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tudy examined the longitudinal effect of emotion dysregulation and trauma memory traits (i.e., involuntary recall, sensorimotor experience, disorganization) on college students’ depression progress route. A total of 203 undergraduates were assessed four times with a week interval. The growth pattern of trauma memory trait, emotion dysregulation, depression were analyzed by Latent Growth Model(LGM) and then Multivariate Latent Growth Model was used to investigate the relationship of the three variables. The results of this study were as follows. First, all variables except disorganization showed a linear decrease as time passed. In contrast, disorganization showed increasing trend during the measurement waves. Second, the decrease of sensorimotor experience and emotion dysregulation predicted the decrease of depression as time passed. Additionally, involuntary recall/disorganization and emotion dysregulation affected depression only in initial time. The implications for future research and intervention were also discussed.
본 연구의 참여자 모집을 위해 연구진이 사전에 협조를 구한 전국의 대학교를 방문하여 수업 시간에 연구 참여자 모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그 중 종단 연구 참여를 희망하여 이메일 주소를 제공한 61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설문은 온라인으로 이뤄졌으며 사전 설문 및 4주 단위로 4차에 걸쳐 실시된 본 설문이 있었다. 본 연구는 짧은 시간 안에 변인들 간의 변화 경향을 조사하고자 한 단기종단연구로 가외 변인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4주 단위로 종단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길 수 있는가외 변인을 통제하기 위하여 수집 시점마다 새로운 외상 사건을 경험하였는지를 조사하여 신뢰성이 떨어지는 해당 자료를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참여자에게는 본 설문 1회에 대해 1만원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이 비임상집단인 대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1차 설문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자서전적 기억 가운데 외상 사건(예, 교통사고, 범죄 피해, 학교 폭력 등)이나 대학생들에게 사건의 영향으로 볼 때 외상 사건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부정적인 생활 사건(서영석, 조화진, 안하얀, 이정선, 2012, 예, 대인관계 갈등, 중요한 타인과 관계 단절 등)을 하나 정하게 한 후, 그 사건의 영향에 대해 이후 실시된 설문에서 반복적으로 응답하게 하였다. 총 4차까지 연구에 참여한 209명의 데이터 중 불성실하게 응답한 자료나 설문 기간 도중 외상 사건을 겪어 응답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제외한 203부의 자료가 분석에 포함되었다.
연구 참여자 중 남자는 90명(44.3%), 여자는113명(55.7%)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22.4세(
[표 1.] 연구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변인 및 사건 유형
연구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변인 및 사건 유형
자서전적 외상 기억 질문지
자서전적 외상 기억 질문지(Autobiographical Trauma Memory Questionnaire; 이하 ATMQ)는 외상 후 심리적 증상과 관련되는 외상 경험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의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주혜선과 안현의(2013)가 개발한 질문지이다. ATMQ는 자서전적 외상 기억의 미시적 측면에 해당하는 침습적 회상, 신체감각적 생생함, 비조직화와 관련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응답자가 경험한 일 중에서 가장 괴로웠거나 현재에도 진행 중인 괴로운 경험을 떠올린 이후에 각 문항에 5점 Likert 척도(1 = ‘전혀 아니다’ -5 =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ATMQ의 하위 영역별 문항 평균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기억 특성을 더 많이 지닌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ATMQ 문항의 총점이 높을수록 역기능적인 자서전적 외상 기억 특성을 더 많이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4차에 걸쳐 조사한 각 하위 요인의 Cronbach’s α는 침습 .89~.93, 신체감각적 생생함 .77~.84, 비조직화 .84~.89로 높은 내적합치도를 보였다.
정서조절곤란 척도
본 연구에 사용된 한국판 정서조절곤란 척도(Difficulties in Emotion Regulation Scale; 이하 DERS)는 정서조절곤란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Gratz와 Roemer(2004)가 개발한 척도를 조용래(2007)가 한국판으로 번안한 자기보고식 검사이다. 각 문항 내용이 평소 자신에게 얼마나 자주 해당되는지 그 정도를 5첨 척도 상에서 평정하도록 되어 있다. 총 36개 문항 중 11개는 역채점하도록 되어 있고 총점이 높을수록 정서조절곤란의 정도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동통제곤란, 정서에 대한 주의와 자각 부족, 정서에 대한 비수용성, 정서적 명료성의 부족, 정서조절전략에 대한 접근 제한과 목표지향행동의 어려움 등 6개의 하위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4차에 걸쳐 조사한 각 하위 요인의 Cronbach’s α는 전체척도 .94~.95이었고, 6개 하위 척도에 대해서는 .85~.95로 나타났다.
