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적 관계상실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A Qualitative Study on the Process Leading to Posttraumatic Growth after Relational L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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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관계상실이라는 특정한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정교하게 탐색하고 이에 관한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10년 이내에 심각한 관계상실을 경험하였고 이를 통한 성장 수준을 높게 보고한 성인 12명을 선발하여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연구방법은 근거이론적 방법(Strauss & Corbin, 1998)을 적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근거자 료를 분석한 결과, 총 64개의 개념과 34개의 하위범주, 9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패러다임 분석 결과, 중심현상으로 상실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함이 도출되었고, 인과적 조건으로는 충격적 상실사건 발생, 맥락적 조건으로 심리적 고통 및 심각한 부적응이 나타났다. 아울러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는 상실에 대한 의미재구성 과정과 다양한 활동이, 중재적 조건으로 개인내적 특성과 사회적 지지가 도출되었고, 결과로는 긍정적 변화 및 성장과 남아 있는 고통이 나타났다.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한 결과, 문제제기와 원망 단계, 초점변경과 수용 단계, 새로운 의미발견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도출되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상실을 극복하고 성장을 일구어내는 과정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하였고, 본 연구의 한계점과 추후연구를 위한 제안점에 대해 언급하였다.


    The present study aimed to explore the process leading to posttraumatic growth(PTG) after experiencing relational loss. Interviews were implemented for 12 participants showing high scores on PTG, and their responses were analyzed based on ground theory approach. Findings in this study indicated that the process would be summarized as 64 concepts, 34 subcategories, and 9 categories. The author identified ‘occurrence of devastating loss’ as a causal condition, ‘severe pain and maladjustment’ as a contextual condition, ‘self-reflection and meaning making through loss’ as a main phenomenon, ‘meaning reconstruction of loss’ and ‘various activities’ as action/interaction strategies, ‘intrapersonal traits’ and ‘social support’ as intervening conditions, and finally ‘positive changes and growth’ and ‘remained pain’ as results. Participants were assumed to experience three stages(i.e., questioning/resenting, refocusing/ accepting, and new meaning making). Finally, the implications of the current study are discussed.

  • KEYWORD

    관계상실 , 역경후 성장 , 의미재구성 , 근거이론

  • 방 법

      >  연구참여자 선정

    ‘외상적 관계상실을 통해 높은 성장을 일구어낸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해 서울 소재의 한 온라인 대학교와 서울시의 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총 517 명을 대상으로 상실경험 관련 질문지와 역경후 성장 척도(Posttraumatic Growth Inventory: PTGI)를 실시한 후, 가까운 이의 상실로 인한 충격과 고통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한 205명을 1차로 선정하였다. 이들 중 역경후 성장 척도 총점이 평균보다 1 SD 이상이고 상실로부터 경과된 기간이 10년 이내인 사람들을 선별하고, 이들 중 심층면담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25명에게 심층면담을 요청하였다. 상실로부터 경과된 기간은 임선영(2013)의 선행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역경후 성장 수준과 유의미한 상관을 보이지 않는 시점인 10년으로 제한하였다. 최종적으로 16명이 면담에 응하였는데, 그 중 PTGI 점수는 높았으나 실제 초기 면담 시 별다른 성장을 보고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실로 인한 고통과 부적응만을 보고하여 ‘상실을 통해 성장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4명의 자료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12 명 참여자의 인적사항 및 상실경험의 특성을 표 1에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상실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해 PTGI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척도에서 개념화한 성장의 내용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선별하였기에 질적 연구를 통한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는데 다소 제한이 따를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TGI를 사용하여 참여자를 선정한 이유는 첫째, 성장이라는 것은 개인이 과거와 비교해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인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타인의 보고보다는 당사자의 주관적 보고를 1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선행연구들에서 사용한 PTGI에 다소 포괄적이고 모호한 문항들이 포함되어 있어 심층면담을 통해 성장 현상을 좀 더 세밀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의미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예를 들어, PTGI의 새로운 가능성 발견 요인에 해당되는 ‘중요한 우선순위가 바뀜’, ‘새로운 관심사가 생김’ 등은 심리적 적응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성장의 내용을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이 있다.

    평균 연령은 37.8세(SD=10.55)로 범위는 24 ~54세였다. 상실사건으로부터 경과된 기간은 평균 3년 7개월이며, 7개월부터 10년까지 보고되었다. 총 12명의 면담자 중 사별을 경험한 사람이 9명,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3명이며, 종교인이 12명 중 8명이었다. 종교를 가진 시점은 모두 상실 이전부터였다.

    12명 모두 의미 있는 관계에서의 상실경험을 했고 그로 인한 충격의 심각도가 높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고로, 참여자 6의 경우 상실의 대상이 조카이기 때문에 원가족보다는 친밀감이 낮을 수 있으나, 사별의 이유가 자살이었기 때문에 충격심각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간주되어 외상적 상실경험에 포함시켰다. 또한 참여자 10의 경우에도 상실의 대상이 시어머니였기에 원가족보다는 친밀감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혼생활 26년간 친어머니보다 훨씬 더 가깝고 좋은 관계로 지냈다고 하여 면담대상자에 포함시켰다.

