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 나타난 환상 구현 방식 연구

Barbara Lehman’s Wordless Picturebooks Fantasy about the Implementation and Seman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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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본 연구는 지금까지 출간된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을 모두 분석하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결합, 중첩과 순환 등이 그림에서 드러나는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작가의 표현 방식 중에서 특히 그림의 외곽에 있는 검은 선인 프레임이 존재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각 그림책에 있는 노란색의 상징 방법, 독자와 인물의 시선 마주함 등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환상 그림책은 독자의 꿈과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독자는 작가가 그림책에 제시한 환상의 표현 방식을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즉 독자는 그림책에서 드러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결합 방식뿐 아니라 작가가 그림책을 통해 드러내는 환상의 의미도 함께 살펴야 한다.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을 통해서 독자는 그림책의 세계에서 인물이 겪는 현실과 환상이 연계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독자의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연계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중적인 환상 구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림책에 있는 환상을 생생하게 공감하고 상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독자는 그림책을 통해 경험하는 현실과 환상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진실성을 얻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This paper examines the problem of Barbara Lehman’s picturebooks fantasy style. Picture of Barbara Lehman’s books is that in reality the vision of people experience in their own reality and re-entering the fantasy experience. That is the reality for the reader and the characters in the picture book fantasy, and repeat the cycle can be nested to form. Readers as well as books from the author draws the reader into a world of fantasy is to experience a variety of ways. Their books so the reader the illusion of reality and re-connect and be able to imagine the figure overlap. Reality and fantasy in the world of books, as well as linking to occur in the real world of the reader, and the books will be associated fantasies.

    Barbara Lehman’s books are similar to each other, or picture color and shape are often linked. For example, a child who ≪Museum Trip≫ yellow Medals, ≪Trainstop≫ entrance of the station, such as yellow, ≪Rainstorm≫ the yellow gate, the yellow of the statements are relevant to the lighthouse. After Barbara Lehman’s books and look at the color symbolism and relevance of a fact-book readers to browse and configure the way the story is discussed.

  • KEYWORD

    그림책 , 환상 그림책 , 바바라 리만 , 프레임 , 환상과 현실

  • Ⅰ. 환상과 환상 그림책

    아동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책과 자주 만난다. 이것이 비록 그림책은 아동에게 적합한 장르라는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림책은 여전히 아동에게 유효한 형태이다. 왜냐하면 아동은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배우고 삶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아름다움도 조심스럽게 알아가기 때문1)이다. 그리고 아동은 환상을 통해 자신의 꿈과 이상을 다루기 때문에 환상을 매우 친근하게 느낀다.

    많은 문학작품에는 환상이 존재하며 그림책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환상은 틀림없이 사실성이 있는 것에 대하여 마음속에서 상상한 것이지만 가장 유별나고 이례적으로 구멍이 많은 다공성의 용어2)라고 정의한다. 환상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환상은 종종 현실 세계와는 무관한 허구적 상상 세계에 불과하거나, 현실성의 검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동화적 퇴행의 세계, 기괴하고 장난스러운 문학적 치기, 미학적으로 조율되지 못한 황당무계한 상상력의 출구처럼 간주3)되기도 하였다. 이는 환상을 단지 예술 장르에 나타나는 모종의 현상에 불과하다고 여기거나 아동과 같이 상상의 세계에 빠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미성숙한 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몇몇 학자들은 환상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허상과 왜곡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4)하였다.

    아동은 현실의 규칙과 규범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명확하게 세우지 않는 경향5)이 있다. 그렇다고 아동의 상상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상은 아동들에게 현실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6)이 될 수 있다. 문학 작품에 구현된 환상을 통해 아동은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성장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환상 그림책7)은 아동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환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형태이다.

    환상 그림책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환상적인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과학적 설명과 자연 법칙이 유보되는 반면 마술과 마법이 적용되고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도 자유롭다.8) 그렇기 때문에 환상 그림책은 아동에게 꿈과 상상을 펼치도록 하며 환상을 체험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좋은 환상 그림책은 아동의 사고와 감정을 자극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과 용기를 기른다.

    환상 그림책의 대표적인 작가로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9)와 크리스 반 알스버그(Chris Van Allsburg)10)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주목 받는 작가는 바바라 리만(Barbara Lehman)11)이다. 바바라 리만은 주로 글 없는 그림책으로 현실과 환상에 대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낸다.

    본 연구는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서 글이 없이 그림으로 현실과 환상을 경계하고 결합하는 표현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특히 그림책에서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선인 프레임(frame)12)의 존재 양상을 중심으로 노란색의 상징 방법과 의미, 그리고 인물과 독자의 시선 마주함 등이 나타나는 방식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림책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환상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현실에서 환상을 체험하며 현실과 환상의 결합이 지니는 의미를 찾을 것이다.

