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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Englishness and Anti-Semitism: Virginia Woolf’s “The Duchess and the Jeweller” 영국성과 반유태주의: 버지니아 울프의 ?공작부인과 보석상?*
  • 비영리 CC BY-NC
ABSTRACT
Englishness and Anti-Semitism: Virginia Woolf’s “The Duchess and the Jeweller”
KEYWORD
anti-Semitism , assimilation , ethnography , caricature , Englishness , “The Duchess and the Jeweller” , Virginia Woolf
  • I.

    1945년 「민족주의에 관한 소고」(“Notes on Nationalism”)에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당대 문인들의 반유태주의에 관한 정치적 도덕성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기술한 바 있다. 그는 유럽의 지식인 및 문인들이 제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유태인에 대한 억압과 만행을 규탄하고 모든 문학에서 반유태주의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으나, 실제로는 양차대전 사이 반유태주의가 지식인층에도 널리 퍼져있었다고 지적한다. 오웰은 유럽 정치사와 문화 전반에 실행되었던 반유태주의를 묵인하는 것은 오히려 뿌리 깊은 반유태주의를 악화하는데 일조한다고 주장한다(Lowenstein에서 재인용 32). 이러한 오웰의 주장은 모더니즘 비평사를 조망할 때 의미심장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주로 미학적, 형식적 관점에서 논의되었던 모더니즘 비평이 근래 들어서 역사적, 정치적 관점에서 조명되고 특히, 모더니즘과 파시즘, 혹은 개별 모더니스트 작가와 반유태주의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양상의 타당성에 힘을 실어준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오웰의 진술을 단초로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1938년 『하퍼스 바자』(Harper’s Bazzar) 지에 기고한 단편 소설 「공작부인과 보석상」(“The Duchess and the Jeweller”)을 중심으로 울프의 모더니즘과 반유태주의에 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월요일 혹은 화요일」(“Monday or Tuesday”)이나 「큐 가든」(“Kew Gardens”) 등과 같은 대담한 문학적 형식의 실험성을 표방하는 울프의 대표적인 단편들이 호가스 출판사를 통해 발표된 것과 달리,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잡지라고 할 수 있는 『하퍼스 바자』에 수록되었다.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이 단편소설에 나타난 평이한 사실주의 양식과 캐리커처 기법으로 형상화된 인물 구성 등으로 인하여 이 작품은 한동안 울프 비평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다. 이 단편에 대한 초기 비평으로는 이 작품을 주로 형식적 측면에서 고려하여 플롯 구성이나 단면적 인물 구상 등을 중심으로 언급한 사례를 들 수 있다. 1956년 제임스 해플리(James Hafley)는 형식적 실험성이나 미학적 완성도를 드러내는 울프의 다른 작품에 비해 독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의 예로 「공작부인과 보석상」을 거론한 바 있다(13). 딘 볼드윈(Dean Baldwin) 역시 「공작부인과 보석상」이 지나치게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진부한 단편소설 기법을 구사한다고 지적하며 이 작품을 대중적인 잡지에나 어울리는 소설 양식에 순응한 예로 언급한다(61-62).

    초기 비평가들이 「공작부인과 보석상」을 모더니스트로서의 울프의 언어적 특질이 드러나지 않는 작품으로 짤막하게 거론한 이래 이 단편은 한동안 울프 비평에 있어서 주목받지 않았다. 그러나 줄리아 브릭스(Julia Briggs)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에 드러난 울프의 반유태주의에 대한 태도를 거론한 이후에 이 작품에 대한 최근 비평은 울프와 반유태주의에 대한 정치적 논의를 중심으로 활발해진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출간 당시부터 반유태주의논란에 휩싸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위대한 보석상의 삶의 여정」(“Passages in the Life of a Great Jeweller”)이라고 제목을 붙였던 초기 원고에 대해 뉴욕의 출판대행인 조셉 챔버룬(Joseph Chamberun)은 이 단편이 “유태인에 대한 심리적 연구”라는 이유로 출간을 거부하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Lee에서 재인용 679). 1930년대 후반 나치즘의 폭력적인 반유태주의의 활성화와 유럽의 유태인 난민들을 수용하는 이민정책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쟁점이 되는 시기에 인종주의적 고정관념에 근거한 유태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울프 단편 전집을 편집한 수잔 딕(Susan Dick)의 비교에 따르면 「공작부인과 보석상」 초기 원고에는 보석상이 유태인인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Dick 309). 출판본의 주인공 올리버 베이컨(Oliver Bacon)은 타자본에서 띠오로도릭(Theorodoric) 혹은 이시도르 올리버(Isidore Oliver)이라 불리워(Ms. 74) 보석상의 인종적 정체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암시한다. 또한 타자본은 보석상이 런던의 화이트채플(Whitechapel) 유태인 거주지에서 자랐던 자신의 유년을 회고하면서 스스로를 “어린 유태인 소년”이라 부르며(Ms. 74), 화이트채플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모조진주와 모조머리카락으로 치장한 유태인 여성들”1)을 묘사하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Ms. 74, 75). 타자본은 또한 보석상이 “bet”을 “pet”으로 발음하는 등의 뚜렷한 유태인 억양을 꼬집어 지적하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Ms. 74, 75). 울프가 레너드 울프의 중재에 따라 초기 원고를 수정하면서 출판본에서는 보석상의 이국적인 이름을 포함하여 그가 유태인임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언급이 모두 수정 혹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허마이오니 리(Hermionie Lee)가 지적하듯이 보석상이 “유태인”(Jew)임은 「공작부인과 보석상」이라는 제목의 일부(Jeweller)에 교묘하게 내포되어 있다(279-80). 출판본에서도 여전히 보석상이 유태인임을 쉽사리 추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챔버룬이 염려했던 대로 수정을 거친 후에도 “스코틀랜드 사람 혹은 아일랜드 사람에 대한 심리적인 연구”로 읽힐 수는 없었던 것이다(Lee에서 재인용 679).

