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사공공외교의 특징과 함의

Characteristics and Implications of Public Diplomacy of Russian 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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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haracteristics of Russian alliances and friendly nations accepted by Russian government through Frunze Joint Forces Military Academy in a dimension of military public diplomacy and external identity of Russia. For this purpose, this study selected Frunze Joint Forces Military Academy which Russian government uses as a means of military public diplomacy as the subject of research and collected as samples of study 31 allies and friendly nations which Frunze accepts. As the result of analysis on external identity of Russia in connection with various attributes of 31 allies and Russo-Korean relationship after quantifying politico-economy, military cooperation and regional identity as independent variables and establishing external identity of Russia as a dependent variable, regional block, Russian Military occupation and quantitative level of human exchange proved to have significant results in forming external identity of Russia.

  • KEYWORD

    Public Diplomacy , Military Public Diplomacy , Russian Federation , External identity of Russia , Frunze Joint Forces Military Academy

  • Ⅰ. 문제제기

    탈냉전 이후 국제사회의 외교수행은 정부주도의 위계적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는 쌍방향적 공공외교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이 감소하고, 민주화와 정보화가 확산된 현대 사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물리력 대신 문화, 가치, 제도 등의 무형자산을 대외정책 실현의 주요한 수단으로 선호하게 되었다. 공공외교의 목적은 특정 국가가 소프트파워를 타국에 전략적으로 투사함으로써 우호적인 대외정체성을 공유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중국이 세계 각국에 공격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공자학원은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고 견제하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차단하고, 중국의 부상이 문화적이고 평화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성하기 위한 공공외교의 정책적 산물이다.

    러시아에서도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 집권 이후 공공외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000년도 ‘러시아연방 대외정책 개념’에서는 문화, 학문, 지적 창조물의 대외홍보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이미지 형성의 중요성이 공식적으로 언급되었고,1) 푸틴도 재외 공관장 연례 회의에서 러시아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외교관들의 창의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러시아가 처한 대외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외교는 러시아에 대한 외부의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전환시키는 한편 ‘강한 러시아 건설’이라는 국가 목표가 외부 세계의 경계심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적 활동으로 이해된다.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유라시아 정향성이 심화되는 추세다. 이것은 옐친(Boris Yeltsin) 집권 시기 추진된 친서방 정책의 경험으로부터 지역질서 재편을 발판 삼아 제국으로서의 국가적 위상을 재건하기 위한 러시아의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푸틴이 집권한 이후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독립국가연합(the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이하 CIS)과 중국을 중심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 등 기존의 우방국에 집중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의 전통적 적대세력인 나토를 위시한 서방국가와의 대외관계는 냉전시대의 대결적 구도에 정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지역주의는 국가 상호 간의 집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며(변창구, 2010, p. 30), 군사협력은 국가 간 우호적인 ‘안보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Atkinson, 2006, pp. 525-532). 본 연구는 국가의 대외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주의와 군사협력에 주목하여, 러시아 정부가 군사공공외교를 통해 수용하는 동맹 및 우방국의 특징적 요소와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러시아 군사공공외교의 특징 및 함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군사공공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고, 연구의 표본은 푸틴 집권 기간(2001-2013년)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이 수용한 31개 우방국2)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국가의 정치경제, 군사협력, 지역적 속성을 독립변수로 계량화하고, 러시아의 대외정체성을 종속변수로 설정한다. 러시아의 대외정체성을 31개 동맹 및 우방국의 다양한 속성변수들과 연계하여 분석하고 결과를 해석함으로써 러시아와 동맹 및 우방국들 간의 정체성 형성에 있어 유라시아 지역주의 요인과 군사협력의 의미를 파악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2장에서는 공공외교 및 군사공공외교, 정체성에 관한 기존의 연구를 검토한다. 3장에서는 연구문제 및 방법을 기술한다. 4장에서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해석한다. 5장에서는 논의를 정리하고 한국군의 군사공공외교의 정책적 고려사항을 제안할 것이다.

    연구기간이 푸틴 집권 시기로 한정되어 옐친 시기와 비교분석이 제한되는 점은 본 연구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또한 푸틴 집권 시기 러시아 합동군사대학이 수용한 동맹 및 우방국이 31개국으로 표본이 크지 않고, 러시아군이 공공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든 군사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연구가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적 설명력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정보 접근이 제한된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경험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이와 연관된 후속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1)Концепция внешней политик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2000).  2)표본국가(N=31, 알파벳 순): Abkhazia, Algeria, Angola, Armenia, Burundi, China, Cuba, Ethiopia, France, Georgia, Kazakhstan, Repubic of Korea, Kyrgyzstan, Libya, Moldova, Mongolia, Mozambique, Myanmar, Namibia, Poland, Serbia, South Ossetia, Sudan, Syria, Tajikistan, Turkmenistan, Ukraine, United States, Uzbekistan, Vietnam, Yemen. 이상 31개국.

    Ⅱ. 기존 연구의 검토

       1. 공공외교와 군사공공외교, 대외정체성

    공공외교는 자국의 국가적 목표와 정책뿐만 아니라 사상과 이상, 제도 및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정부가 타국의 대중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이다(Hans Tuch, 1990, p. 3). 공공외교의 새로운 정향은 정부주도의 전통적인 외교방식에서 벗어나 각종 예술, 지식, 미디어, 언어 원조 및 개발협력 프로그램 등이 다양한 행위자를 통해서 상대국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외교는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복합적인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산을 의미한다(윤영미, 2012, pp. 254-255).

