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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A Study on the Old Age in Lee Geun-sam's Drama 이근삼 희곡의 노년 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A Study on the Old Age in Lee Geun-sam's Drama

본고는 이근삼 희곡을 대상으로 노년 재현 양상을 살피면서, 작품에 나타난 노년의식을 알아보았다. 80년대 후반이후 그의 희곡에는 나이든 노인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거나 그 노인의 행동으로 극이 전개된다. 그 노인들은 60에서 70전후의 사람으로서 이 작품들이 처음 씌어졌을 때 작가 나이와 비슷한 연령의 사람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노년 희곡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7편이다. 이근삼 희곡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한 결과, 노년 양상을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유형은 노년의 소외에 대한 이근삼의 반감이 드러난 작품들이다. 작품을 소개하면 <낚시터 전쟁, 1988> <막차 탄 동기동창, 1991>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1998> 등이다. 이 유형 작품은 병고, 소외, 고립 등 노인문제를 우울하게 그린다. 그러면서 다양한 화법으로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얼마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또 가혹하게 대하는 지를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노인들의 일상을 부각해 그린 작품들이다. 60대 후반 이근삼의 작품으로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1996>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 등이 해당되었다. 두 작품이 주는 감동은 일상적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이해를 구체성을 띤 인물들을 통해 구현하는 데 있었다. 노화를 겪는 노인의 일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실감나게 그린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노년의 자아를 성찰하고 죽음을 의식한 작품들이다. <이성계의 부동산, 1994>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1998>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에, 2001>등이 해당되었다. 이 유형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생의 의지로 충만한 삶을 갈구하기도 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노년 삶이 앞의 두 유형보다 더 실감나게 그려졌는데 이는 노년의 원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공력 덕분이라 하겠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이근삼 노년 희곡은 다양한 노년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특히 동시대 다른 노년 연극이 노년의 사랑을 그리는데 치중한 반면에, 노년의 일상을 부각하면서 우리 사회 뒤틀린 노년 의식을 지적한 점은 높게 살 수 있다. 더불어 늙어가는 사람의 자아와 죽음을 성찰하면서 노년의 실존을 탐색한 점도 희곡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KEYWORD
Lee Geun-sam , the old , consciousness on the old , ageing , death , self-meditation , existence
  • 1. 들어가며

    노화는 어김없이 죽음에 이른다. 인간은 자연사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병고에 시달리다 죽는다. 노년의 병고와 죽음은 작가들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서 김윤식은 “노인문제의 핵심을 죽음”1)이라 했는지 모르겠다. 수많은 노년의 작가들은 그들이 보내는 나날의 불모성을 한탄한다. 쇼펜하우어는 “노년은 단지 삶에 대한 절반의 의식밖에는 없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지성은 똑같은 것들을 인지하는 긴 습관에 의해 너무나 무디어져서, 결국은 모든 것이 점점 더 아무런 강한 인상도 주지 못하고 그를 스쳐 미끄러져버리게 된다.”2)고 쓰고 있다. 작가들은 이렇듯 노년의 무력감을 토로하면서도 또한 노년의 실존을 밝히려 노력해 왔다.

    우리 극작가 가운데 노년에 가장 관심을 보인 작가는 이근삼이다. 80년대 후반이후 그의 희곡에는 나이든 노인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거나 그 노인의 행동으로 극이 전개된다. 그 노인들은 60에서 70전후의 사람으로서 이 작품들이 처음 씌어졌을 때 작가 나이와 비슷한 연령의 사람이다.

    노년 희곡을 연구하기 위해선 먼저 노인의 개념과 그 연령대를 설정해야 한다. 그런 후에 노년 희곡의 개념과 범주를 살피는 게 순서일 것이다. 국제 노년학회(1951)에서는 노인을 인간의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형태의 과정 중에 있는 사람3)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생리적, 신체적 기능이 퇴화하면서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자기유지기능과 사회적 기능이 약화되어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노인의 연령대 설정은 학자마다 다르고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어 규정하기가 어렵다. 노인 연구가들의 노령선 규정은 대체로 60세 이상, 65세 이하를 최저 노령선으로 규정한다. 이 노령선은 정년과 환갑을 맞는 시기, 노인 상징 중의 하나인 조부모가 되는 시기, ‘대한노인회’ 가입이 60세부터 가능한 점과 노인복지법(1981) 상의 노인규정이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점들을 고려한 것이다.4)

