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A Study on the Insanity Defense of Felonious Criminals 강력범죄자의 정신이상 항변에 관한 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A Study on the Insanity Defense of Felonious Criminals

범죄자 특히 연쇄살인이나 성폭력살인, 또는 아동성폭력 범죄자들은 정신장애에 의한 정신이상항변을주장한다. 살인, 강도, 강간, 방화 같은 강력범죄를 범한 범죄자들의 정신이상항변이 인정될 경우에 형의 면제나 감면이 허용되기 때문에 정신이상 항변은 범죄자들의 면책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범죄자들의 정신이상 항변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들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거짓과 술수, 기만이나 위장을 하고 있다고 의심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연쇄살인이나 아동성폭력 등 흉악범들의 정신이상 항변에 대한 신청률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흉악범죄를 범한 전과자들 까지도 주취항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는 형사정의의 측면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신장애 판단기준이 분명치가 않다. 단지 판례에 의존하여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정신 이상항변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우리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책임무능력자 또는 한정책임능력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를 정신장애라는 전문용어로 바꾸고, 정신이상 항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신장애의 유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신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법제화하고,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을 의무화하는 관련법의 정비가 요구된다. 또한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정신이상항변을 배제하는 법제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구체화를 통하여 흉악범죄자의 위장이나 거짓을 막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이상 항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KEYWORD
정신이상 항변 , 정신장애 , 정신감정 , 정신병질 , 흉악범 , 주취항변
  • Ⅰ. 서 론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다. 범죄의 원인이 중요한 이유는 강간살인이나 강도살인, 방화살인 또는 유괴살인, 아동성폭력범죄 등과 같은 흉악범죄의 경우에도 그 원인에 따라서 형벌이 감면되거나 극형을 피할 수 있고, 치료․교화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흉악범죄자가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정신이상항변을 주장할 경우에 그 형사처벌의 적정성에 관련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정신장애는 정신분열증, 망상증, 정동장애, 충동조절장애, 해리성정체성 장애, 그리고 심지어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사이코패스도 그 유형에 포함시켜 정신이상항변으로 형사처벌의 면제나 감면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범죄는 점점 잔인화․흉포화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조두순사건, 강호순사건, 김수철사건, 김길태 사건의 경우에 재판과정에서 범죄자가 범행시에 정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항변함으로써 면책이나 감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연쇄살인, 아동성폭력살인이나 아동성폭력범죄 등과 같은 흉악범죄자들이 정신장애를 이유로 범죄행위시에 책임무능력 상태였다고 항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장애 상태를 전문 감정인들이나 법관들이 정확하게 판단할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본 논문은 범죄자들의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정신이상 항변과 관련된 법적 기준과 정신감정절차에 대하여 살펴보고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에 대한 정신이상 항변 실태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실태분석을 기초로 하여 정책적제언을 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정신장애와 정신이상 항변에 대한 논의

    1) 정신장애와 정신이상 항변

    정신장애와 정신이상은 개념적으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정신이상은 정신장애로 인하여 행위의 본질과 성질을 알지 못하거나 만약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불법적인 행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이상은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학적 요인에 의한 정신장애자 중에서도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판단할 실질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1) 따라서 정신장애자라 하여도 반드시 정신이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므로 정신이상은 정신장애 보다 더 좁은 개념이다. 이러한 정신이상 상태에 있는 자가 형의 면죄나 감경을 요구하는 것을 정신이상 항변이라고 한다.

    정신이상은 정신병리학적 또는 심리학적 용어가 아니라 법적인 용어이다. 따라서 이는범죄행동의 맥락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범행 당시의 개인의 마음상태를 말한다. 사람이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라고 주장하는 정신이상 항변을 할 때, 판사나 배심원은 당사자가범행 당시에 정신이상 상태여서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한 규정은 심신상실자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심신미약자는형사책임을 감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행을 한 후 기소된 피고인들의 정신이상 항변의 근거가 된다. 물론 심신장애가 정신장애와 같은의미인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심신장애로 인하여 범행시에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의 면제나 감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는 일종의 정신이상 항변에 해당한다.

    한편, 정신이상의 원인인 정신장애의 개념은 일단은 현행의 형법에서 사용하고 있는심신장애의 개념에서 도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신장애는 심신상실이나 미약을 판단하는 규범적 개념이라는 측면에서 정신장애와 구분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심신상실이나 미약을 판단하는 생물학적 요소로서의 사실적 개념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다. 후자의 사실적 개념은 정신장애와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장애란 본래 신체기관의 질병 및 기타 결함을 의미한다.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는 정신분열, 조울증, 간질 등 대부분 신체기관 특히 뇌기능과 관련된 질병에 의한 경우가 해당된다. 그러나 백치 등 극단적인 저능 또는 심한 불안과 흥분, 강한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한 판단력 및 의사결정능력 상실 내지 감퇴 등과 같이 신체기관의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도 흔히 있다. 또한 알코올과 마약복용 등에 의한 일시적 정신장애는 신체기관의 기능손상 내지 결함과 무관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형법 제10조 1항은 생물학적 방법만으로 책임무능력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2) 따라서 정신장애는 생물학적 장애와 심리적장애, 그리고 알코올과 약물복용 등에 의한 일시적 장애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정신장애는 심신장애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2) 정신장애에 대한 법적인 논의

    (1) 정신장애에 대한 판단기준

    우리형법 제10조 제1항의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인으로서 정신장애를 뜻한다.3) 심신장애는 신체적 장애를 제외한 정신장애를 의미하지만, 현행 형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이에 속하는 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4)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책임무능력자 또는 한정 책임무능력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 판단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5) 또한 형사소송법 제169조의 감정이 형법상의 책임무능력 판정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책임능력 평가를 위하여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6)

    그러나 심신장애에 대한 구체적인 유형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우리 형법과는 달리 판례는 심신장애의 유형을 통상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의 몇가지로 분류하고 있다.7) 첫째 유형은 정신병 즉, 병적 정신장애를 들고 있는데 내인성정신병에 해당하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외인성 정신병에 해당하는 뇌연화증, 뇌손상, 간질 등을 들고 있다.8) 한편, 강박증 등 정신적․심리적 원인에 의한 정신병도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9) 둘째 유형은 백치, 치매와 같이 증명할 수 없는 지능박약을 의미하는 정신박약, 세번째 유형은 실신, 마취, 혼수상태, 깊은 최면상태, 극도의 과로상태, 심한 충격이나 극도의 격정상태, 명정상태 등과 같은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의 유형으로서 심한 의식장애를 들고 있다.10) 특이한 것은 판례는 명정상태를 심신장애로 인정함으로써 주취항변을 가능하게 있다는 점이다.

    (2)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의 기준

    정신장애와 관련하여 형법 제10조 제1항 및 제2항의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이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심신상실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심신상실은 심신장애라는 생물학적 요소와 사물의 변별력과 의사결정능력이라는 심리학적 요소를혼합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신장애가 생물학적 요인이라는 의미도 불분명하고,사물의 변별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심리적 요인이라는 설명도 부정확할 뿐 아니라 심신장애, 사물을 변별할 능력, 의사를 결정할 능력 등의 개념이 정의되지 않아 심신상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이론이나 판례에 의해 해석되거나 규정되고 있을 뿐이다.11)

    형법상의 심신장애는 정신장애 또는 정신기능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ⅰ) 진행성뇌연화, 노인성 치매나 뇌손상에 의한 창상성정신병, 음주 및 약물중독 등에 의한 외인성 정신병과 정신분열증, 조울증, 간질과 같이 정신기능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내인성정신병 등 정신병, ⅱ) 백치나 치매 등 정신박약, ⅲ) 명정, 최면상태 등 중대한 의식장애, ⅳ) 감정․의사 또는 성격장애 등 그 정도가 심하여 병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정신병질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는 것도 법이론적 해석이나 판례에 의해 규정될 뿐이다.12)

