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Experiences of Adult Adoptees

성인입양인의 경험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 cc icon
  •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life experiences of adult adoptees with a special focus on adoption related issues in their life.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with adult adoptees and analyzed using qualitative case study approach. Data collected from twelve adult adoptees were employed for within-case and cross-case analysis. In the within-case analysis, the life experience of each adoptee was carefully examined and analyzed. The common themes appeared in all cases were described and integrated in the cross-case analysis. The themes generated from the within-case analysis include ‘I want to be loved’, ‘the truth that I do not want to believe’, ‘the bitterness that has never been resolved’, ‘barely visible and hardly catchable’, ‘my real parents’, ‘theater of life: two stages’, ‘light to me, but heavy for them, normal to me, but special for them’ ‘too cold or too warm’, ‘like destiny’ and ‘it’s a happy ending anyway’. Based on the results of the study, policy and practice implications for adult adoptees and their families were suggested.


    이 연구의 목적은 성인입양인들의 생애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며, 특히 성인입양인들이 생애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입양인 12명을 만나 심층면접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질적 사례연구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개별 성인입양인들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뒤, 사례간 분석을 통해 전체 사례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찾아 기술하고 해석하였다. 분석결과로 나타난 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난 사랑받고 싶어요’, ‘믿고 싶지 않은 진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내 진짜 부모님’, ‘인생극장: 두 개의 무대’, ‘내겐 가볍지만 그들에겐 무거운, 내겐 평범하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너무 차갑거나 매우 따뜻하거나’, ‘운명처럼’,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 등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성인입양인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실천적, 정책적 지침들을 제안하였다.

  • KEYWORD

    adult adoptees , adoption adjustment , life experience , qualitative case study

  • Ⅰ. 서 론

    이 연구의 목적은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인이 된 입양인들에게 입양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였다.

    이론적인 면에서나 실천적인 면에서나 입양 분야의 이해당사자들에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성인입양인들은 행복한가?’일 것이다. 입양 분야의 다양한 이슈들이 이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즉, 입양아동들은 일반아동들만큼 또는 그보다 더 잘 발달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은 현재의 아동기에 나타나는 발달수준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러한 발달수준의 차이가 성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공개입양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비밀입양이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 역시 당장은 공개입양을 했을 때의 입양 이슈들을 검토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개입양이 입양인의 삶에 미칠 영향들을 예측하려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국내에서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명쾌하게 답을 내놓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밀입양이 주류를 이루어왔고 공개입양이 시작된 지 20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입양사실을 알고 있는 성인입양인들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입양기관 등의 현장에서는 입양실무자들이 종종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접어든 입양인들을 상담하거나 뿌리찾기 사례를 통해 접촉해왔고, 입양기관의 소식지나 사례발표 등의 형식으로 이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왔지만, 이들 사례를 깊이 탐구해 본 적은 없었다.

    이 연구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려 한 첫 번째 시도다. 물론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입양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으로 인한 다양한 이슈들을 거쳐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면에서 아직 입양사실을 모르고 있을 더 많은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입양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이슈들을 경험해 왔는지 상당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있는 입양인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그들의 입양 이슈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준비하고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입양 분야에서는 꽤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국내에서는 주로 공개입양 부모들을 대상으로 입양아동과 가족의 적응이나 다양한 발달측면들을 개별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지난 2006년부터는 입양아동발달에 관한 종단연구가 시작되어 입양아동의 인지, 정서, 사회적 발달 뿐만 아니라 입양부모와 가족의 적응수준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2009년부터는 연장입양아동에 관한 패널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입양인들의 발달과 적응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대상집단이 모두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어 입양의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입양이 입양인의 생애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분석하는 장기종단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외국에서 이루어진 종단연구들의 결과들은 국내입양인들의 삶을 예측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서구국가들에서는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종단연구들이 진행되어왔고, 국내의 입양실무나 입양연구에서도 이 연구들의 결과를 검토하여 반영해왔다. 그러나 입양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배경과 입양현장의 분위기, 입양실무 원칙, 공개입양과 관련된 다양한 논쟁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결과를 국내 입양인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우리 문화에서 국내 입양인들을 돕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성장해 온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을 듣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국내 성인입양인들에게 접근하여 심층면접 등을 통해 이들의 역동적인 경험에 대한 풍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질적 연구접근을 통해 이 자료들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 연구는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이기 때문에 개별 입양인들의 인생과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성인입양인들이 생애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사회현상에서 나타나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사례들을 분석하는 데 장점을 가진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시도하였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은 어떠한가?”