    끝으로 노년 희곡에 대한 개념과 범주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노년 희곡에 대한 선행연구는 미진하기 때문에 그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본고는 희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년 연구에 진척을 보이는 소설문학의 성과를 도움받고자 한다. 소설과 희곡 모두 줄거리를 가지고 있고, 그 줄거리가 인간 경험의 구체적인 디테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에5) 노년 소설에 대한 개념과 범주를 희곡에 차용해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소설문학에서 논의된 노년 소설의 개념과 범주는 다음과 같다.

    ①노년의 인물이 주요인물로 나타나야 할 것

    ②노인이 당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와 갈등이 서사골격을 이루고 있을 것

    ③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심리와 의식의 고유한 국면에 대한 천착이 있을 것6)

    이런 노년 소설의 개념과 범주를 이근삼 희곡에 적용하면 노년 희곡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7편이다. 발표 연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이근삼은 60세에 노인을 내세워 창작한 이후 75세로 사망할 때까지 2~3년에 한 편 꼴로 작품을 발표했다. 작가 생명이 짧은 우리 희곡문학계에서 이례적인 업적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위 작품들이 모두 연극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연극의 관객 대부분이 젊은층인 점을 감안하면, 이근삼의 저력을 알 수 있겠다.

    이근삼 노년 희곡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한 결과, 노년 재현 양상을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유형으로 노년의 소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낚시터 전쟁, 1988> <막차 탄 동기동창, 1991>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1998> 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 유형으로 노년의 일상을 부각한 작품이 있다. 이 유형으로는 <새끼 새들 둥지를 떠나다, 1996>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 등이 해당된다.

    세 번째 유형으로 노년의 자아와 죽음을 성찰한 작품을 들 수 있다. <이성계의 부동산, 1994>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1998>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에, 2001> 등이 해당된다.

    이 논문의 목표는 이근삼의 노년 희곡을 대상으로 노년 재현 양상과 노년의식을 알아보는 것이다. 더불어 이근삼 노년 희곡의 의의와 희곡사적 위상을 살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노년의 삶을 이해하고 노인문제에 바르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1)김윤식·김미현 엮음, 『소설, 노년을 말하다』, 황금가지, 2004, 256쪽.  2)시몬느 드 보부아르, 홍상희·박혜영 옮김, 『노년』, 책세상, 2002, 626쪽.  3)임춘식, 『현대사회와 노인문제』, 유풍출판사, 1991, 40-41쪽.  4)변정화, 「시간, 체험, 그리고 노년의 삶」, 문학을 생각하는 모임, 『한국문학에 나타난 노인 의식』, 백남문화사, 1996, 174쪽, 재인용. 서병숙, 『노인연구』, 교문사, 1994, 3-6쪽 참고  5)김성희, 『연극의 세계』, 태학사, 1996, 101-102쪽 참고.  6)변정화, 앞의 책, 174-175쪽.

    2. 이근삼 희곡에 나타난 노년 양상

       2.1. 노년의 소외에 대한 반감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관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노년기를 인생발달의 통합단계7)로 규정하면서 한 인생의 총체성이 완성되는 아름답고 의미 깊은 시기로 보는 관점이 있는 반면 보부아르는 매우 상반되는 진술을 한다. “……노년은 존재 완성의 최고봉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삶은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삶의 진행은 무기력한 실제로 인하여 늘어지는 우리들의 계획 때문에 끊임없이 꺾인다. 매 순간 존재는 합산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합산이다. 인간의 행위는 총체이며 동시에 총체의 파괴이다.”8)

    보부아르는 ‘존재완성의 최고봉’의 노년 개념은 하나의 이상일 뿐 실제는 이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노년의 삶은 현재에 의한 과거활동의 전면적인 전복의 형태를, 완성될 수 없는 합산의 형태를, 총체의 파괴라는 형태를 띠게 된다는 것이다.9)

    이런 보부아르의 견해를 따르기라도 하듯 우리 노년 문학에는 노인의 총체적 위기의식이 드러난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년소설을 양산한 박완서의 경우“자식과의 불화나 괴리감으로 인한 노인의 소외현상이 나타나며, 그러한 위기의식을 절감하고 노년을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표출되기도 한다.”10)고 평가 받을 정도로 노년 삶의 이면을 천착했다.

