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텍스트들에 대한 오손 웰즈의 영상 번안 전략 연구 -<맥베스>와 <오델로>의 영상 테크닉 비교 중심으로-

The comparative analysis between ‘Macbeth’ and ‘Othello’ of Orson We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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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mainly to examine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film adaptation and also investigate especially into the main strategy of Orson Welle film adaptations of literary works in terms of artistic approach of his own. The strategy of his film adaptation was not only to include the main intentions of original writers but also add his own vision and themes so that the process of adaptation could create the unique artistic works. During his own career, Orson Welles filmed many Shakespeare film adaptations. For example, Macbeth remains true to the play's text but present it with his visual vision in terms of artistic filming. Also Orson Welles didn't hesitate to add his own themes into his film adaptation ‘Macbeth’. But Welles dramatically changed his own conception of film adaptation when in filming his next project, ‘Othello’ since the film version which showed his changed conception of film adaptation was radically different from his prior adaptation. While his intention was still not to harm the original texts, his film version of ‘Othello’ was a creative adaptation but also included new themes and ideas of his own. Also one of his last adaptation films, ‘The Trial’ could be regarded as his best and ideal adaptation. Therefore Investigating into experiments of Orson Welles will prove beneficial to learning process of how to create unique film adaptations.

  • KEYWORD

    Orson Welles , Shakespeare , Franz Kafka , Film Adaptation , Macbeth , Othello , The Trial

  • 1. 들어가며

    인터넷 미디어가 영상산업의 주류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있어 영상 매체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각 매체간의 효율적 번안이다. 즉 문학, 연극, TV 드라마, 영화 등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매체 장르가 때로는 하나의 시리즈로 공유되기도 하고, 소설, 드라마의 관습이나 영화의 고유한 관습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매체에 대한 영상 번안 전략 고찰은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문학이나 연극, 특히 희곡처럼 연극이 갖는 상상력의 거대한 공간을 어떠한 전략을 통해 영화 속에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이 시대 감독들의 숙제이자 이미 고전적 영화감독들의 숙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고전 영화 중 효과적인 문학영화들에 대한 전략을 다시 고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미디어 통합 시대에 필수적 고찰이라 생각한다. 오손 웰즈의 희곡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 속의 번안 전략을 연구하는 일도 웰즈의 테크닉과 전략이 지금도 사용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손 웰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엄격한 흥행 전략 속에서도 가급적 일관된 작가정신을 유지한 감독이다. 특히 그의 효과적의 희곡 번안 영화들은 영화사의 고전으로 남게 되었다. 웰즈 자신의 영화경력은 굴곡이 심했는데 ‘영화 역사상 최고로 운이 좋았기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자신의 말처럼 데뷔작 <시민 케인>의 성공 이후 역설적으로 영화 경력은 하강상태에 빠져버렸다. 25살의 데뷔작에 쏟아진 당대 평론가들의 찬사 속엔 데뷔작의 성공이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거란 우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1) 후속작의 흥행 여부에 대한 스튜디오의 우려와 맞물려 할리우드는 <위대한 앰버슨가>에서 <알카딘>에 이르기까지 그의 후기 영화들 편집권을 대부분 박탈시키기도 했다.2) 문학 번안 영화였던 <위대한 앰버슨가>는 스튜디오에 의해 43분이 편집되었을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재촬영되었다. 보그다노비치는 ‘영화역사상 예술적으로 가장 불행한 사건’이라고 평했으며 웰즈도 ‘그들은 앰버슨을 파괴했고 영화자체는 나의 정신을 파괴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1974년 영국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39년 할리우드 입성당시를 회고하면서 “나는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받았으며 나중에서야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파괴되거나 도태되었으며 극소수만이 살아남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으며, 할리우드의 이야기는 지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3) 스튜디오의 일관된 압력에도 불구하고 오손 웰즈는 자신의 작품 경력 중 많은 부분을 문학 및 희곡을 번안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위대한 앰버슨가>, 셰익스피어 번안 3부작인 <맥베스>, <오델로>, <한밤의 종소리>,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 번안이며 자신이 최고의 작품이라 자부한 <심판>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수의 문학 번안 영화들을 남긴다. 특히 웰즈의 번안 영화들은 테크닉 측면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변증법적으로 발전시켜온 흔적을 보여주는데 가령 셰익스피어 번안에 있어 웰즈는 기본적으로 원본 텍스트의 존중을 강조했으나 <오델로>에서 보여준 파격적 재해석은 셰익스피어 원본을 존중하는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맥베스>와 <오델로>에서 웰즈가 보여준 2개의 상반된 번안 전략은 웰즈의 문학 텍스트 번안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변화해 왔음을 반증한다. 웰즈의 문학적 번안은 연극성을 강조한 번안의 예인 <맥베스>, 텍스트보다 영화적 재해석의 중점을 둔 파격적 번안 예인 <오델로>를 통해 번안영화에 대한 웰즈의 총체적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다. 희곡을 영화화할 경우 연극성을 최대한 강조해야 한다는 기존 영화학의 주장의 예로 앙드레 바쟁의 주장을 들 수 있다. 가령 바쟁은 희곡 텍스트의 보전 원칙을 전제로 해서 ‘연극 영화’의 실증적 제작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연극적 관습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 둘째, 연극 텍스트가 공연에서 갖는 최종 효과를 영상 매체 속에서 영화언어를 통해 효과적으로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를 위해 바쟁은 영화적 장치들이 오직 연극 관객들에게 미친 효과들을 영화 매체 속에서 되살리는 도구로만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웰즈는 <맥베스>에서 바쟁의 두 가지 원칙 기준을 충실히 수행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오델로>의 번안은 <맥베스>와 반대로 완전히 영화적 측면만을 고려한다. 이러한 두 가지 번안 전략은 연극의 영상 번안에 대한 두 가지 대표적 예들이라고 볼 수 있다. 오손 웰즈의 번안 전략을 고찰하는 것은 그의 작가적 세계의 일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론적 측면에 있어서 문학과 연극 텍스트를 영화적 언어로 번역하는 전략의 예를 파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본고는 오손 웰즈의 문학 및 연극의 영화적 번안의 예로써 셰익스피어 번안의 각기 상반된 2가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맥베스’와 ‘오델로’를 선정하여 이들 텍스트들의 영화적 번안 방법과 내러티브의 변형 과정, 그리고 영화적 스타일의 예시를 비교 고찰함으로써 오손 웰즈의 영화적 해석의 전반적 시스템을 고찰하고자 한다. 본고는 웰즈의 작가적 특징으로써의 콘텍스트와 영화 스타일의 원칙, 개별 작품들의 특징을 고찰함으로써 그의 문학영화에 대한 다양한 번안 전략을 살펴보도록 한다.

