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MacDougall’s <To Live With Herds> and ‘Observational Cinema’

대빗 맥두걸(David MacDougall)의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To Live With Herds)>과 ‘관찰적 시네마(Observational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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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David MacDougall has been a leading figure in the realm of ethnographic film for over four decades and his early film, <To Live With Herds> on which this paper focuses is cited as a classical example of ‘Observational Cinema’. This paper firstly examines a background and the main features of observational cinema which has originated in the late 1960s and early 1970s. Secondly it approaches <To Live With Herds> by turning to two themes that appear central to the film. The first theme is MacDougall’s attempt to apply the idea and methodology of observational cinema to the film to depict the traditional pastoral life of Jie society. Second, he uses different textual devices, such as chapters, titles, intertitles and English subtitles, to give a coherent structure in the film and his critical view of the situation which Jie people has been undergoing . The dual structure of the film give it a unique feature of insight into pastoral society in Africa.


  • KEYWORD

    , David MacDougall , ethnographic film , observational cinema , Jie pastoral society(Africa)

  • 1. 들어가는 말

    본 논문은 대표적인 민족지영화(ethnographic film)1) 감독으로 손꼽히는 대빗 맥두걸(David MacDougall)의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 건기의 지에 사람들(To Live With Herds: A Dry Season Among the Jie)>(1972)2)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대빗 맥두걸은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의 영화를 시작으로 최근 인도에서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간 여러 지역에서 민족지영화를 제작했을 뿐 아니라3), 다양한 저술을 통해 영상에 대한 첨예한 질문을 던지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4) 본 논문은 이 가운데 대빗 맥두걸의 초기 작품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1970년대에 민족지영화는 “새로운 패러다임, 또 다른 보는 방식을 필요로 한다”5)고 말하면서 그 해답을 이른바 ‘관찰적 시네마’(Observational Cinema)에서 찾았다. 본 논문에서 집중적으로 고찰할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영화와 인류학의 융합을 시도한 작품으로 대빗 맥두걸의 첫 번째 민족지영화이자 관찰적 시네마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북동 우간다 지역에서 살고 있는 지에(Jie) 유목민을 다룬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민족지영화 및 다큐멘터리 영화의 발전에 전환점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인류학적 지식을 영상으로 재현하려는 영화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본 논문의 또 다른 목적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영화적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관찰적 시네마’를 고찰하는 것이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 초에 걸쳐 등장한 관찰적 시네마는 그 이전의 다큐멘터리 양식과 단절하면서 새로운 영화적 철학과 방법론을 제시한 영화 장르로 잘 알려져 있다. 대빗 맥두걸은 이러한 관찰적 시네마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적인 인물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그는 관찰적 시네마의 대표적인 옹호자이면서 동시에 비판론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6) 즉, 대빗 맥두걸의 초기작인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관찰적 시네마의 고전적인 사례로 인용되지만, 이후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투르카나 삼부작(Turkana Trilogy)>(1977-81)과 같은 차기 작품들은 관찰적 시네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이처럼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 이후 대빗 맥두걸은 관찰적 시네마에서 벗어나 이른바 ‘참여적 방식’의 영화를 시도하였지만, 2000년대의 <둔 스쿨 연대기(Doon School Chronicles)>(2000)와 같은 영화에서는 다시 관찰적 시네마로 되돌아왔으며, 그의 초기 작품인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기본적인 영화적 방법론을 재확인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7)따라서 대빗 맥두걸의 전반적인 영화적 철학 및 영화적 방법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찰적 시네마와 더불어 그의 초기 작품인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는 먼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나타난 관찰적 시네마의 탄생 배경 및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어 <가축들과 함 께 살기를>의 영화분석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빗 맥두걸의 영화적 방법론을 고찰한다. 특히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영화적 특징 및 방법론을 ’다양한 텍스트의 혼용‘과 ‘관찰적 시네마 방식의 차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로 한다.

    민족지영화 장르는 다큐멘터리영화 장르 및 인류학의 역사와 더불어 오랜 영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국외에서는 제작 및 연구가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영화제작 뿐 아니라 이에 관한 학문적 소개가 매우 미비한 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민족지영화 장르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서 민족지영화 분야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대빗 맥두걸과 그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 다고 할 수 있다.

