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다시 그리기:사회적 역할에 따른 연령구분의 재설정*

Reconstructing Age Categories with Social Relations and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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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고, 경제활동이나 정치적 태도, 문화적 경험, 그에 따른 사회적 정체성과 행동양식까지도 변한다. 그래서 연령은 사회과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속성 중 하나다. 그러나 많은 분석 과정에서 연령은 그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 즉 5년, 10년 등의 등구간 범주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생애 사건들과 그에 따른 역할관계의 변화를 연령이라는 변수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나이에 따른 사회적 관계 변화를 반영하는 연령 구간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세가지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떤 지원을 요청하는가를 바탕으로 사회적 지원 연결망을 구성하고, 이 연결망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를 분석하여 새로운 연령 구분선을 그어 보았다. 2004년 한국인의 사회적 지원 연결망은 배우자와 친한 친구로 구성된 중심층과, 부모·자식·형제로 구성된 중간층, 여타 주변층으로 이루어진다. 연결망의 구성은 연령에 따라 달라졌는데, 혼인기에 배우자가 등장하여 중심층을 이루다가 노년기에 사라지고, 나이가 들수록 부모와 친구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자녀와 이웃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보여주었다. 이 변화를 기준으로 판별분석을 통해 연령구간을 재구성했다. 이렇게 재구성한 연령구간은 정치적 태도나 사회적 지원 행위,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가치관과 같이 나이에 따라 변하는 준거변수들에서 연령 구간별 차이를 기존의 방법에 비해 보다 명확히 드러내보였다.


    Age is one of the key indicators reflecting person’s social role and position. What they mark socially changes through the life course and is shaped by the social structures and norms therein. The ways in which age is typically employed in the social science research, however, do not account for this variable yet discrete nature — either by treating it as a continuous and linear variable or a categorial variable with arbitrarily assigned intervals. It should denote and distinguish different statuses of life course and social positions. To illustrate the issue, we recons truct age categories based on theoretical and empirical grounds: social network theory and social support network data from KGSS 2004, respectively. In the analysis, we find the following: 1) The social support network of Koreans shows a three-tiered hierarchical structure with core (spouse and close friends), middle (parents, children, siblings, children, and neighbors), and periphery strata (the others). 2) Shape and content of the social network change through the life course, which could be categorized into six stages. The new categorization shows better — statistically stronger and substantively cleaner — performance with regard to some of criteria variables (political attitude, behavior of social support, values for family and friends).

  • KEYWORD

    연령 , 연령구간 , 사회적 지원 연결망 , 생애 사건 , 역할관계

  • Ⅰ. 문제제기

    연령은 개인을 사회구조 안에 자리매김하는 가장 대표적인 좌표 중 하나다. 나이에 따라 가족 안에서의 관계, 학교나 직장에서의 위치가 달라지고, 생산과 소비 등의 경제활동, 정치적 태도와 문화적 경험, 또 그에 따른 사회적 정체성과 행동양식까지도 바뀐다. 거의 모든 사회조사에서 연령을 개인의 중요한 기본적 속성 중 하나로 수집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Settersten and Mayer, 1997; Neugarten, 1996; Riley, Foner and Waring, 1988; Elder, 1975; Berger and Hackett, 1974). 물론 이 변화들은 개개인이 경험하는 것이지만, 그 변화의 시간적 틀은 나이를 공통의 기준으로 삼아 만들어지고 그 틀은 사회 조직과 규범의 한 축을 구성한다. 즉 이 사회적 시간표는 연령구분과 역할구분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 진다.

    법으로 성년(成年)과 미성년(未成年)을 가를 때만큼 이 연령구분과 역할구분이 연결되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성년과 미성년을 가르는 법에서의 논리대로라면 둘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선이 그어져야 하고, 그 선의 어느 쪽 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 하면 안 되는 일들, 그리고 해야만하는 일들이 확실하게 달라져야 한다. 개념적으로는 이토록 분명하고 확실하지만, 막상 그 구분선을 찾아보려고 하면 바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아직 성년의 나이가 되지 않아서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미성년자’의 사전적 정의는 현실에서는 분명하지도 확실하지도 않다. 우선 민법에서는 20세, 형사소송법에서는 16세, 병역법에서는 18세 등 어느 법을 준거로 삼는지에 따라 성년과 미성년을 구분하는 연령 자체가 달라진다. 물론 하나로 고정된 법적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적용되는 구분선과 얼마나 어떻게 차이를 보일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선거권 연령제한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에서처럼, 현재 그어놓은 경계선을 옮기고 바꾸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까지 하다.

