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설문조사인가?

Who is the survey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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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본 연구는 가정외보호서비스 중 하나인 그룹홈에 거주하는 청소년이 설문지 작성주체로서 설문조사 경험이 어떠한지 탐색하기 위해, 현재 서울과 경기도의 그룹홈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들 중 설문조사를 5회 이상 경험한 남녀청소년 7명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한 것이다. 본 연구는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를 좌충우돌하며 성장해가는 청소년기에 우왕좌왕 그리고 갈팡질팡하는 다양한 경험을 포괄하는 특별한 사건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이 연구는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을 ‘거인이 만들고 꼬마가 하는 설문조사’, ‘병 주고 약 주는 설문지’, ‘차갑기도 따뜻하 기도 한 연구자’ 등으로 구분한 후 이를 다시 하위 범주로 나누어 분석하였 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연구자들의 그룹홈 청소년을 포함한 시설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인식에 변화가 필요함을 제기하고 더 효과적인 설문조사를 위해 조사의 형식과 질문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여 설문지 작성주체인 그룹홈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원조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The aim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survey experiences of group-home adolescents and to explore their experiences as respondents. This study applied a qualitative study method.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a sample of seven adolescents who have participated in the survey at least 5 times and who are currently living in group-homes. We were able to understand the survey experiences as special events that encompass diverse experiences during the adolescent period. The results of the data analysis were as follows: Survey experiences of group-home adolescents consisted of ‘Mr. Giant makes the survey but a kid responds’, ‘The survey that gives the disease and offers the remedy’, and ‘A warm and cold researcher’. The implications of the study findings include the need to improve contents of questionnaires and forms in order to enhance the effectiveness of the survey and to put greater effort into changing the biased perceptions and negative stereotypes of group-home adolescents.

  • KEYWORD

    그룹홈 , 그룹홈청소년 , 시설청소년 , 설문조사 , 비공식낙인 , 질적 연구

  • Ⅰ. 서론

    그룹홈은 2004년에 아동복지법이 개정됨과 동시에 아동보호정책이 대규모 시설 중심에서 가정과 유사한 소규모 보호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공식적으로 도입된 시설로서(김봉선, 2011), 자발적으로 가출한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 혹은 학대와 방임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아동‧청소년을 가정과 유사한 분위기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는 대안적인 형태의 소규모 공동생활가정이다(김형태 외, 2012; 이슬기‧양성은, 2012).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그룹홈은 2012년을 기준으로 489개이고 그룹홈의 수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2,438명의 아동‧청소년이 그룹홈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12).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발달과정 중에 부모의 이혼, 가출 및 사망 등으로 인한 불안정한 생활과 부모의 학대‧방임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 경험으로 인해 우울 및 불안 정도가 높고 심리‧정서적인 상처로 인해 일반가정 청소년에 비해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강현아 외, 2012). 여러 선행연구에서는 이처럼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에는 정서 및 행동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조순실, 1999; 김성경, 2003; La Gory et al., 1990; Man et al., 1993), 이는 성인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Anctil et al., 2007).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그룹홈청소년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시설유형에 따른 아동의 적응과 태도에 대한 연구(함철호‧이태수‧이용교, 1997), 그룹홈 아동‧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대한 연구(김성경, 2003; 김형태, 2011; 김형태‧조순실, 2009; 이수천‧김형태, 2011), 그룹홈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지지에 대한 연구(전준현‧이수천, 2009), 그룹홈과 일반가정 청소년의 또래관계 특성과 사회적 적응을 비교한 연구(정선욱, 2002; 조성연, 2004), 그룹홈청소년의 정서와 학교적응 연구(손경숙‧변상해, 2007) 등과 같이 그룹홈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의 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주로 양적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2010년에는 그룹홈청소년의 생활 경험을 다루는 질적 연구(김선민‧조순실, 2010)가 수행되었다. 지금까지 거의 대다수의 연구가 설문조사를 이용한 양적 연구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규모 설문조사를 분석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그룹홈 영역 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청소년복지 영역에서 설문지 작성주체의 설문조사 경험 자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최근 그룹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양적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을 돌보고 보호해야할 아동 ・청소년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연구를 위한 대상자로만 보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로부터 자료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통해 설문조사 방법을 발전시켜왔지만, 정작 설문조사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주체인 그룹홈청소년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지, 설문조사로 인해 상처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못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가 정책개선에 활용되면서 그룹홈청소년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지금 설문조사를 직접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룹홈청소년들 개인에게도 즉각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룹홈 아동 ・청소년이 일반가정의 아동 ・청소년에 비해 스트레스와 같은 정서적인 어려움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편향된 응답이나 무응답이 가정외보호 아동 ・청소년의 특성과 관련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홈 아동 ・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은 이들에게 적절한 연구방법을 고민해본다는 차원에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의 주인공인 그룹홈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설문조사를 경험할 때의 생각과 느낌을 아는 것은 그룹홈청소년이 단순한 연구대상자가 아닌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청소년임을 보여줄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방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필요한 정보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추후 진행될 연구에 있어서 연구자들이 지녀야할 윤리의식과 태도를 향상하고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인 연구대상의 더 나은 삶의 질을 도모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연구자들은 그룹홈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은 어떠한가?”라는 연구문제를 가지고 질적 연구를 통해 이들의 설문조사 경험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룹홈청소년이 설문조사와 연구자 그리고 설문을 받을 때의 자신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연구과정의 질적 강화와 실천적 개선을 위한 여러 제반사항에 대해 제언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 복지 연구의 전반적인 체계를 개선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그룹홈청소년과 비공식낙인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연구는 최근 꾸준히 진행되기는 하였으나 시설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며, 그룹홈청소년은 시설청소년과 가정외보호청소년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가정외보호청소년 전반에 관한 선행연구를 기초로 하여 그룹홈 청소년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룹홈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 대부분은 부모의 이혼과 가출, 학대 및 방임 등으로 인해 정서적인 영역에 심각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이미혜, 2002).