    1)민족지영화에 대한 정의와 범위는 학자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민족지영화감독인 로버트 가드너(Robert Gardner)는 ‘민족지적’(ethnographic)이라는 말을 ‘인간에 대한’ 의미로 해석하고 민족지영화를 인간에 대해 만든 모든 영화로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는데 반해, 대표적인 영상인류학자인 제이 루비(Jay Ruby)는 ‘민족지영화’를 인류학적 연구방법론과 시각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의미에서 ‘영화적 민족지’(filmic ethnography)라고 좁게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족지영화’를 보는 시각은 제이 루비처럼 엄격한 기준에 따라 민족지영화를 좁게 규정하는 시각과 칼 하이더와 같이 느슨하고 폭넓게 보는 시각 사이에서 규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외국의 민족지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을 보면 많은 경우 소재 및 영화제작 방식에서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영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족지영화는 때로 ‘민족지적 다큐멘터리’(ethnographic documentary)라고 불리기도 한다.반해, 대표적인 영상인류학자인 제이 루비(Jay Ruby)는 ‘민족지영화’를 인류학적 연구방법론과 시각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의미에서 ‘영화적 민족지’(filmic ethnography)라고 좁게 규정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민족지영화’를 보는 시각은 제이 루비처럼 엄격한 기준에 따라 민족지영화를 좁게 규정하는 시각과 칼 하이더와 같이 느슨하고 폭넓게 보는 시각 사이에서 규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외국의 민족지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을 보면 많은 경우 소재 및 영화제작 방식에서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영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족지영화는 때로 ‘민족지적 다큐멘터리’(ethnographic documentary)라고 불리기도 한다.  2)제작년도: 1972년, 상영시간: 70분, 흑백 필름. 1972년 베니스영화제 대상 수상.  3)Myers, “From Ethnography to Metaphor: Recent Films From David and Judith MacDougall.” Cultural Anthropology 3(2), 1988, pp.205-20 참조.  4)MacDougall, 2007, 1998, 1995, 1994, 1992, 1982, 1978, 1975 참조.  5)MacDougall, “Ethnographic Film: Failure and Promise”, Annual Review of Anthropology 7, 1978, p.405.  6)MacDougall, “Beyond Observational Cinema”, Principes of Visual Anthropology, The Hugue: Mouton, 1975, pp.109-24 참조.  7)Grimshaw, “The anthropological cinema of David and Judith MacDougall”, Ethnographer’s Eye: Ways of Seeing in Modern Anthropolog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1, p.124.

    2. ‘관찰적 시네마(Observational Cinema)’

    ‘관찰적 시네마’는 한 때 영상인류학(visual anthropology)과 민족지영화 분야에서 많이 쓰이던 용어들 가운데 하나였지만, 폴 헨리(Paul Henley)의 지적대로 ‘관찰적 시네마’라는 용어가 언제 정확히 영화 분야에서 표준어휘가 되었는지는 분명하게 말하기 힘들다.8) 관찰적 시네마가 처음 지면에 등장한 것으로는 1972년 로저 샌달(Roger Sandall)이 「Sight and Sound」에 발표한 글을 손꼽을 수 있지만, 관찰적 시네마의 출현은 이보다 조금 앞선다. 한 마디로 관찰적 시네마는 “인류학자들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들 간의 대화에서 나타난 영화 장르를 설명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9), 실제적으로 관찰적 시네마는 포드 재단의 기금을 받아 1966년부터 시작된 미국 UCLA의 ‘민족지영화프로그램’(Ethnographic Film Program)에서 나온 용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UCLA의 교수이자 영화학자인 콜린 영(Colin Young)과, 같은 대학 인류학과 교수였던 월터 골드슈미트(Walter Goldschmidt)에 의해 만들어진 민족지영화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영화와 인류학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다큐멘터리영화감독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특히 이 민족지영화프로그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던 콜린 영은 영화교육과정을 새로운 영화의 실험장으로 활용하면서 영화적 실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미래의 다큐멘터리영화감독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UCLA의 민족지영화프로그램에서 추구하였던 새로운 형태의 영화장르를 일컫기 위해 ‘관찰적 시네마’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후에 콜린 영과 폴 헨리가 관찰적 시네마의 탄생 배경에 대해 나눈 아래의 대화 내용을 보면 관찰적 시네마라는 용어가 UCLA의 영화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

    한 마디로 당시 UCLA의 민족지영화프로그램은 관찰적 시네마의 중요한 산실 역할을 하였다. 이 영화프로그램에는 대빗 맥두걸 부부와 후에 관찰적 시네마 계열의 감독으로 활동한 허브 디 기오이아(Herb Di Gioia) 및 대빗 핸콕(David Hancock)과 같은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대빗 맥두걸이 스스로 “영향의 바다”11)라고 표현한 것처럼 당시 UCLA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영화들, 새로운 독립 할리우드 영화, 리콕, 메이즐즈 형제, 와이즈만의 다이렉트 시네마, 몬트리올과 파리의 시네마 베리테, 후기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들, 그리고 누벨 바그의 혁신적인 실험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12)이었으며, “당시 UCLA의 영화학과 학생이 된다는 것은 영화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13)고 대빗 맥두걸은 회상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자연스럽게 UCLA의 민족지영화프로그램을 둘러싼 지(知)적 환경 및 풍부한 영화문화, 그리고 1960년 말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조류에 자극을 받았다:

