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등급분류제도의 규제적 특징 연구***

A Study on Regulatory Features of Korean Film Rating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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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이 글에서는 IMF 위기 이후 시행된 영화등급분류제도에 관련한 논쟁들과 그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영화검열제도는 아주 오랫동안 정부의 국가권력 행사의 도구로 존재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검열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는데 한국의 정치 역사의 궤적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였다. 그 변화는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요구와 맞닥트리면서 생긴 결과였으며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IMF 위기 이후 영화심의제도의 변화는 한국 사회에 닥친 거대한 외부적 충격에 의한 것이면서 점진적 내부적 변화의 일환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검열제도의 폐지와 영화등급분류제도의 도입은 당시 정권의 자유화 정책에 의한 것이었다. 자율심의기구를 만들고, 여전히 검열 메커니즘 아래 작동하는 제도의 본질적 한계들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개선하였다. 영화심의제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1998년 김대중 정권의 출범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1999년, ‘영상물 등급 위원회’를 발족하였고, 2002년에 이르러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포함된 현재의 영화등급분류 제도가 갖춰지게 된다.

    현재의 영상물 등급분류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이자 문제는 ‘제한상영가’등급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경우 그 상영과 홍보가 제한 상영관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제한상영관이 운영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제한상영가등급은 실질적 검열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등급을 분류하는 ‘민간 자율 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권력적 특성과 그 역할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영화제작자들의 제한상영가 철폐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급위원회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제도적인 보수 및 개선의 기반이될 수 있도록 청소년 보호, 표현의 자유, 음란물의 문제 등에 대해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여건 및 문화를 조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표현의 자유는 다른 모든 표현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청소년 보호 등의 목적을 위해 표현을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 제도보다는 더욱 명료한 규정의, 상위의 법에 의하여 행함이 옳다. 그 해결에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In this article, I tried to investigate the controversies on the film rating system enforced right after IMF crisis and make its significance. The film censorship of Korea had been a means of government exercising power, and it certainly had problems. The censorship begun since Japanese colonial era has changed along with the trajectory of political history of Korea, and it has constantly faced the opposition demanding political democratization. A change of film policy after IMF crisis was not only a result of the external shock, but also of the interior transition.

    The abolition of film censorship and the improvement of film rating system were conducted in accordance with the liberalization policy of the time: A voluntary deliberation board was launched, and the inherent limitations of the system that still work as the censorship mechanism has been improved one by one. The fullscale restructuring of the system began in 1998 when Kim, Dae-Jung regime had started. During the regime, the rating system was partially reformed through the second amendment of Promotion of the Motion Pictures Industry Act. In 1999, ‘Korea Media Rating Board’ was launched. And when the Restricted screening rate was introduced in 2002, the film rating system was to have the current structure.

    The biggest issue of the current rating system is the matter of ‘Restricted screening rate. As the Restricted rate takes on the character of the de facto censorship, the issue of the authority of Rating Boards has been raised and the abolition of the Restricted rate has been demanded by film makers.

    To solve this problem, first of all, an autonomy of the Rating Boards should be guaranteed. And it is necessary to promote the mature culture of discussion which can help supporting the Boards.

    The freedom of expression of Film must be protected just like any other act of freedom. But it is hard to deny that there also needs to be a means of asking the liability and ethical responsibility of the film makers when they break the criminal law; this will take some time and a lot of effort.

  • KEYWORD

    영화심의제도 , 영화검열 , 영화법 , 영상물등급위원회 , 등급분류제 , 표현의 자유 , 제한상영관

  • 1. 서론

    제도 혹은 법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의 명시적인 보호의 대상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 기본권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제도가 국가권력 중추에 자리한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시행된 것 역시 사실이다. 국가권력이 중요시 하는 원칙, 지켜지기를 바라는 질서가 제도에 그대로 투사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한국의 영화제도 또한 마찬가지인데, 특히나 무엇을 허락하고, 무엇을 잘라낼지를 정하는 검열 중심의 제도였다는 점에서 국가권력행사수단으로서의 특징과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영화 검열제도는 국가 권력에 의한 명시적인 자유 억압의 대표적 예로서 질곡의 한국정치사의 궤적을 따라 함께 변천했으며, 정치 민주화에의 염원이 증폭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는 반대 의견에 맞닥트릴 수밖에 없었다.

