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on Lee’s Yellow as a Short Story Cycle

“단편소설집의 사이클”로서 단 리의『옐로우』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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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In this paper, I’ll try to read Don Lee’s Yellow intertextually with a more canonical text, Sherwood Anderson’s Winesburg, Ohio, in order to see what kind of traditions and techniques Yellow references and/or rewrites as a way of tracking this production. Yellow’s formal properties as a short story cycle are established through its use of particular conventions. For instance, Yellow follows the short story cycle model that includes the assemblage of recurring characters into one locale. Yellow’s characters are all connected to and at some point located in the fictional small town of Rosarita Bay, California. The text form aligns it with established literary conventions and traditions and suggests the author’s reliance upon or trust in those modes. Yellow’s setting in a small town alludes to and has often been compared to Anderson’s Winesburg, Ohio, which is perhaps one of the most well-known and extensively discussed short story cycles in American literature. Also following convention is Lee’s construction of Rosarita Bay and the text’s third person narrator as a member of that town. Both Rosarita Bay and the narrator become important figures through the related-tale nature of the text. The method of story-telling is similar to how the town Winesburg and its “seemingly sympathetic and non-overtly judgmental” narrator are operational in Anderson’s text. In sum, Yellow is opportune for intertextual reading largely because it is a collection of stories that create a linked series.


  • KEYWORD

    Asian American Short Story , Short Story Cycle , Don Lee , Yellow , Sherwood Anderson , Winesburg , Ohio , fictional small town , Rosarita Bay , collection of stories

  • I. 서론

    “단편소설집의 사이클”(the short-story cycle)은 미국문학의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 업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며, 가장 간과 되었고 이해 받지 못한 장르이다. 애초부터 단편소설은 문학사에서 제자리가 없었으며 단편소설 형식 내에서 개별적인 작품들은 오랜 세월 동안 오해와 오역에 맞부딪쳐야 했다. 이는 일부 비평가들 사이에서조차 상호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단편소설들이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되기 위하여 구조적 통일성과 예술적 조화로서 배열될 수 있다는 오랜 장르적 전통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예시 한다(Nagel 1). 장르로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은 일반적인 단편소설이나 단편문학은 물론 상호 관련성이 없는 몇 개의 단편소설들을 묶은 “이야기 모음집”(story collections)과도 명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그것을 정의 내리기란 단편소설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Brada-Williams 451), 모든 문학적 부분집합과 마찬가지로 그 정의가 문제적이다(Killick 127).1

    한편, 아시아계 미국문학 분야에서 단편소설에 대한 연구는 더욱 외면당하고 있으며 장르적 이해조차 부족하다. 단편소설에 대한 대부분의 정의들은 그 장르의 형식적인 특성들 예컨대 간결성, 짜임새 있는 구성, 단일한 효과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역량 있는 단편 소설가라면 갖추어야 할 정교한 글쓰기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문학 비평가인 레이첼 리(Rachel Lee)가 지적한 최근의 눈에 띄는 경향은 단편소설의 형식과 주제의 상호관련성을 모색한다든지 단편소설과 구술전통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으로써 그는 이 두가지가 아시아계 미국 단편소설을 가르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265-67). 메리 루이즈 프랫(Mary Louise Pratt)은 장편 소설에 비해 단편소설이 젠더문제나 계급과 같은 터부시되는 주제들을 다루는데 있어 오히려 용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104). 여기에 인종과 인종차별과 같은 주제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필자 역시, 단편소설이 “소외된 계층들”을 폭넓은 독자층에게 소개하는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프랫의 주장에 동의하며 이러한 이유에서 아시아계 미국 단편문학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녀는 “단편 소설은 해당 지역에 가본 적이 없거나 그곳에 대해 읽어 본 적이 없는 독자들에게 묘사의 한정요소들, 인물 유형들, 사회적, 경제적 배경들, 그리고 갈등의 주된 요인들을 소개함으로써 그 지역 또는 지역사람들의 근본적인 문학적 정체성을 정립해 주고 있다”고 강조하였다(105-06).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아계 미국 단편소설은 옮겨 다니는 농업공동체에 속한 일본인들이나 루존(Luzon)에 위치한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처럼 게토화 된 집단들에게 문학적 정체성을 정립해 주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점은 단편소설 장르가 왜 특정한 지역이나,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오하이오 주 출신의 백인 작가 셔우드 앤더슨(Sherwood Anderson)이 창조한 “가상의 소읍”(fictional small town) “와인즈버그”(Winesburg)는 물론, 이를 모델로 삼아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이 창조한 가상의 아시아계 커뮤니티 즉, 일본계 미국인 작가 토시오 모리(Toshio Mori)의“요코하마 캘리포니아”(Yokohama, California)나 단 리(Don Lee)의“로사리따 베이”(Rosarita Bay)를 설명하기에도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일본계 미국인 작가 모리의『요코하마, 캘리포니아』(Yokohama, California, 1949)는 193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만을 가로지르는 곳에 위치한,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일본계 미국인들의 가공의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한, 일본계 미국인 거주자들에 관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일본의 아시아계 미국문학 비평가 게일 사또(Gayle K. Sato)는 셔우드 앤더슨의『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오하이오 소읍 삶의 이야기 모음』(Winesburg, Ohio: A Group of Tales of Ohio Small Town Life, 1919)이 미국문학의 모더니즘 사조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하였으며 토시오 모리의『요코하마, 캘리포니아』의 모델을 제공하였다고 평하였다.2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단 리는 오하이오의 와인즈버그와 캘리포니아의 요코하마의 맥을 잇는 또 하나의 가공의 도시로서 역시 캘리포니아의“로사리따 베이”를 무대로 한『옐로우』(Yellow, 2001)를 출판하였다. 그러나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더블린 사람들』(1914)을 포함하여 유사한 장르의 앞선 저작들의 제목과는 달리 단 리는 그의 작품 선집의 이름을『로사리따 베이, 캘리포니아』라고 하지 않고 다소 자극적인『옐로우』라 하였다. 그 까닭은『옐로우』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적인 8편의 이야기는 로사리따 베이라는 지리적, 지역적, 민족의 공통점 보다, 작품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옐로우”를 인종적 비방(ethnic slur)의 즉, 서양 사람들이 흔히 동양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로 인지하고 있듯이, 인종과 인종주의에 의해 부과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사회문화적 손상을 쟁점화 한 것으로 한데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옐로우』의 하드커버 표지는 단 리를『더블린 사람들』의 제임스 조이스와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셔우드 앤더슨의 문학적 후예로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또는 문학의 장르적 관점에서는『옐로우』가 그렇게 홍보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한 권의 책으로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면서 “『옐로우』의 아시아인의 선례”(“ Yellow’s yellow precedent”)인『요코하마, 캘리포니아』의 영향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당황스럽다고 불평한 바 있다(73).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 없이『더블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와인즈버그, 오하이오』가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캠든(Camden)을 모델로 삼은 것임을 감안할 때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거주지를 배경으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논의하는 『옐로우』를 연구함에 있어 모리의『요코하마, 캘리포니아』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또의 언급도 일리가 있다. 한편, 단 리가『옐로우』속에 위치시킨 로사리따 베이는 약간은 초라하면서도 언뜻 보헤미안적인 캘리포니아 북부의 해안 마을로 실재의 “반달만”(Half Moon Bay)을 모델로 한 것이다. 작가는 캘리포니아의 전형적인 소도시를 창조하는데 관심이 있었으며 그 곳이 아시아인들에게 “보통의 미국인들의 방식대로 보통의 삶을 추구하면서”여러 세대를 거쳐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작은 장소가 되기를 원했다.3 또한, 단 리는 로버트 번바움(Robert Birnbaum)과 나눈 대담에서 그의『옐로우』가『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더블린 사람들』로부터 문학적인 영향력을 받았고, 그것을 두 작품들과 같은(완결된 한 권의)모음집과 같은 형태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힘으로써 문학적 선조인 두 작품과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밝혀두고 있다. 시대와 국가, 인종, 민족을 초월하여 작품들의 상호텍스트적인 일관성과 차이를 짚어보는 과정을 통해, 『옐로우』는“단편소설집의 사이클”로서 영미 단편문학의 전통을 잇는 작품으로 설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조이스와 앤더슨의 맥을 잇는 작가로서 단 리를 평가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의의가 있다 하겠다.

