과의 불편함과 현가족과의 불편함의 “교집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때로는 자신의 무력함이 부끄럽고 풀지 못한 마음속의 “보따리들”
매체, 집단원, 치료자를 통해 문제 알아차림: 참여자들은 참여 전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집단원이 매체와 상호작용한 후 갖게 된 반응을 가지고 다시 상호작용을 할 때 인식한다. 즉 매체에 대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별적으로 매체와 상호작용 했을때 인식할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거나 매체에 대한 집단원의 다른 반응으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은 매체와,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억압 된 상처들을 만나지만 매체를 통하지 않은 집단원과 치료자에 의해서도 상처와의 만남이 가능하다. 집단원의 개방을 들으면서 집단원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임을 알게된다. 따라서 맥락적 조건의 두 번째 범주는 ‘매체, 집단원, 치료자와 상호작용’이다.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은 ‘매체를 통해서 문제를 알아차림’, ‘글쓰기 과정에서 문제를 알아차림’, ‘매체에 대한 집단원의 서로 다른 반응이 문제를 알아차리게 함’, ‘매체에 대해 집단원과 나누면서 문제를 알아차림’, ‘집단원의 이야기가 문제를 알아차리게 함’, ‘치료자의 말 한마디가 문제를 알아차리게 함’으로 요약되었다.
라. 중재적 조건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은 참여자가 경험한 현상의 강도를 완화시키거나 변화를 유도하는 조건으로써, 작용/상호작용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요인들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경험한 당혹스럽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중재한 요인들은 ‘참여자 개인요인’, ‘매체요인’, ‘집단원요인’,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요인’, ‘치료자요인’, ‘집단요인’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개인요인: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이 집단독서치료 과정에서 당혹감과 두려움 속에서도 집단독서치료 참여를 그만두지 않고 자신의 문제와 감정을 개방하고 표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참여자 개인의 ‘변화에 대한 갈망과 의지’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매체요인: ‘매체요인’은 본 연구의 두 번째 중재적 조건이다.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매체를 통해서 억압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매체를 통해서 문제해결의 길로 나아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매체요인은 매체가 나눔의 초점역할을 하고 공감대 형성을 촉진하는 ‘매체에 의한 상호작용의 원활’, 책 속 인물과 동일시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심이 되는‘ 매체에 의한 안도감’, 매체를 통해 상처받지 않고 문제를 인정하고 매체에 기대 안전하게 드러내거나 숨길 수 있는 ‘매체에 의한 안전함’, 매체가 표출을 촉진하고마음을 위로해 주며 글쓰기 과정에서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정화가 일어나는 ‘매체에 의한 표출과 정화’, 매체가 지식과 정보를 주고 매체를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매체에 의한 문제이해와 인정’, 매체의 상황 및 인물을 통해 문제해결의 희망을 가지는 ‘매체에 의한 희망’, 매체의 상황 및 인물과 동일시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거나 매체가 문제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매체에 의한 문제해결’, 집단참여 후에도 매체를 다시 보면서 깨닫는 ‘매체에 의한 통찰의 연속’의 여덟 가지의 하위범주로 요약되었다.
집단원요인: ‘집단원요인’은 세 번째 중재적 조건이다.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집단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문제해결의 길로 나아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집단원의 공감과 이해가 위로가 되어 표출을 촉진하게 되는 ‘집단원의 정서적지지’, 집단원에게도 아픔과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위안이 되는 ‘집단원에 의한 안도감’, 집단원의 변화와 해결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의 희망을 갖고 새로운 문제해결방법을 배우게 되는 ‘집단원에 의한 희망’, 때로는 서로 다른 입장과 마음이 들지 않는 피드백으로 인해 생기는 ‘집단원에 의한 불편감’의 네 가지의 하위범주로 요약되었다. 이 중 ‘집단원에 의한 불편감’은 오히려 타인을 이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요인: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요인’은 네 번째 중재적 조건이다.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통찰하거나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매체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이 타인이해를 돕고, 매체에 대한 집단원의 다양한 반응이 문제해결을 도우며, 매체에 대해 집단원과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치료자요인: ‘치료자요인’은 다섯 번째 중재적 조건이다.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치료자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치료자의 전문적인 역할’ 및 ‘모델링’, 그리고‘인간적인 따뜻함’을 통해 변화에 이르는데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요인: ‘집단요인’은 본 연구의 열 번째 범주로서 여섯 번째 중재적 조건이다.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이 자신을 개방하고 표출하며 집단원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신뢰롭고 수용적인 집단분위기’에서 기인되었다. 그리고 수용적인 분위기 덕분에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선택했던 방식과 다른 선택을 행동에 옮겨보는 ‘실험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마. 작용/상호작용
작용/상호작용은 현상에 대처하거나 다루기 위해 취해지는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행위로 참여자들이 마주치는 상황, 문제, 쟁점을 다루는 전략적 혹은 일상적 대응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억압된 자신의 상처를 인식한 뒤 ‘통찰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인지적 측면의 전략은 ‘지속적 자기보기’, ‘격려하고 위로하기’, ‘용기내기’이다. 정서적 측면의 전략은 ‘감정표출 망설이기’, ‘감정표출하기’, 행동적 측면의 전략은 ‘원가족관계 재정립하기’, ‘변화를 위한 공부하기’, ‘적용하려 노력하기’, ‘기도하기’로 드러났다.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절에서 이어질 과정분석 결과에서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바. 결과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작용/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실존적 변화’, ‘관계적 변화’의 두 가지 범주가 도출되었다.