    IMF 이후 영화제도상의 변화는 이미 내부에서 이행되고 있던 변화의 흐름에 IMF 개입이라는 강력한 외부적 충격이 가해지면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충격에 대응해야했던 새로운 정권의 경제 개방과 개혁 정책은 시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는 것에도 기여했다. 자유로운 경쟁은 규제의 완화를 의미하였으며, 영화 심의제도 역시 같은 궤도를 따라 변화하게 되었다.

    현재 2000년대 이후의 심의제도, 즉 영상물등급분류제도에 대한 논의의 양상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좁혀볼 수 있다. 첫째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제 사건들을 중심으로 등급제도의 규제적 특징에 대한 헌법적 법리 해석에 대한 연구이다.1) 이들 연구는 영화제도의 검열성을 둘러싼 쟁점을 논하는 데 있어 법률과 판례의 법원리적 해석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등급분류제를 비롯한 영화정책의 이데올로기성에 관심을 갖고 현행 제도의 장단점을 독립영화계와의 관계를 통해 고찰한 연구들이다.2) 세 번째는 검열의 대상이 되는 ‘음란물’과 윤리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3) 음란물의 정의를 시도하고 청소년 보호와 사회의 혼란 방지라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탐구하였다. 이와 같은 법적, 정치적, 윤리적 관점의 연구들은 영화등급분류제의 성격과 역할을 둘러싸고 제각각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치들의 상대성만큼이나 영화등급분류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영향아래 IMF 이후 영화심의제도의 변화과정과 양상을 살펴보고, 현행 ‘제한상영가’ 등급을 둘러싼 논쟁과 영화등급분류제의 한계를 고찰할 것이다. 더불어 2000년대 한국의 영화심의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제안해 보려 한다.

    1)박창석, 「영화에 대한 공법적 규제」, 『공법학연구』, 14(2), 2013. 이찬희, 「영화등급분류제도와 표현의 자유」, 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2011 이희훈,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헌법적 평가」, 『법학논총』, 23, 2010. 한위수, 「영화등급제와 표현의 자유」, 『세계헌법연구』, 제8호, 2003.  2)김동현, 「독립영화와 표현의 자유」, 석사학위논문,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2014. 한승준, 「영화지원정책의 이데올로기 경향성 연구」, 『서울행정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10.  3)김은경, 「음란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률 규정간의 부정합성 연구」, 『형사정책연구』, 2008. 박경신, 「표현규제로서 음란물규제의 예외성」, 『문화과학』, 2013. 장성규, 「억압된 것들의 귀환과 그 윤리의 문제」, 『황해문화』, 2013.

    2. 영화심의제도의 역사

    영화검열과 통제의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에 의한 사전검열 형식의 영화 통제는 혼란하게 급변하는 사회를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서 활용되었으며, 해방 후에도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은 영화에 대해 이러한 노선을 계속 유지하였다. 해방 후 영화 검열 업무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공보부, 국방부, 문교부 등으로 이관되었으며, 1957년 8월 최초의 민간자율심의기구인 ‘영화윤리위원회’가 조직되기도 했으나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해산하게 된다.

    영화검열의 체계가 확고하게 정비된 것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1962년 영화법이 제정되면서 ‘사전허가제’가 도입되고 영화 검열은 ‘상영허가’로 표현되었다. 또한 제5차 개정 헌법에서 “공중의 도덕과 사회윤리를 위해 영화나 연예를 검열할 수 있다”(헌법 제18조 1항)고 명시해 검열을 합헌 행위로 명문화했다. 사전허가제와 더불어 영화업자 등록제, 수출입 추천제 등의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반공이데올로기 등을 전파하고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거듭되는 영화법 개정을 통해 더욱 강화되는데, 1966년 ‘2차 개정 영화법’에서는 영화의 ‘제작 전 신고제’와 공보부 장관의 ‘사전검열제’를 채택하고,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검열제까지 신설해 이중검열체제를 마련하였다. 영화 제작, 상영, 시나리오에 까지 이르는 강력한 통제는 이후로도 오랜 기간 지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1970년 ‘예술문화윤리위원회’, 그 뒤를 이어 1975년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윤) 등의 검열 기구들이 신설되어 권한을 행사하였다.

