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드라마*

A Chinese Drama in the Post-socialism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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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이 글은 포스트 사회주의라는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전통적 사회주의의 정치 지향적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주선율 드라마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다양한 작품의 내용분석을 통해 고찰해 보았다. 먼저, 이론적인 고찰을 통해 주선율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보았으며, 초창기 주선율이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중국 사회가 변화하면서 주선율을 정치적으로만 규정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의 주선율 드라마도 정치극으로만 규정할 수 없으며 새로운 사회적 환경이 부여하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와 주선율 드라마 스스로 시장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대중화로의 전이가 상업 드라마가 즐비한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 그들을 살아남게 하고 있다.

    사회적 필요를 보면, 우선, 정치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것은 다시 정책선전과 사회교화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는 주선율 드라마 작품들이 개혁․개방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주선율 드라마는 중국 전통문화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화와 대외개방으로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글로벌 문화상품들이 진입하게 되고 중국 전통문화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80년대 초반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작품들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전통 문화 수호의 연장선상에서 민족자존감을 지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개혁개방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외래문화를 접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약한 민족정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주선율 드라마는 이들에게 중국 전통문화의 위대함과 이전 세대들의 치열했던 삶을 제시하면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와 더불어, 주선율 드라마들은 시장체제에서 살아남고자 대중화로의 전이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서사전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첫째, 정치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보다는 윤리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며, 둘째, 영웅 신화를 생산하기 보다는 평민을 서사전략의 핵심에 두고 있으며 셋째, 통속극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서사전략의 변화는 일상적 소재들을 통해 작품의 현실감을 증대시켜 일반대중들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상품으로서 소비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This paper considered chinese mainstream drama that had been appreciated by taking over traditional socialism's political-oriented through drama content analysis, in the Post-socialism era as market-oriented new social environment. first, through the theoretical consideration, we have seen what is mainstream, and we verified the early mainstream had a political nature, but can not be defined only by political drama while Chinese society is changing. Therefore, in China today mainstream drama can not only be defined as political pole, but mainstream drama survive in the china market, where the commercial drama adapted to the market system itself, and a variety of social needs, to give a new social environment, the transition to the popularization of them survive in the China market, where the commercial drama.

    From social needs side, Politics still can not be ruled out. This can break the policy, propaganda and social edification, the works in accordance with the purpose of each mainstream drama appear after reform and opening up until the 2000s,. The mainstream drama has been protect the traditional Chinese culture. With magnetization and external opening, the global culture with a variety of ideologies entered and made the traditional Chinese culture in crisis. In this regards, those dramas which to find the roots of the traditional culture were very popular in the early 80s. Lastly, mainstream drama also protec nation’s pride as an extension of the traditional cultural patron. The generation born after the reform and opening up, is exposed to a foreign culture from an early age can have a relatively weak national identity. Mainstream drama showed the greatness of traditional Chinese culture and the fierce life of the previous generation not lose its identity as Chinese. With these social needs the drama mainstream try to survive in the market system, with the transition to the popularization, which focus on the narrative strategy. First, rather than to deliver the message directly emphasize on the political ethics, and the second, the commoners, rather than producing the myth of the hero, at the core of the narrative strategy, third, mainstream drama attempts to harmonize with popular drama. These changed narrative strategies made an effort to become cultural product to increase the realism of the work through daily life material and consensus of opinion.

  • KEYWORD

    주선율 , 중국 드라마 , 정치성 , 대중화 , 포스트 사회주의

  • 1. 들어가며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시대를 반영한다.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은 시대와 소통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정 사회, 특정 시대의 사회적 변화나 조류(潮流)는 드라마에 그대로 체현되어 나타날 수 있으며, 이것은 시청이라는 소비 행태로 다시 그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이로부터, 드라마는 특정 사회, 특정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쉬징시(徐景熙)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텔레비전 드라마들의 사례를 들며, 이러한 작품들이 사랑받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된 결과이지만, 중요한 공통점 한 가지는 ‘시대성(時代性)’을 체현하고자 했고, 이것이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1) 이로부터, 이 글은 드라마의 대중문화로서의 속성을 통해 오늘날 변화된 중국 사회의 일면을 읽어 보고자 하였다.

    중국에서 처음 드라마라는 문예장르가 등장한 것은 1958년이다. 베이징 방송국(현, CCTV)이 개국하면서, 유관 인사들이 드라마의 방영을 천명했고, 이후 <야채떡한입(一口菜饼子)>이라는 중국 최초의 드라마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런데, 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중국은 정치투쟁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20분짜리 단막극인 이 작품도 ‘어려울 때를 생각하고 양식을 아낀다(忆苦思甜、节约粮食)’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당시 대약진(大跃进) 운동이 표방하는 바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문화대혁명 이전까지 중국 대륙에서 제작된 드라마는 180여편2)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은 <꼬뮨당 서기의 딸(公社党委书记的女儿)>, <시험장에서의 반수정주의 투쟁(考场上的反修斗争)>, <신성한 책무(神圣的职责)>등과 같이 제목에서부터 사회주의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에서 드라마가 국가정치문화의 도구로 기원하였음을 보여준다. 이후,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에 들어서면서 텔레비전이 완전한 정치선전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중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더 이상 제작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홍(尹鸿)은 「중국 텔레비전 문화 50년(中国电视剧文化50年)」에서 문화대혁명 이전까지의 시대를 드라마의 ‘선교(宣教)의 시대’3)라고 칭하고 있다. 즉, 이 시기 중국 드라마는 ‘정치 선전(政治宣传)과 사상 교육(思想教育)’의 도구였다.