    1)Perry Nodelman, The Pleasures of Children’s Literature, 페리 노들먼 지음, 김서정 옮김(2001),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2』, 시공주니어, 427-430쪽 참고.  2)John Clute and John Grant(1999), The Encyclopedia of Fantasy, New york:St. Martin’s Griffin, 337쪽.  3)최기숙(2003), 『환상』, 연세대학교 출판부, 1쪽.  4)차은정(2009), 『판타지 아동문학과 사회』, 생각의 나무, 135쪽 참고.  5)Alison Gopnik, The Philosophical Baby, 앨리슨 고프닉, 김아영 역(2009), 『우리 아이의 머릿속』, 랜덤하우스, 68쪽. “아이들은 사물에 대한 이론이 아닌 마음의 이론을 세움으로써 심리적 세상을 담은 지도도 만든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에게는 물리적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능력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인류학자들은 이를 ‘마키아벨리적 지능’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생존은 타인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는 능력, 즉 무리를 형성하여 타인과 연대하고 협동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6)김상욱(2002),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 창작과 비평, 110쪽 참조.  7)현은자‧김세희(2005), 『그림책의 이해 1』, 사계절, 289-291쪽. 판타지 그림책을 초현실적인 인물이나 사건, 물건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내용으로 하는 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  8)현은자‧김세희(2005), 앞의 책, 사계절, 266쪽.  9)David Wiesner, Free Fall, 데이비드 위즈너, 이지유 옮김(2007), ≪자유낙하≫, 미래아이. David Wiesner, Tuesday, 데이비드 위즈너(2002), ≪이상한 화요일≫, 비룡소.  10)Chris Van Allsburg, The Garden of Abdul Gasazi, 크리스 반 알스버그, 이상희(2002), ≪압둘 가사지의 정원≫, 베틀북. Chris Van Allsburg(2012), Jumanji, Andersen. Chris Van Allsburg(1985), The Polar Express, Houghton Mifflin Company. 알스버그는 ≪압둘 가사지의 정원≫과 ≪주만지≫로 칼데콧 아너(Caldecott Honor)상을 받고, ≪북극으로 가는 기차≫로 칼데콧 메달(Caldecott Medal)을 받았다. 그리고 레지나 메달(The Regina Medal) 외에도 내셔널 북 어워드(The National BookAward),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The Boston Globe Horn Book Award)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11)Barbara Lehman(2004), The Red Book, Houghton Mifflin Company. Barbara Lehman, The Red Book, 바바라 리만(2005), ≪나의 빨강 책≫, 대한교과서. 국내에서는 ≪나의 빨강 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Barbara Lehman(2006), Museum Trip, Houghton Mifflin Company. Barbara Lehman, Museum Trip, 바바라 리만(2007), ≪빙글빙글 이상한 박물관 여행≫, 애플트리태일즈. 국내에서는 ≪빙글빙글 이상한 박물관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Barbara Lehman(2007), Rainstorm, Houghton Mifflin Company. Barbara Lehman, Rainstorm, 바바라 리만(2007), ≪비바람이 치는 날≫, 마루벌. 국내에서는 ≪비바람이 치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Barbara Lehman(2008), Trainstop, Houghton Mifflin Company Barbara Lehman(2011), The Secret Box, Houghton Mifflin Company. 우리나라에는 아직 바바라 리만의 작품이 모두 소개되지 않았으며 ≪Trainstop≫과 ≪The Secret Box≫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12)최인철(2007),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21세기북스, 10쪽. “프레임의 가장 흔한 정의는 창문이나 액자의 틀, 혹은 안경테이다. 이 모두 어떤 대상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프레임은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특정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체로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 본 연구에서는 그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선을 작가가 제시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고자 한다.

    Ⅱ. 바바라 리만과 그림책

    글 없는 그림책을 주로 그린 바바라 리만은 시카고에서 태어나 뉴욕시에 가까운 뉴저지에서 성장하였다. 첫 작품인 ≪The Red book≫으로 2005년 칼데콧 아너 상(Caldecott Honor Medal)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일러스트레이터 모임, 시카고 예술 학교, 그리고 뉴욕 공공 도서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미국 휘트니 미술관과 그림책 작가 에릭 카(Eric Carle) 박물관에서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다.13) 바바라 리만의 작품은 국내에 소개된 작품도 있고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있다. 본 연구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출간된 작가의 그림책 5편을 모두 분석 대상으로 한다. 바바라 리만의 글 없는 그림책을 발간된 순서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바바라 리만의 첫 번째 글 없는 그림책은 2005년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The Red Book≫이다. 이 그림책은 한 여자 아이가 길 가 눈 속에서 주운 빨강 책으로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 환상을 보여준다. 바바라 리만의 두 번째 작품은 2006년에 출간한 ≪Museum Trip≫이다. 이 그림책은 남자 아이가 박물관에 가서 미로가 그려진 전시물을 통해서 경험하는 환상을 나타내고 있다.

    바바라 리만의 세 번째 그림책은 2007년에 출간한 ≪Rainstorm≫이다. 이 그림책은 비가 오는 날 큰 집에서 지루하고 외로움을 느끼던 아이가 의자 뒤에서 여행용 가방의 열쇠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행용 가방은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통로이며 이 통로를 거쳐서 아이가 겪는 환상을 보여준다. 바바라 리만의 네 번째 그림책은 2008년에 출간한 ≪Trainstop≫이다. 부모님과 함께 기차를 탄 여자 아이가 도시를 벗어나는 터널을 통과하면서 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다녀오는 환상을 경험한다. 바바라 리만의 다섯 번째 그림책은 2011년에 출간한 ≪The Secret Box≫이다. 이 그림책은 어떤 건물이 처음 만들어질 때 남자 아이가 비밀 상자에 지도와 사진을 숨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아이들이 비밀 상자를 발견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환상을 보여준다.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은 글이 없이 그림을 통해 환상을 표현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 속에서 초현실적인 인물이나 사건, 사물 등을 그림에 등장시켜서 환상의 세계를 드러내고 환상을 체험하도록 한다. 작가가 지금까지 출간한 모든 그림책에서 그림을 통해 현실과 환상이 경계를 이루고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3)http://www.barbaralehmanbooks.com/ 2014.04.07. 13시 43분.