    1980년대에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영화검열제도가 ‘사전심의제’로 전환되는 외형적 변화를 겪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부의 개입에 의한 통제가 계속되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도 전반적인 영화정책에 있어서는 자율성의 확대로 이해되는 개선조치가 취해졌으나 영화 내용에 대한 통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검열의 기조는 사실상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7년 시나리오 사전심의제가 폐지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장이 강화되고 이를 뒷받침해줄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칠수와 만수>(1988), <구로아리랑>(1989), <은마는 오지 않는다>(1991)등의 문제작과 <오! 꿈의 나라>(1988), <파업전야>(1990) 같은 독립영화들이 제작 상영되기도 했다.4)

    1995년 ‘영화진흥법’이 제정되고 공윤의 ‘사전심의제’는 기존 영화법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잔존하게 된다. 단, 단편영화, 소형영화,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해서는 심의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는 1988년 <오! 꿈의 나라>와 1992년 <닫힌 교문을 열며>(1991)의 사전심의 위반 문제를 계기로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 검열 철폐를 주장하는 영화인들의 운동이 시작되고, 정치계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의 완전등급제 도입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 결과였다. 1996년 10월 4일 헌법재판소는 공윤의 ‘사전심의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하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1997년 ‘1차 개정 영화진흥법’에서 ‘상영등급제’가 도입되면서 법률상 명시적인 검열은 사라지게 된다. 또한 등급 심사기관을 공윤에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변경한 것 역시 큰 변화이다. 영화의 관람등급은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18세 관람가 등 4개의 등급으로 분류되었으며, 등급결정을 6개월 이내 동안 보류할 수 있는 ‘등급분류보류제’를 시행하게 된다.

    4)배수경, 「한국 영화검열제도의 변천에 관한 연구 : 정권별 특징과 심의기구의 변화를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5, 50쪽.

    3. 현행 영화등급분류제도의 특징

       1) 영상물등급위원회 발족과 등급분류제 시행

    1998년 IMF 위기 이후 개방화와 자유화의 압력5)은 문화 영역에도 가해졌다. 문화시장의 개방은 까다로운 문제이다. 문화산업을 둘러싼 문화상품, 서비스를 여타 상품과 똑같이 취급하여 국제무역 규범 속에서 동등하게 취급할 것인가, 아니면 문화란 개인 및 공동체의 의식과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상품교역에 있어서도 예외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쟁점의 대립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5년 체결된 ‘문화다양성협정’은 이러한 논쟁을 돌파하기위해 새롭게 제시된 국제사회의 함의이다.6) 이러한 가운데 한국 문화시장의 개방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

    비록 문화시장의 전면 개방이 허용되지는 않았지만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의 논리가 국내 영화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고 한국영화산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들이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기획 영화 제작의 확산,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설립 등 최소비용, 최대의 이윤 추구를 위한 전략에 의해 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경제 논리에 의한 구조조정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김대중 정부7) 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산업으로서의 영화의 성장을 독려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기존 김영삼 정권 역시 성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으로, 영화를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바라보고 부흥정책의 펼치며 1996년 영화진흥법(이하 영진법)을 제정했지만,8) 1997년 4월 1일 제 12조가 규정한 ‘사전심의제도’를 ‘상영등급부여제도’로 전환하는 한 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등급분류보류제’라고 하는 구 영화법의 심의제도의 그림자가 잔존해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9)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노력의 결실이 정권의 산업진흥정책의 시의와 맞물려서 사법적인 성취를 도출했지만, 진정한 전환은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시행과 함께 이루어졌다. 비록 1998년 제2차 영진법 개정에서도 등급제의 일부 조정과 6개월의 등급보류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정도의 변화만 있었을 뿐 완전등급제로의 개선에는 실패하였지만, 공연법 제 17조에 근거해 1999년 6월 10일 ‘영화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발족함으로써 현재에 이르는 영화등급제의 체계와 구조가 확립된다. 나아가 2002년에는 등급보류제가 폐지되고 영화 제한상영가 등급이 신설되면서 현행 등급분류제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2)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성격과 역할

    영등위는 2006년 10월 29일 영진법과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을 통합한 ‘영화및비디오물진흥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 그 근거 조항을 동법 제71조로 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영등위는 “영상⋅청소년 보호⋅언론 등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법정 민간기구로,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위원장 및 부위원장 호선제, 위원 임기제, 직무상 독립과 신분보장 법률 명문화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등급 분류 업무를 자율적,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독립적 민간기구”임을 명시하고 있다.10)

