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림책을 통한 유아들의 문화 읽기 과정 탐색*

A study on children’s culture reading through Korean pictur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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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그림책 읽기를 통하여 유아들이 어떻게 문화를 구성하는지, 문화 구성의 과정을 탐구하는데 있다. 이를 위하여 연구자는 A어린이집에서 소그룹 상황에서 한국 그림책 읽기 활동을 하는 동안 참여관찰을 실시하였으며 유아들의 반응을 비디오 녹화하였다. 유아들은 한국그림책 읽기 과정에서 경험으로서, 정보로서, 시각적인 것으로서 문화를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한국 그림책 읽기과정은 유아들에게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초월적 공간 맥락,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의 맥락, 지식을 재구성하는 인지적 맥락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그림책 읽기과정에서 유아들의 문화인식 과정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문화적 자원으로서 한국그림책의 활용 방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되돌아보고 유아들의 문화 이미지 형성을 돕기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his study explored how children come to recognize their culture through reading Korean picturebooks. For this, the researchers conducted participant observation and videotaped children’s reactions while children participated in Korean picturebook reading activities within a small group at A-child care center. Findings reveal that the children came to recognize culture as experience, information, and visual culture. Within the process, we found the appearance of a transcendental space context wherein they shared culture, a communicative context wherein they built sympathy, a cognitive context wherein they reconstructed their knowledge, and a connective context involving intertextuality. These findings provide educators with the rationale for using Korean picturebooks to build children‘’s cultural images.

  • KEYWORD

    한국그림책 , 문화 읽기 , 문화 인식

  • Ⅰ. 서 론

    최근에는 유아기부터 민족의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박영학, 2008), 이와 더불어 세계화에 발맞추어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타문화를 수용하기 위한 다문화 교육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누리과정(2012)에서는 유아를 위한 다문화교육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문화를 수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즉, 다문화 교육의 주요 목적은 일방적인 타문화의 수용이 아니라 다른 문화의 관점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자기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국의 문화정체성 형성은 시대적으로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지혜(2006)는 자국의 문화예술은 국가의 문화적 역량 강화를 위해 중요한 측면이라고 하였으며, 정체성 함양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연구들이 있어왔다(유혜자, 2006; 전경화, 2002; 전경화, 박찬옥, 2003; 정동수, 2006). 그러나 정체성 형성을 위한 문화 연구는 전통 미술 문화교육(정옥희, 2007), 전통 음식 문화교육(이기현, 2004), 전통 문화교육(권오원, 2011; 박영학, 2008; 박인선, 2008; 전경화, 2002; 전경화, 박찬옥, 2003) 등 전통 문화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활동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는 정체성교육의 방법으로서 단위 활동 위주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정체성의 의미나 개념의 실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손희령, 2009)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란 유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습관화함으로써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개념이 생활 속 깊숙이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이기현, 2004). 즉, 일상생활 속 상황적인 맥락 속에서 문화가 구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에 대한 단편적인 활동중심적인 교육보다는 문화를 경험의 일부로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인선(2008)은 지금까지의 문화교육은 전통적인 문화나 외적인 문화 산물에 치우쳐서 이루어져 왔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뿐 아니라 현대 문화를 적절한 비율로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유아들에게 자신의 실생활과 관련된 현대의 일상문화에 대한 이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심향분과 최경(2013) 역시 지금까지 우리 문화를 살피는 교육은 주로 전통문화 교육에 한정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유아들에게 한국그림책은 우리 삶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였다. 즉, 유아들에게 그림책을 통한 문화 인식의 기회는 자신이 어떤 주거 공간에서 어떤 놀이를 하며 살고 있는지, 어떤 정서를 가지고 타인과 교류하며 살고 있는지를 인식하도록 해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 혹은 타인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며 한국그림책 읽기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림책은 시각적 텍스트를 다루는 매체(Dobrin, 2010)로서, 삶을 반영하며 언어, 집, 음식, 축제, 의상 등 주변세계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의 소통 방식이 글의 언어에서 그림언어로 빠르게 대신하며 시각적인 것이 정보 전달의 중요한 형식이 되고 있다(Dobrin, 2010)는 면에서 그림책의 시각적인 측면은 주목된다. 문학작품은 작가가 나고 자란 사회의 문화가 반영된 문화적 산물이라고 칭할 만큼 다양한 세대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통해 전통적인 모습뿐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어 유아들이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해나가도록 돕는다 하겠다. 따라서 그림책은 유아들에게 문학적 측면 뿐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오연주, 김금희, 2010; 최수경, 최윤정, 안소영, 2009; 허지나,문철, 2010; Bainbridge & Wolosko, 2001).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독특한 자신의 문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림책에서 자국의 문화이미지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피고 있으며(Bainbridge & Thistleton-Martin, 2001; Jobe, 2003; Joyce & Judy, 2001), 그림책을 통하여 유아들이 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Daly, 2010).

