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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Mediational Analysis of the relation between Perfectionism and Music Performance Anxiety for Female Music Students 음악전공 여대생의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수치심의 매개효과 검증*
  • 비영리 CC BY-NC
ABSTRACT
Mediational Analysis of the relation between Perfectionism and Music Performance Anxiety for Female Music Students

본 연구는 무대 위에서 제 기량을 다하지 못하는 연주자들의 연주불안과 그에 관련된 심리적 변인들을 밝힘으로써 음악 연주자들에 대한 상담의 시사점을 얻고자 하였다. 특히 수행에 대한 높은 기준과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의 속성을 지니는 완벽주의에 초점을 두고, 완벽주의, 수치심과 연주불안 간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4년제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386명을 대상으로, 전공은 연주경험이 있는 기악 전공으로 구성하였다. 세 변인간의 관계를 상관분석을 통해 검토하였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수치심의 매개효과를 구조방정식 모형검증을 통해 검증하였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주불안과 다른 변인들과의 상관을 알아본 결과, 연주불안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는 부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나타냈으며, 수치심과는 정적으로 유의한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두 변인에 대한 수치심의 매개모형을 분석한 결과,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수치심은 완전매개변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연주불안의 실제에 대한 시사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을 논의하였다.

KEYWORD
Perfectionism , Music Performance Anxiety , Shame
  • 음악은 시간의 특성을 가지는 예술이다. 시간은 예술 작품의 구현과 감상자가 예술성을 음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번 사용되어 지나간 경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는 연주 중의 실수를 수정, 보완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모든 연주자들에게 있어 무대 위 연주는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장이자 결실의 순간이지만, 또한 실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들은 연주자에게 있어 공개된 장소에서의 연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불안은 근육의 경직, 호흡의 불규칙함과 같은 신체적 변화를 가져오므로 자연스러운 연주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음악연주와 관계된 불안의 표현으로, 연주를 하는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그리고 행동적 증상의 혼합이 음악연주불안(Music Performance Anxiety; MPA)이다(Kenny, 2008).

