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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Narrative Remediation and Representation of Old Age in I love you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서사적 재매개와 노년의 재현 관습
  • 비영리 CC BY-NC
ABSTRACT
Narrative Remediation and Representation of Old Age in I love you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진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삶, 사랑, 우정을 주제로 한다. 이 작품은 미디어를 관통하며,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적인 삶을 살았던 노년 인물의 캐릭터를 강조한다. 노년 인물간의 갈등보다는 인물의 상황과 성격이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로 재현된다. 노년캐릭터는 산동네 주택가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노인의 노쇠한 몸을 통해 원형적으로 재현된다. 이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았고, 노년기에도 자신과 가족, 배우자를 돌보며 가족주의 규범과 가부장적 성역할에 충실하다. 이 작품은 개별 미디어의 특성에 따라 서사전개 과정에서 변형, 확대, 추가 등의 재매개가 나타나지만, 노년의 인물을 재현하는 방식이나 규범은 공통적으로 전통적 재현 관습을 따른다. 이는 원형적 노년 캐릭터, 주변화된 배경, 서정적 장치의 강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년의 재현 관습은 변형되기보다 기존의 재현관습이나 규범을 충실히 따른다고 할 수 있다.

KEYWORD
the old-age’s drama , I love you , remediation , representaion
  • 1. 서론

    한국의 노인 인구가 2010년 이후 인구의 11%를 넘어서면서 노인 문제 이외에도 주요 소비계층으로 노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년층에 대한 정책 마련 등의 담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중 매체에서 다수의 노년은 주변화되거나 ‘노인’으로 단일하게 호명된다. 이들이 ‘노인’으로 ‘취급’되면서 자신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담론 형성의 장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생산 현장에서 밀려난 노년층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과 폭발적인 채널의 증가 과정에서도 이들 미디어에 접근하거나 활용하는 영역에서 밀려날 뿐만 아니라 주요 수용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들은 미디어 기술이 발달할수록 혜택보다는 정보격차를 겪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미디어 수단으로부터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년은 대중적 담론 생산의 장에서 주체화되지 못하고 소수자로 전락했으며, ‘노인’의 육체성을 띤 재현의 대상이 된다.

    시각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노년의 신체적 특징을 대상화하여 재현하는 방식은 관습화되고 있다. 이들 ‘노인’은 주로 도시의 소외된 노인이나 농촌의 홀로 남은 노인과 같이 주변화된 노인들의 몸을 물질적 기호로 삼아 표상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이든‘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노년에 대한 기호화는 개인 정체성의 시각적 소비로 연결되어 그 의미를 사회적으로 자연화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를 만나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할 때, ‘몸’이 전달하는 신호를 포착하고, 이와 연관된 ‘나이’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관계를 설정하려 한다. 영상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몸과 외모는 나이를 드러내는 장치로써 개인뿐만 아니라 산업적 차원에서도 미적 관리 대상이 되었다. 개인의‘몸’은 볼거리의 주요 대상이 되었고, 연령과 계층 등의 신분을 드러내는 기준으로 해석되며 노년을 상징하기 위한 일차적 기호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건강’과 ‘미용’산업의 발달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몸관리를 위한 ‘안티에이징’이 상품의 특성으로 강조되면서 나이듦은 극복하거나 부정해야 할 가치로 위치지워진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노년의‘몸’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써 노년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며, 소비사회의 노년층이 자신의 정체성을 해석하고 형성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소비 사회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노년의‘몸’은 전통적 노인에 대비되는 나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노인 이미지를 병렬적으로 제시한다. 최근 들어 ‘건강한 몸과 활기찬 노년’이라는 노인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신노년 담론의 맥락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상품 소비와 연계되어 확산되는 신노년 담론은 ‘몸’에 대한 의미와 소비주체로서 노년의 위치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화 사회에서 새로운 소비주체이자 수용자 집단으로 노년층이 주목받는 가운데, 대중 매체에서 주변화되었던 노년층의 삶과 사랑을 다룬 노년드라마가 등장했다. 웹툰으로 시작한 만화가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작품이 노년드라마 장르를 형성하며, 연극,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의 형식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이 글에서는 노년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노년이 재현되는 방식의 특성은 무엇이며,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로 노년드라마가 재매개되는 방식은 무엇이며,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산되는 노년 드라마에서 노년의 몸과 사랑을 재현하는 관습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함의를 탐색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콘텐츠의 재매개(remediation)

    20세기 후반 다양한 뉴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채널의 폭발적인 증가가 나타났다. 또한, 미디어의 증가와 디지털 환경의 도래는 콘텐츠의 부족현상을 초래하며, 미디어 생산과 소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미디어의 존재 양식에 따라 독자적인 내용의 형식을 발전시켜왔던 개별 미디어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콘텐츠의 제공 방식이나 수요도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존 미디어를 가로지르고, 초월하고 경계를 통과하는 방식의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이용을 가능케 한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trans) 미디어의 개념이 출현하게 된다. 트랜스 미디어는 현재 유통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통합적 다중 플랫폼과 다중 포맷 기반위에 성립된다. 이는 미디어간의 전이, 초월, 침투, 위반만을 의미하기보다는 여기에 탑재되는 스토리의 구현과 전재 양식까지도 변화함을 의미한다.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는 스토리의 단순한 재활용을 지향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에서 구동될 수 있음을 전제하며, 나아가 전이 과정을 통해 콘텐츠의 내용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1)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제작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기존에 검증된 콘텐츠를 재매개하는 방식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증가한 미디어 창구를 통해 소비할 콘텐츠의 안정적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미디어로 전환되는 재매개(remediation)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콘텐츠의 복구와 변형 및 재가공을 용이하게 하며, 다양한 감각에 소구할 수 있어 인쇄 미디어뿐만 아니라 단일 미디어를 토대로 창작된 내용의 재매개를 손쉽게 한다.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1999/2006)은 하나의 미디어가 내용과 형식 차원에서 다른 미디어의 테크놀로지, 표현양식, 사회적 관습 등을 답습하거나 개선, 개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현상을 재매개(remediation)라고 정의하였다.2)

