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임금정책의 점진적 변형

Gradual Institutional Changes in the Union Wage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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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이 논문은 자동차산업을 사례로 한국의 노동조합 임금정책에서 발견되는 제도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역사적 제도주의의 시각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은 임금극대화와 임금평준화를 전략적 목표로 하는데,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노사관계의 전환 국면에서 기업별 교섭을 통한 임금극대화와 기업 내부적 임금평준화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은 기존의 제도적 관행이 지속되어 단절적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임금정책의 여러 하위 요소들은 점진적 제도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 임금극대화 측면에서는 생계비 임금론의 효력이 줄어들었고, 기업 내 임금평준화 측면에서는 기존의 임금형평성 원리의 한계가 드러났으며, 조율되지 않은 기업별 교섭의 사회적 부작용이 커졌다. 이러한 점진적 제도 변화의 과정은 각각 병치, 기능 전환, 그리고 표류의 양상으로 파악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한국노사관계 제도의 연속성 이면에서 나타나는 점진적이지만 변형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변화의 계기들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성을 제안한다.


    This article explores the trajectories of institutional changes in the labor union wage policy of Korean automotive sector from a historical institutionalist perspective. While unions have usually set wage-share maximization and wage leveling as the main goals of their wage policy, in the Korean context of post-democratic era there has been the wage-share maximization through fragmented wage bargaining and the wage leveling among enterprise union membership. Despite considerable continuity in union wage policy, its institutional components have been gradually changed since the financial crisis of 1997: both of the principle of cost-of-living in demand for wage increase and the norms of pay equity have been ineffective or undermined over time, with gradually increased side effects caused by uncoordinated wage-bargaining practices. We identify the modes of gradual institutional changes as the process of layering, functional conversion and drift. In conclusion, it is suggested that we need to explore in detail the moments of gradual and transformative changes beneath the continuity of industrial relations institutions.

  • KEYWORD

    노동조합 , 임금정책 , 임금교섭 , 제도 , 제도 변화

  • Ⅰ. 서 론

    민주화 이후 지난 사반세기 동안의 한국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은 우리가 통상 변화로 부르는 ‘단절적 변형’의 과정을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는 듯 보인다. 민주화 이행기를 거치고 세계화와 양극화의 물결이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거시 변동의 물결 속에 노동자조직은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분절은 심화되었으며 작업장 노사관계 또한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거치며 큰 변화를 겪었던 데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되어 온 것은 사뭇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노조 임금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작업장의 기술과 작업조직의 변화, 사용자의 임금체계 개편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임금교섭이 실제 진행되는 기업수준 노조들에서는 여전히 기업별 임금교섭을 통해 생계비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임금인상, 조합원 간 불합리한 임금격차의 축소, 기업 이윤의 적극적 분배, 복리후생 제도의 확충 등의 요구를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 임금정책의 기본 관행들이 수십 년간 그 뼈대를 유지하며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노동조합 임금정책은 변화 없이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내외부적인 변화에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노조 임금정책은 변화하지 않은 것인가?

    이 글은 노동조합 임금정책을 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움직이는 제도로 보고 장기간의 사태 전개를 하나의 시야 속에서 조망하여 그 변화의 세부들을 추적함으로써 만이 그것이 정말로 변화하였는지, 변화하였다면 그 성격이 무엇인지 규명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적 제도주의 (historical institutionalism) 접근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점진적 제도 변화에 관한 최근의 이론적 성과를 원용하여 그것을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의 전개 양상에 적용함으로써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통시적 변동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외형적 지속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사반세기 동안 노동조합 임금정책은 점진적인 형태의 내적 변화를 겪었고 그 양상은 매우 복합적이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한국 노동조합의 여러 활동 중 임금교섭은 그 핵심에 위치한다. 기업 수준의 단위 노조들은 임금협상에 인적·물적·시간적 자원의 상당 부분을 투여하고, 그 과정에 서 조합원들의 직접 참여가 적극적으로 권장되며, 조합원들은 그 결과를 보고 노조 집행부의 신임에 관한 평가를 내리곤 한다. 통상 2년 주기의 노조 임원 선거와 1년 주기의 임금협상이라는 단위 노조의 활동주기에서 임금정책의 수립과 실행은 노조지도부의 교체 또는 재생산에 있어 관건적인 활동이다. 노동조합의 목적을 규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노동조합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 즉 노동조합이 무엇을 하는지를 통해서 그들이 무엇인지 추론하는 것”(Flanders, 1970: 41)이라면, 노동조합 임금정책에 대한 고찰은 한국 노동조합의 활동과 기능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본 논문은 1987년부터 외환위기를 거쳐 현재까지 자동차산업의 대표 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현재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의 임금정책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현대자동차노조가 한국의 최대 규모 노조로서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노조운동의 향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국 또는 산업 수준 노조 조직이 임금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데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은 현재까지도 최소한 임금정책에 있어 독자적인 정책 집행 능력을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전국 및 산업 수준 조직과 기업별 단위 노조 간에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이다. 따라서 단위 노조의 임금정책을 핵심적 연구대상으로 삼고 전국 및 산업수준 조직의 임금정책은 보조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게 보다 현실적인 인식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을 분석하는 데 있어 일차적인 난점은 우리나라의 기업별 노조들은 한 번도 자신의 임금정책을 의식적으로 정의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난점은 총연맹이나 산별 수준 조직들도 일정 부분 마찬가지이다. 대신에 한국의 노조운동은 전통적으로 총연맹의 경우 ‘임금인상활동지침’, ‘임금인상 투쟁지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의 임금정책을 매년 공표하였으며, 기업 수준의 단위 노조들에서는 ‘임금인상 요구안’을 통해 자신의 임금정책의 일단을 드러내었다. 따라서 노조 임금정책에 대한 연구는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임금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과 함께, 실제 임금교섭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책의 주요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현대자동차노조가 생산한 임금인상 요구서와 조합원 임금현황 데이터, 임금협상의 주요 의제와 타결내용 등을 주요 자료로 활용하여 노조 임금정책의 시기별 변화를 재구성하였다.

    본 논문의 질문을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노조 임금정책은 무엇으로 구성되었고, 그 정책적 지향과 사회적 기능은 무엇이었는가? 둘째, 노조 임금정책의 제도적 변화가 나타났다면 그 내용과 변화의 기제는 무엇인가? 셋째, 외환위기 이후 노조 임금정책에서 발생하는 딜레마에 노조는 어떻게 대응하였으며 그것이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에 미치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논문의 구성은 Ⅱ장에서 노동조합 임금정책에 관한 국내외의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여 그 성과와 한계를 논의한다. Ⅲ장에서는 노동조합 임금정책을 제도로 바라볼 필요성을 개진하고 점진적 제도 변화에 관한 여러 이론들을 종합하여 분석틀을 수립한다. Ⅳ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제도화 국면에서 나타난 노조 임금정책의 특징을 살펴보고 외환위기 이후에 발생한 노조 임금정책의 점진적 제도 변화를 규명한다. Ⅴ장에서는 연구 결과와 시사점을 토론한다.

    Ⅱ. 기존 연구의 검토

    임금결정을 둘러싼 노동조합의 행동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단체교섭의 제도화가 진전된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노동조합 임금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크게 보아 노동조합을 임금-고용의 상쇄관계 하에서 작동하는 미시경제학적 행위자로 바라보는 경제학적 모델과 노조 지도부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을 중시하여 노동조합을 일종의 제도로 바라보는 정치적·제도주의적 관점 간의 논쟁으로 진행되었다(Dunlop, 1944; Ross, 1948). 경제학적 모델은 이윤 극대화에 기초한 기업행동 모형을 노동조합에 적용하여 그것을 임금극대화의 추구자(wage-bill maximizer)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Reder, 1952; Mitchell, 1972).

