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의 가치체계

Value System of Environmental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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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환경정책의 가치연구는 초보적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환경정책 전반에 작용하는 가치의 유형과 가치 간 관계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환경정책의 목표설정과 수단 선택에 작용하는 바람직한 가치체계의 정립을 시도한다. 선행연구를 토대로, 환경정책의 목표 가치는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정의를, 수단 가치는 사후규제와 사전예방, 개별성과 통합성, 효율성과 형평성,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을 선정하고, 이들 가치의 주요 내용과 가치 간 관계 및 관련 가치를 살펴본다. 개별가치의 내용을 분석하여 관련가치를 제시하고 양자 간 관계를 살펴본다.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 간 개념의 중복과 상하관계의 파악을 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가치체계는 환경정책의 목표수립과 수단선택의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가치의 영향으로 인한 정책의 갈등이나 딜레마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 study on the value of environmental policy is at its early stage. This article attempts to sketch on the value system of environmental policy. Value system is composed of value typology, related value and relationship between the value. Value of environmental policy is classified into goal value and mean value. Goal value is related to policy ideology and it induces policy goal setting. Mean value is used to select and evaluate policy instruments. Goal value of environmental policy is composed of sustainable development, technocentrism/ecocentrism, and environmental justice. Mean value is composed of postmanagement/precaution, individualism/integration, efficiency/equity, and shared responsibility/polluter's liability. This value system is the criterion of goal setting and mean selection in environmental policy.

  • KEYWORD

    환경정책 , 가치체계 , 환경정책원칙 , 환경윤리 , 목표가치 , 수단가치

  • I. 서론

    정책은 가치의 규범적 배분(김규정, 1987: 1)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책연구에서 가치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구축을 시도한다. 여기서 가치는 개인이나 집단의 선호·신념·태도 및 판단기준을 의미하며(Bran 외, 2013: 194-196), 가치체계는 가치의 유형과 가치 간 관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환경정책 가치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개별 가치(예를 들면, 지속가능성, 환경정의, 사전보호원칙 등)의 내용이나 환경관련 법률이 규정한 원칙에 주목하고 있으며,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 글에서는 학제적(환경정책, 환경법, 환경윤리) 관점에서 선행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환경정책 가치를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로 분류하고, 이들 가치 간 관계의 특성을 밝힘으로써 환경정책 가치연구의 이론적 토대구축에 기여하고자 한다.

    Henning(1974)은 가치지향성을 환경정책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 본다. 사회적 규제 정책으로서의 환경정책과정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이 참여하며, 개발과 보전, 효율과 형평 등과 같은 가치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급격한 다원주의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환경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둘러싸고 심각한 혼란과 딜레마 상황을 경험했다(김창수, 2006: 161).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 참여자 간 가치갈등이 유발되고 정책에 작용하는 가치의 점진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또한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정치체제의 지배적인 가치에 따라 환경정책의 과정과 내용이 달라져 왔다. 우리나라 환경정책이 경험한 가치갈등과 가치의 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도 정책의 목표설정과 수단 선택에 작용한 가치의 내용을 탐색하고 가치 간 관계의 특성을 밝힐 필요가 있다.

    환경정책이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마련하여 집행하는 정부의 활동이다. 따라서 환경정책에 관한 가치논쟁은 주로 정책목표의 설정이나 이념적 지향 또는 정책수단의 선택과 관련되어 있다. 선행연구에서 학제적 접근의 부족으로 다양한 정책 가치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치의 유형화나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 간 관계의 특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따라서 환경정책 가치연구는 아직은 초보적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환경정책의 가치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환경 관련 법률 규정에 의한 원칙의 적용이나 법리해석에 치우쳐 있다. 환경정책은 환경 관련 법률에 근거해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 관련법에 규정된 원칙은 환경정책을 형성하고 집행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정책에 작용하는 가치는 법률 규정뿐만 아니라 국민의식, 정치체제의 특성,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정책 가치 연구를 위해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정책 가치에 대한 학제적 탐구를 시도한 선행연구는 제한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환경정책의 한 분야(예, 물 관리, 생물다양성 등)에 작용하는 가치의 특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환경정책 전반에 작용하는 통합적 가치체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환경정책의 목표와 수단선택에 작용하는 가치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논의한 점도 선행연구의 한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선행연구를 토대로 환경정책의 목표설정과 수단 선택에 작용하는 바람직한 가치체계의 정립을 시도한다. 환경정책학과 환경법학에서 제시되어 온 정책원칙뿐 아니라 환경 철학의 윤리적 가치도 환경정책의 가치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선행연구를 토대로, 환경정책의 목표 가치는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정의를, 환경정책의 수단 가치는 사후규제와 사전예방, 개별성과 통합성, 효율성과 형평성,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을 선정하고, 이들 가치의 주요 내용과 가치 간 관계 및 관련 가치를 살펴본다. 개별가치의 내용을 분석하여 관련가치를 제시하고 양자 간 관계를 살펴본다.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 간 개념의 중복과 상하관계를 파악한다. 가치의 개념을 넓은 뜻으로 해석하여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구성에 준거가 되는 환경정책의 원칙과 윤리에 관한 문헌을 광범위하게 검토 한다.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형성을 위해 환경윤리(철학), 환경법, 환경정책학 분야의 연구 성과의 통합을 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가치체계는 환경정책의 목표수립과 수단선택의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가치의 영향으로 인한 정책의 갈등이나 딜레마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행정 또는 정책에 작용하는 일반적인 가치에 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축적되었지만, 특정한 분야의 정책과 관련된 가치연구는 드물다. 환경정책의 가치연구도 초보적 단계에 있으며 환경정책 전반에 작용하는 가치의 유형과 가치 간 관계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선행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본 연구는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구축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이며 시론(試論)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본 연구는 논리적 근거와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관련 환경정책 관련 후속 연구의 이론적 토대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II. 환경정책의 가치에 관한 선행연구의 검토

