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입양부모가 경험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Sibling Relationship within Adoptive Families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입양부모가 경험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sibling relationships within adoptive families from adoptive parents’perspective. For the purpose of this study, we recruited five adoptive families with more than two children and conducted in-depth interviews with five adoptive parents. The data was analyzed using the qualitative case study approach. The results of this study consists of two parts: the results of the withincase analysis of adoptive families and cross-case(thematic) analysis related to major issues in sibling relationship within adoptive families. The themes appeared in the thematic analysis include ‘stepping off on the right foot’, ‘controllable, but unpredictable choice’, ‘finding their places’, ‘the meaning of difference and resemblance’, ‘difficult problem: fairness’, ‘the archrival’, ‘drama effect’. Practical guidelines were suggested based on the analytic results.

KEYWORD
입양가정 , 형제관계 , 질적 사례연구
  • Ⅰ. 서론

    입양현장에서 입양가정 내의 형제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실천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입양의 활성화와 입양가족의 복지 향상을 위해 입양가정 내의 형제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2년 입양통계에 따르면 국내입양 가정 중 친생자녀가 있는 가정이 전체 국내 입양의 40%를 차지한다(보건복지부, 2013). 또한 국내에서 잠재적인 입양부모의 증가율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미 입양을 한 부모들이 추가로 입양을 하거나 그 부모들의 관계망을 통해 입양을 확산하는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입양가정 내에서 입양아동과 비입양아동의 관계, 입양아동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입양부모들은 입양(또는 추가입양)을 고려할 때 새로 입양할 아동과 기존의 자녀 간에 어떻게 관계설정을 해야 할 것이며, 입양이 기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예비입양부모교육에서 입양부모들이 하는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가 입양가정 내에 친생자녀 또는 이미 입양자녀가 있을 경우 형제간의 관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바람직한 형제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입양 부모들은 입양을 하는 과정에서 입양자녀의 연령과 성별, 입양시기 등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고민이 더할 수 있다. 원만한 형제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동성형제가 좋을지 이성형제가 좋을지, 나이 터울은 얼마나 나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해 궁금해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입양가정 내의 형제관계는 대개 일반가정 내 형제관계보다 더 복잡한 역동을 지닌다. 일반가정 내에서는 기존 자녀가 부모와 함께 동생의 임신ㆍ출산과정을 지켜보면서 9개월 동안 손위 형제로서 준비할 시간을 갖는다. 아동은 엄마의 뱃속에 동생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배를 만져보고 태동을 느끼기도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엄마의 배가 점점 커지면서 동생이 세상에 나올 때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아기를 위한 물품들이 집안에 들어오고 엄마가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가면 엄마가 돌아올 땐 동생과 함께 올 것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입양의 경우에는 대체로 이 모든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고, 실체없이 진행된다. 아동은 동생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듣더라도, 눈앞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동생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기존 자녀가 느낄 수 있는 충격과 질투는 출생을 통해 동생을 얻게 된 일반가정의 자녀들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입양자녀로만 형성된 형제관계인지 입양자녀와 친생자녀가 섞인 형제관계인지에 따라 형제관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유자녀 입양의 경우에는 일반가정과는 달리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형제관계도 적지않게 존재한다. 연장아동을 나중에 입양한다면 기존의 자녀가 오히려 동생이 되는 형제순위의 역전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역학은 일반가정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로 인해 입양부모들은 혼란과 고민을 경험할 수 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회복지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분야에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초점을 둔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입양아동이나 입양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형제관계는 형제순위(권지성ㆍ안재진, 2005)나 친생자 유무(김영화, 2002; 최운선 외, 2008), 입양형제의 수(안재진 외, 2009; 안재진 외, 2010), 입양형제 유무(변미희 외, 2009; 최운선 외, 2011) 정도로만 양적 연구의 변수군에 포함되었을 뿐이며, 질적 연구의 경우에도 전체 연구결과의 일부로만 다루어져 왔다(권지성, 2003). 또한 사회과학에서 형제관계를 주제로 설정한 연구들은 일반적인 형제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을 포함하였을 뿐 입양아동이나 가족의 특수성을 검토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입양부모나 실천가, 연구자들이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양연구에서 소개된 형제관계 이슈들을 살펴보거나 일반적인 형제관계 이슈들을 입양가정의 형제관계에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연구는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초점을 두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입양가정의 형제관계를 직접 관찰하기는 어려우며, 이 연구가 형제관계의 객관적인 측면을 파악하거나 관련 요인들을 파악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가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입양부모 등 당사자들이 그것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경험하는지 이해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관찰법이나 양적 연구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입양아동과 비입양 아동으로 구성된 형제를 양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얻고자 하는 실천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에 입양가정의 아동들보다는 입양부모의 관점에서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입양부모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수단으로 한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를 파악하려고 하였으며, 형제관계의 이슈들을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활용하였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입양부모가 경험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는 어떠한가?”

    Ⅱ. 문헌검토

    기존 이론과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일반가정 내에서도 형제순위나 형제관계는 개별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고려되고 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Alfred Adler는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성격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면서 복합개념인 가족형상 중에서 특히 형제들의 출생순위를 매우 중시했다. 아들러에 따르면 한 가족의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집단에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지만, 각 아이의 심리적 환경은 출생순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의 출생순위에 따라 특정 출생순위의 아이들은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김동배ㆍ권중돈, 2004). 동일한 출생순위로 태어난 아이들을 정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들러에 따르면 아동기에 형제간 경쟁의 결과로 생긴 특정한 성격경향이 어른이 되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Isaacson과 Radish(2002)는 <출생의 심리학>에서 실제의 출생순서보다는 심리적 출생순서가 더 중요하며, 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같은 출생 순서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사고방식, 감정의 기복, 대인관계 등)은 기본적으로 같으며, 또한 출생순서에 따른 성격은 극복 전략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가정환경은 출생순서 성격의 강도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가정이 평화로우면 출생순서에 따른 성격이 두드러지지 않은 반면, 학대, 방치, 과잉보호, 불합리한 통제, 잦은 처벌, 불합리한 요구를 견뎌야 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출생순서에 따른 성격 특성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Sulloway(1996)는 출생순서 외에 형제간의 연령격차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손위 형제에게 더 어린 형제가 생기는 일은 손해와 이익을 수반하는데, 그 손해와 이익은 출생간격에 따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즉, 연령격차가 작으면 부모의 투자를 얻기 위한 경쟁이 강화되기 때문에 형제간의 경쟁이 증대함은 물론이고 부모-자녀 갈등도 더 커진다. 또한 Sulloway(1996)는 출생순서가 기질과 성별 등의 변수와 상호작용하여 개인의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형제관계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같은 가정 내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또는 50%의 유전적 동일성을 지닌 형제들이라도 성격과 정신병리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처럼 형제간의 차이를 가져오는 가족의 내적 과정(within family process)을 ‘공유되지 않은 환경(non-shared environment)’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것이 가정 내에서 부모-자녀 관계와 형제관계이다(Dunn & Plomin, 1991). 즉, 동일한 가정이라도 각각의 자녀가 경험하는 부모-자녀 관계와 형제관계에는 차이가 있으며, 이것이 아동의 발달결과에 차이를 만들어낸다. 형제간에 질투심을 더 많이 느끼는 형제가 더 감정적이고, 형제간 주고받는 애정과 적대적 행동에 차이가 클수록 첫째 아이의 문제행동이나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Dunn & Plomin, 1991). 또한 형제관계(첫째의 권위, 온정/친밀함, 갈등)는 가족의 위험요인(한부모 가구, 십대인 누나가 양육, 공공부조 수급)이 동생의 발달결과(약물남용, 성적 위험행동, 임신, 성병감염 등)에 미치는 영향을 매개하였으며, 그러한 영향력은 남매간보다는 자매간의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크게 나타났다(East & Khoo, 2005). 한편 터울이 크지 않은 형제와의 갈등은 부모의 거부적인 양육방식과 상호작용하여 저소득층 5세 아동의 행동문제(conduct problem)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형제와의 갈등정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거부적인 양육을 경험하는 5세 아동은 공격성이 뚜렷이 증가하였으며 또한 형제간의 갈등은 종단적으로 아동의 비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Garcia et al., 2000).