    울프와 반유태주의를 논의하는 최근 비평에서 브릭스, 케이트 크루거 핸더슨(Kate Krueger Henderson)과 라라 트루보위츠(Lara Trubowits) 등은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유태인으로 상정되는 보석상이 신체적, 문화적으로 비하되어 묘사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Briggs 182, Henderson 2, Trubowitz 277). 브릭스가 논의하듯이(182), 유태인 보석상을 그리는 울프의 캐리커처는 양차대전 사이 영국 내에서 조직화된 파시스트 정치단체가 표방하는 폭력적인 반유태주의와는 구별된다고 하더라도 영국 역사와 문화를 통해 관습화된 반유태주의 정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재생산하는 것일까?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출간을 둘러싼 정황으로 볼 때 울프가 글쓰기에 반유태주의 담론을 차용하면서 그 정치성에 대해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고 상정하기는 어렵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수정 과정에서 보석상이 유태인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을 삭제하되, 화이트채플 지역의 유태인 거주지에 대한 묘사, 인종주의적 정형화에 근거한 긴 매부리코에 대한 과장된 묘사, 베이컨이라는 이름을 통해 유태인의 음식문화에 대한 암시 등을 뚜렷하게 남김으로써 울프는 수정 후에도 이 단편이 여전히 “어느 유태인에 대한 심리적인 연구”로 남게 한다. 인종주의적 편견에 근거한 정형화된 외모와 유태인의 직업 및 생활양식에 대한 일상화된 편견을 부각시킴으로써 울프는 보석상의 인종적 정체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훤히 드러나도록 숨기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핸더슨은 울프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수정과정에서 논란이 된 반유태주의를 삭제하거나 수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백한 반유태주의를 살짝 감추듯이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보석상이 유태인임을 간과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6). 실제로 울프는 수정 과정에서도 이 단편을 “유태인과 공작부인”으로 칭하고 있다(Letters 6:173). 이렇게 볼 때 「공작부인과 보석상」이 유태인 보석상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며, 감춤과 드러남의 이중구조에 삽입된 유태인 정체성을 고려할 때 이 단편에서 감지되는 반유태주의 담론을 울프 당대의 영국 지식충에 만연하고 있던 관습화된 반유태주의가 아무런 자각 없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여겨진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본 논문은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감지되는 반유태주의 담론을 영국의 유태인 동화주의정책과 영국성이라는 맥락에서 논의하고자 한다.2)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원래 「사냥모임」(“The Shooting Party”)과 「어느 영국해군사관의 삶의 장면들」(“Scenes from the Life of a British Naval Officer”)과 더불어 “캐리커처 혹은 영국의 삶의 단면들”(caricature or scenes from English Life)을 그리는 책의 일부로 1932년 처음 씌여졌다(Diary 4: 57). 캐리커처 기법으로 명기한 데서 드러나듯이 이들 단편들은 정형화된 인물상을 과장되게 희화화함으로써 영국적인 삶의 단면을 해부하고 영국의 제도권을 신랄하게 풍자한다(Briggs 179).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올리버 베이컨을 묘사할 때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 담론에서 정형화된 특질들을 과장되게 차용하는 것은 캐리커처 수법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태인 보석상과 영국귀족부인 간의 은밀한 거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플롯 구성은 반유태주의와 유태인 동화주의정책이 전개되는 이중적인 양상이 이 단편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울프의 화자는 반유태주의 정서를 무분별하게 재생산하거나 혹은 이를 명료하게 비판하기 보다는 영국적인 반유태주의 담론이 회자되는 양상을 단면적으로 포착한다. 더 나아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동화와 포섭, 전복과 혼종에 대한 불안이라는 이중적인 욕망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영국의 반유태주의와 유태인 동화주의정책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희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1)이는 동유럽 폴란드계의 유태인 여성이 결혼과 더불어 머리를 삭발하고 가발을 쓰는 관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울프의 반유태주의 성향 여부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해서는 『삼기니』와 『세월』, 그리고 『막간』에 이르기까지 1930년대 울프의 글쓰기 전반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특히 울프의 후기 글쓰기에서 유태인을 언급하는 양상은 울프의 가부장제 민족주의 비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예술적 자율성과 자본주의 회로의 폐쇄성에 대한 우려와도 연계되는 논제이므로 추후에 다시 논의하고자 한다.

    II.

    프랭크 펠스타인(Frank Felstein)은 영국의 반유태주의에 대한 연구에서 유태인을 정형화하는 담론은 이중적이며 상호 모순적인 요소를 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유태인에 대한 개념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유태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반유태주의 담론이 영국 문화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이러한 담론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그러한 까닭에 더욱 더 사회적 상상력에 작용하는 힘이 커진다고 펠스타인은 논의한다(14). 펠스타인은 영국의 반유태주의를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문화적 담론으로서의 반유태주의는 유태인을 타자화함으로써 유태인과 영국인의 차이를 강조하고 유태인의 문화와 관습과는 다른 영국의 고유한 가치와 신념 체계를 옹호하는 담론으로 기능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1753년 소위 유태인 법안이라고 불렸던 유태인귀화법(The Jewish Naturalization Bill)을 둘러싼 논쟁을 고찰하면서 당시의 논쟁은 유태인과 영국인에 대한 차이를 강조하고 이상적인 영국인, “진정한 영국인”(the true born Englishman)을 유태인의 대척점에 두는 수사법을 주로 구사하고 있다고 논의한다(15). 펠스타인은 유태인을 정형화하는 담론을 포함하여 타자를 관념화하는 담론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담론을 양산하는 특정 문화가 형성, 변화하는 내적 과정을 외재화한다고 논의한다.