    문화산업 영역에서 미디어 텍스트의 재매개는 소재의 빈곤을 극복하고, 이용 관습을 중시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내러티브와 미디어의 특성이 상호작용하며, 미디어간의 결합, 대체, 융합 등의 과정을 텍스트적으로 구현하게 된다. 트랜스미디어는 전통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를 포괄하면서 기존 미디어 관습을 변형시키거나 균열을 낸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미디어 넘나들기’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를 교차하며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는 또 다른 콘텐츠 경험을 할 수 있다.3)

    최근 들어 웹툰(webtoon)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의 재매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개방, 참여, 공유를 실현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웹툰은 미디어를 넘나들며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생산과 소비의 공간이 되고 있다.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개인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온라인 신문사 사이트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 읽을 수 있는 스크롤 형식의 만화를 일컫는다. 이러한 웹툰은 활자와 그림이라는 만화의 요소를 지니며, 지속성을 띠고 ‘스크롤 형식’으로 구성되어 상호작용적 서사경험과 공감대 형성 및 몰입을 특성으로 하며 주목받았다.4) 웹툰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 공간에서 정해진 형식이나 소재를 넘어서서 대중에게 작품을 제공할 수 있는 매체이기에 기존 미디어 콘텐츠의 형식과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웹툰은 이용방식에서 몰입과 대중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특정 소재나 주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촉발하는데 용이하다.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참여와 선택으로 능동적으로 구독이 가능한 웹툰은 스크롤 형식의 내용과 연출면에서 영상 스토리 보드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웹툰은 영화를 포함한 다른 영상 콘텐츠로의 재매개가 용이하고, 최근 들어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가 증가하고 있다. 웹툰을 통해 공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상의 다양한 소재가 드러나면서 가시화되지 않았던 사회적 집단이나 이슈, 그리고 삶의 방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기존의 주류 미디어에서 배제되었던 소재나 이야기들이 웹툰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들 이야기가 주류 미디어를 통해 재매개되어 대중화되고 있다. 미디어에 접근하여 정당하게 재현될 기회가 결여된 노년에 대한 이야기가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1. 미디어의 노년 재현

    대중매체의 재현체계는 우리를 주체로 위치지우는 의미화 실천과 상징체계를 포함하고, 문화적 과정으로써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을 형성한다5). 사회적 다수이면서도 주류로 취급되지 않는 노년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 주류의 시각이나 담론을 드러내는 대중매체를 통해 알 수 있다. 산업화 이후 노인은 다양한 영역에서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문제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노년세대를 학문적으로 탐구해온 노년학 분야에서도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커뮤니케이션학과 연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는 노년 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사회적 담론의 원천으로써 미디어를 주목하기 때문이다6). 한편 산업화 이후 생산활동의 영역에서 밀려나고 스스로에 대해 발화할 기회를 차단당한 노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그림과 노년에 대한 규범이나 삶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노년 담론이다7). 미디어를 통해 노인은 주로 청장년층 등의 타 세대와 함께 재현될 때 돌봄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으며, 미디어는 노인에 대해 의존적 약자이거나 과거지향적이라는 의미를 생산하고 있다8).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노인은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 가족관계, 경제적 특성에서도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9). 이러한 방식으로 미디어는 노인을 탈권력화된 존재로 의미화한다. 미디어를 통해 소외된 노년이라는 등식이 점차 자리잡아가면서 노인의 범주는 우리와 다르게 점차 초라함이나 촌스러움을 투사하는 대상, 곧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10). 이렇듯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노인 담론이 노인을 대체로 의존자, 피보호자, 무능력자, 병약자로 정형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담론이 나타나고 있다. 노화 또한 인간의 어둡고 불행한 현상이 아닌 ‘생산적’, ‘활동적’, ‘성공적’, ‘건강한’ 현상으로 인식하려는 태도이다11). 노인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담론 방식이 신노년 담론이다. 이는 노년 세대를 활기차게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으로 재현하고 이를 성공적인 노화로 보는 방식이다12). 이러한 신노년 담론은 최근의 노령인구의 활용정책과 건강산업의 발달로 인해 이와 매개된 사례와 상품들을 소개하는 영상매체를 통해 활동적이고 즐거운 노년의 이미지들로 대량 유포되고 있다. 이는 젊음을 기준으로 노년의 삶을 연장된 청춘으로서 조명하는 방식이다. 70세 열혈남과 같은 활기차고 젊은 노인의 모습이 표준으로 등장하거나 상품화되고 있다13). 이는 주변화되거나 타자화된 노년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재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여전히 늙음보다는 젊음을 표준으로 제시하여 늙어가는 것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신노년 담론은 노년의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이 처한 노년 현실을 직시하거나 개선하는데 한계를 지닌 공상적 담론에 머무를 수 있다14). 광고를 포함한 미디어 영역에서 제시하는 신노년의 이미지는 노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노인이나 나이듦에 대한 규범을 젊음을 기준으로 내면화하고 생산하는 자기감시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영상 미디어를 매개로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노년의 활기찬 삶과 모습은 노년의 몸을 매개로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새로운 노년의 주체화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년의 몸의 구성은 현재의 노년세대나 이를 경험해야 할 모든 세대에게 새로운 노년 규범을 형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성공한 노년의 삶이 부각되며, 건강한 몸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취미와 능력 계발을 촉구한다. 이 과정에서 활기찬 노년의 모습이 미디어의 타 영역에서 주변화된 전통적인 초라한 노인의 모습과 대비된다. 이러한 신노년담론은 현실에서 겪는 노년의 어려운 삶을 개인적인 노력이나 성취의 문제로 사사화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나이듦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경험임에도 미디어의 대비된 노년 담론은 노년의 경험이나 삶을 말하는데 제한적이다.