    아동‧청소년의 학대경험은 심리‧정서적 장애를 가져와 자아존중감을 손상시키고 때때로 일탈행위에 노출시키기도 한다(정익중, 2008; Cash, 2001; Gross & Keller, 1992). 이로 인한 발달적 결과로 자아기능과 자아개념이 손실되고 자아존중감이 매우 낮아져서 자신을 가치가 없고 실패한 존재로 믿게 된다고 하였다(장화정, 2004; Garbarino & Garbarino, 1980; Green, 1984). 이러한 자아존중감의 손상은 비행과 같은 일탈 행동으로 외현화되거나 내재화된 분노와 합쳐져 폭력적인 행동이나 파괴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정익중‧박현선‧구인회, 2006; Hoffman & Edwards, 2004; Solomon & Serres, 1999). 아동‧청소년의 자아존중감은 사회적 유능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되었는데 자존감이 낮은 청소년들은 낮은 성취수준과 높은 사회적 고립감을 보여준 반면 자아존중감이 높은 청소년은 인내 및 자기표현 능력이 높았다(정익중, 2007; Rosenberg, 1986).

    학대경험으로 인한 자아존중감의 손상은 정서 상태와 자기통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아동기에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시켜 성인기까지도 부적응 행동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정익중 외, 2006). 특히 청소년의 부족한 자기통제력은 다양한 비행행동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며(이성식‧전신현, 2009), 일반적으로 충동적인 성격특성과 회피적인 대처방식을 보이게 된다고 하였다(나은영‧송종현, 2006). 청소년비행 연구에 있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론 중 하나인 Gottfredson & Hirschi(1990)의 일반이론에 따르면 낮은 자아통제의 내적 성향은 어린 시절에 부모의 애정 결핍과 더불어 잘못된 행동과 무계획적인 생활습관을 방치하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의해 결정이 된다고 하였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기통제력를 낮춰 충동적으로 쉽게 비행에 빠지는 행동양식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으로 자라게 한다고 하였다.

    가정외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아동 ・청소년들은 자기정서인식, 자기통제 및 대인관계 등에서 일반 아동 ・청소년과 유의한 차이를 보여 그룹홈청소년들이 정서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 및 학교적응에서 문제를 보인다고 하였다(손경숙‧변상해, 2007). 특히 부모가 모두 있음에도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부모에 대한 기대감과 배신감 등으로 심리사회적 문제에 심각한 손상을 갖고 있으며 그 영향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진다고 하였다(김성경, 2003).

    선행연구들이 보고한 바와 같이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며 이로 인해 그룹홈청소년은 일반청소년에 비해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더 빈번하게 경험한다. 사회적 낙인이란 개인의 속성과 그 속성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범주에 부과되는 부정적 이미지와 차별적인 사회경제적 제도를 통해 구성되는 것으로(이지수, 2011), 개인이 가진 속성 자체는 단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차이일 뿐이지만 그 차이에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다수의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부여되면 그러한 속성을 가진 집단에 대해서는 고정관념, 편견 및 차별적 행동이 수반되게 된다(이지수, 2011).

    이렇듯 사회적 낙인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그룹홈청소년은 비행행동을 많이 할 것이다”)과 그들에 대한 감정적 반응(“그룹홈청소년은 비행행동을 많이 하므로 위험하다”), 차별행동(“그룹홈청소년은 위험하기 때문에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까지 포함한 다차원적인 개념(Penn & Martin, 1998, 서미경‧김정남, 2004에서 재인용)으로 설명되기도 하며, 어떤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심각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기반으로 한 부정적인 내용을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전달하거나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이부영, 1992). 이러한 자신의 특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선입견에 스스로 동의하고 자의식에 내면화시켜 자신을 가치절하 하는 것을 자기낙인이라고 한다(Corrigan et al., 2006). 자기낙인의 결과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저하되고, 가치절하된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역할기대를 갖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이지수, 2011).

    선행연구에서는 공식기관을 통한 낙인보다는 부모, 친구 및 교사와 같은 비공식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자신을 낙인찍고 있다고 지각하는 비공식낙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강세현, 1995; Aultman & Wellford, 1979; Adams et al., 2003). 비공식낙인은 주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며 인식하고 있는가의 내적인 반응을 강조하는 것으로(Matsueda, 1992; Adams et al., 2003), 주위 사람들의 평가를 지각하고 반영하여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고정관념, 편견 등 다양한 형태로 가해지는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낙인뿐만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담은 부정적인 내용을 질문하는 것이 그룹홈청소년에게 비공식낙인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부모와의 유대가 약한 청소년이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낙인을 더 잘 지각한다는 연구(이성식, 2007)에 비추어 보면 그룹홈청소년은 일반청소년에 비해 비공식낙인을 더 많이 지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룹홈을 포함한 가정외보호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대부분 우울 ・불안, 위축, 공격성, 비행, 자살생각 등으로 청소년에게는 매우 자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정적인 질문을 한 경우가 많았고 긍정적인 질문은 극소수로 진행되었다. 부정적 질문에는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나 슬퍼하고 우울해한다”, “위축되어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등으로 주로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근거한 질문이 많다. 이러한 설문조사는 일반청소년에게도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그룹홈청소년이 자존감이 낮은 상황에서 똑같은 질문이라도 일반청소년에 비해 그룹홈청소년이 설문조사 내용을 더 자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비공식낙인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질문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진혜민 외(2011)의 연구에 의하면, 비공식낙인은 자아존중감, 우울, 공격성 및 비행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공식낙인이 높아지면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공격성이 증가하게 되어 비행행동이 증가한다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비행의 감소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낙인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이성식(2007)의 연구에서는 비공식낙인을 받은 청소년들은 부모 및 친구와의 유대가 약화되고 학업성적이 낮아지며, 부정적 자아개념이 생기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여 주위 사람들의 역할의 중요성과 청소년들이 비공식낙인을 경험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설문조사는 비공식낙인과 청소년문제의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그룹홈을 포함한 가정외보호청소년들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정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룹홈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취약청소년으로 단정 짓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자 자의식이 발달하는 가장 민감한 시기로서, 청소년은 자아개념과 자의식이 단단해지기 전까지는 타인이 보고 평가하는 결과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화될 수 밖에 없다(고장선‧김현옥‧김경호, 2009). 청소년의 자기낙인이 자아개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측면에서(이민지‧손은정, 2007)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담은 설문조사 질문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룹홈청소년은 자아개념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형성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그룹홈청소년의 특성이 설문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더불어 설문조사가 그룹홈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룹홈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2. 설문조사의 특성

