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어-프랑스어 이중언어 사용 환경(bilingualism) 에서 첫 언어(L1 =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는 아동(4~5세) 14명과 생활연령이 유사한 한국어 단일언어 아동 30명을 대상으로 동작 명명하기 과제 (action naming task)를 수행하여 집단별 동사표현 능력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사 표현 및 산출(verb production) 시 동작 유형에 따른 ① 어휘표현의 다양성, ② 오류율과 오류 유형을 분석하는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택하였다. 이 연구는 동사 산출능력 측정도구로 개발된
Approx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취할 수 있는 17가지의 분리성 동작, - [분리], [절단]1) 등을 비롯한 - 분리성 동사(verbs of separation)를 내용으로 제작된 동영상으로 프랑스 툴루즈 2대학(Université de Toulouse II) 이 개발(Duvignau et al., 2007) 하였다.
Approx의 내용이 되는 분리성 동사는 [분리], [절단], [분할], [제거], [분쇄] 등의 행위를 포함하는 총칭적 동사를 의미한다. 한국어의 {자르다, 베다, 끊다, 까다, 벗기다, 뽑다, 빼다...}, 영어의 {draw, cut, chop, mince, slice, saw, peel...}, 프랑스어의 {enlever, peler, couper, découper, rompre, écorcer...}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분리성 동사는 거의 모든 자연언어에 출현하는 보편화된 의미 영역을 표상한다(Levin, 1993; Majid et al., 2004; 2007)고 보고되었다. 이들 동사는 전문화된 특수한 지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의미 영역으로 인간의 [분리], [절단]에 관한 기록은 2백 5십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보편화된 영역이다. 본 연구의 연구 대상인 ‘분리성 동사’는 동일한 의미장 (semantic field)에 속하는 강한 유의관계를 갖는 유의어들로 이들은 유의성 정도에 따라 하나의 어휘의미망(lexical semantic network)(Fellbaum, ed., 1998; Miller and Fellbaum, 1991) 구조로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다음의 두 가지 관찰로부터 시작되었다. 첫째, 아동들은 특정 동작(①)을 기술하고 표현할 때 다른 동작(②)에 비해 보다 다양하고 많은 동사를 동원하여 답변하였다. 가령 {레고를_빼}는 동작에 대해 {빼다, 나누다, 내려놓다, 내리다, 놔두다, 뜯다, 뽑다} 등 다양한 동사를 동원하여 표현하였다. 반면 {파슬리를_썰다}에 대해서는 {자르다, 썰다}만으로 답변하였다. 둘째, 아동들은 특정 동작(③)을 표현할 때 또 다른 동작(④)에 비해 더 많은 오류를 범하였다. 즉 부적절한 동사를 동원하여 답하거나 무응답, 메타언어를 동원하여 답변하는 등 무효 답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가령 {나무껍질을_벗기다}를 표현하면서 아동은 많은 오류를 범한 반면 {컵을_깨다}에 대해서는 오류율이 매우 낮았다. 즉 아동이 특정 동사를 다른 동사에 비해 쉽고 용이하게 습득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습득과 관련된 선행 연구를 간략히 검토한다. 3장에서는 본 연구에 사용된 연구 방법을 연구 문제, 연구 대상, 검사 도구 및 실험 절차, 자료 분석 기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4장에서는 Approx를 이용하여 단일언어 아동군, 이중언어 아동군을 대상으로 수행한 본 연구의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의의와 향후 연구 방향을 간략히 언급한다.
1)이 연구에서 [분리], [절단] 등의 표기는 ‘분리’, ‘절단’ 등의 구체적 동작, 행위와 관련된 개별 동사의미를 포괄하는 상위언어(meta-language)로 사용한다.
