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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TV매체가 재현한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의 현실 A Study on Represented Multi-cultural Society and Societal Integration by Televis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TV매체가 재현한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의 현실

Since the 1990s, the proportion of members with different cultural backgrounds increase continuously, due to the increasing influx of labor force and international marriages. Most people perceive multi-cultural society in which is provided by the mass media. Particularly, television perform important function that deals with immigrants in our society. In this background, this study analyze reality of the multi-cultural society and multi-cultural policy represented by television. To do this analysis, FGI and depth interview were used. First of all, the most interviewees have opinion that television’s representation to multi-cultural society are assimilationism. Secondly, they criticized television program promote prejudice about different culture. Thirdly, there are no television program for multi-cultural families with the purpose of integration. Base on the results, this study suggest as follows: First, policy objective should be clearly for societal integration in multi-cultural society. Second, broadcaster’s effort are needed for the role of enlightening to improve exclusive recognition to people with diffent cultural background. Third, the new programs are needed that immigrants can participate and produce.

KEYWORD
다문화사회 , 사회적 통합 , 이주민 , 동화주의
  • 1. 서 론

    독일어로 고향을 ‘하이마트(Heimat)’라고 부른다. ‘하이마트’는 ‘내가 태어난 집(Heim)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이 고향이라는 단어의 반대말인 ‘타향’은 ‘엘렌트(Elend)’다. 그러나 ‘엘렌트’는 현재 ‘비참함’의 의미로 더 많이 쓴다. ‘엘렌트’의 어원은 중세독일어 ‘엘리렌디(Elilendi)’ 즉, ‘집밖의 나라’로 태어난 곳이 ‘집(Heim)’이 아닌 ‘밖(Eli)’이라는 뜻이다(Pfeifer, 1997). 이 ‘엘리렌디’는 게르만족이 기독교를 수용하면서 ‘집밖에서 살거나 집밖에서 태어나 고향을 모르는 고단한 나그네의 삶은 비참하다’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그래서 ‘고향’을 의미하는 ‘하이마트’의 반대말인 ‘엘렌트’는 ‘타향’과 ‘비참함’이라는 중의적 개념으로 모두 쓰인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한 이주민(immigrant)에게 이주지역은 ‘정착해야할 새로운 고향’일 수도 있지만, ‘비참한 삶을 영위해야하는 타향’일수도 있다. 다문화사회(multi-cultural society)는 정주민(homelander)과 이주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다문화사회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학술적 정의나 사회적 합의는 없다. 더욱이 다문화사회가 ‘정착해야할 새로운 고향’을 지향하는 사회인지, 정주민과 이주민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회인지, 다수의 정주민이 주도하는 문화에 소수의 이주민을 편입시키고, 그들이 ‘외국인노동자나 결혼이주민이라고 낙인찍혀 비참한 삶을 타향에서 영위하는 것‘인지 명확 하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모습은 선입견과 편견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가 2012년 3월 수원에서 발생한 중국동포 오원춘의 2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오원춘은 한국에 입국하여 공장노동자로 일했지만, 중국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노동현장에서의 차별, 모국의 차별에 대한 분노를 엽기적인 살인행위로 표출했다. 사건 발생 후 언론은 그의 이름을 처음에는 ‘오원춘’으로 보도하다가 차츰 ‘우위안춘(吳原春)’, ‘우웬춘’ 등 다양하게 적거나 발음했다. 그를 우리와 비슷하거나 같은 부류로 보지 않고, 되도록 낯선 이방 인으로 규정하여 공포심을 더 극대화한 것이다. 오원춘은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중국동포지만 ‘오원춘’이 아닌 ‘우위안춘’으로 불릴수록 낯선 타지인 (foreigner)에 의한 범죄로 인식되어 사회적으로 더 큰 적대심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주민에 대한 이미지를 낯선 이방인, 불편한 타지인으로 만든 첫 번째 원인은 미디어의 정보생산방식에 있다. 우리가 인지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대중 매체를 통해서 제공되고, 개개인은 대중매체가 제공하는 인식의 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대중매체 이용자는 대중매체가 ‘편집을 통해 구성된 현실’을 자신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지한다. TV매체가 ‘오원춘’을 ‘우위안춘’이라고 정의하면, 우리는 화면 속에 갇힌 정의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하며⋯, 무엇이 현실인지를 정의하게 하는 것은 곧 매체”이기 때문이다(Kittler, 1985, p.3). 매체가 구성하여 전달 하는 현실은 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징화되어 있거나 선입견을 부추긴다.

    두 번째는 이주민에 대한 정부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국민국가는 자국의 영토(territory)에 사는 시민이 가져야할 ‘국가적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 조국(father land)이라는 상징교육을 시켰다. 인간은 출생과 함께 ‘어머니의 입’(Kittler, 1985)으로부터 전승받은 상징체계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태어난 땅을 모국(mother land)으로 본다. 모국이 혈연적 관계를 중시하는 ‘하이마트’라면, 조국은 혈연적 관계뿐만 아니라 영토적 관계를 포함하기 때문에 ‘하이마트’일수도 ‘엘렌트’일수도 있다. ‘하이마트’이든 ‘엘렌트’이든 외부에서 유입되는 노동력과 이주민은 ‘조국’이라고 불리는 국민국가의 정체성에 편입시킬 필요가 있었다. 새롭게 유입된 이주민에 대한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이주민에 대한 기술은 달라질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이질적인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자란 새로운 ‘정주민’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이주민 정책은 한국사회로의 동화(assimilation)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적 사회적 종교적 전통을 가진 이주민을 정주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통합체와 네트워크에 편입시키면서, 이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종교적‧사회적 특성의 자치성(autonomy)보호를 통해, 정주민사회의 ‘문 화적 다양성’으로 체화할 수 있는 통합(integration)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다문화사회와 미디어에 관한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이주민이나 다문화가 정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다룬 텍스트 연구나(김재일‧정창화, 2012; 마정미, 2010; 백선기‧황우섭, 2009; 이연옥‧박병현‧장덕현, 2012; 홍지아‧김훈순, 2010), 수용자인 이주민과 정주민들이 방송에서 재현되는 프로 그램을 통해 어떤 인식을 하는지(김경희, 2011; 오창우‧이현주, 2011; 정연구‧송현주‧윤태일‧심훈, 2011; 조성호‧박희숙, 2009)에 관한 수용자 연구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특히 다문화사회 현실과 이주민에 대한 기존 연구는 주로 결혼 이주 여성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최근에 다문화 관련 미디어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양적으로는 많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다문화주의가 “국내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담론의 성격을 지니면서 우리사회의 다양한 논의 보다는 직접적인 정부 시책에 대한 학술적 접근 혹은 정책을 제안하는 연구 경향”이 있다(한주리‧김인영, 2012, 162쪽). 때문에 미디어 특히 TV매체가 그리는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의 현실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즉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에 대해 실제 현실과 TV매체가 그리고 있는 현실 간 간극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연구의 목적은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와 사회 통합의 현실을 짚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문화사회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방송의 역할을 이론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다문화사회에 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직간접적으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인식 하는 TV매체가 재현한 현실과 실제현실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향후 한국사 회에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통합의 합리적인 방안에 대한 함의를 모색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1)다문화 사회와 미디어에 관한 선행 연구