    한편, 형법 제10조 제2항의 심신미약 역시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학적 요소로 구성되고, 생물학적 기초는 심신상실의 경우와 같이 심신장애로서 다만 심신장애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뿐이다. 따라서 순수한 정신병도 포함되고 경미한 뇌성마비 또는 간질 등이 해당된다. 또한 음주 또는 약물중독, 그리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책임무능력으로 될 수 있는 정신병질, 노이로제 또는 충동장애 역시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13) 심리적 요소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할 것을 요한다. 이러한 능력이 미약한가의 여부도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3) 정신병질에 대한 정신장애 인정 여부

    정신병질이란 정신분열증이나 망상증 등과 같은 정신질병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결함으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공격행동 또는 무책임한 행동을 함으로써 의료적 치료를 요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병은 분명히 정신장애에 해당하지만, 정신병질이 정신장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특히 범죄와 관련하여 정신장애 여부에 대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정신병질 유형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 욕구, 유혹을 억제하지 못하는 충동조절 장애이다. 우리 형법 제10조의 해석상 심신미약으로 인정되는 충동조절장애는의학상으로는 간헐적 폭발성장애, 병적 도벽, 병적 방화벽, 병적 도박, 발모벽, 달리 명시되지 않는 충동조절장애 등의 6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14) 독일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다른 중대한 정신이상’의 해석에는 인격장애, 신경증 및 충동장애를 포함하고 있다.15) 다만, 이와 같은 정신이상만 존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것이어야 하고,중대한 것의 의미는 앞에서 열거한 정신병 유형에 상응하는 질병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16)

    우리 대법원의 판례 역시 독일 형법의 해석과 같이 중대성의 의미를 전형적인 정신병과 동일시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정상인도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전형적인 정신병의 일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17) 다만, 생리기간 중에 심각한 충동조절상태에 빠져 절도범행을 저지른 병적 도벽이나 성도착증에 의한 소아기호증의 경우 그러한 성격결함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든지 또는 다른 심신상실사유와 결합된 경우에는 심신장애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다.18)

    정신병질의 대표적인 증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정신장애로 인정할 것인 가에 대해찬반의 논란이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도 정신병과 동등하다고 평가될 정도로 심각한 정도이면 재범의 가능성 및 치료감호처분의필요성 등과 관련해서 정신장애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치료가 어렵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상태에서는 형사면책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는 사유능력(reasoning facilities), 즉 사물변별능력이 반드시 손상된 것이 아니어서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 가를 알 수 있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정상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9) 판례 역시 사이코패스에게는 온전한 시 비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형사책임능력이 인정될 수 밖에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20) 미국 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 제4조 1항은 “일반 적인 정신질환에 대하여 자신의 행동의 잘못됨을 깨닫지 못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법이요구하는 것에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 행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책임능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동 조 제2항은 “정신질병이나 결함으로 인하여 어떤 반복적인 범죄나 반사회적 행위 등을 한 자에 대해서는 정신이상항변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21)

    최근에 관심을 끌고 있는 ‘다중인격장애’, 즉 ‘해리성 정체성장애’ 역시 정신장애 인정여부의 대상이 되는 정신병질 유형이다. 오늘날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y Disorder:DID)라고 하는 다중인격은 한 사람의 내면에 두 가지 이상의 각기다른 정체성을 지닌 인격이 존재하는 것을 말하고, 각각의 인격이 교대로 반복해서 그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증상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에 DID는 때때로 범죄의 책임을면하기 위한 조건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DID항변은 성공적이지 못하였다.22) 미국 형사판례에서 피고인이 형사면책 사유로서 해리성정체성장애 항변을 활용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정신장애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는 유형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이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진단․통계 지침서인 DSM-Ⅳ에 의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란 극한적인 육체적․정신적 상처를입은 후 스트레스의 발생과 관련된 특징적인 증후군, 또는 실제 죽음이나 죽음의 위협 또는 심각한 상해나 기타 육체의 보전에 대한 위협을 포함하는 사건을 개인적으로 직접경험함으로써 발생하는 특징적인 증후군을 말한다.23) DSM-Ⅳ의 개정판은 PTSD를 해리성 정체성 장애의 광범한 범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 PTSD 증후군의 존재여부는 법정에서 정신이상 항변의 대상이 되어 법적인 책임이 감경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국 법원은 PTSD 증거를 점점 받아들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24)

       2. 정신이상 항변관련 정신감정에 대한 논의

    1) 판례의 태도

    범죄자의 정신장애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관에게 달려 있다. 대법원은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전문가의 감정에 의존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나타난 관계 자료와 피고인의 법정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25) 이 판례는 감정을 법관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재량사항으로 보고있다.

    한편, 정신감정을 법관의 의무사항으로 판시한 판례도 있다. 즉, 피고인의 병력, 가족관계, 성장환경, 그 동안의 전력, 피고인의 범죄 횟수 및 그 시간적 간격, 각 범행 전후의 정황,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각 범행이 매우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으로 인하여 심신장애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것일 가능성도 있는데도, 원심판결이 객관적인 정신감정기관을 통하여 자세한 정신감정을 다시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26) 시기별로 보면, 1950년대의 판례는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지 않고 유죄판결을 선고함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고,27) 그 이후의 1980년대 초반까지의 판 례는 수사기록에 나타난 제반자료와 공판정에서의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도 무방하여 반드시 전문의사의 정신질환 유무의 감정에 의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28)

    그러나 1980년대 후반의 판례에서는 범죄자의 정신장애 여부에 대하여 전문의의 감정을 의무화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판례를 보면, 제 1심법원이 감정을 거치지 않고 진술조서만 가지고 피고인의 심신장애의 주장을 배척한것은 잘못이고, 원심에서 이를 간과하고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고 판시하였으며,29) 정신병으로 여러 차례 입원한 경력이 있는 자가 범행당시에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정신과 전문의로 하여금 감정하지 않거나 객관적 정신감정기관을 통하여 자세한 정신감정을 다시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30)

    2) 감정인과 법관의 정신장애에 대한 판단의 불일치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상실자와 심신미약자에 대한 해석에 의해 재판과정에서 어떻게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느냐가 논쟁의 대상이다. 정신장애에 대한 판단은 비전문가인 법률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학계와 대법원은 정신장애 판단에 관하여 정신의학 전문가 등에게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감정인은 전문적인 진찰소견과 의학적인 입장만 제시할 뿐이며 법적인 책임능력의 최종적 판단은 법관에게 달려 있다.31)

    선행연구에 의하면,32) 75명의 정신장애범죄를 감정의가 44명(58.7%)을 심신상실, 26명(34.7%)을 심신미약, 5명(6.6%)을 책임능력이 있다고 감정한 반면, 법원은 심신상실 16명(21.3%), 심신미약 44명(58.7%), 책임능력이 있다고 판정한 경우는 15명(20%)이었다. 감정의가 제시한 의견과 법관의 판결이 일치한 경우는 심신상실 44명 중 16명(36.3%), 심신미약 26명 중 19명(73.%), 형사책임능력 인정 경우는 5명 중 5명(100%) 전부였다. 전체 75명 중 40명(53.3%)이 일치하였으며 일치하지 않은 35명(46.7%)의 경우 법관이 감정의 보다 형사책임능력을 무겁게 부과시켰으며, 가볍게 부과시킨 경우는 1명도 없었다.