    이근삼도 초로(初老) 때 노인의 소외를 심각하게 그렸다. <막차 탄 동기동창>은 이근삼이 62세에 쓴 작품으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끼리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11)한 작품이다. 오달이 대부를 찾아와 동창이라 우기며 연극은 시작된다. 오달은 딸이 보내준 효도관광길에 올랐다가 따분하기에 무작정 내려 대부를 찾았다고 한다. 대부는 오달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동창이라는 말 때문에 박대하지는 않는다. 늘그막에 혼자 고즈넉하게 살던 대부는 오달의 방문이 못마땅 하지만 함께 살자는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는 못한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지만 상처한 홀애비로 처지가 비슷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가까워진다. 서로를 위로하며 지내지만 두 사람이 겪는 일상은 순탄치 못하다.

    대부가 자살한 친구 소식을 오달에게 전하며 씁쓸해 하는 장면이다. 김윤식은 모든 노인성 문학이란 죽음과 그를 둘러싼 의식 및 무의식에 직접·간접으로 관련된 문체계에 속한다12)고 하였다. 이는 생물학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노인들이 지닌 문제 자체에 주목한 발언이라기 보다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노인성을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노년 삶의 불안한 실존을 염두에 둔 말인 것이다. 신현숙도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여러 신체적 변화, 사회적 제도(예: 퇴직)로 인해 사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잃어버리고, 이와 함께 자신의 존엄성과 자기 현실을 상실했다는 무력감에 우울증에 빠진다. 신체적․정신적 쇠약, 고독, 무위, 적응불능, 치료불능의 질병 등 사회적, 심리적 요소들이 노인들을 자살로 내몰기도 한다.13)”면서 노년의 실존을 암울하게 진단한다. 이근삼은 자식 때문에 삶의 터전을 떠난 노인의 자살을 전하면서, 우리 사회 노년 소외14)의 한 단면을 포착해 그린 것이다.

    <낚시터 전쟁>도 <막차 탄 동기동창>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겪는 갈등을 다룬 연극이다.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젊은이 활용에게 접근한 노인 방도가 자신은 늙은이가 아니라며 시비를 걸면서 극은 전개된다. 실제로는 노인인 방도는 자신이 젊은이라며 우기는 어릿광대 같은 행동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자신도 노인이면서 노인의 존재를 폄하하는 대사이기에, 진심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젊은이라고 우기는 노인이 젊은이를 상대로 노인 세대를 비난하는 모습은 ‘낯설게하기’ 효과를 내면서 관객에게 노인문제를 바로보게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방도의 언행은 오랫동안 누렸던 기득권에서 밀려난 후로 소외를 겪으며 사는 노인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관객에게 환기시킨다. 이근삼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이 겪는 삶을 직시하기 위해 파고다 공원에서 만난 노인 삶을 주목한 것이다.

    위의 두 작품이 노인의 일상을 몰래 들여다보듯 그렸다면,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노인이 등장해 관객에게 자신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전한다. 노년을 맞은 작가의 목소리가 노배우인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신랄하게 드러난 것이다. 지금은 한물간 연극배우인 서일은 우리 사회에서 노년이기에 겪어야하는 소외를 토로한다.

    연극쟁이로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서일이었기에 자신을 대하는 연극계의 냉대에 상처를 받는 장면이다. 이렇듯 주변부로 밀려난 자신의 처지를 인식한 노인은 욕구좌절17) 을 겪으며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근삼은 소외된 생활세계 속에서 절망하는 노인의 삶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로 줏대 있게 행동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서일 자신도 노인이면서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는 노년의 삶을 성토한다. 그러면서 다른 노인같으면 흔쾌히 받아들일 만한 동장의 제안도 일언지하에 거절함으로써 세상과 불화하며 산다. 외곬 인생이 대체로 그렇듯 서일도 고집불통인 것이다.