    호주의 종단자료를 이용하여 청소년기 비행행동에 대한 형제의 영향력을 살펴본 Fagan과 Najman(2003)의 연구에서도 청소년기 형제간의 비행 수준에는 비교적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관계는 아동기(5세)와 청소년기(14세)에 측정한 공격성과 가족환경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여전히 유의미했다. 또한 성별 구성에 있어서는 남자형제간의 공격성에서 상관관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Fagan & Najman, 2003). 한편 아동기 중기에서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형제간 갈등과 친밀함의 정도가 아동의 또래 역량과 우울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본 Kim 외(2007)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자녀 관계와 형제-부모 간 적응을 통제한 후에도 형제갈등이 증가하면 아동의 우울이 증가하고, 형제간 친밀도가 증가하면 또래역량이 증가했으며, 여아의 경우에는 우울정도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반가정 내에서 출생순서나 형제관계가 아동의 성격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입양가정 내에서 입양아동과 비입양아동, 또는 입양아동들 간의 관계는 개별 입양아동의 적응수준과 발달수준, 입양가정의 복지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입양연구에서 입양형제 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입양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입양가정 내 입양아동의 적응수준이나 발달수준, 입양부모와 입양자녀의 관계, 입양부모의 양육태도나 양육행동, 입양가정의 가족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형제관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형제관계의 구조적인 측면과 관련해서, 가족 내의 자녀수와 입양자녀수가 입양가정의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두 변인의 영향력은 다소 일관되지 못하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가정 내에 입양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더욱 적응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체 자녀수가 많은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arth & Berry, 1988; McDonald et al., 1991; McDonald et al., 2001). 전체 자녀의 수가 많은 것은 양육스트레스의 증가로 이어져 이것이 다시 입양가족의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Ahn, 2008). 반면, 한 명 이상의 입양자녀가 있는 경우 부모는 입양절차와 제도의 예측불가능성에 익숙해져 여러 차례의 입양으로 인한 부가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적응과 정을 상대적으로 쉽게 이끌어가는 것일 수 있다(Reitz & Watson, 1992). 또한 형제가 함께 입양되는 경우 혼자 입양되는 아동에 비해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네덜란드에 입양된 아동들을 10년 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자 입양된 아동에 비해 형제가 함께 입양된 경우 문제행동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Boer et al., 1994).

    한편 형제관계에서 입양형제와 비입양형제 간의 관계를 비교한 연구들이 일부 이루어졌는데(Rende et al., 1992; Stocker et al., 1989), 이들에 따르면 입양형제관계와 비입양형제관계 간에 차이가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Rende 외(1992)의 연구에서는 입양형제와 비입양형제 간의 상호작용을 비교한 결과, 모든 척도에서 유의미한 평균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즉, 입양형제 간의 상호작용은 비입양형제 간의 상호작용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형제간 상호작용의 일부 영역(경쟁과 긍정적 및 부정적 행동)에서 비입양형제들 간의 유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발견되어 유전적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형제들이 공유하는 환경의 영향 또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Stocker 외(1989)의 연구에서는 첫째가 5-10세, 둘째가 3-6세인 가정에서 형제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았는데, 엄마의 태도, 특히 두 자녀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가 갈등적인 형제관계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동의 기질과 동생의 연령도 형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생의 연령이 많을수록 더욱 협력적이고, 덜 갈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족구조 관련 변인(입양여부, 터울, 성별 구성)은 형제관계를 설명하는데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으며, 특히 입양여부에 따라 형제관계의 질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입양자녀 간의 형제관계가 비입양자녀 간의 형제관계보다 가깝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입양부모에게 중요한 정보이다(Stocker et al., 1989).

    지금까지 살펴본 선행연구들을 정리해보면, 형제관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이나 조건들로는 출생순위와 연령격차(터울), 형제간 관계, 전체 자녀수, 입양자녀수 등을 들 수 있다. 연구결과는 서로 다르지만 이러한 요인들이 어느 정도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녀수나 입양자녀의 존재와 같은 형제관계의 구조적 측면이나 형제관계에서 비입양형제와의 비교 외에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양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된 바가 없다. 또한 기존의 선행연구들은 그 수가 얼마 되지 않고 형제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한적일 뿐더러 대부분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들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입양이라는 특성이 입양가정 내의 형제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초점을 두고 입양부모의 입장에서 형제관계의 역동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사례연구

    이 연구의 목적은 입양부모가 경험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질적 연구방법, 그 중에서도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활용하였다. 질적 사례연구 접근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진 체계,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자료수집,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통한 이슈 발견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Creswell, 2007). 따라서 입양가정이라는 공간적 경계와 (형제)입양이라는 생애사건의 시간적 경계를 가지고 있고, 개별 입양가정에 대한 사례 내 분석과 전체 사례들을 통합하는 사례간 분석을 통해 입양가정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파악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연구에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2. 연구사례와 연구참여자

    이 연구의 사례는 1명 이상의 입양아동과 1명 이상의 비입양아동(친생자녀)을 포함하여 2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입양가족들이다. 이 연구에는 최종 5가족이 참여하였다. 또한 이 연구의 참여자는 각 입양가족의 입양모 5명이다. 이 연구는 입양가족 내 형제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을 포괄적으로 탐색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하나인데, 이 프로젝트는 원래 전체 18가정, 입양자녀-친생자녀로 구성된 형제가 있는 10가정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연구는 그중에서 입양자녀-친생자녀로 구성된 형제관계에 초점을 둔 것이며, 여기에 해당하는 10가정 중에서 전형적이면서 형제관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보여줄 수 있는 5가정을 다시 선정하여 심층분석한 것이다. 이 5가정을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서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적용한 학술논문에 10사례 전체를 포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고 분량이 제한된 학술논문에 10사례를 모두 포함하려면 각 사례에 대한 기술이 짧아져야 하는데 그러면 ‘상세함’이라는 장점을 잃게 된다. 상세함을 잃기보다는 사례들의 다양성을 조금 줄이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하였다. 둘째, 이 연구에 포함된 5가정이 나머지 5가정의 특성이나 이슈들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이 사례들이 나머지 사례들을 대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연구사례와 연구참여자들의 기본 정보는 아래 <표 1>과 같다. 두 사례는 4명의 자녀(한 사례는 입양자녀 2명, 한 사례는 입양자녀 1명)를 두고 있으며, 두 사례는 3명의 자녀(둘 다 입양자녀는 2명), 한 사례는 2명의 자녀(입양자녀는 1명)를 두고 있다. 다섯 사례가 모두 남아와 여아가 포함된 남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째 자녀는 모두 친생자녀였다. 네 사례는 친생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입양을 통해 형제관계를 구성하고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았는데, 한 사례만 추가로 출산을 하였다.

    [<표 1>] 연구사례의 기본 정보

    label

    연구사례의 기본 정보

       3. 자료수집 방법

    이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수집 방법은 심층면접이다. 필요에 따라 관찰과 일기등 기록물을 추가로 수집하기는 하였지만 연구결과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입양기관과 단체들의 협조를 얻어 개별 연구참여자들과 접촉하였으며, 이미 연구에 대해 간략히 소개받은 상태에서 연락하여 약속을 잡고 방문하였다. 연구참여자인 5명의 입양모들을 대상으로 모두 각각 2회 이상, 2시간 안팎의 일대일 대면면접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모든 연구참여자들과 2회씩만 면접을 진행한 것은 프로젝트 연구로서 정해진 기간과 비용을 고려한 것이지만 연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것으로 논의되었다. 특히 이 연구는 입양가정의 ‘형제관계’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다른 질적 연구들과 달리 포괄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1회 면접에 비해 2회 면접의 소요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지고 내용이 빈약해졌으며, 대부분의 경우 추가 면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심층면접에서 연구참여자들에게 제시한 질문내용들은 입양가족의 구조, 가족구성원들의 성별/나이/학력/직업/사회경제적 지위, 가족 생애주기, 입양 동기, 2명 이상의 자녀를 갖게 된 동기와 과정, 손위형제(들)의 입양 전 태도와 입양 후 반응, 자녀 입양 후 가족 구조와 기능의 변화, 가족내 하위체계들 간의 관계, 형제간 관계, 다른 자녀 입양계획, 자녀들에게 바라는 점, 현재 행복감 등을 포함하였다. 실제 면접에서는 이러한 질문들 중에서 입양-비입양 형제간 관계에 대해 더욱 집중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탐색하였으나 형제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와같이 다양한 사항들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맥락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자료수집 기간은 2013년 7월초부터 9월말까지였다.