    Ⅱ. 문헌 검토

    성인기의 입양인은 아동‧청소년기의 발달단계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입양의 의미를 이해하고 경험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성인기 입양인의 삶 또한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성인초기는 발달과업상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보다 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입양인은 이성교제를 통하여, 직업을 통하여, 또는 기타 사회적인 모임을 통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자아상을 구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계속적인 의문을 갖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뿌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큰 상실과 좌절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이미선, 2002).

    입양사실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도 영향을 미치는데, 입양인은 이성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면, 입양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며, 이로 인해 그동안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입양됨을 인식해야만 한다. 또한 결혼하고, 부모가 되는 경험을 통하여 입양인은 친부모와의 관계는 물론 양부모와의 관계도 다시 검토해보게 된다(고혜연, 2004).

    이처럼 성인기는 다양한 측면에서 입양됨과 관련된 새로운 과업들이 진행되나, 기존의 성인입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 뿌리찾기에 초점을 맞추어 뿌리찾기를 시도한 입양인과 시도하지 않은 입양인 간의 차이를 비교하고 있다. 이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성별, 연령, 입양당시 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과 자아정체감 등의 심리적 특성,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입양 경험, 입양부모와의 관계 등이 입양인의 뿌리찾기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뿌리찾기에 적극적이며(Müller & Perry, 2001), 친생부모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연령은 대개 25∼34세 사이의 성인기 초기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난다(Schechter & Bertocci, 1990). 또한 입양 당시 연령도 뿌리찾기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내입양인의 경우 뿌리찾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아기에 입양되었으며, 뿌리찾기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입양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Aumend & Barrett, 1984; Sobol & Cardiff, 1983; Müller & Perry, 2001에서 재인용), 국외입양인의 경우에는 입양 당시 연령이 높을수록, 뿌리찾기를 시도할 확률이 더 높았다(Tieman, Ende & Verhulst, 2008). 뿌리찾기를 하는 입양인들은 뿌리찾기를 하지 않는 입양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자아존중감을 보였고, 정체감 문제와 부정적인 입양경험을 더 많이 경험했으며, 입양 부모와의 관계도 상대적으로 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박인선, 1994; Müller & Perry, 2001).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양아동의 발달을 종단적인 관점에서 보면, 입양인은 성장해가면서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이르면 일반아동과의 차이가 점차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성인기에 이르면 입양인과 비입양인의 차이는 없어지는 반면, 입양인 내에서의 차이(variation)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Borders, Penny & Portnoy, 2000).