    적정한 수준의 연주불안은 정신적 각성과 집중력을 증가시키므로 연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최미영, 1999; Maranto & Scartelli, 1992), 과도한 긴장은 연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져 신체적 경직을 일으키고 연주의 실패를 가져온다. 이러한 실패경험이 반복되면 연주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그 정도에 따라서 자신의 전공을 바꾸거나 연주활동의 중단으로까지 연결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노르웨이 음악원 재학생 126명 중 36.5%는 연주불안과 관련된 문제들로 도움을 필요로 하였으며(Kaspersen & Götestam, 2002), 국내에서는 전북 소재 4년제 음악대학 피아노 전공 대학생 181명 중 92.9%가 불안을 느끼며 단 7.1%만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불안이 연주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81.6%가 부정적이라고 답하여 불안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김영진, 2008). Steptoe와 Fidler(1987)는 전문 연주자 집단, 아마추어 연주자 집단, 음악전공 학생들의 연주불안 수준을 비교 연구한 결과, 음악전공 학생들의 연주불안 수준이 가장 높고, 전문 연주자들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owa 음대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연주불안을 조사한 결과, 연주불안을 경험하는 대상자 중 여성 45.3%가 불안으로 인해 제 기량을 다하지 못한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러한 연주불안을 느끼는 상황으로 63.6%가 오디션과 솔로 연주장면의 경우에 빈번하게, 또는 극단적으로 연주불안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Wesner, Noyes, & Davis, 1990). 연주자라는 경력을 위해 오디션과 솔로 연주 무대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특히 연주자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무대는 더욱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게 되고, 이때 경험하는 연주불안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여 연주에 대한 좌절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Wesner 등(1990)의 연구에서 연주불안을 경험하는 21%의 학생이 연주불안이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이렇듯 연주자들에게 있어 연주불안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연주불안과 관련된 심리적 요인들을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연구는 음악교육 분야에서 조금씩 연구될 뿐 심리학 분야에서 살펴본 연구는 매우 드물며, 연주불안이 음악이라는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효과적 상담개입을 위한 변인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주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주불안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주불안의 특성은 심리학 분야의 사회불안의 특성과 연결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데,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IV, 1994)에서는 사회불안을 사회공포증으로 정의하며,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social interaction anxiety)과 특정 수행을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수행불안의 경우 타인의 관찰, 평가 하에서 특정 수행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란 점에서 연주불안의 성격과 유사하다. Clark과 Agras(1991)는 연주불안을 사회공포증의 특수한 수행의 하위유형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Cox와 Kenardy (1993)는 사회불안의 상황적인 현상으로 연주불안을 정의하여 연구하였다. 이 같은 주장들은 사회불안과 관계된 변인들을 연주불안에 연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사회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로 최근 완벽주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 자기효능감 등이 보고되고 있다. 완벽주의는 수행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완벽함에 대한 요구, 실패에 대한 두려움, 수행능력에 대한 의심 등의 성격을 지니는데,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연주불안 관련 연구에서도 완벽주의적 사고가 연주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Heimberg, Juster, Hope, & Mattia, 1995). Mor, Day, Flett과 Hewitt(1995)의 연구에서는 직업적 음악가, 배우, 무용수의 무대불안과 완벽주의가 정적상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Sinden(1999)은 138명의 미국 기악전공 학생들이 Frost의 완벽주의 척도에서 수행에 대한 의심과 실수에 대한 염려, 낮은 자기 기준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완벽주의에 대한 개념은 1990년대에 임상적 관찰이 진행되면서 단일개념이 아닌 다차원적 개념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었다(Frost, Marten, Lahart, & Rosenblate, 1990; Hewitt & Flett, 1991). 이를 통해 완벽주의를 측정하기 위한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가 개발되어 완벽주의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되면서 완벽주의의 여러 특성들에 대한 경험적 연구들이 축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주의의 여러 차원이 적응적 측면과 부적응적 측면을 반영한다는 것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어, 최근에는 완벽주의의 속성을 적응적/부적응적의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김윤희, 서수균, 2008; 남궁혜정, 이영호, 2005; Dunkley, Blankstein, Halsall, Williams, & Winkworth, 2000). 기존의 완벽주의 척도인 Frost 등(1990)Hewitt 등(1991)의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들은 적응성과 부적응성에 따라 각 하위차원이 일관되게 나누어짐을 볼 수 있었다(Frost, Heimberg, Holt, Mattia, & Neubauer, 1993). 이후 완벽주의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는 기존의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를 두 차원으로 분류하여 진행하였다. 그러나 일부 하위차원의 경우 적응적인 면과 부적응적인 면을 동시에 보이고 있었으며, 일부 하위차원은 완벽성향과 기타 다른 성격, 행동 특성과의 상관이 의심되었다(Frost et al., 1990; Norman, Davis, Nicholson, Cortese, & Malla, 1998; Rhéaume, Freeston, & Ladouceur, 1995). 또한 Frost 등(1990)의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는 실수에 대한 염려 차원으로 치중되는 면이 있으며, 다차원적으로 접근함으로 인해 완벽주의의 구성개념이 핵심적 특성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확장되어 순수한 완벽주의의 특성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어(Rhéaume et al., 1995; Rhéaume, Freeston, Ladouceur, Bouchard, Gallant, Talbot, & Vallieres, 2000), Rhéaume 등 (1995)은 자신의 목표를 세워 이를 완벽하게 이루고자 하는 완벽주의의 중심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완벽주의의 부적응적인 면이 실수에 대한 염려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완벽주의의 두 가지 차원을 구별하기 위한 완벽주의 질문지(PQ; Perfectionism Questionnaire)를 개발한다. 이러한 척도의 개발은 두 가지 차원의 완벽주의를 구분하고 측정하는데 있어 이전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근거한다.

