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선비 정신의 소환 그리고 진실의 힘

The Summoning of the History and Traditional Seonbi Sprit, the Power of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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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The Attorney> exceeded 10 million viewers, while the social phenomenon. <The Attorney> for the text in the box-office success can be analyzed as multi-layered.

    The first is the genealogy of the political film and potential for commercial success was verified.

    The second is through a movie about the history humanistic opened up the possibility of reflection. <The Attorney> hammer theory based on the age of the text and print images in a transition period in civilization, literature, and philosophy of historical changes in the flow of paper in place of humanities books had boldly entered the movie is a corroborative evidence.

    The third is that myth of Noh Moohyun was helped box office. The fourth is a patriarchal code to save the crisis of the family members. <The Attorney> communicates to the audience through the official ideology of the family that members of the family try and resolve the salvation of the familism. The fifth is incidence of character and enhancement of the cinematic reality through Korean scene. The last is the audience’s support for person to resist state violence.

    <The Attorney> text into a number of mutually text may be interpreted. Typical Case is <What is the history> and implement Traditional seonbi sprit. Song Wooseok is that human beings can change society philosophy <What is the history of> the spirit of the scholar ‘Confronts the strong to help the weak’, and even insist and implement the agreement. The reason why <What is the history> is featured in the film as a major text is that the film preaches that the world is likely to change by personal effort.

    In the relationship between history and art, <The Attorney> opens up the possibility that the movie can recall the historical facts. In addition, <The Attorney> reflects how the film reveals artistic truth. There are three Representation and the relationship of art and the fact. One is way of artistic sublimation method and the other is a way of highlighting. The third is a fusion of blunt truth and clear truth. <The Attorney> aims to be a third way and shows successfully the distancing of not only politics but also art.

  • KEYWORD

    The Attorney , Traditional seonbi sprit , What is the history , artistic truth , the familism , history and art , the relationship between history and art

  • 1. <변호인>에서 주목해야할 몇 가지 것들

    이분법은 명료하다. 하지만 이분법은 명료함을 얻는 대신 사이와 틈을 희생해야한다. 그 명료함과 단순함을 무기로 오래된 농기구처럼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인물의 성향은 선과 악으로 나누고, 세계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고, 성질은 양과 음으로 구분하고 영화의 정체성은 상품과 작품으로 손쉽게 분류한다. 이분법으로 나누면 특별한 불만이 없지만 양쪽의 극단적인 스펙트럼에 놓여있지 않은 경계에 있는 부류들은 정체성 혼란과 양분화의 폭력을 감수해야 한다.

    <변호인>은 ‘국가기관에 의한 고문 조작 사건인가 아니면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인가’를 밝히기 위해 국가 권력기관과 변호사가 벌이는 옳고 그름의 대결이자 선악 이분법으로 편을 가른다. 세무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신하는 송우석(송강호 분)을 바라보는 시선과 ‘주인공 송우석이 하고자 하는 진실을 밝히는 일의 어려움과 당위 성’에 관객들이 지지가 가미되면서 영화적 재미와 내러티브적 완결성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변호인>이 천만 이상의 한국 관객의 지지를 받은 것은 문화적으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1000만 이상의 관객 지지의 요인은 몇 가지 시각에서 분석해 볼 여지가 있다.

    첫 번째는 <변호인>이 대중적인 정치 영화의 계보를 이었으며 산업적 성공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변호인>은 한국 영화사의 흐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와 대중성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친숙한 이분법적으로 표현하자면 영화는 세상을 꽃밭으로 만들거나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로 건설하는 건축가의 역할을 한다. 필자는 세상을 꽃밭으로 만드는 것은 꽃밭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된다는 생각은 망치론으로 명명한 바 있다. 1) 꽃밭론은 미학적 아방가르드의 다른 이름이며 망치론은 정치적 아방가르드와 영화운동이 지향하는 정치지향성의 완화된 이름이다. 충무로는 꽃밭론과 망치론보다는 질좋은 상품을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판매하려는 상품론을 추종한다.

    <변호인>은 상품론이 지배적인 충무로에서 인간이 어떻게 역사에 참여하고 사회의 변화에 일조할 수 있는가라는 망치론의 생각을 잘포장된 상품 안에 집어넣은 특별한 사례이다. 이는 1920년대 말과 1980년대 말의 영화운동을 이어받은 생경한 정치적 지향성을 지닌 작품과는 대중성의 가미라는 부분과는 근사한 차이를 두며 1996년 광주 민중항쟁을 다룬 장선우의 <꽃잎>과 김지훈의 <화려한 휴가>(2007), 파행적 현대사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과 인간의 굴절을 다룬 이창동의 <박하사탕>, 정지영의 <남영동 1985>(2012)의 계보에 속한다. <변호인>은 한국 현대사와 국가 폭력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이어받는 다는 점에서 국가폭력을 다룬 리얼리즘 영화의 흐름에 속하지만 송우석이 라는 주인공의 변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보다 영화화로 재해석되고 잘 수용된 국가폭력을 다룬 영화로 볼 수 있다. 인물은 특정 정치인의 자전적 요소를 중요한 이야기의 질료로 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관객들에게 손쉬운 투사와 동일시를 가능케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를 통한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인쇄물 시대에서 이미지 시대로 이행되는 문명사적 변화의 흐름 맥락에서 <변 호인>의 텍스트를 살펴 볼 수 있다. 하나는 영화의 인문학적 영향력의 회복이며 다른 하나는 영상시대의 역사 쓰기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열었다는 점이다. 전자는 인문학의 위기와 대중화의 시기에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가 어떻게 소비상품의 제한된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 인문학적 소임을 수용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답과 가능성을 열어준다. 김기봉은 인문학이 ‘인간 조건에 대한 탐구의 학문’이며 지식 정보의 과잉의 시대에 ‘영화라는 상을 통해 개별적인 지식과 정보로는 알 수 없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적이고 거대한 질문’을 던질 때 인문학적 책무를 다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관객 들에게 작품 자체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하게 할때 인문학적 사명을 수행해낸다고 볼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변호인>은 국가폭력에 순응하고 개인의 안위를 위해 안정적이며 허위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와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면서 모두가 주인이 되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시밭길을 갈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사적인 안위와 공공의 행복이라는두 갈래 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영화 관객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성적 성찰을 도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교양에 근접한다. <변호인>은 사회에 대한 발언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낙관적인 희망에서 더 나아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사유하고 실천할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인문학으로 정면 돌파와 진입을 입증하는 텍스트이다.