       2.3. 노년의 나이와 몸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개인을 위계적으로 구분하고 관계를 설정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젊음이 생산과 소비의 핵심인 현대 산업사회에서 나이는 젊음을 중심으로 세대간 경계짓기, 혹은 차별과 배제의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나이는 청년과 노년을 분류하는 표준으로 쓰이지만, 나이는 생물학적인 현상이며 동시에 문화적인 구성물이다15). 나이를 통해 인식되는 노화의 과정은 점진적이고 완만하여 이를 경험하는 당사자는 거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따라서 노년이란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존재와 그것을 통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는 자의식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이다16).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주관적 나이와 사회가 부여하는 객관적인 나이듦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나이듦을 확인받거나 노년범주에 소속되었음을 갑자기 통고받을 때 오는 충격은 개인의 중후반 생애주기에 주체성의 혼돈을 낳을 정도이다17).

    노년에게 ‘몸’은 객관적으로 나이를 인식시키고 정체성을 실현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스스로를 타자화하도록 하는 사회적 담론을 실현하는 장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몸은 육체자본으로서 자기관리와 계발을 위한 몸관련 산업의 팽창과 상품화 전략에 통제당하고 설득당하는 대상이 되었고, 경로의 대상이었던 노년의 육체 또한 마찬가지이다.18)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현대의 소비문화는 ‘나이’의 흔적을 몸으로부터 감출 것을 강요하고 이는 ‘몸’의 관리와 통제를 통해 가능하다고 부추긴다. 나이 들면서 겪어야만 하는 육체적 약화나 질병은 노년의 ‘몸’을 관리해야할 대상으로 부각시킨다. 사회적 담론에 의해 노년의 ‘몸’은 길들여지고 관리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몸은 젊은이의 육체 못지않게 문화적으로 매개되며, 노년의 몸은 담론을 내재화하고 실천하며 담론 재생산의 통로가 된다19).

    노년을 준비하거나 경험하는 생애주기에 사회는 나이듦에 역행하는 육체를 주문한다. 특히 항노년(anti-ageing) 산업의 발달과 관련 상품소비는 몸의 관리를 통해 노령화를 막을 수 있음을 자기관리의 차원에서 주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의 육체에 개입한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젊음은 늙음의 이미지를 거부하게 한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를 은폐하도록 부추기고, 사회적으로 노령혐오나 연령차별을 내면화하게 한다. 젊음을 이상적 기표로 삼는 사회에서 노년의 ‘몸’은 감추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 여성의 몸은 더 이상 성적인 매력이 없는 무성적 존재로 간주되어 성차별과 노년차별을 이중적으로 겪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노년 여성은 늙음의 다양한 모습과 성취나 고민에 대해 관심을 받기보다는 늙은 외모가 강조된 사회적 타자로 획일화 된다20).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인들에게 고정관념의 틀을 씌우거나 차별하는 조직적인 행태인 연령주의(ageism)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령주의는 노년의 몸을 매개로 일상에서 표출되는데, 최근 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연령주의는 단순히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정치, 권력 관계와 얽혀서 사회적 구조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 동시에 연령주의는 사회문화적으로 노인문화를 비주류화하고, 노년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한다21). 연령주의는 노년의 ‘몸’을 부정적으로 대상화하여 재현하는 기제로써 작동되면서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소리없이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고도로 조직화된 조용한 폭력”을 행사한다22). 이 과정에서 억압된 나이든 몸을 지닌 노년의 체험은 소통 가능한 언어로 의미화되지 못하고, 각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체험의 영역에 남아 자신의 존재를 가시화하지 못한다23).

    1)김영욱,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기초 작업을 위한 하강 모티프‘의 비교신화학적 의의 탐구」, 『인문콘텐츠』 제 24호, 2012, 56쪽.  2)Bolter, J.& Grusin, R., Remediation: Understanding New Media. Massachusetts: MIT Press, 1999. 이재현 역, 『재매개:뉴미디어의 계보학』. 서울:커뮤니케이션북스, 2006, 52쪽.  3)전경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텍스트 및 이용 특징」,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 10-9호, 2010, 244쪽.  4)이용욱, 「디지털서사체의 미학적 구조:웹툰의 아이러니 서사전략」, 『비평문학』, 제34호, 2009, 215쪽.  5)Woodward, K.(ed). Identity and Difference. London: Sage, 1997, p4.  6)홍명신,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고령사회를 위한 노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연구』,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7쪽.  7)정진웅, 「노년의 꿈, 타자화된 노년과 공상적 노년담론을 넘어서」, 『당대비평』, 제24호, 2003, 321쪽.  8)양정혜, 「TV광고가 재현하는 고령화 시대의 노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7권 1호, 2011, 100쪽.  9)김미혜, 「인터넷 신문에 나타난 노인 이미지 분석: 오마이 뉴스를 중심으로」, 『한국노년학』, 제23-1호, 2003, 26쪽.  10)이경숙, 「사회적소수자로서 노인과 미디어담론」, 『한국사회미디어와 소수자 문화정치』, 서울: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200쪽.  11)이가옥·우국희·최성재, 「노인독립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독립과 의존의 재개념화」, 『한국사회복지학』, 제56-1호, 2004, 6쪽.  12)한경혜·윤성은, 「대중 매체에서의 신노년 담론 분석: 신문매체를 중심으로」, 『한국노년학』, 제27-2호, 2007, 300쪽.  13)이경숙, 앞의 논문, 202쪽.  14)정진웅, 앞의 논문, 326쪽.  15)Woodward, K. Aging and its discontets:Freud and other fictions. Bloomington:Indiana UP, 1991, p.149.  16)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홍상희·박혜영 역, 서울:책세상, 2002, 19쪽.  17)연점숙, 「페미니즘과 노년차별:페미니즘 안팎의 타자, 노년여성」, 『영미문학페미니즘』, 제17-1호, 2009, 108쪽.  18)임인숙, 「몸·자아의 소비문화적 연결방식과 불안정성」.『한국사회학』,제8-1호, 2007, 103쪽.  19)Foucault M., Discipline and Punish, Harmondsworth: Penguin, 1977, p. 136.  20)홍지아, 「TV드라마를 통해 재현된 여성의 몸 담론」, 『한국언론정보학보』, 제49호, 2010, 127쪽.  21)김주현, 「연령주의 관점을 통한 노년의 이해」, 『사회와 역사』, 제82집, 2009, 382쪽.  22)김은실, 『여성의 몸, 몸의 문화정치학』, 서울: 또 하나의 문화, 2001, 38쪽.  23)정진웅, 「정체성으로서의 몸짓: 종묘공원 노년 남성들의 ‘몸짓문화’의 의미」, 『한국노년학』, 제31-1호, 168쪽.