    21세기 신공공외교는 기존의 공공외교와 몇 가지 측면에서 구별된다(김태환, 2011, pp. 2-3). 세계화의 확산과 민주화의 진전으로 전통적인 행위자 이외에 국제기구, NGO, 다국적 기업 및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한 개인의 참여가 크게 확대되어 21세기 신공공외교는 초국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 또한 IT의 혁명적 발전에 따른 첨단 통신매체의 등장으로 국가 간 소통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정보와 지식의 확산이 가속화된 것도 신공공외교의 특징이다(<표 1>참조).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이 선택한 강성정책은 전통적인 외교의 한계를 드러내며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신공공외교의 출현을 촉진시켰다. 나이(Joseph S. Nye, Jr)에 따르면 소프트파워는 강제나 보상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으로, 21세기 국제정치의 권력은 강제권력 기제인 하드파워로부터 문화, 가치 등을 바탕으로 대화와 동의를 통해서 작동하는 소프트파워로 이동하고 있다(Nye, 2004, pp. 4-8).

    소프트파워는 자산 종류에 따라 가치 및 제도의 확산, 관광, 문화, 학술 및 인적 교류 등 크게 다섯 가지의 공공외교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김태환, 2011, pp. 4-6).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국가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의 능력, 대외정책의 보편성과 특수성, 장기적인 국가 이익 및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공공외교의 영역은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일 한국시대를 대비하여 통일연구원에서 시행한 ‘통일공공외교에 관한 연구’는 한국의 특수성이 적용된 통일공공외교 분야의 정책제언이다(통일연구원, 2012).

    한편, 공공외교의 실행 과정에서 소프트파워의 두 가지 고유 작동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진행남, 2013, p. 5). 첫째, 소프트파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타국이 자국의 문화나 가치를 매력적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러한 인식의 구성에는 자국의 문화나 가치에 대한 사회화 과정이 수반된다. 둘째, 소프트파워는 강제나 보상이 없기 때문에 문화나 가치가 매력적인가는 궁극적으로 수요자의 자발적인 선택과 반응에 달려 있다. 따라서 소프트파워가 투사되는 대상 국가의 문화적 특징을 고려한 사회화 과정은 전략적 선택이며, 이것은 소프트파워의 작동방식이 하드파워에 비해 ‘관계적 맥락’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파워 작동방식의 사회화 과정은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과정이다. 국가의 행위는 상호주관적인 규범과 사회화의 학습과정이다. 국가의 이익과 정체성은 사회화의 학습과정을 통해 구성되며, 사회화 과정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대한 국가의 행위를 확증해가는 학습이다(Wendt, 1999, p. 170). 정체성은 지식체계, 가치 경험 등을 통해 국가 간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며 국가의 이미지나 국가집단의 성격을 의미하는 간주관성이다(Wendt, 1992, 1995, 1999). 국제체계에서 사회화 과정은 국가 간 상호작용을 의미하며, 국가는 타 국가와의 동일시 작업을 통해 집단행동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집합적 정체성이라는 대외정체성을 갖게 된다(Wendt, 1999, pp. 224-229). 국제체계는 국가 상호 간의 주관적 관계, 즉 관계적 맥락에 의해 구성되며 이렇게 형성된 국제체계의 관념적 요소에 의해 특정한 국가가 가지는 힘과 이익이 결정된다(Wendt, 1994, p. 385). 이런 맥락에서 공공외교의 실재성(實際的)은 특정 국가가 타 국가로 소프트파워를 투사함으로써 상호 구성되는 우호적인 집합적 정체성의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국가이익은 선험적으로 주어지기보다는 정체성의 영향을 받아 상이하게 구성될 수 있으며, 정체성의 변화에 따라 국가의 이익이 조정되고, 국가의 이익이 조정되면 대외행위도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김애경, 2004, p. 35). 정체성, 국가이익, 대외행위(대외정책)의 연결고리에서 공공외교의 역할은 소프트파워의 투사와 반응의 역동적 과정에서 국가 간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집합적 정체성을 우호적으로 변화시켜가는 매개체이다.

    군사공공외교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다. 원론적 수준에서 군사외교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정책과 국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군사부문의 대외적 군사교류협력 활동”(배진수, 1997, p. 292), “타국과의 군사적인 유대강화 및 교류협력을 통하여 국가외교에 기여하고, 군사적 역량을 증진시키며 유사시 외국의 군사적 지원을 획득하기 위해 수행되는 제반 활동”(강범두, 2002, p. 393)으로 파악된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본 연구에서 군사공공외교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한 선제적 분쟁예방 및 세계적 평화구축 실현을 위해 타국의 대중과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개인 및 집단의 마음을 사는 소통의 과정”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군사공공외교에 대한 국내연구는 대체로 국제평화유지활동과 같은 해외파병의 성과에 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탈냉전을 지나 한국을 비롯한 여러 중견국에서 軍의 역할이 자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유지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의 책임과 의무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3) 해외파병을 통해 국제평화 증진은 물론 자국의 국격 및 위상이 제고되고 영향력이 확대되고, 전후재건 사업에 자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의 선점도 일종의 소프트파워를 통한 군사공공외교의 성과이며 기여외교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윤영미, 2012, p. 261).

    일부 국외연구에서는 외국군 장교에 대한 수탁교육 프로그램(military exchange programs)이 軍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효과적인 군사공공외교로 평가되고 있다. 냉전 시기 미국이 시행한 국제 군사교육 프로그램(International Military Education and Training program, IMET)은 소프트파워가 투사된 대표적인 군사공공외교 사례로서 미국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Nye, 1996, p. 21). 1972년부터 2000년도까지 국제 군사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이 수용한 165개 동맹 및 우방국을 표본으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미군의 선진화된 교육시스템과 인프라,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가치는 외국군 장교단 및 동반 가족들이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미국식 가치관이 신념화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Atkinson, 2006, pp. 509-537). 또한 수탁교육을 마치고 본국에 복귀한 외국군 장교 및 가족들을 통해 미국식 가치관의 우월성이 전파되고, 이들이 향후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에 진출하여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증대되고 제도화되었다. 결과적으로 국제 군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동맹 및 우방국들의 對美 정체성이 우호적으로 변화되고 이것이 미국의 안보이익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군사공공외교에 대한 국내외 연구와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소프트파워가 투사되는 방향과 군사공공외교의 선택적 수단에 따라 네 가지 모델로 유형화할 수 있다. 군사공공외교의 선택적 수단을 기준으로 외국군 수탁교육 프로그램 및 문화행사, 인재양성 및 선진 군사교리 전수를 위한 군사고문단 파견은 각각 소프트파워가 수렴 및 발산된 유형이다. 연합훈련 및 훈련참관, 방산전시회는 하드파워에 기반하여 소프트파워가 수렴된 경우이다. 국제평화활동과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조, 순항훈련은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와 함께 발산된 사례들이다(<그림 1> 참조).