한국판 벡 우울 설문지-Ⅱ
벡 우울 설문지-Ⅱ(Beck Depression Invertory; 이하 BDI-Ⅱ)는 Beck, Steer와 Brown(1996)이 DSM-Ⅳ의 우울장애 진단 기준을 반영하는 자기보고식 질문지로, 국내에서 성형모 등(2008)이 한국판 BDI-Ⅱ를 소개하였다. BDI-Ⅱ는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2주간의 경험을 떠올리며 21개의 문항들에 대해서 각각 선다형으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원 BDI-Ⅱ에 따르면 BDI-Ⅱ의 총점을 기준으로 0-13점은 약간의 우울, 14-19점은 경미한 우울, 20-28점은 중증도 우울, 29-63점은 심각한 우울로 제시되었으며 성형모 등(2008)에 의하면 국내 연구에서는 절단점을 22점으로 했을 때 가장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았다. 본 연구에서 4차에 걸쳐 조사한 내적 합치도는 .91~.95였다.
본 연구에서는 외상 사건과 관련한 기억 특성 및 정서조절곤란, 우울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연구에 사용된 변인들 각각의 변화 추정을 잠재성장모형(Latent Growth Modeling; LGM)으로 분석하였다. 잠재성장모형은 변인의 변화 또는 성장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모형으로 시간의 변화에 따른 개인차 및 개인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탐색할 수 있으며 변인간 관계성이 포함된 다변량 잠재성장모형은 한 변인의 변화가 다른 변인들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할 수 있다(Cheong, Mackinnon, & Khoo, 2003). 이를 위해 첫째, 본 연구에 사용된 변인들의 변화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각 시점별 변인의 수준과 변인간 관계를 분석하였다. 외상 기억의 특성인 침습, 신체감각적 생생함, 비조직화 및 정서조절곤란, 우울의 평균 및 표준편차를 시점별로 산출하였으며 변인간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둘째, 변인들의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함수를 추정하기 위해 변인별 경쟁 모형으로 무변화모형과 선형 변화모형을 설정하여 잠재성장모형을 분석하였다. 셋째, 변인별 변화모형 검증을 통해 얻어진 각 변인의 잠재성장모형 결과를 바탕으로 정서조절곤란이 외상 기억 특성과 우울을 매개하는 경로의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적합도를 확인하고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적합도 지수로 표본 크기에 민감하지 않고, 간명도를 고려하는 TLI(Tucker-Lewis Index), CFI(Comparative Fir Index), 그리고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 지수를 사용하였다. TLI와 CFI는 .90 이상이면 모형의 적합도가 좋은 것으로 간주되고(Hu & Bentler, 1999) RMSEA 값은 .05 이하이면 좋은 모형, .08이하이면 적절한 모형, .10이하이면 보통 수준을 의미한다(Browne & Cudeck, 1993).
시간에 따라 외상 기억 특성(침습, 신체감각적 생생함, 비조직화), 정서조절곤란, 우울이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 시점의 변인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였으며 자료의 정규성을 확인하기 위해 왜도 및 첨도를 구하였다. 표 2에서 외상 기억 특성 중 침습과 신체감각적 생생함, 정서조절곤란, 우울은 대체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외상기억 특성 중 비조직화는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알아보기 위해 아래 변인별 분석모형 검증을 실시하였다. 또한 변인들의 정규성을 살펴본 결과 모든 변인들의 왜도와 첨도의 절대값이 2와 4를 넘지 않아 각 변인들의 정규성이 검증되었다(Curran, West, & Finch, 1996).
주요 변인별 평균 및 표준편차
4차에 걸쳐 수집된 모든 변인들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상관 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ATMQ 생생함 4차와 ATMQ 비조직화 1차 간의 상관을 제외한 시점 1, 2, 3, 4에서 측정된 모든 변인들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인 상관이 있었다.
주요 변인들 간 상관관계
외상 기억 특성(침습, 신체감각적 생생함, 비조직화)과 정서조절곤란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다변량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하기 전에 각 변인의 변화함수를 추정하기 위해 변화모형과 선형 변화모형을 검증하였다. 무 변화모형이나 선형 변화모형은 측정시점이 세 시점 이상일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데 시점 간 변인 수준이 일관성 있게 증가하거나 감소하였을 경우에는 선형 변화모형이 채택될 것이고, 일관 있게 증가 또는 감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무 변화모형이 채택될 것이다. 비선형 모형은 측정시점이 네 시점 이상인 경우에 적용 가능하나 많은 경우 해석이 어렵고 적절한 이론적 기반을 찾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김주환, 김민규, 홍세희, 2010) 본 연구에서는 제외하였다. 각 변인의 변화모형에 대한 적합도 결과는 표 4에 제시하였으며, 변화가 일관성 있게 나타난 변인의 선형 변화모형에 대한 결과는 표 5에 제시하였다.
