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프랑스어 분노 표현 비교연구*

L'Etude comparative des expressions idiomatiques de la colere entre le coreen et le franc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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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Cet article a pour but d’examiner des différences des expressions de la colère entre le coréen et le français, notamment des expressions des parties du corps. D’abord quatre métaphores peuvent être applicables en coréen et en français, c’est-à-dire ‘La colère est un accroissement de l’énergie’, ‘La colère est une chaleur’, ‘La colère est une arme’, ‘La colère est un feu’. Par exemple on ne constate pas seulement des expressions semblables qui démontrent la métaphore ‘un accroissement de l’énergie’, ‘le sang monte au visage’, ‘rouler les yeux’, mais aussi des expressions différentes ‘ses yeux brillent’, ‘ses yeux flamboient’, ‘prendre le mors aux dents’ etc. Parmi des expressions qui démontrent la métaphore ‘une arme’, on observe ‘oeil, poing, dent’ en coéen, ‘poing, dent, pied’ en français comme noms d’arme. Quand on est très en colère, on éprouve le feu dans son corps. Dans ce cas des yeux des Coréens s’injectent de sang, ou flamboient, leur visage devient bleu ou devient en rougissant et pâle et ils se brûlent le coeur mais des yeux des Français deviennent noirs, s’assombrissent et leur visage devient vert, rouge, cramoisi, pourpré, écarlate. Un homme en colère peut se comparer à un bol bouillant. On peut constater une différence entre des expressions qui démontrent la métaphore ‘une chaleur’. En coréen des expressions idiomatiques peuvent se diviser en trois étapes, ‘accès de fièvre’, ‘bouillonnement’, ‘éclatement’ mais en français il faut ajouter le quatrième étape ‘séparation ou transformation’ qui peut comporter ‘perdre la raison’, ‘être hors de soi’.

  • KEYWORD

    colere , emotion , expression idiomatique , metaphore , la semantique cognitive , chaleur , feu , arme , visage , oeil , bouche , dent , sang

  • 1. 서론

    본 연구는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분노’를 표현하는 신체관용어에 나타난 특징에 관한 전반적인 고찰을 통하여 한국어의 감정표현과 프랑스어의 감정표현을 대조언어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관용어는 일반적으로 각 언어에 고유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문화, 사회, 생활 양식, 자연 환경, 사고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신체어에 의한 감정표현은 전 세계 언어에서 보편적이며,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감정 표현이 신체어 관용어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는 두 언어권의 문화를 비교하는 한가지 방편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특히 언어의 자율성에 초점을 둔 ‘객관주의’ 접근법의 한계를 인식하고 언어의 구조나 의미의 동기화에 초점을 준 ‘인지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즉 언어를 자율적인 기호 체계로 보고 낱말의 객관적인 의미자질 및 그 형식적 결합 원리를 논리적으로 기술하고자 하는 자율언어학은 인간의 정신, 신체적 체험, 문화적 배경 등이 고려될 여지가 없었다. 반면 인지언어학은 언어의 구조나 의미가 사용 주체인 사람의 신체 및 정신적 체험, 그리고 문화적 맥락과의 유기적 틀 안에서 동기화되어 있다고 보는데, 특히 사람의 신체적 특성과 언어의 의미구조에 관한 상관성을 탐구해 오고 있는 ‘체험주의’의 원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신체관용어 연구의 주된 도구라고 하겠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신체적 체험에 바탕을 둔 ‘체험주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문화적 보편성과 개별성을 신체관용어를 대상으로 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2. 연구목적 및 배경

    관용어에 대한 관심은 Lakoff & Johnson(1980)이 은유에 대한 이론을 발표하면서부터 더욱 고조되어 왔다. 관용어는 주로 비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인지언어학에서 은유의 문제를 다루면서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용어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것은 관용어가 한 언어권에서 체득화 된 것으로 그 언어권 화자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유리한 도구이며, 관용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양적으로나 빈도수 면에서 크기 때문이다.