    본 연구는 특히 국내의 영미문학계에서 간과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장르적 정의를 환기시키고 그 문학사적 중요성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가공의 장소를 무대로 한『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옐로우』에 대한 상호텍스트적 연구를 시도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더블린 사람들』과『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선조로 보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진 투머(Jean Toomer)의『사탕수수』(Cane, 1923), 어니스트 헤밍웨이(Earnest Hemingway)의『우리 시대에』(In Our Time, 1925, 1930, 1955),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정복되지 않은 사람들』(The Unvanquished, 1938), 『내려가라, 모세야』(Go Down, Moses, 1941), 유도라 웰티(Eudora Welty)의 『황금 사과』(The Golden Apple, 1947), 모리의『요코하마, 캘리포니아』등의  작품의 뒤를 잇는 훌륭한 단편문학으로 한국계 미국인 작가 단 리의『옐로우』를 연구함으로써 미국 문학사에 있어 새로운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문학적 계보학을 작성하는 토대를 마련함을 목표로 삼는다.

    1특히 한국의 영미문학계에서는 “short-story cycle”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 논의된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short-story cycle”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 또한 상당히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국내의 유일한 연구로 1980년『영어영문학』에 발표된 김재인의 “Dubliners: As a Short Story Cycle”이 있으나 이것이 영어 논문임을 감안한다면 아직까지 학계에서 논의되거나 합의된 “short-story cycle”에 대한 한국의 비평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cycle”이라는 표현이 단편소설집이라는 장르에서 드러나는 형식적, 구조적, 주제적 사이클의 관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을 해 주신 익명의 심사자께 감사드린다.   2사또의「제 멋대로 듣기: 『요코하마, 캘리포니아』의 문화적 차이 읽기」(“(Self) Indulgent Listening: Reading Cultural Difference in Yokohama, California”)를 참조할 것. 사또는 모리 작품의 앤더슨 영향에 대한 비평적 읽기에서 두 작가가“듣기”의 에피소드를 통한 상호주체적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고 했는데, 앤더슨이 소외를 강조하는 한편 모리는 의존을 가능하게 하는 형태로서 듣기를 나타낸다고 하였다(129-30). 모리와 앤더슨 텍스트의 비교는 또한 메이어(David Mayer)의「토시오 모리와 외로움」(“Toshio Mori and Loneliness”)을 보라.   3『로스엔젤레스 타임즈』(The Los Angeles Times)지 2001년 5월 1일자 (in print edition E-1 ) 러튼(Rutten)의 기사를 볼 것.

    II. 셔우드 앤더슨의『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의 상호텍스트성

    미국 문학사에서 단편소설 또는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에 대한 저평가나 무관심은 왈도 프랑크(Waldo Frank)가 “미국의 위대한 전통을 간직한 이야기”라고 격찬한 바 있으며, 현대 미국 단편소설의 효시로 삼을 정도의 훌륭한 작품집인『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 작가 셔우드 앤더슨이 소위 정전 중심의 미국문학교과 과정에서도 비중 있는 텍스트와 작가로 다루어지지 않거나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앤더슨은 스스로를 “이류 작가”(a minor figure)라고 평가하지만 현대 미국 문학사에서의 그의 위치는 확고하다. 앤더슨이 갖는 문학사적 위치는 그가 인간의 내면세계로 눈을 돌려이성적인 분석보다 직관력, 상상력을 통해 일상의 표면 밑에 숨겨진 삶을 자신만의 새로운 형식에 담아내려 한 점에 근거한다. 한때 찬사와 혹평의 극단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 그는 개인적 삶의 기록 뿐 아니라 20세기 초 과도기의 시대정신과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데 가장 충실했던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맬컴 카울리(Malcolm Cowley)의 말을 빌면, 앤더슨은 “동시대 작가 중 유일하게 다음 세대 작가의 문체와 시각에 영향을 준”, “작가의 작가”이다(49). 이 평가는 앤더슨의 영향이 헤밍웨이, 포크너, 투머, 토마스 울프(Thomas Woolf), 윌리엄 사로얀(William Saroyan),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등에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앤더슨은 일상생활의 감정에서 새로운 깊이와 넓이를 발견함으로써 후대의 작가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열어 놓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여야 할 앤더슨의 업적은 그가 인간 내면의 세계를 탐구했고 이를 그려내기에 효과적인 단편소설의 형식과 기법을 만들어냈다는데 있다. 레이 화이트(Ray Lewis White) 역시 앤더슨의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인『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출간년도인 1919년을 현대 미국 단편소설의 출발시점으로 삼고 있다(xi). 앤더슨이 후대의 작가들에게 끼친 단편소설의 형식과 문체상의 영향은 서문격인「그로테스크한 사람들에 관한 책」(“The Book of the Grotesque”)을 포함한 25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작품집인『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서 비롯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앤더슨 자신이『회고록』(Memoirs)에서 밝히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그는『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서 “미국 작가에는 맞지 않는 장편소설의 형식”을 탈피하여 “그 자신의 형식”을 창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가『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통해 보여준 “그 자신의 형식”이란 일련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플롯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긴밀히 연관을 맺어 마치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형식을 말한다.4 소위 “단편소설들의 사이클” (cycle of stories) 범주에 해당하는 형식인 것이다. 포레스트 인그람(Forrest L. Ingram)은『20세기의 대표적 단편소설집의 사이클』(Representative Short Story Cycle of Twentieth Century, 1971)에서 이러한 특성을 일컬어 최초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5이라 했는데 그것은“한 작가에 의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된 한 권의 단편소설집”으로서, “한 단편을 읽으면서 느낀 독자의 경험 세계는 다른 단편들을 읽으면서 얻어지는 경험 세계에 의해 한정 받는다”6고 주장하였다(19).

    한편, 로버트 러셔(Robert M. Luscher)는 1989년 그의 중요한 논문에서 인그람의 정의와 유사하나 이를 “시퀀스”(sequence)로 정의한다. “한 권의 이야기책으로서 그들의 작가에 의해서 묶여지고 구성된, 거기서 독자들은 패턴과 주제에대한 그의 인식의 계속적인 수정에 의해 통일의 내재적인 패턴을 성공적으로 깨닫게 되며 그 시퀀스의 맥락 속에서, 각 단편은 따라서 완전하게 닫혀진, 공식적 경험이 아니라 전체로서 한 권이 열린 책이 되며 독자가 그 이야기를 서로 묶어 그것들을 축적된 주제적 영향으로 이끌도록 하는 상호연관의 네트웍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148)는 것이다. 즉, “플롯”이라는 작품 전체의 뼈대에 의존하지 않고도 여러 독립된 단편들은 긴밀한 연결 관계 속에 작품 전체의 통일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단편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인데 전통단편들은 그 분량과 범위에서 장편소설의 축소판 정도이거나, 작중 인물의 성격 묘사나 줄거리의 진행을 작중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은 단순히 독립된 단편들의 모음집과는 달리 각 단편의 독자성이 유지되면서도 동시에 작품 전체는 통일성을 획득한다. 또한, 인그람은 의미를 만드는 사이클의 방법을 묘사함으로써 앞서 지적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정의내리기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인그람은 더불어 이야기 사이클을 세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즉, “구성되고(composed), 배열되고(arranged), 완결되는(completed)” 유형이다(17). 그에 따르면, 구성된 사이클(composed cycle)은 작가가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썼던 시기의 전체로서 생각한 것으로, 작가 자신이 그 전체의 의도한 패턴에 의해 지배되도록 내버려 두는 형태이다. (재)배치된 사이클(arranged cycle)은 한 작가나 편집자 또는 저자가 무엇인가를 밝힐 목적으로 병치나 연관성으로 서로 함께 묶는 것이다. 완결된 사이클(completed cycle)은 아마도 작가가 애초에는 분리된 이야기들의 시리즈로 시작했던 것을 나중에 그들의 통일된 가닥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그것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경우『매시즈』(The Masses), 『세븐 아츠』(The Seven Arts), 『리틀 리뷰』(Little Review)에 독립된 형식으로 발표되었던 와인즈버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하나의 통일된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지명과 인명의 일부를 삽입하고, 스토리의 문단을 재배치하고, 개별 작품 및 전체 작품집의 제목을 변경 또는 수정 하는 등의 변화를 거쳐야 했다. 예를 들어,「 손」(“Hands”) 의 잡지 판에서는, 책 본의 첫 번째 두 문단이 책에 씌어진 (내용의)순서보다 다른 순서의 다섯 문단으로 재분배 되었던 것이다. 또한「말하지 않은 거짓말」(“The Untold Lie”)은『세븐 아츠』에 게재되었을 당시 1인칭 서술자 시점이었으나 책에서는 사이클의 상황에 더 잘 들어맞게 포함되어 1인칭의 “그”즉, 레이 퍼슨(Ray Pearson)은 사라져버렸다. 닥터 리피(Doctor Reefy)에 관한「종이공」(“Paper Pills”)은『리틀 리뷰』에 발표되었을 때「철학자」(“The Philosopher”)로 제목이 붙여져 있었으나 한 권의 책에 두 내용을 다 포함시키기로 하면서「철학자」는 닥터 파시벌(Doctor Parcival)의 얘기에 제목을 붙이기로 하였다. 또 애초에 책으로 묶을 때, 제목도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을 따『그로테스크에 관한 책』이라고 할 계획이었으나 그 보다 앞서 조이스의『더블린 사람들』을 발행한 이력이 있는 휩쉬(B.W. Huebsch)가 제안한『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오하이오 소읍 삶의 이야기 모음』이라는 새 제목에 동의하였다. 이렇게 첨삭등의 방법을 거쳐 하나의 책으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단편에서 되풀이되는 일관된 주제와 이를 통한 작품의 지배적인 분위분위기 형성이『와인즈버그, 오하이오』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7