    깐깐한 성격의 서일답게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우리 사회에서 냉대 당하는 노인세대를 대변하면서 한편으로 노인세대의 분발을 바라는 심정이 담긴 대사다. 어찌보면 노인세대를 부정하는 듯 보이는 서일의 대사는 반어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만큼 서일의 심리가 미묘하게 반영된 고백이기 때문이다. <낙시터 전쟁>에서 역설의 화법으로 노인문제를 환기시켰다면, 이 작품에서는 반어적인 화법을 쓴 것이다. 그러면서 세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반감을 직설적으로 전하기도 한다. 노인을 얼마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또 가혹하게 대하는 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 유형의 작품은 대체로 작가가 초로시절에 창작한 것으로 우리 사회의 뒤틀린 노인의식을 바로잡으려는 결기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2.2. 노년의 일상에 대한 소묘

    이근삼 노년희곡은 젊은 시절 희곡에 비해 소소한 일상을 부각하는 특성을 지닌다. 우연히 만난 노인들이 티격태격 다투는 장면을 보여주다 막을 내린다거나,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하는 노인의 삶을 담담하게 그리는 식이다. 작품 결말도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평이하다. 그렇다보니 과거의 작품보다 덜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인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부각하고 있기에 노년의 관객에게는 자신의 삶을 환기하도록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노년의 삶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러니까 작가는 노년을 화두로 집필하면서 노년의 일상적 삶의 의미를 천착한 것이다. 물론 이는 관객과의 소통을 의식한 결과다. 7편의 노년희곡에서 모두 노인 일상이 다루어지지만 특히,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1996>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1999> 두 작품에서 강조되어 나타난다.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1996>는 가족 관계를 그 중심 모티브로 삼고 있다. 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과 그것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한 대가족을 중심으로 다수 인물이 등장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TV드라마 같다. 여섯째 덕남의 해설로 1남 6녀인 자녀들의 얘기가 고루 다루어지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자녀를 떠나 보내는 노부부의 삶이 주를 이룬다.

    노부부가 미국에 사는 큰딸 집에 놀러갔다가 나누는 대화이다. 작가는 노년의 행복을 고상한 것에서 찾지 않는다. 우리 노인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학진은 경제적 여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산다. 그의 아내도 역시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노년의 삶이 남루하게 보인다.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별탈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말년을 여유롭게 살만큼 퇴직금도 보장되었으면서도 부부는 소유에 강박관념을 드러낸다. 이는 노인이기에 겪는 불안심리 탓이라 하겠다.

    대체적으로 노인은 노후생활에 대하여 자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인은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다. 시대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노인들도 있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노인들의 독립적인 생활과 자녀에게 가급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데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20) 특히 학진같은 인텔리일수록 자존감을 지니고 살기에,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피하려 한다.

    작가는 또한 노년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할 의도로 동네 노인들의 일상을 스케치 해 보인다.

    학진이 약수터에서 만난 노인들끼리 나누는 대화다. 자녀들이 친구에게 준 돈에 대해서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노인이 있는가하면, 다른 노인은 받을 권리가 있다며 생각을 달리한다. 위 장면은 사실 학진 가족 화소와는 동떨어진 화소다. 노인들이 위 장면에서만 등장하고, 이 화소가 앞 뒤 장면과 유기적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노인들은 자식에게 받는 용돈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과정을 통해 노년의 일상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은 한다. 이런 점에서 작가가 노년의 일상을 부각하려고 등장시킨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이근삼은 일제 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년기에 민족 분단의 소용돌이를 겪다가 단신으로 월남해 독학하며 온갖 고생을 한 인물이다. 또 군부독재의 혼란과 민주화의 열망, 경제발전과 산업사회의 무질서와 괴리 속에서 장년기를 보낸 세대였기에 노년이 된 당시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연배의 노인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대사가 많다. 일선에서 일하는 노인이 등장하는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의 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는 한 가족을 대상으로 그 가족 구성원이 겪는 일상을 부각하며 그려진다는 점에서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와 모티브가 같다. 또 가족 에피소드가 파편적으로 관계하는 점과 가장의 일상이 작품 얼개로 쓰인 점도 같다. 이렇듯 여러 면에서 유사성을 지니지만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의 가장 거집은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의 가장 학진보다 훨씬 활력적인 삶을 산다. 마을 저수지 수질오염을 막는 감시원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공룡연구가로도 지낸다. 그가 공룡을 찾는 이유도 학술적 관심을 넘어 선다.