    그나마 이런 명문화된 준거나 제도적 윤곽마저도 없는 ‘중년(中年)’같은 경우라면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일반적인 경험만으로도 중년으로 구분되는 연령대나, 그에 상응하는 가족 내에서의 역할, 직장 내에서의 위치 등을 대강 짐작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연령과 역할의 구분이 서로 맞물린다는 이론의 틀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연결고리를 체계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어떻게, 무엇을 기준으로 선을 그을 것인지, 그리고 각각의 구간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 것인지를 직접 그려내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런 작업 과정에 관한 논의와 그 결과가 가질 다양한 함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런 연령구분의 기준과 절차를 다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구분, 즉 사회적 역할에 따른 연령구분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Ⅱ. 설정

       1. 나이의 마디

    연령이 사회과학 연구의 기본적인 얼개를 짜는 데 있어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 실제 분석 과정에서는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즉 연령에서 생물학적인 성장이나 노화를 넘어서는 사회적 시간표로서의 생애주기나 생애과정을 읽어 내기 위해서는 나이에 따라 조직화되고 규범화된 역할구분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깊이 있는 이론적 논의들이 계속 있어 왔다(Neugarten and Datan, 1996; Riley, Johnson, and Foner, 1972).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논의들과는 거의 무관하게, ‘관행에 따라’, ‘분석의 편의를 위해’ 연령이라는 변수를 사용해 오고 있다.

    연령은 더 세세한 구분이 꼭 필요한 영유아기를 제외하고는 보통 1년을 단위로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그대로를 연속변수로 사용하는 것이 산술적으로 가장 안전할지는 모르지만 나이와 그 변화의 사회적 의미를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방법은 아니다(김이선, 2013). 한 예로 교육년수에 있어서의 10년, 11년, 12년을 대조해 보자. 산술적으로는 같은 일 년씩의 차이지만, 사회적으로는 10년과 11년은 ‘고교 중퇴’로 함께 묶이는 반면, 12년은 ‘고졸’로 따로 묶인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큰 사회적 격차를 만들어낸다. 즉 교육년수 10년, 11년, 12년은 선형적(線形的)으로 연속되거나, 등간격(等間隔)으로 나뉘지 않고 질적으로 다른 구간으로 마디지어진다(Burt, 1991).

    문제는 이런 연령구간의 마디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까 하는 것이다.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세대(코호트)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구분하는 경우이다. 세대는 “386 세대, X 세대, 서태지 세대, 88만원세대”에서처럼 단순한 연령구분이 아니라, 비슷한 때에 태어나 같은 시기에 겪은 공통의 경험을 가진 집단으로서, 그 구성원들이 다른 집단과는 구별되는 의식을 가지는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Ryder, 1965; 박재흥, 2005). 이런 의미에서 세대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변화의 추세를 반영하는 시기들로 구분된다(예: 석재은, 2009; 홍덕률, 2003).1) 다음으로는 경제활동이나 가임여부 등 특정 영역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분기점에 맞춰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예: 박기남, 2009). 이 두 경우 모두 연구의 목적에 따라 연령구간을 나누는 기준이 달라진다.

    셋째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5세 또는 10세 단위로 나누는 방법이다. 표본의 크기에 따라 5세 단위로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0세 단위로 나누는데, 여기에는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20, 30, 40 등의 나이가 연령구간의 중위값이 되도록 15-24세, 25-34세, 35-44세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0-19세, 20-29세, 30-39세처럼 진법에 따라 자리수를 기준으로 묶는 방법이다. 특히 후자는 ‘10대/20대/30대/…’의 형태로 대중매체에서뿐만 아니라 정책분석이나 학술연구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2) 하지만 나이를 이렇게 10세를 단위로 하는 등구간(等區間) 범주로 묶을 수 있다는 선험적 논리나 실제로 그렇게 나뉜다는 경험적 근거는 아직 제시된 바 없다.