    본 연구는 학제적 성격을 띠지만 환경정책 가치체계의 구축하기 위해 환경정책 분야의 문헌을 많이 활용하였다. 물론 환경정책학자들의 연구내용도 철학이나 윤리 기타 필요한 학문분야의 이론이 원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학제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보완적으로 환경법에 규정된 환경정책 원칙에 대한 환경법학자들의 법리적 해석과 원칙의 실제 적용상의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와 환경윤리학의 중요한 학문적 관심사인 인간과 자연의 관계 설정에 대한 가치적 전제 등을 검토한다.

       1. 환경정책과 가치

    가치란 넓은 뜻으로는 선호, 욕구, 소망이나 도덕적 의무이며, 좁은 뜻으로는 판단기준이나 선택기준을 의미한다. 넓은 뜻으로의 가치는 인간관계나 사회적, 정치적 관계의 기반이 되는 인간의 이상과 신념 또는 태도의 핵심이 되며, 개인적·집단적·사회적 행동의 규범적 기준이 된다. 따라서 가치는 개인이나 집단에 내재되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사회에서 용인하고 선호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의 근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개인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학습한 객관적 가치들이 우선순위에 따라 구조화되어 가치체계를 형성한다. 또한 개별적인 가치가 통합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상호 연결되어 구성원의 지배적인 신념이 되는 경우에 가치체계가 형성된다. 가치체계에 포함된 여러 가치 가운데 상황에 적절하다고 판단된 가치가 선택되어 인간의 행위를 규정하게 된다(서경혜, 2013: 35-36). 따라서 가치는 규범이나 윤리의 기반이 되는 한편 가치의 내용도 규범이나 윤리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김규정, 1987: 2).

    정책 속에는 가치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을 결정하는 행동은 가치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작업을 내포하고 있다. 정책결정은 그래서 사실판단을 기초로 가치판단을 하는 활동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정책 속에 내재된 가치의 종류와 내용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정책 속에 내재된 가치는 정책을 구성하는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편리하다. 정책목표는 정책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정책을 통해서 획득하고자 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정책의 종류에 따라 정책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도 정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정책수단에도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정책수단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가치가 내재될 것 같지 않지만, 자세히 검토하면 정책목표 못지않게 많은 가치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본래 정책수단은 그 자체가 가치의 집합체다(정정길 외, 2011: 48-49).

    환경문제는 먼저 사실의 문제로 다가오지만, 문제를 평가하거나 해결방안을 선택할 때 가치판단이 작용한다. 환경오염이 악화되는 것을 차단하거나 기존의 좋은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환경정책을 도입한다. 이런 경우 환경정책도 기본적으로 규범적 정당성에 의거하여 형성되는 경우에만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지며, 그렇지 못할 경우 부당한 정책의 영향을 받는 집단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다. 환경정책은 제도화된 규범인 환경법의 테두리 안에서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헌법과 법률, 시행령, 조례에 어떤 내용의 윤리적 선언이나 원칙을 반영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정당성은 물론 정책효과도 달라진다(한면희, 2003: 259-260).

    이와 같이 구성원의 신념이나 집단에 내재한 보편적인 가치는 환경정책의 내용구성과 정책형성의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통치철학이 반영된 국가발전의 이념과 전략이 제시되고, 이는 환경정책의 형성과 추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집권 중에는 대통령의 정치이념과 환경에 대한 가치가 환경정책의 목표설정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성원이나 집단에 내재한 가치가 환경정책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명시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묵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정책가치는 하위 조직까지 침투되지 않고 상징적인 구호로 끝날 수도 있는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가치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2. 환경정책의 원칙과 환경윤리(철학)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는 정책과정과 정책내용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는 정책가치론 또는 행정 가치에 관한 원론적 논의는 제외하고, 환경정책의 원칙, 가치, 철학 등에 대한 환경정책학의 연구 성과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환경정책 관련법에 나타난 법 원칙의 특성과 적용에 대한 법학자의 연구내용은 본 연구의 이론적 토대라 할 수 있다. 환경정책이 지향하는 목표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시각 차이에 따른 환경윤리학의 연구 성과를 검토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정책의 가치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환경정책학 뿐 아니라 환경 윤리, 환경법학 분야의 가치관련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윤리에 관한 연구도 환경정책의 가치 정립의 이념적 토대가 된다. 환경 관련법에 나타난 법의 기본 정신이나 원칙도 환경정책의 가치로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환경 관련법에서 선언적으로 규정한 기본원칙은 환경정책의 지배적 가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정책의 가치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 2> 같다.