    완벽주의의 적응적 측면은 자신의 수행에 대한 의심과 타인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적지만 수행에 대한 기대가 크고, 개인 내적인 요인에 의해 동기화되는 특성이 강하여 부정적 정서와의 연관성이 낮았다(Frost et al., 1993). 반면,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측면은 타인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커, 실패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증가하므로 우울, 불안 등과의 연관성이 크다. 특히 부적응적 측면의 중심특성인 수행에 대한 의심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관객들의 시선이 연주자에게 집중되어 연주가 평가되는 무대상황의 특성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평가받는 상황에서 불안과 높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연구에서도 보고되는데, 현진원(1992)은 완벽주의 성향과 불안수준 간에 정적 상관이 있으며, 평가위험이 높은 과제일수록 불안수준이 더 높아진다고 하였다. 또한 전문 예술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기에 대한 완벽주의와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가 모두 수행불안과 관련 있었고, 개인의 통제가 낮을수록 불안이 더 높고 목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낮았다(Mor et al., 1995). 평가 시 수행에 대한 의심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개인의 통제가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에서 불안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선행 연구들에서는 완벽주의의 두 가지 차원이 부정적 정서와 각각 다른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하는데, 이 중 특히 불안에 부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연주불안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완벽주의와 불안과의 관계에서 이 둘간을 매개하는 다른 내적변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김민선, 서영석, 2009; 서영숙, 2008; 송은영, 하은혜, 2008; 허재홍, 2006). 그중 수치심은 어떤 기준에 자신의 행동을 비교하게 되고, 그 기준에 실패하며 그 행동이 노출되었을 때, 자신을 평가절하하면서 생겨나는 감정(Lewis, 1971)으로, 완벽주의와 심리적 부적응과의 관계를 매개하는 변인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Ashby 등(2006)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심리적 문제들의 관계에서 수치심이 이를 매개한다고 보고하였으며, 국내에서는 김영석(2008)이 완벽주의와 우울과의 관계에서 수치심의 매개역할을 입증한 바 있다. 완벽주의와 수치심의 관련성을 고찰한 이론으로, Hollander(1965)는 완벽주의가 자아이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는 것에 대한 실패는 수치심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Sorotzkin(1998)은 완벽주의자들이 수치심을 쉽게 느끼게 된다고 하였는데 특히 완벽한 기준에 근거한 삶에 실패했을 때 심각한 수치심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을 비하하고 공격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완벽주의와 수치심 관련 연구를 살펴본 결과, Fedewa, Burns와 Gomez(2005)의 연구에서 부정적 완벽주의는 불안, 분노, 수치심과 유의한 상관을 보였으며, 특히 수치심은 부정적 완벽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나타났다. 또한 건강한 완벽주의자와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자, 비완벽주의자 집단의 수치심, 죄책감, 자부심을 비교한 Stoeber, Harris와 Moon(2007)은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자들이 수치심과 죄책감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자부심을 덜 경험한다고 보는 등, 완벽주의 연구자들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수치심의 강한 관련성 및 인과적인 관계를 보고하고 있다(김동민, 2008; Ashby et al., 2006; Stoeber, Kempre, & Keogh, 2008). 이처럼 완벽주의자들의 엄격하고 높은 기준은 연주무대와 같이 자기노출과 부정적 평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정적 정서성향을 표면화시키는데, 이는 특히 자기 평가적 정서인 수치심 성향을 경험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Tracy & Robins, 2004).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에 대한 실패는 존재에 대한 실패로 지각되면서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완벽주의와 수치심은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으며, 특히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실수에 대한 염려가 크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여 수행에 대한 불안이 큰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더욱 경직된 기준을 설정하고 그 실패에 대한 영향이 수치심과 더 강력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사회불안과 수치심에 취약한 사람들은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중요 인지 요인으로 작용하며 불안, 두려움,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에 취약하고 자신의 인지적 과정을 통해 사건을 더 부정적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Tangney & Fischer, 1995; Zhong, Wang, Qian, Zhang, Gao, Yang, Li, & Chen, 2008). 연주불안을 경험하는 연주자들 역시 인지적 왜곡이 특징으로 연주불안 수준에 따라 청중들의 부정적 평가 가능성을 다르게 지각하였다(Osborne & Flanklin, 2002). 이를 통해 연주불안과 수치심의 관련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주의와 수치심, 불안과의 관계를 단독으로 살펴본 연구는 매우 드물었으며, 특히 많은 관객 앞에서 자신의 실수가 그대로 노출되는 연주상황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수치심은 연주 시 발생하는 불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치심의 정서를 조절하는 경우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에 대한 불편함을 낮추고, 부적응적 행동을 감소시켜 적응적 행동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고된다(김소희, 2004, 재인용). 최근 수치심과 부정적 정서와의 관계에서 인지적 정서조절 전략을 통해 부적절한 영향력을 조절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조효진, 2009; 한주연, 박 경, 2011), 수치심과 연주불안의 관련성이 검증된다면 상담 장면에서의 효과적인 개입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연주불안과 수치심에 있어 성별차이를 보고하는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연주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진은경, 2004; Abel & Larkin, 1990; Abrams & Manstead, 1981), 수치심 역시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Lewis, 1971; Reimer, 1997; Tangney, 1994). 그러나 음악전공자들의 연주불안에 대한 이전 연구들에서는 성별 차이를 고려한 연구가 드물었다. 또한 대학생 시기가 연주자의 진로를 고민하여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아, 본 연구에서는 연주불안과 관련 변인들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밝히기 위해 대상을 음악전공 여대생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이상과 같이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에 관련된 이론과 선행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측면과 연주불안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자기 평가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인 수치심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를 매개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편,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이 수치심을 완전매개하여 연주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과 연주불안의 직접경로를 설정하지 않은 완전매개 모형을 경쟁모형으로 채택하였다. 이를 통해 연주불안으로 고통 받는 연주자들의 심리적 특성에 대한 실제적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실제의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의 연구모형(부분매개모형)과 경쟁모형(완전매개모형)을 도식화하면 그림 1, 2와 같다.

