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lluminate the location of fashion in contemporary society and to suggest a direction for fashion criticism in aestheticûcultural perspective. For this, literature researches about some of art criticism and fashion criticism theories and cultural studies related to fashion are performed. In this study, fashion criticism is defined as a linguistic analysis and interpretation about a variety of discursive networks around fashion as well as an aesthetic analysis of it. Considering this definition, an analytical framework for the contemporary fashion criticism combines Feldman’s and Carney’s models with Crane & Bovone’s and Entwistle’s sociological studies for aesthetic and cultural perspectives. At first, its aesthetic perspective shows ‘Description’-‘Descriptive formative features’, ‘Analysis’-‘Locate the style’ and ‘Aesthetic value’, ‘Interpretation’- ‘Interpretation of the fashion object’ and ‘Socio-cultural interpretation’, ‘Judgment’-‘Critical judgment’. Then, its cultural perspective especially emphasizes ‘Socio-cultural interpretation’ of the 6 steps above. Socio-cultural interpretation gets tangled with the network of various cultural agents within the fashion system, producers/designers, retailers/suppliers, media/editors, consumers/spectators, and so on. In the course of the fashion system 5 analytical methods about the fashion object can be suggested and they are as follows: Analyses of texts, discourses and symbols of a fashion object, Analyses of fashion systems which produces symbolic values, Analyses of the communication of symbolic values and the disseminating processes through the media, Analyses of the attribution of symbolic values to a fashion object by consumers, and Cross-national studies of symbolic values expressed in a fashion object.
19세기 후반 모더니티와 함께 패션이 출현하면서 패션과 예술의 상호 교류는 점차 빈번해졌다. 그리고 20세기 초 이래 패션과 예술은 이제 순수 미술과 현대 미술, 오트 쿠튀르, 프레타 포르테, 대중 패션 간의 다양한 인접과 중복을 통해 많은 유사성과 함께 상호 교류의 영역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예술과 패션이 유사한 언어를 공유하게 됨에 따라 고급문화로서의 예술의 전통적 역할은 붕괴되고 대중문화에서 그 의미를 순환하는 반면에, 상품으로서의 패션은 이제 박물관과 갤러리라는 맥락에 위치함으로써 예술 작업으로 그 가치가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패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현대 패션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야기시킨다.
한편, 패션은 지금까지 여러 방식으로 예술의 ‘타자’로 구성되어 왔으며 예술로서의 패션은 최근까지도 미학적 철학자들에게 다소 불편한 대상이 되어 왔다. 이것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미학에서 기인하는데, 그는 예술의 형식을 외부의 어떠한 기능으로부터도 ‘무관심한 숙고’의 형태로 바라봄으로써 순수예술과 공예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칸트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패션은 몸의 감각적 쾌뿐 아니라 외부의 실용적 기능과의 결합으로 순수예술보다는 공예에 보다 부합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패션과 예술이라는 두 가지 실천들 사이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 차이는 예술의 영속성과 패션의 일시성으로 나타난 ‘시간성’이라는 내재된 가치뿐 아니라, 상이한 다양한 사회적 양상들과도 연결된다.
이에 반해, 앤 홀랜더(Ann Hollander)를 비롯한 많은 패션 이론가들은 미학의 철학적 개념과 예술사의 방법론을 패션 연구에 적용해, 예술로서의 패션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패션을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칸트의 정신과 몸의 분리를 영속화시킬 뿐 아니라 패션과 몸의 밀접한 관계 역시 간과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로부터 패션연구에서 패션을 ‘위치 지어진 몸의 실천(situated bodily practice)’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야가 등장하였다(Entwistle, 2000/2013). 예술과 일상의 담론으로부터의 분리는 필수적인 반면, 패션과 일상생활의 연결 그리고 패션과 몸의 관계는 우리의 경험에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을 형성한다. 또한 예술로서의 패션에 대한 옹호자들은 패션의 미적 요소가 그 자체의 자율적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패션의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논외로 두고 있다. 그러므로 패션은 몸과 상업적 세계와의 불가분의 관계로 인해, 단지 조형적·미적 분석만으로는 적절하게 파악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패션을 단순히 예술로 정의하는 것 보다는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미학의 개념화와 다양한 문화적 작인(agencies)을 통한 예술의 합법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패션과 예술은 모두 개별적인 역사적 실체로서 사회적 구성에서 나온 담론의 산물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예술 대상이나 패션 아이템에 초점을 맞추어 패션이 예술인가를 논하기 보다는 그 각각이 속한 체계와 담론을 연구함으로써 이들 간의 관계를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로부터 현대 사회에서 예술과 상업 등 모두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의미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현대패션의 위치는 예술적·문화적 차원에서 새롭게 재고찰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패션비평은 현대 문화에서 패션의 영역의 확대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예술비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거나 단순히 예술비평을 패션에 적용하는 방향으로만 전개되어 왔다. 이에 대해 Kim(1998)은 패션비평은 예술계의 지성적 논의를 흉내내기 위한 모조-지성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패션을 현대의 미학적 탐구의 핵심적 영역으로서 공유된 지식의 비평적 기반 위에 위치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패션비평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패션비평은 기존의 예술비평론을 패션에 적용했던 방식에서 나아가, 예술과 패션의 체계의 차이를 감안하여 사회적 담론과 문화적 측면에서의 패션에 대한 이해와 패션과 몸의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패션비평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패션비평을 패션대상(작품 및 현상)에 대한 미학적 분석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적 네트워크에 대한 언어적 분석과 해석으로 정의함으로써 패션의 예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패션 연구는 주로 3가지 학문영역에서 진행되어 왔다. 첫째는 미술사 영역, 즉 미학과 형식적 특징들에 따른 것, 둘째는 사회학, 그 중에서도 특히 문화연구로 분류되는 영역, 셋째는 인류학, 즉 민속지학(ethnography)과 계급, 성별, 인종과 민족성의 표지로서의 복식 연구가 그것이다. 미술사 및 미학적 영역에서는 Hollander(1993), Sproles(1985), Wilson(1987) 외 다수의 연구자들이 패션의 미학적 측면을 연구하였고, 패션과 예술의 관계 그리고 예술로서의 패션을 다룬 연구로는 Miller(2007), Geczy and Karaminas(2012), Saisselin(1959), Troy(2012), Zelenko(1981) 등 역시 다수의 연구가 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는 Benjamin(1936), Simmel(1904), Veblen(1912)과 같은 고전적인 사회학 이론가들이 패션에 대한 중요한 이론들을 발전시켰으며, Crane and Bovone(2006), Crane(2012), Entwistle(2000/2013; 2002; 2006), Lee(2004), Taylor(2005), Wilson(1985) 등은 패션에 사회학적 혹은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들 중 대체로 패션의 사회학적 연구는 첫번째 영역인 미적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그리고 예술비평에 있어서는 Barrett(2000/2004), Carney(1994), Feldman(1967), Sibley(1959)의 연구 등 다수의 예술비평이론들이 제시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패션 혹은 복식비평이론은 Kim(1998), Lee(2006), Miller(2007)의 연구 등 상대적으로 협소한 실정이다. 더구나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패션 비평이론을 예술비평의 연장선상에서 고려하고 있어, 패션 그 자체의 담론의 체계를 고려할 수 있는 이론적·방법론적 접근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현대사회에서의 패션의 위치를 미학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예술비평이론과 문화사회학적 이론을 토대로 현대사회에 부합하는 예술적·문화적 측면의 패션비평을 위한 방향은 제안하는 데에 있다. 본 연구에서는 패션을 예술로서 파악함과 동시에 이들 간의 근본적인 체계의 차이를 살펴보고, 이로부터 기존의 예술비평을 적용한 패션비평이론에 사회학적 접근의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목적에 따른 현대패션비평을 위한 분석적 틀의 마련과 이의 적용을 위한 일종의 사전연구로, 주로 예술비평과 패션비평, 그리고 패션의 문화사회학적 접근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기존의 패션비평이론들을 재고해 봄으로써 현대패션비평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고의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론적 기반으로 패션을 미학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으로 다룬 패션관련 저서 및 논문을 통해 문헌연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패션과 예술과 패션의 관계, 그리고 문화적 대상으로서의 패션과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놓인 패션에 관해 살펴봄으로써, 예술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에서 현대 패션의 위치를 조망한다.