    Ⅲ.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결합 방식

    지금까지 출간된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은 모두 다섯 권이다. 글이 없이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그림책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선인 프레임의 존재 방식이다. 그림에서 검은 프레임은 장면에 따라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프레임이 존재하는 방식을 각각의 그림책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책에서 보이는 노란색의 상징 방식, 인물과 독자의 시선 마주함 등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작가가 글 없이 그림으로 드러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결합 방식을 이해하고 환상이 지니는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1. 그림에서 프레임의 존재 방식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서 그림에 있는 프레임의 존재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그림책의 처음 부분에서 프레임이 존재하는 않는 경우이다. 다음은 프레임이 존재하는 장면과 존재하지 않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이며 마지막으로 프레임이 어떤 사물이나 인물에 의해서 끊어지는 경우이다. 이러한 존재 방식에 대해 각 그림책의 장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각 그림책의 처음 부분에서 프레임이 존재하는 않는 경우이다.

    ≪The Red Book≫14)에서 도시의 전경이 나타난 첫 장면(1쪽)과 두 번째 장면은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넓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눈이 내리는 도시에서 여자 아이가 걸어가는 그림에는 프레임이 존재한다. 첫 장면에서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현실 속에 환상이 이미 내재해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Museum Trip≫도 ≪The Red Book≫과 마찬가지로 처음 장면에는 그림의 프레임이 없다. 처음 장면은 남자 아이가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과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박물관에 줄을 서서 들어가는 장면에도 그림을 둘러싼 프레임은 없다. 그림책의 처음 장면에 프레임이 없는 것은 커다란 집으로 들어서는 길이 보이는 ≪Rainstorm≫의 처음 부분(1쪽, 2쪽)15)이나 부모님과 아이가 아래로 이어진 계단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처음 부분으로 나타나는 ≪Trainstop≫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the Secret box≫에서 현재의 모습과 다른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을 한 남자 아이가 작은 상자에 지도 등을 넣고 비밀상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처음 장면(1쪽)도 앞서 살펴본 그림책들처럼 그림에 프레임이 없다.

    다섯 권의 그림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작하는 부분의 처음 장면에서 그림에는 프레임이 없다. 처음 장면의 모든 그림에 프레임이 없는 이유는 현실에 이미 환상이 포함되어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즉 그림에 프레임이 없이 면 전체를 그림으로만 제시함으로써 현실은 이미 환상을 포함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의미하며 현실과 환상은 뒤섞임이 일어날 수 있음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실제로 ≪the Secret box≫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뒤섞임이 더욱 잘 드러난다. 처음 부분에서 남자 아이가 닫고 있는 상자와 상자를 묶기 위한 끈, 그리고 ‘the secret box’라는 글이 있는 꼬리표를 보면서 독자는 낯익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를 살펴보면 마치 끈이 묶인 상자를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독자는 지금 자신이 펼치고 있는 책이 바로 처음 장면에서 남자 아이가 묶은 비밀상자와 같은 모습임을 발견하고, 인물이 느끼는 현실과 환상의 뒤섞임뿐 아니라 독자 자신의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연결되어 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다음은 각 그림책에서 프레임이 존재하는 장면과 존재하지 않는 장면 이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이다. ≪The Red Book≫에서 여자 아이가 길 가 눈 더미 사이에 있는 빨강 책을 볼 때까지 그림의 프레임은 존재한다. 그러다가 여자 아이가 빨강 책을 안고 뛰어가는 장면(7쪽)의 그림에서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길 가 눈 더미 사이에 있던 빨강 책은 여자 아이가 환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열쇠이며 그림의 프레임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드러내는 역할임을 유추할 수 있다.

    ≪The Red Book≫에서 그림의 프레임이 다시 존재하는 경우는 여자 아이가 교실에서 가방 사이로 삐죽 나온 빨강 색을 보는 장면, 빨강 책을 펼쳐서 지도를 보고 남자 아이를 발견하는 장면, 남자 아이가 모래사장에 서 빨강 책을 발견하고 도시를 보는 장면, 두 아이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장면이다. 심지어 여자 아이가 빨강 책을 들고 풍선을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풍선을 가득 사는 장면에도 그림의 프레임은 존재한다. 그러나 여자 아이가 풍선에 매달려서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20쪽)에서 그림의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이유는 현실과 환상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장면(21쪽, 22쪽)의 그림에서 여자 아이가 풍선에 매달려서 도시의 하늘을 지나는 모습이 두 쪽 펼침으로 제시되어 있고 다시 프레임이 존재한다.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날던 여자 아이는 빨강 책을 떨어뜨린다. 길 가에 떨어져서 펼쳐진 빨강 책을 통해서 독자는 해변에 있는 남자 아이가 슬퍼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도 역시 프레임은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일어나고 구별이 있기 때문이다.