    다문화주의와 관련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사회에서 정착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서 출발한다(김경희, 2011; 김재일‧정창화, 2012; 마정미, 2010; 박경숙‧이지현, 2011; 오창우‧이현주, 2011; 이연옥 외, 2012; 이창호‧정의철, 2010; 이현정‧ 안재웅‧이상우, 2013; 정연구 외, 2011; 조성호‧박희숙, 2009; 홍지아‧김훈순, 2010). 연구의 경향은 크게 미디어 재현 연구와 수용자 연구로 구분된다.

    첫 번째 경향인 미디어 재현 연구는 사회적 갈등의 조정 내지는 사회통합이라는 공통된 전제에서 다문화주의를 미디어가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를 다룬다(김재일‧정창화, 2012; 마정미, 2010; 백선기‧황우섭, 2009; 이연옥 외, 2012; 홍지아‧김훈순, 2010). 재현연구는 주로 미디어가 한국사회에서 이주민들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에 대하여 언론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 사회분열 유발자, 하등한 존재, 공생의 존재, 동정의 대상, 건전한 노동자, 인권적(법적) 약자, 무관심 등 9개 틀(frame)로 보도 하는 경향이 있다(김재일‧정창화, 2012). 결혼이주여성은 불법 결혼중개업의 희생자, 빈곤, 소통불능의 부정적 존재로 문제화하고 있었으며, 남성중심의 가족문화에 순응하는 대상으로 간주된다(이연옥 외, 2012). 또한 배우자의 인종과 출신국의 경제수준에 따라 한국 사회와 차별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홍지아‧김훈순, 2010). 결혼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은 텔레비전 공익광고 속에서 관용과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된다(마정미, 2010). 이주 여성과 외국인 여성에 대해 TV프로그램에서는 다문화성을 표방하는 이면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소구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백선기‧황우섭, 2009). 또한 드라마 속에서 다문화주의는 초국적 사랑 내러티브가 한국남성에 의해 주도되고 통합되는 한국 중심적, 남성 중심적 성격을 담고 있다+Vol.17 P.2-41+null'>(김예란‧유단비‧김지윤, 2009).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이주민2세들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 연구에서 이들의 모습은 긍정적이기 보다는 주로 부정적으로 정형화 되고 있었다. 또한 관심을 가져주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타자화 되고 있었다. 때문에 미디어가 재현하는 다문화주의는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인종과 문화라는 가정에 기초해 인종주의를 전략적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이희은‧유경한‧안지현, 2007).

    두 번째 경향인 수용자 연구는 미디어 텍스트 중심이 아니라 수용자의 인식과 태도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다(김경희, 2011; 오창우‧이현주, 2011; 조성호‧박희숙, 2009). 김경희(2011)의 연구에 따르면 휴먼다큐멘터리 수용자들은 결혼이민자를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휴먼다큐멘터리 게시판에 나타난 수용자들의 인식은 다문화주의와 배치되어 있었는데 크게 혈통주의, 동화주의적 사고, 이분법적 사고 등 세 가지로 나타났다. 또한 결혼 이주여성의 입장에서 거주기간이 길고 학력이 높을수록 방송 프로그램이 고정관념과 편견을 양산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하고 있었다(오창우‧이현주, 2011). 교양, 교육, 드라마,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학력이나 한국어수준과 관계없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장르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문화적응이나 한국어학습의 동기가 높을수록 해당 장르 프로그램에 대해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성호‧박희숙, 2009).

    이상에서 살펴본 연구들은 다문화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매개체로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고 있지만, 이주 여성이나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미디어가 현실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태도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미디어는 다문화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적, 민족적 차이를 하나의 국민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논의되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언론이 사회갈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존재로 전락하면서 본래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문재완, 2013). 이런 의미에서 다문화사회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논의되는 장이 되어야 한다. 1차적으로는 이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모습들이 미디어에서 표출될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 미디어 재현의 현실과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TV매체를 중심으로 미디어가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의 문제 점을 지적하고 수용자 인식을 토대로 개선방향을 제시한 기존 연구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사회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TV 프로그램의 보다 구체적인 방향 제시는 미흡했다. 사회통합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통해 TV매체가 그리는 다문화사회의 사회통합의 방향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2)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

    사회통합정책은 근대 국민국가(nation-state)가 등장하면서 국가적 정체성을 시민들이 내면화할 수 있도록 조국에 대한 애국심 교육의 일환으로 도입되었 다. 통합의 목적은 산업발달로 이질적인 문화적 환경에서 교육받은 외부 노동력이 유입되자, 이들을 정주사회에 동화시키거나 편입하기 위한 것이다. 통합은 새로 유입된 이질적인 집단에 대한 문화화와 자리매김,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주민을 주류문화(Leitkultur, 'common culture')에 연착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Bassam, 1998).

