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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상황과 맥락 A Contextual Understanding about the Irregular Position School Librarian Problem in Korea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이 연구는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에 대해 구조적인 관점으로 살펴보고 정리하였다. 비정규적 인력이 확대된 배경과 계기를 살펴보고 비정규직 인력의 직무상 주요 문제점들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표면과 이면의 내용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탐구하여 문제의 성격과 내적 갈등 양상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제안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 점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요청되는 기본적인 자세를 제안하였다.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investigate the problem of irregular position school librarians in Korea. The backgrounds and momenta of the problem are searched and the major sufferings of irregular position librarians are presented. To identify characteristics and substantial complications of the problem, it's surface and reverse structure are discussed. Through the discussion, solutions for the problem are scrutinized and reflective attitude which the librarian should keep in their mind are proposed.

KEYWORD
학교도서관 , 비정규직 사서 , 사서교사 , 학교도서관진흥법 , 학교도서관제도 , 학교도서관정책
  •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003년부터 시행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은 우리 학교도서관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문이 잠겨 있거나 독서실로 이용되던 학교도서관이 번듯한 독서 환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변모하였다.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 최초 시작 시점과 1단계, 2단계 사업 종료 시점의 학교도서관 설치율, 장서 규모, 전담 인력 배치율 등 학교도서관운영의 핵심 지표가 크게 증가한 것만 보아도 그 변화의 정도를 실감할 수 있다.1)

    [<표 1>] 학교도서관 주요 지표 변화, 200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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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도서관 주요 지표 변화, 2003~2012

    뿐만 아니라 학교도서관에 대한 학교 안팎의 이해와 인식도 크게 제고되었다. 학교도서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이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학교경영자나 학부모들은 학교도서관의 존재와 이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으며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하는 독서교육과 도서관 활용 교육도 점점 활성화 되고 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정도로 학교도서관이 크게 발전하였다.

    이처럼 중앙 정부가 주도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학교도서관 발전에 많은 성과를 가져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를 노출하기도 하였다. 이 한계와 문제는 사업의 성과를 저해하기도 하였고, 이후 학교도서관 발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도 하는것이다. 그 중 가장크고 심각한 문제는인력과 관련된 것이다. 학교도서관전담 인력으로 비정규직 인력이 많이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2003년 이후 정규 사서교사와 사서직의 증가는 미미한 반면 비정규직 사서의 증가는 무척 크다. 학교도서관에 배치된 인력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신분으로 존재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학교도서관이 만난 큰 과제이며 난관임에 틀림없다.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새로운도약을 꾀하는 학교도서관의 앞날에 낀 먹구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학교도서관의 비정규직 인력 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았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가 어떤 구조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해소 방안과 대책을 탐색하였다. 비정규직 인력의 현실과 사회적 배경, 그리고 문제의 성격과 구조를 학교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제반 상황 속에서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를 완화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것의 내용은 어떠한지 탐구하였다. 이를 통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객관화하여 도서관 발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위하여 학교도서관 분야를 비롯하여 도서관계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논의한 연구들을 검토하고 활용하였다. 그리고 도서관 분야 이외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생산된 자료와 연구도 적절하게 활용하여 이해를 심화하려고 하였다.

       2. 선행연구

    대체로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등의 분야에서 기업이나 공공영역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으며 그접근방법이나 논점도 무척다양하다. 그에 비해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연구는 그다지 많지않다. 특히 사서직 취업실태, 사서 직무 만족도, 사서 인력양성, 도서관 운영자의 역할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부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거나 언급한 연구2)를 제외하면 그 수는 더 제한된다.

    현재와 비교하면 도서관 비정규직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도 않은 시기에 비정규직 문제를 주목한 김수형의 연구3)는 풍부한 자료를 기반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대책을 촉구한 초기 연구로 평가할 수있다. 모든 종류의 도서관에서 증가하기 시작하는 비정규직 사서 문제의 성격과 현실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였다. 김수형의 연구가 발표된 몇 년 후 김지홍에 의해 그와 유사한 성격의 연구가 이루어졌다.4) 이 연구는 비정규직 사서 취업현황을 중심으로 그 태동 배경과 문제점을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탐구하였다. 이 두 연구 모두 전문 연구자가 아닌 현장 사서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사안을 잘 부각시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 후 이런 문제를 다룬 연구가 나타나지 않다가 최근에야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유사한 성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5) 이 논문은 도서관 인력의 비정규직화가 심화된 현 시점에서 여러 종류의 도서관에 배치되어 있는 비정규직 사서의 전반적인 현황과 직무 환경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소개하였다.

    이 연구는 넓게 보면 도서관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연구의 맥락에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학교도서관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의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 중 대부분은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초기에 생산되었다.