    정리하자면 <변호인>은 망치론에 입각한 텍스트이자 활자 시대에서 영상시대로 이행된 문명사적 변화 흐름 속에서 문학과 철학의 종이책이 가졌던 인문학적 자리에 영화도 당당하게 진입하였다는 증좌이며 동시에 대중영화의 인문학적 지위 향상과 가공할만한 영향력을 보여 주는 영상시대의 텍스트이다.

    세 번째는 신화가 신화를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가 신화가 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완성도 보다 또 다른 신화가 도움을 주어야한다. <변호인> 고졸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 신화에 의존한다. 자연인 노무현은 고졸 세무 변화사에서 부림 사건 변론을 통해 인권 변호사로 변신하고 야당의 국회의원으로 성장한다. 국회의원 노무현의 변호사 경력은 수많은 국회의원들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다. 하지만 국회청 문회라는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을 통해 국민적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야당의 텃밭에서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거듭된 고배를 마시고 결국 노무현 열풍을 일으켜 대통령에 당선 되어 청와대에 입성하여 한국판 성공신화를 완성한다. 하지만 그는 퇴임 후에 검찰조사를 받던 중 부엉이 바위에 투신하여 비극적 영웅의 마지막 장면을 스스로 의지로 완결시킨다. 노무현은 한국 현대사에서 상징이 되었으며 하나의 신화를 남겼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은 정치인 노무현의 신화를 빗겨가고 자연인 노무현의 내면을 천착해가면서 감독의 말대로 ‘가장 보석 같은 시간’을 영화에 봉인하고 1000만 한국 관객이 자발적으로 관람료를 지불하고 감격의 눈물과 애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현상을 만들었다. 그 현상은 주요 언론의 냉담한 침묵과 소극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정치인 노무현을 지우고 자연인 노무현만 영화 속의 송우석으로 가공되어졌다. 송우석은 기의적 사실을 중심추로 삼고 기표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루어내는 전형적인 영화적 주인공’으로 재탄생된다. 여기에 <변호인>의 영화적 재미의 공간이 열리고 관객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송우석이라는 인물을 지지하고 동일시하면서 영화적 장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첫 장면에서 송우석은 자가용이 아닌 시내버스를 타며 한국인의 대표적인 드링크제인 박카스를 한박스 사들고 선배 변호사를 찾아간다. 계단을 오르면서 한 개 꺼내 마시면서 숨을 고른다. 이 장면은 소박한 송우석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 소박함은 자신이 외상값을 떼먹고간 국밥집에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뒤늦게 부채를 청산하려는 진실함을 설득해낸다. 송우석은 아파트 공사장에서 노동일을 하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이를 포기하려고 책을 팔고 국밥집 외상값을 갚으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작정하고 외상값을 갚지 않고 헌책방에서 자신이 맡긴 책을 다시 구입한다. 그는 공부에 돌입하여 고시에 합격한다. 그 때 법서에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는 써진 자신의 다짐을 보여준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자신이 지은 아파트 벽에 새겨놓으며 다시 한 번 삶의 자세로 환기되고 부독림 사건의 학생들을 변호할 때도 검찰과 재판부와 변호인단의 회유를 뿌리치는 강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변호인>은 불의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될 일에 대해 절대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의 이력을 다룬 영화이 기도 하다. 국밥집에 떼먹은 외상값은 사법시험 준비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돈이었으며 그날은 송우석의 삶을 타협적인 삶에서 도적적인 삶으로 변화시키는 인생의 반전을 결단하는 결정적인 날이었다.