    둘 중 어느 방법을 쓰든 이처럼 10세를 단위로 나이를 묶다보면 크고 작은 실질적인 문제점들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각각 25세, 29세, 33세인 세 여성(갑, 을, 병)을 상정해 보자. 통상적으로 쓰이는 ‘10대/20대/30대/…’의 구분에 의하면 갑과 을은 20대로 함께 묶이고, 병은 30대로 따로 나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의 분석자료가 수집된 2004년 당시 여성의 평균 혼인연령이 27.5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구분은 효과적인 것이 아님이 드러난다. 혼인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전환을 가져오는 중요한 생애사건이어서 그 이전과 이후에 사회관계나 개인의 정체성에서의 질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 평균 혼인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을은 갑보다는 오히려 병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묶여야 한다.

       2. 사회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연령구간

    이처럼 10세 단위의 연령구분이 별다른 이론적·실증적 근거 없이, 그저 일반적인 관행과 산술적인 편의에 따른 것이라면, 제대로 된 연령구분은 어떤 식으로 해야할까? 구분하기의 근본적인 원칙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Bowker and Star, 1999) .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같은 것끼리는 묶고, 다른 것끼리는 나누어서, 전체를 몇 개의 덩어리로 가른다’는 구분의 원칙을 따르려면, 우선 그 ‘일정한 기준’, 즉 무엇에 있어서의 같고 다름으로 이들을 묶고 나눌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 기준에 따라 얼마나, 또는 어떻게 같고 달라야 묶이고 나뉠지를 정해야한다.

    나이를 통해 개인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사회조직과 제도 속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위치와 역할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Neugarten and Datan, 1996; Riley, Johnson, and Foner, 1972). 다시 말하면, 연령을 사회적으로 구분할 때 준거가 되는 것은 연령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의해 표식되는 사회적 위치와 역할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이 누구와 어떤 관계로 연결되는가에 따라, 즉 사회의 다른 성원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규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연령구간은 사회적이고, 구조적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연령 구간은 사회적 관계와 역할의 같고 다름에 따라 나누어 져야 한다.

    이렇게 사회적 관계의 관점에서 연령구간 구분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을 보여주는 논문이 버트(Burt, 1991)의 「구조적 개념으로서의 나이(“Measuring Age as a Structural Concept”)」란 글이다. 이 글에서 그는 먼저 연령구간 구분의 문제가 다양한 사회과학 연구의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대해 환기시키고, 그동안의 무비판적인 편의 위주의 관행을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연령 구조의 지형을 사회적 관계구조를 통해 읽고, 그에 기준해서 연령 구분의 선을 다시 그어보자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림 1>에서처럼 조사응답자들의 사회적 연결망을 구성하는 개인 간의 관계(그림 1-(가))를 그 개인들에 해당하는 연령 간의 관계(그림 1-(나))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연령 간 관계망을 구성한다. 이 관계망을 연결망 분석의 일반적 절차를 따라 다차원척도(MDS) 등의 방법을 이용해 분석하면 각각의 나이를 서로 간의 관계 여부와 강도에 따라 자리매김할 수 있고, 그렇게 분석된 공간에서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연령들을 나누고 묶는 것이 가능해진다.3) 이렇게 관계망 자료와 ‘구조적 등위성(structural equivalence)’(Burt, 1982; 1976)의 개념을 사용해, ‘연령구분과 역할구분의 연결’이라는 이론적 원칙에도 충실하면서 ‘같은 것들은 함께, 다른 것들은 따로 묶는다’는 방법론적 원칙에도 충실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글에서는 버트가 제시한 이 큰 틀을 따르면서 활용 가능한 자료를 사용하여 한국에서의 사회적 연령구간을 다시 구분해보고자 한다. 즉 비슷한 연령별로 변화하는 역할에 따라 함께 변하는 관계망을 구성한 뒤, 그 관계망의 구조가 같거나 비슷한 연령끼리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연령구간을 재구성할 것이다.

    1)하지만 실제로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세대갈등”이나 “5060세대”에서처럼 크게 구분한 연령대로 간주하는 경향도 많다(이명진, 2005).  2)이런 10세 단위의 범주가 매우 광범위하게 일상화되면서 이 구분 자체가 여러 가지 사회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김이선, 2013).  3)<그림 1>의 예에서는 병, 정, 무와 응답자 본인을 포함한 네 사람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점이, 비슷한 연령대를 묶는 근거가 된다. 갑과 을은 모두 응답자 본인과 20세 정도의 차이를 보이지만, 갑은 무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을에 비해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과 더 가까이 위치하게 된다.