    ≪Museum Trip≫의 경우에 남자 아이가 박물관에서 신발 끈을 다시 묶는 장면에서 프레임이 존재하다가, 남자 아이가 혼자 남겨진 장면(10쪽)에서는 사라진다. 프레임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볼 때, 남자 아이가 박물관에서 일행을 잃고 혼자 남겨진 것은 인물이 환상 세계에 접근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남겨진 아이가 박물관을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문고리가 없는 문을 통해서 미로그림이 전시된 전시관에 들어간다. 그리고 미로그림 속에 들어갈 때까지, 이어지는 장면에서 프레임은 존재한다. 그런데 남자 아이가 미로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가운데에 있는 목적지에 다가가는 장면(21쪽)에서 프레임은 사라진다. 남자 아이가 환상 세계에서 주춤거리는 것이 아니라 환상 세계로 완전하게 진입하여 새로운 즐거움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가 미로그림 속의 가운데에 있는 나무를 발견하고 다시 다른 미로그림으로 옮겨갈 때까지 프레임이 존재하다가 아이가 뛰어가는 장면(23쪽)에서 프레임은 다시 사라진다. 앞에서 남자 아이가 미로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목적지에 다가가는 장면과 마찬가지이며 남자 아이가 환상 세계 속에 흠뻑 빠져들어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Museum Trip≫에서 새로운 미로그림 속으로 남자 아이가 들어가는 장면(24쪽)에서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남자 아이가 환상을 통해서 겪는 즐거움이 이어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미로 속에서 헤매거나 목적지를 찾고 다른 미로그림으로 옮겨가는 장면에서 프레임은 다시 존재한다. 인물의 마음에 환상을 경험하며 얻는 자유로움과 즐거움보다는 환상에 대한 망설임, 불안함 등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프레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미로그림으로 아이가 들어가거나 들어가서 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26쪽, 27쪽, 28쪽, 29쪽)에서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는 비록 몇몇의 미로에서 길을 헤매지만 미로그림을 차례로 해결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환상을 즐기기 때문이다. 인물이 환상을 마음으로 대하는 방식, 즉 인물이 현실과 환상을 경계하고 구별할 때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고 환상 속에 흠뻑 빠져서 환상을 즐길 때 그림의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Trainstop≫에서는 기차역의 풍경이나 기차 안의 사람들이 있는 이어지는 장면(2쪽, 3쪽)에서 프레임이 존재한다. 여자 아이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 아이가 기차의 창밖을 보는 장면(5쪽)에서 프레임은 사라진다. 현실에서 환상 세계로의 접근이나 진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여자 아이의 마음은 현실 속에서 이미 환상이 들어와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기차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여자 아이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9쪽)에서 프레임은 다시 존재한다. 여자 아이가 자신이 보는 창밖의 풍경을 현실로 인식하여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기차의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8쪽)과 창밖을 보고 있는 여자 아이(9쪽)가 있는 장면에서 프레임은 사라진다. 그러다가 기차 문 앞에 여자 아이가 서 있는 장면은 프레임이 존재하지만 여자 아이가 작은 사람을 만나는 장면(15쪽과 16쪽, 17쪽)에는 프레임이 사라진다. 바로 인물이 환상 세계 속에서 얻는 자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프레임이 사라진 것이다. 나무에 비행기와 작은 사람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여자 아이가 구해주려고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장면, 작은 사람이 함께 도와서 해결하자고 하는 장면, 나뭇가지에 걸린 비행기와 사람을 무사히 구하는 장면(20쪽)은 프레임이 존재한다. 인물은 환상 속에 있지만 환상 속에서 현실의 모습을 보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환상이 현실처럼 받아들여져서 현실과 환상의 구별이 일어날 때 프레임이 존재하기도 한다.

    ≪Rainstorm≫의 경우에는 단정한 머리와 옷을 입은 남자 아이가 창을 통해 비가 오고 있는 모습을 보는 장면(3쪽, 4쪽)에서 프레임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5쪽)에서 남자 아이가 공을 찾다가 열쇠를 발견하고 어떤 물건에 열쇠가 맞는지 확인하는 장면(9쪽)까지 프레임은 존재한다. 남자 아이가 커다란 여행 가방에 열쇠를 꽂고 여행 가방의 뚜껑을 밀어 올리는 장면(10쪽)에서 프레임은 사라진다. 이와 같은 프레임의 존재 여부는 인물이 현실에서 환상으로 들어가는 기회를 얻은 것과 이미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고 환상을 받아들이는 경우로 유추할 수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은 남자 아이가 열쇠를 사용하여 커다란 여행 가방의 뚜껑을 열고 그 속에서 사다리가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장면(11쪽)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남자 아이가 여행 가방의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긴 동굴 같은 터널을 지나는 장면, 터널을 지나서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는 장면, 흰 나무판을 밀고 올라가는 장면(15쪽)까지 프레임은 계속 존재한다. 인물이 마주하는 세계를 환상의 연속으로 볼 수 있지만 인물은 이미 환상 속에서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프레임이 존재한다.

