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화를 통해 장르개념을 탈피한 새로운 유형의 뱀파이어 영화들

Vampire Films Deconstructing Genres Through Intern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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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A Vampire used to be considered as an antiquated mythological figure. However, it is now transformed into a character that possesses features that humans desire such as youth, immortality, charm, strength, and superpowers. This paper focused on how vampire films which had been generally categorized as Gothic began to transcend boundaries of genre after <Interview with the Vampire: The Vampire Chronicles>. To explore them, the paper analyzed the features of genre deconstruction in the subject of fear with a psychological perspective.

    Vampire films were originally categorized as a Gothic horror thriller which has specific subject of fear and anxiety. However, this changed dramatically after <Interview with the Vampire: The Vampire Chronicles (1994)> focusing on the vampire with a human side depicted. In some films, the characters even voluntarily become vampires. The subject became a vampire find out lack of being by staring into the mirror and desire again. Ironically, what the egoistic vampires desire is beloved from the others.

    Vampire films in the past had created a sense of horror with any subject of horror as "ding an sich." However, with greater curiosity for taboo, contemporary vampire films attempted post-modernistic transformation by internalizing the double-sidedness of humans. Such factors and plots reflecting them can be considered the reasons for the advent of vampire films of not only mixed genres but also those that transcends genre. We are now consuming vampire films not as a horror film, but as a jouissance across human oppression and impulse.

  • KEYWORD

    vampire , horror film , genre deconstruction , genre film , jouissance , Interview With The Vampire , desire , pleasure

  • 1. 뱀파이어영화의 흐름

    18세기 말, 낭만주의의 환상성과 고딕의 결합이 낳은 뱀파이어는 문학과 연극에 이어 뮤지컬, 영화, TV드라마와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초기 규정할 수 없는 사악한 정체불명의 존재에서부터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백작으로 정형화된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는 영화 매체를 만나면서 더욱 다양한 모습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흡혈’과 ‘영생’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특성은 스릴러나 호러 이외에도, 젊음을 유지하는 신비스러운 연인으로서 멜로와 로맨스의 소재에 적합하며, 초인간적인 능력자로서 액션 혹은 SF에도 걸맞아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앤라이스(Ann Rice)의 소설을 영화화한 닐 조던(Neil Jordan)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 The Vampire Chronicles>(1994) 이후부터 보다 가속화된 장르적 변주는 뱀파이어를 소재화한 영화를 특정 장르영화로 범주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뱀파이어는 더 이상 고독과 미스터리의 대명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기를 원하며-그 형태가 인간과 조력하든 인간을 지배하든지 간에-, 인간들 역시 그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뱀파이어의 삶의 방식에 매력을 느끼며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기를 자처하는 모습을 특징적으로 보이고 있다. 본 글은 일반적으로 고딕이라는 범주에 포함되었던 뱀파이어 영화들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에 탈장르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뱀파이어’라는 캐릭터가 타자에서 주체로 상정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은 공포 심리의 내면화가 진전되 면서 뱀파이어를 통한 쾌감의 변화로 설명될 수 있는데 이는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이행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의 뱀파이어 영화에 대한 높은 소비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기 뱀파이어영화가 구현했던 뱀파이어는 브람 스토커(Bran Stoker)의 소설 <드라큘라 Dracula>를 통해 이미 정형화 된 모습이었다. <드라큘라>는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고딕문학에서 근거를 두고 있는 뱀파이어문학의 대표작으로 미적 경험으로 분류했을 때 ‘고딕풍의 공포스릴러(Gothic Horror thriller)’로 구분된다. 고딕풍의 공포스릴러란 “초자연적 존재를 시각적 이미지로 구체화함으로서 독자에게 감각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1) 범주로, 이러한 유형의 공포 심리는 뱀파이어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현존하는 최초의 뱀파이어 장편 영화 <노스페라투 Nosferatu>(1922)는 당시 유행했던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뱀파이어가 가지고 있는 음울하고 미스터리하며 기괴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이후 제작된 토드 브라우닝(Tod Browning)감독의 <드라큘라 Dracula>(1931), 테렌스 피셔(Terence Fisher)감독의 <드라큘라의 공포 Horror of Dracula>(1958), 이외에도 피터 새스티(Peter Sasdy) 감독이나 해리 퀴멜(Harry Kümel)감독 등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작품은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제작되었다. 이처럼 공포대상을 시각화하고 구체화한 뱀파이어영화는 “신체가학적인 위협을 동반한” 폭력성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파괴하거나, 윤리적 질서 파괴를 추구하거나, 다른 사회체제로 이행하도록” 위협하는 특징2)을 갖게 되었고, 이는 궁극적으로 관객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동하면서 공포영화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공포영화에 대해 제라르 렌(Gerard Lenne)은 “정상 속에 비정상이 침입함으로써 극화가 탄생하는 것”3)으로 정의했으며, 스튜어트 보이틸라(Stuart Voytilla) 역시 제라르 렌과 같은 맥락에서 공포영화 속 비정상의 유형을 제시했다. 보이틸라는 비정상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4)했는데, 외형적으로 이질적인 뱀파이어는 인간세계를 침입한 외부의 괴물이라는 점에서 1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로 구분되어 왔다. 공포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수많은 뱀파이어영화에서 서사적 골격으로 삼고 있는 1유형의 특징-곧 외부에서 온 괴물이 윤리적, 사회적 파괴를 꾀한다-는 것은 로빈 우드(Robin wood)가 『베트남에서 레이건 까지』에서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괴물의 관계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는데 타당한 근거가 된다. 그는 뱀파이어의 이질성을 통해 정상 대 괴물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타자성(otherness)을 설명했는데, 정신분석학의 억압이론에 입각하여 1970년대 할리우드의 공포영화5)에서 차용하는 괴물과 인간의 대립을, 타자성과 정상성(normality)의 대립으로 연결시켜 공포영화가 사회 체제와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의 체질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뱀파이어영화 역시 각 시대적 타자의 위협으로부터 정상성을 보호하고 기존 사회 질서를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바라보았다.6) 그의 이러한 연구는 뱀파이어가“악 그 자체를 상징한다는 해석(Steven Herbert), 성병과 페스트에 대한 은유라는 주장(Pascale Krumm), 민중의 피를 빠는 자본가(Franco Moretti), 역전된 의미의 식민주의자(Stephen Arata), 빅토리아 시대의 반유대주의가 배척하는 유대인(Judith Halberstam), 거대한 다형태의 도착적이고 양성애적인 구강-항문-성기기 사도마조히즘의 초시간적 탐닉(Richardson)”7)등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연구는 고딕이라는 범주 안에서 초자연적 존재의 시각화된 실체를 통해 관객에게 감각적인 두려움을 일으키는 공포장르로 구분되는 뱀파이어영화를 해석하는데 적절할 수 있지만,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뱀파이어영화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이다. 현대 신화라고도 일컬어지는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는 고대의 신화와 중세의 미신, 근대적 사상이라는 다층적 집결체이면서도 각 시대를 반영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묘사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작품 이후로 공포 대상을 구체화했던 공포장르에 변화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캐리 Carrie』, 『살렘스 롯 Salem's lot』, 『샤이닝 The Shining』, 『스탠드 The Stand』,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등 스티븐 킹의 다수의 작품에서 나타나듯이 인간 내면에 있는 공포 심리에 주목하면서 공포대상은 실체가 있는 구체성을 띄기보다는 내면적이거나 심리적인 것으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공포 심리에 대한 ‘내면화’8)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작가 앤 라이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뱀파이어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녀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 (1976)를 시작으로 『뱀파이어 레스타트 Vampire Lestat』(1985), 『저주 받은 여왕 the Queen of the Damned』(1988), 『육체의 도둑 The Tale of the Body Thief』(1993), 『악마 멤노크 Memnock the Devil』(1997), 『뱀파이어 아르망 The Vampire Armand』(2000) 등의 작품에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고통 받는 감각을 가진”9) 인격적인 뱀파이어를 묘사했다.