    환경정책의 원칙이나 기준에 관한 연구에서 환경정책의 가치를 도출할 수 있다. 환경정책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참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표 1>을 보면, 환경 철학 연구자는 환경정책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이념이나 가치를 제시한 반면, 환경법학과 환경정책 연구자는 정책수단의 선택이나 정책평가를 위한 원칙이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가치 간 계층을 전제하고, 정책내용과 관련된 가치를 목표 가치와 수단 가치, 본질적 가치와 수단적 가치, 이념적 가치와 수단적 가치로 구분한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환경정책이 지향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로 보았다. 그리고 환경 철학자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설정 방식에 따라 인간중심주의 자연중심주의의 두 축을 중심으로 환경가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환경정책의 가치논의에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중심주의와 자연중심주의는 환경정책에 적용할 때 기술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의 가치로 표현할 수 있다. 수단적 가치나 정책원칙의 입장에서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가치는 효율성, 공평성, 원인자부담, 사전예방, 협력과 통합 등을 들 수 있다.

    정책 속에 내재된 가치는 정책을 구성하는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으로 구분해서 파악할 수 있다. 정책목표는 정책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정책을 통해서 획득하고자 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정책의 종류에 따라 정책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도 정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정책수단에도 정책목표 못지않게 가치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정정길 외, 2011).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환경정책의 가치를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로 분류하고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의 유형과 가치 간의 관계의 특성을 보다 명확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기존 환경정책 가치 연구와의 이론적 토대의 차이는 환경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를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로 구분한 것이다. 이러한 가치의 구분으로 환경정책 가치연구의 새로운 쟁점을 제시하고 연구영역의 확대를 시도한다. 환경정책의 목표가 지향하는 가치는 지속가능한 개발, 인간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 환경정의 등임을 알 수 있다. 환경정책 수단 선택에 지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치는 효율성과 형평성, 사전예방과 사후규제, 순환과 통합관리,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을 들 수 있다.

    III. 환경정책의 목표가 지향하는 가치

    환경정책의 목표는 환경정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국가나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환경정책의 목표가 설정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가의 환경정책 목표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정치체제의 특성, 사회경제적 환경, 소득수준, 지도자의 이념, 주민의식 등이다. 특히 정책을 주도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의식과 태도는 환경정책의 가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정치체제가 민주적이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환경정책의 가치는 복잡하게 표출되고 가치 간 갈등이 심해진다. <표 1>에서 본 바와 같이 환경정책목표가 지향하는 가치는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지만, 지배적인 가치로는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정의를 들 수 있다. 이들 각각의 주요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술지향주의과 생태지향주의

    환경문제는 인간중심주의와 탈 인간 중심주의 내지 자연(생태)중심주의 논쟁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문제의 논의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 생태위기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많이 있었다(양해림, 2004: 56). 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입장은 아직까지도 변함없다고 볼 수 있다. 인간중심주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공학의 역할을 과대평가한 측면이 있다. 생태중심주의는 탈 인간 중심주의로 불리기도 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 설정 방법에 따라 보수적(약한) 생태중심주의와 진보적(강한) 생태중심주의,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 사회생태주의(Social Ecology) 등으로 발전하면서 인간보다는 자연이나 생태계의 보전과 배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국가나 지역의 환경정책에 생태성이 어느 정도 고려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생태중심주의가 환경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약한 생태주의와 강한 생태주의의 양 극단을 설정한 스펙트럼 분석이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O'Riordan(1981)은 환경론자의 신념체계를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을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로 구분하였다. 환경정책의 목표 가치로서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는 환경 철학의 인간중심주의와 자연(생태)중심주의 논의를 반영하고 있다. 기술지향주의를 추구하는 환경정책은 신고전학파의 경제적 합리주의를 토대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며, 국가의 환경 관리의 능력과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시민참여의 기회를 제한하고, 과학기술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Pepper, 1996: 38-39). 생태지향주의는 자연은 인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재할 권리가 있어 마땅히 보호되어야 하고, 환경문제는 기술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의 조화는 어렵다고 본다. 기술지향주의의 관련 가치는 성장제일주의, 인간중심주의, 환경기술론을 들 수 있고, 생태지향주의의 관련 가치는 성장한계, 탈 인간 중심을 들 수 있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기술지향주의적인 낙관적 태도나 비관적 태도도 서로 현격하게 다른 것은 아니다. 우리는 환경문제의 보다 빠른 해결책을 위해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기 쉽지만, 생태위기는 더 이상 과학과 기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할 것이며, 우리가 어떠한 존재이며,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고,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세계는 어떠한 세계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된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윤리와 가치의 문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환경문제에 윤리적이고 가치적인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과 기술에만 의존한다면 새로운 문제가 양산될 수 있다(양해림, 2004: 76).

    우리나라는 1960년 초반부터 1980년 까지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해 왔기 때문에 성장이라는 목표 자체가 정책의 합리성을 규정하는 보수적 기술지향주의 입장을 고수했지만, 1980년 후반부터 환경오염에 대한 법적 규제와 경제적 유인 및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진보적 기술지향주의 태도를 유지해 왔다. 2000년대 이후에도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기본적으로 기술지향주의 입장을 유지했지만, 점진적으로 생태지향의 환경정책 수단을 보완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민간 환경단체들은 경제성장제일주의를 비판하는 진보적 생태지향주의를 취함으로써 정부와의 정책갈등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발전에는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김병완, 2001).