    국밥집 주인(김영애 분)은 뒤늦게 갚으러온 송우석을 알아보고 “묵은 빚은 돈으로 갚지 말고 얼굴하고 발로 갚으라”고 타이르며 과거의 감정적 부채를 탕감해준다. 송우석은 감격에 겨워하며 국밥집 아주머 니를 껴안으면서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로 작정한다. 송우석의 국밥집을 위한 도움은 자신과 사무장 그리고 동창회 친구들을 모두 국밥집 손님으로 만드는 직접적인 도움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의 부독련 사건의 변호를 맡는 개연성의 끈도 만들어낸다. 송우석과 사무장의 거듭된 국밥집 식사는 반복된 장면이 보여주는 희극 장면이다. 사무장은 국밥집 주인이 단골에 대한 배려로 일부러 더 듬뿍 담아온 국밥을 보면서 “돼지 이제 그만 보고 싶다”는 표현으로 희극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송우석의 국밥집 외상에 대한 탕감의 노력은 국밥집 아들이 연루된 시국사건인 부독림 사건의 변호에 대한 영화적 개연성을 만들어낸 좋은 씨뿌리기 장면의 축적이다. 외상값의 부채 그리고 이를 탕감하려는 노력 그리고 아들의 위기를 구하기 위한 송우석의 개입은 자연스러운 서사적 흐름을 이어가게 한다.

    네 번째는 위기의 가족 구성원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가부장이라는 코드이다.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국밥집의 여주인과 송우석은 젊은 시절에 식당 주인과 단골 손님의 관계였다. 하지만 국밥 외상값 탕감 사건으로 인해 송우석은 국밥집의 의사 가족으로 편입된다. 송우 석은 진우를 동생처럼 대하고 때로는 보호자처럼 굴기도 한다. 국밥집 주인은 어머니처럼 대한다. 이와 같은 유사 가족은 1000만 이상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가 보여주는 가족이데올로기 공식의 적용가능성을 열어준다. 진우의 구속은 가족의 위기 상황이다. 진우의 고통과 억울함은 어머니 순애의 노력과 유사 아버지인 송우석의 노력에 의해 해명된다. 즉 봉준호의 <괴물>은 가족들에 의한 가족의 구원이라는 공식으로 풀어보면 ‘가족 구성원의 납치로 인한 가족의 위기는 할아 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삼촌과 고모라는 가족들의 노력으로 괴물을 퇴치’하여 해결된다. 진우의 사건도 어머니의 간청과 가부장의 대체물인 송우석의 노력으로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 그리고 사건 조작임을 관객과 방청객들에게 밝히면서 진우의 무죄를 입증하고 그를 무거운 형량에서 벗어나게 한다. <변호인>도 가족 구성원에 의한 가족의 구원 노력과 해결이라는 가족이데올로기 공식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의 부각과 한국적인 장면을 통한 영화적 리얼리티 제고이다. 한국적인 장면은 지붕에 쥐가 기어다니는 주택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공사 현장에 참여하여 건설된 아파트로 이사이다. 송우석은 자신이 지은 아파트에 찾아가 주인에게 매매할 것을 요구한다. 집주인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시세보다 500만원 더 얹혀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하고 집주인은 쥬스를 가져오면서 승낙한다. 주스의 제공은 승낙을 의미하고 송우석은 집주인에게 얼굴 화장 잘지우시라고 딴청을 부린다. 그리고 왜 이 아파트를 구입해야하는 지에 대해 회상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그 아파트는 자신의 첫아 이를 출산할 때 공사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아파트이며 미래를 위한 희망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는 자기 다짐을 새겨 넣은 개인적으로 신성한 장소였다. 송우석의 과거 회상에서 아파트에 이사 온 가족들로 넘어가는 장면 전환은 감독의 연출적 역량을 보여준다.

    인간 송우석의 면모를 보여준 장면은 학력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틈새시장인 등기전문 변호사 활동으로 수입을 올리는 부분이다. 동료 변호사들은 이를 백안시하고 폄하한다. 부산지역 변호사회 장면에서 대졸 출신 변호사들은 고졸 변호사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놓는다. 명문대 출신으로 예상되는 변호사들은 고졸 출신 송우석이 등기 전문 변호사로 돈벌이에 나서서 변호사의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한다. 그 자리에서 송우석은 자신이 바로 송우석이라며 명함을 전해주고 자리를 일어난다. 이 장면은 변호사의 장에 편입하였지만 학력의 차별로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고 비주류에 자리하는 송우석의 위상을 대변하 다. 급기야 그는 더욱 자세를 낮춰서 세무전문 변호사로 정면 돌파한 다. 그는 유흥업소 부근에서 예비 고객에게 명함을 돌리면서 영업한 다. 유흥업소 호객꾼들은 요즘 변호사 한물갔다고 혀를 찬다. 하지만 송우석은 낮에는 문전성시로 번호표를 받고 사건을 처리할 정도로 바쁘며 저녁에는 밀가루 포대로 가득 지폐를 들고 귀가할 정도로 전성 기를 구가한다. 밀가루 포대 가득 돈을 들고 오는 장면은 카드 결제가 실시되기 이전의 풍습이면서 동시에 돈을 많이 벌었던 전성기를 표현하는 문장인 ‘마대자루에 돈을 쓸어담았다’는 한국적 상황을 영화 적으로 재현한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폭력과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인물에 대한 관객의 지지다. 송우석은 등기에서 세금 전문 변호사로 업무를 확장하여 탄탄대로로 접어든다. 명함에도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란 문구를 넣어둔다. 이와 같은 개인의 생존에 대한 전념하는 일상 시냇물에 거대한 역사의 격류가 들이닥친다.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법무사들이 최루탄에 쫓겨 해산하자 계단을 내려가던 송우석은 방독면을 쓴 진압 경찰과 대면한다. 방독면이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다가온 공권력과 자연인 송우석이 첫 대면 장면에서 그는 최루가스에 재채기하면서 진압경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방독면 쓴 진압 경찰은 슬로우 모션으로 실내에 있는 송우석의 시점샷으로 들어온다.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경찰 지휘자와 검사는 비오는 날 해변의 을씨 년스러운 공간에서 만나서 뾰족한 시국사건을 공모한다. 그들의 공모는 폐허처럼 낡은 방식과 콘크리트의 견고한 완고함이 건물과 잘 조화를 이룬다. 대학생 진우가 하는 야학은 따듯한 색감을 보여주는 조명 아래 여성 노동자들은 공부에 집중하기 보다는 수줍어하는 어린 야학 선생을 눈으로 훑어보거나 놀리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연애애기나 좀해보라고 채근한다. 야학은 의식화 교육이라는 무거움에서 벗어나 20대의 청춘 남녀가 남녀의 연애 감정으로 서로 교감하는 대중적인 방식 으로 풀어간다. <변호인>이 정치적 생경함과 다큐적 사실성이라는 무거움을 벗어나는 방식은 이와 같은 탈 정치적 태도와 국밥집 장면과 같은 희극적인 장치의 도입이다. 야학의 공간은 전형적인 멜로 영화의 미장센과 장면이며 여기에 폭력적인 경찰의 불법 체포와 감금의 사건이 들이 닥친다. 가장 비정치적인 장소로 폭력적인 공권력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극명한 몽타주로 충돌하게 된다. 진우는 불온서적을 읽고 반국가단체를 결성하려했다는 죄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불법 감금되고 고문으로 인한 자술서를 작성하고 시국사범으로 구속된다.

