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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장소 특정적 연극으로서의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와 <ONE DAY, MAYBE. 언젠가> 연구 A Study on <Gwangchon Simin Apartment House A, B, and C> and <One Day, Maybe. Someday> as Site-Specific Theatre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장소 특정적 연극으로서의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와 <ONE DAY, MAYBE. 언젠가> 연구

These days, in the theatrical world, the process of a play and the perceptions of the audience are considered important, as well as the collaboration of various genres, dismantlement of boundaries and performances beyond the boundaries of living and art have been attempted.

Site-specific performances are a trend. For this, the audience participates in a play and the space and shares in its process, through which aesthetic experiences accumulated through the process have become a form of art.

This study analysed how place is understood and revealed focusing on <Gwangchon Simin Apartment Houses A, B, and C> and <ONE DAY, MAYBE and Someday> as Site-specific plays performed in our community and classified the characteristics shown in their performance acts into two;

With respect to placeness, centering on the differences in the performance places for the two plays, this study determined that performances at historical events have a meaning of excavation, and the process and experiences of the audiences are the rediscovery of placeness. This study defined placeness of a specific area as follows: that we remember spatial meaning through cultural acts in a specific space and seek a value is a reorganization of placeness.

Site-specific performances are characterized by bricolage of a space in that certain places and spaces are selected and arranged through creative thinking and the collective consciousness of the audience together with the play and actors complete the place through perceptual experiences. So the audience is cooperative performers.

This study has meaning in that it enhanced understanding of place-specific placeness of a performance through reorganizing creative acts of using space, 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position of the audience.

KEYWORD
장소 특정적 공연 , 장소성 , 공간 , 재발견 , 재구성 , 정체성 , 브리콜라주 , 협력
  • 1. 들어가며

    현재 한국의 예술은 20세기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예술의 다문화주의, 탈 물질화, 공공예술 등의 흐름과 함께 다변화하고 있다. 연극 분야에서는 작품 자체의 심미성 보다는 ‘연극의 과정’과 ‘관객의 인식’을 중요시 하는 경향과 함께 장르 간 콜라보와 경계의 해체,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연들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예술에서 ‘장소 특성적’은 1960년대에 미술계로부터 대두되었다. 모더니즘 미술의 상업화와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는 미술제도에 저항하는 입장에서 오브제의 ‘탈 물질화’나 ‘대안 공간전시’ 등을 모색한 장소 특정적 예술은 큐브형 전시공간인 갤러리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장소 특정적 미술의 정의는 실제의 장소에서 관객이 실제의 경험을 통해 이해되는 작품을 의미한다. 또한 장소 뿐만 아니라 관객의 적극적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장소 특정적 공연은 “공간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연예술 매체와 함께 하는 복합다원예술 공연이다. 이 작품은 예술가와 관객이 고정된 무대와 객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 연출과 참여 예술가들이 만들어 놓은 연극적 공간에 초대되어, 관객 또한 작품 및 공간의 일부로 참여 해 공연을 관람”1)하는 퍼포먼스를 일반적으로 뜻하고 있다. 장소 자체를 텍스트화하거나 또는 그 발견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텍스트를 가지고 재해석된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하여, 장소와 작품 간에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장소 특정적 연극(Site-specific Theatre)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장소에서 배우와 관객이 과정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획득된 미적 축적과 경험이 하나의 예술형식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는 다양한 예술장르를 포괄하는 것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 이론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게 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그것의 개념이나 특징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연현장 뿐만 아니라 비평의 영역에서 장소 특정적 예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그와 관련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였는데, 장소 결정적(Site-determined), 장소 기원적(Site-oriented), 장소 참조적(Site-referenced), 장소 의식적(Site-conscious), 장소 반응적(Site-responsive), 장소 상관적(Site-related) 등과 같은 용어 출현2)을 그 대표적 예로 삼고 있으며 기존의 작품과는 차별화된 예술을 지향하면서 생긴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날 예술전반에 문제 제기된 “재현의 위기”는 단순한 식상의 문제가 아니다. 아르또의 잔혹극, 그로토프스키의 가난한 연극, 브레히트의 서사극, 세크너의 환경연극 등 많은 예술가들은 언어중심 연극의 한계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공연 공간의 확대 등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모든 연극은 예술이기 이전에 행위 그 자체이며, 삶 그 자체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경향과 함께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부터 장소 특정적 공연이 활발히 공연되고 있으며, 페스티벌 봄이나 서울국제 공연예술제, 과천한마당 축제, 변방연극제 등에서 지속적인 소개와 함께 학술연구도 서서히 많아지고 있다. 장소 특정적 공연은 요즘 부각하는 연극의 한 형태지만,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중심에서 펼쳐지고 있으며,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지만 국내의 지역 공연에 대한 연구 사례는 미흡한 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에서 장소 특정적 공연을 표방하고 공연된 작품을 중심으로 ‘장소’는 어떻게 이해되고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분석하는 한편 공연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특성에 대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연구대상 작품은 광주에서 공연 된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연출 임인자, 2013.2.14 공연)와 (트리스탄 삽스 연출, 2013.9.3~9.15)이다. 두 작품은 광주 5.18을 역사적 현장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 80년 5월의 모습에서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복합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공간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고는 장소성에 대한 분석과 연극의 미학적 접근에 대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1) 팸플릿  2)백로라,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Site-specific Performance)의 공간 구성과 관객 체험」, 『인문언어』 제15집, 2013, 107쪽.