    그 중에서도 김보영의 글은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를 무척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6). 본격 학술 논문의 형식을 취하진 않았지만 현장 사서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비정규직 문제와 정부의 시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현장과 정부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생산된 다른 연구는 모두 석사학위논문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연구 방법이나 접근 방법이 유사하다. 김상미는 서울·경기지역 정규직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를 대상으로 직무만족도에서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조사하였다.7) 이를 통해 정규직 사서교사가 비정규직 사서에 비해 직무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를 증명하였다. 박상은은 경기지역 초등학교사서를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하였다.8) 이 조사를 통해 사서들의 직무스트레스가 어떤 요인에 의해 형성되며,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박정숙은 비정규직 사서들을 대상으로 학교도서관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였다.9)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하면서 인터뷰를 병행하여 학교도서관 제반 영역에 대한 비정규직 사서들의 인식을 탐색하였고, 개인적 배경에 따른 차이도 분석하였다. 이들 연구는 설문조사 방법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한 연구들이 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비정규직의 직무 상황과 학교도서관 현실을 이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만하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심층적인 실상을 포괄적으로 탐구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탐구한 연구의 사례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다. 양재한은 경상남도 지역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를 대상으로 고용안정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였다.10) 학교 비정규직 사서의 고용 실태와 근로 여건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갈등 구조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근로관계의 쟁점을 논의하고 법률적 근거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양재한의 연구는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사안 중 한 가지를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며 이 연구의 선행연구로 서 맥락적 연관성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선행연구는 대체로 비정규직 사서의 직무 문제와 고용 조건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면 이 연구는좀 더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다루었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형성 배경으로부터 그 성격과 구조를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체제가 초래한 표면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면적 구조와 양상을 탐구하였다. 요컨대 학교 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들이 경험하는 미시적인 문제의 종합화, 일반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인력 체제의 문제 자체를 학교도서관 안팎의 역학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구조적인 접근을 지향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접근은 기존에 미시적인 접근을 통해 확보한 성과와 함께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통합적인 지식과 이해를 구성하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Ⅱ.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형성

       1. 학교 비정규직 인력 증가 배경

    비정규직 근로자는 경제개발 시대 초기인 1960년대에도 존재하였고, 1980년대 초반에는 노동자의 25%가 비정규직이었지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인한 구제금융 체제 이후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11) 또한 산업 전반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하기 시작한 흐름은 1990년대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함께 고용 유연화의 전략에 따라 시작되어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후기산업사회 고용관계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12) 1990년부터 2006년까지의 산업인력 변화 추이를 보면 상용직의 비율은 감소하고 임시직의 비율은 증가하였다.13) 이런 증가 과정에서 특히 사무직, 전문직분야에서 그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흐름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인력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귀결되었다.14)

    도서관 분야도 이런 흐름을 비껴가지는 못하였다. 특히 1989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기업체 및 연구소 산하 전문도서관과 사립대학도서관을 중심으로 여성인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시작하고, 사서 업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비정규직 고용이 점차증가하면서 노동유연화라는 외부적인 악재와 겹쳐 사서직의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었다.15) 비슷한 시기에 공공도서관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무원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 등으로 사서직을 증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공공도서관이 연이어 설립되면서 비정규직 인력 채용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학교도서관의 비정규직 인력 증가 과정도 사회 전반, 그리고 도서관계의 비정규직 증가 현상과 그 궤를 같이 하였다. 다만 학교와 교육 영역의 경우는 그 계기와 배경이 다소 다른 면이 있다. 학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새로운 교육 정책이나 사업에 따라 비정규직 증가의 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은 중·고등학교에 육성회의 이름으로 육성회직을 채용한 것이 시초이며, 과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제정된 ‘발명진흥법’에 따라 배치된 과학실험 보조, 학교급식제도 도입에 따라 배치된 조리종사원, IMF 외환위기에 ‘고학력 미취업자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교육정보화 지 원인력으로 배치된 전산보조, 2000년대에 ‘교원안전망 구축 및 교원업무 경감 대책’에 따라 배치 된 행정보조와 교무보조 등의 인력이 배치되면서 증가하게 되었다.16) 이처럼 중앙 정부의 정책에 따른 인력 배치 이외에도 각 시·도교육청이나 개별 학교에서 필요에 따라 체육코치, 조리보조원, 청소원, 행정보조원 등을 채용하면서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학교 비정규직(학교 회계직)은 2012년 현재 152,609명으로 기간제 교원, 강사직종, 간접고용(파견, 용역) 노동자등을 제외한 전체 교직원의 25%를 차지하게 되었고, 그 중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의 3%를 차지한다.17)

       2.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 형성 배경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배치의 일차적인 계기는 다른 공공 영역이나 산업 영역과 마찬가지로 IMF 경제위기를 들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학교도서관 운영을 위해 개별 학교 차원에서 비정규직 인력을 고용하기도 하였으나 일정한 흐름을 타고 배치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 이후라고보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예로 경기도 지역에서시민단체의 의해 시작된 공공근로 사업의 하나인 ‘경기도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들 수 있다.18) 이 시점에 경기도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등에서도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전개하였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비정규직 인력이 학교도서관에 배치되었다. 2003년 이전에 배치된 비정규직 인력의 대부분은 이런 시대적 배경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가장 큰 계기는 2003년부터 시작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라는 데 이견을 붙이기는 어렵다. 이 시기부터 규모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인력이 증가한 사실을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다.19) 그런데 1단계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진행되는 시기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비정규직 증가폭은 그 이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비정규직 인력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2009년이다. 학교도서관 환경 개선사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던 시기보다 사업이 종료된 시점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명확하게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몇 가지 배경을 추론해 볼 수는 있다.