2장에서는 이중언어 환경이 아동의 언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 또는 이 둘 간의 상관성은 어떠한가를 다룬 국내외 선행 연구를 간략히 고찰한다. 이중언어 환경과 언어 발달 간의 관련성 여부는 일찍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이중언어 환경의 언어적 입력(input)이 아동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으며, 오히려 아동들은 유아기부터 두 가지 언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중언어 아동들은 상이한 음운, 어휘, 문법체계를 독립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Kovács and Mehler, 2009a; Kovács and Mehler, 2009b; Petitto and Kovelman, 2003; Petitto et al., 2001; Werker and Byers-Heinlein, 2008). 그러나 이중언어 아동이 두 가지 언어를 습득하는 방식이 단일언어 아동이 한 가지 언어를 습득하는 방식이나 속도와 동일한지는 여전히 불분명 하다. 실제로 이중언어 아동은 단일언어 아동에 비해 한 가지 언어에 노출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이중언어 아동이 보이는 습득의 속도와 수월성은 내재적 능력(innateness)으로 인용되곤 하였다.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 형태-통사, 어휘, 음운, 화용적 측면 – 발달은 단일언어 아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사용 어휘의 크기나 범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두드러진 일반적인 현상 중 하나는 어휘 유창성 면에서 드러나는 우위언어(language differentiation; langue forte)(Genesee et al., 1995; Schlyter, 1995)의 사용이다. 많은 이중언어 아동들은 한쪽 언어에서 우위를 보이며 나머지 한쪽 언어에 비해 어휘 사용의 정확성, 선호도, 유창성 등을 나타낸다. 가령 특정 문맥에서 비우위 언어의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데도 우위언어의 어휘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면 ‘우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우위현상은 이중언어 습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으로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은 언어장애로 고려되지 않는다.
특별히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 발달 연구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사례연구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 발달 및 어휘 표현 능력을 다룬 연구는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양분된다. 첫째, 이중언어 아동이 단일언어 아동에 비해 표현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와 둘째,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이다. 먼저 전자 유형에 속하는 상당 수의 연구들(Bialystok and Feng, 2011; Bialystok et al., 2010; Hoff, 1997; Junker and Stockman, 2002; Marchman et al., 2010; Patterson, 1998; Rosenblum and Pinker, 1983; Thordardottir, et al., 2006; Umbel et al., 1992; Vagh et al., 2009)은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 발달이 단일언어 아동보다 지체된다고 보고하였다. 가령 이중언어 아동군(한 언어가 영어인)의 어휘 능력을 측정한 결과 단일언어 아동군에 비해 영어 어휘 수가 적다는 것이다(Bialystok and Feng, 2011; Bialystok et al., 2010; Marchman et al., 2010; Thordardottir et al., 2006; Vagh et al., 2009). 그렇지만 이중언어 아동들은 한 언어에서 모르는 어휘를 다른 언어에서는 알고 있는 경우가 흔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Patterson(1998)은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 환경의 2세 아동을 대상으로 표현 언어 발달과 단어 결합을 연구하였는데, 이중언어 아동이 단일언어 아동보다 어휘의 사용이 적었다. Rosenblum and Pinker(1983), Umbel et al.(1992)도 이중 언어 아동들이 단일언어 아동들(5세 이상)보다 이해하는 어휘의 수가 적다고 밝혔다. Vagh et al.(2009: 1553)도 단일언어 아동이 이중언어 아동 보다 더 많은 어휘를 산출하며 훨씬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고 보고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결과는 언어습득이 입력에 근거한다는 설명 (input-based account of language acquisition)을 바탕으로 이중언어 아동이 단일언어 아동보다 각각의 언어에 노출될 비율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Gathercole et al., 2007; Hoff et al., 2012; Oller and Eilers, 2002).