    한국어 관용어의 연구는 은유의 이론을 바탕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발전하고 있으며, 한-일, 한-중간의 비교 언어적인 연구들 또한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어와 프랑스어간의 관용어 비교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관용어 대조에 의한 감정표현의 문화적인 비교를 통해 차후의 더 많은 한-프관용어 연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용어 연구는 최근 인지의미론의 발전과 더불어 날로 증가되고 다변화되는 추세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어 관용어 개념을 정의하고자 하는 연구(김종택1971, 김문창1974, 박영순 1985, 심재기1986, 한정길1986, 문금현 1996, 오재운1998)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체어 관용어에 대한 의미론적 연구(김옥분2000, 안명철1997, 김향숙2000, 임지룡1999)가 활발하다. 특히 본 과제와 관련된 한국어와 외국어 간의 관용어 대조 연구는 주로 한국어와 일본어(박경선2000, 도쿠나가 이즈미1999, 김직수2005 등) 한국어와 중국어(마서2007, 김양옥2004) 분야가 가장 많으며, 한-영(김희경2004, 이동락1999 박순봉2002), 한-독(김수남2003, 김원식1995), 한-서(조민정·신자영2003), 한-러(최윤희2003), 한-이(허유회2010) 등의 대조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어와 프랑스어 대상의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최근 관용어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속담 영역(강성영2004, 유민희2003, 황석자2001)에서 시도되고 있는가 하면, 신체어 '눈'에 한정해서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비교한 연구(박은희2008)가 나온 바 있다. 본 연구는 ‘눈’외의 더 다양한 신체어를 포함하고 있는 프랑스어 ‘분노’의 감정표현 관용어를 대상으로 은유 이론의 보편성과 언어권에 따른 개별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시도이며, 더 나아가 두 언어권의 문화적인 비교 또한 가능할 것이다.

       2.1. 관용어의 개념

    본 연구는 감정표현과 관련된 한국어 관용어와 프랑스어 관용어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관용어란 둘 이상의 어절이 결합되어서 그 단어가 지닌 1차적인 의미를 잃고 제 3의 의미를 획득하는 것으로, 의미와 형태가 화석화된 구 이상의 구조를 가진 언어 단위를 말한다.

    관용어의 유형(김문창1990b)은 우선 형태적인 특징에 따라 단어형 관용어(예:신나다), 구절형 관용어(예:배꼽을 잡다), 주술구조를 지닌 문장형 관용구(예:등 따습고 배부르다)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관용어는 문장 성분에 의해 체언형(예:눈이 매섭다), 수식언형(예:제발 덕분에), 독립어형(예: 부르느니 말하지)으로도 분류된다. 격언이나 속담은 문장의 형태로 된 관용어이며, 본 연구에서 가장 많이 분석될 한국어 관용어의 형태는 체언형 관용어로서 구절형 관용어와 문장형 관용어이다.1)

    반면 프랑스어에서는 한국어에서와 같은 엄격한 관용어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숙어’(idiome)의 개념으로 한정하면 신체어 관용어의 예를 찾기가 매우 어렵고, 본 논문에서는 ‘분노’를 표현하는 다양한 신체어 표현을 분석의 대상으로 하므로, 프랑스어 ‘연어’(collocation)2)들을 포함한 광의의 관용어의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자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신체어 연어 표현들을 풍부하고 세밀하게 담고 있는 자료로서 멜축의 설명 결합 사전은 매우 유용하다고 하겠다.

       2.2. 자료 조사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와 프랑스어 사전들에서 조사한 감정표현 신체 관용어들을 바탕으로 각 감정을 나타내는 관용어들의 예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분노’를 표현하는 한국어 관용어로 ‘핏대를 올리다’, ‘이를 갈다’ 등의 예가 있다면, 유사한 프랑스어 관용어를 비교 관찰한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관용어가 인지 체계로서의 은유 개념에 의해 어떻게 분석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3) ‘분노’에 해당하는 한국어 명사들은 ‘골, 노여움, 부아(통), 분, 분개, 분노, 성, 악, 역정’ 등이 있고 사전에서 이 명사의 항목들에서 신체어 관용어들을 조사한다. 또한 대상이 되는 한국어 신체어는 다음과 같은 유형들로 분류해 볼 수 있겠다.

    또한 프랑스어에서 ‘분노’에 해당하는 명사들로는 ‘colère, rage, fureur, indignation, irritation’ 등이 있고 이 항목들에서 관찰되는 신체어들로는 ‘oeil, coeur, visage, bouche, esprit, corps, main, dent, sang, lèvre, tête, pied’ 등이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해당 명사들의 연어 항목을 검토하고 출현하는 신체어 명사들의 항목을 다시 검토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신체 관용어를 관찰하고자 한다. 조사의 대상이 되는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4)