    [<표 2>]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 추이(단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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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 추이(단위: 명)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1단계 기간에 많은 학교도서관이 현대화하고 활성화하면서 전담 운영 인력이 요구되는 것은 기본적인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인력 확보의 요구와 방향이 정규 사서교사체제 안에서 거론되었고또 그렇게 시행되었다. 말하자면 정규 사서교사 체제에서 인력의 증원을 모색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규 사서교사가 연평균 100명 이상 임용된 시기에 비정규직 사서의 증가율은 둔화되었다. 그러나 2009년에는 정규 사서교사 임용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반면에 비정규직 사서의 수는 대폭 늘어났다.

    다른 한 가지 중요한 계기는 학교도서관진흥법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2008년에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어 공포되었다. 그런데 이 법안 제정 이전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인력 제도 조항에서 사서교사(실기교사) 보임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제도적으로 사서교사(실기교사)뿐만 아니라 사서도 학교도서관의 전문 전담인력으로 배치할 수있도록된 것이다. 물론 이 법 조항에서 이야기하는 사서가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 조항에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으로 ‘사서’가 포함되면서 비정규직 사서의 채용 가능성이 인식적인 면이나 실제적인 면에서 크게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이치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학교도서관진흥법이 비정규직증가의 명분으로 오용된 면이 있고 비정규직 사서 증가의 한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그림 1>과 같이 국가의 위기, 정부의 정책과 사업, 관련 제도의 문제, 현장의 실제적 필요, 정부의 무능하고 소극적인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 비정규직 인력이 배치되고 증가하게 되는 주요한 계기와 배경에 IMF 경제위기로 인한 공공근로사업, 중앙 정부의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학교도서관 진흥법의 인력 조항 문제, 단위 학교의 도서관 전담 인력 필요, 정부의 소극적인 정규 사서교사 배치 노력 등의 조건이 심층적으로 결합되어 탄생하고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 형성의 배경과 계기가 반영하는 복합성, 심층성은 학교도서관 문제의 성격과 구조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3.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의 성격과 근로실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혼란스럽다. 우선 명칭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지역이나 신분, 그리고 자격에 따라 사서, 사서실무원(사), 사서보조 등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4년 교육부의 ‘학교 회계직원 계약관리기준지침’이 적용된 이후부터 공식적으로는 ‘학교회계직원’이라는 신분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인력의 운영 예산이 학교회계라는 항목에 편성되기 때문에 유래한 것이다. 또한 계약 조건이나 기간에 따라 무기계약직, 기간제 등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사서’로 통칭되기도 한다.

    그리고 2011년 현재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현황을 기초로 했을 때 전체 인원의 절대 다수인 97.3%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35.5세이고, 평균 근속연수는 3.4년이고, 전체의 73.6%는 대학 졸업자이고, 전체의 58.9%는 기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20)

    이와 같은 평균적인 모습은 <표 3>의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들의 평균적인 근로 실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21) 평균 근속 기간은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광주와 경기도처럼 학교도 서관에 비정규 인력 배치의 역사가 오래 된 지역이 비교적 근속 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난다. 주당 평균 근로 시간, 근로 기준일수, 평균 연봉 등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많다. 이는 지역 교육청의 예산 계획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비정규직 사서들의 처우와 근로 조건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학교회계직 전체와 주요 직종 평균에 비교해 보면 사서직은 상대적으로 젊고 근속 기간을 더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학교도서관에 비정규직 인력이 배치되기 시작한 시점이 다른 직종에 비해 늦었기 때문이다. 근로 기준일수와 평균 연봉은 전체 회계직과 주요 직종과 비교해 볼 때 유사하거나 다소 높다. 사서직의 배치 시기는 늦었지만 학교도서관 업무가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일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표 3>] 비정규직 사서 근로 실태(2013. 4. 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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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사서 근로 실태(2013. 4. 1. 기준)

    Ⅲ.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성격과 구조

       1. 표면적 문제의 내용과 양상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논의되는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크게 비정규직 인력에게 직접 관계되는 것과 도서관 운영 및 발전에 관련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는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인력의 신분 문제, 처우문제 등을 들 수 있는데 당사자들에게 가장 우선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후자에는 도서관 운영의 제약과 사저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고착 문제 등이 해당되는데 학교도서관의 발전과 도서관 문화 전반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가. 신분과 처우 문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의 신분과 처우는 문제의 초창기에 비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인력이 단기 계약제로 고용되어 극심한 신분적 불안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2006년에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에 따라 많은 수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전히 기간제 신분으로 있거나,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제외된 규모도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22)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신분의 안정성이 높아진 경우가 전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 4>] 비정규직 사서 무기계약 전환 현황(2013. 4. 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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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사서 무기계약 전환 현황(2013. 4. 1. 기준)