둘째, 본 연구를 위한 현대패션비평의 개념을 정의한다. 다음으로 Feldman(1967)과 Carney(1994)를 중심으로 한 예술 비평 모델과 이를 패션에 적용해 패션 비평 모델을 제시한 Kim(1998)과 Lee(2006) 등의 선행연구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패션연구에 적용된 문화 사회학적 이론의 몇 가지 측면들 중, 특히 Crane and Bovone(2006)과 Entwistle(2000/2013; 2006)의 이론을 고찰한다.
셋째, 현대 패션의 위치의 예술적·문화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기존에 제시된 패션비평모델을 주로 패션의 사회적 담론의 측면과 패션과 몸의 관계를 조명하는 차원에서 재고해 봄으로써 현대패션비평의 방향을 제안한다.
패션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임과 동시에 창조성과 기술력을 요하는 하나의 입체적 조형작업이라는 점에서 예술과도 그 호흡을 같이한다. 그러나 패션은 그 용어 자체에 무수한 변화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상품과 예술적 차원을 확장해 이를 문화적 차원으로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본 장에서는 현대패션비평을 논하기에 앞서, 이와 관련하여 현대 사회에서의 패션의 위치를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역사상, 본격적으로 예술로서의 패션디자인이 나타난 것은 오트 쿠튀르의 창시자이며 인상주의 시대에 프랑스 패션을 이끌어갔던 19C 후반의 챨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ric Worth)에 의해 전개되었다. 그는 패션이란 여성을 아름답게 보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이러한 미를 창조하는 작업이 예술이며 이를 수행하는 사람을 곧 예술가라고 보았다. 그는 패션에 창조의 개념을 불어넣고 쿠튀리에(couturier)를 예술가로 승격시키고자 하였으며 사람들에게 단순한 질 이상의 독자적 자아를 부여했다(Geczy & Karaminas, 2012). 워스와 함께 시작된 오트 쿠튀르는 예술과 패션의 결합을 시도한 주요 장소였으며, 예술가로서의 패션디자이너는 이후에도 폴 포와레(Paul Poiret)나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를 거쳐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간의 구분이 느슨해지면서 예술과 패션의 교류는 팝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obal Balenciaga), 크리스티앙 디올(Christian Dior), 마담 그레(Madame Grès), 챨스 제임스(Charles James),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등의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패션의 미적 측면들이 인식되었다. 특히 생 로랑은 종종 예술가로 비유되었는데, 그의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작품을 응용한 드레스는 예술과 패션의 관계에 있어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몬드리안 룩(Mondrian look)’으로 유명해졌고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는 1965년에 이를 ‘미래의 복식(the dress of tomorrow)’으로 규정하였다(Geczy & Karaminas, 2012). 1980년대의 일본 아방가르드 패션 혁명은 몸과 의복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태도뿐 아니라, 예술로서의 패션을 새롭게 강조했다(Steele, 2012).
1980년대부터 예술과 패션의 상호 교류는 유래 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박물관의 패션 전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예술과 패션의 경계선을 흐리는 데에 기여했는데, 패션디자이너 회고전에서부터 박물관 쇼, 매장 디스플레이, 종종 퍼포먼스로 비유되는 런웨이 쇼(runway show) 등은 1990년대에 정점에 달했다. 이 시점에 패션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쟁은 198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이브 생 로랑의 25주기 회고전이 열리면서 고조되었으며, 이후 점차 다른 박물관들에서도 패션을 예술적 측면에서 다루는 전시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레미 사살린(Remy G. Saisselin)은 패션과 시와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패션을 예술이라고 주장했고, 예술비평가 로베르타 스미스(Roberta Smith)는 오늘날 예술계는 팝 예술가들이 대중문화에 사로잡혔던 것처럼 패션에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지적했으며, 메트로폴리탄 의상박물관 큐레이터였던 리챠드 마틴(Richard Martin)은 예술과 패션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으며, 패션은 예술과 신체와 성의 이슈에 가장 적절한 분야라고 지적하였다(Kim, 1998). 이제 패션과 예술은 패션디자이너들과 타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빈번한 협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한계와 맥락을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1980년대 이래, 예술과 패션의 담론은 비록 그것이 때때로 마케팅 전략으로 기능했다 할지라도 극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패션은 피상적, 일시적, 물질적인 것으로 일축되는 경향을 보여왔던 반면에, 예술은 중요한 형태이며 영원히 아름답고 근본적으로 정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따라서 패션에 내재된 미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패션은 일반적으로 상품으로 간주되어 온 반면, 예술은 보다 높은 미적 영역과 조합되었다. 많은 비평가들은 계속해서 “예술은 예술이고 패션은 산업이다”라고 주장한다. 일례로 마이클 부드로(Michael Boodro)는 1990년 자신의 글에서 “예술은 고귀한 영감으로 활활 타오르는 개인의 창조인 반면, 패션 혹은 의류산업에는 전혀 그와 같은 환상이 없다”(Boodro's study as cited in Steele, 2012)고 썼으며, 로버트 래드포드(Robert Radford)는 수세기 동안, 패션은 “예술의 ‘타자’로 재현되어왔다”(Radford's study as cited in Steele, 2012)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패션은 최근까지도 미학적 철학자들로부터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Miller(2007)는 그 이유가 역사적으로 미적판단은 어떠한 외부의 기능에도 기여하지 않는 예술형식들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점에서 온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주로 칸트의 미학에 대한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칸트의 미학은 공예와는 구분되는 순수예술에만 배타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는 형을 그 자체를 위해서만 인식되는 ‘무관심한 숙고(disinterested contemplation)’의 영역으로 정의하였으며(Negrin, 2012), 취향의 판단에 있어 ‘목적 없는 합목적성(purposiveness without purpose)’을 가질 때에 만이 순수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Miller, 2007).
여기에서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은, 왜 패션이 예술과 미학의 영역으로부터 배제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칸트가 정의한 대로, 미적 판단은 형에 대한 무관심한 숙고와 관련되는데, 이것은 외부의 욕망이나 감각적 쾌락 혹은 도덕성 등의 명령으로부터 순수한 것이다. 감각적 쾌는 육체적 욕구의 만족감과 관련되는 반면, 미적 평가는 물리적·감각적 쾌락보다 우위에서 보다 거리를 둔 쾌의 형식과 관련된다. 또한 칸트에 따르면 미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은 시각과 청각이었는데, 왜냐하면 이들은 일정 거리를 둔 대상의 특징을 지각하는 것과 관련되어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촉각, 미각, 후각은 인지된 대상과 직접적으로 가까이 있는 몸을 통해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보다 주관적인 것으로, 물리적 욕구의 만족감에서 독립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Negrin, 2012). 따라서 칸트에게 있어 미적 판단을 위한 훈련은 몸으로부터의 초월을 의미했음이 분명해지며, 이것은 철학에서 패션을 간과한 이유의 일부를 설명해준다. 즉, 패션은 몸과 불가피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 주관적 흥미와 욕망의 영역을 초월하려는 철학의 목표와는 곧바로 대치되었던 것이다.