    2.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와 <언젠가>에 나타난 장소성

       2.1. 장소성의 재발견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

    공연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의 아시아예술극장 창작 레지던시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의 일환으로 광주시에 소재하고 있는 광천동 성당 내의 들불야학3)교실 터와, 성당 옆에 있는 광천시민아파트 일대에서 열렸다. ‘들불야학 교실 터’와 ‘광천아파트’라는 물리적인 장소는 광주 5·18 당시 정치, 사회적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80년 5월의 정신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다. 연출자는 “들불야학이 지금 살아 있다면 아마도 공동체 활동에 주목했을 것 같다. 시민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오늘날 공동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그 의미를 나누고 싶다”4)라고 말하듯이, 장소 특정적 공연에서 장소는 공연의 핵심적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공연은 80년 5월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에서 과거와 현재와 교섭하며 관객의 체험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작업인 것이다.

    장소성을 논할 때 장소(Place)는 공간(Space)과 대별되는 개념으로서, ‘공간(Space)’이 동일한 소환경에 대한 물리적인 공간이라면, ‘장소(Place)’는 문화적이고 지역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여 나타나는 맥락적 의미의 장소이다. 장소성은 장소가 지니는 의미이며 인간의 체험을 통해 나타나는 물리적인 환경에 대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들불야학 건물은 철거되었지만 건물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벽면 한쪽을 기념물로 남겨두고 있다. 들불야학은 78년 7월에 광주지역 최초의 노동야학으로 출발해 70년대 말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주민운동의 단초를 만들었고, 들불야학에서 강학을 주도 했던 이들은 80년 5.18 당시 대부분이 시민군에 가담하였고, 윤상원과 박용준은 마지막 날 도청과 YWCA에서 각각 사망하였다. 김영철 등 4명은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갔으며, 박관현, 박효선 등 10명에게는 수배가 내려졌었다. 광주 5.18과 들불야학은 운명적 관계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공연장소인 광천아파트는 6·25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판자촌 자리에 도시계획에 따라 1969년에 세워진 광주 최초의 공동연립 아파트이다. 명칭만 아파트일 뿐, 4.5평이라는 좁은 공간에 화장실과 세탁장을 설치할 수 없어, 각 층마다 공동세면장과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판자촌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다. 광천아파트는 김영철 윤상원 등 들불야학 강학들이 거주하기도하였고 주민운동을 활발히 벌였던 곳이다. 각 건물 동은 3층이며 입구를 중심으로 정면이 가동, 왼편이 나동, 오른편이 다동으로 ‘ㄷ’ 자 모양이다.

    먼저, 공연은 광천동 성당 내의 옛 들불야학 교실 터에 아이들이 풍선을 들고 나와 ‘들불 야학가’를 부르며 뛰노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이어서 관객은 바로 옆 광천아파트로 이동하여 나동 앞 텃밭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이 여인은 실존 인물로서 광주 5·18당시 부상당한 아들 등 5남매를 키웠으며, 현재도 생존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파트 입구 벽면의 시계가 5시 18분에 멈춰 있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왔음을 의미한다. 갑작스런 계엄군의 출현과 계엄군에 의해 여인은 붙잡혀 나동 입구에 세워지고 피범벅 된 여인의 아들이 계엄군에 의해 끌려나온다. 관객은 바리케이드를 중심으로 계엄군과 대치하게 되는데, 30여 년 전의 실제의 사건이 실제의 장소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장소와 사건의 일치에서 관객들은 계엄군과 여인과 함께 뒤섞여 관람자인 동시에 시간여행을 통한 ‘80년 당시의 일반시민이라는 사실을 수용한다.