    단 리의『옐로우』또한「중국의 달걀 값」(“The Price of Eggs in China”)이 『게티스버그 리뷰』(Gettysburg Review)에 처음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예비심문선서」(“Voir Dire”)가『글리머 트레인』(Glimmer Train)에, 「홀아비들」(“Widowers”)이 처음엔「엘 니뇨」(“El Niño”)라는 이름으로『지큐』(GQ)에,「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 The Lone Night Cantina”)이『플로우쉐어즈』(Ploughshares)에,「 캐쥬얼 워터」(“Casual Water”)와「도모 아리가또」(“Domo Arigato”)가『뉴 잉글랜드 리뷰』(New England Review)에「남편후보감」(“The Possible Husband”)이『뱀부 릿지』(Bamboo Ridge)에, 「옐로우」(“Yellow”)가『미국 단편소설』(American Short Fiction)에 각각 발표되었다. 『옐로우』의 경우 몇 몇 이야기가 발표 당시에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백인이었으나 모음집으로 출판하면서 동양계 이민 3세 또는 4세로 바꾸었다는 작가의 중요한 진술로 미루어 짐작컨대(Rutten E4), 형식적으로는『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단편소설집의 사이클”형식을 따르면서도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로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쟁점화 함으로써, 백인 작가로서 미국 중서부의 미국인들의 삶에 천착한 셔우드 앤더슨과의 변별성을 위하여 인종적 코드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단 리가 애초의 백인 등장인물을 아시아계로 변경시킨 한 예는「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의 자매 애니 영(Annie Yung)과 이블린 영(Evelyn Yung)으로 원래 잡지에 발표되었을 당시 그들의 성은 “웰즈”(Wells)였다.8 또한, 『옐로우』에서 애니가 최근에 사귄 남자친구 바비 조(Bobby Cho)와 첫 번째 남편 필립 한(Phillip Han)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나 최초 발표에서는 백인으로 짐작된다. 『옐로우』에서는 꼼꼼하게 한국계임을 짐작할 수 있는 성씨를 붙였지만 애초 발표 본은 이름인 “노먼”(Norman)과 “필”(Phil)로 지칭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단 리는『옐로우』가 한 권의 단편소설집의 사이클 형태를 갖추기에 충분한 통일성을 위하여, 우선 주인공들의 인종적 정체성을 일치시키고 동시에 그들의 “황색”피부색을 관통하는 내러티브의 아시아적인 특성을 강조하고자 의도적으로 이러한 백인 등장인물들을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변경한것이다.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또 다른 특징으로 인그람은 마지막 단편이 갖는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전체 책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가 대게 가장 길며 이전의 이야기의 반복되는 패턴들을 마무리 짓는다(17-18).『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마지막 단편,「 출발」(“Departure”)의 경우 비록 가장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로테스크한 인물”들이 보였던 인간 소외로부터의 탈출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들의 희망을 대변하고 있는 조지 윌라드(George Willard)가 새로운 미래로 “출발”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단 리의「옐로우」는『더블린 사람들』의「죽은 사람들」9이 그러하듯이『옐로우』의 전편 중 가장 길며, 앞선 단편들의 주제가 총집약되며 마무리되는 이른바 종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종장에서 대니 김(Danny Kim)이라는 중심인물을 설정하고 그를 통해 결론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노란 원숭이,” “국”(gook), “바나나,” “오레오”등의 인종적 전형화와 그로 인한 소외와 좌절을 극복한 것은『옐로우』의 구조적인 통일을 위해서도 또한 주제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전 갈랜드 만(Susan Garland Mann)은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중요한 특성은 전체를 이루는 이야기들의 “개별적인 충만함과 동시에 상호의존성” (simultaneous self-sufficiency and interdependence)이라고 주장한다(17). 만은 인그람의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이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의 개(별)성과 전체의 통일성 사이의 긴장 개념에 대해“그 긴장이란 사람들이 사이클을 읽는 방법에서 드러난다”고 언급한 바 있다(18). 현대의 독자들은 단일한 장소와 또는 반복되는 등장인물의 작은 집합체가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큰 전체 속에 넣어통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모음집의 통일성을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장르의 특징으로 든다. 주지하였듯이『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옐로우』속 개별적인 이야기들은 거의 모두 오하이오주의 와인즈버그 읍과 캘리포니아주의 로사리따 베이라는 공통적인 한 장소를 그 지리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두 작품집 속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작중인물로 다룬다. 와인즈  버그라는 소도시에는 조그만 기차역, 지방 신문사(Winesburg Eagle), 식료품가게, 식당, 철물점, 장터, 연못 등을 갖추고 있어 일종의 소우주(microcosm of the universe)와 같은 역할을 하며 메인 스트릿(Main Street)과 뉴 윌러드 하우스(New Willard House)같은 특정한 장소가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마찬가지로 『옐로우』의 각 작품을 단편소설집의 사이클로 통일화 시키는 또 하나의 장치 가운데 로사리따 베이 내 특정한 장소의 반복적인 언급이 있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20세기 초 산업화, 공업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삶의 정서적 기반을 잃은 채 소외되어 살고 있는 미국 중서부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들은 가치체계의 와해 내지는 혼란을 겪는다. 이 혼란 속에서 본래의 가치인 “어린아이와 같은 아름다운 순진함을 지니고 있었던 옛날의 순진함이 담긴 많은 부분은 이제 영원히 사라지고”(34), 변질된 전통의 종교와 도덕은 오히려 인간의 내적 욕구를 억압하고 왜곡시켜 인간의 고립과 좌절의 상황을 깊게 만들었다. 게다가 와인즈버그라는 곳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가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인구 1,800명의 소읍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소외의 주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부각되며, 서로가 잘 아는 마을에서의 소외를 역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더욱 본질적인 소외감을 느끼게된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서 농경문화와 산업문명이 교착하는 배경으로, 도시의 문명을 상징하는 기차가 유혹의 상징인 뱀처럼 기다란 몸을 이끌고 기적을 울리며, 딸기밭이 펼쳐져 있는 농촌 들판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등장한다면, 『옐로우』의 첫 작품「중국의 달걀 값」에서 한 세기를 뛰어 넘어 단리가 묘사하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로사리따 베이는 개발논리와 환경문제가 드러난다.10 표면적으로 멋진 해변의 소도시, 샌프란시스코와 산타크루즈 사이에 유일하게 전원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좋은 휴양지, 세계의 중심인 양 선전되는 도시로 가스등과 옛날식으로 판자를 덧대어 만든 소금가게와 식당이 줄지어 선 중심가가 있다. 지역 소식지로는『로사리따 베이 호라이즌』(Rosarita Bay Horizon)이 있으며, 어쩌다 나오는 개발 계획이 번번히 부결되는 한적한 “진짜(옛날의) 미국식 소도시 같은 곳”(23)으로 그려지는 이곳은 와인즈버그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8,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흔히 소읍들이 그렇듯이 때때로 몇 달씩이나 사람들을 볼 수 없기도 한”(89) 반면, 「홀아비들」의 웬델 모리시따(Wendell Morishita)의 캐릭터에서 드러나듯이 타인의 순탄하지 않은 과거에 대해서도 다 아는 척을 하는 등 뜬소문이 쉽게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메인 스트릿을 벗어나 서터가(Sutter Road)에 위치한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은“사랑의 실패자들이 몇 차례나 문전박대 당하고 모이는 곳, 불행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성스럽지만 촌스러운 침묵 속에서 술을 마시는 곳, 팻시 클라인(Patsy Cline)을 들으며 울 수 있는 곳”으로 묘사된다(107-08). 로사리따 베이의 매력은 동시에 단점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길은 산사태의 위험이 있고 어업과 농업은 고사 상태이며 따라서 새 일 자리도 없다. 샌프란시스코나 샌바이센트의 “언덕 너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매일같이 통근 전쟁을 치르며 날씨마저도 고약해서 겨울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파도까지 맹렬히 쳐대고 봄에는 강풍이 불며 여름에는 안개가 자욱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한편, “진기하고 멋진”로사리따 베이는 실제로는 사람 살 만한 곳이 아니며 따분하고 허름하며 알 수 없는 나른함이 감도는 촌구석으로 사람들은 실패와 놓쳐버린 기회 때문에 스스로에게 집착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고 그러했으며 또한 누구라도 이곳에서 길을 잃고 잊혀질 수 있는 이곳은 “유배지”였다(23).