    중국 드라마가 오늘날 문화상품으로서의 모습을 갖춰 가기 시작하는 것은 78년 개혁개방 이후라고 말할 수 있다. 시장의 등장은 사회주의 대신 상업주의와 소비주의를 확산시켰고, 텔레비전 또한 시장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정치선전의 도구로서만 기능하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텔레비전이 정치선전의 도구에서 벗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각 콘텐츠들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하였다. 드라마의 경우, 70년대 후반 소생기를 거쳐, 비록 80년대까지는 드라마 소재의 다양화만이 이루어지게 되지만, 90년대 부터는 <갈망(渴望)>,<편집부이야기(编辑部的故事)>와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미학적 품격이 확대되고 ‘유형화(类型化)’가 시작되었고, 사랑, 배신, 불륜, 행복등 인간사의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통속극(通俗剧)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가정극, 멜러극, 역사극, 첩보극, 정치극, 군사극등의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이 공존하면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서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4) 오늘날 중국 드라마는 연평균 400여 편이 생산되고 있는데, 2012년에는 506편, 17703회가 제작 되었다고 한다.5) 이상의 변화는 대중문화로서 성숙해 가는 중국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초창기 사회주의라는 구조화 된 정치 문화의 틀속에서만 제작되고 방영되었던 중국 드라마는 텔레비전이 정치와 거리를 둘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소재가 실험되고 최근에는 차별화 된 문화상품으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 드라마는 엄청난 크기의 시장규모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발전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중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도 되지 않는다. 선행연구들을 검토해 보면, 2003년 김미란이 「90년대 중국 대중문화:드라마<渴望>분석」에서 처음으로 중국 드라마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후 다른 연구 성과들은 거의 없었고, 2009년 문성철, 정은정의 「중국 드라마의 특성에 관한 연구」, 이승은, 김정욱의 「중국 TV드라마에 나타난 주선율 문화의 양상 분석」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던지기보다는 현상에 대한 분석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해 보고자 하였다.

    이상에서 우리는 달라진 중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모습과 국내의 중국 드라마와 관련한 기존 연구 현황을 살펴보았다. 시장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 사회주의의 등장은 중국 드라마로 하여금 문화상품으로서 다채로운 모습을 갖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포스트 사회주의내 시장체제라는 새로운 사회 환경속에서 구체제에서의 정치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되었던 ‘주선율(主旋律)’ 드라마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는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과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이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다양한 작품들의 내용분석을 통해 그것이 포스트 사회주의의 도래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필요와 시장경제에 부합하기 위한 주선율 드라마 스스로의 대중화로의 전이에 있음을 주장한다. 즉, 초창기 주선율 드라마는 정치선전극(政治宣传片) 정도로 규정되었지만 최근에는 한 편으로 지배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나 시대적 사명의 반영등 정치적 역할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다양한 대중서사전략과 결합해 정치적 유형의 문화텍스트로 변형되어, 오늘날 중국 대중문화 속에서 문화상품의 하나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이 글은 우선 주선율에 관한 이론적인 논의를 전개하였다. 많지는 않지만 국내의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중국의 주선율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보았고, 중국 지역의 드라마 전문가들의 인식도 분석하면서 과연 주선율이 무엇인지 고찰해보았다. 다음으로, 포스트 사회주의 환경 속에서 중국의 주선율 드라마들이 어떻게 변화 발전하고 있는지 논의했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바탕이 되는 대중매체 환경의 변화에 관해 논의했는데, 개혁개방이후 중국 사회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드라마의 생산플랫폼이 되는 대중매체의 변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변화는 응당 주선율 드라마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주선율 드라마의 성장과 발전에서는 오늘날 중국 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현실이 주선율 드라마에 대한 수요를 만든다는 것과 주선율 드라마 스스로 시장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화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 밖에, 사회주의는 개혁개방을 기준으로 전통적 사회주의와 포스트 사회주의로 구분하였으며, 포스트 사회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은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공모한다는 한계를 갖는 차별화 된 시장이다. 요컨대, 이 글은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 달라지고 있는 주선율 드라마에 대한 탐색을 통해 변화하는 중국 대중문화의 모습을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1)徐景熙, 「论电视剧的当代性」, 『南通师范学院学报(哲学社会科学版)』 第16卷第1期, 2000, 14쪽.  2)吴素玲, 『中国电视剧发展史刚』, 北京:北京广播学院, 1997, 32쪽.  3)尹鸿, 「中国电视剧文化50年」, 『中国电视』 第10期, 2008, 9쪽.  4)조복수, 「중국 드라마 성장의 역사적 고찰」, 『인문과학연구』 31권, 2013, 262-279쪽 참조  5)中华人民共和国2012年国民经济和社会发展统计公报, (http://www.stats.gov.cn/tjgb/ndtjgb/qgndtjgb/t20130221_402874525.htm:최초검색일 2013.4.13)