    그런데 남자 아이와 강아지를 포함한 섬에 있던 아이들이 함께 노는 장면(30쪽)에는 프레임이 사라진다. 이 장면은 그림책 속에 있던 두 세계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놀이를 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결합되어 있음을 보인다는 점에서 현실에 환상이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암시나 당위를 나타낸 처음 장면과 차이가 있다. 즉 현실과 환상의 결합과 중첩으로 인하여 경계가 사라졌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장면은 ≪The Red Book≫에서 도시의 여자 아이와 섬의 남자 아이가 만나는 장면, ≪Museum Trip≫에서 박물관에 있던 어른과 미로를 다녀온 아이가 같은 노란 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the Secret box≫에서는 남자 아이가 마룻바닥 아래에 비밀상자를 넣는 장면, 비밀상자를 넣은 집과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그 집 주변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세 명의 아이들이 비밀상자를 마룻바닥에서 발견하는 장면(2쪽)에서 프레임이 존재한다. 그런데 비밀상자 안에 있던 사진과 지도 등이 보이는 장면(14쪽, 15쪽)에는 프레임이 없다. 왜냐하면 비밀상자 안에 있는 물건들은 인물이 현실에서 환상으로 갈 수 있는 열쇠, 즉 인물이 환상 세계로 접근하고 진입하며 현실과 환상 세계의 경계가 흐려져서 환상을 받아들이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비밀상자 안에 있던 그림이나 지도를 볼 때, 다시 프레임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아직 비밀 상자의 비밀을 모른 체 현실 속에 환상과 구별하며 경계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권의 그림책에서 볼 때, 현실에서 환상으로 진입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뒤섞일 때 그림의 프레임은 존재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인물이 환상 세계에 들어갈 때 주춤거리는 것이 아니라 환상 세계에서 즐거움이나 자유로움, 기쁨 등을 만끽할 때 프레임은 다시 사라지며 환상을 드러낸다. 현실과 환상이 완전히 뒤섞여 있다고 여겨질 때 그림에서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림의 프레임이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의해 끊어지는 경우이다. ≪The Red Book≫에서 길에 떨어진 빨강 책을 통해 해변에 있는 남자 아이와 풍선에 매달려 날아오고 있는 여자 아이가 만나는 장면(27쪽)은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한다. 그러나 길 가에 펼쳐진 빨강 책의 일부분이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 있고 빨강 책으로 인하여 끊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레임이 사라지거나 어떤 사물에 의해 끊어지는 것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 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어지는 장면과 비교하면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장면(28쪽)은 빨강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으로 도시에 있던 여자 아이의 환상 세계이다. 뒤집어 말하면 해변에 있는 남자 아이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해변으로 풍선에 매달려서 오는 여자 아이와 해변에 있던 남자 아이가 만나는 장면에는 프레임이 사라지고 그림이 가득 차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결합이 일어나고 중첩되기 때문이다. 길 위에 있는 빨강 책이 덮이는 장면(29쪽)부터 자전거를 탄 사람이 빨강 책을 주워서 뒤를 돌아볼 때(30쪽, 31쪽)까지 다시 프레임이 존재한다. 이때 프레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Museum Trip≫에서 아이가 마지막 미로그림 속의 목적지를 찾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장면(30쪽 첫 번째 그림)은 목적지의 지붕에 의해 프레임이 끊어진다. 아이가 미로의 최종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그 세계 속으로 성큼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상 세계에서 노란 메달은 받는 장면(33쪽)에는 프레임이 사라진다. 그 후에 아이가 다시 미로그림 밖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곳까지 오는 그림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생기기 때문에 프레임이 존재한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이 박물관을 나올 때에 프레임은 사라진다. 이렇게 비교해 볼 때, 목적지의 지붕에 의해 프레임이 끊어진다는 것은 남자 아이가 미로 세계라는 환상을 이미 현실처럼 느끼다가 다시 목적지를 통해서 환상으로 재진입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Trainstop≫에서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이 기차를 멈추는 장면(10쪽, 11쪽)에서 프레임은 기차와 깃발에 의해 끊어진다. 현실에서 환상으로의 접근과 진입으로 인하여 프레임이 사라지거나 끊어진 것이다. 여자 아이와 작은 사람이 기차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손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킬 때(22쪽의 두 번째 그림), 여자 아이의 머리 때문에 프레임이 끊어진다. 환상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신호를 알리는 시점이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생기는 시점이기 때문에 프레임은 사라지지 않고 일부분이 끊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23쪽, 24쪽)은 환상에서 현실로의 접근, 즉 되돌아옴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프레임은 사라진다.

    기차가 다시 터널 안으로 들어갈 때, 터널을 통과해서 기차역에서 여자 아이가 내릴 때, 프레임은 다시 존재한다. 그런데 스피커가 프레임을 끊는 장면(28쪽 세 번째 그림)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서 현실과 환상의 중첩이 다시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그 후에 여자 아이가 기차에서 내려 다시 집으로 오는 장면까지 프레임은 존재한다. 그러나 환상 세계에 있다고 여기는 나무, 즉 작은 사람들에게 받은 나무와 같은 나무가 도시의 여러 곳에 있는 모습(32쪽)에서 프레임은 사라진다. 이는 결국 작은 사람들이 있는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며 이 나무는 그 증거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나무를 통해 현실 속에 환상이 곳곳에 있음을 알리며 독자 역시 다음에는 이러한 환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Rainstorm≫에서 아이들이 풀밭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장면(20쪽)을 자세하게 보면 등대의 지붕 부분이 프레임을 벗어나 있다. 두 세계의 아이들은 처음 등대에서 만나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을 때까지 서로 망설임이 있지만 함께 뛰어 놀면서 주춤거림이 사라지고 즐거움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임이 끊어지는 모습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연을 날리거나 모래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프레임은 다시 존재한다. 아이들의 놀이가 설렘이 있는 환상이 아니라 익숙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현실로 돌아왔다는 의미이다.