       4. 자료분석 방법과 글쓰기

    이 연구에서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에서 주로 활용하는 사례내 분석과 사례간 분석을 수행하였다. 사례 내 분석에서는 각 입양가정의 입양모인 개별 연구참여자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각 사례별로 연구참여자들의 입장에서 형제관계 현상을 기술하였으며, 이어서 개별 사례에서 발견된 이슈들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사례간 분석에서는 전체 사례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서 나타나는 이슈들을 묶어 주제로 전환하였으며, 각 주제별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다양성에 초점을 두면서 기술하고 분석하였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각 사례에서 나타난 이슈들을 나열한 다음에, 첫 번째 사례와 두 번째 사례를 비교하여 이슈들의 목록을 더 구체적으로 또는 더 포괄적으로 정리하였고, 그 다음에는 세 번째 사례를 앞의 두 사례와 비교하고, 이어서 네 번째 사례를 비교하는 식으로 하여 점차 이슈들을 세분화하면서 동시에 포괄적인 이슈들의 목록을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이슈들을 범주화한 다음에는 하나의 범주에 포함된 여러 이슈들을 포괄하고 그 범주를 관통하는 주제를 찾았으며, 이 주제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이름을 붙였다. 연구결과 중 사례간 분석결과에 제시된 주제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구성된 것이다.

       5. 윤리적 고려

    질적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이슈로는 연구에 대해 밝히기/속이기,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참여로 인한 피해,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이슈들을 충분히 다루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연구참여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 연구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하였고,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연구자들은 면접 첫회기에 연구참여 동의서를 가지고 가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난 뒤연구참여에 대한 동의를 구했으며, 동의를 얻은 연구참여자들에 대해서만 면접을 진행하였다. 이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연구참여자들이 특정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이나 피해, 손상을 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면접 과정이 모두 끝난 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털어내어 후련하다거나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깨닫게 되어 좋았다고 반응한 연구참여자들도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규정된 지침에 따라 경제적인 보상을 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식사나 다과를 같이 하기도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으며, 개인적인 정보들은 연구참여자들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최소한도로 공개하고자 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사례별 분석결과

    1) 사례 1

    사례1은 입양부모와 2남 2녀의 남매로 구성된 입양가족이다. 위로 두 아들은 출산한 친생자녀이며, 두 딸은 입양한 자녀다. 아들들은 현재 고졸, 고등학교 1학년이고, 딸들은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이다. 첫째 딸 동희1)는 2002년생으로 생후 11개월인 2003년에 입양을 했으며, 당시 큰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작은 아들은 유치원생이었다.

    첫째 아들 동원이가 4학년 때 동희 이야기가 나와서 입양모가 동원이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동원이는 엄마가 낳은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때 입양모가 입양사실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동원이가 많이 울었다. 왜 우냐고 물으니 이제 자기 동생이 아니지 않느냐고 하길래, 왜 네 동생이 아니냐고 했더니 동희를 낳은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며 (낳은) 엄마에게 데려다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둘째 아들 동민이는 입양 전에도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입양 후 동생이 와서 형이랑 자게 되자 잠을 못자고 너무 힘들어했다. 입양모가 아기를 안고 자면 동민이는 새벽에 꼭 엄마가 있는 문 밖에 와서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는데, 입양모가 들어오라고 하지 않고 가서 자라고 한 게 동민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동민이는 워낙 말도 없고, 욕심도 없고 순한 아이라서 동생을 예뻐했고, 동원이도 동생을 예뻐했다. 특히 동희가 말을 시작하면서, 아빠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었고, 아빠는 늘 딸 편이었다.

    입양모는 동희를 위해 둘째 입양을 하고 싶었다. 성장하면 성별이 다른 오빠들보다 자매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 또 동희는 동생이 있어도 잘 돌보고 같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둘째 딸인 동주를 입양할 때 오빠들은 아주 좋아해서 서로 아이를 독차지하려고 했다. 동희의 경우 동생이 오고 나서는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지만 특별히 질투를 하거나 동생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동희가 아기였을 때부터 참고 인내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빠가 유난히 동희에게 잘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동희와 아빠 간에 애착관계가 더 좋은 것 같다.

    오빠들이 크고 사춘기가 되면서 여동생들과 오빠들 간에 일종의 서먹함 같은게 생겼다. 그래도 동생들을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나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등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겉으로는 재미삼아 동생을 괴롭히거나 약 올리기도 한다. 오히려 엄마가 없으면 같이 설거지나 밥도 하고 동희가 요리를 잘해서 차려주기도 한다. 동희나 동주는 오빠들과 함께 놀고 싶은데 오빠들이 많이 안 놀아줘서 서운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리 오빠들이 요즘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나름 오빠를 이해하려고 한다. 동희와 동주의 관계도 매우 좋은데 둘이 잘 지내고 동생이 언니를 많이 의지한다. 좀 싸우기도 하지만 보통 애들에 비해서는 덜한 것 같다.

    입양부는 워낙 자녀들에게 잘했으나, 아들들이 사춘기가 되고 또 홈스쿨을 하게 되면서 아빠와 아들들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반면 딸들은 엄마 아빠와 유대관계가 매우 좋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딸들이 부부간에 또는 부모님과 오빠들 간의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중재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사례1에서 드러난 형제관계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입양에 대해 친생자녀를 준비시키기, 둘째, 형제관계의 역동성, 셋째, 형제관계와 부모-자녀 관계의 재 구조화 등이다. 각 이슈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친생자녀가 있고, 친생자녀가 어느 정도 커서 입양을 하는 경우에는 친생자녀들에게도 입양에 대해 교육시키고 준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례1의 경우 처음 입양을 할 때 입양부모가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낳은 동생이라고 거짓말을 하였는데, 아이들이 입양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란 상황에서 불필요한 거짓말이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어차피 교회 등에서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통해 동생의 입양사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원이의 경우, 동생의 입양사실을 처음 듣고 나서 한 시간 동안 울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고, 동생을 다시 데려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입양에 대해 설명해주고 입양과정에 참여시켰더라면 친생자녀의 혼란과 충격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자녀들이 늘어가고, 커가면서 형제간의 역동성도 변화한다. 사례1에서는 특히 둘째 친생자녀와 셋째 입양자녀 간의 라이벌 관계가 중요한 이슈였다. 동생에 대한 질투와 엄마의 상실에서 비롯된 해코지 등으로 행동화되지는 않았지만 둘째의 경우 동생의 등장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나 넷째인 막내동생이 다시 입양되고 여동생끼리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러한 라이벌 구조가 깨지는 변화가 생기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오빠들이 어려서는 입양된 동생들을 예뻐하고 좋아해서 서로 독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했지만, 사춘기가 다가오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동생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있지만 실제로 잘 돌봐주거나 놀아주지는 않는다.

    셋째, 형제관계와 부모-자녀 관계의 재구조화 이슈다. 이 사례의 경우 아들만 있는 집에 딸(들)이 입양되면서 아빠가 딸들에게 유난히 애착을 갖고, 딸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들을 키우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키우는 재미를 느끼거나 사춘기 아들과 관계가 갈등적일 경우, 딸들과의 관계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 같다. 그래서 아들들이 보기에는 아빠가 동생들의 편만 든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엄마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아빠와 딸들 간의 유대는 아들들에게 아빠가 편애를 한다거나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으며, 아들들과 딸들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2) 사례 2

    사례2는 입양부모와 친생자녀인 딸 1명, 그리고 입양한 남매로 구성된 입양가족이다. 친생자녀인 지희는 현재 15살이고, 딸 경희는 13살, 아들 민우는 10살이다. 유자녀 입양인 경우 친생자녀와 나이 차이가 큰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사례는 친생자녀와 입양된 자녀들 간에 터울이 크지 않다.

    처음 입양을 할 때는 경희를 낳은 미혼모가 임신 5개월일 때 입양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지희에게 동생이 올 거라고 말을 했는데 지희는 그때는 실감이 안 났는지 아무렇지 않다가 막상 경희가 오니까 샘을 많이 냈다. 두 번째로 민우를 입양할 때는 일시보호소에 지희와 경희를 데려가서 함께 봤는데 지희는 민우를 무척 좋아했지만 경희는 싫어했다. 지희는 민우가 오기를 기다리는 편이었고, 경희는 반응이 없다가 민우가 오니까 근처에 사는 할머니 집으로 가버렸다.