    성인입양인의 적응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주로 자아존중감, 병리적 증상, 입양에 대한 인식, 삶의 만족도 등이 이용되는데, 이러한 성인입양인의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 같은 인구학적 요인 외에 입양부모와의 애착관계 및 입양가족과의 관계(이미선, 2002; Levi-Shiff, 2001; Müller, Gibbs, & Ariely, 2002)나 배우자 동거여부(Storsbergen, Juffer, van Son, & Hart, 2009), 입양당시의 연령(Levi-Shiff, 2001), 뿌리찾기 여부(Schechter & Bertocci, 2001), 입양에 대한 태도(Storsbergen, Juffer, van Son, & Hart, 2009)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입양부모 및 가족과의 관계가 좋고, 배우자와 동거하는 경우, 더 어린 나이에 입양된 경우, 뿌리찾기를 시도한 경우, 입양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입양인일수록 성인기에 적응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또한 쌍둥이 중 한 명은 입양되고, 한 명은 친생가족에 의해 양육된 집단을 대상으로 성인기의 발달결과를 비교한 연구(Smyer, Gatz, Simi, & Pedersen, 1998)에서, 성인입양인은 입양되지 않은 쌍둥이 형제/자매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고, 음주문제는 적은 반면, 더 높은 수준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입양 자체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사회경제적 수준(SES)과 가족 내 통제의 정도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존 연구를 통해 입양가정 내의 양육환경(사회경제적 수준, 가정 내 통제의 정도, 입양부모와의 애착관계 등)이 입양인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적응에 주요한 영향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 외에도 입양당시의 연령이나 뿌리찾기 여부, 입양에 대한 태도 등 입양과 관련된 요인들이 여전히 입양인의 성인기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입양은 일생에 걸친 과정(a life-long process)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인입양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질적 연구인 Colaner와 Kranstuber(2010)의 연구에서는 입양인이 입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입양인은 입양의 의미, 친생부모에 대 한 정보, 친생부모에 대한 입양부모의 감정에 대해 불확실성을 경험하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입양경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입양인이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있어 입양부모의 의사소통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입양부모는 입양인과 입양스토리를 논의하고, 입양인이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가정 내에서 입양이 정상적인 일처럼 느껴지도록(normalize) 함으로써 입양인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성인입양인의 삶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입양과 관련된 어린 시절의 여러 경험들이 어떻게 현재 입양인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입양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사례연구

    이 연구의 목적은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질적 연구접근 중에서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활용하였다. 이 연구에서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첫째, 우리가 국내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둘째, 연구자들이 성인입양인들의 적응수준과 같은 객관적인 양상들을 살펴보기 보다는 성인입양인들이 경험한 주관적 의미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연구에서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시도한 것은, 첫째, 이 연구가 성인입양인들이 입양인으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슈들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이슈 중심의 도구적 사례연구), 둘째, 심층면접 이외에 관찰, 수기, 영상물과 같은 각종 기록물 등 다양한 자료원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기 때문이다. 질적 사례연구의 특징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진 체계, 다양한 자료수집,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 등으로 볼 때, 이 연구의 주제에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2. 연구참여자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입양인 12명이다. 연구자들은 입양기관들과 입양가족단체를 통해 연구참여자들을 모집하였다. 입양기관들에 연락하여 실무자들이 알고 있는 성인입양인들을 소개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입양가족단체로부터도 성인입양인들을 소개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참여자 모집 과정이 수월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일부 참여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도 했고, 한두 차례 면접을 한 뒤에 추후 면접을 거절한 경우들도 있었다.

    연구참여자의 특성은 <표 1>에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참여자들의 성별은 남자가 7명, 여자가 5명이었으며, 연령대는 10대 1명, 20대 7명, 30대 1명, 40대 1명, 50대 2명으로, 최저 연령은 19세, 최고 연령은 51세, 평균 연령은 30.41세였다. 입양방법은 입양기관과 시설을 통한 기관입양 8명, 사적 입양 4명이었고, 입양가정의 유형은 유자녀가정 7명, 불임가정 5명이었다. 입양공개과정은 입양직후 입양사실을 공개한 경우는 3명이고, 비밀이었다가 10세 이하에 공개된 경우는 3명, 청소년기에 공개된 사례는 5명, 30세 이후 1명이었다. 12사례 모두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그리고 기록이 없어서 친가족 찾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뿌리찾기에 대한 욕구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친가족을 만났거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례는 5사례이고, 이중에서 현재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례는 3사례였다.

       3. 자료수집과 자료분석, 글쓰기

    이 연구에서 사용한 주된 자료수집방법은 심층면접이었다. 4명의 연구자가 12명의 연구참여자를 나누어 만나고 면접을 진행하였다. 자료수집을 시작할 때는 각 연구참여자별로 최소한 2번 이상 면접을 하기로 하였으나 사정에 따라 1번만 면접한 경우도 있고, 3번을 만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면접은 2시간 안팎으로 진행되었으나 몇몇 남자 참여자들의 경우에는 ‘심층’면접이 이루어지지 않아 1시간 이내에 끝나기도 했다.