    대빗 맥두걸은 이어 당시 민족지영화에 대한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시 관찰적 시네마가 지향했던 영화적 철학과 영화방법론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로저 샌달(1972) 및 콜린 영(1975)의 글과 더불어 민족지영화프로그램 출신 영화감독들의 영화적 방법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저 샌달과 콜린 영은 당시 영화계에서 새롭게 실험되고 있던 영화장르의 성격과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각각 관찰적 시네마에 대한 글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관찰적 시네마에 대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관찰’을 새로운 다큐멘터리영화 및 민족지영화에 관한 논의의 중심에 놓았다. 그리고 또한 이전의 교훈적인 다큐멘터리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다큐멘터리영화 장르를 규정하기 위해 ‘관찰’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또한 이들은 1960년대 이전에 유행하였던 다큐멘터리 양식, 즉 보이스-오버(voice-over)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설교하는 식(式)의 다큐멘터리영화 방식에서 벗어나 영화대상들의 실제 삶의 경험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를 영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를 지향한다는 입장에서 ‘관찰’이라는 시각에 주목하였다.

    이런 점에서 관찰적 시네마는 빌 니콜스(Bill Nichols)의 이른바 ‘설명적 양식’(expository mode)17)으로 규정되는 1960년대 이전의 다큐멘터리영화 및 민족지영화의 모델과의 단절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영화적 방법론을 제시한 다큐멘터리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로저 샌달은 ‘관찰’을 ‘해석’ 및 ‘주장’(assertion)의 반대 개념으로 보았다.18) 그에 의하면, 관찰적 시네마는 “선언적(declarative)이라기보다 시사적(suggestive)인 영화를 지향한다.19)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감독은 억제하고, 관찰은 자유롭게 한다(Direction inhibits, observationfrees)”20)고 주장하였으며, 또한 관찰적 시네마는 “경험적인 것, 특정한 것, 구체적인 것에 관한 것”이며, “(영화적) 대상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을 포함한다”21)고 하였다. 로저 샌달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관찰적 시네마는 주장보다는 ’보는 것‘(seeing), 추상보다는 ’구체성’ 그리고 영화 현장의 맥락 및 관계성을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22)

    콜린 영 또한 ‘관찰’을 중시하면서 로저 샌달과 마찬가지로 ‘해석’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였다. 콜린 영은 ‘말하는’(tell) 영화와 ‘보여주는’(show) 영화를 구분하면서23) “우리들이 공유한 것 가운데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는 진술, 또는 기술(記述)의 수단이라기보다 시사(示唆)나 암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고 말하였다.24) 즉, 콜린 영은 관찰적 시네마는 주장하는 영화라기보다 ‘보여주는’ 영화로 해석하고 있다.

    콜린 영은 관찰적 시네마의 출현 배경을 관찰적 시네마 이전의 혁신적인 영화 장르들, 특히 시네마 베리테(cinéma-vérité) 운동과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과 연결시켰다. 이러한 영화들은 “교훈적인 영화 및 매우 조작적인 고전적 멜로드라마의 관습에 도전한다”고 콜린 영은 평가하였다.25) 특히 그는 1960대를 프랑스와 미국의 다큐멘터리 르네상스로 규정하면서 “장 루쉬(Jean Rouch), 리차드 리콕(Richard Leacock), 디 페니베이커(D. Pennebaker) 및 메이즐즈 형제들(Maysles brothers)이 만든 다큐멘터리영화들은 그 이전 다큐멘터리영화의 한계를 예리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26) 하지만 관찰적 시네마는 빌 니콜스가 1960년대의 아메리칸 다이렉트 시네마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사용 하였던 이른바 관찰적 양식(Observational Mode)27)과 차별성을 지닌다. 그 가운데 하나는 관찰적 시네마는 ‘보이지 않는 카메라‘의 접근방식을 배격한다는 점이다. 콜린 영은 이와는 달리 관찰적 시네마는 “결코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행위를 촬영하고 기록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28) 또한 콜린 영은 ‘관찰’은 객관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확하였다. 그에 의하면, 카메라는 언제나 선택적이고 부분적이며, 주관적이고 상황적이다.29)

    또한 콜린 영은, 사회적 삶의 탐구는 대상들과의 친밀하고 개인적인 관계성의 구축에 기초한다고 말하면서 영화감독과 영화적 대상과 의 관계는 영화제작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관계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계가 되어야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성이 영화작품의 부분 이자 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보았다.30) 이런 의미에서 콜린 영에 의하면, 관찰적 시네마는 영화적 대상과 거리를 두는 소원(疏遠)한 카메라가 아니라, 영화감독과 대상 간에 친밀하고 공감적인 관계에 기초한다는 생각을 지향하는 영화이다.31) 따라서 “관찰하는 것”은 “존중하는 것” 또는 (영화적 대상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32)