    1)앙드레 바쟁과 트뤼포는 오손 웰즈에 대한 평론에서 ‘웰즈는 영화적 시인이므로 스튜디오 시스템의 박스 오피스를 존중하는 체계와 근본적으로 조화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Andre Bazin & Jonathan Rosenbaum, Orson Welles: A Critical View, Acrobat Books, 1991, p.26.  2)웰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자신의 대사로만 다 쓰여진 영화는 <시민 케인>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3)Joseph McBride, What Ever Happened to Orson Welles?: A Portrait of an Independent Career, The University Press of Kentucky, 2006. p.12.

    2. 웰즈 희곡 영화의 핵심전략: ‘다면적 영상 텍스트’로의 변화

    웰즈의 문학영화 번안 전략의 핵심은 문학의 원작을 다면적 영상 텍스트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 웰즈의 영화들에 대한 비평가의 찬사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에 의거한다.4) 웰즈 스스로도 다층적 리얼리티, 다면적 의미의 층들이 존재 하지 않는 문학 텍스트에 흥미를 갖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1982년 인터뷰에서 웰즈는 ‘위험할 정도로 불균형한 스토리가 아니면 싫다. 외줄을 타는 대신 고속도로를 걷는다면 쉽게 싫증날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는 선형적 구성 (Linear Plot)을 지양하고 다면적 플롯과 주제를 추구하는 웰즈의 작가관을 드러낸다.5) 그러나 헤일린은 이러한 웰즈의 ‘다면적 리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과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웰즈의 영화들은 대중적 스릴러의 플롯에서도 다면화된 심오한 주제들이 잘 드러난다. 웰즈는 <맥베스>와 <오델로>에서 희곡 텍스트의 원작을 가급적 다면적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로 변환시키려 노력한다. 웰즈는 초기 영화들에서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보존했지만 이후 작품에선 대사의 해체를 시도한다. <맥베스>에서 웰즈는 셰익스피어 대사의 원전을 가급적 존중하고자 롱테이크와 클로즈 쇼트를 이용한 독백 장면을 여러 부분 삽입했으나 <오델로>에서 대사는 엄격한 분절과 해체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대사의 분절과 해체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일치 등 다양한 영화적 테크닉을 통해 이뤄지며 영화를 단순히 문학적 텍스트의 매개체로써 아니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다면적 텍스트로 변화시킨다. 웰즈는 다양한 영화적 문법을 통해 원본 텍스트를 다면적 영화 텍스트로 변환시키며 특히 효과적 몽타주 기법을 통해 이러한 전략 목표를 달성한다. 이러한 다면적 텍스트는 셰익스피어의 엘리자베스 시대의 세계관을 모던한 영화적 세계관으로 변화시킴으로 강조된다. 웰즈의 희곡영화들은 다면적 텍스트를 구성하기 위해 급진적 세계관을 투여하기도 한다. 웰즈는 셰익스피어 원작이 갖고 있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통합적인 세계관을 모던한 혼란의 세계로 대체시킨다. 번안 테크닉의 차이에도 불구, <맥베스>와 <오델로>는 공통적으로 원본 텍스트보다 급진적 세계 관을 보여주는데 <맥베스>에서 나타나는 미니멀리즘적 세트나 원시적 동굴의 로케이션, <오델로>의 흑백 실루엣의 느와르적 세계관과 혼란을 강조하는 충돌 몽타주 등은 셰익스피어의 중세 배경이기보다 원시주의적 (Primitivism) 장소이자 원초적 무정부주의의 현장들로 영상 안에 투사된다. 실제 웰즈의 셰익스피어 번안은 다른 감독들에 비해 영화적 특성을 강조한 것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안소니 데이비스(Anthony Davis)는 올리비에 영화들이 일반적으로 연극의 연장선으로써 인식되는데 반해 웰즈의 셰익스피어 번안은 셰익스피어보다 영화 매체의 특성 자체로써 더 흥미를 끈다고 설명한다.6) 웰즈는 스스로 탁월한 연극배우였음에도 기존 셰익스피어 번안영화에서 흔히 배우들의 연기가 강조된 것과 달리 파격적 해석과 영화적 장치 구성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7)