    구체적인 장소로서『옐로우』속 메인 스트릿에 있는 스시 레스토랑인 반자이 파이프라인(Banzai Pipeline)은 특히 주목할 곳이다. 「예비심문선서」에서는 레스토랑 주인인 던컨 로(Duncan Roh)의 주선으로 러미 크릭(Rummy Creek)에서 서핑을 하다가 알게 된 몰리 베들(Molly Beddle)과 고향친구 행크 권(Hank Low Kwon)이 만나는 곳이며, 「남편후보감」의 첫 이야기 ‘겨울’(WINTER)에  서는 벤쳐 캐피탈 회사를 사직한 던컨이 그가 자란 오아후(Oahu), 노스 쇼어(North Shore)의 유명한 해안인 “반자이 파이프라인”을 따라 로사리따 베이에스시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로 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151).「 옐로우」에서는「남편후보감」의 마지막 이야기 ‘가을’(FALL)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던컨과 릴리(Lily Kim) 커플이 결혼을 하고 리셉션을 여는 장소로 반복 언급된다(253). 따라서, 반복 언급되는 장소 중 “반자이 파이프라인”은「예비심문선서」, 「남편후보감」, 「옐로우」이 세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11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두 번째 이야기인「예비심문선서」에서는 주요 인물인 행크와 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로 매우 짧게 언급되기 때문에 독자들이 중요한 장소임을 간과할 수 있으나 던컨이 주인공인「남편후보감」에서 더욱 더 두드러지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묘사 된다.

    반자이 파이프라인과 같은 비중은 아니지만 이야기들을 연결하는데 중요한 장소로서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과 구스 인(Goose Inn) 여관을 들 수 있다.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은「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보다 앞선「홀아비들」에서 앨런 후지타니(Alan Fujitani)가 제이슨 추(Jason Chu)의 개발 계획안을 부결하기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후 앨런이 웬델을 만나는 곳으로, 그들이 월요일 밤마다 도미노 게임을 하는 곳이며 웬델이 지나치게 감상적이 카우보이 음악을 싫어하기 때문에 앨런은 이곳에 올 때 마다 그를 놀려 댄다는 설명으로 (카우보이가 등장할 법한) 웨스턴 바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97). 구스 인은 에밀리(Emily Ross Vieira)가 선박 청소를 하면서 구스 인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는 경험을 말하면서 언급 된다(89).「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의 칸티나 주점은 정통 카우보이 바는 아닌 곳으로 영화에나 나옴직한 외로운 카우보이에 대해 꿈을 꾸는 애니가 동생 이블린을 방문하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장소로 소개된다. 구스 인은 조가 묵고 있는 여관이자 애니와 잠깐 동안 함께 드는 곳인데, 이 곳 또한 1987년『플로우쉐어』지에 발표 당시에는 없던 이름의 장소이다.12 반복되는 특정한 장소 역시 작가가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장소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로 독립적이며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통일적인 구조 속에 포함시키기 위해 창조한 요소로 보인다. 수전 갈랜드 만도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장르적 특징으로 뉴 윌러드 하우스와 같은 “특정한 장소가 수차례 언급되며 이러한 반복은 이야기들을 연결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52).

    이와 같이,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옐로우』의 독립된 단편들은 모두 와인즈버그와 로사리따 베이라는 동일한 배경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일부가 여러 단편에 등장하는 외형상의 특징으로 인해 각각의 내용이 서로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점은 전편에 일관 되게 드러나는 주제와 반복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의 존재로 말미암아 재확인된다. 즉,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경우 비록 각각의 이야기의 제목이 한 등장인물을 언급하고 있지만 책에서 전체적으로는 100명의 인물들이 있다. 그 중 일부는 단 한차례 나타날 뿐이지만  일부는 여러 차례 반복하여 등장한다. 인그람에 의하면, “조지 윌러드는 여섯이야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며 33명의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이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5번 내지 6번 등장한다. 전체 사이클에서 91명의 인물들이 단 한차례 등장하는데 이들 중 10명 정도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주인공이기도 하다”(151). 이야기들 속에서 인물들은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등장한다. 사건이나 행동의 상당 부분은 조지의 십대 시절 동안 일어나지만, 「손」과 같이 약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있고 특히「신성」(“Godliness”)처럼 몇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있다. 한편「신의 권능」(“The Strength of God”)이나「선생님」(“The Teacher”)과 같은 두 이야기의 중요한 장면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1월의 저녁 시간동안에 일어나는 일로 병치되어 있다. 맬컴 카울리가『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1960년도 판(바이킹 출판사)의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앤더슨의 “. . . .본능은 마치 어떤 꿈속처럼 모든 것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었다”(51).