    2. ‘주선율(主旋律)’에 관한 이론적 논의

    우선, 주선율이란 무엇일까에 관한 논의부터 시작해 보고자 한다. 주선율이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 다만, 80년대 말부터 영화나 드라마등의 제작과 관련한 각종 기획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추론할 뿐이다. 국내에서 중국의 주선율 문화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자는 사실상 없다. 때문에, 주선율에 관해서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문화, 문학등의 연구자와 신문방송학 연구자들의 연구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 주선율은 전통적 사회주의에서의 정치적 경향성을 반영한 것으로만 인식된다. 영화연구자인 강내영은 “주선율이란, 공산당의 혁명전통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재현한 영화로서, 국가에 의해 기획되고 지원되고 제작되는 영화를 말한다.”6)고 지적한다. 문학자인 이승은, 김정욱은 “중국TV드라마의 현실 재현의 구성 양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각 시기마다 TV드라마는 관방(주선율) 문화와 일정한 장력 속에서 제작되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7)고 말하고 있는데, 관방문화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인식의 폭은 조금 넓어졌지만 사실상 강내영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문화연구자인 이응철은 문화적 관점에서 좀 더 상세하게 접근한다. “주선율 영화란 중국 공산당에서 제기한 일종의 문화사상 개념으로 사회주의, 애국주의, 집단주의 정신을 핵심내용으로 하며 이를 고양시키기 위한 영화를 일컫는 표현이다.”8)고 지적한다. 주선율을 일종의 정치문화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이상의 연구자들과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문화를 통제하는 주체는 공산당이고 주요 내용을 사회주의, 애국주의, 집단주의로 규정한 것은 마찬가지로 주선율을 전통적 사회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인식하는 앞의 연구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밖에 일부 신문방송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주선율은 구체제의 연속선상에서 정치적으로 인식되어 쓰여 지고 있다. 다만, 문학자인 박춘식만이 조금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 그는 “흔히, 주선율 영화에는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내재되어,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중들에게 주입을 해왔었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선율 영화를 경계하고 폄하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중국 성립 이후 정책에 의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정치선전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기억의 지속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9)며 이러한 인식을 비판한다. 요컨대, 국내에서 중국의 주선율에 대한 인식의 핵심은 ‘정치성(政治性)’, ‘선전성(宣传性)’이며 이렇게 볼 때 주선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나 드라마 등의 문화상품들은 정치적 도구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주선율에 대한 인식도 출발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선율이라는 단어는 1987년 당시 광전총국 영화국장이었던 텅찐시엔(腾进贤)이 ‘주선율창작’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처음 언급했는데, 89년에는 전국텔레비전 드라마 소재 기획회의에서 드라마에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주선율이라는 단어가 공산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장쩌민(江泽民) 당시 당 총서기는 ‘사개일체(四个一切)’10)라는 사상노선(思想路线)을 제시했는데, 다시 말하면 이러한 사개일체에 부합하는 것이 곧 주선율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적 관점에서 보편화를 시켜보면, 주선율은 국내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90년대 시장이 중국 사회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사회주의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가면서 주선율은 기존의 정치성외에 다른 함의를 가진 것으로 확대 해석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때 등장한 것이 ‘주선율을 확산시키고, 다양성을 노래한다(弘扬主旋律、提倡多样化)’는 문화 방침이었다. 90년대 이후, 중국학자들의 주선율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왕웨이궈(王伟国)는 장쩌민이 제시한 사개일체가 범주화하는 주선율의 범위에 대해 상당히 광범위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이 현실생활에서 인민들의 혁명투쟁과 사회주의 건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혁명 역사 속에서 영웅적인 인물이나 인민을 찬양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11) 드라마를 연구하는 리쥔(李君)도 “주선율 드라마의 소재는 매우 광범위하다, 현실 사회 속에서 인민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생활과 고상한 품성일 수 있으며, 혹은 뼈를 깎는 어려움과 악마적인 사악함과 투쟁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역사 속에서 두드러지는 우수한 인물일 수도 있다.”12)며 왕웨이궈와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왕헤이터(王黑特)같은 이들도 장쩌민의 사개일체는 십분 관용적인 것이라면서 장쩌민의 발언이 주선율을 정당 정치의 항목으로 제한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한 외부 조건만을 가지고 드라마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주선율 드라마의 모든 서사 언어와 사상적인 의미가 항상 공산당이 이끄는 주도문화, 관방문화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13) 실제로, <영웅은 후회하지 않는다(英雄无悔)> 같은 작품은 경찰간부의 신화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주선율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평범한 경찰과 각종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뚜잉(杜莹)은 이러한 변화를 드라마의 시장화로 판단하면서 “세속화, 오락화 그리고 희극화 요소의 영향 아래에서, 주선율 드라마는 더 이상 정치선전극이 아니며, 인성(人性)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끌어내 관중들과 공유하고 있다”14)고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들은 포스트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확대된 주선율의 개념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상의 논의를 통해 주선율이 일종의 정치문화였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포스트 사회주의가 등장하고, 90년대 이후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주선율은 좀 더 확대된 함의를 갖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문화 작품들에 적용시켜보면,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주선율은 이제 단순한 정치문화에서 방점을 어디에 찍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건륭황제와 청향비(乾隆与香妃)> 작품은 청나라 건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애정극이지만 청향비는 <황제의 딸(還珠格格)>의 시아오옌즈처럼 단순한 재미를 만드는 인물은 아니다. 극중 청향비는 민족대단결의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며 이러한 이미지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이 작품의 해석의 방점을 청향비에 찍을 경우 사실상 주선율 드라마가 된다. 쉬따웬(徐大文)은 이렇듯 새로운 환경 속에서 확대된 주선율의 개념을 드라마에 적용하면서 “주선율 드라마는 특정시대, 특정인물에 내재된 정신을 파악하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예술적 허구와 상상을 진행하며, 역사라는 거대서사 속에서 중국의 전통문화와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결합해 중국의 시청자들이 무의식중에 중국민족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15)고 지적한다. 이러한 주선율의 변화는 영화계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펑타오(彭涛)는 “만약 우리의 주선율 영화가 하나의 문화를 지향해 가면서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융합하고, 국내와 국외의 문화를 융합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보다 광범위한 확산력을 가진 ‘공공문화(共同文化)’의 창출일 것이다. 이것은 주선율 영화가 곧 좀 더 다양한 지향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16)라며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들은 결국 주선율이라는 것이 단순한 정치문화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적 가치를 지향하는 포괄적인 문화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선율의 개념에 대한 확대된 인식은 정치권에서도 나타난다. 2007년, 주선율 슬로건의 등장 20주년을 맞이하여, 당시 국가광전총국(国家广播电影电视总局) 드라마관리국 부국장인 왕웨이핑(王卫平)은『남방주말(南方周末)』과의 인터뷰에서 주선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린다. “인정(人情), 인성(人性)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모든 것이 주선율이고, 적극적이고, 건강하고, 진취적이며, 이상을 지향하고, 유익한 모든 것들이 주선율이다.”17)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중국 주선율 문화에 대한 인식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일 수 밖에 없다. 이 글은 이러한 중국적 관점에서의 포괄적 주선율의 개념을 차용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

    6)강내영, 「전환기 중국 영화산업의 새로운 동향과 특징 연구」, 한국중문학회 2011춘계국제학술대회 자료집  7)이승은, 김정욱, 「중국TV드라마에 나타난 주선율 문화의 양상분석」, 『중국인문과학』 제43집, 2009, 622쪽.  8)이응철, 「현대중국의 주선율 영화와 독립 다큐멘터리:장르의 형성과 국가의 역할」, 『비교문화연구』 제14집 1호, 2008, 193쪽.  9)박춘식, 「주선율 영화의 궤적분석」, 『중국어문학』 제53집, 2009, 241쪽.  10)모든 것이 애국주의, 집체주의, 사회주의 사상과 정신에 유리한 것이어야 하고, 모든 것이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의 사상과 정신에 유리한 것이어야 하고, 모든 것이 민족단결, 사회진보, 인민행복을 위한 사상과 정신에 유리한 것이어야 하고, 모든 것이 성실한 노동을 통해 행복을 쟁취하는 사상과 정신에 유리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상노선이다.  11)王伟国, 「关于拍好主旋律电视剧的随想」, 『中国电视』 第5期, 2001, 11쪽.  12)李君, 「浅论中国电视受众对主旋律电视剧的审美期待」, 『中国电视』 第5期, 2004, 52쪽.  13)王黑特, 「对话与互动:90年代以来中国电视剧主导文化结构分析」, 『电视研究』 第5期, 2004, 52쪽.  14)杜莹, 「主旋律电视剧的审美亮点」, 『商业文化(学术版)』, 2007, 100쪽.  15)徐大文, 「浅析消费文化语境下主旋律电视剧的突围」, 『影视艺术』 第5期, 2012, 41-42쪽.  16)彭涛, 「中国电影史链条上的主旋律电影及其未来走向」, 『华中师范大学学报』 第52卷第2期, 2013, 106쪽.  17)熊国荣, 「电视剧批评话语中主旋律内涵的流变」, 『现代传播』 第1期, 2012, 79쪽 재인용.