    바리케이드가 열리게 되면 관객은 아파트 단지의 ㄷ자 가운데 마당을 가로 지르며 변사극 <이수일과 심순애>를 관람하거나, 나동의 맞은편인 다동의 건물 옥상으로 안내된다. 옥상에서는 전통퓨전국악단의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하늘과 접하고 있는 옥상 공간에서의 전통퓨전국악단 공연이 미래라면 <이수일과 심순애>는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인 셈이다. 다동 2층의 한 주거 공간에는 주민의 삶에 대한 영상과 사진을 설치하여 전시 관람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두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아파트 단지 가운데 마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가동 2층 발코니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각색한 <발코니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이 상연된다.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실제주민들과 배우들이 마을잔치를 준비하는데, 1976년에 광천시민아파트에 입주하여 주민자치에 힘썼던 인물이자, 광주 5·18 당시 도청항쟁지도부 ‘시민학생투쟁위원회’ 기획실장이었던 김영철의 등장이다. 가동 아파트 각층 창문의 주민(배우)들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이어서 풍물굿과 함께 걸진 마을잔치마당이 펼쳐진다. 지역주민들을 포함하여 배우와 관객 모두는 술과 떡국을 나눠먹으며 노래를 부르는 등 흥겨운 뒤풀이로 공연은 끝난다. 공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아파트 단지 내의 공간들을 이동하면서 복원되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몸으로 체험하게 만들고 있다.

    공연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들불야학 교실 터(공연의 프롤로그), 나동 아파트 앞 텃밭과 실내(80년 5월 상황재현), 나동에서 다동 가는 길(<이수일과 심순애> 공연), 다동 옥상(퓨전음악 공연), 가동 베란다(<발코니를 기다리며>공연), 아파트단지 중앙마당(김영철의 환생과 마을잔치)로 이어지는 이동은 광천아파트란 공간에 대한 탐구 과정이다. 공연과 함께 진행된 일련의 이동을 통하여 80년 5월 아파트에 거주했던 시민들의 삶과 시민운동가 김영철을 회상하게 만든다. 퍼포먼스가 보여주는 기억의 재생과 의미적 요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적 요소를 개입시키고 장소의 의미를 재생산한다.

    아파트 나동 텃밭의 여인과 김영철은 실존했던 인물로서 이들이 살았던 생활 터전과 공연 공간이 일치되는 것은 중심인물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장소의 일치를 중시하는 작품에서는 지배적인 인물이 강조되고 관객의 주의가 그 인물의 성격이나 역사를 반영하는 장소에 집중된다.5) 여인의 경험에 관한 다큐적 재현과 김영철이란 인물의 환생은 장소의 의미를 강화 시켜주는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작품과 장소가 일치하는 공연행위는 연극적 진실을 의도함으로써 장소에 대한 재인식이 작동된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의 극적경험과 이동 간 형성되는 지각은 공간의 기억과 관계를 가지면서 장소에 내재된 의미를 확인시켜준다. 장소성이란 사람이 장소에 대해 갖는 사회적 의식이다. 특정 장소와 공간은 그것의 물리적 위치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망각된 역사의 장소에서 과거의 시간을 재생하고 접속하여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의미 생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소 특정적 공연은 광천아파트가 광주 5·18 당시의 현장이었다는 점과, 당시 시민운동가 김영철의 삶에 대한 기억을 통하여 과거란 시간 속에 부여된 정치적·사회적 장소에 대한 의식적 애착을 갖게 만든다. 인간이 추구하는 삶과 그 삶이 실천되었던 경험적 공간을 발굴하고 몸의 체험을 통하여 장소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과 의미의 재생산이 곧 장소의 재발견이 되는 것이다.

    공연은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넘어 일상속의 공간이 공연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공연행위 자체가 역사를 향해 조직되면서 장소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시켜준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적 사건과 사건의 장소가 일치되는 광천아파트에서의 특정적 공연은 광천아파트란 장소에 대한 재발견이 되는 것이다.