    ≪the Secret box≫에서 사진 속 건물의 지붕(20쪽, 21쪽)에 의해 프레임이 끊어진다. 그렇지만 세 명의 아이들이 하수구 같은 길 앞에 서 있는 장면, 하수구를 따라 가서 해변에 다다를 때까지 프레임이 존재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수구에서 나와 놀이동산이 있는 곳으로 가는 장면, 놀이 동산 앞에 있는 해마 그림이 있는 입구에 가서 서는 장면에는 다시 프레임이 끊어진다. 이 세 장면은 모두 아이들이 현실에서 환상 세계로 접어 들면서 생기는 망설임이나 불안함 등의 감정 변화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프레임은 다시 비밀상자에서 본 해마 그림이 있는 입구에서 처음에 비밀상자를 숨겨둔 아이가 모자를 벗어 흔드는 장면, 해마 그림의 꼬리 부분에 있는 문으로 아이들이 들어가서 사다리를 오르는 장면까지 존재한다. 왜냐하면 아직 현실을 벗어난 것이 아니며 완전한 환상으로 접어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세계로 온 아이들을 반기는 장면(31쪽)에서 처음 비밀상자를 숨겨둔 아이의 손과 모자에 의해 프레임이 끊어진다. ≪Rainstorm≫에서 두 세계의 아이들이 풀밭에서 노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환상 세계로 왔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프레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끊어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세 아이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는 장면(32쪽)은 아이들이 현실에서 환상으로 성큼 들어서서 기쁨을 만끽하기 때문에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장면에서 다시 프레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환상 세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프레임이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의해서 끊어지는 경우는 현실과 환상의 중첩이 일어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그리고 환상을 대하는 인물의 마음이 아직 주춤거리고 불안함이 드러날 때이다. 물론 반대로 환상에서 현실로 되돌아올 때의 주춤거림이나 불안함 역시 프레임의 끊어짐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그림에서 프레임의 존재 방식에 따라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결합, 중첩의 과정, 인물의 마음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2. 노란색의 사용 방식, 독자와 인물의 시선 마주함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서 프레임의 존재 양상뿐 아니라 노란색의 사용 방식과 독자와 인물의 시선 마주함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림책에서 노란색은 길 가에 있는 소방용수시설, 메달, 문, 가로등 등으로 드러난다. ≪The Red Book≫에서 여자 아이가 빨강 책을 발견할 때 길가에 있던 소방용수시설은 노란색이다. ≪Museum Trip≫에서 남자 아이가 미로의 세계를 다녀온 후에 받은 것은 노란색 메달이다. 그리고 박물관에 있던 남자 어른 역시 노란색 메달을 가지고 있다. ≪Rainstorm≫에서 비오는 날 보이는 커다란 집은 노란색 문을 가지고 있고 등대의 문 역시 노란색이다. 또한 ≪Trainstop≫에서 기차역으로 내려가는 길에 켜진 가로등도 노란색이다.

    각 그림책의 장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Rainstorm≫에서 독자는 집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 서 있는 느낌을 받으며 노란색 문을 본다. 커다란 집의 노란색 문을 통해서 독자는 환상 세계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물론 프레임 없는 그림과 집으로 안내하는 듯 펼쳐진 길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The Red Book≫에서 여자 아이가 빨강 책을 발견할 때 서 있던 길 가의 노란색 소방용수시설과 ≪Museum Trip≫에서 남자 아이가 받은 노란색 메달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서 볼 때, 그림책에서 노란색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의 연결이 시작되는 표지의 역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즉 독자는 그림책에서 노란색을 통해 인물이 현실과 환상의 만남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Rainstorm≫에서 아이들이 지는 해를 보며 등대로 뛰어 가는 장면(23쪽)에서 등대의 문 역시 노란색이다. 독자는 처음 장면에서 커다란 집의 노란색 문을 통해 환상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한 것처럼 등대의 노란색 문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인물이 다시 현실로 돌아올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바로 노란색이 현실과 환상, 환상과 현실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Trainstop≫에서 첫 장면(1쪽)은 부모님과 아이가 아래로 이어진 계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모습이다. 독자는 두명의 어른과 여자 아이가 길을 따라 내려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세 사람이 내려가는 길에 켜진 불이 노란색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 길이 환상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임을 예상할 수도 있다.

    노란색은 현실과 환상의 통로 역할뿐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연속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Museum Trip≫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이 박물관을 나올 때(40쪽) 남자 아이는 목에 걸고 있는 메달을 바라본다. 이 메달은 노란색이다. 그리고 박물관 앞에서 아이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던 남자 어른 역시 노란색 메달을 만지고 있다. 남자 어른에서 남자 아이로 노란색 메달이 이어진다고 보면 노란색 메달은 환상이 세대를 거듭하여 연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노란색의 메달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짐을 의미할 뿐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연속과 반복, 중첩을 드러내는 것이다.