    설문조사는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신뢰성이 높은 조사방법이자,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특유의 장점으로 지난 수십년 간 사회과학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조사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는 개인의 행동과 정서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김세원‧정익중, 2012), 그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정책을 수립하게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특정 조사대상자들이 반복적으로 설문조사를 받게 되어 편향된 응답을 하게 되거나, 민감한 질문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특정 문항에 답하지 않거나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는 신뢰성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있어왔다. 현재 그룹홈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활용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설문조사 경험에 대한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조사대상이 반복적으로 설문조사를 받게 되면 패널조건화가 일어날 수 있고(Frankfort-Nachmias & Nachmias, 2000), 이전 조사를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일관되거나 편향된 응답을 하거나 응답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김세원‧정익중, 2012).

    이와 관련하여 선행 연구에서는 비행이나 자기통제력, 자기유능감과 같은 개인의 행동적‧심리적 특성과 한부모 가족유형이 질문 무응답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Hirschi & Gottfredson, 1993; Piquero et al., 2000; Watkins & Melde, 2007). 청소년 비행은 가정의 특성과 깊은 관계가 있고 갈등가정, 결손가정 등과 같은 문제가정의 형태는 비행과 문제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는데(Sutherland & Stressy, 1975), 이렇게 비행성향이 높은 개인은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지는 응답을 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Watkins & Melde, 2007).

    특히 조사응답은 자기통제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Piquero et al., 2000; Watkins & Melde, 2007), 개인의 환경에 대한 통제가능성에 대한 인식인자기통제력이 낮은 개인은 자기보고식 설문조사에서 응답 자체를 하지 않거나 솔직한 대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김세원‧정익중, 2012). 즉, 자기통제력이 낮은 사람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기보고식 조사를 완료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그들 입장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설문응답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모든 문항에 일일이 응답하지 않거나 조사참여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를 조사 측면에서 본다면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사람이 답변한 자기보고식 응답 결과의 신뢰도와 타당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성향이거나 자기유능감이 높은 개인은 결측 없이 응답할 확률이 높다(김세원‧정익중, 2012).

    또한 주로 민감한 질문이거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경우에는 응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되었는데, 특히 응답하기 어렵거나 위협적이고 창피한 내용이 담긴 질문에는 항목무응답이 발생할 수 있다(김세원‧정익중, 2012). Bradburn과 Sudman (1979)의 연구에서는 취업 여부나 거주 지역 등과 같은 일반적인 질문에는 솔직하게 응답하는 비율이 높지만, 학대와 같은 극적인 사건이나 안 좋은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확하게 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이렇게 연구대상자가 인식한 질문 위협은 응답 감소와 솔직하지 않은 응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Bradburn et al., 1978). 따라서 그룹홈청소년에게 어떤 질문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를 파악하여 그룹홈을 포함한 가정외보호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개발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시설보호 아동‧청소년이 일반 아동‧청소년에 비해 자아존중감이 낮고, 자아통제감이 자아존중감과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되어(김미숙‧원영희, 2006) 시설보호 아동‧청소년은 자아통제감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개인의 특성이 설문조사에 대한 무응답이나 편향된 응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연구결과의 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설아동‧청소년에게 시행하는 설문조사 방법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시설 아동 ・청소년의 특성이 설문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높은 관련이 있다면 그룹홈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할 때에는 조사계획과 자료수집 과정에서 연구대상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질문유형과 질문내용 그리고 조사방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민감한 주제가 담겼을 경우 솔직하게 답하지 않는다면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반청소년에 비해 부정적인 사건들을 많이 경험한 연구대상에게 적합한 질문을 넣어 설문조사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비공식낙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그룹홈청소년들을 위해 조사과정에서 생길수 있는 낙인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대상인 그룹홈청소년들의 설문조사 경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초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연구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안적 접근으로 제시되어 인간을 ‘되어가는 존재(becoming)’로 바라보며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중시하고, 더 나아가 체험의 다양성 존중, 느낌과 사고에 대한 일원론적 태도 및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탈피,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 등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방법이다(배은주, 2008). 여기서 인간이란 단순히 ‘함께 있는(being together)’ 존재가 아닌 부단한 반성과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형성하고 구성해 가면서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나아가는(becoming together)’ 존재이다(배은주, 2008). 질적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일상적이거나 특정한 순간들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의도적으로 수집하여 그들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며(Denzin & Lincoln, 1994), 그러한 과정을 ‘있는 그대로’ 먼저 기술한 뒤 그에 대한 연구자의 해석을 덧붙이는 방법이다(김병욱, 2010). 본 연구는 질적 연구를 통해 연구자와 연구참여자가 동등한 삶의 주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단지 ‘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사회변화를 함께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다(배은주, 2008).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에 대하여 보다 풍부한 정보와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 적합한 사례라고 생각되는, 현재까지 설문조사를 5회 이상 경험한 중고등학생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는 그룹홈 내에서의 설문조사 경험이 최소 5회 정도가 되어야 설문조사에 대해 충분히 경험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그룹홈과 접촉하여 시설장들에게 본 연구의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자들을 소개받았으며 소개받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연구의 목적과 면담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에 참여하기로 최종 동의한 청소년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자료수집을 위해 초기 계획보다 대상자가 추가되어 남자 청소년 2명, 여자 청소년 5명의 총 7명이 본 연구에 참여하였으며, 이들은 대부분 가정 내의 학대와 방임 등으로 인해 그룹홈에 입소하게 된 청소년들이다.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3. 자료수집 및 분석

