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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박근혜 정권 시기 대체휴일제도의 형성 The Formation of “Substitute Holiday” during Park Geun-Hye Administrat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박근혜 정권 시기 대체휴일제도의 형성

This article analyzes the course of institution formation of the substitute holiday law which took effect since 2014. Through the lenses of discourse analysis and historical institutionalism, this article examines historical contingency, struggles and conflicts among diverse political powers, and the dynamics of politics emerged from discourses in the process of institutional formation of the substitute holiday law. The law was initially proposed by the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 and former Prime Minister in 2009 for invigorating the tourism industry. Though it was rejected by the ruling party, the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 and the firms who put more emphasis on labour productivity. The situation was changed along with the inauguration of President Park in 2012. With the increasing demand for economic democratization and an accidental opportunity of selecting major government projects given to each government department, the opposition party and the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 were able to enforce the implementation of the substitute holiday law. However, enactment encountered strong opposition by the firms as well as finance and administration departments. After a series of political conflicts and compromises, the substitute holiday law was finally enacted in the form of Presidential decree, not in the form of legislation. It is premature to predict the social results of the substitute holiday law, but taking into account that the law is implemented in the form of presidential decree, this article predicts that this institution would hardly affect the structure of long working hours, and besides increase polarization of free time.

KEYWORD
대체휴일제 , 제도형성 , 담론분석 , 역사적 제도주의 , 휴식 시간
  • Ⅰ. 문제제기

    대체휴일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추석에 대체휴일제가 시행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고 여러 언론들은 이에서 파생되는 여러 쟁점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언제, 며칠이나 쉬는지, 왜 누구는 쉬고, 누구는 못 쉬는지, 정치권의 생각은 어떠한지에 대한 보도들이 포털사이트들의 대문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노동시간이 짧고, 연·월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사람들이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휴식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일 년의 짧게는 하루, 길어봐야 고작 며칠인 것에 큰 관심을 기울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평균 2200여 시간에 달하는, OECD국가들 중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려온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휴식일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많은 이들이 일견 사소해보일 수도 있는 대체휴일제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체휴일제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누구의 주도로 어떻게 도입된 것일까? 과연 대체휴일제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자의 휴식시간 부족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완화시켜줄 수 있을까? 이 글은 박근혜 정권이 등장하면서 올해부터 시행된 대체휴일제도의 형성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명하려 한다. 사실 맑스(Marx, 2001)나 톰슨(Thompson, 1967)의 지적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시간의 문제는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고, 한국에서도 자본주의적 발전이 시작된 이래로 노동시간의 문제는 적지 않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에 반해 현대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 문제의 한 현상형태라고 할 수 있는 대체휴일제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대체휴일제라는 대표적인 한 제도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이 글은 현대 한국 자본주의 노동시간 문제의 한 측면을 제시하려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글은 대체휴일제의 형성을 하나의 사회적 과정으로 보고, 이것이 형성되는 사회적 계기들과 시행을 주도 혹은 저지한 행위자들의 담론과 갈등, 타협에 초점을 두어 이것이 제도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려 한다. 분석에 있어서 이 글은 역사적 제도주의와 문화정치경제학(cultural political economy)의 담론 분석의 통찰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제도의 형성과 전개에 있어서 역사적 상황조건과 우연성, 갈등과 권력의 다양한 작동을 강조하는 역사적 제도주의의 통찰과 더불어(Campbell, 2010; Thelen, 2010), 여러 세력들의 행위가 우선적으로 담론을 통해 중재되고, 이것이 다양한 행위와 전략으로 연결되며 제도들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문화정치경제학의 논점(Ji, 2013: 34)들을 준거로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글은 대체휴일제의 형성 동학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담론으로 중재, 변형되는 다양한 갈등과 권력에 강조점을 두고 분석하려 한다.

    이 글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2장에서는 분석의 기초를 이루는 제도형성과 담론에 대해 살펴보고, 3장에서는 대체휴일제도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들에 더하여 작금의 대체휴일제도 추진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의 서비스 산업 육성론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4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기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세력 간 담론의 정치학과 반대 담론의 관철, 제도화의 실패를 설명한다. 5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시기 대체휴일 제도화 재추진의 동학과 담론, 그리고 특정 담론의 관철과 잠정적 타협에 대해 논하며, 마지막 6장에서는 설명한 내용의 요약과 함께 제도의 형성으로 노동자의 여가시간이 늘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Ⅱ. 제도형성과 담론

    통상적으로 제도분석에서의 제도 개념은 피터 홀(Hall. 1992: 96-97)의 지적처럼 세 가지 수준을 포괄한다. 첫째, 정치와 경제의 기초적인 조직 구조를 다루는 수준과 둘째, 개별 국가의 국가 및 사회의 기초적인 조직 양상을 다루는 수준, 그리고 셋째, 개별적인 규칙이나 작동절차, 공공기관의 일상적 행위를 다루는 매우 구체적인 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대체휴일제라는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해명하려는 이 글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제도를 분석하는 것인데, 제도의 세 수준 중 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수준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제도의 형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제도 분석이 서구의 사회과학에 있어 중요한 학문적 흐름으로 대두된 이후, 그간 제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제도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형성과 변화, 재생산, 행위자, 결과에 대한 여러 중요한 학문적 성과들이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제도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두드러지게 관찰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이 글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제도형성은 그것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주제들에 비해서는 연구가 두드러지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여느 연구주제들처럼 제도에 대한 연구도 서구의 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되어 온 것인데, 서구에서는 사회가 과거 만들어진 다양한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운영되고, 합리화가 고도로 진척되었기 때문에 제도 형성 자체의 논리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제도형성의 논리에 대한 분석은 커다란 이론적 흐름을 준거로 포착할 수밖에 없다. 홀과 테일러(Hall·Taylor, 1996)의 지적처럼 1980년대 이후의 이른바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는 크게 세 가지 흐름 즉,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 사회학적 제도주의, 역사적 제도주의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이들은 각기 상이한 논리로 제도의 형성을 설명한다.

