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또한, 이 세 변인들 간의 관계를 알아보고, 각 변인들에서 성별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이를 위해, 435명의 대학(원)생들에게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척도(IUS), 수용 행동 척도(AAQ-16), 걱정 척도(PSWQ)를 각각 실시하였다. 각 변인에 대한 성별효과는 t검증으로,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는 구조방정식모형 접근법으로 검증하였다. 분석 결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 그리고 걱정은 각각 서로에 대해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세 변인 모두에서 여성의 점수가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그리고 경험적 회피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부족과 걱정 사이에서 부분매개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집단 분석 결과, 남녀집단 간에 부분매개모형의 측정동일성 및 구조동일성이 지지되었다.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부분매개모형이 가장 적합함을 나타낸다. 본 연구의 이러한 결과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걱정증상에 대한 치료에서 ‘경험적 회피’에 대해 다루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끝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과 향후 연구방향을 기술하였다.
본 연구는 인천 소재의 I대학과 경기도 소재의 C대학, 그리고 서울 소재의 S대학, K대학, D대학의 학생 482명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이 중 질문지를 완성하지 못하였거나 무성의하게 응답을 한 47명의 자료는 제외하여 실제 분석에 사용된 참가자의 수는 435명 이었다. 성별은 남자가 232명(53.3%), 여자가 203명(46.7%)이었고, 평균연령은 만22.27(표준편차=3.00)세였다. 또한 이 중, 대학생은 335명(77%), 대학원생은 100명(23%)이었다.
걱정 척도(Penn State Worry Questionnaire: PSWQ)
Meyer, Miller, Metzger 및 Borkovec(1990)이 개발한 자기 보고형 검사로, 김정원과 민병배(1998)에 의해 번안되었다. 범불안장애의 주증상인 만성적이며 통제 불가능한 걱정의 빈도 및 강도를 측정한다. 병리적인 걱정을 잘 측정한다고 보고되었으며, 범불안장애 집단과 불안하지 않은 집단 및 다른 불안집단과의 구분을 신뢰롭게 해주는 도구로 밝혀졌다(Davey, 1993; Molina & Borkovec, 1994). 모든 문항을 5점 척도 상에서 평정하도록 되어있으며 총점의 범위는 16∼80점 사이이다. 총점이 높을수록 걱정이 많음을 의미하고, 56점 이상이면 범불안장애 진단기준에 적합한 점수로 알려졌다(Mennin, Fresco, Heimberg, & Turk, 1999; Molina & Borkovec, 1994). 김정원과 민병배(1998)의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는 .92로 보고되었으며, 본 연구에서의 내적 합치도(Cronbach' α)는 .90이었다.
이전 연구(김정원과 민병배; 1998)에서 1요인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본 연구에서도 문항들이 단일요인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구조방정식 모형 검증 과정에서는 잠재변수에 대해 가능한 한 적어도 2개 이상의 다중지표를 이용하여 측정해야하므로 본 연구에서는 항목 묶기(item parceling)를 사용하여 두 개의 관측변수를 구성하였다(배병렬, 2009). 항목 묶기는 보다 적합한 측정 구조를 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공통성을 확인하여 그 크기에 따라 문항들을 균등하게 분할하는 방법이다(이동귀, 2008). 이러한 과정에서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공통성이 0.4이하로 확인된 1, 8, 11번 문항은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척도(Intolerance of Uncertainty Scale: IUS)
본 연구에서 사용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척도는 Freeston 등(1994)에 의해 개발된 자기 보고형 검사로 최혜경(1997)연구에서 사용된 것이다. 이 검사는 모호한 상황에 대한 인지․정서․행동적 반응 및 불확실함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통제시도 등을 측정하는 27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피검자는 각 문항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4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고안되었다. 총점이 높을수록 불확실함을 못견디는 성향이 많음을 의미한다. Freeston 등(1994)에서 이 검사의 내적 합치도는 .91로 보고되어 왔으며, 국내 연구에서 최혜경(1997)은 .93의 내적 합치도를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내적 합치도(Cronbach' α)는 .90이었다.