패션의 외부 기능과의 불가분한 조합은 그것이 미적 고려로 부터 배제된 또 다른 이유를 구성했다. 이것은 특히 순수예술을 공예와 구별하기 위해 칸트의 미학 개념을 사용한 콜링우드(R. G. Collingwood)의 사고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예술가는 구속 없이 자신의 창의적 상상력을 훈련하는 반면에, 장인은 외부에 미리 주어진 목적으로부터 구속 받는다. 그러나 예술 작품의 주된 목적은 특별히 외부에서 결정된 기능에 부합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의 능력으로 미적경험을 유발하는 것으로, 칸트처럼 어떠한 다른 욕망이나 관심에도 부합되지 않은 반응의 한 형식으로 개념화된다. 따라서 콜링우드가 미적 경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한 예들은 회화, 조각, 시, 음악으로 여기에 패션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는 패션이 외부의 실용적 기능과 결합된다는 점 때문에 예술이라기보다는 공예로 간주되어 미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Collingwood’s study as cited in Negrin, 2012).
칸트의 전통에서 철학자들과 비평가들은 패션을 예술의 영역에서 배제시켰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많은 패션 이론가들은 예술로서의 패션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였다. 즉, 예술사가 홀랜더는 “옷의 기본은 시각적인 효과이며 이 외의 다른 측면들은 필수적이라기 보다는 조건적”(Hollander’s study as cited in Kim, 1998)이라고 주장했다.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윌슨(Elizabeth Wilson)은 패션을 “이미지를 창조하는 시각 예술의 한 형태”(Wilson’s study as cited in Kim, 1998)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조지 스프롤즈(George Sproles)는 “일반적으로 미학은 예술에 대한 연구이며 패션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패션을 분석할 때 미학적인 접근은 종종 간과되고 있으나, 패션은 미적 산물이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과실이며 모든 패션이론은 미적인 구성요소들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Sproles’ study as cited in Kim, 1998)고 역설했다. 이들 중 특히 홀랜더는 미학의 철학적 개념과 예술사의 방법론을 패션연구에 적용하였다. 그에 따르면, 패션은 회화나 조각만큼이나 시각예술의 한 형식으로 패션의 발전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기능적 명령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주로 미적 고려로 결정된다. 따라서 그는 패션의 변화를 주로 미적 실험과 혁신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패션을 시각적 형태 자체로 분석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또 다른 이론가로 Miller(2007)는 앞선 칸트의 미적 판단에 관한 정의와 관련하여 패션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즉, 칸트가 미적 경험의 필수 조건으로 채택한 ‘무관심성’의 차원에서 패션의 기능적 측면과 장식의 욕망은 단순한 소유욕이 아닌 인간의 행복에 필수적인 보다 복잡한 욕망을 드러내며, ‘목적 없는 합목적성’의 측면에서도 기능적 차원보다는 미적 관조의 아름다운 대상으로서 패션의 현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현대패션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예술로서의 패션과 예술과 패션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예술과 패션을 둘러싼 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2.2. 예술적·문화적대상으로서의 패션: 예술과 상업의 경계
20세기 초 이래 패션이 예술과 유사한 언어를 공유하는 맥락에서, 고급문화로서의 예술의 전통적 역할이 붕괴되고 예술은 소비, 대중문화, 일상에 대한 일련의 의미들 내에서 순환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패션은 박물관과 갤러리라는 공간의 맥락내에 위치함으로써 대중 시장에서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는데, 이러한 새로운 가치 체계로 인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는 흐트러진다. 이와 같이 패션과 예술이 상호 교류의 영역을 보이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며, 패션과 예술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패션과 예술 각각의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Geczy and Karaminas(2012)에 따르면, 예술과 패션 모두 담론, 체계, 연구의 영역으로 개별적인 역사적 실체이며, 계급, 자본, 소통에 대한 사회적 구성의 산물이다. 패션은 예술의 컨셉이나 예술에서 온 관용구나 표현들을 끌어와서 예술과 고급문화에 부여된 존경과 사회적 명성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이것은 다만 패션의 속성의 일부일 뿐이다. 예술에 있어서는 일상의 담론으로부터의 분리가 필수적인 반면, 패션의 일상생활과의 연결은 필수불가결하다. 또한 시간성과의 관계에서도 예술은 영속성을 가지는 반면, 패션은 일시성을 보유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예술과 패션의 담론적 체계에 대한 문제 외에도, 예술로서의 패션에 대한 주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앞서 논의한 홀랜더는 패션을 시각예술로 간주함으로써, 정신과 몸의 분리를 영속화시킬 뿐 아니라 패션과 몸의 밀접한 관계 역시 간과한다. 이러한 예술로서의 패션에 대한 분석에는 단지 보이는 시각적 대상과 이미지만 있을 뿐, 촉각적이고 체현된 형태로서의 복식 경험을 간과함으로써 패션의 본질적 특성들 중의 하나인 패션과 몸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칸트의 촉각보다 시각을 우위에 두는 예술의 ‘무관심한 숙고’의 방식으로는 이와 같은 패션에 대한 경험을 판단할 수 없다(Geczy & Karaminas, 2012). 또한 예술로서의 패션의 옹호자들은 패션의 미적 요소가 그 자체의 자율적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패션의 외부적인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논외로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Troy(2012)는 패션디자이너가 예술가라는 주장이 결코 상업적 관심과 영향에 대한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상업적 관심을 증진시키는데, 왜냐하면 패션의 예술적 지위로의 승격은 경제적 가치 역시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패션의 금전적 가치는 다시 상품의 지위를 없애는 정도에 비례한다.
패션과 예술의 이러한 위치는 의복의 대량생산이 강력해진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되었으며, 포스트 모던 시대에 패션과 예술의 상호교류와 함께 패션은 점차 예술의 위계적 지위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패션은 연간 두번의 새로운 컬렉션을 제시해야 하는 시장의 요구와 더불어 창조성과 혁신성이라는 두 가지 압박을 동시에 맞이하게 되었다. 다양한 매체들이 급속도로 트랜드를 확산시키고 대중시장의 패션이 끊임없이 표절되고 응용됨에 따라, 패션의 상업화에 대한 반응으로 디자이너들은 패션시스템 내에서 차별화를 재구축해 새로운 가치 시스템을 형성하고자 하며, 이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새로운 차원의 문화적 행사, 즉 패션디자이너 혹은 패션브랜드의 박물관이나 갤러리 전시로 나타난다(Taylor, 2005). 이 점에서 포스트 모던 문화에서 패션의 끊임없이 변화·발전하는 위치는 비단 예술로뿐 아니라, 주기적 산업으로서 상업적 영역에서 소통되며 동시에 문화적 대상으로서의 그 중요성 역시 재평가해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놓인 패션을 예술계 외부에서 혹은 이를 포함한 하나의 전체로서 총체적으로 다룸으로써 그것을 다양한 형식의 사회적 관계를 창조하는 담론으로 인식하는 것과 관련된다.