      >  자료수집 절차

    역경후 성장과 상실 관련 선행 연구 및 문헌들을 고찰한 후 중요한 질문의 영역들과 좀 더 구체적인 하위 질문들을 작성하였다. 주요 질문은 상실 사건 자체의 특성, 상실로 인한 고통과 영향, 상실을 통한 긍정적 변화 및 성장, 상실 극복에 도움이 된 것, 현재 삶의 모습에 대한 5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졌고, 하위 질문은 총 24개의 문항이 포함되었다.

    질문지의 내용이 참여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이해될 수 있는지, 혹은 보충해야할 질문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참여자 3명에게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세 명 모두 질문사항을 대체로 잘 이해하고 적절히 답하였으나, 역경 경험 이전보다 더욱 심리적으로 성장(growth) 하는데 도움이 된 요인과 단지 역경 이전의 적응 수준으로 회복(recovery)하는데 도움이 된 요인을 구별하여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이 두 질문을 합쳐서 질문하기로 하였다. 또한 상실 경험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 및 성장에 대한 질문이 다소 모호하다는 피드백이 있어, 광범위한 열린 질문을 한 다음 다시 한 번 6가지 세부 영역들에 대한 긍정적 변화여부를 묻는 질문을 추가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 면담흐름표를 표 2에 제시하였다.

    본격적인 면담은 최종 선발된 12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약 한달 반 동안 진행되었다. 1 차 면담은 약 2시간씩 진행하였고, 장소는 서울소재 대학의 상담센터 내 상담실이나 서울시내 사설 스터디 룸을 대여하여 면담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실시하였다. 면담 시 녹음에 대한 동의를 구한 후 전 면담과정을 녹음하여 축어록을 전사하였고, 그 내용을 근거이론 방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1차 면담 자료에 대한 개념 분석 작업을 실시한 후,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한 사항을 정리하여 2차 보충 면담을 실시하였다. 보충면담 역시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에 걸쳐 직접 대면하여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4명의 참여자가 지방에 거주하고 있거나 재방문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혀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보충면담을 실시하였다. 참여자들에게는 보충 면담이 끝난후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  근거이론에 따른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근거이론 방법의 분석절차를 따랐다(Strauss & Corbin, 1998). 먼저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된 녹음자료를 필사하여 원자료로 사용하였고, 메모해둔 관찰사항(표정, 행동 등)을 근거자료에 포함시켰다. 완전축어록을 작성한 후에는 Strauss와 Corbin (1998)이 제시한 코딩절차에 따라 분석을 실시하였다. 가장 먼저, 문장을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의미 있는 개념을 명명하는 개방코딩을 하였고, 이렇게 추출된 개념들을 비슷한 범주끼리 일차로 묶어서 범주화하는 작업을 하였다. 중간 단계의 범주를 하위범주로, 비슷한 하위범주끼리 다시 묶어서 범주로 추상화하였다. 개념화 및 범주화 과정을 1차로 마치고 상담심리전문가 1인과 임상심리전문가 2인에게 차례로 피드백을 받으며 비교, 검토해 나가면서 최종적인 범주를 설정하였다. 분석에 참여한 심리전문가 3인은 전문가 자격증 취득 후의 상담경력이 최소 7년 이상이며 이들 중에도 가족과 사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어본 연구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현상을 더욱 깊고 민감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패러다임 모형을 찾는 축코딩을 통해 범주들 간의 관계를 형성한 후 최종적으로 심리학 박사학위 소지자 1인과 검토 작업을 하였다. 이렇게 개념 및 범주화한 자료는 면담자에게 다시 이메일로 발송하고 자신이 말한 의도대로 적절히 분류되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였다.

      >  연구의 타당도 확인

    질적 연구 결과의 타당도에 대한 평가의 한 방법으로 Lincoln과 Guba(1985)가 제시한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적용성(applicability), 일관성 (consistency) 및 중립성(neutrality)을 확인하였다. 먼저 사실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 및 배경을 포괄하는 표본에서 참여자를 선정하고자 노력하였고, 2차 면담을 통해 참여 자들에게 개념화 및 범주화 결과, 패러다임 모형 등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참여자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한 이야기가 잘 개념화되고 분류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고 신기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적용성을 위해서는 본 연구 결과를 심각한 관계상실 경험이 있는 일반인 2인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연구 결과가 적용 가능한지 검증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에서 추출된 개념 및 범주 등이 대체로 공감이 가고 자신의 체험과 유사하다는 피드백을 확인하였다. 일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참여자 선정, 면담 흐름표 제작, 면담절차 및 분석과정 등에 대해 상세히 제시하였으며,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심리전문가들과 논의를 지속하면서 수정작업을 거쳤다.

    근거이론 방법론에서 연구자의 민감성과 중립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본 연구자가 심리전문가로서 상담현장에서 관계상실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내담자나 환자들을 평가하고 치료를 한 경험이 상당히 있고,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관계에서의 사별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상을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연구 자의 경험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여 객관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었다. 따라서 우선 면담 과정에서 되도록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근거(에피소드, 주요한 타인의 피드백 등)를 수집하고자 노력하였고,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도 판단중지 및 타전문가와의 논의를 지속하였다. 특히 선행연구의 고찰과 개인적 체험을 통해 성장의 개념 및 유형이 연구자에게 이미 형성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참여자들이 보고한 변화의 모습들을 적응 및 자기실현의 측면에서 타전문가들과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그 결과 긍정적 변화들을 사실상 성장과 성장이 아닌 것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매우 어렵고 연구자가 성장의 개념을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분명 의미 있는 삶의 변화들이 누락되었음을 깨닫고, ‘긍정적 변화 및 성장’ 이라는 포괄적인 범주를 결과로 도출하게 되었다.