    우선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을 분석단위로 삼아서 개인 이익의 차원에 제도를 설명하는데, 이들에 따르면 개인은 제도를 통해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제도를 만든다. 즉 손익계산을 한 후 이익이라는 판단이 서면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학적 제도주의와 역사적 제도주의는 제도의 형성에 대해 상이한 설명을 전개한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새로운 제도는 제도로 가득 찬 세계에서 창출되고 채택된다는 가정 하에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이다(Hall 외, 1996: 953). 먼저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새로운 제도의 형성에 있어 기존의 제도들로부터 ‘빌려오는’ 요소들에 주목하고, 효율성보다는 해석의 과정과 사회적 정당성이 특정 제도의 채택에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역사적 제도주의는 제도형성에 있어 역사적인 우연성,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권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Campbell, 2010; Thelen, 2010).

    이 글은 이러한 접근들 중 역사적 제도주의의 통찰에 기반을 두고 논의를 전개한다. 몇몇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접근이 지나치게 의지주의적(intentionalistic)이고 기능주의적이며, 분석에 있어 균형을 상정한다는 문제가 있고(Hall 외, 1996: 952∼953),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역사적 우연성과 권력의 측면에 무심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제도형성에 대한 역사적 설명은 제도를 시간의 축에 따라 설명함으로써, 형성의 과정에 주목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건들의 연쇄가 만들어내는 동학은 물론 제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Mahoney, 2004: 88-90). 그리고 역사적 제도주의는 제도 형성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권력의 복합적인 작동과 구조적 차원과 상호작용하며 나타나는 행위자들의 전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연성 내지는 행위들의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낳는 제도의 다양한 양상을 잘 설명할 수 있다.

    대체휴일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하는 데 있어,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사회세력간의 쟁투, 권력흐름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담론이다. 그리고 담론 분석의 여러 가지 접근방식 중에서도 여기서는 문화정치경제학의 담론개념을 통해 분석을 전개한다. 주지하듯이 문화정치경제학은 정치경제를 사회적으로 배태된 그리고 역사적으로 구성된 과정들로 파악하는데, 이들에 따르면 정치경제적 대상과 범주들은 담론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주요 세력의 행위는 우선적으로 담론을 통해 중재되며, 이것이 다양한 행위와 전략, 제도들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다(Ji, 2013: 34).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제도의 역사적 형성은 담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진행되는 것인데, 이 글은 대체휴일 제도화의 추진과 좌절, 잠정적 타협의 역사적 동학을 사회세력들의 현실 해석과 담론 및 전략의 제기, 그리고 특정 담론의 관철과 제도화의 과정으로 나누어서 설명하려 한다. 그래서 현실의 복잡한 정치과정 속에서 이들의 전략과 대안은 어떻게 굴절, 변형되었고 현재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제도로 구조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Ⅲ. 서비스산업 육성론과 대체휴일제도의 추진

    대체휴일제도는 기본적으로 토, 일요일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치는 공휴일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공휴일의 날짜를 다른 평일로 옮겨 쉬는 제도를 말한다. 주휴일과 공휴일이 겹치는 것은 공휴일의 날짜를 지정해 쉬는 날짜지정 공휴일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음력을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지는 공휴일과 양력을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지는 공휴일이 공존하고 있어 문제는 더 복잡하다. 그러다보니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본격화되는 것에 발맞추어 이와 같은 공휴일이 겹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1959년과 1990년에는 ‘익일휴일제’라는 이름으로 대체휴일제도가 운영되었던 전례도 있다. 이중 중요한 것은 1990년의 사례인데, 이 시기의 익일휴무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로서 형식적으로나마 휴일의 보편화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소비, 낭비, 기업비용, 노동 생산성, 경쟁력, 노동윤리 등의 언표들로 가득 찬 경영담론을 동원해 거세게 반발한 자본에 의해 이 제도는 1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김영선, 2011). 또한 이후에도 간간히 대체휴일제 재도입이 제안되거나 시도된 적은 있지만 모두 가시적인 제도화의 성과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처럼 대체휴일제는 비교적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시행되지는 못해 왔던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시행된 대체휴일제는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시행했던 정책과 담론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왜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려고 했던 것일까? 혹자들은 이것이 당시 정부의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 더 구체적으로는 장시간 유연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의 소산이라거나,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대체휴일제의 추진은 당시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문제와 연결이 된다. 전창환(2005)의 지적처럼 노무현 정부시기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라는 상황에 처해있었고, 그에 따라 사회전체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노동은 여전히 대표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정부의 노사관계 관리방식이나 비정규직 문제로 인해 갈등은 증폭되고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이런 문제에 천착하기 보다는 당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을 ‘성장의 위기’라 규정하고 후발산업국의 맹추격이 한국경제의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자본주의의 핵심 문제가 성장의 위기라고 했을 때, 대안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서 서비스 산업의 육성과 ‘지식기반경제구조’ 로의 전환을 주창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담론, 동북아 통상국가론, 의료산업화론과 맥을 같이하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당시 정부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려 했었고, 이 과정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의 구체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얼핏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서비스산업육성과 대체휴일제의 도입은 어떤 논리로 연결된 것일까? 정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2006년 정부는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전반의 육성정책으로써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종합대책’을 수립하여 발표했다. 여기서 정부는 금융, 의료, 교육, 물류, 문화, 관광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제경쟁력 상실의 위기에 처한 제조업 대신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성장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신성장동력 서비스산업군에 관광산업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정부는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진다고 판단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려 하였고 이는 국내 관광 수요 진작을 통해 관광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대안들로 이어졌다.1)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대책’이 발표된 2006년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정착, 확산되어 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정부는 주5일제의 안정적 정착을 통한 수요창출에 정책적 주안점을 두고 있었으며 따라서 대체휴일제 도입을 논의하지는 않았다. 대신 관광산업 진흥을 주장하는 참여정부 내의 세력들은 주5일제를 여가시간 창출→관광수요 확대(재정경제부 외 2006; 문화관광부, 2004)의 틀에서 바라보았으며 이러한 프레임은 여가시간의 확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과거의 정부들과 재계의 프레임과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참여정부의 프레임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 된 한국사회에서 관광 수요의 진작을 위해서는 수요의 기반이 되는 여가시간의 증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부가 여가시간의 증대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신성장동력 추진계획’(국무총리실 외 2009),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기획재정부 외, 2009) 등으로 노무현 정부의 서비스산업육성론을 계승하는 한편, 대체휴일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선언했다.