       2.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다의적이어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아직 이론적 논의에서 담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면희, 2008: 78). 그러나 이 개념의 정의와 구성내용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경제와 환경의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완화하고 전통적 환경주의가 다루지 못한 정의와 통합의 논의를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생태학적 안정성의 유지, 관리된 경제성장, 사회적 형평성을 통합적으로 추구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주요 구성개념은 환경보전, 경제발전, 사회개발로 설정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첫째, 발전이 이루어지되 환경용량(environmental capacity)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둘째, 발전과 환경의 조화가 아니라 환경을 제약조건으로 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발전은 인간과 자연 간, 현 세대 구성원 간,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 공생,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이 동시에 실현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 사회, 경제라는 세 가지 요소가 상호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 각 부문의 효율적이고도 유기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한 공동노력이 요구된다. 즉 거버넌스의 해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전사회적 협력과 통합, 의사결정과정에서의 폭 넓은 참여 등이 요구된다(박용성, 2009). Banisar 외(2012)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보공개, 시민참여, 정의가 보장되는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좋은 거버넌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녹색경제 체제 구축과 바람직한 기관형성이 필요하다.

    브라질 리우환경회의 이후 세계 각국 환경정책 목표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의 구조에서는 환경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전을 추구해야 하고, 발전에 앞서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 친화적 발전(eco-development)을 의미한다. 환경 친화적 발전모델은 서구 중심적 근대화모델의 반명제로 제기되어 인간과 자연 간 균형회복에 중점을 둔다.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선 보전 후 개발’로 전환하고, 지속가능성의 이념에 입각해서 각 부처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2004). 지속가능한 발전이 추구하는 관련 가치의 내용과 적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 개념이 내포하는 주요 가치내용은 형평성 추구,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의 조화였으나, 최근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허성욱, 2005: 44), 자연과 생태 가치의 강조에 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적용범위도 환경정책에서 국가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이 환경정책기본법은 물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기본이념으로 규정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련 가치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 세대 간 형평성, 통합을 들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환경정책의 바람직한 목표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사회계약을 통해 구성원 간 가치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허성욱(2005)은 효율성과 형평성의 통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코즈(Coase) 정리와 롤스(Rawls)의 정의론을 원용하였다. 코즈는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통해 국부의 극대화할 수 있으면 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는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개인에게 같은 기회를 부여하고 자발적인 협상과 거래를 통한 자원배분은 정의롭다고 했다. 하지만 대등하지 못한 협상력을 가진 당사자 간 협상을 효율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형평성은 낮아 질 수 있다. 효율성 못지않게 형평성은 정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이며, 환경정책 수단의 도입과 집행에 형평성에 대한 고려는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한다.

       3. 환경정의

    환경정의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소수민족과 빈곤층이 거주하는 지역이 환경위험을 과잉부담하고 환경편익으로부터 소외되는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정책 이슈로 등장했다. 환경정의는 넓은 뜻으로 생태철학과 심층생태주의를 신봉하는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분배적 정의 및 환경안정성을 의미하지만, 좁은 뜻으로는 환경재화의 배분에서 Rawls가 주장하는 평등원칙, 즉 환경적 편익과 부담의 정당한 배분에 대한 준거인 공정한 대우의 원칙으로 볼 수 있다(이덕연, 2013: 134-137; Bartlett & Baber, 2005). 환경정의의 관련 가치는 분배적 정의, 형평성, 평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인종, 피부색, 국적,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환경정책과정에서 공정하게 취급되고 의미 있게 참여할 때 환경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환경정의가 구현된 상태에서는 환경의 위험요소가 사회에 평등하게 배분되고, 어떤 개인이나 집단 또는 특정한 공동체가 부당하게 피해를 받지 않게 된다. 일반적으로 환경정책과정에서의 환경정의는 지역 내 공평성, 지역 간 공평성, 세대 간 공평성, 생물종 간 공평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경정책은 환경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효력은 아직 미지수다. 특히 행정작용과 관련된 환경정의는 법적 논거보다는 정치적·경제적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2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간, 계층 간, 집단 간 환경 관련 재화와 서비스의 이용에 형평성이 유지되도록 고려한다’고 규정하여, 환경정의를 환경법의 기본원칙으로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생태철학의 세계관과 가치관,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한 환경운동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진보적인 정책을 법철학적 성찰을 거치지 않고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정책실현의 한계를 초래하고 있다(이덕연, 2013: 137).

    환경정책은 보호적 규제정책으로 대부분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가 된다. 최근 집단 간 또는 지역 간 환경격차는 빈부 격차나 복지 격차 못지않게 사회문제가 되면서, 환경정의의 실현은 환경정책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그러나 환경정책기본법에 환경정의가 정책원칙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정책을 통해 환경정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는 미비하다. 환경정의 실현에서 지역 내 또는 지역 간 공평성은 어느 정도 정책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세대 간 또는 생물종 간 공평성은 선언적 지침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IV. 환경정책의 수단선택에 작용하는 가치

    환경정책수단은 환경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이다. 환경정책의 목표보다는 수단 선택과 관련되어 가치 연구가 더 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정책의 목표는 주어진 것으로 또는 상징성이 높기 때문에 목표가치의 특성에 관한 탐구가 부족했지만, 정책수단의 선택과 정책평가와 관련 가치적 성격을 띤 기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환경정책 수단 선택과 관련된 주요 가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전예방과 사후규제

    정책실행의 시기를 기준으로 환경정책 수단 선택에 쟁점이 되어 온 가치가 사전예방과 사후규제라 할 수 있다. 환경정책의 수단선택에서 효율성과 집행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후규제가 주류였으나 최근 사전예방의 정책수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전적 환경정책 수단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위험과 오염의 원인과 결과 간 인과관계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지식이 확충되어야 한다(Gardiner, 2006). 사후규제의 하위가치는 집행가능성과 명령지시이며, 사전예방의 하위 가치는 영향평가, 무과실책임 등을 들 수 있다.