    군사공공외교의 선택적 수단에 있어 하드파워만 적용될 경우 그것은 공공외교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본 논문은 소프트파워가 선택적 수단으로 적용되고 내부로 수렴된 외국군 수탁교육 프로그램 모델에 기초하도록 한다.

       2. 러시아의 군사공공외교와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공공외교 경쟁에서 후발주자이다. 옐친 집권 시기는 구 소련 해체 이후 국내외 정치경제적 후유증을 해결하기에도 여념이 없었다. 푸틴 집권 시기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공공외교의 적실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도 강한 러시아 건설이라는 국정목표와 함께 발현된 제국증후군에 밀려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소외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2012년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 푸틴의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4) 이후 러시아에서도 공공외교의 필요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의 공공외교에 대한 국내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우준모(2010) 등의 연구와 통일연구원(2012)에서 발간한 통일공공외교 연구총서가 그나마 러시아의 공공외교를 연구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연구는 러시아 공공외교의 역사와 목표, 수행체계 등 주로 제도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다. 또한, 러시아의 공공외교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분석하기보다는 정부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와 언론의 정보를 활용한 단편적인 분석에 그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공공외교에 관한 러시아 내부의 인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공공외교는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투사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면서도 서방과의 경쟁적 수단의 한 축으로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Шершнёв, 2011, pp. 302-304; Лукин, 2012, pp. 61-68; Долинский, 2012). 특히 사활적 이익이 걸린 포스트소비에트 지역에 대한 러시아 공공외교의 전략적 중요성은 미국과의 의식적인 경쟁구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Фоминых, 2010, pp. 74-79). 공공외교는 관계적 맥락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소프트파워가 투사되는 대상 국가의 문화적 특징을 고려한 전략적인 사회화 과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공외교는 미국 등 서방을 의식하여 공공외교의 목표와 방법, 동원되는 자원의 ‘양과 질’이 결정된다.

    둘째, 러시아의 공공외교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보다 국정을 선전하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로서의 의미가 크다. 러시아 엘리트 그룹이 인식하는 소프트파워는 각종 정보수단을 활용해 대외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총합체이다(Путин, 2012). 이것은 소프트파워를 상대국의 마음을 매력적으로 사로잡아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서방을 상대로 정보전에 필요한 ‘대칭적인 수단’으로 접근하는 왜곡된 인식이다.

    셋째, 변화하는 공공외교의 패러다임에 부응해 러시아도 비정부기구를 공공외교의 중요한 행위자로 인식하고 있다(Шершнёв, 2011, pp. 79-84). 하지만 공공외교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 비정부기구의 실체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러시아 공공외교의 추진체계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주도하는 ‘정부 주도형’에 가깝다. 공공외교를 수행하는 행위자들은 상부기관으로부터 지시와 명령을 따르는 수직적 행태의 연계 구조를 띠고 있다(통일연구원, 2012, p. 24). 공공외교를 대행하는 루스키미르재단(Russkiy Mir Foundation)이나 고르차코프 공공외교 지원재단(The Foundation for the Support of Public Dipljmacy named after Gorchakov)은 대통령 지시로 설립된 정부기관들이다(통일연구원, 2012, pp. 28-29). 그 밖에 공공외교를 수행하는 학계나 언론도 사실상 국영기관으로서 자율성에는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공공외교에 대한 선행연구는 더욱 제한적이다. 특히 본 연구의 대상인 러시아의 합동군사대학에 관한 연구는 전무하다. 러시아 합동군사대학의 공식적인 명칭은 ‘프룬제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Общевойсковая ака-демия Вооружённых Сил РоссийскойФедерации имени М. В. Фрунзе. 이하 프룬제)’이다.5)

    프룬제는 1832년 러시아 제국 총참모부(한국군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 직속의 니콜라이 아카데미로 창설되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1925년부터 1998년까지 붉은군대의 지휘관이었던 프룬제 장군의 이름을 따서 ‘프룬제 아카데미’로 명명됐다.6) 이후 구소련의 붕괴에 따른 국방운영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군구조개편에 따라 기갑 아카데미, 샤포슈니코프 장교 고등군사반 및 사관학교 등이 프룬제에 예속되면서 ‘러시아 합동군사대학 및 러시아 지상군 군사학 연구센터’로 발전해 왔다. 최근 러시아군이 추진하는 국방개혁의 복고현상의 영향으로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은 과거의 명칭인 ‘프룬제 아카데미’를 회복하게 되었다.

    프룬제는 지상군 교리 발전과 학교교육 계획, 사단급 이하 제대의 야전 지휘관 및 참모장교 양성과 장교 보수교육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수행 측면에서 프룬제는 한국군의 육군 교육사령부의 일부기능과 합동군사대학 및 육군사관학교의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주코프(Georgii Zhukov), 로코소프스키(Konstantin Rokossovsky), 코네프(Ivan Konev) 원수 등 소비에트 연방의 명장들이 이곳 프룬제를 거쳤다. 현재 약 1,300명의 교수 및 교관이 교육을 담당하며, 이 중에서 박사급 교수요원은 약 780명에 이른다. 또한 이들은 야전 및 정책부서에서의 현장경험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체첸, 조지아 전쟁 등 다양한 전투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교수 및 교관요원은 2-3년 단위의 순환직이 아니라 전임직으로 보직을 받아 전역 시까지 교육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교수 및 교관은 높은 수준의 학문적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역 이후에도 상당수가 민간 교수 및 교관 요원으로 재취업되어 교수진의 전문성은 후속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학은 고유 학문분야로서의 독립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프룬제는 석사 및 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