    이러한 웰즈의 주관적 해석은 이미 셰익스피어 연극 연출 당시에도 급진적 해석을 했던 경력과 맞물린다. 웰즈는 <맥베스> 영화의 기반이 된 연극 공연에서 흑인 배우의 기용뿐 아니라 극중 배경 역시 하이티 섬으로 대체시키며 보다 원초적 원시주의를 강조하고 셰익스피어 번안의 파격적 예를 보여줬다. 안소니 데이비스는 웰즈가 자유로운 번안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재해석한다고 설명한다.8) 웰즈는 극중 배경과 캐스팅의 변화 뿐 아니라 캐릭터의 본질 역시 원작과 다르게 해석하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은 원작보다 훨씬 능동적 주체들로 묘사된다. 이는 웰즈의 영화들이 운명론적 캐릭터보다 모던한 주체성을 가진 현대적 캐릭터를 더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9) <맥베스>와 <오델로>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능동적 측면이 강조된다. 맥베스의 죽음은 비록 비참하나 올리비에의 번안영화인 <햄릿>처럼 프로이드적 고뇌에 빠진 심리적 인물의 결과론적 운명이기 보다 자기주장이 강한 인물의 최후로 비춰진다. 오델로의 죽음 역시 슬픔에 빠진 절망적 측면보다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능동적 선택에 의하여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써 묘사된다.

    4)앙드레 바쟁은 영화 <샹하이에서 온 여인>가 웰즈 영화 사상 가장 충만하며 다양한 의미의 층을 내재한 작품이며 이는 하찮은 대본의 식상한 스릴러 플롯에도 불구하고 내재된 다면적 주제들이 방해받지 않고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5)Clinton Heylin, Despite the System: Orson Welles Versus the Hollywood Studios. Chicago Review Press, 2005, p.205.  6)Anthony Davies & Stanley Wells, Shakespeare and the Moving Image: The Plays on Film and Televis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4, p.4.  7)로저 만벨은 1971년 올리비에의 셰익스피어 번안 영화들의 덕목이 올리비에 개인의 카리스마적 연기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셰익스피어 연극에서 스타 배우가 주도하는 연기의 시대를 재현했다고 주장한다. 웰즈는 반대로 영화적 장치에 심혈을 기울인다, Russell Jackson, The Cambridge companion to Shakespeare on film,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p.184.  8)실제로 웰즈는 맥베스의 연극버전 제작에서 스코틀랜드의 배경을 하이티의 섬으로 바꿨는데 초자연적인 힘이 주도하는 맥베스의 배경은 ‘부두’의 사회적 콘텍스트 속에서만이 더 신뢰가 있다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Anthony Davies, Filming Shakespeare's Plays : The Adaptations of Laurence Olivier, Orson Welles, Peter Brook and Akira Kurosawa.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p.86.  9)Mark W. Estrin, Orson Welles: Interviews (Conversations With Film makers Series). University Press of Mississippi, 2002, p.97.

