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의 한영 번역 연구* -시제詩題 번역 전략과 결정 요인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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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Noh, Jinseo. 2014. 6. 30. Korean-English Translation of Korean Modern Poetry. Bilingual Research 55, 31-49.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examine how important the title is in the translation of Korean modern poetry. The Korean language is quiet different from the English language in linguistic characteristic. The difference between the two has caused a lot of difficulties in translating poems in literary text. For the example, the culture-specific items of the source text cannot be translated fully because they are different from those of target language. Therefore, the translators are asked to be the intermediaries who enable the users of the target language to understand the exotic elements of the source language.

    This paper has aimed at examining many cases of the poetry translation of Korean literature, which contain lots of cultural elements, as the basis for the analysis of the translation pattern and its strategy. The findings of this study are as follows. Firstly, the source text of Korean modern poetry has been translated into the target text in the English language by four translation patterns, such as literal translation, liberal translation, substitution and emprunt. The strategies used in the patterns have their strong and weak points respectively. In most cases of Korean-English translation of Korean modern poetry, the connotative meaning as well as the denotative meaning of poetic expressions has been successfully expressed but some cultural elements in the Korean language cannot be fully translated into English. Consequently, the deeper and continuous study of the translation of Korean poetry text is urgently needed to introduce the excellence of Korean poetry to the whole world.(Kwangwoon University)

  • KEYWORD

    언어적 등가 , 의역 , 직역 , 원문 , 번역문 , 번역 양태 , 번역 전략

  • 1. 서론

    번역은 한 언어로 된 텍스트를 다른 언어의 텍스트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다. Munday(2001: 4)가 내린 정의는 번역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번역이란 번역가가 원문 텍스트를 원문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번역문 텍스트 바꾸는 작업을 의미한다.’1)라고 하였다. 즉, 번역이란 두 개의 언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 원문 텍스트를 목표 언어로 쓰인 번역문 텍스트로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원문 메시지를 글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문에 필적하는 번역어를 찾아내어 가장 자연스럽고 충실한 표현으로 가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번역은 이질적인 언어 장벽을 넘어 문화적 교류를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번역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직역, 의역, 충실한 번역 사이를 오가는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2). 번역 초기에는 원어 메시지를 번역어로 축자 번역하는 직역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의미, 문체, 텍스트, 그리고 메시지 전달 등으로 관심이 옮아가 면서 진일보하던 번역학은 1980년대에 들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른바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이 그것이다. 이것은 번역학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의 시류에 편승한 연쇄적인 현상이었다. 이 문화적 전환을 계기로 번역학 내부에서도 문화에 관한 폭넓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번역학의 연구 대상은 텍스트로부터 문화 전반에 걸친 사항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번역은 원문 텍스트의 의미와 문체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고려하여 그것에 가장 필적하는 번역어 텍스트를 재생산하는 작업이 되었다. 따라서 번역 작업의 목표는 의미적, 화용적, 기능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포괄적 등가를 찾아내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번역 이론들이 제기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Nida & Taber(1982: 109-113)가 주장한 ‘메시지 전이 모델’이다. 그들은 번역이 무엇보다 번역문을 읽는 독자를 위한 것임을 주장했다. 그러므로 번역문은 원문텍스트와 동등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며 또한 이질적인 문화를 전해주는 중개 매체 역할까지도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번역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번역 작업을 하게 된다. 먼저, 원문 텍스트를 단순히 번역문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원문 언어와 번역어에 이미 내재하는 대응어를 찾아서 그대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원문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한 이후에 적절한 번역어를 통하여 등가의 번역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언어 문화권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면 그 차이로 인한 부등성은 아무리 노련한 번역가라 할지라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3). 더구나 시 텍스트는 원문 언어의 압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상응하는 등가 표현을 찾아내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시 번역가는 무엇보다 원문 언어와 번역문 언어에 관한 전문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원문 언어 문화권과 번역 언어 문화권을 이해하는 인지적 틀(cognitive frame)을 토대로 시를 재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번역가는 두 언어 문화권에 관한 전문 지식과 적절한 전략을 가지고 원문 텍스트를 번역문 텍스트로 재창작하는 작업을 해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본 연구는 한국 현대시를 영어로 번역한 실례를 분석하여 한영 시 번역 전략과 결정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즉, 한국문학 영역 총서 시리즈에 실린 한국 현대시의 제목이 어떻게 영역 되었는가를 분석하면서 그와 관련된 번역 전략과 그것을 좌우하는 요인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1)The process of translation between two different written languages involves the translator changing an original written text (the source text or ST) in the original verbal language (the source language or SL) into a written text (the target text or TT) in a different verbal language (the target language or TL)  2)김효중(1998: 17-19)은 Jowett, Nida, Taber, Catford Jakobson 등이 내린 번역에 대한 정의를 순차적으로 정리하였다.  3)이석규 외(2003: 18)에 따르면 Catford(1965)는 언어적 번역 불가능성(linguistic untranslatability)과 문화적 번역 불가능성(cultural untranslatability)을 언급하였는데, 전자는 원문의 어휘적, 문법적 표현에 대응되는 번역어 표현이 없는 경우이며 후자는 원문의 문화적 요소가 번역어 문화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번역이 불가능함을 이르는 말이다.

