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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어머니 읽기 The role of the mother in “The Brother And The Sister Who BecameThe Sun And The Mo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어머니 읽기

This study researches children’s growth through the relationship changes between mother and child in a Korean tale from the psychoanalytic perspectives of Melanie Klein whose work elaborated on re-focused Freud’s drive theory to develop object-relations theory. While Freud focused on the role of father in the psychological development of a person, Klein demonstrated that the mother has important effects on children’s earliest fantasies which are deeply associated with their mental development. This study analyzes the unconscious meaning of changing relationships between mother and children according to sequences of the Sun an Moon story in order to illustrate the maternal influence on the formation and development of children’s internal worlds. First, in the Sun and Moon story, the tiger eats up the mother and thereby seems to transform her into a bad mother. Second, the children can not recognize their mother as a whole, but only by certain parts, certain objects. The tiger expels them from their house so they begin to search for independence instead of depending on their tiger-consumed mother. Third, as the dyadic relationship changes to a triangle through the intervention of God, the children manage to get out, into the universe and take their place as the sun and the moon in the outside world. Discussing these interpretations of events from Klein’s perspective, we are able to derive educational implications for guidance on how to deal with ambivalent emotions surrounding growth and independence in young children as they partake of the fantasy of the folktale “The Brother And The Sister Who Became The Sun And The Moon”.

KEYWORD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전래동화 , 대상관계 , 클라인 , 어머니
  • Ⅰ. 서 론

    전래동화란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대중적 장르로서(Sturgess & Locke, 2009), 유사한 이야기 유형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전승범위를 보이며 세계적 보편성과 분포성, 그리고 오랜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서사물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전래동화의 기원과 의미를 찾는 가운데, 비슷한 이야기 유형 속에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시에 민족에 따른 특수성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래동화는 발생시점으로 볼 때 어린 아동들을 위한 문학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전래동화는 아동을 주 대상으로 하는 문학으로 자리잡으며 재화되고 읽혀지고 있다. 전래동화는 민담, 설화, 신화, 전설 등에 기원을 두고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온 문학으로서 전승자, 구연자, 작가에 따라 변형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김명주, 2008). 따라서 아동들을 위해 수집되고 재화되어 그림책으로 출간된 전래동화들은 같은 이야기도 등장인물과 배경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현은자, 김세희, 2005) 때로 사건의 첨부와 삭제에 의해 서사구조가 변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전래동화는 부분적으로는 고유한 측면이 있으나 완결된 생산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탄생하게 하여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김명주, 2008).