    이 둘의 결합 즉, 스티븐 킹의 공포 심리의 다각화와 앤 라이스가 창조한 인격적인 뱀파이어의 조합이후 뱀파이어영화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의 뱀파이어영화는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운 심리를 자극했으며, 흡혈하는 뱀파이어는 무찔러야하는 대상이며 결과적으로 인간(주인공)의 승리로 그려졌다. 이전까지 ‘어떤 타자’로 상정되었던 뱀파이어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주체’혹은 주인공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인다. 뱀파이어가 된 인간은 뱀파이어로의 금기를 깨며 새로운 욕망을 다시 갈구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뱀파이어영화를 통한 쾌감 형성요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결과적으로 공포감을 목적으로 하는 공포장르를 탈피하는 특성까지 나아간다고 볼 수 있다.

    1)나희경, 「공포쾌감과 반복강박: ≪드라큘라≫와 ≪나사못 조이기≫』, 근대영미소설학회 근대영미소설 제13집 제1호, 2006, 135쪽. 나희경은 위의 논문에서 ‘고딕풍의 공포스릴러(Gothic horror thriller)’와 ‘심리적 유령 이야기(Psycholoogical ghost story)’를 구분한다. 고딕풍의 공포 스릴러에서의 공포감이 비록 죽음에 대한 불안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초자연적 존재를 구체화함으로써 마치 죽음을 우리의 지각을 통해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의 일부인 것처럼 제시한다. 따라서 고딕풍의 공포 스릴러 속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동시에 초자연적 악령이나 괴물을 지각하며, 그것들을 객관적 실체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악령이나 괴물이 파괴될 때, 즉 위험요소가 사라질 때 독자는 그때까지 고조된 고통스러운 긴장감을 해소하게 된다. 이에 비해 심리적 유령 이야기에서는 초자연적 존재가 결코 구체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 실체로 입증될 수도 없다.  2)Noёl Carroll, The Philosophy of Horror or Paradoxes of the Heart, Routledge; New York and London, 1990, p.43.  3)제라르 렌/윤현옥 옮김, 『판타스틱 영화와 그 신화들』, 도서출판 정주, 2001, 60쪽.  4)스튜어트 보이틸라의 공포영화의 비정상의 유형구분은 다음과 같다. 1 유형 인간이 외부에서 온 괴물과 싸운다. 악마, 흡혈귀, 질병, 외계의 방문객(<신체 강탈자들의 침입>), 괴물 식인상어(<조스>)등이 등장한다. 2 유형 인간이 괴물을 창조해내는데, 선의에 의해서 만들어냈지만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파괴해야만 한다. 이 유형의 고전적인 이야기가 마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결국은 재난이 되어버리는 유전학적인 실험과 발명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플라이>) 3 유형 인간이 괴물이다. 인간의 사악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간은 본성의 어두운 면과 맞선다. ‘영웅’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처럼 자신의 내부에 있는 ‘그림자’와 대결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객관화되거나 의인화된 이 ‘사악한 존재’와 맞서기도 한다.(<양들의 침묵>, <할로윈>) 스튜어트 보이틸라/김경식 옮김, 『영화와 신화』, 을유문화사, 2005, 149쪽.  5)<엑소시스트 The Exorcist>(1973),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1974), 존 길러민과 어윈 앨런의 합작 영화 <타워링 The Towering Inferno>(1974)과 스필버그의 <죠스 Jaws>(1975), 와 프랜시스 코폴라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1979),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Alien>(1979),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1980) 등 1970년대는 미국의 공포영화 전성기라고 불릴 만큼 많은 공포영화가 제작되었다. 공포영화는 때로 소재나 강도에 의해서 슬래셔(slasher), 고어(gore), 오컬트(occult), 스플레터(splatter) 등의 하위구분도 시도되지만 여기서는 공포대상의 괴물성에 국한하도록 한다.  6)로빈 우드는 정신분석학자 호로비츠(Gad Horowitz)의 『억압: 정신분석이론에서 기본억압과 과잉업압: 프로이트, 라이히, 마르쿠제』라는 논의에서 기본억압과 과잉억압의 개념을 호러영화를 분석하는데 도입하여 설명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로빈 우드/이순진 역, 『베트남에서 레이건 까지』, 시각과 언어, 1994, 96~99쪽 참고.  7)한혜정, 「주체의 흡혈귀 되기-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19세기 영어권 문학 제12권 2호 (2008), 138쪽 재인용.  8)여기서 내면화라는 용어는 18세기 고딕소설이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을 구체화(externalization)했다면, 19세기로 넘어오면서 그것을 내면화(internalization)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는 보팅의 견해에서 차용한 것이다.  9)장 마리니/이병수 역, 『드라큘라(Dracula)』,이룸, 2005, 67쪽.