    이에 반해 정치적·제도적 요인을 중시한 입장은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이해를 위해서는 실제 임금협상을 책임지는 노조 지도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동조합은 “경제적 환경 속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기구”(Ross, 1948: 12)로 조망된다. 이에 따르면, 노조 지도부는 사용자의 실제적 또는 잠재적 적대성에 직면해야 하고, 다른 노조와의 임금경쟁 환경 속에서 행동하며, 조합원 구성의 이질성과 이로 인한 이해관계의 다툼을 처리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노조 지도부의 정치적 정당성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서 다른 교섭단위의 임금협상 결과와의 비교 압력이 강조되며 노조 임금정책은 항상 “강제적 비교의 궤도(orbit of coercive comparison)”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되었다(Ross, 1948). 노조 임금정책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시각은 이처럼 일반 조합원에 대비된 노조 지도부라는 특수한 위치의 행위자가 처하는 문제를 강조하는 동시에, 단위 노조가 경제학적 모델이 가정하는 것처럼 시장의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최근의 신제도주의의 시각을 빌려오자면) 임금정책의 영향력이 상호 교류되며 일정한 제도적 패턴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모방적 동형화의 압력으로 작용하는 특정한 조직장(organizational field)에 배태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DiMaggio and Powell, 1983; Schmidt and Dworschak, 2006). 이 글은 이러한 정치적·제도적 시각의 유용성을 기본적으로 수용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임금정책을 통해 추구하려는 전략적 목표는 크게 임금극대화(wage-share maximization)와 임금평준화(wage leveling)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Swenson, 1989; Schulten, 2004). 임금극대화가 노동과 자본 간의 소득분배에서 노동의 몫을 높이려는 것이라면, 임금평준화는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임금 차이를 제외하고 임금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최소화시켜 가급적 평등주의적 임금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1)

    〈표 1〉은 노조 임금정책의 두 가지 전략적 목표를 이념형의 수준에서 간략히 비교한 것이다. 먼저 임금극대화 목표가 상정하는 분배 갈등의 축은 자본과 노동 간의 계급간 갈등이고, 여기서 노조는 최대한의 임금인상을 달성함으로써 노동의 분배 몫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 목표에는 두 가지 변이가 있다. 하나는 생산성 증가보다 더 높게 임금인상을 추구하려는 팽창적 임금정책으로, 이것은 노조가 보기에 공정하지 않은 현재의 계급간 소득 분배를 적극적으로 교정하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변이는 이보다 온건한 것으로 생산성 향상의 결실에 대해 노동과 자본 간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으로 현재의 분배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2) 다음으로 임금평준화는 계급 내 분배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조의 전략적 목표와 관련된다. 그것의 우선적 목표는 전체 노동계급 또는 조합원의 임금소득 격차를 최대한 축소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현이 규범적 목표로 제시되곤 하였다. 이 원칙은 소속 기업의 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노동자가 보유한 숙련 또는 작업장에서 수행하는 직무와 같이 정치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평준화의 규범은 여성·이민자·장애인 등 특정 노동자 집단에 대한 임금 차별을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노동시장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동자 집단들 사이의 전반적인 임금 차이를 축소하려는 연대임금정책과도 긴밀히 관련된다.3)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조 임금정책의 ‘규범적’ 목표는 국가·자본과의 타협을 통해 실현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국가의 거시 경제적 상황과 기업의 경영 환경 등에 대한 고려를 자신의 임금정책에 포함해야 하거나, 더 나아가 국가의 공공정책 형성에 깊이 관여하는 경우 국민경제 차원의 노조 임금정책의 합리성을 성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는 노동조합의 “교섭 지평”(Kittel, 2000)이 넓어질 수 있는 제도적 전제조건이 구비되어야 가능하다. 국가의 경제·사회정책에의 관여도가 높았던 북서유럽의 노동조합은 수요의 안정화, 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 물가 안정, 완전고용 등의 거시 경제적 목표까지 자신의 임금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고려하였다(Swenson, 1989). 이를 위해 노조운동의 전국적 지도부들은 노조 임금정책의 통일 성을 높이기 위하여 산업·지역·전국 차원의 포괄적 노조 조직을 통한 초기업적인 다사용자 교섭 또는 다양한 방식의 임금조율 제도들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조 임금정책에 관한 일반적 이론들은 주로 서구의 경험을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사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노조 임금정책에 관한 국내의 기존 연구들은 노사관계 및 임금결정 제도의 한국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동안 다음과 같은 여러 연구들을 축적해 왔다.

    국내의 노조 임금정책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나뉘는데, 대부분 노동조합의 정책 생산과정과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특징을 가진다. 첫번째는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동조합의 대안적인 정책 생산과 관련된 연구들이다. 이는 주로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기업의 직능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시도에 대한 반대 또는 대안 논리의 개발과 관련된다(노동조합과임금체계연구회, 1993; 황덕순, 1997; 권혜자, 1998). 여기서 제기된 핵심 쟁점은 기존의 연공적 임금 체계를 계속 노조 임금정책의 중심으로 삼을지 여부였다. 두 번째는 사회적 형평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산업별 노조운동이 추구해야 하는 대안적 임금정책의 모색과 관련된다. 핵심 쟁점은 기존의 기업 내 임금형평에 국한된 연공임금 정책을 넘어서 초기업적 표준 임금률 설정을 위한 기준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었다(이민영·김영두, 1998; 정이환·안정화·이시균·정경은·김종진, 2007; 강신준, 2008;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연구원, 2009). 그런데 이 연구조사들은 대안 정책의 모색에 머무르면서 실제 노조 정책으로 집행되지는 못한 한계를 갖는다. 이상의 두가지는 주로 임금체계 문제를 중심으로 노조 임금정책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에 비하여 세 번째 연구 흐름은 임금체계라는 ‘좁은’ 주제를 벗어나 노조 임금정책이 노동시장 성과, 특히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들이다(박동, 2005: 159-231; 정이환, 2011: 139-203). 이에 따르면, 한국의 조율되지 않은 기업별 임금교섭이라는 오래된 전통이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또한 노조 임금정책의 두 가지 전략적 목표 중 한국의 노조운동은 현재까지도 단기적인 임금극대화 전략을 위주로 하였고 임금평준화 전략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이상의 국내 연구들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은 한국의 노조 임금정책이 노동시장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꽤 강인하게 지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부문 대기업 노조들의 임금정책은 기업별 임금교섭의 유지, 연공 임금체계의 지속, 단기적 임금인상 중심의 요구, 임금조율에 대한 무관심 등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러한 것들은 지난 20-30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더불어 최근에 한국의 임금체계 변동을 추적한 정승국(2013)은 사용자 주도 하의 1960년대 직무급 도입 시도와 1990년대 직능급 도입 시도 모두 크게 제도의 확산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보고, 노동조합은 1987년 이후 실질적으로 연공주의 임금담론에 매여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설명되어야 할 것은 노조 임금정책의 지속성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기존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노조 임금정책은 변하지 않은 것인가?

    이 물음에 정확히 답변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들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의 시간적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연구들은 사용자의 임금체계 개편 시도에 대한 노조의 대응 양상들을 관찰하는 등 대부분 국면적 시기를 다루거나 단기적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조 임금정책의 변화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정책의 형성·발전·정체·쇠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장기적’ 시야를 확보한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명시적·공식적 정책 이면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외형적인 제도 변화는 없다고 할지라도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해 가용되는 정책 수단 및 방법상의 수정, 그리고 그에 따른 정책 효과의 변화 등은 그것이 누적될 경우 정책의 변형을 이끌 수 있다. 따라서 노조 임금정책의 변화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표층을 파고들어 ‘깊게’ 들어가야 한다. 셋째, 한국의 기업별 노조체제 하에서 노조 임금정책이 수립·집행되는 실질적 단위는 기업 수준이기 때문에 그 변화에 대한 추적도 기업 수준에서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본 논문은 1987년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비교적 장기적 시간대를 확보하고 그 속에서 전개된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노조 임금정책 변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고, 그것을 최근 역사적 제도주의 접근에서 논의되는 점진적 제도 변화에 관한 이론을 통해 해석함으로써 기존 연구가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노조 임금정책의 지속성 가설을 새롭게 조명하려고 한다. 다음 장에서는 먼저 노조 임금정책을 제도로 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변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을 제시할 것이다.