    어떠한 현상이나 산출물 또는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이 과학적 평가를 통해 확인되고 위험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았을 때 사전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폭 넓은 과학적 평가에 근거해서 사전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에도 과학적 불확실성의 정도를 구분하여 규제의 강도와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규제여부에 앞서 위험 정도와 부작위 시의 발생 가능한 결과가 가능한 한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과학적 평가나 위험 평가의 결과가 제출된 후, 관련 당사자들은 다양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그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박규환, 2009: 10-11).

    국내에서 사전규제를 환경정책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실제 적용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실무에서 환경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행정관청이 개입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환경정책기본법에서도 사전규제를 구체화한 조항은 있으나, 이를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내용과 한계를 규정하기 보다는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해로운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의 표현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임박한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규제의 원칙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박규환, 2009: 17-18).

    우리나라 환경정책 수단은 주로 사후적 규제에 의존해 왔다. 환경부처는 다가 올 위험평가가 어렵고 정책수단의 집행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전적 정책수단의 도입을 꺼려왔다. 대표적인 사전적 규제수단은 환경영향평가이다. 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평가의 어려움이나 절차적 합리성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아직은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는 국가정책 이념과 개발부처의 압력 때문이다. 후발 부서로서 환경부의 힘이 약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003년에 도입된 폐기물 처리를 위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사전적으로 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사전적 규제수단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는 환경정책 목표달성도를 높이고 기업은 제품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호혜적인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높은 정책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2. 개별성과 통합성

    오염 매체, 환경문제와 다른 정책문제(예, 국토개발, 교통 등), 지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개별적으로 관리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환경정책 수단 선택의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 따라 개별성과 통합성의 가치로 구분된다. 환경문제는 기본적으로 문제 간 상호관련성이 높고 광역적으로 파급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해 오염 매체 간, 지역 간 통합적인 정책관리가 필요하다. 개별성의 관련 가치는 단일매체중심이며, 통합성의 관련가치는 다매체중심과 정책통합을 들 수 있다.

    개별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은 책임소재가 명확하고 단기적인 성과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론 통합성과 개별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들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의 복잡성이나 상호관련성이 높아지면 통합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이 증가할 것이다. 통합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은 환경오염 간 상호관련성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환경의 총체적인 영향을 파악하려 한다. 통합의 대상은 환경정책과 경제정책 등 기타 국가정책 간 통합, 대기ㆍ수질ㆍ토양 등 오염매체 간 통합, 폐기물통합관리 등 특정오염현상에 대한 저감대안의 최적혼합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오염매체 간 통합이 정책의 주요 관심사다. 이 접근에서는 모든 오염매체에 대한 총체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찾는 다. 즉, 통합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은 매체 간, 기관 간, 이해관계자간 상호관계의 최적화를 시도하여 인간에게 미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이시경, 2004: 313-314).

    1990년 후반부터 EU국가를 중심으로 통합오염허가제와 같은 통합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 수단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광역 수계관리에서 지역 간 협력체계를 모색하기 위한 제도나 폐기물 처리시설의 지역 간 공동이용,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환경정책과 개발 정책 간 조화방안의 모색 등이 있다. 우리나라 환경정책에서 통합성을 추구하는 환경정책이 도입1)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담당자의 정책실현의 의지는 미약하다.

       3. 효율성과 형평성

    정책수단 선택의 일반적인 기준인 효율성과 형평성은 환경정책 수단의 선택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작용한다. 효율성은 능률성과 효과성을 통합한 개념으로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정책수단이 효율성을 추구하면 정책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정책목표의 달성도가 높아진다. 형평성은 공정성과 정의의 의미로 사용되며,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환경정책 수단 선택의 형평성 논의는 주로 오염방지의 혜택과 비용부담이 지역 간, 집단 간, 세대 간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는가에 관련된다. 효율성의 관련 가치는 능률성과 효과성을, 공평성의 관련 가치는 분배적 정의와 절차적 합리성을 들 수 있다.

    자원의 제약조건하에 살고 있는 인류는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 1차적인 관심을 집중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바람직한 정책수단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분배적 정의나 형평성을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경제학적 분석방법을 통해 효율성의 측정도구는 마련되었지만, 무엇을 형평에 부합한다고 볼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관점이 존재하고, 효율성과 형평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허성욱, 2005).

    우리나라 환경정책 수단 선택의 지배적 가치는 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정책수단의 1차적 존재 이유는 정책목표의 달성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예산2) 중 환경부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에 그치고 있어, 환경부는 환경정책의 목표달성도와 비용효과성의 제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환경 불평등 해소가 환경정책의 목표 가치로 대두되면서, 형평성을 추구하는 정책수단이 증가하고 있다. 4 대강 수계관리를 위한 물오염부담금은 비록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 의해 부과되지만, 징수한 부담금은 지역 간, 소득 계층 간 환경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데 주로 사용한다. 수질과 대기 분야에서 과거 농도규제에서 총량규제로 규제방식을 전환함으로써, 오염원인자가 스스로 오염총량을 줄이도록 유도하여 오염방지비용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였다고 볼 수 있다. 환경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로 명령 지시적 정책수단을 도입하게 되며, 이를 통해 환경오염의 원인자에게 특정한 행위를 강제하거나 부과금과 부담금의 형태로 비용납부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시장 유인적 정책수단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이행을 법적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책임을 부담할지를 오염자 자신의 판단에 맡긴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형평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환경부가 2015년에 도입할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형평성을 추구하는 정책수단으로 볼 수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에 따라 배출량이 적은 자동차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당 126g) 이상인 저연비 차량 구입자에게 1대당 25만~700만원의 탄소세를 부과하게 된다(「매일신문」, 2013). 환경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발로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