    프룬제는 부대 창설 이후 최초로 1928년에 몽골군 장교단에 대한 수탁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팽창주의와 바르샤바조약기구(Warsaw Treaty Organization)의 창설을 계기로 소연방은 동유럽, 제3세계 동맹 및 우방국 장교단과 사관생도들을 대거 초청하여 외국군 수탁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연평균 약 32개 동맹 및 우방국에서 파견된 천여 명의 외국군 장교 및 사관생도들이 배출되고 있다.7) 프룬제는 외국군 장교 수탁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특수교육대(Специальный факультет)를 운영하고 있다. 특수교육대를 지원하는 교수 및 교관요원은 외국인 교육에 특화된 인력으로, 러시아군의 전술지식부터 군사사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교육 노하우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군사보안에 관한 러시아군의 규정에 따라 외국군 장교들의 교육은 러시아 장교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진행되며 수업내용 외에 정보접근이 제한되는 점은 러시아군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데 제한사항이다.

    외국군 수탁교육 프로그램은 1년의 예비과정과 2년의 정규과정(군사학 석사)을 포함하여 총 3년으로 진행된다. 이 중 예비과정은 러시아어가 제2언어인 CIS 장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예비과정에서는 러시아어와 정규과정에 필요한 소양교육이 진행된다. 러시아어 교육은 프룬제 직속의 러시아어과의 민간인 강사들이 전담한다. 민간인 강사들은 외국인 장교들을 대상으로 대부분 20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보유한 전문 강사들이며 민간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기본적인 전술지식을 구비하고 있어 외국군 장교들이 러시아군을 이해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예비과정 중 러시아 민관군의 긴밀한 협조로 시행되는 러시아의 문화 및 역사 관련 현장교육은 외국군 장교들의 ‘친러시아 정서’ 형성 및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규과정의 교육목표는 사단급 이하 제대의 지휘관 및 참모업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구비하는 것이다. 교육체계는 작전술 및 전술 등의 군사학과 정치, 경제, 역사 등 일반학으로 구성되는데 프룬제의 교육 목적상 군사학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군사학의 과반을 차지하는 전술학에서 러시아 지상군이 가정하는 가상의 적(假想敵)은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이하 NATO)와 미군이다. 전술학에 선행되는 외국군 전술은 ‘적전술(敵戰術)’ 과목이 명칭만 변경된 것으로 러시아군의 적 전투편성 및 무기체계는 NATO와 미군의 그것과 동일하다. 가상적은 동진(東進)하여 공격작전을 실시하고, 러시아군은 방어에서 역습공격으로 전환하여 서진(西進)하는 것이 러시아 지상군의 정규전 기본계획이다. 러시아로 동진하는 가상적은 NATO와 미국 등 유럽을 포함한 서방세력으로, 이것은 러시아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인식하고 있는 잠재적인 적을 의미하는 것이다. 프룬제의 모든 전술적 상황조치 훈련 및 실습은 이러한 가상적에 기초하며 이곳에서 수학하는 대다수의 장교들에게 교육기간 동안의 잠재적인 적은 NATO와 미군이 되는 것이다.

    프룬제가 수용하는 동맹 및 우방국은 CIS와 중국,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정치군사 관계에 따라 동맹 및 우방국의 수용도 부침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프룬제는 미시적인 수준에서 러시아의 대외관계를 조망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3)군사공공외교 차원에서 해외파병에 대한 연구는 UN 평화유지활동(PKO: Peacekeeping Operation), 국제평화활동(PO: Peace Operations), 다국적군 활동(MNF PO: Multinational Force Peace Operation),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조(humanitarian assistance and disaster relief)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 김순태. (2011). “한국군의 군사외교 활동에 관한 연구: 공공외교의 관점을 중심으로.” 『동서연구』, 제22권 제2호. pp. 223-250.; 전제국. (2011). “한국군의 파병과 한반도 안보: 국제평화유지활동(PO)의 국익증진 효과.” 『국가전략』, 제17권 제2호. pp. 33-67.; 조용만. (2010). “유엔 PKO 활동분석과 한국 PKO의 전략적 실용화 방향.” 『국제정치연구』, 제50권 제1호. pp. 165-190.  4)러시아연방 대통령이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2012년 회의가 처음이다. 2012년 공관장 회의는 푸틴 집권 3기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된 회의라는 점에서 러시아 대외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회의였다. 푸틴은 이 회의에서 재외공관 외교관들이 전통적 외교수행 방식에서 탈피하여 최신 정보통신 수단을 활용,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http://www.kremlin.ru 러시아 대통령실.  5)한국 정부에서(국방부 및 각 군 본부) 본 교육기관은 ‘러시아 지휘참모대학’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러시아군 전술교리에 따르면 ‘러시아군 합동군사대학’이 정확한 표현이다. 러시아군 전술교리에 서 ‘Общевойск-овой бой’(한국어 직역: 일반병종 전투 혹은 제병협동 전투)는 지상군이 주도가  되어 공군뿐만 아니라, 해군, 해병대 세력까지 참여하는 포괄적인 합동작전 개념이다.  6)프룬제(Михаил Васильевич Фрунзе)는 소련의 지휘관이자 혁명가로 1917년 혁명 발발 이후 붉은 군대를 지휘했다.  7)한국정부는 구소련과 수교 이래 연간 3-4명의 소령급 이상의 영관급 장교들을 러시아의 군사교육기관에 파견하고 있다. 북한은 소비에트 연방의 개혁개방 정책 추진과 한국과의 국교 수립을 이유로 장교 및 사관생도 파견을 중단했다. 북한 엘리트 1, 2세대의 상당수가 프룬제에서 유학했다. 오극렬・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내 대표적인 프룬제 출신 엘리트이다.