    경희를 입양할 때 부부가 사전에 교육받은 것이 있는데, 동생이 왔을 때 큰 애한테 맞춰주면 큰 애가 여유가 생겨서 오히려 동생을 돌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큰 애가 쪽쪽이와 우유를 다 끊은 상태였는데 일부러 동생과 같이 젖병을 빨리기도 했다. 지희는 그렇게 한참을, 한 2년 넘게 샘을 부렸던 것 같다. 반면 민우를 입양했을 때 경희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괴롭히는 것도 없고, 주로 할머니집에 있으면서 왔다갔다 했다. 또 부부가 배웠던 것은 가정 내에 아이가 셋일 때 질서가 있어야 해서 무조건 첫째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언니 편을 들어주었고, 엄마가 없을 때는 언니가 엄마이고, 그렇기 때문에 언니 말을 경희가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실상은 지희가 가장 센 아이였기 때문에 굳이 그런 걸 잡아주지 않아도 경희와 민우는 지희를 넘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셋이 잘 놀았는데 사춘기를 겪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어울려서 놀기도 한다. 경희는 지희와 한 학년 차이라서 서로 싫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대화상대가 되는 것 같다. 새벽까지 언니랑 고민 상담을 하고 엄마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언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둘은 친하면서도 라이벌 관계라서 언니가 공부를 하면 경희도 하고, 언니가 학원을 다니면 경희도 따라서 다닌다.

    지희와 경희는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늘 경쟁을 했고, 뭘 사줄때도 똑같이 해줘야 했던 반면, 누나들 모두 민우에 대해서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냥 동생으로 여겨 귀여워하고 엄마가 민우에게 뭘 해줘도 상관하지 않는다. 민우는 아직 어리니까 누나들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데 요즘은 밖에 나가서 사춘기 누나 둘을 두지 않은 사람들은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누나들의 사춘기 때문에 고충을 겪는 것 같다. 민우가 누나들에게 일방적으로 혼나거나 당하기도 하는데, 보면 대부분 누나에게 까불다가 그런 것이라 그냥 두거나 민우가 잘못했을 경우 민우를 혼내지 누나들을 혼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민우는 큰 누나가 자기의 이상형이고 나중에 자기가 결혼을 하게 되면 누나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가족들끼리 입양이야기를 같이 하기도 하는데, 지희는 입양된 게 아니기 때문에 경희가 입양에 대해 깊이 느끼면 뭐 저렇게까지 깊이 느끼나 하는,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지희는 워낙 교회 안에 입양가족이 많으니까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기는 만약 입양되었더라도 별로 힘들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또 동생들은 입양되었기 때문에 자신과 다르긴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희와 민우는 같은 입양아이기는 하지만 그런 문제로 둘이 얘기를 나누거나 같은 입양아라서 특별히 동생을 챙기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민우는 주로 교회 안에 입양된 또래 형과 입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사례2는 형제간 라이벌 관계의 변화, 형제간 갈등에 대한 부모의 중재, 그리고 입양-비입양 형제간 입양이슈 다루기 등의 이슈들을 제기한다. 각 이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례2에서 형제간 라이벌 관계는 자녀들의 연령변화와 형제관계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친생자녀가 어려서 터울이 얼마 나지 않는 입양자녀가 왔을 때, 미리 얘기를 해주었어도 친생자녀는 질투하고 샘을 냈다. 연년생인 첫째 딸과 둘째 딸의 관계는 이후에도 경쟁관계가 이어져왔으며, 둘째는 항상 언니가 하는 것을 그대로 해야 했고, 부모의 사랑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두 자매 사이에 친밀감이 형성되고, 어린 남동생이 들어오면서는 이러한 라이벌 관계가 약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누나들과 남동생의 관계는 조금 다르게 형성되는데, 자매들이 서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경계했던 것과 달리, 남동생은 어린 동생으로 보고 부모가 뭘 해줘도 상관하지 않았다. 즉, 터울이 얼마 나지 않는 형제간에는 경쟁관계가 형성되지만, 막내에 대해서는 모두 허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둘째, 형제간 갈등에 대한 부모의 중재 이슈다. 사례2의 부모는 미리 교육받은 내용에 따라 첫째의 퇴행행동을 수용해주고, 첫째 자녀에게 맞추어서 생활하였으며, 향후 세 남매가 되었을 때도 가정 내의 질서를 위해 첫째 자녀를 세워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친생자녀는 한동안 그러다가 동생에 대한 질투를 멈추었고, 커서는 첫째로서 권위를 갖고 동생들을 돌보아주려고 노력한다. 즉,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첫째가 동생들과 관계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질 수 있다. 이후에도 부모는 자매간의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두 자매를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이든 사주거나 해줄 때는 늘 자매에게 똑같이 해주었고, 풍족하게 채워주려고 노력했다고 하였다.

    셋째, 입양-비입양 형제간 입양이슈 다루기, 즉, 형제관계 내에서 입양에 대한 의사소통 이슈다. 입양과 관련해서는 때에 따라 서로 다른 처지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입양자녀는 어려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입양사실이 어렸을 때는 자랑거리였으나 커서는 입양사실 때문에 친구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왜 언니만 엄마가 배로 낳았는지 질문하는 반면, 친생자녀는 어렸을 때는 자신도 동생처럼 입양아였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커서는 더 이상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으며 동생들은 입양되었기 때문에 자기와는 좀 다르다고 인식한다. 입양자녀와 친생자녀 모두 입양을 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친생자녀는 상대적으로 입양자녀가 겪는 입양관련 이슈를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3) 사례 3

    사례3은 입양부모와 친생자녀(명근) 1명, 입양자녀(수진, 이안) 2명으로 구성된 입양가족이다. 입양부모는 명근이가 9세 때 수진이를 입양하였으며, 수진이가 자신의 입양사실에 대해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고 같은 처지의 동생이 있으면 나중에 서로 의지하고 위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이안이를 입양하였다.

    결혼 후 바로 아들 명근이를 낳고 아기가 돌 무렵 되었을 때, 입양모는 지나가는 말로 ‘명근이 동생은 입양할까’라고 했는데, 남편이 의외로 흔쾌히 승낙하였다. 하지만 그때는 말뿐이었지 입양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또 ‘입양을 하면 낳은 자식과 입양아를 차별하면 어쩌나’ 내심 두려운 마음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명근이가 9살 되던 해 TV에서 미혼모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교회담임목사님의 꿈이 모든 성도들의 가정에 입양아동 1명을 입양시키는 것이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입양을 결정하였다.

    그런데 수진이가 여섯 살 때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입양모는 너무 가슴이 아팠으며, ‘이 아이가 정말 엄마가 낳지 않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큰 상처가 되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똑같은 입장의 동생이 있으면 나중에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세 살이 된 여동생 이안이를 입양하였다. 하지만 셋째 이안이를 입양할 때 입양모는 수진이에게 의지가 되는 동생을 만들어 주어야 된다고만 생각했지, 그때 사춘기로 접어든 친생자 명근이의 의사를 물어보거나 생각을 고려하지 못하였다.

    막내 이안이가 오면서 온 가족은 1년 넘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춘기로 접어든 명근이가 동생들 모두 싫다며 동생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따라서 입양모는 가급적이면 명근이와 입양동생들이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어렸을 때 애착장애 판정을 받은 수진이는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에 비해 사회성이 좀 낮은 편이다. 게다가 대화에 잘 끼질 못하고 공감과 타인을 배려해주는 능력이 낮다 보니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어울리지 못하였다. 명근이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수진이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어릴 때는 그냥 동생이 예쁘니까 봐줬지만 지금은 너무 눈치 없이 행동하는 수진이와 집에서 자꾸 부딪치게 된다.

    명근이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을 동생들에게 다 빼앗겼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양모는 이것이 자신의 실수일 수도 있는데, 두 동생을 입양할 때 명근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자주 엄마아빠 침대로 와서 자려고 그러고, 늘 입양모와 눈만 마주치면 ‘엄마, 절 사랑하세요?’라는 질문을 하루에 수백 번도 더 물었다. 사실 그때 다른 애들보다 명근이를 더 안아주고 챙겼어야 되는데, 입양모는 그것을 전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양모 자신도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 있는 상태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어리광을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명근이를 데리고 같이 나가면 늘 아들로 인해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힘들어지니까 어느 날부터는 그냥 ‘그래, 명근이가 차라리 없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네 식구만 다니게 되었다. 이제는 그것이 편하고 익숙해졌다.

    입양모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마다 남편한테 많이 의지했다. 남편은 같이 영화도 보고, 둘이 드라이브도 하며,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도 하면서 입양모의 양육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많이 노력하였다. 남편은 입양모의 상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차린다. 혹시나 집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남편은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일찍 들어와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아내의 하소연을 들어주곤 하였다.