    위 대사만 보면 거집은 우리 사회 무너진 도덕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가로 보인다. 하지만 바퀴벌레에 대해 집착하고, “공룡을 봤다”고 심각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거집의 정신상태에 의문을 갖게한다. 그래서 거집의 공룡에 대한 집착은 비정상인의 기행으로 읽힌다. 다시말해 소외된 삶 때문에 정체성을 상실한 노인이 자아를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겠다. 이는 다음 장에서 다루지만 거집이 “자식들에게 자신은 공룡처럼 오래 전에 없어져야 했다”고 자책하는 대사로 짐작할 수 있다. 거집에 비해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의 가장 학진은 직접화법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학진이 친구 상칠에게 자식들이 분가한 후에 느끼는 노년의 쓸쓸함을 전하는 대사이다. 노년기의 친구는 비슷한 생활주기를 경험했고 노년기의 여러 가지 변화에 서로 의지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사회적 관계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상칠은 학진에게 직장 잘 그만 뒀다고 동조한다. 그러면서 쉬었다 새 일거리와 새 놀 거리를 찾으라고 격려한다. 이런 상칠의 말은 정체된 노년을 극복하자는 작가의 메시지로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작품이 주는 감동은 이런 일상적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이해를 구체성을 띤 인물들을 통해 구현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심리와 의식의 고유한 국면을 천착하고 있다. 이렇듯 일상적 이야기가 말의 실타래처럼 전개되는 양상은 이근삼 노년 희곡에 나타나는 특유의 희곡적 기법이다. 그는 그것을 통해 우리 삶 전체를 되돌아 보게 한다.

       2.3. 노년의 자아성찰과 죽음

    노년의 깨우침은 가장 심오한 것이다. 젊은 세대보다 삶을 총체적으로 살피면서 한걸음 물러나 조망할 줄 안다. 삶의 종착점을 맞아 가장 원숙한 경지에서 깨우친 것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노년을 다룬 작품은 세대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나를 찾는 여정은 우리 노년 문학의 단골 주제라 할 수 있다. 평생을 자녀들을 키우느라 헌신한 인생을 탈피해 나를 찾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다룬 것이다. 이근삼의 희곡에도 노인의 자아성찰을 다룬 작품이 많다.

    우리 노인문학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곧 종착에 이르리라는 것을 느낄 때 거기에 대응하는 감정의 하나로 자아성찰의 경향이 나타난다.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자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데, 이것은 곧 반성적인 자의식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다.25) 늙어가면서 노인을 주요인물로 등장시킨 이근삼은 작중 인물에 자신의 삶을 투영시킨 작품을 발표26)하는데, 이런 작품의 경우 노인의 반성적인 자의식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아마 이근삼이 창작하면서 노년인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한 결과로 보인다.

    거집은 공룡을 찾아 헤매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한 지난 삶을 자책하고 있다. 이런 거집의 대사는 연극에 빠져 평생을 희곡창작에 몰두하며 가장으로서 소홀하게 살았던 이근삼의 인생역정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가 나이 들어 갈수록 죽음을 언급하는 내용이 잣은 이유도 노년을 사는 자신의 실존을 작품에 투영한 결과로 보인다.

    자신이 노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노년의 끝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이성계의 부동산>은 현실과 환상세계를 혼돈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배경삼아28) 희극적으로 그린 희곡으로 노년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지금은 고인이 된 권장로가 등장해 이성계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다.

    작가가 노년을 그리는 목적은 삶의 종착점을 살피는 것이기에 죽음을 거론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추하게 죽을 것 같으면 자살하는 것이 낫다며 자살을 부추기는 장면이 잦은 점은 눈길을 끈다.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에서는 주인공의 자살을 암시하고 막을 내린다.