[표 4.] 주요 변인의 무 변화모형과 선형 변화모형 적합도
주요 변인의 무 변화모형과 선형 변화모형 적합도
선형 변화모형에 대한 결과
표 4에서 모든 변인의 선형 변화모형이 무변화모형에 비해 TLI, CFI, RMSEA 모두에서 더 좋은 적합도를 나타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 변인의 수준이 일관성 있게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선형 변화모형이 무 변화모형을 내포하므로 이를
한편, 모든 변인에서 변량의 초기치와 변화율의 변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각 시점에서 부정적인 기억의 특성, 정서조절곤란, 우울의 수준에 개인차가 있고 각 변인이 증가하는 경향성도 개인별로 차이가 유의미하게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 특성 중 침습과 신체감각적 생생함, 정서조절곤란, 우울의 정도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기억의 비조직화는 다소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변인의 초기값과 변화율의 상관을 살펴보면, 모든 변인의 공분산이 부적으로 나타났으나 그 중 ATMQ 생생함, 정서조절곤란의 초기값과 변화율의 공분산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최초 측정 시점에서 신체감각적 생생함, 정서조절곤란의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변인의 변화가 느리고, 최초 측정 시점에서 신체감각적 생생함, 정서조절곤란의 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변인의 변화 속도가 빠름을 의미한다.
변인별 분석모형 검증을 통해 얻어진 각 변인의 선형 변화모형 결과를 바탕으로 정서조절곤란이 외상 기억의 특성과 우울을 매개하는 경로의 다변량 잠재성장모형을 그림 1과 같이 설정하였다. 본 그림에는 각 측정변인들의 오차변수들이나 내생 변인의 잔차들은 표시하지 않았다. 모형 분석에 따른 적합도 산출 결과는 표 6과 같으며 TLI와 CFI 모두 .95 이상이고 RMSEA가 .06 이하로 모형의 적합도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모형을 통해 확인된 변인 간 경로 계수를 표 7-1∼7-3에 제시하였다.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적합도
[표 7-1.]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경로 계수 (모형 1)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경로 계수 (모형 1)
[표 7-2.]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경로 계수 (모형 2)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경로 계수 (모형 2)
[표 7-3.]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경로 계수 (모형 3)
다변량 잠재성장모형 경로 계수 (모형 3)
표 7-1에서, 최초시점의 침습은 초기 정서조절곤란과 초기 우울에 각각 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최초시점의 정서조절곤란은 초기 우울에 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기 시점에서는 우울이 정서조절곤란과 외상 기억의 침습 두 변인 모두의 변화 정도에 의해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에 침습의 수준이 정서조절곤란 수준에 영향을 끼쳐서 우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 매개를 의미한다(
표 7-2를 보면, 초기 생생함이 초기 정서조절곤란과 초기 우울에 각각 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초기 정서조절곤란은 초기 우울에 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기 시점에서는 우울이 정서조절곤란과 신체감각적 생생함 두 변인 모두의 변화 정도에 의해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에 신체감각적 생생함의 수준이 정서조절곤란 수준에 영향을 끼쳐서 우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매개를 의미한다(
표 7-3을 보면, 초기 비조직화가 초기 정서조절곤란에 영향을 미치고, 초기 정서조절곤란은 초기 우울에 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초기 시점에서 비조직화가 직접적으로 우울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정서조절곤란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초기시점에서 정서조절곤란이 비조직화를 완전매개하여 우울에 유의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4개월의 시간경과에 따른 외상 기억 특성과 정서조절 곤란, 우울 수준의 변화를 살펴보고, 종단적으로 각 외상 기억 특성들의 변화가 정서조절곤란의 변화를 매개로 우울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잠재성장모형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상기억의 비조직화 특성을 제외한 모든 변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형적으로 유의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구체적으로 침습, 신체감각적 생생함, 정서조절곤란, 우울은 감소경향을 보였다. 이는 연구 대상이 임상 집단이 아닌 비교적 일상의 수행 기능이 뛰어난 대학생 집단이라는 것과 일반적으로 시간 경과에 따라 외상 경험 후 기억 특성들의 빈도와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Barnard, Watkins, & Ramponi, 2006; Reynolds & Brewin, 1998; Vrana & Lauterbach, 1994). 반면, 외상기억의 비조직화 특성은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같이 외상기억의 특징들이 비일관적으로 나타난 이유는 연구 대상이 비임상 집단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외상 경험자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외상 후 증상들을 겪는다면 외상기억의 비조직화 수준 역시 높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지만, 비임상 집단이라면 그 관련성이 유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행 연구에서도 비임상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경우 시간에 따른 비조직화 수준이 증가하거나 혹은 감소하는 등 결과가 비일관된 경향을 보였다(Berntsen, Willert, & Rubin, 2003; Jones, Harvey, & Brewin, 2007). 특히 비조직화 수준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증상 차원의 변화라기보다 표집 특성상 비임상군이 시간 경과에 따라 보일 수 있는 기억의 쇠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Berntsen et al., 2003; Jelinek, Randjbar, Seifert, Kellner, & Moritz, 2009).
