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 사례 연구* - 전라북도 10대 어젠다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

A Case Study on the Method of Setting Manifesto Agendas in Jeonb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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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이 논문은 2014년에 도출된 전국 17개 시・도별 10대 어젠다 중 기존의 어젠다 개발 방법론상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한 전라북도 지역의 어젠다 개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시민 어젠다 개발의 질적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전라북도 지역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초 111개의 어젠다를 도출한 후, 이를 델파이조사와 AHP 기법으로 축약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방식을 적용했다. 이런 진일보한 조사방법의 적용은 전북 지역의 10대 어젠다가 다른 지역들과 차별화된, 시민의 생활의식이 보다 잘 반영된 어젠다로 도출되게 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방법론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방법론을 창출하기 위한 일련의 학문적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의의를 지닐 수 있다.


    This paper aims at contributing to the development of more advanced method of civil agenda-setting. Among 17 cities and provinces in which 10 major civil agendas were set in 2014, the Jeonbuk research team differentiated itself from the others by adopting a new way to figure out a solution to the problems that conventional methods of setting agenda have. In this new procedure, 111 Agenda was selected in the first place through gathering extensive opinions of citizens and experts. Then, using Delphi and AHP methods, 10 most significant agendas were chosen and prioritized according to their importance. This method was a great step forward which could better reflect the citizens' opinion in the agenda-setting.

  • KEYWORD

    매니페스토 , 시민어젠다 , 지방선거 , 전라북도 , 델파이 , AHP

  • Ⅰ. 머리말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올해로 23년째가 되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아직도 정책대결이 제대로 펼쳐지기보다는 조직과 돈에 의존한 혼탁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선거전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정책선거나 정치개혁 등이 표방되다가도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온갖 종류의 조직과 금권이 동원된 혼탁 선거가 재발한다. 이런 후진적 선거문화는 당선된 단체장들의 부패와 비리의 원인이 되며 지방정치에 대한 주민의 신뢰 또한 무너뜨리고 있다. 그런데 유권자들 역시 정치의 바람직한 변화를 희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학연, 혈연, 지연 등 연고주의에 사로잡혀 투표권을 행사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를 탈피하지 못해 정책선거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지방선거가 민주정치발전에 올바로 기여하고 건전한 주민의사의 발현 과정으로 거듭나려면 정책선거의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선거 문화를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고 선거를 통한 시민참여의 확대와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확산돼왔다.

    이런 관점에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한국형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은 종래의 부정적 선거행태를 벗어나 유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유도하고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선거문화를 정책선거로 전환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는데, 그 취지는 기존의 한국 사회가 갖고 있던 선거풍토를 매니페스토를 통해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를 발판으로 고질적인 정치문화를 개혁하자는 것이었다(김영래, 2006). 이러한 매니페스토 평가가 선거에 도입됨으로써 정책선거 문화의 기틀이 마련되었고, 다양한 어젠다와 평가지표가 개발되는 등 관련 활동의 내연과 외연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이루어진 대부분의 정책 어젠다 개발은 전문적인 식견을 종합하여 숙고되고 합치된 의견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피상적인 설문조사만을 실시함으로써 주로 현안 위주의 근시안적 어젠다를 제시하는데 그쳤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는 무엇보다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단기간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방식이 자칫 숙고되지 않은 미시적 요구사항을 여과 없이 반영하거나 심지어 비현실적인 정책을 그대로 채택하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따라서 매니페스토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일반인들의 제안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여과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 논문은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지역 어젠다를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2014년 지방선거(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17개 시·도 매니페스토추진협의회가 제시한 10대 시민정책 어젠다 사례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라북도 지역의 어젠다 개발은 초기 개발과정에서부터 기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한 사례로 평가받았다(한국정책학회, 2014).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가 도출한 전북지역 10대 시민정책 어젠다가 기존의 방법론과 다른 어떠한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구체적인 어젠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전라북도가 새롭게 적용한 방법론을 통해 도출된 지역 어젠다들이 시민의식의 패러다임 변화를 얼마나 더 잘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들이 다른 지역의 어젠다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기존의 시민 어젠다 개발 방식이 지닌 문제점을 드러내고 방법론적 진화 필요성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Ⅱ. 매니페스토 시민어젠다와 조사방법