    1)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13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연구참여자와의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추가적으로 연구참여자의 비언어적 표현과 반응 등을 기록한 현장 기록노트와 연구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 느낌, 연구의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작성한 연구일지를 통해 부가적인 자료를 수집하였다. 각각의 연구참여자의 설문조사에 대한 경험을 삶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연구참여자의 능동적인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 주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제한하지 않도록 면담 초기에는 개방형 질문을 하였으며, 진행에 따라 구조화된 질문을 활용하였다. 면담은 연구참여자가 생활하는 그룹홈에서 개인의 특성에 따라 2∼3회 정도로 1회당 약 1시간∼1시간 30분 진행되었고, 모든 면담과정은 피면담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을 한 후 녹취록으로 작성되었다.

    이 연구의 중심 연구문제는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은 어떠한가?”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준비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설문조사는 어떤 경험인가?, 설문조사 질문 내용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응답을 어떻게 하는가?, 설문지를 만든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설문지 작성 후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등이다. 실제 면담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하여 연구참여자의 응답에 대해 더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하는 추가적인 질문을 진행하였다.

    2) 분석방법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의 공통된 속성을 도출해 내기 위해 모든 연구참여자와의 면담을 녹음하고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녹취록은 인쇄하여 반복적으로 읽고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서 그들의 경험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후에는 연구참여자의 표현 중에 설문조사 경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미 있는 구절이나 문장을 찾아 표시하고 기록해 나갔다. 이를 통해 기록한 문장과 구절로부터 의미를 형성하고 의미의 맥락을 발견하도록 하였으며 이렇게 구성된 의미를 주제묶음과 하위주제로 분류하여 조직하였다. 연구자들은 주제 모음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기술하면서 연구참여자들의 설문조사 경험의 전체적인 의미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조사된 현상에 대한 최종 기술을 하면서 선행단계에서 확인된 공통적인 경험 요소들을 통합하는 작업을 한 후,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맥락적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연구참여자의 확인을 거쳐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각 모든 단계에서 도출된 의미와 주제들이 원자료와 일치하는지 혹은 모순되는지 살피며 지속적으로 점검하였다.

       4. 윤리적 고려

    연구자들은 연구참여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자료를 수집할 때,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 사실을 밝히고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 뒤 연구참여동의 서를 작성하였다. 연구참여를 결정하여 면담이 진행된 상황이라고 해도 언제든 중단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자발적으로 참여 동의를 얻은 후에 면접을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가 비밀보장될 것임을 알려주었으며, 연구자료의 녹취부분에서도 연구참여자의 이름을 알파벳 이니셜로 기록하는 등 연구참여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면접을 실시한 후 연구참여자들이 궁금한 사항이 생겼을 때는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도록 하였다.

    Ⅳ. 연구결과

    그룹홈청소년들에게 설문조사 경험이란 처음엔 나쁘게 다가왔지만 나중에는 좋기도 한, 어려웠지만 쉬워지는 다양한 경험을 포함하는 우왕좌왕하는 과정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경험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었다.

       1. 거인이 만들고 꼬마가 하는 설문조사

    1) 시설애라서 하는 설문조사

    연구참여자들은 평범한 가정이 아닌 ‘아무에게도 여기서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시설’에 살게 된 후로 설문조사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는 그룹홈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여되는 시설 밖 사회에서의 부정적인 낙인에 의한 것으로 설문조사란 자신이 ‘남과 다른 시설애’라서 하는 경험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조사를 ‘자기와 비슷한 형편에 있는 시설애들을 모아서 하는 일상적인 일’이자 ‘그룹홈에 살기 때문에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자신이 일반가정에 사는 아이가 아닌 시설애라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켜주는 것이었다. ‘평범한 집에도 이상한 애들이 많은데 왜 꼭 우리들은 이런 걸 해야 되는지’ 억울해하면서 자신이 사회의 주변부에 놓여 있는 이상하고 잘못된 아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간직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제는 집이 되어버린 그룹홈에서 하는 설문조사가 아직은 어색하다. 설문조사를 집이라는 둥지에서 하면서 설문지를 ‘그 사람한테 주는 것’ 그리고 ‘도와줘야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곧 때때로 나는 원하지 않지만 연구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다가오곤 한다. 연구참여자들에게 그룹홈이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따스한 보금자리인 집이지만, 그룹홈이 평범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설문지가 자신의 마음을 돌봐주지 않는 매정한 종이로 보이는 것이다.

    2) 자꾸 똑같은 거 물어보는 이상한 설문조사

    연구참여자들은 그룹홈에서 살면서 설문조사를 5회 이상 경험하였다. 설문조사 경험 정도는 연구참여자들의 설문조사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설문조사를 경험한 횟수가 많을수록 설문지를 ‘맨날 똑같은 질문으로 가득 채워진 재미없는 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설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길이 없는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에 채워져 있는 늘 똑같은 패턴의 질문을 받아볼 때마다 의아해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경험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맨날 똑같은 질문에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 느끼는 ‘맨날 똑같은 질문’이란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그룹홈청소년은 이럴 것이라고 여겨지는 선입견을 담은 질문들을 연구참여자들은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른인 연구자들은 고민 끝에 물어보는 질문이었을 텐데 청소년인 연구참여자들 입장에서는 늘 똑같고 지루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그러한 상황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찍는 행위를 부추기고 있었다.