    2. 타자의 귀환에서 주체의 ‘되기’

    초기 뱀파이어영화가 자아내는 두려움은 미스터리에서 근원했다.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유독 기분 나쁜 장소나 사람, 물건이 등장하고 혈액의 부족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의 기이함이 관객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설명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감정에 대해 에른스트 옌치(Ernst Jentsch)가 언급 했던 “지적 불확실성-친숙하지 못한 것에서 유발되는 두려움의 원인-”10)에 더하여, 프로이트는 ‘언캐니(uncanny)’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생각의 전능성, 욕망의 순간적인 실현, 숨어 있는 해로운 힘들, 죽은 자들의 돌아옴, 이러한 것들이 두려운 낯설음의 감정을 발생시키는 조건 들”11)은 뱀파이어영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기제와 맞물린다. 죽은 사람을 만났다는 어린아이들의 증언이나 관에 묻어있는 혈액의 흔적 등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귀환’을 예고하지만, 이성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죽은 자의 귀환을 이해할 수도 없고 대처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금기 된 욕망의 실현, 감각기관의 동물적 발달,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난 신체는 두려운 낯설음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인 뱀파이어의 욕망은 사회적 윤리와 개인의 도덕과 연결되어 불안과 두려움을 생성하는 존재였고, 그것은 타자로 그려졌다. 인간은 죽은 타자의 귀환을 두고 호기심과 흥미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금기를 깨는 뱀파이어를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으로 삼아왔다.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은폐되어왔던 뱀파 이어에 대한 수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풀어내면서 드라큘라로 익숙했던 뱀파이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깨뜨렸다. 매력적인 외모와 우수에 찬 눈동자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는 루이(브래드 피트 분)는 이전의 뱀파이어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 루이의 탄생비화서부터 뱀파이어로서 어떤 삶을 영위해왔는가를 뱀파이어의 시점으로 서술하였고, 이때부터 ‘인간의 뱀파이어 되기’는 시작됐다. 타자로서 뱀파이어를 구경할 때는 무심했던 상황들이 뱀파이어로 변해가는 주체에 의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면서 관객 역시 생경한 감각을 상상하게 되었고 인간이 뱀파이어로 태어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다음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의 루이, <괴물 서커스단 Cirque Du Freak: The Vampire's Assistant>(2009)에서 대런(크리스 마소글리아 분),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2010)의 레나(카롤리네 헤어퍼스 분)가 뱀파이어가 되는 장면을 묘사12)한 것이다.

    어떤 쾌락도 무의미했던 나(루이)는 술에 취해 창녀와 함께 있던 중, 누군가 다가와 내 목을 물었다. 그대로 나의 몸은 공중으로 높이 들려졌다가 강에 버려졌고 나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누군가 찾아와 불멸의 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마지막 일출과 작별인사를 하고 어스름한 숲 속에서 나는 순식간에 다시 한 번목을 물렸고, 그가 흘려주는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먹었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 몸이 뒤집혔고 숨이 가빠지다가 심장이 멈췄다. 그렇게 신체의 죽음을 인지하고 얼마가 지났을까 순식간에 새로운 총기로 나의 눈은 다시 떠졌다. 다시 태어난 감각으로 세상을 감각하니 작은 곤충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소리와 부엉이 날갯짓이 세밀하게 들렸고, 오래된 조각상이 깨어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이내 잠잠했다. 세상은 변한 것 같으면서도 그대로였다.

    나(대런)는 거미에 물린 친구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 라튼 크랩슬리(존 C. 레일리 분)와 계약을 맺었다. 해독제를 얻는 대신 반 뱀파이어(half vampire)가 되어 그의 조수가 되기로 계약하지만, 해독제가 친구에게 투여되자 나는 바로 그에게서 도망쳤다. 그러나 이미 뱀파이어의 피가 섞인 나(대런)의 신체는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손으로 벽을 쓸었을 뿐인데 그의 손톱은 칠판을 파내고 냉장고를 열어 날고기를 빨아먹고 있다. 무엇보다 천진난만하게 오빠를 부르는 그의 여동생을 보자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아무것도 안 들리고 동생의 여린 목의 핏대 만이 보일 뿐이다. 순간 동생을 덮칠 듯 피에 대한 강렬한 욕망에서 깨어나 스스로 섬뜩해진 나(대런)는 방으로 돌아와 흐느낀다. 자기 자신에 대해 언캐니를 느낀 내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조금 전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이상한 사람이 다가와 내 목을 물었다. 당황스럽고 찝찝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 목에 난 상처를 거울로 살펴보다가 잠이 든다. 새벽 녘, 알 수 없는 고통과 격렬한 자극 끝에 고요해진 신체는 아침 햇볕에 살갗이 타는 것 같고, 허기에 음식을 입에 넣지만 미식 거려서 다 게워냈다. 친구를 만났는데 자꾸 군침이 흘러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거울 속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 뱀파이어가 된 나(레나)의 몸은 모든 감각이 곤두서서 어둠을 구분하며,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미세한 소리와 냄새가 자극이 되어 터질 것 같은 나(레나)의 욕망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낯선 것은 나(레나) 자신이 된다.