반면 두 집단의 어휘 능력 발달과 어휘 표현 능력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들도 있다(Hoff et al., 2012; King and Fogle, 2006; Kovás and Mehler, 2009a; Pearson et al., 1993). 이중 Pearson et al.(1993)은 영어와 스페인 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는 아동들(8-30개월 유아 대상)의 어휘 능력을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이중언어 아동이 표준화된 어휘 검사에서 더 낮은 점수를 획득했으나 둘째, 이들이 이해하는 어휘의 수가 단일언어 아동들과 차이가 없으며 셋째, 다만 이중언어 아동이 자발적으로 말하는 산출 어휘의 수는 더 적었다고 밝혔다.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 발달이 단일언어 아동과 차이가 적은 이유는 전체 개념적 어휘(conceptual vocabulary), 즉 양쪽 언어의 어휘를 합한 어휘가 단일언어 사용 아동들과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Hoff et al.(2012)은 단일언어 아동군이 어휘와 문법 측면에서 – 한 가지 언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 이중언어 아동군보다 유의한 발달양상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즉 이중언어 아동군은 그들의 언어 중 한 언어만을 대상으로 어휘 표현 능력을 측정했을 때 단일언어군보다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 이유는 이중언어군은 두 언어에 노출되므로 한 언어에서의 입력이 단일언어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어휘 전체의 양을 비교하면 두 집단 간에는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두 집단의 언어 습득 속도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Kovás and Mehler, 2009a: 611).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이중언어 환경이 아동의 언어 발달을 지연시킨다는 그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다(King and Fogle, 2006)고 보고했다. 이상과 같이 해외의 선행 연구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이중언어 아동이 단일언어 아동에 비해 언어 발달면에서 차이가 있고 언어발달이 다소 지체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정상발달 범주에서 벗어날 만큼 크지는 않다(De Houwer, 1996; Hoff, 1997)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한편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황혜신 외(2000)는 영어-한국어 이중언어 아동군과 단일언어 아동군(6세 이전)을 비교하여 이중언어 아동군의 언어발달이 단일언어 아동군보다 지체된다고 하였다. 임동선(2001)은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아동군과 단일언어 아동군의 기초적 수용어휘 능력을 통해 품사별 오류 유형을 분석하였는데 두 집단 아동군의 언어발달이 유사하게 진행되며 언어적 오류 형태도 비슷하다고 주장하였다. 박지윤 (2007)은 단일언어, 이중언어 아동군의 수용언어, 표현언어 검사를 실시 하고 자발화를 수집하여 이들의 의미론적 특성, 구문론적 언어발달 특성을 비교 분석하였다. 황보명(2012)은 언어입력의 양, 즉 언어에 노출되는 정도가 아동의 표현어휘 발달과 관련이 있으며, 황보명(2013)은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아동군의 한국어 표현 어휘 능력이 단일언어 아동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한국어-프랑스어 이중언어 아동군과 단일언어 아동군의 동사 사용 양상을 분석한 황순희•최진남(2014)은 이중언어, 단일언어 아동 각각 14명(4~5세)을 대상으로 동작 명명하기 과제를 통해 동사 산출 양상과 특징을 양적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수집한 답변을 유효성, 구체성, 예측성, 근사치 유형의 4가지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첫째, 답변의 유효성과 답변의 예측성은 이중언어 아동군이 단일언어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둘째, 답변의 구체성은 단일언어 아동군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셋째, 근사치 유형 역시 두집단이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 두 집단 모두 영역 내 근사치 사용비율이 높았지만 이중언어 아동군은 영역 간 근사치(은유) 비율이 단일언어군보다 높았다. 종합하면 이중언어 아동군은 규범적 답변보다 의미적 근사치 답변을 더 많이 동원하였으며 그 중 영역 간 근사치를 더 많이 동원하였다. 이 연구는 표본이 두 집단 모두 14명으로 제한적이나 이중언어 환경의 아동이 동사 습득과 표현에 있어 단일언어 아동과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이중언어 아동의 동사 습득과 표현이 특정 동작 및 특정 동사를 통해 설명될 수 있는지에 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할 수 있다.
3장에서는 이 연구의 연구 문제를 언급하고 연구 방법을 연구 대상, 검사 도구 및 실험 절차, 자료 분석 등의 순으로 논의한다.