Crane(2012)에 따르면, 패션디자인과 순수예술간의 관계는 사회학적 측면에서 논의가 가능하다. 패션디자인과 순수예술은 모두 다양한 종류의 시장에서 각각의 제도들을 통해 발생한다. 벡커(Becker)는 예술을 “예술 세계로 언급된 집합적 행동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하나의 문화 형식(Becker’s study as cited in Crane, 2012)”으로 정의한다. 즉, 예술은 특수한 예술계의 참가자들이 예술로 고려한 것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패션은 빈번히 변화하며 급속도로 널리 유포되는 문화적 형식들의 총칭이다. 따라서 벡커가 개념화한 예술처럼 패션은 집합적 행위로 패션시스템 내의 조직, 제도, 개인은 특별한 형식의 문화를 창조하고 합법화하고 유포하기 위해 상호작용한다. 다시 말해, 패션은 패션 산업 내에서 상호 관련된 사람들이 만드는 거대한 결정사슬의 산물이다. 여기에는 디자이너, 재단사, 제작자 등 패션디자인의 창조와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이들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사진작가, 언론인, 패션 편집자, 모델, 광고업자, 유통업자, 점주, 바이어, 판매업자, 큐레이터 등과 같은 문화적 중재자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패션디자인은 그 집합적 관계의 시스템이 미적 경제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순수 예술과 다르다. 미적 경제에서 경제적 계산과 미적 이슈들은 모두 문화적 생산의 중요한 측면이며, 경제적 계산은 문화적 지식, 자본, 취향, 그리고 사회적·문화적·제도적 관계와도 관련된다. 반면에 순수예술에서 경제적 고려는 대체로 사소한 것이 되며, 설령 있다 할 지라도, 그것은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순수 예술과 패션디자인 모두 협업적 관계의 시스템에서 창조되지만, 패션시스템은 그 상업성과 유용성의 측면에 있어서 예술계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예술과 동맥을 이루는 패션쇼나 박물관 전시를 통해 나타난 쿠튀르나 럭셔리 패션 디자이너들의 아방가르드 스타일 역시, 사실상 그것의 지위와 상업적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예술 작품은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알고 인식하는 집합적 신념에 의해서만이 그렇게 존재하는 대상이다.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예술은 개인의 역할에 의존한 순수하고 무관심한 창조적 행위가 아니며 그것은 사회적으로 제도화된다 그것은 작품의 상징적 생산, 즉 작품의 가치의 생산이나 가치에 대한 신념에 관한 것”(Bourdieu’s study as cited in Steele, 2012)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부르디외의 언급을 토대로 보았을 때, 패션은 예술로서의 합법화 과정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Steele(2012)에 따르면, 패션이 예술이 되기 위해 작품의 직접적인 생산자뿐 아니라, 그 작품의 의미와 가치의 생산자인 비평가, 큐레이터, 편집자 등과 같은 문화적 중개자들의 역할이 중시된다. 다시 말해, 만일 패션이 예술로 간주되려면 그것은 다양한 패션의 중개자들, 즉 특수하게 문화자본을 축적하려고 노력하는 문화적 창업자들의 노력에 달려있으며, 이와 같은 문화적 제도 안에서 예술과 패션의 개념 또한 중재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패션은 예술의 개념이 칸트 식의 형에 대한 ‘무관심한 숙고’라는 좁은 개념을 확장해 일상의 미적 경험과 결합된 쾌를 포괄한다면 예술에 적절하게 포함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패션의 미적 측면 또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패션은 회화나 조각과는 달리 시간성, 유용성, 시각뿐 아니라 촉각적인 몸의 체현, 사회문화적 측면과 경제적 가치 등과 같은 패션 고유의 체계 역시 보유하고 있으므로 단지 조형적·미적 분석만을 통해 적절하게 파악될 수 없다. 따라서 패션은 단순히 예술의 하위체계로 다루어지기보다는 문화적 대상으로서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패션 그 자체의 지위를 확립하고 향상시키는 상징자본의 형식으로 접근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현대패션의 위치를 예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 모두에서 조망하고자 한다.
본 장에서는 먼저 본 연구에서의 현대패션비평의 개념을 정립한 후, 예술비평이론과 패션비평이론에 관한 선행연구와 패션비평에 적용 가능한 문화·사회학적 이론의 몇몇 측면들을 살펴봄으로써 본 연구의 분석적 틀을 위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고자 한다.
패션비평의 개념을 고려함에 앞서, 이에 관한 선행연구에서는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이 예술 비평의 개념을 살펴본다. 미술교육자 에드문드 펠드먼(Edmund Feldman)은 예술비평을 “예술에 관해 지적으로 논하기”(Feldman’s study as cited in Kim, 1998)로 정의했고, 해리 브로디(Harry Broudy)는 “계몽된 마음”(Broudy’s study as cited in Kim, 1998)으로 규정하였으며, 사진비평가 에이 디 콜만(A.D. Coleman)은 “글로 사진 이미지와 만나는 것”(Coleman’s study as cited in Kim, 1998)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미술 교육자 데이비드 홀트(David K. Holt)는 “예술 비평은 한 예술품의 뛰어남이나 실패한 시도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는 당대나 이전 시기의 예술에 대해 언급한 개별적인 저술가들의 비평적 문헌에서 시작한다”(Holt’s study as cited in Kim, 1998)고 하였으며, 또 다른 미술 교육자 톰앤더슨(Tom Anderson)은 예술비평을 “작품에 대한 언어적 분석 또는 해석을 초래하는 특정 예술 작품과의 직접적이며 사적인 조우”(Anderson’s study as cited in Kim, 1998)로 보았다. 예술비평가 테리 바렛(Terry Barrett)은 예술에 대한 ‘열린 개념’으로 유명한 미학자 모리스 웨이츠(Morris Weitz)를 인용하면서, 예술비평은 “예술작품에 관한 연구된 담론의 한 형태로서 예술의 이해를 돕고 풍부하게 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라 하였다(Barrett, 2000/2004).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예술비평의 개념들에 있어 바렛의 정의에 초점을 두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정의는 예술비평의 개념에 문화적 의미를 암시하고 있어, 본 고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예술적·문화적 차원의 패션에 대한 연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예술비평을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적 분석과 해석을 통해 담론을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1980년대 이후 패션과 예술에 대한 논의와 패션비평에 관한 몇몇 연구들(Kim, 1998; Lee, 2004; Lee, 2006; Miller, 2007; Zelenko, 1981)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Kim(1998)은 패션비평을 “패션에 관한 지적인 담론으로서 패션 오브제 또는 사건들과 같은 패션 현상들에 대한 언어적 분석 또는 해석”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패션비평은 예술계의 지성적 논의를 흉내 내기 위한 모조-지성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패션을 현대의 미학적 탐구의 핵심적 영역으로서, 공유된 지식의 비평적 기반 위에 위치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패션비평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패션비평에 관한 정의는, 설사 그것이 패션을 예술로 인정하고는 있다 할지라도, 패션을 그 자체의 독립적인 영역이라기보다는 예술의 하위영역으로 간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술비평에 준한 정의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패션비평을 단지 미학적 탐구의 영역으로만 바라봄으로써 패션에 대한 담론의 영역, 즉 패션의 사회학적 측면이 축소되어 있다.