    3. 할리우드 불가시 편집법과 러시아 몽타주의 혼용

    웰즈는 편집이 영화작가의 핵심 기술이라 확신한다. 그의 작품 전체를 통해 웰즈는 일관된 편집 테크닉보다 고전적 할리우드 편집법인 불가시 편집과 이미지의 충돌을 통한 러시아 몽타주 테크닉을 혼용한다. 할리우드의 고전적 편집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관객이 편집 자체를 의식 못하게 하는 불가시 편집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러시아 몽타주는 상반된 이미지 쇼트들을 일부러 충돌시키면서 관객에게 주도적이자 변증법적 해석을 유도한다. 웰즈는 불가시 편집과 러시아 몽타주를 동시에 사용한다. <맥베스>와 <심판>에선 불가시 편집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오델로>는 어트랙션 몽타주를 통해 쇼트와 쇼트의 충돌은 물론 한 프레임 내의 이미지와 이미지, 혹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충돌시켜 일종의 생소화 효과와 더불어 영화 속의 연극적 효과를 구사한다. 보드웰은 ‘하나의 사건을 요약하거나 시간의 경과를 나타나기 위해 구성된 상징적, 혹은 전형적 영상으로 압축시킨 분절단위’를 가리켜 ‘몽타주 시퀀스’로 부른다.10) <오델로>에서는 이미지의 충돌을 노리는 어트랙션 몽타주가 주로 사용된 반면 <맥베스>에선 보드웰이 말한 전형적 몽타주 시퀀스가 여러 신들에서 사용된다. 영화 오프닝에서 마녀들의 저주 의식이 등장하는데 붉은 색채의 마법 솥과 저주의 재료들의 이미지가 점차 맥베스의 찰흙 두상으로 변하는 장면은 웰즈가 사용한 몽타주 시퀀스의 대표적 예다. 맥베스의 오프닝 역시 짧은 쇼트로 이뤄진 급박한 몽타주 시퀀스로 이뤄진다.11) 이러한 몽타주 시퀀스들은 이후 극의 주요한 부분마다 하나의 단위처럼 등장하면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과 정보를 함께 전달한다. 인상적 몽타주 시퀀스의 예로 던컨을 죽인 후 보게 되는 환상 신과 마녀를 불러내는 신을 들 수 있다. 맥베스는 던컨을 죽인 후 피로연에서 던컨의 환상을 보고 놀라서 소리친다. “나보고 했단 말인가. 그 피투성이 머리털을 이쪽에 대고 흔들지마.” 놀란 맥베스의 얼굴은 그가 가르치는 손가락의 그림자로 가려지며 손가락의 그림자는 동굴 벽 전체를 뒤덮으며 동시에 카메라는 그 그림자를 따란다. 카메라가 팬을 멈추면 던컨의 환상이 피로연 자리 끝에 앉아 있다.

    반면 <오델로>는 영화의 오프닝부터 마지막까지 어트랙션 충돌 몽타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파격적 해석은 영화제작 당시 상황, 즉 제작비의 부족함과 배우들의 스케줄로 인한 편집 촬영 등에도 기인하겠지만 무엇보다 웰즈의 번안영화에 대한 전략이 한층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이젠슈테인은 현상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현상의 피상적 모습을 분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2) 웰즈가 어트랙션 몽타주를 사용하는 이유는 현상의 진실을 꿰뚫는 이미지의 분해와 충돌을 통해 텍스트 해석의 다면적 측면을 강화시키고 영화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게 유도하기 위함이다. 연극관객은 보통 무대의 공연이미지를 연속적으로 포착하며 중요한 부분에 대한 충격을 통해 지각으로 재구성한다. 즉 모든 공연은 관객의 머릿 속에서 재창조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며 능동적 과정이 연극공연의 지각과정이라면 영화는 오직 스크린이 주는 활동사진의 현실감을 통해 주어진 이미지를 지각하며 심리적으로 ‘현장에 피사체가 확실히 존재한다’란 즉물적 리얼리티만을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눈앞에 펼쳐진 사진적 이미지의 ‘의미소’는 오직 단일하게 내재된 의미, 즉 ‘현장에 실재가 존재한다’란 내포만을 투사한다. 반면 이미지와 이미지, 혹은 이미지와 사운드 등 충돌로 이뤄진 콜라주 몽타주는 연결된 시퀀스 자체로써의 독자적 의미소로써 발현되면서 텍스트의 해석 가능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오델로>는 사운드와 연계되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의 충돌 몽타주만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함으로써 극의 주제와 느낌을 좀 더 다층화 시킨다. 다이제시스(Diegesis)의 템포와 편집리듬, 사운드는 각각 서로 충돌하면서 혼란스러움을 강화시킨다. 야외 장면의 몽타주는 바닷가의 파도와 성의 실루엣, 병사들의 모습, 깃발과 나팔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충돌하며 이러한 충돌 몽타주는 빠른 팬 화면, 핸드헬드 카메라 등과의 조합으로 한층 더 강화된다. 이러한 피사체들의 추상적 이미지와 충돌의 몽타주가 주는 다면적 의미는 이미 텍스트를 능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화면은 내러티브 전달보다 모호한 이미지의 공간으로 변모된다. 가령 초반부 나팔수가 나팔을 부는 신에서 나팔소리는 첫 번째 쇼트에서 나팔수의 모습과 함께 등장하지만 두 번째 쇼트에선 나팔의 클로즈쇼트만이 등장하고 세 번째 쇼트에는 전면의 화면 프레임을 뒤덮는 깃발들 사이로 거의 보이지 않는 나팔들의 이미지로써 점차 왜곡화되고 축소되어진다. 웰즈는 <시민 케인>에서부터 사용된 딥 포커스(Deep Focus)와 와이드 앵글, 피사체의 내재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로우앵글과 하이 앵글의 대위법, 그리고 사선 구도를 강조함으로써 캐릭터의 주관적 심리 불안을 묘사하는 ‘사각의 화편화’ (Canted camera framing)등 다양한 영화문법들을 사용한다.13) 이러한 테크닉들은 스크린 속 사실주의 공간에서 사라진 연극무대의 상상적 공간을 대체한다. 웰즈는 <오델로>에서 누벨바그의 헨드 핼드 카메라 기법에서 프랑스 인상주의에서의 주관적 심리 카메라와 시네마 베리떼의 거친 리얼리티까지 가미시킨다. 실제 오손 웰즈가 그의 경력 후기에 이상적으로 추구했던 영화형식은 ‘에세이 영화’로, 80년대 초반 미완성 프로젝트 영화인 <돈키호테>에서 웰즈는 이미 이러한 에세이 형식을 강조하고자 노력했다.14) 이러한 에세이 영화 형식의 핵심은 카메라 핸드 헬드 기법과 즉흥적 촬영을 강조함으로써 영화적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후 웰즈의 후기 작품들인 , 등으로 진행될수록 에세이 형식은 점차 강조된다.