    영등위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민관 간의 지난한 싸움과 ‘자유와 성장’을 기치로 한 문화정책의 영향으로 발족되었고, 명문상 ‘민간자율기구’임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등위의 성격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2001년 <둘 하나 섹스>의 등급보류와 관련한 위헌소송에서의 결정요지와 (2000헌가9)11) 2008년 외화 <천국의 전쟁>(2005) 제한상영가 취소소송 중 제기된 ‘영화진흥법 제 21조 제3항 위헌제청’ (2007헌가 4)12)의 결정요지에서 헌법재판소는 ‘영등위는 국가기관으로서 검열 행정의 주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것은 영등위가 행정권에서 독립되어 직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영화 심의의 내용과 결과가 법률에 구속되어 있는 이상 영등위의 본질은 순수민간기구가 아닌 행정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법적 해석이다. 그리고 과거 군사정권의 통치 이데올로기 정책의 전방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공연예술진흥협의회, 공연윤리위원회를 잇고 있다는 계보적 특징13)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검열행정기구로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현재 영등위의 등급분류제도의 특징은 연령별 등급분류체계, 의무 등급제, 제한상영가를 들 수 있다. 연령별 등급분류 체계는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로 구분되어 있다. 제한상영가는 제한상영관에서만 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연령별 등급심의는 현재 영비법 제29조 제2항14)에 근거하고 있으며 각 등급의 분류기준은 영비법 시행령과 영화등급위원회의 규정에 의한다.

    한편 현행 영비법은 예고편과 광고를 포함하여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 모든 영화에 대해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등급분류는 상영을 전제한 것이다. 예외가 허용되는 경우는 무상으로 청소년을 제외한 특정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소형영화와 단편영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추천하는 영화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정하는 영화 등이다. 이외에 모든 영화들은 영등위 심의절차규정에 따라 영화프린트와 대본 등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이를 어길 시 벌칙과 과태료에 적용을 받는다. 특히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거나 제한상영관에 청소년을 입장 시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3) 제한상영가 제도의 실시

    상영등급분류제가 도입된 이래 가장 핵심적이고 논란이 된 변화는 등급분류보류제의 폐지와 제한상영가의 신설이다. ‘등급분류보류제’에 의해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검열에 의한 상영금지 결정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나쁜영화>(1997), <노랑머리>(1999), <거짓말>(2000)과 같은 영화들이 실제 등급보류 판정을 받자 음란성 시비15) 와 함께 등급보류제에 대한 대대적 사회적 논쟁을 도출했다.

    등급보류제의 폐지는 16mm 독립영화 <둘 하나 섹스>(1998)가 결정적으로 이끌어 낸다. 2차례의 등급보류를 받은 <둘 하나 섹스>의 제작사 인디스토리는 2000년 2월 24일 서울행정법원에 등급보류 취소 소송을 청구하고, 소송 과정에서 등급보류 조항이 담긴 영화진흥법 제 2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의 형식으로 실질적으로 무한정 영화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검열에 해당 한다’는 이유로 영화진흥법 중 관련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다.

    한편 국회는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인 2002년 1월 26일 영화의 상영등급분류의 방법 및 내용 등에 관한 영화진흥법 관련규정을 개정하였다. 개정법에서는 등급분류보류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제한상영가’ 등급을 신설하여 모든 영화에 등급을 분류하도록 하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경우 광고, 선전의 제한을 받고 비디오물 등의 2차 제품으로의 제작, 유통 또한 금지하고 있다.16)