    1)이 외에도 ‘완전고용(또는 고용창출)’이 노조 임금정책의 제3의 전략적 목표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해 직접적인 노조 임금정책에 해당된다기보다는 임금극대화 및 임금평준화 목표를 추구하는 데 요구되는 일종의 보완재 또는 일시적 대체재로 이해할 수 있다. 스웬슨은 독일과 스웨덴 노조운동의 임금정책을 관찰하면서 노조 임금정책은 임금극대화, 임금평준화, 완전고용의 세 가지 목표 사이의 트라일레마(trilemma)에 처하게 된다고 말한다(Swenson, 1989). 이주희(2010)는 이러한 분석틀을 변용하여 사업장 내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정규직 노조운동의 딜레마와 대응 양식을 비교 분석하였다.  2)전자의 대표적 사례로는 1950년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가 채택한 ‘확장임금정책(Expansive Lohnpolitik)’ 또는 ‘적극임금정책(Aktive Lohnpolitik)’ 등이 있다(박명준, 2008: 8-10). 후자의 대표적 사례로는 1948~50년 미국의 GM-UAW의 ‘디트로이트’ 협약으로 만들어진 물가-생산성-임금연동제가 있다.  3)2차 대전 이후 노동계급 내부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유럽 노조운동의 대표적인 평등주의적 임금정책은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과 이탈리아의 임금물가연동제(scala mobile) 등이 존재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과도한 임금격차 축소가 야기하는 노조운동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모두 사라졌다(Baccaro and Locke, 1998).

    Ⅲ. 점진적 제도 변화의 이론화

    한국의 노조 임금정책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으로 보기 쉽다.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고용체제나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고 알려졌지만 막상 노조 임금정책 또는 노사간의 임금결정 제도들은 상대적으로 별다른 변화를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본 논문은 이러한 제도적 연속성 이면에서 작동하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미묘하고 점진적인 변화들을 포착하고 그 누적적 효과에 주목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글은 점진적 제도 변화를 이론화하고 있는 역사적 제도주의 분야의 최근 성과들에 착목하여 이를 한국의 자동차산업 노조 임금정책의 점진적 변화 과정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기본틀로 활용한다.

    우선 노조의 임금정책은 ‘제도’로서 조명될 수 있다. 여기서 제도는 일정한 시간 동안 안정성과 규칙성을 지닌 채 개인행위를 규제하는 구조적 제약 또는 게임의 규칙으로 정의된다. 거기에는 일련의 공식적·비공식적 규칙과 절차가 정해져 있고 참 여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은 그러한 게임의 규칙을 준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게임의 규칙이 제도로 불릴 수 있으려면 그것이 생존하거나 안정적으로 재생산되기 위해서 매번 집합적 동원이 요구되거나, 또는 보상과 제재에 반복적으로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Jepperson, 1991).4) 제도는 규칙이나 법률 등 공식적인 제약요인일 수도 있고, 규범이나 가치체계 등 비공식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혹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지극히 당연시하면서 공유하고 있는 인지적 의미체계일 수도 있고, 매우 넓은 의미로는 습관화된 행위들의 상호적인 전형화 그 자체를 제도라 부를 수도 있다(North, 1990; DiMaggio and Powell, 1983; Berger and Luckmann, 1966)

    노조 임금정책 안에는 이러한 제도의 다층적 정의에 부합하는 요소들이 담겨 있다. 노조 임금정책의 수립·집행·평가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제도’로서의 성격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임금정책을 둘러싼 의사결정은 노동관계법, 단체협약, 노조 규약 등의 공식적 규칙이나 법률과 더불어 노조 내부의 제도적 관행에 따라 이루어지며 더 나아가 조합원의 인식과 가치체계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매년 임금협상 시기가 되면 노조 집행부는 임금인상 요구안을 작성하기 위해 상급단체의 지침을 참조하고, 조합원 생활실태를 조사하며, 이에 따라 조합원 생계비를 산정하고, 국민경제 및 회사의 경영 현황 및 생산물 시장의 동향을 조사함으로써 적정 임금인상률을 비롯한 임금 요구안을 마련한다. 그 후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그 요구안을 추인 받아 공식화하고, 공식 교섭을 통해 사용자와 협상에 임하여 합의를 도출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파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일련의 절차를 거쳐 사용자와 이룬 임금협상 타결안은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인준을 받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차기 노조 임원 선거에서 사후적 평가를 받곤 한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게임의 규칙’을 특별한 사정없이 준수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명시적 또는 암묵적 제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련의 공식·비공식 절차들 그리고 그것에 담겨있는 역사성과 규범성 등은 노동조합 임금정책이 제도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노조 임금정책은 제도 일반이 갖는 특성을 많은 부분 공유한다. 일단 수립된 제도의 영향력 하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의 안정성과 규칙성, 그에 따른 미래 행위의 예측 가능성, 과거의 누적된 행위 패턴이 현재 시점에 미치는 경로의존성 등이 그것이다. 또한 어떤 제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관련 행위자들의 선호는 이 규칙의 배열 속에서 특정한 방향으로 구조화된다(Immergut, 1998). 그런데 이러한 제도 일반이 갖는 연속성이라는 특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우 그것의 변화를 포착하기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제도주의 접근들에서 제도 변화의 계기는 보통 제도 외부로부터 구해졌다. 제도가 새롭게 형성되는 ‘결정적 국면’을 지나고 나면 제도는 자체적인 재생산 기제 ― 긍정적 피드백, 경로의존성, 관성 등 ― 를 갖춘 채 지속되는 것으로 묘사되곤 하였고, 그러한 연속성은 다시 외부 충격에 의한 제도의 급변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유지되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통상적인 제도주의 시각에서는 외양적 연속성의 이면에서 누적되는 제도 변화의 계기들과 그것이 일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제도 그 자체의 질적 변형을 초래하는 문제를 포착할 수 있는 이론적 시야가 확보되지 못했었다(Clemens and Cook, 1999).

    제도 또는 정책의 안정성과 재생산에 주목한 기존의 논의와는 달리, 최근의 역사적 제도주의 문헌들에서는 점진적 변화의 누적에 의해 제도가 변형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과 인과 요인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Mahoney and Thelen, 2010; Campbell, 2010; Streeck, 2009; Streeck and Thelen, 2005; Pierson, 2004). 이들은 공통적으로 “역사에서 ‘분기점’으로 추정되는 시기를 거치면서도 종종 너무 많은 연속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또 외관상 안정적인 듯이 보이는 공식적 제도 장치들의 이면에 너무 많은 변화가 존재하는”(Thelen, 2011:353) 상황을 역사적 시각에서 추적하고 이론화하려고 한다. 이들은 혁명이나 전쟁과 같은 외생적 충격에 의한 제도의 급격한 단절적 변동 이외에 제도의 재생산 자체에 의한 내생적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느리지만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려 한다. 다시 말하면, 기존에 확립된 제도적 경로가 자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제도의 변형과 이탈의 가능성을 주목함으로써 제도의 지속과 변화 모두를 분석의 시야에 두려는 것이다(Crouch and Farrel, 2004; Schneiberg, 2006).

    역사적 제도주의의 설명에 따르면(Mahoney and Thelen, 2010), 제도 변화의 양식은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유형화의 기준은 간단하다. 구래의 게임의 규칙이 약화되거나 심지어 폐지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도입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네 가지 제도 변화의 양식이 도출된다(〈표 2〉 참조).

    먼저 ‘대체(displacement)’는 나머지 세 개와 구분되는 단절적이고 급진적인 제도 변화에 해당한다. 즉 비교적 빠른 시기 동안 기존의 규칙들이 약화 또는 폐지되고 그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규칙으로 바뀌는 것이다. ‘대체’와 같은 급격한 제도 변화는 통상적으로 변화에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강력하게 제기되어 기존 규칙을 준수하려는 행위자들의 현상 유지 노력을 압도하거나, 전쟁·혁명·공황 같은 급격한 외생적 충격이 발생하여 기존 제도의 재생산 기제가 파괴된 경우에 나타나기 쉽다. 이에 반해 아래에서 살펴볼 점진적 제도 변화는 별다른 외생적 충격이 없거나, 제도의 이해 당사자가 상당한 권력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 또는 그들이 변화를 가로막는 거부점(veto points)을 장악하고 있어 단절적인 변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 생하곤 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느리게 움직이는 사회적 과 정”(Pierson, 2004: 79-102)에 해당한다.