Vishmidt(2008)가 비평을 헤게모니적인 것으로 예술의 생산과 중재의 순환 속에서 담론적 합법화를 위한 필수요소로 파악한 것과 같이, 패션비평은 그것의 조형적·미학적 측면에 대한 해석과 판단 뿐 아니라 그것의 생산, 중재, 소비의 순환에서 나타난 사회문화적 담론에 대한 해석을 통해 보다 총체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 또한 Kaufman(2012)은 우리가 예술작품을 설명하고 판단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평가, 먼로 비어즐리(Monroe C.Bearsley)나 아서 단토(Arthur Danto) 등이 제시한 대로 ‘그것을 아는 것(knowing-that)’의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 타인, 세계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고 사고하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을 아는 것(knowing-how)’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예술가의 세계로부터 우리의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한지가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Kaufman(2012)의 관점에서, 일상성과 유용성의 차원에서 패션 비평은 오늘날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며, 이러한 비평에는 단순히 패션 자체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중재자들을 포함한 담론의 이해를 요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패션비평을 패션대상(작품 및 현상)에 대한 미학적 분석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적 네트워크에 대한 언어적 분석과 해석으로 정의함으로써, 패션의 예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분석틀을 위한 이론적 배경으로 본 절에서는 Carney(1994)와 Feldman(1967)의 예술비평이론을 토대로 한 패션비평에 관한 몇몇 선행연구들을 고찰해 본 후, 앞선 현대 패션의 위치와 관련하여 이의 적용 및 문제점에 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Kim(1998)은 시각예술 비평이론 중 특히 Carney(1994)의 예술 비평 모델을 패션에 적용하였는데, 이는 ‘양식 규명’-‘특성 및 구조의 묘사’-‘주요 심미적 특성’-‘가치적 특성’-‘1차적 해석’-‘2차적 해석’-‘비평적 판단’의 7단계로 구성된 ‘예술비평에 관한 양식-상관 모델(The Style-Relative Model of Art Criticism)’이다. Kim(1998)은 이를 패션에 적용하여 다음 6단계의 패션비평 모델을 제시하였다. 첫째, ‘스타일 규명’은 패션과 예술의 역사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양식의 특성에 의거해 패션 오브제나 패션 이벤트의 양식을 규명하는 단계로, 패션 양식의 규명은 패션사와 예술사의 맥락을 모두 요한다. 여기에서 패션 양식의 규명은 패션디자이너의 개별적 양식, 시대적 양식, 지역적 양식, 유파 등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 둘째, ‘형식적 특징 묘사’는 미학적 탐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패션 오브제나 이벤트의 외형적 구조를 서술한 단계이다. 이는 패션에서는 타 시각예술에 비해 재현적, 표현적, 예시적 특성을 발견하기 어려움을 고려하여 Carney(1994)의 모델에서 ‘특성과 구조의 묘사’와 ‘주요 심미적 특성 묘사’를 통합한 것으로, 앞 단계에서 확인한 양식에 따라 결정되는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 된다. 셋째, ‘가치 특징 묘사’는 패션과 예술사를 통해 나타난 양식의 이상적 특징들을 서술하는 과정으로 비평적 판단을 위한 결정적 기준을 제공한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패션 대상의 가치특징은 규명된 양식에 따라 좌우된다. 넷째, ‘형식 해석’은 Carney(1994)의 모델의 ‘1차적 해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패션대상의 시각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이다. 여기에서 앞의 세 단계들에 나타난 양식과 특징들이 형식 해석을 위한 자료와 증거가 된다. 다섯째, ‘사회문화적 해석’은 Carney(1994)의 ‘2차적 해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는 패션이 창조된 문화의 영향을 받음을 고려하여 그것을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킴으로써 보다 의미 있게 만들며, 다음 단계인 비평적 평가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여섯째 ‘비평적 평가’는 패션대상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과 함께 규명된 가치특성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한 패션이 해당 양식의 긍정적인 가치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당시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경우 호의적인 비평적 평가를 받게 되지만, 보다 발전적인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비평적 평가는 암시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은 Kim(1998)의 패션 비평 모델은 Carney(1994)의 예술 비평 모델을 패션에 적용함으로써 예술로서의 패션을 비평하기 위한 적합한 방법론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im(1998)의 모델은 앞서 살펴본 패션의 독자적인 체계와 현대사회에서의 패션의 위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패션을 단순히 시각적 예술개념에서 온 미적 차원으로만 국한하여 해석함으로써 패션과 몸의 관계나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화적 담론의 문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즉, 이와 같은 비평방법은 주로 창조자에 중점을 둔 예술적, 미적 차원의 분석으로, 패션을 둘러싼 생산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중개자들의 의미의 해석과 변화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Carney(1994)가 강조했던 사회문화적 해석이 여러 해석단계들 중의 하나로 국한되어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비평가의 높은 자질이 없이는 패션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에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Lee(2006)는 Feldman(1967)의 예술비평이론을 적용하고, Kim(1998)의 패션비평모델을 수정·보완하며, Hamilton(1987)의 메타이론을 추가한 복식 비평 모델을 제안하였다. Feldman(1967)은 예술 비평의 요소로 ‘묘사’-‘형식적 분석’-‘해석’-‘평가 혹은 판단’의 4 단계를 제시하면서, 예술 작품을 판단한다는 것은 동일한 양식의 다른 작품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매기는 것을 의미하며, 판단은 묘사와 해석을 포함한 매 단계들에 뒤따른다는 비평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Lee(2006)는 Carney(1994)의 모델과 Kim(1998)의 모델은 예술작품의 양식을 우선 규정한 후 좀 더 구체적인 기술과 해석으로 나아가는 연역적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에, Feldman(1967)의 모델은 구체적인 묘사에서 시작해 좀 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해석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험적·귀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와 같은 귀납적 모델은 구체적인 특성에서 출발해 기존 양식과의 비교, 해석 및 평가로 이어짐으로써 한 가지 이상의 양식과의 비교·해석이 용이해 복식비평에 보다 적합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는 Kim(1998)의 모델에 나타난 양식의 개념이 패션이나 복식이 타 예술작품들과는 달리 몸에 입혀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개별적 양식에 복식 디자이너와 예술가 외에도 복식 착용자를 포함시킨다. 또한 Lee(2006)는 Kim(1998)의 모델에서 두 번째 비평 단계인 ‘형태적 특성’을 ‘묘사적 특성’으로 수정함으로써 비평대상의 시각적 특성 외에도 복식과 관련된 청각, 후각, 촉각적 특성을 포함하였으며, 이를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복식-몸-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Fiore and Kimle(1997)이 제안한 복식 디자인 요소의 개념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묘사적 특성’으로부터 해석에 이를 경우, 이러한 여러 감각적 특성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외부적 해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한편, Lee(2006)는 복식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을 위해 Hamilton(1987)의 통합적인 메타이론을 적용해, 문화의 하위체계로서의 복식을 문화의 구성요소인 이념, 사회적 구조, 기술의 상호작용 안에서 이해하며 이러한 요소들과 경제, 정치, 가족/친척, 사회화, 이념, 예술과 미학, 의사전달이라는 사회적 메커니즘과의 관련성 속에서 복식을 해석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로부터 제시된 Lee(2006)의 복식비평모델은 다음 6단계로 나타나며, 앞서 제시한 연역적 양식도출과정(양식도출-묘사적 특성-미적 가치 특성)과 귀납적 양식도출과정(묘사적 특성-미적가치 특성-양식도출)중 선택하여 순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첫째, ‘양식 도출’에서 복식 디자이너, 착용자, 예술가에 따른 개별적 양식, 시대, 지역, 유파 등에 따라 양식을 구분할 수 있다. 둘째, ‘묘사적 특성’에서는 오감으로 인식할 수 있는 특성들을 열거해, Fiore and Kimle(1997)의 복식디자인 요소에 비추어 색, 빛, 선, 형, 재질감, 공간, 운동 감각성, 소리, 냄새등을 위주로 복식의 특성을 묘사한다. 셋째, ‘미적 가치 특성’은 ‘묘사적 특성’을 바탕으로 양식과 관련된 복식의 미적 가치특성을 열거하는 단계이다. 넷째, ‘외부적 해석’에서는 도출한 양식과 관련된 ‘묘사적 특성’과 ‘미적 가치 특성’을 바탕으로, 비평 대상에 대한 1차적 해석이 이루어진다. 