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7선’: 2013년 한국영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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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다수의 한국인들은 한국영화의 가파른 관객 증가와 한국영화의 발전을 동일시하면서 한국영화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거기에 이따금씩 들려오는 해외영화제 수상 소식을 더하면서, 한국영화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간주 하기도 한다. 현대영화연구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러한 착시 현상이 무수한 매체들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확산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왔으며, 연구소 나름의 시각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해마다 쏟아지는 무수한 평문 및 기사들과 별개로, 한국영화의 변화양 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종합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시선의 부재가 결국 이 같은 자기검열의 회피와 자기만족의 반복에 일조하고 있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이에, 현대영화연구소는 올해부터 매해 ‘한국영화 7선’을 선정하고 그에 관한 ‘기획 논문’의 장(場)을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 2013년 국내 에서 개봉되었던 영화들 중 한국영화의 지평 확대와 다양성 중진에 기여한 영화 일곱 편을 선정했으며, 그에 대한 분석과 연구 결과를 <현대영화연구> 제17호를 통해 발표한다. 작품을 선정하기까지 <현대영화연구> 편집위원들의 길고 긴 숙고와 토의 과정이 있었고, 극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상업영화, 독립영화 등 보편적인 범주의 영화들이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각 작품이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투영시키고 있는가를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창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미학적 시도를 얼마나 치열하게 구현하고 있는가를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아울러, 화려한 외양과 달리 갈수록 다양성과 독창성이 고갈되어 가는 국내 영화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면서, 보편적인 국내외 영화선정 규모인 ‘베스트 10’ 대신 ‘한국영화 7선’을 선정 규모로 설정하 였다. 현대영화연구소가 선정한 ‘2013년 한국영화 7선’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

    <현대영화연구>에 실린 일곱 편의 기획논문들은 ‘한국영화 7선’에 선정된 일곱 편의 영화들을 분석하고 고찰한 논문들이다. 논문의 필자 들은 현재 국내 영화학계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장 영화학자들이다. 이들의 글은 일반 학술논문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구체 적인 언어로, 일반 평문들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각각의 영화들에 대해 예리한 분석과 깊은 성찰을 실천하고 있다.

    이선주의 논문은,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모럴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로서 홍상수의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부단한 자기탐구의 여정을 수행하는 산책자-여성 주체의 모습을 탁월하게 형상화하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홍상수 영화의 계보와 모던 시네마의 좌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새로움에 대해 세심한 진단을 피력한다.

    황혜진의 논문은, 독특한 형식의 독립영화 <러시안 소설>이 도달한 지점들과 성취한 결과들을 차분한 어조로 하나하나 짚어낸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주체와 타자 간의 대화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형성된 작품임을 밝히면서,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상호작용의 과정을 세심하게 추적하고 분석한다.

    한상언의 논문은, 간첩과 북한이라는 시대의 문제적 소재를 다룬 <베를린>이 첩보영화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 어떤 유의미한 알레고 리들과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지를 엄격한 시선으로 진단한다. 특히 통일이라는 거대 명분을 상실한 영화 속 남북한 간첩들이 생존과 인간의 존엄을 위해 사투하는 것의 의미를 모습을 폭넓은 역사적, 정치적 시각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문관규의 논문은, 역사영화이자 대중적 정치영화로서 <변호인>에 새겨진 의미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성찰하는 글이다. 그의 논문은 특히 송우석이라는 캐릭터가 소환해내는 선비정신과 <역사란 무엇인가> 가 영화 안에 미장아빔의 형식으로 표상하는 지식인상에 주목하면서, 그 교합의 울림이 증폭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고증하고 탐구한다.

    이수진의 논문은, <설국열차>가 구현하는 다양한 움직임의 양태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비평들이 다다르지 못한 이 영화의 의미 영역을 탐사한다. 영화의 출발점이 본래 <설국열차>라는 그래픽노블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다양한 무브먼트들이 어떻게 영화적 정체성과 고유한 형식적 독자성을 형성해가는 지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장우진의 논문은,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인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들을 명증한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설문대할망 설화와 오백장군 설화를 융합한 관점으로 제주4⋅3사건이 라는 역사적 비극을 껴안고 포용하려는 영화의 구도를 밝혀주며, 그러한 영화적 의식이 섬, 동굴, 가마솥, 땅, 여성 등 다양한 의미소들을 통해 형상화되는 양상을 정치한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맹수진의 논문은, 영화 <풍경>이 펼쳐 보이는 국내 이주민들의 내면 풍경에 대해 깊은, 나아가 또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그의 논문은 영화가 취하고 유지하는 대상과의 거리에 대해 질문하고 또 영화카메 라가 향유하는 자유로움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며, 그를 통해 다큐멘터리로서 이 영화가 확보할 수 있는 위치와 입장에 대해 의미심장한 성찰을 제시한다.

    2014년을 시작으로, 현대영화연구소는 매년 3월 ‘한국영화 7선’을 선정하고 엄선된 기획 논문들을 발표할 것이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영화의 지평을 확장하고 한국영화에 다양성과 질적 깊이를 더해준 작품들이 그 선정 대상이 될 것이다. 소수 거대 자본의 상업영화 들이 한국 영화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우리의 사유를 붙잡는 영화들이 해마다 우리 영화계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현대영화연구소는 그런 영화들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탐구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며 이 같은 실천을 통해 한국영화의 담론이 보다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