       4.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가와 관련된 가치가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이다. 책임은 비용부담 또는 적극적 행위 또는 행위금지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은 주로 비용 부담과 관련되어 논의되었으나, 최근 행위유무에 관한 논의로 발전되고 있다. 원인자 책임의 관련가치는 오염자 부담과 수혜자 부담을 들 수 있고, 공동책임의 관련가치는 협력, 공공재정을 들 수 있다.

    원인자 책임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정책의 기본원칙이며, 우리나라 환경정책기본법에서도 환경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원인자 또는 오염자는 일정한 환경의 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정한 환경기준을 지키지 않는 자이다. 환경 분야에서 수혜자는 넓은 의미에서 환경개선으로 경제적으로 또는 건강상 이익을 보는 자이다. 예를 들면, 상수원보호의 수혜자는 상수원 규제와 환경기초설의 설치와 운영으로부터 깨끗한 물을 이용하거나 마시는 자이다. 환경정책과정에서 원인자 책임 부여는 보통 비용부담의 형태로 나타난다. 비용부담을 통한 원인자 책임 추구의 목적은 환경과 관련된 외부비용(externality)을 내부화(internalization)하는데 있다. 따라서 원인자 책임의 이론적 근거는 원인자가 자신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방안을 스스로 찾는 가운데 사회적 외부비용이 극소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무엇에 대한 원인자이고 그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오염원의 배출자가 외부비용을 사실상 부담하는지 또는 부담하지 않는지는 배출된 오염원의 확인가능성과 배출허용기준의 크기에 달려있다(이순배, 1997: 283-291). 오염원이 이동하거나 제품의 생애주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원인자를 형성할 때도 정확히 원인자를 포착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원인자의 범주가 집단적으로 한정되기도 한다.

    공동부담의 형태는 유도적인 것과 비유도적인 부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국가가 오염자의 행동을 환경 친화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이나 조세감면의 혜택을 주는 반면, 후자는 원인자 또는 원인자 집단의 행동 및 비용부담과는 무관하다. 상수원기초시설의 운영비 부담에서 공동부담은 일반 대중이 발생시킨 환경오염의 처리비용을 일반회계에서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오염의 제거와 예방에 소요되는 비용의 실질적인 부담자는 납세자이다.

    환경정책과정에서 원인자 책임은 사회적 요구, 형평성, 기술적 이유로 공동책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양 자의 동시적 적용이 상호보완적인 환경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환경정책의 수단을 선택할 때 환경정책기본법이 규정한 원인자 책임의 원칙을 비교적 충실하게 적용하고 있다. 명령지시보다는 시장 유인적 정책수단에 원인자 책임의 원칙이 더 강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배출부과금3), 환경개선 부담금, 폐기물부담금, 쓰레기종량제 등의 시장 유인적 정책수단에는 오염원인자 비용부담 원칙이 확실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환경세, 탄소세 등은 공동책임의 가치가 반영된 정책수단이지만, 이러한 정책수단은 도입한 나라는 많지 않다.

    1)2016년부터 시행 예정인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현행수질관리법, 소음진동법 등 9개의 환경 인·허가를 매체 통합적 허가로 변경하고 평가기준에 따른 최상가용기법을 선정해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최상가용기법 기준서에 누락된 환경설비기업이 5년간 통합허가 대상 사업장에 납품이 불가토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 주장하면서 인·허가 절차가 통합·관리되는 만큼 인·허가 처리기간을 단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중소기업뉴스」, 2014).  2)여기서 환경예산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예산을 합친 것을 의미한다.  3)배출부과금은 법적 강제 수단에 의한 벌금의 성격을 띠지만, 경제적 유인을 통해 오염 량을 자발적으로 줄이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시장 유인적 정책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V. 환경정책의 가치체계에 대한 대안

    앞에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논의 된 환경정책의 윤리적 기준이나 원칙의 주요 내용을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았다. 소영진(2009)은 정책과 관련된 가치연구의 주요 과제로 가치비판적 접근의 필요성(Rein, 1976), 암묵적 가치의 명료화, 다원적 의미의 천착, 가치의 타당성 및 우선순위의 검토, 가치 상대주의의 극복 문제를 제시했다. 가치 비판적 접근에서는 가치를 정책의 주어진 목표나 수단선택의 기준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가치 자체를 비판적 토론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가치는 자체적으로 분석의 주제가 될 뿐 아니라, 정책과정 전반에 작용하면서 정책내용을 규정하고 조직화하는 프레임(frame)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 본 내용이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의 내용을 유형화하고 가치 자체의 의미나 특성을 밝히는데 다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는 개별 가치에 대한 논의를 토대로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나아가 개별가치와 관련 가치 간 관계(Jorgensen & Bozeman, 2007)와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 간 관계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환경정책의 가치체계란 정책의 목표설정과 수단선택에 작용하는 가치의 집합을 의미한다. 환경정책과정에는 다양한 가치기준이 작용한다. 아래 <표 2>에서 환경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를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로 구분하여, 각각을 구성하는 주요 개별가치와 관련된 가치내용을 제시하였다. 정책목표 가치는 정책목표, 정책목표의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 또는 정책목표가 지향하는 가치가 될 수 있다. 정책수단 가치는 환경정책수단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가치로 볼 수 있다. 개별가치는 환경정책의 목표설정이나 지향점 또는 정책수단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가치이다. 관련 가치는 개별 가치의 주요 구성 개념이나 유사 개념 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가치적 성격을 띤 제도와 정책으로 구성한다.