    이후 공권력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조작과 이를 밝히려는 변호인의 법정 대결이 펼쳐진다. 결국 군의관인 윤성두 중위의 양심선 언으로 결정적인 승기를 잡는다. 하지만 검사와 판사라는 국가권력 기관의 공조로 인해 결국 형량을 다소 낮게 언도받았지만 진우는 구속을 피할 수는 없었다. 송우석은 진실을 밝혔지만 진우의 무죄 입증은 공권력에 의해 좌절되어 국밥집에서 눈물 젖은 국밥을 먹는다. 국밥집 여주인은 한복을 입고 위로를 한다. 그후 1987년 송우석은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고 구속되고 99명의 변호인단의 변호를 받으면서 재판정에 서게 된다. 99인의 변호인단의 명단을 부르면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오른다. 송우석은 변호인단의 지지를 통해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눈시울을 적신다. 관객은 송우석의 국가 폭력에 대항하는 것과 송우석을 지지하는 99명의 변호인단을 통해 우울증이 완화되었을 것이다. 우울증은 사랑하는 대상이나 이상적인 대상을 상실 할 때 찾아오는 상실감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은 현실에 적응한다는 명분아래 자신과 타협하고 이상을 양보하면서 대상과 이상적인 자기 상실을 경험했을 것이다. 관객은 송우석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이상적인 자아를 발견하고 그와 오인된 동일시를 통해 우울증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고 이상적인 자아인 송우석과 자신을 디졸브하면서 일시적으로 변호인단에 속해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호명하는 변호인단에 의한 송우석의 지지는 관객의 변호인 송우석 지지와 겹치면서 위대한 동일시와 연대 감을 확보하게 한다. 영화는 일시적이지만,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한걸음 나아가 이상적인 인물과 자신을 손잡게 하면서 위대한 환상과 연대를 가능케 한다.

    1)문관규, 「한국영화운동사에서 ‘영상시대’의 등장 배경과 영화사적 의의」, <<씨네포럼>>, 제 14호, 2012년, 361쪽. 망치론은 ‘예술이 낡은 사회를 부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망치가 되어야한다’는 입장이며, 꽃밭론은 ’예술의 고유한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지향하여 세상을 꽃밭으로 만들기 위한 예술적 입장’을 지칭한 조어이다.

    2. 선비정신을 소환하다 그리고 <역사란 무엇인가>의 의미를 찾아서

    송우석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은 텍스트 들이 들어있다. 그 텍스트가 발산하는 의미의 자장 속으로 천착해 들어가 보면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 심연에는 선비정신이라는 한국의 뿌리 깊은 정신과 1980년대를 풍미했던 책들이 뿜어내는 지식인과 역사 의식이 2013년에 개봉한 한국영화의 주인공을 통해 구체적인 실체를 얻게 하는 장관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변호인>에서 송우석은 국밥집 아들의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으면서 비로소 사회에 대해 눈을 뜬다. 비로소라고 한 것은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기 전의 송우석은 대학생 데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 부산에 사는 수익 좋은 변호사의 자리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송우석의 변화는 책을 통해 의식이 깨이면서 역사와 올바름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는 변화의 행적을 보게 된다. 그는 이른 아침에 선배 변호사집에 찾아가 자신이 그 사건을 맡겠다는 결심을 전한다. 새벽에 찾아가서 맡겠다고 결단을 하는 것은 영화적 전환점이며 여기서부터 공권력에 의한 국가폭력과 개인의 인권 보호가 첨예하게 대결하면서 법정 영화 장르로 접어든다. 감독은 송우석의 변화 그리고 변호사 노무현의 결단에 대해 ‘성찰이라는 망치로 자신을 깼던 사람’의 모습으로 설명하였다.