       2.2. 장소성의 재구성

    <언젠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 예술극장 개관 사전제작 프로젝트 일환으로 한국, 일본, 영국 국제 공동제작 작품이다. 광주의 중심지인 (구)전남도청 인근의 (구)광주여자고등학교에서 공연되었다. (구)광주여자고등학교는 1923년 광주공립여자고등학교로 설립 개교하였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사업과 관련하여 2010년 3월 광주시 서구 화정동으로 교사 이전하였고, 향후 주차장 부지로 예정되어 있다.

    (구)광주여자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인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본부였으며 최후의 항전을 벌인 (구)전남도청과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5·18광주항쟁 기간 중 연일 격렬하게 저항했던 항쟁의 거리 금남로, 당시 광주시민들이 각종 집회를 열어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전남도청 앞 분수대, 희생자들의 주검을 임시 안치했던 상무관, 들불야학 청년들이 ‘민주시민회보’를 제작하여 광주소식을 전국에 전했던 (구)YWCA, 계엄 하에서 항쟁 열기는 물론 계엄군의 과잉진압 행위마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불타버린 (구)광주 MBC, 유신체제 말기 암울한 시대에 민주 청년 학생들이 모여 열띤 시국 토론을 벌이던 사랑방 녹두서점 자리 등 5·18 사적지의 밀집지역이다. 여기에 공연의 소재가 되기도 한 경찰서 또한 광주동부 경찰서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연출자는 “1980년 광주항쟁 중 죽어간 사람들이 다시 살아 돌아와 현재의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빠른 변화의 물결을 보게 된다면 과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쩌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큰 충격을 받고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두 가지 다 일 수도 있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근간은 이것이다.”6)라고 이야기 한다.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광주는 5·18 당시 무엇을 위해 희생했고, 당시와 비교하여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 자유로운가에 대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는 강당과 교실 그리고 복도를 활용하여 7개의 공간을 학교건물 1, 2층에 병렬배치하고 있다. 관객(60명으로 관객 수 제한)은 7개의 공간에서 7개의 퍼포먼스를 관람한다. 공연공간은 무대에 대한 환상보다는 관객과 공유 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 기능적 공간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공연 공간과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당의 촛불 장면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끝난다. 현실 정치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개입을 통하여 작품의 사회성을 보여주고 있다. <광천시민아파트 가.나.다>가 아파트라는 삶의 공간에서 역사적 사건과 장소의 일치를 통하여 장소성을 드러냈다면, <언젠가>는 학교라는 부분 공간에서 특정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함축하여 보여준다. 공연에 적당한 장소로서 어느 한 공간을 텍스트화하여 재해석된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문화적 행위를 통해서 장소적 의미를 기억하고 미래적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역사성을 특정 공간에서 공간적 실천을 통해 정체성과 의미를 재생산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재발견된 장소는 자연 환경을 유지하며 물리적 공간을 공연의 배경으로 활용하지만, 장소성의 재구성이란 특정 지역의 역사성을 특정 공간에서 문화적 실현을 통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재생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공연은 미술관, 쇼핑타운, 경찰서, 추모관 등의 현실의 공간을 광주여자고등학교라는 실내 공간 내에 재구성하여 재현하고 있다. 만일에 제1의 강당 공간을 (구)전남도청 분수대, 제2의 재현공간인 쇼핑타운가를 인근의 금남로와 충장로 상가, 제3의 공간인 ‘호남경찰서 개방의 날’은 광주동부경찰서, 4, 5번의 영정실이나 제사 지내는 공간을 상무관에서 공연하였다면 광천아파트 사례와 같이 장소성의 재발견이라고 개념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서 보듯이 5·18 사적지가 밀집된 현장에 위치한 학교라는 건축된 공간 내에 있는 강당, 교실, 복도 등 다양한 공간의 특성을 활용하고 작품의 성격과 목적에 맞게 공간 성격을 재구성하여 관객의 참여와 체험을 이끌어 냄으로써 장소 재구성하고 있다. 발견된 장소성은 경험적 공간과 사건을 조합하여 ‘실제 공간’과 ‘실제 시간’이 개입되지만, 재구성된 장소성은 ‘구성 공간’과 ‘실제 시간’의 조합이며, 시간적 공간적으로 단절된 맥락의 연결을 위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3)들불야학은 광주지역 최초의 노동야학으로 70년대 말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주민운동을 활발히 펼쳤던 곳이다. 들불야학 출신으로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와 전후 희생자 7명(박기순, 윤상원, 박용준, 박관현, 김영철, 신영일, 박효선)을 들불 7열사라 하여 이들을 기리는 들불야학기념사업회가 있다.  4)‘시민아파트 통해 ‘공동체’ 의미 찾아요’, 『한겨레신문』, 2013.2.15. 연출가 임인자 인터뷰.  5)Seth L. Wolitz, 「장소일치와 연극적/정신적 공간의 자유: 동서양의 비교」, 『한국연극학』 제21호, 2003, 40쪽.  6)범현이, 「ONE DAY,MQYBE. 언젠가」, 『광주아트가이드』 2013, 9월호, 광주: 광주아트가이드, 13쪽. 연출자 트리스탄 샵스 인터뷰 내용 재인용.