    이처럼 감정결과와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법관들은 판결시 정신장애자들의 병적인 심신상태 이외에도 외부로 표현되는 언행, 과거 경력, 재범가능성 등에 대한 고려, 둘째, 감정인은 현재의 정신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과거의 병력을 참조하여 현재의 정신질병으로부터 범행당시의 질병상태를 추정하지만, 법관은 최후․보충적인 책임능력의 규범적 기준을 전제로 하여 행위자의 범행 당시의 구체적인책임무능력 존재여부를 규명하려는 시각의 존재, 셋째, 정신의학계에서 정신장애에 관하여 법적 설득력을 가지는 감정척도를 계량화․정량화하지 못함으로써 형사책임 능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의 부존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33) 또한 심신상실로 무죄를 선고하게 되면 별도의 치료감호절차가 개시되어야 한다든지, 대부분의 경우검찰의 상소로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있고 일정한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 자를 무죄방면하는 것보다 제재적 응징을 하는 것이 법감정에 일응 부응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법현실적 이유를 들어 볼 수 있다.34)

       3. 선행연구 검토

    1) 외국의 연구

    정신장애 또는 정신질병과 범죄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증적인 연구결과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실증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테플린(Linda A. Teplin)과 롤린(H. Rollin)이다. 교도소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테플린은 그들의 상당수가 심각한 정신장애 상태에 있음을 발견했으면서도, 수형자들 중에 심각한 정신장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4-5%에서 1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신장애가 반드시 범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수형자들의 정신장애는 범죄 이전에 존재한 것이 아니라 범행 후에 생긴 후회나 죄책감의 결과이거나 수감생활을 통해서 발생한 하나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35) 한편, 롤린은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하여 정신장애와 범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테플린의 연구결과와는 견해를 달리했다.36) 또한 정신장애와 범죄와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지지한 연구는 슈라이버(Flora Rheta Schreiber)에 의해 이루어졌다.37)

    한편, 프레이(Frey)의 정신장애와 정신이상의 개념적 구분에 관한 연구,38) 맥긴리와패스왁 (McGininley & Paswark),39) 칼라한 등(Callahan et al),40) 그리고 서린시온과 야콥스(Cirincione & Jacobs)41)는 미국의 경우에 정신이상 항변에 성공한 사례가 아주 적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정신이상 항변에 관한 또 다른 연구는 정신장애의 종류와 범죄의 종류에 따른 정신이상항변의 성공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코크래인 등(Cochrane et al.)에 의하면, 인격장애는 거의 정신이상으로 인정받지 못하였으며,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정신이상항변을 지원하는 정신장애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42) 한편, 워렌 등(Warren et al.)에 의하면, 폭력범죄로 기소된 범죄자들은 정신이상항변으로 높은 면책률을 기록하고, 성폭력범죄자들은 거의 면책이 되지 않고 대부분 기소된다는 것이다.43)

    정신이상 항변에 의한 면책의 성공은 재판의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배심원 재판(jury trials)은 판사 재판(bench trials)보다 정신이상항변에 의한 면책을 받기가 훨씬 어렵다.44) 또 다른 연구에서 배너트(Boehnert)는 정신이상항변으로 무죄가 된 피고인들 중의 96%가 판사재판에서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45) 정신이상항변은 언제 더 흔히 사용되는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진 바 있다. 일반적으로 피고측 변호사들은 피고가 심각한 범죄로 기소되고 불리한 증거가 압도적일 때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예상되는 형벌이 극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일 때, 피고인은 정신이상 항변에 더울 매달리게 된다.46)

    정신이상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나 검사법에 관한 연구도 있다. 미국은 정신이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나 검사법에 관련된 원칙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정신이상 항변에 대한 법제화를 시도하였다. 그러한 연구는 1843년의 맥노튼 규칙(M'Naghten Rule), 1954년의 더럼원칙(Durham Rule), 1972년의 모범형법전에 의한 브론너 규칙(Brawner Rule), 1975년의 유죄이나 정신질병 인정법(Guilty but Mentally Ill Act), 1984년의 정신이상 개혁법(Insanity Defense Reform Act)을 제시함으로써 미국 대부분의 주는 이러한 원칙 중 어느 하나를 채택하고 있다.47) 수많은 비판과 포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맥나튼 룰은 현재까지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정신장애자의 정신이상항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법제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2) 한국

    한국의 연구는 대체로 정신장애(심신장애자)의 의미와 책임능력을 정신의학적․형법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말하자면, 심신장애의 개념을 WHO의 국제질병분류인 ICD-10 및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 및 통계편람인 DSM-Ⅳ의 진단분류 기준으로 구체화하고 있으며, 형법 제10조제1항 및 제2항의 심신장애로 인한 책임능력을 규정하는 기준에 대하여 분석하면서 형법학상의 심신장애에 대한 개념과 내용을 현재의 정신의학에서 사용하는 기준에 일치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48) DSM-Ⅳ에서 인정하는 병적 도박, 절도광, 방화광, 간헐적 폭발성 장애, 발모광, 기타 성도착증이나 약물의존 같은 충동조절장애를 심신장애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있다.49)

    또 다른 연구는 형법 제10조 제1항 및 제2항의 책임무능력의 유무에 관한 결정을 심신장애의 유무에 대한 판단과 변별력 결여 또는 의사결정능력 결여의 두 단계로 나누고, 어느 단계든 신경정신과 전문의나 심리학자 등 전문가의 감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고 그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50)

    보다 심층적인 연구는 정신장애 범죄자의 책임능력을 규명하는 기준이나 법 조항의 내용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정신장애의 판별에 관한 원칙이 확립된 미국의 제도를 소개하고 한국의 정신장애자의 책임능력 판단기준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51)

    심신장애 판정과 관련된 우리나라 형법 제10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도 있다. 현행 형법 제10조제1항과 제2항에서 지시하는 심신장애의 내용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69조의 감정이 형법상의 책임무능력 판정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책임무능력 평가를 위하여 어떤 기준이 있는지가 모호하다.52)

    또 다른 연구는 정신장애 범죄자의 책임무능력에 대한 방어진술과 정신감정절차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연구 역시 정신이상 항변 진술에 대한 법관의 명시적 판단의 요구와 이에 따른 전문가감정 절차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의 정신이상 여부의 감정절차와비교 분석을 시도하였다.53) 한편, 사이코패스의 형사책임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중증의 사이코패시가 아니더라도 사이코패시는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고, 사이코패스에게는 한정책임능력을, 중증의 사이코패스에게는 한정책임능력 또는 책임무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54) 그 논거는 사이코패스에게 완전한 책임능력을 인정하여 형벌을 부과한다 하더라도 고도의 재범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이 가출소 또는 출소 후에 범하게 되는 계속되는 범죄로 인해 범죄피해자들이 겪게 될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들고 있다. 특히 현행 치료감호법에 의하면 심신장애가 있는 자는 최대 15년까지 치료 감호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의 책임능력을 제한하여 책임무능력이나 한정책임능력을 인정하더라도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함으로써 사회일반에 대한 범죄기회는 충분히 제거될 수 있다는 것이다.55)

    이처럼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심신장애(정신장애)의 개념과 의미에 대한 법적․ 심리학적인 접근, 심신장애의 판정에 관한 기준이나 원칙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심신장애 유무에 판정에 있어서 전문감정인과 법관의 판단의 불일치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자 중에서 정신장애자의 정신이상항변 성공정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정책적 제언을 함으로써 차별화하고자 한다.