       1. 매니페스토와 시민어젠다 운동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 choice theory)에 따르면,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후 정책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고려해 자신의 정책적 위치와 가장 가까운 후보자에게 표를 던진다. 자신과 가장 유사한 정책적 입장을 가진 후보자의 당선이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가치와 정책을 실현시키게 되는 이익의 극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해 명확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의 충족을 위해 유권자는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의 정책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Downs 1957; Enelow and Hinich 1982; Rabinowitz and MacDonald 1989; Iversen 1994).

    매니페스토는 1834년 영국의 보수당 수장이었던 로버트 필(Robert Peel)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주로 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 당선 이후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김영래, 2007). 매니페스토의 어원인 이탈리아어 매니페스투스(manifestus)는 과거를 솔직히 반성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명백하게 밝힌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니페스토는 변화의 약속을 명백히 선언하는 것으로서, 정치계에 만연된 거짓말과 그에 따른 신뢰 부재를 시민사회 주도로 바꾸어 내려는 정치개혁운동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한 제도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는데, 1906년 노동당이 매니페스토를 문서화한 후 영국에선 총선 때마다 주요 정당들이 매니페스토를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1997년 토니 블래어(Tony Blair)가 이끄는 노동당이 18년만에 집권할 당시 매니페스토공약을 체계적으로 발표한 것을 계기로 매니페스토는 전세계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매니페스토는 본질적으로 선거공약인 바, 사후 평가제도의 정착을 통해 대의제의 한계를 타파하고 시민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매니페스토의 기획에서부터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들을 수렴하여 이를 정책안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의 매니페스토 운동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지방정치를 대상으로 한 로컬 매니페스토는 국정에 관한 매니페스토 정치와 상호보완 기능을 수행하며, 지방분권과 지방개혁 추진의 도구로서 시민의식교육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지방분권과 지역주권의 시대에서 매니페스토는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변화시킴으로써 지방정치의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매니페스토 운동의 발전과 함께 공약에 대한 평가방법의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일반적으로 선거 시 후보자나 정당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평가와 당선 이후 공약의 이행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개발이 주를 이루었다(김미경, 2010; 김상묵 외, 2007; 김영래, 2007; 김욱, 2008; 소진광, 2009; 송근원, 2006; 엄기홍, 2008; 오수길, 2007; 이현출, 2010; 임성진, 2011 등). 최근 들어 매니페스토를 공약의 작성에서 이행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정책 사이클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함께 만들어(We Plan) 함께 실행하고(We Do) 함께 평가해서(We Check) 함께 행동하는(We Action) 공동체적 차원의 접근방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김영래・이현출, 2006; 이광재, 2010).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수동적 매니페스토 접근 방식을 벗어나 시민이 초기부터 직접 참여해 올바른 정책수립과 이행을 주도하는 시민참여형 매니페스토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매니페스토의 작성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매니페스토 시민어젠다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6.2 지방선거)에서였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으로 ‘2010 시민매니페스토?추진본부’가 각 시·도별로 발족하였고, 지역별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각의 지역 어젠다를 조사 발표하였다(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 추진본부, 2010).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여론조사와 델파이조사 그리고 심층토론의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했다는 점에서 매니페스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걸로 평가받고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0).

    이러한 시민어젠다 제안은 지역적 특성과 현안에 근거한, 지역주민이 아래로부터 요구하는 정책 어젠다를 조사, 개발하여 주민의 생활정치 관련 요구사항을 지역발전의 관점에서 정치권에 제시하는 운동이다. 이 같은 활동은 시민의 자치능력을 향상시키고 유권자와 정치권의 정책에 대한 이해와 책임성을 높여 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방정치의 방관자로 소외되어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전락한 시민들에게도 새로운 희망과 정치참여의 길을 열어준다. 이 운동은 또한 직접적이고 민주적인 선거참여 시스템을 제안하고 확산하려는,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2. 시민어젠다 개발 방법론의 비교 검토

    시민어젠다에 대한 개발은 이번 민선6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이루어져,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각 지역별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협의회가 구성돼 ‘10대 시민정책 어젠다’가 조사·발표되었다. 한국정책학회는 이러한 지역 어젠다들을 취합해 ‘4개 권역별 지역이슈 탐색’이라는 주제로 심층 분석을 진행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지역별 어젠다 조사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졌다(한국정책학회, 2014).