    이렇듯 맨날 똑같은 스토리의 질문만 하는 설문지를 대면하면서 ‘비슷비슷한 질문만 빼도 문항수가 줄어서 찍고 싶은 유혹’에 지금처럼 시달리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차피 같은 질문인데 굳이 또 답변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연구참여자들은 그러한 질문을 빨리 넘기기 위해 찍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한 질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질문, 새로운 질문을 해주길 기대한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같은 설문지 내에서도 되게 이상하고 애매한 질문들을 자주 경험한다. ‘애매한 질문’이란 내용은 비슷하고 뭘 뜻하는지는 알 거 같은 질문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어른인 연구자들이 신뢰도와 타당도 향상을 위해 고의적으로 추가한 질문으로 핵심 내용은 같으나 질문이 조금씩 다르기에 청소년인 연구참여자들에게는 ‘도무지 왜 몇 번씩 그렇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응답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 설문지 내에 비슷비슷한 질문을 투입하는 방법은 오히려 응답의 신뢰도를 낮추는 찍는 행위를 부추기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그러한 질문을 많이 접하면서 애매한 질문을 거듭 추가하여 자신의 의견을 재차 확인하려고 하는 설문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그러한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찍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3) 쉽게 답하기 어려운 설문조사

    연구참여자들은 종종 ‘이것도 뽑아야 되고 저것도 뽑아야 되는데 하나만 뽑으라는 예, 아니오 질문’으로 인해 난감한 경험을 한다. 뭘 골라야할지 어려운 질문에 대부분 더 그럴 때를 뽑지만 때로는 ‘질문 하나를 붙잡고 생각이 깊이 내려가기도’ 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예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닌 중립인 경우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면서도 자기 생각을 너무 단정 지으려는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또한 ‘막상 답을 선택하려고 하니 아닌 거 같아서 다른 문항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찍게 되기도 하고, 원래 이런 설문지를 할 때에는 딱 바로바로 선택해야 되는데’ 고민을 하며 망설이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설문지를 많이 작성하면 할수록 문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경험이 많아지게 되면서 연구참여자들은 ‘왜 보통이라는 문항이 없는지, 왜 꼭 하나만 골라야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또한 설문지를 보낸 그 사람은 ‘나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하는 것일 텐데 고를만한 답이 없어 결국 찍게 되거나 정확한 답을 안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애매모호하지 않은 설문지를 원하고 있었다. 즉, 그렇지만 하나만 고르라는 단정적인 질문(조용환, 2000)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다양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답안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예, 아니오로 답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내용을 담은 이런 유형의 질문은 아이들의 눈으로 봤을 때에는 응답 선택치가 적으니 간단히 고를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오히려 난처한 질문에 가까웠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이따금 어떻게 답해야 될지 모르는 ‘이상한 질문’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상한 질문이란 질문 자체의 문장구조가 명확하지 않거나 답변 문항이 청소년이 이해하고 바로 답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질문은 단지 귀찮아서 답변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뭐라고 답해야 되는 건지 몰라서 답변을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상한 질문을 보고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며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찍거나 질문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그냥 넘기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과적으로 응답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과거에 좋지 않았던 경험이나 창피한 질문도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연구참여자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자살생각 경험을 많이 한 청소년으로 자살생각을 몇 번 해봤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응답할 수 없었는데 ‘그 시절에 자살생각을 너무나 많이 했던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져서 솔직하게 답하지 않고 조금 줄여서’ 답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실제 경험이 질문으로 다가왔을 때, 특히 그 경험이 부정적인 것이었을 때 연구참여자들은 솔직한 답을 하지 못하였다.

    4) 진짜 너무 긴 설문조사

    설문지의 길이는 설문지 응답에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를 선택하는 여러 가지 기준 중 하나로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처음 받는 순간 몇 장이나 왔는지를 확인하며 안도할지 짜증낼지를 고른다. 이는 곧 설문지에 끝까지 꼼꼼하게 답하거나 중간에 그만두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진짜 너무 긴 설문지를 많이 접하면서 처음에는 열심히 풀지만 뒤에 갈수록 아직도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남은 페이지를 찍기로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연구참여자들은 너무 긴 설문지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답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경험하곤 한다. 특히 비슷비슷한 질문들이 설문지 안에서 종종 튀어나올 때 길이에 대한 짜증이 과중되어 ‘문제도 답도 보지도 않고’ 찍게 된다. 하나하나 심사숙고하여 작성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후다닥 해버리면 1분 만에 끝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참여자들의 찍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렇듯 어른인 연구자의 관점이 아니라 청소년인 연구참여자의 관점에서 설문이 너무 길어 힘들어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적절한 분량의 설문지가 필요한 것이다.

    5)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 설문조사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왜 작성해야 하는지 목적을 모르고 할 때가 많다.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자기한테 오는 거니까 해야 하는 의무’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냥 나한테 날라 오면 하는 거였던 설문지를 이제는 그룹홈 선생님께 무슨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건지 물어보고 할지 말지’를 선택하고자 하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설문지를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설문지를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목적을 모르고 설문지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연구참여자들은 온갖 질문이 담겨 있는 ‘설문지에 열심히 답하면 연구자들이 얻는 것이 뭔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등을 궁금해 하며 그러한 궁금증을 실타래처럼 늘려가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이 열심히 작성한 설문지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때로는 ‘어차피 안 알려주는데 이젠 궁금하지도 않다’며 체념하고 있었다.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설문지에 연구참여자들은 때때로 설문조사만 하고 그냥 가버리는 조사를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필요를 위해서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곧 허무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다 얘기한 후에는 곧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대방의 이야기, 상대방의 생각을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의견만을 내뱉어버린 조사결과를 가지고 휙 떠나버리는 연구자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어디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혹은 어디에 반영될 예정인지를 알려주는 연구자, 즉 나에게 주의 깊게 관심을 가져주는 연구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2. 병 주고 약 주는 설문지