    이렇게 볼 때 영국의 반유태주의 담론의 중심에는 유태인을 정형화함으로써 영국성을 정의하고 강화하는 문화적 담론이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8세기 이래 유태인 동화정책을 둘러싼 영국의 반유태주의는 영국성에 대한 문화적 담론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전개되는 양상을 뚜렷하게 드러난다. 1753년 영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유태인의 귀화를 허용하고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유태인 귀화법은 통과되자마자 다음 회기에 폐지되었다. 1753년 유태인 귀화법을 둘러싼 논쟁은 반유태주의 정서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동하며 유태인과 “진정한 영국인,” 또는 “타고난 영국인”(natural-born Englishmen) 사이의 혼종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은 유태인의 귀화를 허용하는 정책을 종교적인 타락과 연관지어 “그들의 죄와 죄의식이 우리의 것이 되며 그들에 대한 심판과 역병이 우리를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Felstein에서 재인용 21). 1753년 유태인 귀화법 논쟁 이후 1760년 런던에 거주하는 유태인들을 중심으로 영국의 유태인을 대표하는 단체(The Board of Deputies of British Jews)가 결성되었으며, 이 단체는 당시 영국사회의 반유태주의를 의식하여 동화주의를 정치적 입장으로 표명한다. 즉 안드레아 프로이드 로웬스타인(Andrea Freud Lowenstein)에 따르면 이 단체는 강화된 반유태주의 정서를 무마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배적인 가치체계, 즉 비유태인의 규범에 순응하고 이를 유태인 집단에 확산하는 역할을 표방했던 것이다(19). 안드레아 프로이드 로웬스타인(Andrea Freud Lowenstein)에 따르면 동화주의를 반유태주의 정서, 즉 문화적 차이에 대한 거부감과 인종적 혼종에 대한 불안에 대한 해법으로 채택했던 이 유태인 단체는 유태인 대중에게 동화주의를 장려함으로써 실제적으로 반유태주의를 내재화했다(Lowenstein 20).

    영국의 유태인 동화정책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가시화된다. 1833 토마스 매컬리(Thomas Macaulay)가 유태인 해방법안(The Jewish Emancipation Bill)을 입안한 이래 이 법안은 여러 해 동안 의회의 논란을 거친 후 통과되었고 이를 통해 기독교로 개종한 유태인들은 점차 영국의 의회와 공직에 설 수 있게 된다. 1847년 라이오넬 드 로쉴드(Lionel de Rothschild)가 유태인으로 처음으로 영국하원의회의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기독교로 개종한 벤자민 디즈렐리(Benjamin Disraeli)는 1868년 처음 유태인으로 영국 수상이 되었으며 1874년부터 1880년까지 수상을 역임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태인 동화정책이 반유태주의의 소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유태인 동화주의정책이 실제화함에 따라 기존의 종교적 차이를 강조하던 반유태주의는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 담론을 강조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 담론은 유태인의 인종적 특성을 측정하고 수량화함으로써 유사과학적 권위를 앞세우며 유태인을 인종적으로 표식하고 이러한 표식을 통해 동화불가능한 유태인이라는 고정관념을 시각화한다. 유태인으로 유일무이하게 영국의 수상을 역임한 디즈렐리는 19세기 영국의 유태인 동화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영국국교로 개종한 유태인에 대하여 모순된 이미지를 투영하는 접점으로 부각된다. 기독교로 개종하고 영국적인 신사성을 체득한 디즈렐리를 묘사하는 당시의 대중적인 태도에서는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 담론이 투사된 근대적 반유태주의가 분명하게 드러난다(Lowenstein 335). 인종주의에 근거한 유태인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는 잡지, 소설,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하여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유태인의 외모의 특질들을 강조하는 캐리커처로 활발하게 재생산되면서 영국의 관용적 반유태주의의 이중적 잣대, 즉 동화를 권장하지만 동시에 감추거나 지울 수 없는 인종적 표식을 부여함으로써 궁극적인 동화를 불허하는 이중적인 양상을 드러낸다. 브라이언 체이예트(Bryan Cheyette)는 근대 영국의 반유태주의를 유럽, 특히 독일의 반유태주의와 구분되는 “관용적 반유태주의”(anti-Semitism of tolerance)로 규정하고 이는 동화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유태인을 인종적 타자로 규정하는 이중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논의한다(6).

    근대 영국의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는 19세기 말 제정러시아의 조직적인 유태인 학살(the pogroms)을 피해 유럽의 유태인들이 대규모로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더욱 강화된다. 영국으로 이주하는 유태인이 증가하면서 영국은 이민정책에 있어서 최초로 제한을 시도한 법안인 외국인 법안(Aliens Act)을 1905년 도입한다. 범죄자나 재정적, 신체적 부적격자를 판별하여 영국으로의 이주를 제한하거나 보호소에 수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905년의 외국인법안은 이후 유태인의 이민을 40%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 동시에 “영국인들을 위한 영국” 캠페인을 유발하면서 반유태주의 정서를 확산하는 계기가 된다(Lowenstein 323). 19세기 말 유태인 이민자들의 급증과 유태인 동화주의정책에 따른 혼종에 대한 불안은 이민정책에도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당시 활발해진 영국의 민속학적 담론에도 반영되었다. 19세기 후반 보어전쟁 등을 치르면서 대두된 영국군대의 효율성에 대한 자성은 영국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양식과 건강, 위생 상태에 대한 사회학적 관심으로 드러났고 이에 따라 영국인의 생활양식과 영국적인 가치 등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활성화되었다. 찰스 부쓰(Charles Booth)의 『런던 거주민들의 생활과 노동』(The Life and Labour of the People in London, 1889)을 필두로 영국의 도시노동자 계층의 생활에 대한 보고서와 연구 등이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잇달아 발표되었다. 특히 1840년 당시 이미 12,000-13,000명의 유태인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던 런던의 이스트엔드 화이트채플 지역은 러시아계 유태인들이 대규모로 유입된 이후인 1914년에 이르러 200,000명에 이르는 유태인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유태인 빈민가 지역으로 부상함에 따라(Schrӧder 315), 도시노동자 계층에 대한 사회학적 관점과 인종주의적 민속학적 관점이 중첩되는 지점이 된다. 부쓰 등의 민속학자들은 이스트엔드에 거주하는 유태인의 노동현황, 가족구성, 종교의식, 의복과 음식 등 생활문화 등을 기록하고 노동계급의 유태인들이 처한 열악한 생활환경을 유태인의 속성으로 결부시킴으로써 인종주의적 민속학적 고찰을 통해 유태인을 가시화하는 지표로 삼는다. 이렇게 볼 때, 20세기 초엽의 영국의 민속학적 담론은 도시학적 관점과 인종주의적 관점을 혼용하여 대영제국의 쇠퇴에 대한 우려를 영국내의 인종적, 계급적 타자인 이민자 집단에 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민속학적 반유태주의는 역설적으로 영국성에 대한 민속학으로 귀결된다. 트루보위츠가 지적하듯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에 활성화된 이러한 민속학적 시도들은 유태인의 특질과 속성을 분류하고 정형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유태인 공동체의 생활양식과 관습을 영국적인 관습 및 의식과 대치시킨다는 점에서 영국성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287). 실제로 양차대전 사이 영국의 반유태주의는 그 자체를 파시즘적 반유태주의와 차이를 두려고 한다는 점에서 영국성을 규정하고 재생산하는 담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양차세계대전 사이 영국인들의 일상과 가치 체계를 민속학적으로 기록하는 주체가 되었던 매스 업져베이션(Mass Observation)의 활동에 따르면 영국 정부 및 영국 대중은 관용적인 반유태주의, 즉 영국적인 가치와 규범에 순응하는 동화된 유태인과 외국인으로 남고자 하는 유태인들을 구분하고 동화를 거부하는 유태인들에게 비우호적인 태도를 표방한다(Lowenstein 27). 동화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영국의 유태인 정책은 영국의 반유태주의 정서를 반외국인 정서로 귀속시키고, 영국적인 “관용적 반유태주의” 혹은 “응접실 반유태주의”(parlor anti-Semitism)를 유태인 추방과 학살을 자행하는 히틀러주의식의 반유태주의와 구분함으로써 정치적 도덕성을 영국성에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토니 쿠쉬너(Tony Kushner)가 지적하듯이, 양차대전 사이의 영국의 반유태주의는 한편으로는 유태인의 동화를 권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태인의 궁극적인 동화를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하면서 유태인을 영국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중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5).3)