    그리고 처우와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임금과 수당의 문제이다. 임금의 경우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근속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전혀 늘어나지 않거나 조금 늘어날 뿐이라는 것이다.23) 그리고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 비정규직에게는 거의 지급되지 않는 것도 처우 문제의 한 가지 원인이 된다. 근속 기간에 따라 각종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점에서 보면 이런 문제에 대한 비정규직 인력들의 문제제기와 요구가 사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의 단일 연봉제를 호봉제로 전환하고 정규직과 동일한 수당체계에 따라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해결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24)

    나. 학교도서관 운영과 발전 문제

    학교도서관 운영과 관련하여 표면화되는 대표적인 문제는 운영 업무의 권한에 대한 제약이다. 비정규직 인력이라는 신분적 한계와 관련된 것으로 공문에 대한 결재권이나 기안권, 그리고 교육활동에 대한 권한 등에서 많은 제약을받는다. 실질적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실무를 모두 담당하고 책임지지만 공식적인 문서나 기록에는 담당교사나 관리자의 명의로 처리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도서관 운영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교육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며 직무스트레스로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도서관 운영의 성과나 효과에 한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실증 연구에서 충분히 확인되었다. 비정규직 사서들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 조사에서 ‘일에 대한 책임이 큰 것에 비해서 권한은 갖지 못한다’가 가장 높게 나타난 연구25), 비정규직 사서가 인식한 도서관 담당교사와의 갈등관계 요인 중 ‘실질적 업무는 사서가 했지만 성과는 담당교사에게 주어지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로 나타난 연구26) 등은 이런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물론 개별 학교의 상황이나 개인의 성향 등에 따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규 인력이 가지는 권한과 자율성 등에 비하면 크게 제약을 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학교도서관 운영과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도서관 발전 측면에서 볼 때 비정규직 사서 체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낸다. 우선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그 자체로서 사서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의 천박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체제의 지속은 사서직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담 인력을 확보해서 운영하게 되면서 사서직 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하게 되어 이러한인식 문제는더욱 더심화될 수있다.27) 이런 문제는동시에 도서관의기능과 역할에 대한 이해와 인식도 왜곡시킬 수 있다. 도서관 업무라는 것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든지, 전문적인 교육이나 훈련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든지 하는 인식의 퇴행 현상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사서직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저해하는 배경이 될 수 있으며 문헌정보학에 대한 부정적 이해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28) 가뜩이나 우리 사회의 도서관과 사서직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고 왜곡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학교도서관의 발전뿐만 아니라 도서관 문화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서관계 전반의 문제이며 문헌 정보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문제의 이면적 갈등 구조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적으로 심화되는 문제의 구조를 가지고있다. 이러한 이면적 문제는 표면의 문제를 강화하는 잠재적 조건이 될수도 있고, 때로는 그 자체로 표면화되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정규직 인력의 배치가 확대되면서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 간에 형성되는 갈등 구도, 사서교사 보임이라는 학교도서관 제도의 원칙과 비정규직 사서 배치라는 엄연한 현실의 상치, 도서관 문제의 측면의 접근과 노동운동의 전략으로 접근하는 방법의 차이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립되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가.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

    비정규직 사서의 배치가 증가하면서 학교도서관 인력 체제는 이원화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서교사와비정규직사서의 이중 체제가 성립되었고 그에 따른 각각의 진영이 구축된형국이다.29)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력 체제의 난맥상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한 문제는 표면화되기도 하지만, 이면에 잠재하고 감춰진 상태로 심화되고 증폭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더욱 더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해결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기본적으로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계, 학교도서관계, 문헌정보학계에서는 학교도서관 인력 문제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배경도 이런 지점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정규직 사서교사의 입장에서는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보임 원칙이 고수되지 못하는 현실이 무척 당황스럽고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비정규직 인력이 자신들 보다 훨씬 큰 규모로 증가한 상황은 어떤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충분하다.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 이전에 갖게 되는 집단의 심리적 방어기제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비정규직 사서들이 도서관 운영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서교사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교사에게 주어져 있는 수업권과 관련하여 사서교사들은 비정규직 사서들이 도서관의 다양한 교육적 활동과 수업 연계 활동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사서 배치가 확대되면서 사서교사들의 학교 이동에 제약이 생기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갈등의 양상은 구체적이며 실제적으로 변모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드러내는 사례의 하나가 학교도서관저널을 매개로 전개되었던 비정규직 사서와 사서교사간의 논쟁이다.