    결 과

      >  외상적 관계상실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의 개념 및 범주들

    본 연구 자료에 대한 개방코딩과정에서 심층면담 및 관찰을 통해 얻은 자료를 완전축어록으로 전사하고, 이를 문장 단위로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지속적인 질문과 비교를 통해 개념을 명명하였다. 다음으로 각 개념들을 무리지어 1차로 범주화하고, 이를 심리전문가들과 개념 및 범주에 대해 논의한 후 다시 수정하여 최종적으로 64개의 개념과 34개의 하위 범주, 9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표 3).

      >  외상적 관계상실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패러다임 분석

    개념화 및 범주화 자료를 패러다임에 근거하여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심현상, 작용/상호작용, 중재적 조건, 결과에 따라 개념과 범주를 엮는 축코딩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서 충격적 상실사건 발생이라는 인과적 조건과 심리적 고통 및 심각한 부적응이라는 맥락적 조건이 도출되었다. 중심현상으로는 상실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함이 도출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을 조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서 상실에 대한 의미재구성 과정과 다양한 활동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재적 조건으로 개인내적 특성과 사회적 지지가 도출되었으며, 결과로서 긍정적 변화 및 성장과 남아 있는 고통이 도출되었다. 범주들 간의 관계를 패러다임 모형으로 그림 1에 제시하였다.

    인과적 조건: 충격적 상실 사건 발생

    참여자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가능케 한 사건은 역설적이게도 끔찍하고 충격적인 상실경험과 그로 인한 고통이었다. 총 12명의 참여자 중 9명이 가족 및 친척과 사별하였고, 사별의 원인은 암과 같은 질병, 교통사고, 자살, 사산 등이었다. 나머지 3명은 남편이 수감되거나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은 경험을 하였다. 세 명 모두 너무나 중요한 존재를 원치 않게 상실한 경우라서 충격과 이후의 고통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하였다.

    참여자들이 상실로 인해 이러한 고통을 경험하는 데는 상실한 대상과의 관계적 맥락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실의 대상이 정서적으로 상당히 가깝고 친밀했거나 존재감이 큰 중요한 대상이었기에 참여자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였을 뿐 아니라 상실 이후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 것이다. 참여자 10은 시어머니를 상실하여 원가족의 상실보다는 정서적 고통이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으나 26년간 친정어머니보다 훨씬 더 친밀하고 상호지지적인 관계를 유지하였기에 상실의 충격과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고하였다.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상실은 그 누구도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역경 사건은 단기적으로는 충격과 고통을 초래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인생에 뜻하지 않게 일어나버린 ‘새로운 경험’을 우리의 의미구조 속에서 소화시키기 위한 의미재구성 과정에 돌입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맥락적 조건: 심리적 고통 및 심각한 부적응

    맥락적 조건은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조건이나 상황을 의미한다(Stauss & Corbin, 1998). 관계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맥락적 조건은 ‘심각한 심리적 고통과 부적응’의 발생으로 나타났다. 우선 많은 참여자들이 큰 슬픔이나 우울감, 절망감에 빠져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잠시 멈추어야 했다. 참여자 9는 아이를 사산한 이후 말을 못하게 되는 정도의 심각한 부적응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은 슬픔과 함께 상실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려 죄책감을 느끼거나, 상실 이전에 떠나보낸 대상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들 중에는 상실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려 ‘죽도록’ 원망하고 미워하며 분노감을 경험하기도 하고, 신앙을 가진 참여자들 중에는 상실을 막지 못하고 자신과 가족에게 시련을 준 하느님에 대한 원망감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서적 고통은 심장통증이나 급격한 체중감소, 불면이나 발작 증세와 같은 신체적 이상증상으로도 나타나 고통을 가중시켰다. 참여자들은 상실경험으로 인해 허무감과 자살사고에 시달리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생각은 주로 사별을 통해 죽음에 직면한 참여자들에게서 관찰되었다.

    중심현상: 상실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함

    관계상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뿐 아니라 높은 성장에 이르는 과정에서 관찰된 중심현상은 상실의 고통과 혼란을 계기로 자신의 삶 전체를 돌아보면서 인생에서 가치 있고 의미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었다. 즉, 인생에서 소중한 대상을 잃음으로써 다른 가치와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중심현상으로 도출되었다. 우선 모든 참여자들은 자신이 겪은 상실 사건에 대해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자신이 겪은 뜻밖의 사건을 이해하려 애를 썼고, 자신에게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자문함으로써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의지적 과정이 나타났다. 특히 죽음이나 이별의 의도가 상실한 대상에게 있다고 판단될 경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참여자 1, 3, 6)하는 의문을 반복적으로 떠올렸다. 이러한 과정은 충격적인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관련된 기억이나 자극을 억압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상실경험을 소화하고 성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 있는 현상으로 사료된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상실로 인한 혼란과 고통을 해결하고자 자신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인생 전반에 대해 깊이 되돌아보았다. 상실의 대상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을수록 상실에 따른 심리사회적 결핍 역시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결핍을 계기로 기존의 가치관과 삶의 의미, 대인관계 패턴 등을 반성하게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자기반성은 관점의 전환 및 새로운 의미발견으로 이어진다. 참여자들은 지금까지 익숙하고 자동적인 관점과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자기실현과 성장이라는 질적인 변화를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현상이라 사료된다.