    현재 우리나라 그림책은 독특성과 질적 우수성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의 번역 출판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그림책*의 성장과 출판의 증가로 유아들이 한국그림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아들은 한국그림책을 통해서 문화에 대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심향분과 최경(2013)은 한국 작가가 쓴 그림책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한국사회의 변화하고 있는 기본생활문화, 사회생활문화, 정신생활문화 등 다양한 문화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 맥락적 공간이라고 한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하여 그림책의 활용은 그 효과가 크다고 한 것(박성희, 2010)과 같이 한국그림책의 활용은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99년 문화관광부에서는 100대 민족문화상징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민족문화의 상징을 민족상징, 자연상징, 역사상징, 사고상징, 생활상징, 언어 및 예술상징 등 6개의 분야로 나누고 각각 32개의 세부 분야별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이 때 100대 문화상징 내용은 전통적인 민족문화상징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Bainbridge와 Wolosko(2001)는 그림책 속에서 문화의 내용을 살피기 위해서는 과거뿐 아니라 현대의 유형 및 무형 문화 상징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기에, 심향분과 최경(2014)은 100대 문화상징내용에 명절과 같은 풍속, 궁이나 남산타워와 같은 건축물, K-pop과 같은 대중문화 현상, 붉은 악마와 같은 문화집단, 광화문과 같은 특정지역 등 현대의 유형 및 무형 문화 상징의 내용을 포함시켜 그림책에 표현된 문화상징내용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그림책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그림책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작가를 통해 문화적 배경이 담겨진다는 측면에서 학자들은 최근 한국그림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림에 나타난 한국적 이미지(허지나, 문철, 2010)뿐 아니라 글과 그림을 통틀어 한국의 전통문화(최경희, 2011), 생활문화(심향분, 최경, 2013), 가족의 모습(신세니, 유승희, 2007), 다문화 가정의 모습(윤갑정, 지은주, 이혜은, 2009), 아동들의 식문화(신세니, 조희숙, 2012) 등 다양한 한국의 문화를 한국그림책 안에서 발견하고 있었다. 또한 한국그림책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수출되고 있는 한국그림책의 현황(오연주, 김금희, 2010)과 더불어 수출되고 있는 한국그림책에 나타난 문화상징내용을 분석(심향분, 최경, 2014)하여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한국그림책이 유아들에게 문화상징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그림책을 활용하여 유아들에게 읽기를 시행하면서 그들의 반응을 살핀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며, 다문화 교육을 위한 연구(윤갑정, 지은주, 이혜은, 2009) 이외에는 다양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유아들의 시각적 정보 제공원으로서 그림책의 중요한 기능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한국그림책 읽기과정에서 유아들이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문화적 자원으로서 한국그림책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유아들의 문화 이미지 형성을 돕기 위한 방안으로서 한국그림책의 활용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그림책이 담고 있는 문화내용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 문화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유아들과 한국그림책을 함께 읽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아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유아들은 한국그림책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를 어떻게 구성해나가고 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은 연구주제를 설정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책을 한국그림책이라 칭한다.

    Ⅱ. 연구맥락

       1. 연구에 들어가기: 교사들과의 만남

    연구자는 한국그림책 읽기 과정에서 유아들은 문화내용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탐색하기 위하여 C도에 위치한 A어린이집을 방문하였다. 본 어린이집은 원장선생님이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고 문학적 접근으로 수업이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매주 교사들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그림책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었으며, 본 연구자는 그림책 자문을 위해 정기적인 방문으로 교사들과 만나고 있었다. 교사들은 생활주제를 지원할 수 있는 그림책의 수집과 선정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유아들을 위한 한국그림책 읽기 경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였다. 교사들은 한국그림책은 외국 그림책과 다른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는데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한국그림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것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는 등 향수에 젖기도 하였다.

    위 사례의 경우와 같이 교사들은 한국그림책을 통해 유아들이 흔히 겪을 수 없는 전통문화와 같은 특정 문화정보뿐 아니라 정서적인 따뜻함을 공유하고 싶어 하였다. 그러므로 본 연구자는 교사와의 협의 끝에 유아들에게 한국그림책 읽기 경험을 제공하기로 하고 자유선택활동 시간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한국그림책 읽기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실과 분리된 공간을 필요로 하였고, 이를 위해 도서관 옆에 마련된 교사방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때 유아들이 상호작용적으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집단을 구성하기로 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한국그림책 읽기 과정에서 문화에 대한 유아들의 반응을 살피고자 하였으므로 다양한 경험지식을 바탕으로 언어적 제약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보다 오랜 시간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로서 만 5세 유아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대상은 가정통신문을 통하여 본 연구의 취지를 알리고 희망을 원하는 유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관찰대상 유아들은 남아 7명, 여아 9명으로 총 16명이다. 이들은 4명을 한 팀으로 하여 4팀을 구성하여 한국 그림책 읽기에 참여하였다. 이 때 유아들의 특징 내용은 표 1과 같다. 이들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다.

       3. 한국그림책 읽기 경험 구성

    1) 한국그림책

    1999년 문화관광부에서는 민족상징, 자연상징, 역사상징, 사고상징, 생활사징, 언어 및 예술상징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100대 민족문화상징내용을 발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심향분과 최경(2014)은 현대의 유형 및 무형 문화 상징의 내용을 추가적으로 문화상징 내용에 포함시켜 한국 그림책에 표현되어 있는 문화 내용을 분석한바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국그림책을 보는 과정에서 유아들은 한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문화상징 분야를 담고 있는 한국그림책을 수집 선정하였다. 이 때 한국그림책은 유아교육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본 연구 관찰이 시작된 9월과 10월의 생활주제인 ‘우리나라’, ‘가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하였다. 선정된 그림책 목록은 다음 표 2와 같다.

    2) 한국그림책 읽기과정 구성

    본 연구는 2013년 9월 2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한 차례씩 자유선택활동 시간동안 이루어졌으며, 유아들은 도서관 옆에 위치하고 있는 교사방에 모여 약 30분 동안 한국그림책 읽기에 참여하였다. 그림책 읽기 시간은 끝나는 시간을 고정시키지 않고 유아들과 자유롭게 읽기를 시행하였지만 평균적으로 약 30분 동안 지속되었다. 유아들은 작은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자유롭고 허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그림책 읽기 경험을 가졌다. 이 때 그림책 읽기를 희망하는 유아들이 다수인 관계로 5명씩 4팀을 구성하였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오후 1시부터 2시까지의 자유선택 시간을 활용하여 팀별로 순차적으로 교사방으로 내려와 그림책 읽기에 참여하였다. 유아들은 끝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림책 읽기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서 유아들이 원할 경우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책 만들기 등 다양한 관련활동이 진행되기도 하여 그림책읽기 시간은 60분 동안 지속되기도 하였다. 관련활동은 모든 그림책이 읽기 후 전개된 것은 아니며 유아들의 반응에 따라 융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차적으로는 그림책 읽고 이야기나누기에 초점맞추었으나 도서에 따라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 표 3과 같다.