    3. 연구방법

       3.1. 분석대상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출현한 매체 형식인 웹툰을 통해 만화가 강풀은 노년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다루어 노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반향에 이어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미디어를 넘나들며 웹툰의 포맷을 초월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개작되었다. 서울의 산동네 주택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을 다룬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웹툰 형식으로 2007년 4.8일-9.10일까지 온라인에서 연재되었고, 이후 2007년 11월에 문학세계사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어 이 작품은 2008년 4월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상연되었으며, 영화로 제작되어 2011년 2월 17일 개봉되었고 노년의 삶을 조명하는 노년 영화로서 164만 5천 126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와 웹툰에서 두 쌍의 노년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었다. 영화에서 이순재와 윤소정이 주인공 김만석과 송이뿐 역을 맡았고, 송재호와 김수미가 장군봉과 그의 아내 조순이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노년 드라마를 표방하며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2012.04.16~2012.06.05까지 SBSPLUS에서 방영되었고, 이후 OBS를 통해 재방영되었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노년의 사랑 이외에 젊은이들의 사랑을 주요 플롯으로 설정하면서, 두 쌍의 노년 이외에 젊은 연인이 주인공으로 추가 설정되었다. 주인공은 이순재(김만석역), 정영숙(송이뿐역), 김호영(장군봉역), 조양자(조순이역), 김형준(손녀딸의 남자친구 정민채역), 김윤서(손녀딸 김연아역)가 맡았다.

       3.2. 분석방법

    이 글은 미디어 형식을 넘어서서 노년이 재현되는 방식의 특성을 비교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노년의 ‘사랑’과 ‘몸’을 재현하는 방식이 미디어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고, 노년 서사가 재매개 되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산되는 노년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노년의 이미지, 노년의 사랑과 몸이 재현되는 방식, 매체별 서사구축 방식에 초점을 두고 분석한다. 각 매체를 넘나들며 노년의 삶을 재현하는 방식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 글은 채트만(Chatman, 1978/2001)의 서사이론을 토대로 “노년의 이미지”와 “노년의 사랑과 몸”이 구축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노년서사가 미디어를 초월하여 재매개되는 성격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 텍스트분석에서 자주 활용되는 서사이론에서 서사(narrative)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였는가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되었는가의 담화로 구분된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기본 요소인 사건, 인물, 배경 등의 선택에 대한 계열체적 분석과 계열체적 단위들을 인과성이나 그 외의 논리적 법칙에 따라 의미있게 연결하는 시퀀스 분석 등의 통합체적 차원으로 구분된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담화는 매체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는데, 영상 텍스트의 경우 편집, 촬영 등을 통하여 어떻게 이야기가 표현되고 있으며 어떠한 시점으로 기술되었는지에 좌우된다. 각 매체별로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담화와 스토리에 주목하여, 이야기의 기본요소인 사건, 인물, 배경, 그리고 이들이 이야기로 구축되는 방식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기술했다.

    4. 분석 결과

       4.1. 도시주변부 노년 캐릭터의 원형적 재현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등의 미디어를 관통하며 도시 주변부에서 살아온 노년의 삶과 사랑을 핵심 스토리(core story)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노년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전개와 인물의 평면적 정형화를 통해 기존의 노년에 대한 이미지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주변화된 노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되 인물간의 갈등보다는 이들이 겪는 삶의 고난과 죽음을 주요 사건이자 서사를 이끄는 갈등으로 제시한다. 이 드라마의 갈등은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을 돌보기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노년의 인물이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를 돌봐야하며 죽음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 자체이다. 따라서 인물의 배경과 살아온 삶이 서사 전개를 위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노년 캐릭터의 성격과 행위가 서사를 이끄는 중요한 동인이 된다.

    80세를 바라보는 노년의 인물 4명이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를 관통하며 핵심 주인공으로 설정되었다. 내러티브가 길게 전개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경우 웹툰과 영화에서 조연에 머물던 젊은 손녀와 원작에 없던 새로운 남자친구를 주인공으로 변형시키며, 떠나간 남자친구를 추가하여 갈등구조와 사건을 확장시켰다. 노년 주인공은 미디어를 넘나들며 일관된 방식으로 환경, 몸, 그리고 성격의 재현을 통해 가부장적 성역할과 가족규범에 충실한 노년의 이미지로 정형화된다. 이들 노년의 공통된 이미지는 산동네 골목길 주택가를 배경으로 노쇠한 육체를 감싸는 낡고 노후한 옷차림의 몸을 통해 강조된다. 김만석(76세)은 평생 아내에게 호통을 치며 살아온 사람으로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고 욕을 입에 달고 살며, 죽은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가부장적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병으로 죽은 아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하던 우유를 속죄의 마음으로 배달하다 송씨에게 사랑을 느끼고 돌봐주는 따뜻하고 검소한 인물이다. 김만석과 사랑을 하게 되는 송씨(77세)는 이름도 없이 평생을 살아온 독거 노인이다. 송씨는 부모 몰래 애인과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도망쳐왔으나 어려운 삶에 직면하고, 서울살이에 좌절한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로 살다 버림받은 채 아이마저 잃고 폐지를 주우며 평생을 살았다. 이런 그녀는 이름없이 사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순종적 인물이며 자식을 잃은 것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장군봉(79세)은 개인택시를 운전하여 삼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후 치매에 걸린 아내를 홀로 돌보며 주차장 관리인으로서 외롭게 살아간다. 장군봉의 아내 조순이(73세)는 화가를 꿈꿨던 전형적인 전업주부로서 자녀양육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며 남편과 아이들밖에 모른다. 순이는 치매에 걸려 돌봄을 받아야 하며, 남편이 일하러 간 동안 집에 갇힌 채 아이처럼 벽에 그림을 그리며 홀로 생활한다.