    1)참여정부는 관광산업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관광진흥5개년계획’에서 ‘국민관광’개념을 제시하면서 주요관광지 개발, 해외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자 획득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서 국민관광 수요증대와 이에 대응하는 관광산업발전을 중심축들 중 하나로 삼는 정책대안을 내놓는다(문화관광부, 2004; 34). 이는 관광수요 증대라는 측면이 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Ⅳ. 대체휴일제 담론의 정치학과 제도화의 실패

       1. 대체휴일제 담론의 정치학

    대체휴일제도를 둘러싼 현실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곳에는 한국경제의 변화와 위기 그리고 위기에 대한 해석과 발전전략, 다양한 이해당사자 세력들의 헤게모니 투쟁이 공존하고 있다. 3장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대체휴일제도는 정부의 경제성장전략의 한 부분으로 추진되었던 것인데, 이러한 기조는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되었다. 2009년 11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3차 관광산업경쟁력강화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여가시간 증대방안으로 대체휴일제를 제안했다. 유인촌 문광부 장관, 정운찬 국무총리 등이 대체휴일제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른바 대체휴일제 형성의 정치가 본격화된 것이다.

    대체휴일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일관된 찬성의 지를 밝힌 곳은 바로 문광부였다. 한국의 여느 제도들이 그러하듯, 대체휴일제도 역시 넓게 보면 국가가 주도해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광부에게 있어 대체휴일제도는 관광산업 성장의 발판이며 신성장동력의 기초이상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것을 잘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이야기하려 했다. 예를 들면 문광부가 발간한 보고서들은 여가시간의 확충을 정당화하기 위해 늘어난 여가시간이 궁극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즉 이들은 여가시간의 부족이 신성장동력인 관광산업 성장에 있어 걸림돌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대체휴일제도를 만들면 내수관광확대→민간소비활성화→일자리 확대,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한국관광문화연구원 2009, 문화체육관광부, 2010; 이성태 외 2012). 제시된 대안들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대체휴일제 관련 조항 추가, 날짜와 관련 없는 공휴일(현충일, 어린이날 등)은 특정 요일을 지정해 쉬는 요일지정 휴일제도 실시, 국경일을 법제화하고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 소비여력이 있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관광상품 소비여력을 크게 늘려주는 장기휴일의 확보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들만을 제시했다.

    노동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방침은 휴일을 낭비, 나태, 경쟁력 약화와 같은 도덕적 언어로 재단하려 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광부의 안은 휴일을 생산성, 경쟁력의 원천으로 도구화하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과 국제경쟁력을 우선시하는 과거의 태도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휴일과 여가시간마저도 모두 노동시간으로 전환하려 하는 태도가 소비를 통한 산업성장이라는 모델로 바뀌었을 뿐 휴일과 여가시간이 ‘생산적’이어야 하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체휴일제의 필요성은 문광부만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야당과 집권 여당의 일부의원들2)도 대체휴일의 제도화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들은 문광부와는 달리 성장전략의 하위항목으로 대체휴일제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법률을 통해서 대체휴일제를 강제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2008년 12월 첫 발의를 시작으로 18∼19대 국회에서 총 14건이 발의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으로 구체화된 이 대안들은 일부 휴일(어버이날, 한글날, 제헌절 등의 추가)의 지정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 그 내용은 여·야 의원들 모두 대동 소이한 편으로 대통령령에 의해 지정된 모든 휴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다른 휴일과 겹칠 경우 다음의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쉬는 대체휴일제 조항을 추가하는 등 휴일과 대체휴일의 법제화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현행 공휴일제도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만 규정되는 반면 일반 노동자들의 휴일은 근로기준법 상의 개별 고용계약에 근거해 규정됨으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공휴일을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문제 삼기 때문이었다.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여가시간을 누리는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공휴일을 법률로 규정하고 대체휴일제도를 법으로 보장해야한다는 것이다(최춘규, 2010).

    한편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대한 대안이라는 차원에서 대체휴일제에 접근했다. 한국노총의 경우 장시간 노동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09∼2010년에 설치되었던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대안으로 대체휴일제를 제시했고(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2010), 민주노총 역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자신들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대체휴일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였다(민주노총, 2011). 그러나 노동계는 노동시간단축이라는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대안의 일부로써 대체휴일제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원칙적 수준에서 대체휴일제의 도입을 주장했을 뿐 구체적인 대안 예컨대, 법제화를 할 것인지, 만약 한다면 어떤 법을 개정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현행 휴일조차 제대로 즐기기 힘들게 만드는 휴일근로, 교대제 근로등이 광범위하게 일상화 되어 있는 현실 때문에 노동계를 대표하는 행위자인 양대 노총의 지도부는 대체휴일제를 우선적인 이슈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노동계의 담론은 영향력이 미미했다.