    방법론적 관점에서 볼 때 2010년의 어젠다 개발이 탐색적 연구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면, 2014년의 어젠다 개발은 이전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한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민 어젠다를 개발·확산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비해 조사 방법론에 있어서는 이전 방식과 비교해 크게 진전된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어젠다 개발이라는 방향성은 일관되게 잘 고수되었으나 어젠다를 개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이다(한국정책학회, 2014).

    시민정책 어젠다의 올바른 조사·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젠다 개발 방법론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각 지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론이나 표준적인 매뉴얼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하고 그 위에 지역적 특수성을 가미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 큰 틀의 방법론은 보편적으로 제시하고 세부적인 적용 기법들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의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은 이에 대한 고민을 담지 못한 채 각 지역에 무제한적인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의 방법론적 진일보를 성취하는 데 한계를 노정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역에서는 기존의 방법론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났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실시한 ‘기존공약 및 문헌검토’를 ‘어젠다 공모’로 대체하였고 심층토론과 전문가 설문조사를 묶어 10대 어젠다를 도출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런데 경기도의 이러한 시도는 시민여론조사와 델파이조사의 병합 활용이라는 방법론에 색다른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객관성과 적정성을 담보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충청북도, 충청남도, 제주도 역시 부분적인 변형을 시도했는데, 이곳에서는 델파이조사 없이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델파이조사를 심층토론 및 FGI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것이 시민여론조사와 델파이조사의 병합 활용이라는 통상적 방법론보다 더 진일보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델파이조사 없이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시민여론조사와 델파이조사의 병합 활용이라는 방법론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델파이조사를 심층토론 및 FGI로 대체하는 방법 또한 델파이조사를 실시하는 것보다 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FGI는 심층토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측면도 고려될 부분이다.

    이밖에 광주광역시에서는 예산 검증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적용했는데, 이것을 학문적인 연구방법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리고 어젠다를 제안하는 단계에서 예산을 검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든다고 하겠다.

    이러한 부분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들에 비해, 전라북도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17개 시·도 중 15개 시·도)에서 활용한 시민여론조사를 활용하지 않은 대신, 기존공약과 문헌에 대한 검토, 시민 어젠다 토론회, 전문가 심층토론 등을 통해 111개 어젠다를 선택한 후, 이것을 가지고 델파이조사를 실시하여 1차에서 41개, 2차에서 10개의 어젠다를 간추리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AHP 기법을 통해 10대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도출함으로써 방법론적 측면의 타당성을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이 방식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AHP 기법을 최종 단계에서 활용함으로써 10대 어젠다의 우선순위 결정에 있어 자의성과 주관성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고 객관성과 타당성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0대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비율척도로 나타내고 이를 정량적인 형태로 보여주기에는 델파이조사의 한계가 뚜렷하고, 시민여론조사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쌍대비교를 통한 순위결정 방식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전라북도 10대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 과정과 결과를 보다 자세히 검토함으로써 종래 방식들의 방법론적 한계들을 개선하고 시민의 의사를 보다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론적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Ⅲ. 전라북도 지역의 어젠다 개발 방법론

       1. 전북의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 방법론 개관

    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2014)의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 과정을 개괄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첫째, 한국정책학회의 어젠다 개발팀을 구성하여 종래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들을 분석하고 유형화하는 한편, 그동안 제시되지 않은 시민정책의제들을 발굴하기 위한 기초 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정치학, 정책학, 행정학, 경제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언론인, 교육자, NGO, 사회활동가, 청년대표, 여성대표 등으로 구성된 공약분석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를 통해 조사할 어젠다 항목들을 확정하고, 이를 10개 분야의 대분류로 나누고 각 분야별로 소분류 항목들을 배열하였다.