    Ⅲ. 자료와 변수

    연구의 대상이나 목적 등에 따라 연결망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미국(GSS)이나 한국에서의 종합사회조사(KGSS)와 같은 경우, 사회적 지원연결망을 응답자의 사회관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사용한다. 문항은 서로 다르지만, 미국과 한국의 경우 모두 응답자에게 중요한 관계 대상들을 파악하여 관계망을 구성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위에서 다룬 버트의 글이 자료로 삼은 미국의 종합사회조사에서는 응답자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로 이 관계망을 구성한다(Marsden, 1987). 이 글의 연구에서는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 센터에서 매년 전국적으로 수행하는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 중에서, 특별문항의 하나로 ‘사회적 지원연결망’을 조사한 2004년 자료를 분석대상으로 한다(석현호, 김상욱, 고지영, 구혜란, 박찬욱, 방하남, 손경미, 이경미, 이재혁, 최현, 2005).4)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이 자료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는지에 근거해 관계망을 구성한다.5) 이 관계망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지원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 한편으로는 개인의 사회적 경험과 상황을, 또 한편으로는 그 개인이 속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구혜란, 2005). 따라서 이 사회적 지원연결망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짚어보면 사회적 마디가 맺어지는 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설문문항은 <그림 2>와 같다.6)

    언제, 누구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는가가 개인적 조건과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의 내용과 형식이 변화하는 것은 곧 그 조건과 맥락이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 관계의 연결망이 변화하는 시점들은 앞에서 논의한 연령구간이 마디지어지는 시점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22살에는 어머니와 여자형제였다면, 38세에는 배우자로 바뀐다. 22살에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겠지만, 52살에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반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22살 또래 친구에게서 정서적 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도구적 지원(집안일 부탁할 때), 물질적 지원(돈 빌릴 일 있을 때), 정서적 지원(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으로 부를 수 있는 세 가지 경우에 어떤 관계의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가 하는 것으로 하나의 연결망을 구성해 낼 수 있고, 이런 지원을 통해 구체화되는 연결망의 특성은 나이에 따라, 그리고 생애주기와 생애과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이 문항을 분석하는 근거이다(Turner and Marino, 1994; Kalmijin, 2012). 그리고 이 분석을 통해 응답자들의 연령 분포는 다시 묶이고 나뉠것이다.

    다음 단계는 이렇게 새롭게 구분한 연령구간이 얼마나 경험적으로 더 타당하고 효과적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래의 세 가지 항목을 준거로 삼는다. 이 세 가지 항목은 사람들의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구분된 연령구간의 경계선이 그러한 변화를 잘 포착해낼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가) 사회적 지원 행위: 응답자가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에게 집안일을 돕거나, 큰돈을 빌려주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직장을 구하는 것을 도와주는 등의 행위를 어느 정도로 하는가를 측정한다. 응답선택지는 ‘1주일에 한번 이상’, ‘1주일에 한번’에서부터 ‘1년에 한번’, ‘전혀 없음’까지 6개 범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분석에서는 ‘1주일에 한번 이상’을 10점으로, ‘전혀 없음’을 0점으로 하여 지원 행위를 제공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높은 값을 갖도록 전환하여 사용한다.

    나)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가치관: 응답자에게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특정한 가치관을 표현하는 다음의 네 문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매우 찬성’에서 ‘매우 반대’까지 5개 범주로 나눠 측정했다: “성인이 된 자녀는 노부모를 돌볼 의무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과 가족들을 보살펴야 한다”, “형편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사귀어도 괜찮다”. 이 분석에서는 ‘찬성도 반대도 아님’을 0점으로 하고, ‘다소 찬성’에 1점, ‘매우 찬성’에 2점을, ‘다소 반대’에 -1점, ‘매우 반대’에 -2점을 부여한 값으로 전환해 사용한다.

    다) 정치적 태도: “귀하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진보적 또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대한 답을 ‘매우 진보적’부터 ‘매우 보수적’까지 5개 범주로 측정했다. 이 분석에서는 중도를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가 반대의 값을 갖도록 ‘중도’는 0점, ‘다소 진보적’은 1점, ‘매우 진보적’은 2점, ‘다소 보수적’은 -1점, ‘매우 보수적’은 -2점의 값을 부여했다.