    그림책 읽기 과정은 표 4와 같이 읽기 전에는 유아들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표지를 읽거나 내용을 예측하는 관련 이야기나누기를 시행하였으며, 읽는 동안에는 유아들이 글 뿐 아니라 그림에도 관심을 보이며 유아들의 자유로운 반응을 수용해주었다. 그러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교육적 활동으로서 진행되기 보다는 유아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최대한 유아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하였다.

    이 때 연구자는 단순히 글 읽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림 읽기를 시도하여 유아들 나름의 방식으로 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도록 확산적 상호작용을 하였으며(남규, 2009), 유아들의 다양한 반응을 수용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 한국그림책 읽기과정에 대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4. 자료 수집 및 분석

    본 연구에서는 한국그림책 읽기 과정에서 유아들이 문화를 어떻게 구성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기 위하여 2013년 9월 2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한 차례씩 자유선택활동 시간동안 소그룹으로 8주 동안 한국그림책 읽기가 이루어졌으며, 약 30여분 동안 융통성 있게 진행된 활동과정을 비디오 촬영하여 유아들의 반응과 상호작용을 녹화하였다. 녹화된 자료는 상호작용적으로 이야기나누기 활동을 중심으로 편집하고 그 내용을 전사하였으며, 연구자는 녹화된 자료와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유아들의 반응을 유목화 하였다. 두 연구자는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매주 자료를 공유하며 분석된 내용을 교환하고 정리하였다. 연구자는 유아들의 책 읽기 과정에 나타난 교사와 또래와의 상호작용에 나타난 유아의 반응을 보면서 유아가 어떻게 문화를 구성해 가는지에 대해서 해석학적 접근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Hattch, 2002; Van Manen, 1994). 유아들이 상호작용하는 맥락을 중시하면서 유아의 반응들을 살피고 유아가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구성해 가는가에 대해서 유아의 관점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자료 분석을 위해서 수집된 자료를 세부 주제별로 분류하고, 그 주제를 다시 묶거나 나누는 과정을 거쳐서 유아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경험으로서의 문화, 정보로서 문화, 시각적 문화로 유목화하여 구성하였으며, 문화를 인식하는 맥락에 대해서는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초월적 공간적 맥락,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의 맥락, 지식을 재구성하는 인지적 맥락으로 주제가 모아졌다. 분석된 내용은 담임교사와 동료점검(member checking 과 peer checking)을 실시하면서 자료분석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김영천, 1998; Spradley, 1980).

    Ⅲ. 연구결과

       1. 유아들이 인식하는 문화

    1)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경험으로서의 문화

    유아들에게 경험을 한다는 것은 곧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다. 즉, 유아들은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등 감각을 통한 직접 체험으로 주변 세계에 대한 지식을 구성한다. 그래서일까 유아들은 그림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주변세계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하였다. 한국그림책은 유아들의 주변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서 유아들은 자신의 경험세계를 발견하고 확인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태극기 다는 날>은 유아들이 태극기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역사적 변화를 거쳐 왔는지, 언제 다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유아들은 단순 정보읽기에 그치지 않고 태극기의 색깔, 모양 등을 살피며 그리기도 하며 태극기를 탐색하였다. 그러던 중 유아는 창밖의 어린이집 마당에 보이는 국기 게양대를 발견하였다.

    <태극기 다는 날>은 태극기의 모양, 기원,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태극문양, 그리고 태극기를 언제 다는지 등을 다루고 있는 정보그림책이다. 따라서 유아들은 태극기는 다른 나라 국기와 모양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태극기의 색깔과 모양에 관심을 가지며 읽어갔다. 그러던 중 위 사례 유아는 ①과 같이 우연히 눈에 들어온 창밖 태극기를 가르켰다. 우리나라의 상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태극기는 생활주변 가까이에 있어왔지만 무심히 지나쳐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는 과정에서 태극기에 관심이 모아지자 유아들은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였고, 태극기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에 항상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유아들은 그림책에서 자기 주변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 특히 관심을 보이며 읽기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연결시키곤 하였다. 시골 가을 풍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바빠요 바빠>는 도시에 살고 있는 유아들에게는 낯선 장면이 많다. 곡식들을 추수하고 마당에 널어 말리는 장면, 드넓은 논에 황금빛으로 익은 벼와 함께 서있는 허수아비, 그리고 드넓은 논을 날아다니는 참새들의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유아는 이러한 장면 읽기에서조차 할머니와 함께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텍스트를 이해하여 나갔다.

    위 사례의 경우 유아는 농작물 재배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다기보다 할머니를 통해 농작물과의 접촉경험이 있는 듯하였다. 따라서 주인공 마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고추를 마당에 널어 말리고 옥수수를 처마 밑에 메달아 말리는 등 가을걷이를 하는 장면을 보며 유아는 ①과 같이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었다. 할머니는 농작물을 재배하시면 수확물을 가족들과 나누어먹는다. 때로 감자나 고구마는 손주들을 불러 모아 직접 캘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도 한다. 이러한 체험 경험은 농촌 풍경에서 관련 심상으로 떠올려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일상생활 속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였던 다양한 경험은 유아들이 한국그림책에 표현되어 있는 문화 내용을 인식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심향분과 성소영(2011)이 유아들은 그림책을 읽는 가운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경험했던 것 등으로 형성된 선행지식을 기반으로 텍스트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한다고 한 것처럼 사전경험은 유아들이 문화를 이해하고 인식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2) 파편화되어 쏟아내는 정보로서 문화

    유아들은 생각보다 많은 문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알파벳 책이라고 할 수 있는 <ㄱ은 공>을 읽기에 앞서 유아들은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들을 연상해보는 경험을 가졌다. 교사는 ‘우리나라’하면 연상되는 것들을 떠올려볼 것을 유아들에게 요구하였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아들은 많은 것들을 앞 다투어 말하기 시작하였다.