    이들 노년은 근대화 과정의 고난을 서울 주변부에서 공통적으로 겪으며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희생적인 삶을 살았음에도 노년 세대인 주인공들은 젊은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며, 건강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서사적 절정 사건의 주인공인 장군봉은 아내의 죽음을 예견하며 동반 죽음을 택하고 뒷수습을 김만석에게 맡기면서 자녀에겐 진실을 알리지 못하게 한다. 이들 노년의 소외된 삶은 가부장적 가족주의 규범을 충실히 따르면서 어쩔 수 없이 부모로서, 혹은 노년으로서 겪어야 하는 안타까운 개인사로 설정된다. 또한, 노년 세대가 자신들의 문제와 삶을 세대 내부에서 해결하고 스스로를 돌보려는 기제는 노년의 우정 서사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도시와 생산의 중심부 그리고 젊은 세대로부터 소외되었음에도, 주변부에서 가족과 자신, 그리고 배우자를 책임지는 근대화 과정의 희생적 부모 세대를 표상한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노년의 주인공은 전통적 가족주의 규범과 가치를 내면화한 희생적 인물로 재현되며, 가부장적 성역할에 충실하다. 남성 주인공은 가부장적 아버지이자 보호자이며, 노년 여성은 희생적이며 순종적인 여성으로 재현된다. 치매에 걸린 조순이는 남편에게 ‘우리이쁜 애기’이고, 김만석에게 송씨는 ‘이뿐’이로 호명된다. 한편 김만석은 송이뿐을 사랑하지만 아내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이뿐을 ‘그대’라고 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노년 남녀의 관계에선 가부장적 성역할에 따라 남녀 관계가 설정된다. 이 드라마의 노년 남성은 여성의 신체적 안전을 보살피는 위치로 재현되면서 남성성을 강조한다. 자녀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남편은 아내를 책임지고, 아픈 아내는 남편의 사랑으로 돌봄을 받는 존재이며, 남편은 아내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성역할이 강조되고 있다24). 동시에 이들은 연인이나 친구가 되기 전엔 노년에 대한 사회적 호명방식에 의존하여 서로를 차별적인 노인의 위치로 타자화한다. 이들은 서로를 ‘노인네’라고 호명하며, 노년 집단의 일원으로서 바라볼 뿐이다. 처음 송씨를 만난 김만석은 송씨에게 고쟁이에 돈을 넣어갖고 다니는 이상한 할망탱이거나 할망구로 칭한다. 처음 만난 송씨에게 김만석은 ‘가는 귀가 먹은 성질 나쁜 노인네’이다.

    이 작품은 정형화된 인물의 몸과 실루엣을 통해 전통적인 노년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이들의 몸은 제스추어, 자세, 옷차림 등의 기호를 통해 전형적인 노인으로 의미화된다. 김만석은 희끗희끗한 머리와 낡은 잠바와 고집스런 표정, 보청기를 끼지만 듣고 싶을 때만 보청기를 끼고 대화하는 까칠하고 옹고집스런 몸짓을 보여준다. 보청기에 의지해야 하는 김만석은 클로즈업된 송이뿐의 주름진 입모양을 보고 메시지를 이해한다. 송이뿐은 낡은 스웨터와 허름한 목도리와 두터운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있다. 그녀의 몸은 한겨울 두터운 옷으로 가려져 있고, 신체적 매력을 드러내기 보다는 가리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몸짓으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러한 몸이 배치되는 장소는 그녀의 허름한 집과 산동네 골목길이거나 고물상과 주차장이다. 카메라는 골목길을 중심으로 이들 몸을 지켜보거나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느릿느릿한 몸의 움직임을 실루엣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의 몸은 이 작품의 가장 큰 갈등 요소인 죽음을 이겨내야 하는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장이며, 노인으로 불리워질 근거이자 이에 저항하는 수단으로써 노년의 딜레마를 상징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죽음과 노인성은 몸을 통해 표현되고 실현되는 장치로서 이 작품에서 몸의 기호화는 서사 구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 노년이 직면해야 하는 죽음과 잠재된 이별은 이 작품의 서사 전개 과정을 이끄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이뿐과 김만석은 몸의 죽음을 통한 헤어짐이 두려워 미리 이별을 한다. 노년의 몸이 직면해야 하는 죽음과 건강의 문제 자체가 드라마적 갈등 요인으로 설정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소외된 노년의 삶을 이러한 방식으로 재현함으로써 이 작품은 전통적인 가족체계와 규범에 충실하면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와 리얼리즘을 생산한다. 동시에 이들 인물은 기존 대중매체에서 생산하는 가부장적 성역할과 가족주의를 내면화한 위치에서 사회의 범주에서 문제적인 노인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가족의 범주에서 정, 사랑, 우정, 희생의 가치를 실현한다. 또한 이들 노년은 대중매체를 통해 타자화된 노인의 모습으로 재현되지만, 가족의 범주에서 노년기를 경험하는 부모와 동일시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들의 문제와 역할이 가족관계 속에서 강조됨으로써 이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했으나 소외될 수밖에 없는 친근한 노년 인물로 정형화된다. 이 과정에서 노년의 어려운 삶의 문제는 가족이나 개인적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머무르게 된다. 또한 이들의 사랑은 가부장적 성역할에 기초한 남녀간의 사랑이자 돌봄을 매개로 한 노년의 우정과 결합된 사랑이다.