    UCLA의 민족지영화프로그램 출신 영화감독인 대빗 핸콕과 허브 디기오이아는 관찰적 시네마의 영화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관찰적 시네마의 영화기술적인 특징은 일상생활의 세밀한 묘사를 중시하면서 사건들의 공간적 통일성과 시간의 지속 성, 롱 테이크, 그리고 쇼트와 쇼트, 이미지와 사운드, 촬영과 편집의 연속성과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34)

    또한 관찰적 시네마는 종종 다이렉트 시네마의 기술과 참여관찰을 주요 방법론으로 하는 문화인류학의 민족지적 현지조사의 방법론이 융합된 성격을 포함한다. 따라서 관찰적 시네마 감독들은 문화인류학자들이 노트와 펜 정도의 간단한 장비를 가지고 현지조사를 떠나는 것처럼 소규모의 촬영 스탭, 경량 장비 및 동시녹음 카메라를 고집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콜린 영을 비롯한 UCLA 민족지영화프로그램 출신 감독들-예를 들어 대빗 맥두걸, 쥬디스 맥두걸, 허브 디기오이아, 대빗 핸콕-에 의해 개발되고 시도된 관찰적 시네마는 전후 이탈리아 시네마 및 아메리칸 다이렉트 시네마 감독들처럼 영화의 초점을 개념(ideas)에서 삶(life)으로 옮기려 했으며35), 특히 보편적인 것이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이 가지고 있거나 행하고 있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것들의 세밀한 묘사를 강조하였다. 또한 관찰적 시네마 감독들은 영화적 대상들의 삶을 보이스-오버 방식으로 해설하거나 형식적인 인터뷰를 행하는 방식을 배제하면서 이들의 행위와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방식을 추구하였다. 따라서 관찰적 시네마의 관객들은 감독이나 해설자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감독에 의해 제공된 영화 속의 작고 세부적인 단서들을 모으고, 제시된 증거를 기초로 하여 영화대상자들의 삶을 스스로 해석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관찰적 시네마는 영화관객들과도 다른 종류의 사회적 관계를 확립하려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관찰적 시네마는 역사적으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시네마 베리테, 문화인류학의 참여관찰 방법론 등 다양한 영향 속에서 나타났으며, 그 이전의 권위적이고 설명적인 다큐멘터리영화의 방식이나 영화적 갈등구조에 기초한 영화들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관찰적 시네마의 영화적 특징을 정리하면, 관찰적 시네마는 영화대상과 보다 깊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영화작 업을 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영화대상의 시각을 존중하고 영화대상과의 친밀한 관계의 영화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관찰’이라는 용어가 뜻하듯 일상생활의 면밀한 관찰과 사소한 것들을 포함한 세심한 묘사를 중시하며, 영화화되는 사건의 해석, 설명, 주장보다는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보여주는‘, 비(非)판단적인 영화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관찰적 시네마는 영화적 사건의 통합성과 맥락, 실제시간 및 시간의 지속성, 이미지와 사운드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의 배제, 동시녹음, 롱 테이크, 촬영과 편집의 연속성을 중시한다. 끝으로 관찰적 시네마는 영화감독과 영화적 대상, 그리고 관객 간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관객은 영화의 수용에서 보다 능동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대빗 맥두걸의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는 위에서 설명한 관찰적 시네마의 중요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빗 맥두걸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를 만들면서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영화적 방법론을 통해 유목민 사회의 삶을 보여주려 하였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영화분석을 통해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과 대빗 맥두걸의 영화적 방법론이 어떻게 영화적으로 표현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8)Henley, “The Origins of Observational Cinema: Conversations with Colin Young”, Memories of the Origins of Ethnographic Film, Frankfurt am Main; Peter Lang GmbH, 2007, p.139.  9)Grimshaw and Ravetz, Observational cinema: anthropology, film, and the exploration of social life. Bloomington and Indianapolis: Indiana University Press, 2009. p.ix.  10)Henley, op. cit, p.154.  11)MacDougall, “Colin Young, Ethnographic Film and the Film Culture of the 1960s”, Memories of the Origins of Ethnographic Film, Frankfurt am Main; Peter Lang GmbH, 2007, p.124.  12)MacDougall, op, cit, p.123.  13)MacDougall, ibid, p.123.  14)Grimshaw and Papastergisdis, Conversations with Anthropological Filmmakers: David MacDougall. Cambridge: Prickly Pear Press, 1995, p.18.  15)Grimshaw and Papastergiadis, ibid, p.20.  16)Grimshaw and Papastergiadis, ibid, p.21.  17)Nichols, Representing Reality: Issues and Concepts in Documentary.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1; Introduction to Documentary. Bll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01.  18)Sandall, “Observation and Identity”, Sight and Sound 41(4), 1972, p.195.  19)Grimshaw and Ravetz, op. cit, p.5.  20)Sandall, op. cit, p.194.  21)Grimshaw and Ravetz, op. cit, p.10.  22)Sandall, op. cit, p.195.  23)Young, op. cit, p.69.  24)Grimshaw and Papastergiadis, op. cit, p.39.  25)Young, “Observational Cinema”, Principles of Visual Anthropology. The Hague, Paris: Mouton Publishers. 1995. p.102.  26)Grimshaw and Ravetz, op. cit, p.6.  27)Nichols, 2001, 1991 참조.  28)Young, “Observational cinema”, Principles of Visual Anthropology. The Hague: Mouton, 1975, p.67.  29)Grimshaw and Ravetz, op. cit, p.10.  30)Grimshaw and Ravetz, ibid, p.9.  31)Young, op. cit, p.76.  32)Grimshaw and Ravetz, op. cit, p.10.  33)Young, op. cit, p.74.  34)Sandall, op. cit, p.193, 195 참조.  35)Grimshaw, op. cit, p.129.

