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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 Theoretical Foundation of Intra-Group Transactions in Korean Corporate Groups
  • 비영리 CC BY-NC
ABSTRACT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

The transactions between affiliated companies in a corporate group are subject to several regulatory schemes in Korea. Under the corporate law, for instance, they are regarded as self-dealing or 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which should be approved by the board of directors. At the same time, they are also subject to regulatory penalty for unfair trading, which is provided by the Korean anti-trust law. This paper argues, however, such a complicated rules to deter corporate groups from engaging in intra-group transactions have very weak theoretical foundation, and thus they are likely to cause both under- and over-regulation problems.

At corporate-group level, for instance, such intra-group transactions with unfair trading conditions may have an effect of transferring wealth from minorities to controlling shareholders. Such effect is governed by the self-dealing scheme of the general corporate law over the world, but the Korean anti-trust law additionally imposes ex-ante prohibition on such transactions if the conditions are extremely unfair. This regulation may cause over-regulation problem. On the other hand, several intra-group transactions do not aim at transferring wealth to the controlling shareholders. Information technology, public relations, procurement, and logistics services within corporate groups, for instance, are sometimes operated by an affiliated companies wholly owned by the controlling families. In such cases, the anti-trust law regime causes under-regulation problem by exempting the intra-group transactions which are proved to be efficient with regard to the corporate group. Such transactions should be subject to regulation, since the controlling families do not have any legally justifiable entitlement to do such stable businesses.

Regulators and commentators sometimes take into account the externality of intra-group cross-subsidies. They argue, for instance, that such crosssubsidy may help the affiliated company win the competition by providing for a better financial position. Such an anti-competition effect and thereby concentration of economic power, they argue, may have a harmful effect to the national economy. They are simply wrong, however. Such an argument could not find any supporting evidence in anti-trust economics. This paper analyzes the externality of intra-group transactions, and shows that their seemingly anti-competition effect or unfairness stems from the fact that each affiliated company has their stakeholders respectively. Again, this is an corporate-group level discussion, and thus the external effects of intra-group trading may be fairly said to mere illusion.

KEYWORD
기업집단 , 내부거래 , 일감몰아주기 , 경쟁제한성 , 경제력 집중
  • I. 序說

    기업집단을 형성하게 된 이유나 배경은 국가마다 그리고 기업집단마다 다르지만,1) 많은 국가에서 기업집단은 지배적인 사업형태로 존재하고 있다.2)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집단을 하나의 법적 실체로 인정하는 입법례는 거의 보기 어렵고,3) 대부분 일반적인 회사법의 법리를 적용 또는 수정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부거래는 전형적인 지배주주의 자기거래 형태이므로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에서는 그에 따른 회사법적 통제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의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정한 절차적 통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4) 기업집단 단위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법적 판단은 개별 회사를 단위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도 각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5)

    이러한 입법례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규제 하는 방식은 이례적인 사례에 속한다. 먼저 법적 통제가 다양한 형태로 병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① 회사법에서 자기거래 규제(상법 제398조)와 기회유용 금지(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므로, 이를 위반한 경우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상법 제399조). 그리고 여기에 추가하여 상장회사는 계열사에 대한 보증 등 신용공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상법 제542조의9 제1항),6)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이사회 승인 이외에 주주총회에도 보고해야 한다(상법 제542조의9 제3항, 제4항). ② 우리나라에서 이사가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상황은 거의 자동적으로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어 있다.7) 따라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행위로 지원주체인 회사에 손해를 입히게 되면 그 지시자는 배임 죄로 형사처벌이 된다.8) ③ 공정거래법에서는 먼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집단에 대해서 국내계열사를 위한 채무보증을 금지하고(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조의2 제1항,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대규모 내부 거래는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공정거래법 제11조의2). 나아가 계열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부당내부거래로 보아 금지하고 있으며(공정 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2013. 8. 13. 개정으로 기업집단에서 소위 일감몰아주기를 부당내부거래와 별도로 금지하고 있다(공정거래법 제23조의2). ④ 세법도 일감몰아주기 과세 규정을 최근 신설하였다.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중이 30%9) 를 초과하는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및 그 친족은 수혜법인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증여의제이익으로 보아 증여세 납부의무를 진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3 제1항).10)

    여기서 우리나라는 내부거래의 규제를 위해서 다양한 수단들을 중첩적으로 사용한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집단을 명시적으로 적용대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11)과 달리 회사법, 형법, 세법은 그 적용범위를 기업집단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지만, 기업집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규제들이 모두 중첩적으로 적용되는 결과가 된다. 사전적 규제(ex ante regulation)와 사후적 책임(ex post liability)을 모두 동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적인 규제도 신용공여 등 일정한 거래는 아예 금지를 하기도 하고, 이사회의 승인과 같은 절차적 통제를 부과하거나 대규모 내부거래의 경우와 같이 공시규제를 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사후적인 책임추궁 역시 회사법상의 민사적 손해배상,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 배임죄의 형사책임, 그리고 최근에는 증여세 부과까지 역시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규제하기 위해서 이렇게 여러 수단을 제공하고 있는 입법례는 사실 찾기 힘들다.