    통합의 출발점은 사회적으로 분화되고 소핵화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일탈과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를 하나의 국가정체성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정책에는 언어 교육 강화,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양성평등, 지역적 연대강화, 법적 참정권 보장, 문화적 다양성 보호, 문화 간 교류를 통한 연대 강화, 스포츠를 통한 통합,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통합 의제 제시, 과학적 역량 강화 등이 포함된다(BBM, 2007). 현대적 의미의 통합은 분화된 사회구조적 갈등을 문화적 다양성의 연대를 통해 해소하고, 국가사회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는데 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적 가치관과 기준에 직면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와 오락물을 선별적이고 개인적으로 사용 하면서 차이와 차별이 공존하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영유한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서 정작 개개인은 사회발전에 혼돈스러워하며, 이들이 살아가는 사회 문화 형태와 이에 동반하는 다양한 층위의 문화 출현, 주도문화로의 편입과 소멸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다양하고 다원적인 문화적 생성과 분화, 편입과 소멸과정에 대한 설명은 하나의 통일된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주민의 정주민사회로의 통합정책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도 등장한다(Esser, 2001).

    미디어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이미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등장할 때부터, 대중매체가 사회적 단합과 위계적 사회구조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전망되어왔다. 또한 다매체와 디지털매체, 쌍방향적인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회규범이 몰락할 것이라는 예고도 있었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통합과 분열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의 하나다. 통합은 18세기 산업혁명이 유럽에서 발생하면서 국민국가가 등장할 때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상상의 공동체’로 정의된 ‘국민국가’는 개별적인 정치집단들이 사회경제적 단위를 지정학적으로 분할하면서 책정한, 국경(territory) 안쪽에 거주하는 개인들에게 부여한 동질성 요구에 불과하다(Anderson, 1983/1988). 이러한 동질성 요구가 하나의 보편적 당위로 정당화될 수 있도록 ‘사회통합’ 정책이 도입되었으며, 사회 통합정책은 차이를 편입과 동화를 통해 ‘동일한 정체성’으로 동종화하거나, 차이를 차별로 분리하여 ‘이질적인 타인’으로 잡종화하는데서 출발한다. 특히 ‘국민국가’ 이데올로기가 성립된 이후 해당지역에 이주했거나 편입된 개인이나 집단은 이방인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방인에서 ‘동일한 정체성’을 갖는 내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동화와 정치경제적 편입과정을 거치도록 강제해왔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자본주의의 전지구화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국민국가’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정책은 경제적 편입이 전제된다면 정치 사회 문화적 다양성은 고유한 독창성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다(Shim, 2000).

    새로운 다양성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통합개념은 ‘전지구적’ 경제통합의 기반위에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집단의 혼거를 인정하는 통합과, ‘국민국가’라는 준거 틀 안에서 다양한 내적 자원을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통합으로 나눌 수 있다. 미디어는 현대적 의미의 통합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적 토론의 공간제시와 통합을 위한 중재자로서의 기능 등이 주요 역할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디 어는 사회를 중재하고 통합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체계에 정보를 공급하는 중추신경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주민에 대한 통합정책은 통합의 영역과 통합의 형태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통합의 영역은 경제적 통합, 사회적 통합, 정치적 통합으로 나뉜다(Nye, 1971). 그러나 이주민 통합에서 핵심의제는 통합영역보다는 통합형태이다. 1950년대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과 사회통합에 대해 연구한 아이젠슈타트(S. Eisenstadt)는 이주민의 통합이 3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이주민이 정주사회에 동화되는 것은 개인의 동기부여와 정주사회의 통합의지, 이주민에 대한 역할부여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3가지의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서 이주민의 사회통합과 정주사회로의 사회화가 다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정주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흡수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의 고유한 정체성이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주사회에 흡수되지 않고 예외로 남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문화적으로 정주문화와 이주문화를 모두 지닌다(Koenig, 2005).

    미국의 사회통합을 연구한 고든(M.M. Gordon)은 이주사회의 정주사회로의 동화과정을 7단계로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7단계 동화과정이 반드시 단계별로 이루어지거나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주사회에 정착하려는 이주민의 의지와 사회적 구조에 따라서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고든은 동화정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인종, 문화, 정체성이 미국이라는 하나의 ‘용광로(Melting-Pot)’에 녹아들어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구조적 동화’로 보았다”(Esser, 1980, p.70).

    스위스의 사회적 통합을 연구한 호프만-노보트니(Hoffmann-Nowotny, 1973)는 페터 힌츠(Peter Hintz)의 ‘권력과 위세(Macht und Prestige)’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통합이론을 제시했다. 힌츠에게 있어서 권력은 ‘한 사회구성원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가치의 일부분을 소유한 상태’를 의미하며, 위세는 ‘한 사회구성원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가치의 일부분을 소유하는 것을 정당하게 인정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호프만-노보트니는 사회체계의 핵심을 ‘권력과 위세’에 있다고 보고, 노동이주민들이 이주한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과 위세’를 얻어가는 과정을 통합으로 보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자리와 좋은 주거환경, 교육, 법적 신분보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통합의 과정은 이주민이 이주한 사회의 최하층에 안착하는 구조적 통합단계, 이주한 사회의 문화에 적응하면서 겪게되는 동화과정 진행 단계, 이주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통합 완성 단계로 나뉜다. 이러한 과정이 완성된 상태가 곧 동화(assimilation)이다. 동화는 “이 주민을 받아들인 사회의 일반적 상징구조인 언어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Hoffmann-Nowotny, 1973, p.24)”이다.