    [표 1] <노년 주인공의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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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 주인공의 설정>

       4.2. 배경과 사물의 노년기적 설정과 서사 구축

    이 작품의 통합체적 분석을 통해 서사 구축 과정을 살펴보면, 노년이 겪는 소외된 삶의 고난 속에 노년기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원작 웹툰은 죽음과 노년의 상황을 발단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웹툰은 스스로 죽음을 맞이했으나 호상이라 불리는 장군봉과 조순이의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는 노년의 소외된 삶을 부각시키기 위해 도시주변부 산동네 골목길 노년의 상황을 어두운 조명을 통해 표현한다. 김만석과 송씨의 만남을 발단으로 노년기 사랑과 우정의 과정을 네 명의 노년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반면, 텔레비전 드라마는 노년 남녀의 만남과 상황이 서사를 전개하는 시초가 되며, 서사는 주요 갈등인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년의 사랑과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한, 텔레비전 드라마는 긴 호흡의 내러티브에 부합하는 일상성과 재미를 강조하기 위해 젊은 남녀의 사랑을 또 다른 중심 플롯으로 설정하였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노년 남녀의 사랑을 병치하여 노년의 로맨스 또한 애틋한 사랑이야기임을 강조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서사 전개 과정에서 원작의 인물과 갈등 요소가 확장·변형되었고, 노년의 로맨스와 우정 서사와 더불어 다양한 인물의 삼각관계, 가족애, 선악 갈등 요소가 추가되어 극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또한 웹툰이나 영화와 달리 해피엔딩의 결말을 위해 김만석의 죽음은 생략하고, 손녀의 사랑과 김만석과 송이뿐의 재회로 변형된다.

    이 작품은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주변성과 낡음을 상징하는 장소와 사물들을 각 인물의 특성과 함께 배경 상징으로 부각시킨다. 이 작품에서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장소는 서울의 산동네, 옥수동 주택가 골목길이다. 시간적 배경은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의 만남과 스토리의 시작도 이 골목길 160번지에서 이루어진다. 원작자 강풀은 산동네 골목길의 실제 사진을 찍어 만화의 배경으로 설정했음을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웹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모두 실제의 가난한 산동네 주택가 골목길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주변부 노년의 삶에 대한 리얼리티를 생산한다. 이 골목길은 김만석과 송씨가 처음 만나는 장소로써 사건의 발단 장소이자 데이트를 하는 장소이다. 구체적으로 지명되는 160번지 골목길은 눈이 내리면 미끄러지고, 오토바이로 올라가기도 힘든 산동네이며, 이는 노년이 직면한 삶의 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험난하고 힘든 노년기의 삶을 상징하는 골목길은 산동네의 지형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위치한 주택들 사이에서 동네를 지탱해온 중심축이자 어렵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추억의 장소이다. 또한 골목길은 낡은 우유배급소, 허름한 고물상, 그리고 흐릿한 유리창 창살 너머의 주차 관리실 등의 주요 배경과 주인공들을 연결시켜주고, 서로를 만나게 하는 통로이다. 노년의 삶을 상징하며 근대화 과정의 고난한 개인의 삶을 담고 있는 주택가 골목길은 은은한 노란 가로등 불빛에 의해 따뜻하게 채색된다. 골목길은 무채색의 노년기를 상징하지만, 은은한 노란색의 가로등 불빛이 골목길에 비춰지면서 노년기의 삶은 따스하게 누군가를 보듬어주는 곳이 된다.

    [표 2] <인물과 사물의 노년기적 재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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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과 사물의 노년기적 재현 분석>

    또한 가로등은 송이뿐이 김만석을 위해 매일 새벽까지 켜놓는 것으로 둘의 사랑을 실현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장치이기도 하다. 이 둘의 사랑은 가로등 불빛처럼 서로를 비춰주며 보살펴주고 지켜보는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로등은 김만석, 장군봉, 그리고 송이뿐이 만나는 골목길에 놓여 있고, 주택가 곳곳을 비춰주어 주인공과 사람들의 삶을 따스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나이만큼 낡은 운송수단을 통해 노년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들 운송수단은 모두 낡고 오래되었지만, 정들어서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것들이다. 이는 서로의 삶과 사랑을 연결해주는 수단이다. 김만석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우유를 배달하기 위해 찾은 우유보급소에서 발견되었고, 폐기 직전의 낡고 시끄러운 상태이다. 웹툰에서 김만석은 이 오토바이의 ‘부타타타’하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등장하며 산동네의 아침을 깨우고, 송이뿐을 만나고 순이를 태워주는 사랑과 우정을 실현하는 장치이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였던 장군봉은 주차관리원이지만, 낡고 못쓰는 포니2 택시를 버리지 못하고 고이 간직한다. 이 택시는 4명의 연인에게 사랑의 매개체가 된다. 이 택시는 이들이 소풍을 갈 때, 조순이가 병원을 갈 때, 그리고 송이뿐을 고향으로 데려다 줄 때 동반한다. 송이뿐이 폐지를 줍기 위해 끌고 가는 리어카는 ‘끼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힘겹게 움직인다. 이 리어카는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것을 힘겨워 할 정도로 낡았고, 고물상 한켠에서 낡은 고물들과 함께 저녁을 보낼 정도로 고단하고 누추하다. 장군봉의 아내, 조순이는 추운 겨울의 골목길을 맨발로 헤맨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조순이의 맨발은 누군가의 보호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애처로운 모습을 상징한다.