    5)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IMF의 개입은 당시로는 익숙하지 않은 신자유주의의 합리성을 사회 전반의 작동원리로 도입할 것을 강요함으로써 커다란 사회경제적 파장을 초래하였다. 시장중심의 논리가 사회 전반에 유입되는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큰 사회경제적 변동이 일어나면서, 대량실업, 불평등 심화, 중산층 위기, 가족문제 등의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되어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의 중대한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더불어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경제에 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유화와 개방화를 추진하는 개방적 통상정책의 의지를 표명하고, WTO를 중심으로 확대되어온 무역과 투자자유화의 흐름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다자간 통상규범의 창출 과정과 통상협상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양자적 무역자유화와 개방화에도 적극 참여하기에 이른 것이다. 방청록, 「한국의 개방적 통상정책 추진전략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 『아태연구』, 16권1호, 경희대학교 아태지역연구원, 2009, 82쪽.  6)김은규, 「문화시장개방, 국제규범, 글로벌 거버넌스」, 『한국언론정보학보』, 35권, 한국언론정보학회, 2006, 8쪽.  7)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등장한 것으로 영화의 경우 완전등급제의 도입, 등급외 전용관 설치, 관주도가 아닌 민간자율심의제 도입,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영화진흥기금 5백억원 이상 조성을 공약하였다. 경향신문 1997.12.23 17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 대선공약을 통해 본 새 정부 문화정책>.  8)영화진흥법의 제개정 이유로 “종합예술로서 국민정서와 문화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문화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부상되고 있는 영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영화업자등에 대한 제반 행정규제를 완화하며, 각종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여 자율적인 창작여건을 조성하고, 한국영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하며, 기타 현행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을 고시하였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http://www.law.go.kr)  9)이찬희, 앞의 논문, 29-30쪽.  10)영상물등급위원회, 『2014 영상물 등급분류 연감』, 2014, 512쪽.  11)“그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하고, 그 구성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예산으로 그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행정권이 심의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있어 검열기관에 해당 한다” (헌법재판정보 http://search.ccourt.go.kr/)  12)“영상물등급위원회는 법규명령을 발할 수 있는 행정관청으로서의 위원회이고, 그와 같은 성격은 현재에도 변함이 없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정보 http://search.ccourt.go.kr/)  13)김동현, 앞의 논문, 69쪽.  14)제29조(상영등급분류) ②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영화의 상영등급은 영화의 내용 및 영상 등의 표현 정도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분류한다. 다만, 영화 상영 전후에 상영하는 광고영화는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영등급을 분류 받을 수 있고, 예고편영화는 제1호 또는 제4호에 따라 상영등급을 분류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예고편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상영 전후에만 상영할 수 있다.<개정 2009.5.8, 2012.2.17.>  15)이미 음란물로 형법에 의해 기소된 바 있었던 장정일의 원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했던 <거짓말>은 영등위로부터 “미성년자와의 변태적 성행위 가학행위 등 묘사의 수준이 거의 포르노를 방불케 한다”는 사유로 2차례의 등급보류를 받게 된다. 김동현, 앞의 논문, 36쪽, 재인용.  16)영비법 제29조 제2항 5호. 제한상영가 :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 제33조 (제한상영가 영화의 광고⋅선전 제한) 제한상영가 영화에 관한 광고 또는 선전을 하는 자는 그 광고 또는 선전물을 제한상영관 안에 게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당해 게시물이 제한상영관 밖에서 보이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3조 (제한상영가 영화의 상영 및 유통 제한) ① 누구든지 제한상영관이 아닌 장소 또는 시설에서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누구든지 제한상영가 영화와 동일한 영화를 비디오물 등 다른 영상물로 제작하거나 그 제작된 영상물을 상영⋅판매⋅전송⋅대여하거나 시청에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제한상영관에서는 제29조 제2항제1호 내지 제4호의 규정에 의한 영화를 상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4. 제한상영가 등급을 둘러싼 쟁점

       1) 제한상영가 등급의 검열성

    ‘검열’이라는 판결 아래 등급보류제도가 폐지되고 뒤이어 새롭게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상영가는 여전히 ‘검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 논란의 쟁점들로는 제한상영관 부재의 문제, 등급분류에 있어 음란물⋅유해물 판단의 명확한 기준의 문제, 영등위 구성과 중립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으며, 홍보 역시 제한상영관 내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가 유일하게 상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소인 제한상영관은 현재 한 곳도 운영되고 있지 않다. 2002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6개의 제한상영관이 개관했지만 수익성의 문제로 모두 폐업하거나 일반 상영관으로 전환되었다.17) 제한상영관의 부재로 상영이 불가능하고, 광고, 선전, 비디오물 및 타 영상물로의 유통마저 원천봉쇄되는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의 현실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관객의 관람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다.

    2002년 처음으로 영화 <죽어도 좋아>가 2차례에 걸쳐 제한상영등급을 받자, 영화계는 즉각 제한상영가 등급의 검열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 이 작품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등급심의과정에서 구강성교와 성기 노출이 포함된 7분간의 장면이 문제가 되어 논란 끝에 영등위로부터 한국영화 최초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한 영화계의 격렬한 반발은 성명서 ‘영화 <죽어도 좋아> 재심에 부쳐-영상물등급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의 발표, 조영각을 비롯한 영등위 위원 3인의 사태로 이어졌고, 2002년 9월 25일 영화감독과 배우 등 문화예술계인사 212명은 당시 영등위 위원장의 사퇴와 영등위의 자율성 확보, 투명한 위원 선임 절차와 심의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개혁을 위한 문화예술인 선언’을 발표하였다.18) 이후에도 계속된 문화계의 영등위에 대한 비난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죽어도 좋아>에 대한 제한 상영가 등급 판정은 철회되지 않았다.