    방 법

      >  연구대상 및 절차

    본 연구는 서울 및 수도권 소재 4년제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386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연주로 인한 연주불안과 그에 관련된 변인을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음악대학 학생들 중 연주활동이 없는 작곡 및 이론 전공을 제외한 성악, 기악 전공생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서울 소재 대학교 5곳과 수도권 소재 대학교 2곳에서 수집된 386부 중 문항을 빠뜨리고 응답하거나 무작위로 응답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의 자료를 제외한 384부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학년 분포는 1학년 48명(12.7%), 2학년 107명(28.2%), 3학년 154명(40.6%), 4학년 이상 70명(18.5%)이었으며, 무응답은 5명이었다. 전공은 피아노 및 오르간 126명(33.1%), 현악 35명(9.2%), 관악 108명(28.3%), 성악 102명(26.8%), 국악 1명(0.2%), 타악 9명(2.4%)이었으며, 무응답은 3명이었다.

      >  측정도구

    완벽주의 질문지(Perfectionism Questionnaire; PQ)

    완벽주의 질문지는 Rhéaume 등(1995)이 완벽주의의 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별하기 위해 개발한 도구이다. 완벽주의의 역기능적 측면으로 구분되는 집단의 경우, 기능적 측면으로 구분되는 집단보다 부정적 평가에 대한 공포가 높고, 지연행동을 더 많이 하며, 자존감이 낮은 결과를 보여(Rhéaume et al., 1995),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성향의 특성을 나타내었다.