    『옐로우』의 경우는 파도타기 전문가이자 일식당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주인 던컨 로가「예비심문선서」와「남편후보감」,「 옐로우」에 반복 등장하며,「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에 나왔던 초등학교 수학 선생님 이블린 영이「캐쥬얼 워터」에도 나온다. 6장에서 8장에 이르는「남편후보감」, 「도모 아리가또」, 「옐로우」는 릴리 김, 유진 김(Eugene Kim), 대니 김 3남매가 반복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앞부분의 이야기에서도 인물들의 순환이 있는데, 특히 첫 번째 이야기「중국의 달걀 값」에서 딘 카네시로(Dean  Kaneshiro)를 심문하는 보안관으로 처음 등장했던 주변적인 인물 진 벡클런드(Gene Becklund)가「캐쥬얼 워터」에서는 패트릭의 아버지 데이비스를 음주운전으로 구속한 전력과 애가 셋 딸린 유부남으로 이블린 영과의 연애 사건이 언급되는 등 여러 장면에서 재등장하게 된다. 또, 미국 태생의 중국인(ABC)으로 부유한 택지개발업자인 제이슨 추와 같은 인물도「예비심문선서」에서는 행크권의 전 아내인 앨리슨 박(Allison Pak)과 재혼한 사람으로 스쳐지나가듯 언급이 되지만, 「홀아비들」에서 앨런 후지타니가 참여하고 있는 도시계획 심사위원 회에서 자신의 개발 계획을 거부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명백하게 사기”인 새로운 환경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는 인물로 다시 나타난다(97).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옐로우』에서 이와 같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 작품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갖춘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거듭된 등장과 인물들의 상징적 행위는 물론 여러 단편을 통해 반복되는 어휘, 상징은 작품 전체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되풀이되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하여 각 각 25편과 8편의 단편들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옐로우』라는 하나의 통일된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또한 조지 윌러드와 대니 김이라는 중심인물의 자아인식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옐로우』의 경우 대니의 성장기로 읽힐 수 있는 「옐로우」에서 두드러지지만 조지의 경우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대부분의 단편에 중심인물로, 청자(hearer)로 혹은 객관적 관찰자로 되풀이하여 등장한다.13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전편에 걸쳐 이루어지는 조지의 내적 성장을 통해 인간의 고립과 좌절이 극복되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지 윌러드라는 인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한편, 한국계 이민 2세대로 로사리따 베이 출신인 대니(김대형)는 십대 시절의 권투를 통한 정신적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성인으로 성장함에 따라, 인종주의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편집증적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성공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자리 매김한다.14

    “단편소설집의 사이클”형식을 취하면서 각 단편들이 통일성을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앤더슨과 리는 주로 “반복”의 기법에 의존하고 있다. 앤더슨의 경우 동일한 어휘나 어구를 되풀이한다든지 내용상으로 극히 단순한 상징을 변형을 통해 거듭 등장시킨다든지 주제를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기 위하여 각각 이야기마다 똑같은 상징과 이미지 그리고 어조를 즐겨 사용한다. 예를 들어 폐쇄된 방이나 밀실, 손, 황혼이나 밤 등은 작중인물이 느끼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소통의 차단을 보여 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나 어조 또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난다. 동일한 어휘와 상징의 거듭된 사용은 각 단편의 유사성을 확보하게 된다. 더불어 몇몇 상징은 변형되어 다른 형태로 제시되더라도 사물과 사건의 본질을 의식하게 해 주어 일관된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하게 한다.15 앤더슨과 리, 두 작가 모두 공통된 배경에서 작중 인물을 여러 단편에서 반복등장시키는 것은 두드러진 예이다. 일련의 독립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가 마치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해 나가는듯한 구성상의 특징은 작가의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앤더슨이 조지아의 앤더슨빌(Andersonville) 감옥을 비롯하여 남북전쟁(Civil War)에 관한 것과 인물들의 전쟁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지적하듯이, 단 리는 일본계 미국인들의 만자나(Manzanar) 수용소 강제수용( 「홀아비들」), 금주법(Prohibition)시대로 대변되는 로사리따 베이의 범죄의 역사(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 한국 기지촌의 유산( 「남편후보감」, 「도모 아리가또」), 1968년의 소위 “김희로 사건”(「 도모 아리가또」), 베트남 전쟁(「 옐로우」) 등 역사적인 맥락을 언급하는 등의 파편적인 유사성이 있다. 앤더슨과 리는 연대기적시간 배열, 잘 조직된 플롯과 같은 이전의 소설 작법상의 원칙에서 탈피하여 감정의 흐름, 순간적인 인상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하여 주제 및 상징상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일련의 불연속적인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옐로우』가 단편소설집의 사이클로서『와인즈버그, 오하이오』와 공유하고 있는 구조상의 유사점은 결국 서술 기법상의 유사점으로 이어진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정교하게 고안된 플롯에 의존하기보다 인간 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순간”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소외와 그 극복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와인즈버그,오하이오』에서 이 의미 있는 순간은 등장인물이 자기 인식에 이르는 “계시의 순간”(moments of revelation)이자 “통찰의 순간”(moments of insights)이다.16 『옐로우』의 경우, 앨런의“인생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깨달음을 비롯하여(100), “여기저기 떠다니는 빛의 정점”인 “티글”(thigle)이 찾아와 계시를 받는다는 수련자의 깨달음을 묘사하고 있으나(163), 유진의 인종적 각성(195)과 특히 종장「옐로우」의 마지막 장면, 아들 마이클(Michael)이 “놀랄 만큼 그 자신과 닮아 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255)고 한 대니의 깨달음도“통찰의 순간”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4앤더슨은 표준화된 형식에 맞추어 쓰여진 소설은 실제의 인간과 인간의 경험을 그리기에는 비현실적이라 파악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의 삶은 “느슨하고 유연한 무엇”(aloose, flowing thing)으로서 그는 “인생에 짜여진 이야기는 없다”(There is no plot stories in life)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스스로 “유해한 플롯”(the poison plot)이라고 규정한 문학상의 정형을 따르지 않고 삶에 진실된 형식을 추구하고자 하였다(A Story Teller’s Story 255). 기존의 미국 단편소설의 틀을 바꾸어 보고자 하는 앤더슨의 생각이 여기서도 드러나는데, 그는『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통해 새로운 자신만의 형식을 만들어 냈다고 믿고 있었다. 이 새로운 형식은 기존의 것과 구별이 되는 “새로운 느슨함”(a new looseness)을 바탕으로 하면서『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각 각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게 하는 것을 뜻한다(Memoirs 289).   5롤프 런돈(Rolf Lundon)이 그의『미국의 통합된 이야기들, 단편소설 모음집 연구』(The United Stories of America, Studies in the Short Story Composite)를 통해 “용어의 과잉”(A Plethora of Terms)이라고 하였듯이“short story sequence,”“short story compound,”“composite novel,”“episodic novel,”“collective novel,”“para-novel,” “short story-cluster”등 유사하면서도 달리 불리우는 용어들이 상당히 많다(12-18).   6“I will define a short story cycle as a book of short stories so linked to each other by their author that the reader’s successive experience on various levels of the pattern of the whole significantly modifies his experience of each of its component parts.”(이탤릭 강조는 원 저자 인그람의 것이다.)   7『더블린 사람들』의 경우에도, 15개의 단편으로 묶여 있으면서 이 일련의 단편들이 유기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이미 이것을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 엮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더블린 사람들』의 출판을 위한 시도의 하나로 1905년 9월 23일 쓴 편지에서 조이스는 자신이 “12개 단편들의 모음집”(a collection of twelve short stories)인 “한 권의 책을 거의 끝마쳤다”고 쓰고있다(134). 조이스가 말한 “12개 단편들의 모음집”은 그 후「두 건달들」(“Two Gallants”)과「작은 구름」(“A Little Cloud”)가 추가되고 전체의 종장(epilogue)격인「죽은 사람들」(“The Dead”)이 완성됨으로써 모두 15편이 된다. 조이스는 이 일련의 단편들의 출판 과정에서 내용의 삭제와 정정을 요구 받는 등 오랜 투쟁을 해야 했는데, 그는 “그러한 삭제가 나의 작품에 거의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134)이라고 답을 함으로써 그가 자신의 작품의 구성을 지배하고 있는 내재적인 통일성(the underlying unity)에 관해 명확히 언급한 셈이다.   8잡지 판「캐쥬얼 워터」의 이블린 웰즈는 브라이언의 6학년 때 선생님이 아니라 형인 패트릭(Patrick Fenny)의 대수(algebra) 선생님이며, 아버지 데이비스(Davis)에게 버림받고 해군사관학교 진학을 위해 떠나야 하는 형과도 헤어져 혼자 남겨질 동생 브라이언의 후견인이 되고자 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은 하지 않는다.   9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관용의 눈물”을 흘리는 가브리엘 콘로이(Gabriel Conroy)의 모습에서 독자는 부정적 에피퍼니에서 긍정적 에피퍼니로 전환되면서 정신적 마비의 인식이 곧 그것의 극복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감한다.   10“로사리따 베이에서는 골프 코스, 쇼핑몰, 호텔, 컨벤션 센터 그리고 가짜 등대를 끼고 있는 2백 채의 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며”(69), “ 엘 니뇨”와 “생태계”(83) 및 “늪지대에 대한 큰 개발 계획을, 환경 단체의 압력을 받은 로사리따 베이시의 도시계획위원회가 공사를 무기한 연기해 버렸다”(130)는 언급이 있다.   11반자이 파이프라인은 이 같이 상관이 없는 독립된 세 이야기들을 연결할 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들의 시간적인 흐름도 의식하여 나아가 재배열하게끔 하는 기능을 한다. 『옐로우』의 두 번째 이야기인「예비심문선서」에서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개점식 때몰리와 행크가 만나며(53), 여섯 번째 배치된「남편후보감」의 첫 번째 이야기인 겨울편에서 레스토랑 디자이너인 써니(Sunny Foo)가 반자이 파이프라인을 디자인하고 오프닝을 준비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151).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인 ‘봄’(SPRING)에서 두 번째 여자 친구 에스더 미야베(Esther Miyabe)를 역시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그랜드 프닝에서 만났다고 되어있다(155).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에서「예비심문선서」보다는「남편후보감」이 시간적으로는 앞에 일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12잡지 판에서는 칸티나 주점을 나온 애니 웰즈가 “오늘 밤 어디서 묵을 예정이냐?”고 묻자 조가 “그냥 그레이하운드 역에 앉아 있을까 생각 중”이라는 말끝에 애니에게 근처에 가까운 모텔이 있는지를 묻고 그들은 함께 모텔 6으로 간다(194).   13각 단편에서 조지 윌러드의 역할 비중을 보자면「신성」과「종이공」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모험」(“Adventure”)과「말하지 않은 거짓말」등 세 편의 이야기에서는 “조지 윌러드가 단지 아이었을 때,” “조지 윌러드와 같은”(59), “조지는 그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112)라는 언급으로 간접 등장하며「손」외 아홉 편에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역이나 우연히 사건을 목격한 인물로 등장하고,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등 다섯 편에서는 제 2의 인물인 주인공의 상대역(antagonist)으로 등장하고「성숙」( “Sophistication”)이나 마지막 장인「출발」에서는 주인공(protagonist)으로 등장한다. 작품의 진행에 따라 조지는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호기심이 넘치는 미성숙한 소년에서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변화된 면모를 보이며 그 역할 비중이 커진다.   14이들의 내적 성장을 통해 인간의 고립과 좌절—『옐로우』의 경우 아시아계 미국인이 라는 인종적 특수성에 의한 갈등이 더해지지만—이 극복되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빌둥스로만(Bildungsroman) 즉 성장소설의 성격도 띈다.   15리는 필자에게 보내 온 이메일에서「중국의 달걀 값」에서 머리가 없는 닭의 꿈,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 등 “알(달걀)”에 대한 상징을 많이 나타내었는데, 캐롤라인이 중국인이고 결국 그녀가 아기를 갖게 된 것 이라고 그 상징성에 대해 확인해 주었다. “I’ve got a lot of egg symbolism in the story(dreams of headless chickens, egg salad sandwiches), and Caroline is Chinese, and she will eventually have eggs in her babies.”Don Lee, e-mail to the author, 30 Jan. 2005.   16이것은 조이스의 미학 이론의 중심인 “에피파니”(epiphany)에 해당하는 것으로, 즉 정신의 기억할만한 국면에서 나타나는 돌연한 정신적 계시를 일컫는다(Jones 12).