단일언어 아동군, 이중언어 아동군의 동사 표현 능력을 Approx를 이용하여 측정하고 비교함으로써 동작 유형에 따른 동사 사용 양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려는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피험자는 이중언어 아동 14명(남 : 여 = 8 : 6)과 이들과 생활연령이 같은 단일언어 아동 30명(남 : 여 = 18 : 12)이다. 이중 언어 아동군은 프랑스에서 출생하여 현재까지 한국어와 프랑스어, 모두에 노출되어 있으며 프랑스 파리(Paris)와 툴루즈(Toulouse)에 각각 거주 중인 아동들로 부모 모두 한국인으로 이중언어 환경에서 첫 언어를 학습 하였다. 부모 보고에 따르면 이들은 출생 시부터 한국어와 프랑스어에 노출되어 왔으며 최소 1-2년 이상, 유아원(école maternelle)2) 등에서 프랑스어 교육을 받았다. 또한, 가정 내 언어적 입력 중 프랑스어에 최소한 10% 이상 노출되는 아동들로 집에서는 한국어를, 유아원에서는 프랑스 어를 사용하였다. 14명 중 11명은 형제자매가 있었고 3명은 외동이었다. 또한, 연구대상 아동 14명 모두의 아버지, 어머니는 한국어가 모국어이며, 최종 학력은 어머니의 경우 고졸 2명,2년제 대학 졸업 1명,4년제 대학 이상 졸업 11명이며 아버지는 고졸 1명,4년제 대학 이상 졸업 13 명이었다.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중‧상류 이상의 환경에 살고 있으며 프랑스 내 거주 기간은 어머니가 평균 9.79년, 아버지는 평균 13.57년이었다. 어머니 보고에 의하면 연구 대상 아동들 모두 출생 시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으며 어떠한 의학적 혹은 감각적 문제에 대한 병력도 없었다. 한편 단일언어 아동군은 대한민국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어 모국어 아동군이다.
모든 실험은 2012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집, 교회, 유아원 등의 따로 독립된 조용한 공간에서 1명씩 실시하였다. 평균 연령은 단일언어 아동군이 3.88세(46.6개월)(범위: 40-52개월, SD: 3.66), 이중언어 아동군이 4.44세(53.28개월)(범위: 48-60개월, SD: 4.58)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두 집단 대상자의 성별, 연령의 기술 통계치는 <표 1>과 같다.
연구 대상의 인구통계학적 특징
단일언어 아동군, 이중언어 아동군의 동사 산출 양상을 비교•분석하기 위한 실험도구로 Approx를 이용하였다. 테스트 전 과정은 녹음한 후 48 시간 이내에 전사본으로 작성하였다. 테스트에 참여한 연구원은 언어습득 분야 박사급 연구원 1인, 신경심리언어학 분야 박사급 연구원 1인, 본연구진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학사 졸업생 1인이다.
3.3.1. Approx
개인의 동사 산출 능력 측정을 위해 개발된 Approx는 100명의 프랑스 아동과 100명의 프랑스 성인 화자의 발화 코퍼스를 기초로 툴루즈 2대학 (Université de Toulouse II)이 개발한(Duvignau et al., 2007) 한다. 여기서 17가지 동작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분리성 동작(예. 썰다, 자르다, 벗기다, 깎다, 까다...)들로 여자 주인공이 특정한 행위를 수행한다(행위 당 소요 시간 1분). 실험절차는 17개 동영상을 피험자에게 한 개씩 보여주고 동영상에서 주인공이 수행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질문하여(“언니(이모)가 뭘 하고 있니?, 뭘 했지?”) 동사를 이용해 답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피험자의 답변은 심리 언어학적, 신경 언어학, 언어 병리학적 관점에서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명하기 (denomination)와 다시 표현하기(reformulation)의 두 번에 나눠 받으며 본 연구는 첫 번째 답변인 명명하기에 사용된 동사만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3.3.2. 규범적 자료(Normative Data)
또한,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연구 대상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답변을 미리 예측하고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령의 남녀로 구성된 62명의 한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Approx를 이용하여 동사 능력 측정 실험을 시행하여 동사목록을 추출하였다. 이렇게 추출된 규범적 자료3) 인동사4)는 총 99개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1차로 분류하고 분석5) 한 후 질적 연구를 위해 다음 기준을 통해 정제하였다. 분석 기준은 다음 5가지로 ① 동작당 표현된 어휘의 수, ② 답변의 유효성, ③ 지시동사의 사용 비율, ④ 오류 유형, ⑤ 동작에 따른 유효 동사의 양상이다.