    사례3에서 제기된 이슈들로는 입양 전 손위형제들의 준비, 입양자녀에 따라 다른 입양동기, 형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배우자와 가족, 지지체계의 지지 등이다. 각 이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례3은 새로운 아동의 입양에 앞서 친생자녀나 이전에 입양된 손위형제의 준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앞의 두 사례와는 반대 극단에서 친생자녀와 입양자녀 간의 관계에 주목하게 한다. 입양부모가 입양을 결정할 때 친생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고려하지 않는다면, 추후 입양아동과의 관계 속에서 친생자녀는 입양아동에게 부모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특히 입양이라는 사건이 자녀의 사춘기와 겹치게 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처음 입양할 때와 다른 두 번째 입양의 동기 이슈다. 사례3에서 입양부모는 처음 입양할 때와 달리 두 번째 입양을 할 때는 입양된 자녀에게 똑같이 입양된 동생을 만들어 줌으로써 나중에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길 바랐다. 즉 입양동기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입양한 언니와 동생의 관계 형성은 쉽지 않았으며 오히려 오빠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입양자매의 관계는 또래에 비해 조금 늦된 언니가 동생에게 밀리는 상황이다. 이안이는 입양부모와 오빠 앞에서는 예쁜 짓 많이 하고 감동을 주고자 노력하지만, 수진이한테만 언니대접을 해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우습게 본다. 형제관계 내에서 각 자녀들의 발달수준이 그 관계구조의 역동성이나 상호작용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입양가정 내외에 존재하는 지지체계의 중요성이라는 이슈다. 이 입양가족의 경우 입양모가 형제들을 양육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였지만 입양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입양모를 지지함으로써 그러한 상황을 완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우자의 지지와 양육 파트너십 형성, 새로운 부부관계의 형성 등은 자녀들의 형제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4) 사례 4

    사례4는 입양부모와 세 명의 친생자녀(아들 2명, 딸 1명), 입양한 아들로 구성된 입양가족이다. 친생자녀인 첫째 아들 은수는 1999년에, 셋째 딸 은지는 2007년에, 넷째 아들 은율이는 2009년에 출산하였고, 둘째 아들 은결이는 2002년에 입양하였다. 입양모는 44세의 여성으로 은수 출산 후 은결이를 입양하였고, 이후 은지와 은율이를 출산하였다. 은수를 출산한 후 두 번의 자연유산을 하는 동안 지인으로부터 입양에 대한 정보를 받게 되었고 입양을 결심하게 되었다. 은수가 남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아인 은결이를 입양한 이후 입양을 더 하고 싶었으나 그 후 자연임신이 되어 2명의 자녀를 출산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유자녀 가정 입양부모들이 입양 이후에는 출산을 잘 하지 않는데 비해, 이 가정에서는 입양 이후에 2명의 자녀를 더 출산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은결이는 입양기관에서 소개를 받은 당일에 집으로 데려왔고 오히려 자신이 출산한 은수보다 애착형성이 빨라 매우 예뻐하며 양육을 했다.

    현재 4명의 자녀는 모두 홈스쿨링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홈스쿨링과 달리 학교만 다니지 않을 뿐 학원을 다니고 여러 가지 교과목을 배우거나 외부 활동과 종교 활동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다. 현재 받고 있는 교육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자녀마다 학업 성취도가 다른데 16세인 은수는 사춘기를 갓 지났기 때문에 최근에는 별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결이는 학업에 대한 열의가 별로 없고 무기력해서 부모에게 자주 혼이 난다. 오빠가 자주 혼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성장하고 있는 7살 은지는 알아서 잘 하는 편이고 5살 은율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최근 은결이의 낮은 학업성취도 때문에 입양모는 매우 심란하다. 다행인 것은 폭풍 같던 은수의 사춘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학업에 대한 열의가 큰 세 자녀들과 달리 은결이는 학업에 대한 열의가 없을 뿐 아니라 학업을 따라가는 속도가 늦어 애가 탄다. 또 아직 어려 사리분별 능력이 없는 은지가 악의가 없는 마음에서 ‘오빠는 입양을 해서 우리랑 다르다’는 이야기를 할 때 은결이가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하다.

    하지만 늘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은결이는 그림을 그리는데 소질이 있고 그림을 즐겨 그려 신문에 게재하는 것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은결이가 성교육을 받고 있는데 그 탓인지 본인이 부정한 이유로 태어난 아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입양모는 충격을 받았다. 성경에 나오는 입양된 인물을 예로 들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교육은 하고 있지만 은결이가 이를 잘 수용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또한 친생모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친생모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고 있어 사춘기가 오기 전에 친생모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례4에서 드러난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자녀 가정 내 형제간 터울과 남녀 비율 등의 혼합 이슈다. 터울은 형제간 상호작용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친다. 은결이는 입양가정 내에서 교감할 수 있는 형제가 없다. 이 가정에서 은결이는 둘째 자녀로서 은수와는 4살, 은지와는 5살, 막내인 은율이와는 7살의 터울이 있다. 그래서인지 형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동생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또 정해진 양의 학습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기 때문에 놀 수 있는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 지내는 편이다. 기질 자체가 내향적이기 때문에 교감이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이종사촌 중 입양된 형제나 또래친구들과 잘 지내는 걸로 봐서는 집안내에서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다자녀 가정에서 유일한 입양자녀인 아동의 고립과 공통점/차이점 이슈다. 이 입양가정에서 은결이는 3명의 친생자녀와 기질이 달라 소외되고 있다. 3명의 친생자녀는 기질이 비슷하여 학업에 대한 열의도 높고 뭐든지 잘 따라가는 편인 반면에, 은결이는 느리고 무기력해서 형제 간이나 가족 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입양모도 역시 은결이와 은수, 은지, 은율이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만큼 차이가 크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입양모가 자녀를 양육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가끔 공동 작업을 할 때 은지가 은결이보다 잘해서 우쭐하기라도 하면 입양모는 꾸중을 해서라도 남매 간 서열을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

    셋째, 입양한 자녀의 형제순위 이슈다. 입양모는 각 자녀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어 모든 자녀가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리사랑의 특성 탓인지, 더 어린 자녀들이 더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은결이가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였다. 특히 입양모의 친언니가 친생자녀와 나이차가 꽤 많은 상태에서 아들을 입양하였는데, 그 가정의 상황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확실히 은결이가 중간에서 치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입양모는 은결이가 형제순위로 인한 피해의식 없이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5) 사례 5

    사례5는 입양부모와 친생자녀(정식, 13세), 입양자녀(정현, 10세) 남매로 구성된 입양가족이다. 입양모는 28세에 결혼한 후 첫 아이는 유산하였으며, 결혼 후 7년간 불임으로 지냈다. 결혼 전부터 계획했던 입양을 바로 하려고 하였으나 35세에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되어 계획한대로 3년 터울로 입양을 하게 되었다.

    친생자와 다른 성별의 아이를 입양한 것은 단순한 부모 욕심으로, 성별을 구별하여 자식을 얻는 것이 입양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현재 가족 구성원의 성비균형이 맞고 아들 딸 모두 키워보는 욕심이 입양을 통해 채워져서 뿌듯하다. 입양 당시에는 귀한 아이를 쉽게 얻었다는 것과 우리 가정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가족 역사가 시작된다는 흥분감을 느꼈다. 그러나 3∼4년이 지나도 입양자녀를 친생자녀인 정식이만큼 바라보게 되지 않아 죄책감 등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내적 갈등을 많이 겪었다. 다행히 최근에 친형제도 기질의 차이로 인해 부모와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주위 가정을 통해 알게 되면서 편안해졌다. 정식이의 경우 입양모와는 친자관계이기 때문인지 기질적으로 잘 맞고 순종적이지만 정현이는 기질적으로 반대성향이며 예민하고 따지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기질의 차이임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가 입양이라는 잣대로 아이를 바라본 편견을 인정하고 정현이와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소하며 반성하고 있다.