    1) 엄마, 아빠, 나를 속상하게 하는 질문

    연구참여자들은 가족과 관련된 질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대답하기 어려워 한다. 그러한 질문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지우고 싶은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그룹홈에 오기 전에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던 연구참여자들은 가족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난감해하며, 이로 인해 부정확하게 답하거나 응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는 설문조사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사실보다는 질문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가 더 크다. 연구참여자들은 ‘애매하고 복잡해서 말하기 힘든 가족사에 관한 질문’을 곤란하고 거북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기에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편하지 않은 마음을 움켜쥔다. 꼼꼼하게 작성하다가도 자신에게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을 말하고 싶지 않기에 찍거나 답변을 안 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과거의 싫었던 경험이 녹아있는 질문위협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부모님과 관련된 질문은 아이들의 잠잠했던 마음을 들쑤시고 있었다. ‘설문지를 보낸 그 사람이 그룹홈에 있는 아이들은 가정과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엄마, 아빠에 대해 묻는 게 이해하기 어렵고 속상해서’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특별히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없었던 연구참여자는 부모님이 계신 다른 친구를 보면서 서운함과 그들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통해 부모님을 상기시키며 깜깜한 터널속의 기억을 꺼낸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그 질문을 하루 종일 간직하며 계속 떠오르는 옛 기억에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모님에 대한 질문은 부모님과 어쩔수 없이 떨어져 있는 연구참여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처로 남겨지는 것이었다.

    2) 오해받는 것 같아 답답한 질문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에 꼬박꼬박 나오는 자살, 비행 및 음주와 같은 질문을 보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애들이라고 오해받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하곤 한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질문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점검하고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타의에 의해 ‘이상하고 나쁜 아이’로 오해받고 안 좋은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올가미와 같이 아이들의 마음을 졸라매는 것이었다. 이는 그룹홈청소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외부의 사회적 인식에 맞물려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은 그룹홈청소년은 이럴 것이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청소년이면 당연히 피지 말아야 할 담배를 피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왜 그런 걸 확인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하면서도 그룹홈청소년은 담배를 많이 필 것이라는 선입견을 인식하게 되면서 점점 냉혹한 사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질문을 통해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 오해받은 기억 등이 질문을 통해 ‘몸으로 와 닿을 때’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안 좋은 경험들을 일일이 보고하기 어렵다는 걸 느낀다. 즉, 피하고 싶다는 마음의 외침을 듣는 것이다. 이는 응답을 부정확하게 하거나 회피해버리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 작성을 위해 아픈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고 그 빈 자리에 질문으로 인해 오해받는다는 느낌을 채워 넣으며 좌충우돌하는 시간을 보낸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일반청소년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참여자들이 접하는 대다수의 질문들은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평범하게 살지 못하고 사회의 주변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경우가 많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들쑤시고 병을 유발하는 설문지가 아닌 아픈 마음을 배려해주고 보듬어주는 설문지를 원한다.

    3) 나를 표현하고 발견하게 하는 설문지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종종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걸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몰래 발설할 수 있는 통로라고 인식한다. 설문지란 말로 했을 때는 할 수 없는 내용들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한 가지 수단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에는 쑥쓰러운 내용을 조금은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이기도 하며 지금까지 못했던 말을 모두 담아서 할 수 있는 그릇과 같은 것이기도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갖가지 의미를 부여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나름대로 질문에 응답하고 있었다. 설문조사는 일종의 답이 없는 시험지 같은 것으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넘어갔던 질문도 시간이 지날수록 담대하게 ‘좋은 건 좋고 안 좋은 건 안 좋다고 솔직히 쓰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의견을 써도 구구절절 비판하는 사람 하나없고 자신이 선택한 답이 진정한 답이 되는 설문지의 특이한 특성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자신감 있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조사의 질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조사 경험 횟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내용이 같은 설문지를 여러 번 받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 연구참여자는 과거에 우울 생각을 해 본 경험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반면 현재는 같은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체크해본다고 하였다. 이는 현재 긍정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에게 원동력이 되는 것이었다.

    청소년인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가 제시한 내용을 잣대 삼아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돌아보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 부정적으로 볼 것인지를 선택한다. 부정적인 내용이 많은 설문지에 종종 어색하게 끼어있는 긍정적인 질문들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긍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4)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설문지

    연구참여자들은 순간적으로 찍고 싶은 수많은 유혹과 언제든 나를 찌르기 위해 공격해오는 별별 질문들을 접하고 때로는 지루한 시간들을 견디어내며 설문지를 모두 작성한 후에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임한 자신에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 연구참여자들은 그룹홈 밖 어른들에 의해 맡겨진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른들 말에 따라 과제를 완료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조사를 마친 후 성실히 임한 자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특히 조사를 마친 후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는 그룹홈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격려는 연구참여자들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그룹홈 선생님이 이들의 수고를 당연하게 넘겨버리지 않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은 어려웠던 설문조사를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됨과 동시에 지금까지 성실히 임한 자신에게 보상이 되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시간과 마음을 들여 작성한 설문지가 연구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는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특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5) 나에게 도움이 된, 도움이 될 설문지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가 비록 귀찮고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질문에 마음을 담아 답을 한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와 주시는 그룹홈 선생님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 정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에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그룹홈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설문지에 솔직하게 답함으로써 어려움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연구참여자는 설문조사를 굉장히 큰 선물로 기억하곤 한다.

    비록 나의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프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괴롭게 다가오기도 했던 질문들이 많았던 설문지였지만, 그러한 질문이 그룹홈 선생님과 나의 거리를 좁혀주기도 하고 안 좋은 생각을 하는 나를 살리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험을 드문드문 하면서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에 대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함께 살고 있는 그룹홈 친구들과 모여서 설문지를 작성하기도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작성하는 설문지는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고리가 되어 얼음처럼 딱딱하고 어색했던 사이가 자연스럽게 녹아서 풀어져버리는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논리적으로 질서정연하게 나열되어 있는 질문들을 통해 다양한 단어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 가끔씩은 모르는 단어도 알게 된다. 연구참여자들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설문지에 제시된 질문처럼 논리적으로 말하고자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몰라서 헤맸었는데 설문지를 작성하다보니 알게 되고, 처음에는 거북이같은 속도였는데 점점 토끼같이 빨리빨리 넘어가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한편으로는 연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설문지 하나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나의 작은 노력이 씨앗이 되어 나와 우리를 위한 든든한 열매를 맺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진다.