    울프는 런던의 빈민가와 도시노동자 계층의 생활양식에 대한 민속학적 담론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주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런던의 이스트엔드에 위치한 화이트채플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울프의 『플러쉬』에 대해 논의하면서 애나 스네이쓰(Anna Snaith)는 울프의 이복오빠인 조지 덕워쓰(George Duckworth)가 찰스 부쓰 일가가 『런던 거주민들의 생활과 노동』을 저술한 1892년부터 1902년 당시 그의 비서로 일했던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울프가 19세기 런던의 빈곤층과 빈민가에 대한 빅토리아조의 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었으며,” 비슷한 유형의 런던의 빈민가에 대한 기록을 읽기도 했다고 밝힌다(623). 또한 스네이쓰에 따르면 1930년대 초반 울프는 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와 그녀의 남편 해롤드 니콜슨(Harold Nicholson)과의 교류를 통해 오스왈드 모슬리(Oswald Mosley)가 주창한 영국 파시스트 연맹(British Union of Fascists)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627). 스네이쓰는 울프가 『플러쉬』에서 19세기 후반의 런던의 빈민가에 대한 담론을 차용했을 뿐 아니라 『플러쉬』를 집필하던 1932년 당시 울프는 영국 내 파시즘의 형성과 반유태주의가 표출되는 현상을 뚜렷이 의식하고 있다고 논의한다(629).

    울프는 1932년에 『플러쉬』를 집필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초본인 「위대한 보석상」(The Great Jeweller)을 “캐리커처”로 구성될 책의 목록에 포함시켰다. 또한 「공작부인과 보석상」을 수정하던 1937년에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이어 여성과 글쓰기라는 논제를 가부장제와 파시즘의 연관관계 속에서 논의하는 『삼기니』를 집필하고 있었다. 『플러쉬』를 포함하여 「공작부인과 보석상」, 그리고 『삼기니』에 이르기까지의 울프의 1930년대 글쓰기는 교환과 거래, 혈통적, 인종적, 지적인 순결과 혼종, 배타적 민족주의와 동화 및 동화 거부 등 일련의 공통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공작부인과 보석상」을 진부한 소설기법을 활용하는 울프답지 않은 텍스트로 간주하거나, 유태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을 성찰 없이 드러내는 작품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울프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제시한 정형화된 인물유형은 “캐리커처” 기법에 대한 울프의 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민속학적 담론과 모더니스트 미학의 접점을 추구하는 새로운 언어에 대한 실험을 엿보게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일차적으로 인종주의에 근거하여 유태인을 정형화하는 민속학적 반유태주의 담론이라는 맥락에서, 더 나아가서는 포괄적인 영국성에 대한 담론의 맥락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즉 유태인 동화주의를 둘러싼 여러 층위의 논제들, 유태인을 표식하는 인종주의적 기호, 도시노동자 계층에 대한 담론, 유태인 음모론, 영국성의 체화 가능성, 동화와 포섭, 전복과 혼종에 대한 불안, 그리고 궁극적으로 영국성에 대한 고찰과 모더니즘이라는 관점에서 「공작부인과 보석상」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3)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양차대전사이 영국의 유태인 난민 수용정책과 영국의 이민정책에도 뚜렷이 나타난다. 체임버린 수상 당시의 영국 정부는 유태인 이민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난민구제 및 이민자 보호 등에 있어서 재정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어떤 시도도 보이지 않았다(Lowenstein 28).

    III.