실존적 변화: 실존적 변화는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게 됨에 따라 자기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개방하게 되는 ‘자기 존재에 대한 변화’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각이 확장되고 가치관이 변화’되었으며 기존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남과 동시에 문제해결 대처 능력이 증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미완의 변화가 있었으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기대와 욕구를 가지고 자기탐색을 실천하는 ‘내적 변화 욕구 고취 및 실천’으로 범주화 되었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삶의 희망과 의미를 찾고 자신감을 갖게 되며, 새로운 일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것을 실천하고 도전하는 ‘삶의 주인이 됨’으로 범주화 되었다.
관계적 변화: ‘관계적 변화’는 타인에 대해 긍정적 관심을 갖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원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동안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 길들여졌던 가족들과 불편한 관계를 초래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참여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 관계적 변화에 대한 하위범주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 관심’, ‘타인을 이해함’, ‘타인과의 관계 변화’로 요약되었다. ‘타인과의 관계 변화’는 타인과의 관계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기존과는 다른 관계방식을 맺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근거이론 접근방법에서는 범주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패러다임 모형을 구성하는 것을 범주분석이라고 한다면, 과정분석은 패러다임 모형에서의 작용/상호작용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즉, 과정분석은 현상에 대응해 가는 작용/상호작용의 연속적 연결을 탐색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황의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중재적 조건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며 각각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범주분석과 과정분석을 차례대로 수행하여, 중재적 조건의 개입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 또는 전략으로 나타난 인지적 측면의 ‘지속적 자기보기’, ‘격려하고 위로하기’, ‘용기내기’, 정서적 측면의 ‘감정표출 망설이기’, ‘감정표출하기’, 행동적 측면의 ‘원가족관계 재정립하기’, ‘변화를 위한 공부하기’, ‘적용하려 노력하기’, ‘기도하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6가지국면을 거쳐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인식단계, 저항단계, 탐색단계, 인정단계, 방안모색단계, 적용단계로 명명하였다. 각 단계별로 참여자들이 경험한 변화를 참여자들의 진술과 더불어 살펴보기로 한다.