    Ⅲ.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

       1. 연구문제

    본 연구에서는 프룬제가 수용한 31개 러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들의 속성과 러시아의 대외정체성을 연계하여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형성에서 유라시아 지역주의 요인과 군사협력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군사공공외교의 특징과 함의를 규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2. 변수 구성 및 분석틀

    본 연구에서 종속변수는 러시아의 대외정체성이며, 독립변수는 각각 정치경제 요인, 지역주의 요인, 군사협력 요인으로 구분한다. 변수처리를 위한 자료는 2013년을 기준으로 수집되었다. 종속변수인 대외정체성은 러시아연방 대외정책 개념서(2008, 2013)와 러시아연방 대외정책 실현 방안(2012), 러시아 외교문서8) 및 러시아의 각종 언론정보를 근거로 전략적 동맹 관계(5)>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4)>전략적 동반자 관계(3)>상호협력 관계(2)>선린우호 관계(1) 등 다섯 단계로 서열화하여 척도화했다.9)

    정치경제 요인의 주요 변수는 국가수준, 정치체제, 경제수준이다. 국가수준은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국제연합 개발계획)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2013)를 활용했다. 인간개발지수는 지식접근성, 생활수준 등을 기준으로 매년 평가되며 ‘1’에 가까울수록 삶의 질이 높은 선진국을 의미한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등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신생독립국은 추정치를 적용했다. 정치체제는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13년 민주주의 지수를 활용했다(The Economist, 2013). 민주주의 지수는 정치 다원주의, 선거의 제도화, 시민사회, 정치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며, 10점에 근접할수록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민주주의 지수에 따라 Full democracies(완전한 민주주의, 8-10점), Flawed democracies(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6-7.9점), Hybrid regimes(혼성정권, 4-5.9점), Authoritarian regimes(권위주의 체제, 4점 이하)의 네 가지 정치체제로 구분된다. 경제수준은 국가별 1인당 GDP를 적용했다(IMF, 2013).

    지역주의 요인은 지역블럭(CSTO・SCO), 유라시아 경제공동체(Eurasian Economic Community, 이하 유라섹),10) 유라시아 공간을 변수로 설정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안보 등 포괄적 영역에서 협력을 지향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sation, 이하 CSTO)와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이하 SCO)는 기구의 유사성과 중복에 따른 공선성 예방을 위해 통합하여 가변수로 처리했다. 유라섹도 회원 여부를 기준으로 가변수로 처리했다. 유라시아는 지리적, 역사적, 지정학적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전략적 공간이다(배규성, 2003, pp. 88-104). 좁은 의미에서 유라시아는 러시아의 핵심적 실력의 전략공간으로,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CIS 지역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유라시아는 유라섹, CSTO・SCO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주변 강대국들과 상호 작용하는 전략적 공간이다(신범식, 2009, pp. 15-24). 본 논문에서 유라시아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인 이익의 관점에서 CIS, 중국, 몽골, 이란, 인도를 아우르는 전략적 광역공간으로 파악하고 가변수로 처리했다.

    군사협력 요인은 31개 동맹 및 우방국 영토에 러시아군의 주둔 여부와 프룬제 배출률(%)이다. 31개 동맹 및 우방국 중에서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는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 11개국이다. 러시아군의 주둔 여부는 가변수로 처리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변수정의를 종합하면 <표 2>와 같다.

    통계 처리는 단계적 회귀분석 방법을 적용했다. 사용된 통계분석패키지는 SPSS 21.0이다. 회귀모형과 회귀계수 값에 대한 통계적 검정의 유의수준은 5%로 설정했다. 이상의 논의와 연구방법을 정리하면 <그림 2>와 같은 분석틀을 제시할 수 있다.

    8)http://www.mid.ru 러시아 외무성.  9)9) 대외관계의 러시아어 표기는 다음과 같다. Стратегическийсоюз > партнерство стратегичес-коговзаимодействия > стратегическое партнерство > добрососедство и взаимовыгодноесотрудничество > дружественные отношения и сотрудничество  10)유라시아 경제공동체는 2000년 10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설립한 지역 경제협력체로 역내 경제협력, 관세동맹 체결 및 단일경제공동체로의 발전을 통한 지역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http://www.evrazes.com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Ⅳ. 연구결과 및 해석

       1. 연구결과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단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표 3>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모형검토 결과, 세 모형은 유의수준 0.05에서 적합했고, 세 번째 모형은 종속변수에 대한 가장 높은 설명력을 보여주었다(R2=.737, p<=.05). 모형 3에서 개별 예측변수의 종속변수에 대한 기여도와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한 결과, 유의수준 .05에서 대외정체성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는 지역주의 요인에서는 지역블럭(β=.352, p<=.05), 군사협력 요인에서는 러시아군 주둔 여부(β=.315, p<=.01), 인적교류(β=.377, p<=.05)로 나타났다. 즉, 지역블럭의 가입 여부, 러시아군 주둔 여부, 프룬제의 동맹 및 우방국의 장교단 배출률의 1단위 증가는 대외정체성을 각각 0.352, 0.315, 0.377만큼 우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2. 결과해석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지역주의 요인 중 지역블럭의 유의미한 결과는 러시아가 유라시아의 일부 국가들과 소지역주의적인 다자협력을 구축해 가는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유라시아 변수가 대외정체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실에서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향성의 실재성은 제한적이다. 유라시아라는 느슨한 조직정체성만으로는 러시아가 의도하는 유라시아지역의 독자적 강대국 노선에는 한계가 있음을 함의하는 것이다. 둘째, 러시아는 CSTO・SCO의 지역블럭 틀에서 회원국과의 신뢰를 증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프룬제에서 시행되는 외국군 교육프로그램은 러시아와 동맹 및 우방국 간에 우호적인 정체성 형성과 정치군사적 지역통합에 매우 적실성 있는 군사공공외교 정책으로 판단되었다.