    작용/상호작용 전략: 상실에 대한 의미 재구성 과정, 다양한 활동

    상실로 인한 고통과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상실에 대한 의미재구성 과정’과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원망감과 분노를 표현하다가 어느 순간 역경에 대한 시각이 새롭게 전환되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내면의 부정적 감정들을 표출함으로써 정화가 이루어진 후에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지적 자원(cognitive capacity)이 생긴 것으로 사료된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어느 순간 원망과 자책을 멈추고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사건이나 상황, 혹은 원망의 대상에 대해 체념하거나 수용하는 이유가 나 자신을 위한 결정 및 판단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 9는 ‘짐을 계속 지고 싶지 않다’고 표현하였고, 참여자 7은 ‘자유함을 얻기 위해 원망의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보고하였다.

    이들은 또한 상실로 인한 슬픔을 수용하고자 마음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실로 인한 정서적 고통 중 슬픔이라는 감정은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한 사람들이 유일하게 수용하고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을 인정한 감정이다(참여자 1, 5, 8). 면담을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발견중 하나는 상실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에게 원망감과 죄책감, 절망감 등의 부적 감정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는 감정인데 반해, 슬픔은 적지 않은 시간이 경과했고 성장을 높게 보고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물을 통해 표현되는 남아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앞서 성장한 사람들도 상실 직후에는 인생 무상이나 자살사고와 같은 비관적 사고가 침투하면서 실존적 고민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은 인생의 유한함을 깊이 깨닫고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자,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자.’와 같은 자기 실현적 삶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상실을 극복하려는 의미재구성 과정에서 상실한 대상과 연결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관찰 되었다. 사별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완전히 단절된 참여자 2와 참여자 6의 경우에는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연결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관찰되었고, 참여자 5와 참여자 8 등은 상실한 대상과 영원히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재회를 기약’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고통스러운 역경 경험으로부터 얻은 것들에 주목하고 감사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긍정적 재평가 전략은 양적인 선행 연구들에서 역경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인지적 처리방략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본 연구에서도 12명의 참여자들 중 8 명이 이 개념과 관련된 내용을 진술하였다. 참여자 7은 ‘고난은 축복의 통로’라는 비유를 사용하였고, 참여자 5는 아버지의 투병기간이 가족에게 ‘보너스 같은 시간’이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은 또한 역경에 부딪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도 잘 견뎌내고 주어진 역할을 완수해낸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발견하고 자부심과 희망을 되찾고자 노력하였으며, 자신이 겪은 일이 너무 끔직하고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들에 주목하면서 감사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8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너무나 큰 충격과 슬픔을 겪었지만, 불행 중 다행인 점들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찾아내어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에 인지적 처리과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특별한 활동이나 수단을 활용한 측면들도 있었다. 이는 다양한 활동이라는 하나의 상위범주로 묶였으나, 각 하위 범주에 해당되는 사례의 빈도가 높기 보다는 소수가 각자 보고한 다양한 측면이 반영되어 있다. 전문적 상담받기, 책 읽기, 여행, 종교 활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픔을 달래고 안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3은 친구의 조언에 따라 시를 읽고 타이핑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중재적 조건: 개인내적 특성, 사회적 지지

    작용/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력을 변화시키는 중재적 조건으로서 상실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개인내적 성격 특성’과 ‘사회적 지지’ 범주가 나타났다. 개인내적 특성 범주에는 낙관성과 강인성 두 하위범주가 포함되었다. 이러한 성격적 강점이 상실의 고통과 충격에 함몰되지 않고 어느 순간 긍정적인 의미재구성 과정으로 이행하도록 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실에 대한 의미재구성 과정에서 긍정적 재평가나 주의전환이 가능한 이유로 상실 이전부터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었다는 대답들이 있었고, 이것이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참여자들은 지각하고 있었다. 참여자 7은 부모로부터 받은 긍정의 유산이 상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참여자들 중 일부는 원래 강하고 씩씩한 성격이었으며 이러한 성격특성이 역경을 견디어내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 다른 중재적 조건으로 사회적 지지가 도출되었다. 참여자들은 사회적 지지를 통해 정서적 고통이 감소되거나 상실에 대한 의미를 처리하는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사회적 지지 범주는 위로와 도움이라는 정서적 차원과 타인의 조언과 경험담이라는 정보 제공 차원의 세분화된 하위범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이는 사회적 지지가 성찰적 반추를 매개로 역경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한 선행 연구들의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참여자들 중 기독교적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신앙 공동체의 지인들에게서 상실과 고통에 대한 신앙적 해석과 조언을 듣고 의미재구성을 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8은 남편의 죽음을 ‘먼 나라로 선교여행 떠난 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통해 연결성을 회복하는 의미재구성 과정으로 이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 긍정적 변화 및 성장, 남아 있는 고통

    ‘상실로 인한 고통’에 대처하기 위한 작용/ 상호작용 전략에 의해 나타난 결과로서 ‘긍정적 변화 및 성장’ 범주와 ‘남아 있는 고통’ 범주가 도출되었다. 이 부분에 관한 근거자료를 보다 상세히 수집하기 위해서 상실 이후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변화를 경험하였는지 광범위하게 질문한 후, 긍정적 변화에 대해서는 6가지 영역으로 세분화하여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분석 결과, 관계심화 및 이타적 태도 함양, 자기수용 및 긍정, 자기실현의 삶, 성격 강점의 획득 및 증가, 삶이 더욱 소중해짐, 종교적-영적 성장, 감사경험 증가, 조망의 확대가 성장의 8가지 하위범주로 도출되었고, 타인으로부터 받은 긍정적 변화에 대한 피드백과 남아 있는 고통도 나타났다.