    ‘완벽주의 성향’, ‘완벽주의의 영역과 대상’,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완벽주의의 역기능적 측면을 측정하는 부분은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NC)’로, 본 연구에서는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측면을 보기 위해 해당 부분만을 사용하였다. 24개 문항으로, 완벽주의로 인한 부정적 생각, 완벽주의로 인한 주관적 스트레스, 완벽주의로 인한 역기능적 행동,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불안/불만족감의 4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박현주(1999)가 번안한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5점 척도를 사용한 원척도보다 정교한 평가를 위해 박현주(1999)가 번안한 그대로 7점 척도를 사용하였다(1=전혀 그렇지 않다, 7=전적으로 그렇다).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NC)가 높으면 완벽주의의 역기능적 측면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예, 나의 완벽주의적 태도는 나 자신을 아주 힘들게 한다.). Rhéaume 등(1995)의 연구에서 보고된 내적 합치도 계수(Cronbach’s ⍺)는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의 경우 .96이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박현주(1999)의 연구에서는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의 경우는 .96이었으며 2주 간격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73으로 보고되었다. 본 연구에서의 내적 합치도는 .93으로, 하위요인인 부정적 생각 .85, 주관적 스트레스 .86, 역기능적 행동 .87, 불안/불만족감 .75로 나타났다.

    내면화된 수치심 척도(Internalized Shame Scale; ISS)

    본 연구에서 사용된 수치심 척도는 Cook(1988)이 개발하고 이인숙과 최혜림(2005)이 번안하였으며 특성변인으로서의 수치심을 측정하였다. 원 척도에서는 수치심 24문항, 자존감 6문항으로 총 30문항이었으나 이인숙 등(2005)은 자존감 6문항을 제외한 수치심 24문항만을 요인 분석하여 부적절감, 공허, 자기처벌, 실수불안의 4가지 하위요인으로 구분하여 타당화 하였다. Likert형 5점 척도로(1=전혀 경험하지 않는다, 5=거의 항상 경험한다), 총점이 높을수록 수치심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전체 신뢰도는 Cronbach’s ⍺=.93, 하위요인 각각의 신뢰도는 부적절감 .89, 공허 .86, 자기처벌 .78, 실수불안 .74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전체 .95, 하위요인인 부적절감 .91, 공허 .90, 자기처벌 .79, 실수불안 .85이었다.

    무대불안 척도(Stage Performance Anxiety Scale; SPAS)

    연주불안을 측정하기 위하여 표내숙, 김정숙, 표종현(2002)이 제작한 무대불안 척도(Stage Performance Anxiety Scale; SPAS)를 음악인 대상으로 사용한 정인지(2008)의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무대불안 척도는 Smith, Smoll과 Schutz(1990)의 스포츠 경쟁불안 설문지를 토대로 하여 무용수들의 무대공연 전 상태불안에 맞도록 문항을 수정보완 한 설문지이다. 총 20개 문항으로 제작되었으며 걱정, 산만, 불안의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었다. 무대에서의 연주시 곡에 집중하지 못하고, 실수할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인한 신체적 반응 등의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각 요인의 신뢰도는 걱정 Cronbach’s ⍺=.82, 산만 .71, 불안 .60이었으며 내적 일치도는 .60이었다. 응답방식은 4점 Likert 척도로(1=전혀 아니다, 4=매우 그렇다), 개인의 점수가 높을수록 무대불안의 정도가 심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는 전체 .93이었으며, 걱정 .85, 산만 .75, 불안 .86으로 나타났다.

      >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자료분석을 위해 SPSS 18.0과 AMOS 18.0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먼저 수집된 자료들의 일반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한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고 변인들 간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수치심이 매개변인의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구조방정식모형(SEM: 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매개변인인 수치심의 상대적 비중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을 구성하였으며, 모형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검토한 후, 두 모형을 비교하여 최종모형을 선택하였다. 모형의 적합도는 χ², CFI, TLI, RMSEA, ECVI를 확인하였다. 일반적으로 적합도 지수들이 .90 이상이면 합당한 모형이며, RMSEA의 경우 .05 미만이면 좋은 모형, .08보다 작으면 합당한 모형, .10보다 크면 나쁜 모형으로 판정된다. ECVI는 여러 모형을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사용되며, 작은 값을 가질수록 해당 모형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홍세희, 2001).