    III.“ 단편소설집의 사이클”로서 단 리의『옐로우』읽기

    단 리는 스스로 작품에서 묘사 한 것과 같이 “진짜 미국의 소읍”과도 같은 로사리따 베이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셔우드 앤더슨 이후 많은 후대의 작가들이 그들의 소우주로 창조한 미국의 원형적 작은 마을을 무대로 전형적인 미국의 삶을 려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처음 발표 당시의 백인 주인공들을 수정하여 작가와 같은 동양계 이민자 3세, 4세로 통일하였다. 단 리의 작품은 그동안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이 인종차별이나 민족성, 이민 내러티브에 천착하였던 것을 벗어나 아시아인들의 백인들과의 연애 경험을 자유롭게 묘사하고, 백인과 비교하여 외모도 뛰어나고 전문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민자 세대 이후 또는 탈이민자(post-immigrant)적인 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더욱 주류 미국문학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7 무엇보다 앤더슨이 미국적이라고 주장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장르를 빌어 전통 미국문학의 맥락에 위치시키고자 하였다. 앞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특성으로 수전 갈랜드 만은 전체를 이루는 이야기들의 “개별적인 충만함과 동시에 상호의존성”이라고 하였고, 나아가 인그람의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이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의 개(별)성과 전체의 통일성 사이의 긴장에 대해 사람들이 사이클을 읽는 방법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본 장에서는『옐로우』가 장르적으로 미국적인 특성, “모음집”이라는 통일성을 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미국 단편소설로서  개별성을 잘 드러내는, 즉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여러 편에 재등장한 인물들이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쟁점화 한, 두 이야기를 분석하고자 한다.

    단 리가 작품 속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들은 소수민족에 대한 무시나 차별에 노출되어 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동양인의 전형을 깨기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은 실리콘 벨리에서 DB프로 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 애니 영이 답답하고 공허한 일상을 떠나 로사리따 베이에서 겪는 짧은 일탈을 통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인식하고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옐로우』의 주된 배경이 되는 로사리따 베이는 언덕 너머에 대도시를 끼고 있는 작은 전원 마을로 그곳의 엉겅퀴 밭과 통조림 공장은 여러 도시들로부터 일자리가 필요한 많은 이민자들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계를 비롯해 멕시코계는 물론 필리피노 등을 포함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백인들과 함께 뒤섞여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조용하고 예의바르며, 이웃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겉으로 친절해 보이는 그들이 마음속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길이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의 술집 “외로운 밤 칸티나”는 이 같은 로사리따 베이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장소이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작은 시골마을에 자리를 잡은, 비록 정통은 아니지만 미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이 카우보이 바는 상주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곳을 잠시 거쳐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로사리따 베이와 닮아 있다. “외로운 밤 칸티나”의 주인인 롭 윌슨(Rob Wilson)은 그곳을 스쳐가는 손님들 중 하나인 애니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어떤 관심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애니는 그런 그와 그의 술집“외로운 밤 칸티나”의 분위기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고 그곳을 자주 찾는다.

    애니가 “외로운 밤 칸티나”주점을 찾은 것은 사귀던 남자친구 바비 조와 헤어진 후였다. 텅 빈 아파트에 혼자 있는 것을 참지 못해 동생 이블린에게로 가던 그녀는 도중에 차 안 라디오에서 듣게 된, 그녀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는 듯한 슬픈 곡명의 컨트리 음악에 빠져 듦과 동시에 우연히 발견한 전통 카우보이 바에 매력을 느끼고 그곳을 계속해서 방문한다.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로사리따 베이로의 짧은 여행이 가진 현실 도피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이 여행을 통해 벗어나고자 했던 것은 헤어진 남자친구 바비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었다. 먼저, 그녀가 바비와 헤어지고 보인 행동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문제가 포출 된다. 그녀가 바에서 만난 조에게 이전의 남자 친구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우리는 그녀가 주로 백인 아니면 서양인과 같이 행동하는 동양인 남자들을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난 바비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그  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찾을 수 없지만 그가 수많은 아시아계 사람들이 전공하는 분야인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양적 전형을 볼 수 있으며 적어도 애니의 예전 남편이었던 한국계 남성 필립 한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녀가 바비를 만났던 이유는, 그녀가 밝히고 있듯이, 그라면 다른 남자들로 부터 그랬던 것처럼 버림받거나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는 안전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같은 아시아계로서 다른 백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 중국 인형같이 웃어주거나 요부같이 굴기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인 남자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그런 모습(Asian Hottie Fetish)은 그녀가 가장 혐오하면서도 자신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두려운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바비는 그녀 스스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시안적 전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남자였고 결국은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녀가 그를 만났던 유일한 이유가 결국은 그와 헤어지는 이유가 된 것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머리카락을 금발로 탈색시키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금발 머리가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자신이 가진 아시안의 모습을 어떻게든 가리어 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또한, 그녀가 벗어나고자 했던 것은 (인종간의 구분을 떠나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는 똑같은 컴퓨터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 새로울 것 없고 따분한 일상의 권태로움이다. 지루한 일상에 지쳐있던 그녀가 배를 타고 다니며 여러나라를 돌아다닌다는 조의 삶에서 매력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방랑자 같은 그의 일과 삶에 대해 가지는 환상은 마치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해 가지는 뭔가 신비하고 이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과 많이 닮아 있다.