    지역주의 요인 중 유라섹이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형성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는 유라섹에 참여하는 회원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공간에 포함되는 13개 동맹 및 우방국 중에서 유라섹 회원국은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이 전부다. 따라서 유라섹이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향성을 설명하기에는 전략적 공간이 협소하다. 유라시아 변수가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형성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라시아 국가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불완전한 상호 신뢰에서 비롯된다. 유라시아 공간에서 러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 중에서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중국이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고 러시아는 대부분의 유라시아 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 수준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정성적 측면에서 전략적 관계의 실효성은 러시아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며 미국의 일방주의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이는 러・중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촉진요인으로써 러・중 관계의 안정적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박정민, 2013, pp. 138-139). 하지만 러시아가 유라시아 지역에서 독자적 강대국 노선을 관철하는 이상, 중국과의 경쟁은 필연적이다. 러시아의 경제적 동기와 중국의 안보적 동기가 무기판매 및 기술이전을 중심으로 러・중 군사협력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들이 이익이 다르고 중국과의 급격한 군사협력을 러시아가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SCO를 통해 러・중 관계가 실질적인 다자안보체제로 발전하고 있으나 중국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는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독자적 강대국 노선과 충돌한다. 러시아의 극동 및 중앙아시아 시장에 대한 중국경제의 유입이 단적인 예이다.

    러시아는 2008년 남오세티아의 분리독립으로 전쟁을 치룬 조지아와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크림자치공화국(이하 크림)과 세바스토폴 특별시가 러시아로 합병된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적 구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양국이 오랜 시간 공유해 온 역사・문화・종교적 동질성과 유사한 정체성, 정치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한다면 전면적인 관계 단절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와 유럽연합 가입은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SCO 협력을 제외하고 CIS 국가와 관계 진전을 회피하는 우즈베키스탄과 중립노선을 추구하는 투르크메니스탄도 유라시아연합 구상의 구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고 있으나 GUAM11)을 통해 탈러시아 노선을 지향하는 몰도바 역시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이탈되어 있다.

    지역블럭은 지역주의 요인 중 가장 구속력이 강한 변수이다. 유라시아 국가 중에서 벨라루스를 제외하고 CSTO・SCO에 정식 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국가는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총 6개국이다. CSTO는 1992년 CIS 6개국이 서명한 집단안보조약에서 출발했다. 집단안보조약은 구소련 붕괴 이후 CIS 국가들의 공통 현안인 소련군 분할, 핵무기 처리 및 분리주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 해체에 따른 안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2002년에 정식 출범했다. SCO는 1996년 4월 상하이에서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5개국이 국경문제의 평화적인 해결과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시작된 ‘상하이 파이브’에 기원한다.

    CSTO와 SCO에 공통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이다. CSTO와 SCO는 근본적으로 다자주의적 안보협력을 지향하지만 SCO는 안보영역뿐만 아니라 비정치 분야에서도 회원국 간 적극적인 협력을 추구한다(<표 4 참고>).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상시 연합전력을 기반으로 완전한 군사동맹을 지향하는 CSTO가 SCO에 비해 진전된 안보협력체로 평가할 수 있다. SCO는 CSTO처럼 상시 연합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주축이 되어 ‘평화사명-2013’과 같은 대테러 연합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며 군사적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역내 테러억제 및 정기적인 연합훈련과 관련되어 회원국 간 군사정보 공유 및 인적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편, CIS 지역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자체 무기생산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없다. 따라서 CIS의 군사력 건설은 러시아에 상당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재남, 2004, p. 448). 이런 맥락에서 CIS의 약소국에게 CSTO를 통한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은 역내 안보우산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약한 국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출구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SCO는 체첸공화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및 티베트 사태와 같은 극심한 분리주의를 경험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SCO회원국을 주권수호라는 공통적인 사명과 대외명분으로 통합하는 기능적 역할도 수행한다.

    지역블럭에 기반한 군사협력은 동맹 및 우방국에 대한 러시아군의 주둔을 통해 더 공고화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13개국에 무장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프룬제가 수용하는 동맹 및 우방국 중에서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는 총 11개국(유라시아 공간 9개국)이다. 러시아군은 평화유지 및 지역안정화(남오세티아, 몰도바, 압하지야, 아르메니아), 정보수집(벨라루스,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 해상작전 및 지원(우크라이나, 시리아, 베트남), 공중작전 및 지원(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우주군 지원 및 우주분야 협력(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 및 우방국과 긴밀한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가장 긴밀한 군사동맹인 아르메니아 영토에는 ‘제102러시아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다. 102 러시아군 기지는 러시아의 ‘제127기계화보병사단’을 모체로 아르메니아 지상군과 연합하여 사단급 규모로 편성되었고, 캅카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견제 및 균형이 주된 임무이다.12) 타지키스탄에도 2004년에 창설된 ‘201러시아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다. ‘201 러시아군 기지’ 주둔은 러시아가 타지키스탄에 대한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가치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써,13) 러시아의 핵심적 실력의 전략공간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의미한다. 아시아 지역 중에서 러시아의 가장 긴밀한 군사협력 파트너는 베트남이다. 2013년 푸틴의 베트남 방문 이후 2002년 철수한 러시아군의 재주둔이 기정사실화됐다. 베트남군의 전력증강 사업은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남중국해에 배치된 베트남 해군의 대함정유도탄(ПКРК<<Жемчужина>>,<<Рубеж>>)과, 공군의 주요 전투기(Су-30МК2В)는 모두 러시아산 무기들이다. 베트남의 캄람만에 배치된 킬로급 잠수함도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잠수함 도입 결정 이후 러시아는 베트남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하여 현지에 무기정비를 위한 플랜트를 설립하고 베트남 해군에 대한 장비교육 및 군사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6년까지 러시아로부터 잠수함 5척을 추가적으로 인도받을 예정이어서14) 양국 간 정치군사적 관계는 소연방 시기 수준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과의 군사협력은 향후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외연 확대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의 해외주둔 부대는 유사시 CSTO 차원의 회원국에 대한 자동적인 군사개입 조항과 러시아의 해외파병부대 및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인계철선 역할을 의미한다. 동맹 및 우방국에 대한 러시아군의 파병은 피파병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방산협력을 초월하여 더 큰 파급효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의하는 것이다.