    일반적인 막내나 둘째라서 그런지 입양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으나 정현이는 부모와의 애착뿐 아니라 오빠와의 애착을 중요하게 느끼며 오빠를 굉장히 따라 다녀서 정식이가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정현이는 오빠가 자신 외에 다른 동생들을 돌보는 것에 분노하고 서러워하며, 정식이는 정현이와 엄마의 갈등발생시 벌을 주는 의미로 일부러 정현이의 욕구를 알면서 반대로 행동할 때가 있다. 현재는 두 남매가 한 방에서 이층침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정식이가 중1이 되면(현재 초6) 분방할 계획이다. 아이들은 매일 잠들기 전 30분 정도 대화하다 잠들곤 하는데 입양모는 그 모습에 만족하며, 성장해서 만약 둘이 결혼하겠다고 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정식이에게 입양 전부터 입양과정을 통해 동생이 생길 것임을 설명해왔고 입양에 대해 엄마 배로 낳는 건 아니지만 똑같이 가족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로 인해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였으며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입양은 그저 출산과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얻는 방법인데, 양육과정을 겪어 나가면서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고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다. 정식이는 정현이를 동생이기 때문에 돌봐줘야 한다는 부담과 심부름 시킬 동생으로 남들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며 편견이 없다. 정현이는 입양 당사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말을 해줘도 정현이가 느끼는 부분이 있고 아무리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줘도 스스로 약자 내지는 뭔가 미묘한 감정들이 있는 것 같다. 정현이와도 스킨십을 하지만 정식이와 스킨십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에게 “나도 엄마한테 저렇게 더 했으면 좋겠다.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있으면 저렇게 더 했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며 고민하다가 부모가 도와줄 수 없는, 혼자 감당하고 정리하고 겪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세 때 정식이를 굉장히 혼낸 적이 있는데 정현이가 ‘엄마 배로 낳은 자식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냐’고 표현하여 배로 낳았든 입양이든 똑같은 자식이기 때문에 똑같은 잘못을 하면 저렇게 혼날 거라고 못을 박았다. 아이들이 야단을 맞으면 서로 동맹이 된다. 정현이가 혼날 때는 정식이가 살짝 와서 ‘애가 어리고 잘 모르니까 용서해주라’, 정식이가 혼날 때는 정현이가 와서 오빠를 용서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거실 구조를 바꿔 가족 간 대화와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자 했으나 아이들이 따라와 주지는 않고 있다. 자녀들과 놀아 줄 때, 아빠는 역할에 충실하고 감정적이지 않으며, 목적이 있고 성취감이 있는 브루마블 등의 게임이나 놀이를 하는 반면, 엄마는 생산적인 놀이보다는 몸으로 치고받으며 감정을 교류하는 놀이를 담당한다.

    사례5에서 떠오른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친생자녀와 입양자녀의 차이에 대한 입양부모 간의 생각 차이다. 입양모가 두 자녀를 양육하면서, 특히 입양자녀를 양육하면서 경험한 가장 큰 어려움은 친생자녀를 길렀을 때와 입양자녀를 기를 때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즉 친생자녀인 아들을 기를 때와는 달리, 입양자녀인 딸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기질을 가진데다가 까다로워서 다루기가 어려웠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들이 그냥 달라서 그런 것인지 입양해서 그런 것인지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입양부는 친생자녀와 입양자녀에 대해 특별히 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둘 다 직접 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친생자녀와 입양자녀의 애착관계에 대한 생각이다. 이 사례의 친생자녀-입양자녀 남매는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빠는 여동생을 잘 챙겨주며 돌보고 있고, 여동생도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좋아한다. 애초에 입양부모는 아들과 딸 모두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이성형제를 두기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우려에 찬 목소리들 때문에 종종 남매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즉 두 남매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지금처럼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인데, 이 입양모는 그렇게 되면 결혼을 허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셋째, 딸을 향한 입양모의 양가감정이다. 입양한 딸에 대해서 입양모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아들과는 다르게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딸의 경우에도 아주 어릴 때는 입양됨에 대해 특별하게 여기지 않다가 인지발달이 이루어지면서 입양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빠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며, 차이인식을 줄이기 위해 입양부모에게 더 애착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 사례간 분석결과

    앞서 사례별 분석에서는 각 입양가정 안에서 드러난 이슈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사례별 분석에서 제시된 이슈들을 정리해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즉, 입양자녀에 따라 다른 입양동기, 입양 이전 손위형제 준비시키기, 형제관계의 역동성(형제순위, 터울, 남녀비율, 형제 수 등의 상호작용), 다자녀가정에서 입양자녀들의 위치(고립, 차이인식), 형제관계와 부모-자녀 관계의 상호작용, 친생자녀와 입양자녀의 차이에 대한 입양부모의 인식과 대처, 형제간 갈등에 대한 부모의 중재, 이성 남매 간 애착관계, 입양-비입양 형제간 입양이슈 다루기, 사회적 관계망의 영향 등이다.

    여기 사례간 분석에서는 사례별 분석에서 나타난 다양한 이슈들을 다시 통합하여 주제로 전환하고 각 주제 안에서 사례들의 다양성을 기술하고자 한다. 사례간 분석을 통해 나타난 주제들은 첫째, ‘첫 단추 잘 꿰기’, 둘째, ‘통제가능하지만 예측불가능한 선택권’, 셋째, ‘제 자리 찾아가기’, 넷째, ‘다르다는 것과 닮았다는 것의 의미’, 다섯째, ‘공평함이라는 난제’, 여섯째, ‘생애 최대의 라이벌’, 일곱째,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등이다. 각 주제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첫 단추 잘 꿰기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서 ‘첫 단추’에 해당하는 것은 각 입양자녀들을 입양할 때 입양부모가 갖고 있던 동기와 기존의 친생자녀와 입양자녀들을 준비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앞서 살펴본 사례들에서 입양부모들이 첫째를 입양할 때와 둘째를 입양할 때 동기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입양을 할 때는 종교적인 신념이나 이타심, 더 많은 자녀를 원함 등의 동기가 발현되었지만, 두 번째 입양부터는 첫 번째 입양자녀를 고려한 동기들이 나타났다. 즉 먼저 입양한 아들이나 딸이 외로워 보여서 또는 함께 성장하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형제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러한 입양 동기는 입양 이후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둘째 이상의 자녀를 입양할 때 이전에 가정에 자리를 잡고 있던 출산자녀나 입양자녀를 준비시키는 작업의 중요성이다. 이 연구에서 어떤 사례는 기존의 손위자녀들을 철저하게 준비시킨 반면에, 어떤 사례는 준비할 여유도 없이 갑작스럽게 입양자녀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미리 준비시킨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나았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성이 나타났다. 어떤 사례는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시켰다고 생각했음에도, 막상 입양한 동생이 등장하게 되면 상실감과 질투, 분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입양부모들은 이러한 반응에 대한 대처방법까지 고심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2) 통제가능하지만 예측불가능한 선택권

    입양부모는 비입양부모들과는 달리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양자녀의 성별과 연령, 자녀들 사이의 터울, 자녀의 수, 입양 시기,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서 입양 여부 자체다. 그러나 이처럼 통제는 가능하지만 이후에 이러한 변수들이 입양가정에 미칠 영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런 차원에서 입양은 입양부모를 ‘선택권이라는 덫’에 빠지도록 하는 셈이다.

    다시 말하자면, 입양은 부모가 자녀의 일부 특성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경험될 수 있지만, 바로 그 장점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입양부모의 족쇄가 될 수 있다. 비입양, 출산부모들은 자녀를 낳기로 하는 선택권과 임신과 출산시기를 정할 수 있는 선택권 외에는 자녀의 특성을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와는 달리 입양부모들은 (입양기관의 동의하에) 자녀의 성별과 연령, 심지어 친생부모의 특성까지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권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두고두고 장점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생자녀인 아들을 둔 입양부모는 동성형제를 입양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아들을 입양할지 모른다. 그런데 끊임없이 다투는 형제를 지켜보며 ‘어쩌자고 딸이 아닌 아들을 선택했을까’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후회가 일시적이거나 지엽적인 것이라면 오히려 정상적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파문이 커지면서 입양자녀를 양육하는 태도와 행동 자체를 바꾸게 된다면 부적응 경로를 걷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양부모는 자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두고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형제간의 터울은 개별 입양아동과 입양가정에게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다. 많은 입양부모들이 터울이 클수록 손위형제들이 손아래형제들을 잘 돌봐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여러 사례에서 그러한 양상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연령격차가 작으면 형제간 갈등이 심화되고 부모-자녀 갈등도 더 커진다는 Sulloway(1996)의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인 사례들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른 요인들도 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손아래형제를 입양하기 전에 손위형제들과 상의하고 충분히 준비했는가의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즉 입양을 결정하기 전부터 자녀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함께 결정하며, 같이 차근차근 준비해갈수록 입양 이후 더 잘 적응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입양자녀를 포함한 전체 자녀의 수도 논의되어야 할 이슈다. 이 연구에서 각 입양가족들의 형제관계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는 자녀가 한명 더 늘어날 때마다 형제관계와 전체 가족의 역동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터울차이가 큰 친생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어린 입양자녀가 들어오는 경우 대체로 긍정적으로 경험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터울이 크지 않고 입양자녀의 등장으로 형제순위가 바뀌거나 이전 자녀들과 부모의 관계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의 수 자체는 다른 요인들의 상호작용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요인들과 달리 입양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양육스트레스가 증가하지만(Ahn, 2008) 부모로서는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Reitz & Watson, 1992)는 선행연구 결과들을 고려할 때도 관계의 방향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양 자체도 선택권에 해당된다. 이 이슈는 형제관계가 좋지 않을 때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입양가정 내에 있던 자녀는 라이벌이 된 입양아동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고, ‘저 아이를 왜 데리고 왔어?’라고 따져 묻게 된다. 물론 일반가정에서도 동생을 왜 낳았느냐는 항의가 존재하지만, 입양가정에서는 이러한 선택권이 더 의미 있게 경험될 수 있는 것이다.

