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인의 비례책임제도

The proportionate liability of audi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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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This article discusses the selected issues related to the proportionate liability. Since the adoption of this liability rule in the Act on external Audit of Stock Companies (EASC) and the Financial Investment Services and the Capital Market Act (ISCM) in December 30th 2013, a new regime has begun by presenting specific rules on the liability of statutory auditors. It means a dramatic change of liability forms for statutory auditors from ‘joint & several liability’ to several liability only in exceptive cases.

    The EASC and the ISCM adopted the new liability regime in their relevant sections in that way:

    In principle auditors and the client company’s directors shall be as defendants jointly liable for damages to the company or a third party, but exceptionally if one of them violates unknowingly the Acts, then he/she shall be liable for damages according to the ratio of liability determined by a court based on the attributable causes. Notwithstanding the exceptive proportionate liability, if the recognized amount of income of the person is less than 150 million won, then the liability form shall go back to joint liability. Furthermore if the damages did not be paid due to incapability for compensation of any person, the others shall be liable for an additional amount of damages to 50% of their respective ratios of the liability.

    However we can not find out any compatibility or conformity with our civil liability system due to the heterogeneous regulatory factors. One of critic points lies in that the liability form in which defendants are liable jointly or severally shall depend on the level of income of defendants. In comparison it should be determined by the nature of malpractice(act in concert or not) or the agreement of the parties in our established liability regime. It is also hardly to accept on the other hand that after closing all the procedure of the trial, in case of incapability of someone, another establishment of liability for the additional compensation should be began to discuss. In this respect this paper suggests that the disconformable regulations be replaced by the establishment of pure several liability and that it is an appropriate time to legislate the liability limitation of the statutory auditors just as with EU countries.

  • KEYWORD

    외부감사인 , 비례책임 , 연대책임 , 부진정연대책임 , 분할 책임 , 사업설명서책임 , 증권집단소송

  • Ⅰ. 문제제기

    외부감사인의 책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IMF경제위기를 전후로 많은 기업의 도산과정에서 생겨난 피해자들이 해당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감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의 책임 추궁을 하면서부터이다. 더구나 당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은 피해자의 손해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부실감사에 연루된 자들을 묶어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기 때문에 책임질 자들 중 사실상 배상능력이 없는 해당회사 또는 그 임직원 대신에 감사인이 책임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제1차적으로 직접 회계부정을 저지른 해당 회사 대신에 그 회계부정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과책을 이유로 홀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느끼는 외부감사인 업계가 과도한 책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여 왔고 마침 이러한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던 각국에서도 이를 수정하는 입법 시도가 추세를 이루었다.

    결국 그 동안 학계의 오랜 논의와 관련업계의 끊임없는 노력 끝에 지난 2013년 말 연대책임을 수정하는 내용의 법개정이 있었고 이제 막 시행되기 에 이르렀다.1) 외감법 개정을 통해 수정된 내용의 핵심은 고의 없이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대책임을 완화하여 법원이 정하는 책임비율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는 소위 비례책임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원고의 재산이 일정금액 이하인 경우에는 다시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거나 피해자가 배상받지 못한 경우에 미배상액에 대하여 나머지 책임질 자가 추가배상의무를 지도록 한 것도 새로 도입된 비례책임의 내용이다.

    이와 같이 이제 막 시행되는 외감법 상의 새로운 규정들은 외국법체계를 직수입한 때문인지 혹은 입법 논의 과정에서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 때문 인지 우리의 민사책임법체계에 생소하고 상충되는 것들이어서 이에 관한 면밀한 법리분석과 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 이질적인 규정들 중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도입된 것들은 해석론은 물론 입법론으로도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우선 지금까지 감사인의 책임체계와 내용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어떤 배경에서 비례책임 도입이 논의되었는지 그리고 비례책임의 법이론적 근거는 무엇인지를 검토한 후 현재 도입된 소위 비례책임의 법적 쟁점들을 다루고자 한다.

    1)개정법률은 2013년 12.30 법률 제12148호로 공포되었고 2014.7.1.일자로 시행되었다.

    Ⅱ. 감사인의 책임법체계

       1. 감사인책임의 규정체계

    감사인이 대상회사나 제3자에 대해 지는 책임의 근거로 불법행위책임 외에도 계약책임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감사인이 제3자와 계약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계약책임을 지는 경우란 피감사회사에 대한 책임에 한정되며 여기에 특별한 법리적 쟁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여기서 논급 하는 감사인의 연대책임 혹은 비례책임에 관한 논의는 그 책임근거가 불법 행위책임인 경우와 연결되어 있고 계약책임과는 관련성이 없어 계약책임에 대한 논급은 제외하기로 한다. 감사인 책임 중 불법행위책임을 기초로 한 책임규정도 외감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상의 규정에 한정된다.

    1.1. 외감법의 감사인 책임 규정

    외감법이 그 동안 외부감사인의 책임형태를 연대책임의 구조로 유지하여왔던 이유는 투자자, 채권자 등 제3자의 손해를 넓고 두텁게 구제하기 위함인 것이다. 감사인2)은 불법행위 혹은 계약상 피감사회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외에도(외감법 제17조 제1항)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제3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동법 제17조 제2항). 즉 감사인은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 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동 제2항). 감사인이 계약관계에 있지도 않은 제3자에게 책임을 지는 이유는 감사보고서의 부실 또는 허위기재를 원인으로 하고 그 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했을 것을 요한다. 말하자면 책임을 연결하는 고리 즉 책임성립의 인과관계를 ‘부실‧허위의 감사보고서의 기재’와 ‘신뢰’라는 제한된 인과관계 요소로 한정함으로써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에 대하여 특칙을 구성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감사인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원래 감사인이 감사를 한 피감사회사의 회계서류를 작성한 이사 혹은 감사가 책임질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들 감사인과 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동 제4항). 다만 이들 책임질 자 중에서 고의가 없는 자는 소위 비례책임을 진다(동 제4항 단서).

    1.2. 자본시장법의 감사인책임 규정

    한편 자본시장법은 회계법인등 감사인에 대해 자본시장의 공시의무등 규제체계상 일정한 임무가 부여되어 있고 임무해태나 위법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책임규정을 두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그러한 책임의 원형으로써 회계감사인이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등에 첨부된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은 선의의 투자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동법 제170조 제1항). 이 자본시장에서의 감사인에 대한 일반적 책임규정을 기본으로 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 책임(제115 조), 집합투자분야에서의 감사인의 감사책임(제241조)으로 확장되어 있다. 즉 이 네 가지 분야는 동 법에서 분명하게 회계감사인의 책임이라는 명칭하에 규율되는 책임규정이다.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은 외감법 제17조의 규정과 자본시장법 제170조의 규정을 기초로 하여 자본시장법상 허위·부실의 발행 및 유통공시책임에 회계감사인을 연루시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즉 회계감사인은 발행공시에서의 책임(제125조)과 정기공시책임(제162조)에서 책임질 자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1.3.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상 책임규정간의 관계

    그렇다면 외감법의 책임규정과 자본시장법의 책임규정은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생각건대 외감법 제17조의 책임규정을 감사인의 제3자 책임의 일반 규정이라고 한다면 자본시장법 제170조의 규정은 감사인이 자본시장영역에서 투자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특칙에 해당한다. 이 자본시장법의 책임규정은 그 인과관계의 요소를 사업보고서 등에 첨부된 회계감사인의 감사 보고서와 그에 대한 신뢰를 책임성립의 인과관계로 확정하고, 또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도 소위 책임충족의 인과관계(손해에 미친 상당한 인과관계)를 일일이 증명하기 번거롭다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아예 법률로 정해두고 있다(동법 제170조 제2항).