    긍정적 변화 및 성장

    우선 본 연구에서는 ‘관계심화 및 이타적 태도 함양’이라는 대인관계 관련 하위범주가 가장 다양한 개념과 높은 빈도로 구성되었다. 역경후 성장 척도(PTGI)에서 대인관계의 향상 요인이 가장 많은 문항으로 이루어진 점을 함께 고려할 때, 성장의 중요한 영역이 대인관계적 측면임을 시사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행동적 변화와 결심을 보고하였다. 아울러 역경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수용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증가하고 더욱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긍정적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경후 성장 모델에 따르면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신념과 도식이 상실 사건으로 인해 뒤흔들어지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인지적 유연성과 수용적 태도를 증가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여자 2의 경우 ‘나 객관’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참여자 1은 ‘친구라면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경직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나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간단하면서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깊이 깨달은 것 같다.

    참여자들은 역경 이후에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보편적 이타성이 함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5는 기부나 봉사활동에 남편을 따라 형식적으로 참여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난 이후에는 기꺼이 참여하는 태도의 변화를 보고하였으며, 참여자 7은 교회에서 더욱 활발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상실로 인한 고난과 역경의 경험은 나 자신에 대한 태도도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 중 일부는 상실 이전에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기비난이 심했는데, 상실 이후에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자기비난이 줄어드는 등 자기수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하였다. 또한 눈치 보기를 멈추고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존중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자기실현을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관계에서의 상실은 떠난 이가 담당했던 역할의 부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남아있는 이의 역할 확대로 연결되기도 하였다. 특히 배우자를 상실한 두 참여자들은 남편이 자신과 가정에서 담당해왔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상실 이후 삶의 기술이나 역할을 확대하고자 눈에 띄게 노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역할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면서 자신감도 증가되고 사회적 관계도 확장되는 긍정적 결과를 체험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상실의 역경을 통해 성장한 이들은 몇 가지 성격적 강점이 이전보다 증가하거나 새롭게 함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강점의 획득 및 증가는 총 4개의 개념들로부터 도출되었는데, 강인성 증가, 유연성 증가, 스트레스 감내력 증가, 겸손해짐 등이 이에 해당되었다. 참여자 5는 부친을 상실한 이후에 더욱 굳건해지고 강해졌다고 표현하였고 참여자 11은 앞으로 또 다시 시련이 다가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은 또한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각하기에 따라 마음의 결과도 달라진다.’는 진리를 자각하고, 기존의 당위적 신념이나 경직된 사고방식은 약해지고 더욱 유연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사소한 일에 걱정이 많고 짜증이 많았는데, 큰 역경을 겪어낸 이후에 사소한 일에 별로 영향 받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긍정적 변화도 관찰되었으며, 일부 참여자는 겸손의 덕성이 함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겸손은 불필요하게 과장되게 허세를 부리지 않고 스스로를 특권적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덕성을 의미하는데, 참여자 6은 죽음 앞에서 보잘 것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인식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겸손해지게 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참여자들은 상실을 계기로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는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성취지향적이고 타인의 인정 추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관계와 행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욕구와 가치에 충실한 삶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였다. 참여자 8은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 이라는 표현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깨닫게 되었고, 참여자 9는 ‘10분 뒤에 죽어도 이 선택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으면서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고자 노력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삶에서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평소 주변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잘 가꿔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는 대인관계 영역의 개념들과 다소 중첩될 수 있으나 그것들이 대인관계에 관한 정서적, 행동적 변화라면, 이 개념은 인지적 통찰의 개념이기 때문에 가치관의 변화에 포함되었다.

    참여자들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반적으로 넓어지고 여유로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직면하고 고민하게 된 후에 일어난 변화로 관찰되었으며, 삶에 여유와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적, 영적 성장 범주는 총 12명의 참여자들 중 8명의 신앙인에게서 대부분 관찰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8명의 신앙인이 모두 상실 이전부터 현재의 종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역경을 극복하고 상실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에도 신앙이 영향을 미쳤으며, 성장의 결과로 도출되기도 하였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이의 상실로 인한 고통과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신앙심이 더욱 깊어졌고, 신 앞에서 더욱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타 종교나 초월적 힘에 대한 관심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감사경험의 증가가 긍정적 변화 및 성장의 하위범주로 나타났다. 감사(appreciation)는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으며(김경미, 김정희, 2011; Emmons & McCullough, 2003), PTGI의 한 하위요인으로 포함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감사를 자주 경험하게 되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다고 하였다.