    루이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삶의 에서 벗어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했고,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대런은 계약에 의해서 뱀파이어가 된 경우였으며, 레나는 뱀파이어 루이제(니나 호스 분)에 의해서 어떤 정보 없이 급작스럽게 정체가 바뀐 경우이다. 레나의 경우, 화장실에서 순식간에 목을 물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날 햇볕에 타들어갈 것 같고 날고기의 피를 탐하는 등 자신의 신체에 심상치 않은 변화를 인지한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루이제를 찾아가지만, 결국 총을 맞고 쓰러진다. 다시 정신이 들자 심장부근에 총을 맞은 자신이 살아있으며 신선한 피를 들이키자 모든 장기가 활성화되면서 몸 상태가 새로워지는 것을 경험한다. 온갖 상처는 아물어 흔적도 없이 치유되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퀭했던 피부는 맑아졌고, 머리카락은 자라서 그녀에게 있어서 최상의 상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 자신을 만나게 됐다. 그 순간 다시 태어난 레나는 새로운 존재로의 황홀감이 두려운 낯설음을 대신한다. 루이와 대런, 레나처럼 뱀파이어는 저마다 각기 다른 필요와 이유로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을 겪지만, 그것을 원했든 원치 않았든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신체의 변화는 그들에게 언캐니를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인간은 죽음을 경험하지만 죽음 이후의 삶을 육체로 이어나갈 수는 없는데 반해, 뱀파이어가 된 인간은 죽음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생존을 이어가야 하는 낯설고 두려운 자기 자신을 맞이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새로운 신체로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는 신체로의 도약이기 때문에 월등한 존재로의 재탄생은 언캐니를 넘어 황홀감까지 나아간다.

    죽은 타자의 귀환으로서 뱀파이어는 두려움이 더 강조되었다면, 뱀파이어가 된 주체는 두려움보다 낯설음에 무게가 실리며,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난 언캐니는 금방 익숙한 것으로 변해 불사의 존재로서 쾌락적 탐닉과 황홀경에 도취된다. <어딕션 Addiction>(1995)의 주인공 캐서린(릴리 테일러 분)은 뱀파이어가 되자, 악 앞에 연약해지는 인간의 본성과 그것을 극복해야한다고 가르쳐온 이성을 비웃으며 피의 향연을 벌이고, <박쥐 Thirst>(2009)의 태주(김옥빈 분)는 그동안 억압되었고 억제할 수밖에 없었던 성적 욕망을 채우고 지붕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며 그동안 신체적 한계로 할 수 없었던 자아의 욕구를 발현시 키는데 정신없다. 시체가 눈을 뜨고 무덤에서 일어나는 뱀파이어영화들과는 달리, ‘주체의 뱀파이어 되기’를 시도하는 영화들은 두렵고 낯설지만 뱀파이어가 되면서 갖추게 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망과 환상이 뒤섞이면서 공포쾌감에서 새로운 즐거움으로 이행한 것이다.

    10)지그문트 프로이드/정장진 역, 『예술, 문학, 정신분석(Sigmund Freud Gesammelte Werke)』, 열린 책들, 1996, 406쪽.  11)지그문트 프로이드, 위의 책, 444쪽.  12)아래 세 단락은 본인이 위에서 언급한 세 영화에서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는 장면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상세하게 기술한 것으로 다른 이의 인용문이 아님을 밝힌다.

    3. 결핍의 발견

    뱀파이어의 흡혈을 특정 생명체가 삶을 존속하기 위한 합당한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할 때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먹이사슬 구조에서 생명체를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일반적인 생명체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유한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뱀파이어는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존재’이다. 뱀파이어가 피를 섭취하는 행위는 이미 죽음을 경험한 자가 더 살기 위해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은 자들의 몸속에서 돌고 있는 따뜻한 피를 탐하는 것이며, 자연사가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에서 다른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한 살육과는 다르다. 죽음에 대한 결단이 없으면 무한한 생을 살 수 있는 뱀파이어는 자신의 흡혈행위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체에 대한 어떤 연민이나 동정 없이 살인을 이어간다. 그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인간은 단지 그들의 허기를 채워줄 먹잇감일 뿐이다.

    뱀파이어의 이러한 성향을 드러내주는 특징으로 거울에 상이 맺히지 않는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조나단 하커는 드라큘라백작이 거울에 반사되지 않는 것을 봄으로써 드라큘라가 그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거울에 반사되지 않는 설정은 타인에 대해 무신경하며 자신의 어떤 잘못을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한 드라큘라의 본성을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로 볼 수 있다.13) 인간은 태어나서 자신의 눈에 비춰진 타인을 보고 따라하면서 배우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기어 다니기 시작할 즈음엔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시작하면서 나와 타인에 대한 구분을 하게 된다. 거울을 보는 행위는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했던 눈을 자기 자신으로 향하여 내면을 성찰하는 유일한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를 향한 우리의 눈이 나를 볼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세상을 보는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서있고 나를 기준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뱀파이어의 이러한 특성은 그들이 자아의 욕망에 의한 존재, 다시 말해 그들은 타자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며 과거의 잘못과 실수를 아예 보지 않아버리는 자기중심적인 존재(egoist)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울에 반영되지 않는 설정은 눈앞의 존재가 뱀파이어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증거(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 Dracula> (1931), 그림 1 참고, 테렌스 피셔의 <드라큘라 Horror Of Dracula> (1958), 로만 폴란스키의 <박쥐성의 무도회 The Fearless Vampire Killers or Pardon me, but your Teeth are in my neck>, (1967))로 작용하거나, 거울상이 맺히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인간을 보다 쉽게 죽이는 방법(베르너 헤어조크의 <노스페라투 Nosferatu The Vampyre>, (1979), 그림 2 참고)으로 이용되었다.