    3. 장소 특정적 공연의 특성

       3.1. 공간의 브리콜라주

    장소 특정적 공연은 배우와 관객과의 벽을 허무는데 용이하도록 특정장소의 실제장소를 사용하거나 다양한 실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관객과 무대를 분리하는 미학체계에 바탕을 둔 기존 프로시니엄무대에 대한 거부로써 관객은 공연의 의미를 생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우와 관객의 소통 없이는 연극이 존재할 수 없듯이 이를 기본으로 공간은 연출되며, 공연에서 배우와 관객의 만남과 이를 위한 공간의 탐색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장소 특정적 공연이 공간과 관객과의 극적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간과의 협상을 필요로 한다. 또한 주어진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무엇을 사용하고 무엇을 사용하지 않을지 등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전통연극의 무대설계자가 무대효과에 대해서 연구한다면 장소 특정적 공연은 공간 환경의 구조에 대한 탐색을 통한 창의적 발상을 요구받는다. 공연 공간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주어진 공간을 배경으로 공간요소들을 탐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공간은 공연행위와 결합하고 관계되어진다. 극적 전개를 위해 창의적으로 구상되고 활용되는 공간은 사고적인 면에서 ‘원시 과학’이라고 하기보다는 ‘전(前. prior)과학’이라고 명명한 브리콜라주(bricolage)와 기술적인면 과 상통한다 할 수 있다.

    브리콜라주를 수행하는 브리콜뢰르(bricoleur)는 아무것이나 주어진 도구를 써서 자기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사람을 장인에 대비해서 가리키는 말이다. 신화적 사고의 특징은 그 구성이 잡다하며 광범위하고 그러면서도 한정된 재료로 스스로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무슨 과제가 주어지든 신화적 사고는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달리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화적 사고는 일종의 지적인 ‘손재주(bricolage)’인 셈이다.7)

    브리콜라주를 수행하는 브리콜뢰르인 연출가는 광천아파트에서 성공적인 신화적 사고를 위해서 아파트 텃밭, 아파트 앞마당, 아파트 계단, 아파트 내의 주거 공간, 옥상, 아파트 발코니 등 공간 내에 자연 노출되어있거나 숨어있는 특징적 요소들을 목록화하여 극적구성을 이루어야 한다. 광천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공연 가능성을 점검하고 공간의 선별적 선택과 구성을 통하여 작품성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화적 사고는 유추와 비교를 통한 작업이다.8) 텃밭에서 만난 여인의 삶의 이야기, 나동 아파트 내에서의 공수부대원의 시민 체포 등은 형식적으로는 마당극적 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광주 80년 5월에 발생한 장소의 경험을 유추한 재현행위는 현장적 진실성을 갖고 있다. 이는 마치 필름 조각들이 필름 편집자들에 의해 다루어지는 것처럼 다루어 질 수 있는 살아 있는 ‘복원 행위(Restored Behavior)’이다. 복원 행위라고 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 모두에게, 그들이 이미 되었던 것, 혹은 그들 대부분이 결코 되어본 적은 없지만 되고 싶어 해왔던 것, 혹은 앞으로 되고 싶어 하는 것들까지를 모두 다 다시 되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9) 이렇게 ‘복원된 행위’는 상징적이고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려는 재귀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기호가 이미지와 같이 구체적인 존재이면서 지시 능력을 가지고 있듯이, 연출자는 광천아파트라는 장소의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맥락에서 장소성의 의미를 도출하는 손재주꾼이 되는 것이다. 원시사회에 손재주꾼은 가진 도구나 집합이 무엇 무엇인지를 검토하면서 당면문제를 재료의 집합이 해결해줄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듯이 연출자는 각각의 공간이 어떠한 기호로 쓰일지를 검토하고 선택하여 조합·배열하게 된다.