    자본시장분야에서의 감사인책임의 기본규정인 제170조의 책임규정은 외감법 제17조 전체를 준용(다만 성질상 제17조 제1항은 준용에서 제외)함으로써, 그리고 신탁분야에서의 책임과 집합투자분야에서의 책임에서는 2014년 시행되는 개정 외감법 제17조 제4항과 제5항 상의 연대책임 및 비례책임을 동일하게 규정함으로써 외감법 제17조의 일반적 책임에 대한 자본시장분야에서의 특칙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 책임규정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일반적 책임규정인 외감법의 신설 비례책임 제도가 이들 자본시장법상의 책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지가 달라질 수 있었을 터인데, 외감법상 신설된 비례책임 규정을 친절하게도 자본시장법의 각규정에 동어 반복의 형식으로 되풀이함으로써 논의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2. 감사인의 책임형태

    2.1. 연대책임의 원칙

    외감법은 감사인이 피감사회사에 대하여 임무를 게을리 하여 손해를 끼친 경우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지우는 한편(제 17조 제1항), 제3자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에도 피감사회사의 임원이 책임질 사유가 있다면 역시 함께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다(동 제4항 본문). 이로써 감사인책임과 관련해서는 대회사책임이든 제3자에 대한 책임이든 관련자들이 원칙적으로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2.1.1. 피감사회사에 대한 연대책임

    감사인의 회사에 대한 책임의 근거는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모두 가능하다. 우선 계약책임의 경우 감사인의 피감사회사에 대한 책임의 근거가 위임계약이고3) 그 위임사항의 불이행에 기한 책임이므로 회사에 대한 연대 책임 문제는 그것이 감사인과 피감사 회사의 임원 간 연대책임이든 혹은 감사인 내부에서의 감사 참여자 간 연대책임이든 오로지 당사자 간 약정에 의해 정해질 문제이기 때문에 논의의 실익이 없다.

    또한 감사인이 피감사 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감사인이 회계법인인 경우에는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회계법인과 연대책임을 질 것인지의 문제도 회계법인 내부의 구상권행사의 문제에 불과하여 또한 논의의 실익이 없다. 그러나 감사인이 감사반으로서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피감사회사에 어떤 형태의 책임을 지는가는 해당회사로서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것은 논의의 의미가 있다. 이 경우에는 피감사회사에 대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고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부진정)연대채무관계 있다고 보아 이론적으로도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4) 외감법은 감사인이 그 임무를 해태하여 피감사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감사반인 경우에는 ‘그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동법 제17조 제1항) 그리고 회계법인인 경우에는 단순히 ‘감사인이’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동 제1항) 하고 있다.

    2.1.2. 제3자에 대한 연대책임

    외감법은 감사인이 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당해 피감사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에는 감사위원회 위원)도 그 책임을 지는 때에는 그 감사인과 피감사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간에 연대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동법 제17조 제4항). 한편 자본시장법상 외부감사인이 선의의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동법 제170 제1항)에도 외감법 상의 연대책임 규정이 그대로 준용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대책임 구조는 그대로 유효하다.

    2.2. 연대책임의 완화에 대한 법리적 근거

    이와 같이 감사인책임이 피감사회사에 대한 것이든 제3자에 대한 책임이든 원칙으로써 연대책임을 지우는 법정책에 대해 과연 감사인이 다른 불법 행위자, 특히 제1차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지른 해당 회사의 이사 등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부담하고 또한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결국 감사인이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형평 혹은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것 이라는 이유에서 연대책임에 대한 수정요구가 있어왔다. 또한 그동안 외국의 많은 입법례에서 연대책임을 수정하는 추세를 받아들여 우리도 연대책임을 수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새로 도입된 비례책임 규정을 해석 함에 있어서도 연대책임을 수정하게 된 그 핵심적 이유로부터 찾을 밖에 없다. 더 나아가 현재 도입된 소위 비례책임의 규정으로 연대책임 완화에 대한 요청이 만족스럽게 해결 되었는지도 고민해볼 일이다.

    2)이 법에서 감사인은 공인회계사법 제23조의 규정에 따른 ‘회계법인’이거나 혹은 한국공인회계사회(동법 제41조)에 등록한 ‘감사반’이다.  3)김건식/윤진수,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보고서(1998.5), 3면 이하.  4)상법 제57조의 규정도 공인회계사가 상인이거나 외부감사의 수탁행위가 상행위가 된다는 확신이 없어 이론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

    Ⅲ. 비례책임의 이론적 기초

       1. 연대책임을 위한 기초의 불합리성

    우선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상 감사인의 연대책임은 복수의 불법행위가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 제1항)를 성립시켜 발생되는 부진정연대책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된다.5) 이와 같이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이유는 피해자에게 충분한 구제를 담보해주고자 함에 있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행위와 손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 행위 가담자들의 공동불법행위 성립을 추정하고 스스로 자신들의 과실 및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입증하도록 하여 입증책임 전환의 효과를 꾀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외감법 및 자본시장법상 감사인의 책임을 (부진정)연대책임을 규정한 이유는 협의의 의미이든 광의의 의미이든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6)

    그렇다면 피감사회사의 임원의 분식결산행위와 회계감사인등의 과실행위가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객관적 공동설에 의하면 ‘객관적 공동의 관련’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첫째, 동시발생 적인 복수의 행위가 조건이 되어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둘째, 시기를 달리하여 발생한 행위가 연쇄적으로 다른 행위를 유발시켜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셋째, 복수의 행위가 복합하여 일체적인 침해행위가 되어 불가분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 중 어느 하나이어야 함을 요건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감사회사의 임원의 분식결산행위와 회계감사인의 과실행위는 세 번째의 유형에 속하는 공동불법행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피감사회사 임원의 재무제표작성행위와 회계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작성행위가 일체의 행위 또는 하나의 행위로써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오히려 별개의 독립된 행위라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7) 특히 오늘날 회사의 회계부정행위를 과실로 탐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이 집중되는 현실에서는 감사인의 탐지노력과 해당회사의 회계부정행위는 완전히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동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가정은 처음부터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물론 회계감사인이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 작성단계부터 관여하고 조언을 한 경우에는 객관적인 행위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외감법에서 이들 행위를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된다는 전제 아래 (부진정)연대책임으로 규정한 것은 이론적 근거는 박약한 것이다. 물론 외형상 수인의 가담자가 있거나 복수의 불법행위가 묶여 있는 경우 이를 (부진정)연대책임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전술한 법이론적 근거와는 상관없이 정해지는 법정책의 문제인 것을 인정하더라도 오로지 법리적 관점에서 볼 때는 연대책임원칙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기반은 충분하게 발견된다고 본다.