    1)Roger George Frey, The Guilty But Mentally Ill Verdict and Process, 92 Yale L.J, 1983, p. 475.  2)한정환, “심신장애와 책임능력”, 형사법연구 제15호, 2001. 6, 80면.  3)김성돈, 형법총론,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9, 337면.  4)이인영, “책임능력에 대한 판단과 정신감정절차”, 홍익법학 제11권 제2호, 2010. 6, 157-190면.  5)박상식, “정신장애범죄자의 형사책임능력판단 기준에 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 제18권제1호(통권69 호, 2007. 봄호), 103-144면.  6)신동일, “심신장애자 판정의 문제점과 비교법적 검토”, 형사정책연구소식 제92호, 2005.11/12월호, 18-22면.  7)1984.8.18. 대판 92도1425.  8)1984.8.21. 대판 84도1510, 84 감도229.  9)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 2008, 305면.  10)신동운, 형법총론, 법문사, 2001, 341면.  11)한정환, 앞의 책, 80-81면.  12)이재상, 앞의 책, 303-304면.  13)위의 책, 308-309면.  14)이정균․김용식 편저, 정신의학, 일조각, 2000, 436면.  15)이인영, 앞의 책, 167면.  16)위의 책, 167-168면.  17)2006.10.13. 대판 2006도5360.  18)신동운, 앞의 책, 343면.  19)위의 책, 222면; 안성조, “사이코패스의 형사책임 능력”, 형사법연구 제20권 제4호, 2008, 168-169면.  20)1995.2.24 대판 94도3163.  21)이인영, 앞의 책, p. 169.  22)Curt R. Bartol & Anne M. Bartol, Criminal Behavior -A Psychosocial Approach, 8th Edition, Pearson International Edition, 2008, pp. 252-253.  23)위의 책, 248-249면.  24)위의 책, 249-250면.  25)1998.3.13, 대판 98도159.  26)2006.10.13, 대판 2006도5360.  27)1955.11.29. 대판 4288형상315.  28)1987.7.21. 대판 87도1141, 87감도102.  29)1988.12.13. 대판 88도1792; 1999.4.27. 대판 99도693, 99감도17.  30)2006.10.13. 대판 2006도5360.  31)박상식, 앞의 책, 132면. 이재상, 앞의 책, 307면.  32)최윤정․조지희․권정화, “형사적 정신감정결과와 법원판결에 관한 고찰”, 신경정신의학 제37권 제5호, 1995, 907면.  33)이인영, 앞의 책, 183-184면.  34)손용근, “정신장애자와 사법절차-그 일반론 및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 신경정신의학 제32권 제1호, 1993, 9면.  35)Linda A. Teplin, “The prevalence of severe mental disorder among male urban jail defence:comparison with the epidemiologic catchment area program”,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vol.80, 1990, p. 663.  36)Kaatherine S. Williams, Textbook on Criminology, Published in the United States by Oxford University Press Inc., New York, 5th edition, 2004, pp. 208-209.  37)Flora Rheta Schreiber, The shoemaker: The anatomy of a psychotic, New York: New American Library, 1984, p. 390.  38)Roger George Frey, 앞의 책, 475면.  39)H. McGinley & R. A. Paswark, “National survey of the frequency and success of the insanity plea and alternate pleas”, Journal of Psychiatry and Law, 17, 1989, pp. 205-221.  40)L. A. Callahan, H. J. Steadman, M. A. McGreevy, & P. C. Robbins, “The volume and characteristics of insanity defense pleas: An eight-state study” Bulletin of Psychiatry and the Law, 19, 1991, pp. 331-338.  41)C. Cirincione & C. Jacobs, “Identifying insanity acquittals: Is it easier?”, Law and Human Behavior, 23, 1999, pp. 487-497.  42)R. E. Cochrane, T. Grisso, & R. I. Frederick, “The relationship between crimial charges, diagnoses, and psychological opinions among federal defendants”, Behavioral Science & the Law, 19, 2001, pp. 565-582.  43)J. I. Warren, B. Ronsenfeld, W. L. Fitch, & G. Hawk, “Forensic mental health clinical evaluation: An analysis of interstate and intersystemic differences”, Law and Human Behavior, 21, 1997, pp. 377-390.  44)L. H. Callahan et al, 앞의 책, pp. 337-338.  45)C. E. Boehnert, “Characteristics of successful and unsuccessful insanity pleas”, Law and Human Behavior, 13, 1989, pp. 31-39.  46)Bartol & Bartol, 앞의 책, 243면.  47)S. J. Morse, “Excusing the crazy: The insanity defense reconsidered”, Southern California Law Review, 58, 1985, pp. 777-836.  48)노용우, “책임판단에 있어서 심신장애의 의미”, 형사법연구 제15호, 2001.6, 55-72면  49)김형준, “충동조절장애자의 책임능력”, 중앙법학 제9집제2호, 2007. 8, 229-247면.  50)한정한, 앞의 책, 73-94면  51)박상식, 앞의 책, 103-144면.  52)신동일, 앞의 책, 18-22면.  53)이인영, 앞의 책, 157-190면.  54)안성조, 앞의 책, 167-195면.  55)위의 책, 191-192면.

    Ⅲ. 강력범죄의 유형에 따른 정신이상항변 실태분석

       1. 강력범죄의 정신이상항변에 대한 분석

    우리나라의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강력범죄자의 정신이상항변의 실태를 대검찰청의 2000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10년에 걸친 범죄분석자료를 기초로 분석해 보았다. 우선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자들이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살인범죄자들의 경우에 정신이상이 2-3%, 정신박약은 0.1-0.3%, 기타 정신장애는 2-3.5% 수준에서 정신장애로 판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신이상 항변 성공률은 4.1-6.8%에 이른다. 이러한 사실은 형법범 중에서 중형이 불가피한 살인범들이 주로 정신이상 항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연쇄살인이나 성폭력살인 같이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의 경우에 비록 그 비율이 낮다고는 하나 범죄자가 정신이상항변을 신청하고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은 <표 2>에서 볼 수 있는 강도의 정신장애 판정 통계에 잘 나타나 있다.

    [<표1>]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살인

    label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살인

    강도의 경우에 정신이상은 2007년도에 0.9%로 높게 나타났으나 대체로 10년 동안 0.2-0.4%에 지나지 않고, 정신박약은 0.1-0.2%, 기타 정신장애는 2005년도에 3.5%로 높지만 대체적으로 2-2.5%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강도의 전체적인 정신이상항변 성공률은 2.3-3.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인에 비하여 강도는 전체적으로 정신장애 비율이 낮고 특히 우리형법에 있어서 심신상실에 해당하는 정신이상의 경우에 월등히 낮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범죄자의 정신이상항변은 중형이 불가피한 살인죄에 집중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 2>]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도

    label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도

    <표 3>의 강간의 경우에도 정신장애 판정비율이 상당히 낮다는 것은 연쇄살인이나 성폭력살인 등에 정신이상 항변이 집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간의 경우에 정신이상은 0.2-0.4%, 정신박약은 0.1-0.2%, 기타 정신장애 0.4-0.9%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강간범의 정신이상항변 성공률은 전체적으로 0.7-1.3%에 지나지 않아 역시 살인에 비하여 정신장애 판정을 받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방화범의 경우에 살인과 마찬가지로 정신이상자의 범죄비율이 다른 범죄유형에 비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4>에서 볼 수 있듯이 2000년에서 2009년까지 변화비율을 보면, 정신이상은 1.4%에서 2.5%, 정신박약은 0.2-0.6%, 기타 정신장애는 2-4%의 발생률을 보여준다. 방화범의 정신장애 판결 비율은 전체적으로 3.6-7.1%로서 살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표 3>]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간

    label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간

    이러한 현상은 방화로 인해 거대 재산손실이 발생한 경우나 방화살인의 경우에 정신이상항변을 주로 사용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살인이나 방화같은 흉악범죄자가 주로 정신이상항변을 이용하고 또한 정신장애 판결을 받는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 4>]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방화

    label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방화

    다음은 흉악범죄를 범한 일반범죄자(초범)와 전과자의 정신장애 판결에 대한 통계자료를 살펴보았다. <표 5>와 <표 6>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 흉악범의 경우에 정신이상은 0.4-0.7%, 정신박약은 0.1-0.2%, 기타정신장애는 0.6-1.1%에 해당되고, 전과자의 경우는 정신이상 0.2-0.7%, 정신박약은 0.1-0.2%, 기타정신장애는 0.4-1.2%로 서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는 법원에서 초범과 전과자의 정신이상항변을 별다른 차이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표 5>]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label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표 6>] 전과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label