    3) 제 자리 찾아가기

    이 주제는 입양가정의 형제관계 구조에서 입양자녀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 한 사례는 3명의 친생자녀와 1명의 입양자녀로 형제관계가 구성되어 있는데, 혼자서 입양된 아동은 형과 여동생들 사이에서 고립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사례들의 경우 어릴 때는 터울 차이가 많은 손위형제들의 돌봄을 받다가 그 형제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거나 성인이 되면서 관계가 멀어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처럼 입양아동들은 각자가 처한 입양가족의 맥락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러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고정된 결과로서 어떤 위치를 찾는 것이라기보다 입양아동과 그 형제들이 함께 성장해가며 끊임없이 관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입양부모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4) 다르다는 것과 닮았다는 것의 의미

    이 주제는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대한 유전 요소와 환경 요소의 복잡한 영향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유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입양부모-자녀 관계에서는 외모나 성격 특성 측면에서 입양자녀들이 부모를 닮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입양부모와 자녀들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는 많은 입양기관들이 입양부모와 자녀를 연결할 때 외모를 고려하는 데서 기인할 수도 있고, 양육환경에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닮아가는 ‘거울 효과’ 때문일 수도 있으며, 의식주를 같이 하면서 외모가 닮아갈 수도 있고, 외모는 닮지 않았지만 말투나 행동이 닮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많은 입양가족들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러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성 부모-자녀보다는 동성 부모-자녀 간에서 더 그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살펴봐도 닮은 구석이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질감’은 입양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친생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외모나 성격을 그대로 닮아 얌전한 첫째 딸(친생자녀든 입양자녀든)을 양육해 온 입양모는 전혀 다른 외모와 성격을 가진 자유분방한 둘째 딸을 대할 때마다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고 그때마다 힘들어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많은 일반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출산한 자녀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즉, 두 아들을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는 많은 어머니들이 첫째 아들과 너무 다른 둘째 아들 때문에 당황해하는 경험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중에 아마도 가장 결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기질’은 선천적인 것이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들, 그리고 입양부모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반응한다. 자녀의 기질적 특성을 거슬러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좌절을 경험한다. 더군다나 입양자녀의 기질을 예측할 수 없는 입양부모들은 더 큰 혼란과 어려움 속에 빠져 지내기 쉽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여기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이슈가 제기된다. 이러한 ‘다름’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입양 때문인가에 대해서 많은 입양부모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다수의 입양부모들이 이와 같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잠정적인 결론은 ‘입양(아마도 친생부모)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자녀들의 다름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말하자면, 출산을 통해 낳았든 입양을 통해 얻었든 아니면 두 가지 방법 모두를 통해 얻게 되었든, 모든 자녀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입양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양육전략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5) 공평함이라는 난제

    다섯 번째 주제는 ‘공평함’에 대한 것이다. 원래 이 주제는 입양부모만이 아니라 모든 부모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라고 생각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은 이론적으로 보면 그저 옛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열명의 자녀들이 있다면 그 열 명의 아이들은 모두 서로 다른 특성들을 갖고 있고, 부모들의 가치나 선호 등이 작용하면서 자녀에 대한 개별적인 애정이나 친밀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입양으로 인해 유전의 영향이 배제된 상태에서 자신과 닮지도 않았고 마음에 드는 구석도 없는 입양자녀를 친생자녀나 다른 입양자녀들과 똑같이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모든 자녀를 동일한 정도로 사랑하고 양육한다고 하더라도 각 자녀가 처한 상황들 때문에 동일한 시간을 할애하고 동일한 수준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이슈에 대해 많은 양육지침서들이 제안하는 것이 ‘똑같이’가 아니라 ‘특별하게’다. 즉 모든 자녀들을 공평하게 똑같이 대하려 하지 말고, 각각의 자녀를 독특한 존재로서 ‘특별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을 받아들이고 있는 입양부모들은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인 입양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일한 재정과 시간을 들여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각 자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상황과 욕구에 맞게 적절한 개입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에서는 입양부모의 이러한 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자녀들을 각각 특별하게 대하고, 상황에 맞춰 대처하려는 부모의 입장과는 달리 자녀, 특히 입양자녀들은 입양부모가 자신을 차별 대우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공평하지 않은 이유’가 입양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입양가정 내 부모와 형제들 간의 지속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6) 생애 최대의 라이벌: 갈등 중재

    아마도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다루기 힘들어하는 이슈가 바로 ‘형제간 갈등’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입양가정 내의 구성원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모든 형제들은 싸운다. 그것이 형제/자매/남매든 친생자녀와 입양자녀든 터울이 크든 작든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든 형제관계에는 일정한 다툼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심지어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대학생 오빠와 다섯 살 여동생도 수시로 실랑이를 벌일 때가 있다.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은 이러한 형제간 갈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른다. 어떤 부모들은 손위형제를 일방적으로 혼내기도 하고, 어떤 부모들은 대체로 늘 까불어대는 동생에게 벌을 주기도 하며, 어떤 부모들은 둘 다 벌을 세우고, 어떤 부모들은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며, 어떤 부모들은 그냥 내버려둔다. 그리고 이러한 중재 전략들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나이 들면서 조금씩 바뀌어 가기도 한다. 또한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때는 형제가 서로를 죽일 듯이 달려들지만, 자신이 자리에 없을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처럼 지낼 때가 많고, 방금 그렇게 심하게 다투던 아이들이 돌아서면 까르르 웃으며 노는 ‘이상한’ 장면들을 보게 된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부모들은 결국 어느 한쪽이든 양쪽이든 혼내는 것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으며 자녀들이 스스로 갈등 상황을 극복해 가도록 하기 위해서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터득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7)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비입양가정에서는 거의 전혀 고려되지 않지만, 입양가정의 형제관계에서는 중요하게 고려되는 이슈가 하나 있다. 입양으로 맺어진 남매 간의 사랑이다. 그런데 이 이슈는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담론으로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 중에서 어쩌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이 바로 미디어다. 그리고 그 미디어 중에서도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에 나온 가상 상황을 현실로 이해한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출생의 비밀들과 입양 관련 담론들이 일반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현실적이지 않은 가정들을 심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이 연구에 참여한 한 입양모도 언급했던, 입양가정 내 남매의 사랑 이야기다. 그저 ‘아들이 하나 있으니까 이제 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남매를 입양하게 된 부모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저렇게 남매가 친하게 지내다가 나중에 정말 진지하게 연애하고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라는 식의 말을 들으면서, 또는 자신도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이러다가 나중에 둘이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떤 부모는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반면에, 어떤 부모는 ‘그렇게 되면 그렇게 하라고 하지 뭐’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 여기에서 심각하게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 그리고 사실 여부를 접어두고 그러한 생각이 형제관계에 대한 입양부모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이하 아동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임.