       2.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 형평의 이념

    외감법이 도입한 비례책임은 전통적으로 책임론(엄밀하게는 손해의 범위 산정)의 영역으로서 오로지 법관의 법해석의 문제로만 여겼던 문제를 불법 행위의 성립과 병합시켜 책임문제를 한꺼번에 종결짓게 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이 제도의 모델이 되었던 미국법의 전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법에서는 연대채무자간에 내부분담분을 인정하면서 구상관 계를 전개하는 매우 유연한 책임법리를 보통법상으로도 전개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도입한 비례책임의 핵심이 다수 가담자의 과책비율에 따른 책임부담분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법상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다수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 다수의 채무자가 지는 책임의 형태는 불가분채무로서의 연대책임(joint liability), 분할책임(several liability), 내부부담분을 갖는 연대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 세 가지 중 하나이다.8) 우선 연대책임은 우리법의 연대책임과 동일한 내용이며 다수의 채무자가 약정에 의해 각자 채무 전액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며 다수 채무자 중 1인이 채무 전액을 변제하였다면 채권자는 다른 채무자를 상대로 추가적으로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9) 통상 다수채무자 간 내부적 구상관계는 존재하지 않거나 법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부적인 구상관계가 존재하는 부진정연대책임과 다르다. 분할책임은 연대책임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써 비례책임과 같은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에 다수의 채무자는 오로지 각자의 책임부담분 만큼만(their respective obligations) 채무를 부담한다. 각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해 자신의 몫에 대해 서면 분리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되면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내부관계에 있어 구상권이 생길 여지가 없다.10) 우리법상으로도 분할책임을 지는 다수의 채무자가 있는 경우 그들 다수 채무자 내부관계에서 구상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내부부담분을 갖는 연대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11)은 연대책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권자는 다수의 채무자에 대해 누구든지 채권 전액을 추궁할 수 있지만, 다만 채무자내부의 관계에 있어서는 각자의 책임비율에 따른 책임의 분담분이 존재하는 형태를 말한다. 만일 채권자가 어느 채무자 1인으로부터 채무 전액을 변제받았다면 그 채무자는 다른 채무자에 대해 그의 과실비율에 따른 채무분담액을 구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연대 책임은 채무자간의 연대책임약정을 원인으로 하지 않은 성질상 연대책임관 계이기 때문에 우리법체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진정연대책임이다.

    그렇다면 원래 우리의 구 외감법 제1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던 연대책임의 형태를 미국법상의 책임형태와 단순히 외형적으로만 비교한다면 앞의 순수한 연대책임(joint liability)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 연대책임은 다수 채무자 내부의 채무부담분이나 구상관계가 전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실질에 있어서는 오히려 내부부담분을 갖는 연대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정연대책임(joint liability)은 원칙적으로 주관적 공동관계에 의해 채무를 부담하는 약정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데 비하여 우리의 구 외감법 제17조 제2항에 따른 연대책임은 외부감사인과 피감사회사의 이사‧감사가 이러한 약정을 기초로 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구 외감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외부 감사인과 피감사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는 피해자에 대해 손해의 전액을 배상한 경우 이들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책임비율에 따른 구상관계를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법상의 내부부담분을 갖는 연대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외감법 상의 연대책임규정은 그 성질이 부진정연대 책임이라는데 있다. 우리 법은 연대채무자간 주관적 공동관계가 있으면 ‘연대채무’, 그런 관계가 없으면 ‘부진정연대채무’라고 구분하면서,12) ‘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채무자들 상호간에 공동목적을 위한 주관적인 연관관계가 있고 이와 같은 주관적인 연관관계의 발생근거가 된 대내적인 관계에 터 잡아 채무자 상호간에 출연분담에 관한 관련관계가 있게 되지만,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출연분담분에 관한 주관적인 밀접한 연관관계가 없고 단지 채권만족 이라는 목적만을 공통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해하여 왔다. 이렇듯 민법 학계의 학설도 우리법상 부진정연대채무는 내부적 분담에 관한 약정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연대채무에서와 같은 구상권도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이었다.13)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판례는 부진정연대채무자 간의 내부관계는 사안에 따라서 형평의 원칙상 일정한 부담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부담부분은 각자의 고의 및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이를 기초로 구상권행사도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14) 따라서 부진정연대채무자 내부관 계에서 내부분담분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15) 예컨대 사용자책임의 경우 사용자와 피용자는(부진정) 연대책임관계에 있는데 사용 자가 피해자에게 배상을 한 경우 사용자는 피용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공동불법행위의 경우에도 내부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구상권이 인정될 수 있는데16) 이때 구상권의 내용은 과실의 정도 등에 따라 정해진 비율에 따르게 된다.

    결국 판례와 같이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는 다수의 책임주체 내부관계에 있어서도 ‘형평의 원칙상’ 일정한 부담부분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 적이며, 그 부담부분은 각자의 고의 및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자중 1인이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17)

    그렇다면 우리가 도입하는 비례책임의 법리적 근거는 미국법과 우리 민법 상의 부진정 연대책임에 깃든 형평의 관념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이 형평의 관념에서 비롯된 부진정연대채무자 내부관계상의 부담부분을 연대책임체계의 상태에서 관철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피해자는 (부진정)연대채무자중 이미 망한 상태의 피감사회사 또는 그 이사들은 제쳐두고 충분한 자력을 갖춘 감사인(회계법인 또는 감사반)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손해 전액을 추궁하여 만족을 얻지만, 감사인은 구상권을 행사할 상대가 없어진 결과 결국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부담분을 추궁하는 것은 현실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18)

    따라서 이러한 부진정 연대책임의 범주에서 벗어나 법원이 처음부터 다수의 책임주체별로 과실비율에 따른 책임액을 할당해주는 방식으로 형평의 관념을 관철하고자 시도한 것이 바로 이번 외감법상 비례책임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5)곽윤직, 「채권총론[민법강의 III]」, 박영사(2004), 176면; 김증한/김학동, 「채권총론」, 박영사(1998), 241면 이하; 박영규, “‘부진정 연대채무’ 이론 비판”, 「민사법학」 제48호, 한국민사법학회 (2010.3), 286~287.  6)일반적 의미의 공동불법행위에서는 가담자간 주관적인 공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협의의 공동불법행위의 경우에도 각 가해자들 사이에 공모 내지 공동의 인식, 즉 주관적 공동을 요한다는 견해(주관적 공동설)와 가해자들 사이에 그와 같은 주관적 공동요건을 필요치 않고 오로지 가해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이면 충분하다는 견해(객관적 공동설)의 대립이 있으나 오늘날 다수의 민법학자와 판례는 객관적 공동설을 취하고 있다. 또한 협의 혹은 광의에 관계없이 공동불법행위로부터 부진정연대채무가 성립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김준호, 「채권총칙-이론‧사례‧판례」, 법문사(2007), 203면 이하; 박영규, 전게논문, 292면 이하.  7)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하기 위해 쉽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의 성립을 인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견해로는 홍성주,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구상관계의 성질 – 대법원 2005.10.13., 선고 2003다24147 판결-”, 「판례연구」 제19집(2008.2), 21~22면.  8)Joseph W. Glannon, 「The Law of Torts」 4th ed. Wolters Kluwer(2010), p.471~472.; Richard A. Epstein, 「Cases and Materials on Torts」, 8th ed., p.353.  9)Joseph W. Glannon, ibid.  10)Steven L. Emanuel, 「Torts」8th ed, Wolters Kluwer(2009), p. 177~178  11)Joseph W. Glannon, op. cit., p.472.  12)대법원 1998.6.26., 선고 98다5777.  13)송덕수, 「신민법강의」(제3판), 박영사(2010), 1037; 곽윤직, 전게서, 176면.  14)대법원 2006.1.27, 선고 2005다19378; 대법원 2001.1.19, 선고 2000다33607; 이에 관하여는 박영규, 전게논문, 301면 이하.  15)공동불법행위에 의한 가해자들의 손해배상의무에서 내부분담분에 의한 구상권을 인정한 판례는 대판1999.2.26, 선고 98다52469.  16)대법원 1989.9.26, 선고 88다카27232.  17)홍성주, 전게논문, 23~24면; 대법원 2006.1.27, 선고 2005다19378.  18)EU(유럽연합)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에 대하여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고 그에 상응하는 개혁입법의 기초가 되었다.