    전과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강력범죄의 실태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에 정신장애 인정 판결은 살인의 경우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5.1%와 5.0%, 강도는 2008년 1.0%와 2009년 1.1%, 강간은 2008년 1.4%와 2009년 1.2%로 나타났다. 강간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살인에 비해 정신장애인정 비율이 월등히 낮고, 강도와는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그러나 2004년 이후 정신장애 인정판결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살인은 2004년 이전에는 35-40명 수준이었으나 2004년 이후에는 45-46명 수준을 보여 가벼운 증가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강간은 2004년 이전에는 55-57명 수준이었으나 2004년 이후에는 105-159명 수준으로 2배에서 3배 수준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강도 역시 2004년 이전에는 30명에서 2004년 이후에는 43-55명으로 약간의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형사사건의 1-2%만이 정신이상 항변을 제기할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정신이상 항변은 살인과 같은 중죄의 유형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강력사건에서 정신이상항변을 하는 경우는 0.1-0.5%이고, 이 항변의 1/3 정도만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다.56) 실태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살인범죄의 경우에 정신장애로 인한 정신이상항변 성공률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4-7.3%의 범위에 해당하나 2004년 이후 5%를 넘어서는 증가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 비하여 살인이라는 강력범죄자에 대한 정신이상 항변 성공률이 월등히 높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살인범죄자가 강도, 강간, 방화같은 강력범죄보다 높은 정신이상 항변 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며, 2004년 이후에 흉악범에 대한 정신장애 인정 판결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법관들의 정신이상 항변에 대한 판정 성향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으나 더 중요한 사실은 정신장애 판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원칙이 없으며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2. 강력범죄자의 주취항변에 대한 분석

    흉악범죄를 범한 범죄자가 주취를 이유로 형사면책이나 감면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형법상 주취항변은 명정에 해당하고 주취로 인하여 의식을 잃어버린 때에는 이미 행위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고, 많은 경우에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로처벌될 수도 있다.57) 특히 음주에 의한 뇌조직의 영향에 치중할 때에는 병적 정신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외인성 정신병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형법은 명정이나 최면상태 등 중대한 의식장애를 심신장애에 포함시키고 있다.58) 또한 명정상태는 심한 의식장애로서 자기의식과 외계의식 사이에 정상적인 연관이 단절된 상태로서 음주만취상태가 지나가거나 깨어나면 행위자는 건강한 사람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생물학적․심리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없으므로 질병과 대등한 것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59)

    우리 판례는 범행당시 술에 만취되어 정신이 없었다든가 범행의 기억이 없다든가 하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위법으로 판시하고 있다.60) 그리고 판례는 음주명정에 대하여 심신상실로 판단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심신미약으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61)

    <표 7>은 강력범죄자들 중에 전과자들의 정신장애와 주취판결에 대한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강력범죄 중에 살인, 강도, 강간, 방화와 같은 흉악범의 주취항변 성공비율은 전반적으로 30%-37%수준을 보이고 있고 2007년에는 40%로서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신이상 등 정신장애 판결 비율이 0.7-1.9%에 지나지 않는 것과 비교할 때 주취항변이 상당히 많고 그 성공비율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흉악범죄 전과자의 주취항변 비율이 일반 흉악범들보다 3-4% 높고 2007년도에는 40.6%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전과자들이 주취항변을 많이 하고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이 주취항변으로 형사처벌이 감면되는 비율이 전체 흉악범의 40.6%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주취항변이 남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취항변은 현행범을 제외하고는 고소․고발 등 비현행범의 경우 술에서 깨어나면 정상인이므로 정신감정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것은 피해자의 진술과 목격자의 증언, 수사 기관의 사실조사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취항변은 다른 정신장애보다 법관의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명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 주취항변 남용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표 7>] 범행시 정신장애와 주취항변: 강력범죄(흉악범)

    label

    범행시 정신장애와 주취항변: 강력범죄(흉악범)

    56)이인영, 앞의 책, 182면.  57)노용우, 앞의 책, 65면.  58)이재상, 앞의 책, 304면.  59)신동운, 앞의 책, 341면.  60)1977.9.28. 대판77도2450.  61)1976.10.12. 대판76도2679.

    Ⅳ. 강력범죄 문제점과 해결방안

       1. 문제점

    지금까지의 논의와 실태분석을 통하여 범죄자의 정신이상항변에 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장애 범죄자들의 정신이상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현행 형법이 제정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일부조항들은 부분적으로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10조의 책임능력 규정은 한 번도 개정되지 아니하였다. 심신장애라는 용어 역시 무엇을 의미하는 지 분명하지 않다. 그로 인하여 이 조항이 과연 현대사회에서 점차 문제화되고 있는 정신장애자들의 범법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판례의 경우에도 어떤 기준으로 책임무능력과 한정책임능력을 인정하는지 분명치가 않다. 우리나라 판례에서 인정하는 다양한 기준들은 어떤 특정한 기준에 의해 일괄적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이처럼 정신장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나 법적 미비는 강력범죄자들의 정신이상 항변 성공률이 미국보다 높게 나타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둘째, 실태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이나 강도, 강간, 방화 등과 같은 흉악범들의 정신이상 항변 성공률은 미국보다 높고, 또한 2004년 이후 정신이상 항변과 주취항변 성공률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정신병의 출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사이코패시, 해리성 정체성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의 정신병질, 명정이나 치매, 백치 등 정신 이상 항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신장애 유형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독일 등과는 달리 정신이상 항변과 관련된 정신장애 유형이 법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셋째, 강력범죄의 정신이상 항변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점은 정신장애 감정 그 자체에 대해서 형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단지 형사소송법 제169조에 “법원은 학식․경험있는 자에게 감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감정을 법원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정신감정에 회부하는 조건도 전적으로 법원의 재량사항이고 감정결과에도 전혀 구속되지 않는다.62) 따라서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전문감정인의 감정결과와 법관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관들은 범죄자에 대해 처벌 중심으로 판단하고 전문감정인들은 치료위주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할만하다. 법관이 법적으로 전문감정인의 감정결과에 구속되는 것도 아니므로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의 정신장애 감정이 형법상의 형사책임무능력 판정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이러한 감정은 정신장애자 판정의 경우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형사절차의 실무에 있어서 검사나 법관이 정신감정을 요구하는 사항도 범위가 일정치 않고 정형화 되어 있지 않다. 대체적으로 범죄시와 감정시의 정신장애의 유무와 정도, 책임능력, 치료의 필요성, 재범의 위험성을 감정한다.63) 판례를 보면 단순히 ‘피감정인의 정신상태’, ‘정신감정’이라고 막연히 기재하기도 하고, ‘범행당시의 정신상태 및 현재의 정신상태에 대한 정신의학적 의견’이라고 표현하는 등 추상적이고도 일관적이지 못하다.64) 또한 이를 판단할 때에 전문가에의 감정의뢰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문제가 있다.

    넷째, 실태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자들의 주취항변 성공률이 30%에 이르고 있고, 강력범죄자 중 전과자의 주취항변 성공률이 40%에 이른다는 사실은 주취항변을 판정하는 객관적인 기준 없이 피의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하는 형사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수사과정에서 ① 피의자의 평소의 주량, ② 당일의 음주량, ③ 범행에 전후하여 일어난 다른 사실의 기억여부, ④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실의 기억여부를 신문하여 주취항변에 대한 입증자료를 확보하지만, 이 역시 피의자의 진술에 거의 의존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실태분석에서 확인된 주취항변 성공빈도는 명정상태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폭력범죄를 제외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같은 강력범죄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인정된다.

    판례에서도 주취항변의 경우에 정신감정서에 대한 언급을 찾아 볼 수 없다.65) 대법원 판례는 심신미약으로 형사책임을 감경한 사례에 있어서도 감경이유에 대해서는 ‘기록에 나타난 제반자료를 종합하여 피고인의 범행 당시의 심신장애의 정도가 심신미약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이상 반드시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고,66) 책임 감면을 부정한 사례에서도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전문가의 감정에 의존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관계 자료와 피고인의 법정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67)

       2. 해결방안

    1) 정신장애에 대한 판단기준의 구체화

    우리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책임무능력자 또는 한정책임능력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 판단기준이 법규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정신이상을 이유로 한 항변에 대응하기 위해 생물학적인 요소와 심리학적인 요소인 인식능력을 기초로 하는 ‘맥노튼규칙’(M'Naghten Rule), 생물학적인 요소를 기초로 하는 ‘더럼규칙’(Durham Rule), 저항불능의 충동원칙까지 포함한 ‘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 Rule)이라고도 하는 브론너규칙(Brawner Rule), 정신장애 범죄자의 인식능력만을 기초로 정신이상을 판정하자는 ‘정신이상 항변 개혁법’, 정신이상으로 판단되면 무죄로, 정신질환으로 판단되면 유죄로서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 후에 처벌하자는 ‘유죄이나 정신질환 인정 원칙’ 등을 법제화하여 그 기준을 분명히 하고 있다.68) 따라서 흉악범의 경우에 법관이 정신감정을 기초로 하여 정신질환에 의한 정신이상 항변을 받아들일 때에 무죄로 하지 말고 치료 후에 형을 살게 하는 ‘유죄이나 정신질환 인정 원칙’의 도입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신장애에 대한 표준화 작업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강력범죄자의 정신이상항변에 관한 실태분석에서 보았듯이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흉악범의 경우에 전과자의 정신장애 판결과 주취자 항변이 초범들 보다 높거나 거의 같은 수준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과자에 대해서는 정신이상항변을 들어주지 않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동일 흉악범죄의 재범자, 아동성폭력범죄자로서 소아성기호증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의 경우에 동일범죄 전과가 있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자에 대해서는 정신이상 항변을 받아주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과자들이 정신감정에 의해서 정신장애가 분명한 경우에도 면책이나 감면하지 않고치료시설에서 치료를 한 후에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제도화가 정신이상항변과 형사정의에 합당하다고 본다.