가. 인식단계
집단독서치료의 참여자들은 참여 전 독서 과정에서 자신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거나 상처가 건드려지는 느낌을 갖고 집단에 참여하게 된다. 그 후 집단에 참여하며 집단원, 치료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몰랐던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거나 문제를 명료하게 인식하게 된다. 책을 읽고 미리 질문에 대한 답을 써오면서 저의 머뭇거림을 알게 된 거죠...<중략>... 내가 바라보지 못한 관점을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제 문제를 알게 되었죠. <사례 1> 책을 통해서 그 속에서 내 모습을 찾아보고, 가장 많이 했던 부분이 책 속에서 제일 다가오는 구절, 제일 내가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왜 그런 것 같은지 생각하게 하니까...<중 략>... 매체에 반응하는 집단원들을 보면서 같은 매체를 보고 너무 다른 반응이 보이는 거예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사례 2> 내가 얼마나 엄마 아빠한테 못했는지를 그 책 ‘몸에 밴 어린시절’을 보면 자꾸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중략>...‘압력’이라는 것에 대해 집단원과 매체에 대해서 나누는 과정에서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사례8>
나. 저항단계
참여자들은 매체, 집단원, 치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몰랐던 자신의 억압된 모습을 만나고 고통의 이유를 통찰한 후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다. 이 때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러한 감정과 생각을 집단에서 개방하고 표출하는 것을 망설인다. 그러나 참여자 개인의 변화에 대한 갈망과 의지, 안전하게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매체,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집단원, 신뢰롭고 전문성 있는 치료자, 수용적인 집단분위기가 개방과 표출을 촉진해준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용기를 내어 감정을 표출하고, 정화를 경험한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그 이유를 알고 나니까 내가 허황됐다는 생각에 괴롭고...<중략>... 왜 내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고,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다 뒤죽박죽되고 아닌 것 같이 느껴졌던...<중략>...뭘 모르는지 뭘 갈망하는지도 모르면서 울부짖었던 것 같아요. ...<중략>...내가 너무 혼란스러운데 뭘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고...<중략>...원망스러웠죠. 내가 선택한 환경도 아닌데 내가 왜 아프고 힘들어야 하나. 내 환경을 탓하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거부를 했던 것 같아요. <사례 1> 내 상처, 감정이 뭔가 물꼬를 트긴 텄는데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영화로 치자면 흑백이었다가 갑자기 컬러로 탁 바뀌는 순간. 혼란스러웠죠. 흑백이었다가 컬러로 되긴 했는데 색깔이 선명한 게 아니라 수채화물감이 다 섞여있는 것 같았어요. 그 순간에는 굉장히 힘들었죠. 폭풍우가 몰아닥치는, 파도가 몰아닥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 뒤로 한 달 정도는 감정의 폭풍우에 휩쓸려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의 불화가 내 상처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분노가 일어났어요.‘어떻게 이렇게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식들한테 이럴 수 있을까?’ 한참 지나도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사례 10>
다. 탐색단계
저항단계가 지나고 나면,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탐색의 과정이 시작된다. 책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거나, 문제의 근원을 알기 위해 원가족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저항의 단계에서 감정표출을 망설이는 경우에는 탐색의 단계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타인에게 우울하게, 어둡게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나를 자주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30년 만의 휴식’을 읽고 외로운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을 바로 집단원에게 표출하지 않고, 정말 내가 외로운 아이인가? 반문하고 저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지요. 저는 새롭게 발견한 제 문제를 바로 표출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사례 6> 내가 왜 아픈가 혼자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내가 누군지 계속 탐색했어요. 집단에서도 개방을 하지 않고 있는 그런 저를 보고만 있었어요. 마치 유체이탈 하듯이 그러는 저를 계속 보고만 있었어요. 김형경씨의 ‘사람풍경’을 통해서 저의 내면을 들여다 봤어요. ‘도대체 내가 왜 그러지?’에서는 숨겨진 제 욕구가 무엇인지 찾고. <사례 14>
라. 인정단계
집단독서치료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한 후 저항과 탐색의 시기를 보내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통과 힘겨움의 원인은 타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해결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게 된다. 결혼 후남편한테 채워지지 않는게 나한테는 굉장한 결핍이라는 걸 알았어요. ..<중략>... 그런 결핍이 결국은 어떤 모습으로든 나한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걸 책을 읽고 독서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인정하게 되었죠. 그리고 집단원과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빨리 판단하고 섣불리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례 2> 책 ‘30년 만의 휴식’을 통해 내가 의심이 많은 내면아이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아픈 모습의 이유를 알게 된거죠. 그리고 집단원들의 반응은 내자신을 자각하도록 도와주는 거울이 되는 효과가 있었으며, 제 문제를 재해석하게 해 주었어요.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사랑해주려고 자기암시를 했어요. “괜찮아 사랑해!” <사례 6>