    1)한국어 관용어에 대한 논의는 매우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더 자세한 내용은 진정(2008, p.8-16)을 참조할 수 있겠다.  2)연어(collocation)라는 용어는 영국의 언어학자 Firth(1957)에 의해 처음 도입된 이래, 순수언어학, 언어 교육 및 자연언어처리 분야 등 다양한 연구에서 그 정의와 특성들이 기술되었다. 연어는 ‘자유표현’과 ‘관용구’의 중간적 위치를 가지는 것으로, 두 개 이상의 요소가 관습적으로 공기 관계(cooccurrences)를 보이는 것이다.  3)한국어 감정표현 관용어는 ‘신체관용어’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져 오다가 장세경·장경희(1994), 도쿠나가 이즈미(1999)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어 감정표현과 신체어의 대분류는 가장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김향숙(2000)을 참조했음을 밝히는 바이다.  4)그 동안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제시된 감정관용어의 목록수는 장세경·장경희(1994)에서 220개, 도쿠나가 이즈미(1999)에서 약 340개, 임지룡(1999)에서 195개, 김향숙(2000)에서 500개 등으로 파악된다. 1차 자료로서 사전들과 더불어, 2차 자료로서 연구들의 목록 또한 본 논문의 검토 대상이 되었다.  5)본 논문에서 1차 분석의 자료로 쓰인 프랑스어 관용표현들은 주로 Mel'čuk, I. & al.과 Zinglé, H. & Brobeck-Zinglé, M.-L.(2003)를 기반으로 했음을 밝힌다. 감정표현을 나타내는 신체관용어는 그 특성상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관용어들보다는 관용어와 자유결합 표현의 중간적인 어휘결합에 해당되는 경우(연어 collocation)가 많으므로, 이와 같은 유형을 주로 자세하게 싣고 있는 의존문법 기반의 Mel'čuk, I.의 설명결합 사전에서 해당 자료가 매우 풍부하게 관찰된 바 있다.

    3. 인지 도구로서의 은유

    감정은 이성에 비해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경향이 크다. 추상적인 개념을 정의할 때 은유를 많이 사용하는 까닭은 구체적인 것이 추상적인 것보다 기억하기 쉬우며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라면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화가 나다’라는 표현 대신에 ‘열이 뻗치다’, ‘눈에 불이 나다’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자주 사용한다. 인지언어학자들은 이와 같은 은유가 일상생활에서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험과 이해에 두루 침투해 있는 지각방식임을 강조한 바 있다.

    두 개 이상의 단어를 통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의미를 지니는 관용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인간이 원래부터 사물을 범주화하고 개념화하는데 은유를 기본적인 절차의 하나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주어진 문화구성원들에게 널리 공유된 인지 장치로서의 은유는 바로 ‘개념적 은유’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표현하려고 하는 추상적인 세계를 목표영역이라고 할 때 목표영역은 기존의 구체적인 경험 세계의 근원영역을 이용해서 개념화된다. 즉 Lakoff & Johnson(1980)에 의하면 개념적 은유란 경험의 한 영역, 즉 ‘근원영역’에서부터 다른 경험의 영역, ‘목표영역’으로의 체계적인 ‘인지적 사상’(cognitive mapping)이라고 하였다. 일상 언어에 널리 퍼져 있으며 추상적인 세계를 개념화하려는 수단인 개념적 은유는 ‘관습적 은유’와 ‘비관습적 은유’로 나눌 수 있으며, 다시 관습적 은유는 ‘구조적 은유’, ‘지향적 은유’, ‘존재론적 은유’로 분류되고 있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신체 관용어의 용법은 ‘관습적 은유’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을 이용하여 더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구조적 은유’(예:인생은 전쟁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물질이나 물건의 개념으로 구조화하는 ‘존재론적 은유’(예:사랑은 개체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위-아래, 앞-뒤와 같은 공간 위치에 관련해서 구조화하는 ‘지향적 은유’(예:기쁨은 위이고 슬픔은 아래다)로 세분할 수 있겠다.

    관용어는 두 단어의 의미의 합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제 3의 의미로 굳어진 표현, 즉 시간성과 공간성을 확보하여 화석화한 말로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 개념은유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화나다’라는 표현 대신에 ‘열이 뻗치다’, ‘열통이 터지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구성요소 하나하나로서는 ‘분노’의 의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다만 ‘분노는 열이다’라는 은유에서 그 의미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이 같은 개념은유의 하위 예들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6)