    사실 전래동화는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노제운, 2009) 인간 삶의 보편적인 현상과 존재 양식을 상징으로서 표현하고 있는 서사로서(강기수, 2007), 아동들의 삶을 풍부히 하고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Storr, 1986) 것은 전래동화가 지니고 있는 의미에 대한 또 다른 측면의 관점이다. Bettelheim(1998)에 따르면 전래동화는 어린이가 심리적인 불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였다. 이에 지은주, 김선희와 조희숙(2010)은 전래동화 그림책이 유아들의 심리적 성장에 공헌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라고 하였으나, 정진(2001)은 교사의 전래동화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전래동화의 활용에 많은 제한점을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전래동화의 등장인물에는 종종 미숙한 인물로서 성장의 과제를 안고 있는 아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데렐라나 콩쥐처럼 난관에 처했을 때 요정이나 동물들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이 전래동화 속 인물들은 고난과 역경 앞에서 주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 Sheldon(2011)은 이러한 조력자들은 정신적 위안물로서 어머니를 상징하는 모성적 의미를 표상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동들에게 어머니는 보호자로서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존재이다. 이러한 어머니의 상징적 표현과 함께 역경과 시련을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전래동화는 성장드라마(이선자, 2011)이면서 모성 드라마(이수경, 2004)로서 아동의 자아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야기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미 여러 학자들은(김혜미, 2010;노제운, 2009; 염희경, 2003; 유귀숙, 1998; 이수경, 2004; 정운채, 2007; 하지현, 2005; Bettelheim, 1998; Sheldon, 2011) 구비설화 속에는 어머니의 다양한 모습들이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들은 전래동화 텍스트 분석에 있어서 내재화된 상징적인 의미와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인물들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파악해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주었다고 하겠다. 유귀숙(1998)은 계모, 마녀, 식인 괴물 등이 등장하는 전래동화가 아동들에게 이상한 전율을 주고 되풀이해서 읽게 되는 것은 그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 원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구비설화 텍스트 분석에서 김만수(2007)는 융의 관점에서 어머니 탐색을 통해 자녀의 성장과정을, 김혜미(2010)는 어머니와 아들의 애착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과정을, 그리고이선자(2011)는 빨간모자가 보이는 사춘기 단계의 인물이 어머니의 교훈과 그 권위에 순종하였을 때 성숙으로 이어진 것처럼, 인물들의 성숙에 어머니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 하였다. 정운채(2007) 역시 자녀 서사의 전개양상을 살피기 위하여 어머니와의 관계에 주목하였고, 이수경(2004)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주인공은 죽을 수밖에 없지만 현명하게 과제를 수행한 주인공에게는 많은 선물과 능력을 부여하고 있는 바바야가의 모습에 대하여, 현명한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보았다. 이처럼 전래동화 이야기의 초점을 어머니와 자식간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들은 이야기에 나타난 어머니의 표면적인 모습의 기술에 그치고 있어서 발달과정에 있어서 그 관계성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점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어머니는 생애 첫 양육자이며 관계의 첫 대상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유아기 아동의 성장은 어머니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유아는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어머니의 도움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어머니는 신체적으로 유아를 돌보면서 동시에 심리적으로 보호하고 정신적 성장을 지원해준다. 이 과정에서 유아에게 어머니는 즐거움만을 제공하는 좋은 어머니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줄 수 없다. 이 때 유아들은 좌절을 느끼고 불안,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심리적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발달단계별 유아들이 겪게 되는 여러 갈등과 좌절은 동화의 세계를 통해 완화되고 해소되고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하지현, 조두영, 1998) 전래동화는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의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신혜선(2009)은 전래동화를 여러 관점에서 고찰해보는 일은 전래동화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 분석을 가능하게 해서 내용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전래동화 속 인물들의 의미 분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수경, 2004; 조현준, 2008)도 이러한 맥락이다. 여기에 Bettelheim(1998)은 동화란 아동들이 자라면서 겪게 되는 갈등, 불안, 좌절 등을 현실세계가 아닌 환상세계 속에서 유사 경험을 함으로써 장차 이들이 현실세계에서도 쉽게 극복해 다음 단계로 발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현재 전래동화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작품 분석의 시각이 프로이드 혹은 융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김만수, 2007; 원구남, 2011; 주종연, 1999; 하지현, 2005)이다. 이에 비해 대상관계 이론을 적용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상관계란 한 개인이 특정한 양식으로 대상과 맺는 관계로서 일차적으로 심리내적 구조를 의미한다(김창대, 2002). 그러므로 대상관계 이론의 측면에서 볼 때, 아동의 성장에 있어서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사랑이 수용되길 바라는 욕망이 좌절되거나 충족되는 경험은 이후 아동의 발달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고 바라본다. 이러한 경험은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Fairbairn은 가장 강력하면서 중요한 대상으로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하여 분명히 하고 있으며 Klein은 아동의 성장에 어머니와의 관계성에 대하여 집중하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중심인물이 아버지라면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우세하다. Freud에 의해 은근히 무시된 어머니를 무대의 중앙으로 이끈 사람이 Klein이다. 아동 분석을 처음 시도한 Klein은 어린 아이들의 환상이 어른들의 생각처럼 순수하고 아름답다기보다 불안과 적대감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이들의 그런 환상의 대상이 주로 아이들의 부모, 특히 어머니라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지만(Klein, 2011),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처음 관계하는 대상이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와 맺는 관계적 변화를 살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다. 성장기에 놓여있는 유아들은 이러한 어머니와 어떠한 관계를 맺으며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미숙한 채로 정체되기도 한다. 전통적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이론이 아버지에 초점을 맞추고, 본능, 자아, 초자아 등 심리구조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면, 대상관계학자인 Klein은 아이의 초기 관계 경험, 특히 어머니와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심리내적구조의 형성과정을 다루고 있다. 부모와의 대상 경험에서 내사와 투사를 통해 심리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래동화의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통해 아동의 성장과정을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전래동화 속 인물은 이야기 진행과정에서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핌으로써 그 성장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대상관계 이론가인 Klein의 관점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많은 해외전래동화들이 활발히 번역 출간되고 있고, 이들에 대한 학술 연구 역시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전래동화 그림책 역시 출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작품의 우수성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 전래동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석 연구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전래동화의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분석의 대상을 국내 전래동화 그림책으로 하고, 이 때 아동의 성장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살피고자 하는 연구의 목적에 따라 아동이 등장인물로 등장하며 대중적으로 많은 작가들에 의해 반복 출간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선정하였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전래동화 텍스트로서 분석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나, 이들은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와의 관계에 초점맞추기보다는 이야기의 생성적 의미(최선경, 1996), 이야기 속에서 기능하는 호랑이의 의미(김기호, 2003; 염희경, 2003; 이한길, 1997a; 1997b) , 혹은 등장인물들의 의미(주종연. 1999; (하지현, 조두영, 1998) 등을 살피는데 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노제운(2009)은 라깡의 관점에서 자기애적 의미를 지닌 어머니의 변형을 살피는데 그치고 있으며, 여러 인물들과 소품 등 이야기 요소가 품고 있는 의미 분석을 통해 아동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바 있다. 이렇듯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모티브 분석, 상징분석으로 개인 내적인 관점에 집중되어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즉, 성장 발달에 있어서 관계적 의미를 살피기보다는 어머니, 오누이, 호랑이, 하늘님 등 등장인물들 각각이 상징하는 의미를 분절적으로 찾아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등장인물들간의 갈등 속에서 변화하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즉, 오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동의 심리적인 성장과정을 드러내기 위하여 Klein의 관점으로 오누이에게 어머니와 관계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교육현장에서 전래동화를 대하고 읽기와 같은 교육적 수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성을 강조한 Klein의 정신분석적 사고에 입각한 아동의 발달과 심리에 대한 이해는 부모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유용하고 필요한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연구주제를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  분석대상