    ‘병치(layering)’는 이전 규칙의 약화 혹은 폐기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규칙이 도입되는 경우에 나타나는 점진적 제도 변화의 양식이다. 즉 새로운 규칙이 기존의 제도에 덧붙여져서 원래 제도의 운영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Thelen, 2003). 제도의 실제 변화를 바라는 행위자들이 기존 제도는 그대로 둔 채 거기에 새로운 요소를 덧붙여 전체적인 제도적 세팅의 구조를 점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병치는 그것이 차등적 성장의 기제를 통해 경로 수정의 동학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즉 기존 정책의 핵심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에 새롭게 부가된 규칙이 오히려 더 빨리 성장하여 결과적으로 구래의 제도가 가진 효력이 약화되거나 정체되고 새로운 규칙이 개인들의 행위를 규정하는 데 더 유망한 역할을 갖게 되는 것이다(Streeck and Thelen, 2005: 23). 우리는 이 병치에 의한 제도 변화를 외환위기 이후 노조의 임금극대화 전략의 전개에서 관찰할 수 있다. 생계비 임금론에 근거한 기본급 인상이라는 전통적인 임금극대화의 핵심 전략이 외환위기 이후 주변적으로 도입된 성과배분제의 급속한 성장과 비중 확대에 의해 약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병치에 의한 점진적 제도 변화로 해석한다.

    다음으로 ‘표류(drift)’는 새로운 규칙의 도입 없이 이전 규칙이 서서히 약화될 경우 발생한다. 즉 기존 규칙들이 공식적으로는 거의 동일하게 재생산되는 듯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쇠퇴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위축되는 것이다(Hacker, 2004). 이것은 제도에 배태된 행위자들이 정치경제적 환경 또는 사회적 맥락이 바뀜에 따라 해야 할 기존 제도의 정비를 수행하지 않거나, 기존 제도의 궁극적 폐기를 바라는 집단이 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적응을 전략적으로 무시하는 것에 의해 발생한다(Hacker, 2004: 246; Streeck and Thelen, 2005: 24-25). 기업별 노조체제 하에서 기존에 약하게나마 형성되어 갔던 기업간 임금조율의 노력들이 산업별 노조로의 조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축소되거나 약화되면서 기업별 임금교섭 제도의 부정적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이 커지고 있는 사태 전개를 우리는 노조 임금정책의 표류로 해석할 것이다.

    점진적 제도 변화의 마지막 양식은 ‘전환(conversion)’이다. 그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예전 규칙의 약화 또는 폐기도, 그렇다고 새로운 규칙의 도입도 크게 없는 상황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래 제도의 목적과 기능에서 현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가리킨다(Thelen, 2003: 226). 기능 전환이 발생하는 한 가지 유력한 조건은 비교적 오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도를 둘러싼 맥락과 환경이 변화할 경우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의 제도 설계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사태의 전개 또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 제도가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이 전변될 수 있다(Pierson, 2004: 138, 155-6).5) 뒤에서 보겠지만 자동차산업 노조의 임금정책에서 ‘전환’은 주로 임금형평성 문제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다.

    이 논문은 역사적 제도주의 접근에서 시도되고 있는 점진적 제도 변화에 관한 이론화 작업을 토대로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자동차산업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변화 양상을 추적할 것이다. 그에 앞서 다음 장에서는 1987년 이후 노사관계의 일대 전환기에 형성된 노조 임금정책의 주요한 특징들을 추출한다.

    4)따라서 모든 정책이 제도는 아니다. 제도적 속성이 강한 정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국가가 법률로 시행하는 대부분의 복지정책은 제도적 속성이 매우 강한 반면, 예를 들어 ‘대북정책’이나 민간기업의 ‘사회공헌 정책’ 등은 제도적 속성이 매우 약하다.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이 제도로서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매우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속성을 지닌 채 노동조합의 내부 구성원 및 교섭 상대방이 함께 공유하는 게임의 규칙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5)또 하나의 가능성은 정책을 둘러싼 권력 관계에서의 변화와 관련된다. 애초 규칙 제정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배제된 행위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도 운영에 힘을 발휘하거나 자신들의 이해에 걸맞게 변용시킬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책의 목적과 기능을 전환시킬 수도 있다(Thelen, 2011: 77-78).

    Ⅳ.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점진적 제도 변화의 사례

       1. 임금정책의 초기 제도화

    1987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권위주의적 노사관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임금교섭이 제도화 되면서 형성된 현대자동차노조의 임금정책의 목표는 ‘임금극대화’와 ‘내부적 임금평준화’로 요약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생계비 임금론에 근거한 최대한의 임금인상을 최우선시하였고, 이와 더불어 기업 내 임금격차를 축소하려고 하였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별 교섭체제 하에서 전투적인 임금인상투쟁을 동원하였다.

    먼저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생계비 쟁취를 목표로 한 임금극대화를 추구하였고 현대자동차노조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조 결성 이후부터 매해 노사협상을 통한 임금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급격한 임금인상이 나타났다. 1988년 이후부터 10년 동안 현대자동차 조합원의 명목임금인상률은 약 4배에 육박하였다(〈표 3〉 참조). 임금극대화 전략은 1년마다 진행되는 기업 수준의 임금교섭을 통해 이루어졌다. 교섭에서 노조는 ‘생계비 원리’에 따른 임금인상 요구를 사측에 제시하였고, 추가적으로 동종 유사 업체의 교섭 결과가 임금인상의 비교준거로 활용되었다. 이 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생계비 원리는 임금이 노동력 상품의 가격, 즉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제반 비용이라는 관점에 기반하는 것이다. 생계비 원리는 가족 구성원의 ‘생활보장’이라는 (남성) 노동자들의 기본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당시 저임금을 받으며 생계부양의 책임을 지던 노동자들에게 호소력을 지녔다. 이에 따라 조합원 생계비, 즉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추계액과 현재의 임금수준 간의 차이를 반영하여 임금인상 요구액이 정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에 생계비 추정액이 현재 임금수준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으면 임금인상 요구의 근거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는 생계비 모형을 연이어 변화시켰다. 1993년부터 기존의 ‘최저생계비’ 모형 대신에 자체적으로 고안한 ‘현대자동차 필요생계비’ 모형으로 이동하였고, 1996년부터는 ‘표준생계비’ 모형을 사용함으로써 생계비 추정액을 계속 올릴 수 있었고 추가적인 임금인상의 논리를 확보하였다.

    현대자동차노조의 임금극대화 전략에 동원된 또 하나의 기제는 임금수준이 비슷한 다른 기업 노조와의 ‘비교’를 통한 공공연한 임금 경쟁(wage rivalry)이었다.6) 울산지역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양대 노조, 즉 현대자동차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 간에는 줄곧 임금인상액을 둘러싼 경쟁이 지속되었다. 공식적인 임금교섭을 통해 임금인 상액이 정해지기 시작한 1988년부터 94년까지 모든 해에 걸쳐 타결시기가 늦은 기업의 임금인상액이 조금이라도 더 높게 나타났다(현대자동차노동조합, 1994: 185). 즉 시기적으로 일찍 타결한 기업의 임금인상액이 그 뒤에 타결하는 기업의 임금 인상액의 비교준거가 되는 ‘등 짚고 뛰어넘기(leapfrogging)’ 기제가 두 노조 사이에 작동하였다.