    호프만-노보트니의 통합모델은 사회학자 아이젠슈타트(Eisenstadt)(1954)의 개념을 차용하여, ‘동화’와 ‘통합’을 기본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화는 한 사회의 상징구조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통합은 사회적 현실로서의 지위구조에 편입되는 것을 말한다. 동화는 문화구조에 편입되는 것으로, 인구통계학적으로는 이주민이 수용한 가치와 역할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을, 역동적으로는 수용 해야하는 가치와 역할의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을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독일에서의 사회통합을 연구한 에서(H. Esser)는 통합모델을 호프만-노보트니처럼 체계이론이 아닌 행동이론으로 제시하였다. 에서의 통합이론은 ‘방법론적 개체주의’와 ‘개인의 행동과 학습의 인식이론’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에서는 이주민의 사회적 통합과정을 이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사회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사회적 신분상승의 기회를 인지하고 노력할 때 동화되었다고 정의한다.

    에서는 통합을 거시적 관점의 체계통합과 미시적 관점의 사회통합으로 나누고 있다(Esser, 2001). 체계통합은 “단일한 민족 또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 에서 비교적 동등한 두 개 이상의 사회단위가 공존하는 형태(Esser, 2001, p.86)" 를 의미한다. 옛 소비에트연방이나 스페인, 영국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사회통합은 “소수민족에 속하는 개인이 자신이 이주한 국가의 다양한 측면에 편입되는 것으로, 합법적 거주 지위를 얻고 사회적인 위세를 인정받으며, 다른 민족과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정착한 국가와 감정적으로 자기정체성을 동일시할 때”(Esser, 2001, p.86)를 의미한다.

    에서의 통합이론은 이주민이 정착한 사회에 완전히 동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이 가지고 있는 피부색깔과 성적차이, 종교 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통합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주민이 자신이 태어난 국가에 대해 애국심을 갖고 모국의 문화를 다시 찾거나, 이주민 문화협회 등을 설립하는 것을 이주민이 정착한 사회로의 동화를 방해하는 요소로만 파악하고 있다.

    하버마스(J. Harbermas)는 이주민의 통합을 다양한 사회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복합적이고 상호적인 과정으로 이주민이 정주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법적으로 평등한 권리를 얻는 것으로 보았다. 이를 위해 이주민은 정주사회의 언어를 학습하고, 기초적인 사회 구성 원리와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적 통합은 정주사회의 주도문화에 편입되거나 적응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상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Habermas, 1996/2000). 산텐(Santen, 2000)은 이를 ‘문화독립적 통합(kulturautonome Ingegration)'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상에서 통합의 형태에 대해 아이젠슈타트, 고든, 호프만-노보트니, 에서, 하버마스의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아이젠슈타트는 개인의 동기부여, 정주사회의 통합의지, 이주민에 대한 역할 부여라는 세 가지 요인에 따라 사회통합과 정주사회로의 사회화가 다르게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에 적용하면 개인에게 어떠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는지, 정주사회의 통합의지는 어떠한지, 이주민에 대한 역할을 어떻게 부여되고 있는지를 참고할 수 있다. 호프만-노보트니의 통합모델이 제시하는 ‘이주민들이 정착한 사회에서 권력과 위세를 얻으며 동등한 지위를 얻는 것’과 에서가 제시한 ‘사회적 위세를 인정받고, 동등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자기 정체성을 정주사회와 동일시’하는 것, 하버마스가 제시한 문화적 통합으로서 ‘다양성의 인정’ 과 ‘평등’을 미디어가 지향하는 사회통합적 역할의 방향성으로 참고할 수 있다. 즉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 사회통합의 모습은 이주민들이 정주사회 구성원들과 인종, 민족, 국적 등이 ‘다름’ 자체를 인정받고, 우리사회에서 권력과 위세를 얻으며,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얻거나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주민의 미디어 재현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미디어가 비춰주는 이주민들 모습의 문제점으로 정형화, 타자화, 시혜적 대상, 부정적 대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왜 다문화사회의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이 같은 재현이 문제인지, 그리고 미디어가 이주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호프만-노보트니나 에서의 사회통합에 대한 관점은 동화자 체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호프만-노보트니에 따르면 동화란 사회의 상징질서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통합이란 권력과 위세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선행연구들은 다문화사회 이주민들에 대한 미디어 재현의 문제점으로 동화 자체를 문제라고 전제하고 있다. 사회통합에 대한 논의를 살펴본 결과, 다문화사회 사회통합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은 동화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비추는 이주민들의 모습이 정주사회에 어떻게 통합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화와 사회통합과정에서 이주민들이 겪는 실제 현실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3.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

       1)연구문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텔레비전이 재현하는 다문화사회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이러한 목표는 공식적으로 한국사회가 지향하는 사회 통합정책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현상을 반영하고, 교양교육적 텔레비전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지배문화, 특히 정주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Holzer, 1994).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방송은 정주사회가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공존을 위한 조건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Shim, 2000). 그러나 이러한 수단은 호프만-노보트니의 분석처럼 정주사회가 이주민에 대한 통제력과 사회적 안정망 유지를 위해 동화와 편입을 정책의 핵심으로 채택할 경우에 동화와 편입이 주된 사회통합정책이 될 것이다. 또는 에서의 주장처럼 사회통합과정에서 정주사회가 이주민사회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정책을 펴더라도, 이주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 소수로 잔류하는 부류와 동화하는 부류, 정주사회에 완전히 통합하는 부류, 적응불응상태에 놓이는 부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하버마스와 산텐의 주장처럼 정주사회가 이주민에게 언어 학습과 함께 기초적인 사회 구성 원리와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인지하고 인정 하도록 교육하면서, 동시에 이주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은 정주사회에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이러한 통합정책은 아이젠슈타트가 분석했듯이 이주민 개인의 동기부여와 정주사회의 통합의지, 이주민에 대한 역할부여가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정책, 사회통합에 대해 TV매체가 비추고 있는 현실은 어떠하며, 실제 이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현실은 어떠한지, 이 둘은 얼마만큼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의 이론적 논의와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다음의 연구 문제를 설정했다.