    이렇게 복잡한 규제체계를 감안한다면, 우선 기업집단에서 내부거래로 인한 비효율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거래가 효과적으로 억지되고 있다는 기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현행 규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① 먼저 기업집단이라는 경제적 실체를 부정하면서 법인격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논리가 일부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 자회사와의 거래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법리가 그러하다.12) 그러나 법인격이라는 것도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닌 이상, 정책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② 결국 문제는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는 자에게 이를 감행할 인센티브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우선 기업집단 자체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제, 특히 회사법이나 형법적 규제는 기업집단 차원에서 효율적 내부거래를 허용하고 비효율적 내부거래를 억지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는 총수의 사익추구를 규제하고자 하는 최근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 ③ 경제적 비효율 성의 문제는 물론 당해 기업집단을 초월하는 더 큰 범위에서 분석할 수도 있다. 외부효과의 문제이다. 그러나 현행 규제는 어떠한 외부효과를 왜 규제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정책목표가 합의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공정거래법의 내부거래 규제의 근거로 제시된 경쟁제한이나 경제력집중은 이론적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④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제의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집행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내부거래는 억지하지 못하면서(under-regulation), 반대로 효율적인 내부거래는 과도하게 규제하는(over-regulation)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집단 내부거래 규제의 문제는 소액주주의 이익부터 지배주주의 경영권승계 욕구, 심지어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까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극적으로 대립하는 국면으로서, 오랫동안 재계와 시민단체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 왔다. 따라서 다양한 외부효과를 포함하여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하여 정당한 규범적 평가를 내리고, 이에 기초하여 규제수단을 설계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 글은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결국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또는 경영권승계 이외의 요소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배주주의 자기거래의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그것이 반드시 회사법적인 방법에 국한될 이유는 없다. 회사법적 통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차선책으로서 공정거래법을 통하여 규제하더라도, 비효율성이 우려되는 몇 가지 징표를 중심으로 내부거래의 유형을 구분하여 그에 비례한 통제를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를 들어, 지배가족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경영권승계나 총수의 사익추구 문제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부당내부거래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소액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100% 지배의 경우에는 소액주주의 보호를 고려한 규제를 배제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부분의 공정거래법의 규제는 현재보다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일부 경영권승계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규제가 강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규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다른 글로 미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현행 규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정책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작업이 기업집단법의 구체적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UK Company Law Review Steering Group, Modern Company Law for a Competitive Economy : Completing the Structure (2000), 177면은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이유로서 사업수행에서 향유할 수 있는 유한책임의 수준을 조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들면서도, 절세, 영업의 양도 및 양수에 있어서의 장점, 지역적으로 분리된 영업의 수행, 산업규제 등 다양한 요소를 열거하고 있다.  2)Rafael La Porta, Florencio Lopez-de-Silanes & Andrei Shleifer, Corporate Ownership Around the World, 54 Journal of Finance 471 (1999), 480-491면 (각국의 그룹구조의 사례 예시). 각국의 기업집단의 형성 및 발전에 관해서는 Randall K. Morck, ed., A History of Corporate Governance Around the World: Family Business Groups to Professional Managers (2007).  3)기업집단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거의 유일한 법제는 독일 주식법(AktG)이다. 주식법은 결합기업(verbundene Unternehmen)에 대해서 제15조부터 제22조까지 총칙 규정, 제291조부터 제328조까지 각칙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적인 해설로 Emmerich/Habersack, Konzernrecht (9.Aufl., 2008). 독일의 법제는 현재 포르투갈, 체코 등 일부 유럽국가로 확산되어 있다.  4)Reinier Kraakman, et al., The Anatomy of Corporate Law (2nd, 2009), 154면.  5)기업집단의 존재를 전제로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프랑스의 로젠블룸(Rozenblum) 판결이 대표적이다. 벨기에도 비슷한 법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6)다만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신용공여는 허용된다(상법 제542조의9 제2항 제3호, 동시행령 제35조 제3항).  7)송옥렬, “이사의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판단기준”, 상사판례연구 VI (최기원 편집대표, 2006), 99면.  8)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총수가 배임죄로 처벌된 사례로는 2003년의 SK 사건, 2013년의 한화 사건이 대표적이다. SK 사건은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SK 증권의 증자를 위해서 SK 글로벌의 해외자회사와 JP 모건 사이에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JP 모건이 증자에 참여하였던 사건이었다. 송옥렬, “SK 사건일지 : 법적 쟁점의 정리”, BFL 제3호 (2004), 23-26면. 한화 사건에서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던 한유통과 웰롭을 한화 계열사들이 지원하다가, 종국적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하여 다른 계 열사의 유 휴자금으로 한유통과 웰롭의 부채를 정리하였다. 천경훈, “한화 판결의 주요 법적 쟁점”, BFL 제64호 (2014), 67-70면.  9)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은 50%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의2 제5항).  10)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일반적인 논의는, 백운찬,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 도입배경 및 주요쟁점 검토”, BFL 제57호 (2013), 80-90면.  11)공정거래법은 제3장에서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두고 있지만,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하는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제5장에 규정되어 있어서 적용대상이 기업집단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881 판결 (부당지원행위의 지원객체는 반드시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에 한정되지 않음). 이에 비하여 일감몰아주기에 관한 제23조의2는 제5장이면서도 기업집단에만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다.  12)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1두2034 판결 (“모회사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라 하더라도 양자는 법률적으로는 별개의 독립한 거래주체라 할 것이고, 부당지원행위의 객체를 정하고 있는 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서 완전자회사를 지원객체에서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모회사와 완전자회사 사이의 지원행위로 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규율대상이 된다.”); 同旨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4두3298 판결.

    Ⅱ. 내부거래의 두 가지 유형과 규제의 연혁

    내부거래는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기업집단 차원의 시장개척이나 R&D 투자와 같은 적극적인 경우도 있고, 부실계열사를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등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지원객체의 가치에 대하여 시장에 정보비대칭이 발생한 경우, 정보적 우위에 있는 내부자가 내부자본시장 (internal capital market)13)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제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자금지원의 형식 또는 실질을 가지는 형태이다. 지원객체를 위해서 지원주체가 채무보증 등 신용공여를 하거나 우호적인 거래조건을 통하여 지원객체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즉 계열사 사이에서 富의 이전이 일어나는 유형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계열사 사이에서 富의 이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지분율에 따라 계열사의 소액주주로부터 지배주주에게로 富의 이전이 일어나게 되고, 따라서 지배주주가 사익추구에 이용할 위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설사 다른 경영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富의 이전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시기에는 외부자본시장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자원을 배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이 상당 부분 용인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회사법이 지배주주의 자기거래를 인식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회사법에서도 문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규제의 대상이 된 것은 사실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제23조 제1항 제7호가 부당내부거래를 금지한 것이 1996년 말이었고,14)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은 1998년부터 이루어졌다. IMF 위기입법의 하나로 계열사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계열사 지원을 이유로 간혹 총수의 형사처벌이 문제되기는 하였지만,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최근까지도 기업집단 내부거래 규제의 중심에 존재하고 있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규제의 대상이 되는 내부거래와 수직계열화 등 허용되는 내부거래를 구분하는 징표로 지원의 “현저성”을 내세웠다. 계열사 사이의 자금지원, 즉 富의 이전이 크게 발생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15)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은 구체적인 부당지원행위로서, ① 부당한 자금지원, ②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 ③ 부당한 인력지원으로 유형화하면서, 그 부당성의 징표로 현저히 높거나 낮은 대가로 거래하는 것을 들고 있었다.16)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체적인 심사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17) 은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있었다. 결국 정상가격과 비교하여 지원객체에 “현저한” 이익이 귀속되는 경우 부당한 지원행위로 의율되었다.

    계열사간 자금지원의 실질을 가지는, 즉 부의 이전을 가져오는 내부거래를 왜 억지해야 하는지는 다음에 다루겠지만, 최소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효과가 미미한 내부거래는 사전규제나 사후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전형적으로 수직계열화 관계에서 정상가격에 의한 납품이 그러 하다. 물론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거래조건이 정상가격에 근접하게 되면 이를 통하여 지배주주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되었으므로 규제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글로비스 사건18) 이후 소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었고, 실제로 많은 기업집단에서 IT, 홍보, 물류, 구매 등을 담당하는 비상장회사를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회사법, 세법, 공정거래법의 개정이 차례로 이루어졌다. 일감몰아주기는 지원객체로의 富의 이전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19) 자기거래의 성격을 가지는 전형적인 내부거래와 구분된다. 지원객체가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함으로써 그 자체로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지배주주 일가는 이 지원객체를 보유함으로써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내부거래에 대한 비판이 지원주체의 손해에 주목하는 것에 비하여,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지원객체의 이익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를 증여의제로 보아 세법의 문제로 접근했던 이유도 그러하고, 2013년 많은 관심을 모았던 공정거래법 개정도 지원객체 및 지배주주를 규제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심사지침 수준에서 이미 2010년에 도입되었다. 기존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유형으로 “현저한 규모로 거래하는 경우”를 추가하였고,20) 심사지침도 2010. 12. 22. 그 기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정상거래량과 비교하여 현저한 거래규모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있을 뿐만 아니라,21) 지원주체에 손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의 부당지원행위 규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저한 규모에 의한 거래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비용절감효과가 지원객체에게 과도하게 귀속되는지 여부” 및 “지원객체의 사업위험이 제거되는지 여부” 두 가지를 제시함으로써,22) 지원주체의 손해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과, 안정적인 일감의 공급으로 지원객체가 얻는 무형의 이익이 규제의 근거임을 분명하게 하였다.