    연구결과

      >  주요 변인들의 기술 통계치 및 상관

    본 연구의 주요 변인인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NC)’, ‘수치심(ISS)’, ‘무대불안(SPAS)’의 평균 및 표준편차, 각 변인들 간 상관계수를 표 1에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부적응적 완벽주의를 측정하기 위한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NC)’는 ‘수치심’, ‘무대불안’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나타내었으며(r=.52, p<.01; r=.28, p<.01), ‘수치심’은 ‘무대불안’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49, p<.01).

      >  매개모형 검증

    본 연구에서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연주불안에 미치는 영향에서 수치심의 매개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구조방정식을 실시하였다. 연구모형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 간에 수치심이 매개하고,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연주불안에 직접적인 영향도 미친다고 가정하는 부분 매개모형이다. 경쟁모형은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수치심을 통해서만 연주불안에 영향을 미치며,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연주불안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가정하는 완전 매개모형이다. 이 두 모형 중 더 적합한 모형을 선택하기 위해 모형검증을 실시하였다. 연구모형은 그림 3, 연구모형의 모형적합도는 표 2와 같다. 경쟁모형은 그림 4와 같고, 두 모형의 모형적합도는 표 4에 제시하였다.

    연구모형에 대한 기본적인 적합도 지수로서 χ²(41)는 143.757이고, 이는 유의도 수준 .01에서 유의하다. 그러나 χ²는 사례수가 많은 경우 거의 대부분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다른 적합도 지수들을 이용하여 모형의 적합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였다.

    모형의 TLI(Turker-lewis Index)는 .936, CFI(Comparative Fit Index)는 .960으로 나타났다.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는 .065이고 90% 신뢰구간에서 .054-.077이었다. 교차 타당화 지수인 ECVI(Expected Cross-Validation Index)는 모형이 여러 개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사용된다. 작은 값을 가질수록 해당 모형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모형이 다른 표본에서도 적합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상의 적합도 지수들을 비교했을 때, 본 연구에서 설정한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수치심이 매개하는 부분 매개 구조 모형의 적합도는 좋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표 1.] 관찰변인의 평균, 표준편차 및 상관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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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변인의 평균, 표준편차 및 상관계수

    [표 2.] 연구모형의 모형적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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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모형의 모형적합도

    본 연구의 부분매개모형에 대한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간접효과의 크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알아보기 위해 Zab검증을 해본 결과, Z값이 5.818로 .05수준에서 임계치 1.96보다 크므로 매개효과 ab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전체효과 중, 간접효과에 의해 설명되는 비율은 .204/.210=.971이므로 직접효과보다 매개변수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가 대부분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분매개모형에서 독립변인에서 종속변인으로 가는 직접효과는 .006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따라서 경쟁모형인 완전모형을 검증하였으며, 부분 매개모형과 완전 매개모형 중 어느 모형이 더 적합한지 결정하기 위해 χ²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림 4는 경쟁모형인 수치심의 완전 매개모형이다.

    [표 3.] 직접효과 및 간접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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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효과 및 간접효과

    완전 매개모형과 부분 매개모형의 χ²을 비롯한 적합도와 자유도는 표 4에 제시하였다.

    부분 매개모형은 완전 매개모형에 비해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연주불안에 미치는 직접효과에 대한 경로가 하나 더 있으므로 부분 매개모형은 완전 매개모형을 포함한 모형이다. 따라서 χ² 차이검증을 통해 하나의 모형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χ²(1)가 .017이다. 그런데 F(1, 384)는 유의수준 .05에서 3.87이다. 그러므로 Δχ²(1)=.017은 유의수준 .05에서 유의미하지 않다. 이것은 두 모형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두 모형에 대한 모형 적합도 지수들을 통해 보다 간명한 모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형 적합도 지수들은 완전 매개모형이 부분 매개모형보다 적합한 모형임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완전 매개모형인 경쟁모형을 최종모형으로 채택한다. 이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연주불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수치심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연주불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4.] 두 경쟁모형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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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경쟁모형의 비교

      >  경로계수

    끝으로 선택된 완전 매개모형의 경로계수를 통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수치심 및 연주불안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 경로계수는 표 5와 같다.