    Ⅳ. 비례책임의 쟁점들

       1. 비례책임 규정의 성질론

    1.1. 책임형태로서의 분할책임

    외부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이 1997년 외환 위기를 전후로 한 시기임에 비하여19) 감사인의 연대책임의 시정에 관한 논의는 감사인 책임소송을 겪고 난 이후 더욱 가중된 책임을 전 제로 하는 증권집단소송의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할 즈음이다.20) 이때의 감사인의 연대책임 완화에 대한 논의는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연대책임관계로 이끌려 오도록 규정된 외감법 제17조 제2항의 규정을 두고 나온 것이 아니라,21) 자본시장에서의 공시책임과 관련 외부감사인이 연대책임관계로 이끌려오는 것이 가혹하고 과도한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 연대책임구조 하에서 증권집단소송이 도입되는 경우 미국에서의 거품소송‧남소와 같은 부작용은 물론 우리법상의 책임법의 원칙(특히 위법행위가 손해의 범위에 미친 영향에 따라 책임을 지운다는 원칙)에 반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22)

    증권집단소송에서 감사인이 각종의 발행공시 혹은 유통공시책임을 지는 경우 연대책임관계로 이끌려 오는 것에 대한 시정논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정작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적용범위에 해당 하는 자본시장법상의 책임규정23) 중 공시책임과 관련된 것들24)은 감사인 또는 공인회계사가 연대책임관계로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법상 비례책임이 도입된 것은 오직 자본시장법 제170조의 감사보고서와 연관된 손해배상책임에 국한되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당시 감사인의 연대책임완화에 대한 주장과 요구는 제1차적으로 부실공시책임을 져야 하는 해당회사의 이사·감사가 지는 책임과 제2차 적으로 이를 밝혀내지 못해 감사인이 지는 책임이 연대책임관계로 묶여 동등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외견상 비례책임은 감사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회사의 이사 혹은 감사를 위하여 도입된 것과 같은 모양이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내용적으로 보면 감사인이 감사보고서의 부실기재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경우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연대책임관계로 이끌려 왔기 때문에 비례책임을 도입한 것은 분명 그 이사 또는 감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감사인에게도 간접적으로 과도한 책임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피감사회사의 이사·감사가 연대책임관계로 이끌려오지 않았더라도 원래 감사인 자신이 전부 책임질 전액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여야 했을 것을 비례책임의 도입으로 그 책임액을 그 이사 또는 감사와 분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에서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상 ‘과책비율에 따라 정해진 책임액을 분배한다’는 이 규정은 책임의 성립단계에서 아예 책임형태를 분할책임으로 결정하고 책임액을 비례적으로 분할해준다는 의미이므로 이 책임규정의 성질은 우리법상 연대책임에 대비되는 분할책임에 관한 규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비례책임 규정은 복수의 고의없는 책임질 자들에 대해 분할책임으로 함과 동시에 과책비율 만큼의 책임 분담액을 정해주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는 각 분할책임자들에 대해 소위 책임성립의 인과관계와 책임충족적 인과관계를 동시에 확정해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시간순서상 비교적 뒤에 위치한 책임론(배상액의 산정) 영역을 앞으로 위치시킨 효과를 가져왔고, 법원은 책임을 인정하는 시기에 이미 각 분할책임자들의 배상 능력이나 기타 다른 요소들까지도 고려하여 배상액을 정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1.2. 책임성립을 전제로 하는 책임론에 관한 규정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의 각 규정에 의한 비례책임은 이미 감사인이 감사보고서 기타 감사 관련 사항을 매개로 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되었음 전제로 한다. 즉 소위 책임성립의 인과관계가 존재하고 또한 고의에 의하지 않는 위법행위가 손해발생에 영향을 미쳐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뜻이다. 또한 동시에 혹은 다음 단계로 동일한 책임에 대해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책임질 사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비례책임에 관한 규정은 책임성립을 다루는 규정이 아니다.

    이를 좀 더 미시적으로 보면 첫째, 감사보고서의 부실 혹은 허위기재로 인해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어야 하고,25) 손해를 입은 자는 감사인이 작성한 허위 또는 부실기재의 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하여 생긴 손해이어야 한다. 둘째,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는 감사보고서의 기초자료가 되는 연말결산서등 회계서류를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 또는 부실 하게 작성하였어야 한다. 이와 같이 둘째의 조건 즉 감사인 이외에 다른 책임질 자가 존재해야 하는 경우에만 감사인의 비례책임을 논할 의미가 있다. 감사인만이 책임질 자로 존재하는 경우 비록 감사인이 고의가 없어 비례책임을 진다 하더라도 자신의 과책비율이라는 것이 그 책임액 전부를 의미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입한 비례책임에 관한 규정은 전술한 책임형태로서의 분할책임과 함께 분할책임을 지는 자의 책임액을 확정하는 방법을 다루는 규정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비례책임의 인적 적용범위

    현재 외감법 제17조의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비례책임구조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감사인이 부실 또는 허위로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한 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동 제2항), ② 피감사회사의 이사‧감사도 책임질 사유가 있으면(동 제4항 본문 전단), ③ 감사인은 이들 이사‧감사와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동 제4항 본문 후단). ④ 다만 이들 책임질 자중 고의가 없는 자는 비례적 책임을 진다(동 제4항 단서).

    외감법은 감사인이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해당회사의 이사· 감사를 추가로 끌어들여 연대책임을 부담시키게 되어 오히려 감사인에게 유리하고 해당회사의 이사·감사가 연대책임관계로 끌려온 것이다. 그리고 이들중 고의가 없는 자는 연대책임으로부터 해방되어 비례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결국 비례책임을 도입한 이 규정은 외견상 ‘해당회사의 이사 혹은 감사’의 연대책임을 완화해주기 위해 도입한 것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렇다면 신설된 비례책임은 누구에게 혹은 누구를 위해 적용되는 것인가? 비례 책임의 인적 적용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2.1. 외감법의 경우

    원래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에서 다수의 책임질 자들이 불법행위로 인해 제 3자에 대한 책임을 질 때 연대책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를 배제하고 비례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외감법은 감사인이 허위 또는 부실기재한 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회사의 이사와 감사가 책임질 사유가 있는 경우 연대책임을 진다고 하고(동법 제17조 제2항 및 제4항 본문), 다만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가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귀책사유에 따른 책임비율에 따라 책임을 진다고 한다. 따라서 비례책임은 감사인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26)