    결국 <죽어도 좋아>는 문제가 되었던 해당부분을 어둡게 처리하는 색보정 절차를 거쳐 재심의를 받아,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그 해 겨울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었다. 제한상영관 부재로 인한 삭제, 수정의 자체 검열의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10년에는 본격적인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악마를 보았다>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수정, 재등급분류를 거쳐 개봉을 하였으며, 영등위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총 13편의 영화 (한국영화 5편, 외국영화 8편)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뫼비우스>, <홀리모터스> 등의 작품이 삭제와 수정을 거쳐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는데, 영등위는 이 과정에서 일어난 소요와 논란에 곤혹스러움을 표시하면서 정부와 영화계가 합심하여 제한상영관 문제를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19) 영등위가 작금의 제한상영가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지속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나 제도의 검열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2) 등급분류기준의 명확성 문제

    제한상영가 등급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증폭되면서, 2008년 7월 31일 헌법재판소는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과 관련한 위헌소송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2007헌가4 전원재판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천국의 눈물>에 대해 “영화의 내용 중 발기된 남성 성기의 구강섹스, 속까지 보여주는 여성 성기 및 발기된 남성 성기의 노골적 노출, 발기된 남성 성기의 확대장면, 예수 그림 속의 음모노출, 남녀가 나체로 누워 있는 장면 등 섹스장면의 리얼함이 여과 없이 묘사되어 있고, 전례 없이 노골적인 표현으로 판단된다.”20) 는 이유로 제한상영가등급으로 분류하였다. 영화 수입사가 제기한 영화진흥법 제 21조 제3항 제5호 등에 대한 위헌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위 규정들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음을 인정하였다. 즉,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규정이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매우 중요한 규정임에도 명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상위 법률이 아닌 영등위 규정에 위임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가 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 직전인 2006년 4월 국회는 영화진흥법을 폐지하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을 제정하여 종래 영화진흥법에서 정한 내용들을 흡수하여 규율하게 하였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당해 영화진흥법 규정들이 위헌결정으로 인해 효력을 상실할 경우 발생할 법적 공백상태를 우려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영비법에 대해 2009년 12월 31일까지 새 입법을 마련하도록 주문하였다.

    이에 따라 영비법 시행령에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고 영등위의 등급 분류기준 또한 전면 개편되었다. 하지만 문제되었던 제한상영가 등급은 존치시키고, 명확성의 원칙 위배를 보완하기 위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각 등급마다 세부요소를 단계적으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주요 고려 요소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총 7개이다. 제한상영가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세부요소를 정하고 있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일정한 조직을 갖추어 영화 등에 대하여 시장에 유통되기 전에 정보제공이나 청소년 등에 대한 지도를 목적으로 등급분류제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하나, 사전적으로 이루어지는 등급분류제의 설계와 체계구성에 있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사전검열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더군다나 비록 영등위의 분류기준이 세부화 되었다고는 해도 분류심사 자체가 위원회 구성원들의 주관적 가치관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그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기준을 정함에 있어 주제, 대상, 언어, 폭력, 신체노출, 성행위, 범죄행위묘사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고 그 묘사 정도를 감안하여야 하는데 누가 보더라도 뚜렷이 그 선을 그을 정도로 명확히 법률에 판단기준을 만드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21) 그러므로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지적되었듯이 법률에는 등급분류의 고려요소 및 기준의 대강을 명시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영상물등급 위원회의 등급규정에 위임하여야 할 것이나, 현재의 법률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히 규정할 필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유통 과정상의 규제로 제한상영가 등급 영상물의 확산을 막고자 하는 규정에도 무조건적인 전면 금지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비록 제한상영관 내에서만 이라고는 하나 제한상영가 영화의 상영을 허가하면서, 2차 산물인 동영상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각종 매체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매우 커진 현대의 급변하는 환경에는 다소 어긋난 규정일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금지조항을 어기는 경우의 처벌은 표현의 자유의 예외적 대상인 ‘음란물’에 대한 형법상 처벌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의 예술성과 선정성 등 유해함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음란물에 대한 법규와 사회적 인식 간의 괴리22)를 고려할 때, 아직 우리 사회는 ‘음란물’, ‘선정성’ 등의 기준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개별 사건에 있어서의 단발적인 투쟁이나 논쟁을 넘어 표현의 자유 규제에 대한 활발하고 지속적인 토의와 논의를 통해 사회 전반이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필요가 있다.