    관객은 광천아파트가 역사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장소에 대한 이해는 이동과 함께하는 관람과 참여를 통해서 성취해 간다. 공연공간은 아파트 텃밭, 아파트 앞마당, 아파트 계단, 아파트 내의 주거 공간, 옥상, 아파트 발코니 등 물리적 무대설치 없이 잘 활용하고 연결하고 있다. 극적 내용과 공간과의 상호관계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여 사실성과 현장성 그리고 심미성을 느끼게끔 하는 연출이 요구되는 것이다. 관객은 눈과 마음, 태도와 가치를 가지고 장소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반면, <언젠가>는 학교공간의 강당과 복도, 복도 외벽, 교실 등을 활용하여 프로시니엄무대로 상징되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퍼포먼스에 맞게 물리적으로 변형시킨 경우이다. 광천아파트보다는 리얼리티는 떨어지지만 학교 실내공간의 구조적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즉, 실내 공간의 변형을 통해서 환경을 창조하고, 관객의 행동과 위치를 배열시키는 것이다. 여러 개의 교실을 쇼핑타운가로 만들어 관객이 물품구매를 가능하게 하여 실제 소비자가 되도록 하고, ‘호남경찰서 개방의 날’ 교실 공간에서는 경찰서를 견학하기 위한 방문객 되고, 영정실과 제사지내는 방에서 관객이 참배객이 되는 것은 현실화를 위한 의도된 작업이다. 학교건물의 주요 요소들을 극적 환경에 맞게 변용하여 사용하여 각기 공간을 가상의 현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관객을 수용자적 위치에서 행위자적 위치로 변환하기 위해서 미적 공간과 현실 공간의 경계를 해체한다. 이는 작품의 에피소드적 구성에 따라 배열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의 일부가 되도록 유도하거나, 연기자들과 관객 간의 서로간의 교감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게 된다. 공유된 공간의 개념은 이동을 통해 변화된 환경을 접하기 때문에 관객도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간다. 극적전개에 따른 공간의 배열은 관객으로 하여금 체험을 통해 장소를 이해하고 지각 하게 만든다.

    위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듯이 장소성과 연극성을 결합하고 수용자인 관객을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행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공간과 극적 공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위해 마당극이나 거리극처럼 개방적이거나 장소의 공간 환경에 대하여 일상적 삶의 리얼리티를 살려내는데 “이것은 지도와 물리적 장소에서 지워진 (혹은 망각된) 시간 그리고 그러한 시간 속에 축적된 서사를 복원시키기 위한 연출전략에 해당된다.”10) 기존 공간 내의 공간과 공간간의 연결은 인위적이고 물리적인 재구성이지만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공연의 극적 효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공연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공간의 맥락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중요한 창작행위임을 의미하고 있다. 연출자의 공연장소에 대한 선택은 어떠한 주관적 판단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작품을 선정하거나 또는 장소를 찾은 다음, 그 장소가 주는 연극적인 흥미와 가능성을 발견하여 작품을 선정하고 주어진 공간상황과 어떤 접속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은 새롭게 재탄생이 되는 것이다.

    예술가와 과학자는 ‘손재주꾼’의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과학자는 구조를 이용하여 사건을 만드는데 비해 (세계를 변하게 하는데) ‘손재주꾼’은 일어난 사건을 이용해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12) 일상적 삶의 장소라고만 생각했던 광천아파트가 지닌 역사의 현장성을 연극적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환유보다는 예술적 은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천아파트 가,나,다>와 <언젠가>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연출은 장소의 공간 하나하나를 탐구하여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위해 <광천아파트 가,나,다>에서와 같이 ‘복원된 행위’나, <언젠가>에서처럼 실물과 동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공간을 변용하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일을 수행하는 연출자는 공간을 발굴하고 선택하여 극적 대화를 이끌어 내는 브리콜뢰르(bricoleur)라 할 수 있다.

       3.2. 관객의 협력적 수행

    장소 특정적 공간에서 관객은 무대와 객석의 분리 공간이 아닌, 전체 공간 속에 존재한다. 전체적 공간은 근본적으로 협력적이고, 배우와 관객 또한 협력적 관계로서 공동체적 특성을 지닌다. 배우와 관객의 공간이 구분되지 않으며 공연은 관객의 체험을 유도하도록 연출된다. 배우와 관객을 포함한 모든 연극적 요소들은 상호 협력적 관계를 유지한다. 관객이 공연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생성되는 장소에 대한 지각이 작품의 완성단계라 할 수 있다.