    「공작부인과 보석상」을 어느 영국계 유태인의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캐리커처로 볼 때 울프는 영국의 반유태주의 담론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차용한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발간을 둘러싼 정황이 암시하듯이, 울프가 영국계 유태인을 그리는 캐리커처의 특징은 주인공인 보석상 올리버 베이컨이 유태인임을 숨기면서도 동시에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에 숨겨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드러나는 유태인 정체성이라는 이슈를 고려할 때, 이 단편을 단순히 반유태주의 정서의 표출 여부라는 관점으로 읽기 보다는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 그리고 영국성에 대한 담론이 중층적으로 교차되는 지점에서 유태인에 대한 캐리커처가 형상화되는 방식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화자는 주인공인 올리버 베이컨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되 캐리커처 기법에 충실함으로써 베이컨의 내면 의식에 깊이 침투하지 않고 베이컨이라는 인물의 개인성을 부각하기 보다는 이 영국계 유태인의 삶이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드러나는 양상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공작부인과 보석상간의 모조진주 거래를 중심 사건으로 하는 이 단편은 유태주의 담론과 관련된 근대적 영국성이 형상화되는 공간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공간적으로 서로 다른 네 가지의 영국의 지형을 근간으로 전개된다. 올리버 베이컨의 자택과 보석상점이 있는 런던의 웨스트엔드 번화가와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런던의 이스트엔드 화이트채플 지역, 그리고 대영제국의 이국적인 변방 남아프리카와 대영제국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공작부인의 전원적인 장원이 이 단편의 공간적 지형도를 구성한다. 이 중 런던의 웨스트엔드 번화가인 피커딜리와 본드 가는 베이컨의 현재의 부유한 삶과 공작부인과의 은밀한 거래가 펼쳐지는 실제 공간으로 제시되는 것에 비해, 런던의 이스트엔드 지역의 화이트채플은 베이컨의 회상 속에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묘사된다. 또한 공작부인의 영지와 장원저택은 베이컨이 백일몽 속에 상상하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제시되는 반면,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은 대영제국의 부와 권위의 원천인 동시에 영국내의 안정에 소요를 일으키는 외부적 대응공간으로 언급된다. 이렇듯 일견 서로 상이해 보이는 개별 공간들은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모두 근대적 영국성이 구현되는 공간인 동시에 교환이라는 경제 질서에 포섭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드러낸다. 또한 이들 개별 공간은 유태인 동화주의와 반유태주의를 둘러싼 동화와 포섭, 유태인 비하론과 음모론, 혼종과 이에 대한 불안이라는 다층적인 기제가 작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도입부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보석상이 된 베이컨의 현재의 삶이 구성되고 펼쳐지는 공간으로 피커딜리에 자리한 그의 플랫을 소개한다. 이 도입부는 올리버 베이컨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강조하는 동시에, 잘 만들어진 물건들을 과시하는 실내장식과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시작되는 여유로운 일상을 자세하게 제시한다. 그린 파크를 전망으로 하는 그의 플랫에서는 “좁은 거리들을 가득 채운 화려한 차들의 반짝이는 지붕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실내는 고급가죽의자와 화려한 타페스트리로 덮인 소파, 잘 짜인 망사와 새틴 커튼으로 보기 좋게 장식되어 있다(248). 마호가니 목재로 만든 탁자 위에는 “브랜디와 위스키, 달고 향기로운 독한 술 여러 병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베이컨의 침실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소비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락과 만족감으로 가득하다. “아침 여덟시면 남자 하인이 쟁반에 날라다 주는 아침상을” 받고, 하인이 미리 준비해 놓은 실내복 차림으로 “고관 부인들이 보내온” 초대장들을 훑어 보고난 다음, “활활 타오르는 전기석탄 화로 가에서 신문을” 읽는 베이컨의 규칙적인 오전 일상은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보석상”(249)에 어울리는 일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베이컨의 부유한 영국신사로서의 일상은 자연스러운 체득이라기보다는 이를 강박적으로 추구함으로써 과시되고 있다는 점이 넌지시 암시된다. 화자는 베이컨이 소유한 플랫의 가구들과 물건들이 서로 “적합하게”(proper) 혹은 “격에 어울리게”(right) 배치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소비와 과시가 주는 쾌락과 만족감 뿐 아니라 취향과 행동에 있어서 강박적인 계급의식을 수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볼거리를 소유한 그의 현재의 삶은 “이보다 더 중심부적인 위치를 상상할 수 없는”(248) 런던의 번화가 피커딜리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런던의 빈민가 화이트채플에서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런던의 고급 양복점이 즐비한 세빌 로우에서 “최상의 옷감으로 최고의 재단사에 의해 재단된” “더 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바지”를 맵시 있게 차려입고 격식에 맞춰 장갑을 끼고 지팡이를 들고서도 베이컨은 늘 스스로를 “지저분하고”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며 놀던” 어린 소년으로 떠올린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혼잡하고 좁은 거리에서 “군중 사이를 요리조리 요령 있게 피해” 다녔던 “가냘프고,” “꾀바르고 교활한”(250) 소년이 거리의 물정을 익히고 싸구려 시계를 파는 상점의 점원이 되었다가 점차로 성공한 보석상이 된 일대기를 간략하게 제시한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공간 구성상 화이트채플은 가난한 유태인 소년일 적의 베이컨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신분의 상승을 이룬 말쑥한 신사로서의 베이컨의 생활의 공간인 피커딜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두 공간은 모두 자본과 물건의 교환을 근간으로 한 경제 질서에 포섭되어 있다. 어린 베이컨은 “일요일에 훔친 개를 되파는” 식의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빈민가에서 자라며 그 역시 “화이트채플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에게 훔친 개를 내다파는 일”이 자신의 최상의 야심이라고 여겼었다. 그는 “싸구려 시계를 팔았었고” 다이아몬드 세 알의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보석상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248).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초기 원고는 그가 젊은 시절 “싸구려 시계를 창녀들에게 팔았었다”고 서술함으로써(Ms. 74), 근대 도시 런던의 유통, 교환 구조는 단순히 물건만이 아니라 여성의 성을 포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화려한 상점가로 유명한 본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그의 보석상점에는 “금고마다 팔찌, 목걸이, 반지, 보석이 박힌 관, 공작이 쓰는 관 등 보석장신구들”(250)이 저마다 광채를 발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엄청난 교환가치를 자랑한다. 본드가의 보석상점과 피커딜리에 있는 그의 플랫, 리치몬드의 빌라와 그가 소유한 마차와 자동차는 물건을 소유하고 과시하는 행위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근대자본주의의 단면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한편 가난한 유태인이었던 베이컨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류영국사회의 일원으로 동화되는 과정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서 올리버 베이컨은 유태인 빈민가 지역인 화이트채플과 런던의 번화가 피커딜리가 중첩되는 지점에서 여전히 “슬프고” “만족하지 못하고” “숨겨진 무엇인가를 찾는 이”로 남아있다(249). 자신의 상점을 향해 걸어가는 베이컨은 “메이페어의 비옥한 토양” 속 깊이 숨겨져 있는 “더 크고 더 검은 송로버섯”을 찾아 킁킁대는 돼지로, “푸른 호수와 호수 앞을 에두른 야자수 나무들을” 그려보면서 아스팔트 길 위를 몸을 흔들며 걸어가는 낙타로 묘사된다. 이러한 탐욕스럽거나 우스꽝스러운 동물 이미지를 지적하며 브릭스와 트루보위츠 등은 유태인을 비하하는 반유태주의 정서가 드러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Briggs 182, Trubowitz 277). 코를 킁킁대며 송로버섯을 찾는 돼지의 이미지는 “코끼리 코처럼 길게 휘어진 그의 코”와 “콧구멍 뿐 아니라 코 전체를 실룩이는” 듯한 보석상의 코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유태인을 지시하는 신체적 대명사인 코를 강조하는 캐리커처의 경향과 부합한다. 매튜 야콥슨(Matthew Jacobsen)은 유태인의 혈통과 신체적인 특징을 부각하는 이러한 이미지는 반유태주의의 산물일 뿐 아니라 유태인이 기독교 사회에 동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회적 시선을 함의한다고 지적한다(239-42). 이렇게 볼 때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베이컨의 코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는 19세기 후반 이래 두드러진 영국의 반유태주의의 특성, 즉 인종주의에 근거하여 유태인의 외양과 풍속을 정형화하는 반유태주의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영국의 동화주의적 반유태주의의 모순을 드러낸다. 유태인 보석상의 이름 “베이컨”은 유태인의 생활관습인 코셔법, 즉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코셔법을 위반하는 한편 유태인의 독특한 문화와 규율을 지시함으로써 보석상의 정체성이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의 갈등구조에 자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영국의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에 내재된 긴장과 갈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로 보어전쟁과 유태인 배후론을 들 수 있다. 보어전쟁 당시 영국 내에는 보어전쟁의 배후에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싼 유태인들의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Trubowitz에서 재인용 279). 개별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태인 자본가를 국가라는 공공의 적으로 상정하는 유태인 음모론은 유럽전역에 널리 퍼진 유태인 국제 음모설, 즉 유태인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자 공모하고 있다는 국제 음모설의 일환일 뿐 아니라 영국의 민속학적 반유태주의 담론의 형성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영국군의 막대한 손실을 치르고 종결된 보어전쟁은 대영제국이 대외적 위상에 있어서 타격을 입은 전쟁이었을 뿐 아니라 영국 내에서 대영제국의 건재에 대한 위기의식을 확산하게 된 계기가 된다. 남아프리카에서 질병에 취약했던 영국군대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는 영국 도시 빈민가 및 노동계급의 위생과 생활양식에 대한 관심과 맞물리면서 영국 내 유태인 노동자들을 계급 뿐 아니라 인종적 타자로 투사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브릭스가 주지하듯이 울프가 그리는 보석상 베이컨의 초상은 유태인에 대한 이중적이고 모순된 고정관념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181). 베이컨은 화이트채플지역의 가난하고 교활한 유태인 소년인가 하면, 런던의 번화가에서 말쑥한 신사의 차림에도 불구하고 유태인의 신체적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질적인 존재이며, 남아프리카의 다이몬드 광산권을 둘러싼 국제분쟁을 배후에서 조정하는 부유한 보석상들의 일원이기도 하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보어전쟁과 다이아몬드 교역, 유태인 자본가 관련설은 “가격, 금광, 다이아몬드, 남아프리카에서 온 소식”등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보석상들이 젊은 베이컨이 지나가자 선망의 시선으로 그를 가리키며 속살거리는 장면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249). 아프리카와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언급에서 암시된 유태인 음모론 및 유태인 자본가들이 영국의 사회경제질서를 위협한다는 대중적인 관념은 베이컨이 보석상점의 내실에서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진주, 루비,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들을 “메이페어를 하늘 높이, 높이, 높이 폭발시킬 수 있을 만큼의 폭약”(250)으로 비유하며 경탄하는 모습으로 구체화된다(Trubowitz 280). 20세기 초엽의 메이페어가 런던의 번화가이자 대영제국의 심장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메이페어를 폭파시킬 수도 있는 폭약을 두 손에 담고 은밀하게 황홀경에 잠기는 베이컨의 모습은 남아프리카의 상황과 다이아몬드 교역의 상관성 및 유태인 자본가의 개입설을 토대로 유태인을 그리는 캐리커처의 특징들을 한층 더 충실하게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전반부가 베이컨을 전형적인 유태인을 상정하는 대중적인 캐리커처 기법으로 묘사하고 있다면, 공작부인과의 거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후반부는 유태인 보석상 베이컨을 좀 더 내밀하게 그린다. 다이아몬드를 폭약으로 비유하며 백일몽에 잠겨있는 베이컨이 은밀하게 꿈꾸는 위험한 꿈은 과연 무엇일까? 유럽전역과 미국에서도 손꼽아주는 보석상이 된 베이컨이 아직도 “슬퍼하며” “만족하지 못하고” 추구하는 “송로버섯”은 무엇일까? 울프가 그리는 유태인 보석상의 캐리커처는 베이컨의 슬픔과 불만이 그가 유태인이라는 숨겨진, 그러면서도 훤히 드러난 점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보석상”이지만 “여전히 더 멀리 떨어진 땅 속에 있는 더 크고, 더 검은 송로의 냄새를 맡는 돼지”로 묘사된 베이컨이 함의하는 것은 탐욕스러운 자본가로서의 유태인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유태인이라고 표식된 채 그에게 허용되지 않은 영국성을 추구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유태인이다.