    반면 대체휴일제로 이윤 증가를 기대할 수 있었던 관광산업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과 문광부를 제외한 정부의 유력 부처들, 그리고 여당은 노동계와 국회 찬성파의 주장은 물론이고 문광부의 전략에도 찬성하지 않았다. 우선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관광산업의 성장과 신성장동력보다는 증가하는 기업부담과 노동 생산성 하락에 더 주목했으며 휴일을 늘리려는 어떠한 대안에도 찬성하지 않았다. 2011년에 잠시 추진된 일부 휴일의 요일지정 휴일로의 전환과 같이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안도 무산시킬 정도로 이들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당은 정부의 정책기조로 인해 잠시 전향적인 대안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정치적 기반인 기업들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기업과 동일한 입장으로 즉각 선회함으로써 반대파들의 정치적 동맹은 일관성 있게 유지되었다. 이들은 과거처럼 휴일과 여가를 낭비, 경쟁력의 약화와 연결시키는 주장들을 계속하고 내수성장, 관광산업 중심의 발전 전략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찬성 측의 세력들과 달리 과거부터 개발국가 시대의 전략과 담론을 공유하며 강고한 정치적 동맹을 형성해온 이들은 자신들의 논리에 배치되는 대체휴일제에 대해서도 강력한 동맹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비의 수단으로서 휴일을 가시화시켜 새로운 발전전략의 토대로 제시하는 문광부의 담론이 90년대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생산적 휴가’ 담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있다면 반대파들은 여전히 휴일을 축소시키고 생산에 종속시키려고만 하는 70-80년대의 ‘통제적 휴가정치’(김영선, 2011) 담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정적 휴무일 수 선진국 못지않아”(한국경영자총협회, 2010: 39), “공휴일수가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관광 산업 활성화 등 내수 진작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경총 논평 ‘대체공휴일 도입 추진에 대한 경영계 코멘트’」, 2011. 6. 20) 등 자본결사체들의 구체적인 언술은 과거 개발독재 시기 때부터 사용되어 온 경영담론들이 대체휴일제 반대의 논리로 다시 동원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아래의 표는 위에서 설명한 대체휴일제를 둘러싸고 여러 세력들이 벌이는 담론의 정치학을 각 세력들의 현실해석과 담론의 내용, 대안을 준거로 제시한 것이다.

    [?표 1?]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찬반 세력의 담론과 전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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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찬반 세력의 담론과 전략들

       2. 반대세력의 담론 관철과 제도화의 실패

    문광부가 이전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을 계승하여 비교적 영향력 있는 담론을 구성해내고 대체휴일의 제도화에 나선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결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이명박 정부 내에서만 보더라도 문광부 스스로의 힘으로 일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주무부처가 아니어서 국회에서 진행되는 토론과정에도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문광부는 이를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천 간 협의를 통해 대체휴일제를 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지만 휴일정책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은 지속적으로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심지어 당시 국무총리였던 정운찬이 2009년 11월과 2010년 4월에 국회에서 대체휴일의 제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연어어 발언함으로써 문광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지만, 문광부를 제외한 개별부처들은 자본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거를 들며 도입 반대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3)

    정부 내부의 투쟁이 반대 측의 일방적인 승리에 가까웠다면 국회에서는 찬반 세력 간 비교적 팽팽한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미 2008년 12월 이래 대체휴일제도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대체휴일의 제도화에 대한 법률들을 국회에 상정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들 안은 이렇다 할 논의 없이 1년이 넘게 계류되어 있었다. 이들이 제기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들은 대통령 주재 회의와 총리의 발언이 있은 후인 2010년 2월부터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침이 정해진이상 여당 또한 전향적인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도 제도 도입은 난항을 겪는다. 여당은 자본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즉각 친자본적 입장으로 복귀했고4) 찬성파들은 영향력 있는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체휴일제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차원에서 찬성하던 노동계는 복잡하게 얽힌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방안들 중 대체휴일제의 문제가 노동계의 역량을 동원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주로 노사 간의 단체협약(한국노총과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 임금제도 개선위원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의회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거나 적극적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찬성 측 세력들은 대체휴일제의 도입 찬성이라는 큰 틀에서는 하나로 묶일 수 있지만 현실인식에서부터 구체적인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이질적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효과적이고 영향력 있는 정치적 동맹을 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던 반면에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동일한 담론과 대안, 전략을 공유하는 정치적 동맹을 구성하며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그들이 과거부터 정치적동맹을 형성해온 세력들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무부서인 행정·경제부처들은 청와대나 문광부의 대체휴일제 검토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기업의 강력한 반발 또한 예정된 수순이었다. 여당-행정·경제부처-기업으로 구성된 반대세력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강조하는 언술을 구사하면서 강고한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투쟁의 구도는 분열된 찬성 측에 불리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찬성측이 정부나 기업, 입법부 등 모든 투쟁 영역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분열함으로써 투쟁의 과정은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문광부는 자신들에 비해 힘과 자원이 월등한 나머지 정부 내의 발언권이 훨씬 강한 경제부처들과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를 전혀 설득할 수 없었고, 기업계 내부의 유일한 찬성분파였던 관광산업계 역시 기업계 전체로 보았을 때는 힘과 자원이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유력 기업단체의 의견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가 없었다.

    결국 2010년 4월 임시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의 상정 실패를 끝으로 대체휴일제도입의 첫 번째 시도는 흐지부지된다.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대체휴일제 이슈는 잠복기에 접어든다. 2011년 6월 경 정부의 ‘내수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잠시 대체휴일제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지만(기획재정부 외, 2011) ‘내수활성화 계획’ 자체가 기재부를 중심으로 주도되었던 만큼 큰 추진력을 가질 수는 없었다.