       3.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한 연구자

    1) 나를 이상한 애로 보는 차가운 사람

    연구참여자들에게 설문지를 보낸 그 사람은 ‘나를 보통 애들과 다른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싫은 사람’이다. 연구참여자들은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토대로 만들어진 부정적인 질문으로 인해 내가 아닌 나로 오해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함과 동시에 자신을 나쁜 아이로 생각하는 것 같은 연구자들을 통해 외부인에 대한 거리감을 형성해 간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나에 대해 안 좋게 보거나, 담배를 피거나 자살생각을 많이 하는 이상한 애’로 볼 것만 같은 불안감과 불신감에 휩싸이는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누구나 남들과 다른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청소년이라는 옷을 입는 순간 나쁘게 혹은 사회적 편견에 따라 정해진 부정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연구자에 대해 거리감을 느낀다. 연구참여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남과 비슷한 평범한 사람으로 비춰지길 기대하면서도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그저 인정해주고 수용해주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줄수 있는 멋진 어른을 기대한다. 이렇듯 특별한 집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그룹홈청소년(김선민‧조순실. 2010)들은 외부의 안 좋은 시선들을 이해하면서도 시설 밖 세상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속박해버리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설문지를 받는 것 자체보다 설문지가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질문들을 통해 편견과 낙인을 경험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이를 통해 ‘차가운 연구자’에 대한 그들만의 편견과 낙인을 재생산하고 있었다.

    2) 답만 빼내가려는 딱딱한 사람

    설문지란 ‘도움도 없고 손해도 없지만 설문지를 보낸 누군지 모르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에 그런가보다 하며 금방 해버리고 마는 과제’이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라는 종이를 통해 연구자와 대면하고 대부분 연구자가 요청하는 질문에 일방적으로 답변을 해줘야하는 위치에 있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연구자를 ‘딱딱하고 형식적인 사람’이라고 기억하곤 한다. 특히 설문조사 경험이 많은 연구참여자 일수록 그렇게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자란 그렇지만 딱 하나만 고르라고 말하는 무뚝뚝한 설문지처럼, ‘나에게서 답을 빼내가는 사람으로 필요한 것을 얻고 나면 끝인 관계에 있는 딱딱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의도치 않게 나와 가장 가까워야 했을 부모 그리고 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딱딱한 상호작용을 해본 연구참여자들은 진심어린 마음이 아닌 필요를 두고 거래를 하는듯한 딱딱한 관계에 큰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나를 이상한 애로 보는’ 부정적인 질문들을 자주 경험하면서 설문지를 보낸 연구자를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필요만을 위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마음에 품기 시작한다. 연구참여자들에게는 너무 민감하고 고통스러운 질문을 매번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연구자들에 대한 생각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연구참여자들은 연구자에 대해 나 자체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방적으로 연구자가 내놓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궁금해서 그냥 답을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답을 빼내려고 한다는 느낌은 연구참여자들에게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에’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자꾸 답을 알려고만 하니까 기분이 나쁘지만’ 하다 보니 어느새 덤덤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내놓을 답만이 아닌 나를 궁금해 하는 연구자를 기대한다. 즉, 연구자의 필요를 위한 질문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나를 위한 질문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연구참여자에게 나를 위한 질문이란 사회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자신을 평범하게 성장하고 있는 일반적인 청소년이라는 생각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질문을 말한다.

    3) 나도 알고 싶은 사람

    연구참여자들은 매번 설문지로만 만나는 연구자가 어떤 사람일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형식적이고 딱딱한 사람일 것 같다가도 따뜻한 사람일 것이라는 상반되는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하며 연구자에 대한 궁금증을 늘려 간다. ‘나에게 이상하고 기분 나쁜 질문들을 많이 보내긴 했지만 정말 연구자들이 좋아서 썼을지’ 의문을 품기도 하고, 만약 ‘어쩔 수 없이 썼다면 먼저 손 내밀어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기도 한다.

    연구참여자들은 비록 지금까지 연구자와 종이로만 좌충우돌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서로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서 편하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구자들이 설문지를 통해 나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았듯이 나도 연구자들에게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은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연구자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머리 속에 이미 박혀 버린 선입견들보다 연구자는 좋은 사람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로만 소통할 수 있는 연구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누가 나에게 설문지를 보낸 것인지,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다. 연구자란 나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람이자 연구참여자들도 알고 싶은 사람이었다.

    4) 고맙고 따뜻한 사람

    연구참여자들은 때때로 설문지를 자신에게 찾아온 고마운 종이 한 장으로 기억한다.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이걸 왜 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었지만 설문지에 답변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통찰하고, 그룹홈 선생님께 도움을 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경험을 갖게 된 연구참여자들은 마음 한 편 구석에 설문지를 보낸 연구자를 ‘되게 고맙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한 연구참여자는 설문지를 자신의 삶에서 값진 선물로 기억하고 그와 동시에 연구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는다. 비록 ‘나에 대한 이상한 편견을 담은 질문을 해서 피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연구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박혀 연구자를 따뜻하고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연구자들 중에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정말 나를 위해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청소년이 겪기에는 너무나 거센 풍파로 인해 다쳤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며 언젠가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으로, 그래서 따뜻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연구자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하면서 나의 마음을 파도처럼 출렁이게 하던 답답하고 아픈 질문보다 연구참여자들을 더 세게 껴안았던 것은 연구자는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그룹홈청소년의 눈높이로 설문조사의 의미를 파악하고 설문조사 경험을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기술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설문조사 경험 탐색은 설문조사를 수행하는 주체인 그룹홈청소년을 이해하고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양적 연구의 질적 향상 방안을 모색하는데 유용한 작업이 될 것이다. 본 연구의 연구 질문은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은 어떠한가?’이며 이를 위해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의 중심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감싸 안아주기도 하는 그룹홈에서 살기 시작한 후부터 충직하게 자신의 곁을 지켰던 종이였다. 즉, 어른인 연구자의 눈으로 만든 너무 길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설문지가 청소년인 연구참여자들에게는 어려운 과제로 다가왔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어른의 넓은 품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기도 하였다. 또한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거로 하는 질문들로 인해 오해받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속상해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설문지를 모두 작성한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설문지를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을 자신을 이상한 애로 보는 차가운 사람이자 답만 빼내가려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번의 설문조사 경험을 통해서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룹홈청소년이 경험하는 설문조사의 형식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설문조사는 설문지를 작성하는 청소년이 아닌 연구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른의 눈으로 구조화된 설문지의 형식은 청소년인 연구참여자의 눈에는 어렵고 지루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연구자들이 신뢰도와 타당도 향상을 위해 고심해서 넣었던 설문지 내의 비슷비슷한 질문들은 연구참여자들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질문이자 찍고 싶은 질문이었다. 또한 다양한 질문을 많이 묻기 위해 여러 척도를 줄줄이 이어 붙여 길어진 설문지는 연구참여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했던 설문지 유형 중에 하나였다.