    Ⅴ. 결론

    이 연구의 목적은 입양부모가 경험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1명 이상의 입양아동과 비입양아동을 포함하여 2명 이상의 자녀로 구성된 입양가족들 중에서 다섯 가족을 선정하여 각 가족의 입양모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질적 사례연구 접근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이 연구에서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에서 주로 활용하는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수행하였다. 사례 내 분석에서는 각 입양가정의 입양모로부터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각 사례별로 연구참여자들의 입장에서 형제관계 현상을 기술하였으며, 이어서 개별 사례에서 발견된 이슈들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사례 간 분석에서는 전체 사례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맥락 안에서 나타나는 주요 이슈들을 주제로 통합하고 그 안에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다양성을 제시하였다. 사례간 분석결과로 나타난 주제들로는 첫째, ‘첫 단추 잘 꿰기’, 둘째, ‘통제가능하지만 예측불가능한 선택권’, 셋째, ‘제 자리 찾아가기’, 넷째, ‘다르다는 것과 닮았다는 것의 의미’, 다섯째, ‘공평함이라는 난제’, 여섯째, ‘생애 최대의 라이벌’, 일곱째,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등이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연구자들이 검토한 선행연구들에서 제시된, 입양가정 내의 형제관계가 비입양가정 내의 형제관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연구결과들을 반박하면서 실제 차이와 그 양상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를 지원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실천 지침들과 정책 제언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입양가족 지원기관들은 입양-비입양 형제관계에 초점을 둔 가족 중심의 사례관리 개입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유자녀입양가정에서 친생자녀는 입양자녀들 간에 경험할 수 있는 입양이슈들을 공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입양자녀들은 ‘연합’하여 친생자녀에 대항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갈등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연구에서 밝혀진 이슈들을 포함하여 형제관계의 다양한 양상에 개입할 준비가 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입양을 결정하기 전에 자녀들, 특히 친생자녀와 충분히 상의하고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가는 과정이 입양 이후의 형제관계에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입양자녀들과 ‘부모의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으며, 입양형제와 터울이 클 경우 부모를 대신하여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입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주로 입양아동과 입양부모를 대상으로 이들의 적응과 부모역할을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유자녀입양가정의 친생자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비입양부모 교육뿐만 아니라 친생자녀들을 대상으로 입양관련 이슈, 형제관계 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며, 향후 노년기에 들어설 입양부모를 대신하여 부모역할을 감당하게 될 경우 적절한 경제적 지원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예비입양부모교육을 포함한 입양부모교육 프로그램에는 형제/자매/남매 관계에 관한 교육내용과 양육기법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다뤄야 할 이슈들로는 성별, 터울, 형제순위, 친생자 유무, 연장아동 여부, 질투와 갈등을 포함한 라이벌 관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이나 조건들은 형제관계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은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서로 평생 의지하고 보살펴줄 형제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동성 혹은 이성의 남매를 입양하게 된다. 하지만 입양부모의 이러한 바람과 달리 입양형제들 간에는 사소한 일들로 다투거나 시기와 질투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입양부모에게 형제간의 갈등과 충돌은 엄연히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이성남매를 양육하게 될 경우, ‘근친결혼’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를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입양부모교육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을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다.

    셋째, 입양기관과 서비스체계들은 가족 구조와 기능의 역동성을 상세하게 사정하고 입양절차나 서비스 개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형제관계의 구조적 측면에서 입양가정 내 전체 자녀수, 입양아동의 형제순위 등은 입양가족의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들이다. 현재 국내 입양특례법에서는 한 가정 당 최대 입양 가능 자녀수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가정의 경우 자녀수를 제한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개별 입양가정 내 자녀의 수 자체보다는 그 가족의 구조와 기능이 더 중요한 차원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입양기관들은 기존 입양가족 사례들을 엄밀하게 분석하여 가족구조와 기능에 따른 차이를 파악하고, 새로운 입양가족들을 면접하고 매칭할 때 이러한 실천지혜들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 입양부모들을 위한 지지체계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입양경험이 풍부한 입양부모들이 멘토로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입양부모들은 입양형제 간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양부모 자조모임, 입양부모 세미나, 교회모임 등 다양한 사회적 지지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든 상황에서도 파양으로 이어지지 않고 부모들이 입양자녀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었던 것은 주위에 든든한 지지체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양기관과 같은 전문지원 체계도 필요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비공식 지원체계의 역할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중매체를 활용한 입양인식개선 캠페인의 확대가 필요하다. 자녀를 입양하겠다는 입양부모의 결정에 대해 시댁, 친정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다양하며, 적극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자녀 관계를 끊겠다고 하는 시댁과 친정식구들도 있었다. 자녀를 입양한 후에도 입양자녀를 대하는 확대가족 및 주위사람들의 태도는 상당히 극과 극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가 친생자녀인 아들과 입양자녀인 딸 간의 이성 남매관계로 구성되어 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근친결혼과 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제기하면서 입양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태도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도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적극적인 캠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연구는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에 초점을 둔 국내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연구결과에서 기존 이론들과 선행연구들에서 밝혀진 요인들이 많이 제시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입양가정 내에서 어떠한 역동을 보일지는 알 수 없으므로, 그러한 입양가정 내 형제관계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전에 논의되지 않은 이슈들을 포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거나 제시되지 않은 요인들과 조건, 양상, 이슈들이 있을 것이다. 후속연구에서는 이러한 측면들에 초점을 두고 더욱 구체화된 주제를 선정하여 탐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1. 권 지성 2003 “공개입양가족의 적응과정에 관한 연구: 한국입양홍보회 참여가족사례를 중심으로.” google
  • 2. 권 지성, 안 재진 2005 “국내 공개입양부모의 양육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지에 관한 연구.” [『아동권리연구』] Vol.9 P.393-412 google
  • 3. 김 동배, 권 중돈 2004 『인간행동이론과 사회복지실천』. google
  • 4. 김 영화 2002 “국내입양가정의 가족기능에 관한 연구.” google
  • 5. 변 미희, 권 지성, 안 재진, 최 운선 2009 “국내 입양아동의 자아개념에 관한 종단연구.” [『한국가족복지학』] Vol.14 P.261-279 google
  • 6. 2013 2012년 국내외 입양현황통계.” google
  • 7. 안 재진, 권 지성, 변 미희, 최 운선 2009 “국내 입양아동의 문제행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공개입양 아동을 중심으로.” [『한국아동복지학』] Vol.29 P.187-219 google
  • 8. 안 재진, 권 지성, 변 미희, 최 운선 2010 “공개입양가족의 입양 관련 의사소통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아동복지학』] Vol.31 P.143-171 google
  • 9. 최운선 최운선, 안재진 안재진, 변미희 변미희, 권지성 권지성 2008 “입양아동의 발달에 관한 종단연구Ⅱ: 1차년도 자료의 사회성발달과 문제행동을 중심으로.” [『아동과 권리』] Vol.12 P.473-502 google
  • 10. 최 운선, 안 재진, 변 미희, 권 지성 2011 “국내 입양아동의 입양됨에 대한 인식 연구.” [『인간발달연구』] Vol.18 P.169-182 google
  • 11. Ahn J. J. 2008 A Study on the Early Adaptation of Korean Adoptive Families. google
  • 12. Barth R., Berry M. 1988 Adoption and Disruption: Rates, Risks, and Responses google
  • 13. Boer F., Herma J. M., Versluis-den Bieman M. S., Verhulst F. C. 1994 “International adoption of children with siblings: Behavioral outcomes.”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Vol.64 P.252-262 google cross ref
  • 14. Creswell J. W. 2007 『질적 연구방법론: 다섯 가지 접근』. 조흥식 외 3인 역. google
  • 15. Dunn J., Plomin R. 1991 “Why are siblings so different? The significance of differences in sibling experiences within the family.” [Family Process] Vol.30 P.271-283 google cross ref
  • 16. East P., Khoo S. T. 2005 “Longitudinal pathways linking family factors and sibling relationship qualities to adolescent substance abuse and sexual risk behaviors.”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Vol.19 P.571-580 google cross ref
  • 17. Fagan A. A., Najman J. M. 2003 “Sibling influences on adolescent delinquent behaviour. an Australian longitudinal study.” [Journal of Adolescence] Vol.26 P.546-558 google cross ref
  • 18. Garcia M. M., Shaw D. S., Winslow E. B., Yaggi K. E. 2000 “Destructive sibling conflict and the development of conduct problems in young boys.” [Developmental Psychology] Vol.36 P.44-53 google cross ref
  • 19. Isaacson C., Radish K. 2002 『출생의 심리학』. 김진 역. google
  • 20. Kim J. Y., McHale S. M., Crouter A. C., Osgood D. W. 2007 “Longitudinal linkages between sibling relationships and adjustment from middle childhood through adolescence.” [Developmental Psychology] Vol.43 P.960-973 google cross ref
  • 21. McDonald T. P., Lieberman A. A., Patridge S., Hornby H. 1991 “Assessing the role of agency services in reducing adoption disruptions.”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Vol.13 P.425-438 google cross ref
  • 22. McDonald T. P., Propp J. R., Murphy K. C. 2001 “The post-adoption experience: Child, parent, and family predictors of family adjustment to adoption.” [Child Welfare] Vol.80 P.71-94 google
  • 23. Reitz M., Watson K. W. 1992 Adoption and the family system. google
  • 24. Rende R. D., Slomkowski C. L., Stocker C., Fulker D. W., Plomin R. 1992 “Genetic and environmental influences on maternal and sibling interaction in middle childhood: A sibling adoption study.” [Developmental Psychology] Vol.28 P.484-490 google cross ref
  • 25. Stocker C., Dunn J., Plomin R. 1989 “Sibling relationships: Links with child temperament, maternal behavior, and family structure.” [Child Development] Vol.60 P.715-727 google cross ref
  • 26. Sulloway F. J. 1996 『타고난 반항아: 출생순서, 가족관계, 그리고 창조성』. 정병선 역. google
OAK XML 통계
이미지 / 테이블
  • [ <표 1> ]  연구사례의 기본 정보
    연구사례의 기본 정보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