    면접에서 연구자들이 처음 제기한 질문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말해주세요’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받고 나서 대체로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어 주었으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듣고 나서 궁금하거나 더 듣고 싶은 대목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다시 질문하였다. 모든 면접은 MP3나 녹음전용기를 사용하여 녹음하였다. 녹음된 파일은 모두 녹취록의 형태로 전사되었으며, 연구자들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공유하여 검토하였다.

    심층면접 이외에도 연구자들은 연구참여자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수집하였다. 한 사례는 서울 소재 S입양기관에서 실시한 예비입양부모교육 사례발표 자료를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였다. 또 다른 사례는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서면으로 작성하여 주었고, 한 사례는 입양인과 관련된 신문기사, 케이블 TV 방송자료 등을 인터뷰자료와 함께 사용하였다.

    자료분석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자들이 각자 맡은 사례를 개별적으로 분석한 뒤, 각 분석결과를 전체가 회람하면서 논의하고 분석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통해 각 사례에서 나타나는 입양 관련 이슈들을 발견하였다(사례내 분석). 그러고 나서는 사례들 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슈들을 파악하였고(사례간 분석), 이를 주제의 형태로 전환한 뒤, 각 주제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면서 그 안에서 경험의 다양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에서 활용한 글쓰기 전략에 대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연구는 일반적인 질적 사례연구들에 비해 많은 사례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이 때문에 실제로 분석되고 기술된 내용도 상당히 많아져서 이를 학술논문으로 담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사례내 분석결과는 생략하고, 사례간 분석결과를 중심으로 기술하되, 심층면접에서 구술된 연구참여자들의 진술을 다수 인용하는 방식으로 연구결과를 구성하였다.

       4. 연구의 질 검증과 윤리적 이슈

    이 연구에서 연구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으로는 자료의 삼각화와 연구참여자 검토, 동료 검토, 감사자료 남기기 등이 있다. 이 연구의 주된 자료수집 방법은 심층면접이었지만 자료의 진실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참여자들이 작성한 수기나 사례발표 글, 대중매체에서 방영된 영상물들을 수집하여 함께 분석하였다. 또한 분석을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에게 분석결과를 보여주고 자료의 진실성을 파악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연구결과에 제시된 일부 사실 정보들에 대해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고, 연구자들은 이를 반영하여 수정하였다. 또한 연구자들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서로의 분석결과를 검토하고 피드백하였으며, 연구결과를 함께 구성하였다. 연구자들은 심층면접 등을 통해 수집한 원자료들과 분석결과 등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며 감사자료로 보관하고 있다.

    질적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이슈로는 연구에 대해 밝히기/속이기,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참여로 인한 피해,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이슈들을 충분히 다루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연구참여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 연구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하였고,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연구자들은 면접 첫 회기에 연구참여 동의서를 가지고 가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난 뒤 연구참여에 대한 동의를 구했으며, 동의를 얻은 연구참여자들에 대해서만 면접을 진행하였다. 이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연구참여자들이 특정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이나 피해, 손상을 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면접 과정이 모두 끝난 뒤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털어내어 후련하다거나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깨닫게 되어 좋았다고 반응한 연구참여자들도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규정된 지침에 따라 경제적인 보상을 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식사나 다과를 같이 하기도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개인적인 정보들은 가능한 한 최소한도로 공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질적연구접근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연구참여자들의 사생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연구참여자들로부터 사후 검토를 받아 수정하거나 보완하였다.

    Ⅳ. 연구결과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로 나타난 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난 사랑받고 싶어요’, ‘믿고 싶지 않은 진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내 진짜 부모님’, ‘인생극장: 두 개의 무대’, ‘내겐 가볍지만 그들에겐 무거운, 내겐 평범하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너무 차갑거나 매우 따뜻하거나’, ‘운명처럼’,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 등이다. 아래에서는 각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1. 난 사랑받고 싶어요