    학교도서관저널 2012년 9월호는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었다.30) 여러편의 글에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의 현실과 문제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소개되었는데 그 가운데 경기도 비정규직 사서 노조가 제안한 단체교섭안이 포함되었다. 이 단체교섭안에는 직무 안정화와 권한 확대, 그리고 도서관 운영 개선을 위한 조치 등과 관련된 13개항의 요구사항이 포함되었다.31)

    그 후 2012년 10월호 학교도서관저널에 이 단체교섭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서교사의 글이 게재되었다.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사서교사와 사서의 자격에 대한 법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협안의 내용을 강하게 비판하였다.32) 이 비판글에 대해 비정규직 사서노조 측에서는 성명서로 대응하였다. 2012년 9월 27일에 개최된 학교도서관 진흥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와 학교도서관저널에 게재된 사서교사들의 글에 대해 강하게 성토하였다. 공청회 진행 과정에서 비정규직 사서들이 배제되고 홀대받았으며, 사서교사들의 글을 게재한 학교도서관저널이 편향되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담았다.33)

    이 논쟁 과정을 통해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들 간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의 소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포함하여 감정적인 문제까지 결부되어 대결적 구도를 강화하는 면이있다. 이들의 주장 중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딱히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제단하기 어려운 입장 차이와상황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갈등 구조에는 실제 문제의 성격과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근거 없는 경계심이나 피해의식 등이 덧입혀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의 복합적 구조는 더 강하게 고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제도적 원칙과 현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의 다른 이면적 갈등은 제도적 원칙과 현실의 갈등이다.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제도에는 수십년 간 사서교사 보임 원칙이 유지되어 왔다. 그 원칙이 충분히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명맥이 유지되어 왔으며 그 원칙 자체에 대한 문제나 이론은 없었다. 도서관 관련법이나 교육 관련법을 통해 인증되었으며, 도서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문헌정보학 교육제도를 통해서도 지지되고 유지되었다. 그런데 비정규직 사서들이 늘어나고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이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제도의 원칙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개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있을 때 수정하고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퇴행적으로 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학교도서관 제도의 원칙으로서 사서교사 보임 원칙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것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 제도의 원칙과 정 반대되는 상황으로 존재한다. 이미 현장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인력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도서관 운영의 효과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은 인력체제가 들어선 것이다.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의 절대다수를 비정규직 사서가 담당하고 있으며 사서교사는 그에 비하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직 사서가학교도서관 담당 인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력체제의 현실은 이미 부정할수 없다. 이 현실을 부정하려면 5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생존권을 박탈해야 하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은 문을 닫거나 불완전한 운영 형태로 회귀할 것이다. 제도의 원칙에는 동떨어진 현실이지만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학교도서관의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제도적 원칙의 문제이면서 우리 학교도서관이 처한 현실 문제이다. 포기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원칙과 현실 두 측면이 서로 갈등하고 경계하는 형국이다. 이 문제는 이런 구도 속에서 현명한 대안과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건강한 제도의 원칙을 살리면서 현실을 반영하는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 도서관 문제와 노동운동의 접근법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규모가 확대되고 그 문제가 고착화 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단체교섭안의 사례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인데, 열악하고 보편화되는 비정규직 인력의 신분과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현재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들이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세 갈래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등이다. 비정규직 사서들은 이 조직에서 지역이나 직종에 따라 지부, 지회, 분과 등의 형태로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노조에 소속되어 있는 규모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2012년에 전국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들을 대상으로 조직된 ‘전국학교도서관사서연합회’의 회원이 당시 830여명에 지나지 않은 것을 보면 노조나 비정규직 사서 조직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인원 비중은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34)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들이 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의 기본 권한이며 법으로 보장된 방법에 의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방법을 통해 문제에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면도 있다. 비정규직 사서들이 개인이나 자체적인 조직을 통해서 정부와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노조의 이름으로 정부와 만나고 대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조를 통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를 접근하다 보면 부딪힐 수 있는 한계도 있다. 학교도서관 문제의 접근 원리와 방법이 노조의 전략이나 방법과 상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노조의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사서의 기본적인 권한이나 역할을 최대한 확대하려고 하며 그에 따라 구체적인 단체교섭안이 제안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의 운영 원리나 학교의 교육체제 등에서 볼 때 적합하지 않거나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도서관 운영의 원리나 제도적 테두리를 무시하고 노조의 지침이나 전략에 따라 문제에 접근하다 보면 도서관보다 노동권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학교도서관 문제는 도서관과 교육의 원리 안에서 논의하고 해결점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문헌정보학계와 도서관계의 통합된 노력과 협력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교도서관 제도의 근간인 학교도서관진흥법 문제라든지, 학교도서관 관련 정책이나 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기본 원리와 전략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근거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노동운동 차원에서 다루어지면 전문적인 원리나 전략보다는 노조의 전략이 우선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논의와 협력을 모으고 통합된 입장을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며 도서관계와 노동계의 이견으로 대립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도서관 문제이면서 동시에 노조의 운동 과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전략과 방법의 차이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사서 노조에서 도서관 문제에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고, 도서관계, 문헌정보학계와 연대한다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노조 활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성과가 있는 반면에 잃을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여러 가지 갈등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일의 문제와 신분의 문제가 대립하는 구도도 목격된다. 사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에 관계없이 도서관 운영을 완성도 높게 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적 제약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사서로서의 역할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의 갈등 구도 속에서 비정규직 사서는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의 일상은 이렇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대립과 갈등속에 있으며 이런 배경 때문에 그 문제의 성격은 더욱 더 중층화되고 고질화되는 것이다.

       3. 문제의 사회적 맥락과 중층 구조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직접적으로 표출되고 목격되는 수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와 동일한 맥락에서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노동, 인권, 복지 등 여러 분야의 문제와 인과관계를 맺으며 심화되고 증폭된다. 그리고 때로는 문제가 새롭게 변형되고 진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단순히 사서 개인이나 도서관/학계 차원의 문제로 제한하지 말고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하는 과제라고 보아야 한다.