    3. 포스트 사회주의와 주선율 드라마의 발전

       3.1. 대중매체 환경의 변화와 콘텐츠의 상품화

    전통적 사회주의 시기, 중국에서 각종 대중매체는 국가의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온 나라가 사회주의만으로 가득하던 상황에서 대중매체에 대한 이러한 역할 규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사회주의 중국이 건국된 이후, 개혁개방 이전까지 주류 매체는 사실상 종이신문이었는데, 주봉의의 글을 보면 문혁 이전까지 당 기관보의 비중은 평균60%에 이르렀고, 문화대혁명에 이르러서는 평균70%정도를 넘어서고 있다.18) 이러한 환경은 58년 중국에 텔레비전이 출현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50년대 중반부터 개혁개방이전까지 중국이 대약진(大跃进)이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과 같은 정치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음을 감안해 보면 굳이 다른 예를 찾지 않아도 중국 텔레비전이 사회주의에 대한 선전으로 가득했음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화적 관점에서 중국 텔레비전이 모범극(样板戏)19)으로 가득 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공산당의 통제라기보다는 당시 대중매체가 당면한 ‘사회주의 미디어 환경(Media-environment)’이 부여하는 당위성에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 사회주의가 등장하고 시장이 중국 사회에 영향력을 갖기 시작하면서 중국 대중매체가 당면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치열했던 이데올로기 정치투쟁에서 막 빠져 나온 80년대는 기술력도 현저히 떨어졌고, 표현 형식이 비교적 단순하였으며, 대중문화담론과 소통 방법 등에서 크게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지만20), 텔레비전의 경우 광고가 부활했고 드라마 등의 문예작품들도 다시 제작되기 시작하는 등 대중문화의 전반적인 부활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90년대에 시작되고 있다. 92년 덩샤오핑(邓小平)이 「남순강화(南巡讲话)」에서 개혁개방을 지속해 나갈 것을 천명하면서 중국 사회의 시장화 개혁은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중매체의 경우, 96년에 당시 국가 주석이었던 장쩌민(江泽民)이 인민일보사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경영과 관리’21)를 언급하면서 대중매체의 경제적인 속성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국가 최고 지도자들의 발언은 중국 대중매체 전체가 정치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가지고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고, 중국 텔레비전도 보다 적극적인 시장화발전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95년부터 CCTV는 광고시간을 공개경매로 판매하고 있다. 공개경매의 등장은 자체가 시장화의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CCTV의 이러한 행보는 미디어 마케팅(Media Marketing)의 개념이 주목받는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22) 2000년대, CCTV의 시장화 행보는 소위 데스크(Desk)까지 나서면서 좀 더 구체적이 된다. 2003년, 사장이 직접 ‘꼴찌도태제(末位淘汰制)’의 도입을 천명하였는데, 쉽게 말하면, 이는 시청률 꼴찌 프로그램은 폐지하겠다는 말이다. 당시, 사장이었던 짜오화용(赵化勇)이 중견간부회의에서 언급한 내부 개혁조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뉴스 채널을 제외하고 기타 다른 채널들은 점차 상업화 된 전문채널로 전환하고, 철저한 시장주의 원칙을 도입하며, 광고수입이 프로그램의 생존을 결정하도록 하여, 텔레비전 채널의 상업화 된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23) 이러한 사실들은 중국 텔레비전이 지속적으로 시장화 발전전략을 추구해 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외부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내부 콘텐츠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보여지고 있다. 이미 서론에서도 언급한 바, 드라마는 90년대 이후 <갈망(渴望)>, <편집부 이야기(编辑部的故事)> 등의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유형화(类型化)’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랑, 결혼, 불균, 배신등의 일상적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장르의 통속극(通俗剧)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타향누이(外来妹)>, <달팽이집(蜗居)>, <벌거벗은 혼인(裸婚时代)> 등과 같이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누리고, <궁(宫锁心玉)>, <보보경심(步步惊心)> 같은 새로운 서사형식의 ‘타임 슬립극(Time slip)’들도 등장하고 있음은 중국 텔레비전을 정치적 획일화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다채로움’으로 채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뉴스나 예능프로그램도 달라지고 있다. 뉴스의 경우, CCTV-1에서 7시 전국에 방영되는 <뉴스보도(新闻联播)>처럼 전통적 사회주의의 색채를 가진 보도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뉴스1+1(新闻1+1)>, <초점방담(焦点访谈)>, <오늘의 초점(今日关注)>, <세계는 지금(环球视线)>, <함께 사는 세상 (共同关注)> 등과 같이 다양한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이 출현했고 보도하는 방식이나 목적도 각각 다르다. 예능의 경우도, 후난텔레비전(湖南电视台)에서 제작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 여가수(超级女声)>이 휴대폰 문자 투표를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채널을 만드는 등의 시도를 하여 인기를 끌었고, 전통적인 주선율로 평가되었던 CCTV-1의 <설날연회(春节晚会)>는 프로그램 방영 중 간접광고(PPL)의 등장으로 ‘전통적 이데올로기의 소외(传统仪式的异化)’라며 비판을 받고 있다.24) 이러한 복잡한 변화의 추세는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환경이 중국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의 변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3.2. 주선율 드라마의 성장과 발전