    충격적 상실로 인한 심리적 고통 및 일시적 부적응을 경험한 참여자들의 긍정적 변화 및 인격적 성장은 주요한 타인에게도 관찰되었다. 이는 역경후 성장이 단지 주관적인 착각이나 잘 보이려는(looking-good) 허위 보고가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발현되는 질적인 변화임을 지지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남아 있는 고통

    상실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은 대체로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즐겁게 살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상실과 관련된 일부 심리적, 현실적 어려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상실에 대한 의미재구성 과정에서 상실한 대상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슬픔은 적지 않은 시간이 경과하여 상실의 고통이 거의 사라진 후에도 관련된 기억을 상기했을 때 여전히 눈물과 함께 경험되는 잔존하는 감정이었다. 일례로 12명의 정보제공자 중 면담시 상실한 대상을 떠올릴 때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또한 상실의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한 사람들일지라도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아버지와 남편을 상실했을 때 현실적, 경제적 어려움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었다.

      >  상실의 의미처리와 성장 과정(과정 분석)

    다음으로 과정분석을 통해 상실경험에 대한 의미처리와 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과정분석은 근거이론의 축코딩의 일부로서, 현상에 대처하고 조절하는 작용/상호작용의 순차적인 연결성을 찾는 것이다(Strauss & Corbin, 1998).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상실로 인한 고통을 경험하게 된 순간부터 긍정적 변화 및 성장을 일구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문제제기 및 원망 단계를 시작으로, 초점변경 및 수용 단계를 거쳐, 새로운 의미발견 단계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림 2).

    문제제기와 원망 단계

    상실 사건과 관련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원망을 표출하는 단계는 충격적인 외상 사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첫 단계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상실로 인해 슬프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이러한 사건을 부정하고 회피하려들기 보다는 ‘도대체 왜’ 이러한 일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일어났는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구하려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처음에는 죽음이나 이별의 원인이 무엇인지, 상실한 대상은 어떤 심정이었는지 등과 같이 상실과 관련된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러한 의문이 삶이나 고통과 같은 실존적 주제로 확대되어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실을 통해 높은 성장을 일구어낸 사람들은 상실 직후에 경험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실컷 발산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선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상실을 야기하거나 막지 못한 대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원망감을 표출하여 감정이 정화되는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감정 정화는 일차적으로 정서적 고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측면에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인지적 자원을 증가시켜 이후에 상실에 대한 의미재구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초점변경과 수용 단계

    상실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두 번째 단계는 초점변경과 수용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이전까지 고통에 몰두되어 있다가 주의 전환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인식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비록 소중한 사람을 상실했지만 다른 남아 있는 가족이나 자신을 아껴주는 지인들의 존재를 깨닫게 됨으로써 다시금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또한 사건의 비극적인 면에만 주목해 오다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들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몇 가지 비극의 측면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려는 적극적인 수용의 태도를 견지하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상실 상황이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려 의도적으로 애를 썼다. 또한 슬픔이라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일정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주목할 점은 참여자들이 상실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기억과 감정을 수용하려 노력한 이유가 바로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안정과 치유를 위한 지혜로운 선택과 판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의미발견 단계

    새로운 의미발견 단계는 실질적인 변화와 성장을 일구어내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의미처리 과정이다. 앞선 두 단계가 상실의 고통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의미처리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면, 이 단계에 서는 자신이 겪은 상실경험과 인생 전반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참여자들은 우선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상실로 인해 죽음이나 단절과 같은 실존적 한계에 직면함으로써 삶이 유한하다는 진실을 새롭게 발견하였다. 이러한 깨달음은 현재와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자신을 돌보고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이처럼 상실을 통해 인생의 유한성을 인식하는 한편, 단절된 대상과의 연결성을 회복하려 노력하였다. 떠나간 대상과 단절을 경험하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생성해냄으로써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갖고자 하는 자기치유적 노력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고난과 역경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의미재구성 과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고통스러운 상실을 겪지 않았더라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주변의 소중함이나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의 가치를 자각한다. 예컨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족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친밀감이 증가였거나 자신의 강점이나 한계를 깨닫게 된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게 된다. 나아가 너무나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불행 중 다행인 점들에 주목하면서 감사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긍정적 재평가 단계가 바로 외상으로 인해 붕괴되었던 기존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재건되는 의미재구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직된 신념이 유연해지거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이견 및 다양성에 대한 수용능력이 증가하며 조망이 확대되는 등의 긍정적 변화 및 성장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논 의

    본 연구는 충격적인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성장을 일구어내는 과정을 정교하게 탐색하고 이론적 틀을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실시되었다. 아울러 구조화된 측정도구 및 통계 분석을 사용한 선행 연구들의 한계를 보완하거나 비교함으로써 현상을 더욱 온전히 살펴보고자 하였다. 주요 결과의 시사점을 제시하고 선행 연구들과 비교하며 논의를 심화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충격과 고통을 극복하고 높은 성장에 이르는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관찰된 현상은 상실을 계기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상실을 통해 높은 성장을 일구어낸 사람들은 상실사건과 그로 인한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상실을 계기로 자신의 인생 전반을 돌아보았다. 자기반성은 자신과 타인,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으로 이어져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였다.