    우선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청년취업 문제와 관계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에게 비정규직 사서의 일자리는 매력적인 취업 시장이 되지 못한다. 취업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저하시키게 되고 직업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무너뜨리게 된다. 취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신분의 불안정과 처우의 부실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차별과 인간적인 상처로 인해 이직하거나 직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직업인으로 생활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기를 지나가야 하는 청년들에게 고용 불안정이라는 문제는 삶의 토대를 한꺼번에 흔드는 문제가 될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청년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여 취업 안정성을 저해하는 사회적 문제의 맥락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청년 고용 불안정 문제는 다른 이차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취업을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해야 하고, 직장 이동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결혼이 늦어지게 된다. 그리고 취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 여건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결혼이 힘들어진다. 요컨대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으로 결혼을 위한 비용과 결혼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만혼 현상이 증가하는 것이다. 만혼 현상은 자연스럽게 저출산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 세계 최저 수준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35) 물론 결혼과 출산 문제는 취업과 직장 문제뿐만 아니라 보육과 교육 등의 문제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지만 결혼적령기의 경제적인 불안정이 일차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와의 연관성은 무척 높다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 문제와도 연결된다. 불안정 취업과 저임금으로 상징되는 비정규직의 증가는 경기 활성화를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36) 1년차를 기준으로 비정규직 사서의 임금은 정규직의 60~70%수준인데, 현재의 임금체제에서는 근속 기간이 늘어날수록 그 격차는 더 커져 10년차에 이르게 되면 정규직의 50%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다.37) 비정규직의 규모가 증가할 수록 사회적인 구매력이 저하되고, 그에 따라 내수부진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체제가 고착되는 것이다.38)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이런 문제는 사회 양극화 문제와도 연결된다. 비정규직 인력 체제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강화하고 계층간 이동을 어렵게 하여 사회 구조를경직되게한다. 이런 측면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의 ‘시한폭탄’ 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39)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학교도서관의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양극화 문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노동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사서가 요구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임금과 수당뿐만 아니라 휴가를 비롯하여 학교 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 등에서 많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런 문제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기본권에 대한 부정이며 억압이다. 그러므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인간의 기본 권리인 노동인권 문제를 내포하는 것이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문화와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의 차별적 구조와 직업적 소외 현상을 반영하고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전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의 대부분은 여성 인력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체제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직업적 차별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며 여성 노동의 사회적 폄훼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비정규직 개인 차원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도서관 운영의 문제, 그리고도서관계와 문헌정보학계의 문제에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핵심적인 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사회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맥락에 깊고 넓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림2>와 같이 무척 중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정규직 사서 문제는 사회의 제반 모순과 부조리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들을 재생산하는 구조의 구성요소로 존재한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를 학교도서관의 문제나 도서관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 되며 더 크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Ⅳ.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와 자세

       1. 문제 해결 과제와 전략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그 문제의 내용이나 구조가 단순하지가 않으며 사회적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결을위한 노력을 포기하고만있을 수는 없는일이다.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이미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을 탐구하는 것보다는 그것들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 고용 안정화

    비정규직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신분 안정과 처우개선을 통해 고용을 안정화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정부와 국회, 그리고 노조와 지역교육행정 당국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일정하게 성과도 가시화 되는 면이 있다.

    고용 안정화와 관련하여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은 크게세 가지 정도이다. 개별학교 단위의 고용에서 교육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 단일 연봉제 체제를 호봉제를 전환하는 것, 공무원과 동일한 수당체계를 적용하는 것 등이다. 직접고용 문제는 이미 법률적인 정당성과 근거가 마련되었고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조례 제정을 통해 전환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40) 하지만 호봉제 도입과 정규직 수당체계 적용 등은 아직 전향적인 변화의 조짐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통해 명절휴가보전금, 장기근무가 산금, 맞춤형복지포인트, 처우개선수당(교통보조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특수직무수당 등의 지급이 확대되거나 논의되고 있어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41)

    학교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한 핵심적인 노력의 하나는 법 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의 노력이다. 2012년 유기홍 의원에 의해 발의된 ‘교육공무직법’은 학교 비정규직의 신분과 처우 개선에 대한 통합적인 개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제정이 된다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에도 많은 성과가 따를 것이다. 안인자는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고용 안정화 관련 주요 문제의 내용과 해결방안을 <표 5>에 제시된 것과 같이 정리하였다.42)

    [<표 5>] 비정규직 사서 고용 안정 문제의 주요 내용과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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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사서 고용 안정 문제의 주요 내용과 해결 방안