    ≪The Red Book≫에서 길 가에 있는 노란색 소방용수시설, ≪Museum Trip≫에서 남자 아이가 환상 세계에서 받은 노란색 메달, ≪Rainstorm≫에서 큰 집과 등대의 노란색 문, 그리고 ≪Trainstop≫에서 기차역으로 이어진 길에 켜진 노란색 불을 통해서 독자는 그림책에 있는 노란색이 현실과 환상의 통로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통로를 통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현실에 이미 환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연속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노란색의 등장과 함께 그림책에서 독자는 종종 인물과 시선의 마주함을 느낀다. 특히 이 장면은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Museum Trip≫의 처음 부분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선 맨 마지막의 남자 아이와 독자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도 독자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그 남자 아이와 시선이 다시 마주친다. 이 장면에는 그림을 둘러싼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는 그림책의 인물과 시선을 마주함으로써 그림책의 환상 속으로 초대받는 느낌을 받거나 이미 인물과 함께 환상 속으로 들어 서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즉 독자는 자신의 현실 속에서 그림책의 환상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으며 현실 속 에 환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Trainstop≫에서 여자 아이를 제외하고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장면에서 독자는 여자 아이와 시선이 마주친다. 마치 독자에게 기차가 멈춘 이유를 묻거나 어디론가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the Secret box≫에서 앞서 비밀상자를 발견하고 환상으로 온 아이들처럼 누군가의 손에 다시 비밀상자의 사진이 들려있는 장면(35쪽)은 프레임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36쪽)에서 독자는 그림 속의 두 아이와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Trainstop≫에서 여자 아이가 환상 세계로 들어갈 때 독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독자도 환상으로 떠나는 여행에 함께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듯하다. 그리고 ≪the Secret box≫에서 마지막 장면은 두 명의 아이가 건물을 나와서 하수구 앞에 서 있다. 독자는 하수구 앞에 서 있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아이가 겪게 될 환상을 함께하기 위해 나란히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앞서 살펴본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독자로 하여금 인물이 경험하기 위한 환상에 동참하기를 제안 받는 느낌이며 동시에 환상의 경험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Rainstorm≫에서 남자 아이가 나선형의 계단을 오른 후에 등대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장면(16쪽)에서 프레임은 사라진다. 이 장면은 ≪Museum Trip≫에서 남자 아이가 이 미로그림에서 저 미로그림으로 뛰어갈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인물이 현실 세계를 벗어나 환상 세계 속에 흠뻑 빠져들어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독자는 등대에 있는 남자 아이와 시선이 마주친다. 마치 남자 아이가 등대에 서서 독자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독자는 인물과 시선을 마주하면서 독자의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인 섬의 풍경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장면,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장면까지 독자는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독자는 인물과 시선을 마주함으로써 인물이 겪는 환상에 초대받아 함께 환상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독자 자신의 현실에서 환상을 꿈꾸고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서 프레임이 존재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노란색의 의미, 독자와 인물의 시선 마주함 등 대하여 그림책들을 연계하여 살펴보았다. 이들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기도 하고 현실에 환상이 이미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인물이 환상으로 접근하거나 진입하는 과정에서 가지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인물이 겪는 현실과 환상의 중첩과 순환뿐만 아니라 독자와 인물이 겪을 수 있는 현실과 환상의 순환 등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14)글 없는 그림책은 쪽수가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쪽을 어디로 정할 지 논의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림이 제시되거나 다음 그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처음 장면을 1쪽으로 정한다. 다른 그림책도 이를 적용한다.  15)≪Rainstorm≫의 경우 제목이 있고 빨간 줄무늬가 그려진 흰 공이 있는 부분부터 1쪽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본격적인 그림은 ‘To Rabbit’이라는 글이 있고 책의 서지 정보가 담긴 쪽부터이므로 1쪽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Ⅳ. 현실에서 환상으로의 초대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을 통하여 환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그림책에서 특징적인 것은 바로 현실과 환상의 순환과 반복, 중첩이 일어난다는 것이며 인물이 겪는 환상에 독자를 초대하는 장치를 마련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현실 속에서 환상을 경험하도록 하는 장치들이다. 이러한 장치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책 머리에 제시된 내용으로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The Red Book≫의 앞표지 날개 부분에 있는 책 소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다. 어떤 글자도 없는 마법의 빨강 책은 지금 여러분의 손에 들고 있는 그 책과 같다.” 그림책에서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가 들고 있는 ‘빨강 책’과 독자가 지금 읽고 있는 ‘빨강 책’이 같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책을 펼치면 여러분은 이야기의 힘을 통해서 새로운 종류의 모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지금 독자가 들고 있는 빨강 책과 그림책 속에 나오는 빨강 책이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책을 펼쳐 함께 모험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림책의 인물처럼 독자도 이 책을 통해 모험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독자의 세계와 그림책의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며 독자로 하여금 그림책의 환상을 체험하도록 안내하고 초대하는 것이다.

    그림책에서 도시에 있는 여자 아이와 해변에 있는 남자 아이가 빨강 책을 통해서 연계되고 두 세계를 서로 연결하고 있듯이 독자가 살고 있는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독자는 이중적인 환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림책의 환상과 독자의 환상을 연결하는 부분은 마지막 장면에도 잘 나타난다. 자전거를 타고 빨강 책을 주운 남자 아이가 뒤를 돌아볼 때 독자는 그 남자 아이와 시선이 마주친다. 해변에 서 남자 아이가 가지고 있던 빨강 책이 파도에 의해 사라지고 독자는 지금 빨강 책을 가지고 있다. 독자는 그림책의 인물이 겪은 환상을 자신의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으며 이러한 환상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순환될 수 있다. 그림책의 환상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독자로 하여금 환상을 경험하는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바바라 리만의 두 번째 그림책인 ≪Museum Trip≫에서도 글이 없이 그림으로 환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책의 앞표지 날개 부분에 있는 내용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박물관은 신비롭고 마법적인 예술과 호기심이 가득하다? 아니면 비밀스러운가?”라고 하며 박물관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고 있다. 특별히 ‘비밀’이라는 말을 드러내면서 박물관에는 비밀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독자로 하여금 그 비밀이 무엇인지 함께 발견하자고 제안하는 듯하다. “그리고 만약 소년이 갑자기 마음이 끌리는 전시물의 일부가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묻는다. 이러한 물음들을 보면서 독자는 비밀스러운 것과 소년에게 일어날 일을 연결하여 상상하게 된다.