    베이컨의 캐리커처에서 엿보이는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에 내재된 긴장과 갈등은 베이컨과 공작부인과의 거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백여 대를 이은 백작가의 딸”이기도한 램본 공작부인의 내방을 알리는 전화에 베이컨은 백일몽에서 깨어나 또다시 “일요일에 사람들이 훔친 개를 팔던 골목에서 구슬을 가지고 놀던 어린 소년”이 된다(251, 250). 이러한 설정은 베이컨에게 감추거나 지울 수 없는 가난한 유태인으로서의 기억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영국의 귀족가계의 혈통과 대척점에 있음을 암시한다. 올리버에게 공작부인은 영국의 모든 귀족가계의 “기품과 명성과 거만함과 화려함과 자존심”의 결정체인 것이다(251). 공작부인을 맞이하며 베이컨은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 그녀가 온 몸으로 발하는 광채에 휩싸인다. “초록빛, 장밋빛, 보랏빛 등 반짝이는 화려한 색채로, 그리고 향기로, 무지개빛깔로, 손가락에서 뿜어지고, 깃털장식에서 너울거리고, 실크에서 퍼져 나오는 광채로 그를 뒤덮는” 공작부인의 이미지는 앞서 금고 속의 보석을 꺼내어 흔들며 그 갖가지 색깔의 화려한 광채를 즐기던 베이컨의 백일몽과 중첩되어 베이컨의 은밀한 환상이 추구하는 것은 램본 공작부인이 상징하는 바, 즉 영국 귀족가계의 전통과 권위로 대변되는 영국성임을 암시한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중심사건인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거래는 인종적, 계급적 타자로서 숨기거나 지울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유태인의 표식과 영국의 귀족가계와 그 문화로 대변되는 매혹적인 영국성을 둘러싼 거래라고 할 수 있다. 공작부인이 팔고자 하는 진주가 진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베이컨이 거래를 수락한 것은 공작부인이 그를 주말동안 장원으로 초대했을 때이다. 베이컨이 진주의 진품여부를 감정하려고 하던 순간에 공작부인은 다음날 열리는 장원에서의 파티에 “수상-전하”와 그녀의 딸 “다이애나도” 참석할 것임을 내비친다(252). 베이컨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공작부인의 영지에는 “잔물결이 이는 강”과 강을 거슬러 솟아오르는 송어와 연어, 숲과 사냥터가 있으며 그는 환상 속에서 수상과 같은 자리에 있는 자신의 모습과 숲 속에서 다이애나와 단 둘이서 말을 타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여기서 공작부인의 장원은 베이컨이 공작부인의 영애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장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유태인 베이컨의 영국성에 대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장이 된다. 공작부인이 요청한 수표를 한 글자 한 글자 기입해나갈 때마다 베이컨은 자신이 영국성에 대한 근대 담론에서 영원한 영국성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지는 영국의 전원 풍경의 일부가 되고, 대영제국의 권위의 총화인 영국 수상, 혈통과 가계로 전통적인 영국성을 체화한 영국귀족여성에게로 가까이 다가간다는 환상에 빠진다. 리나 코어 쉬로더(Leena Kore Schrӧder)는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플롯은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동시에 성적인 혼종”을 근간으로 이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308). 베이컨의 환상이 드러내듯이 메이페어의 보석상점 내실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거래는 장원저택에서의 사적, 정치적인 교류의 매개체이며, 영국의 정통적인 귀족문화는 런던 경제계의 교환구조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공작부인과 베이컨의 만남에서 베이컨의 영국성에 대한 로맨스가 내포하고 있는 욕망과 갈등 구조는 신체에 대한 노출과 위협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베이컨은 “하얀 장갑의 갈라진 틈 사이로” 내민 공작부인의 손을 마주잡고 인사하며(251), “날씬한 노란 족제비 배”처럼 보이는 가죽 주머니의 “갈라진 틈”으로 한 알 두 알 굴러 떨어지는 진주를 바라본다(252). 공작부인은 “마음을, 그녀의 속내를 활짝 열어” 내보이며 “족제비 배에 있는 갈라진 틈으로” 진주 열 알을 차례차례 끄집어냈고, 그 진주 열 알은 “마치 어느 천상의 새가 낳은 알처럼” 공작부인의 “무릎 사이 좁은 계곡으로 흘러내렸다”(252). 브릭스가 지적하듯이 베이컨의 유태인 정체성의 표식으로 그려지는 “코끼리 코처럼 길게 휘어진” 코에 대한 묘사가 남성의 음경에 대한 비유적 표현을 내포한다면(182), 장갑 속에 감춰졌던 공작부인의 손과 족제비의 배를 연상시키는 가죽주머니, 그 속에 담겨 있던 진주알은 여성화된 은밀한 신체 부분의 노출을 연상케 한다. 신체의 노출 및 접촉과 관련된 이러한 몸의 이미지는 유태인 동화주의정책에 내포된 혼종에 대한 불안과 위협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울프의 화자는 공작부인이 내민 손을 베이컨이 잡았을 때 그들 사이를 “친구이자 또한 적”으로, “그가 주인이고 그녀는 안주인”인 관계로, “서로를 속이고,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를 두려워하는” 관계로 묘사하며(251) 영국계 유태인 보석상과 영국의 귀족부인의 친밀하고도 불편한 관계에서의 거래가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의 복잡한 교차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계급과 인종, 성별이 다른 이 두 인물의 관계는 경제적 교환 구조 속에 편입된 복합적인 거래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베이컨의 경제자본과 공작부인이 표방하는 영국명문가의 귀족작위와 혈통을 포함한 문화자본의 교환은 동화와 혼종, 포섭과 배척이라는 중층적인 욕망과 금기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공작부인의 영애를 흠모하는 베이컨이 장원의 사냥터에서 다이애나와 단 둘이 호젓이 있을 수 있는 순간을 상상하는 장면은 상점의 내실에서 이루어지는 공작부인과의 거래에 암시된 성적인 혼종을 보다 전면에 내세운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유태인이라는 표식을 채 감추지 못하고 영국성에 대한 로맨스를 꿈꾸는 베이컨의 희화화가 완성되는 것은 마침내 “그가 땅속에서 찾아낸 송로버섯”이 “가운데가 썩은, 핵이 썩어버린” 진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가 발견하는 순간이다(253). 또한 유태인 보석상을 희화화하는 캐리커처가 완성되는 그 지점은 동시에 그가 꿈꾸는 영국성이 실제로는 모조품에 불과한 것임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혈통과 전통, 권위와 부에 뿌리내린 것으로 여겨지는 영국성이 핵까지 썩어버린 가짜 진주에 불과하다고 해도, 베이컨이 작성한 수표를 손에 쥐고 접었던 깃털을 한껏 다시 펼친 공작새처럼 자리를 떠난 공작부인은 거래와 교환의 구조 속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영국성을 체화한다. 공작부인이 남긴 진주가 가짜일지라도 보석상과 공작부인의 거래는 이들이 영국의 장원이 선사하는 환상을 믿는 한 유효하기 때문이다. 공작부인이 남기고 간 가짜 진주를 바라보며 다가올 긴 주말을 꿈꾸는 베이컨의 모습은 영국성에 대한 그의 로맨스가 여전히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허구로서의 영국성, 교환과 거래 구조 속에서만 기능하는 영국성에 포섭될 것을 꿈꾸며 “영국에서 제일 부유한 보석상” 베이컨은 “다시 또 일요일에 사람들이 개를 팔던 골목에 사는 어린 소년”이 된다(253).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말미에서 올리버 베이컨은 여전히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 담론의 이중적이고 모순된 구조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IV.