    본 연구를 위해 단행본 그림책으로 나온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수집하였다. 사계절, 보림, 비룡소, 시공주니어에서 작가마다 다양한 기법으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여 출간한 그림책들을 대상으로 살폈다. 이들은 이야기의 구성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 중 장면 할애에 있어서의 축소, 삭제, 변형이 존재하였다.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수집된 그림책의 장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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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집된 그림책의 장면 비교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림책 텍스트들은 축소 및 삭제, 변형으로 세부적인 부분에서의 차이가 나타났으나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틀은 비슷하였다. 그러나 김환희(2007)는 전래동화 재화시 일어날 수 있는 삭제는 인물에 대한 태도를 변용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등장인물이 인식하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살피고자 하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장면, 젖먹이 아기의 잡아먹히는 장명, 집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오누이와 호랑이의 실랑이 장면 등에서 변형이나 삭제 혹은 축소가 최대한 없었던 김성민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의 텍스트를 중심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Ⅱ. Klein의 대상관계이론

    Freud와 동시대 사람이었던 Klein은 아동을 대상으로 정신분석기법을 적용하면서 임상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당시 정신분석에서는 거의 아동을 다루지 않았으며 Freud 자신도 아이를 직접 치료한 적이 없었다. Freud 이론은 20대 젊은 히스테리 여성 환자들의 아동기 회상 자료에 근거하여 구성된 것이었다. 따라서 Klein은 아동기 경험과 성인 성격 사이의 연결 고리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말로서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이들의 능력에 맞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장난감, 물, 진흙 등을 이용한 놀이 치료였다. 아동의 놀이를 통해 그녀가 발견한 것은 Freud의 생각과는 차이를 나타냈다. 아이들은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려고 투쟁하기보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을 향한 감정을 통제하려 한다고 하였다. 아이들의 정신은 사람들에 대한 내적 표상들이 이루는 ‘내적 대상 세계’를 이루고 있는데, 아이들의 내적 세계는 인간관계의 세계인 것이다. 그리고 이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바로 어머니와 유아의 관계이다(Cashdan, 2005). 이러한 점에서 Klein은 전통 정신분석학파에서 대상관계학파로 가는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전통 정신분석학과 대상관계학파의 차이점을 간단히 보면, Freud는 인간의 정신의 구조가 생물학적으로 발생한 긴장을 다루는데서 형성된다고 보았다면, 대상관계 이론은 인간 상호작용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대상관계이론은 인간의 일차적 동기가 성적 충동이 아니라 인간 접촉에 대한 욕구로서, 외적‧내적 대상과의 경험이 자아 혹은 자기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Freud는 정신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5, 6세 무렵으로 오이디푸스 단계를 통과하면서 초자아가 출현하고 심리구조가 형성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관계이론가들은 아기가 태어나 양육자와 첫 접촉을 가지는 순간부터 중요한 심리적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Cashdan, 2005).

    Klein의 이론에서 유아가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개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아의 첫 대상인 어머니와의 경험은 나쁜 대상이다. 이 때 유아가 초기에 경험하는 나쁜 대상은 실제라기보다 유아의 환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Klein은 수유 상황에서의 경험을 중시하였기에 Klein 이론을 구순-사디즘이론이라고 한다(Kristeva, 2006). 첫 사회적 관계인 유아와 어머니 관계에서 어머니의 젖가슴이 리비도적 대상의 초점이 되고 유아의 입이 리비도적 태도의 초점이 된다. 그러므로 유아는 어머니의 잠깐의 부재나 배고픔의 지연과 같은 불쾌한 경험에서 오는 고통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제때 젖을 주지 않은 어머니의 젖가슴은 나쁜 대상으로 인식하고 내적 파괴성을 투사하게 된다. 결국 유아는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충동을 외부에 투사하면서 외부의 나쁜 대상을 먼저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좋은 돌봄을 실제적으로 경험하면서 자기를 만족시키는 어머니의 젖가슴은 좋은 대상으로서 경험하고 내사한다(Klein, 1975). 이 때 나쁜 대상이 유아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좋은 대상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유아는 초기에 좋음과 나쁨을 동시에 다루지 못하기에 분열 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의 외적 세계도 내적 세계도 분열하게 된다.

    둘째, Klein의 유아에게 첫 대상 경험은 부분 대상이다. 부분 대상이란 말은 아브라함이 젖가슴이나 페니스 같은 부모의 신체 일부를 인식하는 과정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용어이다. 전체 대상은 온전한 전체인 한 인간을 의미하는데 초기 유아는 자신이 접하는 자극들의 관계를 전체로서 인식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 대상들을 통해 지각하는 단계에 있다. 이러한 대상의 발달은 유아의 지각적, 신체적, 인지적 그리고 심리적 능력의 발달과 관련있다(Segal, 1999). Freud도 유아가 어머니의 젖가슴에 대해 가지는 부분대상과의 관계를 살짝 언급하였지만, Klein은 부분대상에 관한 아브라함의 생각을 보다 발전시켰다. 부분대상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 일부 혹은 무생물적 대상들이다(Segal, 1999; Klein, 2011). 그러므로 Klein(1975)은 유아들의 초기 연약한 자아는 비통합 상태로 불안정한 시기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 인식하는 대상들은 분열되고 그 대상들을 다루는 자아 역시 분열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발달은 분열된 대상들의 통합과 불안정한 파편화된 자아의 통합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고 하겠다.