    여러 유형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있지만, “외로운 밤 칸티나”가 가지고 있는 미 서부의 전통적인 모습과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 노래 하는듯한 그 곳의 컨트리 음악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미국적인 것에 속해 있다는 착각을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머리는 왜 동양인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금발을 하고 다니는지, 왜 카우 걸처럼 보이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발음으로 말을 하는지 굳이 물어 그녀가 애써 찾은 위안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애니는 환상으로만 존재하던 외로운 카우보이인 롭을 만났고, 그녀가 꿈꾸어 오던 모험이 가득하고 흥미 진진한 삶을 사는 조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외로운 밤 칸티나”는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조와 함께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상황들에 처하게 된다. 그녀와 사랑을 나누기를 거부하는 조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그녀는 동시에 거울에 비친 형편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깨우친 것은 아무리 계속해서 금발로 탈색을 한다 할지라도 머리칼은 계속 자랄 것이고 그때마다 보기 싫게 드러나는 검은 뿌리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양적 겉모습은 바꾸거나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애니가 상점에 들어가서 만난 여자 점원이, 단지 그녀의 두꺼운 안경알 때문에 롭이 보여주었던 사진 속의 지하실에 갇혔던 끔찍한 여성의 모습으로 보였던 것처럼, 겉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잠깐 동안의 착각이나 환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겉모습이라도 바꿔서 동양적 전형에 도전하려던 그녀의 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가 이전의 즉, 그녀의 본래 머리 색깔과 가장 흡사한 것으로 염색약을 사는 것은 바로 이런 깨우침의 결과라할 것이다.

    상점을 나온 애니가 차를 몰다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그녀를 추월해가는 트럭을 아슬아슬하게 보내고 조의 아내 캐시(Kathy)처럼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위기를 모면한 후, 바로 동생 이블린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한 것은 의미있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이블린은 애니와는 시종일관 다른 침착함으로 애니가 가진 환상을 깨뜨리려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외로운 밤 칸티나”에서 애니는 자신의 본 모습을 탈색시킨 금발 머리와 요란한 카우 걸 스타일의 옷차림 속에 감추고 그 무명성을 즐겼다. 하지만 이제야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그 안에서 위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침과 동시에 누구에게라도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 것이다.

    애니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갇혀있는 전형을 깨고자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백인들 내지는 백인 같은 동양계 남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자신을, 자신이 그들을 보는 것과 똑같이 봐주기를 원했다. 이런 그녀의 환상은 자신의 머리가 금발이 될 수 없는 검은 머리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깨뜨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애니가 바비에게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로사리따 베이에 온 이후로 일주일 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그녀의 일, 즉 일상이다. 이전까지 남들의 눈에 비친 모습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 했던 그녀는 이제 로사리따 베이를 떠나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가 성취하는 일들을 통해서 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캐시는 비록 자신의 삶을 중간에서 멈추어야 했지만, 애니는 로사리따 베이로의 짧은 일탈을 통해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한편, 김씨 남매에 관한 삼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이자『옐로우』의 일곱 번째 이야기에 위치하고 있는「도모 아리가또」는 로사리따 베이를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다른 단편들과 달리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18 한국계 미국인인 유진이 미국인들과 함께 일본에 가는 설정은 외모가 자신과 비슷한 일본 사람들도 결국은 자신과 다르며 정신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미국인과도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적절한 설정이라고 간주된다. 이야기 속 유진이 겪는 문제들은 여자 친구와의 만남이나 헤어짐 등 누구의 삶속에서도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것들일 수 있으나 그 속에는 인종 차이라는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처음 드러나는 유진의 모습은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 않은 듯 보이고 그럴 필요도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UCLA 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 게다가 결혼을 생각하며 사귀고 있는 백인 여자 친구 니키도 있다. 물론, 니키와의 관계 속에서 가끔씩 왜 그녀가 다른 남자와 얼마든지 사귈 수 있는데 자신과 사귀는지를 질문하거나 니키 앞에서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자신을 인정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니키와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고 그녀와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함께 할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저축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간다. 무엇보다 유진은 자신을 굳이 한국인으로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을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의 한국인들과는 다르다. 그는 일본인들의 삶 속에 내재된 예의범절에 매력을 느끼고 사소한 잘못에도 지나칠 정도로 사과를 하는모습과 대립을 피하려는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윽고,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받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일본인처럼 보이는 자신이 “일본인 이었으면, 이 점잖고 친절한 사람들 중 하나였으면”하고 그들 틈에 소속되기를 바라는 모습까지 보인다(181).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며 살지 않았던 유진이지만 니키의 부모님인 미국인이 그에게 보이는 태도와 여관주인으로 대변된 본토 일본인의 태도에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을 인식하게 된다. 특히 이 텍스트에서 “김희로 사건”19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모습과 일본인의 모습, 그리고 그 사이에 있던 한국계 미국인 유진의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녁식사 후 얼큰하게 취한 니키의 아버지는 김희로와 유진을 연결시켜 여관주인에게 농담을 한다. 미국인인 그가 이런 농담을 하게 된 것은 한국의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한국인은 일본을 부정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유진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재일교포의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에 대해 덤덤한 유진과는 달리 니키와 그녀의 어머니는 이것이 유진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하고 이 이야기를 들은 여관주인도 그에게서 김희로를 떠올리며 기분이 상해서 나간다. 이로써 유진은 일본인과 한국인을 사이에 두고 “김희로 사건”을 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유진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그는 다른 사람들 눈에 한국인으로 비춰지고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아마 과거는 물론 현재의 이민 2세대 또는 단리와 같은 3, 4세대가 겪고 있는 딜레마일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식 교육을 받은 미국 시민이다. 이민 1세대가 겪었던 언어의 문제나 향수 또는 귀의 본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인들은 그들을 여전히 “옐로우”라고 생각하며 진정한 미국인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1세대가 겪은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차별이 아닌, 삶속에서 겪는 이 미묘한 일들에 대해 유진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유진은 “동종(your own kind)의 사람을 사귀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할 것”(193)이라는 니키 어머니 켈리어 부인(Mrs. Keliher)의 충고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깨닫게 된다. 켈리어 부인의 말처럼 니키와 헤어지는 것이 세상의 종말도 아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니키와 인종적으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헤어져야 했고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니키가 자신의 첫 사랑이었으므로 그토록 오래 남는다고 생각할 뿐 인종 문제로 헤어지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결국 인생의 반려자로는, “흑인병사와 한국인 현지처”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자넷(Janet)을 선택하였다(194-95). 니키와의 만남이 상세하게 묘사된 것에 비해 그녀와는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과정이 생략되어 있고 그녀에 관한 설명은 그녀의 불행한 탄생 및 인종문제로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괴롭힘 등이 전부인 것으로 볼 때 유진의 결혼은 자신이 겪었던 인종적 차이에 대한 갈등과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니키를 사랑했지만 “동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후, 아마도 그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 것이고 자넷과의 결혼은, 인종문제에 관한 한 자신보다 더 큰 아픔을 가졌을 혼혈에 대한 포용의 결과로 보인다.