    연구참여자인 성인입양인들의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랑’이었다. 이들은 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싶었다. 사랑만 받아도 족했다. 어떤 이들은 사랑을 받기 위해 더 예뻐지려 했고, 더 열심히 노력했고, 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려 했고, 더 인정받으려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사랑을 받기 위해 입양부모들을 시험했고, 반항했고, 말썽을 일으켰고, 도망을 다녔다. 후자의 행동들이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필사적으로 사랑받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전자의 행동들은 조금 더 납득하기 쉬운 것들이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살았더라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될 일들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고려할 때, 우리가 입양실무에서 그리고 입양부모교육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것은 입양인들의 애정 욕구를 이해하고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돌봄을 충분히 제공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입양되기 전에 시설에서 생활하였거나 부모 이외에 다른 양육자들 사이를 떠돌아다닌 경우 이전 양육자들과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이후의 양육자들과도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입양가정에 입양부모의 친생자녀가 있거나 다른 형제들과 같이 자라면서 비교를 당하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고 이럴 때 입양됨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며 가족관계 형성에 더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입양실무자들과 입양부모들은 이러한 이슈에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2. 믿고 싶지 않은 진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처음부터(입양될 당시부터) 입양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청소년기 이후에 자신의 입양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전자의 경우 이미 알고 있었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늘 생각하고 대처해 왔기 때문에 입양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자신들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물론 소수의 경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이고 넘기기도 했지만, 특히 입양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을 때나 갑자기 알게 된 경우에 성인입양인들이 받은 충격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어떤 연구참여자는 가출을 하기도 했고, 어떤 연구참여자들은 입양부모를 시험하며 반항하기도 했다. 어떤 성인입양인은 어릴 때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아닐 거라고 생각해 오다가 ‘그날’ 모든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실을 알게 되고 수용하게 된 순간부터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입양부모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고, 모르고 살아온 다른 삶을 탐색하게 되며, 입양인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모든 연구참여자들이 진술한 것은 아니지만, 이 연구가 가능하게 된 하나의 전제로서 ‘비밀은 없다’는 명제를 던지는 연구참여자들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공개입양을 통해 알고 있었든, 부모나 주위사람들이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조금씩 눈치 채고 있었든, 아니면 커서 부모자녀간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우연히 던져진 말을 통해 알게 되든, 결국 비밀은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다 커서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진술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성인입양인들은 어차피 밝혀질 거라면 일찍부터 알려주는 것이 나을 거라고 하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볼 때, 공개입양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비밀입양이 바람직한가라는 논쟁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비밀입양을 유지하려 했던 많은 입양가정에서 결국 입양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설령 대부분의 입양가족이 영원히 비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중 일부에서라도 ‘출생의 비밀’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그러한 사례들에 충분히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공개입양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의 입양가족들에게 공개입양의 장단점을 제시해줘야 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비밀)입양가족들을 대상으로 입양사실이 공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알려주고 그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또한 뒤늦게 입양사실을 알게 된 입양인들이 ‘충격’에서 벗어나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며, 입양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3.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

    누군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 하필이면 그 누군가가 자신을 낳은 부모라는 사실, 바로 그 사실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입양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오히려 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자신을 설득해 봐도, 그날 받은 충격과 이후에 여러 가지 형태로 받은 상처들은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 응어리져 있다. 그리고 그 응어리는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풀어지지 않고 있으며,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다시 떠올라 삶을 고달프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연구참여자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생애사건을 지나면서 상처가 덧나기도 한다. 결혼할 때는 부모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녀를 얻고자 할 때는 자녀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러다가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자신의 기구한 운명에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살펴보면, 입양됨의 이슈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기는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입양됨의 이슈는 평생 지속될 수도 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입양실무자들은 성인기 이후의 입양인들을 돕기 위한 대책들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4.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아직 친생부모를 찾지 못했고 그것이 영영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일부는 어려서부터 친생부모의 존재를 인식하고 관계를 유지해 온 경우도 있으며,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청소년기 이후에 친생부모를 만나게 되었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친생부모의 존재 자체와 그들과의 관계가 성인입양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한번 만나고는 그 뒤로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이들에게, 친생부모는 보일 듯하면서도 보이지 않고,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였다.

    성인이 되었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연구참여자들에게 친생부모의 존재는 더 애매한 것이었다.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했던 사람과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라 그저 아저씨, 아줌마인 것이다. 설령 친생부모들이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성인입양인들이 그러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성인이 된 지금은 그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결국 친생부모는 있지만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 경우가 많다.