    표 5에서 보듯이, 부적응적 완벽주의에서 수치심의 경로계수는 .414이고 표준오차는 .040이다. 임계치는 10.326으로 1.96보다 크기 때문에 유의수준 .05에서 유의하다. 이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수치심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수치심에서 연주불안의 경로계수는 .499이고 표준오차는 .053이다. 임계치는 9.452로 유의수준 .05에서 유의하다. 따라서 수치심이 높을수록 연주불안 역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알아보기 위해 Zab검증을 해본 결과, Z값이 6.965로 .05수준에서 임계치 1.96보다 크므로 매개효과 ab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논 의

    본 연구는 음악전공 여대생을 대상으로 연주불안과 관련 변인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련성과 수치심이 사회불안의 수준을 예측한다는 선행연구와 함께 연주불안이 사회공포증의 특수한 수행의 하위유형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완벽주의와 수치심, 연주불안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수치심이 매개효과를 가지는지 살펴보았다.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은 많은 청중 앞에서의 연주 실수를 전체 자기가 문제시되는 경험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로 인해 연주불안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수치심의 매개효과를 가정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결과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연주불안과 관련 변인들의 상관을 살펴본 결과, 연주불안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유의한 관계를 나타내었으며, 수치심과도 유의한 관계를 나타냈다.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측면을 측정하는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NC)’는 실수하는 것을 염려하고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도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차원은 연주불안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여 건강하지 못한 완벽주의는 연주불안을 잘 예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주(1999)의 연구에서도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는 우울, 불안, 강박 증상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완벽주의의 부정적 측면이 우울 및 부정 정서와 관련된다는 선행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Frost et al., 1993; Juster, Heimberg, Frost, Holt, Mattia, & Faccenda, 1996). 이 같은 결과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부정적 정서와 연관성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며 이것은 곧 연주 시 경험하는 불쾌한 감정인 연주불안과 부적응적 완벽주의와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연주불안은 수치심과도 유의한 정적 관련성을 보이는데 이는 수치심과 사회불안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성나래(2009), 한혜림(2003), Tangney(1992)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것은 연주불안이 사회공포증의 특수한 하위유형으로 구분된다는 Clark 등(1991), Cox 등(1993)Osborne 등(2002)의 주장을 토대로 사회불안 관련 변인들이 연주불안과도 관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본 연구의 전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두 번째 연구문제인 수치심의 매개효과에 대한 구조모형의 분석 결과,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는 정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앞서 변인 간 상관관계에서 제시되었듯이 완벽함에 대한 과도한 열망은 완벽한 연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실제 달성하기 어려운 이러한 목표는 연주불안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수치심의 관계 역시 유의하여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수치심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완벽주의와 수치심의 관계에 대해 지적한 김영석(2008)서영숙(2008)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특히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수행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의 부정적 특성은 수치심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수치심과 연주불안의 관계 역시 정적 상관을 보여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수치심, 연주불안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지지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수치심의 매개효과 검증에 대한 매개모형은 수용되어 수치심이 매개변인으로 작용함이 밝혀졌으며, 완전 매개모형과 부분 매개모형 중 완전 매개모형이 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수치심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완전 매개변인임이 최종적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기능적이지 못한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연주불안의 관계에서 대부분의 경우 그 기제에 수치심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이것은 연주상황의 특성이 수치심에 취약한 환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은 청중 앞에서 자신의 연주에만 오롯이 집중되는 상황은 연주 실수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특히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높은 연주자의 경우, 관객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되고 이는 완벽한 연주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연주에 대한 평가가 곧 자기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이러한 상황은 수치심이 작용하는 근거가 된다. 