먼저 기준 ①의 ‘표현된 어휘 수’는 17개 동작을 기술하면서 아동들이 동원한 동사 또는 어휘의 개수를 의미한다. 이 경우 무응답과 ‘모르다’로 답변한 경우는 제외하였다. 이 기준을 통해 아동이 실제로 동작을 기술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어휘를 동원하였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준 ③은 동작을 기술함에 있어 지시동사(referent verbs)가 얼마나 동원되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지시동사란 각 동사를 대표하는 대표적 성격의 동사이며 고빈도 어휘에 속한다. 기준 ④ 역시 중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개별 동작을 기술하면서 아동이 범하는 오류의 유형과 양상은 어떠한지를 분석하게 된다.
측정한 데이터 분석은 SPSS version 21.0을 사용하여 분석하였고, 설문결과는 기초적 기술통계, 빈도분석, 교차분석, t-검정, 상관분석 등을 통해 개별항목에 대한 전체적 경향을 분석하였다.
2)프랑스는 의무교육(éducation obligatoire)이 만 3세에 시작된다. école maternelle의 한국어 번역으로 ‘유아원’을 사용했으나 이 시기는 공교육이 시작된 시기이며, 아동들은 하루 6~7시간 이상 프랑스어에 노출된다. 3)한국어 분리성 동사는 {깨버리다, 떼어내다, 뜯어내다, 집어넣다...} 등의 연속 동사(serial verbs), 상적 속성(aspectual property)이 포함된 복합동사(compound verbs) 구성이 상당수 포함되었다. 이중 {깨지다, 깨트리다, 내려놓다, 망가트리다...} 등의 사전 등재어는 각각을 개별 어휘로 처리하였고, {깨버리다, 망치게하다...} 등의 미등재어는 유사 어휘인 {깨다, 망치다...} 등과 동일 어휘로 처리하였다. 4)자세한 동사 목록과 관련 내용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고 황순희·최진남(2013;2014)을 참조하라. 5)데이터의 1차적 분석 기준은 다음 4가지로 답변의 ➀ 유효성(validity), ➁ 구체성(specificity), ➂ 예측성(expectancy), ➃ 근사치(approximation)이다(Duvignau et al. 2007). 먼저 데이터를 위 4가지 기준을 이용하여 3명의 연구원이 답변의 정답 여부를 분류하고 분석하였다. 판정결과 정답 일치도가 80%가 넘는 경우만을 유효한 답변으로 간주하며 의견 조율을 보지 못할 경우 논의를 거쳐 상호 동의할 수 있는 지시동사를 선정하였다.
4장에서는 두 집단의 동사 표현 능력 차이를 분석하고 결과를 논의한다.
17개 동작을 기술함에 있어 무응답과 ‘모르다’로 답변한 경우만을 제외하고 동사 또는 어휘를 동원하여 답변한 경우는 단일언어 아동군은 총126개, 이중언어 아동군은 102개이다. 집단별로 각각 평균 7.41개, 6.00개의 동사 또는 어휘를 동원하였다. 이러한 두 집단 간의 표현된 어휘의 평균 차이가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t-test를 실시한 결과,
[<표 2>] 표현능력의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
표현능력의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
답변의 유효성 비율은 단일언어 아동군 81.57%, 이중언어 아동군 92.85%로 이중언어 아동군이 단일언어군보다 유효한 동사를 동원한 답변이 많았다. 또한, 답변 중 무효 답변 비율은 각각 94건(18.43%), 17건 (7.14%)이다. <표 3>은 집단별 답변의 유효성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이다.
[<표 3>] 답변의 유효성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
답변의 유효성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
두 집단 간 평균 차이가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t-test를 실시한 결과,
다음은 답변 시 17개 동작을 대표하는 지시동사를 동원하여 답변한 차이를 분석한다. <표 4>는 집단별 지시동사 사용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이다.
집단별 지시동사 사용 차이
특히 17개 동작 중 {바나나, 오렌지, 널빤지}가 논항명사로 구성된 3가지 동작에 대해서는 지시동사를 각각 2개씩 설정할 수 있으므로, {바나나 껍질}을 {벗기다, 까다}, {오렌지 껍질}을 {벗기다, 까다}, {널빤지}를 {자르다, 썰다}의 구성이 가능하다. 특별히 지시동사는 각 동작을 대표할 뿐 아니라 고빈도8) 어휘에 속한다.