    2)여당에도 오래전부터 대체휴일제 도입에 찬성한 의원들이 일부 있다. 대표적으로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윤상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가장 먼저(2008년 12월) 발의했으며 19대 국회에서도 동일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3)특히 윤장현 당시 기재부 장관은 “우리 공휴일 수가 경쟁국과 비교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려면 급여의 1.5배를 휴일근무수당으로 지급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해럴드 경제, 2010. 1. 29)는 식의 발언을 통해 대체휴일제에 대한 입장이 자본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4)2010년 2월 한 인터뷰에서 여당의 행안위 간사였던 권경석 의원은 “법안 처리를 예단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입장”라고 발언했고(내일신문, 2010. 2. 17) 3월의 한 인터뷰에서는 여당 핵심관계자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강하게 치고 나올 경우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렵다”며 “대체휴일제의 폭과 시기 정도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내일신문, 2010. 3. 23) 경총의 강력한 반발이 있은 직후 4월 국회의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여당의원들(이은재, 장제원 의원)은 “한국의 휴일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다”, “공휴일을 추가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 (「18대 국회 289회 1차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2010 4. 15) 등 자본의 주장과 동일한 논리를 펼치며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를 표시했다.

    Ⅴ. 박근혜 정권의 등장과 대체휴일의 제도화

       1. 제도화의 재추진, 경제민주화

    대체휴일의 제도화는 2013년 박근혜 정권이 등장하면서 다시 추진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정권의 국정과제에 대체휴일제 추진이 포함된 것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직후 발표한 140개의 국정과제 중에서 81번째 과제로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체휴일제 시행을 제시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13). 이는 문광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전 정부에서 같은 명분을 내세워 실패를 경험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대체휴일의 제도화를 국정과제에 넣고 이것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유는 비교적 사소하면서도 우연적인 것에 있었다. 바로 박근혜 정권이 국정과제를 선정, 발표하는데 있어서 정부부처 영역별로 과제를 선정했기 때문이었다(동아일보, 2013. 4. 26). 사실 이전 정부들에서 국정과제의 선정과 발표는 중앙에서 논의를 종합, 조율해서 결정하거나,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인 것이었는데, 이 정권에서는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타부처들은 대체휴일제 시행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구획되어진 업무의 특성상 이들이 그것의 철회를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실제로 당시 안행부 장관이었던 유정복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19대 국회 315회 안전행정위원회 6차 회의록」, 2013. 4. 26). 만약 정부가 국정과제를 부처와 상관없이 의견을 모으는 의사결정과정을 통하거나, 아니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국정과제를 선정했다면 대체휴일제는 이번에도 무산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영역별 과제 제시라는 방식은 상황을 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담론을 매개로 하는 정치적 투쟁은 국정과제의 발표와 함께 재점화 되었다. 그런데 이전 이명박 정부 시기의 제도화 환경과는 달라진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경제민주화 논의가 힘을 얻어감에 따라 나타난 투쟁 지형의 변화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2011년 이후부터 발생되기 시작했다. 유철규(유철규, 2013: 74-75)의 지적처럼 경제민주화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차원과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를 외적요인으로, 그리고 민주화의 사회경제적 결과에 대한 실망과 민주화의 완성(밥 먹여주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내적요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 의제와 금융자본의 규제 및 비정규직 의제, 그리고 복지국가 의제를 포괄하고 있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유철규, 2013: 73). 경제민주화 논의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감에 따라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은 모두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든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재벌중심의 수출만능형 경제를 비판하고 복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벌을 위시한 자본의 논리는 힘을 다소나마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경제민주화가 대체휴일제 그것도 특히나 노무현정부 이래 정치 엘리트의 차원이나 문광부에서 주도한 대체휴일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었음에도 대체휴일제를 추진하는데 있어 호의적인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뒤에 살펴보겠지만, 정치과정에서 문광부나 정권이 편 논리와는 상이하게 대체휴일제도의 시행을 경제민주화와 연결시킨 야당의 전략과 더불어 ‘휴일’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과 효율, 성장만을 중시해 온 기존 경제체제에 대한 반감, 비판이 사람들에게 만연하게 되면서 자본이 그간 헤게모니적으로 관철해오던 휴가와 노동에 대한 통제중심적, 생산중심적 논리에 균열이 가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경제민주화 논의가 확산되면서 휴일 증가를 통해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문광부의 전략과 대체휴일제를 권리이자 복지의 일부인 동시에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제시한 야당의 전략이 동상이몽하며 제도화를 둘러싼 쟁투의 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2. 대체휴일제도화 재추진 담론의 정치학

    국정과제 발표 이후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담론을 매개로 한 정치는 다시 활성화됐다. 이전 이명박 정부의 경우 정권 중·후반기에 가서야 대체휴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반면, 새 정권은 집권 직후에 대체휴일의 제도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파급력의 차이도 컸다. 박근혜 정권은 행정부와 여당을 장악했음은 물론 집권 초기 적지않은 지지를 얻고 있었고, 대체휴일제라는 이슈도 경제민주화의 바람과 더불어 대다수 노동자들의 실생활과 연결되는 명시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이어서 제도화 추진의 환경은 과거보다 제도화에 유리했다.