    따라서 설문지의 질문 형식과 관련하여 연구자의 입장에서 만든 설문지가 청소년들의 관점에서는 어려울 수 있음을 기억하고, 질문 내용을 명확히 하며 신뢰성을 도모하면서도 청소년의 연령에 적절한 길이와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효과적인 응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룹홈청소년들을 수동적인 연구대상인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주체로 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청소년들과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청소년에게 알맞은 질문 형식을 반영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설문지의 표지에 연구의 목적을 상세하게 기술하되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작성하여 연구참여자들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연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언제든지 문의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연락처를 기재할 뿐만 아니라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연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연구참여자들이 연구자와 쉽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그룹홈청소년이 경험하는 설문지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지를 통해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특히 우울 ・불안, 비행, 자살생각과 같은 매우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설문지를 통해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설문조사 경험빈도가 많을수록 ‘그룹홈청소년은 자아존중감이 낮을 것이다’와 같은 사회적 낙인을 내재화하고 자신이 속한 그룹홈청소년의 특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남과 다른 ‘차이’가 아닌 ‘차별’로 내면화하면서 자기 자신을 낙인찍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설문조사의 질문으로 인해 오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이를 마음의 상처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설문지에 응답을 하면서도 그러한 질문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때로 위협적이거나 너무도 민감하게 다가와 응답을 피하거나 부분적으로 응답하게 되었다(김세원‧정익중, 2012). 자신과 떨어져 살게 된 부모님에 대한 질문이나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와 방임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답하기 어려워 하였다.

    따라서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내포한 질문이 좌충우돌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그룹홈청소년들에게는 마음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이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고자 할 때 부정적인 질문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질문을 함께 추가하는 등 설문지 내용 구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룹홈청소년들에게 자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단어들을 줄이거나 유사 단어로 교체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여 설문지로 인해 그룹홈을 포함한 가정외보호청소년들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해야할 것이다. 또한 그룹홈청소년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수행되어 온 연구들에 의하면 그룹홈청소년이 일반청소년에 비해 부정적인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러한 인식들이 선입견으로 변모하여 설문조사에 드러나게 되었을 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에게 내재화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즉, 설문조사를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그룹홈청소년들을 단순히 연구의 ‘대상자’가 아닌 우리가 ‘보호해야 할’ 청소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연구참여자들이 인식하는 연구자와 그룹홈 실무자들에 대한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여러 가지 위협적인 질문을 통해 연구자를 답만 빼내가려고 하고 자신을 이상한 청소년으로 보는 것 같은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자에 대한 생각들은 연구참여자들이 설문조사를 해나가면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유혹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특히 그룹홈 실무자의 지지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자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자신이 성실하게 조사에 응답한 일에 대해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그룹홈 실무자는 종이로만 대면하여 말이 없는 연구자를 대신하여 연구참여자에게 격려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연구자와 그룹홈 실무자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참여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마음 편히 설문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설문조사를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 발견되었을 때 적절하고 즉각적인 개입과 같은 사후 조치를 행하는 노력을 하여 연구참여자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아동복지분야에서 설문조사는 청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아동 ・청소년의 마음을 헤집고 나올 것이 아니라 설문 후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 사후관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지금까지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설문조사 특유의 장점으로 인해 양적 연구를 주로 수행해왔다. 청소년들의 행동적 ・정서적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경향을 이해하고 신뢰성이 높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양적 연구가 필수적이지만, 계량적 방법 뿐 아니라 그룹홈청소년들의 내면적인 경험 측면을 부각시킬 수 있는 질적 연구, 이 둘을 통합하는 혼합연구방법(mixed method) 등과 같은 다각적인 연구방법(triangulation)을 통해 청소년을 이해한다면 정책적 ・실천적 측면에서 이들에게 더 적절하고 필요한 개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가정외보호서비스 중 하나인 그룹홈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경험과 그 의미를 탐색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는 비단 그룹홈청소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 ・청소년, 나아가 일반 아동 ・청소년에게도 적용될 수 있으며, 더 확장하면 모든 설문참여자에게까지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 ・청소년이 설문조사를 통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성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설문조사가 상처를 최소화하고 성장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설문조사만 하고 빠져나올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연구대상자들과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사후과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질적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일부의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결과의 자료를 제공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member check)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을 탐색한 새로운 연구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그룹홈만을 대상으로 하여 다른 형태의 가정외보호인 아동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 청소년들의 경험을 포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후속연구에서는 설문조사 경험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시설 거주기간, 성별 등에 따른 하위집단 차이를 파악하거나 좀 더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정외보호유형을 포괄하고 중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시설을 퇴소한 성인 등 생애주기를 다 포함하도록 대상자를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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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 [<표 2>]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
    그룹홈청소년의 설문조사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