    세무변호사로 탄탄대로를 가던 송우석의 변화는 두 가지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는 실제 모델인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에서 나온 변화의 동기를 대사에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자서전에서는 아들 세대를 위한 아버지 세대의 희생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무장은 부독련 사건을 맡아 고난의 길을 가지 말고 건설회사 고문변호사를 맡아 8차선에 액셀을 밟으면서 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송우석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 대학생들을 변론하겠 다고 설득한다. 이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토대로 영화 속에서 변신의 설득 장치로 활용한 부분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정의로운 미래를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 세대에서 투쟁하고 희생해야한다는 결단의 명분을 부여한다.

    두 번째는 <역사란 무엇인가>가 불온서적 검증 문제에서 불온서적이 아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국가 폭력에 의한 고문 조작 사건을 밝히려는 법정 드라마의 일 라운드를 장식한다. 여기서 왜 <역사란 무엇인가>란 텍스트가 등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 송우석의 변화와 한국 선비 정신의 발현이 만나는 장관을 볼 수있다. 또한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던 학생들이 필독서처럼 읽었던 한완상의 <민중와 지식인>에 나오는 지식인에 대한 역할의 부활도 함께 미장아빔으로 배치되었음을 살펴 볼 수 있다. 불온서적으로 쌓여있던 책 더미에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이 놓여있었다.

    그렇다면 우선 <역사란 무엇인가>와 송우석의 가치관 변화와 관련성을 입증해보고 다음에 송우석의 태도가 한국 선비 정신과 접맥되는 부분을 거슬러 가보자. 그 다음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과 선비 정신 그리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도출해낸 인물상이 노무현 혹은 송우석이라는 캐릭터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검증해보자.

    에드워드 할렛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에서 그침없이 오가는 대화” 4) 라는 구절을 상기시키는 대표적인 저작물이다. 역사 교양서로 한국에서 널리 읽혀졌으며 수많은 글에서도 인용된 텍스트다. 이 책이 <변호인>에서 중심 텍스트로 언급되면서 ‘에드워드 카는 빨갱이가 아니고 우방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관이므로 그가 집필한 책도 불온서적이 아니다’는 사실을 송우석이 입증하 면서 고문 조작 사건을 실체를 밝히려고 시도한다. 왜 <해방 전후사 인식>이나 <민중과 지식인>을 제외하고 이 책을 선택했을까. 우선 사실에 충실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부림 사건의 자료를 검토해 보니 관련자들이 읽은 도서 목록에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중은 미미하다.

    독서 목록은 이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이 보여주는 사회적 비판의식을 담지한 텍스트 위주의 독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란 무엇인가>가 영화의 후반부에 중요한 서브 텍스 트로 등장한 것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할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다음 주장에서 미장아빔적 텍스트였음을 감지할 수 있다. 에드워드 카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사회를 개혁할 수있다는 믿음은 유럽에서 지배적인 정신적 흐름이 되어있다. 그것은 자유를 유일한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겼던 믿음을 밀어내왔다” 6) 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인간의 의식적 노력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은 <변호인> 송우석이 부독련 사건의 학생들의 변호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과 합치된다. 운명과 역사에 수동적으로 순응 하는 것보다 역사와 운명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세계를 변화시 키려는 인간의 노력에 대한 긍정은 카의 저서가 논파하고 설득하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뒤로 감추고 영화에서는 카의 국적과 신분에 대한 검증을 하면서 정치적 뇌관을 피해간다. 송우석이 보여주는 열정과 노력은 인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낙관과 긍정에서 가능한 일이며 이는 카가 유럽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간파한 조류이기도 한다. 여기서 송우석의 태도 변화와 가치관은 카의 사상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가 폭력이라는 강자의 강압에 대해 맞서는 송우석의 자세이다. 송우석은 떼어먹은 국밥값으로 인해 수년 동안 마음이 얹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국밥집을 찾아가 국밥외상값을 내고 용서를 비는 정직한 인물이다. 국밥집 주인은 외상값은 돈으로 갚지 말고 얼굴과 발로 갚으라고 너그럽게 용서한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직원과 함께 단골로 국밥집을 찾으면서 부채감을 탕감한다. 이와 같은 행위는 송우석의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정옥자에 의하면 한국의 선비는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을 통해 의리의 구현과 인정의 구현으로 균형을 잡는다고 한다. 또한 선비는 ‘서릿발 같은 기개와 꼿꼿한 지조로 외경의 대상도 되지만 어려운 사람이나 고통 받는 이를 위해서 따듯한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기도 한다. 선비 정신은 여러 층위가 있지만 ‘자신에게 박하고 남에게 후하는 박기후인薄 己厚人과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부추기는 억강부약(抑强扶弱)’ 7) 의 자세를 지닌다. 송우석은 단골인 국밥집 아들이 고문 조작에 의해 무고 함을 변호하는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자세를 보여주며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조작 사건이라는 강자에 맞서서 법리와 진실의 이름으로 대항하고 억누르며 무고하고 약한 대학생들을 변호하고 북돋우는 억강 부약의 선비 정신을 내면화하고 실천한다. 선비의 정신은 의식적 개혁을 통한 긍정적 변화라는 카의 역사 인식과 마찬가지로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과 기개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바로 잡으려는 인간적인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접맥된다.