    대체휴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문광부에 더하여 야당은 이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대체휴일제도화의 주도적인 행위자중 하나였는데, 이들은 과거의 담론과 전략에 더하여 대체휴일제를 경제민주화에 연결시키려고 했다.5) 즉 현행제도가 국민들의 공휴일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못한다는 문제의식에 더하여 대체휴일을 제도화시키는것이 경제를 민주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대체휴일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봤던 박 정권과 문광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사실 야당은 2010년 무렵부터 대체휴일제를 계속해서 ‘민생’과 연결시켜 오긴 했었다.6) 이러한 입장이 직접적으로 빛을 본 것은 2013년인데, 그해 2월 여야 간 합의를 통해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야당은 대체휴일제를 처리대상 법안으로 포함시켰다(아시아 경제, 2013. 2. 7). 반면 여당은 실제 입장이 어떠하든 간에 이 문제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었다. 대체휴일제가 야당의 전략과 휴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으로 자신들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대두되자, 친기업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반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 정권의 국정과제로 이것이 제시되면서 청와대의 일에 명시적으로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이건 지난 제도화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정권초기이다 보니 그 압력이 더 강했던 것이다. 여당은 이전 제도화 과정에서 처럼 초기에는 잠시 전향적인 대안을 고려하면서도 자본의 반대에 직면해 곧 친자본적 태도로 돌아섰으나 결국 제도 도입에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휴일제를 반대한 가장 강력한 세력은 이번에도 기업들이었다. 그런데 쟁투의 지형이 이전과 다르게 바뀌면서 기업들은 언술과 전략을 수정했다. 경쟁력, 생산성등의 담론을 동원해 일하지 않는 휴일의 축소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기업들은 이제 경제민주화를 통해 제기되었던 양극화 담론을 자신들이 전용해서 새로운 논리로 제시하는 한편, 분절화된 노동시장의 특성에 주목해서 대기업 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이들 양자 간의 분열을 통해 기존 자본축적방식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부터 이들은 대체휴일제 도입이 또 다른 형태의 양극화를 불러 올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과거의 헤게모니 전략 중 하나인 생산력, 경쟁력 담론만으로 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휴일 확대는 지금도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자영업자·임시직 등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 명확”(「경총 논평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대한 경영계 입장’」, 2013. 4. 19),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대체공휴일제 도입 등 공휴일 확대 시 오히려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전국경제인연합회, 2013: 63) 등과 같은 언술을 통해 기업들은 자신들이 비정규직, 임시 일용직,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해서 대체휴일제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과거 대체휴일의 제도화를 반대해온 또 다른 주요 세력이 었던 기재와 안행부에도 전파되었다. 당시 안행부 장관이었던 유정복은 “대체공휴일제를 통해서 공휴일이 늘어나게 되면 자영업자나 일용근로자라든가 이런 분들에 의해서 더더욱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오게 하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부분이 있다” (「19대 국회 315회 안전행정위원회 6차 회의록」, 2013. 4. 25)고 말하며 기업의 담론과 의견을 같이했던 것이다. 사실 기업들의 새로운 논리는 표면적으로 야당과 마찬가지로 양극화내지 불평등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제시하는 대안은 과거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약간 변화된 것에 불과했다. 야당을 비롯한 찬성파들이 휴일의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대체휴일제를 주장했다면 기업들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대체휴일제에 반대했다. 동일한 출발점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된 것은 기업 논리의 배후에 그들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대체휴일로 인한 휴일의 증가 그리고 휴일의 법제화는 휴일근로수당으로 인한 노동비용의 증가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노동시간 투쟁 과정에서의 주도권과 자율성을 빼앗기는 과정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자율성을 위협할 휴일의 법제화에는 끝까지 반대했던 것이다. 휴일의 법제화란 휴일을 국가가 강제로 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 규정되고 있는 민간 자율의 휴일지정 원칙7)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대체휴일제도가 도입되고 이것이 법으로 강제된다면 그동안 야간노동, 휴일노동, 교대제 등 다양하고도 유연한 노동시간 배치를 통해 이득을 얻어왔던 기업들에게 어느 정도 타격이 가해질지 모른다. 기업들이 원하는 방식의 노동시간 배치를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본과 뜻을 같이해온 정부 내부의 반대파들이 대체휴일의 제도화 자체에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뒤에서 살펴볼 구체적인 정책결정과정에서 휴일 법제화만큼은 절대로 양보하려 하지 않았던 것 또한 이런 이유였을것이다.

    반면 담론과 전략, 정치력의 측면에서 노동계의 상황은 이전 시기와 크게 달라진것이 없었다. 2012∼2013년 설치된 실근로시간 단축 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한국 노총은 또 다시 대체휴일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자본의 무시와 함께 기본급제도 개선, 근로시간특례제도 폐지, 교대제 개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 등 다른 이슈에 주력하느라 본격적인 토론을 개시하지도 못했으며 최종 합의문에서도 대체휴일제는 향후의 논의 과제로 간신히 채택되었을 뿐이었다(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2010). 민주노총은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로 인한 지지철회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창구를 상실했고, 임원 선출 직선제 실시 논란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사태8)가 이어지는 등의 문제로 인해 개별 작업장 투쟁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따라서 노동계는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단일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자신들의 영향력마저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아래의 표는 박근혜 정권의 등장 이후 벌어진 담론의 정치학을 각 세력들의 현실해석과 담론의 내용, 대안을 준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전시기와 비교했을 때, 야당과 자본으로 대표되는 반대파들의 현실해석과 담론 내용이 변화한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표 2?] 박근혜 정부 시기 찬반세력의 담론과 전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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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시기 찬반세력의 담론과 전략들