    유아는 성장하면서 파편화된 부분대상들을 인식하던 단계에서 점차 환경의 자극들을 통합하면서 어머니를 하나의 전체 대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것은 부분 대상에서 전체 대상으로 가는 정상적인 발달의 형태이다. 또한 어머니를 하나의 온전한 전체 대상으로 경험하면서 어머니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 역시 통합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즉 나쁜 대상이나 좋은 대상이 한 대상의 다른 측면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온전히 좋거나 온전히 나쁘기만 한 대상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Segal, 1999). 유아는 부분대상, 박해불안, 분열적 심리기제가 지배하는 시기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은 무엇이든 파괴하려고 하지 않고 파괴한 대상을 어떻게든 복귀하고 회복시키려고 노력한다. 이 때 파괴적 행위에서 창조적 행위로 나아가게 되고 이것이 유아의 심리적 성장이고 발달인 것이다(Kristeva, 2006). Klein은 성공적인 심리발달이란 전체대상과의 일관된 관계를 확립하는 능력의 획득으로 보았다. 대상관계의 질의 변화를 이야기 하는 Klein은 대상과의 온전한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서 사랑과 증오의 통합, 즉, 대상의 통합, 자아의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Ⅲ. 어머니와의 관계 속 오누이의 성장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인물들 간 대립을 중심으로 구성을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볼 수 있다. 호랑이와 어머니의 만남으로 어머니의 죽음, 호랑이와 오누이의 만남으로 오누이가 집밖으로 도망침, 호랑이의 추적으로 오누이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그것이다. 각 장면마다 인물들간 대립을 통해 오누이가 어머니와 맺는 관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세 장면에서 보이는 인물들 간의 역동을 Klein 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아이들의 관점에서 변화하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기술하고자 한다.

       1. 어머니와 호랑이의 관계; 나쁜 어머니의 탄생

    신화, 설화, 동화에는 늑대 같은 맹수, 괴물 혹은 마녀가 이야기의 주인공을 잡아먹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온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부분도 오누이의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먹히는 장면이다. 호랑이는 어머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면서 어머니의 모든 것을 하나씩 삼켜버린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품앗이로 얻은 떡을, 그 다음은 어머니의 팔, 다리 그리고 끝내 몸을 삼켜버린다. 호랑이가 한 입에 어머니를 잡아먹기보다 어머니의 팔, 다리를 차례로 먹어버리는 장면은 듣는 이의 공포감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를 건드린다. Klein(1975)은 신체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은 곧 자기가 해체되고 멸절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일부 그림책들에는 무섭고 잔혹하다고 판단되어 호랑이가 어머니를 잡아먹는 세세한 묘사 장면을 생략하고 축소하여 한 번에 어머니를 홀랑 잡아먹고 오누이가 있는 집으로 가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가 팔을 떼고 다리를 떼어 호랑이에게 주는 장면은 단순히 이야기의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호랑이가 어머니의 떡과 신체를 먹는 장면은 심리적 의미를 갖는다. 입으로 먹는다는 것은 정신분석의 기본 기제인 ‘함입’에 해당된다. 함입은 동일시보다 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기제로서 함입을 통해 내사가 이루어진다. 호랑이는 떡과 어머니의 신체라는 실체를 먹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라는 대상을 내사하고 있는 것이다. ‘내사’란 대상이 내면으로 옮겨져서 자기 인격의 한 부분이 되는 것으로 대상이 자아의 정체성 안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말한다(Hinshelwood, 2006). 유아들은 부모라는 대상을 내사하여 자아, 초자아 같은 성격구조를 형성한다. 호랑이도 어머니를 삼킴으로써 어머니라는 대상을 내면화하여 자신의 정체성에 어머니의 특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머니를 삼킨 호랑이는 외적으로도 어머니 모습을 흉내 내며 어머니의 “치마 두르고, 저고리 입고, 수건 쓰고, 함지 이고 저벅 저벅 집으로” 간다.

    노제운(2009)은 어머니의 옷을 입은 호랑이는 어머니라는 기표를 획득해서 호랑이 어머니가 되었다고 하면서 호랑이가 모성을 얻은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렇다면 호랑이는 어떤 모성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호랑이는 아이들에게 젖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이라기보다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는 무서운 존재로서의 모습이다. 동화나 설화에서 아이들을 잡아먹는 어머니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어머니의 죽음 과정이 무섭게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많은 전래 동화들은 엄마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이 어릴 때 생모가 죽고 계모가 들어오면서 주인공의 시련이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래 동화 <콩쥐 팥쥐>가 그렇고 <심청전>도 유사한 전개를 보인다. 서양 전래 동화들에는 계모만이 아니라 마녀가 빈번하게 등장하여 주인공을 괴롭히고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학자들(Bettelheim, 1998; Sheldon, 2011)은 이야기 속에서 일찍 죽는 착한 생모나 사악한 계모, 그리고 마녀를 모두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 모두 모성의 다른 측면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Birkhauser-Oeri, 2012)>.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도 다르지 않다. 자식을 위해 품앗이를 다니며 음식을 얻어오던 어머니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다. 그리고 어머니의 옷을 입고 아이들 앞에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는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의 계모나 마녀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잔혹한 모성을 표상하는 어머니의 변형을 말하는 것이다. 오누이를 찾아온 것은 떡을 든 어머니가 아니라 잔혹한 모성을 지닌 무서운 호랑이이다.