    2) 정신장애와 치료에 관련된 법규정의 체계화

    (1) 정신장애 유형에 대한 법제화

    외국의 입법례의 경우 정신장애의 유형을 예시 내지 열거하는 형태의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자면, 독일 형법 제20조는 정신장애의 유형을 병적 정신장애, 심한 의식장애 또는 정신박약, 기타 중한 정신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프랑스 형법 제122-1조는 정신장애 또는 신경성 정신장애로, 오스트리아 형법 제11조는 정신병, 정신지체, 심한 의식장애 또는 이에 상응하는 다른 중한 정신이상으로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69)

    우리 형법상의 심신장애는 정신장애 또는 정신기능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ⅰ)노인성 치매나 정신분열증 등 정신병, ⅱ) 백치나 치매 등 정신박약, ⅲ) 명정, 최면상태 등 중대한 의식장애, ⅳ) 심한 신경쇠약 등 정신병질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는 형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론적 해석이나 판례에 의해 판시된 것이다. 특히 형법 제10조 제2항의 심신미약 역시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로 구성되고, 생물학적 기초는 심신상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심신장애로서 다만 심신장애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뿐이다. 따라서 순수한 정신병도 포함되고 경미한 뇌성마비 또는 간질 등도 포함된다. 또한 음주 또는 약물중독, 그리고 정신병질, 노이로제 또는 충동장애 역시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70)

    최근에 정신이상항변 신청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충동조절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와사이코패스, 해리성정체성 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정신병질을 정신장애 유형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하여 형법에 열거 내지 예시하는 규정을 두는 입법화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정신병질을 정신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신이상 항변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오스(Morse)는 사이코패시도 도덕적 이성을 결여 하여 그 정도가 심한 정도에 이를 때에는 형사면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71) 사이코패시는 그 질환의 심각성이 인정되는 한 심신장애 상태가 인정되는 정신질환과 동등한 것에 해당하며 정신질환자가 향유해야 할 여러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하다는 주장도 있다.72) 한편, 사이코패스에게는 한정책임능력을, 중증의 사이코패스에게는 한정책임능력 또는 책임무능력을 인정하여 현행 치료감호시설을 개선하는 입법적 조치를 하거나 현행 치료감호법이 허용하고 있는 치료감호시설 외에서의 위탁치료를 통해 정신병질이 치료될 수 있도록 처우한다면, 사이코패스의 책임능력 제한은 오히려 현행법 하에서 매우 합리적인 형사정책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73)

    따라서 형법과 형사소송법, 그리고 정신보건법과 치료감호법의 정신장애와 치료감호의 규정을 연결시켜 정신장애와 정신병질을 구체적으로 세분화 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우선 형법 제10조의 심리학적으로 전문적인 용어라고 볼 수 없는 심신장애라는 용어를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적인 정신장애라는 용어로 바꾸어서 전문감정인의 감정을 기초로 정신장애 여부를 판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심신장애의 개념을 정신분석학이나 신경정신학적으로 정립된 정신장애의 종류를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따라서 형법 제10조는 “① 정신장애로 인하여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없거나 그 판단에 따라 행위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정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거나 할 수 있었음에도 자의로 정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④ 정신장애는 정신분열증, 망상증, 조울증, 간질 등의 정신병, 백치, 치매 등의 정신박약, 주취나 약물 등에 의한 심각한 의식장애, 기타 심각한 정신병질을 포함한다”로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한편, 정신보건법 제3조제1호는 “정신질환자라 함은 정신병(기질적 정신병을 포함한다), 인격장애, 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 또한 정신장애를 구체화한 내용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므로 형법 제10조의 규정과 내용의 통일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형법 제10조의 정신장애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아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치료감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 법 규정상의 괴리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형법 제10조제1항 및 제2항에 의해 정신장애 판정을 받아 형의 면제나 감경을 받은 범죄자에 대한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를 규정하고 있는 치료감호법 제1조 및 제2조의 규정 역시 형법 제10조와 그 내용의 통일을 기할 필요가 있다. 즉, 치료감호법 제1조는 ‘치료감호대상자를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제1항제1호는 치료감호대상자를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벌할 수 없거나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제1항제3호는 ‘소아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감호법 제1조, 제2조제1항제1호 및 제3호는 형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신장애의 종류를 구체화한다면, 통합․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 정신감정의 의무화

    미국 역시 정신이상 여부는 정신의학 전문의의 진단을 기초로 법관에 의해 최종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또한 피고인의 정신이상 유무를 정신의학적으로 진단하고 이 정신이상 상태가 행위 당시에 사물변별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에 영향을 미쳤느냐를 기본 요소로 하여 법관이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혼합적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론적으로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부분의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신이상 여부의 감정절차는 우리나라 제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 검사는 주정부에서 고용한 심리학자에 의뢰하여 법원 의 명령에 의한 감정서를 얻을 수 있다. 피고인 또한 정신감정에 의한 우세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고, 정부 고용 심리학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미국의 법원은 법원에서 추천한 전문감정인으로부터 피고인의 감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셋째, 전문 감정인은 피고인의 병력, 범행의 동기, 범죄사실과 관련 환경, 심리학 내지 의학적인 검사 등의 다양한 정보에 근거하여 범행 당시의 피고인의 정신상태와 그것이 법원 관할 내에서 사용되는 정신이상 테스트의 요소를 충족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넷째, 전문가 인 심리학자들에 의해서 감정이 행해진 후에 보고서가 작성되고 그 보고서 및 부본은 법원, 검사, 피고인에게 제공된다. 이 보고서는 재판의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감정결과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러한 감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경우를 전제로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74) 따라서 우리나라도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신감정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외국의 예를 보면, 판단능력 및 의사결정능력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일정한 정신질환이 확인되면 판단능력 및 의사결정능력 역시 부정되어야 한다는 견해, 행위에 대해서 어 느 정도 속죄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즉 수형능력이 있으면 판단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있다는 견해, 평균적․정상적 능력의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다.75) 그러나 범죄자의 정신감정은 임상적 직관에 의존해 평가하지 않고 계량적인 지표를 활용하여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척도는 해어(R.D.Hare)의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을 비롯하여 76)PCL-R의 변형으로서 비범죄 집단에 사용하거나 범죄자 집단에서 정신병질을 선별하기 위해 개발된 PCL-SV(Psychopathy Checklist:Screening Version), 청소년 범죄자에게 사용하기 위한 PCL-YV(Psychopathy Checklist:Youth Version), 정신병질적특징들에 대한 비임상적 측정도구인 P-SCAN(P-Scan:Research Version), 아동기의 정신병질에 대한 전조를 측정하기 위한 APSD 등이 개발되었으며,77) 그리고 MCMI-Ⅲ(Million Clinical Multiaxial Iventory-Ⅲ)78) 등이 개발되어 정신이상 항변 타당성 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판 PCL-R이 개발되어 사이코패스의 재범위험성 평가에 있어서 그 예측력이 검증되었으며,79) 한국판 다축임상성격질문지인 MCMI-Ⅲ가 개발되어 인간의 성격을 정신병리적인 임상적 증상들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격의 기능장애에 이르기까지 성격과 관련된 정신병리를 광범위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80)