    군사협력 요인 중 인적교류는 러시아의 우호적인 대외정체성 형성에 가장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푸틴 집권 시기 프룬제가 수용한 각 국가별 장교단 수료율(점유율%)과 연도별 추이는 동맹 및 우방국에 대한 러시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결과로 평가된다(<표 5> 참고). CSTO・SCO를 바탕으로 러시아와 전략적 동맹 관계에 있는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있는 중국 등 5개국은 프룬제의 31개 동맹 및 우방국 장교단 전체 수료인원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유라시아 국가들의 점유율은 86%이다. 31개 동맹 및 우방국 중에서 유럽연합 및 북미권 등 이른바 서방세력의 점유율은 1%에도 이르지 못하는 반면에 아프리카는 8%를 상회하는 등 러시아 대외정책의 극명한 편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고).

    <표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라섹과 CSTO・SCO 회원국을 중심으로 인적교류가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CIS 지역에 대한 정치군사적 통합을 위해 러시아가 유라섹과 CSTO・SCO를 연결고리로 회원국 간의 양자 및 다자관계를 공고화하기 위한 의도이다. 둘째, 유라시아 공간에서 필연적으로 경쟁적 틀 안에서 제한된 협력을 강요받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인적교류는 상호 신뢰구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중국이 CIS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3명에 가까운 영관급 장교를 러시아에 파견하는 이유는 프룬제의 수탁교육을 통해 중국군 장교단의 러시아군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연합훈련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한편, 알제리와 앙골라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협력을 추진하는 국가들이다. 특히 러시아는 2013년에 앙골라를 상대로 2017년까지 총 6.1억 달러 규모의 방산수출 계약을 체결하여 앙골라군의 전력증강 사업에 단독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15) 러시아는 이들 국가들을 교두보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연방 해체 이후 무뎌진 영향력을 회복함은 물론 무기수출 및 에너지 시장 개척 등 신흥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점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조지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 GUAM 회원국의 인적교류 점유율은 2% 미만으로 탈러시아 정체성을 방증한다. 독자적인 중립노선을 표방하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친서방 정책을 지향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인적교류 수준도 GUAM 회원국의 탈러시아 움직임과 유사하다. 러시아는 우즈베키스탄 및 투르크메니스탄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군사협력은 명목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이들 국가들에 대한 전략적 동반자 수준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기인한다.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Viktor Yanukovych)가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군사협력을 재개하여 푸틴 집권 기간 최초로 7명의 우크라이나 장교들이 2013년에 프룬제를 수료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 및 세바스토폴 특별시 합병 이후 프룬제에서 수탁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우크라이나 장교들이 본국으로 송환되는 등 군사협력이 중단된 상태다.

    CIS 지역에서 프룬제는 엘리트 코스로 인식된다. 따라서 CIS 국가들은 자국에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우수한 자원을 프룬제로 파견하고 있다. 프룬제 졸업은 CIS 장교단의 향후 보직과 상위계급 진출을 일정부분 보장한다. 또한 프룬제 출신 장교단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형성되는 군내 비공식 네트워크는 장교 개개인에게는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CIS 및 압하지야, 남오세티야 장교단에게 매월 1,000달러의 장려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CIS 지역에서 소령급 장교의 월평균 봉급이 7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프룬제의 수탁교육은 CIS 장교단의 러시아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매력적인 유인책이다. 또한 프룬제는 교육기간 중 동반가족에 대한 신분을 보장하고 관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장교단의 동반가족 및 친지들은 모스크바에서 문화적 혜택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의 기회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한편, 프룬제가 수용하는 동맹 및 우방국 중에서 유라시아가 86%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프룬제에서 수학하는 장교들의 인식에서 서방은 공동의 적이라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러시아와 동일한 안보정체성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

    미국, 폴란드 등 일부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장교단을 파견했지만 일회성의 군사협력에 그쳤다. 서방권에서 유일하게 러시아와 제도화된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는 나토-러시아 군사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1명의 영관급 장교를 프룬제에 파견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상호 군사협력조약에 따라 프랑스 육군대학(Ecole Superieure de la Guerre)에 러시아 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가 대 국가로 동등하고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구현하는 국가는 프랑스가 유일하다. 러시아의 크림합병에 따른 유럽연합의 제재조치에 따라 프랑스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중단을 발표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던 러시아와 프랑스의 상호 간 정체성은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 간 군사협력의 상호의존성과 나토와의 제한적인 군사협력을 지향하는 프랑스의 대외정책을 고려하면 군사협력의 전면적인 중단 가능성은 낮다.16)

    한편, 프룬제는 유라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른 경로로 한국군 장교단을 수용하고 있다. 유라시아나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세적인 군사공공외교를 추진하며 수용한 국가들이다. 일부 서방권은 러시아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일시적인 인적교류가 시행된 반면, 한국은 1990년 한・소 수교 및 북방정책의 가시적인 성과에 고무되어 우리 측의 요구로 러시아가 수용한 사례다. 한・러 간 군사협력은 한・미동맹 요인으로 매우 제약되어 있으며 군사협력 진전을 위한 군사분야 아젠다도 풍부하지 않다. 이러한 양국의 군사협력 환경에서 우리 정부가 러시아 국방부에 상당한 교육비를 지불하며 매년 영관급 장교를 파견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 지속을 위한 정책적 측면이 있다. 2008년과 2013년에 실시된 정상회담을 통해 한・러 양국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됐다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경제 분야에 국한되어 있으며 정치적 수사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러시아연방의 공식 외교문서와 실질적인 군사협력 수준, 러시아군 엘리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상위수준에서의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대외 정체성은 상호협력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러시아의 전방위적 유라시아 구상에서 의미 있는 조각이 아니다. 또한 아프리카 개도국들과 같은 적극적인 군사공공외교의 대상도 아니며, 일부 서방 세력들과 같은 잠재적인 적도 아니다. 이것이 러시아의 군사공공외교에서 한국이 갖는 특징과 의미이며, 한계와 기회요인이다.