    세 번째는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에 나오는 지식인 상을 송우석이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완상은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 면서 ‘비판과 창조를 그 생명’으로 한다고 주장하였다. 바람직한 지식 인상으로 제시된 항목은 실천적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강조로 수렴된 다. 한완상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첫째, 분석과 관찰을 주로 미시적인 지적활동으로 본다면 지식인의 활동은 거시적 통찰을 그 핵으로 삼는다. 역사의식을 씨줄로 삼고 사회의식을 날줄로 삼아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건과 사물을 통찰 하고 상상한다. 둘째, 그는 의분과 공감과 정을 가지고 사건을 파악한 다. 세째, 지식인은 사실의 세계를 진실의 세계로 착각하지 않는다. 넷째, 일상성의 세계와 그 일상성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섯 째, 일상성의 질서를 회의하려는 지식인은 자연스럽게 자기가 사는 시대를 지배하는 허위의식을 꿰뚫어 볼 수 있다’ 8) 한완상이 이상적으로 사유하는 지식인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지니면서 허위의식을 폭로 하고 부당한 기존 질서를 정당화시켜주는 일과 기존질서의 유지와 강화에 기여하는 일과 단절하는 인간이다. <변호인>의 엔딩 크레딧에 포함된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 중 한 명이 실제 한완상 선생의 자녀라는 점도 흥미롭다.

    송우석은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조작 사건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폭로하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국가기관에 대해 법리와 정의의 이름으로 대항하는 지식인상에 부합한다. 송우석은 인간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을 지니는 역사적 인물이자 기개가 높은 선비이면서 약자를 돕고 강자에 맞서는 억강부약의 선비적 태도를 견지하고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기존질서를 정당화하는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지식인이기도 한다. 여기서 <역사란 무엇인가>가 왜 중요한 텍스트로 등장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허위의식을 수긍하면서 매일매일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한국형 선비의 등장과 지지할 대중 영웅에 대해 지지의 시선을 보낼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2)양우석 인터뷰, 「씨네 21」, 2014년 1월 10일,  3)유시민 외, 『운명이다』, 돌베개, 2010, 83쪽.  4)에드워드 할렛 카, 이연규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 단유출판사. 1992. 44쪽.  5)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 편 제 2권』,인물과 사상사, 2003, 56쪽. 노무현 『여보 나좀 도와줘』새터, 1994,213쪽 재인용.  6)에드워드 할렛 카, 앞의 책, 218쪽.  7)정옥자,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 문이당, 2011, 153쪽.  8)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정우사. 1978, 49-52쪽.

    3. 영화는 역사를 소환한다. 그리고 진실은 여전히 아름답다.

    <변호인>을 보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두 가지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이 내면에서 솟구쳤다. 두 가지 말은 정성일과 들뢰즈의 주장이었다. 보다 분명한 사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범행현장을 다시 찾은 수사관처럼 연구실로 돌아가 정성일과 들뢰즈의 책을 찾아보았다. 정성일은 “그 영화를 사랑하는 건 그 영화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영화를 사랑하는 건 세상을 사랑하는 그 방법이다” 9) 라는 멋있는 말로 영화와 세상과 관계를 설명했다. 나는 영화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이 아름다울 수도 불편할 수도 있으며 그 방법에 대한 지지가 관객을 능동적인 인간으로 고양시키고 세상과 인간을 접착시켜준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들뢰즈의 말은 “세계 가, 우리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나쁜 영화가 되어버렸다면, 진정한 영화는 우리가 세계를 믿을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사라진 신체를 믿을 이유를 주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0) 라는 부분이다. 신뢰를 잃은 세상에서 영화가 세상의 신뢰와 정의에 대한 믿음을 환기시 켜줄 수 있다는 다소 이상적인 주장이자 바램이었다. <변호인>을 보고 나오면서 예술이 세상을 견인할 수는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진실은 승리할 수도 있다는 서툰 희망을 주입받은 기분이었다. 흡사 명사의 초청강연에서 인생에 대해 위로 받거나 저명한 목사의 설교를 듣고 은혜 받고 교회의 문을 나서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한 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앞으로 역사는 예술의 법정에 소환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대의 권력자들의 절대횡포를 제어할 수도 있지 않을 까라는 낙관주의였다.