    서일이 선배연극인을 회고하는 방송 대담프로에 나갔다가 들러리만 섰던 것을 후회하며 “이젠 정말 살기도 싫습니다.”고 푸념하는데 외아들이 결혼한다고 전화로 알린다. 그렇잖아도 사이비 연극인이 판을 치는 연극계에 실망한 서일은 외아들이 결혼한대도 줄 것 하나없는 가난한 현실에 자책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근삼은 평생을 배우로 살았지만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을 통해 우리 노배우의 실존을 불구적으로 그린 것이다. 이렇듯 작품 결말에 그려지는 주인공의 충동적인 자살은 관객을 충격에 빠지게 하지만, 이어서 서일이 망령으로 나타나 자신의 삶을 관조하듯 읖조리기에 극의 무거웠던 분위기는 풀린다.

    세상에 불만을 늘어놓고 자살한 사람 같지 않게 차분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배우로서의 삶을 돌아보면서 ‘썰렁한 마음’이었다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어 관객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망령이 된 기분이, 생전에 연극을 마쳤을 때 심정과 같다고 말함으로써 삶과 죽음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이근삼의 초월적인 죽음관을 느끼게 한다.

    이근삼 희곡은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죽음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임을, 삶으로부터 그토록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양상임을 보인다. 그것은 죽음이 삶에 개입하고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그것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전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근삼이 쓴 노인 희곡에서 발견되는 자살관련 발언은 작가의 허무주의 탓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초월적인 의식의 발로라 볼 수 있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에>의 황포는 “내 생전에 무슨 잘못이 그렇게 많기에 인생 말년에 사는 것이 두렵고 죽음의 문턱을 엿보고 있을까? 생시인지 꿈인지는 몰라도 요새는 죽음의 사자가 내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아.”라면서 사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의식한다. 하지만 망령을 만나 죽음의 세계를 접하고, 고전비극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차츰 죽음에 의연한 태도를 취한다.

    인생의 완성이란 죽음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삶을 완성하는 시점에 죽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현실로 인식할 때 남은 시간을 더욱 소중하고 의미 깊게 보낼 수 있다. 삶의 완성이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32) 위의 황포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자 생의 의지로 충만한 삶을 갈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에>는 이근삼이 초로 때 쓴 작품인 <낚시터 전쟁>이나 <막차탄 동기동창>에서 읽혔던 결기는 찾기 어렵지만, 노년 삶이 더 실감나게 그려졌다. 이는 노년의 원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공력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7)윤진, 『노인·성인 심리학』, 중앙적성출판사, 1993, 197쪽.  8)변정화, 「죽은 노인의 사회, 그 징후들」, 문학을 생각하는모임, 『한국노년문학연구Ⅱ』, 국학자료원, 1998, 11쪽, 재인용.  9)변정화, 위의 책, 11쪽.  10)유남옥, 「풍자와 연민의 이중성-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노인-」, 문학을 생각하는 모임,『한국문학에 나타난 노인의식』, 백남문화사, 1996, 285쪽.  11)유민영, 『한국인물연극사2』, 태학사, 2006, 628쪽.  12)김윤식·김미현 엮음, 앞의 책, 255쪽.  13)신현숙, 「고령화 시대에 나이듦에 대한 문제적 담론과 드라마」, 『2011 한국드라마학회 추계정기학술대회 발표집』, 한국드라마학회, 2011, 16쪽.  14)이근삼 희곡에 대한 소외 연구는 최승연이 상재한 바 있다. 최승연은 이 논문에서 일부나 마노년 소외를 다루었다. 최승연,「이근삼 희곡에 나타난 소외의식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9,  15)이근삼, <낚시터 전쟁>, 앞의 책, 102-104쪽.  16)이근삼,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위의 책, 430쪽.  17)욕구 실현도가 클수록 삶의 질은 높다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욕구 좌절이 클수록 삶의 질은 낙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노인의 생활세계는 크게 낙후되었다. 빈곤, 무위, 질병, 소외는 많은 노인을 지배하는 생활양식이다. ……많은 노인이 경제생활에 있어 주체적 위치를 상실하고 있으며, 건강상의 문제로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역할의 시간 속에서 강제된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다. 김익기 외, 『한국 노인의 삶-진단과 전망』, 생각의 나무, 1999, 367쪽.  18)이근삼,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위의 책, 463-464쪽.  19)이근삼,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위의 책, 400-401쪽.  20)김익기 외, 앞의 책, 393쪽.  21)이근삼,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앞의 책, 393-394쪽.  22)이근삼,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위의 책, 489쪽.  23)이근삼,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위의 책, 519쪽  24)이근삼,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위의 책, 395-396쪽.  25)강신주,「노년기 시의 특성 연구-정한모, 조병화, 구상의 시를 중심으로-」, 문학을 생각하는 모임,『한국문학에 나타난 노인의식』, 백남문화사, 1996, 143쪽.  26)유민영, 앞의 책, 629쪽.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는 다분히 문명비판적인 주제지만 그가 그동안 쓴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자전적인 작품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가 넘치는 것이다.  27)이근삼,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앞의 책, 541쪽.  28)이근삼, 《이성계의 부동산》, 문학세계사, 1994, 5쪽. 인쇄업으로 재산을 많이 모은 이병칠은 그의 재산을 탐낸 후처의 모략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자 친구인 권장로의 복지원을 찾는다. 이병칠은 자신을 이성계로 믿으며 연극놀이에 빠지는데, 차츰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성계를 자처했음이 드러난다. 재산 때문에 벌어진 가족 간 분쟁에서 소외된 노인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29)이근삼, <이성계의 부동산>, 위의 책, 272-273쪽.  30)이근삼,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위의 책, 467-468쪽.  31)이근삼,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에>, 앞의 책, 391쪽.  32)강신주, 앞의 책, 146쪽.