    다음으로, 노조는 생계비 임금이론에 근거한 임금극대화 정책에 더해 조합원 내부의 임금평준화를 추구하였다. 조합원 간 평등주의를 우선시한 노조의 임금평준화 노력은 조직적 단결력을 높이고 내부노동시장의 경쟁적 성격을 최대한 억제하여 동질성을 강화시켰다. 그 구체적 형태는 다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1987년 이전에 존재하던 인사고과에 의한 차등적 임금인상 및 상여금 지급제도가 노조 결성 직후 폐지되었다. 1987년 이전 현대계열사에는 인사고과를 기초로 상여금, 임금인상률, 승진 및 승급이 결정되었는데, 그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높은 불만을 보이고 있었다(신원철, 2012). 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난 후 인사고과에 의한 임금 차등지급 관행은 폐지되었는데, 이로써 임금을 둘러싼 기업내부노동시장에서의 노동자간 경쟁이 억제되었다.

    둘째, 노조는 임금인상 방식에 있어 정액인상 위주의 ‘하후상박’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교섭 범위에 속한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를 줄였다. 정액인상 방식을 우선시함으로써 기존에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임금인상 혜택을 입게 된 것이다. 노조는 1987년과 1988년에 100% 정액인상을 하였고, 1989년부터는 장기근속자를 고려하여 정률제를 도입하였지만 정액 대 정률의 비율은 7:3 또는 6:4로 하여 하후상박의 원칙을 유지하였다. 정액인상 방식에 따른 실제 인상률의 차별적 적용에 의해 근속년수에 따른 생산직 노동자의 기본급 격차는 감소하였다.

    셋째, 임금평준화 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제도는 연공적 임금체계의 유지였다. 임금체계의 강한 연공성은 1987년 이후 생산직 기업내부노동시장의 주요한 특징이었고 한국의 사용자들은 이러한 임금 연공성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려고 하였다(정이환, 2011: 116-122). 연공급 제도에서 노동자 개인의 기본급은 근속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가능한 다른 기준들, 즉 직무·숙련·능력·성과 등은 기본급 산정 기준에서 부차화 되거나 탈락된다. 따라서 여기서 임금 형평성의 원리는 ‘같은 근속이면 같은 임금을 받는다’는 원칙(동일근속 동일임금)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이러한 연공급의 엄격한 적용은 기업의 인사관리에 있어 임금 경직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기업은 1990년대 초반에 직능자격 제도의 도입을 통해 연공급의 엄격성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여러 해에 걸쳐 노사는 직능자격 제도 도입에 관한 노사협의를 진행해오다 1994년에 공동안을 마련하였다(현대자동차주식회사· 현대자동차노동조합, 1994). 그러나 노조 집행부의 교체 이후 이러한 직능자격 제도의 도입은 무산되었다. 노조는 조합원들 간의 개별 경쟁을 조장하면서 단결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였던 것이다. 직능자격제도의 도입 무산은 이후 현대자동차의 임금체계가 내부노동시장에서의 숙련형성이나 직무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연공을 중심으로 한 비경쟁적 요소가 지배하게 된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조형제, 2008). 그 이후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임금체계는 유의미한 제도 변화를 경험하지 않았다. 이로써 연공급은 내부노동시장이 발달한 부문의 생산직 노동자들 내부에서 ‘상식’으로 인정되었으며 일종의 “윤리적 아우라”(Piore, 1973)로 규범화되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같은 사람은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의 일차적 기준은 연공 또는 근속이었던 것이다.

    끝으로 임금교섭의 제도화 단계에서 나타난 노조 임금정책의 또 다른 축은 공격적인 임금교섭 또는 전투적 동원에 기초한 임금인상투쟁이었다. 임금인상의 기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노조가 내세운 생계비 원리는 기업 측의 생산성 임금론이나 지불능력에 대한 고려와 상충하는 것이었고, 최종적인 임금인상률은 기업별 교섭 과정에서의 노사 간의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되었다(박동, 2005: 165-184). 따라서 노조의 현장 조직력과 파업의 잠재적 위력이 임금극대화의 핵심적 수단이 되었다. 당시 노조 리더십과 평조합원 간의 높은 호응성은 매년의 임금인상 투쟁을 매개로 재생산되었다. 양자 간의 높은 호응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 기제는 임금교섭 결과에 대한 조합원 총회 개최라는 인준과정이었다.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 교섭결과가 부결될 경우 그것은 지도부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인책이나 불신의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임금인상투쟁은 조합원의 참여를 통해 노조의 대중적 기반을 유지·강화하고, 집단주의를 배양하며, 때로는 어용노조를 민주화하는 기능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임금교섭의 제도화 단계에서 형성된 노동조합 임금정책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것은 생계비 원리에 기초한 기본급 인상 중심의 임금극대화, 연공임금을 근거로 한 내부적 임금평준화, 그리고 노동 전투성의 동원과 결합된 기업별 임금교섭을 요체로 한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노조 임금정책의 주요 요소들은 많은 부분 지금까지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로부터 점진적인 변화가 누적되어 왔고 현재 그 결과로 노조 임금정책의 변형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을 규명할 것이다.

       2. 외환위기 이후 임금정책의 점진적 변화

    외환위기의 시기는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의 새로운 분기점이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자동차산업은 격심한 구조조정을 겪었고, 현대자동차에서도 1만 명 이상의 감원이 이루어졌으며 정리해고제 시행을 둘러싼 노사 간의 격렬한 충돌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노사관계에서의 커다란 격변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임금제도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구조조정기에 사측은 기존의 임금결정 제도나 임금체계의 개편을 추진하지는 않았다.7) 노조도 교섭력을 차츰 회복하면서 실질임금의 저하를 만회할 되찾기 교섭을 추진하였을 뿐 이전의 제도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노사 모두 커다란 격변과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이를 창조적인 실험의 기회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익숙한 제도적 형태와 관행을 가능한 한 고수하였다. 그러나 제도적 외형의 변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임금정책의 실제 내용과 그 효과 면에서는 그 이전 시기와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1) ?병치?와 차등적 성장: 성과배분 위주의 임금극대화

    외환위기 이후에도 임금극대화 목표는 노조 임금정책의 핵심을 차지하였다. 단, 임금극대화의 실현을 위한 정책 수단과 방법의 변화가 주목된다. 생계비 원리에 기반한 기본급 인상이라는 기존의 정책과 병렬적으로 2000년대 들어와 성과배분제가 새로 도입되었는데, 이후의 사태는 성과배분제에 의한 임금인상이 전체 임금극대화 정책을 지배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병치(layering)에 의한 제도 변화의 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생계비 산정에 기초한 기본급 인상이라는 임금극대화의 정책 원리는 존치하고 있지만, 그와 나란히 기업의 경영성과에 연동된 임금극대화의 또 다른 방식이 어느 순간부터 덧붙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기존 정책 원리의 그것을 능가하게 된 것이다.

    외형적으로 기존의 생계비 원리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노조는 매년 기본급 인상의 기준으로 ‘조합원 표준생계비’를 제시하였고 부가적으로 ‘GDP증가율+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기준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의 효력과 유용성은 점차 감소했다. 우선, 기본급은 인상률뿐만 아니라 절대액수에서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임금교섭이 시작된 1988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자동차의 기본급 인상률 추세는 〈표 4〉와 같다. 기본급 인상률(통상임금 대비)은 1988년부터 1993년까지 17.8%, 1994년부터 1999년까지 9.5%에 달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와 추세적으로 하락하여 2006-2010년 기간의 평균 인상률은 4.0%에 불과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최근의 5년 동안 실질임금은 매년 1%씩 상승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본급 인상률의 저하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생계비 산정에 기초한 임금인상 요구의 제도적 관행은 원래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활보장을 위한 것이었지만, 기업의 지불능력이 커지고 고율의 임금인상이 지속되면서 일종의 ‘스스로 약화되는 제도(self-undermining institution)’가 된 것이다(Streeck, 2009:126-131). 생계비에 기초한 임금인상의 제도적 관행은 일정 시점까지는 임금극대화 정책의 추구와 정합적인 것이었지만, 바로 그 제도적 관행의 지속으로 인해 더 이상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임금극대화의 추구를 가로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임금인상이 성공적으로 지속되면서 현대자동차와 같이 고임금 사업장 노동자들의 소득은 민주노총이 산정하는 표준생계비를 크게 상회하게 되었다. 생계비 임금이론에 근거한 임금인상 요구안 산출이라는 기존의 제도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노조는 기본급 산정의 새로운 기준을 도모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임금극대화의 새로운 수단을 찾게 된다.