    역사는 이제 대부분 영화의 청문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소환의 시기가 가까운 미래이거나 먼 미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역사가 이미 일어났던 일을 담아내고 시가 있을 수 있는 것을 담아낸다던 서양의 고전적 이분법이 흔들리고 있음을 입증한다 영화는 이미 있었던 것도, 있을 수 있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은폐되었던 존재는 카메라의 렌즈와 특별한 앵글의 힘으로 탈은폐될 수 있으며 영화적 현실로 재구성되어 관객을 예술적으로 설득한다. 또 하나는 현실에 있어났던 일보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일을 스크린이 더 선호라며 관객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상상이 현실보다 더 진실을 설득하고 보완할 수 있다 상상은 현실을 더 두껍게 설명하고 재미있게 가공하여 마음에 와 닿게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연성보다 더영화적으로 효용가치를 획득하여 지속적으로 소구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힘의 논리에 의해 왜곡되거나 은폐될 위험성에 노출 되어있다. 영화는 역사적 상황과 권력자들이 힘의 논리로 은폐하고 미화하려했던 것에 대해 예술의 이름으로 해부하여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도려낸다. 영화적 설득으로 역사적 사실은 더 대중적 호소력을 지니며 예술적으로 가공과정으로 인해 이념의 경직성과 사실의 단을 완화하여 관객의 지지를 받으면서 공감의 이름으로 진실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이미 일어났었던 현실은 예술의 장르로 흡수되면서 진정성의 함량을 유지하거나 증폭하면서 관객들에게 사실이 아닌 영화적 재미로 완충되어 수용되고 기의적 진실은 순도 100%를 유지하면서 온전히 진실의 역사를 흐르게 한다. 여기서 예술은 혹은 영화는 상품이라는 폄하된 대중 매체에서 역사와 철학이 버거워했던 것을 신명난 춤판의 광대들의 몸짓과 대사를 통해 전승해 오듯이 영화가 역사를 끌고가며 진실을 소환한다.

    영화의 힘에 대해 자각한 정치인들은 영화를 정치적 도구화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현실 정치인들은 사관의 눈보다 감독의 시선을더 따갑게 의식하게 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영화는 예술의 이름으로 역사와 인물을 진실의 법정에, 놀이의 법정에 소환하여 한판 크게 놀이감으로 만들거나 영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1980년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되었던 20대 대학생들의 독서모 음을 영화의 장에서 복권시켜주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왜곡된 역사를 뒤집고 있다. 역사를 소환하는 방식은 이성적으로 계몽하거나 정치적 으로 선전하거나 하는 구태의연한 계몽의 변증법이 아니라 1000만 이상의 관객을 극장 매표소 앞으로 불러들여 관람료를 받아가면서 예술적 공감의 장을 펼치는 자본주의적 방식이다. 자본은 이윤의 창출을 위해서 악마와도 거래한다. 역사적 그늘과 정치적 부당함이 대중들의 억눌린 울분을 어루만지면서 ‘공분 마케팅에 성공하면 흥행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공식이 충무로에 수립되면 수많은 질곡의 현대사와 과거사가 스크린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관객은 동원된 관객이 아닌 자발적 참여를 통해 역사바로잡기의 주역으로 자리할 것이다. 프롤레타리아의 단결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시민의식의 성장이 세상을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의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 키는 물결로 주목받을 시기가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변호인>은 바로 영화가 역사를 소환한다는 사실과 역사바로잡기가 상업 자본의 힘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이다.

    <변호인>의 힘은 사실과 진실의 힘겨루기에서 진실의 힘이 얼마나 관객을 뒤흔들 수 있는가를 입증한다. <변호인>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영화적으로 재구성되었다. 그 사건은 ‘1981년 9월 7일 ‘부림’사건으로 이상록, 고호석, 송세경, 설동일, 송병곤, 노재열, 김희욱, 이상경 등 8명 1차로 구속되고 2차로 최준영, 주정민, 이진걸, 장상훈, 전중근, 박욱영, 윤연희 등이 구속되고 3차로 당시 도피중이던 이호철, 설경혜, 정귀순 등이 구속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역사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1981년 부림 사건은 부독립 사건으로 송병곤은 진우로 노무현은 송우석으로 영화적으로 재구성되었다. <변호인>의 힘은 사실에 근거한 영화에서 발휘된다. 하지만 실제 일어났었던 역사적 사실의 힘보다는 보다는 영화를 통해 ‘국가 기관에 의한 사건조작으로부터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려고 진실을 밝히려는 힘’ 즉 진실에 방점이 찍혔다. 진실에의 호소는 미학의 본령이자 관객의 지지를 얻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타협이 아닌 정면 승부를 통한 아름다운 패배를 보여준다. 송우석은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인 간에 타협으로 형량의 조정을 통한 국보법 사건 종결을 거부한다. 그의 거부는 형량 낮추기보다 공권력의 고문 조작 사건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인의 숭고한 의지의 표명이다. 공권력의 불법 감금과 고문에 의한 사건 조작 이라는 진실은 법정의 법리 공방을 통해 승부를 기리려고 했으나 권력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변호인 자신도 결국 재판정에 피고로 서게 된다.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송우석에 대한 변호인단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이기도 하지만 진실은 오히려 부조리한 시대에 재판정에 피의자의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가시화한다.