    생모와 계모가 다른 어머니가 아니라 한 어머니의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면 왜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는 이렇게 좋은 어머니와 나쁜 어머니의 상반된 모습으로 나오는가? 흔히 다루기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든 일을 가장 단순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것을 ‘분열’이라고 하는데 가장 원초적인 심리 기제들 중의 하나이다(Fairbairn, 2003; Klein, 2011). 아기는 태어난 후 어머니와 융합 상태에 계속 머물며 자신과 어머니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때 어머니는 아기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전능한 존재로 보인다. 영아와 어머니의 융합 상태는 일종의 환상으로서 현실과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점차 깨어진다. 신체적으로 지각적으로 인지적으로 미숙한 영아들은 어머니의 잠깐의 부재나 배고픔의 지연같은 불쾌한 경험을 모두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영아는 자신의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모른 체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생애 초기에 갖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의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 대상을 동시에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미숙한 영유아는 어머니의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함께 다루지 못하고 분열시킨다. 이 때 어머니는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으로 분열된다(Klein, 2011). 이런 과정을 거쳐 좋은 어머니와 나쁜 어머니가 영유아의 마음에 출현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영유아들은 파괴적 불안과 사디즘적 환상을 어머니라는 대상에게 투사하여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Kristeva, 2006). 영유아들은 이야기 속의 착하지만 일찍 죽은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좋은 어머니를 투사하고, 나쁘고 사악한 계모와 마녀에게는 자신의 나쁜 어머니를 투사한다. 자신의 애정, 공포, 분노, 적대감, 증오, 시기심 등 모든 감정을 다 그들에게 쏟아 붇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유아들은 양가감정에 의해 압도당하지 않고 양가감정을 적절히 다룰 수 있게 된다(Bettelheim, 1998).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호랑이는 나쁜 어머니가 투사된 나쁜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다.

       2. 호랑이와 아이들의 관계; 융합에서 분리로

    잔혹한 모성을 지닌 변형된 호랑이는 오누이를 찾아와 집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얘들아, 얘들아, 엄마 왔다. 문열어라!” 호랑이의 방문에 오누이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오누이는 결과적으로 호랑이의 목소리와 손만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전체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어머니를 확인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하는 대상은 온전한 전체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라 부분대상으로서 어머니의 젖가슴이다. 젖가슴은 어머니라는 전체 대상의 한 부분이지만 영아는 어머니와 젖가슴의 관계를 인식하지 못한다(Fairbairn, 2003; Hinshelwood, 2006; Klein, 2011). 오누이 역시 아직 어머니를 전체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누이는 호랑이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아니라고 한다. 문구멍으로 내민 손을 만져 보고 꺼끌꺼끌한 것이 어머니의 손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지만 문을 열어주고야 만다. 이것은 ‘빨간 모자’가 할머니로 변한 늑대를 보면서 귀가 왜 이리 큰지, 입이 왜 이리 큰지 물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오누이는 어머니를 전체 대상으로 보지 못하기에 신체 부분들, 즉 부분 대상들과 따로 따로 관계하는 단계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호랑이의 각기 다른 부분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그것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전체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기에 문을 열어준 것이다.

    집 안에서 머물며 어머니와 음식을 기다리는 오누이는 미성숙하고 무력하다. 오누이는 집 밖에 벌어지는 일은 알지 못하며 어머니의 모습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집이란 어머니와 아이들이 융합을 이룬 장소로 어머니의 몸을 상징한다. 어머니의 몸에 머물며 어머니가 음식을 주기를 기다리는 오누이는 아기 상태와 흡사하다. 즉 어머니로부터 분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어머니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능한 존재로 여긴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는 아주 원초적인 관계로 법도 논리도 없고 감정과 충동이 넘쳐나는 세계이다. 아이는 모든 것이 충족되는 어머니와의 융합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유혹을 받고, 어머니는 아이를 잡아두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생애초기 유아적 의존단계의 영유아는 어머니와 융합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초기 의존단계에 어머니와 아이의 융합은 발달 상 요구되는 것이지만 다음 단계로의 발달을 위해서는 융합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누이 역시 어머니만을 기다리다가 집안으로 호랑이를 들인다. 집안에서 아이들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쉽다. 이렇듯 의존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머니가 나쁜 어머니처럼 아이를 집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야기의 계모나 마녀는 겉으로는 나쁜 어머니지만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어머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머무를 경우 아이는 어머니에게 먹힐 것이다.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미숙하기에 어머니가 자신을 삼키려고 할 때 저항하지 못한다. 오누이의 젖먹이 어린 동생이 제일 먼저 호랑이에게 먹힌 것도 가장 의존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Segal(1999)에 따르면 입으로 삼키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공격의 형태로서, 함입되었을 때 우리는 욕망, 의지, 생각을 모두 잊어버린 체 지배당하고 조정당한다. <콩쥐 팥쥐>나 <신데렐라>에서 계모는 갖은 악행을 저지르지만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이들에게만은 좋은 어머니 노릇만을 하였다. 그러나 Bettelheim(1998)은 이들이 자식에게 좋은 어머니 역할만을 하려고 하였기에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말 나쁜 어머니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Fairbairn(2003)에 따르면 자아의 발달은 유아적 의존단계에서 성숙한 의존단계로 가야한다. 그러나 팥쥐나 신데렐라의 언니들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지 못하고 유아적 의존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어머니에게 삼킴을 당한 존재로서 어머니에게 종속된 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콩쥐나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경우는 모두 자신의 좋은 어머니의 죽음과 나쁜 계모의 박해로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고 어렵고 심지어 죽음의 고비까지 넘겨야 했지만 성장은 그만큼 고통이 따르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오누이를 세상 밖으로 내쫓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착한 어머니가 아니라 마녀같이 무서운 호랑이이다.