       3. 경제민주화 담론의 관철과 잠정적 타협의 제도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대체휴일 제도화의 실패와는 달리 새 정권이 등장한 2013년에는 대체휴일의 제도화가 결실을 맺게 된다. 문광부의 주장이 다른 유력 부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 정권의 국정과제로 선정이 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면서 이를 야당이 대체휴일제와 연결시키는 담론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확산시키는데 성공하면서 상황은 이전과 달라졌다. 노무현 정부 이후 대체휴일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세력의 원래 의도, 전략과는 무관하게 경제민주화 담론이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여러 담론들 중 지배적인 것으로 관철됐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13년 2월∼4월 초까지는 대체휴일제도의 시행을 둘러싼 정치적 투쟁의 구도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찬성파들은 19대 국회에서도 계속해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의 법제화를 추진했으며 2013년 4월 19일에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여, 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골자를 이루던 몇몇 법안들이 경제부처와 기업들의 반발을 낳았던 것처럼 공휴일 법안 또한 법안심사소위 통과와 함께 수세에 몰린 반대세력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경제5단체가 국회를 방문해 여당 수뇌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등9) 자본 측의 반발은 유례없이 거센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속도조절론’ 발언10)이 이어지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경제부처와 경영자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이은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 수뇌부의 태도 변화를 초래했다. 여당 수뇌부는 경제민주화의 적용 속도와 그 범위를 축소시키려했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당내 소장파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과 극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아시아경제, 2013. 4. 30).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여러 세력들 간의 각축이 벌어지게 되면서, 그리고 어느 세력이 쉽사리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대체휴일의 제도화는 이른바 잠정적 타협의 국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안행부는 대체휴일제 절대반대를 외치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법제화를 저지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11) 대체휴일 제도화의 명분을 살리면서도 노동시간과 관련한 자본의 자율성은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던 것이다. 2013년 4월∼5월에 열렸던 국회 안행위 심의 과정에서 안행부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의 본회의 상정이 결의되기 직전 이를 저지하기 위해 타협안을 내놓고 상임위인 안행위의 의원들을 설득했다. 안행부는 법제화 대신 현행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대체휴일제를 시행하겠다고 제안하였고 이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2013년 9월까지 정부가 대체휴일제를 도입하지 않을시 상정된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조건에 합의하면서 법제화 시도는 일단 좌절되었다.

    이것은 대체휴일의 제도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데, 그 이유는 대통령령과 법제화는 큰 차이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은 공식적으로 관공서에만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에 사기업의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전혀 강제력이 없는 것, 특히 자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보편적 휴식권을 주장하며 대체휴일제를 추진한 세력이 법제화라는 대안을 선택한 것은 법제화를 통한 강제만이 보편적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여당은 이 제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가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마지못해 이것의 법제화를 추진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타협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야당은 만족할만한 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조건하에 안행부의 타협안을 수용했다. 그리고 2013년 하반기부터 경제민주화 논의가 힘을 잃어가고 여야 간의 대립이 극대화되면서 야당의 의도는 관철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야당은 10월 정부안의 통과 이후 반발을 거듭했지만 국정원 개혁과 특검을 비롯한 다양한 이슈로 인해 12월 까지 단 한건의 법안도 제정되지 못하는 등(서울신문, 2013. 12. 2)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면서 대체휴일제 이슈를 제기할 기회를 잃게 된다.

    국회 합의 후에 대체휴일제도의 세부적인 골격은 안행부의 몫으로 넘겨진다. 본래 대체휴일제에 부정적이었던 안행부에게 대안 마련의 임무가 맡겨진 만큼 제도는 최대한 축소되는 형태로 설계된다. 대안 마련 과정에서 3가지 대안12)이 제시되는 데, 안행부는 기업부담의 증가 등을 명분으로 모든 공휴일을 대체휴일의 대상으로 지정하는 1안(10년간 19일, 년 평균 1.9일 증가) 대신 10년간 11일, 년 평균 1.1일이 증가하는 2안을 채택한다. 결국 안행부는 민족 명절이라는 이유로 채택된 설, 추석과 가족 휴일이라는 명분으로 채택된 어린이날만을 대체휴일제도를 적용할 대상으로 지정하고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대체휴일에 관한 조항을 추가해 2014년부터 실시하는 대안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안을 그대로 10월의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으로써 대체휴일제의 제도화는 일단락된다.

    사회적 주요 이슈의 변화와 다양한 정치적 투쟁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역사적 우연성으로 인해 대체휴일제도는 처음 각 찬성과 반대세력이 원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제도화되었다. 대체휴일제가 시행되었다는 것에 주목한다면, 이것은 대체휴일제 추진세력의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법제화의 좌절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얻어낸 휴일이 연 평균 고작 1.1일로 추산된다는 점에 입각해서 본다면 문광부나 야당, 노동도 크게 얻은 것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대체휴일제 저지 세력들은 제도 도입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법제화를 저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도 적용의 범위를 축소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의도를 상당부분 관철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도 없다.