    6)본 논문에서 한국어 신체관용어에 대한 분석 및 예들은 주로 김향숙(2000)의 분석을 많이 참조했으며, 필요한 경우 다른 연구자들의 은유 분석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또한 본 논문에서 은유라는 용어는 환유현상까지도 포괄하는 넒은 의미로 쓰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실제로 임지룡(1999)을 비롯해서 최지훈(2010), 진정(2008)은 감정을 표현하는 신체어 관용어에 대해 생리반응이 감정을 대신한다고 보고 부분이 전체를 대신하는 환유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지훈(2010, p.216)은 감정표현 신체관용어를 ‘상태 환유’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 논문은 환유로부터 출발한 상당수의 신체관용어들이 은유로 확장되어 보편적 개념은유가 되는 경우가 많고, 여기서 파생되는 개념 은유들로써 프랑스어에 더 다양하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는 환유를 포함하여 은유의 개념을 사용하기로 한다.  7)Kövecses(2002)는 ‘감정은 불’이라는 은유가 ‘몸은 그릇’의 은유와 더불어 영어, 헝가리어, 일본어, 중국어, 줄루어, 폴란드어 등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들어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8)분노를 표현하는 신체관용어에 대해 진정(2008, p.56)은 ‘화는 위, 진정함은 아래’의 지향적 은유로 더 세분하고 있다.  9)Kövecses(2002)에서 ‘화’와 관련하여 ‘화가 증가하면 액체가 올라간다’, ‘격렬한 화는 증기를 생산한다’, ‘격렬한 화는 그릇에 압력을 가한다’, ‘화가 너무 격렬해지면 그 사람은 폭발한다’, ‘사람이 폭발하면 그의 부분들이 공중으로 올라간다’, ‘사람이 폭발하면 그 사람의 내부에 있는 것이 나온다’등의 은유를 제시한 바 있다.

    4. ‘분노’를 나타내는 한-프 관용어

       4.1. ‘분노’를 나타내는 한국어 관용어

    한국어의 ‘분노’를 나타내는 신체어 관용어는 ‘눈, 얼굴, 핏대, 주먹, 이, 속, 피, 몸, 살, 가슴, 복장, 배알, 부아’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가장 근원이 되는 신체부위는 ‘눈’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핏대, 이, 부아, 배알’ 등은 다른 감정표현에는 사용되지 않고 ‘분노’표현에만 쓰인다.10)

       4.1. ‘분노’를 나타내는 프랑스어 관용어

    프랑스어의 ‘분노’를 나타내는 신체어 관용어는 ‘oeil(눈), visage(얼굴), bouche(입), esprit(정신), dents(이), corps(몸), sang(피), tête(머리)’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가장 근원이 되는 신체부위는 ‘oeil(눈)’이라고 할 수 있으며, ‘visage(얼굴)’ 또한 다양한 분노 관용어의 기반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어 분노 관용어에서 많이 나타나는 ‘속, 복장, 가슴, 부아, 배알’ 등의 관용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10)임지룡(2000)에 따르면 ‘화’를 나타내는 신체관용어는 외부 신체어로는 ‘얼굴-눈-입-입술’의 순으로 그 수가 많으며, 내부 신체어로는 ‘속-배알-부아/비위’의 순으로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11)‘flamme’(불꽃)이나 ‘lueur’(미광)은 ‘oeil’(눈)이나 ‘regard’(시선)과 연결이 되어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눈빛의 이글거림, 번득임’으로 쓰인다. 사전의 예들을 들면 다음과 같다. ‘La flamme de son regard(Larousse), Une lueur d’envie, une lueur malicieuse brilla dans ses yeux.(Larousse)

    5. 한-프 ‘분노’ 표현 관용어의 은유 분석

    인간은 성이 나면 기가 올라 힘이 세어지고, 자신의 감정을 알리거나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눈모양이 사나워지고 언행이 공격적으로 바뀌어서 신체의 에너지가 증대된다. 즉 분노는 ‘에너지의 증대’로 개념화된다. 또한 ‘분노는 무기이다’로 개념화되는데, 분노 뒤에는 공격 행동이 뒤따르게 되고 날카롭게 상대를 위협함으로써 공격적인 무기로 표현된다. 분노한 인간은 얼굴빛과 눈빛이 붉은색, 푸른색으로 변해서 ‘분노는 불이다’로 개념화된다.12)