       2) 연구방법

    위의 연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커스그룹인터뷰(FGI)와 심층인터뷰 방법을 활용하였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기존에 수행된 연구에서는 여성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조성호‧박희숙, 2009),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관련 TV프로그램 시청에 대한 포커스그룹인터뷰(오창호‧이현주, 2011) 등의 방법이 활용되었다. 다문화주의와 관련한 미디어/문화연구 분야에서는 연구자의 위치에 대해서 연구자가 연구대상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다수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또한 연구담론이 타자의 정체성 구성과 사회적 배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다. 때문에 “다문화 현상에 대한 연구는 한 사회의 소수집단과 직접 관련된다는 점에서 연구자-연구 대상 사이의 권력관계와 연구담론의 효과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연구자-참여자, 연구자-액티비스트의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실험이 필요하다”(이상길‧안지현, 2007, 79쪽).

    이런 맥락에서 연구자와 연구대상 사이에 자연스러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데,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를 비롯하여 10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친분을 유지 해온 다섯 쌍의 부부가 참여한 가운데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실시했다. 이중 2쌍의 부부는 국제결혼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고, 또 다른 2쌍은 10년 이상 해외에 거주하면서 다문화사회에서 생활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비교적 긴 시간동안 가족들 간 교류를 해왔기에 이미 친숙한 관계이며, 다문화가정이라는 선입견이 최대한 배제되어 있다. 이상길과 안지현(2011)이 문제로 지적한 권력관계에서, 연구자-연구대상 간 권력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다수자-소수자의 문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관계다. 또한 연구자는 곧 참여자로서, 자연스러운 관계와 만남 속에서 다문화관련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과 한국 사회에서의 생활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심층인터뷰는 연구자와 결혼이주여성 또는 국제결혼을 한 부부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상길과 안지현(2011)이 지적한 것처럼 정주민과 이주민이 느끼는 공동의 문제이기 보다는 연구대상인 이주민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한계를 지닌다. 포커스 그룹에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부는 2쌍이지만, FGI에 참여한 5쌍 모두 다문화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연구자와 연구대상 사이의 인위성을 배제하고 연구자와 연구대상의 공동의 문제로서 일상과 TV매체가 다루는 다문화정책과 사회통합의 현실을 논의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직업적으로도 교사와 대학교수로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와 직업을 지닌 입장에서 이들이 겪는 일상과 TV매체에서 그려지는 다문화사회에 대해 기존의 정형화된 연구대상과는 다른 의견을 기대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다섯 쌍의 부부 중 2쌍의 부부만이 다문화가정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다문화가정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상자를 늘리거나 어떤 출신국적을 내세워도 다문화가정 구성원의 출신국가나 가정 구성형태의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자와 연구대상의 인위적 거리 보다는 연구자는 참여자로서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는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이뤄지는 인터뷰를 시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인터뷰는 2013년 8월 30일(금) 오후 7시부터 10시, 10월 17일(목)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인천의 한 식당에서 진행했으며, 회의 참석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1).

    [<표 1>] FGI 참석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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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GI 참석자 프로필

    이러한 FGI를 바탕으로 얻은 연구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얻기 위해 2013년10월5일(토) 약 4시간에 걸쳐 서울시내에서 3명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다문화사회와 미디어에 대한 집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1차집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모두 언론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학자로 다문화가정과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경우는 적었다. 물론 전문가 L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다문화가정에 법률자문을 하는 일을 해왔고, 전문가 M은 방송사 PD출신이기는 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견해는 일상에서의 경험보다는 학술적인 배경을 더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2014년6월18일(수) 약 3시간에 걸쳐 대전 시내에서 4명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다문화사회와 미디어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들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가 많은 충청/내포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NIE를 실시하고 있는 언론인과,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책임자, 일선학교의 다문화가정 학생 지도를 담당하는 주임교사,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책임자로 이주민들과 접촉빈도가 높고 상대 적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다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수도권과 광역시,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다양한 입장들을 제시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2차 전문가인터뷰 대상자 선정은 1차전문가인터뷰 대상자의 소개를 통해 이뤄졌다. 1차 전문가인터뷰는 FGI에서 나온 연구문제에 대한 학술적 평가가 중심이었다면, 2차 전문가인터뷰는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노동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전문가의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표 2>] 전문가 인터뷰 참석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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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인터뷰 참석자 프로필

    포커스그룹인터뷰와 전문가 심층인터뷰 모두 특별한 설문지 없이 시작했지만, 연구자가(interviewer) 인터뷰 대상에게(interviewee) 화두를 먼저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주요 화두는 다문화와 다문화관련 TV프로그램에 대한 의견, 다문화가정의 텔레비전 이용, 다문화가정의 실제 생활과 미디어가 재현하는 다문화가정, 다문화정책에 대한 입장과 실제생활에서의 불편함, 다문화사회에서의 사회통합과 TV매체의 역할 등에 관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인터뷰 내용 중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련 자료나 TV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통해 분석과 해석을 뒷받침 했다.

    1)다문화가정 구성원이 겪는 일상의 문제와 TV매체의 재현에 대하여 최대한 자연스러운 의견을 얻기 위해 사전에 연구와 관련한 주제임을 밝히지 않았다. 사후 양해를 구하고 연구결과로 활용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었음을 밝힌다.

    4. 연구결과

       1)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의 현실2)

    (1) 다문화 가정 구성에 대한 편견과 TV매체의 재현

    우선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의 현실 중 하나는 다문화 가정의 구성에 대한 편견이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대부 분의 결혼이주민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다3).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해 취재하다 들었다는 일화를 시로 쓴 이문재는 “이 마을에서는⋯ 동남아 처녀가 시집을 오면 마을 사람들이 새색시한테 암송아지 한 마리를 선물한다네요. 왜 하필 송아지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그럴듯했습니다. 송아지 잘 키워서 소 판 돈으로 친정에 다녀오도록 한다는 거예요⋯”라고 밝히고 있다(이문재, 2014). 이러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stereotype)는 이미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할 수 있다.