    나. 인력 체제 일원화

    일차적으로 고용 안정화가 이루어지더라도 핵심적인 문제는 잔존하게 된다. 학교도서관 운영 인력의 이원화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의 운영 성과를 일정한 수준으로 제고하고 학교도서관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 체제의 일원화를 확립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서교사 보임체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임이 분명하다. 제도와 법규의 문제와 관련되는 것이며 비정규직 인력 내부에서는 개인에 따라 자격이나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력 체제를 일원화 하는 방향으로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규직 사서교사 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비정규직 인력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비정규직 인력을 대상으로 하여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정규 사서교사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 비정규직 인력의 이동 가능성과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 등 어려운 난제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비정규직 사서 노조에서는 비정규직 사서가 배치되어 있는 학교에 사서교사를 배치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인력 배치의 중복을 피해야 하는 난제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 경로를 통해 인력 체제 일원화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 가장 온당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방법과 과정을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정상적인 제도와 법규정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영양사의 영양교사 전환이나, 상담교사의 배치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예외적인 정책 조치를 통해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특별법을 통해 적합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일정한 교육과정과 유예기간을 주어 자격을 취득하게 하여 전환 배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입법부와 정부를 설득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예산 확보, 제도의 변경, 타 직종과의 균형 문제 등 때문에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문제, 현 전공분야 재학생들의 진로 기회 축소 문제 등도 원만하게 선결해야 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직원을 교사로 전환해야 하는 이중의 신분 전환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사서교사와 사서를 자격과 신분에 따라 직무 구분하고, 사서교사를 우선 배치한 후 사서를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43) 이론적으로는 타당하고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제안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볼 때 단일 학교도서관에 전담 인력을 2인 이상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인의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학교도서관의 현실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실현될 수 없는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인의 전담인력이배치된다고 해도 업무 분장이나 직무 분담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원리상으로는 교수 활동을 기준으로 사서교사와 사서의 직무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리 학교도서관의 운영 상황이나 교육체제를 고려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학교도서관의 운영과 관련하여 사서의 직무에서 교육적 활동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가 있다. 전통적으로 도서관 이용지도나 독서지도 등은 교수활동이라기보다는 사서의 기본적인 업무로 자리 잡아 왔다는 점에서 교사의 권한으로 고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구체적인 방법이나 범위를 설정하지 않는 한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무와 권한이라는 요소보다는 나이, 경력 등의 요소가 위계질서를 정하는데 크게 작용하는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에서 여러가지 잡음과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인력의 복수 배치는 당장은 실현성이 낮은 해결책이다.

    현실적으로 인력 체제의 일원화를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나 방법들이 모두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인력 체제 일원화의 과제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학교도서관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학교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체제의 확립을 위해서 인력 체제의 개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필요한 인내와 협력, 그리고 지혜와 용기를 확보하는 일이다.

       2.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

    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운명공동체 의식

    학교도서관인력 문제에서 사서교사와사서들은함께 가야한다. 이두 집단은 경쟁하고 갈등할 관계가 아니고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학교도서관 문제의 성격과 구조를 생각하면 서로 갈등하고 적대시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학교도서관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진흥법의 인력배치 조항과 관련하여 도서관계와 문헌정보학계에서 사서교사(실기교사) 보임 원칙에 대해 일사분란에게 합의된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정부는 결국 제도를 후퇴시키는 법을 만들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도서관 문제 앞에서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는 운명공동체이이다.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들은 학교도서관 인력 체제의 왜곡 현실에서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이 초래되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피해가 서로 쌍방에 의해 초래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재의 상황은 여러 가지 복합적이며 사회적인 배경에 의해 초래되었고, 그 상황 속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개인의 경험과 일상에 매몰되면서 자신의 어려움에 주목하고 집중하면서 그 원인을 감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근거 없는 피해의식에 빠질 수 있고 죄 없는 가해자를 만들 수 있다.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를 힘들게 하는 것은 서로가 아니라 여러 사회적인 여건이며 우리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굳이 따지자면 모두 왜곡된 현실의 피해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는 모두 수혜자라고 할 수도 있다. 사서교사는 사서교사대로, 비정규직 사서는 그들대로 직업을 가지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기를 실현하게 된 현실은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물론 개인의 노력과 인내를 통해 현재의 자리에 있겠지만 그 이전에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사회적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학교도서관은 2000년대 이전에만 해도 그야말로 음침한 공간이었다. 명목으로만 존재하는 죽은 기관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 학교도서관이 살아나고 짧은 기간에 탈바꿈되었다. 개인과 전문 단체, 그리고 여러 학자들과 정부의 노력과 투자가 없었다면 현재의 학교도서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도서관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들, 학부모들의 노력과 열정도 많이 투여되었다. 그렇게 학교도서관이 깨어나고 자란 것이다. 이런 과정과 배경을 생각하면 사서교사든 비정규직 사서든 모두 혜택을입은 사람이라고 할수 있다. 사회와 역사의수혜를 입은 것이기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사서교사와 비정규직 사서들은 모두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수혜자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와 수혜의 원천이 우리 내부의 어느 집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학교도서관 발전을 위해 개인의 경험과 인식의 한계를 탈피하여 큰 틀에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현명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