    위 사례의 경우 유아들은 교사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먹을거리, 놀이, 역사적 인물, 국가 상징 등 다양한 문화상징내용들을 쏟아놓았다. 그 영역은 생활문화, 역사문화, 민족문화 등 다양하였다. 유아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 정보를 얻고 있었다. 직접적인 경험뿐 아니라 간접적인 경험 즉, 책, 텔레비전, 영화, 그림 등 주변 매체와의 접촉은 유아들에게 많은 문화적 가치, 관습이 반영된 이미지와 만나게 하였다.

    위 사례의 경우 궁궐 지붕 위 어처구니가 놓여 있는 장면을 보며 교사는 ①과 같이 “궁궐이 뭐지?” 묻는다. 이에 유아들은 궁궐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지 궁궐 이미지를 연상하지 못하였고 의견을 내놓지 못하였다. 이에 교사는 ②와 같이 그림을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집 봤어요?”라고 다시 묻는다. 그러자 유아들은 저마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유아의 생활주변에 있는 매체들은 직접 접할 수 없는 정보들을 만나게 하는 유용한 채널이다. 하지만 유아들은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 즉, 본다고 해서 모든 정보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받아들인 많은 정보들은 소통의 기회를 통해 정보들의 재구성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유아들에게 문화내용은 삶의 일부로서 발견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개인적 의미가 부여되는 정의적 측면이 배재된 채 정보로서 다루어지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즉, 유아들에게 많은 문화적 내용들은 파편화된 정보로 존재하여 맥락적 연계 없이 그저 알고 있는 단편적 지식으로서 기억해내고 공허하게 쏟아놓는 대상에 불가하였다. 예를 들어 위 사례와 같이 궁궐은 주변 매체를 통해 분명 보았던 집의 형상이지만 궁궐은 누가 사는 집인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과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일반 양반들이 살았던 기와집과도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원두막이 서있는 농촌배경 그림을 보는 과정에서 원두막과 초가집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났다.

    위 사례의 경우 농촌의 가을걷이를 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바빠요 바빠>에서 유아들은 원두막이 서 있는 장면을 보며 질문을 하였다. “이게 원두막이에요, 초가집이에요?” 이에 교사는 바로 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오히려 반문을 하여 다른 유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유아들은 초가집인지 원두막인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지붕에 짚이 올려져 있는 것만을 보고 유아들은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논이나 밭 가까이에 뜨거운 볕을 피하기 위해 지어놓고 휴식을 취하였던 원두막은 집이 아니다. 그러나 지붕을 그늘삼아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원두막과 서민들의 주거 공간으로서 초가집은 지붕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유아들이 구별하는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삶의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 쉼터로서 원두막을 상상해보고, 유아들의 생활 범위 내에서 접해보았던 원두막과 같은 형태의 쉼터와 연결지어 본다면 초가지붕은 무조건 초가집이라는 파편화된 지식 정보가 아니라 원두막은 초가집과 달리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쉼터로서의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원두막은 집과 달리 어떤 모습인지, 이러한 모습의 쉼터를 본적이 있는지 떠올려본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혹은 아파트 공공시설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유아들에게 원두막은 즐거움이 있는 장소로서 누구와 언제 무엇을 하였는지 개인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는 정의적 측면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

    상황 묘사가 함께 하고 있는 그림책의 장면은 유아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아들이 지니고 있는 파편화된 정보들은 상황적 맥락을 품고 있는 그림을 통해 비판적 해석적 이해 과정과 가치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 정의적 측면의 의미가 더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아들은 문화적 가치에 대하여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시각적으로 읽혀지는 문화

    현대를 살아가는 유아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시각적 이미지들에 늘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유아들은 읽기보다는 본다는 것을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Arnheim(2004)은 본다는 것은 항상 주어진 맥락에 의존하게 되고 요소들 간의 실시간적 상호작용에 의해 새롭게 지각한다고 보고 있다(이모영, 2013). 그림책을 통해 이루어지는 유아들의 시각적 경험은 역동적이다. 그림은 선, 색, 모양, 밝기 등 물리적 감각요소들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든 독자가 개인적으로 구성한 것이든 우리는 그림책의 장면을 보며 독특한 의미를 지각한다. Mamur(2012)는 이미지는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말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유아들은 자신들이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저마다 해석하게 된다. 그림책은 글뿐 아니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림책은 배경그림을 통해 이야기 맥락적 정보를 풍성하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읽는 과정 속에서 유아들은 배경을 보며 자연경관이나 생활모습과 관련된 문화 내용을 읽어내기도 한다. 최소한의 글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순천만>은 유아들로 하여금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일반적인 계절의 특징을 보이는 자연이 아니라 유아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적 특징을 반영하는 자연으로서의 모습을 말이다. 교사는 유아들에게 어떤 계절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지 물어보며 읽어 내려갔다.

    <순천만>은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던 순천만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유아들은 글에서 전달하는 언어적 즐거움보다는 그림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된다. 위 사례의 경우 교사는 그림에서 계절의 변화가 보인다는 유아들의 반응에 “겨울일까 가을일까?”하며 유아들의 그림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해 유아들은 풍경화와 같은 그림을 보며 저마다 겨울로 가고 있는 가을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림에서는 나무도 움직이는 동물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파란 하늘 위 넓게 흩어져 있는 뭉게구름,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바다로 이어지는 강물과 늪지에 넓게 깔려 있는 물풀들 뿐이다. 그러나 유아들은 단풍이 들고 바람이 불며 서늘하다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떄 눈에 띄는 유아의 반응은 ①과 같이 “단풍잎이 있고 눈이 내려요”이다. 눈이 내린다는 것은 전형적인 가을의 특징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이상기온현상이 생기면서 가을이지만 눈이 내리기도 하고 봄을 알리는 개나리가 피었지만 폭설이 내리기도 하였다. 이 그림책을 읽은 날도 오전에는 비가 내리고 오후에는 싸리눈이 내리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였다. 유아들이 경험하고 있는 가을은 단풍이 있고 바람이 불어 싸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눈도 내릴 수 있다. 구름낀 하늘을 바라보며 유아들은 금방 눈이 내릴 것 같다고 말하였다. 이는 경험적 지식이 그림읽기 과정에서 여지없이 반영되었다.