    한국어에서 ‘눈이 빛나다’는 긍정적인 감정(기쁨, 사랑 등)에만 쓰이는 관용어인 반면, 프랑스어 ‘ses yeux brillent/étincellent’는 한국어보다 폭넓게 다양한 감정, 즉 기쁨, 분노, 미움에서 나타나는 관용어임을 알 수 있다. 화가 난 사람의 눈은 커지고, 이글거리고, 눈에서 불이 나는데, 유사한 관용어처럼 보이지만 프랑스어의 ‘ses yeux flamboient/lancent des éclairs’(눈을 번득이다)는 ‘분노’의 감정으로 눈이 강하게 빛난다는 표현으로 ‘분노’에만 쓰이는 표현으로 관찰된다. 또 한국어에서는 화난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눈이 뒤집히는데’, 프랑스어에서는 ‘눈을 두리번거리고(rouler)’, ‘얼굴을 찡그리는(grimacer)’ 것을 알 수 있다. ‘Mon sang n'a fait qu'un tour’(화가 버럭 치밀었다)와 ‘prendre le mors aux dents’14)(노발대발하다)의 표현들은 신체어를 포함하는 숙어 표현으로 화가 난 사람이 기가 올라가고, 힘이 세어지는 ‘에너지의 증대’ 은유를 보여주는 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화난 사람의 공격적인 행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신체 무기로 나타날 수 있는데, 한국어에서는 그 무기가 ‘눈(독사눈, 도끼눈), 주먹, 이’인 반면 프랑스어에서는 ‘이(dent), 주먹(poing), 발(pied)’이 된다. 즉 화난 사람은 눈을 이글거리고 (도끼눈을 뜨고) 주먹을 꽉 쥐며 이를 가는데, 프랑스인은 발(pied)로 구르기까지 한다. 또 화가 났지만 때릴 수 없는 억울한 상황에 대해 ‘주먹이 울다’라는 숙어 표현이 있다. 유사한 프랑스어 표현으로는 ‘Le poing lui démange’(주먹이 근질근질하다)가 있다.

    분노심이 지속되면 인간은 눈에서, 얼굴에서, 속에서, 몸 전체에서 불이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즉 눈이 시뻘개지고(s'injectent de sang), 눈에서 불이 나듯 번득이며(flamboient), 프랑스인들은 눈앞이 어두워지고(s’assombrissent) 캄캄해지는(deviennent noirs) 신체 경험을 가지게 된다. 또 화난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고 파래지는데, 얼굴색의 변화를 표현하는 형용사로 프랑스어에는 vert, rouge, cramoisi, pourpré, écarlate의 다양한 표현들이 사용된다고 하겠다. 화가 나서 몸에서 불이나는 것 같은 경험은 한국어에서 ‘속이 타다’, ‘복장이 타다’의 표현으로도 나타나는데, 프랑스어에서는 유사한 관용어를 찾기가 어렵다.

    분노는 열을 발생하며, 신체는 물을 끓이는 용기로 비유되어, 내용물이 끓고 그 과정에서 진동이 일어나며, 위로 올라 솟구치고 뒤집혀서 ‘분노는 열이다’로 개념화된다.15)