    영생과 막강한 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뱀파이어는 아무리 취해도 만족할 수 없는, 오히려 더 많은 피를 탐하는 물 자체(Ding an sich)로 그려졌다. 자신의 만족과 필요를 위해 어떠한 행위도 합리화하는 뱀파이어는 그 존재의 본성이 채워지지 않는 자아의 욕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거울상을 갖지 않는 ‘오브제 (쁘띠) 아 objet a’처럼 자기 자신이 바로 욕망의 원인이자 환원될 수 없는 리비도의 저장소로서 결코 존재가 가능하지 않은 존재”14)었던 것이다.

    그러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부터 거울보기를 피해왔던 이전과는 달리 많은 뱀파이어들이 거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소녀 뱀파이어 클로디아(커스틴 던스트 분)는 성숙한 여인의 나체를 보고 30년 째 성장하지 않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급기 하 그녀는 레스타트와 루이에게 화를 내며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지만(그림 3 참고) 잠시 후, 곧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머리카락을 거울로 확인하고는 비명을 지른다. 여기서 그녀의 비명은 시간의 개념에 저항하는 자신의 신체에 놀라서였는데 이는 결국 자신의 결핍을 확인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성장과 성숙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그저 뱀파이어로의 생활을 즐기던 클로디아는 자신을 만든 레스타트를 죽이고 자신이 누구인가를 규명하기 위해 책을 찾고 루이와 여행하기 시작한다.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끔찍함을 확인했고 자신에 대한 의문을 시작했다.

    거울에 상이 맺히는 또 다른 뱀파이어는 <미녀 뱀파이어15) Innocent Blood>(1993)의 주인공 마리(안느 빠릴로 분)다. 여기에서 그녀가 거울을 보는 장면은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는 승용차에서 정신없이 남자의 피를 들이키고 나서이다. 피를 다 마시고 나서 후사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 거울을 뽑아 던져버리고 혐의를 지우려는 듯 입가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아낸다. 두 번째 장면은 욕실에서 자신을 범하려던 이탈리안 갱의 두목의 피를 들이키고 나서 욕실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울을 깨뜨려버린다.(그림 4 참고) 뱀파이어의 상이 거울에 반사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추악함, 더러움, 혹은 비이성적인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며, 자신이 살인을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는 뱀파이어 마리는 거울을 부셔버리고 마는 것이다.

    자가 치유력이 높은 뱀파이어는 햇빛을 직접 쐬거나 심장에 정확히 말뚝이 박히기 전에는 어떠한 상처도 순식간에 원상태로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에 종속 되지 않는다. 과거가 없기 때문에 미래도 없는 그들은 후회와 반성이 없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오직 현재 지금의 욕구에만 충실하다. 이러한 뱀파이어의 특성은 “선으로 악을 극복하지 못한 인간의 본성이 숨겨져”16) 있다는 의견을 넘어 인간의 금기된 욕망의 투사체가 아니었는가. 공포쾌감이라는 외피를 덮어쓰고 욕망의 대리자였던 뱀파이어를 응시하다가 도덕과 이성으로 그들을 처단해왔던 인간은 자기 내면의 악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뱀파이어 되기를 시도했다. 주체가 직접 뱀파이어가 되면서 그들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 거울을 보는 행위를 거듭한다. 그러나 거울을 들여다 본 주체는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결핍을 발견하게 된다. 클로디아는 시간에 저항하는 신체로부터 성숙 불가능성을, 마리는 뱀파이어이지만 남아있는 인간성 때문에 흡혈에 대한 죄책감과 혐오감을 느낀다. 거울을 거부하는 태도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로의 전환은 상상계(Imaginaire)에서 상징계(Symbolique)로 넘어가는 분열지점으로 보이는데 다시 뱀파이어로서 결여를 발견한 주체는 새로운 것을 욕망하기 시작한다.

    13)Carol A. Senf, “Dracula: The Unseen Face in the Mirror”, The Journal of Narrative Technique, Vol. 9, No. 3 (Fall, 1979), p.163~164.  14)최은주, 「성별화된 몸, 그 의미와 잉여의 두께-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영미문화』 제10권 3호 한국영미문화학회 275-296, 2010, 287쪽.  15)‘무고한 피’로도 번역되었음.  16)Carol A. Senf, op. cit, p.168.