    성인입양인들의 뿌리찾기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 연구의 참여자들이 언급한 이슈들은 입양실무에 함의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도 뿌리찾기를 진행하는 과정과 뿌리찾기에 성공하여 친생부모를 만난 이후 입양인과 친 생가족 사이에서 입양기관과 실무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친생부모를 만나게 해준 것으로 입양실무자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 이후부터 입양실무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이슈들에 대처하기 위해 뿌리찾기 이후 사후관리 차원에서 입양실무자들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5. 내 진짜 부모님

    일부 연구참여자들의 경우 입양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거나 오히려 미움을 받으며 눈치를 보고 살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입양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온 것으로 경험하였다. 이들에게 진짜 부모는 입양부모였다. 다른 사람들은 입양부모의 부모됨이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며 낳아준 생물학적 부모를 진짜 부모(친부모)라고 하고 입양부모를 가짜 부모, 유사 부모로 생각하는 듯하지만, 이들에게는 입양부모야말로 의심할 바 없는 진짜 부모, 친부모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입양부모와 아무 갈등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니다. 부모자녀로서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과 갈등들을 겪어왔지만, 입양부모들은 사랑으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 왔으며, 연구참여자들도 종종 (특히 청소년기에) 의심하거나 반항하거나 다른 길로 새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부모를 믿고 의지해 왔다.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입양부모는 ‘가짜’ 부모이며, 친생부모야말로 입양인의 ‘진짜’ 부모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한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을 살펴봐도, 입양인의 ‘진짜 부모’는 그들을 거의 평생 양육해 온 ‘입양부모’들인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편견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가야 할 것이다. 입양부모와 입양인의 관계형성이나 갈등해결을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는 이미 입양분야에서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많이 논의가 되어왔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6. 인생극장: 두 개의 무대

    입양은 성인입양인들에게 두 개의 무대를 가진 인생극장을 제공해주었다. 하나의 무대는 가상의 것이고, 다른 하나의 무대는 실재하는 것이다. 입양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삶은 실재하는 것이며, 입양되지 않았다면 살아가게 되었을 또 다른 삶은 상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면, 가상의 삶은 그저 상상으로만 남아 있게 될 것이며 그것이 현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삶이 처량하게 느껴진다면, 가상의 삶은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우면서도 오히려 현재의 삶을 비루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이 가지 않은 길보다 현재의 길에 더 만족하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이 연구에 참여한 성인입양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입양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가난하고 해체된 가정에서 그대로 살아가야 했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며, 부모의 사랑과 관심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입양인으로 살아온 삶과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인생에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혀 다른 극단을 경험하고 있는 성인입양인들도 있다. 입양 당시에는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가정사들을 겪으면서 오히려 더 어려운 형편에 놓이기도 하고, 그런 일은 없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이도 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가난하고 역기능적인 출생가정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부유하고 화목한 입양가정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거나 입양부모들은 미혼부모들보다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일반화된 진술이나 명제를 제시하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은 변수들과 조건들, 다양한 생애사건들을 고려하고 예측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교육과 더 나은 직업, 더 나은 가정을 갖게 하는 것이 꼭 입양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기보다는 더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7. 내겐 가볍지만 그들에겐 무거운, 내겐 평범하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연구참여자들이 입양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타인들의 시선은 어떠했을까? 성인입양인들은 어른이 되기까지의 생애과정에서 이미 다양한 입양 이슈들을 경험해왔고 그것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거나 대처하거나 극복해 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입양되었다는 것이 가벼운 일, 평범한 일,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입양인을 처음 본 이들에게는 그것이 무거운 일, 특별한 일, 심각한 일이 된다.