    어떤 방법론을 택하든 판단능력과 의사결정능력에 관한 판단 역시 결국은 과학과 의학에 기초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감정에 근거할 수밖에 없으며, 판사의 주관으로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81) 따라서 정신장애 여부가 의심스러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반드시 정신감정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행위자가 범죄를 저지를 당시 자기판단능력이나 통제력,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상태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을 통한 감정이 요구된다. 스위스 형법은 “행위자의 책임능력을 의심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은 감정인의 감정을 명한다” 는 제20조의 규정을 두어 입법론적으로 해결하고 있다.82)

    따라서 우리 형법 제10조제1항의 “정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에 단서조항인 “다만 이러한 경우에 반드시 전문인이나 전문기관의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를 추가하여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제169조의 “법원은 학식․경험있는 자에게 감정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법원은 형법 제10조제1항에 해당하는 경우에 반드시 학식, 경험있는 전문인이나 전문기관의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3) 법정전문가 양성 제도화

    미국의 경우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재판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사실을 감정하는 법정전문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LA카운티법정은 2010년에 한인 5명을 포함 하여 총 320명을 법정전문가로 뽑았다. 이 법정전문가들은 탄도학, DNA지문, 정신이상, 필적, 독물학, 사건현장 재구성 등 41개 분야에 걸쳐 재판과정에 참여하여 대상자에 대한 감정을 실시한다.83)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정신감정을 위한 다양한 객관적인 척도가 개발되고 있지만, 범죄자가 자신은 정신이상 상태여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할 경우에 인간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감정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PCL-R 척도에 의한 감정의 경우에도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평가하도록 되어있다. 다른 척도 역시 훈련 받지 않은 사람이 관련 분야 전문가라는 이유로 정신이상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감정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외국에서 개발된 다양한 척도는 문화와 법규범 인식이 다른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판 PCL-R이나 한국판 MCMI-Ⅲ와 같은 척도에 의해 실제로 법정에서 범죄자의 정신상태를 감정할 수 있는 법정전문가 양성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따라서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법정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을 공인하는 법제화가 요구된다.

    3) 흉악범죄자에 대한 정신이상항변 배제

    미국의 경우에 많은 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정신장애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신이상항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84) 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에 기초한 브론너 규칙(Brawner Rule)은 정신질병이나 결함으로 인한 어떤 반복적인 범죄나 반사회적 행위를 정신이상항변 대상에서 제외한다. 특히 이 규칙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신이상항변을 불허한다. 또한 정신이상항변을 시도한 성폭력범죄자들 역시 거의 면책이 되지 않고 대부분 기소된다.85) 1982년 레이건 전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으로 기소된 힝클리(Hinkley)를 정신이상을 이유로 사면한 결과 몬타나, 이다오, 유타, 네바다 그리고 캔자스 등 5개 주는 정신이상 항변을 폐지하였고, 정신이상 항변을 제한하는 1984년의 정신이상항변 개혁법을 제정하게 만들었다.86) 이처럼 살인이나 성폭력범죄에 대한 정신이상 항변은 법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흉악범죄에 대한 정신이상항변 실태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흉악범, 특히 살인과 강간에 대한 정신이상항변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더욱이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의 경우에 초범이나 전과자의 정신이상 항변 인정빈도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형사정책적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강력범죄의 전과자가 정신장애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범죄를 범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으로 정신장애를 빙자하여 정신이상 항변을 변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정상인과 동일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형법 제10조제3항의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전과자의 정신이상 항변을 배제할 수 있는 명문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전과자의 정신이상 항변 성공률이 높은 것은 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와 사이코패스 등의 정신병질을 이유로 한 반복적인 범죄자와 성폭력범죄자들의 정신이상항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살인, 강간 등의 강력범죄 전과자와 재범위험성이 높은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범, 성폭력범죄자, 특히 아동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척도에 의한 평가를 통하여 정신이상 여부를 감정함으로써 정신이상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형벌을 가하는 법제화가 요구된다고 본다. 아울러 흉악범죄를 범한 사이코패스와 해리성 정체성 장애같은 정신병질자에 대해서는 형을 살리기 전에 치료감호를 통하여 치료를 마친 후 남은 형기를 살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명정이라는 이름으로 주취항변을 정신장애로 인정하여 면책이나 감면을 인정하고 있는 사법처리 현상을 놓고 볼 때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정신이상 항변 배제는 반드시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흉악범들의 주취항변에 대한 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흉악범죄자 전체의 주취항변이나 흉악범 전과자의 주취항변 모두 매년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전과자의 주취항변이 더 많이 인정되고 있다는 실태를 놓고 보면 주취항변의 남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조두순 사건 후 2010년 4월 15일 신설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 제정되면서 동법 제19조에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동법 제3조에서 제11조까지의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는 형 면제나 감경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성폭력범죄에 대한 주취항변은 앞으로 많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규정이 의무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라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경우에도 주취항변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2009년 9월 이후 ‘성폭력범죄에서 음주 등의 경우 가중처벌하는 안’, ‘성폭력범죄에서 책임무능력과 한정책임무능력을 배제하는 안’, ‘성폭력범죄에서 음주 등의 경우 한정책임능력을 배제하는 안’ 등이 제출되었으나 법제화 되지 못하였다.87)

    명정범죄에 대해서 미국과 영국은 알코올, 마약 기타 약물을 사용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자신의 명정상태를 야기하여 범죄를 범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주취항변이 될 수 없다 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스스로 명정상태를 야기하지 않은 비자초명정은 행위의 본질,시비선악을 구별할 수 없게 하는 이상 범죄에 대한 항변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자초명정은 많은 판례에서 범죄자의 형사책임을 감경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88) 독일의 경우 자초명정범죄는 독일 형법에 규정이 없으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이론으로 포섭하여 실행된 명정범죄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하고, 고의․과실이 없이 명정상태가 되어 명정범죄를 범한 비자초명정범죄는 명정으로 초래된 정신장애의 정도에 따라 책임감면을 받게 된다. 다만, 독일은 책임무능력 또는 한정책임능력의 판단시 특징적인 것은 판례에 의해 형성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일차적인 명정정도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독일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이상이면 한정책임능력자로, 0.3%이상이면 완전주취로서 책임무능력자로 인정한다.89) 독일은 형법 제323조a에 의해 자초명정범죄가 책임능력이 부정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명정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 피고인의 평소주량과 마신 술의 종류 및 양은 음주로 인한 책임능력을 판단하는 핵심적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실무업무는 통상 별도의 증거 없이 일반적으로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 그 해당여부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책임능력과 관련하여 실무상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가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이나 그 해당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절차는 따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규범적 판단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법관의 자의에 의한 판단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따라서 주취항변의 경우 피고인의 동의와 전문감정인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판결전 조사를 통하여 그 결과를 법원에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90) 자초 또는 비자초 명정범죄자의 주취항변에 대하여 독일처럼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여 일차적인 명정판단기준으로 하고 그 다음으로 판결전조사를 통하여 명정을 판단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판례는 음주운전의 경우 위드마크(Widmark) 공식에 의한 혈중알코올 농도의 증명력을 인정하였으므로 범행 후 90분이상 상당시간이 경과된 후 조사를 받게 된 피의자가 주취항변을 주장하는 경우 위드마크 산법에 의하여 명정상태의 판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91)

    한편 자초명정자의 경우에는 주취항변을 인정하지 않고 정상인과 같이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책임능력이 부정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근거를 마련하는 법제화가 요구된다. 즉, ‘정신장애 상태에서의 범행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정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는 형의 감경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한편, 자초명정이든 비자초명정이든 살인, 강도, 방화, 강간, 그리고 아동성폭력범죄의 재범자의 경우에는 범행의 고의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정신이상항변에서 제외하고 정상인과 동일한 형벌을 과하는 법제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것은 그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가 없고 인간의 존엄성, 평등권, 법치주의,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하는 위헌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알콜, 마약, 기타 약물을 사용하여 명정상태에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아동성폭력범죄를 범한 자는 정상인과 동일한 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법제화를 제안한다.