    일감몰아주기 유형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다시 전형적인 내부거래 유형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2013년의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는 단순히 일감 몰아주기 유형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최종적으로 2013. 8. 13. 개정되어 2014. 2. 14. 시행된 공정거래법은 당초 제안되었던 대부분의 내용이 관철되었는데, ① 부당내부거래의 요건을 종전의 현저성에서 상당성으로 완화하였다(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가목). ② 통행세, 즉 바로 하도급 등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통하여 하도급 등 거래를 하는 행위도 부당내부거래의 범주에 포함시켰다(동법 제23조 제1항 제7 호 나목). ③ 소위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는 규정으로서,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와,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동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 제 4호, 동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 시키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23) 재계는 규제범위가 불명확하고 포괄적이라는 불만을 표시하였으나 결국 시행령에서 수직계열화 등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을 이유로 내부거래의 예외를 인정받는 것에 그쳤다(동법 제23조의2 제2항, 동시행령 제38조 제4항, 별표 1의4 법 제23조의2 제1항 제4호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거래). ④ 두 유형 모두 특수관계인 및 지원객체에 대해서 그러한 지원을 받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였다(동법 제23조 제2항, 제23조의2 제3항). 이러한 의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총수를 비롯한 특수관계 인과 지원객체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동법 제24 조의2 제2항). 총수 일가 및 지원객체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최초 제안의 핵심이었는데 두 유형 모두 이 사항이 관철되었다.

    13)eremy S. Stein, Internal Capital Markets and the Competition for Corporate Resources, 52 Journal of Finance 111 (1997); David S. Scharfstein & Jeremy C. Stein, The Dark Side of Internal Capital Markets: Divisional Rent-Seeking and Inefficient Investment, 55 Journal of Finance 2537 (2000); Vojislav Maksimovic & Gordon Phillips, Conglomerate Firms and Internal Capital Market, in Handbook of Corporate Finance: Empirical Corporate Finance Volume 1. Ch. 8 (B. Espen Eckbo, ed., 2007).  14)규제의 근거로는 “경제력집중을 억제함으로써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여 경쟁촉진형 경제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하였으나, “모든 사업자에게 균등하게 적용하고자” 이를 제3장이 아니라 제5장에 위치시켰다. 국회 행정위원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중 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 (1996), 6면. 이 규정에 대한 상세한 연혁은, 서정, “부당한 지원행위 규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8), 10-19면; 한현옥, “내부거래 규제 근거와 타당성 검토”,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방안 : 경쟁이론과 공정거래법 (上) (2004) 342-345면.  15)이후 본문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현저성 요건은 상당성으로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시행령의 별표나 심사시침 등 하위규범도 종래의 “현저한”이라는 표현을 모두 “상당한”으로 변경하였다. 이것은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지원행위의 입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경미한 거래조건의 차이로는 과징금을 부과받지 않도록 하는 취지이다. 국회정무위원회,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관련 법률개정에 관한 공청회 자료(2013. 3. 11) (김우찬 교수 발표부문). 그러나 실제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올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同旨 : 이호영, “물량몰아주기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한 소고”, 경쟁과 법 제1호 (2013), 64면 (“해석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서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16)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10호.  17)심사지침은 1997. 7. 19. 제정된 이래 최근 2014. 4. 7.까지 수차례 개정되었다. 심사지침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판례는 확고하게 심사지침의 법규성을 부인하면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1두6364 판결 (“위 심사지침은 법령의 위임에 따른 것이 아니라 ⋯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므로”).  18)글로비스 사건은 법원에서도 다루어졌다. 서울고등법원 2009. 8. 19. 선고 2007누30903 판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2. 25. 선고 2008가합47881 판결 (주주대표소송).  19)일감몰아주기도 지원객체에 유리한 가격조건에 이루어질 수 있다. 글로비스 사건에서도 가격조건을 통한 부의 이전이 인정되었다. 또한 회사법상 일감몰아주기를 회사기회유용으로 의율하는 것도 지원주체에게 일종의 일실이익의 형태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 일감몰아주기를 다루면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일감몰아주기를 비판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이러한 부의 이전에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를 구분하고자 한다.  20)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10호.  21)홍명수, “현저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물량몰아주기)의 규제 법리 고찰”, 법과사회 제42호 (2012), 233면 (“정상가격이나 정상거래량과의 비교는 ⋯ 일정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정상가격의 경우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참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정상거래량은 시장으로 부터 일정한 기준을 도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22)심사지침 III.4.나.2). (2011. 6. 15. 기준).  23)제1호, 제3호는 내부거래에서 상당히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 종전의 부당내부거래를 중복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제23조의2 제1항은 단순히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거래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점에서 제23조 제1항 제7호와 구별된다.

    Ⅲ. 기업집단 및 이해관계자 수준에서의 논의

    우리나라의 현행 규제 및 연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금지원의 효과를 가지는 전형적인 내부거래와 최근 문제가 되는 일감몰아주기는, 최소한 분석적 차원에서는, 서로 구분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이 글에서는 관행에 따라 전자를 “내부거래”로, 후자를 “일감몰아주기”로 부르기로 한다. 현실에서는 서로 혼재되어 나타날 수 있지만 , 이론적으로 두 유형은 서로 경제적 효과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지배주주의 인센티브도 달라지고 분석의 단위에서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지원주체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전통적인 회사법적 구제수단이 동원되어야 할 근거가 희박해진다. 반면 거래의 외부효과를 이유로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거래조건에 따른 富의 이전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기 힘들다. 이하에서는 기업집단 차원과 더 넓은 사회적 차원의 두 가지 수준에서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이론적 쟁점을 설명한다.