    3.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 건기의 지에 사람들>의 영화분석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뿌리를 둔 영화이다. 대빗 맥두걸은 이 영화를 통해 동아프리카의 우간다가 영국의 통치를 끝내고 새로운 국가를 건립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근대화, 국가성, 유목(遊牧)을 둘러싼 문제점, 그리고 정부와 유목민들 간의 상반된 시각을 기록하고 있다. <가축과 함께 살기를>의 기본적인 시각은 당시 북동아프리카의 유목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인류학자 피터 릭비(Peter Rigby)의 논문에서 빌어 왔다. 피터 릭비는 「유목과 편견(Pastoralism and Prejudice)」36)이라는 글을 통해 탈(脫)식민지 이후 아프리카에서 새롭게 등장한 국가들의 유목사회의 어려움에 관해 다 루었는데, 대빗 맥두걸은 피터 릭비의 글을 접하고 나서 지에의 유목민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하였다. 이후 피터 릭비는 대빗 맥두걸이 영화작업을 진행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당시 영국 통치로부터 독립한 후, 새로운 국가의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던 새로운 아프리카 정부들은 유목민들을 국가건립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항상 이동하기 때문에 세금을 징수하기 힘들고 의료나 교육의 제공자인 정부의 정책에 관여하기를 꺼리기 때문이었다.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상황에서 국가의 주변부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유목민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우간다의 정치경제 및 사회적 변화에 의해 자치를 위협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영위하면서도 유목민의 전통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는 유목민의 불안정한 삶과 중앙정부의 개입-관(管)우물, 과도(過度)방목, 강제 주거, 강제 농경, 식민주의적인 개발 계획, 학교교육. 조세정책과 시장경제 등-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엮여 전개된다.

    대빗 맥두걸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영화적 구성을 위해 다양한 영화적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성격상 크게 나누면 ‘다양한 텍스트의 혼용’과 ‘관찰적 시네마 방식의 차용’이라는 두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즉,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영화적 전개방식은 이 두 가지의 영화적 방식에 기초한 이중적 구조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먼저 ‘다양한 텍스트의 혼용‘이라는 측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다양한 텍스트의 혼용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이미지와 텍스트 간의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대빗 맥두걸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영화 텍스트를 5개의 단락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단락에는 소제목을 붙이고 삽입자막 및 하단자막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텍스트의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독특한 구성은 대빗 맥두걸이 밝힌 대로 바실 라이트(Basil Wright)의 <실론의 노래>(Song of Ceylon)(1937)37)의 영화적 형식에 착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대빗 맥두걸은 마치 책의 구성처럼 영화를 5개의 장(障)으로 나누고 각 장에 소제목을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즉, 영화는 ‘조화’, ‘변화들’, ‘국가’, ‘소의 가치’, ‘집에서 온 소식’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각 장은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소제목은 각 단락의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고 사건의 흐름을 구조화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영화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조화‘, ’변화들‘, ’국가‘는 제목이 암시하듯 조화로운 유목민의 삶에서 시작하여 국가라는 보다 커다란 세계로 확장되어 전개된다. 즉 새로운 국가의 건설, 학교를 통한 교육의 제도화 및 의무화, 우(牛)시장 및 조세와 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정부의 관료주의 등의 새로운 제도와 권력구조가 유목민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억누르는 힘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이 두 세계는 서로 화해하거나 공존할 수 없는 세계로 제시된다. 한편, 영화의 후반부에 속하는 ‘소의 가치’와 ‘집에서 온 소식’은 다시 지에 사회의 원(原)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느릿느릿 흐르는 유목민 특 유의 시간, 소와 유목민의 뗄 수 없는 관계, 앞으로도 계속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친구들과의 인사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대빗 맥두걸은 영화를 여러 개의 장으로 나누는, 일종의 심포니적인 구성을 취하면서 후기식민주의 아프리카의 유목, 근대화, 국가성에 대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직선적인 시간적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리듬은 순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구조는 대빗 맥두걸의 영화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대빗 맥두걸은 지에 사람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에서 시작하여 다시 지에 사회를 보여주는 순환적인 구조를 통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는 관(官)주도형 개혁 프로젝트들이 지에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전통적인 유목민 삶에 대한 강한 믿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또 다른 특징은 삽입자막(intertitle), 하단자막(subtitle)의 사용이다. 이 가운데 먼저 각 장의 소제목 뒤에 나타나는 삽입자막은 각 단락에서 전개될 주제, 영화내용의 요약 및 설명문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영화의 제1장은 다음과 같은 삽입자막으로 시작한다:

    위와 같은 삽입자막은, 대빗 맥두걸이 밝힌 것처럼 과거 무성영화시절에 각 시퀀스 사이에 연결고리를 제공하기 위해 처음 시도되었으며, 또한 바실 라이트의 <실론의 노래>에서 영화의 일관적인 구조적 틀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되었다.39) 앞서 설명한대로 삽입자막은 관객들에게 각 단락에서 보여줄 내용을 미리 요약적으로 설명해주는 안내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빗 맥두걸이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 삽입자막을 사용한 것은 무엇보다도 권위적인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에 의한 교훈적인 영화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구성과 관련하여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세번째 특징은 영어자막의 사용이다.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영어자막을 사용한 최초의 민족지영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41) 대빗 맥두걸은 이전의 다큐멘터리영화에서 사용되었던 권위적인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는 영화방식을 배제하고 관객들이 직접 원주민이 목소리를 듣도록 하기 위해 하단자막을 사용하였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실제로 누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관객들이 듣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재현의 정치학 및 윤리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빗 맥두걸은, 영화감독이 영화대상들을 대신하여 이야기하거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을 극복하고자 목소리의 주도권을 영화대상자들에게 넘겨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관객들에게 지에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 줌으로써 지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와 있는 듯한 현장감과 생생 함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관찰적 시네마 방식의 차용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또 다른 특징은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 차용하고 있는 관찰적 시네마 방식은 여러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그 특징으로 일상생활의 세심한 관찰과 묘사이다. 즉, 카메라는 일상의 특정한 상황 속에 들어가 그 상황을 침범하지 않고 세밀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영화는 주장하지 않고 그 상황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장(障)에서 노인의 머리를 다듬는 모습이나 아이들이 여럿이 모여 물건 이름 맞추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카메라는 그대로 관찰한다. 또한 남자들과 여자들이 자신이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카메라는 옆에서 듣는 것처럼 보여준다. 이는 영화적 대상에 대한 세심함과 존경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 관객들에게 지에 사람들의 일상 속에 던져져 있는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서 <가축과 함께 살기를>의 관객들은 며칠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은 지에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지에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대빗 맥두걸은 일상의 느낌을 주기 위해 사소한 것조차 영화에 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1장에서 남자 주인공인 로고 스(Logoth)가 이웃 유목민 부족들 및 지에의 영토를 설명하고 있는 도중 한 여성이 멀리서 그를 부르자 그가 “왜?”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통상적인 다큐멘터리영화라면 이야기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로고스의 설명을 멈추게 하고 다시 촬영을 시작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대빗 맥두걸은 이를 영화의 흐름을 끓는 것으로 보지 않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영화 속의 현장이 관객이 바라보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는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대빗 맥두걸은 사소한 것들의 세심한 묘사를 통해 영화의 진정성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빗 맥두걸은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을 표현하기 위해 특유의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촬영의 측면에서 볼 때, <가축들 과 함께 살기를>은 분할되지 않는 쇼트를 사용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즉 한 씬의 촬영에서 카메라의 위치를 거의 바꾸지 않으며, 필요 이상으로 클로즈업, 미디엄 쇼트, 롱 쇼트 등 쇼트의 크기나 앵글을 바꾸지 않는다. 이는 픽숀 영화의 관습적인 촬영 및 편집 방식을 거부하고 관객들을 관찰자의 시각에 위치시키려는 관찰적 시네마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빗 맥두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전적인 할리우드영화 스타일은 씬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전지하고 보이지 않는 관찰자를 가정한다. 이에 반해 관찰적 영화들은 관찰자를 실제 사람, 즉 카메라를 가진 사람의 시각에 위치시킨다는 점에서 대빗 맥두걸은 관찰적 시네마 방식을 할리우드영화 방식에 대 한 대안으로 생각하였다.43) 한 마디로 카메라의 각도나 크기에 의해 분할하지 않는 쇼트는 전지적인 시각을 탈피하고 관객을 관찰자의 시각과 가깝게 위치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는 롱 테이크에 의한 긴 쇼트와 긴 씬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제1장에서 로고스가 지에와 이웃 부족의 경계를 설명하는 쇼트는 약 3분 30초에 걸친 롱 테이크로 촬영하였으며, 아이들이 물건의 이름을 맞추는 놀이를 하는 쇼트들도 롱 테이크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 롱 테이크와 클로즈 업 장면은 관찰적 시네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섬세한 관찰과 디테일한 묘사의 느낌을 전달한다.