    2. 선행 연구

    시는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얽히어 시적 의미를 형성하는 문학 장르이다. 그런데 시작 과정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잉여적 언어 표현은 압축과 생략에 의해 걸러지기 때문에 시는 가장 정제되고 절제된 의미 체계를 갖는다. 따라서 일반적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면 시 언어는 그 자체가 목적인 셈이다. 때문에 시 언어는 다른 문학작품에 비해 그 자체로 의미나 정서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시는 매우 안정된 형태의 텍스트이다. 무엇보다 맨처음에 위치하여 독자들이 주목하게 되는 시 제목은 뒤이어 나올 시의 본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독자에게 시가 어떤 내용이 될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독자를 시의 본문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시 제목은 시를 해석하는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독자는 시의 제목으로부터 시적 의미나 내용에 관한 유추와 연상 작용의 단초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 제목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시인은 제목 짓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시인은 제목을 통하여 독자들이 본문의 의미를 유추하게 만들고 또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키면서 본문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시인들은 전략적으로 제목을 결정하게 되는데 대체로 시 제목은 두 부류로 대별된다.

    먼저, 전체적 내용과 테마를 강하게 암시하는 제목을 선정한다. 다음예를 보자.

    (1)의 「겨울 사랑」은 겨울의 한 표상인 눈을 시사적 매체로 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겨울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눈을 통해 형상화된 겨울의 풍경 안에서 화자는 깨끗하고 솔직한 정서로서 사랑을 표출한다. 이렇듯 ‘겨울 사랑’이란 제목은 작품의 전체적 내용을 개괄하면서 거침없는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또 시인은 작품의 핵심소재로 제목을 정하여 자신이 표출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2)는 사랑하는 사람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반달’이라는 시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늘에 떠있는 반달을 보며 보이지 않는 절반은 하늘로 간 사람이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반달이란 핵심소재를 제목으로 하여 그 상징적 의미를 통해 그리움이란 주제를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 제목은 시 작품 전체를 개괄하거나 작품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볼 때 한영 번역과정에서 시 제목을 영어로 옮기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한국어와 영어가 언어적으로 너무나 다른 성격의 언어이고 그 문화 또한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 시 제목의 대응어를 영어에서 찾아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다. 따라서 번역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비록 Bake(1992: 20-42)가 제안한 몇몇 전략4)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것이라 한국 현대시의 경우에는 어느 것이 유효한 것인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실제 번역된 사례를 통하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런 점들에 착안하여 본 연구는 윤동주 및 김수영의 시 번역을 연구한 김효중(2007, 2008)과 번역을 통한 한국 문학의 세계화의 가능성을 타진한 박진임(2007), 그리고 한국 시의 영역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 정은귀(2009)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 번역에서 드러난 번역 양태뿐만 아니라 번역 사례에서 발견되는 번역 전략과 그것을 결정짓는 요인들에 관하여 논의해보고자 한다.

    4)Baker는 단어 차원의 등가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번역가는 보다 일반적 어휘로의 번역, 설명을 덧붙인 차용어를 사용한 번역, 관련된 어휘를 사용한 풀어쓰기 번역, 부분적으로 생략하는 번역 등 여러 가지 번역 전략을 제시하였다.