    진은 서양 미학에서 진, 선, 미 중의 하나이며 재현의 문제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미학적 개념이다. 서양의 미학은 예술이 진실을 표현하거나 환영을 만들어낸다는 두 가지 갈래에서 출발한다. 소크라테 스는 예술이 실재의 모방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예술의 가장 큰 덕목을 사물의 형체에 대한 객관적인 표현으로 간주했다. 진실의 재현 문제는 “자연을 충실히 모방하는 것과 예술가가 여러 가지 대상으로부터 모을 수 있는 완전성의 선택” 13) 이라는 것으로 축약되기도 했다. 결국 이데아나 실재라는 것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소환하고 표현해낼 때 진의 미학은 성취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잉가르덴은 진실에 대해 네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개념을 명료화하였다. 이 규정은 지금도 유효하게 수용되고 있다. “첫번째는 재현된 대상과 실재 사이의 상응관계, 두 번째는 예술가의 관념을 알맞게 옮기는 것, 세 번째는 신실성, 네번째는 내적 일치” 14) 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예술과 실재 일어난 것과의 일치와 감독의 의도와 작품의 표현된 것과 일치 문제이다. <변호인>은 부독림사건으로 명칭은 바뀌었지만 1981년 부림 사건의 변호라는 실재 사실과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 사건을 통해 변호사 송우석이 1987년 역사의 한복판으로 나아가고 결국 정치인으로 입문하고 30년을 이 관성의 힘으로 살아갔다는 사실을 영화적으로 설득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변호인>은 등기전문 세법 변호사가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고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법정에 서는 과정을 다루면서 엔딩크레딧에 이어서 그의 정치적 행보가 한국 현대가의 한복판으로 접어들게 하는 개연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진의 개념에 부합한다. <변호인>은 진실의 재현에서 더 나아가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을 덧붙였다. 고난의 길을 견디면서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은 진실의 재현보다 예술적으로더 호소력이 강렬하다.

    여기서 필자는 예술의 진실을 드러내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성찰 해보고 싶다. 하나는 임인식의 <1951년 서울역>이라는 피난 열차를 타는 사진과 김환기의 <피난열차>라는 작품의 거리이다. 이 거리는 사진과 그림의 거리이자 6.25 전쟁으로 인한 피난 열차라는 역사적 참상이 많이 희석되고 순치된 김환기의 작품이 주는 예술적 승화에서 비롯된다. <피난 열차>는 피난 열차라는 역사적 실재를 존재로 하여 예술적 희석을 통해 예술성을 돋보이게 한다. 피난이라는 진실은 그대로 유지되며 예술적 시각이 가미되어 열차와 그 안에 콩나물처럼 들어있는 인물군상이 아름답게 묘사되며 역사적 상흔이 완화된다. 예술은 여기서 정서적 희석 작용과 미적 아름다움이 가미된다. 진실의 순도는 소주의 순도 정도에 머물 것이다. 하지만 미적 아름다움으로 진실의 희석은 상쇄된다. 여기서 진실은 희석된 진실이며 무딘 진실이 다. 진실의 희석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은 미적 아름다움이라는 덕목이며 예술적 설득이다. 그리고 비극적 참상과 시대의 아픔은 정면에서 마주치는 것을 빗겨가게 하는 예술적 완충이 개입된다.

    두 번째는 광주 민중항쟁의 사진과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그림의 차이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이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을 강조하였고 그림이 공권력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탄압받은 광주 시민의 이미지를 섬뜩하게 표현하여 분노와 저항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예술적 재현은 사실의 희석이 아닌 뾰족한 진실이며 강조된 진실이다. 여기서 예술은 프로파간다의 길로 접어든다. 영화가 사회적 발언을 할 때 뾰족한 진실이 가장 앞자리에 선 순도 높은 발언 이며 무딘 진실은 뒷자리에 놓이게 된다.

    세 번째는 무딘 진실과 뾰족한 진실이 융합된 것이다. 세 번째는 정치와 거리를 두기도 하지만 예술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발언하기나 보여주기다. 이때 작품은 정치와 예술의 경계에 서 있으면서 예술의 방향으로 약간 기우뚱하게 기울어져있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 장면과 부림 사건 그리고 법정 투쟁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국가폭력을 드러내지만 야학의 낭만적인 연애 위기와 국밥집에서의 연대는 정치적 선정성을 마모시켜서 대중적으로 포장해낸다. 영화에서 희석된 정치성의 자리에 대중성이 삼투해 들어간 것이다. 날카로운 공격성은 진실의 규명이라는 변호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작품의 결기과 골격을 만들어낸다. <변호인>이 특정 정치인의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적 지지를 받은 요인이 바로 정치의 희석화와 대중성을 담보로 한 소통 성공에 있다. 역사적 진실 규명과 대중적 소통 노력은 정치와 예술의 기우뚱한 결합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설득 해냈다. <변호인>의 흥행 성공은 무딘 진실과 뾰족한 진실을 어떻게 대중영화에서 효율적으로 혼합해야하는가에 대한 실례를 제공한 것이 다. 자본은 보다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진실과 허구를 가리지 않으며 정치성도 탈정치성도 구분하지 않는다. <변호인>의 성공은 자본이 보다 많은 역사적 사실을 소환하여 진실의 법정에 세우게 되는 새로운 리얼리즘계열의 영화에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앞으로 현실 정치인 들은 역사의 심판 그리고 국민의 눈과 더불어 영화감독의 시선도 두려워하게 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 점은 <변호인>의 흥행성공이 가져다준 놀라운 예술의 힘에 대한 빙산의 일각이다.

    9)정성일,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바다, 2010, 55쪽.  10)질 들뢰즈, 이정하 옮김, 『시간-이미지』, 시각과 언어, 2005. 396쪽.  11)강대민, 『부산지역 학생운동사』, 국학자료원, 2003. 421쪽.  12)유시민 외, 앞의 책, 79쪽.  13)타타르키비츠, 손효주 옮김, 『미학의 기본 개념사』, 미진사. 1997. 352쪽.  14)타타르키비츠, 위의 책, 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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