    4. 욕망의 재생성

    드라큘라백작을 비롯한 수많은 뱀파이어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토로 한다. 그들을 찾아온 인간에게 “시간은 무수한 밤처럼 깊은 심연이오. 여러 세기가 흘러가는 동안 늙지 못하는 것은 끔찍하오. 죽음보다 끔찍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그것은 수세기 동안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오.”17)라고 말한다. 피에 대한 뱀파이어의 갈증은 그 자체로 참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탁월한 능력은 독자적으로 사는데 어떤 문제도 없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뱀파이어는 굳이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한 배려와 인내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무한한 삶을 보장받은 그들은 해소 불가능한 갈증 이외에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무(無)의 존재성이 드러난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뱀파이어는 자신의 자아와 연관 아래서만 행위하며 자아의 모든 것이 걸려 있을 경우에는 절대적인 요구로 국한되는 에고이스트18)와 겹쳐진다.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본성과 자아의 몰두로 인한 주변세계와의 단절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절대자의 모습은 초기 뱀파이어영화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다. 하지만 고딕풍의 공포 장르의 영화에서 뱀파이어의 이러한 특징은 새로운 관계형성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곤 하는데, 이러한 결말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도 안에서 자연스러운 서사구조로 이해되기도 한다. 자기중심적인 존재가 다른 존재를 위해 희생과 배려를 한다는 것부터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부정된 자아의 투사체로 탄생한 뱀파이어를 보면서 인간은 스스로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자처했지만, 뱀파이어가 된 주체는 또 다른 구멍을 발견하고는 채우기를 시도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애정관계이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레스타트가 루이에게 뱀파이어의 삶을 제안했던 이유는 동반자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어린 클로디아를 뱀파이어로 만든 이유도 흡혈하는 뱀파이어의 생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루이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뱀파이어 아맨드도 루이와 여생을 함께 하기 위해 클로디아를 죽이고 자신을 추종해왔던 뱀파이어들도 죽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아맨드는 루이에게 버림받는데, 살생에 대한 고뇌와 타인의 아픔을 내 것처럼 느끼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루이는 아맨드의 몰인정한 모습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나타난 관계에 대한 욕망은 피에 대한 갈증과는 다른 종류의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혈액이 물질적인 것이라면 애정은 비물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물질은 탈취해서 자신의 신체로 흡수시켜버리는 식의 일체성이 가능한 욕구지만, 애정은 애정관계를 나누는 대상과 주체 사이에 생성되는 제3의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같이 사유하고 감각하고 애정에 목말라하는 뱀파이어의 등장은 소설 <드라큘라>를 재해석한 뱀파이어영화들을 낳았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감독은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 Bram Storker's Dracula>(1992)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뱀파이어의 시초가 된 이유를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스스로 악의 화신이 되기를 자처한 것으로 설정했다. 패트릭 루지어(Patrick Lussier)감독은 <드라큘라2000 Dracula2000>(2000)에서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악의 화신으로 환생한 존재로서 드라큘라를 묘사했다. 적이 퍼뜨린 거짓 소문 때문에 자살한 아내를 누구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며, 자유의지로 선택한 배신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알 수 없는 운명의 굴레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빚어진 분노와 증오는 신에게 그 책임이 전가됐다. 그러나 스스로 신을 대적하기로 결심한 두 영화의 드라큘라들은 불멸의 존재로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해결하지 못한 관계에 대해 목마름이 존재했다. 결국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찾기 위해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배를 타고 미나를 찾아가고, (하나님)아버지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루지어의 드라큘라는 비행기를 타고 그의 피가 흐르는 딸 매리를 찾아가 그들의 품에서 편안한 최후를 맞이한다. 두 드라큘라 백작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신의 대적자로 살기를 자처했지만, 자기 자신이 법이 되어 살아가더라도 애정에 대한 결핍은 지속되며 결핍을 채워줄 타자와의 관계까지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끝없이 솟구칠 것 같은 욕구도 무한한 시간 앞에 지쳐가면서 두려울 것이 없던 그에게 가장 큰고통은 사랑의 부재였던 것이다.19)

    이처럼 자아중심적인 뱀파이어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관계의 형성은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려와 희생, 헌신은 사랑의 관계를 구성하는 일부일 수도 있겠다.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성공적인 애정 관계를 꼽자면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2008)의 이엘리와 오스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는 오스칼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먹지 못하는 사탕을 먹고 게워내고, 허락받지 못한 공간에 들어서서 그녀의 신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뿜어내기까지 희생을 감수한다. 오스칼과의 관계형성을 위한 이엘리의 놀라운 희생이 가능했던 이유가 하칸의 죽음 이후, 자신을 위해 충성스럽게 피를 날라 줄 인간이 필요했기 때문은 아닌가. 오스칼 역시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학급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자신을 지켜주는 그녀가 든든했기 때문에 목숨을 건 친구관계를 맺는다. 이제 오스칼은 그녀를 위한 살인을 자처할 것이고 이엘리는 그를 괴롭히는 누구든 찢어 죽일 준비가 되었다. 이 비밀스러운 동맹은 둘 이외의 모든 관계에 대한 단절을 의미한다. 곧 그들의 순순해 보이는 사랑 이면에는 ‘확장된 에고이즘’이 숨어 있어 보인다.

    뱀파이어들은 관계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만 뱀파이어를 두려워하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끝없는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삶의 무의미함을 깨달은 그들은 죽음을 통한 자기 파괴, 즉 자살로 이어진다.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2010)의 뱀파이어 샬로테(제니퍼 율리히 분)는 뱀파이어로써의 삶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얼마든지 먹고 마시고 마약하고 성관계를 갖더라도 살찌지도 중독되지도 임신하지도 않는 뱀파이어의 삶을 즐기는 다른 개체들과는 달리, 샬로테는 언제나 책을 보고 클래식을 들으며 사색에 잠기거나 담배와 마약으로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그녀는 여배우로의 삶과 뱀파이어가 되어 키우지 못했던 아기를 그리워하다가 자신이 불렀던 아리아를 들으며 담담하게 아침 태양에 자신을 맡긴다. <렛미인>(2008)에서도 뱀파이어 이엘리에게 물렸지만, 연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여성이 나온다. 이엘리가 죽이지 못하고 도망치는 바람에 그녀는 목숨을 부지했지만, 햇볕에 타는 살갗을 보면서 의아해 한다. 이윽고 피냄새에 입맛을 다시고, 그녀를 본 고양이들이 털을 쭈뼛쭈뼛 세우며 달려 들자,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자각한 그녀는 “아마도 그 여자애가 물고 나서 뭔가에 감염되었나봐. 이렇게, 이렇게 살 수는 없어!”라며 블라인드를 걷어 스스로 불타오른다.