다섯째, ‘사회문화적 해석’에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비평대상이 지니는 의미를 해석하게 되는데, 이러한 해석은 Hamilton(1987)의 통합적인 메타 이론을 적용하여 문화의 구성요소와 사회적 메커니즘의 관계 속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여섯째, ‘비평대상의 평가’에서는 대상 자체의 우수성 여부나 다른 대상과의 비교평가가 이루어지며, 펠드먼의 경우처럼, 충분한 외부적·사회문화적 의미의 해석이 있었다면 최종 평가는 생략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Lee(2006)의 복식비평모델은 예술비평모델을 복식에 적용하면서도 복식과 몸의 관계를 고려하여 몸의 여러 감각적 측면과 착용자의 측면을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복식 비평 모델은 Hamilton(1987)의 통합적 메타이론을 통해 사회문화적 맥락에 의한 해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과는 상이한 복식의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함으로써 복식에 보다 적합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델은 그 명칭에서 보이듯, 패션비평모델로 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패션’과 ‘복식’의 연결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Entwistle(2000/2013)이 지적한 바와 같이, 패션과 복식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나 패션은 복식에 중요한 결정요인이지만 그것은 개개인의 복식으로 변형될 때에만 널리 인식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형과정에는 패션의 생산자와 소비자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중재자들의 실천에 의해 형성되는 패션시스템과 이를 둘러싼 담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Lee(2006)의 모델에는 이와 같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의 패션의 측면과 이 시스템 내의 다양한 몸들의 관계가 축소되어 있으며, 해밀톤의 이론을 복식 비평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역시 미약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예술적 측면에서 패션비평을 위한 상기의 선행연구들은 매우 유용하다고 여겨지므로 본 연구에서는 펠드먼의 모델과 카니의 모델을 혼합해 본 연구의 예술적 차원의 틀에 적용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모델들 중 사회문화적 해석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여기에 다음에 제시한 패션의 문화사회학적 측면을 적용함으로써 본 연구의 문화적 차원의 틀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패션은 문화의 하위체계로서 문화적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패션의 사회학적 연구는 대개는 문화의 사회학과 예술의 사회학에 의해 간과되어 대체로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다음에서는 패션비평을 위한 방법론적 적용을 위해, 특히 Crane and Bovone(2006)과 Entwistle(2000/2013; 2006)의 연구를 중심으로 패션의 몇몇 문화·사회학적 측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Crane and Bovone(2006)에 따르면, 패션은 보다 광범위한 현상, 즉 물질문화의 상징가치에 대한 창조와 귀속(attribution)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에서 패션의 사회학은 소비의 사회학과 결합하면서 패션을 구매한 소비자의 상징 가치에 대한 해석을 창조하고, 이를 물질문화인 패션으로 귀속하는 문화적 생산의 역사와 관련된다. 물질문화의 한 형식으로서 패션은 특별히 개인의 가치와 물질적 상품에 귀속하는 가치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적합한데, 왜냐하면 그것은 자아 인식 및 표현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질문화의 한 형식으로서 패션은 문화 사회학 분야 내의 많은 이론적 접근들을 통해 연구될 수 있으며, Crane and Bovone(2006)은 이러한 패션의 사회학적 측면을 연구하는 방식의 일부로 다음 5가지의 예를 제시한다.
첫째는 오랫동안 텍스트들(texts)에 의해 전달된 의미의 변화를 포함하여, 문화 사회학 연구의 중심에 있는 텍스트, 담론, 상징, 인지 지도(cognitive map), 문화적 측면과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한 ‘의미 만들기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Jacobs & Spillman’s study as cited in Crane & Bovone, 2006). 물질문화는 상징을 표현하고 담론과 다양한 문화적인 것들에 기여하는 하나의 텍스트 형식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물질문화의 한 형식인 패션에 귀속되는 의미를 해석하는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의복은 사진이나 광고와 같은 시각적 텍스트의 한 종류로 해석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하위문화나 게이 문화의 의복 등은 특수한 사회적 정체성과 조합된 가치가 의복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고 구성원들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는 상징 가치들이 개인들의 집합적 행동을 통해 물질문화에 귀속되는 문화적 생산의 시스템을 분석하는 것이다. 패션시스템은 상징적 의미들이 물질문화로 귀속되는 과정의 한 형식이다. 패션의 가치의 생산은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과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매우 협동적인 활동이다. 패션 회사들은 이러한 문화적 생산에 대한 연구에 적합한 예를 제시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의복의 상징가치가 소비자들의 상징가치에 부합하도록 해야 하며, ‘수요 불확실성’이라는 영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패션업체의 활동은 경제적·문화적 세계화가 물질문화에 대한 상징가치의 귀속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셋째는 상징 가치의 소통과 미디어를 통한 소비자로의 유포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상징 가치는 생산의 과정뿐 아니라 물질문화의 소통의 과정에도 나타난다. 현대 패션에서 패션잡지, 광고, 카달로그,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에 나타난 미디어 이미지들은 의복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며, 이와 같은 이미지는 이데올로기와 특수한 라이프스타일 등을 암시하는 일련의 상징가치를 전달한다.
넷째는 소비자의 물질문화에 대한 상징가치의 귀속이나 생산자 등에 의한 물질문화에 귀속된 상징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패션상품에 귀속하는 가치는 대체로 계급, 라이프스타일 혹은 하위문화적 특징들과 결합한다. 최근 몇 십 년 만에 서구 소비 사회에서 의복은 계급 구분의 표현 수단에서 소비자들 사이의 다양한 취향과 습관들을 나타나게 되었다(Wellner; Wasserman; Waldrop’s study as cited in Crane & Bovone, 2006). 이와 같은 다양한 라이프스 타일의 선택은 개인에게 의미 있는 자아 정체성을 창조하는 데에 기여하며(Giddens’ study as cited in Crane & Bovone, 2006), 청년 하위문화나 부족, 즉 문화적 취향과 상징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들은 적극적으로 의복을 변형하거나 특수한 아이템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의복에 새로운 상징 가치를 부여한다.
다섯째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들에서의 물질문화에 귀속된 상징가치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간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패션상품에 귀속된 상징 가치의 형태들은 동일한 사회의 다른 시기와 동일한 시기의 다른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패셔너블한 의복에 부가된 상징 가치의 속성은 그 나라의 문화적·정치적 역사와 그것을 구성하는 민족 집단의 특성과 다양성에 달려 있다. 따라서 패션 시스템은 다양한 국가적 유산의 예술과 문화적 형식들, 패션산업의 조직, 고객의 특성, 하위문화의 영향력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편, Entwistle(2002)은 미적 내용이나 동요하는 미적 가치를 지닌 패션상품의 생산을 설명하기 위해 패션디자이너와 그 조력자들, 그리고 문화적 중개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Bourdieu(as cited in Entwistle, 2002)의 논의를 발전시켜, 미적 경제(aesthetic economy)의 개념을 도입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적 경제의 작동의 중심에는 다양한 몸들(bodies)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Entwistle(2000/2013)에 따르면, 패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션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이 다양한 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들에는 패션 편집자, 유통업자, 판매자, 바이어, 매장, 소비자뿐 아니라, 디자이너, 재단사와 재봉사, 모델과 사진작가 등이 있다. 다시 말해, 패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생산에서부터 분배, 소비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아울러야 한다. 이 점에서 Fine and Leopold(as cited in Entwistle, 2000/2013)는 패션을 ‘혼성적 주제(hybrid subject)’라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패션에 관한 연구는 생산의 매우 파편화된 형식들과 이와 동일하게 다양하며 자주 변덕스런 수요 패턴들 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패션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특수성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을 위한 수많은 패션시스템들의 존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Entwistle(2000/2013)은 패션의 사회학적 연구는 다양한 작인(agencies), 제도, 개인, 실천들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관련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Entwistle(2006)은 Cronin(2004)의 ‘다중적 중재의 체계(multiple regimes of mediation)’라는 사고에 영향을 받아,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속에서 문화적 중재자로서의 바이어의 역할을 상품(product), 공급자(supplier), 소비자(consumer)와 갖는 3가지 중대한 만남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는 민속지학적(ethnographic) 현장 연구에 기반을 둔, 바이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공급자들을 대하고 소비자들을 이해하며 알게 되면서, 상품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흥미, 취향, 정체성 등을 중재하는 과정을 조사한다. 이와 같은 ‘다층적 중재의 체계’는 대상과 중재의 다방면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데, 여기에서 의복에 대한 취향은 바이어와 소비자, 바이어와 제품, 바이어와 공급자, 바이어와 매장 간에 나타나는 협상과 중재의 상호작용에 의한 하나의 구축된 융합(hybrid), 즉 네트워크화된 창조로 간주된다.