    울프는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한 유태인 보석상의 삶을 캐리커처로 그리면서 당대에 통용되던 인종주의에 근거한 반유태주의적 언어를 차용한다. 「공작부인과 보석상」 전반에 걸쳐 사용된 캐리커처 기법은 인종주의적 고정관념에 근거하여 베이컨의 외모를 묘사하고 반유태주의적 민속학적 담론의 틀 속에서 베이컨의 삶을 형상화한다. 베이컨에 대한 이러한 캐리커처는 과연 유태인을 비하하고 유태인의 동화를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상정함으로써 유태인을 배척하는 반유태주의 정서를 시사하는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베이컨을 인종적, 계급적 타자로 희화화하면서도 이야기를 그를 중심으로, 그의 관점에서 풀어나감으로써 베이컨에 대한 독자의 시선을 교묘하게 불편하게 둔다. 울프의 캐리커처는 울프의 화자가 전적으로 베이컨을 전형적인 유태인으로 비하하며 희화화한다고 보기에는 공작부인의 사기 거래에 휘말린 희생자로 제시되는 베이컨에게 일말의 동정심과 애처로움을 갖게 한다. 반면에 전통과 명성을 휘두르는 영국의 귀족에게 이용당하는 희생자인 베이컨을 동정적으로 보기에는 영국성에 대한 그의 집착에 기인한 그의 어리석은 욕망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울프의 캐리커처 기법과 이에 차용된 유태인을 정형화하는 언어는 「공작부인과 보석상」이 정형화된 언어 그 자체, 즉 인종주의적 반유태주의 담론을 담론화하는 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유태인을 정형화하기 보다는 유태인을 정형화하는 영국의 반유태주의 담론의 양상을 드러내고 영국의 반유태주의 담론이 영국성을 정의하고 강화하는 담론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유태인 보석상과 영국인 공작부인을 대칭적인 축으로 전형적인 유태인성과 전형적인 영국성이라는 차이와 대립을 강조하지만, 훔친 개를 되파는 유태인과 썩은 진주를 이미 팔아버린 보석관의 진주라며 다시 파는 공작부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대칭적인 이 두 축이 서로 맞물려 있으며 동질적임을 드러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보석상을 희화화하는 캐리커처가 완성되는 지점은 가짜 진주를 매개로 한 거래가 여전히 유효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유태인의 인종적 차이를 양산하고 유태인을 인종적, 계급적, 국가적 타자로 투사하는 기제를 통해 공작부인의 진주라는 결정체로 형상화된 영국성이 실제로 모조품이며 핵까지 썩어버린 진주임이 드러나는 순간 반유태주의와 동화주의를 둘러싼 논제들, 차이와 동화, 포섭과 혼종, 위협과 배척 등의 담론은 그 담론의 맹렬함에도 불구하고 어이없이 희화화된다.