    이러한 중심현상은 상실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재구성 전략들을 통해 조절되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사고 및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을 일부 관찰할 수 있었다. 즉, ‘실컷 원망하다 상황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됨’, ‘주위사람들을 돌보는데 에너지를 전환함’, ‘스스로를 위해 원망과 자책을 멈추고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임’과 같은 관점이 변화되는 순간이 목격되었다.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는 데는 감정의 억제 보다는 ‘실컷 원망하는’ 부적 정서의 정화(emotional ventilation)가 선행되는 사례가 많았다. 송현과 이영순(2012)의 연구에서 정서인식 및 정서표현은 인지적 처리와 함께 역경 후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제시되었다. 감정 정화는 새로운 측면에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인지적 자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실 이후에 정서 표현이 주의전환 및 성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시사된다.

    아울러 ‘인생의 유한함’이나 ‘슬픔의 지속’에 대한 수용과 통찰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생의 유한함’에 대한 자각은 삶의 의미와 가치관, 자기지각, 타인지각 등 성장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기로 함’과 같은 가치관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눈치 보기를 멈추고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존중’하는 자기실현적 삶으로 연결되었다. 슬픔이라는 정서의 수용은 관계상실의 역경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상실 직후에 경험하는 대부분의 부적 정서가 감정정화를 통해 해소되는데 반해, 슬픔만은 시간이 경과해도 여전히 지속되는 감정이다. 이러한 자신의 감정반응을 억압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은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오히려 빨리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들은 또한 상실로 인해 단절된 대상과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의미부여의 과정을 경험한다. 특히 사별의 경우 종교적인 의미부여를 통해 사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함으로써 정서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자기치유적 노력이 나타났다. 이러한 연결성의 회복은 Fazio와 Fazio(2005)가 9‧11 참사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결과에서도 상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요인으로 보고된 바 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에게 가장 높은 빈도로 도출된 의미재구성의 하위범주는 긍정적 재평가였다. 근거이론에 따른 분석과정을 통해 세가지의 세분화된 개념을 도출할 수 있었다. 고난은 축복의 통로, 역경 속에서 이룬 것들에 주목함, 불행 중 다행인 점들에 감사함이 그에 해당된다. 긍정적 재평가는 다른 연구자들의 선행 연구들에서 역경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인지적 처리방략 중 하나라는데 일관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관계상실이라는 특정한 역경 경험의 맥락에서 구체적인 세 가지 개념이 도출된 것은 보다 현상에 근접하여 관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관계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중한 이의 상실을 통해 남아 있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역설적인 체험을 함으로써 긍정적 의미부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실 이후의 긍정적 변화 및 성장으로 범주화된 하위영역들은 관계심화 및 이타적 태도의 함양, 자기수용 및 긍정, 자기실현의 삶, 성격강점의 획득 및 증가, 삶이 더욱 소중해 짐, 종교적‧영적 성장, 감사경험의 증가, 조망확대 등이 있다. 선행 연구자들이 제시한 이론 및 경험적 연구 결과들로부터 합의된 성장의 세 주요 영역은 자기와 세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 대인관계에서의 변화, 삶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변화이다(Linley & Joseph, 2004; Park, Cohen, & Murch, 1996; Tedeschi & Calhoun, 1996). 본 연구에서 도출된 성장의 8가지 하위범주들이 이 세 영역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역경후 성장 현상의 문화초월적인 측면이 시사된다. 하지만, 추출된 24개의 개념들 중 일부는 기존에 개발된 역경후 성장 관련 척도의 문항들과 비교해서 좀 더 구체적이고 문화특수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Antoni, 2003; Mcmillen & Fisher, 1998; Park et al., 1996; Tedeschi & Calhoun, 1995). 대표적인 예로, 선행 연구에서 사용한 역경후 성장 척도(PTGI) 문항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가능성 발견 요인에 해당되는 ‘중요한 우선순위가 바뀜’, ‘새로운 관심사가 생김’ 등의 문항은 심리적 적응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성장의 내용을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이 있다. 이에 반해본 연구에서 추출된 삶의 의미와 가치의 변화에 해당되는 개념들, 즉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깨달음’,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기로 함’, ‘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음’ 등은 보다 구체적이고 심리적 적응과 밀접하게 관련된 성장의 내용을 반영한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눈치 보기를 멈추고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존중 함’, ‘나 자신에게 투자함’ 등은 집단주의 (collectivism)가 서양인에 비해 더욱 강한 한국 인의 성장 현상을 섬세하게 반영한 개념으로 여겨진다. 즉, 지나친 집단주의적 가치관으로 인해 자신의 욕구에 소홀하다가 역경을 통해 자신을 돌보게 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PTGI에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와 같은 문항은 서양의 개인주의(individualism)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즉, 지나친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 인해 어려운 일이 생겨도 혼자서 해결하려 하다가 역경을 통해 필요할 때 타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강점 발견’ 요인에 대해서는, 강인성, 유연성, 스트레스 감내력, 겸손 등 특정 성격적 강점의 증가가 개념으로 추출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도출된 성장의 개념들을 근거자료로 활용하여 보다 실제 현상에 근접한 ‘한국판 상실을 통한 성장 척도’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본 연구를 통해 상실을 통한 성장과 관련된 성격특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성격적 측면은 상실을 통한 성장에 기여하는 요인인 동시에 성장의 결과가 반영되는 요인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역경후 성장과 관련된 성격특성들이 여러 선행연구들을 통해 제시된 바 있지만 (김보라, 신희천, 2010; 임선영, 권석만, 2012), 인과관계를 검증한 연구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역경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우연히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여 역경후 성장을 예측한 연구들이 소수 있지만(Davis, Nolen-Hoeksema, & Larson, 1998; Gills-Taquechel, Littleton, & Azsom, 2011), 이러한 연구를 미리 계획한다는 것은 아마도 비현실적이거나 비윤리적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 도출된 성격관련 변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인성은 상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강점인 동시에 역경을 통해 획득된 성장의 측면으로도 추출되었다. 이에 반해 낙관성은 역경 극복에 도움이 된 성격특성으로 추출되었으나 성장의 내용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즉, 강인성은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함양되는 덕성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낙관성은 상실에 대한 대처에 도움이 되는 성격 특성으로 사료된다. 이는 이득 발견(benefit-finding)을 예언하는 유일한 성격 변인으로 낙관성을 제시한 Davis 등(1998)의 종단 연구와 일부 일치하는 결과이다.