    이런 자세를 기반으로 현장의 운영 문제를 개선하고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성과를 확대하는 일에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여야 한다. 정규 사서교사이든 비정규직 사서이든 지상의 과제와 사명은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통한 교육적 성과 제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열과 갈등보다는 협력과 연대의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좋은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도서관의 교육적효용과 가치를 폭넓게 증명하게 되면 인력 문제 해결의 조건도 우호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학교도서관 인력 문제를 진영논리에서 접근하지 말고 큰 틀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곧 정규직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두 집단은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 주체적 의지와 능동적 자세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략으로 늘 제안되듯이 비정규직 사서들은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 앞에서 단합하고 연대하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5천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인력들이 한 목소리로 움직인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제안으로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요청되지만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못하는 듯하다.44) 오히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지역이나 전국 단위의 조직 활동에서 기대만큼 참여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다른 맥락에서 비정규직 사서들의 수동성과 소극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사서들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종종 문헌정보학계 교수들의 도움과 지원을 요청한다. 교수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비판하면서 참여를 촉구하는 것이다.45) 교수들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경우에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46) 앞에서 검토하였듯이 이 문제는 도서관 문제이면서 문헌정보학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당위와는 별개로 교수들의 소극성을 질타하고 참여를 촉구하는 사서들의 태도는 다분히 의존적이며 비주체적인 인식을 노출하는 면이 있다.

    이 문제에서는 일차적인 당사자들이 먼저 단합하고 적극적으로 문제에 부딪히면서 해결 노력을 하는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마땅하다. 문제가 다른 집단의 노력과 능력으로 해결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사실 그들 나름의 역할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에 대비하고 개입하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도서관 운영의 방법과 전략을개선하고 정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며 교육을 통해 역량 있는 사서를 양성하는 것이 교수들이 현장 문제에 대비하고 개입하는 일차적인 방법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직접 나서서 요구하고 행동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교수들이 문제에 참여하는 일차적인 전략이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교수들에게 요청하고 비판하려면 그 기본적인 역할과 사명에 관한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령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를 연구하여 그 실상을 충분히 부각시키지 못했다든지, 교육 과정에서 현장 문제에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자세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진취적인 사서를 양성하지 못했다든지 하는 문제를 들어 비판하는 것이의미있고 타당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교수들의 소극적 행동에 대해 비난하기 이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합하고 연대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들에게는 교육과 연구의 영역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Ⅴ. 결 론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는 교육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독서문화의 진흥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가운데 형성된 문제이다. 직접적으로는 IMF 경제위기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과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라는 계기에 의해 시작되고 확대되었다. 요컨대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형성 배경과 계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환경적인 상황과 정책 추진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개인이나 단위 학교차원의 문제로 귀착되어서는 안 되며 정부 주도의 해결 방안이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사서 개인의 문제이면서 단위 학교도서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도서관계 전반의 문제로서 도서관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전공 학문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되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문제는 다른 사회적인 문제를 반영하고 있고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한다. 그러므로 이문제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구조적이며 심층적인 관점을 통해 시도하여야 한다. 문제의 다양한 측면과 국면들을 검토하고 그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비정규직 사서 문제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야한다. 그 문제의 실제를 다각도로 관찰하고 부각하여야 한다. 그로 인한 도서관 운영의 문제를 추적하고 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결 방안을 탐색하여 제안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정부나 입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인력 문제개선의 정당성과 논리적 정합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정부의 학교도서관 정책이 건강하게 수립되어 시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장의 사서교사와 사서들은 이 문제가 초래하는 개인적 경험과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인적인 일상의 문제들을 통해 이 문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성격과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하여야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틀을 넘어서는 이해와 인식을 가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조직과 단체를 통해 문제해결을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자세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제의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의 중심이되지 못하면 문제 해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제가 개선되더라도 당당한 주체로 자리를 잡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도서관 관련 단체, 비정규직 사서 단체 등을 비롯하여 지역단위의 조직이나 모임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사서교사와 사서들이 진영논리에 따라 상대방을 대결구도로 인식해서는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중지란으로 문제를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필요하다면 양보와 포용을 통해 문제의 해결 방안을 공유하면서 힘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는 도서관 전문 단체와 사서직 단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도서관협회와 한국사서협회 등의 전문 단체에서 이 문제의 성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더욱더 적극적이며 전략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는 학교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서직 전체의 문제이며 도서관계 전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전문 단체의 지혜롭고 용기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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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학교도서관 주요 지표 변화, 2003~2012
    학교도서관 주요 지표 변화, 2003~2012
  • [ <표 2> ]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 추이(단위: 명)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 추이(단위: 명)
  • [ <그림 1> ]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의 형성 배경과 계기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문제의 형성 배경과 계기
  • [ <표 3> ]  비정규직 사서 근로 실태(2013. 4. 1. 기준)
    비정규직 사서 근로 실태(2013. 4. 1. 기준)
  • [ <표 4> ]  비정규직 사서 무기계약 전환 현황(2013. 4. 1. 기준)
    비정규직 사서 무기계약 전환 현황(2013. 4. 1. 기준)
  • [ <그림 2> ]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중층 구조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인력 문제의 중층 구조
  • [ <표 5> ]  비정규직 사서 고용 안정 문제의 주요 내용과 해결 방안
    비정규직 사서 고용 안정 문제의 주요 내용과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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