    <광천아파트 가나다> 공연에서처럼 아파트 텃밭 장면의 경우 여인의 아들이 계엄군에게 끌려나오고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둔 계엄군과의 대치 상황은 관객의 위치를 관람자가 아니라 시간여행 속의 80년 5월의 시민으로 만든다. 공연장소가 80년 5월의 현장이라는 점과 당시의 상황 재현이 동일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낯설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80년 5월의 광주시민이라는 상황 인식을 하게 된다. 이는 관객의 능동적 참여와 이동이라는 실천적 행위를 통해서 형성되며, 이는 마지막 장면의 잔치마당에서 연기자, 관객, 주민 모두가 술과 음식을 나누는 뒤풀이까지 진행된다. 관객은 이동이라는 공연 여행을 통해 극적 세계에 편입되며 ‘공연자는 ‘일상적 세계’로부터 ‘공연적 세계’로, 하나의 시간 공간 관계로부터 다른 하나의 시간 관계에로, 하나의 퍼스낼리티로부터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다른 퍼스낼리티에로 이동해 간다.‘13) 관객은 하나의 등장인물인 목격자가 되기도 하고, 마당으로, 옥상으로, 아파트 실내 공간 안으로 이동을 통해 극적세계이자 현실세계를 여행한다.

    광천아파트에서 이루어진 공연의 시간적 흐름은 나동 아파트와 텃밭(과거/80년 5월 상황 재현), 나동에서 다동으로 가는 중간 공간인 아파트 앞마당 (과거와 미래의 연결 통로/<이수일과 심순애>공연), 다동 옥상(미래/음악공연), 나동 발코니의 부조리극 공연(현재), 아파트 건물 창문과 앞마당 (현재/ 잔치준비와 김영철의 환생), 아파트 앞마당(현재이자 미래/대보름 잔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관객의 이동 속에서 능동적 자세를 요구하며 시 공간의 흐름 속에서 관람자의 체험과 지각이 중시된다. 공간마다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관객의 참여도에 따라 지각과 인식은 차별성을 지니며 수행 태도에 따라 작품의 이해는 달라질 수 있다.

    장소 특정적 예술은 대중이 선점하고 있던‘신체적 물리적 공간을 침범’하기 때문에 예술행위의 발생이 그 공간에 모인집단을 누구로 만드는가(혹은 어디에 위치 지우는가)가 항상 중요해진다.14) <언젠가> 또한 관람자의 체험과 자각을 중요시하는 동일함을 가지고 있다. 쇼핑타운 공간에서의 구매 행위는 관객과 소비자는 동의어가 되고, 복도 마지막 방 “비교 할 수 없는 가치! 당신만을 위한 프리미엄, 스마일 투게더”란 공간 속에서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존재감 없는 소비자로 전락된 자화상을 느끼게 된다. 또한 경찰서 공간에서는 국가 보안실 요원의 ‘풍산개 1호 발령과 함께 느끼는 긴박감과 불안감은 연출된 의도이지만, 안대를 벗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조금 전 피의자들에 대한 고문과 죽음 등에 관한 목격은 관객의 위치가 아니라 목격자라는 위치를 수행하는 것이며 현실 권력의 이면에 대한 지각성 또한 작품 과정이 된다. 영정실과 제사를 지내는 방에서의 체험 또한 마찬가지이다. 관객은 관람자이자 행위자로서 역할하며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그것들은 어떤 존재로부터 다른 존재에로의 일시적인 변화들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영역과 공연적 영역 사이의 존재들이다.15)공간은 실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관객은 공간과 배우와 함께 상호 협력적 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에서 말하는 공간이란 극장(house)과 무대(stage)라는 물리적 공간과 미학적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공간은 상연이 이루어지는 구체적 공간으로 장소적 개념과 일치하는 것으로서 일정한 넓이와 깊이 거리와 면적을 가진 공간의 테두리만을 지칭하는 의미가 강하다. 미학적 공간은 대사에 의해 환기되거나 상상력으로 구축되는 잠재적 공간으로서 미학적공간이라 말한다.16) 그러나 장소 특정적 공연은 물리적인 공간과 미학적 공간의 일치와 함께 관객의 공간여행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체험이 극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관객의 예술적 체험이 공연을 완성해 가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공간과 배우 그리고 관객의 상호 협력이 이루어져야 만이 가능하며, 이로써 관객은 공연자가 되어 작품의 의미를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관객의 능동성은 배우와 공동 창조자이자 협력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관객의 태도에 따라 텍스트는 다양하게 해석 될 수도 있고, 의미가 생산될 수도 있다. 연출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사회와 그 사회의 정체성에 결속시켜 나가는 것이다. 일련의 연극실험들은 관객의 적극적 참여, 역할의 수행, 결과로서의 완성된 작품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 등에서 포스트드라마연극과 분명히 공유하는 점이 있다.17) 공간의 여행에서 배우들은 관객의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며, 연기자와 관객의 관계는 행위자와 수용자의 관점이 아니라 관객은 행위자인 배우를 수행하며 함께하는 공연자로서 작품 구성의 일원이자 주체가 된다. 공연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관객의 지각과 집단의식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7)레비스트로스, 안정남 옮김, 『야생의사고』, 한길사, 1996, 70쪽.  8)위의 책, 75쪽.  9)리차드 세크너 지음, 김익주 옮김,『민족연극학』,한국문화사,2004, 64쪽.  10)백로라,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Site-specific Performance)의 공간 구성과 관객 체험」, 『인문언어』, 제15집, 2013, 112쪽.  11)홍성민,「Total Theatre ‘Alice’의 Site-specificity」, 『Site-specific 창작작업의 이해』, (사)춘천마임축제 컨퍼런스 자료집, 2006, 8쪽.  12)레비스트로스, 앞의 책, 77쪽.  13)리타드 셰크너, 앞의 책, 218쪽.  14)이진아,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 관객의 위치」, 『한국연극학』 제42호, 2010, 208쪽.  15)리타드 셰크너, 앞의 책.  16)안느 위베르스필트, 신현숙 역, 『연극 기호학』, 문학과지성사. 1997, 120쪽.  17)이진아, 앞의 논문, 210쪽.