    이처럼 그림은 즉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저마다의 지식을 바탕으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즐거움과 같은 정서적 반응과 함께 정보 구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겠다. 그림책은 유아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시각적 심상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실 그림은 작가가 속해 있는 사회문화적 영역 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 때 생성되는 이미지는 유아들이 문화상징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탐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인다.

    <태극기 다는 날>은 글을 통해서는 태극기에 관한 정보를 객관적인 어조로 보여주지만 그림은 사진과 같은 세밀화가 아니라 절제된 색의 사용으로 심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빨강 동그라미와 파랑 동그라미가 서로 각자 굴러다니다가 만나는 듯한 면지, 두 개의 공을 여자아이가 머리위에 들고 서 있는 속표지, 그리고 떼굴 굴려 서로 이리저리 변형되다가 만나 태극이 되는 본문 첫 장면으로의 연결은 태극의 등장을 정보적이라기보다는 심미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한다. 위 사례의 경우 이러한 일련의 장면을 보며 유아들은 색에 대해 지니고 있는 문화상징과 관련된 지식을 활용하여 그림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빨강과 파랑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유아는 ①과 같이 물과 불을 연상하며 마치 물과 불이 만나 어우러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빨강을 통해 불을, 파랑색을 통해 물을 연상하는 것은 색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에 대하여 유아가 지니고 있는 바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지식이외에도 ②와 같이 미술의 색 조합과 관련된 정보를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색의 조합은 이내 태극을 만들고 우리 주변에 있는 태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이러진다. 이 때 그림은 오로지 태극기를 이루고 있는 네 가지 색만으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있는 태극에는 노란색이 있지만 그림에서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유아들은 ③과 같이 빨강과 파랑 이외에도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태극이 그려져 있는 소고를 떠올렸다. 노랑색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 그림을 통해 직접 볼 수는 없으나 눈에 보이는 듯 빨강, 파랑, 노랑이 그려져 있는 소고를 생각해내고 있었다. 이처럼 유아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문화상징 혹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보고 만지고 사용하여 알게 된 저마다의 경험 지식에 따라 그림을 읽고 연상해 내고 있었다. 경험에 의해 형성된 시각이미지는 그림을 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는데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박영원(2012)은 시각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식이나 경험은 매우 중요하며 문화와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였다. 시각적 매체를 통해 수많은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림책의 그림은 유아들에게 문화적 이미지를 형성하게도 혹은 형성된 문화 상징내용을 연상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었다.

       2. 유아들이 구성하는 문화 맥락

    Vygotsky의 근접발달지대에서의 상호작용 개념은 보다 경험이 많은 성인이나 또래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아들에게서는 배움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언어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유아들에게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필수적으로서, 상황을 공유하고 참여하며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발달의 중요한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Vygotsky의 의견에 따라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특히 관심을 갖은 Rogoff(2003)는 ‘안내된 참여(guided participation)’ 개념을 소개하였다. 유아들이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은 문화적 공동체의 가치와 관습에 의해 안내되고 배움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유아들은 저마다 사회에서 습득한 가치, 관습, 기량을 가지고 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배움이란 이러한 공동체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참여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아들이 한국 그림책 읽기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다양한 참여 맥락은 유아들이 한국그림책에서 문화 내용을 인식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그림책 읽기를 통해 만나게 되는 공간으로서의 맥락, 읽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자유로운 상호작용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맥락, 또한 유아들이 지금까지 지니고 있는 정보들과 한국그림책을 읽으며 새롭게 발견하고 인식하는 정보들간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인지적 맥락을 중심으로 유아들이 문화 내용을 인식하는 맥락을 살펴볼 수 있겠다.

    1)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초월적 공간 맥락

    심향분과 성소영(2011)은 소집단 상황은 교사와 유아, 유아와 유아 간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어서 유아들이 자유롭게 개인적 경험과 텍스트를 연결지을 수 있고, 자신의 의견‧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하였다. 적은 인원이 서로에게 집중함으로써 적재적소에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유아들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맥락을 조성해준다. 유아들은 책읽기를 위해 교사방으로 향할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 들어와서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재빨리 앉는다. 그리고 책상을 가운데로 빙 둘러앉으면 자리가 좁지는 않은지, 책을 보기에 앞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없는지 친구들과 조정을 하며 자리확보에 열정적이다. 이러한 행위는 유아들이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나누는 동안 적극적인 참여로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로 보인다. 그림책 읽기는 유아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즐기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또래와 공유할 수 있는 상황적 맥락으로 들어가게 된다. 즉, 유아들은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시간적 공간적 상황 속으로 기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한국그림책은 다양한 시대적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도의 어느 마을을 보여주기도 하고, 추석에 고향의 부모 형제를 만나기 위해 귀성길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지금 여기에 있는 유아들이 그 때 그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으로 옮겨 놓는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유아들에게 먼나라와 같은 공간이다. 그러나 <똥돼지>는 똥돼지를 키우는 동지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도의 돌담길이 인상적인 어느 마을을 보여준다. 이는 유아들로 하여금 동지의 이야기를 쫒는 가운데 제주도를 둘러보게 한다.

    <똥돼지>는 제주도에 사는 동지라는 아이가 화장실에 사는 돼지 때문에 화장실 이용하는 것이 매번 곤욕스러워 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림 배경에서는 연신 제주도 전통 가옥과 돌담길 그리고 돼지를 키우는 화장실이 인상적이다. 제주도의 농촌모습인 듯하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유아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우선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농촌의 모습과는 다른 집의 모습, 담의 모습, 화장실 등 차이가 나타나는 공간을 접하였다. 유아E의 경우 제주도의 돌은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 ①과 같이 돌담에 관심을 보이며 ②와 같이 돌에 구멍이 뚫려 있는지 확인을 하였다. 이렇게 동지의 사건을 이해하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유아들은 먼저 제주도의 어느 마을로 이동한다.