       1. 내부거래

    먼저 내부거래 유형을 보자. 내부거래를 통하여 계열사 사이에서 부의 이전이 발생하는 경우 지원주체의 손해와 지원객체의 이익이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기업집단의 차원에서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기업집단 차원의 효율성과 개별 회사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지배주주의 인센티브가 항상 일치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내부거래는 부의 이전을 가져오기 때문에 효율적인 내부거래라 하더라도 지원주체의 주주나 채권자는 항상 손해를 본다. 그 손해는 심지어 지원 주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동반부실의 문제도 이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지배주주는 심지어 비효율적인 내부거래라 하더라도 감행할 인센티브가 있다. 지배주주의 대리비용 문제이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 또는 그 친족이 X 회사의 20%, Y 회사의 50%를 보유한다고 하자. 이제 X 회사가 지원주체, Y 회사가 지원객체라고 하고 일정한 지원성 내부거래가 발생했다고 하자. ① X 회사의 손해가 100원, Y 회사의 이익이 140원이라면 이 거래는 기업집단의 관점에서 효율적이다. 동시에 지배주주는 이러한 거래를 할 인센티브가 있다. X 회사로부터 20원의 손해를 보지만, Y 회사로부터 70원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X 회사의 주주 또는 채권자가 손해를 본다는 것밖에 없다. ② X 회사의 손해가 100원이지만, Y 회사의 이익이 60원에 불과하다면 이 내부거래는 비효율적 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배주주가 내부거래를 할 인센티브를 가진다는 점이 문제이다. X 회사로부터 20원의 손해를 보지만, Y 회사로부터 30원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 이러한 비효율적 인센티브를 억지할 수 있는지가 정책적 쟁점이 된다. 물론 여기서 X 회사의 주주나 채권자가 손해를 본다는 점은 같다.

    현실에서 두 유형의 내부거래가 혼재되어 있다. 기업집단 차원의 손익을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두 유형을 직접적으로 구분한 실증분석은 찾기 어렵지만, 간접적으로 내부거래의 인센티브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소액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지배주주가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채무보증은 이러한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24) 그러나 반대로 지배주주가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지원객체를 지원하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기업집단 전체에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아울러 보고되고 있다.25) 다만 이처럼 현실에서 두 유형의 내부거래가 쉽게 구분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과 같이 사전규제의 방식을 취한다면 두 유형을 서로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할 수 있다.

    세법을 제외하면, 현행 내부거래에 관한 규제는 지원주체인 X 회사의 이해관계자, 특히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회사법이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형법은 원래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므로 당연하고, 심지어 공정거래법의 부당내부거래 규제에 대해서도 동반부실의 폐해 방지 또는 소액주주의 보호가 목적으로 열거되곤 한다.26) 그러나 그 보호의 양상은 경제학적 분석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적 분석에서는 사회적 효율성과 개인의 인센티브가 괴리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최소한 추상적 차원에서는, ① 거래와 ② 거래는 서로 다르게 취급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② 거래에 규제가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그렇지 않고 ① 거래와 ② 거래를 모두 동일한 틀에서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법이나 형법에서는 두 경우 모두 X 회사의 이사에게 민사책임 또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 거래가 기업집단 차원에서 효율적이더라도 같다. 책임을 추궁당한 X 회사의 이사가 효율적인 ① 거래임을 주장하면서 “X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는 하였으나, 이는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 라는 항변을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27) 공정거래법도 마찬 가지이다.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경영상의 필요 또는 거래상의 합리성이나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로는 부당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다.28) 이처럼 현행 내부거래에 관한 규제는 기업 집단 차원의 경제적 효율성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문제이다.

    얼핏 ① 거래와 ② 거래에서 X 회사의 주주 또는 채권자가 손해를 보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을 회사법, 형법, 공정거래법이 X 회사의 주주 또는 채권자의 이해관계에 주목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논거에 기초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X 회사에 다른 소액주주나 채권자가 없는 경우에도 법적 결론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주주가 X 회사를 100% 보유하고 있거나 X 회사가 무부채기업이라고 해도, X 회사의 이사는 ① 거래와 ② 거래 모두에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29) 공정거래법상으로도 여전히 부당내부거래가 된다.30) X 회사에 다른 이해관계자가 없는 경우라고 해서 그룹경영을 허용하는 법리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현행 규제는 지원주체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에 기초하고 있다기보다는, X 회사와 Y 회사의 서로 다른 법인격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2. 일감몰아주기

    기업집단의 특정 계열사에 안정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은 우리나라 기업집단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집단에서는 수직계열화된 주력산업에서 나타나는 내부거래와 함께, 기업의 운영과 관련된 서비스업종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31) 경제개혁연구소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32) 이러한 일감몰아주기가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추구 또는 경영권승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통계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같은 조사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율에 따른 매출액 기준 내부거래의 비중을 보고하고 있는데, 지분율이 30% 미만인 계열회사는 13.13%에 그치고 있으나, 지분율이 50% 이상이 되면 27.99%로 증가하고, 나아가 100%가 되면 46.81%로 높아진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 총수의 후대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하면 더 심화되고 있다. 후대의 지분율이 30% 미만 인 경우 내부거래의 비중이 13.37%로 위와 별 차이가 없으나, 지분율이 50% 이상이 되면 56.25%로 크게 높아지고, 100%인 경우 에는 58.10%가 된다.33) 최근에는 이러한 비상장회사에서 높은 배당을 한다고 하여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추구로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배주주 일가의 2세가 IT, 광고, 물류, 시설관리 등 비상장회사를 지배하면서 당해 기업집단 계열사를 상대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부를 축적하고 이를 통하여 기업집단의 경영권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현상은 이미 관행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최근 회사법에 자기거래와 회사기회 유용의 규정이 들어가고,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와 같은 총수의 사익추구 금지 규정이 신설되고, 세법에서도 이를 의제증여로 보아 지원객체의 이익 일정 부분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게 된 것은 모두 일감몰아주기 현상을 의식한 것이다.

    기업집단의 이해관계자 수준에서 분석하자면, 일감몰아주기는 지원주체의 손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 내부거래와 다르다. 34) 지원주체로서는 그 서비스를 어디선가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감몰아주기는 “기업집단에서 필요한 재화 또는 용역을 기업집단의 내부에서 생산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 시장에서 조달할 것인지”라는 기업이론(firm theory) 의 전통적인 문제와 닮아 있다. 생산을 조직화하는 방법으로서 시장 v. 기업 이라는 이분법은 이미 1930년대 코즈(Ronald H. Coase)에 의하여 제시된 분석틀로서,35) 거래비용학파를 거쳐 최근에는 불완전계약에 기초한 소유권적 접근방법(property rights approach)으로 발전하고 있다.36) 이 접근방법에서 는 기업내부 생산의 장점으로서 계약 상대방의 버티기(hold-up) 문제가 해소 됨으로써 관계적 투자(firm-specific investment)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강조한 다. 시장 또는 기업을 이용하는 거래비용은 그 이외에도 다양하다.37) 기업집단 또는 그 이해관계자 차원에서는 필요한 재화 또는 용역을 거래비용이 적은 방식으로 조달하면 그만이다. 설사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반적인 투자의사결정을 잘못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부의 제3자가 간섭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굳이 경영 효율성이 있다거나, 안정적 공급 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거나, 기밀의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유38) 를 제시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집단의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기업집단 내부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의사결정 자체는 기업집단 차원의 경영판단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기업집단을 지주회사 형태로 유도하면서, 지주회사의 역할로 이러한 공통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corporate center) 점을 열거하기도 했었다.