    3. 나가며

    본고는 43년 동안(1958-2001) 작품 활동을 하며 대표작으로 62편을 남긴 이근삼의 노년 희곡을 대상으로 노년 재현 양상을 살폈다. 더불어 작품에 나타난 노년의식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근삼 노년희곡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한 결과, 노년의 재현 양상을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유형은 노년의 소외에 대한 이근삼의 반감이 드러난 작품들이다. 작품을 소개하면 <낚시터 전쟁, 1988> <막차 탄 동기동창, 1991>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1998> 등이다. 이 유형 작품은 병고, 소외, 고립 등 노인문제를 우울하게 그린다. 그러면서 다양한 화법으로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얼마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또 가혹하게 대하는 지를 밝히고 있다. 이 유형의 작품은 대체로 작가가 초로시절에 창작한 것으로 우리 사회 뒤틀린 노인의식을 바로잡으려는 결기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노년의 일상을 부각해 그린 작품들이다. 60대 후반 이근삼의 작품으로 <새끼새들 둥지를 떠나다, 1996>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등이 해당되었다. 두 작품이 주는 감동은 일상적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이해를 구체성을 띤 인물들을 통해 구현하는 데 있었다. 노화를 겪는 노인의 일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실감나게 그린 것이다. 그러면서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심리와 의식의 고유한 국면을 천착하고 있다. 이렇듯 일상적 이야기가 말의 실타래처럼 전개되는 양상은 이근삼 노년 희곡에 나타나는 특유의 희곡적 기법이다. 그는 그것을 통해 우리 삶 전체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 번째 유형은 노년의 자아를 성찰하고 죽음을 의식한 작품들이다. <이성계의 부동산, 1994>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1998>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에, 2001>등이 해당되었다. 이들 작품은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1999>만 빼고 모두 망령이 등장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뜨리며 주인공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노인들은 어렵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생의 의지로 충만한 삶을 갈구하기도 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노년 삶이 앞의 두 유형보다 더 실감나게 그려졌는데 이는 이근삼이 노년의 실존을 천착한 결과이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이근삼은 노년의 일상을 다각적으로 보여 주었다. 필자가 분류한 위의 세 유형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노년 여정과 맥락이 닿는다. 그리고 작품 주제 형성의 차이에 따른 분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노년 체험의 다양성은 우리가 노년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이끄리라 기대한다. 1960년 <원고지>를 발표하여 우리에게 현대 연극을 펼쳐보인 것처럼 노년 연극에 있어서도 앞서 나간 것이다. 특히 다른 노년 희곡이 노년의 사랑을 묘사하는데 치중한 반면에, 이근삼이 노년의 소외를 부각하면서 우리 사회 뒤틀린 노년 의식을 지적한 점은 높게 살 수 있다. 더불어 늙어가는 사람의 자아와 죽음을 성찰하면서 노년의 실존을 탐색한 점도 희곡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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