    법무부의 자료에 근거해 결혼이주여성의 거주 지역은 도시지역이 67%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으며, 국제결혼이 건강 등의 문제 있는 남성과 동남아시아 여성 간 결혼이라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특히 ‘다문화’라는 말은 여성결혼 이민자 가정에 국한되고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에 치우지는 경향이 있다. 다문화가정의 유형이 결혼이주민의 국적과 성별, 부부의 이혼과 자녀양육에 형태에 따라 다양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여성과 한국남성 부부와 2세대들로 이뤄진 가정이라는 정형화가 만연되어 있다. 이 같은 편견은 TV매체를 통해서도 재현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KBS 1TV의 <러브인아시아> 2013년 7월 23일 방송에서는 결혼 이주여성의 시어머니가 “내가 국제결혼을 추진했어요. 왜냐하면 아들이 (몸이) 불편하니까⋯”라며 마치 국제결혼이 몸이 불편한 한국 남성의 결혼 수단인 것처럼 편견을 부추기기도 한다.

    (2) TV매체 재현에 있어 문화적 차이의 생략과 배경 설명 부족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 현실은 문화적 차이에 대한 몰이해와 더불어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주민의 한국생활 적응에 대한 재현은 사실상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경우도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한 현실을 강조했거나 연출했다는 느낌까지 있다. 이러한 불편함은 TV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민이 모국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인터뷰 내용처럼 KBS 1TV의 <러브인아시아>는 주로 동남아시아 신부가 모국을 방문하는 장면을 다룬다. 이런 이유 중 하나로 연출상의 의도가 지적 된다. 동남아시아의 주택들은 연민과 동정심을 끌어내는 극적효과가 있지만, 간혹 서양의 주택이 등장하면 이 같은 극적효과가 반감 된다. 일상에서 우리 나라의 시골의 주택도 도시의 공동주택이나 넓은 서양식 저택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자식들이 온다고 해서 부모들이 특별한 의상을 입지도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일상에서 편한 런닝셔츠 차림이나 작업복 차림으로 자식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방문의 모습들은 비일상적이고 낙후된 이미지로 각인된다. 극적 효과만을 강조하거나, 환경과 주거문화에 대한 배경설명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3) ‘다름’을 ‘문화적 열등함’으로 표현하는 TV매체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 현실 중 또 하나는 ‘다름’을 ‘문화적 열등함’으로 표현하거나 편견을 양산한다. KBS-2TV에서 방송했던 <미녀들의 수다> 나 MBC-TV에서 방송하는 <다문화희망프로젝트>에 등장하는 외국출신 여성들은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대화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럽다. 문화적 차이를 희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방송에 출연한 이주민들의 한국어 구사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희화화거나, 출연자들이 과장되고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편견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KBS 1TV <러브인아시아> 2013년 5월 14일 방송에서는 “낮은 곳에서 헌신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인, 그렇지 않은 독일인”이라면서 마치 헌신하는걸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인은 좋고, 그렇지 않은 독일인은 나쁜 것처럼 표현하면서 민족적 편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MBC TV의 <다문화 희망 프로젝트> 의 ‘헬로우 코리아 시즌2’에서는 문화적‧민족적 불관용과 다양성을 부정하는 내용이 자주 노출된다. 2013년 5월 9일 방송에서는 2명의 외국출신 여성 출연자에게 한국여성이 밥상을 차려주며 “에이그~ 외국 여자들도 잘 먹더라”라는 표현을 한다. 음식에 대한 기호는 사람마다 제각각인데, 자신의 선호와 상관없이 외국출신 여성들은 한국음식을 잘 먹지 못하면 무언가 문제 있는 존재로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 또한 2013년 8월 22일 방송에서 외국출신 한 여성출연자가 모국어인 우즈베크어로 노래를 부르자 한 할머니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니까 욕하는 거 아냐?”라며, 다른 문화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희화화하기도 한다.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이나 관용, 사회통합을 위한 ‘정치적 타당성(political correctness)'을 고려하지 않고 차이를 열등함이나 흥미 위주로 다루고 있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4) 한국의 사회문제를 이주민에 의한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

    TV매체는 한국의 사회문제를 이주민 증가로 인한 문제로 치부하여 재현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인 중국의 연변이나 동북3성에서 온 조선족에 의한 범죄를 잔인하게 표현하는 연출은 ‘중국동포 이주민’은 ‘잔인한 범죄 집단’으로 오인 받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 ‘보이스 피싱’ 범죄는 국제적인 범죄의 성격을 지니는데 범죄의 원조가 중국, 특히 조선족 동포인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특정한 이주민 집단을 폄훼하는 효과까지 있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라도 중국동포나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의 문제 보다는 이들이 어디 출신인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경향이 여전하다. C의 의견처럼 희화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말투와 엄마의 말투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개그프로그램을 개그만으로 보기에는 불편하다. 미디어 보도 경향과 TV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이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방송심의규정> 제31조는 ‘문화의 다양성 존중’을 규정하고 있다. 내용은 ‘특정 인종‧민족‧국가 등에 관한 편견 금지’ 와 ‘타민족이나 타문화 등을 모독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출신 범죄자 보도 경향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인종, 민족, 국가 등에 관한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는 TV내용에 대해 심의상 문제를 제기한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서 이런 정도는 문제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5) 일상적인 편견과 차별, TV매체의 확대 재생산

    한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텔레비전의 재현은 동화에 대한 강요와 편견의 확대생산, 사회적 일탈현상의 원인제공자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에서 재생산된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차별은 학교에서도 존재하며, TV매체를 통해 재현된다. 2013년 KBS가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아이들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프로그램인 <오아시스>의 경우,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TV매체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BS 2TV <오아시스> 제2회 ‘아빠와 화이트보드’ 편에서 담임선생님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라고 표현하거나, 제4회 ‘미운오리새끼의 비상’ 편에서 다문화담당선생님이 “다른 다문화 학생들은 좀 내성적인 반면에…”라고 하면서 교사들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선입 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사회에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차이에 대한 관용을 교육자들부터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도한 개입과 간섭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TV매체가 재현하는 교사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편견을 조장하거나 선입견을 확대재생산 하고 있다.