두 집단 간 지시동사 사용의 평균 차이가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t-test를 실시한 결과,
[<표 5>] 지시동사 동원능력의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
지시동사 동원능력의 기술통계 및 t-test 결과
분석 결과는 단일언어 아동군이 지시동사를 더 많이 동원하여 답변하 였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첫째, 아동의 어휘 습득 시 주 양육자의 언어적 입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 연구 결과들에 비추어 볼 때 단일 언어 아동군 양육자에 의한 지시동사의 입력이 많았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둘째, 이중언어 아동군의 지시동사 사용 비율은 답변의 근사치 (approximative), 은유 비율과도 상관이 있어 보인다. 은유는 아동의 초기 어휘습득 시 자주 출현하는 현상 중 하나로(Waxman and Gelman, 1986) 상위적 언어개념을 동원한 표현에 속한다. 일반아동은 어휘화와 개념화가 미성숙단계에 있기 때문에 오류 또는 목표동작에 근접한 의미적 근사치, 은유 등을 자주 동원하는 경향을 보인다(이종열: 2007; 이은경‧석동일, 2009; Bialecka-Pikul, 2003; Billow, 1981; Broderick, 1991; Choi and Duvignau, 2009; Duvignau, 2003; Keil, 1986; Lagarano, 1997). 지시동사를 동원하여 답변할 경우 규범적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데, 이중언어 아동군은 규범적 답변보다 의미적 근사치 답변과 은유를 더 많이 동원(황순희•최진남, 2014; Duvignau and Rohr, 2014)한다. 따라서 위 결과는 이중언어 아동은 지시동사가 아닌 다양한 분리성 동사를 동원하여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집단별 무효 답변의 유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무효 답변의 유형은 크게 ① 메타언어로 답하기(목표 동작을 지칭하는 동사를 말하는 대신 동작 자체를 설명하거나 관련 내용을 기술하기), ➁ ‘모르다’로 답하기, ③ 무응답, ④ 의성어로 답하기 등이다. 또한, 목표 동작과 무관한 부적절한 답변은 다시 ⑤ 부적절한 동사 사용, ⑥ ‘-하다’로 답변하기 등으로 구분하였다. <표 6>은 무효 답변의 유형과 분포,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무효 답변의 유형과 분포
먼저 단일언어군의 오류 유형은 무응답(72.34%)이 가장 많고 부적절한 동사(13.82%), ‘-하다’(6.38%), 메타언어(4.25%), 의성어(3.19%) 순으로 나타났고 ‘모르다’로 답변한 예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것은 단일언 어군의 경우 특정 동작에 매칭되는 최적의 ‘동사’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을 잘 알지 못하며 동사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부적절한 동사, 메타언어, 의성어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단일언어 아동군은 이중언어군보다 한국어 어휘의 입력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표현 가능한 어휘 수도 많고 다양한 분리성 동사 어휘를 습득하여 이를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중언어군은 ‘모르다’(64.70%), 메타언어(23.52%) 순으로 높았고 무응답, ‘하다’는 각각 1건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의성어, 부적 절한 동사의 사용은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중언어 아동은 특정 동작에 매칭되는 최적의 동사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되는 정확한 한국어 어휘를 모른다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또한, 의성어 답변이 없음은 평소 의성어의 입력이 적어 그 존재를 잘 모른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적은 동사 어휘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집단별로 답변에 동원한 유효동사의 개수를 분석하면 <표 7>과 같다. 두 집단이 동작에 따라 유효한 어휘를 얼마나 동원하고 표현하였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집단별 동원 유효동사