    성인입양인을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애처로운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성인입양인들이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듯하다. 그리고 입양부모들이 이들을 잘 대해 주었는지, 사랑해주었는지 궁금해 한다. 물론 그러한 가정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어려운 시절을 지내왔고,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으며, 이들을 잘 돌보지 않은 입양부모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그것들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가정하고 자신을 대하는 타인들의 시선은 매우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대처하는 성인입양인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그동안 많은 어려움들을 경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자신들만의 적응유연성을 강화시켜 왔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아직 입양됨의 이슈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입양인이라면 위에서 언급된 의연한 자세를 보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는 성인입양인들의 적응유연성을 파악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시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 너무 차갑거나 매우 따뜻하거나

    연구참여자들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영향을 주고받은 의미 있는 사람들로는 친척, 친구, 이웃, 교사, 직장 동료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연속선상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었다. 실제로는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단순하게 나누어질 수밖에 없고, 이들에 대한 경험도 너무 차가운 느낌 또는 매우 따뜻한 느낌일 뿐이었다.

    고모, 이모, 삼촌, 외삼촌, 할머니, 할아버지는 입양 자체를 반대하거나 찬성했으며, 이후에도 성인입양인들을 돌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입양 사실을 알게 된 교사들 중에서는 모든 일에 성인입양인을 배려하고 관심을 갖고 돌보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에, 매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무시하고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성인입양인들의 친구들은 그 관계의 깊이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주 친한 사이일 때는 이해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계도 깊어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떠나거나 완전히 돌아서서 따돌리는 일도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상 밖의 반응이 나타났을 때, 성인입양인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그 때문에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동안 확대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망의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입양인의 적응에 미치는 영향은 입양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어 왔지만, 서구에서 이루어진 연구들보다는 한국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에서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입양가족과 입양인들에게는 사회적 관계망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입양기관의 실무자들에게는 입양가족의 확대가족과 사회적 관계망에 개입하기 위한 전략과 기법들을 개발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양에 호의적인 확대가족 구성원들을 확인하고 먼저 이들을 적극적인 지지체계로 활용한 뒤 점차 지지수준과 범위를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9. 운명처럼

    연구참여자들은 성인입양인으로 살아온 생애 과정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입양아동들과 잠재적인 입양아동들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수의 성인입양인들은 장차 인생의 선배로서 입양아동들을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입양가족단체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돕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성인입양인들은 입양을 통해 자녀를 얻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몇몇 연구참여자들은 이미 자녀를 입양하여 양육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입양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것이었다.

    반대로 자신의 핏줄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는 연구참여자들도 있었다. 특히 친생부모를 만난 적이 없거나 만났지만 관계가 끊어진 경우가 그러했다. 이들에게는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어떤 존재를 만나고 그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10.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

    수많은 우여곡절과 그 과정에서 생긴 응어리, 상처의 흔적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 참여한 성인입양인들은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힘든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Ⅴ. 결 론

    이 연구의 목적은 성인입양인들의 생애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성인입양인들의 경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성인입양인의 삶 자체도 입양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입양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입양인 12명을 만나 심층면접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질적 사례연구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개별 성인입양인들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뒤, 사례간 분석을 통해 전체 사례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찾아 기술하고 해석하였다.