       3)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자율성과 중립성의 문제

    영상물 등급분류와 관련한 여러 차례의 헌법소원의 판결은 현재 영등위의 그 기능면에서 행정기관으로서의 위치하고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태생적으로 완전한 민간기구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행정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구성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현재 등급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현행 영비법 제73조 제2항은 앞서 제시한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나 관점을 외면한 채 오직 ‘대한민국예술원법’에 의하여그 존립을 보장받는 대한민국예술원의 회장에 의한 독점적 추천권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의 자발적 단체, 영화에 출연하는 예술인단체, 영화를 연구⋅분석하는 영화평론가 단체, 학문적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 관련 학회, 청소년 보호 관련 단체, 교원 단체, 학부모 단체, 법률전문가 단체 등, 제도와 관련된 여러 층위의 단체들에 추천권이 고르게 안배 되어야 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위원의 자격에 있어 성별, 연령 역시 지금보다 균형 있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23)

    영등위의 역할과 기능, 등급분류제의 바람직한 개선을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들 또한 참고하여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는 영화등급분류제도가 국가가 아닌 영화업계 자율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장원칙에 의한 자율적인 등급분류를 하며, 심의를 거치지 않은 미등급영화들도 나름대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등급분류기관의 운영도 영상물을 규제하는 측면보다는 영상물에 대한 정보24)를 제공하고 수요자들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서비스기구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25)

    일본의 영화윤리규정관리위원회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업계의 자율적 등급심의기구로서 영화의 제작, 배급, 수입을 대표하는 20개사에 의하여 구성된 영화유지위원회가 설립한 기구이다. 제도에 의한 강제법률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윤리위원회로부터 등급수료증을 받지 못하면 어떤 형태로도 상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불법적 표현물로 인한 형법의 적용범위가 제작자뿐만 아니라 유통자, 판매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여 엄격하기 때문에 업계의 자율적 등급심의 역시 엄격한 편이다.26)

    프랑스는 정부주도형으로 분류되는데, 영상물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영화작품등급위원회는 행정관청인 문화부 산하 독립 기관인 국립영화위원회 내의 기관이다. 특징적인 것은 심의위원구성 중 영화업계(제작 및 배급자, 감독, 극장주, 비평가등)는 의무적으로 포함되지만, 청소년 기구의 대표나 추천자 중에서 선발된 18∼25세까지의 청소년 관객 4명으로 청소년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에 수정과 삭제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모든 등급을 부여하되, 미성년자가 보기에 과도한 폭력이나 과도한 선정성의 X등급의 경우는 전용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대한 중과세를 부과하여 영화산업의 재정 지원 자금으로 활용한다. 또한 작품이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T.B (Total Ban, 일부극장 상영 전면금지)조항을 두고 있다.27)

    영국의 경우 영화산업계가 만든 비정부기구인 영국영화등급국(BBFC)가 등급분류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의 제한상영가에 해당하는 ‘R18’ 등급이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R18’ 등급은 음란물 법이 금지하는 내용에는 미치지 않지만 성 묘사 등이 심한 영화들로, 제한상영관에서 18세 이상을 대상으로만 상영할 수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섹스숍(Sex shop)의 형태로 100여개의 제한상영관이 운영 중이다.28) 비디오물의 경우에는 지정된 성인용품점에서만 판매되고, 우편판매방식도 금지되는 등 유통에 대한 제한을 받고 있다. 만약 제작자가 등급에 불만이 있을 경우에는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영화상의 내용이 문제가 될 때는 법에 의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각국의 영화등급제 시행의 주체와 양상은 특유의 정치,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 제한상영가 등급제는 타국의 제도보다 더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에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개선은 필요하다. 그리고 바람직한 개선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고찰, 토론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다.