단일언어 아동군이 가장 많은 유효동사를 동원하여 답변한 동작은 {레고를_빼다}, {토마토를_(으)깨다}, 그리고 3위 {단단해진 바게트를_부수다}, 4위 {나무껍질을_벗기다}, {옷을_벗기다}와 {(손으로) 바게트를_자르다} 순이다. 반면 가장 적은 수의 동사가 동원된 동작은 {(칼로) 파슬리를_썰다}, {(톱으로) 널빤지를_썰다}로 각각 2개의 동사가 사용되었다. 반면 이중언어 아동군이 유효동사를 가장 많이 동원하여 표현한 동작은 {유리컵을_깨다}와 {토마토를_(으)깨다}, 다음으로 {레고를_빼다}와 {오렌지를_까다, 벗기다}, 그리고 {풍선을_터트리다}, {나무껍질을_벗기다}, {단단해진 바게트를_부수다} 순이다. 반면 가장 적은 수의 동사가 동원된 동작은 {(칼로) 파슬리를_썰다}, {(톱으로) 널빤지를_썰다}로 이 동작에 대해 단일언어 아동, 이중언어 아동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칼로) 파슬리를_썰다}에 대해 단일언어군 {썰다, 자르다}, 이중언어군은 {자르다, 뜯다}로 답했고 {(톱으로) 널빤지를_썰다}에 대해 단일언어 군은 {자르다, 썰다}, 이중언어군은 {자르다, 깎다, 깨지게 하다}로 답했다. 이것은 {썰다}가 하위어, 세부적 어휘에 속하므로 상위어인 {자르다} 와 유의어 {깨지게 하다}를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두 집단 공히 답변에 많은 동사가 동원된 동작은 {레고를_빼다}, {토마토를_(으)깨다}, {단단해진 바게트를_부수다}, {나무껍질을_벗기다} 등이다. 답변 중 유효동사들에는 지시동사 뿐 아니라 근사치 표현, 은유적 표현 등이 많았다. 이점은 아동의 어휘 습득 시 다양성 정도를 반영할 뿐 아니라 반대로 이들 동작이 적확한 어휘를 찾기 어려운 동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함축한다.
다음은 어떤 동작에서 아동이 오류를 많이 범하는지 살펴본다. <표 8>은 집단별 무효 답변의 빈도를 동작별로 분석한 것이다.
집단별 무효 답변 갯수
단일언어 아동군의 답변에서 오류율이 높은 동작을 나열하면 {나무껍질을_벗기다}, {옷소매를_뜯다}, {인형 옷을_벗기다}, {토마토를_(으)깨 다}, {파슬리를_썰다}, {단단해진 바게트를_부수다}의 순이다. 반면 오류율이 가장 낮은 동작은 {(칼로) 바게트를_자르다}이다. 한편 이중언어 아동군의 답변 중 오류율이 가장 높은 동작은 {색종이를_구기다}, {나무 껍질을_벗기다}, {당근을_깎다}, {토마토를_(으)깨다}, {단단해진 바게트를_부수다}의 순이다. 위 결과 중 현 단계 연구에서는 단일언어 아동군의 답변9) 만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분리성 동사는 동일한 의미장에 속하는 강한 유의관계로 연결된 유의어 집합으로 유의성 정도에 따라 하나의 어휘의미망으로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점에 착안하여 분리성 동사를 사전적 정의문과 논항구조를 고려하여 유형화하고 계층구조로 도식화 해보면 <그림 1>과 같다.
분리성 동사는 크게 ① [자르다] 류: {자르다, 썰다, 찢다, 터트리다}, ② [벗기다] 류: {벗기다, 까다, 깎다}, ③ [부수다] 류: {부수다, 깨다, 으깨다}, ④ [빼다] 류: {빼다}, ⑤ 기타로 유형화 될 수 있다. 단일언어 아동군 답변 중 동작별 오류 유형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자르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낮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 또한 낮다. 세부적으로 {자르다, 찢다, 터트리다}는 표현 시 오류율이 낮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이 낮은 반면 {썰다}는 상대적으로 오류율이 높다. 둘째, [벗기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높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도 높다. 이중 {벗기다}의 오류율이 높고 {까다, 깎다}의 오류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셋째, [부수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높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도 높다. 이 중 {으깨다}의 오류율이 특징적으로 높다. 넷째, [빼다] 류는 표현 시오류율이 낮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이 높다.