       2)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 정책의 현실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TV프로그램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정책이 다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살펴 본 결과 연구대상자들은 TV매체를 통해 다문화정책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1) TV매체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문화정책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정책담론에 그치거나(마정미, 2010), 인종주의를 전략적으로 포장한 것이라는 지적처럼(이희은 외, 2007), TV매체에서는 다문화정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다문화가정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정주민 시청자를 대상으로, 정주민의 입장에서 다문화정책을 재현한다.

    이주민들은 비록 한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출신국가에 따라, 또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관계와 직업에 있어서의 대우에서 공평한 대우나 평등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매체에서는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미디어 수용자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미디어를 취사선택하고,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미디어교육이 수행되어야 한다(Massing, 2001, p.37). 그런데 이주민들에게는 이러한 가능성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 이주민의 언어로 된 신문이나 잡지가 발행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부 지역신문에서는 다문화지면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유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의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문화가정이나 이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모국 언어로 된 정보 생산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텔레비전방송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주민의 시각에서 이주민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주민이 정주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시사정보와 언어적‧문화적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프로그램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A(PD), M(PD), P(기자)는 한국의 다문화정책이 기본적으로 동화정책 중심으로, 서로 다른 문화가 상호 침투하는 문화적 혼종(昏鐘)이나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가 분리되어 문화적 잡거(雜居)를 하는 현상을 기피하는 데서 나온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1920년대 미국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이주 민의 ‘게토(Getto)’화와 사회적 고립화 현상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이러한 동화정책은 이주민 2세에게 가장 큰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2) 다문화정책에 대한 오해를 야기하는 TV매체의 재현 방식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TV매체는 정부의 다문화정책을 반영하는데, 이주민을 정책적 시혜 대상으로 보거나 관심을 갖고 돌봐야하는 대상으로 본다. 또는 한국 사회에 동화를 강요해야 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정책의 현실은 정작 이주민들의 의견이나 입장이 무시된다.

    정부가 농어촌지역에서 실시하는 다문화가정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에 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농어촌 지역의 시민대학에서 다문화가정 주부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강좌에는 어학강좌도 있지만, 한국의 고전무용이나 붓글씨, 한국음식, 다도와 같이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

    실제로 MBC TV의 <다문화 희망 프로젝트> ‘다문화사랑 더하기’ 코너는 한국 전통음식 먹기, 한복 입기, 전통 문화 체험하기, 한국 노래 따라 하기 등을 한국인이 되는 동화과정으로 강조한다. 동화란 ‘정주사회의 상징적 질서인 언어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Hoffmann-Nowotny, 1973). 동화란 이주민이 자발적으로 정주사회의 언어와 가치를 수용하는 것인데, TV는 동화를 정주사회의 가치를 강요하는 방향으로 재현한다. 이를 TV매체의 의도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TV매체가 재현하는 다문화사회 통합정책은 동화의 강요가 당연한 것으로 표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TV매체가 재현한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정주민의 입장에서 동화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정책을 기조로 하여 정부의 다문화가정 지원정책도 일시적인 ‘퍼주기’식 지원이나 이벤트성이 많으며,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단발적인 일회성 지원을 하는 사업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만 조장한다. 이보다는 근본적인 통합정책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3) 다문화사회 사회통합 역할을 위한 TV매체의 재현 방향에 대한 인식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와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의 문제는 방송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러나 어떠한 연출과 편성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TV매체가 보여주는 다문화사회의 현실에 대해 인터뷰 대상자들의 의견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보다 지금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기 농어촌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노동자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거나 차가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사회의 엄연한 일부분이 되었다. 다양한 사회적‧문화적‧종교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방송의 연출방식과 정부의 사회통합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다문화사회 사회통합 역할을 위한 TV매체의 재현 방향에 관해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전문가들의 인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주민과 외국인노동자는 특이한 예외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구성원이다.

    둘째, 언어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장점은 부모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고, 문화적‧종교적 다양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방송에서도 외국어교육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 여성의 대부분은 자신의 모국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은 편이다. 이들의 문화적 언어적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역방송이나 지역신문에서 이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외국인의 언어로 제작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지역적‧문화적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이주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이주민2‧3세대를 위한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다문화 사회는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이주민1세대는 사실상 편입된 외국인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주사회의 주류로 동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결혼이주민2‧3세대의 모습뿐만 아니라 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TV매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1990년대 후반 결혼이민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이후 이제는 다문화가정 2세들이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이 본격 적으로 이뤄지는 때에 접어들었다. 현실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문제, 학교생활로부터 이탈, 대학진학이나 취업에서의 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다문화국가의 이주민 폭동과 같은 사건이 주로 2세대들에 의해 이뤄진 점을 참고하면 이주민 2‧3세대들에 대한 사회통합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으며, TV매체를 통해서도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KBS의 <제작 가이드라인>(2007년 개정)에서 방송 편성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대상으로 외국인을 포함하고 있는데, 외국인의 기준은 ‘결혼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들과 그 자녀들’이다.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2세들 또한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국인’으로 분류하고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미디어의 역할은 문화적 다양성이 혼종에서 융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름을 다양함의 근원적 축적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도록 의제설정과 주제개발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의 다문화정책의 근간인 동화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문화사회로서의 한국 사회의 일상성을 회복할 수 있는 영상재현과 문화적‧사회적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2)인터뷰내용은 다문화가정 구성원의 경우 ID, 직업, 국적 순으로, 전문가의 경우 ID, 직업, 지역 순으로 기재하였다.  3)지난 2014년 5월말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167만6715명이다. 이 가운데 결혼이주민은 전체의 11.0%인 152,375명이다. 결혼이주민의 국적별 분포를 보면 중국 40.5%(61,704명), 베트남 26.8%(40,857명), 일본 8.2%(12,424명), 필리핀 7.1%(10,763명)순이다.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민의 24.1%(25,573명)는 중국동포다. 거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27.3%(41,34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서울 19.6%(29,740명), 경남 6.3%(9,647명), 인천 5.9%(8,902명), 충남 5.4%(8,220명)순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특별시와 광역시에 거주하는 결혼이주민이 전체의 40.1%였으며, 경기도까지 포함할 경우에 수도권과 전국의 특별자치시와 광역시에 거주하는 결혼이주민은 전체의 67.4%에 달한다(법무부, 2014).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황병국 감독, 2005년 개봉)>에서 처럼, 다문화가정이 주로 농촌에 거주하는 결혼적령기가 넘은 나이 많은 남자와 외국의 나이 어린 여자가 꾸린 가정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임을 알 수 있다.