수치심은 연주의 실수를 자신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스스로에 대한 부적절감, 실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게 하고 이러한 경험의 반복은 결국 무대연주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연주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두 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담 시, 조금은 특수한 분야라 할 수 있는 연주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부적응적 완벽주의에 대한 상담자들의 이해와 개입전략을 도울 수 있다. 먼저, 내담자가 부적응적 완벽주의로 인해 가지고 있는 합리적이지 못한 신념을 확인하여 그러한 신념이 달성 가능한 현실적 목표인지를 점검할 수 있다. 특히 무대라는 연주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한계점을 함께 확인하며, 이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성공적인 연주상황에 대해 작업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완벽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수치심의 정서가 어떠한 정도로 내담자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무대 위, 완벽하지 못한 연주 결과에 대한 수치심의 반복적인 경험은 단지 연주상황의 부끄러움이 아닌, 자신을 인간으로서 부적당하고 결함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한다. 현재 느끼고 있는 수치심의 정도를 파악하여 상담의 개입정도를 결정할 수 있으며, 또한 수치심이 타인 간 관계 경험의 중심을 이루는 속성이 있기에 발달적 단계를 탐색하여 그 근본적인 발생과정을 확인하는 것도 상담의 효과를 이루어내는데 도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관심의 중심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주위에서의 과도한 관심은 되려 완벽성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그로 인한 수치심의 정서를 크게 지각하도록 하여 점차 연주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켰을 수 있다. 이 연구결과를 기초로 음악인들의 발달적 상황을 함께 탐색한다면 연주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연주자들에게 연주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자각하도록 도울 수 있고, 또한 만족스럽지 않은 연주상황에 대한 평가를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로 연결시키는 과정을 점검하여 연주불안에 대한 상담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주불안을 측정하는 척도의 문제이다. 국내에서 연주불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아 연주불안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척도가 미흡한 실정으로 본 연구에서는 무용계에서 제작, 타당화한 무대불안 척도(SPAS)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척도의 신뢰도가 양호한 점을 고려하여 척도를 사용하였으나 음악 연주자들의 심리적 변인들과 상황, 증상을 종합적으로 포괄하여 연주불안을 타당하게 측정할 수 있는 척도의 제작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완벽주의를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는 척도의 방식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가능하다. 완벽주의를 크게 적응적 측면과 부적응적 측면의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개념화하였지만 현재도 완벽주의의 구성개념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동기나 주위 상황, 그리고 발달적 과정에서의 요인 등 다른 변수들에 의해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완벽주의를 두 차원으로 나누는 다른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 두 차원이 실제 상황에서 어떤 양상을 나타내는가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완벽주의와 수치심의 인과적 관계라는 모형설정에 있어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있다. 최근의 연구는 완벽주의자가 가지는 인지적 왜곡의 사고특성이 수치심이라는 정서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인지이론의 관점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수치심이 근본정서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치심의 정서가 완벽주의의 사고특성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추후 변인 연구를 통해 두 변인 간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립과 체계적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주자들의 연주를 위한 노력과 성취 정도를 추가하여 살펴봄으로써 추후 연주불안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확장되고 정교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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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1. ]  연구모형(부분매개 모형)
    연구모형(부분매개 모형)
  • [ 그림 2. ]  경쟁모형(완전매개 모형)
    경쟁모형(완전매개 모형)
  • [ 표 1. ]  관찰변인의 평균, 표준편차 및 상관계수
    관찰변인의 평균, 표준편차 및 상관계수
  • [ 그림 3. ]  연구모형(부분 매개모형) 검증
    연구모형(부분 매개모형) 검증
  • [ 표 2. ]  연구모형의 모형적합도
    연구모형의 모형적합도
  • [ 표 3. ]  직접효과 및 간접효과
    직접효과 및 간접효과
  • [ 그림 4. ]  경쟁모형(완전 매개모형) 검증
    경쟁모형(완전 매개모형) 검증
  • [ 표 4. ]  두 경쟁모형의 비교
    두 경쟁모형의 비교
  • [ 표 5. ]  경로계수
    경로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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