    문제는 일감몰아주기의 지원객체에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에 있다. 아마도 기업집단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나 지배주주의 지분이 거의 없는 계열사가 기업집단의 IT, 홍보, 물류 등을 전담하였다면 기업집단 수준의 분석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39) 시장을 통해 조달하든 아니면 기업집단 바깥에서 조달하든 기업집단 입장에서 바람직한 방법을 선택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감몰아주기의 문제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원주체의 소액주주나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왜 지배주주 또는 그 후대가 이러한 계열사를 설립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인 가”라고 정식화할 수 있다.

    기업집단 차원의 분석에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질문에 대해서 먼저 위 내부거래에서 채용한 것과 비슷한 논리를 전개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일감몰아주기도 기업집단 입장에서 효율적인 경우와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는데, 지배주주는 사익추구 또는 경영권승계를 위해서 비효율적인 일감몰아주기도 감행할 인센티브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일감몰아주기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위 거래비용에 기초한 기업이론을 적용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오류에 봉착하게 된다. ① 기업집단 입장에서 비효율적인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지원주체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이론에 기초하여 일감몰아주기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기업집단이 바깥 시장에서 그 재화 또는 용역을 더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같은 거래조건 이라면 기업집단 내부에서 정상이윤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가 나타났다는 것은 사실상 지원객체에 우호적인 거래 조건이 적용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지원주체로부터 지원객체로의 부의 이전, 즉 위에서 설명한 내부거래의 분석틀로 귀착되므로, 따로 일감몰아주기 유형을 생각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대량주문에 따른 할인효과(volume discount) 를 고려한다면, 설사 시가로 거래하더라도 지원주체로서는 할인을 받지 못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도 사실은 富의 이전을 가져오는 내부거래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②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일감몰아주기라면 그 지원객체가 지배주주 일가라 하더라도 용인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예를 들어, IT, 홍보, 물류, 구매 등 필요한 사업을 기업집단 내부에 두는 것이 기업집단 차원에서 시너지나 공급의 안정성 등 효율적일 수 있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문제를 바꾸거나 은폐할 위험이 높다. 일감몰아주기의 진정한 문제는 생산을 기업집단 내부 또는 외부에서 할 것인지가 아니라 그 생산으로 인한 이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이기 때문이다. 기업집단에 이익이 되는 효율적인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 사업을 하필이면 왜 지배주주가 하는지를 해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감몰아주기의 분석에 있어서는 지배주주의 인센티브, 즉 후대로의 경영권승계의 목적을 보다 직접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성 분석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기업이론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경영권승계가 기업집단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장기적‧사전적 효과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영권승계는 기업집단 입장에서 효율적인 경우와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는데,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경영권승계도 감행할 인센티브를 가진다는 형태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기업의 소유구조, 구체적으로는 효율적 지배주주 체제 v. 비효율적 지배주주 체제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된다. 최근 회사 법의 이론은 종래 분산소유 v. 지배주주의 구도가 현실을 너무 단순화하고 있다고 보면서, 지배주주 체제도 효율적인 경우와 비효율적인 경우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그 효율성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 법제의 투자자보호 수준이다.40)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도 지배 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가에서는 투자자보호 수준이 높기 때문에 효율적인 지배주주 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 국가에서는 지배주식의 프리미엄으로 측정된 사적 이익의 크기가 작게 나타나고,41)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과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 함께 나타난다는 것이다.42)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승계의 효율성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제의 전반적인 투자자보호 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처럼 효율성 분석이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하나의 축은 공정성의 문제 라고 할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에 있어서는 설사 경영권승계가 효율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그 수단이 정당했는지의 문제가 여전히 남고, 규범적으로는 효율성 분석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설사 일감몰아주기가 기업집단에 효율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왜 그 이익을 지배주주 일가가 취득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기업집단의 소액주주가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회사법상 사업기회 유용의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편법 상속 또는 富의 정당성에 관한 비판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최근의 사회적 비판은 위 경영권승계의 효율성 같은 경제적 효율성 문제보다는 이러한 분배적‧규범적 측면에 더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감몰아주기의 분석은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승계의 인센티브가 핵심적인 쟁점으로 등장하지만, 현행 규제는 이러한 요소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경영권승계의 목적이 있었는지의 판단이 쉬운 것은 아니겠으나, 규범적 판단에서 고려해야 할 일부 요소로서도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종래 공정거래법의 부당지원행위 규제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이나 사익추구 같은 폐해를 억지하고자 하면서도 이를 언급하는 대신 법인격이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라는 중립적인 요건을 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43) 최근 개정된 공정거래법 역시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추구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그 행위요건은 다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종래 부당내부거래와 같은 과다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업집단 차원에서 효율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안은 규제에서 배제함으로써(동법 제23조의2 제2항, 동시행령 제38조 제4항), 경영권승계의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도 기업집단 차원의 효율성을 근거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피해 갈 수 있는 과소규제의 여지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과다규제와 과소규제의 문제가 함께 발생하는 이유는 일감몰아주기의 문제가 경영권승계에 있다는 점을 직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영권승계는 유독 법원의 규범적 판단에서도 배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전형적으로 경영권승계를 목적으로 한 거래라고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삼성 SDS 사건에서도 법원은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직접적인 규제는 법의 목적이 아니”라고 하면서, “계열회사로부터 특수관계인이 주식 등을 저가로 인수하여 富의 세대간 이전이 가능해지고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이 집중될 기반이나 여건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였고,44) 그 결과 총수 일가를 최종 귀착지로 하는 행위는 부당지원행위의 규제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결과가 되었다.45) 글로비스 사건,46) 신세계백화점 사건47)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전환사채 사건,48) 애버랜드 사건49) 등 법원은 경영권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수없이 다루었으나, 경영권승계의 목적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50) 경영권 승계가 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의 입장에서는 강한 인센티브를 가지는 상황 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핵심을 비껴간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24)이를 “배임가설”이라고 한다. 이원흠, “대기업집단 내부거래의 대리인가설 검정에 관한 연구”, 한국증권학회지 제38권 제4호 (2009), 466면 (배임가설을 지지하는 유형은 채무보증이 유일함).  25)이를 “조장가설”이라고 한다. 이원흠, 전게논문 각주 24, 464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자료에 의하면 대규모내부거래는 전체적으로 배임가설보다 조장가설을 지지함); 강형철·박경서·장하성, “기업집단의 계열사간 거래의 결정요인”, 재무연구 제19권 제1호 (2006), 79-80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자료의 분석 결과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자금력은 풍부하지만 성장기회가 작을수록 채무보증의 지원주체가 됨).  26)판례는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목적을 일반적으로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과 아울러 경제력집중의 방지”에 있다고 본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881 판결 등 다수.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기업집단의 동반부실의 위험이나 소액주주와 채권자 등의 이익 침해에 대한 우려도 규제의 근거라고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1헌가25 결정.  27)최근 한화 사건에서는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대법원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공동목표에 따른 집단이익의 추구가 사실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 개별 계열회사도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체로서 그 각자의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관여되어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집단이익과 상반되는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는 점, ⋯ 지원 계열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계 열회사와의 형평 등을 감안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적용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원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경제적 부담 내지 위험을 안게 된 지원 계열회사에 대하여 그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현재 또는 장래의 적절한 보상이 마련되지도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하여 지원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승인하였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28)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도2881 판결;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3두12059 판결.  29)판례는 1인 주주인 대표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횡령죄 및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2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4915 판결 (그 논거로서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동일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만 제시하고 있음). 다만 대법원 2002. 7. 12. 2002다20544 판결에서는 자기거래에서 사전에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경우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면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하였는데, 이를 가지고 이사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30)전게 각주 12 판례 참조.  31)조사대상은 46개 민간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의 2011년 내부거래이다. 계열회사를 업종별로 분류해 보면, 서비스업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사업시설관리업 74.15%, 부동산업 63.01%, 시스템통합관리업 62.74%, 정보서비스업 54.74%, 사업지원서비스업 51.86%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 분석결과 (2012), 10면.  32)지배주주 일가의 지분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원성거래(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 유용(기업집단의 상장회사 또는 주력계열사의 사업과 연관된 사업)의 사례를 조사한 것이다. 2010년 4월 지정된 대규모기업집단 중에서 총수가 존재하는 35개 기업집단에서 지원성거래 42건, 회사기회유용 48건의 사례를 발견하였다. IT 및 건설 분야가 가장 많았으며, 지배주주 일가는 모두 1조 3,195억원을 투자하여 2010년 말까지 배당수익 5,675억원, 주식매각차익 1조 8,607억원, 지분평가액 8조 8,501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채이배, “지배주주의 사익추구행위로서의 일감몰아주기 실태와 규제방안”, 경쟁저널 제163호 (2012), 24면.  33)공정거래위원회, 전게자료 각주 31, 13면.  34)이봉의, “독점규제법상 부당지원행위 : 법과 정책의 조화를 위한 시도”, 경쟁법연구 제27권(2013), 235면 (“비록 지원주체가 대량거래로 인한 경제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이때의 이익이 지원주체로부터 지원객체로 ‘이전된’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5)Ronald. H. Coase, The Nature of the Firm, 4 Economica 386 (1937); Ronald. H. Coase, The Nature of the Firm: Origins, Meaning, Influence, 4 Journal of Law, Economics and Organization 3 (1988).  36)Oliver Hart, Firms, Contracts, and Financial Structure (1995), Ch. 2.  37)Henry Hansmann, The Ownership of Enterprise (1996) Ch. 2 (costs of contracting) & Ch. 3 (costs of ownership).  38)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2항, 동시행령 제38조 제4항, 별표 1의4 법 제23조의2 제1항 제4호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거래.  39)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다른 경제정책적 고려에 대해서는 본문 II.2.(2) 참조. 그 과정에서 富의 이전이 발생하면 그것은 앞서 설명한 내부거래의 문제가 된다.  40)Ronal J. Gilson, Controlling Shareholders and Corporate Governance: Complicating the Comparative Taxonomy, 119 Harvard Law Review 141 (2006), 1652-1657면; 송옥렬,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법정책적 이해”, 서울대학교 법학 제46권 제1호 (2004); 246-250면. 효율적인 지배주주 체제는 경영진의 대리비용을 통제하는 장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반면, 비효율적인 지배주주 체제에서는 지배주주의 대리비용이 발현되는 측면이 더 부각된다.  41)Gilson, supra note 40, 1655면.  42)Id. 1658-1659면.  43)신영수, “공정거래법상 현저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물량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고려법학 제64호 (2012), 422면.  44)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1두6364 판결. 이 판결에 대한 평석은, 송옥렬,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BFL 제10호 (2005), 91-100면.  45)서정, “부당지원행위 규제, 만능 치유책인가? 목적과 수단의 정합성에 관한 검토”, 연세 글로벌 비즈니스 법학연구 제3권 제2호 (2011), 36면.  46)서울고등법원 2009. 8. 19. 선고 2007누30903 판결 (행정처분취소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2. 25. 선고 2008가합47881 판결 (대표소송).  47)서울고등법원 2011. 6. 16. 선고 2010나70751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48)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0다37326 판결.  49)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  50)송옥렬, “기업경영에서 법치주의의 확산 : 외환위기 이후 회사법의 발전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법학 제55권 제1호 (2014), 92-96면.