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또 다른 특징은 촬영과 편집의 긴밀한 연관성이다.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는 몽타쥬 방식의 편집방식이 아니라 될 수 있는 대로 현장에서 촬영된 장면들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편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시간적 리듬 또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대빗 맥두걸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 산업사회의 시간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유목민의 시간적 리듬을 매우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경계점이자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모래폭풍우’ 씬이다. 영화는 지에 사람들의 땅을 가로 지르는 모래폭풍을 길게 보여주고 나서 한 동안 모래폭풍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지에 사람들을 보여준다. 관객은 이러한 모래폭풍과 지에사람들의 모습에서 유목민 특유의 리듬감을 경험한다. 이러한 모래폭풍 장면은 한편으로 새로 건립된 국가의 억압적인 권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도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유목민의 전통적인 삶을 이어가려는 지에 사람들의 결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유목민의 시간적 리듬은 개념적인 설명이 아니라, 롱 테이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요약하자면,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인터뷰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등의 영화적 관습을 배제함으로써 이전의 교훈적이고 설명적인 다큐멘터리영화의 틀을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 대신, 동시녹음과 섬세한 사운드 트랙, 롱 테이크를 이용한 참을성 있는 카메라 워크와 현장의 상황을 보전하기 위한 비(非)몽타쥬적인 편집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영화적 상황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관객들에게 관찰자의 위치시키면서 그 상황에 몰입하도록 하는 효과를 지닌다. 한편으로 이를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관객들의 지성과 참을성 있는 감정이입을 요구하는 영화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 나타난 대빗 맥두걸의 영화적 방식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한 마디로 대빗 맥두걸은 영화적 이야기의 전개 및 구성, 주제의 전달, 그리고 지에 사람들이 처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의 제공을 위해 다양한 텍스트를 사 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관찰적 시네마 특유의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목적으로 관찰적 시네마의 여러 가지 전략들을 차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대빗 맥두걸은 지에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새로이 등장 한 국가의 제도 및 관료주의, 그리고 지에 사람들이 처한 사회문화적인 어려움에 대한 감독의 논지를 보다 분명히 하고 영화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해 다양한 텍스트를 혼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영화의 이중적 구조는 <실론의 노래>와 유사하다. 즉 바실 라이트는 <실론의 노래>에서 교향곡 형식의 시(symphonic poem)의 틀을 빌어 근대적 삶 특유의 모습을 표현하려 하였으며, 이 영화 특유의 구성을 통해 근대적 삶의 서로 다른 리듬-물질과 정신, 과거와 현재, 안과 밖, 마을과 도시, 마을과 세계-의 상호연관성을 탐구하려 하였다.44) 이처럼 바실 라이트가 <실론의 노래>에서 감정과 지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것처럼, 대빗 맥두걸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 관찰적 시네마 방식과 지적인 탐구의 틀의 결합을 통해 지에 유목민의 삶과 새로 건립된 국가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36)Rigby, “Pastoralism and prejudice: ideology and rural development in E. Africa”, Society and Social Change in Eastern Africa, Nkanga Editions no 4, Makerere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 Kampala, 1969.  37)Guynn, “The art of national projection: Basil Wright’s Song of Ceylon”, Documenting the Documentary. Detroit: Wayne State University Press, 1998, pp.83-98 참조.  38)Grimshaw and Papastergisdis, op. cit, p.29.  39)Grimshaw and Papastergiadis, ibid, p.29.  40)Grimshaw and Papastergiadis, ibid, p.29.  41)Loizos, “Complex constructions with subjective voices: East Africa, 1971-76”, Innovation in ethnographic film: From innocence to self-consciousness 1955-1985,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3, p.93.  42)Grimshaw and Papastergiadis, op. cit, pp.30-31.  43)Grimshaw and Papastergiadis, ibid, p.30.  44)Grimshaw, op. cit, p.127.