    둘째, 단순 시민여론조사를 지양하는 대신 시민사회단체 및 일반시민들이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는 대안적인 통로를 만들기 위해 어젠다 수렴 시민토론회와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통한 어젠다 제안 등을 수집했다.

    셋째, 이렇게 모아진 어젠다들을 111개의 어젠다로 간추려 전문가 델파이조사를 실시하여 1차 조사에서 41개, 2차 조사에서 10대 어젠다를 도출했다.

    넷째, 도출된 10대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AHP 기법을 활용하였다.

    다섯째, 우선순위가 결정된 10대 어젠다의 개별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다시 심층토론을 거쳐 세부 의제를 확정하였다.

    이와 같은 어젠다 개발 과정 중 전문적인 조사방법론에 해당하는 델파이조사와 AHP 기법에 대하여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고자 한다.

       2. 델파이 조사

    델파이(Delphi) 조사는 기존 자료 부족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거나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하고자 할 경우 전문가 집단의 의견들을 조정·통합하기 위해 쓰인다. 추정하려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 다수의 판단이 소수의 판단보다 더 낫다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에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델파이 기법을 활용한 조사는 동일 참여자에게 수차례의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제1라운드 이후의 설문조사는 전회의 설문결과에 대한 보고와 함께 지난번 응답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하는 등 질문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참여자들의 의견이 소수로 수렴하거나 혹은 의견 차이의 양상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 때문에 대체로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라운드도 총 3회 이상에 걸쳐 실시하는 등 의견 차이를 좁히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경향을 띤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다양한 관련 전문가 그룹의 의견수렴과 토론을 통해 예비조사 및 1차 조사에 해당하는 과정을 사전에 거침으로써 일반적인 제2라운드 및 제3라운드 조사 두 차례만 실시하는 것으로 델파이 조사를 효율화하였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제1라운드 델파이 설문은 이와 같은 예비조사 및 1차 조사에 해당하는 과정을 통해 추출된 111개의 어젠다에 대한 중요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분석을 위해 <표 2>와 같이 10개 분야로 조사 분야가 유형화되었다. 지방자치·정치행정개혁 분야와 안전·방재 분야를 따로 나눈 것이 특색이고, 지역경제 분야에서 농산어촌 분야를 분리하고 사회복지 분야도 의료·복지 분야와 여성·청소년·다문화 분야로 나누어 주민생활 밀착형 분류가 시도되었다. 환경·에너지 분야를 하나로 묶어 분류한 것도 특색이 있고, 도시계획·개발 분야, 교육 분야, 문화·환경 분야의 명명과 분류에 있어서도 종전과의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델파이 설문에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은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의 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에서 추출하고 연구팀이 보완한 150여명이 최초 선정되었다. 이 중 57명의 전문가가 응답을 보내왔고, 무효 응답자(전체 항목 중 10개 이상 체크한 사람)가 4명으로 나타나 유효 표본은 53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들은 정·관계 인사 10명, 언론계 인사 8명, 학계 15명, 시민단체 10명, 산업(경제)계 인사 10명으로 나타났고, 연령대 분포도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제1라운드 델파이조사는 2013년 12월 29일부터 2014년 1월 4일까지 실시되었으며, <표 3>과 같이 41개의 어젠다가 간추려졌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제2라운드 델파이조사는 2014년 1월 9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되었다. 총 53명의 제1라운드 유효 응답자 중 32명이 응답을 보내왔다. 이들은 정·관계 인사 7명, 언론계 인사 5명, 학계 8명, 시민단체 7명, 산업(경제)계 인사 5명으로 고르게 분포되었으며, 전문가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연령대도 분포도 비교적 고른 편으로 나타났다. 제2라운드 델파이 조사결과는 <표 4>와 같이 나타났다. 제1라운드 조사에서 선별된 41개의 어젠다 항목들 중 상위 10개의 어젠다가 제2라운드 조사를 통해 선별된 것이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문제는 이 순위가 항목별 응답 빈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중요도 점수 기준으로 했을 때 달라진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이것만으로 10대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응답 빈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 동률 순위가 다수 발생하는 문제가 있고, 중요도 점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특정 항목이 5위에서 3위로 올라가는 문제도 있다. 결국 타당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는데, AHP가 그 해법으로 선택된 것이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3. AHP 기법