    3. 시제 번역에 나타난 번역 양상

    본 연구를 위한 분석 대상 자료는 한국 문학 영역 시리즈 총 10권의 영역시집에 실린 영역된 한국 현대시이다. 여기에 수록된 686 수의 영역시의 제목을 분석하여 연구 자료로 삼았다. 한국 문학 영역 시리즈의 시집을 분석 자료로 택한 것은 비교적 검증된 번역가들에 의해 편찬된 영역 시집이기 때문에 연구 자료로서 높은 신뢰도를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대표적인 시 제목 영역 사례를 발췌하여 그 과정에서 드러난 번역 양태와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3.1. 대응되는 번역어로 직역

    원문의 어휘에 대응되는 번역어의 어휘가 존재할 때 원문을 그대로 번역어 어휘로 옮긴 경우이다. 즉, 한국어로 된 시 제목에 거의 일치하는 영어 어휘가 존재할 경우, 한국어 시 제목을 그대로 영어로 직역한 것이다. 시 제목을 번역한 사례를 살펴본 결과, 이와 같이 한국어 시 제목을 번역어인 영어로 직역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 실례를 살펴보자.

    예문 (3)에서 원문 텍스트의 ‘저녁’, ‘숲길’, ‘국화’ 등의 어휘는 번역어인 영어에 ‘nightfall’, ‘woodland’, ‘chrysanthemum’ 등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원문의 시 제목들은 그 의미 그대로 번역어인 영어로 번역되었다. 또 다음 예문을 보자.

    예문 (4)에서 원문 시 제목으로 사용된 ‘4월’, ‘가로수’, ‘배꼽’, ‘연가’ 등의 어휘는 동일한 의미로 대응되는 영어어휘 ‘April’, ‘roadside tree’, ‘belly button’, ‘love song’ 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원문의 시 제목은 영어 어휘로 직역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원문을 의미상 일치하는 번역어로 직역하는 방법은 원문 메시지의 손실이나 변형 없이 번역어 독자들의 이해를 손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2. 포괄적 등가어로 의역

    포괄적 등가어로 옮기는 방법은 원문 언어와 번역어 사이에 정확히 일치하는 어휘가 없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원문 언어 문화권의 어느 특정 영역이 번역 언어의 그것보다 훨씬 더 세분화되어 있는 경우, 원문 언어는 그 영역에 관한한 세분화된 어휘를 갖게 되는데 비해 번역어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이를테면 번역어에는 원문 언어에 대응되는 등가어가 존재하지 않아서 원문 번역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럴 경우 번역가는 불가피하게 더 포괄적 의미를 갖는 번역어 어휘를 찾아내어 부등성의 격차를 줄이게 된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예문 (5)에서 원문 텍스트의 ‘알타리 무우’, ‘그믐’, ‘큰집’ 등은 한국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나타내는 어휘라고 할 수 있다. 알타리 무우는 알무 또는 총각무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의 한 종류, 즉 총각김치를 담그는 식자재이다. 또한 큰집은 한국 문화권에서 집안의 대소사를 주관하는 장손의 집을 뜻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것들은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가 담긴 말이니 영어 문화권에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이에 대응되는 영어 어휘도 있을 리 없다. 뿐만 아니라 영어 독자들은 그런 어휘가 가리키는 지시물을 알지 못하니 설사 번역한다고 해도 그들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번역가는 정확한 번역을 포기하고 영어에서 포괄적 유의어를 찾아 ‘알타리 무우 → 무우(radish), 큰집 → 친척집(relatives)’으로 번역하였다. 또 다음 예문을 보자.

    이것은 포괄적 등가어를 가지고 지칭 의미가 구체적인 세부 어휘를 대체함으로써 넒은 의미의 등가를 구현한 것이다. 하지만 번역의 정확도와 충실도를 고려해 볼 때 그다지 좋은 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번역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원문 메시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3.3. 설명적 어구로 대체

    두 언어문화권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거나 또는 원문과 번역문의 언어가 각각 다른 어족에 속해 있는 경우, 문화적 요소를 담은 어휘는 부등성이 현격하여 번역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왜냐하면 원문어휘에 대응되는 번역어 어휘가 존재하지 않고 또 포괄적 등가어를 찾아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번역가는 원문 어휘를 적절한 대응어로 바꾸기 보다는 설명적인 풀이 방식을 동원하여 그 의미를 전달하였다. 다음 예문을 보자.