    분석결과로 나타난 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난 사랑받고 싶어요’, ‘믿고 싶지 않은 진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내 진짜 부모님’, ‘인생극장: 두 개의 무대’, ‘내겐 가볍지만 그들에겐 무거운, 내겐 평범하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너무 차갑거나 매우 따뜻하거나’, ‘운명처럼’,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 등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성인입양인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실천적, 정책적 지침들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입양실천현장에서 공개입양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공개입양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본 연구의 사례들을 보면, 공개입양의 경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신의 입양사실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던 반면에, 비밀입양으로 시작하여 청소년기 이후에 입양사실을 알게 된 경우 상당기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비밀입양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공개입양이 입양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 정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공개입양과 더불어, 입양 사후서비스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입양기관의 사후서비스는 입양 후 6개월이 고작이며, 개정된 입양특례법에서는 사후관리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입양은 전생애에 걸친 과정이며, 입양아동은 발달단계에 따라 다양한 입양관련 이슈와 어려움들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아동이 영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이르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입양관련 이슈와 어려움을 다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개별상담, 집단 프로그램, 캠프, 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입양인들의 건강한 적응을 위해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입양사실을 알려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입양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와 성장과정에서 입양과 관련된 의사소통이 가정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은 공개입양이 입양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양인이 각 발달단계마다 입양과 관련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입양부모가 지속적으로 도움과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입양기관 및 실무자들은 뿌리찾기 과정과 친생가족들과의 관계유지에서 입양삼자의 욕구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선행연구를 통해 이미 뿌리찾기는 입양인의 보편적 욕구라는 점이 알려져 있으며, 본 연구에 참여한 성인입양인들도 상당수는 친생부모를 찾아서 재회하는 것을 고려해보거나 이미 뿌리찾기에 성공하여 친가족과 만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뿌리찾기의 결과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며, 만남 이후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단절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기관 및 실무자들은 뿌리찾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대비하고, 입양인, 입양부모, 친생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과 욕구를 충분히 고려하여 뿌리찾기가 친생가족과 입양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 성인입양인모임의 활성화 및 입양인들간의 네트워크 강화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입양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에서 성인입양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경험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 성인입양인들의 모임을 지원하고 자원봉사자 혹은 잠재적인 입양부모로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많은 성인입양인들이 입양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이미 자녀를 입양하여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입양이 지지부진한 현실에서 성인입양인들을 입양의 홍보대사로서, 또한 잠재적인 입양부모로서 체계적으로 교육,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입양인식 개선을 위한 입양의 날 홍보 및 적극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입양인들은 비입양인들이 입양으로 형성된 부모자녀관계가 불완전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경험한다고 하였는데, 몇몇의 사례들은 입양인조차도 입양으로 형성된 부모자녀 관계를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입양에 대한 편견이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입양인들은 살아가면서 주위사람들로부터 부당한 차별에서 동정어린 시선까지 다양한 반응을 경험하게 되며,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사회적 차별과 차가운 시선들이다. 따라서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와 관련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국내의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연구로, 탐색적 차원에서 입양인으로서 살아온 이들의 삶의 경험을 살펴보았다. 향후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입양의 여러 측면과 다양한 입양 관련 이슈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루어줄 후속 연구들을 기대한다.

  • 1. 고 혜연 2004
  • 2. 박 인선 1994 [『한국사회복지학』] Vol.24 P.127-156
  • 3. 이 미선 2002
  • 4. Borders L. D., Penny J. M., Portnoy F. 2000 “Adult Adoptees and Their Friends: Current Functioning and Psychological Well-Being.” [Family Relations] Vol.49 P.407-418 google doi
  • 5. Colaner C. W., Kranstuber H. 2010 “Forever kind of wondering: Communicatively managing uncertainty in adoptive families.” [Journal of Family Communication] Vol.10 P.236-255 google doi
  • 6. Levy-Shiff R. 2001 “Psychological Adjustment of Adoptees in Adulthood: Family Environment and Adoption-related Correlates.”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Development] Vol.25 P.97-104 google doi
  • 7. Muller U., Gibbs P., Ariely S. G. 2002 “Predictors of Psychological Functioning and Adoption Experience in Adults Searching for Their Birthparents.” [Adoption Quarterly] Vol.5 P.25-53 google doi
  • 8. Muller U., Perry B. 2001 “Adopted Person’s Search for and Contact with Their Birthparents II: Adoptee-birth Parents Contact.” [Adoption Quarterly] Vol.4 P.39-62 google doi
  • 9. Schechter M., Bertocci D. 1990 “The Meaning of the Search.” In D. Brodzinsky and M. Schechter (Eds.) The Psychology of Adoption P.62-90 google
  • 10. Smyer M. A., Gatz M., Simi N. L., Pedersen N. L. 1998 “Childhood adoption: Long-term effects in adulthood.” [Psychiatry] Vol.61 P.191-205 google
  • 11. Storsbergen H. E., Juffer F., van Son M. J., Hart H. 2009 “Internationally Adopted Adults Who Did Not Suffer Severe Early Deprivation: The Role of Appraisal of Adoption.”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Vol.32 P.191-197 google doi
  • 12. Tieman W. T., Van der Ende J., Verhulst F. C. 2008 “Young adult international adoptee’s search for birth parents.”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Vol.22 P.678-687 google doi
  • [표 1] 연구참여 사례의 특성
    연구참여 사례의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