    이렇듯 작품에 등장하는 운송수단들은 주인공들의 삶을 상징하는 낡은 수단이지만, 이들의 신체적 능력을 보완하며 사랑과 우정을 실현하는 기호이기도하다. 무채색의 노년을 상징하는 배경과 이들 사물들에 대비되는 요소는 삶의 활기와 행복을 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추운 겨울 김만석에게 송이뿐이 선물한 가죽장갑은 김만석이 부러워하던 젊은 바이크족의 스타일을 느끼게 하는 젊음을 상징하는 패션요소이다. 송이뿐에게 김만석이 선물한 꽃 머리핀은 힘없는 무채색의 이뿐에게 활기와 색감을 넣어주고 이뿐을 미소짓게 하는 장치이다. 이뿐에게 순이가 선물로 주워준 작은 돌은 오토바이에 치이고 사람들 발길에 치이던 이름없는 돌이었다. 이 돌은 이뿐에게 가서 이뿐이를 상징하는 특별한 것이 되었다. 이뿐은 ‘너는 나와 같구나. 보잘 것 없이 늙어가는 노인네였지만, 이제 이름이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어’라고 돌을 보며 말한다. 군봉이 주차관리실에서 물처럼 마시는 커피는 잠을 쫒기 위해 일상의 습관적 요소가 되었다. 이 커피는 친구를 비롯해 모든 손님에게 따뜻함을 주는 선물이며, 희생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인 군봉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장치이자 상징이다. 순이는 집에 갇혀 벽에 부쳐놓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며, 홀로 시간을 보낸다. 화가가 꿈이었던 순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행복을 느낀다. 이런 순이가 그린 그림은 알록달록한 꽃과 별빛이 비추는 행복한 세상이며, 둥근달이 떠 있는 세상이다. 치매에 걸린 맨발의 순이가 자신의 방에 갇혀서도 행복을 느끼고, 아이처럼 행복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며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것이 크레파스와 도화지이다. 노년 주인공의 나이듦을 비유하는 각각의 사물들은 낡고 보잘것없지만 노년 삶의 가치와 개인사를 상징한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은 서사구축과정에서 노년의 삶에 행복과 활기를 불어넣는 서정적 상징으로 의미를 실현한다. 따라서 고단한 노년의 삶을 상징하는 무채색의 배경에 등장하는 운송수단들은 이들의 삶과 꿈을 이루는 매개체이며, 다른 상징적 사물들은 보잘 것 없는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노년의 삶에도 사랑과 우정의 가치가 의미있게 실현됨을 보여준다.

       4.3. 매체별 재매개 변형의 특성

    원작 웹툰은 30회의 에피소드를 스크롤 형식으로 볼 수 있도록 평면의 컷으로 나누어 배경과 인물을 묘사하여 순차적으로 전달한다. 작가는 칸의 크기나 형식을 뛰어넘어 유연하게 배경과 인물을 묘사하여 영상 카메라 쇼트(shot)의 효과를 평면적 공간에서 실현한다. 웹툰에서 작가는 배경 샷, 인물 샷, 클로즈업 등을 표현하기 위해 자유롭게 칸의 크기와 위치를 조절하고, 네모 칸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물을 위치시킨다. 웹툰은 시각에 호소하는 평면적 표현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수직적 스크롤 방식에 따라 몰입하게 한다. 작가는 이를 입체적으로 쉽게 영상화될 수 있도록 문자와 말풍선의 배치와 표현방식을 변형시키며 청각 효과를 실현한다. 이 작품에서 낡은 운송수단이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양한 글씨체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소리, 보청기를 껴야하는 주인공 김만석에게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방식인 클로즈업된 입모양은 청각 효과를 시각적으로 실현하는 사례이다. 말하는 방식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문자와 기호를 시각화해서 사용한다. 송씨의 우물거리는 낮은 목소리와 혼잣말은 작은 글씨체와 말줄임표를 통해 표현되는데, 이는 송씨의 성격을 드러내는 주된 방식이다. 작가는 글자의 위치, 글자체, 글자의 크기, 말풍선의 모양과 위치, 문자 기호 등을 통해 인물의 성격, 회상 장면, 혼잣말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30회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웹툰은 김만석과 송이뿐이 장군봉과 조순이의 죽음을 조문하는 장면을 상황으로 설정한다. 이들 4명의 노년이 우정을 쌓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김만석과 송이뿐의 만남을 발단으로 주인공들이 만나 사랑과 우정을 쌓는 과정을 통해 서사를 전개하며, 장군봉과 조순이의 죽음을 절정으로, 송이뿐의 귀향과 김만석의 죽음을 결말로 한다. 웹툰에서 인물의 성격은 풍부한 언어, 언어의 시각적 배치, 클로즈업을 통해 재현된다. 또한 클로즈업은 인물의 감정과 행동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물을 통해 상황과 관계를 설명하는데도 활용한다. 작가는 칸 안에서 화자와 청자, 주체와 객체의 인물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포커스 아웃을 활용하고, 인물의 크기나 위치 설정을 다양하게 변형시킨다. 색깔의 표현은 남녀, 노년과 젊음 등의 이항대립적 표현과 감정적 상태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동원된다.

    웹툰과 달리 실사적 장소 배경을 활용하는 영화는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통해 도시주변부에 위치한 노년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조명 효과를 통한 빛의 표현이 시간과 공간적 상황을 설명하는데 중요하게 활용된다. 어두운 공간을 배경으로 흑백사진처럼 빛의 대조를 통해 무채색의 노년기적 인물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다. 멀리서 비추는 가로등, 눈빛, 달빛, 그리고 불빛 등은 따스한 색온도를 지녔고 서정적 감수성과 인물의 실루엣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빛의 명암과 배경음악, 선을 통한 공간과 인물의 실루엣의 강조가 노년의 서정적 삶을 재현하는 장치이다. 주요 공간적 배경인 산동네 골목길을 배경으로 노년의 만남을 관찰자적 위치에서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다. 카메라는 전지적 관찰자의 위치에서 정면 샷과 골목을 비추는 풀샷을 통해 산동네의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골목길에서 우연히 부딪친 김만석과 송이뿐의 만남을 사건의 발단으로 이들의 상황과 성격을 묘사한다. 영화는 웹툰과 달리 과도한 클로즈업이 아닌 인물과 대상의 눈높이에 맞춘 바스트 샷을 통해 공간과 상황 속의 인물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영화는 원작에서 둥그렇게 마을을 언제나 비추는 노란 달과 순이의 소망을 만화적으로 개작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별빛이 있는 하늘을 날아가는 상상과 달을 오토바이로 날아가는 만석과 이뿐을 상상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에서는 김만석과 송이뿐, 장군봉과 조순이 각각의 연인과 이들 노년이 만나 우정을 쌓고, 노년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노년기적 성격과 특성이 강조된다. 영화는 웹툰의 서사 전개와 인물 설정을 충실히 따르지만, 김만석과 송이뿐의 만남을 발단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주인공들이 만나 사랑과 우정을 쌓는 과정을 통해 서사를 전개하며, 장군봉과 조순이의 죽음을 절정으로 하여 송이뿐의 귀향과 김만석의 죽음을 결말로 한다. 영화는 관찰자적 카메라의 위치에서 노년의 삶을 비춰주며, 원작의 배경과 인물 및 서사과정을 충실하게 영화적 서사로 구성했다. 김만석과 송이뿐의 로맨스에 초점을 두고, 인물들의 우정을 밀도있게 부각시켰다.