    이제 오누이는 호랑이를 피해 어머니의 몸을 상징하는 집에서 나가려고 한다. 이 때 오누이는 집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호랑이와 실랑이를 한다.

    호랑이는 아이들에게 그냥 방에다 혹은 툇마루에다 똥을 누라고 하며 아이들이 집에 머물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오누이는 집 밖을 고집함으로써 밖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집은 몸을 상징하며 보통 어머니의 몸을 상징한다.Freud(2004)Klein(2011)은 모두 환상 속에서 아기, 남근, 똥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하였다. 집은 이제까지 어머니와 오누이의 융합의 장소이기에 오누이가 집밖으로 나오는 것은 어머니가 아기를 출산하는 것과 유사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몸에서 똥을 배설하듯 어머니의 몸에서 자신들을 축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똥을 누러 밖으로 나가겠다는 오누이와 집 안에서 누라는 호랑이 간의 투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Mahler(1997)의 용어를 빌리자면, 아기의 출생이 신체적 탄생이라면 오누이가 집에서 나오는 것은 두 번째 탄생, 즉 심리적 탄생인 것이다.

       3. 오누이와 하늘님과의 관계; 대상의 통합, 자아의 통합

    오누이는 호랑이를 피해 집 밖으로 도망쳐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호랑이는 계속 쫓아와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호랑이에게 먹히려는 순간 오누이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어머니가 아이를 삼키려고 할 때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버지뿐이다. 많은 옛날이야기에서 아버지는 존재하지만 이야기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 희미한 존재로 그려진다, 심지어 이야기의 출발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선언하기도 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도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어머니의 변형이 호랑이라는 강력한 존재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Bettelheim(1998)도 자애롭고 동시에 위협적인 측면을 가진 어머니는 초기 시기 영유아의 삶에서 아버지와 같다고 하였다. Freud(1997)는 아이가 성장하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겪게 되는 가장 주요한 계기가 오이디푸스 갈등이라고 하였다. 어머니와 아이가 이루고 있는 이자관계에 아버지가 들어옴으로써 삼자관계를 형성하고 오이디푸스 갈등을 해소하면서 아이는 가정에서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Freud는 어머니와 아이의 이자관계에 아버지가 개입함으로써 삼자관계가 되는 오이디푸스기를 거쳐 아이의 초자아가 형성되어 심리구조가 구성된다고 보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이의 융합에 개입함으로써 아이를 가정 밖의 외부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다. 오누이가 집 밖으로 나왔지만 호랑이는 계속 따라와서 아이들을 삼키려고 한다. 그 때 오누이가 손을 뻗은 대상은 아버지를 상징하는 하늘이었다. 호랑이가 나무 위까지 쫒아와 잡아먹으려 하자 오누이는 하늘을 향해 빌었다. “하늘님 하늘님 우리를 살리려면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우리를 죽이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이 때 하늘님은 동아줄은 내려서 오누이를 구하고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로서 끊어내듯이 단오하게 잘라낸다. 이처럼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이의 융합된 관계에 개입하는 존재로서 아이를 사회라는 외부 세상으로 인도한다. 하늘님은 오누이를 구해주고 품어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하늘에서 해와 달이라는 이름을 주고 일을 하도록 한다. Freud(1993)는 <토템과 금기>에서 원시인들에게 이름이 곧 그 사람 자신을 의미하기에 이름이 갖는 놀라운 정신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바 있다. 이것이 어머니와 다른 아버지의 중요한 기능이다. 어머니는 사랑, 배려, 돌봄을 상징한다면 아버지는 세상에 법, 질서 이성, 위계를 상징한다(Freud, 1997; Fromm, 2009). 하늘님은 무질서했던 오누이의 세계에 법과 질서를 가져온 것이다. 아버지의 개입으로 새로운 대상을 인식하게 되고 어머니와의 융합의 관계를 끊어 삼자관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적절한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분리는 발달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오누이는 굳이 해와 달이 되어서 누이는 낮에 떠있고 오빠는 밤에 떠있어야 했을까? 오누이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다 어머니마저 잃고 이제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해와 달이 되었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러나 옛날이야기를 성장이야기로 본다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비극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Klein(1975)은 불안을 다루는 초기의 연약한 자아는 대상과 상호작용하면서 통합과 해체 상태를 불안정하게 오락가락 한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여러 측면을 친모, 계모, 마녀 등으로 분열된 대상으로 경험하는 영유아는 자아의 분열 역시 경험한다. 즉 파편화된 자신과 관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오누이는 한 자아의 여러 측면으로서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분리된 존재로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Bettelheim(1998) 역시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오누이는 자아의 다른 측면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오누이는 이름도 없이 여동생과 오빠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해와 달이라는 이름만을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통합된 존재로 거듭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통합된 자연은 해와 달이 함께 있고 낮과 밤이 존재하기에 완전체이다. 서로 정반대로 나타나지만 두 개의 양극은 하나의 체계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와 달이 되어 오누이는 생이별을 한 것이 아니라 둘이 협력하여 완전한 시간을 함께 구성하게 된 것이다. 즉 오누이로 상징되는 자아의 부분들이 비로소 하나의 자아로 통합된 것이다. 이러한 자아의 통합 과정은 어머니를 부분 대상에서 전체 대상으로 통합해 가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진다.