    3.2.1. 당면한 사회적 현실과 주선율 드라마의 역할

    이상에서 우리는 달라진 중국의 대중매체 환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새로운 사회적 환경으로서 포스트 사회주의는 중국 대중매체의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중국 대중매체, 특히 텔레비전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서론에서 제기한 바, 경제를 지향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를 지향하는 성격을 가진 드라마가 아직도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우선 중국이 당면한 새로운 사회적 환경이 만드는 필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환표는 “한국인의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몰입은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요구하는 한국인의 고강도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공화국’은 스트레스 공화국”25)이라고 말하고 있다. 드라마를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전제할 때, 중국도 사회적 스트레스와 드라마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전환기에 당면한 중국이기에 이러한 구체제의 붕괴와 신체제의 미성숙, 혹은 국가와 시장의 공존에서 오는 혼란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양극화의 문제, 실업문제, 관리부패, 물가상승 등의 사회적인 문제들도 일반대중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90년대 중반이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26)하면서 서구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다양한 문화상품들이 중국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문화적 충돌이 생기게 되었고,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각 대중문화상품의 시장들이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충돌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이제 막 ‘소강사회(小康社会)’에 진입한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흔들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기에 중국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단기간의 정책적 수단이나 국가의 통제로 해결될 수 없다는데 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인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당면한 스트레스에 대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필요가 생긴다. 그리고 여기에 주선율 드라마는 자국의 문화적 가치의 지향을 통해 국가가 인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형식은 전통적 사회주의와 달라진 것이 없다. 국가는 행위의 주체이고, 드라마는 선전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씨옹궈롱(熊国荣)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이용과 충족이론(Use and gratification theory)’을 전제했을 때, 주선율 드라마가 사랑받는 것은 필연적으로 주선율이 대표하는 주류사상과 가치관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27)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이상에서 논의했던 포괄적 개념을 바탕으로 주선율 작품이 수요가 존재하는 문화상품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전통적 사회주의와는 분명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주선율 드라마도 과거와는 달리 더 이상 정치적 선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주선율 드라마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개혁개방이후 드라마의 역사 속에서 주선율 작품들이 당면한 사회적 현실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지 몇 가지를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정치성은 여전히 주선율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성은 정책선전(政策宣传)과 사회교화(社会教化)의 필요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정책선전과 관련해서는 80년대 전반기 개혁개방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등장한 것을 들 수 있다. <치아오공장장의 취임기(乔厂长上任记)>, <여기자의 화외음(女记者的画外音)>, <신문계시록(新闻启示录)>, <신성(新星)> 등과 같은 작품들은 중국 정부의 개혁개방정책을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12부작의 중편 드라마 <신성>은 그 해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개혁개방의 명운과 미래에 관한 대토론을 이끌어 냈다.28) 다음으로, 사회교화에 해당하는 것은 90년대 초반 사회주의 선전을 목적으로 했던 ‘홍색경전극(红色经典剧)’이라고 불리는 정통주선율 작품들과 2000년대 초반의 군사극의 유행을 들 수 있다. 우선, 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후, 90년대 초반 중국은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정치적 안정이라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 애국주의를 강조했던 <평화의 시대(和平年代)>, <포위망을 뚫다(突出重围)>, , <돌격병사(士兵突击)> 등과 같은 작품들이 등장했고. 더불어, 인물을 신화화한 <철인(铁人)>, <찌아위루(焦裕禄)>, <당원이 두려워한 엄마(党员二愣妈)>, <중국신화(中国神话)> 등과 같은 작품들도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소구하였다. 다음으로, 2000년대 초반에는 군사극이 유행하였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지적되지만 당시는 후진타오(胡锦涛) 정권으로의 교체기였고, 혁명투쟁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안정의 필요가 존재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동방의 일출(日出东方)>, <장정(长征)>, <연안의 노래(延安颂)>, <빛나는 검(亮剑)> 등이 군사적 소재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둘째, 주선율은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지킴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80년대 전반기 중국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는 작품(寻根电视剧)’들이 유행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화가 심화되면서 전통문화와의 단절이 생기고, 근대화 된 외래문화가 진입하면서 중국 전통문화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자국의 역사, 사회 그리고 민족 자존감에 대해 재평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인식도 심화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많은 작가들과 문학이론가들은 민족 전통문화로 돌아가 단절된 문화의 뿌리(根)와 얼(血脉)을 찾아보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29) 이러한 필요에 의해 1985년방영된 린위탕(林语堂)의 <쓰스통탕(四世同堂)>이 크게 주목받았고, <파상과 그의 동생들(巴桑和他的弟妹们)>, <태양은 여기서 떠오른다(太阳从这里升起)>, <딴이(丹姨)> 등도 같은 당시의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 작품들이다.

    셋째, 주선율은 중국의 민족 자존감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자(孔子)>, <손중산(孙中山)>, <공화정을 향하여(走向共和)> 등과 같은 정통사극들과 역사적 사건을 다룬 <관동으로 가다(闯关东)> 같은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중국 전통문화는 문혁시기에 타도의 대상이었고 이념투쟁에 의해 상당수가 파괴되고 단절되었다고 여겨진다. 때문에, 문화대혁명의 말기나 개혁개방 초기에 태어난 청년세대들은 전통 문화의 영향력을 비교적 덜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민족자존감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80后’세대나 90년대 이후에 출생한 ‘90后’세대는 중국인으로서의 민족자존감이 더더욱 약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중국의 청년 세대들은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면서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외국영화, 드라마 그리고 영어교육의 기회를 접하게 된다. 이로부터, 그들의 가치관(价值观)과 인생관(人生观)은 서구문화의 일정한 영향을 받게 된다.30) 이들에게 주선율 드라마는 중국인으로써의 민족 자존감을 공고히 하는 채널로도 작용할 수 있음이다. 그 밖에 다양한 시대적 필요에 의해 중국적 가치를 지향하는 주선율 드라마들은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청년보(中国青年报)』의 한 조사에 따르면, 90.9%의 피조사자가 사회는 진, 선, 미를 갖춘 주선율 드라마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한 편의 좋은 주선율 드라마는 한나라, 한 시대의 핵심부분을 이룬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우수하고 영원한 가치를 포함하고 있고, 민족의 핵심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이다.31) 이는 오늘날 중국 사회에서 주선율 작품들이 아직도 사회적 필요를 가지고 있음을 수용자의 인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 중국의 주선율 드라마들은 비록 중국 사회가 시장지향이라는 전환기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당면한 사회적 필요로 인해 여전히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이다. 작품 속에 정치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고, 국가가 기획을 주도한다는 점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차이가 있지만 자국의 전통 문화를 지키고 민족자존감을 전수한다는 측면에서의 주선율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3.2.2. 주선율 드라마 서사전략의 변화