    4. 나오며

    본고는 장소 특정적 공연을 표방하고 있는 <광천아파트 가,나,다>와 <언젠가> 두 작품을 사례로 장소성은 어떻게 이해되고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대한 분석과 공연을 통해 나타난 특성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두 작품의 공연 공간은 광천아파트와 (구) 광주여자고등학교로써 80년 5월의 현장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장소이다. 현실 속의 망각을 일깨우며 기억을 통해 공간에 대한 장소성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문화적 행위를 장소성의 재발견이라 개념 지었으며,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특정 공간을 통해서 드러내는 경우를 장소성의 재구성이라 하였다. 장소성이란 장소의 인지된 특성으로, 어느 한 장소의 고유성과 동시에 다른 장소와의 차별성을 뜻하며, 이는 인간의 체험과 기억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장소 특정적 공연의 장소성은 장소의 고유한 특성을 예술행위로써 관객의 체험을 통한 지각과 함께 장소의 정체성과 장소의 정신을 현재화하여 구현하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획득 되어지는 것은 장소의 정체성과 장소의 역사성에서 내포대어 있는 정신의 강화라 할 수 있다.

    <광천아파트 가,나,다>와 <언젠가> 두 작품의 분석으로 장소 특정적 공연의 특성을 공간의 브리콜라주(bricolage), 관객의 협력적 수행으로 규정하였다. 공간의 브리콜라주(bricolage)는 일정 범위에 걸쳐 있는 공간에 대하여 창의적 사고를 통하여 선택하고 배열하여 작품을 만들어 가는 창작 행위라는 것이고, 관객의 협력적 수행은 공연 공간 속의 관객의 위치는 수용자의 관점이 아니라 행위자인 배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연의 주체가 되고, 공간적 실천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일원으로서‘과정’에서 지각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집단의식이 작품의 완성이라는 것을 의미하였다.

    장소 특정적 공연은 근자에 들어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는 반면에 논의는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는 단계이다. 본고 또한 지역에서 공연된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지만 심도 있는 연구라고 볼 수는 없다. 본고는 동일한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된 두 작품을 중심으로 공연을 통해 장소성이 어떻게 강화 되는가 하는 측면과 장소 특정적 공연의 특성을 밝히고자 노력하였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특성들은 아직 미흡하고 부족함이 있지만 후속연구와 공연예술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또한 앞으로 본인에게도 지속적인 연구는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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