    62)한정환, 앞의 책, 85면.  63)박상식, 앞의 책, 130-131면.  64)2006.10.13. 대판 2006도5360.  65)정세종, “명정범죄의 형사책임에 관한 고찰”, 한국범죄심리학연구 제6권 제1호, 2010, 246면.  66)1983.7.12. 대판 83도1181.  67)1998.3.13. 대판 98도159.  68)Bartol & Bartol, 앞의 책, 244-248면.  69)이인영, 앞의 책, 166면.  70)이재상, 앞의 책, 303-309면.  71)Stephen J. Morse, Psychopathy and Criminal Responsibility, Neuroethics, vol.1, 2008, p. 210.  72)박용철, “정신질환자 중 사이코패스에 대한 형사법적 대처방안”, 형사정책 제19권제2호, 2007, 320면.  73)안성조, 앞의 책, 191-192면.  74)이인영, 앞의 책, 177-178면.  75)위의 책, 86면.  76)R.D. Hare, “Psychopathy: A clinical construct whose time has come”, Criminal Justice and Behavior, 23, 1991, pp. 25-54.  77)이수정․김범준․고려진, “재범위험성 평가도구 개발과 구형요인으로서의 활용가능성 탐색”, 대검찰청, 2008, 41-42면.  78)최영안, “한국판 MCMI-Ⅲ의 요인구조”,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제7권2호, 2002, 241-242면.  79)이수정․김범준․고려진, 앞의 책, 94-96면.  80)최영안, 앞의 책, 241-255면.  81)김영환 역, “책임능력판정에서의 심리학자와 형사법률가”, 한양대학교 법학논총, 1994, 391면.  82)이인영, 앞의 책, 180면.  83)정구현 기자, “‘제3의 증인’ 법정전문가 패널-1〕임상심리학자 오정열 박사, USA 중앙일보”, 중앙방송, 2010. 10. 28.  84)R. E. Cochrane, T. Grisso, & R. I. Frederick, 앞의 책, 565-582면..  85)J. I. Warren, B. Ronsenfeld, W. L. Fitch, & G. Hawk, 앞의 책, 377-390면.  86)조철옥, 새 범죄심리학, 21세기사, 2010, 180-181면.  87)한상훈, “명정범죄자의 형사책임과 개선방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09-18, 2009, 14면.  88)정세종, 앞의 책, 248면.  89)김형준, “명정범의 형사책임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2, 80면.  90)한상훈, 앞의 책, 141면.  91)2005.2.25. 대판 2004도 8387.

    Ⅴ. 결론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성폭력범죄자들 같은 흉악범들은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정신이상 항변을 활용한다. 특히 이러한 흉악범들이 명정이라고 하는 주취항변을 통해 형의 면제 나 감면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흉악범들의 정신항변 실태 통계자료를 기초로 분석해 보았다.

    분석결과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정신이상 항변에 성공하는 비율은 전체 강력범죄의 1-2% 수준으로 아주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이른바 흉악범은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정신이상항변에 성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명정을 정신장애로 인정하여 형을 면제하거나 감면해 주는 우리나라 형사체계에서 흉악범들의 주취항변 성공률이 40%에 달하고,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범죄자들에 대한 정신감정이 과학적․객관적으로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최근에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성폭력범들이 정신장애로 인한 정신이상항변을 신청하여 형의 감면을 인정받는 사례는 정신장애 판단 기준의 구체화, 정신장애 유형과 치료 그리고 정신감정 의무화의 법규화, 법정전문가 양성제도, 연쇄살인과 아동성폭력범죄와 같은 흉악범죄자들의 정신이상 항변 불인정 등 정책적 개선이 요구된다. 따라서 형법 제10조, 정신보건법 제3조 제1호, 치료감호법 제1조 및 제2조, 형사소송법 제169조의 개정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 1. 김 성돈 2009
  • 2. 신 동운 2001
  • 3. 이 재상 2008
  • 4. 조 철옥 2010
  • 5. 김 영환 1994 [한양대학교 법학논총] P.381-394
  • 6. 김 형준 2007 [중앙법학] Vol.9
  • 7. 김 형준 1992
  • 8. 노 용우 2001 [형사법연구]
  • 9. 박 상식 2007 [형사정책연구] Vol.18
  • 10. 박 용철 2007 [형사정책] Vol.19
  • 11. 손 용근 1993 [신경정신의학] Vol.32
  • 12. 신 동일 2005 [형사정책연구소식]
  • 13. 안 성조 2008 [형사법연구] Vol.20
  • 14. 이 수정, 김 범준, 고 려진 2008
  • 15. 이 인영 2010 [홍익법학] Vol.11
  • 16. 정 세종 2010 [한국범죄심리학연구] Vol.6
  • 17. 최 영안 2002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Vol.7
  • 18. 최 윤정, 조 지희, 권 정화 1995 [신경정신의학] Vol.37
  • 19. 한 상훈 2009
  • 20. 한 정한 2001 [형사법연구]
  • 21.
  • 22. 정 구현 2010 [USA 중앙일보]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32.
  • 33.
  • 34.
  • 35.
  • 36. Bartol Curt R, Anne M. Bartol 2008 Criminal Behavior, A psychosocial approach google
  • 37. Frey Roger George 1983 The Guilty But Mentally Ill Verdict and Process google
  • 38. Schreiber Flora Rhetar 1984 The shoemaker: The anatomy of a psychotic google
  • 39. Williams Katherine S 2004 Textbook on Criminology google
  • 40. Boehnert C. E 1989 “Characteristics of successful and unsuccessful insanity pleas” [Law and Human Behavior] Vol.13 google cross ref
  • 41. Callahan L. A, Steadman H. J., McGreevy M. A, Robbin P. C. 1991 “The volume and characteristics of insanity defense please: An eight-state study” [Bulletin of Psychiatry and the Law] Vol.19 google
  • 42. Cirincion C, Jacobs C. 1999 “Identifying insanity acquittals: Is it easier?” [Law and Human Behavior] Vol.23 google
  • 43. Cochrane R. E. T. Grisso, Frederick R. I. 2001 “The relationship between criminal charges, diagnoses, and psychological opinions among federal defendants” [Behavioral Science & the Law] Vol.19 google cross ref
  • 44. Hare R.D 1991 Psychopathy: “A clinical construct whose time has come” [Criminal Justice and Behavior] Vol.23 google
  • 45. Mcguinley H, Paswar R.A 1989 “National survey of the frequency and success of the insanity plea and alternate please” [Journal of Psychiatry Iand Law] Vol.17 google
  • 46. Morse S. J 1985 “Excusing the crazy: The insanity defense reconsidered” [Southern California Law Review] Vol.58 google
  • 47. Morse S. J 2008 “Psychopathy and Criminal Responsibility” [Neuroethics] Vol.1 google
  • 48. Teplin L 2000 “Psychiatric disorders in youthful offenders” [National Institute of Justice Journal] google
  • 49. Warren M. O, Rosenfeld B., Fetch W. L., Hawks G. 1997 “Forensic mental health clinical evaluation: An analysis of interstate and intersystemic differences” [Law and Human Behavior] Vol.21 google cross ref
OAK XML 통계
이미지 / 테이블
  • [ <표1> ]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살인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살인
  • [ <표 2> ]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도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도
  • [ <표 3> ]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간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간
  • [ <표 4> ]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방화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방화
  • [ <표 5> ]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 [ <표 6> ]  전과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전과자 범행시 정신상태별 분포: 강력범죄(흉악범)
  • [ <표 7> ]  범행시 정신장애와 주취항변: 강력범죄(흉악범)
    범행시 정신장애와 주취항변: 강력범죄(흉악범)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