    4)석현호. 2005. 「한국종합사회조사, 2004」. 자료산출기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 자료제공기관: 한국사회과학자료원(KOSSDA). 자료공개년도: 2005. 자료번호: A1-2004-0001.  5)그 해 KGSS와 연계된 ISSP의 연구주제 중 하나가 ‘사회관계와 지원체계’였고, 이에 따라 조사 대상의 사회적 지원 연결망에 대한 문항이 2004년 조사에 포함되었다.  6)한국종합사회조사는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를 모집단으로 하고, 다단계지역 집락표집 방법(multi-stage area cluster sampling method)으로 표본을 추출해 자료를 수집한다(석현호 외, 2005). 2004년 자료의 경우 응답률 65.6%에 총 유효사례수는 1,312명이었고, 본 연구의 주된 준거변수인 사회적 지원 연결망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10명은 결측사례로 분석에서 제외했다.

    Ⅳ. 분 석

       1. 사회적 지원의 형태

    분석을 위해 사회적 지원연결망 자료의 복잡한 구조를 몇 단계로 단순화하였다. 우선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원래는 각 영역에서 두 명씩 총 여섯 명에 관한 정보를 얻도록 문항이 설계되어 있지만, 수집된 자료에 두 번째로 도움을 요청할 사람에 대한 응답은 많지 않았다(김이선, 2013).7) 검토 결과 첫 번째 응답만으로도 연령에 따른 변화를 포착할 수 있어 이 연구에서는 첫 번째 응답만을 사용했다.

    또 하나, 조사의 설문 문항은 각 상황에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망라하고자 약 30가지에 이르는 ‘보기’를 제시하고 있다.8) 이 중 상당수는 실제 자료에서는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사람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사회적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제공되는 지원의 종류에 따라 이들을 묶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혼자 863명 중 집안일을 부탁할 때 배우자를 찾은 사람이 562명으로, 대략 65%를 차지했다. 돈을 빌릴 때 배우자를 찾은 사람은 약 13%, 이야기를 나눌 대상으로 배우자를 찾은 사람은 31% 정도였다. 반면에 아버지는 도구적 지원 영역에서 2%, 물질적 지원 영역에서 19%, 정서적 지원 영역에서 0.3%의 비중을 차지했다. 아버지와 비교했을 때 배우자가 전체적으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물질적 지원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영역에 따른 지원의 상대적 크기를 기준으로 비슷한 항목들을 묶어낼 수 있다. 여기서는 잠재적 집단 분석법(latent class analysis)을 사용하여 관계 대상 항목들을 <표 1>과 같이 일곱 개의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잠재적 집단 분석법은 개체들의 속성이 비슷할수록 가깝게, 다를수록 멀게 측정되는 ‘유사성 거리’ 값에 따라 집단을 분류하는 클러스터링 방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개별 사례들이 속해 있는 잠재적 집단의 개수와 크기는 알려져 있지 않을 때 사용된다.(Kaufman and Rousseeuw, 1990; Han and Chi, 2012 재인용).

    이 일곱 개의 집단이 도구적 지원, 물질적 지원, 정서적 지원의 각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그들 간의 구조적 층위가 나타난다. 〈그림 3〉이 보여주는 것처럼 2004년 한국인의 사회적 지원연결망의 중심에는 배우자(집단 1)와 친한 친구(집단2)가 자리하고 있다. 어떤 영역에서의 지원이든 이들이 가장 주요한 집단이다. 특히 배우자(집단 1)는 일상생활에서의 도구적 지원에서, 친한 친구(집단 2)는 물질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많은 도움을 요청받는 것은 첫 번째 중간층에 해당하는 어머니와 여자 형제(집단 3)다. 이들은 도구적 지원과 물질적 지원 영역에서 좀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자식(딸, 아들), 아버지, 남자 형제, 이웃, 은행 및 금융기관이 그 다음 2개 층에 자리하고 있고, 나머지는 사회적 지원에서 거의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주변층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중심층에 있는 소수의 집단이 대부분의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주변층으로 가면 관계 대상들의 종류는 많아지고 범위는 넓어지지만 제공하는 지원은 크지않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룬다. 또 중심층을 이루는 집단은 큰 비중으로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되 한두 영역으로 전문화된 자원을 제공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 결과는 같은 자료를 분석하여 국제 비교를 한 구혜란(2005)의 연구와도 일치하고,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관계망에 대한 다른 선행 연구들과도 방향을 같이한다. 웰만(Wellman, 1994)의 예를 보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공동체 안에서 넓은 범위에 걸친 다양한 종류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험적 연구에서 보이는 것은 하나의 관계를 통해 지원되는 자원의 종류는 한두 가지로 특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경우가 예외적일 뿐(Wellman and Wellman, 1992) 대부분 작은 도움이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관계는 큰 규모의 지원이나 경제적 도움은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여러 종류의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망을 구성하고, 유지해야 한다.