       2. 환경정책의 목표 가치와 수단 가치 간 관계

    정책목표 가치는 환경정책의 목표 그 자체가 될 수 있고 목표가 지향하는 가치가 될 수도 있다.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는 후자에 해당되고,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정의는 양 자의 성격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정의는 그 자체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환경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고, 한편 정책목표 설정을 위한 가치기준이 되기도 한다. 정책수단 가치는 정책수단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치기준이나 판단기준의 특성을 가진다. 환경정책의 목표 가치는 환경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정책 프레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본질적 가치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정책수단 가치는 정책수단의 선택과 관련된 가치기준으로서 수단적 가치의 특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정책목표 가치는 정책수단 가치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관련 가치인 지역 간 형평성 추구나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는 환경정책 수단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환경정의의 구성 가치인 형평성이나 환경 불평등 해소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정책의 수단 가치는 목표 가치로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정의는 다 같이 생태지향주의를 지향하지만, 후자가 전자에 비해 지향성의 정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정책수단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환경정책의 목표와 수단 간 인과관계가 형성되어 있듯이, 목표 가치와 수단 가치 간에도 인과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목표 가치는 상위 가치로서 환경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가치의 역할을 하고, 수단 가치는 하위 가치로서 수단적 가치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술지향적인 환경정책목표를 설정하면 정책수단은 사후적이고 단일매체중심의 효율적인 정책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생태지향적인 환경정책 목표 하에서는 사전적이고 통합적이며 형평성이 높은 정책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국가는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수단을 도입하고, 통합 환경 관리방식을 채택하며, 경제정책과 환경정책의 통합을 시도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전예방과 사후관리 및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의 가치 간 어느 한 방향으로의 인과관계가 지배적으로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정책목표 하에서 형평성과 통합성이 높은 정책수단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사전예방이나 원인자 책임을 고려한 정책수단이 선택될 가능성이 반드시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정책목표 가치도 개념의 조작화 수준에 따라 정책 수단 선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환경정의의 관련 개념인 평등 또는 형평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하위 개념인 세대 간 형평성, 개발과 보전의 조화는 정책 수단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3. 환경정책의 개별가치와 관련가치 간 관계

    <표 2>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정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개별 가치는 상호 대립되는 가치로 볼 수 있다. 정책목표 가치로 제시한 개별가치와 관련가치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환경이란 본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나타난 개념이다. 따라서 환경 철학은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을 위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환경 철학에서 인간중심주의와 자연중심주의는 환경정책에서 기술 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로 연결(Pepper, 1996)되었다. 기술지향주의는 국가발전의 이념으로 경제적, 다시 말해 GNP 위주의 성장제일주의를 내세우고, 경제발전의 부산물인 환경오염은 소수의 과학기술 전문가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성장의 과실 일부를 환경기술 개발에 투자하면 환경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생태지향주의는 로마클럽에서 최초 제시한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의 내재적 가치 내지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여 인간, 자연, 동식물의 대등한 관계를 주장한다.

    리우회의 이후 UN이 주관하는 국제환경회의를 거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내포와 외연이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최근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정책의 목표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의 이념으로 채택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개념인 지속가능성은 환경보전과 경제발전 간 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사회·문화적 영역 간 조화를 위한 이념적 토대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정책의 목표 그 자체이면서 목표설정의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본적으로 개발과 환경보전의 조화를 추구하며, 세대 간 또는 지역 간 환경 관련 비용과 편익이 공평하게 배분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런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가치적 개념을 띤 주요 제도를 정책통합과 환경거버넌스, 그리고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를 들고 있다.

    환경정의의 사상적 배경은 진보적 생태주의라 할 수 있는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 ethics)이다. 여기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같이 생존하고 발전할 권리를 가졌기 때문에 인간의 필요에 의한 개발로 과도한 자연파괴는 금지한다. 환경정책에서 환경정의는 주로 지역 간, 계층 간, 소득 수준에 따른 환경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환경권은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한다. 세계적으로 환경정의 연구는 저소득층과 소수민족의 환경권 보장과 관련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집중되어 왔다. 롤스의 정의론은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어왔다.

    다음은 <표 2>에서 정책수단 가치로 제시한 개별가치와 관련가치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시점을 중심으로 사후관리 정책수단과 사전예방 정책수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시점이나 시차는 정책성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명령 지시적 성격을 가진 환경정책수단은 주로 환경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부과금이나 행위나 시설 설치의 책임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정책의 공평성보다는 효과성을 달성하고 실현가능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시장 유인적 성격을 띤 환경정책 수단은 주로 환경오염의 사전예방을 위해 개인 또는 기업이 스스로 환경오염의 처리비용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사전예방 정책수단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의 위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어야 설득력을 가진다.