    인간은 화가 나면, 체온의 상승으로 몸에 열이 나며, 인체의 속은 ‘물, 속, 부아’등 여러 가지 내장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것에 열을 가하면 그릇속의 내용물이 끓고, 끓는 과정에서 진동이 일고 치밀어 올라 솟구치기도 하고 뒤집히기도 하다가 압력이 증가해 마침내 그릇 속의 내용물이 튀어나가거나 터진다. 화난 사람의 속이 끓는 상태를 한국어에서는 ‘속이 끓고’, ‘부아가 끓는데’, 프랑스어에서는 비유적인 동사로 ‘끓다(bouillir), 숨막히다(suffoquer)’를 볼 수 있다. 또 프랑스어 신체 부위 중에 ‘피’는 ‘피가 끓다(avoir le sang qui bout)’의 표현이 한국어와 일치되어 사용됨을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는 극도로 분한 상태가 되었을 때 ‘주먹, 이빨, 살, 몸’을 떨게 되는데, 프랑스어에서는 주로 ‘몸, 입술, 손’을 떠는 표현이 쓰임을 보게 된다. 극한 분노의 상황에 놓인 사람은 불에 올려진 그릇의 액체가 끓어 넘치고, 그릇이 터지거나 폭발하는 것처럼, 몸 안의 내용물이 폭발하거나 터져 나오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에 한국인들은 ‘눈알이 빠지고’, ‘피를 토하고’, ‘입에 거품을 물고, ’속/복장이 터지’는가 하면, 프랑스인들은 ’입에 거품을 물다(avoir la bave à la bouche)’의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겠다. 결국 불 위에서 끓는 액체가 그릇에서 넘치고 터져 나온 후 남게 되는 그릇의 상태는 극단적인 화를 경험한 후의 인간의 몸 상태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몸 안에서 폭발과 같은 경험을 치른 인간은 멍한 상태가 되어 ‘호흡이 정지되고(perdre la respiration)’, ‘말문이 막히고(perdre la parole)’, ‘이성을 잃어서(perdre la raison)’, 결국 ‘제정신이 아닌(être hors de soi)’, 즉 광란의 상태에 이른다. 한국어의 분노를 표현하는 관용어들은 화가 시작되는 시점과 정점에 이르는 상태에 관련된 표현이 주라면, 프랑스어에서는 화가 끝나는 시점의 인간의 상태와 관련된 표현들까지도 포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분노는 열이다’라는 은유는 한국어와 프랑스어 관용어들을 모두 관통하는 보편적인 은유임에는 분명하나, 그 세부적인 단계와 관련된 표현들에서는 한국어와 프랑스어에 차이가 관찰된다고 하겠다. 즉 프랑스어에서는 ‘분노는 열이다’ 은유의 단계들, 즉 한국어의 관용어들이 보여주는 ‘발열-끓어오름-분출/폭발’의 세 단계에 ‘분리/변형’의 한 단계가 더 추가될 수 있는 표현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2)임지룡(2000, p.718)은 ‘화’의 개념화 양상을 환유적 양상과 은유적 양상으로 구별하면서, ‘화’의 은유적 양상 6가지, 즉 ‘열, 불, 적, 음식물, 물체, 파도’ 중에 ‘열, 불, 적’은 생리적 환유 모형에 바탕을 둔다고 연급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은유 4가지도 ‘열, 불, 적’의 은유와 상호 교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3)이 표현의 의미는 ‘J’ai été fortement et subitement bouleversé’(나는 갑작스레 큰 충격을 받았다)(Dictionnaire de français Larousse)로서, 너무 화가 나거나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의 표현이라 하겠다.  14)‘말이 재갈을 물어뜯고 날뛰다’에서 나온 비유적 표현으로, ‘노발대발하다’의 의미 외에 (일에) ‘갑자기 몰두하다’의 의미로도 쓰인다.  15)영어를 대상으로 ‘화’에 대한 은유를 분석한 Lakoff(1987)에 따르면 ‘화’시나리오는 그릇 속의 액체가 열을 받아 폭발하는 과정과 동일한 영상 도식, 곧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대응관계를 갖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6. 마무리

    지금까지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신체 관용어들을 대조 분석함으로써, 한국인의 감정 표현 양식과 프랑스인의 감정표현 양식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국어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신체관용어들 중에 ‘에너지의 증대’로 개념화되는 표현들로는 유사한 표현(‘핏대를 올리다’와 ‘le sang monte/afflue à la tête’)도 있는가 하면, 동일한 신체부위에 대해 다른 표현으로 분노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어의 ‘눈을 부릅뜨다, 눈이 뒤집히다’ 등에 대응되는 프랑스어의 ‘눈이 이글거리다, 튀어나오다’ 등의 표현을 관찰할 수 있다. 또 말이 재갈을 물어뜯고 반항하는 모습에서 유래된 노발대발하다의 ‘prendre le mors aux dents’의 표현 또한 독특한 프랑스어 관용표현이라 하겠다. 화가 난 인간의 신체가 무기가 되어 상대를 위협하는 표현들은 한국어와 프랑스어에서 모두 ‘주먹, 이’가 나타나는데, 프랑스어에서는 특히 ‘발’(pied)로도 분노의 표현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화가난 인간의 얼굴과 눈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변하는데, 프랑스어에서는 ‘검은색’의 눈 또한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또 화난 사람은 열을 받고, 속이나 피가 끓는데, 화의 극단적인 상태로서 한국어에서는 ‘피를 토하거나’, ‘복장이 터지’고 ‘입에 거품을 무는’ 다양한 표현들이 쓰이는데 반해, 프랑스어에서는 ‘입에 거품을 물다’의 표현이 주로 사용되며, 한국어와 달리 분노 상황의 결과적인 표현들인 ‘숨이 멎다’ ‘말을 잃다’ ‘정신을 잃다’ 등이 관찰된다.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분노를 표현하는 신체 관용어들은 모두 ‘분노는 에너지의 증대, 불, 무기, 열’의 은유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부 표현들의 사용에 있어서, 즉 어떤 신체부위가 주로 쓰이는가, 시각적인 색깔의 표현, 화의 단계 등의 면에서 차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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