    금전적 지원과 관련해 앞에서 든 예처럼, 사람들이 요청하는 지원의 종류도, 또 그 지원을 요청하는 대상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렇게 사회적 지원연결망이 달라지는 지점을 기준으로 연령구간을 새로이 나눈다.

       2. 연령구간 구분

    <그림 4>에서처럼 각 연령대(가로축)의 응답자들이 세 가지 지원 영역에서 <표 1>에서 묶어 낸 일곱 개 집단 중 어떠한 집단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그 비율(세로축)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연령의 구분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배우자의 경우 도구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 영역에서 25세 무렵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75세 무렵부터 그 역할이 감소한다. 또 보통 혼인과 출산 이후에 친구와의 교류는 줄어들지만 이웃과의 교류는 늘어난다. 어머니와 여자형제의 지원은 나이가 들수록 대체로 줄어드는 반면 자녀로부터의 지원은 늘어난다. 특히 자녀가 성년이 되는 50세 무렵 이후에는 자녀의 사회적 지원 비율이 점점 늘어난다. 각 연령대에서 등장하는 지원 집단 종류의 수에 따라서도 연령대를 대략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7세 무렵에서 은퇴까지의 65세 무렵까지는 그 전후 연령대에 비해 다양한 지원 집단이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원을 요청하는가에 따라서 연령별 구분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확실한 경계선이다. 여기서는 판별분석법을 사용하였다. 판별분석(discriminant analysis)은 기존의 집단들이 서로 구분(판별)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판별 변수를 찾아 그 값으로 판별 함수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판별 함수를 사용하여 아직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사례를 가장 적합한 집단에 배정해준다(Klecka, 1980). 때문에 3개 영역에서 나타나는 지원 집단의 변화를 ‘구간 내 동질성’과 ‘구간 간 차별성’을 최대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확실하게 구분 된 구간으로 나누기 위해 판별분석을 사용할 수 있다. <표 2>는 위 21개 변수(3개 영역 × 7개 집단)를 판별분석 함으로써 연령 구간을 나눈 것이다(김이선, 2013).9)

    이 구분은 위 <그림 4>에서 나타난 연령별 사회적 지원 집단들의 변화를 바탕으로 구간을 나눈 것이기 때문에, 혼인과 출산·은퇴와 사별 등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있어서의 다양한 사건들과 그에 따라 일어나는 사회 연결망에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그리고 대상을 18세 이상으로 한정하면, 2004년 한국인의 ‘나이테’는 모두 여섯 켜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같은 간격으로 나뉘지 않는다. 특히 어떤 켜는 매우 얇고, 어떤 켜는 두텁다. 두 번째 연령구간은(27∼30세) 매우 좁은데, 이는 일반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등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자리잡아가는 급격한 변화의 기간이다. 반대로 사회적 안정을 이룬 40세 이후는 은퇴 연령인 65세 무렵까지의 긴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없다. 은퇴 이후의 노년기는 두 구간으로 나뉜다(Neugarten, 1974). 특히 노년기의 두 번째 구간은 고령화에 따른 질병과 사망으로 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자 및 친구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특징을 보인다.