    그 새로운 수단은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그것은 바로 외환위기 직후부터 현대자동차 노사 모두가 주목한 성과배분제(변동성과급 제도)였다. 원래 성과배분제가 현대자동차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92년이었는데, 외환위기 이전의 그것은 지금의 제도와 성격이 달랐다. 외환위기 이전의 성과급은 단순히 임금협상의 타결일시금이거나 파업시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보전금 성격이 강하였고 그 액수도 크지 않았다. 성과급의 성격이 변화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로 그 변화의 계기는 회사의 경영진이 발표한 종업원 성과배분제 시행 계획으로부터 우연하게 나왔다.8) 노조도 이러한 사측의 방침에 호응하여 양자는 2000년 2월 노사공동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성과배분 방안을 협의하였지만 곧 중단되었다. 이후 성과배분 규모는 노사 간에 명문화된 사전 산정 규칙 없이 매년 임금교섭 테이블에서 결정되었다. 교섭에서 노조는 새로운 성과배분제를 기존의 기본급 인상에 더해 단기적인 임금극대화를 위한 대안적 수단으로 적극 요구하였고, 사측은 연간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금전적 유인책으로 접근하였다. 이렇듯 노사 간에 성과배분제 시행의 목적은 상이하였지만 경영실적 개선과 해외생산의 성공으로 인한 글로벌 메이커로의 부상을 배경으로 양자는 큰 어려움 없이 타협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2001년부터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 이외에 성과급 요구사항으로 ‘당기순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정액 지급할 것’을 매년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공식적으로 제기해왔고, 사측은 생산량 목표 달성을 성과배분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표 5〉에서 나타나듯이 성과배분제는 점차적으로 임금극대화의 주변적 제도에서 중심적 제도로 성장하였다. 이에 따라 그것은 임금협상 결과에 대해 조합원들이 내리는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 기본급 인상률은 최근에 올수록 점차 추세적으로 하락한 것과 달리 성과배분액의 규모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현재에는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임금협상 결과로 발생하는 전체 임금 인상액의 80%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9)

    이상에서 보았듯이 외환위기 이후 임금극대화의 제도적 관행은 변화를 보였다. 그 변화는 극적이거나 단절적인 성격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적 원리가 그대로 보존된 상태에서 우연한 계기에 주변적으로 부가된 새로운 제도가 점차 행위자들의 지원 속에서 빠르게 성장한 결과 나타났다는 점에서 점진적 제도 변화의 일 유형, 즉 병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생계비 원리에 기반한 임금극대화의 전통적인 제도적 수단의 효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대안적인 수단을 보유하게 된 것이고, 사용자 측으로서는 임금과 경영성과의 연계를 보다 긴밀히 하고 목표 생산량 달성을 위한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과배분제는 두 집단 간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2) 내부적 임금평준화 정책의 ?전환?: 임금형평성의 딜레마

    외환위기 이전에 노조의 임금평준화 정책은 기업내부노동시장 구성원들 간의 임금격차의 축소를 지향하였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임금평준화 정책에 새로운 환경변화가 나타났다. 즉 기업의 고용시스템의 유연화라는 환경 변화로 인하여 기존의 임금평준화 정책에 가해지는 적응 압력이 증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해 노동조합은 적극적인 대응과 정책 수정의 노력보다는 소극적 현상유지 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현재 노조운동의 임금 형평성 원리는 ‘기능 전환’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1987년 직후 기업내부노동시장의 제도화시기에 만들어진 기존의 임금평준화 정책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에 직면하여 그 딜레마를 드러내었다. 현대자동차는 1990년대 초반부터 사내하청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그 규모가 6, 7천 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증가시켰다. 초반의 보완적 기능에서 벗어나 사내하청 시스템은 현재 유연적 생산시스템의 작동을 위해 불가결한 요소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직접 생산공정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동일·유사 업무를 하지만 임금수준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내하청 시스템은 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제도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노동의 유연성 확보와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것은 외환위기 이후 현대자동차 노사 간에 맺어진 고용안정과 생산 유연화가 교환된 담합적 거래의 산물이었다(박태주, 2013; Yoo, 2012).

    2003년 독자노조를 결성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중단 및 정규직화 요구와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과제를 정규직 노조운동에 제기하였다. 이 과제는 노조 임금정책 형성기에 수립된 기존의 임금평준화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연공을 기준으로 한 기존의 임금 형평성 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내부노동시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는데, 기업내부노동시장의 경계에 걸쳐서 동일·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규모 등장은 기존의 형평성 원리에 대한 반성과 그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연공에 기초한 평등주의적 임금정책은 내부노동시장의 경계를 벗어난 사회적 맥락 속에서는 ‘편협한 평등주의(parochial egalitarianism)’로 귀착될 가능성이 큰 것이었다. 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동일 산업 내 노동자들 간의 임금평준화에 대해 연공급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거니와, 기업의 고용 유연화 전략에 따라 증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과의 임금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연공급은 오히려 차별을 유지·확대하는 규칙이 될수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직 내부노동시장이 제도화되는 단계에서 연공급은 내부적 임금평준화의 훌륭한 수단으로 기능하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 증가의 상황에서 연공임금 고수 전략은 임금평준화 목표로부터의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

    임금형평성에 관한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 노조의 대응은 소극적 절충의 방식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노조는 2000년부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회사와의 대리교섭을 통해 임금인상 및 상여금 지급을 이루어 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정규직 노조의 행동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배제’를 전제로 한 ‘제한적 수준’의 임금평준화 정책에 불과하였다(유형근, 2012: 212-226).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조합원 가입 문호는 폐쇄한 상태에서 정규직 노조의 대리교섭 형태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높이는 시도가 그것이다.10) 그 결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이전에 비해 올라갔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조금 줄었다. 그러나 임금평준화 정책과 관련해 보면, 이것은 1980년대 말 이후 노조 임금정책을 통해 형성된 기업내부노동시장 안에서의 ‘편협한 평등주의’가 별다른 수정 없이 유지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극적 절충과 현상 유지의 태도는 대공장 정규직 노조운동의 정당성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외환위기 이후 노조의 임금평준화 정책이 갖게 된 딜레마는 임금체계의 측면에서 볼 때 1987년 이후 노조운동 내부에서 당연시되어 온 연공임금의 사회적 기능, 즉 그것이 갖는 평등주의의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기업내부노동시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면, 연공임금은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 종사자의 고용안정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정이환, 2013: 174-180). 또한 기업내부노동시장의 울타리 안에서, 동일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과의 임금 형평성 문제에 연공임금은 별다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임금평준화의 하위 제도와 규칙에서는 기존 규칙의 약화도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기존의 임금형평을 도모하던 규칙이 변화한 작업장 환경 속에서 이제는 임금불평등을 초래하는 기능으로 전환되었다. 임금정책의 제도화 초기에 기업내부노동시장 구성원들 간의 임금격차의 축소를 지향하려 형성된 제도가 증가하는 비정규직을 포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정규직만을 위한 임금형평의 기능을 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불평등을 유발하는 제도적 기제로 ‘전환’된 것이다. 그 이유는 노동운동의 조직구조의 변화와 기업 고용시스템의 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의 증가 등 기존 노조 임금정책을 둘러싼 맥락과 환경이 급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운동은 1987년 직후 권위주의적 작업장 체제를 무너뜨리며 형성된 ‘편협한 평등주의’의 소우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상유지의 방어적 태도만 보일 뿐 변화된 환경에 대한 개혁적 적응의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3) 초기업적 임금평준화 정책의 ?표류?