    참여자들이 보고한 다양한 성장의 결과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결과로서 일어나는 현상임을 확인하였다. 아무도 성장을 목표로 의도적인 노력을 하거나, 역경후 성장을 위해 고난을 자초하는 경우는 없었다. 즉, 성장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하는가는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노력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밝히는 것은 중요한 개입의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아울러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측면들과 함께 몇 가지 남아 있는 고통과 어려움이 보고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실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에게 원망감과 죄책감, 절망감 등의 부적 감정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는데 반해, 슬픔은 적지 않은 시간이 경과했고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는 감정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경제적 곤란이나 다른 유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과 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남아 있기도 하였다. 이처럼 긍정적 변화나 성장을 보고하는 동시에 남아 있는 고통을 인정하는 모습을 통해 역경후 성장 현상이 단순한 자기고양적 착각이 아님을 검증할 수 있었다.

    상실경험에 대한 의미처리와 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한 결과, ‘문제제기 및 원망’, ‘초점변경 및 수용’, ‘새로운 의미발견’ 단계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스러운 애도의 과정과 일부 유사한 과정으로 여겨지지만,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성장으로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두어 재조명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우선 상실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은 상실의 기억과 고통을 회피하거나 억압하기보다 문제를 제기하고 원망감을 표출하는데, 이는 이후의 단계들을 거쳐 결국 인생 전체에 대한 성찰로 확장되며 감정정화를 통해 인지적 자원을 점차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해석은 상실과 같은 부정적 생활사건에 대한 반추(rumination)나 비난(blame)이 부적응적 대처방략이라는 기존의 관점 (Garnefski, Kraaij, & Spinhoven, 2001)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상실을 통해 높은 성장을 일구어낸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의미와 자원으로 주의를 전환하여 삶의 원동력을 되찾고 자신의 안정과 치유를 위해 실존적 한계를 수용하는 지혜로운 선택을 한다. 이러한 과정은 고통의 현저한 감소와 심리적 유연성의 증가로 이어져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고 자신이 겪은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새로운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다양한 성장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을 검토하면서 후속 연구를 위한 몇 가지 고려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의 결과는 경기도와 충청권에 거주하는 12명의 성인의 사례를 대상으로 분석되었고 남성에 비해 여성의 사례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상실 및 성장 현상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추후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특성을 포함하는 사례들을 연구에 포함시켜서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가까운 관계에서의 충격적 상실이라는 특정 역경 경험으로 제한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면담을 진행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별과 이별 사건을 구별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추후 연구에서는 사별과 이별이라는 두 가지 범주의 상실 경험을 분류하여, 특정 상실 유형과 관련된 고유한 성장 현상을 탐색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참여자들이 경험한 상실사건의 경과 기간이 7개월에서 10년으로 편차가 다소 크다. 상실사건을 소화하고 내면화하는데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추후 연구에서는 경과 기간을 다양하게 통제하여 성장 경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근거 자료는 대부분 면담을 통해 언어적으로 보고된 것들이기에 참여자들의 삶과 성장 현상을 충분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좀 더 대상자들의 실제 생활 장면에 들어가 문화인류학적 관찰을 함으로써 연구자가 더욱 더 현상에 근접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의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계상실이라는 특정한 역경 경험을 통한 성장 현상을 질적 방법론을 통해 조사한 연구가 거의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양자와 정남운(2008)은 양적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중대한 삶의 위기에 직면한 개인의 심오한 변화를 이해하고 상세하게 기술하기 위해서는 질적 연구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하였다. 외상 및 역경을 통한 성장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적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교육학적 정의를 살펴보면, 성장은 인간의 성품, 능력, 신념, 태도, 지력 등이 자연적,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향상되고 내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이다(서울대학교 교육 연구소, 2011). 따라서 개인의 심리적 성장은 반드시 개인이 속한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향후 상실 이외의 다양한 다른 외상경험을 통한 성장 현상에 대해서도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여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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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심층면담에 참여한 12명의 인적사항 및 상실경험 특성
    심층면담에 참여한 12명의 인적사항 및 상실경험 특성
  • [표 2.] 심층인터뷰를 위한 면담흐름표
    심층인터뷰를 위한 면담흐름표
  • [표 3.]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 및 범주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 및 범주
  • [그림 1.] 외상적 관계상실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의 패러다임 모형
    외상적 관계상실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의 패러다임 모형
  • [그림 2.] 상실의 의미처리와 성장 과정
    상실의 의미처리와 성장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