    (7)에서 ‘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문화재이다. 또 제삿날은 유교 문화권에서 살아온 한국적 풍습에서 기인한 특정일을 뜻한다. 이러한 것은 모두 한국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영어 문화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고 그렇게 때문에 당연히 그것을 가리키는 어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원문 어휘를 대응어로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번역가는 설명을 하듯 의미를 전달함으로써 번역 불가능성을 극복하였다. 즉, (7)에서처럼 ‘대장경’을 ‘목판에 새긴 불교 경전’ 또 ‘제삿날’은 ‘제물을 바치는 밤’으로 풀이하여 각각 ‘the Buddhist Scriptures carved in wood’과 ‘the night we make offerings’로 번역하였다. 또 다음 예문을 보자.

    (8)의 ‘와가’, 즉 기와집은 한국 고유의 한옥을 상징하는 어휘이다. 즉, 한국 고유의 주택 양식으로서 기왓장으로 지붕을 얹은 가옥을 말한다. 그러므로 한옥과 기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영어 독자들이 기와집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번역가는 궁여지책으로 기와와 비슷한 공법으로 생산되는 영어권의 타일을 찾아내서 ‘tiled-roof house’로 ‘와가’를 설명하였다. 또 만파식적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신라의 전설과 관련된 피리이다. 그러므로 한국 역사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영어 독자들이 그것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번역가는 ‘the legendary flute of Shilla Dynasty’로 의미를 설명하는 번역 방식을 택하였다.

    이와 같은 번역 방법은 설명을 통하여 최소한의 의미만이라도 전달하려는 고육지책이다. 번역이 불가능해 보이는 원문의 의미가 전달되어 번역 불가능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가치가 인정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응어가 아닌 풀어쓰기 방식이기 때문에 원문 텍스트의 문체를 훼손하여 원문의 형태 보존이 도외시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3.4. 음차 번역

    원문의 언어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인명과 지명을 뜻하는 고유 명사, 그리고 특이한 문화소를 나타내는 어휘들은 말 그대로 그 문화권에서만 사용되는 고유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을 번역한다는 것은 무에서 유로 만들어내는 것과 흡사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따라서 번역가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풀어서 설명하든지 그것도 여의치않으면 원문 어휘를 그대로 적어서 번역문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였다. 말하자면, 번역문 어휘의 의미를 어떡해서든 전달하여 번역문 독자가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하거나 아니면 원문 어휘를 그 음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무기력한 번역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뜻밖에도 원문 텍스트가 갖고 있는 이국적 요소를 번역문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되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다음 예를 보자.

    (9)에 예를 든 ‘광화문’, ‘경칩’, ‘강화도’ 등은 한국의 문화재, 문화소, 지명 등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가 들어 있는 어휘들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어휘들이 가리키는 지시 대상은 영어 문화권에는 없을 것이고 그에 대응되는 영어 어휘 또한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번역된다 하더라도 번역문을 읽는 영어 독자들은 그 어휘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번역가는 어쩔 수 없이 원문의 어휘를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하여 ‘Kwanghwa-mun’, ‘Kyŏng-ch’ip’, ‘Kanghwa’와 같이 원문 어휘의 음을 그대로 로마자화하여 옮겨 놓았다.

    이와 같은 음차 번역은 원문 텍스트가 갖고 있는 이국적인 요소를 그대로 보존하여 번역문 독자들에게 이질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 전달이라는 번역 본연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별도의 주석이나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원문 텍스트가 훼손되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4. 번역 시 고려하는 변인

    이 장에서는 한국 현대시를 영역할 때 시 제목의 번역 전략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들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번역 사례에서 보다시피 한국어와 영어는 언어적으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시의적절한 번역 전략들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 번역 전략을 결정 지워주는 요인은 무엇인지 그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4.1. 대응과 등가

    먼저, 대응과 등가의 문제이다. 번역해야 할 원문 텍스트와 일치하는 어휘나 표현이 번역문 언어에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따라 번역가가 선택하는 전략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원문의 메시지와 정확하게 들어맞는 어휘나 표현이 번역문 언어에도 존재하는 경우, 번역가는 말할것도 없이 원문 텍스트를 직역하게 된다. 다음 예문을 보자.

    (10)의 번역 사례를 살펴보면, 원문의 한국어 어휘 ‘눈길’, ‘하나’, ‘위하여’는 번역어인 영어에 ‘snowy road’, ‘being one’, ‘for the sake of’ 등의 어휘가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에 번역가는 그대로 직역하여 원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음 예문을 보자.