    한국그림책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상황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어느 산골 소년이 가족들과 함께 가을걷이 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농촌의 수확하는 풍경과 만나게 되고, 화장실에서 똥돼지를 기르는 제주도의 전통가옥과 더불어 돌담이 아름다운 제주도 자연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또한 도시에 살고 있던 자식들이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향하던 명절의 모습과 만난다. 불과 몇 년전 어머니 시대에 겪었던 우리네 생활모습들이다. 유아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글과 그림을 통해 전하는 시대성을 만나게 된다. 그림은 서사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시대적 공간적 상황 묘사에 집중한다. 시간적으로 순간 포착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시간적 공간적으로 그 때 그 곳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유아로 하여금 과거가 되었든 현재가 되었든 대한민국의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의 문화를 접하게 한다. 이는 유아들이 그 때 그 곳에서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인 가치나 관습에 의해 말하고 행동하는 상황적 맥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즉, 참여의 과정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2) 문화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의 맥락

    그림책은 글과 더불어 그림을 통해 풍부한 시각적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유아들은 듣고 보는 가운데 다양한 이야기를 교류한다. 경험을 교류하기도 하고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기도 한다. Cardenuto(2012)는 유아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들의 문화적 이해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교류한다는 것은 유아들이 문화에 대한 통찰을 얻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림은 특정 사회문화적 영역 내에서 구성된 것으로서, 이미지가 품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한다는 것은 문화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게 된다.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 유아들로서는 담이 둘러싸여 있는 집으로서의 생활공간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담을 통해 화장실의 경계를 둘러치고 있는 제주도 가옥을 보며 유아들은 ①과 같이 일제히 담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②의 반응에서 본 것과 같이 유아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음으로 인해 ‘담’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으며 아파트에도 담의 역할을 하는 외벽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이름붙일 기회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사는 유아들 틈에 ③과 같이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고 있는 유아도 있었다. 교사는 이 유아와 담과 대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자, 다른 유아들은 시골 할머니네는 아파트가 아니라면서 ‘담’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에 참여하기 위한 태도를 보였다.

    Mamur(2012)는 문화 대화(culture dialogue)는 사회적 문화 인식을 높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문화내용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지식전달로서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 가치, 신념, 생각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그림책 읽기는 유아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상황적 맥락을 제공하는 동시에 유아들이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 기준에 따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하겠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유아들은 문화적 가치에 대하여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의 경우 유아들은 담에 관한 경험이 부재해서일까 자신들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나오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는데 모든 유아들이 동참하였다. 심향분과 성소영(2011)은 집단의 역동성은 단순히 아동 개인 특성들의 합이 아니어서, 맥락 내에서 독특한 개인적인 특징을 지닌 아동간의 상호작용과 문화적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으로서의 특징을 고려하여 소집단내에서의 읽기 과정 자체를 사회적인 맥락으로 바라보았다. 의미 있는 맥락에서 조직화된 정보는 기억에 도움(Rogoff & Waddell, 1982)을 준다고 한 것처럼 유아들이 한국그림책읽기 시간동안 의미롭고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주고받았던 수많은 문화 대화들은 유아들의 문화인식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3) 지식들을 재구성해가는 인지적 맥락

    Piaget는 유아들의 인지적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동화와 조절에 의해 도식을 조정하는 과정으로 ‘적응(adaptation)’의 개념을 설명하였다. 유아들이 주위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동화와 조절의 이중적인 과정을 포함하는 인지적 행동으로서 말이다. 새로운 사물, 경험 또는 개념을 기존의 도식 구조 속으로 받아들이는 통합의 과정으로서 ‘동화(assimilation)’와 기존의 구조들이 변화되는 과정으로서 ‘조절(accommdation)’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유아들은 주변 세계에 반응을 하며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또래와 함께 한국그림책 상호작용적 읽기 과정은 이러한 다양한 지식들의 충돌과 조정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장이라고 보인다. 유아들에게 많은 정보들은 그저 하나의 사실일 뿐 경험과 분리되고 어떠한 가치판단이 적용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그림책 읽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또래와의 상호작용과 교사의 피드백에 의해 조정되면서 새로운 문화적 개념을 형성해나가는 인지적 갈등 경험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도시생활을 하는 유아들에게 농촌 풍경들은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을 수 있다. 그래서 농촌 풍경이 묘사되어 있는 장면에서 유아들은 특히 상황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지니기도 한다. 상황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맥락을 배재한 정보들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들에게 상황적 맥락이 묘사되어 있는 장면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이야기 나누기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을 서로 연결하며 맥락적으로 의미가 있도록 재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그림책읽기 과정에서 유아들은 이처럼 상황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하나의 행동에만 집중하여 궁금증을 표시하는 경우는 흔히 발견되었다. 유아는 가을이면 동물들이 겨울준비를 위해 먹이를 모은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맥락 속에서 상황적 묘사가 상세히 표현한 그림 장면을 보며 유아들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그림책에서 밤을 주우러 산에 올라간 마루를 보며 다람쥐의 먹이가 걱정이 되는 듯 유아들은 걱정이다.