    유진은 자신이 겪은 구체적인 삶의 체험을 통해 “국가나 인종간의 증오는 극복할 수 없음”을, 아직도 미국 사회에는 인종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게 된다(195). 또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에게나 평등하게 보일 것이라는 환상도 버리게 된다(195). 그의 이 같은 모습은 니키와의 결별 이전과 달리 현실상황을 인정하는 일종의 체념에 가깝게 비추어지는 한편, 더 이상의 방법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가장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그들이 마음속에 가진 진심이 무엇인지는 궁금하지 않다며 무시할 수 있는 한 무시하며 살아가겠다고 한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엄연하게 존재하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는 않다. 유진의 언급은 그가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기준을 세워두고 할 수 있는 한 이민세대의 현실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궁극적으로는“로 사리따 베이”에서 그들의 삶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195).

    작가 단 리가 “전반적인 미국 문화에 상당히 동화된 이민 3, 4세대는 약간의 민족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 인종차별이라는 미묘한 행태에 직면해 있다”(Q&A with Don Lee no. 3)고 밝힌 것처럼「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과「도모 아리가또」를 통해 작가는 현재 한국계 미국인들이 겪는 인종 차이를 인생의 통과 의례적 상황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이민 2세대부터 그 후의 세대들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신들에게 존재하는 미묘한 인종주의를 체념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의 눈에 비친 모습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 했던 애니가 결국 그녀가 성취해내는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일상으로 돌아오며 유진이 그의 가족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수용하는 입장을 통해, 작가는 각 개인이 그 틈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역시 두 이야기를 통해서도, 특정한 장소 및 반복되는 등장  인물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이라는 큰 전체 속에 통합되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인종적 딜레마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주제가 부각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17한편, 『옐로우』에 등장하는 백인들은 긍정적이거나 인상적인 인물들로 작품 속에 위 치하지 않는다. 「외로운 밤 칸티나 주점」의 조 콘키(Joe Konki)는 선원들이 처음으로 적도를 지나면 기념으로 한다는 금 귀걸이를 하고 외롭게 떠도는데, 부정을 저지른 아내와 헤어진 지 15년이 지나고 그 아내가 자동차 사고로 죽고 남긴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 슬퍼하는 인물로 등장 한다. 「캐주얼 워터」에서 전직 프로(P.G.A)골프 선수인 데이비스는 필리핀 아내가 (필리핀으로) 떠나자 결국 두 아들을 버리는 매정한 인물로, 샌 바이센트 카운티의 보안관 진 벡클런드 부서장은 유머 감각이 없고 고지식한데다  이블린과 바람을 피우다 부인에게 쫓겨나는 사람으로, 역시 샌 바이센트 카운티의 가족 및 아동 복지부서의 사회복지사인 쥴리 펄쳐(Julie Fulcher)는 젊고 운동선수 같이 생긴 외모이나『옐로우』속 여러 전문직의 아시아계 여성에 비해서 인상적인 묘사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남편 후보감」의 도서관 사서인 에어리얼 벨리우(Ariel Belieu)역시 혈통적으로는 프랑스계 유대인이나 미식에 있어서는 다소 속물근성이 있어서 본인의 취향인 프렌치 레스토랑 끌로띨드 비스트로(Clothilde Bistro)를 즐겨 찾는 한편, 하와이 출신 던컨의 스팸을 즐겨하는 식습관을 역겨워 한다. 「도모 아리가또」의 CIA 요원 브래디 켈리어(Brady Keliher)는 딸인 니키(Nikki)와 더불어 사람을 갖고 놀기 좋아하며 이기적으로 묘사되는 등 언급한 백인 인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18단 리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한국과 일본에 머물렀던 경험이「도모 아리가또」를 쓰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 바 있다(Q&A with Don Lee no. 9).   19김희로 사건은 68년 2월 20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시미즈(淸水)시의 클럽 밍크스에서 터졌다. 야쿠자는 빌려쓴 돈을 갚으라며 협박한 뒤 김씨에게 “조센징, 더러운 돼지새끼”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살아오면서 온갖 차별과 모멸을 받아온 그는 이 한 마디에 피가 왈깍 거꾸로 치솟음을 느꼈다. 그리고 갖고 있던 엽총으로 시즈오카 현 야쿠자 두목과 그 부하를 겨누어 사살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마흔한 살 이었다.살해 후 그는 현장에서 45km 떨어진 시즈오카현 스마타쿄(寸又峽)의 후지노미 온천 여관으로 달아나 여관주인과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장장 88시간의 인질극을 벌였다. 그는 이를 재일교포의 차별문제를 부각시키는 기회로 최대한 활용 했다. 당시 사건은 일본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그의 인질극과 주장이 TV와 신문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으며 쉬쉬하던 재일교포의 인권과 차별문제가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희로 사건의 전말—체포에서 석방까지”).

    IV. 결론

    본 연구는 국내의 영미문학계에서 특히 외면해 온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장르적 정의를 환기시키고 그 문학사적 중요성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시작하였다.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이란 통일된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된 단편소설들의 모음집을 말한다. 사이클 내에서 각 각의 이야기는, “사이클”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듯이, 특정한 주제, 등장인물, 배경, 모티브, 상징, 이미지 등을 반복한다. 그리고 사이클의 이러한 반복적인 요소들은 더욱 확장되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더욱 구체화되고 복잡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더욱 큰 전체로서 모음집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한다. 인그람은 그가 애초에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을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한 작가에 의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한 단편을 읽으면서 느낀 독자의 경험 세계는 다른 단편들을 읽으면서 얻어지는 경험 세계에 의해 한정 받게”된다고 정의할 때 전체 사이클에서 각 이야기들 간 상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주장하였다. 이 정의가 말해 주듯이 사이클 내에서 상호 연결된 이야기들은 전  체 패턴의 서로 다른 차원에서 서로를 수정한다. 또한, 사이클 내에서 각 이야기는 또한 스스로의 독자성을 유지하며 이 개별성이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을 소설과 다르게 특징짓는다. 따라서 인그람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각 이야기들의 개별성 즉, 독자성과 전체 책의 통일성 사이의 균형이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핵심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단 리의『옐로우』는 애초 개별적으로 발표되어 상호 관련성이 없던 각각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재)배치한 사이클”이다. 이야기들간의 긴밀한 관계, 반복과 전개라는 역동적인 패턴, 그리고 한권의 책 속에서 종장의 “마무리”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분리된 이야기들의 통일된 가닥 즉, 미국 사회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편견을 드러내고자 “완결된 사이클”로 만든 것이며, 이것은 형식적인 면에서 셔우드 앤더슨이『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통해 보여준, 독립된 이야기들이 플롯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긴밀히 연관을 맺어 마치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그 만의 형식을 빌려 온 것임을 확인하였다. 『옐로우』는 “단편소설집의 사이클” 형식으로서 여러 독립된 단편들이 긴밀한 연결 관계 속에 작품 전체의 통일성을 획득하고 있으며, 그것을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가상의 소읍, 로사리따 베이로 대변되는 장소 및 인물들과 상징 및 주제 등 주로 “반복”의 기법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인간의 소외와 그 극복”이라는 주제는『옐로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인종적 소외 및 갈등과 주체적인 삶”이라는 주제로 전이되었다. 단 리의 작품은, 아시아계 미국문학에서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장르를 이용하는 것은, 전통적인 문학 형태가 어떻게 초국가적인 문학적 현상으로 전환되어 지형적, 문화적, 인종적, 심지어는 언어적인 경계를 가로지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Davis 215). 즉,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배경이 된 특정한 커뮤니티는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개 이상의 문화에 걸친(transcultural) 인종, 민족적 주제와 교차할 수 있다는 것이다(219). 단 리는 문학적인 형식으로 미국적인 “이야기 모음집”을 따랐고, 기존의 아시아계 미국문학에서 담아 낸 지배적인 이민자적 모습에서 탈피한 탈이민자를 그리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소설집의 사이클의 종장격인「옐로우」를 통일된 작품집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명백한 인종적 오명인 만큼, 인종 문제가 미국사회의 해결되지 않은 난제임을 나타내고 있다.

  • 1. 임 형두. 1999 “ 김희로 사건의 전말―체포에서 석방까지.” google
  • 2. Anderson Sherwood 1942 Memoirs.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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