마. 방안모색단계
방안모색단계는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 행동들이 일어나는 단계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예전과 다른 문제해결법을 사용해 보거나 신께 기도하는 시간 속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또한 집단독서치료에 참여하는 것 외에 문제해결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공부를 병행하기도 한다. 기도도 하고. 집단독서치료를 받으면서 시에서 운영하는 가정지원센터나, 부부·자녀 관계 워크숍을 많이 다녔어요. 집사람도 대상관계도 배우러 다니고, PET도 같이 들었어요. 집단독서치료를 하면서 변화를 위해 필요성을 느껴서 같이 하게 됐어요. <사례 5> 제 나름대로 해결도 해 보고 부딪쳐도 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책을 읽고, 대상관계 등의 상담공부를 계속 하였어요. 프로이트 책을 읽어본다든지, 기회가 되면 강의를 들으러 다닌다든지 <사례 9>
바. 적용단계
문제인식 후 저항단계와 탐색단계, 인정단계, 방안모색단계를 거치고 나면 참여자들은 집단독서치료를 통해 깨닫고 알게 된 사실들을 현실에서 적용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때 집단독서치료의 전체 과정 속에서 ‘참여자 개인요인, 매체요인, 집단원요인,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요인, 치료자요인, 집단요인’은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전 과정을 거치고 나면 참여자들은 집단독서치료 전과는 달라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아는 것과 적용점이 다르고 바라 보는 것은 또 다르고 힘들고, 여전히 그 사이에서 삐거덕거렸다면, 조금씩 조금씩 개발을 한 것 같아요. 제가 독서치료하면서 다른 방법들을 보게 되었잖아요. 그런 방법들을 써보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례 3> 항상 그 시 내용을 생각할 때 적용이 잘 되고요 내용을 잊고 그 시를 잊어버리고 있으면 또 많이 잊어버리게 돼요. 얼만큼 생각하고 그걸 적용하려고 하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중략>...집단에서 느꼈던 점을 변화로 이끌기 위해 남편하고는 대화를 많이 했고 저를 생각하는 글을 많이 썼어요. <사례 4> 독서치료를 접하고 많이 회복을 하고 나의 단점을 발견한 게 아니라 저의 나쁜 모습이 아닌 좋은 모습 저의 강점을 발견하고 찾아내고 발견하려고 노력했어요. <사례 12>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한 후 저항과 탐색의 단계를 지나 문제를 인정하게 되고 그 후 변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배우고 통찰하게 된 것을 현실에 적용하려 노력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여섯단계가 지나고 나면 참여자들은 집단독서치료참여전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된다. 이 때 각 참여자들은 집단독서치료의과정 속에서 매체, 집단원, 매체를 통한 집단원과의 상호작용, 치료자, 집단분위기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독서치료 참여자의 변화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집단독서치료를 시작하면서 매체 및 집단원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억압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 후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을 경험한다. 이에 대해,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은 지속적인 자기보기, 격려하고 위로하기, 용기내기, 감정표출을 망설이기, 감정표출하기, 원가족관계 재정립하기, 변화를 위한 공부하기, 적용하려 노력하기, 기도하기와 같은 작용/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의 경험은, 책과 독자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독자가 정서적·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 독서치료(김정근, 송영임 2003)라는 견해를 지지하는 결과이다. 그리고 독서치료가 심리적 위기감 극복을 도울 수 있는 효과적인 자원이 될 수 있으며(이기숙, 2004), 참여자들이 치유서를 읽으면서 마음의 상처와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치유하고 행동을 수정해 나간다는 연구결과(김길자, 2008: 김수경, 2006: 박재식, 2009: 이연옥, 2009: 이희자, 2006)와 같다. 또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변화되었으며(정춘순, 2009),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서 새로운 조망을 하게 되었다는 연구결과(김경선, 성승연 2012)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집단독서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효용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매체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였다. 이것은 책을 통해 참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김은엽, 2005),책 속의 등장인물이 지닌 문제와 참여자가 지닌 문제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여(이연옥, 2009),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는 것이다(김길자, 2008: 김수경, 2006: 박재식, 2009: 이희자, 2006).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매체를 통해 자신의 고통의 이유에 대해 통찰하게 되었고, 이러한 인지적 통찰은 자기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에 기여하며 나아가 정서적 통찰을 가져오게 하였다. 이것은 책을 읽는 사람이 한 편의 문학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문제를 보았을 때 느끼는 자기 인지 쇼크가 개인적인 적응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 Shrodes(1950: 김수경, 2006: 정춘순, 2009 재인용)의 연구결과와 같다. 특히,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매체에 의해 자신의 상처와 문제를 안전하게 인식하고 드러낼 수 있음을 진술하였다. 