    Ⅳ. 외부효과를 고려한 논의

    내부거래나 일감몰아주기는 기업집단의 이해관계자 수준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그 행위의 외부효과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기업집단 차원에 서는 효율적인 거래라 하더라도 그 외부효과가 심각한 경우에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51) 이러한 분석은 물론 공정거래법상의 부당내부거래 논의에서 두드러지며,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액주주의 보호나 지배주주의 사이추구 등을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목적으로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52) 그것은 경쟁을 보호하는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경제력집중을 억지한다고 하는 공정거래법 제3장 기업집단 규제의 취지에 비추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방지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최근의 공정거래법 개정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도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서는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과 아울러 경제력집중의 방지”만을 언급하고 있고,53) 헌법재판소 역시 경쟁제한이나 경제력집중, 동반 부실 같은 외부효과의 억지를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핵심적인 목적으로 우선시키고 있다.54)

    이러한 외부효과에 주목하게 되면, 계열사가 100% 완전자회사인지 아닌 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가 사업부로 분리되어 있는지 아니면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회사인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지배주주가 자연인으로 존재하는지 등의 요소는 분석과 아무 상관이 없다. 외부효과를 이유로 규제를 한다면 이러한 요소에 따라 규제가 달라질 수 없다. 심지어 거래의 형태가 부의 이전을 가져오는 내부거래인지 그렇지 않은 일감몰아주기인지 여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부의 이전 여부는 지원 주체와 지원객체의 소액주주나 채권자 같은 이해관계자에게만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55) 따라서 분석은 보다 단순해진다. 문제는 그러한 외부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하는 것이다. 필자는 상당히 오래 전에 공정거래법상의 부당내부거래 규제가 기초하고 있는 외부효과의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주장한 바 있고,56) 이후 일부 연구에서도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57) 비슷한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것도 그 이론적 근거가 허약함을 뒷받침한다. 이하 그 주장의 논리를 설명하기로 한다.

       1. 경쟁의 제한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의 성립요건으로는 지원행위성(지원 객체에 유리한 조건의 거래), 지원행위의 현저성, 부당성 등 세 가지가 충족 되어야 하며,58) 여기서 부당성이란 “지원객체가 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59) 를 말한다. 이처럼 경쟁저해성 또는 경제력집중의 야기는 공정거래저해성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으로서, 단순히 제도의 취지나 목적에 그치지 않고 규제의 발동요건이 된다. 여기서 먼저 경쟁저해성이란 지원객체가 당해 시장에서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지위에 있게 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다음 설명을 보자.