       1) 편집을 배제한 연극적 관습의 직접적 투사 : <맥베스>

    <맥베스>는 연극적 관습을 완벽하게 재현시키려는 전략을 보여주는 영화다. 웰즈는 실제로 연극적 구도와 장치들을 영상 안에 가감 없이 등장시킨다. 웰즈가 추구하는 영화 속의 연극성(Theatricality)은 배우들의 등퇴장 관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맥베스가 말을 타고 오는 첫 장면에서 맥베스와 반코는 무대에 입장하듯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간다. 쇼트 역시 무대의 프로시니엄 아치를 연상시킨다. 배우들의 등퇴장의 관습 뿐 아니라 쇼트 안에서의 위치 역시 연극적인데 <그림 1>에서 보듯 마녀들은 롱 쇼트 구도에서 우측 언덕에 연극배우들처럼 서있다. 이러한 등퇴장의 방향성이나 프레임 내의 연극적 구도는 영화 전반에 걸쳐 유지된다. 이러한 연극적 관습의 지속은 필름의 프레임을 마치 연극 무대의 프로시니엄 아치의 연장선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웰즈는 일부러 연극적 공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 후반부 마녀들에게 다시 자신의 운을 질문하기 위해 불러내는 장면에서 지금까지 영화가 구축한 영화적 리얼리티의 공간은 사라지고 연극적 ‘배경막’이 직접 등장한다. 맥베스가 서 있는 언덕 위 하늘 배경에는 나무와 십자가, 건물 그림자가 연극의 한 장면처럼 검은 실루엣의 그림자들로 비춰진다.

    이러한 배경막의 직접적인 등장은 의도적이며 일종의 ‘생소화 효과’까지 주는데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영화 <리처드 3세>에서 등장하는 그림 배경막과 비슷한 연극적 효과를 준다. 반면 <오델로>는 배경막이나 연극적 미장센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실제 성과 바닷가 등 영화적 로케이션만 존재한다. <맥베스>에서 연극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영화적 장치는 극단적인 롱테이크다. 맥베스의 아내가 맥베스에게 암살을 부추기는 대목부터 암살 과정, 암살현장이 발견되는 마지막 장면 전체를 9분 57초의 극단적 롱테이크를 통해 하나의 쇼트로 처리한다. 이러한 롱테이크는 셰익스피어 원작 텍스트의 연극성을 스크린 속에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인데 웰즈는 롱테이크를 통해 독백의 연극적 관습은 물론 연극적 연기의 리얼리티도 보전시킨다. 후반부 영국으로 피신한 맥더프가 자기 부인과 아이들이 참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개하며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에서도 웰즈는 이를 6분 15초의 롱테이크로 연결시키면서 연극적 리얼리티를 살리려 노력한다. <맥베스>의 또 다른 연극적 관습으로 모든 대사는 구체적 이미지와 1대1로 연결되며 구체적 시각의 은유화를 이룬다. 배우들의 대사는 희곡 원본과 완벽히 일치할 뿐 아니라 대사와 이미지는 직접 연결된다.15) 반면 <오델로>에서 배우의 대사와 이미지는 충돌하며 각자 따로 이뤄진다. <오델로>의 대사 텍스트들은 화자의 입술모양이 어둠으로 가려지는 경우가 많고 내레이션처럼 들리게 만든다. 웰즈는 <오델로>의 셰익스피어 대사를 의도적으로 단절시키고 낭독하는 배우의 얼굴을 가림으로 대사 텍스트와 이미지의 직접적인 연결성은 사라지는 대신 투사되는 시각적 이미지와 사운드인 텍스트를 상호 충돌로 파악하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와 대사의 지속적 단절성은 생소화 효과를 갖게 만든다. 웰즈의 두 영화 속 번안 전략의 차이는 클로즈업 사용에서도 대조를 이룬다. <맥베스>의 클로즈업은 주로 감정의 몰입과 독백의 강조 등 극중 캐릭터의 주관적 진실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반면 <오델 로>의 클로즈업은 캐릭터의 감정과 관련 없는 순수한 조형적 이미지와 충돌 몽타주를 위한 재료로 사용되면서 관객에게 생소한 느낌을 준다. <맥베스>의 내러티브는 엘리자베스 시대극의 통합되고 질서 있 는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가령 등장하는 시각적 소품들 역시 일원화된 의미를 지니고 정렬되어 등장한다.16) 이러한 질서 있는 소품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동일한 상징을 유지한다. 가령 촛불은 성스러운 선의 상징이며 종교의 상징으로 통일된다. 맥베스의 예언이 쓰인 편지를 아내가 읽자 바람에 꺼져 버리는 촛불은 맥베스 부인의 도덕적 타락과 멸망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던컨왕과 병사들이 맥베스 성에 찾아왔을 때 기도를 올리면서 왕과 병사들은 무릎을 꿇고 손에 든 촛불에 불을 붙인다. 사탄을 부인하느냐는 기도문을 듣고 왕과 병사들은 촛불을 들어 올린 채 부인한다고 외친다. 촛불의 일관된 상징성은 영화 후반부 맥베스 부인이 몽유병처럼 촛불을 들고 오다 떨어뜨리면서 핏자국을 지우려는 장면에서 다시 강조된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적 상징물 역시 일원화되고 의미가 유지된다. 십자가는 맥베스가 앞으로 저지를 불경한 죄를 상징하는 직접적 시각 모티프인 동시에 카와도르의 영주가 처형될 때 엄습했던 죽음의 이미지로도 사용되지만 던컨이 맥베스에게 찾아올 때 비극적 운명을 상징하듯 주변을 감싼다. 반면 <오델로>에서 사용되는 소품의 의미는 결코 일관된 이미지가 아니며 두 개의 이미지가 충돌하는 몽타주 형태로만 드러난다. 나팔과 깃발의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고 프로타고니스트의 이미지는 바닷가의 파도와 병사, 깃발 등의 이미지들과 컷의 연결로 충돌된다.