    5. 결 론

    근대적 의미의 통합은 국가적 정체성을 시민들이 내면화할 수 있도록 애국심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었지만, 이제는 새롭게 유입된 이질적인 집단에 대한 문화화와 자리매김,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통합의 목표는 분화된 사회구조의 갈등을 문화적 다양성의 연대를 통해 해소하고, 사회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는데 있다. 언론은 사회문화적 통합을 위해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논의들이 여론의 형태로 가시화되도록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고, 이러한 의제가 사회적으로 반박되거나 보완되는 토론이 진행될 수 있는 공론장을 제공한다. 또한 언론은 적대적이거나 대항적인 위치에 있는 집단의 여론을 중재하여 하나의 ‘사회적으로 합의된 공론’이 형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TV매체는 정주사회가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공존을 위한 조건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은 정주사회가 이주민에 대한 통제력과 사회적 안정망 유지를 위해 동화와 흡수편입을 정책의 핵심으로 채택할 경우에 동화적 시각을 중심으로 영상을 재현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사회통합과정에서 정주사회가 이주민사회를 적극적으로 동화흡수하기 위해 정책을 펴더라도, 이주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 소수로 잔류하는 부류와 동화하는 부류, 정주사회에 완전히 통합되는 부류, 적응불응 상태에 놓이는 부류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주민의 통합을 위해 TV매체의 합리적인 재현방식은 정주사회가 이주민에게 정주사회의 언어, 기초적인 사회 구성 원리와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인지하고 인정하도록 교육하면 서, 동시에 이주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은 정주사회에 공존하도록 만드는 방식일 것이다. 이주민이 정주사회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동기부여와 정주 사회의 통합의지, 이주민에 대한 역할부여가 성공의 열쇠일 것인데,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언론의 사회통합적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의 주요 연구결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TV매체의 재현방식은 동화의 강요 경향이 강하고 다문화가정은 사회적으로 열등하거나 하층민이 대부분 이라는 오해가 많았다. 또한 ‘다문화’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한국사회의 문화적 역량으로 활용하자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차이를 차별로 표현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그래서 다름은 문화적으로 열등하다고 표현되거나 편견이 양산되었다. 때로는 한국 사회 문제를 이주민 증가로 인한 문제로 치부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TV매체가 재현을 통해 대변하는 다문화정책은 ‘다름으로서의 다문화’보다는 동화되고 흡수편입 되어야 하는 열등한 존재로 서의 다문화가 중심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텔레비전에서 다문화가정을 한국 사회에 동화가 아닌 통합할 목적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보았다. 결국 ‘교육과 계몽의 수단으로서’ 텔레비전을 활용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통 합은 이주민의 한국 사회 동화에만 한정되고 있었다. 특히 이주민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적었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동화정책으로 서로 다른 문화가 상호 침투하는 문화적 혼종(昏鐘)이나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가 분리되어 문화적 잡거(雜居)를 하는 현상을 회피하기 위해, ‘단일민족’의 신화를 구현하는 수단의 하나로 기능하고 있었다. 한국의 다문화사회 통합정책은 1920년대 미국에서 볼 수 있는 ‘게토(Getto)’화와 사회적 고립화에 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다문화사회에서의 사회통합을 위한 방송의 역할은 ‘일상성의 회복’에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주민과 외국인노동자는 일상적이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예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른 하나’일 뿐이며, TV매체에서도 일상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언어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주민2‧3세대를 위한 정부의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하며, 방송은 이러한 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방송이 문화적 다양성이 혼종에서 융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름을 다양함의 근원적 축적으로 연계하여 한국사회의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도록 의제설정과 주제 개발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미디어를 통한 다문화사회의 통합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다문화 정책은 통합 보다는 흡수를 위한 동화의 강요다. 특히 결혼이주민과 노동이주민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문화와 규범을 숙지하고, 이를 준행할 것을 강요받는다. 이주민들이 정주사회의 법과 질서, 규범을 지켜야하겠지만, 그들이 가진 문화적 독자성과 장점을 정주사회가 받아들여서 정주사회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국수주의적이고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방송이 계몽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범적 규범의 재설정을 통해 강제하기 보다는 방송사의 자율적 규범을 통해 실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례를 들면 다문화 TV프로그램에서 문화적 차이에 대한 배경설명을 더 자세히 해서 오해를 줄여야 한다. 셋째는 이주민에 대한 보도와 이주사회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작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주민과 관련한 프로그램에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정의 배경을 갖고 있는 제작자와 출연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주류 미디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또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동안 다문화사회와 미디어에 관한 연구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미디어텍스트 연구나 수용자 인식 연구가 미디어의 이주 민에 대한 부정적 재현과 수용자의 부정적 인식을 지적하면서도 다문화사회 사회통합에 대한 방향과 미디어 재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또한 미디어 연구자 스스로 다문화사회 이주민에 대한 오해와 인식의 문제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여, 점진적으로 나마 다문화사회와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연구의 외연확대와 세분화에 대한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의 한계점이면서 동시에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으로 다문화사회 방송의 사회통합을 위한 실효적 기준에 대한 제시와 방송사의 자율적 행위 규범을 유인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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