    17)김동현, 앞의 논문, 40쪽.  18)김동현, 앞의 논문, 46-47쪽.  19)영상물등급위원회, 앞의 책, 52쪽.  20)박창석, 앞의 논문, 48-49쪽.  21)박창석, 앞의 논문, 51쪽.  22)현행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음란물’에 대한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며, 음란물임을 판단하는 주체와 기준 역시 모호하다. ‘노골적 성표현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표본조사, 설문을 통해 정리한 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들이 ‘노골적 성표현물’에 대해 허용의 태도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음란물에 대한 부정적, 규제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도 청소년에 대한 해악을 이유로 들고 있으며, 음란물이 성인 혹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조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실제 형법의 음란물 규정에 대한 인식 혹은 지식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결과는 현행 형법의 음란물 규제 법규와 현실의 괴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은경, 「음란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률 규정간의 부정합성 연구」, 『형사정책연구』, 2008, 133-165쪽.  23)박창석, 앞의 논문, 53-54쪽.  24)미국에서의 등급분류의 특징은 학부모가 아이들에 대해 책임지도를 한다는 전제하에 학부모에게 어떤 영화를 보면 되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무엇인지 사전에 안내해 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위수, 「영화등급제와 표현의 자유」, 세계헌법연구 제8호, 2003, 72-73쪽.  25)이찬희, 앞의 논문, 40쪽.  26)박창석, 위의 글, 36쪽.  27)원미란, 「영상물등급제도 및 기구의 변천과정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국민대학교 종합예술대학원, 2012, 59쪽.  28)박창석, 앞의 글, 35쪽.

    5. 결론

    IMF 이후 한국사회의 변동을 설명할만한 단 하나의 단어를 선택하라면 ‘자유’를 들 수 있다. 자유란 본래 양가적인 것이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대신 보호 받기는 어려우며, 결과에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세계 자유경쟁시장에의 편입으로 인해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 한국사회 역시 자유의 양면성을 여과 없이 경험하게 되었다. 이때 마주한 ‘자유’는 강자, 약자의 구분 없이 한 울타리 안에서 능력껏 경쟁해야하는 비정한 현실이었다. 자의, 타의 불문하고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자유경쟁의 논리, 최대의 이익을 올리기 위한 자본의 논리가 대입되었다. 그 결과 경쟁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 모든 것을 간편하게 수량화할 수 있는 화폐 가치로 가치평가를 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사실 거듭되는 통제와 그에 대한 반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아래서 자유에 대한 열망은 언제나 뜨거웠다. 이것은 평등을 전제로 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의 추구였고, 이러한 민주화에 대한 갈급은 점차 성과를 보여 IMF 경제 위기 직전까지도 점진적으로 민주화를 달성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인해 급격하게 유입된 ‘자유’의 개념, 즉 시장자유화를 민주화와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오류가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장 개방이 가져온 가중된 경제 불평등의 결과가 민주화와 평등을 염원하던 한국 사회의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사회의 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영화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탈규제, 세계화라는 기조를 유지한 채 민주화의 요구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가는 한편, 산업 진흥을 위한 시장 개방 및 육성 정책을 동시에 실행하였다. 이러한 상황 아래 계속되어 온 영화등급분류제도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사회 전반의 자유에 대한 쟁점과 모순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IMF 이후 한국영화 검열 제도의 폐지와 등급분류제의 변천과정은 자유화와 개방화 정책의 시의에 따라 민간자율기구를 발족하고, 기존 검열기구의 성격이 잔존하고 있다는 제도상의 태생적 한계를 논란 속에 하나하나 개선해 가는 과정이다. 영화의 파급력과 사상 표현 수단으로서의 중요성이 큰 만큼, 2000년대 한국영화계 혹은 영화를 둘러싼 논의와 헌법소원 사건 등이 특정 가치관 변화를 주도하거나 발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은 과정 중에 있으며, 영화등급제의 제한상영가 등급과 관련한 검열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등급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영등위의 자율성을 확보되어야 하며, 훗날 정부의 관할을 벗어나 민간의 자율적 심의로 권한이 이관되기 위한 충분한 법적,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특정 사건에 대한 영화계 및 관련 단체의 대응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의 각 분야와 현장에서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의 문제에 대한 성숙한 토론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바람직 할 것이다.

    영화의 표현의 자유는 다른 의견과 감정 표현의 수단에 의한 자유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지켜져야 한다. 사회 풍속을 저해하고 사회구성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음란물에 대한 형법적 제제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법률상 음란물에 대한 해석을 좀 더 명확하고 구체화한다면 제한상영가 등급의 폐지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즉,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제작자에게 윤리적,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근거 법률의 개정과 같은 법리적 과정만 해도 정치계, 영화계의 합의 등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등위의 과제는 순수민간자율기구로서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조직구성을 재정비하고 표현의 자유의 침해가 최소한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등급 분류 기준과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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