    (11)에서 원문의 한국어 어휘 ‘제사’와 ‘장마’는 한국적 요소가 담겨있는 어휘이다. 이를테면 ‘제사’는 효를 중시하는 유교 전통에 따라 돌아가신 조상에 대하여 예를 올리는 한국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따라서 영어 문화권에는 없는 풍습이며 그 때문에 정확히 일치하는 영어 표현도 있을 리 없다. 이와 같이 부등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번역가는 가장 근접한 영어 어휘를 찾아 그것을 대체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즉, 제례 의식을 뜻하는 어휘, ‘offering’으로 대체하여 포괄적 등가로 부등성을 극복한 것이다.

    또한 장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장마는 한국의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초여름에 발생하는 계절성 강우를 지칭하는 어휘이다. 이 또한 영어 문화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장마를 직역할 수 있는 대응어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번역가는 ‘여름비’를 의미하는 ‘summer rain’으로서 포괄적 등가를 구현한 것이다.

    요약하면 원문에 대응하는 번역어가 존재할 경우, 번역가는 원문을 그대로 직역하였다. 반면에 원문과 번역문의 언어 문화권이 상이하기 때문에 원문에 정확히 대응하는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번역가는 포괄적 등가어로 의역함으로써 원문과 번역어 사이의 부등성을 극복하였다.

       4.2. 현지화와 타국화

    먼저, 다음의 번역 사례를 살펴보자.

    (12)의 석굴암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문화재이다. 아직까지는 석굴암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번역문을 읽는 영어 독자들은 석굴암에 관하여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번역가는 석굴암을 ‘바위 동굴 안의 부처상’, 즉 ‘the Goddess of Mercy in the Stone Cavern’으로 번역하였다. 또 처서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접어드는 음력상의 절기이다. 때문에 태음력을 알고 있는 한국어 사용자들은 ‘처서’라는 어휘가 갖는 의미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태양력을 사용하는 영어 사용자들은 ‘처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번역가는 ‘여름의 끝’ 즉 ‘the summer’s end’로 뜻을 풀이하여 번역하였다. 또한 남도창은 한국의 남쪽 지방에서 유행하던 한국 고유의 노랫가락이다. 이 또한 영어사용자에게는 이해가 불가능한 어휘이기 때문에 번역가는 ‘남쪽 지방의 노래’, 즉 ‘Song of the Southern Province’로 풀어서 번역문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번역 전략을 택하였다.

    이와 같이 한국 고유의 문화소 번역의 경우, 번역가는 설명적 풀이 방식을 통하여 원문 언어 문화권에 대한 선험적 지식이 없는 번역문 독자들을 배려하였다. 이것은 낯선 문화적 요소를 번역문 독자에게 맞추어 현지화5)(domestication)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번역문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원문의 이국적요소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배제시킨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예를 살펴보자.

    (13)의 예는 (12)와 달리 원문 어휘의 음을 그대로 살려서 옮기고 그에 대한 설명을 주석으로 덧붙인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현지화와는 정반대로 타국화하는 방식이다.(김효중, 2004: 35-36) 이를테면 원문이 갖는 이국적인 요소를 음차용 번역 방식을 통하여 번역문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현지화 번역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주석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원문의 문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처럼 고유 문화소를 나타내는 원문 텍스트를 번역하는 경우, 번역가는 번역문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현지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국적인 요소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타국화의 번역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문화 간 이질성의 격차를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5)Venuti(1995: 116)가 언급한 용어로서 그는 현지화 전략이 번역문 독자들에게 이질적 문화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였다.

    5. 결론

    본 연구는 한국 현대시 영역본에 실려 있는 시제(詩題) 영역 사례를 수집하여 번역 양태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먼저, 한국 현대시를 효과적으로 번역하기 위하여 대응어로 직역, 포괄적 등가어로 의역, 설명적 어구로 대체, 음 차용 번역 등의 번역 전략이 이용되었다. 이 가운데 문화 간 부등성이 심한 경우 번역문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하여 설명적으로 풀어쓰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다.

    또한, 한국 현대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주로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어휘와 관련된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장구한 역사를 통하여 한국 사회에서 발달된 풍습과 문물 등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이 독특한 문화적 요소가 반영된 어휘를 언어적으로 너무나 다른 영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아무리 잘 된 번역이라도 그것은 원문 텍스트에 근접하는 번역문 텍스트일 뿐, 그 결과는 늘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한국어의 미묘하고 섬세한 운율이 영역된 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한국 현대시가 갖고 있는 장점이 묻혀 버리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는다. 이것은 한국 현대시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있어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모색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많은 후속 연구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 1. 김 효중 (1998) 『번역학』.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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