둘째, 변인들 간 종단매개효과를 분석한 결과, 침습의 경우 초기치 변인 간의 관계에서만 매개효과가 유의하였다. 즉, 각 시점의 측정치들로 추정된 잠재적인 변인 간 관계에서는 침습의 감소가 정서조절곤란의 감소와 함께 우울의 감소에 영향을 주었으나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반영한 변인 간 관계에서는 침습이 더 크게 감소한 사람이 정서조절곤란 수준에서도 더 큰 감소를 보이는 변화가 우울이 감소하는 데 의미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침습 특성이 향후 우울 증상의 변화보다는 현재의 우울 증상 수준을 예측하는 데 고려할만한 요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침습적 외상 기억을 통해 외상 사건의 정서적 처리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Krans, Naring, Becker, & Holmes, 2009) 외상 경험자가 침습적 기억을 경험할 때 정서적 통제감을 상실했다고 지각하여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기 쉽다는 점과도 연관된다 하겠다. 비조직화 경우 역시 초기치변인 간의 관계에서만 매개효과가 유의하였다. 다른 말로, 비조직화가 정서조절곤란과 함께 현재 우울 증상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향후 우울 증상의 감소 경로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조직화 수준이 장․단기적으로 우울과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Amir, Stafford, Freshman 및 Foa의 연구(1998)에 비춰보았을 때에도 타당한 결과로 보여진다(안현의, 주혜선, 2010).
반면, 신체감각적 생생함은 각 시점의 측정치들로 추정된 잠재적인 변인들 간의 관계 및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를 반영한 변인 간 관계 모두에서 매개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변화율 간에 완전 매개효과가 확인되었다. 즉, 신체감각적 생생함의 감소가 정서조절곤란의 감소와 함께 우울의 감소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감각적 생생함의 정도가 덜해질수록, 그리고 정서조절곤란의 정도가 덜해질수록 우울 정도가 덜해지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변화율 간에 완전 매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신체감각적 생생함이 덜해지는 정도가 우울이 덜해지는 정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정서조절곤란이 덜해지는 정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이는 신체감각적 생생함이 정서조절곤란과 함께 현재 및 향후 우울이 감소하는 경로에 영향을 미치며 신체감각적 생생함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개입하는 데 시간이 갈수록 정서조절곤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비언어적 형태인 암묵 기억과 언어적 형태인 외현기억에 동시에 저장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상기억 특성 중 침습은 암묵 기억이 순간순간 외현 기억으로 떠오르는 방식이고 비조직화는 외현 기억 차원에서 이뤄지는 반면, 신체감각적 생생함은 보다 암묵적인 형태로 입력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 때문에 신체감각적 기억은 언어화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외상경험자로 하여금 외상 기억을 회피하게 만들고, 결국 신체감각적 기억이 야기하는 외상 관련 정서를 지각하고 조절하기 어려워져 우울과 같은 부정 정서를 유지하도록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Luethi, Meier, & Sandi, 2008; McNally & Amir, 1996; Reynolds & Brewin, 1999; van der Kolk, 2000). 이는 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뒷받침되는데, 외상 사건 경험에 관여하는 뇌 영역 중 감각 정보에 쾌-불쾌 수준의 일차적인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편도체는 외상 경험으로 인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신체 감각적 기억이 불쾌 정서와 강하게 연합되어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의식적 자각을 하지 못한 채로 자극민감성이 높아지며 중성자극에 대해서도 비합리적인 신체 반응을 보이고 과각성 상태가 된다. 따라서 정서조절이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정서조절체계의 결함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Richards & Gross, 2000; van der Kolk, 2002).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하여 볼 때 본 연구가 가지는 중요한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단 데이터를 활용하여 외상 기억과 우울의 관계에서 정서조절곤란의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는 점은 방법론적 관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잠재성장모형을 활용한 종단 모형의 매개효과 검증은 변인들의 시간에 따른 변화패턴 뿐만 아니라 변화패턴들 간의 관계 역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 때문에 본 연구는 현 상태의 우울수준을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우울 수준의 변화를 예측하는 최초의 경험적 연구로서 외상 경험의 장기적 영향에 관한 국내 연구가 부족한 현 시점에 의미가 있다.