    4. 나오는 말

    본 논문은 대표적인 민족지영화감독인 대빗 맥두걸의 초기 민족지영화 작품이자 관찰적 시네마의 고전적인 예로 손꼽히는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대빗 맥두걸은 지속적으로 그의 부인이자 영화제작의 동반자인 쥬디스 맥두걸과 협력관계를 유 지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빗 맥두걸의 첫 번째 장편 민족지영화인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대빗 맥두걸이 홀로 감독한 작품이며, 그 후 아프리카나 호주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쥬디스 맥두걸과 공동으로 감독/제작한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대빗 맥두걸의 영화철학 및 영화적 방법론의 특징을 살펴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빗 맥두걸은 1960년대 말 등장한 관찰적 시네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가 본격적인 영화수업을 위해 미국의 UCLA 영화학교로 진학한 시기와 UCLA의 민족지영화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시점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대빗 맥두걸은 민족지영화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찰적 시네마의 시각을 익히게 되었으며, 동시에 당시 새로운 영화조류로 떠오른 시네마 베리테나 아메리칸 다이렉트 시 네마를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그는 민족지영화프로그램을 통해 ‘민족지영화’라는 새로운 영화의 장르에 눈뜨게 된다. 특히 대빗 맥두걸 스스로 “학생으로서 최초로 동시녹음장비를 사용한 세대라는 점에서 매우 운이 좋았다”45)고 말 한 것처럼 동시녹음 장비 등 영화기술의 발전의 혜택을 받았다.

    이처럼 대빗 맥두걸이 관찰적 시네마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는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를 만들면서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영화적 방법론을 통해 유목민 사회의 삶을 보여주려 하였다. 한 마디로 안나 그림쇼(Anna Grimshaw)가 말한 대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보여주는’ 영화이면서도 한편으로 ‘말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46) 이런 의미에서 안나 그림쇼는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관찰적 시네마의 예로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47), 이러한 시각과 관련하여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정확히 평가하자면,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많은 부분에서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 전체가 관찰적 시네마 양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 논문에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다양한 텍스트의 혼용’과 ‘관찰적 시네마 방식의 차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이유가 바로 이점에 있다. 즉, 대빗 맥두걸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서 유목민의 전통적인 삶을 보여줄 때는 관찰적 시네마의 양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유목민이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이나 감독의 논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장(障)의 구분이나 타이틀, 자막 등 다양한 텍스트를 통한 ‘말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한 마디로 이러한 텍스트 구성의 이중적인 구조가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당시 아프리카의 정치경제적 상황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를 올바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과 또 다른 대표적인 민족지영화 감독이자 오랫동안 아프리카에서 영화작업을 한 장 루쉬(Jean Rouch)의 영화와 비교해보면 대빗 맥두걸의 영화가 그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 루쉬는 대빗 맥두걸보다 약 10년 전 아프리카에서 민족지영화작업을 하면서 <미친 사제들(Les Maîtres Fous)>, <재규어(Jaguar)>, <나는 흑인 남자((Moi, Un Noir)> 등을 만들었는데48), 그가 영화작업을 하던 아프리카의 상황은 대빗 맥두걸이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만들었을 때와 매우 상이하다. 한 마디로 장 루쉬가 영화작업을 하던 시기는 아프리카가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막 독립을 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장 루쉬의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낙관주의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이에 반해 대빗 맥두걸의 영화는 식민 지배를 벗어난 아프리카에서 국가의 권력이 공고해지고 관료주의와 새로운 엘리트 계급이 등장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대빗 맥두걸의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에는 자연스럽게 국가성의 확립과 근대화 과정의 한 부분으로 등장한 개발, 교육, 건강, 유목민의 정체성 등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이 그려지고 있다.49) 또한 장 루쉬가 아프리카의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대빗 맥두걸의 아프리카 영화는 유목민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도 영화구성 및 내용에 서로 다른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관찰적 시네마는 한 때 민족지영화의 장르와 동일시되면서 다큐멘터리와 민족지영화의 새로운 돌파구로 환영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빗 맥두걸 또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을 완성한 후 참여적 시네마(Participatory Cinema)의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었 다.50) 하지만, 대빗 맥두걸은 최근의 영화에서는 다시 관찰적 시네마의 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방식으로서의 관찰적 시네마의 특징과 대빗 맥두걸의 영화적 방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45)Grimshaw and Papastergiadis, op. cit, p.20.  46)Grimshaw, op, cit, p.132.  47)Grimshaw, ibid, p.132.  48)이기중, 「장 루쉬(Jean Rouch)의 민족지영화 방법론과 1950년대 대표작 고찰」, 『한국문화인류학』 , 37집 1호, 2004, 241-278쪽 참조.  49)Grimshaw, op. cit, p.123.  50)Grimshaw, “From Observational Cinema to Participatory Cinema-and Back Again? David MacDougall and the Doon School Project”, Visual Anthropology Review vol. 18(1-2), 2002, pp.80-9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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