    AHP 기법은 상대적 중요도를 체계적으로 비율척도화하여 정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구성요소들을 계층적 순서로 배열하고 상대적 중요도(relative importance)를 할당할 수 있게 해준다(오재록, 2014). AHP 조사는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의 평가로 이루어진다. 대체로 10명 내외의 전문가들로 평가집단이 구성되는 게 보통인데, 이번 조사에서는 정·관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산업(경제)계 인사 20명을 대상으로 보다 폭넓게 실시되었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20명의 전문가 중 3명의 응답은 비일관성 비율이 0.15 이상으로 나타나 분석에서 제외되었고, 최종 표본은 17명으로 간추려졌다. 이들은 종사 분야와 연령대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는 2014년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이루어졌으며, 각 어젠다 항목별 우선순위 값은 <표 5>(평균)와 같이 나타났다.1) 이를 알아보기 쉽게 순위별로 재배열하면 <표 6>과 같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1)이 조사의 목적은 10개 항목의 순위를 구하는 데 있으므로, 쌍대비교 값만 변별하는 것으로 갈음해도 무방하다.

    Ⅳ. 전북지역 10대 시민정책 어젠다2)

       1.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012년 26%로 전국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전북의 1인당 개인소득(명목)은 11,479달러로 전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불과하며, 경제성장률도 13위에 머문다. 최근 인구증가율, 도로율 등 8개 지표를 토대로 지역별 낙후도 순위를 매긴 조사 결과에서도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5위에 랭크된 걸로 나타났다(전북도민일보, 2013). 낙후된 지역발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라북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경쟁력 있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며 지방 자율적 분권이 필요하다(임성진, 2013; 금창호·최영출, 2013). 이와 더불어 지역 내 균형발전정책도 절실히 요구된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2. 지역순환형 지속가능한 지역개발계획 수립

    양적 성장과 에너지 소비구조는 끊임없이 외부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막대한 액수의 외부 자금의 지속적 유입에 의존하게 한다. 이는 지역이 보유한 자원의 생산력을 위축시키고 지역에서 발생한 이익을 외부로 유출시키는(전북의 경우 매년 17.4%) 악순환을 반복하게 하고, 지역의 자생적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갈수록 어려워지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서 지역의 자원과 에너지를 이용하고 거기에서 얻은 이익을 다시 지역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자원의 생산과 경쟁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지역발전은 지역의 자원과 자본이 선순환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며, 분산적이고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를 띨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조직화되지 않은 생산자, 소규모 지역공동체의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를 협동과 상호연대의 경제시스템으로 조직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김학실, 2013). 이를 통해 생산의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 지역 내 선순환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3. 사회안전망 체계 구축 및 관리시스템 강화

    사회안전망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기상재해, 각종 전염병의 출현과 확산, 학교 폭력 등, 대상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안전망에 관한 현재의 정책들은 대부분 예방적 차원에서 마련된 조치라기보다는 반복적 혹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에 대한 사후처리식 대처만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사전예방적 대비방안의 마련이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

       4.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확대 및 사회활동 참여 증진

    저출산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중장년 여성이 참여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2010년 말 기준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3%에 불과하며, 이를 이용하는 아동의 비율은 10.8%에 그친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여성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90일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남성도 1년간 육아휴직과 5일간 배우자 출산휴가제도가(3일간 유급)가 있으나 이용률이 매우 낮아 실효성이 거의 없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확대와 사회활동 참여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윤향미 외, 2013).