이는 책 속 등장인물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는 것은 내담자 자신의 내면적인 정서나 사고, 성격, 태도의 투영이기 때문에 다른 심리치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항을 받지 않는다(김현희, 2004)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통찰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은 본 연구의 중심현상으로 근거이론으로 접근한 다른 연구(김길자, 2008: 박재식, 2009)의 중심현상인 ‘건강한 자아상을 추구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부정적 정서를 지닌 대상자를 선발해서 집단독서치료를 실시한 후, 도출한 현상으로 본 연구와 중심현상이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즉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특정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임상적 목적이 아닌, 발달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그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몰랐던 자신의 모습이나 상처를 발견하고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기존의 집단독서치료의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들(김경선, 성승연, 2012: 김수경, 2006, 2010: 이연옥, 2009: 이희자, 2006: 정춘순, 2009)은, 참여자들의 경험의 과정을 탐색하기보다, 성과에 더욱 연구의 관심이 있었으므로, 통찰로 인한 혼란스럽고 두려운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통찰로 인한 혼란스럽고 두려운 현상을 해결하고 변화하고 싶은 갈망과 의지를 바탕으로 매체 및 집단원과의 상호작용, 치료자의 도움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해결해 나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매체의 인물과 동일시되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을 하였다. 이것은 동일시의 과정을 통해 보편성을 경험하는 것으로 참여자들의 동일시 경험이 치료적인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Rubin, 1978: 김수경, 2006: 정춘순, 2009). 또한, 매체를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매체를 통해 문제해결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이는 독서치료는 책읽기에서 치유가 시작되고, 책 자체가 ‘침묵의 치료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김수경, 2006), 책 속의 인물을 통해서 동일시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통찰을 하며, 모델링이 가능한 것이다(김길자, 2008: 김수경, 2010: 박재식, 2009: 이연옥, 2009). 그리고 매체의 화자와 동일시되면서 인정하기 싫었던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인정하며(이성옥, 2006), 매체를 읽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동을 수정해 나가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희자, 2006). 이러한 매체에 대한 경험은 집단독서치료 후에도 자연스럽게 자기조력 독서치료로 이어졌다(정춘순, 2009).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의 변화과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상에 대응해 나가는 작용/상호작용의 연속적인 연결로써 인식단계, 저항단계, 탐색단계, 인정단계, 방안모색단계, 적용단계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밝혀진 집단독서치료의 과정은 일반집단상담의 집단 발달단계(Corey & Corey, 2006)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일반집단상담의 초기단계는 본 연구의 인식단계와 일반집단상담의 과도기단계는 본 연구의 저항단계와, 일반집단상담의 작업단계는 본 연구의 탐색단계, 인정단계, 방안모색단계가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반집단상담의 종결단계는 본 연구의 적용단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집단독서치료의 경험을 통해 4단계의 과정으로 규명한 연구(김길자, 2008: 박재식, 2009)와 본 연구의 치료과정을 비교해 보면 본 연구에서 나타난 문제의 원인을 찾는 탐색단계와, 문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인정단계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삶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집단독서치료에 참여했으나, 김길자(2008), 박재식(2009)의 연구대상자는 ‘부정적 정서’라는 문제를 사전에 알고 참여했기 때문에 문 제의 원인을 깊이 탐색하거나 문제를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ynes와 Hynes-Berry(1994)와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 과정을 비교해 보면, 인식(recognition)단계는 본 연구의 인식단계와 저항단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매체나 집단원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한 후, 바로 매체 속인물이나 상황과 동일시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혼란스럽고 두려워서 개방을 망설이며 저항을 하다가 감정표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Hynes와 Hynes-Berry(1994)와 본 연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통찰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무석(2006)이 말한 지적 통찰과 정서적 통찰의 분류로 살펴보면 본 연구의 인식단계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는 지적통찰이 일어나고 저항단계에서는 문제인식으로 인해 생성되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감정을 표출하는 정서적 통찰이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Hynes와 Hynes-Berry(1994)는 이러한 지적 통찰과 정서적 통찰의 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인식단계로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Hynes와 Hynes-Berry(1994)의 고찰(examination)단계는 본 연구의 탐색단계와 같은 것으로 참여자가 저항단계에서 경험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탐색해 보는 시간이다. 병렬(juxtaposition)단계는 본 연구의 인정단계와 같은 단계라 할 수 있다. 즉, 인식단계와 저항단계에서 가졌던 반응이 탐색단계를 거쳐 수정되고 변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Hynes와 Hynes-Berry(1994)의 자기적용(application to self)단계는 본 연구의 적용단계와 같은 단계이다. 