       3. 연령구분 효과

    아래에서는 이렇게 도출된 연령구간들이 경험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그리고 기존의 연령구간 구분보다 더 나은 분석력을 보이는지를 응답자들의 정치적 태도, 사회적 지원 행위와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가치관을 준거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검토의 방법으로는 분산분석(ANOVA)을 선택하였다. 분산분석은 집단들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집단 내 분산과 집단 간 분산의 비율로 검증하므로, 연령구간 내의 동질성과 구간 간의 차별성을 확인하려는 이 분석의 목적에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5년/10년 단위의 연령구간에 대한 분석도 함께 시행하여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10)

    <표 3>에서 보여주는 것이 준거변수들을 위의 연령구간으로 나누어 비교한 결과이다. 먼저 ‘진보적이다 혹은 보수적이다’라고 표현되는 정치적 태도는 연령과 관계가 있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명호, 2012). 그래서 많은 정치와 관련된 조사에서, 또 그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서 20대, …, 50대로 나뉘는 세대 범주를 자주 사용한다. 이 정치적 태도의 경우, 큰 차이는 아니지만, <표 2>에서 제시된 연령구간들이 이런 기존의 범주들에 비해 더 분명하고 일관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표에 보이는 것과 같이 통계적 유의도도 더 높지만, 그 추정결과를 정리해보면 <표 2>에서 나눈 구간들이 연령의 선형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한신갑·김이선, 2013).

    두 번째,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쪽에 서게 될 때에도 연령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여기서도 <표 2>의 연령구간으로 구분한 경우가 대체로 가장 큰 F값을 보인다. 특히 거리와 시간이라는 제약에 영향을 받는 “집안일이나 장보기를 도와줌”이나(Caplow, 1982), 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 “큰돈을 빌려줌”을 제외하면 그 효과는 훨씬 더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도 나이와, 그와 더불어 달라지는 사회적 위치에 따라 변화한다. 대체적으로 어릴 때는 친구 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 되었다면, 가정을 이루고 난 후에는 가족이 우선시 된다(Kalmijin, 2012). 이런 변화가 여기서 준거변수로 삼은 친구와 가족에 대한 가치관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나타난다면 위의 연령구간에 따라 구분되는지를 보자.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과 가족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항목을 제외하면, <표 2>에서 제시한 연령구간 간 차이는 유의미하다. 이것과 유의수준이 낮은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사귀어도 괜찮다”는 항목을 같이 묶고 다른 두 항목과 대조해보면, 가치관의 내용과 방향에 따라 연령구간의 효과가 달라지지만, 대체로, 특히 후자의 경우에 기존의 5년이나 10년을 단위로 구분해 만든 구간들에 비해 효과 면에서 앞선다.

    이렇게 <표 2>의 연령구간은 구간 내 동질성과 구간 간 차별성이라는 전제를 대체로 만족시키고, 기존의 등간격 연령범주에 비해서도 여기서 검토한 여러 준거변수에 있어서의 차이를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7)두 번째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 대한 응답의 결측값은 첫 번째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 대한 결측값의 2배가 넘는다. 분석의 목적이 연결망의 구성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에 따른 연결망의 변화를 보는 것이므로 첫 번째 응답만을 사용했다.  8)응답자가 ‘(29) 기타’ 항목에서 서술형으로 답한 응답을 포함하면, 항목 수는 총 34가 된다. 이 중 ‘(99) 없음’을 제외한 33개의 항목이 분석의 대상이 된다.  9)판별분석의 보다 상세한 절차와 내용은 김이선(2013: 25-29)을 참조하라.  10)‘5년’은 ‘18~19세/ 20~24세/ 25~30세…’로 구분된 범주이고, ‘10년’은 ‘10대/20대/30대…’로 구분된 범주(<표 3>의 ‘10년 단위-(1)’)와 ‘18~24세/25~34세/35~55세/…’로 구분된 범주(<표 3>의 ‘10년 단위-(2)’) 두 가지를 고려하였다.