       5. 기업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강화

    전라북도에 따르면(2012년 기준), 지역 내 총생산은 38조여 원으로 전체 GDP의 3.0%, 지역 내 총생산 증가율은 –0.6%, 1인당 생산은 18,878달러(전국 평균 22,627달러), 지역주민 총소득 30조 원(전국 1282조 원: 전국의 2.4%), 1인당 개인소득 1,315만 원(전국 평균 1,477만 원)에 그친다. 전라북도의 경제적 성과가 매년 17.4% 가량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기업을 유치해 어떠한 내용과 방향의 지역경제 발전계획을 수립하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경제를 선도할 새로운 동력에 해당한다. 농업·생명을 기반으로 농촌진흥청과 연계된 미래형 산업 창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와 연계된 금융지원형 산업 육성, 새만금개발청의 신설에 따른 내실 있는 내부개발과 기업유치 등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동체비지니스와 공동체창업, 로컬푸드 협동조합 등과 같이 내생적 경쟁력을 키우면서 외부의 연계산업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6. 무분별한 도시개발 지양을 위한 제도 및 주민참여형 도시계획 수립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개발 과정에서 해당 지역주민이 배제된 채 이루어진 개발방식은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야기하며 개발이익은 외지 기업과 자본가에게 돌아가고 원주민은 주택가격 상승, 원도심 경기침체 등으로 피해를 겪고 있다. 도시계획 및 개발에 대한 정책수립, 결정, 평가의 전 과정이 주민주도형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주민과의 소통과 참여가 보장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도시개발에 주민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상설 공간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세운 도시정책은 성장과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집행된 결과 도시는 외연적 확장 속에 도심공동화와 자연녹지의 지속적인 훼손에 직면해 있다(주효진·조주연, 2012). 또한 특정 도시의 독주적 성장과 주변 도시 및 농촌의 인구유출에 따른 소도시와 농촌의 붕괴가 이어졌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적 개발방식을 끊고 선순환적 개발과 대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균형발전적인 계획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7. 농산어촌 경제 활성화의 체계적 구축

    농산어촌은 불균형적 발전에 따른 지역낙후, 인구감소 및 기반시설 미비로 이어지는 총체적 도농간 양극화에 직면하고 있다. 생산기반의 강화, 안정적 생활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정주체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수산물은 생산되더라도 계절성과 장기저장의 어려움 등에 의해 배추파동과 같은 시장실패 현상이 발생하기 쉬워 생산자인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로컬푸드의 공공급식 조달은 농업생산과 생산자공동체 조직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마을주민이 출자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community business)을 체계적으로 지원·활성화하고, 개별적인 마을사업들을 서로 연결해 상호 순환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8. 정부·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우대 및 할당제

    2013년 지방대 육성법에 따라 정부는 5·7급 공무원 시험과 공공기관 취업자의 일정 비율을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하게 하고 있다. 5급 공무원은 20% 이상, 공공기관은 3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채용하는 게 골자다. 전라북도와 시·군 역시 이 제도를 도입하여 자기 지역 인재를 자기 지역에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혁신도시에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지역인재채용 비율(30%)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므로 전라북도 차원에서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전라북도에 지사가 설치된 공공기관도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9. 지역대학 위기에 따른 대책 수립

    지방대학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대학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산업계가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산업 등을 고려한 대학특성화 분야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학교기업 운영 활성화를 통한 창업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유도하여 전라북도 지역에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평생학습시대에 부응한 다양한 평생교육 수요를 지역대학으로 흡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규 학위과정 뿐만 아니라 비학위 과정을 확대하는 선진국형 교육추세에 맞게 성인 및 재직자 대상 맞춤형 재교육 및 계속교육을 확대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한다.

       10. 지역문화 정체성 확립 및 한국적 문화도시 브랜드 강화

    전라북도는 무형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한 지역으로서 차별성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판매되는 상품은 저가형 제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음식점 등의 난립과 전통문화 콘텐츠의 부족으로 ‘거쳐가는 전북, 한번 들르고 마는 전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韓) 문화의 세계적 도약을 위하여 한옥, 한식, 한지 및 한글을 어디서나 쉽게 접하고 느낄 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들이 협력을 통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韓) 문화를 클러스터로 엮어 명소화한다면 과당경쟁을 피하고 ‘머무르는 전북, 다시 찾고 싶은 전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2)전북지역 10대 어젠다 내용은 저자들이 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2014)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였다.