    <맥베스>는 <오델로>에 비해 <시민 케인>에서 등장했던 고전적 불가시 편집법이나 로우와 하이 앵글의 대위법 등의 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특히 고전적 편집의 경우 시퀀스 내에서 이미지는 상호 충돌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러티브와 다이제시스 속에 포함된 하나의 단위로만 다뤄질 뿐 관객은 충돌 몽타주에서 느끼는 혼란을 느끼지는 않는다. 로우와 하이 앵글의 대위법 역시 피사체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며 다이제시스 진행 자체에 혼란과는 무관하다. 웰즈는 <맥베스>에서 짧은 몽타주 시퀀스를 삽입해서 연극 무대가 가진 상상적 공간의 효과를 대체할 영화적 시각 이미지의 군집들을 구성한다. 로우앵글과 하이앵글의 대위적 구성 역시 <시민 케인> 이래 웰즈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테크닉인데 내러티브의 극적 상황마다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카우도르의 전 영주가 처형당하기 직전 단두대 장면에서 웰즈는 로우앵글을 통해 압도적 운명의 힘을 관객에게 느끼게 만든다. 반면 말을 타고 막 달려온 맥베스의 모습은 극도의 하이앵글로써 보이면서 맥베스가 앞으로 처할 비극적이며 운명론적 상황을 암시한다. 결과적으로 웰즈는 <맥베스>에서 연극적 관습들, 즉 무대 등퇴장의 관습, 롱테이크를 통한 독백 관습, 소품의 일관된 상징성, 몽타주 시퀀스나 하이 로우 앵글의 고전적 사용을 통해 연극적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2) <오델로> : 점프컷과 ‘충돌 몽타주’의 혼용

    <맥베스>와 대조적으로 <오델로>는 롱테이크 사용을 최소화한다. 웰즈는 의도적으로 점프컷을 빈번히 사용함으로 관객이 내러티브가 아닌 영상 이미지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점프컷들은 배우의 행동선 및 시공간의 연속성을 단절시켜 극중 몰입을 방해하는 일종의 생소화 효과를 가져온다. 초반부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와 결혼한 이유를 장인에게 설명하는 장면에서 대사 진행 도중에도 점프 컷으로 연결되며 이후 데스데모나가 다가오는 클로즈업으로 마감된다. 행동의 템포 역시 의도적으로 끊기는데 가령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오델로에게 ‘그녀에게 속지 마시오’라고 말하며 걸어 나가는 장면에서 아버지는 다음 쇼트에서 급작스럽게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중반부 오델로가 군중들 앞에서 데스데모나의 뺨을 때린 후 대사하는 긴 문장 중간 장면에 그녀는 갑자기 정지한 채 서 있는 쇼트로 삽입되고 다음 등장하는 그녀의 쇼트에는 데스데모나는 이미 걸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연속성을 단절시키는 점프컷은 영화 전반부에 동일하게 반복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오델로가 데스데모나를 살해하는 장면도 점프 컷으로 처리된다. 오델로는 ‘당신과 함께 있을 시간이 한 시간 밖에 없다’며 서서히 침대에 앉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이후 등장하는 컷에선 갑자기 클로즈 쇼트로 그녀를 안고 있는 오델로가 보인다. 영화는 끊임없는 동작의 분절을 유도하는 점프컷을 강조한다. <맥베스>가 독백의 롱테이크를 통해 연극적 관습의 리얼리티를 그대로 전하려 노력했다면 <오델로>는 짧은 대화 장면조차 쇼트들을 매번 파편화시켜서 생소화 효과를 노린다. 동일 공간 속에서 동작을 분절시키는 점프컷의 예로 에밀리아와 데스데모나가 오델로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각기 다양한 앵글과 클로즈쇼트로 파편화 되고 충돌하면서 동일 장소, 동일시간이란 일관성으로써가 아닌,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컷의 충돌뿐 아니라 프레임 내 이미지들 역시 충돌한다. 에이젠슈테인은 쇼트와 쇼트의 충돌 뿐 아니라 프레임 내부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영화적 이미지의 충돌을 ‘잠재적 몽타주’로 지칭했는데 웰즈는 이러한 프레임 속 잠재적 몽타주를 <오델로>의 주요 장면마다 의도적으로 삽입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불안정한 사선구도가 프레임들을 지배한다. 특히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가 강조되는 대목에서 사선구도가 자주 등장하는데 데스데모나가 죽는 장면에서 그녀가 사선으로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면 구도는 프레임 내의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킨다. 오델로에서 가장 극적인 충돌 몽타주는 목욕탕 바닥에 숨은 로드리고를 발견하고 이아고가 칼로 바닥을 찔러 죽이는 신에서 등장한다.