둘째, 외상 경험 유무가 아닌 외상 기억 특성을 선행요인으로 하여 각각의 외상 기억 특성과 정서조절곤란의 다양한 관계를 확인하고 그 관계가 우울 증상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외상 후 심리적 고통과 부적응을 겪는 데 외상 사건 자체보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재구성된 외상 기억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는 최근 외상연구들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며 특히 대표적인 정서장애인 우울을 외상 기억 특성과 관련지어 경험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Halligan, Michael, Clark, & Ehlers, 2003; Jones et al., 2007; Rubin et al., 2008).
셋째, 예방적 차원에서 정서조절곤란뿐만 아니라 외상 사건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따라 우울이 발병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의 대학생들을 선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신체감각적 생생함의 변화가 정서조절곤란의 변화를 매개로 우울의 변화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본 연구 결과는 정서조절 증진 개입과 함께 신체 감각적 기억을 안전하게 직면하고 각성된 신체감각반응들을 완화하도록 돕는 것이 외상경험으로 인한 만성화된 우울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임을 말해준다. 즉, 우울을 겪고 있는 외상 경험자들을 위해서는 신체 자각을 통해 외상 사건을 회상하도록 하는 것과 자신의 신체 감각 기능을 친밀하게 느끼게 하여 이를 감정을 이해하는 단서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 감정과 신체 감각을 접촉시켜 신체, 감각적 기억을 재해석하도록 돕는 신체기반 치료들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금까지 대부분의 외상 치료 기법들이 언어화된 외현기억을 다루는 인지적 접근을 우선시하는 top-down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외상경험자들의 신체 감각적 각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외상 사건 기억에 대한 합리적 인지적 이해를 돕는 bottom-up 방식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은 외상경험자로 하여금 눈으로 손의 움직임을 쫓도록 유도하여 외상경험과 관련된 신체 감각과 정서의 강렬함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외상기억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통합시키는 방법으로, 언어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외상치료기법이다(van der Kolk, 2002). 그 외에도 body scan(Kabat-Zinn, 1990), 이완 기술을 활용한 신체 기반 치료(body-psychotherapy) (Young, 2008), 감각 운동 심리치료(sensorimotor psychotherapy) (Ogden & Minton, 2000) 등은 신체 감각적 기억의 활용이 외상치료에 중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가 종단연구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데이터 수집 간격이 4개월로 비교적 짧았다는 점과 연구 대상이 대학생으로 제한하였다는 점에서는 제한점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수집 간격을 좀 더 늘린다면 보다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우울감의 기저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대상인 대학생들은 외상 사건 혹은 외상 사건에 준하는 부정적 사건들을 경험했어도 비교적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비임상 집단이기 때문에 시간 경과에 따라 외상 경험 후의 기억 특성들의 빈도와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자연스럽게 감소되는 등 임상 환자들과 외상 후 증상의 종류나 심각도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임상현장에 바로 적용하거나 다른 연령 집단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향후 임상집단이나 다른 연령 집단에서도 본 연구 모형이 유의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연구들을 통해 다른 심리증상과의 공존 유무, 성별 등에 따라 외상 기억 특성이나 우울수준에 유의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지만(Kessler, 2003; Olff, Langeland, Draijer, & Gersons, 2007), 본 연구에서는 사례 수가 부족하여 성별, 우울 수준 등에 따른 집단 간 모형비교를 실시할 수 없었다. 추후 연구를 통해 집단 간 모형 비교를 통해 남녀 집단 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른 집단 간 차이를 확인할 필요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외상 기억 특성과 우울 간의 관계에서 정서조절곤란을 매개요인을 살펴보았는데 후속 연구에서는 이들 간의 관계를 매개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