    2.2. 자본시장법의 경우

    한편 자본시장법상 세 가지 영역에서 외감법의 비례책임과 동일한 비례책임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비례책임의 적용대상이 회계감사인에만 한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1) 우선 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한 선의의 투자자에 대하여 회계감사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 해당 회사의 이사와 감사도 고의가 없는 경우 비례책임이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동법 제170 조 제1항이 외감법 제17조의 1항만 제외하고 전부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없이 긍정하여야 한다. (2) 투자신탁 혹은 투자익명조합의 집합 투자자 또는 투자회사의 집합투자재산에 대해 회계감사를 맡은(동법 제240조) 회계감사인은 해당 집합투자업자의 이사, 감사등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데27) 이때 이들 책임질 자가 고의가 없는 경우 비례책임을 진다(동법 제241조 제2항). (3) 또한 신탁업자의 신탁재산의 회계감사와 관련 회계 감사인은 허위 또는 부실의 회계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 대해 해당 신탁업자의 이사 또는 감사와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만, 이들 중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비례책임을 진다(동법 제115조 제2항). 결론적으로 외감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비례책임은 자본시장법상 회계감사인 책임 관련 세가지 분야 모두에서 감사인 뿐만 아니라 기타 책임질 자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2.3. 평가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은 비례책임의 인적 적용범위를 (회계)감사인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법이 도입한 비례책임 규정의 본질을 연대책임에 대비되는 개념의 분할책임을 기초로 하고 동시에 각 책임질 자에 대한 책임분배를 확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책임추궁을 용이하게 하고자 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이런 법정책적 선택은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우리의 자본시장법 제125조에 해당하는 연방증권법(The Securities Act of 1933) §11은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책임을 규정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모두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비례책임규정을 수용한 연방증권거래법(The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의 비례책임규정28)을 준용하기로 하면서 §11에 의해 책임질 자중에서 연대책임이 가혹하다고 비판받아 왔던 대상인 사외이사에 대해 특별히 연대 책임으로부터 제외시켜 비례책임을 지도록 하였다.29) 이때 사외이사의 책임을 정하는 §11(e)의 규정에서는 책임질 범위를 이미 비례책임을 규정하는 1934년 증권거래법§21D(g)에 의해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외이사에게 분할책임을 진다는 것과 함께 자신의 과책비율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것을 동시에 해결하였다. 다만 이 개정 규정이 사외이사의 책임성립(분할 책임이든 연대책임이든)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오직 책임의 형태와 함께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으로 파악하면 충분하다. 이렇듯 일정한 책임질 자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우는 것이 형평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 회계감사인에 한정하지 않고 이들을 분리하여 비례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합리적인 법정책이라고 본다.30)

       3.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비고의

    감사인의 책임이 부실 혹은 허위의 감사보고서 작성에 의해 제3자 혹은 피감사회사에 대한 책임이 성립되었음을 조건으로 하여 만일 이들 책임질 자가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면 비례적 책임을 적용하기 위한 단계가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의 의문점이 등장한다. 우선 비례책임의 조건으로 고의가 아닌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와 다음으로 중과실의 경우는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3.1. 비고의는 비례책임의 필요조건인가?

    현행법이 비례책임의 조건으로 비고의를 조건으로 삼은 데는 애당초 과실로 회계부정을 밝히지 못한 감사인에 대해 제1차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지른 자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형평에 반한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감사인이 고의로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와 같이 허위‧부실한 회계서류를 작성하였거나 허위‧부실의 감사보고서를 알면서 작성한 경우까지 연대책임으로부터 해방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미국의 1995년 개혁법이 취한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책임과 같은 책임규정인 미국의 1933년 증권법 §11조가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에 관한 책임질 자들을 연대책임관계로 규정하고 있었다. 증권민사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 of 1995)이 집단소송에 의한 거품소송을 걷어내기 위해 연대책임으로부터 비례 책임으로의 변화를 꾀하면서31) 이때의 주관적 요건으로 이들 책임질 자(피고 및 사외이사)들이 해당 증권법령 위반을 스스로 인식하면서(knowingly) 어긴 경우에만 연대책임을 지게 하였다.

    그러나 비례책임의 본질이 분할책임과 책임액의 산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하나의 기법이고 그 핵심이 후자 즉 책임액의 공평한 분배라는 데에 있는 것이라면 입법론적으로는 비례책임이 반드시 비고의와 결합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인의 불법행위자에 대해 연대책임으로 할 것인지 분할책임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그 책임의 성질 혹은 입법정책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다만 우리 민법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런데 이때의 불법행위 가담자들 간 의사의 교환은 아니더라도 같은 방향의 주관적 목적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회사 내 회계서류의 작성자와 완전히 다른 방향의 주관적 의도를 갖고 출발하는 외부감사인이 허위 또는 부실의 감사보고서 작성을 스스로 알면서 한 것 그 자체에 관하여 독립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즉 회사 내 회계서류 작성자에 대해서는 그가 범한 과책 만큼, 그리고 외부감사인에 대해서는 앞의 회사내 회계서류작성자와는 독립적으로 그가 범한 과책에 따라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3.2. 중과실 포함 여부

    비례책임을 규정하는 각 특별법의 규정상 비례책임의 적용조건으로 분명 하게 고의를 언급하고 있고 입법과정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의 끝에 나온 결과이므로 해석상 중과실 행위자에 대해 비례책임이 적용된다는 것에 대해 대체로 견해가 일치되어 있다.32) 그러나 비례책임의 범위를 중과실 행위자까지 확장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관하여 우선, 우리 민사법의 영역에서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중과실은 일반적으로 고의와 같이 취급되어 왔다는 점, 그리고 법현실에서 고의와 중과실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 마지막으로 중과실을 비례책임으로 완화시키는 경우 감사인에게 주의의무의 수준을 약화시키는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문을 표시하고 입법론으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33)

    생각건대 이 문제 역시 비례책임의 도입취지가 감사인등과 같이 회계부정에 1차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여한 자로부터 그 부정을 밝혀내지 못한 2차적 위반자들의 책임을 연대책임으로부터 구출해내는 것이라고 본다면, 과책사유가 고의가 아닌 과실영역에 속하는 한 그것이 경과실이든 중과실이든 자신의 과책비율대로 책임을 부담시키는 비례책임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4. 비례책임 적용의 예외

    4.1. 일정소득 이하의 배상청구자

    외감법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의 소득 인정액34)이 1억 5천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비례책임의 적용이 배제되고 감사인은 원래대로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였다(동법 제17조 제5항 및 동 시행령 제17조 제1항). 이 때 손해배상청구자의 소득산정은 손해배상청구일이 속하는 달의 직전 12개월간의 소득인정액 합산금액에 의한다(동 시행령 제17조 제1항). 이와 같은 규정은 다시 자본시장법상 비례책임제도가 도입된 관련규정에 동일한 방식으로 이식하여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15조 제3항; 제170조 제1항; 제241조 제3항).