    5)당시 민주당의 박기춘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2013. 5. 1)에서 “대체휴일제를 경제민주화로 접근하는 의원들이 없지 않아 있다”(민중의 소리, 2013. 5. 1)라고 발언하며 국회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였고 정부와 여당 인사들도 대체휴일제와 경제민주화를 연결시키는 움직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확장해서 (잘못)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휴일제,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있다”(조선비즈, 2013. 5. 19)고 발언하는가 하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우리 사회가 아무 데나 ‘민주화’를 붙여 놔, 이제는 매우 무책임한 인기주의 형태의 많은 주장이 난무”한다고 주장했다(문화일보, 2013. 4. 22).  6)2010년 4월에는 일명 ‘서민행복 20개 법안’에 대체휴일제를 포함시켰으며(연합뉴스, 2010. 4. 13) 8월에는 ‘민생희망 40개 법안’에(아시아 경제, 2010. 8. 31) 포함시킴으로써 대체휴일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야당이 제시한 민생법안들이란 노인복지, 무상보육, 무상급식, 임대차보호법, 중소기업 상생법, SSM 규제법 등 복지관련 법안들과 경제민주화 담론과 연결되는 법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7)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주1일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는 것을 의무로 하고있을 뿐이며 휴일의 일자와 날짜는 일반적으로 노사합의 또는 사용자 지정에 의해 주어지고 있다. 만약 휴일이 법을 통해 강제 지정 된다면 주말이나 휴일에 이루어지는 노동은 노사합의와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휴일수당을 지급받게 되므로 그동안 교대제, 휴일근로 등 노동시간을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었던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8)2012년 9월부터 민주노총은 임원선거를 직선제로 바꾸는 안을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지도부의 공백 사태를 겪는다. 이 사태는 해를 넘기고 그 사이 민주노총은 여러 산하 노조들로부터 “민주 노총은 박근혜 정권과 자본의 폭력 앞에 찢어진 우산조차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투쟁의 구심점이 되어달라”라는 요청(경향신문, 2013. 5. 1)을 들을 정도로 투쟁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었다.  9)전경련, 경총을 비롯한 경제5단체는 2013년 4월 26일 회동을 갖고 “경제민주화 입법 자제해 달라” 라는 성명서를 통해 “주 휴일과 일요일의 충돌로 인건비 부담을 높일뿐더러 임시직·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대체휴일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연합뉴스, 2013. 4. 26) 4월 29일에는 회장단이 직접 국회를 방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회동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곧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던 경제민주화 법안들과 대체휴일제 법안 심의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프레시안,  2013. 4. 29).  10)2013년 4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국회) 상임위 차원이기는 하겠지만 (대선)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 된다”는 식으로 발언하며 스스로 경제민주화 추진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연합뉴스, 2013. 4 17).  11)당시 안행부 장관이었던 유정복은 국회 안행위 회의에서 대체휴일제에 반대하는 것이냐는 야당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 않으며 단지 법으로 강제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했다(「19대 국회 315회 안전행정위원회 6차 회의록」, 2013. 4. 26).  12)1안은 국회의 안행위와 문광부 등에서 제시된 안으로 토, 일요일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는 안(연평균 1.9일 휴일 증가)이고 2안과 3안은 대체휴일제 종합토론회에서 박경원 서울여대 교수에 의해 제시된 대안으로 설, 추석과 어린이날 등 총 7일을 대체휴일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2안(연 평균 휴일 1.1일 증가)과 2안에서 어린이날이 제외된 3안(연 평균 휴일 0.9일 증가)이다(『대체공휴일제 토론회 자료집』, 2013. 6. 26).

    Ⅵ. 결 론

    이 글은 2014년부터 시행하게 된 대체휴일제도에 주목해서 대체휴일제가 무엇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누구의 주도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역사적 제도주의와 담론 분석에 입각하여 살펴보았다. 대체휴일제는 노무현 정부 시기에 서비스산업 육성론을 계기로 추진되었지만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제도화가 좌절되고 만다. 총리와 문광부는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휴식권 보장차원에서 대체휴일제의 법제화를 주장한 반면, 정부 내의 경제, 행정부처와 여당 대부분의 의원들 그리고 기업과 경영자들은 생산성 담론과 기업부담을 이야기하며 대체휴일제의 실시를 반대했다. 그런데 반대세력의 담론이 관철되고 문광부와 야당, 노동계를 비롯한 대체휴일제 추진에 호의적이었던 이들은 각기 상이한 목적과 전략으로 분열한 반면, 여당과 행정·경제부처, 기업들은 동일한 목적으로 바탕으로 강고한 동맹을 형성해하면서 제도화는 실패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논의가 힘을 얻어가고 박근혜 정권이 새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뀌게 되었다. 야당은 이전 정권들이 추진한 대체휴일제가 경제민주화와 논리적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를 지적하며 이 둘을 연결시켰고, 이 담론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박 정권은 다소 우연적 계기를 통해 문광부의 주도로 대체휴일제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제도화의 장을 만들었다. 집권 초기라 는 정치적 상황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결합되면서 여당은 제도화에 명시적으로 반대할 수 없었고, 기업들과 반대파 역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내 반격을 시작했고 여당과 안행부는 이를 받아들였으며 대통령도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결국 어느 세력이 쉽사리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대체휴일의 제도화는 잠정적 타협의 국면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여야 간의 협상과 안행부의 주도로 대체휴일제는 법제화가 아닌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래서 대체휴일제는 관공서에만 적용되게 되었으며 안행부의 주장에 따라 모든 공휴일이 아닌 일부 휴일만이 대체휴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잠정적 타협의 결과 처음 각 세력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체휴일이 제도화된 것이었다.

    대체휴일제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되었지만, 그것이 노동자의 휴식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초래할 사회적 현상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몇 가지 자료들을 통해 판단의 실마리는 얻을 수 있다. 먼저, 취업포탈 ‘사람인’이 2014년 8월 18일-22일 사이에 111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대체휴일이 적용된 기업은 조사대상의 절반(1115개 기업 중 564개 기업 실시, 약 50.6%의 비중)에 지나지 않았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2014년 9월 9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소기업들 중에 추석 대체휴일을 적용한 기업은 전체의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휴일을 적용하지 않은 기업은 “의무적용 사항이 아니라서”,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대체인력 등 인건비가 부담돼서”,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어서” 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대체휴일제 적용을 거부했다. 그러나 노조가 힘 있고, 형편이 좋은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대체휴일로 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마트나 백화점의 매출이 평소보다 늘어나는가 하면 해외 여행객의 숫자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는 기사들도 쏟아졌다. 쉬는 날에도 이른바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몇 개의 설문조사와 신문기사들만으로 섣부르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양상들을 보면 정치권에서 대체휴일제를 추진한 이들의 주장인 법제화를 통한 강제만이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현재로서는 틀리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체휴일제도로는 기존의 장시간 노동에 균열을 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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