    Ⅳ. 논 의

    본 연구는 전래동화의 이야기 초점이 어머니와 자식간의 문제로 집약되어 있음에 관심을 갖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사건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어머니와의 관계와 그 의미를 아동의 성장 과정의 측면에서 살피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텍스트를 대상관계 이론가인 Klein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즉, 어머니와 오누이의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아동의 성장과정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에 따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어머니를 잡아먹고 어머니 옷을 입은 호랑이는 어머니의 변형을 의미한다. Klein (1936)은 생애 초기부터 유아들은 모든 자극에 대해 즉각적으로 환상으로 반응하며, 좌절을 포함한 불쾌한 자극에 대해서는 공격적 환상으로 그리고 만족감을 주는 자극에 대해서는 유쾌한 환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고 하였다(박선영, 2005,재인용). 이러한 맥락에서 호랑이의 변형은 곧 어머니의 변형을 의미하며 이는 나쁜 대상의 탄생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장치이다. 한 대상의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함께 다루지 못하여 대상을 분열하게 되는 영아들이 나쁜 대상으로서의 어머니를 호랑이에 투사하여 공포, 분노, 증오 등 부정적 감정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마련한 환상적 장치인 것이다. 호랑이가 어머니 앞에 나타나 떡을 달라고 하고 하나씩 받아먹는가 하면 어머니 옷을 입고 아이들을 찾아오기까지 한다.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고 행동하는 동물의 모습은 전형적인 환상장치이다. 박선영(2005)은 '어린 아이에게 환상은 곧 사고이다.'라고 하면서 아동의 환상에 대하여 이야기한바 있다. 즉, 이야기의 의미는 유아들의 환상적 사고에 의해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아들은 호랑이를 동물로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잡아먹고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쫒아오는 악한 인물로 인지한다. 이렇듯 사악한 부분을 떼어내서 다른 실체에 넣어두려는 아동들의 욕망은 마녀와 같은 인물에 투사하여 볼 수 있는 전래동화의 환상적 요소와 맛물린다. 이에 대해 서순태(2004)는 전래동화의 단순하고 직접적인 이미지가 유아들이 복합적이고 양가적인 감정들을 분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였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같은 전래동화는 폭력성과 잔혹한 장면으로 인해 유아들에게 읽어주는데 있어 우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염희경(2003)은 옛이야기는 공포를 조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포의 대상인 악이 철저히 패배하는 결과를 통해 안도감을 주는데 주안점을 주고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를 통해 보여주는 다소 잔혹하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은 성장의 과정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이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꾸며진 중요한 모티브로 이해해야 하며 유아들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여 양가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영유아기 감정 조절은 두뇌발달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양옥승, 류은미, 신성숙, 윤지영, 2012) 이 때 부정적 감정 조절은 또래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주는(권연희, 2012) 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Sheldon(2011)은 전래동화가 아동들에게 내적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고 한 것과 같이, 자아의 각기 다른 부분 사이의 갈등을 호랑이와 어머니, 호랑이와 오누이 등 인물들 간 갈등으로 표현하여 아동들에게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는 길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Bettelheim(1998)이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린이는 즐거움을 느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점점 성숙하게 된다고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아의 발달은 부모에 대한 반항과 성장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유아들에게는 대상에 대한 격렬한 반응을 차단하기보다는 두려움, 분노, 불안을 투사하여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옛이야기는 어린이의 내적 성장에 지대하고 유익한 심리적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보이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그 대표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부정적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극복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전래동화는 유아들이 이야기 속에서 부정적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책을 통해 아동들은 부정적 감정을 견딜만한 능력,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야말로 성장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 혜선(2009)은 유아들에게 전래동화를 제시할 때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선악의 대립구도의 측면만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내면적 의미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측면의 반영일 것이다.