다른 한편으로, Entwistle(2000/2013)은 패션과 복식 사이에 놓인 간극을 이어주기 위한 분석틀로서 ‘위치 지어진 몸의 실천(situated bodily practice)’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 분석틀은 패션과 복식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몸에 초점을 두는데, 패션은 개인에게 ‘옷 입기’라는 몸의 실천을 통해 복식으로 변형된 몸에 관한 담론을 생산하며, 이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패션이 체현된다. 그는 ‘위치 지어진 몸의 실천’이라는 관점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몸에 거주하며 몸에 따라 행동하는 개개인의 경험과 체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러므로 Entwistle(2000/2013)의 접근은 패션에 대한 분석의 중심에 몸을 위치시킴으로써, 복식에 대한 개인적 경험의 미시적인 수준에서부터 디자인, 홍보, 판매와 관련된 패션산업의 거시적인 수준에 이르는 실천들을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패션을 분석하기 위한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패션비평을 위한 분석적 틀에 접근하기 위해, 앞선 Feldman(1967)과 Carney(1994)의 예술비평모델과 Kim(1998)과 Lee(2006)의 패션 혹은 복식 비평 모델에 관한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Crane and Bovone(2006)과 Entwistle(2000/2013; 2006)의 문화사회학적 연구를 혼합함으로써 예술적·문화적 측면에서 현대패션비평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한편으로 패션이 예술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이지만 예술과는 다른 패션의 독자적인 체계를 인식하고자 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패션비평모델의 한계를 사회학적 이론을 중심으로 수정·보완해보고자 함이다.
Fig. 1의 예술적 측면에서는, Feldman(1967)의 4가지 예술 비평의 요소와 Carney(1994)의 양식-상관모델의 7단계를 조합하여 패션비평에 적용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크게 ‘묘사’, ‘분석’, ‘해석’, ‘판단’으로 구분한 후, 이들을 각각 ‘묘사’-‘조형적 특성묘사’, 분석’-‘양식 규명’과 ‘미적 가치 분석’, ‘해석’-‘패션대상에 대한 해석’과 ‘사회문화적 해석’, ‘판단’-‘비평적 평가’로 연결시켰다. 여기에서 ‘조형적 특성 묘사’를 ‘양식 규명’의 전 단계에 위치시킨 이유는 이와 같은 형식적 특징들로부터 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며, ‘미적 가치 분석’은 이와 같은 조형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양식 규명의 근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양식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미적 가치를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분석’에서 ‘양식 규명’과 ‘미적 가치분석’의 순서가 상호 변경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묘사’는 작품의 눈에 띄는 특징을 묘사하는 단계로, ‘조형적 특성 묘사’는 패션대상(작품이나 현상)의 선, 형, 실루엣, 색, 소재나 재질 등 패션디자인 요소를 중심으로 한 조형적 특징들을 묘사 혹은 기술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Lee(2006)의 모델에서 제시된 시각적 차원 이외의 청각, 촉각, 후각 등의 오감은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화적 중재자들의 반응을 통해 파악될 수 있다.
둘째, ‘분석’은 ‘양식 규명’과 ‘미적 가치 분석’을 함께 포함하며 패션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양식 규명’에서 양식의 정의는 Carney(1994)의 정의를 토대로 작가, 시기, 장소 혹은 학파의 특성을 담은 예술양식으로 하되, 시기에 있어서는 예술사와 패션사를 모두 포함하며, Lee(2006)의 연구에서와 같이 개별적 양식에는 예술가 이외에 몸에 대한 인식과 함께 패션디자이너와 소비자도 포함시켰다. 또한 이러한 양식에는 시기, 장소, 학파 등에 따른 문화적 양식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후의 사회문화적 해석의 단계로부터 양식이 재검토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는 Kim(2004)이 양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양식은 예술적 표현방식에 있어 일종의 미적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 모든 예술분야에 걸쳐 각각의 작가, 장르, 시대 등 고유한 특징적인 표현구조나 방법을 뜻하며, 총체적 개념으로는 문화적 형성 방식을 뜻한다.” 그리고 ‘미적 가치 분석’은 ‘조형적 특성 묘사’를 토대로 패션양식의 이상적인 특징들, 즉 미적 가치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셋째, ‘해석’은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사회문화적 배경과 관련하여 살펴보는 단계로, ‘패션대상에 대한 해석’과 ‘사회문화적 해석’을 포함한다. 패션대상에 대한 해석’은 패션작품이나 현상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으로, 앞서 도출한 양식과 그것의 조형적 특성 및 미적 가치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이와 같은 명명은 패션대상 그 자체에 대한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제시된 것이다. 그리고 ‘사회문화적 해석’은 패션을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켜 이전 단계에 비해 보다 의미 있는 해석을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적 측면과 관련하여 ‘사회문화적 해석’의 단계를 매우 중시하고자 하며 다음에서 이에 대한 보다 다층적인 중재의 체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넷째, ‘판단’에 해당하는 ‘비평적 평가’는 패션대상의 가치특성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근거한 이것의 우수성을 타 패션대상과 비교·평가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으며, 여기에는 패션 대상의 창의성과 기술적 완성도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문화적 측면은 예술적 측면의 6단계 중, 사회문화적 해석 단계로부터 도출되며, 여기에서는 패션을 물질문화 내 상징가치의 창조와 귀속으로 바라본 Crane and Bovone(2006)과 패션을 다양한 몸들의 네트워크에 의한 ‘위치 지어진 몸의 실천’으로 바라본 Entwistle(2000/2013; 2006)의 문화사회학적 측면을 적용해보고자 한다. 또한 사회문화적 해석 단계의 다층적 분석 결과는 예술적 측면의 이전 단계들로 피드백 되어 문화적 측면에서 재 고찰되도록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술과 패션의 변증법적 대화는 부인할 수 없으나 패션이 예술의 영역에 포함되기보다 패션이 소통되는 의미작용과 관련하여 패션 시스템을 고려해 볼 때 패션 외부에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문화적 문제들을 다차원적으로 밝히는 것이 패션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매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패션 비평 모델들의 한계에 다소간의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Fig. 1에서 Crane and Bovone(2006)의 물질문화의 상징가치의 창조와 귀속에 관한 연구를 적용한 패션대상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의 5가지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패션대상을 문화연구의 하나의 시각적 텍스트로 간주하여 이를 둘러싼 의미의 변화, 상징, 담론 등을 통해 해당 패션대상에 귀속되는 의미를 해석한다.
둘째, 패션대상에 상징가치를 귀속하도록 하는 패션시스템에 대한 분석으로, 이는 패션디자이너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을 가진 개인들의 집합적·협동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패션디자이너를 포함한 패션회사가 해당 패션대상에 귀속하는 상징가치에 대한 분석이다.
셋째, 다양한 미디어에 나타난 패션대상의 이미지를 분석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이데올로기와 상징가치를 파악한다.
넷째, 패션대상을 접하거나 소비하는 소비자의 상징가치에 대한 분석으로, 여기서는 소비자들의 해당 패션대상에 대한 다양한 물리적 경험과 반응에서부터 다양한 취향에 따른 상징가치가 제시된다.