6)기술통계 분석결과와 t-test 검증 결과는 두 개의 표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본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두 가지 내용을 담은 한 개의 표로 제시한다. 7)한편 이중언어군과 단일언어군 답변의 유효성을 분석한 황순희·최진남(2014) (표본 각각 14명)에서도 이중언어군 답변의 유효성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언어군이 단일언어군에 비해 유효한 답변을 많이 제시했다’는 이러한 결과는 이중언어군에게 ‘한국어 동사 입력’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그러나 표본의 확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수행중인 예비 연구(pilot study) 결과를 보면 이중언어군의 답변 유효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아동의 연령, 프랑스어(L2) 교육연한, 프랑스 체류기간 등이 이중언어군의 첫 언어(L1) 능력을 좌우하는 중요 변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관한 설득력있는 근거 제시와 기제 탐색은 후속 연구를 통해 규명할 예정이다. 8)어휘별 빈도 및 빈도 순위는 국립국어원(2005)을 이용하여 추출하였다. 9)이중언어 아동군 답변의 경우 오류 동사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자세한 순위를 나열하는 것이 현 단계 연구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어-프랑스어 이중언어 아동과 한국어 단일어 아동(4~5세)의 동사 습득 양상과 표현 능력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Approx를 이용한 동작 명명하기 과제를 수행하여 집단별로 어휘표현의 다양성, 답변의 유효성, 지시동사의 사용, 오류율, 오류 유형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두 집단의 동사 습득과 표현능력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세부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답변에 표현된 어휘(무응답, ‘모르다’ 답변 제외)의 평균은 집단 별로 각각 7.41개, 6.00개로 단일언어 아동군이 양적으로 많은 어휘를 사용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이다. 이 결과는 단일언어 아동군 에게 한국어 입력이 더 많아 이로 인해 표현 능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될수 있겠다. 둘째, 답변의 유효성과 관련하여 이중언어 아동군이 단일언 어군보다 유효한 동사를 동원한 답변이 많았다. 황순희•최진남(2014)에서는 두 집단의 유효성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보고하였다. 셋째, 답변 시 지시동사 사용 비율은 단일언어 아동군이 높았으며 이중언어군 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였다. 이 결과는 아동의 어휘 습득시 주 양육자의 언어적 입력과 관련하여 쉽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일언어 환경의 주 양육자들에 의한 지시동사 입력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지시동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규범적 답변을 의미하는데 이중언어 아동군이 근사치 답변과 은유 사용률이 높다는 선행 연구 결과에 비추어 이중언어 아동군의 지시동사 사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설명될 수 있다. 넷째, 단일언어군과 이중언어군의 답변 시 오류 유형 또한 차이를 보였다. 단일언어군은 무응답, 부적절한 동사, 하다, 의성어 등으로 오류 답변이 유형화되었다. 이 결과는 특정 동작에 매칭되는 ‘동사’의 존재를 잘 인지하지 못하며 답변을 위해 다양한 전략이 동원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점 역시 단일언어군은 한국어 어휘의 입력이 상대적으로 많고 표현 가능한 어휘도 많으므로 다양한 분리성 동사를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중언어군에서 의성어, 부적절한 동사 사용의 답변은 없었다. 이 점은 특정 동작에 매칭되는 동사의 존재는 인지하되 정확한 한국어 어휘를 모른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아울러 평소 의성어 및 충분한 양의 분리성 동사 입력이 적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두 집단이 세부 동작별로 동원한 유효동사도 차이를 보였다. 두 집단 공히 답변에 많은 동사를 동원한 동작은 {레고를_ 빼다}, {토마토를_(으)깨다}, {단단해진 바게트를_부수다}, {나무껍질을_ 벗기다} 등이다. 또한, 단일언어군이 가장 많은 오류를 범한 동작 및 동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르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낮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 또한 낮다. [벗기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높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도 높다. [부수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높고 다양한 어휘 동율도 높다. [빼다] 류는 표현 시 오류율이 낮고 다양한 어휘 동원율이 높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확장된 표본과 충분한 추후 논의를 통해 보완될 부분이다.
이상의 결과는 단일언어 아동와 이중언어 아동의 동사 어휘 습득, 그리고 세부적인 동사 표현능력을 설명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중언어 아동 연구의 대부분이 한국어-영어 사용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고 프랑스 거주의 한국어-프랑스어 이중언어 아동의 동사 표현 능력을 다룬 연구가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현재 확장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국어 동사 표현과 프랑스어 동사 표현능력을 함께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일관된 결과를 도출할 경우 아동의 동사 습득 전반과 분리성 동사를 파악하는 데 설명력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