    3.2.2.1. 기존 작품의 서사전략에 대한 비판

    이상에서 우리는 주선율 작품들이 당면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 아직도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더불어, 주선율 드라마 스스로 시장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변화는 작품의 서사전략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주선율의 개념이 확대되었고 새롭게 등장한 포스트 사회주의 환경 속에서 기존 주선율 작품들의 서사전략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은 뜻 밖에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당 중앙위원이었던 리루이환(李瑞环)은 중국 드라마의 유형화 시대의 문을 열었던 <갈망>을 예로 들면서 기존의 주선율 드라마들을 비판한다. 그는 “문예작품은 우선 수용자들이 재미있어 해야 하고, 다음으로 사회 교화를 생각할 수 있다.”32)고 지적한다. ‘재미(好看)’라는 단어의 등장은 그 동안 주선율 드라마가 중요시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또한 먼저 주목을 받아야 한다는 ‘관상성(观赏性)’을 우선하고 있다는 점은 정치권의 주선율드라마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관상성을 우선 순위에 두지는 않았지만 쉬웬위(许文郁)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그는 “주선율 드라마 역시 예술품이다. 따라서 선전이라는 본질은 반드시 예술적 품격을 통해 드러나야 하는데, 사회교화의 계몽성(导向性)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상성(观赏性)사이에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33)고 말한다. 즉, 초창기 주선율 드라마들은 현실과는 다른 과도하게 이상화 된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해 왔는데, 시장에 의해 달라진 사회 환경은 강요가 아니라 재미, 예술성등을 통해 수용자들에게 주목 받을 것을 말하고 있다. 이후, 표현만 다를 뿐 초창기 주선율 드라마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비판은 주로 서사전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우광짜오(邬光照)는 “대중매체와 영상문화의 대중화, 상업화 그리고 예술적 가치가 다원화 된 시대에, 과거 전통적 사회주의 시기에서의 강요적 성격을 띤 설교방식과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의 논리가 내재된 주선율 드라마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행정명령을 통해 사람들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응당 있어야 할 커뮤니케이션 효과와 침투력도 기대하기 어렵다.”34)고 지적한다. 이것은 주선율 드라마가 직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비판한다. 양딩(杨鼎)도 초창기 주선율 드라마의 ‘극단적인 서사(激情叙事)’를 지적하면서, “비록 특정시기 혹은 특정 배경에서 이러한 드라마들은 일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문화 시장이 성숙 되어가고, 수용자들의 수준이 제고됨에 따라, 이러한 낙후된 예술형식을 통해 주선율을 선양하는 것은 예술적 생명력이나 선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한다.”35)고 말하고 있다. 주선율 드라마가 ‘일상의 논리(生活的逻 辑)’를 반영할 것을 주장했던 웬리(袁莉)는 “초창기 많은 주선율 드라마들이 중점을 두었던 것은 모범적인 ‘전형(典型)’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웅적인 인물의 위대함을 제시하고자 일상의 논리는 무시되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은 영웅적인 인물의 ‘높음(高), 웅장함(大), 완벽함(全)’36)으로 가득했는데, 이러한 인물은 일상 속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감동도 없었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었다.”37)고 지적한다. 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에 대한 비이상적인 서사전략에 대한 비판이다. 요컨대, 80년대 이래로, 주선율 드라마는 중국의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으며 오늘날 중국 수용자들의 사상관념과 심미적인 문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는 중국사회에서 주선율 드라마들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말해 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선율 작품들은 중국 드라마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하게 이상적인 신화화된 서사전략은 이상에서 언급했던 비판들을 만들어 냈고, 이것은 주선율 드라마로 하여금 혁명전통이나 역사를 소재로 하거나 군사 혹은 영웅을 소재로 한 모범극의 틀을 벗어나 여러 가지 다른 서사전략을 찾게 하였다.

    3.2.2.2. 서사전략의 대중화

    이상에서 우리는 주선율 드라마의 서사전략이 일상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고, 과도하게 이상적인 것들이 수용자들에게 강요되면서, 이에 대한 꾸준한 비판이 있어 왔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주선율 드라마들이 택한 개혁노선은 ‘서사전략의 대중화(大众化)’였다. 이러한 대중화로의 전이는 다음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3.2.2.2.1. 일상 윤리로의 전환

    포스트 사회주의가 등장하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도덕적인 가치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또한, 전통적인 윤리질서와 시장질서의 등장에 따른 소비사회의 새로운 문화가 서로 모순되면서 충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이건 윤리적인 부분은 전통적인 질서를 따르기 마련이고 이것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90년대 이후, 주선율 드라마는 이러한 전통적인 윤리질서를 새로운 서사전략으로 사용하면서 ‘정치윤리화’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혁명 역사를 소재로 한 텔레비전 연속극<장정(长征)>은 영웅 신화를 생산해 냈던 기존의 선험적이고 과도하게 이상화 되었던 상투적인 서사전략을 타파하고 역사 속 인물들의 다양한 인성(人性)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마오쩌둥(毛泽东)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이전과는 달리 평범하고 일상화 된서사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의 신적인 능력보다는 부부간의 정(夫妻之情), 부자간의 정(父子之情), 측근들과의 정(同志之情)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인들에게 좀 더 친근감 있는 마오쩌둥을 재현해 내고 있다. 이러한 서사전략은 중국인들에게 좀 더 진실 되고 심미적인 가치를 지닌 영도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열정을 불태운 세월(激情燃烧的岁月)> 또한 인성의 묘사에 중점을 둔 주선율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품의 주요 내용은 혁명 군인인 스광롱(石光荣) 일가의 보통의 일상생활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작품은 한 편으로 스광롱이 평화롭고 소소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혁명정신을 불태우는 모습을 그리면서, 다른 한 편으로 군인가정의 평범한 일상생활과 감정의 대립, 모순의 충돌을 역시 윤리라는 포장지를 통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비록 집안의 소소한 것들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지만 극 중에는 현대감과 일상적인 분위기가 충만하고 있다. <충성(忠诚)>은 반부패의 이념을 반영한 작품이다. 극 중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도, 일상화되고 감성적인 서사전략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정치적 이념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피하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격동의 사회적 모순 속에서, 개인의 모순이 발생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숭고한 정신과 선명한 현실적 특징을 가진 개혁자의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 기사성(记事性) 드라마인 <렌창샤(任长霞)>도 부모, 자식, 남편에 대한 정을, 지도자, 동료, 인민들에 대한 정과 교묘하게 일치시켜, 가정과 국가의 도덕적 이상을 체현해 내면서 전통 문화의 윤리관에 부합하도록 하고 있다.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윤리는 또 다른 권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윤리가 그 사회에 강요하는 ‘당위성(當爲性)’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상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오히려 전통적 사회주의 시기 직접적으로 정치적 이념을 강요했던 작품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3.2.2.2.2. 영웅(英雄)이 아닌 평민(平民)으로