본 연구는 적용단계 이전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모색단계를 설정했으나 Hynes와 Hynes-Berry(1994)는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단계 없이 바로 적용단계로 나아간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실생활에 적용하기 전에, 변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Hynes와 Hynes-Berry(1994)와 본 연구의 집단독서치료의 과정은 ‘인식-인식·저항, 고찰-탐색, 병치-인정, 적용-방안모색·적용’단계로 그 진행과정은 차이가 없으나 본 연구가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밝혀진 집단독서치료의 과정의 각 단계에서 참여자와 치료자, 집단원, 매체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독서치료의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들은 집단독서치료는 집단상담과 마찬가지로 치료자와 참여자, 참여자와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상담과 유사한 치료적 효과를 경험하며(김경선, 성승연, 2012: 김수경, 2006, 2010), 자료와 참여자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였다(김길자, 2008). 개인 상담과정 또한 상담자와 내담자가 반응하는 언어적 상호작용이 상담과정 중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 가에 따라 상담의 효율성이 달라지며(유성경, 1988), 상담자 요인이 상담과정과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안주현, 2005: 이수림, 2008: 조병주, 2010)것처럼, 본 연구의 과정에서도 치료자의 전문성과 역할이 집단독서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인상담과 일반집단상담의 치료과정은 집단독서치료의 치료과정과 부분적으로 같은 맥락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집단독서치료에서는 치료자, 집단원 외에 매체가 함께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의 경험을 근거이론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함으로써 집단독서치료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본 연구에서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의 변화경험과 과정을 통합적으로 탐색하여 독서치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특히, 가장 유능한 독서치료 전문가로 선정된 치료자에게 집단독서치료를 받은 성인 14인의 참여자에게 심층면담을 실시하여 얻은 결과로써, 보다 신뢰롭고 ‘생생한’ 경험자료 탐색을 통해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집단독서치료에 대한 국내의 연구가 주로 실증적인 연구에 기반을 둔 효과검증 연구가 주종을 이루는 상황에서 본 연구가 탈실증적인 철학에 기반을 두고 참여자의 체험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시도를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 및 논의를 토대로, 상담적 개입방법과 관련하여 집단독서치료 참여자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도록돕는 데 필요한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참여전 매체 읽기는 문제를 발견하고 집단원과 상호작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므로 치료자들은 참여자들이 집단에 참여하기 전에 매체를 읽고 각자의 반응을 가지고 집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매체는 참여자들의 표출과 개방을 돕기도 하지만 매체에 기대어 자신을 안전하게 숨기는 일도 동시에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치료자는 참여자들이 매체를 이용하여 숨거나 저항을 하는지를 파악하여 적절한 개입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매체는 참여 후에도 통찰의 연속을 돕기 때문에 자기조력 독서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넷째, 참여자들은 집단원의 정서적지지, 치료자의 전문적 역할, 수용적인 집단분위기, 개인의 변화의지 등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치료자는 참여자가 변화의 의지를 갖도록 지지함과 동시에 다른 중재적 조건의 영향을 고려하여 집단을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참여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질적으로 다른 여섯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치료자는 참여자들이 각 단계를 효율적으로 거쳐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각 단계에 맞는 개입과 격려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본 연구의 제한점과 함께 후속연구에 대해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가장 유능한 전문가로 선정된 2인의 치료자에게 추천받은 대상자 중 연락이 가능하고 연구 참여의사가 있는 14인의 대상자에 한정된 것으로 연구결과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지역, 성별, 학력, 사회경제적 지위, 문제의 특성 등의 다양한 대상자에 따라 참여과정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탐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는 연구 참여 시점부터 2년 미만의 기간 동안에 집단독서치료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회고적 자료를 사용하였다. 회고적 자료는 지나간 여러 과정에 대한 면담 참여자의 의미 있는 경험을 좀 더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누락된 내용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점이 있다. 그러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집단독서치료 실제 장면에 대한 관찰이나 집단원의 입장에서 본 자료들도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본 연구는 독서치료 전문가 추천에 의한 참여자 14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집단독서치료 경험의 공통된 특성의 추출에 연구의 무게가 더 실렸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인 개별성에 대한 탐색이 요구된다. 후속연구에서는 각 개인의 차이 및 개인적 삶의 경험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 참여자들의 개인적 삶의 경험이 집단독서치료 경험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집단독서치료의 실체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