    우리 조상들은 항상 동물들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보여주었다. 감을 수확할 때도 새를 위해 나무에 감 몇 개를 남겨 놓는 것과 같이 말이다. 위 사례의 경우 밤을 줍고 있는 주인공 마루와 주변에서 열심히 양볼 가득 밤과 도토리를 주워 나르는 다람쥐가 나오는 장면에서 유아는 다람쥐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루와 다람쥐는 서로를 의식하며 밤과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그러나 유아는 겨울준비를 위해 다람쥐는 밤과 도토리를 주워 숨겨놓는다고 알고 있지만 다람쥐 근처에서 밤을 줍고 있는 마루가 의심스러운 듯 ①과 같이 사람이 쫒아가 훔치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이다. 유아는 겨울 준비를 하는 동물들을 위해 산에 올라갔을 때는 열매를 남겨 놓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밤을 줍고 있는 마루를 가리키며 ②와 같이 왜 다 가져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고 있다. 물론 그림에서는 주위에 밤이 널려 있다. 마루가 다가져가는 듯이 욕심을 부리는 상황으로 묘사되어 있지도 않다. 그러나 유아는 마루가 다람쥐의 먹이인 밤을 줍고 있다는 자체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밤은 무조건 주우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다람쥐와 나눠먹어야 하니 적당히 주워야 한다는 것인데 말이다. 유아들은 동물들의 삶과 사람들의 삶을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속에서 인간은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하며 삶을 살았다. 가을 수확기에 감을 수확할 때 조상들은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감을 남겨놓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조상들의 삶의 단전인 예이다.

    심향분(2009)은 유아들은 그림책 읽기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상호연결지으며 정보의 재구성을 시도한다고 하였다. 유아들은 읽고 있는 텍스트를 끊임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과 서로 연결시켜 이해하려고 하며, 그림책에서 제공하고 있는 언어적 텍스트와 시각적 텍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경험까지 포함하는 삶의 텍스트를 서로 연결짓는다고 하였다. 유아들은 한국그림책 읽기과정에서 그림읽기를 통해 활발한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 내용은 유아들에게 사전 지식으로서 의미 있게 기억되고 있었으며, 다른 도서 읽는 과정에서도 불현듯 떠올려 연결지었다. <태극기 다는 날>을 읽으며 태극기를 정보로서가 아니라 그림 속에서 색 구성요소를 찾으며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태극 문양 찾기와 관련하여 이야기 나누는 경험이 있은 후 유아들은 자주 태극기를 기억해내었다.

    위 사례의 경우 유아들은 궁 지붕위에 올려진 어처구니의 유래를 담은 전래동화 <어처구니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어처구니들의 몸은 흰색, 빨간색, 노랑색, 파랑색, 검은색 등으로 등장인물의 특징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 때 유아A는 ①과 같이 어처구니의 모습을 보자마자 태극기를 연상하였다. 몇주전 <태극기 다는 날>을 읽으며 태극기를 이루고 있는 색에 대하여 이야기 나눈 후였기 때문에 유아들은 태극기의 색에 대하여 강한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유아들은 다른 도서를 읽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연결 짓기를 시도하였다. 태극기는 배워야 하는 정보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유아들의 삶 속에 항상 존재하여 언제 어디서나 떠올릴 수 있는 대상으로 살아 숨쉬고 있게 되었다고 보였다.

    Ⅳ.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한국그림책을 교육매체로 하여 유아들과 읽기를 진행하면서 유아들의 반응을 통해 유아들이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며, 인식해가는 맥락을 탐구하였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아들은 한국그림책을 통해서 자신이 일상이나 주변에서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쳤던 다양한 경험들을 떠올리고 주변세계와의 연계가 있을 때 그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선행 경험으로서 문화를 구성하고 있었다. 또한 유아들은 한국그림책을 접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매체나 생활 속에서 접촉했던 문화에 대한 파편적 정보로서 문화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과 정보가 맥락과의 연계성이 부족하여 그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특정 맥락에서의 연관성을 갖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유아들은 글 보다는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인지하였고 그 이미지를 통해 연상되는 또 다른 다양한 이미지와 감성, 상징성을 발견해내고 해석하며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그림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다양한 시각 이미지는 시각 문화로서 유아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정보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둘째, 한국그림책 읽기 과정에서 유아들이 구성하고 있는 문화 맥락을 살펴보면, 유아들은 한국그림책을 매개로하여 시공간을 초월하여 넘나들며 문화 관련 경험과 텍스트를 공유하는 맥락 과정에서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하였다. 또한, 한국그림책을 활용하여 유아들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그 문화에 대한 감성, 가치, 판단 등을 또래들과 소통하면서 문화에 대한 정의적 사고가 가능하였다. 이와 더불어, 문화에 대해 유아들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거나 일대일 대응적인 보편화된 단편적 정보를 드러내기도 하였으나 점차 특정 맥락에서 구체적인 문화적 요소에 대해 다양한 정보, 느낌, 경험, 판단 등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화와 조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지식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맥락에서 보다 구체화된 세부 도식 형성을 하며 문화를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그림책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상호텍스트성의 과정에서 유아들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연계하게 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문화를 인지하면서 적극적으로 문화를 구성해나갔다.

    한국그림책을 매개로 유아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문화에 대한 반응과 인식과정을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다양하고 특수한 시각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시각문화로서, 단편적인 조각 정보가 아닌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상상력을 담고 있는 한국그림책을 활용한 한국문화읽기에 대한 교육적 가치이다. 유아들은 그림책에 담겨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자신의 경험과 상상에 비추어 읽고 해석한다. 시각문화란 시각경험에 대한 문화적 해석을 다루는 다차원적 접근으로서(Parse, 2007) Barnard(2002)는 보았던 것들의 조합으로서 ‘시각문화’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모든 보이는 것들이 시각문화로서 정의되지는 않는다. 보이는 것들이 시각문화의 부분으로서 고려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와 믿음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유아들에게는 이미지가 품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스스로의 관점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가 요구된다. 따라서 유아들에게 문화적 가치가 있는 내용을 전수하는 과정은 단순히 결과론적으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해석적 읽기체험을 통해 가치, 신념,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림책에서 주는 다양한 시각문화는 유아의 인지과정에서 발견되는 내러티브적 사고와 상상적 사고의 특징이 잘 조화된 문화읽기를 가능하게 하였다(임부연, 송진영, 2012). 즉 한국그림책을 활용한 이야기나누기는 유아들의 내러티브적 사고를 발현시키고 상상적 사고를 자극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국그림책은 언어, 종교, 인종 등과 같은 전체 문화(total culture)와 더불어 매일의 생활과 그 삶 속에서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다양한 하위문화(subculture)를 특수한 상황적 맥락이 담긴 이야기와 함께 시각적 이미지 안에 담아내고 있다. 그 시각적 이미지는 상호텍스트성에 의해서 정의적 요소를 포함한 가치, 신념 등을 자연스럽게 내포하고 있다. 임부연과 송진영(2012)은 ‘보편을 확보해 놓은’ 교수매체가 주는 교사-유아 상호작용과 ‘보편이 부재하는’ 교수매체가 주는 교사-유아 상호작용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이야기나누기과정에서 유아들에게 단편적 정보와 지식의 전달에 치중하는 교육을 비판하였다. 따라서 한국그림책을 활용한 문화읽기는 유아들에게 내러티브적 접근을 유도하는 문화교육의 의미 있는 교수법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