    그러나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단순히 어리석은 보석상을 희화화하고 공작부인으로 대변되는 영국성을 희화화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가짜 진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공작부인은 화려한 깃털을 활짝 편 공작새처럼 영국성의 기품과 명망을 회복하고, 가짜 진주임을 알고 나서도 베이컨은 숭어가 솟아오르는 강이 있는 장원의 영지에서 다이애나와의 밀회를 꿈꾸고 수상과의 접견을 기대한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마지막 장면은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구조 속에서 영국성은 여전히 교환의 가치로 매겨짐을 암시한다. 「공작부인과 보석상」의 마지막 장면은 베이컨이 이러한 비실제적인 교환의 회로 속에, 유태인을 인종적, 계급적, 국가적 타자로 투사하고 차이로서의 영국성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회로 속에 편입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볼 때 울프가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구사하는 반유태주의적인 언어는 레베카 왈코위츠(Rebecca Walkowitz)가 정의하는 “나쁜 모더니즘”(bad modernism)의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왈코위츠는 울프가 정치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회피한다는 기존의 비판에 대하여 울프를 “의도적으로 나쁜 모더니스트”로 규정하고 “일인칭 관점을 벗어나는 탈중심적인 서사를 통하여 편안하고 확신에 찬 어조를 거부”한다고 논의한 바 있다(120).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울프는 반유태주의적인 언어를 과감하게 차용하여 캐리커처 기법을 구사함으로써 반유태주의의 수용과 거부를 넘어서서 반유태주의 및 동화주의 담론에 내재한 욕망과 갈등을 탈중심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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