    아벨 페라라 감독의 <어딕션 Addiction>(1995)에서 주인공 캐서린(릴리 테일러 분)은 뱀파이어가 되자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인류의 대량학살20)의 원인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은 역사를 배웠다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즉, 배운 데로 실천하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사변철학을 즐기는 어떤 지성인들도 뱀파이어가 되면 자신의 욕구 앞에 무력해져 배운 것(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을 실천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의 질주를 멈춘 것은 지나가다 만난‘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문구로 전도하던 교인이었다. 그녀는 그 교인에게 잠깐 들어갔다 가라고 유혹하지만 그는 부드 러운 음성으로 단호하게 그녀를 거절한다. 악의 유혹에 대한 단호한 거절. 그것은 그녀가 수많은 인간을 물어뜯으면서 요구했던 것이었다. 그저 부탁이 아닌 확고한 의사표명만이 자신 안의 악의 발현을 차단 할 수 있다. 병원에 옮겨진 그녀는 자기 안의 악에 대해 자살을 선택함으로 자기 의지를 표명한다. 블라인드를 걷어 햇빛으로 타죽으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캐서린은 더 강한 의지로 두 번째 자살시도를 감행한다. 찾아온 신부님을 통해 고해를 한 그녀는 “주여, 나를 용서해주세요.”라는 진심어린 한마디와 함께 성체를 받아먹음으로서 악에 대한 자신의 중독을 중지시킨다. 내면의 끝없는 욕망을 끊기 위해서는 ‘죽음’이외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어딕션>과 못지않게 존재와 구원에 초점이 맞춰있는 뱀파이어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Thirst>(2009)에서 상현(송강호 분)이다. 상현의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의 분수 넘치는 동정과 연민이었다. EVE에 감염된 원인도, 태주(김옥빈 분)의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이유도, 그녀의 남편 강주를 죽이는 까닭도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고통 받는 타인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죽어가는 태주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준 상현은 곧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선행을 베푼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인간을 구할 수도, 태주를 구할 수도, 자기 자신도 구원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악마적 속성을 가진 본성은 어떤 방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에 사랑하는 뱀파이어 태주와 함께 빛 앞에 소멸하기를 선택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은 엄숙하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피할 수 있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면에서 예수가 십자가의 처형을 알고도 맞이한 느낌과 얼핏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일까. “식인주체의 자기소멸에의 충동”이 강인한 의지에 의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 우리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아이러니컬한 윤리학”21)을 볼 수 있다. 뱀파이어가 된 주체는 결여된 구멍을 채우기 위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것은 뱀파이어의 정체성에 인간의 윤리성을 가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베르너 헤어조크의 <노스페라투>(1979)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저택을 계약하기 위해 그의 성에 찾아 온 하커에게 한 대사 중 일부임.  18)김수용, 『예술의 자율성과 부정의 미학-독일 이상주의 문학 연구』, 연세대학교출판부, 1998, 196~197쪽에서 인용.  19)뱀파이어영화의 초기에 등장했던 뱀파이어영화에서도 뱀파이어와 신부들 혹은 하수인과의 관계가 나타나기는 하나, 신부들의 경우는 “당신은 우리를 사랑해주지 않잖아요!”라는 잠깐의 언급으로 봐서 인격적인 애정관계보다는 필요충족에 의한 쾌락적 관계로 보는 것이 합당하고, 하수인들 역시 뱀파이어의 능력에 홀린 존재로 동등한 관계 맺음으로 보기는 어렵다.  20)이 영화의 초입에서부터 사건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양민학살과 아우슈비츠 유대인 학살에 대한 사진이 교차 편집된다.  21)임옥희,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폭력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 여이연, 2010, 360쪽. 임옥희는 『채식주의 뱀파이어 : 폭력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에서 “인간의 존재조건 자체가 타자를 삼켜야함에도 공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러니”에 대한 은유로 ‘채식주의 뱀파이어 정치’를 이야기 한다. 본 글에서는 뱀파이어가 살인을 피하기 위하여 채식을 선택(뱀파이어가 인간이 아닌 동물의 피를 마시거나 헌혈을 통해 연명하는 것을 말함)하거나,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러니함을 묘사하기 위해 차용했다.

    5. 환상으로 절합(節合)된 신체

    뱀파이어의 새로운 욕망이 채워지기 어려운 이유는 주체와 대상의 그 사이의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자기중심적인 존재상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렵다. 각 존재의 욕망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계 지향적인 뱀파이어들과 절대 권력을 탐하는 뱀파이어들의 싸움을 다룬 영화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퀸 오브 뱀파이어 Queen of Vampire>(2002)의 아카샤 여왕(알리야 분)이나 <블레이드 Blade>(1998)의 프로스트(스티븐 도프 분)는 뱀파이어 중에서도 최고의 탐욕을 자랑하며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뱀파이어 동료들의 심장까지도 해치워 버린다. 레스타드(스튜어드 타운젠드 분)는 인간과의 사랑에 빠져 연약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며 아카샤 여왕의 독식을 막기 시작하고, 인간과 뱀파이어의 피가 반씩 섞인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분)도 절대권력을 노리던 프로스트를 대항한다. <블레이드 Blade>시리즈(1998, 2002, 2004)외에도 <언더월드 Underworld>시리즈(2003, 2006, 2009, 2012)나 <트와일라잇 Twilight>시리즈(2008, 2009, 2010, 2011, 2012) 등에서 에고이즘의 뱀파이어들과 인간적이고 관계를 지향하는 뱀파이어들 간의 힘겨루기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동족끼리의 공존도 어려운 뱀파이어 무리에서 인간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뱀파이어의 금기를 깨뜨리는 종류의 뱀파이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본성을 참으며 인간의 피 대신 동물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가는 <트와일라잇 Twilight>시리즈의 컬렌(Cullen)가문은 대표적인 ‘채식주의 뱀파이어’22)다. 컬렌 가문은 뱀파이어임을 숨기고 인간들과 어울려서 살아왔다. 일조량이 낮은 지역에서 의사로 활동하면서 수혈을 위한 혈액을 보유하고, 가급적이면 인간의 피보다는 동물의 피로 연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뱀파이어들이다. 인간들과 어울리긴 해도 많은 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을 집안에 들이는 것은 금기해왔지만 에드워드(로 버트 패터슨)는 인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끌리는 마음을 접지 못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키워간다. 그는 사랑하는 벨라를 위해 흡혈 욕망을 절제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그녀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그녀의 ‘뱀파이어 되기’를 가능한 한 지연시키며 심지어는 인간 벨라와의 사이에서 딸 르네즈미를 얻기까지 한다. 이러한 채식주의 뱀파이어의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많은 영화의 곳곳에서 인간과 뱀파이어의 로맨스가 이뤄지고, 100% 태양차단제를 바르고 낮에도 거리를 활보한다. 뱀파이어와 같이 사기 시작한 인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뱀파이어에게 혈액을 공급하고, 뱀파이어의 피를 채집해 마약대신 소량을 투여하기도 한다.23) 이처럼 흡혈의 본성을 자제할 수 있거나 혹은 대체할 수 있는 뱀파이어를 과연 진정한 뱀파이어라고 볼 수 있을까? 젊음과 영생을 얻기 위해 인간 윤리를 벗어던지고 동족의 피를 마시기 시작한 주체는 뱀파이어가 되자 다시 애정을 욕망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인간과 더불어 살기 위해 인간의 피가 아닌 동물의 피로 존재를 연명하기를 선택하면서 주체는 다시 뱀파이어로서의 정체성을 잘라버렸다. 이러한 뱀파이어영화들의 새로운 현상에서 과연 현대 신화 뱀파이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뱀파이어를 통해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다시 질문하게 된다.