    다음으로 정책수단 선택에 작용하는 가치기준으로 개별성과 통합성을 들 수 있다. 도입된 환경정책수단이 정책추진을 위한 기관, 규제대상지역, 오염원을 분리해서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통합해서 관리할 것인가? 는 오랫동안 행정학 또는 관리학의 연구대상이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통합적 관리를 지향하는 환경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정책의 집행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 반면 개별관리는 그 반대의 경우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개별관리는 단일 매체(medium)를 대상으로 농도규제에 의존하는 반면, 통합관리는 통합허가제(Integrated Permission Control)와 같이 다 매체를 통합해서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지역이 통합의 대상인 경우 영향권별 관리라 부르고, 정책이 통합의 대상인 경우 정책통합이라 한다. 서구에서는 오염매체, 지역, 정책 등을 통합해서 환경을 규제하는 관리방식을 통합환경관리(Integrated Environmental Management) 또는 생태관리(Eco-based Management)라 부른다.

    다른 유형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효율성과 형평성은 환경정책 수단 선택의 중요한 가치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양 자는 반비례 관계로 나타나지만, 국민의 환경의식과 사회자본이 높을 경우에 비례 내지 조화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효율성은 비용 대비 편익의 정도를 의미하는 능률성과 목표의 달성도를 의미하는 효과성을 합친 개념으로 보았다. 정책수단 선택 시 효율성을 추구하는 근원은 Bentham의 공리주의 사상이다. 실제 정책수단 선택에서 효율성의 정도를 밝히는데 활용되는 도구는 비용편익분석이다. 형평성은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으로 구분되며, 수직적 형평성은 분배적 정의를 의미한다. 소득수준과 지역 간 환경 서비스의 격차를 커짐에 따라 분배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도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염의 원상회복과 예방을 위한 책임부여 방식에 관한 가치를 원인자 책임과 공동책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경오염의 예방과 규제를 위해 일반적으로 원인자에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공동책임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원인자 책임은 비용부담과 관련되어 오염자 부담과 수혜자 부담으로 구분할 수 있고, 공동책임을 인정하면 환경세 납부와 같이 오염기여도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이 협력해서 오염관리를 위한 비용을 부담한다. 환경소송에서 원인자 책임을 인정하면 행위 주체의 과실을 밝혀야만 비용부과를 할 수 있는 반면, 공동책임을 인정하면 행위 주체의 과실입증이 없어도 비용부과나 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폐기물 규제를 위한 무과실 책임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법률은 수퍼펀드법(포괄적 환경처리·보상·책임법: Comprehensive Environmental Response, Compensation and Liability Act: CERCLA)이다. 수퍼펀드법은 미국사상 드물게 보는 오염사고로서 알려진 러브 커넬(Love Canel)사건이 계기가 되어 1980년에 제정된 폐기물 관리 법률이다. 이 법률을 수퍼펀드법으로 부르는 것은 연방정부 스스로가 거액의 자금을 보유하고, 오염책임자를 특정할 수 없을 경우나 오염책임자가 정화비용을 지불할 수 없을 경우, 석유세, 화학품세, 환경법인 소득세 등 공공재원에서 오염시설을 정화하는 비용을 조달한 것에 유래한다.

    VI. 결론

    환경정책은 크게 정책과정과 정책내용으로 구분하여 연구할 수 있다. 환경정책 가치는 정책목표 설정과 정책수단 선택과 관련되어 다양한 쟁점이 발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환경정책의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정책목표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수단 선택에 작용하는 가치로 구분하였다. 또한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의 관계, 개별 가치와 관련 가치의 개념적 관계를 분석하여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구축을 시도했다. 개별가치의 개념정의와 연구내용을 토대로 관련가치의 내용을 탐색하여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았다. 환경정책에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가치의 유형을 제시하고, 목표 가치와 수단가치, 개별가치와 관련가치 간 관계의 특성을 밝힘으로써, 가치연구에 대한 새로운 영역과 방향을 제시해 보았다.

    정책가치연구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치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특정한 유형의 정책과 관련된 가치연구는 부족하다. 정책가치는 정책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환경정책은 불확실성이 높고 정책목표와 정책수단 간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제반 가치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정책에는 무수히 많은 가치가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지배적 가치를 선택하여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로 구분하여 <표 2>로 제시했다. 정책 연구의 일반적인 프레임이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인데, 정책가치 연구도 정책목표 가치와 정책수단 가치로 구분함으로서, 기존의 정책연구와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다. <표 2>에 제시한 목표 가치와 수단 가치 간에는 기본적으로 계층제적 성격을 가지지만, 예외적으로 목표 가치는 수단 가치로 환원될 수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목표 가치와 수단 가치 간, 개별 가치와 관련 가치 간 개념분석과 중심성 분석을 통해 가치 간 관계의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환경정책의 가치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환경정책의 과정과 내용에 작용하는 가치의 유형과 체계를 제시한 연구는 부족하다. 다만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정의, 사전배려원칙, 원인자 책임 원칙의 법리적인 해석이나 정책사례에 어떻게 적용(Layzer, 2012)되는지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가 있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학문적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의 유형과 내용에 관한 큰 그림을 제시하여 초보적 단계에 있는 환경정책 가치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둘째, 환경정책에 작용하는 가치내용을 목표 가치와 수단 가치로 분류함으로써 환경정책 가치이론의 토대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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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환경정책의 가치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내용
    환경정책의 가치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내용
  • [<표 2>] 환경정책의 가치체계
    환경정책의 가치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