    그림 (3)은 웰즈가 처리한 살인장면이다. 화면에서 칼을 든 손의 형체는 사라지며 바닥을 향해 찌르는 은빛 칼의 이미지만이 등장하는데 이때 핸드헬드 카메라의 사용과 인상주의 영화의 심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충돌하면서 혼란 속의 죽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시퀀스는 연극적 은유를 영화적 테크닉으로 효과적으로 변용시킨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오델로>에서 웰즈는 <맥베스>와 반대로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잦은 사용과 사선 구도를 통해 영화예술만의 특징을 강조한다.

    <오델로>에서는 이미지의 충돌뿐 아니라 대사와 이미지도 충돌하면서 관객에게 의도적인 혼란을 준다. 웰즈는 이전 작에 비해 텍스트 원작에 대해 과감한 분해를 시도하는데 <오델로>에서 셰익스피어의 핵심 플롯, 내러티브, 주요 대사 부분만 보전하고 나머지 텍스트는 이미지들로 대체한다. 이러한 원작 텍스트의 과감한 해체는 화자의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일치로 이어진다. <오델로>에서는 대사를 하는 화자의 존재조차 불분명하게 드러난다. 텍스트의 화자 자체를 인식하기 힘들 뿐 아니라 대사의 사운드 역시 음악을 통해서 불분명하게 마무리된다. 이아고가 ‘나는 저 무어인이 싫어’라고 대사하는 부분에서 이아고의 얼굴은 거의 그림자의 실루엣에 가린 채 보이지 않고 입모양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후 다른 배우들의 대사 장면에서도 배우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고 롱 쇼트 이상의 원거리의 실루엣에서 오버랩 사운드로만 처리된다. ‘아버지를 속인 여자이니 자네도 속일 수 있네’라고 외치는 데스데모나 아버지의 대사 장면에선 원경의 얼굴조차 식별하기 힘들게 처리된다. 오델로가 응답하는 부분도 웰즈의 뒷모습 실루엣으로 처리되며 실제 대사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웰즈는 대사를 나레이션 스타일의 오버랩으로 변환시키고 대사의 의미 자체도 해체시키면서 관객의 주의를 영상 이미지에만 집중시키게 유도한다. 화자의 불분명성과 대사의 분절화는 영화 내내 지속되는데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딸에게 남편을 사랑한다는 증언을 듣고 회의장을 떠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사람들의 대화가 들린 후 다음 쇼트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점프컷을 통해 멀리 가버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사 텍스트 역시 중간에 음악만이 오버랩 되면서 사라진다. ‘쓸데없는 모험을 한다고 섣불리 생각해선 안 될 거요’란 마지막 대사가 끝나기 전 화면은 다음 장면으로 오버랩 되고 대사 마지막은 음악에 묻혀버린다. 이처럼 음성적 정보는 의도적으로 희석화 시키면서 영상 이미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맥베스가 이아고에게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긴 대사 역시 해안가의 파도 이미 지나 이아고의 냉혹한 눈빛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의도적으로 단절된다. 이아고의 모함에 넘어가서 아내의 부정을 저주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도 웰즈는 오델로의 뒷모습 실루엣만 보여준다. 웰즈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의 몰입을 차단하고 사운드와 이미지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가령 이아고와 로드리고의 목욕탕 장면에서 ‘내일 저녁까지 데스데모나를 못 차지하면 날 배신자로 여기고 죽여도 좋아’라는 대사의 다음 쇼트는 지옥의 불꽃처럼 하얀 연기가 끓어오르는 물통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관객은 이아고의 대사 내용과 일치하는 죽음의 은유적 이미지에 반응하지만 동시에 대화 장면 사이 갑자기 끼어든 이미지로 생소한 느낌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웰즈의 <오델로>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대신 대사와 이미지의 충돌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 문학적 텍스트의 직설적 번안을 막고 이미지와 사운드 자체에 충실한 영화로 남게 되었다.