    이러한 사고방식을 경쟁의 출발선이 평등해야 한다는 평등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61)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출발선의 불평등이 “단지 기업집단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 기업집단이 사업을 확장하면 서, 기업집단 계열사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였으면서도 내부의 지원행위에 힘입어 쉽게 시장에서 유리한 여건을 확보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62) 이러한 사회적 정서는 이해할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도 지원객체 에게 사업의 안정성을 제공함으로써 경쟁업체보다 유리해지는 것은 분명하다.63)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여 심사지침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부당지원 행위로 본다.64)

    이러한 현행 공정거래법의 입장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이 기준은 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준이 모호하여 사실상 지원 행위가 있으면 바로 요건을 충족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서 당연위법(per se illegal)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당성 판단을 실질적으로 생략하여 과다규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심사기준 ①, ③, ④ 등은 내부거래나 일감몰아주기가 있으면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현상을 열거하고 있어 독자적 판단기준이 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단서조차 주어져 있지 않다.65) 판례도 마찬가지이다. 판례는 부당성, 즉 공정거래저해성의 판단요소를 자세하게 열거하고 있으나,66) 법원이 실제로 이러한 요소를 사실상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다.67) 결국 예측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업집단으로서는 당연위법처럼 인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내부거래나 일감몰아주기가 관련시장에서 항상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므로, 지원객체가 구체적으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이를 직접 규제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원행위를 통하여 지원객체가 어떤 시장에 신규로 진출하거나 퇴출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는 그 시장의 경쟁은 촉진된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나, 68) 실제로 가격인상, 산출감소, 다양성 감소, 혁신저해 등 소비자후생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비슷한 맥락이다.69) 예를 들어, 일감몰아주기와 같이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사이의 상품‧용역 거래가 당해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이러한 거래는 배타적 거래 (exclusive dealing)라고 볼 수도 있으므로, 그에 따른 시장봉쇄효과를 분석하여 경쟁법을 적용할 수 있다. 지원주체로부터의 지원으로 자금여력이 높아진 지원객체가 부당염매(predatory pricing)에 해당하는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에도 역시 그에 따른 규제를 하면 된다.70) 이렇게 지원객체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직접 경쟁법으로 다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71) 그와 상관없이 모든 지원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과다규제라고 할 수 있다. 관련시장에서 경쟁제한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사실 소비자후생이 감소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두 가지 비판은 타당한가? 아쉽게도 위 비판은 공정거래위원회나 판례의 입장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비껴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부당내부거래에서 말하는 경쟁저해성은 일반적으로 경쟁법에서 생각하는 경쟁저해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부당내부거래가 경쟁을 제한한다고 할 때는 단순히 지원객체가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그친다. 지원객체는 그 유리한 지위를 부당한 방법으로 얻었다는 것이다. 증권시장에서 동일한 정보적 우위에 이르더라도 독자적인 자료 분석을 통하여 도달한 경우와 내부정보를 이용한 경우를 규범적으로 다르게 평가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위에서 설명한 두 비판은 공정거래위원회나 판례가 이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경쟁저해성을 경쟁법의 일반적인 경쟁저해성으로 치환하여, 그러한 경쟁이 저해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을 따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판례가 사용하는 경쟁저해성의 논리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의 관계를 제주도에 엄청난 땅을 가진 부자 부모를 둔 사업가와 같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이 사업가는 우연히 부자인 부모를 만났다는 이유로 시장에서의 다른 사업가에 비하여 유리한 지위에 있게 된다. 이 논리는, 이 사업가가 경쟁법적 개념의 경쟁제한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풍부한 자금력이 개인의 성실한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규제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집단에서 지원객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 결론이었다.72) 위 두 가지 비판의 논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논리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부자 부모를 만나서 자금력이 생긴 것과, 어느 기업집단에 속했다는 이유에서 자금력이 생긴 것은 규범적 정당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정거래위원회나 판례도 그 차이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지 못하다. 단지 경쟁의 저해라는 혼란스럽고 정당화하기 힘든 개념을 가지고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두 경우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최소한 개별시장에서의 행위 관점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차이는 외부효과와 같은 효율성의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그 차이는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의 이해관계의 일치 여부가 아닐까 한다.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부모와 자식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므로 부모가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만, 지원주체와 지원 객체는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그것이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규범적인 차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지원주체가 지원객체를 100% 보유하는 경우라면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그 지원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즉 판례의 표현에 따르면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논리는 다시 생각해 보면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의 경제적 외부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규범적 평가를 앞서 설명한 기업집단 이해관계자 차원의 분석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닐까? 결국 지원객체에 대한 지원이 남의 돈으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은 독립적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결국 경쟁제한성을 어떻게 이해하든, 그것이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독립적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2. 경제력의 집중 방지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제3장이 아니라 제5장에 있지만 경제력집중의 억지라는 정책목표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73) 경제력집중은 흔히 말하는 일반집중, 즉 산업이나 국민경제 일반에서 특정 기업이나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공정거래법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은 아니지만,74) 기업집단 규제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목표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판례는 경제력집중을 부당내부거래의 부당성, 즉 공정거래저해성의 하위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력집중의 개념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공정거래법 제3장 자체가 일정한 경제력집중 효과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기업집단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정 규모 이상 기업집단의 다양한 행위에 대한 개별적 규제를 모아 놓은 것 (laundry lis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3장을 포함하여, 경제력집중이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한 나라의 경제적 자원이 소수의 기업집단에 의하여 통제되는 상황이 왜 문제가 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기업집단의 경제력이 커지면 정치적 의사결정과정까지 왜곡될 우려가 있다 거나, 국민경제적 비중이 너무 높아 부실화되는 경우 문제가 커진다는 등의 논거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역사적으로 또는 입법례상으로 입증되고 있지 못하다. ②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 예를 들어 신기술의 개발이나 원가 절감 등의 방법으로 기업집단이 커지는 것도 같은 문제를 가진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이 이러한 확장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업집단의 확장이 규범적으로 정당화되기 힘든 수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규제할 수밖에 없는데, 공정거래법은 이러한 부당성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대신 제3장에서 규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③ 어느 정도의 기업집단 규모가 되어야 경제력집중을 염려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기준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을 통해서 임의로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집단 사이의 규모 편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경제력집중은 규제개념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모호한 개념이고, 실제로 공정거래법이 경제력집중을 규제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부당내부거래의 판단에 있어 “경제력집중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면”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는 판례의 입장에 대해서도 같은 비판이 가능 하다. ① 어느 정도 규모의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가 있어야 경제력집중이 야기되는지 명확하게 정할 수 없다. 지원으로 이전된 경제적 이익이 작은 경우에는 경제력집중을 야기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최소한 경제력집중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비판75)도 같은 맥락이다. ② 부당내부거래의 규제 방식은 공정거래법 제3장 경제력집중 규제와 조화 되기 힘들다. 제3장에서는 일정한 행위유형을 정하여 규제하면서 그 유형에 따로 부당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상호출자, 순환출자, 계열사 채무보증, 지주 회사 행위규제, 금융회사의 의결권 행사는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므로 따로 부당성을 갖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부당내부거래규제는 내부거래 자체가 부당하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③ 경제력집중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척도가 없기 때문에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로 사실상 경제력집중이 일어났는지 쉽게 알기 어렵다.76)

    이처럼 경제력집중은 도구적으로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제력집중에 기초한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현실에서는 당연위법처럼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 경쟁제한성에 관한 비판이 동일하게 적용 된다.