    Ⅴ. 논의 및 맺음말

    2006년부터 시작된 ‘한국형 매니페스토 운동’은 전통적인 선거행태에서 탈피하여 유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유도하고 참여를 이끌어내 선거문화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기존의 어젠다 개발 방식은 일반시민 여론조사와 델파이조사에 치우쳐 객관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숙고되고 합의된 전문적 의견을 결집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그로 인해 자칫 근시안적이고 현상주의적인 어젠다 선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었고 시민 어젠다의 패러다임 전환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 논문에서는 시민 어젠다 제안 운동의 질적 발전을 위해, 2014년에 도출된 전국 17개 시·도별 10대 어젠다 개발에 적용된 방법론에 대한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방법론적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조사방식을 시도한 전라북도의 사례를 검토하였다. 전라북도 지역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걸러낸 최초 111개의 어젠다를 델파이조사를 통해 10개로 축약하였고, AHP 기법을 사용해 우선순위를 결정함으로써 다른 지역들과 차별화된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된 어젠다들은 지역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어느 정도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방법론을 통해 도출된 전라북도의 10대 어젠다는 시민의 의식변화를 보다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의 10대 어젠다에서는 전체적으로 개발과 SOC사업 위주의 성장전략 대신 주민 참여형 생활 이슈와 지역의 내재적 발전을 강조하는 정책 어젠다가 더 중요하게 꼽혔다. 구체적으로, ‘지역순환형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이 가장 관심이 높은 어젠다 중 하나(2순위)로 선정되었고, ‘무분별한 도시개발을 지양하기 위한 제도 마련’과 ‘주민 참여형 도시계획의 수립’, 그리고 ‘농산어촌 경제 활성화’가 상위에 포진하게 된 것은 다른 지역과 뚜렷이 구별되는 지점이다. 반면, ‘무역거점도시 육성’, ‘새만금 개발 사업 촉진’, ‘유통물류 경쟁력 강화’와 같은 기존의 개발 어젠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은 전라북도 10대 어젠다로 채택되지 못했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이러한 결과는 시민들이 이제는 지역발전전략이 기존의 외주 개발사업 중심에서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주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전라북도에서는 그동안 지속돼온 외형적인 경제성장형 개발이나 도시개발 정책이 도시의 외연적 확장 속에 서민경제의 침체와 도심 공동화, 그리고 자연녹지의 지속적인 훼손을 가져왔다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농촌의 인구유출로 인한 도시와 농촌의 붕괴 등 외형적 개발방식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의 자원과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하며 이를 통한 소득을 재투자하는 지역 순환형 발전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담겨있다. 이처럼 전라북도의 어젠다는 모든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지역의 균형발전에 관한 공감대의 형성과 어젠다 제시라는 새로운 변화가 파악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에는 최근 전라북도 지역에 활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협동조합이나 로컬푸드와 같은 사회적 경제 사례들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생산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경제활동 인구를 증가시켜 지역 내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점을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매니페스토정책선거 전북추진협의회, 2014).

    이러한 인식 전환과 어젠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종래 흔히 쓰여 왔던 시민여론조사와 델파이조사 병합 방식으로는 포착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라북도가 새롭게 제안한 어젠다 개발 방식은 방법론적인 의의를 지닌다. 특히, 어젠다 발굴의 첫 번째 단계부터 광범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시의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제나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협소한 항목들을 제외하고 재조정한 점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최초 111개의 어젠다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를 델파이조사와 AHP 기법을 통해 걸러내 10대 어젠다를 추려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시도는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조사방식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매니페스토 어젠다 개발의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할 점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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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10대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 방법론 총괄(17개 시·도 종합)
    10대 시민정책 어젠다 개발 방법론 총괄(17개 시·도 종합)
  • [<표 2>] 조사 분야의 유형화
    조사 분야의 유형화
  • [<표 3>] 제1라운드 델파이 조사 결과
    제1라운드 델파이 조사 결과
  • [<표 4>] 델파이 조사결과 상위 10대 어젠다(총괄 기준)
    델파이 조사결과 상위 10대 어젠다(총괄 기준)
  • [<표 5>] 10대 어젠다 우선순위 결정
    10대 어젠다 우선순위 결정
  • [<표 6>] 최종 10대 어젠다
    최종 10대 어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