    드라마 작품 속의 인물과 수용자가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보편화 된 인식이다. 우리는 이것을 ‘준사회적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초창기 중국의 주선율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수용자들과의 이러한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앞에서도 논의한 바 작품속의 인물들은 인간이 아닌 사실상 신령한 존재로 묘사되었으며, 그 완벽함은 수용자로 하여금 경외로움과 부러움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하였다. 게다가, 작품 속 인물들의 언행은 수용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어떠한 공통적인 열망도 찾아내지 못했고 정서적인 차이도 커서, 극 중 인물들의 사상과 행동은 이해되기 어려웠고, 도리어 반감이 나타나기도 하였다.38) 그러나 이상에서 논의했던 비판이 이어지면서 영웅의 생산에 중점을 두었던 서사전략은 평민을 통한 더 많은 공감대의 형성으로 방법을 달리하게 된다.

    이러한 서사전략은 앞에서 언급한 작품에도 나타난다. <장정>에서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사람이 아니라 남편이요, 아버지요, 동료였다. 이는 마오쩌둥의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을 강조하는 서사전략이다. 작품 <충성>에서 극중 배우 짱궈리(张国立)는 시 정부의 당 서기 역을 맡았는데, 당 간부의 권위적이고 엄숙한 이미지보다는 지극히 평범하며 심지어는 귀엽고 천진난만한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작품을 연출했던 후메이(胡玫) 감독은 “짱궈리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의 얼굴 때문이다. 그의 얼굴에서 우리는 가장 평민스러운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작은 눈에 어설픈 외모는 우리가 상상하는 관원의 이미지가 아니며 촌내를 거니는 어떤 사람도 그를 당 간부로 여기지 않는다.”39)라며 그의 캐스팅 목적을 직접 밝히기도 한다. <돌격병사(士兵突击)>도 같은 평민을 통한 서사전략을 사용한 작품이다. 작품은 주인공인 쉬싼뚜오(许三多)가 군인으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쉬싼뚜오는 원래 멸시받고 놀림이나 당하며 바보(呆子)처럼 여겨졌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최고의 병사(兵王)’가 되었다. 그의 성공은 원래의 총명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역사의 하늘(历史的天空)>에 등장하는 량다야(梁达牙) 또한 이러한 틀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향촌의 의지할 곳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고, 좋아하는 여자가 군에 있어서 입대한 순수한 청년이지만 혁명전쟁을 거치면서 진정한 군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요컨대, 어떤 인물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는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언급된 정도로, 인물은 드라마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데올로기를 내포한 주선율 드라마는 인물이 함축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채널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주선율 드라마들이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면, 오늘날 주선율 작품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담아 대중들에게 접근해 가고 있다.

    3.2.2.2.3. 통속극과의 융합

    개혁개방이 이루어졌지만 80년대까지도 청춘, 사랑, 배신, 불륜과 같은 소재의 극문화가 사회주의의 대변자인 중국 텔레비전에서 보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제작의 인프라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갈망>, <편집부이야기> 등과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고 나서야 중국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본격적인 통속극의 시대가 도래 하였다. 이후, 통속극들은 일반 대중들의 일상에 근접한 소재들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는데, 주선율 드라마들은 이러한 통속극들이 가지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수용자들에게 주목받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대표작들을 보면, 먼저 <함께 공부하던 소년시대(恰同学少年)>가 있다. 이 작품은 마오쩌둥(毛泽东), 차이허썬(蔡和森), 샤오쯔썽(萧子升), 썅찡위(向警予), 양카이후이(杨开慧), 타오스용(陶斯咏)과 같은 1세대 혁명가들의 청소년 시절을 재현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선율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기존의 주선율 작품들과는 달리 젊은 세대의 색채를 뚜렷하게 보이면서, 어렴풋한 시절의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주선율의 본질을 가지고 있지만 보여지는 것은 사실상‘청춘우상극(青春偶像剧)’이다. 이렇듯 청춘 우상극이나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멜러 드라마와 결합된 주선율 작품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인데, 이 밖에도 <영웅은 후회하지 않는다(英雄无悔)>는 공안국장인 까오티엔(高天)과 3명의 여인사이의 애정갈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절대권력(绝对 权力)>은 반부패와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면서도 시장인 짜오펀팡(赵芬芳), 그리고 남편과 시서기의 딸과의 감정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고; <성당서기(省委书记)>에서는 한 편으로 개혁정책의 진행에 따른 사회 부패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성당서기의 자녀들 사이의 생활과 이런저런 애정문제가 어우러져 도시 멜러극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융합의 추세는 초창기 주선율의 경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의 변화도 이끌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뇌우(雷雨)>, <드 넓은 설원에서(林海雪原)>등과 같은 작품들의 드라마 버젼은 대량의 감정적인 요소들이 개입되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는 것보다 연애의 감정이 두드러진다. 최근에 다시 제작된 작품인 <홍색낭자군(红色娘子军)>도 사실상 <함께 공부하던 소년시대>와 마찬가지로 청춘 우상극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40) 혁명과 연애의 동거는 낭만적인 정서가 가능한 혁명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사랑과 미움이 교차되는 분위기의 작품 속에서 ‘혁명가(革命家)’, ‘영도자(领导者)’는 극 중에서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되어 일반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18)주봉의, 『개혁개방에 따른 중국 언론의 변화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 141쪽.  19)문화대혁명 시기, 사회주의 혁명의 모범사례를 제시했던 극예술의 통칭.  20)赵勇, 『大众媒介与文化变迁』, 北京:北京大学, 2010, 15쪽.  21)1996년9월26일 당시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은 인민일보사를 시찰한 자리에서 “인민일보사의 동지들은 최선을 다해 신문을 만들고, 동시에 경영과 관리도 잘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22)Jingwang, Brand new china, London:Harvard university press, 2008, p.264.  23)周宪, 刘康, 『中国当代传媒文化研究』, 北京:北京大学, 2011, 48쪽.  24)陈欣, 白蓓, 「传统仪式的异化」, 『南京政治学院学报』 第23卷, 2007 참조.  25)김환표,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서울:인물과 사상사, 2012, 410쪽.  26)1988년에 디즈니에 홍콩에 사무실을 개설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90년대 중반이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7)熊国荣, 「主旋律电视剧崛起原因分析」, 『中国电视』 第5期, 2011, 48쪽.  28)王一川, 「改革开放30年电视艺术转向及北京电视人群体的作用」, 『北京社会科学』 第5期, 2008, 87쪽.  29)刘林沙, 「新中国成立以来的中国电视剧与社会思潮简述」, 『当代文坦』, 2008, 134쪽.  30)李君, 「浅论中国电视受众对主旋律电视剧的审美期待」, 『中国电视』 第5期, 2004, 53쪽.  31)「民调:公众感觉主旋律影视剧越来越好看」, 『中国青年报』, 2007年10月22日.  32)熊国荣, 「主旋律电视剧崛起原因分析」, 『中国电视』 第5期, 2011, 49쪽 재인용.  33)许文郁, 「导向性与观赏性:对主旋律电视剧的几点思考」, 『甘肃社会科学』 第5期, 1997, 46쪽.  34)邬光照, 「论主旋律电视剧的贴近化叙事策略」, 『电影评价』 第14期, 2010, 1쪽.  35)杨鼎, 「在激情中贴近并超越」, 『沧桑』 第4期, 2005, 127쪽.  36)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에서 말하는 소위 4인방이 제창했던 문예작품의 서사전략으로, 영웅적 인물을 어떻게 부각시켜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37)袁莉, 「生活的逻辑:主旋律电视剧创作的重新定位」, 『中国电视』 第9期, 2004, 63쪽.  38)曹静生, 「浅议主旋律电视剧人物形象的创新」, 『新闻战线』 第9期, 2006, 83쪽  39)袁莉, 「生活的逻辑:主旋律电视剧创作的重新定位」, 『中国电视』 第9期, 2004, 63쪽 재인용  40)丁莉丽, 「论当前部分主旋律电视剧的大众化倾向」, 『文艺争鸣』 第4期, 2004, 62쪽.