    10)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 『영화예술 : Fim Art : An Introduction』, 이론과 실천, 1993, p.585.  11)여기서 몽타주 시퀀스는 러시아 식 몽타주가 아닌 할리우드 연속 편집 시스템 속의 몽타주를 의미한다. 레프 쿨레쇼프는 러시아식 몽타쥬와 할리우드의 연속편집, 즉 편집 자체를 불가시화시키는 오늘날의 사실주의적 편집을 ‘숏의 미국식 몽타주’로 구분해서 호칭한다, 뱅상 아미벨. 『몽타주의 미학』. 곽동준, 한지선 역. 동문선, 2009, p.22.  12)로버트 랩슬리, 마이클 웨스틀레이크. 『현대 영화 이론의 이해』. 이영재. 김소연 역. 시각과 언어, 1995. p.91.  13)사각의 화편화(canted camera framing)는 데이빗 보드웰이 지칭한 용어로 피사체가 사선 으로 이뤄진 프레임 쇼트의 불안정한 구도를 통해 관객에게 불안감과 공포, 혼란의 정서를 강조하는 쇼트를 말한다.  14)Jonathan Rosenbaum, Discovering Orson Welle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7, p.78.  15)웰즈는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관념적 이미지를 전달시키기 보다는 구체적 시각화를 통해 대사의 영상적 은유를 시도한다. 던컨왕이 제비에 대한 대사를 할 때 실제 제비가 날개짓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든가 맥베스가 암살을 고민하다가 자신을 겨눈 ‘마음의 단검’을 상상할 때 실제 등장하는 포커스 아웃의 단검 신에도 드러난다.  16)로버트 샤우네시는 셰익스피어 원본 뿐 아니라 모든 셰익스피어 번안영화에서 소품의 영향력은 강력히 작용했다고 기술한다. 샤퍼(Schaefer)의 맥베스 번안에서는 2개의 왕관이 등장하며 마녀들이 조롱삼아 맥베스에 건네줬던 가시왕관이 등장하고 반쿠오의 아들에게 뺏길 수밖에 없는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등장한다, Robert Shaughnessy, Shakespeare On Film: Contemporary Critical Essays, St. Martin’s Press, 1998, p.34.

    4. 나아가며

    웰즈의 <맥베스>와 <오델로>는 셰익스피어의 문학 텍스트에 대한 영상 번안의 각기 다른 전략을 드러낸다. <맥베스>가 셰익스피어 대사의 원전과 연극적 성격에 대한 ‘직접 보전’을 목표로 연극 장치인 배경막을 사용하고 롱테이크를 통해 연극의 전형적 관습인 독백을 직접 촬영함으로 연극적 관습의 느낌을 영상 내에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걸 목표로 했다면 <오델로>는 보다 독자적 영화 언어 구현에 중점을 두면서 어트랙션 몽타주와 화면 속 충돌 몽타주를 통해 관객에게 생소화 효과로 연극 관객의 능동적 해석을 영화 속에 구현하려 했다. 웰즈가 맥베스와 오델로에서 보여준 문학적 텍스트의 영상 번안 기술은 이후 문학 영화들에서 변증법적으로 통합된다. 가령 <심판>은 번안 스타일 측면에서 <맥베스>와 <오델로>에서 구현하려 했던 테크닉의 결과물로 카프카의 원전 텍스트가 가진 상상력의 공간을 영화적으로 개방시키는데 성공한 작품이었다. 웰즈 자신이 <심판>에 관해 개인적 만족감을 드러냈던 이유도 <맥베스>와 <오델로>의 번안 전략의 총체적 합산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문학, 연극의 텍스트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재구현하는가의 문제는 작가 개개인의 번안전략에 달린 것이겠으나 웰즈의 예에서 보았듯 획일적 전략과 번안의 규칙만으론 작품이 가진 독특한 주제와 스타일을 영상 속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 원래의 매체가 당시 관객에게 끼쳤던 최종적 효과를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이란 웰즈의 충고처럼 내러티브 투사에 전념하면서 동시에 절충적이고 유연한 번안 전략을 통해 영상화시키는 방법만이 현대 문학 텍스트와 연극 텍스트의 효과적인 영상적 번안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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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랩슬리 로버트, 웨스틀레이크 마이클 1995 『현대 영화 이론의 이해』. 이영재. 김소연 역. google
  • 3. 아미벨 뱅상 2009 『몽타주의 미학』. 곽동준, 한지선 역. google
  • 4. Bazin Andre, Rosenbaum Jonathan 1991 Orson Welles: A Critical View, Acrobat Books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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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Shaughnessy Robert 1998 Shakespeare On Film: Contemporary Critical Essays.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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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 [(그림 2)] 
  • [(그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