    11)GUAM은 CIS 지역에서 러시아 중심의 일극질서에 반대하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4개국이 1997년 10월 10일 발의한 친서방 국가 간 지역협의체이다. GUAM은 안보위협 대상으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으며 탈러시아, 친서방 정책이 회원국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기본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훼손에도 불구하고 나토 및 유럽연합으로의 통합을 주요 대외정책으로 추진 중이다(Парахонский, 2008:110-112).  12)Caucasian Knot(2013. 12. 2)  13)http://russiancouncil.ru  14)연합뉴스(2013. 3. 6.)  15)리아노보스티(2013. 10. 5.)  16)프랑스 합동참모본부 대외협력과 D. Maertens 중령 인터뷰.

    Ⅴ. 결론 및 정책 시사점

    본 논문의 목적은 군사공공외교 차원에서 프룬제를 통해 러시아가 수용하고 있는 동맹 및 우방국의 특징적 요인들과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연구결과, CSTO・SCO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블럭 변수와, 러시아군 주둔 여부 및 인적교류(국가별 프룬제 수료율)는 러시아의 대외정체성 형성에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적교류는 우호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기여도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지역주의 요인과 군사협력이 국가 간 우호적인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러시아가 유라시아 통합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으나 CSTO・SCO를 바탕으로 하는 소지역주의적 다자협력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탈러시아 노선을 표방하는 CIS 국가들에 대한 포용 없이 전방위적 유라시아 구상은 실현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의 유라시아 정체성의 심화’라는 일반화는 성급한 판단이다. 둘째, 러시아군의 주둔과 인적교류는 러시아와 동맹 및 우방국 간에 우호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동맹 및 우방국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은 해당지역에 대한 지역안정화 작전은 물론 군사력 건설 및 유사시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상위수준의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매개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인적교류는 개별 행위자(외국군 장교단)의 대러 정체성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쳐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관계를 발전시키고 제도화하며 궁극적으로 국가 상호 간의 안보이익을 증진하는 데 유익한 군사공공외교 프로그램이다. 셋째, 러시아 군사공공외교의 특징은 대체로 유라시아 국가와 기존의 아프리카 우방국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CSTO와 SCO를 중심으로 CIS를 정치군사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공세적인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룬제의 수탁교육 프로그램은 프룬제 출신 장교단을 중심으로 군내 비공식 네트워크 형성 및 사회경제적 보장 등을 기제로 CIS 장교단의 러시아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이들이 군고위직에 진출하여 러시아에 대한 충성도와 동일한 안보정체성을 바탕으로 러시아에 유리한 정책을 결정하고, 결정된 정책이 제도화되어 상호 간 안보이익을 증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외교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가 증대하고 있다. 한국이 제한된 성장동력을 극복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견국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공세적인 공공외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전략이 되었다. 또한 불확실한 안보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통일담론 확산의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뿐만 아니라 다변화된 안보협력채널 구축이 시급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국격에 맞게 군사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합동군사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외국군 수탁교육 체계를 재검토하여 정부의 시책을 구현할 수 있는 맞춤형 군사공공외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유라시아 국가 및 부존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과 주요 무기수출 대상국, 개혁개방 노선을 지향하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을 발굴하고 접촉하여 해당 국가의 軍 엘리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군사공공외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통일담론을 확산시켜 가는 노력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한・러 간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경제 분야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러시아와 전향적인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對러 군사협력은 필수적이다. 한・미 동맹은 한・러 간 포괄적인 군사협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공외교에 기반한 한・러 군사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군별로 매년 장교 1명을 2년 단위로 파견하는 국외군사교육 시스템을 재고하여, 교육기간을 축소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다수의 장교들이 러시아의 군사교육을 체험한다면 연구의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상호 간 우호적인 정체성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파견 대상을 장교단에서 사관생도로 확대하여 조기에 지역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프룬제를 수료한 영관급 장교를 다시 프룬제나 러시아군 총참모대의 교환교관으로 파견하여 러시아의 시각을 통해 북한군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러간 군사적 협력 분야를 사전에 식별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 행위자가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통일 한국시대를 대비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 정부가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러시아군 장교를 한국의 합동군사대학 및 국방대학교에 등에 파견하여 동등한 수준의 정체성을 함께 발전시켜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곰사업을 군사협력과 연계하여 한・러 간 전향적인 방산협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곰사업의 본질이 현물 상환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러시아와 군사협력의 연결고리라는 인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력화가 곤란한 러시아 무기를 야전에 배치하기보다는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러시아 최신예 무기를 중장기적인 계획의 틀에서 예산사업으로 선택적으로 도입하고, 불곰사업과 연계하여 순차적으로 방산협력을 강화해 가는 전략적 접근도 모색할 수 있다. 미국 중심의 안보협력을 다변화하여 유라시아 안보공동체에 참여하는 것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진정성 있는 방안이다.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근접한 SCO와 협력을 검토하여 SCO 본부에 한국군 연락장교를 운용하고 SCO 연합훈련 시 정례적으로 우리 측 훈련참관단을 파견하는 등의 군사협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국의 직・간접적인 안보이익 증진은 물론, 통일담론을 주변국으로 확산시켜 통일대박론 실현의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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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시기별 공공외교 비교분석
    시기별 공공외교 비교분석
  • [<그림 1>] 군사공공외교의 구분
    군사공공외교의 구분
  • [<표 2>] 변수정의
    변수정의
  • [<그림 2>] 분석틀
    분석틀
  • [<표 3>] 대외정체성 형성에 관한 단계적 다중회귀분석 결과
    대외정체성 형성에 관한 단계적 다중회귀분석 결과
  • [<표 4>] 유라시아 지역블럭 현황
    유라시아 지역블럭 현황
  • [<표 5>] 동맹 및 우방국의 인적교류 현황(프룬제 수료율)
    동맹 및 우방국의 인적교류 현황(프룬제 수료율)
  • [<그림 3>] 지역별 프룬제 수료율(점유율)
    지역별 프룬제 수료율(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