    4. 나오며

    이상에서 우리는 중국적 관점에서 주선율이 무엇인가에 관한 이론적인 고찰에서 출발해, 포스트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회 환경 속에서 중국 대중매체의 변화와, 이를 바탕으로 주선율 드라마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고찰해 보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첫째, 초창기 주선율은 정치문화를 지칭하는 텍스트였고, 따라서 주선율 드라마는 진정한 국가정치문화의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직접적이고 과도하게 이상화 된 서사전략을 사용했는데, 이러한 신화화된 서사전략은 현실감이 떨어져 대중들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후, 제작자나 전문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둘째, 하지만 중국 사회가 전환기에 당면하면서 주선율은 꼭 사회주의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특정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기 시작했고, 이로부터 드라마의 주선율 작품들도 좀 더 복잡한 계통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과거, 순수한 역사나 전통 문화와 관련한 드라마 작품들은 초창기 주선율의 관점에서 볼 때, 주선율 작품이라고 분류하기 어려웠으나 오늘날 이러한 작품들도 방점을 어디에 찍는가에 따라 주선율 작품이 될 수도 있음이다. 이것은 오늘날 중국 영상문화 전반에 반영되고 있는 주선율은 이전과 다른 것임을 의미한다.

    셋째, 시장을 인정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회문화적 환경이 상업주의나 소비주의를 확대시키면서 전통적 사회주의의 영향력을 약화시켰지만, 주선율 드라마의 사회적 필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서 정치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데, 이것은 다시 정책 선전과 사회 교화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책 선전은 80년대 개혁개방을 소재로 작품들이 등장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고, 90년대 초반 국가주의를 목적으로 했던 정통 주선율 작품들과 2000년대 초반 군사극 등은 사회교화의 필요에 따라 등장한 작품들로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선율 드라마는 전통 문화에 대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80년대 초반, 시장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중국 사회는 전통 문화와의 단절이 생겼고, 외래문화의 급속한 유입으로 중국 전통 문화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때, 많은 전통 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게 되었다. 또한 전통 문화 수호의 연장선상에서 민족 자존감을 지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개혁개방이후의 세대들은 서구문화의 영향 속에서 상대적 약한 민족정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주선율 드라마는 그들에게 중국적 가치를 교육하면서 그들의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사회적 필요와는 정반대로, 주선율 드라마 스스로 포스트 사회주의의 시장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화로의 전이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화는 작품의 서사 전략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주선율이 가진 함의가 시대와 생활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면서, 주선율 드라마도 수용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다양한 서사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몇 가지 유형들을 살펴보면, 첫째, 정치적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윤리라는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의 주선율 드라마들은 윤리가 가진 당위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보장받으면서도 거부감 없이 대중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둘째, 영웅이 아닌 평민을 서사전략의 핵심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마오쩌둥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초창기 주선율 드라마들은 중화 인민공화국 건국자로서의 그를 초인적인 영웅으로 그려냈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주선율 작품들은 그를 남편, 아버지, 동료등의 관점에서 평가하면서 현실감 있는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셋째, 통속극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90년대 이후, 중국에도 통속극들이 등장했고, 이후 여러 가지 유형의 통속극들이 오늘날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통속극들이 수용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일상에 가까운 통속적인 소재들을 사용해, 수용자들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인데, 정치적인 메시지를 가진 주선율 드라마들은 이러한 통속극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수용자들에게 주목받고자 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중국 정부는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대중문화 상품을 핵심으로 하는 문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진흥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드라마는 이러한 정책적 분위기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치적인 기반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중국의 드라마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적, 질적으로 성장세를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우리가 중국 드라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이유이다. 하지만 서론에서도 밝혔듯이 우리의 중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한류(韓流)’로 인해 중국 내의 드라마 시장과 관련한 보고서는 수없이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들이 어떤 드라마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성과는 거의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눈에 비친 중국 드라마를 보는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연구 또한 대부분 중국 자료를 참고했기에, 논의가 중국적 관점에만 치우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음은 한계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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