다섯째, 다양한 국가와 지역이 패션대상에 귀속하는 상징가치를 파악함으로써 이들 간의 차이를 연구한다. 이는 패션대상에 부가된 상징 가치를 해당 국가나 지역별 역사, 민족성, 예술과 문화적 형식, 패션산업과 고객의 특성, 하위문화의 영향력등의 측면을 통해 살펴본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한 패션대상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에는 다양한 문화적 중재자들의 실천이 관련되어 있는데, 본 분석틀에서는 이를 Entwistle(2000/2013; 2006)의 연구를 적용해 ‘패션시스템 내의 다양한 몸들의 네트워크’라고 명명하였으며, 그것은 생산자와 패션디자이너, 판매자와 유통업자, 패션바이어와 큐레이터, 미디어와 패션편집자, 소비자와 관람자 등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다양한 실천들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이러한 다양한 몸들의 네트워크는 본 연구의 틀에서 다음과 같이 연결될 수 있다. 우선, 본 분석틀의 예술적 측면에서 묘사와 분석 단계는 주로 창조자의 측면, 즉 예술가, 패션디자이너, 생산자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석의 단계, 특히 사회문화적 해석의 단계에서는 Crane and Bovone(2006)의 연구와 관련하여 다양한 몸들 간의 다층적인 중재를 통한 새로운 해석이 추가되거나 혹은 수정·보완되는 등 이전 단계로의 피드백이 나타날 수 있다. 즉, 패션대상의 상징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패션시스템의 분석에서는 생산자와 패션디자이너, 판매자와 유통업자, 패션바이어와 큐레이터, 소비자와 관람자에 이르는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패션시스템 내 전 단계에 대한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에 나타난 패션대상의 상징가치에 대한 분석에서는 미디어와 패션편집자에 의한 해석과 연결될 것이다. 또한 패션대상의 소비자의 상징가치에 대한 분석은 소비자와 관람자들의 패션대상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과 관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앞선 문화적 중재자들과의 인터뷰나 설문조사, 혹은 미디어 자료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문화적 해석 단계로부터 예술적 측면의 이전 단계들, 즉 조형적 특성묘사, 양식 규명, 미적 가치 분석, 패션대상에 대한 해석은 재 고찰되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예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의 해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비평적 판단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부터 패션의 예술적 측면뿐 아니라 패션에 관여하는 다양한 개인들의 견해와 실천들을 통해 하나의 ‘융합’으로서의 패션에 대한 객관적이고 다층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현대사회에서 패션의 위치를 예술과 상업과의 관계 그리고 문화적 대상으로서의 패션의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예술비평이론 및 패션비평이론과 패션의 문화·사회학적 연구를 토대로 예술적·문화적 측면의 현대패션비평을 위한 방향은 제안하고자 하였다. 본 고에서는 특별히 패션의 근본적인 체계에 대한 이해를 통한 패션비평을 위한 방법론적 접근으로 기존의 예술비평을 적용한 패션비평이론에 사회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20C이래로 패션과 예술이 상호 교류의 영역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현대패션의 위치는 새롭게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모더니티의 산물로서 패션은 미적 현상으로서 예술의 형식과도 어느 정도 유사성을 지니지만, 예술과는 상이한 일시성과 유용성, 몸의 체현, 사회문화적 측면과 경제적 가치 등 패션 고유의 독자적 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조형적·미적 비평만으로는 적절하게 파악될 수 없다. 따라서 현대 패션은 예술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으로 분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로부터 본 연구에서는 패션비평을 패션대상(작품 및 현상)에 대한 미학적 분석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적 네트워크에 대한 언어적 분석과 해석으로 정의하였다. 이와 같은 패션비평의 정의에 따른 현대패션비평을 위한 분석적 틀은, Feldman(1967)과 Carney(1994)의 예술비평모델과 Kim(1998)과 Lee(2006)의 패션 혹은 복식비평모델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토대로, 여기에 Crane and Bovone(2006)과 Entwistle(2000/2013; 2006)의 문화·사회학적 연구를 혼합함으로써 예술적·문화적 측면에서 제안될 수 있다.
먼저 패션비평을 위한 예술적 측면에서는, Feldman(1967)과 Carney(1994)의 예술비평모델을 패션에 절충적으로 적용해, 크게 ‘묘사’, ‘분석’, ‘해석’, ‘판단’으로 구분한 후, 이들을 각각 ‘묘사’-‘조형적 특성 묘사’ ; 분석’-‘양식 규명’과 ‘미적 가치 분석’ ; ‘해석’-‘패션대상에 대한 해석’과 ‘사회문화적 해석’ ; ‘판단’-‘비평적 평가’로 연결시켜 순차적으로 제안한다. 이는 기존의 패션비평모델들과는 달리, 형식적 특징들로부터 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조형적 특성 묘사’를 ‘양식 규명’의 전 단계에 위치시켰으며, ‘미적 가치 분석’은 이와 같은 조형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양식 규명의 근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양식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미적 가치를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분석’에서 ‘양식 규명’과 ‘미적 가치 분석’의 상호 변경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패션비평을 위한 문화적 측면은, 앞선 예술적 측면의 6단계 중 특히 사회·문화적 해석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패션을 물질문화 내 상징가치의 창조와 귀속으로 바라본 Crane and Bovone(2006)과 패션을 시스템 내 다양한 몸들의 네트워크로 바라본 Entwistle(2000/2013; 2006)의 문화·사회학적 연구를 여러 측면들로 세분화시켜 패션에 적용했다. 또한 이러한 사회·문화적 해석 단계의 분석 결과에 따라, 비평단계는 예술적 측면의 이전 단계들로 피드백 되어 각 단계들이 문화적 측면에서 재고찰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패션비평의 사회·문화적 해석은 생산자/디자이너, 판매자/유통업자, 미디어/편집자, 소비자/관람자 등으로 이루어진 패션시스템 내의 다양한 문화적 행위자 및 중재자들의 실천과 담론의 결과로 나타나며, 이 과정에서 패션대상의 상징이나 담론을 통한 의미분석, 상징 가치를 생산하는 패션 시스템 분석, 상징가치의 소통과 미디어를 통한 유포과정에 대한 분석, 소비자의 패션대상에 대한 상징가치의 귀속과 반응 분석, 다양한 국가나 지역의 상징가치의 귀속에 대한 비교라는 5가지 방향의 패션대상에 대한 분석방법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하나의 융합으로서 패션의 다층적 체계를 고려한 예술적·문화적 시각의 패션비평적 접근은, 패션을 단지 시각적 예술대상으로만 국한해 예술비평이론을 그대로 답습한 미학적 차원의 패션 비평 이론의 한계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패션비평에 관한 연구의 발전은 패션연구를 단순히 미학 혹은 미술사 그리고 사회학 혹은 문화 연구 등이 간과할 만한 대상이 아닌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그 학문적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패션비평에 대한 분석적 접근은 학계는 물론이고, 패션 분야의 언론이나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도 패션작품을 평가하고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향후 후속연구로 전개될 예술적·문화적 차원에서 본 현대패션에 대한 비평적 분석방법의 정립과 사례연구를 위한 일종의 사전연구로, 패션을 둘러싼 다양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현대패션의 위치에 대한 재정립과 기존의 선행연구들에 제시된 패션비평이론들을 재고해 봄으로써 현대패션비평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현대패션의 위치에 대한 재고와 현대패션에 적합한 패션 비평 방법의 필요성 등과 같은 이론적 고찰을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 제시한 현대패션비평을 위한 분석적 틀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닌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는 후속연구에서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론적, 방법론적 접근들을 검토해 봄으로써 점차 수정·보완될 것이며, 향후 사례연구로서 실제 패션작품이나 현상에 적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