    앞 절에서는 기업 내부 노동자 간의 임금평준화 정책이 어떻게 기능 전환을 겪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여기서는 기업간 임금평준화 정책의 쇠퇴를 서술하며 그것을 정책의 표류(policy drift)로 해석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경부터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문제는 전국 수준의 노조 임금정책에서 우선순위의 조정을 불러왔다. 민주노총은 출범과 동시에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임금평준화 전략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였고, 초기업적 임금평준화를 임금정책의 우선적 목표로 제기하였다(김유선, 2005; 김태현, 2008).11) 또한 자동차산업이 주축인 금속부문의 경우 산별연맹으로의 교섭권 위임, 시기 집중 및 요구안 통일 등 조율된 임금교섭 관행의 형성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기존 임금정책의 질적 전환을 위해서는 종래의 연공 임금체계를 벗어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적 기준을 만들 필요성이 노동운동 내외부에서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초기업적 임금평준화 또는 임금조율을 진전시키기 위한 초보적 시도들은 산업별 노조의 잇따른 설립과 산업별 교섭이 진전되면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도입되어 일부 실행되었다. 예를 들면, 2000년대 초반 주로 자동차부품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한 금속노조는 산별 중앙교섭 테이블에서 기업규모별 또는 원·하청기업 간 임금수준의 현격한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기울여 금속산업 최저임금 제도의 신설, 동일업무 수행 비정규직의 기본급 인상 차별금지 등의 노사합의를 이루어내기도 하였다. 또한 완성차 대기업의 고임금 사업장의 이윤 일부를 산업 수준의 ‘연대기금’으로 조성하여 기업규모간 임금격차 확대의 부작용을 완화하려는 연대임금정책의 초보적 시도도 나타났다.12) 이처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비록 결실을 맺지는 못하였지만 산업 내 기업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임금평준화를 도모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2006년 완성차업체의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 이후에는 오히려 줄어들거나 약화되었고 산업 내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금속노조의 경우 임금교섭은 여전히 사업장 수준으로 분권화되어 있고 내부 조율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자동차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속노조에는 법정 최저임금을 갓 넘는 저임금 노동자에서부터 현대자동차와 같이 고임금 노동자까지 하나의 노조 울타리에 공존하고 있으며 조합원 내부의 임금불평등은 고착되었다(〈그림 1〉 참조).

    2006년 산별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한 현대자동차지부의 경우 금속노조가 참여하는 대각선교섭이 이루어지지만, 임금협상 요구안의 작성부터 교섭과 타결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업장 조합원들과의 임금수준 격차 문제는 의제화되거나 고려사항으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 내에서 임금극대화 전략을 중심으로 과거의 임금교섭에 따라 형성된 관행과 경로의존성이 임금결정 과정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이병훈·유형근, 2009). 결국 노조운동 내부에서 새로운 임금평준화 정책을 둘러싸고 전국 수준의 노조와 기업 수준의 노조 사이에는 정책의 우선순위와 목표에 있어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적 불일치 속에서 임금교섭을 실제로 관장하는 기업 수준의 노조 지도부는 현상 유지를 선택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의 갱신을 억제하고 있는 반면, 보다 적극적인 임금평준화 정책으로의 변화를 선호하는 전국 수준의 노조는 그것을 실행할 유효한 정책 수단의 제약 하에서 기 업 수준 노조의 현상 유지를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임금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사내하청 비정규직들과의 임금 차별, 그리고 동일 자동차산업의 부품업체 노동자들과의 임금격차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 방안 모색은 최근 들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들 외부자에 대한 비용전가 기제를 통해 대기업의 노사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제공하는 혜택과 이해를 공유하는 담합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독과점의 시장 지위를 누리는 재벌 대기업은 노조의 임금극대화 전략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야기하는 이윤 압박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그 해소 수단 중 하나가 산업의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체계적인 기업간 임금격차라는 점이다.13) 이것은 임금극대화와 임금평준화라는 노조 임금정책의 두 가지 규범적 목표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함의한다. 임금 조율의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가운데 매년 반복되는 기업별 임금교섭은 이러한 두 가지 규범적 목표 간의 딜레마를 해결할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한다.

    이렇게 사태가 진행된 노조운동 내부의 원인은 노조의 조직 및 교섭 구조가 대단히 분권적이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저임금 계층의 임금을 더 끌어 올리고 고임금 계층의 임금상승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것은 대기업 노조의 임금극대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긴장을 해소할 수 있기 위해서는 노조운동의 중앙집권화 또는 내부의 조율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총연맹이나 산업별 노조가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활동을 통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 대기업 노조 리더십은 일차적으로 조합원의 경제적 요구에 반응하여 충성을 획득함으로써만 존속 가능하였다. 그들이 설령 기업간 임금평준화의 필요성을 인식할지라도 2년마다의 선거경쟁의 압력은 리더십으로 하여금 단기적인 임금극대화 전략에서의 과감한 이탈을 선택지에서 배제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고임금 사업장의 단위노조 지도부는 기존 임금정책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산별노조 지도부는 새로운 경로형성을 도모하지 못하였다.

    결국 한국의 노조운동 내부에서 임금정책의 통일성은 해체되었고, 초기업적 임금 평준화와 관련된 기존의 노조 임금정책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구래의 임금 조율의 기제들과 정책적 시도들은 약화되거나 결실을 맺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임금 조율의 노력과 정책 대안은 만들어지지 못하는 ‘표류’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라고 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적 분절에 대해서 노조운동은 현재 침묵하고 있다.

    6)단체교섭을 통한 임금결정의 동학에서 준거집단과의 ‘비교’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보통 노동자들은 임금의 공정성을 준거집단과의 비교를 통해 판단한다. 또한 단체교섭에서 독립적인 교섭 단위들 사이의 임금 비교는 교섭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준거집단과의 비교는 노조 지도부에게 적정 임금인상의 기준을 제공해 줄뿐만 아니라, 임금덤핑 또는 임금부상에 민감한 사용자 그리고 산업평화를 유지하길 원하는 정부에게도 적절한 행동 지침을 제시해 준다(Ross, 1948: 49 이하; Brown and Sisson, 1975: 29-33).  7)IMF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한국의 사용자들은 기존의 연공주의를 성과주의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였다(김동배·정진호, 2008; 박준성·김환일, 2008). 하지만 현대자동차에서는 임금체계 개편 시도 자체가 없었다. 아마도 노조의 저항 능력에 대한 고려와 함께 당시가 현대그룹의 기업 재편과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의 교체가 이루어진 시기였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8)1999년 연말 현대자동차의 최고경영자는 일정 이익금을 넘어서는 초과이익금에 대해 ‘종업원 성과배분제’를 시행할 것이고 그 배분 원칙을 주주 30%, 종업원 30%, 사내유보 30%, 기타 10%로 나눌 것을 밝혔다(한국경제신문, 1999.12.6.).  9)2013년 임단협 타결 이후 노조 홈페이지에 공개된 홍보물을 보면, 새로운 임금협약으로 현대자동차 조합원 한 명이 받는 각종 성과급은 평균적으로 2,362만원 수준으로 기본급 및 수당 인상을 포함한 전체 임금인상액 2,879만원의 82%에 달한다.  10)금속노조는 2006년 통합대의원 대회를 통해 이른바 ‘1사 1조직 방침’을 채택하였고,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지부는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규약 개정을 통해 사내하청 비정규직에 대한 노조 문호개방을 3차례 시도하였으나 정규직 조합원의 반대 여론으로 모두 부결되었다.  11)법정 최저임금의 현실화, 산업별 최저임금협약,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등을 통한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영세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등적 임금인상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리의 적용을 통한 연대임금 쟁취 등이 민주노총의 임금평준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등장하였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1996). 외환위기 전후로 한 민주노총의 임금정책에 대한 개관은 정이환 외(2007), 김태현(2008),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연구원(2009)을 참조하라.  12)이것은 2004년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에서 추진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요구였는데, 당시 자동차공업협회와 협약서 서명과 기자회견까지 성사되었지만, 완성차업체 내부에서의 이탈과 노조운동 내부의 비판 등으로 좌초되었다(조건준, 2004;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2004: 427-28).  13)현대자동차의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상승하지만 그 비용 부담은 부품업체가 납품하는 재료비 인하를 통해 상쇄되고 있다(조형제·김철식, 2013: 91-92).