    책의 제목을 ‘박물관’이 아니라 ‘박물관 여행’으로 설정한 이유도 박물관에서 소년이 경험하는 과정을 하나의 여행으로 보고 독자를 그림책으로 불러들이려는 노력이다. 특히 그림책의 처음 부분에서 인물과 독자의 시선이 마주치는 과정은 독자에게 함께 박물관 여행을 제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그림책의 인물이 겪는 환상을 독자가 함께 경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이 환상을 경험하고 받은 노란 메달이 박물관에 있던 어른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세대를 이어서 환상의 경험이 반복되고 순환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독자에게 환상을 함께 경험하자고 제안하듯이 독자에게 그 환상이 이어질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바바라 리만의 세 번째 그림책은 ≪Rainstorm≫이다. 책의 앞표지 날개 부분에서 “비가 오는 날은 큰 집에서 때때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오직 조용히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만약 신비로운 열쇠를 찾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을 예상하지 못한 어떤 곳으로 안내한다면⋯ 여러분의 오후는 많은 흥미로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라고 하였다. 앞의 그림책들과 마찬가지로 독자의 기억을 환기하고 그림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독자에게 밖에 비가 내리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다면 아주 심심하고 외로울 것이고, 그럴 때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는 ‘신비한 열쇠’를 얻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그림책 역시 독자를 그림책의 환상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여러 장치를 사용한다. 그림책을 처음 펼치면 독자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독자를 그림책의 환상으로 안내하기 위하여 ≪Museum Trip≫에서 인물의 시선과 독자의 시선이 마주친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독자를 집으로 안내하는 길 위에 서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두 세계의 아이들이 만나서 함께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그림책 역시 독자에게 그림책의 환상을 함께 경험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며 현실과 환상의 중첩과 반복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인다.

    바바라 리만의 네 번째 그림책은 ≪Trainstop≫이다. 책의 앞표지 날개은 “모두 탑승하세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 말을 들은 독자는 앞의 그림책처럼 인물과 시선이 마주치도록 하거나 집으로 들어가는 길 앞에 서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기차를 타면 흥미롭다. 항상 새로운 어떤 것을 볼 수 있다. 여러분이 가본 곳조차도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이 ‘trainstop’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독자는 그림책을 펼치며 기차를 타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모두 탑승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기차역’에 대해 독자는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나는 그림책의 제목이 ‘trainstop’이기 때문에 이 책이 ‘기차역’이 되어 독자는 새로운 기차 여행을 꿈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그림책 속의 인물이 발견한 기차역이다. 인물이 발견한 낯선 장소인 기차역을 통해서 인물이 환상의 모험을 경험하듯이 독자 역시 인물이 겪는 모험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독자로 하여금 독자가 살아가는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을 연결하고 있으며 그림책 속의 인물이 살아가는 현실과 인물이 겪는 환상의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 나무를 통해 현실 속에서 환상이 들어와 중 첩되고 반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자는 그림책 안에서 인물이 겪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동시에 독자의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가지는 경계가 깨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바바라 리만의 최근 그림책인 ≪The Secret Box≫에서 책의 앞표지 날개 부분은 “시간은 변한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시간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 그림책을 읽으려는 독자는 시간의 변화와 비밀 상자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도시가 커진다. 여름이 오고 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 이렇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남아 있는 한 가지는 바로 모험을 하려는 욕구이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비밀상자를 활용하여 시간을 초월한 여행을 제안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비밀 상자를 통해 독자는 여행을 시작한다. 독자는 자신이 들고 있는 ‘비밀 상자’라는 그림책이 인물이 찾은 ‘비밀 상자’와 같은 것임을 떠올리고 인물을 따라 환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독자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에서 그림책을 통해 환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림책 속의 현실과 환상이 서로 순환하고 반복되며 중첩됨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은 그림책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과 그림책을 관련지으면서 독자의 현실에서 환상이 확장될 수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즉 그림책의 그림에서 독자는 인물이 처한 현실과 환상이 순환하고 반복하며 중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독자는 자신의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다시 순환하고 반복하며 중첩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림책의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독자의 현실까지 이어지는 환상의 확장은 곧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환상을 신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독자는 그림책의 환상을 통해서 독자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고 현실에 대한 재인식을 요구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독자의 현실에 대한 재인식은 독자가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바바라 리만은 글이 없이 그림으로만 환상을 표현하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여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며 개성적인 환상을 만들고 있다. 독자는 글이 없이 그림으로 환상을 드러나는 방법을 살피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만들며 그림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Ⅴ. 독자와 환상 그림책

    아동이 쉽게 자주 접하는 그림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아동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삶 속에 담긴 즐거움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도 길러준다. 특히 아동의 상상은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그림책을 통하여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림책을 통한 자유로운 상상은 아동에게 자신의 꿈과 이상을 다루는 간접 경험의 기회이며 동시에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이러한 그림책은 아동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아동이 그림책에 있는 환상을 체험하기 위해 그림책에서 작가가 표현하는 방식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글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된 그림책은 글 대신 작가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림에 환상을 담는다. 바바라 리만은 글 없는 그림책에서 작가만의 방식으로 환상을 표현하고 있다. 본 연구는 지금까지 출간된 작가의 그림책을 모두 분석하여 그림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경계하고 뒤섞는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림책의 각 장면에서 프레임이 존재하는 방식, 노란색의 의미와 상징, 독자와 인물의 시선이 마주함 등에 따라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결합, 중첩과 순환, 반복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물이 겪는 현실과 환상뿐만 아니라 독자의 현실에서도 환상이 이어지고 확장되어 경험될 수 있음을 그림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즉 독자는 그림책에서 인물이 처한 현실과 환상이 순환하고 반복하며 중첩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작가가 그림책에서 독자를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안내하는 그림책의 환상 세계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현실과 그림책의 환상이 인물의 현실과 환상처럼 연결되고 중첩된다는 것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환상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그림책에 있는 환상을 생생하게 공감하고 상상을 확장하여 경험하도록 한다. 또한 환상은 허황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성이나 통찰력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활용하여 독자가 환상 그림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다음 연구는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을 다른 작가의 그림책과 연결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글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의 서사성과 그림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논문은 2014년 10월 31일 접수하여 2014년 11월 28일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4년 12월 5일에 게재를 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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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 목록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 목록
  • [[그림 1]] 그림책의 처음 장면
    그림책의 처음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