    둘째, 호랑이를 피해 집밖으로 나와 동아줄로서 호랑이를 끊어낸 후 하늘로 올라가는 과정은 어머니와 융합되어 있는 상태에서 분리되는 일련의 성장을 다루며 통합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집에서 어머니가 먹을 것을 가져오기만을 기다리던 오누이가 호랑이로 인해 집밖으로 나오게 되어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이름도 없이 존재했던 오누이가 비로서 해와 달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얻게 되는 자아의 통합을 통해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던 어머니를 비로소 전체로서 인식하게 하는 대상의 통합, 양가감정을 다루게 되는 감정의 통합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아 독자들은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쫒아오는 호랑이를 결정적인 순간에 썩은 동아줄을 끊어내는 장면을 통해 안도하게 한다. Klein(2011)은 <환상과 놀이>에서 아이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불안에 직면하고 있음을 드러내었으며, 이 때 아이들의 그런 환상의 대상은 주로 아이들의 부모, 특히 어머니라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엄마에게 느끼는 애정과 증오 즉, 양가감정을 유아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 유아들의 심리적 현실에서 사랑과 동시에 존재하는 미움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전래동화는 통합하는 과정을 도와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견과 일맥상통하게 Bettelheim(1998)은 옛이야기는 어린이의 통합을 돕는다고 이야기한바 있다. 환상을 통해 호랑이와 같은 “가짜 부모”에게 어린이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마음껏 분노를 표출할 수 있어서 옛이야기의 전형적인 구조인 착한 엄마와 사악한 마녀는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항상 내면에 좋은 엄마를 따로 간직한 상태로 나쁜 “마녀”에게 마음껏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옛이야기는 어린이가 자신의 모순적인 감정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결말에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은 독립된 주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헨젤과 그래텔은 마녀를 죽임으로써 부모를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을 때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성숙된 주체로서 돌아오는 것이다. 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주체가 되어 엄마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게 된다. 더 이상 두려운 어머니, 비하된 어머니, 이상화된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미워하는 어머니 등 조각으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라 온전한 어머니로서 대면할 수 있게 된다. 비로소 인간대 인간으로 제대로 된 관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을 한다는 것은 개별화되는 것이고 개성화되는 것이며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는 과정이다. 따라서 성장과정에서 아동들은 융합의 상태에서 분리가 이루어지며, 분리와 동시에 통합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서순태(2004)는 전래동화를 통해 내면화된 모티브는 유아에게 긍정적인 감성과 이성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며 내면적 질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질서에 의해 유아는 풍요로운 자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셋째.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호랑이와 어머니의 관계, 호랑이와 오누이의 관계, 오누이와 하늘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구성을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아동의 심리적 발달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랑이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어머니를 먹어 삼킨 후 보이는 호랑이의 변형, 호랑이와 오누이의 관계에서 집으로 찾아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는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를 피해 집밖으로 나와 나무를 거쳐 하늘위로 올라가는 아이들 등 변화하는 인물들은 아동의 심리적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인 것이다. 입으로 집어삼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똥을 배출하듯 집에서 나가는 결말을 보여주는 구성은 유아의 구순기에서 항문기를 거쳐 남근기로의 발달을 보여주는 여정인 것이다. 이 때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로서 떡과 똥은 오누이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하였다. 이야기 초반 오누이는 집안에서 엄마가 떡을 가져오기만을 기다리는 구강기의 유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집안으로 들어온 호랑이로부터 도망가기 위하여 똥 핑계를 댄다. 스스로 똥을 누러 나가는 항문기 유아의 모습이다. 이러한 발달과정에 있어서 어머니는 결정적인 존재로서 유아는 어머니로 인해 구순기에서 항문기로 발달해갈 수 있다. 이와 같이 전래 이야기의 서사는 상징적으로 인물들간의 관계 변화를 통해 심리적 발달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차경아(1997)는 주인공의 “집을 떠남” 모티브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성장으로 바라보았으며, 김만수(2011)는 탈출서사를 보여주고 있는 전래동화는 심리적 발달의 상징적 표현임을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동들은 발달과정에서 이드(id)가 지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아(ego)가 형성되어 나가는데, <빨간모자>,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과 같은 전래동화들도 이와 같은 서사구조로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벌어지는 양가감정의 문제를 다루며(Bettelheim, 1998; Sheldon, 2011) 심리적 발달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고 있는 맥락과 같다.

    본 연구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타난 인물들간의 관계 속에서 오누이가 성장하고 발달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어 텍스트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루지 못한 제한점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김환희(2007)는 각기 다른 그림작가에 의해 그려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그림책들을 대상으로 옛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변용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살핀바 있다. 그는 많은 그림책이 옛이야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젖먹이를 호랑이가 먹는 장면과 아이들이 호랑이에게서 벗어나기 위하여 똥마렵다고 둘러대는 장면의 생략으로 인해 담대하게 역경을 해쳐나가는 오누이가 오히려 무기력한 오누이로 변용되었음을 꼬집었다. 위기에 처한 오빠의 배짱과 침착성, 어수룩한 호랑이, 익살스러운 입말, 옛사람들의 이야기 철학, 삶의 지혜, 해학정신 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오누이는 무기력하고 호랑이의 계략에 속아 문을 열어준 뒤 하느님의 은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는 나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옛이야기는 듣는 이야기이지만 그림책은 보는 이야기로서 그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듣는 이야기는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라고 이야기꾼의 몸짓과 표정을 보면서 듣는 독자들은 충격을 덜 받게 되는 법이다. 그러나 그림책은 다르다. 그림책으로서의 옛이야기는 글과 그림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민속적 신화적 가치를 무시하고 잔혹한 화소를 무조건 잘라낸다고 아동들에게 유익한 그림책이 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본 연구는 유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책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오누이의 심리적 발달 과정을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살폈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과정을 중심으로 의미를 살피고 상대적으로 그림에 대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피종삼(2011)은 그림책은 글뿐 아니라 그림을 수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림의 표현과 상징성에 있어서 심리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한 것과 같이, 전래동화는 이제 더 이상 귀로만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책을 통해 보고 듣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그림을 함께 다루며 종합적인 측면에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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