    16회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김만석과 송이뿐의 만남을 발단으로 4명의 노년이 만나게 되는 과정과 주변 인물들이 벌이는 사건과 갈등을 통해 서사를 전개한다. 원작에는 없는 젊은 손녀의 사랑을 주요 플롯으로 설정하여 노년의 사랑을 다룬 중심 플롯과 병행하고 각각의 연인을 삼각관계로 설정하여 갈등을 강화한다. 또한, 결말은 웹툰이나 영화와 달리 손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김만석과 송이뿐이 재회하는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진다. 원작에는 주인공 김만석의 사랑을 돕는 조력자 역할에 머무르는 손녀(김연아)가 사랑을 하는 주체가 되고, 동사무소 직원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사랑과 갈등 또한 재미를 주는 요소로 희극성을 추가한다.

    특히 젊음의 사랑을 노년의 사랑과 대비하고, 갈등의 요소를 삽입하여 에피소드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게 한다. 이러한 서사구축 과정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일상성과 인물간의 복잡한 관계에서 생산되는 갈등을 강조하기 위해 가족, 직장, 이웃을 주요 배경으로 확대한다. 김만석과 장군봉의 가족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가족관계를 설정하면서 가족주의적 규범에 충실한 ‘가족’, ‘부부애’가 강조된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김만석은 아들 부부와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손녀딸과 함께 살면서 가족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들을 서사의 한축으로 보완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일상성과 인물들간의 갈등을 위해 원작에는 없는 동사무소 직원들 간의 선악 갈등을 추가했다. 또한,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녀들의 갈등과 이기적인 자녀의 모습을 갈등의 한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노년/젊은 주인공들의 사랑이 중심 주제로 부상하고, 노년의 문제를 가족/세대 사이에서 파생되는 갈등의 지점으로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표현 관습에선 웹툰의 만화적 요소를 영상화하기 위해 커다랗게 과장된 달의 이미지와 산동네의 서정적 스케치를 컷으로 삽입하고, 주인공들이 상상하는 장면들을 만화적으로 영상화한다. 텔레비전 드라마가 원작과 달리 배경, 인물, 갈등을 확대했다면, 영화는 웹툰의 서사 전개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물과 배경을 설정하되 만화적 요소를 동원하고 배경음악과 조명을 통해 노년의 서정적 사랑과 우정을 강조했다.

    24)이동옥, 「영화에 재현된 노인여성의 성과 사랑」, 『미디어, 젠더 & 문화』, 제20호, 2011, 165쪽.

    5. 결론

    노년 캐릭터를 강조한 웹툰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서도 노년 캐릭터의 원형적 재현을 통해 서사를 전개한다. 원작을 통해 공간과 인물의 서정적 재현이 강조된 이 드라마는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도 노년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하면서 서정성을 생산하기 위해 만화적 장치를 수용하거나 변형한다. 이 작품은 미디어를 넘나들며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적인 삶을 살았던 노년의 삶과 사랑, 우정을 핵심스토리로 삼는다. 또한,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보다는 노년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성격이 드라마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로 구축된다. 이 과정에서 갈등보다는 캐릭터 구축이 서사 전개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다른 사건과 사물도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요소로 활용된다.

    다양한 미디어 형식으로 생산되었지만, 이 드라마의 노년 캐릭터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을 실현하기 위해 가족주의와 가부장적 성역할 규범에 충실하다. 가족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았던 노년 캐릭터는 현재의 사랑과 우정을 실현하는 데서도 희생적이며, 기존의 관계, 역할, 그리고 질서를 침범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보편적으로 소구하는 드라마의 주제인 사랑, 우정, 희생, 가족의 가치를 노년 캐릭터를 통해 서정적으로 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년 캐릭터와 캐릭터의 의미구축을 보완하는 주변화된 사물의 배치는 드라마의 보편적 주제를 서정적으로 재현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미디어를 관통하며 노년의 고단한 삶이 갈등을 대체하는 요소로 제시되고, 배경과 사물도 노인성을 구축하면서 사랑과 우정이라는 주제는 서정적인 노년의 사랑과 우정으로 제한되며 정형화된다. 이러한 재현 방식은 노년 개인의 사랑이나 우정보다는 노년 세대의 사랑과 우정으로 일반화하는 작용을 한다. 이 드라마가 노년을 재현하는 방식은 기존의 대중매체가 재현하는 노년 재현 관습과 규범에 동조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노년 캐릭터 개인이 지닌 고난이나 어려움은 노년기에 경험해야 할 자연스런 현상으로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수용자는 이들 노년 인물의 삶을 해석하는데 있어 이데올로기적 친화성을 갖게 되고, 일상에서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 작품은 각각의 미디어의 재현관습에 따라 서사전개 과정에서 변형, 확대, 추가 등의 재매개가 나타나지만, 노년의 인물을 재현하는 방식이나 규범은 기존 대중매체의 전통적 재현 관습과 규범에 충실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노년 집단 내부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타나며 노년층을 위한 채널도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노년드라마를 표방하는 이 작품을 분석한 결과, 노년을 재현하는 방식이나 규범은 노년 개인의 삶이나 경험보다는 여전히 노년 세대를 일반화하거나 정형화하는데 초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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