    이와 같은 책임형식은 미국법35)을 모델로 수정 도입한 것이라 하더라도 기존 법체계와의 정합성 관점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입법과정에서도 이에 관한 찬반양론이 엇갈린 바 있다. 찬성론은 당사자의 정보비대칭문제36)나 영세투자자보호의 강화를 이유로 든다.37) 이에 반대하는 견해는 소득규모가 낮으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더 낮은지가 의문스럽다거나38)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을 언급한다.39)

    이 글에서 우리법이 도입한 비례책임제도의 본질을 연대책임의 완화를 목적으로 ‘책임형태로서의 분할책임을 기초로 법원에 의한 책임범위의 확정’이 라고 보았다. 그런데 피해자가 저소득층인지 고소득층인지 여부 혹은 정보의 접근이 용이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할 것인지 또는 그런 요소를 얼마만큼 고려하여 가해자의 배상액의 범위를 정할 것인지 문제는 역시 책임론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 법은 피해자의 소득규모에 따라 소위 책임형태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입법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즉 다수당사자의 채무관계를 연대책임으로 할 것인지 분할책임으로 할 것인지는 그 책임의 성질이나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은 손해배상 청구자의 우연한 소득규모에 따라 달라지게 한 것은 민사법상 책임체계를 흔드는 것이 된다. 논자는 만일 증권집단소송의 형태로 제기되는 경우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소득에 따라 피고들의 책임형태가 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를 우려하기도 한다.40)

    한편 동법 시행령이 정하는 소득규모이상의 청구권자가 그 이하의 청구자에 비해 불리한 취급(비례책임으로 배상을 받는 형태)을 당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문제의 영세투자자 보호의 강화에 관한 문제라면 책임법의 형태를 건드릴 것이 아니라 배상금 지급의 운영에 관한 문제로 다루었어야 한다. 생각건대 외감법상 손해배상공동기금의 운용에 있어 일정한 소득규모 이하의 배상청구자에 대하여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41)

    4.2. 추가배상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에서 도입된 비례책임에서는 비례책임에 의해 책임질 자 중에서 배상능력 없는 자가 있어 피해자의 손해액 중 일부를 배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책임비율의 50% 범위 내에서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추가로 배상할 책임을 지우도록 한다(외감법 제17조 제6항). 이 경우 시행령은 배상능력이 없는 자를 제외하고 나머지의 배상책임자가 그 무자력자로 인해 배상하지 못한 손해액을 각자의 비례책임의 분담액의 50% 범위 내에서 비례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동 시행령 제17조 제2항). 예컨대 회계법인인 감사인과 해당회사의 이사, 감사가 각각 50, 30, 20으로 책임을 지게 된 경우 해당회사의 이사가 무자력으로 배상능력이 없다고 하면, 배상받지 못한 손해 30에 대하여 회계법인과 감사가 각각 15(30의 50%), 6(30의20%)의 책임을 지게 되고 해당 회계법인과 감사는 자신들의 원래 책임분담액의 50% 범위 내에 있게 된다. 또한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배상받지 못한 금액 30에 대해 추가배상을 받더라도 21의 배상만을 받게 되므로 무자력으로 배상받지 못한 손해 전부를 완전하게 배상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아무튼 추가배상에 관한 규정은 역시 미국법42)을 모방한 것이다. 미국법상 (1) 확정된 배상액이 원고의 순재산의 10%를 초과하고 또한 원고의 순재 산이 20만 달러 미만인 경우에는 원고의 미배상액에 대해 피고들이 연대책임을 지거나(1934년법 §21D(f)(4)(A)(i)), (2) (1)의 경우가 아니라면 원고의 미배상액에 대해 피고들은 원래의 각자의 책임비율의 50%까지 추가 배상한다(1934년법 §21D(f)(4)(A)(ii)). 우리 법은 미국법의 두 가지 경우를 통합하여 수정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추가배상체계가 우리의 책임법체계와 잘 맞는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비례책임자중 무자력자의 분담분을 다른 비례책임자에게 추가적으로 부담지우는 것은 배상액까지 확정(책임론까지 완성)된 후의 집행 부분을 다시 처음의 책임성립의 단계로 회귀시키는 문제이다. 마치 연대채무 자의 1인이 채무 전액을 변제한 후 나머지 연대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는 장외의 절차를 장내로 옮겨와 연대책임의 형태로 회귀시킨 모양과 같다.

    둘째,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전부 변제한 후 그가 다른 부진정 연대 채무자에 대해 갖는 구상채무는 이들 채무자들 간에 있어서는 분할채무에 불과하다고 보는 우리 판례의 입장43)에서 본다면, 채무자중 1인의 무자력으로 배상하지 못한 금액에 대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들의 책임을 분할책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물며 원래부터 분할책임을 지는 채무자들중 1인의 무자력으로 배상받지 못한 부분을 다른 분할채무자들에 대해 추가하여 마치 연대책임을 지우듯 한 것은 우리의 법률체계를 어지럽게 흔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도입한 비례책임은 분할책임과 함께 각자의 책임할당분을 법원이 확정하여 책임영역을 간명하고 확실하게 처리한 기법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비례책임 법리로 법적 절차가 완료된 것을 회귀하여 추가적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분할책임에 관한 기본법리에 반하는 것이다.44) 또한 법원의 승소판결이 있더라도 실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법현실에서 왜 오로지 감사인과 관련된 이 분할책임에 있어서만 비례책임자들이 추가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법정책적 입장에서 보면 미배상분의 문제를 추가적인 입법적 개입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종전대로 책임의 분배를 법해석과 적용에 의해 종결짓도록 하고 미배상분에 대해서는 책임론영역 밖에서 손해배상공동기금의 운영의 문제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5. 비례책임의 역외적용: 공시책임에의 적용가능성

    자본시장법에서 명시적으로 비례책임을 도입하여 규정한 것은 신탁부문의 제115조, 사업보고서로 인한 투자자의 책임규정인 제170조, 펀드부문의 제241조의 세 가지에 국한된다.

    그런데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매개로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사례는 자본시장법상의 발행 및 유통공시책임으로 연루된 경우가 가장 흔하다. 여기서 제3자는 대부분 증권시장에서의 투자자이거나 대출을 해준 은행인 경우이다.

    개정법 이전의 상황처럼 감사인이 연대책임으로 묶여 있는 한 해당 회사에 대한 투자실패의 책임은 오로지 감사인에게 향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감사인의 과도한 책임에 대한 비판은 바로 이런 문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행법상 비례책임의 도입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상 감사인의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책임은 발행공시 책임규정인 자본시장법 제125조와 유통공시 책임규정인 제162조에서는 제외되어 있다.45) 이 문제는 감사인책임 영역에서 핵심적 논의대상으로서 해석론상 그리고 입법론으로나 좀 더 상세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5.1. 유통공시책임에서 비례책임은 적용되는가?

    자본시장법 제162조는 정기공시서류 및 첨부서류(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제외)중 중요사항의 허위‧부실의 기재‧표시로 인해 해당회사의 증권을 취득한 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면서 배상 책임질 자로 해당회사의 이사 등(동 제1항 제1호)과 그 사업보고서등의 기재사항 및 그 첨부서류가 진실 또는 정확하다고 증명하여 서명한 공인회계사‧감정인 또는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자 등(동 제2항 제2호)을 열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유통공시책임에 비례책임이 적용되는가? 이에 대해서는 비례 책임규정의 본질에 대한 이해 혹은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의 유기적 해석으로부터 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자본시장법 제162조의 손해배상책임규정은 이 법의 다른 손해배상책임규정과 마찬가지로 민법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에 대하여 특수한 영역에 서의 불법행위(특수불법행위)이거나 구성요건 혹은 책임요건을 특별하게 규정한 불법행위 특칙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자본시장법의이 규정은 모두 책임성립에 관하여 별도의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상 비례책임 관련 규정은 책임성립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제162조의 유통공시책임규정의 법적 성질은 자본시장법상의 사업보고서등 정기공시서류를 매개로 하는 불법행위책임의 특칙으로서 책임성립과 책임액의 산정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제162조에서 ‘첨부서류(감사보고서 제외)’라고 규정한 이유는 바로 그런 연유이다. 즉 감사보고서의 부실기재에 관한 책임성립과 그 구성요건에 관하여는 이미 제 170조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162조에서는 그것을 매매로 하는 책임성립과 그 구성요건을 별도로 반복하여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해석론으로는 (1) 제162조의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를 매개로 하는 책임이 성립되는 경우 거기에 포섭된 자들 중 특별히 감사인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우 비례책임으로 할 것이라는 것을 별도로 제170조46)에서) 선언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제162조의 책임질 자 중 감사인의 경우에는 비례책임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그에 비하여 자본시장법 제162조의 사업 보고서를 매개로 하는 책임질 자 중 해당회사의 이사나 감사가 고의가 없는 경우 비례책임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다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감사인의 경우에 관한 제170조와 같은 근거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입법론으로는 이 규정에서도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과책 비율에 따라 책임질 자들에게 분할책임을 지우는 비례책임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물론 이 문제는 감사인의 책임과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닌 것이지만 감사인과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자들에 대해서도 형평성있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질 사안이다. 또한 현행법의 규정은 비례책임제도를 도입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을 만큼 비교적 최근의 법개정을 통해 비례책임과 친숙한 책임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의 유통공시책임규정에서는 책임질 자가 과실없음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고(책임성립의 인과관계 존재의 추정) 또한 책임을 질 자가 피해자의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부실의 기재 또는 표시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47) 책임충족적 인과관계도 피고가 증명하도록 하여 입증책임의 전환이 이루어져 있다.