    Ⅴ. 토론과 시사점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한국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은 그 골격은 유지되었지만 그 실제 내용은 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자동차산업의 노조 임금정책은 단기적인 임금극대화를 최우선적 목표로 하였고 부가적으로 기업 내부 조합원 간의 임금평준화를 도모하였으며 기업간 임금평준화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였는데, 이것은 분명히 임금정책이 그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와 우선순위는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음에 비해, 그것에 동원되는 정책 수단과 방법, 정책의 기능과 효력에서는 뚜렷한 내적인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것은 기존 연구들이 노조 임금정책의 연속성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공유해왔던 것에 비추어 보면 본 논문의 주요한 발견이다. 물론 그 변화는 단절적인 것이 아니고 점진적이고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발견은, 한편으로 점진적 제도 변화에 관한 새로운 분석 개념을 도입하고, 다른 한편으로 장기간의 전개 양상을 관찰할 수 있는 사례의 선택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노조 임금정책이 기존 연구들이 주장하듯이 옛 제도가 새 제도로 급격히 대체되는 의미에서는 질적인 변화가 없었지만, 새로운 규칙이 이전 규칙에 부가되어 장기간 공존하면서 그 힘을 키우거나(병치), 이전 규칙이 폐지되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규칙이 명시적으로 도입되지도 않았지만 그 제도의 기능이 이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바뀌어 버리거나(전환), 이전 규칙이 점차적으로 그 생명력을 상실해 가지만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것은 나타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표류) 양상을 통해 점진적 형태의 변화를 겪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그 변화의 동인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주되게는 임금정책의 자기 전개 또는 노동조합의 누적적인 (비)행동 등의 내생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점진적 제도 변화의 요인에 관한 다음 세 가지의 주요한 발견들과 시사점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첫째, 점진적이고 내생적인 제도 변화의 가장 명백한 예는 제도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그 제도가 효력을 다하여 자연사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어떤 제도는 자기파괴적 기제를 내장하고 있다. ‘생계비 원리’라는 임금극대화의 수단이 여기에 해당한다. 1980년대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에서 하나의 공리처럼 인식된 생계비 원리에 기초한 임금극대화 전략은 기업별 임금교섭 시스템 속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였지만, 바로 그 성공으로 인하여 대기업 고임금 사업장을 중심으로 그 제도의 수명이 다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전략은 임금수준이 이론적으로 산출된 생계비에 한참 미달하는 이른바 ‘저임금 체제’ 하에서 가장 빛을 발하지만, 점차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상승하면서 양자 간의 차이가 좁혀지고 결국에는 실제 임금수준이 이론생계비보다 높아지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임금극대화 목표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의 제도적 효력은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앞서 ‘병치’라고 이름붙인 제도 변화는 이러한 기존 제도의 효력 약화가 만들어낸 틈새에서 발생하여 전개된 것이다.

    둘째, 제도 변화는 그 제도의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는 본문에서 세 가지의 구체적인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애초 제도 형성의 시기로부터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행위자 자신의 성격이 변화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제도의 연속성과 행위자의 불연속성이 결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동차공장의 권위적인 병영적 질서 하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이제는 경제적 소득의 측면에서 온전한 ‘중산층 노동자’로 그 성격이 변화하였고, 이에 따라 임금극대화를 위한 기업별 교섭의 사회적 기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다음으로 현존하는 제도의 변화를 바라는 특정 행위자의 지속된 노력, 특히 거부점(veto point)을 우회하여 현존 제도의 효력을 감소시키려는 행위자의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고임금과 기업 내부적 임금평준화가 발생시키는 임금 경직성 문제에 직면한 사용자들의 행위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가 다룬 사례에서 90년대 초반 임금 연공성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사용자들은 한편으로는 성과배분제라는 변동임금의 도입 및 적용 확대를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 고용의 확대를 통해 노조 정책의 영향력을 제한하거나 변경하는 노력을 지속하였다. 이러한 사용자의 시도들은 노동조합과의 타협과 절충을 통해 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제도 형성 초기에는 없었던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으로 변화의 압력이 증대할 수 있다. 기업내부노동시장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약 10년 전부터 집합적 행위자로 작업장 정치에 등장하였고 이로 인해 기존 노조 임금정책이 표방한 임금 형평성 규범의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정책의 재설계 또는 변경의 압력을 증대시켰다.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는 기존 핵심 행위자들의 성격 변화, 제도 변경을 바라는 행위자의 장기간에 걸친 우회적 시도, 그리고 제도 설계 당시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주변적) 행위자 집단의 등장 등을 점진적 제도 변화를 야기하는 행위 수준의 요인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우리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 변화의 요인은 제도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한 행위자의 적응 노력(혹은 비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 임금정책처럼 제도 변화의 과정이 ‘장기간의 느리게 움직이는 사회과정’에 해당할 경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도 설계 당시의 외부 환경이 현재 시점에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제도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제도와 환경 또는 맥락 사이의 불일치 문제는 제도 변화의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 변화 압력에 대한 행위자들의 해석과 적응 노력이 된다. 우리의 사례에서 임금정책에 인접하거나 그 외부에서 영향을 미치는 제반 환경들, 즉 노동시장의 분절구조 심화, 사내하청 시스템의 확대와 같은 기업의 고용시스템 변동, 산별노조 체제로의 이행이라는 노조 조직의 변화 등과 같은 제반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은 기존 임금정책의 정비를 수행하지 않거나 적응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노조 임금정책의 저변을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요소들, 즉 생계비 원리, 연공에 기초한 평등주의, 임금조율에 대한 무관심 등은 1980년대 권위적인 작업장 노사관계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노조 리더십과 평조합원 사이에 공유된 규범적 가치로 현재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와 지향들은 환경과 맥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갱신되거나 변화되지 못하였고 그 사회적 통용성의 한계에 직면하였다. 그 결과 노조 임금정책의 전략적 목표는 흐려지거나 하위 목표들 간의 긴장이 높아지며 정책의 표류와 기능 전환의 결과를 야기하였다.

    본 연구 결과의 사회적 함의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점은 임금극대화(고임금)와 임금평준화(동일노동 동일임금)라는 두 가지 전략적 목표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노조운동 내부에서 해결하기 힘든 수준까지 커져버렸다는 점이다. 소속 기업의 시장 지위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차등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사실상 시장임금의 불평등에 대한 노사관계의 규율 능력이 거의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주요 기업들을 포괄하는 금속노조의 임금교섭이 현재까지 기업 단위로 파편화되어 있고 기업간 임금조율의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두 가지 목표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제어할 정책적 수단을 노조운동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한 주체적 위기의 일부이다. 향후 한국의 조직노동이 노동 양극화의 해결을 위한 ‘정의의 칼’로 얼마나 행동할 수 있을지는 임금정책의 ‘현대화’라는 정책적 쇄신의 과제를 얼마나 잘 풀어가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노사관계 제도의 일부로 존재하는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점진적 제도 변화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하나의 시도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노사관계 제도의 변화에 주목한 연구들이 기존 규칙에 대한 저항과 일탈, 갈등과 타협에 주목하였다면, 이 글은 외견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듯 보이는 기존의 제도적 규칙들 이면에 초점을 맞추어 장기간에 걸친 변화의 양상과 그 요인들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이론적 해석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물론 이 글에서는 자동차산업, 그것도 주로는 완성차 대기업에 제한된 사례 연구를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지만, 향후 다른 산업이나 부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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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두 가지 전략적 목표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두 가지 전략적 목표
  • [?표 2?] 제도 변화의 네 가지 양식
    제도 변화의 네 가지 양식
  • [?표 3?] 현대자동차 조합원의 임금항목별 액수 및 증가율, 1988-1997
    현대자동차 조합원의 임금항목별 액수 및 증가율, 1988-1997
  • [?표 4?] 현대자동차 기본급의 통상임금 대비 인상률 추이, 1988-2010
    현대자동차 기본급의 통상임금 대비 인상률 추이, 1988-2010
  • [?표 5?] 현대자동차 성과배분액 현황, 2001-2013
    현대자동차 성과배분액 현황, 2001-2013
  • [?그림 1?] 금속노조가 설립된 사업체 노동자의 평균임금 및 기업규모 분포(2008년)
    금속노조가 설립된 사업체 노동자의 평균임금 및 기업규모 분포(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