    둘째, 우리의 실제 문화는 정보이상의 의미와 정의적 요소를 담고 있어야하며, 이러한 정의적 요소를 담고 있는 한국그림책은 유아들로 하여금 문화에 대한 긍정적 사고와 가치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아교육현장에서 다뤄지는 문화에 대한 요소들이 단편적 정보나 지식의 전달에 치중하여 때로는 그 문화에 대해서 문화구성원이 갖는 정서, 감성, 가치, 태도, 신념, 의미 등에 대한 요소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단편적 정보가 과연 유아들의 삶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정의적 요소가 배재된 정보들은 유아의 흥미와 관심이 제한된다. 즉, 한국문화가 유아들에게 전달될 때 단편적 지식이나 정보로 전달된다면 그 문화는 유아들에게 다른 타문화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림책에는 특정한 문화에 대해서 글 텍스트와 그림 텍스트를 통해 심미성을 전달하고, 유아들은 그 텍스트들을 해석하기도 하며 또 다른 외부 텍스트를 주체적으로 끌어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유아들은 문화에 대한 자신과 타인의 가치, 감성, 정서, 의미를 반성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그 문화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가치판단이나 정의적 요소와 결부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한글은 우리나라의 글’이라는 내용보다는 ‘한글은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이 사랑하는 백성에게 우리의 글을 만들어 주기위해서 학자들과 함께 만드신 글’이라는 내용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문화적 자긍심과 긍정적 정서, 태도를 갖게 한다.

    또한 유아들의 삶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정보의 조각들은 그들의 인지과정에 구체적이고 다양한 도식의 형성을 촉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 현장에서는 가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기를 할 때, 가을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 이미지를 담은 벼, 잠자리, 파란하늘과 같은 사진 몇 장을 매체로 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 매체가 담고 있는 정보는 벼는 가을에 누렇게 익고, 잠자리가 날아다니며, 높고 파란 가을하늘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그림책 한 장면에서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풍요롭고 서정적인 농촌의 가을 풍경 속에서 한편에는 할머니가 시골집 앞마당에 고추를 말리고 벼이삭을 털고 있는 모습과 그 옆에 잠자리를 잡기위해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면 이 한 장의 그림책의 시각적 이미지와 더불어 제시되는 스토리를 통해 유아들에게 보다 섬세한 묘사와 정의적 요소를 담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고, 이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인지적 도식의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의사소통의 과정에서의 문화인식의 측면이다. 유아들은 그림책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적 맥락과 연계된 스토리를 통해서 보다 다원화된 사고의 발달이 가능하며 수용적인 태도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즉 자연스럽게 특정 상황에 관련된 특정 관습이나 생활양식 등을 배우게 된다. 문화는 계속적으로 변화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공간에서 다른 형태로 보여진다. 문화 내용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강은영(2013)은 유아들을 대상으로 ‘생활 속의 아름다움’, ‘예술적 표현’, ‘문화적 다양성’, ‘문화적 소통 및 공감’을 교육내용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한바 있다. 그녀는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한 예술적 개념이나 기능 습득보다는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해 보고,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과 서로 소통하며 함께 즐기는 경험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는 유아들에게 문화 예술교육이란 표현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문화를 인식하고 이러한 상호연결성의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 보인다. 예술 작품 속에는 다양한 문화가 담겨 있음을 인식하고, 그림책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찾아보고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다면 유아들은 문화를 정보로서가 아니라 삶의 부분으로서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Rogoff(2003) 역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문화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관점을 나누는 상호작용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였다. 한 문화의 구성원이라 할지라도 어떤 특수상황에 대해서 또는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난 현상에 대해서 구성원이 생각하는 느낌이나 관점은 유사하거나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유아들이 한국그림책에서 유아들이 반응에서 보이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공유하고 그 상호텍스트성의 과정에서 타자의 해석을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이는 그 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추후 연구과제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한국그림책을 특정 장르로 나누지 않고 포괄적 의미에서의 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유아들의 반응을 살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유아들이 자주 접하거나 교육과정에서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는 한국그림책을 장르별로 나누어 그 특정 장르를 교육매체를 활용하는 교육활동에서 유아들의 반응과 한국그림책에서 드러내는 문화를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 문화의 일면을 주로 보여줄 수 있는 한국 전래동화와 근/현대적 문화를 담고 있는 한국 창작동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강조된 가치들은 다를 것이므로 이러한 장르에 따른 유아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유아교육현장 교사들이 한국그림책을 활용하여 영유아를 대상으로 거시적‧미시적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단순한 문화적 정보를 넘어서 다각적 의미나 가치에 대한 문화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수법 및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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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관찰 대상 유아
    관찰 대상 유아
  • [<표 2>] 한국그림책
    한국그림책
  • [<표 3>] 그림책 읽기
    그림책 읽기
  • [<표 4>] 그림책 읽기 과정
    그림책 읽기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