    5.2. 발행공시 책임의 경우 비례책임이 적용될 수 있는가?

    자본시장법 제125조는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의 부실기재 책임을 규정 하면서 책임질 자를 증권신고서의 신고자와 신고당시의 당해법인의 이사, 당해서류의 진실성을 증명하여 서명한 공인회계사 또는 감정인 등(동 제1항 제3호)을 열거하고 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에서는 명확하게 증권신고서의 첨부서류에 회계감사인의 감사의견을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시행령 제125조 제1항 제3호).

    이로써 회계법인 등 회계감사인은 명확하게 자본시장법상 발행공시 책임의 책임질 자로 포섭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학계는 증권취득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손해가 부실한 증권신고서 등에 기초하고 있고 그 부실공시에 이들 책임질 자들이 공동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부진정 연대책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48) 그렇다면 이 같은 발행공시 책임의 책임질 자로 편입될 수 있는 감사인은 기존의 해석대로 다른 책임질 자들과 연대책임을 지는가 아니면 새로 도입된 비례책임이 적용될 수 있는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전술한 바대로 현행 자본시장법 제125조에는 새로 도입된 비례책임이 제외되어 있다. 이와 같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허위·부실 기재로 인한 책임에 있어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매개로 하여 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정기 적인 유통공시책임에서의 해석과 같이 자본시장법 제170조를 연결하여 비례 책임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원래 유통공시 중 정기공시책임규정인 제162조 책임의 구성요건은 사업보고서등의 부실기재된 것을 매개로 하여 투자자에게 책임지는 규정이고 제 170조는 그 사업보고서등의 첨부된 감사보고서를 허위 또는 부실 작성한 감사인의 책임을 묻는 규정인 것이므로 두 개의 책임규정은 사업보고서와 감사인이라는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제170조에서 새로 도입된 비례책임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제125조의 발행공시책임규정은 제170조에서 도입된 비례책임규정과 닿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빠져 있다. 즉 제170조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업보고서’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제125조에는 이 고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상 감사인의 감사의견 혹은 감사보고서가 첨부되기는 하지만 이 들의 부실 또는 허위기재로 인하여 감사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제125조 내에서 도출되는 책임의 형태대로만 책임을 지게 되어 기존의 해석대로 연대책임을 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입법론으로는 제125조에 감사인을 포함하여 책임질 자들에게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닐 경우 비례책임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 배경에 대한 이론적 기초는 유통공시에서 적시한 이유가 여기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즉 여기서도 현재의 책임규정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아닌 한 비례책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고 또한 그것과 친숙한 구조로 설계되어있다는 것이다. 책임성립의 인과관계(거래의 인과관계)가 추정되고 또한 손해와의 인과관계 또한 가해자인 피고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구제가 폭넓게 인정되어 있다는 점, 특히 손해배상액의 산정이 법률로 정해져 명확하게 되어 있는 점(동법 제126조49))도 법원이 과책비율에 따른 책임분담액을 산정하기 용이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거래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요구하여야 할 유통공시책임에서도 고의가 없는 감사인에게 비례책임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이미 증권신고서상의 감사보고서를 읽고 믿고 증권을 매수하였다고 추정되는 발행공시책임에서 고의없는 감사인에게 여전히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19)당시 연구문헌은 이종남, “회계감사인의 법적 책임과 한계”, 「전강 이종원박사 고희기념 법과 경제(상)」, 일신사(1996), 299~336면; 양승규,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서울대「법학」제38권 3·4호(1997), 278~286면; 이준섭, “재무정보공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상사법연구」제17권 제2호, 135~176면.  20)이준섭, “증권집단소송의 도입과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체계의 개선방안”, 「증권법연구」 제4권 제2호(2003); 최문희, “증권관련집단소송과 비례적책임(Proportionate Liability)에 관한 소고- 도입여부와 추가부담재판에 관한 고찰을 중심으로”, 「증권법연구」제6권 제1호 (2005.6).  21)비록 제17조 제2항의 이 책임을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해도 이 책임규정의 연대책임구조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  22)이준섭, 전게논문(주20), 7면; 강신섭,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전망과 대비책”, 「BFL」제8호, 서울대 금융법센터, 2004.11; 특히 증권집단소송도입시 배상책임질 자들에 대한 비례적 책임을 본격 논의한 것은 최문희, 전게논문(주20), 73~106면.  23)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3조에서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자본시장법상의 책임은 1. 제125조의 발행공시책임, 2. 제162조의 정기공시책임, 3. 제175조, 제177조 또는 제179조의 책임, 4. 제170조의 회계감사인책임이다.  24)감사인이 공시책임의 관련 책임질 자로 연관된 책임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사업설명서책임, 동법 제162조의 정기공시책임, 그리고 제170조의 감사보고서책임이다.  25)비례책임규정인 외감법 제17조 제4항의 규정이 감사인이 피감사회사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계약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감사인의 피감사회사책임을 규정하는 동 제1항의 규정을 포함하여 동법 제17조 전체의 규정이 불법행위책임규정의 성질을 갖고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계약책임에 대해서는 비례책임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에서도 채무불이행책임에 있어서는 비례적 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법의 입장이다(이준섭, 「감사책임법」 법문사(2005), 297면)  26)최문희 교수는 이에 대해 입법과정에서 해당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에게 까지 비례책임을 적용시킨다는 논의가 없었고 또한 감사인을 위한 비례책임의 도입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는 개정이 필요하고, 해석상으로도 이들의 비례책임 적용을 제한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본다(최문희, “회계감사인의 비례책임제도의 쟁점과 바람직한 운용방안”, 「저스티스」 통권 제144호(2014.10), 264~268면.  27)임재연, 「자본시장법」박영사(2010), 1020면; 한국증권법학회, 자본시장법 [주석서 II], 박영사 (2009), 376면.  28)SEC. 21D. 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f) PROPORTIONATE LIABILITY.—(1) APPLICABILITY.—Nothing in this subsection shall be construed to create, affect, or in any manner modify, the standard for liability associated with any action arising under the securities laws. (2) LIABILITY FOR DAMAGES.—(A) JOINT AND SEVERAL LIABILITY.—Any covered person against whom a final judgment is entered in a private action shall be liable for damages jointly and severally only if the trier of fact specifically determines that such covered person knowingly committed a violation of the securities laws. (B) PROPORTIONATE LIABILITY.—(i) IN GENERAL.—Except as provided in subparagraph (A), a covered person against whom a final judgment is entered in a private action shall be liable solely for the portion of the judgment that corresponds to the percentage of responsibility of that covered person, as determined under paragraph (3). (ii) RECOVERY BY AND COSTS OF COVERED PERSON.—In any case in which a contractual relationship permits, a covered person that prevails in any private action may recover the attorney’s fees and costs of that covered person in connection with the action. .......(이하 생략)  29)§11 (f)(2)(A) The liability of an outside director under subsection (e) shall be determined in accordance with section 21D(f) of the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  30)발행공시책임에 있어 사외이사의 연대책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로는 김건식/정순섭, 「자본시장법」두성사(2013), 232면; 임재연, 전게서, 439면.  31)비례적 책임에 의한 균형있는 책임비율의 산정을 위해 1933년법 §11(a) 위반에 대한 연대책임과 구상권을 규정하는 §11(f)에 (2)를 추가시켰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동조(e)에 의한 사외이사의 책임은 동법의 개정조항 §21D(g)에 의하여 결정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증권법상 민사소송의 피고 및 사외이사로써 §11에 책임추궁을 당하는 피고는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면서 증권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한하여 연대책임을 지게 되었다.  32)최문희, 전게논문(주26), 268~269면.  33)최문희, 전게논문(주26), 269면.  34)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제8호에 따라 정해지는 소득 인정액을 말한다.  35)미국 1934년 증권거래법(The Securities Exchange Act) §21D(f)에서는 투자자의 순자산이 20 만달러 이하인 경우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다(이에 관한 소개는 최광선 “개정외감법상의 비례책임제도에 관한 고찰”, 「저스티스」통권 제143호(2014.8), 53면; 이준섭, 전게서(주25), 129~130면.  36)전국은행연합회가 제출한 개정법률에 대한 의견서에서 외부감사인등은 일반투자자에 비해 월등히 정보접근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도 비례책임만을 인정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의 투자자보호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성우, “비례책임제도 도입과 자본시장 투자자보호에 관한 연구”, 「강원법학」 제41권(2014.2), 841면).  37)최광선, 전게논문, 51면; 이성우, 전게논문, 850면.  38)최문희, 전게논문(주26), 270~271면.  39)법원행정처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성헌 의원발의, 의안번호 제7751호)에 대하여 제출한 검토의견에서 일정소득수준 이하의 투자자에 대해서 연대책임으로 그 보호범위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이성우, 전게논문, 850면)  40)최문희, 전게논문(주26), 271면.  41)동법 제17조의4에서 손해배상공동기금의 관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공동기금의 운용방법, 지급시기·절차, 반환, 그밖에 공동기금의 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총리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 총리령에서 이와 같은 영세투자자에 대한 배려사항을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42)미국 1934년 연방증권거래법 21D(f)(4). 이에 관한 소개와 검토는 이미 최문희, 전게논문(주 26), 256면 이하; 최광선, 전게논문, 56면 이하.  43)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9494; 대법원 2002.9.27., 선고 2002다15917 판결에서 공동불법행위 중 1인이 전체채무를 변제한 경우 나머지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구상채무의 성질을 분할채무라고 본다. 이에 대한 판례평석은 강봉석, “부진정연대채무자들이 부담하는 구상채무의 법적 성질”, 「민사판례연구」 26권(2004.2), 125면 이하.  44)이와는 반대로 이 추가배상의 근거를 민법상 연대채무에서 무자력자의 부담부분의 분담규정에서 찾으면서 비례책임의 추가배상문제는 연대채무자의 무자력자가 있는 경우 다른 자들에 대한 부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최광선, 전게논문, 56면).  45)입법과정에서 입법자는 자본시장법상 발행공시책임인 제125조의 책임규정을 의도적으로 비례책임으로부터 제외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입법론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함을 지적한다(최문희, 전게논문[주26], 261면; 최광선, 전게논문, 61~62면).  46)자본시장법 제170조의 규정은 원래 외부감사인의 일반적 책임규정인 외감법 제17조의 규정에 대해 특별히 자본시장에서의 감사보고서를 매개로 하는 불법행위책임을 규정하는 ‘특수불법행위’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47)동법 제162조 제4항: “제3항에 불구하고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자는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48)신영무, 「증권거래법」, 서울대학교출판부, 1987, 241면; 김건식, 「증권거래법」, 두성사, 2000, 125면 이하; 임재연, 전게서, 375면; 최문희, 전게논문(주20), 77면.  49)제126조(손해배상액) ① 제125조에 따라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해당 증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실제로 지급한 금액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금액으로 추정한다. 1. 제1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변론이 종결될 때의 그 증권의 시장가격 (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처분가격을 말한다) 2. 제1호의 변론종결 전에 그 증권을 처분한 경우에는 그 처분가격.