    Ⅴ. 요약 및 논의

    사회조직과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생애 사건들과 그에 따른 역할관계의 변화에 따라 연령의 굴곡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5년, 10년 등의 편의에 의한 범주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의 변화를 실제적으로 반영하는 연령구간의 구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적 지원연결망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새롭게 구분선을 그어보았다.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대상은 도움을 요청하는 정도에 따라 크게 중심층, 중간층, 주변층으로 층화되어 있다. 배우자와 친한 친구는 이 지원연결망의 중심층에서 전반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배우자는 일상적 생활에서의 도구적 지원에서, 친구는 정서적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부모, 자식, 형제들은 중간층에 머무르면서, 성별에 따라 다른 역할을 맡는다. 어머니와 여자형제는 도구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을, 아버지, 아들, 남자형제는 물질적 지원을 주로 제공한다. 사회적 지원을 요청하는 대상들 자체도 연령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는 혼인연령기에 등장하여 사회적 지원연결망의 중심층을 이루지만, 노년에는 제공 가능한 사회적 자원이 줄어들면서 그 비중이 급격히 감소한다. 고령에 따른 자원의 고갈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비슷한 시기에 증가하는 것에서도 보인다. 친구는 사회적 지원망의 중심층을 이루기는 하지만, 18세에서 19세 사이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점차로 감소한다. 가정을 꾸리면서 나타나는 생애 주기 행태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부모님의 지원, 특히 물질적 도움은 39세 이후부터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대신 자녀의 지원이 등장하기 시작해 고령이 될수록 증가하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이 변화를 기준으로 사회적 지원연결망의 형태와 구성이 서로 같거나 다른 연령들을 묶어 연령구간을 구분했다. 이렇게 새로 나눈 연령구간에는 혼인이나 출산, 은퇴와 같은 주요 생애사건들이 자연스러운 굴곡으로 나타난다. 또한 정치적 태도나 사회적 지원 행위,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가치관과 같이 나이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변수들에서 연령구간별 차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이론적, 방법론적, 경험적 함의를 그 한계와 더불어 논의하고,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제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첫째, 나이가 들면서 사회연결망이 변하는 중요한 기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의 연령규범 및 구조 안에서 공유하고 있는 생애주기 단계의 변화이다. 그런데 이 생애주기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Schnittger and Bird, 1990; Yee, 2000), 연결망이 구성되는 방식도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난다(Ibarra, 1992; Fischer and Oliker, 1983). 이번 연구 결과에서 도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관계 대상이 나뉘는 방식에서 이러한 차이가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이 차이들을 보다 명시적, 구조적으로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11)

    둘째, 자료의 조사 시점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연령 구분의 사회적 구조는 사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변화한다(Elder, 1975; Neugarten, 1996). 2004년에서 현재까지의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연령 규범, 연령 구조, 그에 따라 연령별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의 양식과 사회 연결망 등이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연구에서 도출한 연령구간은 2014년의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분석의 시계열적 비교가 필요해 지고, 이를 통해 보다 장기적인, 역사적인 구간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04년이라는 한 시점에서 관찰된 연령의 특성이 연령 효과인지, 아니면 세대 효과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이들 효과의 분리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Riley, 1987; Erdman, 1978). 예를 들어 경제적 도움이 필요할 때 37세와 52세가 서로 다른 대상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은, 37세가 아직 52세의 연령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37세들이 경험한 특정한 역사적 사건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만으로는 2004년 당시의 37세들이 52세가 되었을 때, 2004년 당시의 52세의 사회연결망과 같은 모양의 연결망을 가지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패널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연령은 사회 구조의 핵심적인 축이자 생애과정이 응축된 지표이기 때문에, 연령구간의 재구성이라는 연구과제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젠더 차이, 실증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생애주기와의 연계, 종단 조사를 통한 비교 연구, 세대 개념과의 연결 등이 이 연구를 출발점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11)유효사례수가 1,302명인 현재의 자료로는 성별×연령(구간)별 비교를 위한 충분한 자유도가 확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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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Burt의 연령 연결망 구성
    Burt의 연령 연결망 구성
  • [<그림 2>] KGSS의 사회적 지원 연결망에 대한 설문 문항
    KGSS의 사회적 지원 연결망에 대한 설문 문항
  • [<표 1>] 지원 유형에 따른 관계대상의 분류
    지원 유형에 따른 관계대상의 분류
  • [?그림 3?] 3개 지원 영역에서 도움을 주는 각 집단의 비중
    3개 지원 영역에서 도움을 주는 각 집단의 비중
  • [<그림 4>] 나이에 따른 사회적 지원 집단 비중의 변화
    나이에 따른 사회적 지원 집단 비중의 변화
  • [<표 2>] 판별된 연령구간
    판별된 연령구간
  • [<표 3>] 사회적 지원연결망으로 재구성한 연령구간에 대한 분산분석 결과
    사회적 지원연결망으로 재구성한 연령구간에 대한 분산분석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