    공포장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뱀파이어의 새로운 특징은 분명 공포쾌감이 아닌 다른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을 주는 대상을 형상화시켰던 이전의 영화들은 모더니즘 사회에서 추구했던 데로 금기된 욕망을 타자로 상정하고 억압기제로 이용했다. 주인공에 이입한 관객은 타자(뱀파이어)를 응시함으로써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쾌감을 누리면서도 외피로는 공포쾌감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래하면서 제국주의적인 발상이 저물고 권력의 해체는 주변부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타자라는 용어로 구분했던 이분법적인 사고체계는 주체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 되면서 주체는 자신의 욕망대상이었던 뱀파이어 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욕망의 발현은 거울보기를 통해 자신이 욕망했던 대상의 불완전함을 깨닫게 되고, 상징계로 진입한 주체는 다시 결여된 구멍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환상을 자르고 이어나간다. 이제 뱀파이어는 인간의 환상으로 절합된 신체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 주이상스(jouissance)로 읽혀진다.

    뱀파이어영화는 등장초기부터 공포대상의 구체화를 통해 공포감을 일으키는 고딕풍의 공포스릴러로 장르적 특색이 짙었다. 뱀파이어와 인간은 죽음과 생명, 선과 악, 본성과 이성으로 대표되었고, 뱀파이어 영화가 사회적으로 제거하고 억압해야하는 대상과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대상의 이분법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사회적 기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뱀파이어는 각 시대마다 두려움을 유발시키는 대상이 투사 가능한 ‘물 자체’면서도 사회의 억압된 욕망을 발현하는 대리물의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이라는 심리 속에는 억압된 것에 대한 양가적 심리, 곧 두려움과 호기심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내면화를 통해 드러나면서 뱀파이어영화는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이후의 영화들에서 죽은 타자의 귀환으로 터부시하고 감추었던 욕망에 대해 주체는 욕망대상의 ‘되기’를 자처하기 시작한 것이다. 뱀파이어가 된 인간은 신체감각의 월등한 변화와 함께 억눌러왔던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면서 낯선 두려움을 쾌락적으로 맞이했다. 그리고 거울보기를 거부했던 이전의 뱀파이어들과는 달리, 거울보기를 시도하면서 빈 구멍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채우기 위해 타인와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에고이스트라는 주체성 앞에서 깊은 고뇌가 이뤄진다. 인간이었던 뱀파이어는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사실 곧 한없이 약하고 쉽게 부서질 것 같은 인간의 신체가 그 나약하고 유약한 면 때문에 더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그칠 줄 모르는 욕망에 대한 주체의 반성은 스스로 소멸하기를 꾀하거나,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자기 파멸적 선택을 시작한다. 이제 뱀파이어라고 부르기도,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은 ‘환상으로 절합(articulation)된 신체’가 된 것이다.

    악의 화신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는 뱀파이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 현대에 제작된 적지 않은 뱀파이어 영화들 가운데 고딕적인 특성을 갖지 않으며 공포스릴러 범주에 속하지 않는 영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공포 대상도 투사 가능한 물 자체(Ding an sich)로써 공포감을 생성했던 이전의 뱀파이어 영화들과는 달리, 금기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된 현대의 뱀파이어영화는 인간의 양가적인 심리를 내면화시키면서 포스트모던적인 전복을 시도했다. 흡혈과 불사라는 공포의 요인은 연민이나 동정, 또는 희화적인 요소로 역전시키고, 젊음과 영생을 취한 주체는 욕망의 대상에 대한 미끄러짐을 환상이 주는 쾌락으로 끌어안는다. 이러한 요소들의 반영과 전개는 장르혼종을 넘어 장르의 개념을 탈피한 형태의 뱀파이어영화가 나타나게 된 원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공포가 아닌 인간의 억압과 충동을 넘나드는 주이상스(jouissance)의 차원으로써 뱀파이어영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22)본래 이 단어는 스페인 망명화가 바로(Remedois varo)가 그린 ‘채식주의 흡혈귀 Vampiros Vegetarianos’에서 비롯되었다. 이 그림은 식탁 아래에 머리는 수탉이오, 몸통은 개와 흡사한 동물이 목줄로 채워져 얌전히 앉아 있지만, 식탁위의 뱀파이어들은 그저 빨간 과즙이 나오는 과일에 빨대를 꽂고 야윈 볼로 힘껏 빨고 있다. 삐쩍 마른 몰골이지만 아래를 향한 얼굴은 평안해 보이며 그들의 몸은 황금빛으로 덮여있다.  23)여기서 이야기되는 뱀파이어의 특성은 <트와일라잇>의 팬덤이 커지자 그에 대한 비틀기를 시도한 패러디영화 <뱀파이어 써커 Vampires Suck>(2010)와 크게 흥행했던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 True Blood>에서 나오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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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드라큘라 Dracula> (1931)
    <드라큘라 Dracula> (1931)
  • [그림 2] <노스페라투 Nosferatu The Vampyre> (1979)
    <노스페라투 Nosferatu The Vampyre> (1979)
  • [그림 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1994)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1994)
  • [그림 4] <미녀뱀파이어 Innocent Blood> (1993)
    <미녀뱀파이어 Innocent Blood>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