    51)윤창호·최윤동,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규제에 대한 연구”, 산업조직연구 제15집 제1호 (2007), 15면.  52)지원주체의 소액주주나 채권자 보호 등은 부당지원행위 규제에 따른 간접적 효과에 불과하고, 독점규제법 개정이나 그 이후 운용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이 이를 명시적으로 논의한 바조차 없다. 이봉의, 전게논문 각주 34, 238면; 윤창호‧최윤동, 전게논문 각주 51, 35면.  53)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881 판결 등 다수.  54)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1헌가25 결정. 헌법재판소가 제시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퇴출되어야 할 효율성이 낮은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을 계열회사의 형태로 존속케 함으로써 당해 시장에서 경쟁자인 독립기업을 부당하게 배제하거나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시장진입을 억제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저해한다. ② 계열회사간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부당내부거래는 독과점적 이윤을 상호간에 창출시키게 되고, 그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의 독점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야기한다. ③ 부당내부거래는 우량계열기업의 핵심역량이 부실 계열기업으로 분산‧유출되어 우량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됨에 따라 기업집단 전체가 동반 부실화할 위험을 초래한다.  55)다만 내부거래는 자금지원의 성격도 아울러 가진다는 점에서 지원의 강도가 일감몰아주기에 비해서 강하다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차이가 외부효과의 크기에도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유의미한  56)송옥렬, 전게논문 각주 40, 233-239면.  57)서정, 전게논문 각주 45, 37-42면; 주진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서울대학교 법학 제53권 제1호 (2012), 649-655면.  58)홍대식, “자본거래 관련 부당지원행위의 성립”, 경쟁법연구 제17권 (2008), 151면.  59)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두7220 판결 등 다수.  60)최정표, “기업구조와 시장경쟁,” 한국의 대기업 누가 소유하며 어떻게 지배되는가 (기업구조연구회 편, 1995), 126면.  61)서정, 전게논문 각주 45, 37면.  62)신영수, 전게논문 각주 43, 410면.  63)공정거래법에서 2010년 현저한 규모의 거래를 부당내부거래의 범위에 포함시키기 이전에도 판례는 현대투자신탁운용 사건에서 일감몰아주기를 당시의 부당내부거래 규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있다.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두7610 판결 (“현실적인 관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동성의 확보 자체가 긴요한 경우가 적지 않음에 비추어 현저한 규모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가 될 수 있다.”). 다만 당해 사건에서는 부당지원행위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비스에 대한 지원을 부당내부거래로 본 것도 같은 범주이다.  64)심사지침 IV.2. (2011. 6. 15. 기준).  65)이봉의, 전게논문 각주 34, 245-246면 (“이러한 태도는 지원행위에 대한 당연위법과 다르지 않게 되어, 부당성 요건 자체를 형해화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홍명수, 전게논문 각주 21, 235-236면 (“이러한 규정들이 부당성 판단기준으로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며”).  66)표준적인 문구는 “부당성 판단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와의 관계, 지원행위의 목적과 의도,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의 구조와 특성, 지원성 거래규모와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및 지원기간, 지원행위로 인하여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이나 경제력집중의 효과 등은 물론 중소기업 및 여타 경쟁사업자의 경쟁능력과 경쟁여건의 변화 정도, 지원행위 전후의 지원객체의 시장점유율의 추이, 시장개방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두7220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4두3304 판결 등 다수.  67)서정, 전게논문 각주 45, 42면.  68)주진열, 전게논문 각주 57, 650-651면.  69)서정, 전게논문 각주 45, 37면.  70)홍명수, 전게논문 각주 21, 238-241면; 송옥렬, 전게논문 각주 40, 238면.  71)이에 대해서,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제한 행위를 입증하기 힘들 경우에는 그 우월한 지위의 원천이 되는 지원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전성인, “기업집단에 대한 시장규율과 규제규율 : 이론과 정책적 함의”, 기업경영권에 대한 연구 : 실증분석과 제도정비방안을 중심으로 제8장 (연태훈 편, 2005), 356-357면.  72)송옥렬, 전게논문 각주 40, 237면.  73)이봉의, 전게논문 각주 34, 237면.  74)경제력집중이라는 표현은 제1조의 목적에서 “이 법은 ⋯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문구에서 등장하고 다시 제3장 제목에 등장할 뿐이다. 기업집단에 관한 제3장에서도 경제력집중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문은 없다.  75)홍명수, 전게논문 각주 21, 244면.  76)이봉의, 전게논문 각주 34, 247면.

    V. 결어

    1990년대 중반 공정거래법에 부당내부거래 규제가 도입된 이후 규제의 이론적 근거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에 대응하여 회사법, 공정거래법, 세법의 개정이 있었으며, 역시 그 규제 근거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집단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그 차원을 넘어 행위의 외부효과를 중심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각각의 분석을 통하여, 기업 집단 차원에서 지원주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와 경영권승계 문제가 사실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핵심적인 근거가 됨을 설명하였다. 그 이외에 경쟁제한이나 경제력집중과 같은 전통적인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근거는 설득력이 낮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역사적 우연으로 내부거래 규제가 공정거래법 제5장에 규정되었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판례는 경쟁 또는 공정거래의 저해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으나, 처음부터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계속 비판에 시달려 왔다. 경영권승계와 같은 회사법적 쟁점을 놓친 결과 최근 일감몰아주기 관련 개정은 핵심을 벗어나 버리기도 하였다. 그 이외에 앞에서 다루지 못한 논거들도 많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서 기업집단의 일감을 계열사에 몰아주지 말고 기업집단 바깥의 중소기업에서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공청회에서 중소기업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강력한 지지의 사를 표명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77) 그러나 중소기업의 육성을 규제의 근거라고 명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의 문제는 기업집단 차원의 문제에 불과 하다. 그 기업집단에서 부실계열사를 지원하여 기업집단 전체의 위험을 높이 더라도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기업집단의 이해관계자 문제이다. 그것이 국민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 금융업과 같은 특수한 규제를 하면 그만인 것이다. 경영권승계가 지배주주 일가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역시 외부효과와는 상관이 없다. 문제의 성격이 그렇다면 그 규제수단도 이러한 근거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회사법적 통제일 필요는 없겠으나, 전통적으로 이해관계자의 문제는 회사법에서 다루어 왔다는 점에서 회사법의 자기거래 규제가 일차적 검토대상이 될 것이다. 만일 이러한 통제가 잘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규제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 경우에도 왜 자기거래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이 이러한 이해에 작은 기여를 하였기를 바란다.

    77)국회정무위원회, 전게자료 각주 15 (중소기업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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