    Ⅴ. 결어

    외감법과 자본시장법상 도입된 소위 비례책임 규정은 기왕에 완고하게 고집하던 연대책임의 틀을 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동안 회계감사인의 책임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자신의 과실을 기초로 하여 그 과실만큼 책임을 지게 하라는 형평의 관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본다면 비례책임을 통해 핵심적 가치는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비례적 책임의 도입이 반드시 모든 방면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비례적 책임을 지는 자 중에서 배상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이를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불형평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반되는 갈등속에서 우리법은 미국법을 모델로 삼아 일정한 재산 이하의 청구자인 경우 연대책임으로의 회귀, 그리고 배상능력 없는 자로 인한 미배상분이 있는 경우 추가배상을 책임법체계로 편입시켜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이질적인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책임법체계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구성하는 구성요건이 아닌 요소를 끌어들여 책임형태와 책임성립 및 책임범위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 과연 우리의 법체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후자의 경우 이미 법관이 책임귀속을 완료한 이후에 배상능력없는 자의 존재라는 우연한 사정을 이유로 다시 책임의 성립, 책임의 범위결정, 책임형태를 논하게 된 모양은 여태까지 우리법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례책임 규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연대책임을 완화하고자 원래의 취지, 즉 형평의 이념을 추구하는 해석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입법론으로는 지금처럼 미국법의 단순 모방방식으로 인한 우리법체계와 갈등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연대책임을 풀어 단순히 분할책임으로 돌리고 과책비율에 따른 분담액 배분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법원에 맡기는 방식을 검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저소득자인 청구자의 보호문제나 무자력으로 인한 미배상분의 문제는 책임보험 혹은 기존의 배상기금의 운영개선 등 다양한 보완체계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EU의 입법자가 검토한 해결방식50) 중의 하나로 책임한도의 설정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EU집행위원회는 2008년 EU회원국을 대상으로 회원국의 법률에서 감사인의 책임규정의 개혁을 권고하면서 비례책임의 도입과 함께 책임한도를 설정하는 병용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왜냐하면 비례적 책임은 원고가 감사인을 피감사회사의 무자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 하는 것을 피하는 데는 적절한 메카니즘이지만 동시에 다른 측면에서는 감사인에 대한 소송 남용을 막기에는 불충분한 체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소송홍수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감사인을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부가적인 방법이 바로 책임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다른 논의의 시작이 필요하다.

    50)Commission Recommendation of 5 June 2008 concerning the limitation of the civil liability of statutory auditors and audits firms(notified under document number C(2008) 2274) (Text with EEA relevance) (2008/473/EC),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L 1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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