본 척도에 대한 Freeston 등(1994)의 요인분석에서는 총 5개의 요인이 도출되었고, Buhr와 Dugas의 연구에서는 4개의 요인구조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요인구조를 따르지 않고 단일 요인에 반 이상의 문항이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다 적합한 측정 구조를 구성하기 위해 항목 묶기(item parceling)를 통해 각 측정지표를 구성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4개의 관측변수를 구성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수용 행동 질문지(Acceptance & Action Questionnaire-16: AAQ-16)
수용 행동 질문지는 경험적 회피를 측정하기 위한 자기보고식 검사이다. 본 검사의 문항들은 경험적 회피의 통제, 내적 경험의 부정적 평가, 정서적 고통에도 적절한 행동을 취하려는 경향성을 측정하는 7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검사는 Hayes, Strosahl과 Wilson 등(2004)이 만든 것으로, 9문항 형과 16문항 형 두 가지가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16문항 형을 사용하였다. Hayes, Strosahl과 Wilson 등(2004)이 16문항 형이 좀 더 민감한 척도일 것임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척도는 점수가 높을수록 내적 경험을 회피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문현미(2005)에 의해 번안 및 타당화 되었으며, 내적 합치도는 .82로 보고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문항 간 상관분석 결과, 문항 3, 6, 8, 11, 15번이 다른 문항들과 낮은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내적 합치도(Cronbach' α) 또한 이들을 제외하였을 때 .68에서 .72로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3, 6, 8, 11, 15번을 제외한 후, 요인분석을 통해 공통성의 크기에 따라 균등하게 항목 묶기를 하여 4개의 관측변수를 구성하였다.
회수된 설문지 중 응답이 누락되거나 신뢰롭지 않다고 판단된 47부를 제외한 435부를 자료분석에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SPSS 15.0을 통해 자료의 기술 통계 및 상관관계 분석, 그리고 신뢰도 및 탐색적 요인분석을 하였고, AMOS 6.0을 이용하여 구조방정식 모형(Sructural equation modeling: SEM)을 시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통계적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 변인들의 기술통계를 실시하였다. 둘째, 수집된 자료의 객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내적 합치도(Cronbach' α)를 이용한 신뢰도 검증을 통해 걱정 척도,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척도, 수용 행동 질문지의 신뢰성을 검증하였다. 그 중, 수용 행동 질문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문항 간 상관이 낮은 다섯 문항을 제외하고 다시 신뢰도 검증을 실시하였다. 셋째,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였다. 넷째, 성차를 알아보기 위하여 집단변인으로 성별을 넣어 독립된 t검증을 하였다. 다섯 째,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부족과 걱정 사이에서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 검증을 하였다.
또한 각 척도에 대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고, 요인분석 결과를 가지고 항목 묶기를 하여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을 위한 관측변수들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성차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자료를 성별에 따라 남녀집단으로 구분하여 검증된 최적의 모형이 두 집단 간에 동등하게 지지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집단 분석(multi-group analysis)을 시행하였다.
구조방정식 모형으로 연구모형을 평가하는 데는 주로
홍세희(2000)에 의하면 RMSEA의 경우 적합도가 .05 미만이면 좋은 모형, .08 미만이면 합당한 모형, .10 이상이면 나쁜 모형으로 보고, 비교 부합치(CFI), 비표준 부합치(TLI), 표준 부합치의 경우(NFI)는 일반적으로 .90 이상이면 좋은 적합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Hu와 Bentler(1999)는 CFI와 TLI의 경우 .95이상의 값을 보여야 좋은 모형이라고 보았다.
[표 1.]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경험적 회피, 걱정 간의 상관계수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경험적 회피, 걱정 간의 상관계수
본 연구에서 측정한 주요 변인들인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경험적회피, 걱정 간의 상관을 Pearson 상관계수를 통해 알아본 결과는 표 1과 같다. 이들 세 변인들 사이의 상관계수는 모두 유의도 수준 .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고, 또한 모두 정적상관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은 걱정과 가장 높은 정적상관을 보였다(r= .585, p<.01). 즉,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관분석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경험적 회피, 그리고 걱정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적 관련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변인들의 점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경험적 회피, 걱정을 각각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된 성별변수를 독립변수로 하여 t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각각의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주요 변인들의 성별에 의한 차이
성별에 의한 변인들의 점수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 그리고 걱정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 세 변인에서 모두 남자에 비해 여자가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연구자가 가정한 매개모형을 검증할 때에, 남녀 집단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할 필요를 보여주는 결과이다.
[표 3.] 전체 집단, 남자집단, 여자집단에서 검증된 측정 모형의 적합도 지수 요약
전체 집단, 남자집단, 여자집단에서 검증된 측정 모형의 적합도 지수 요약
측정변인들이 해당 잠재변인을 적절히 구인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전체집단에 대한 측정모형을 검증하고, 남자집단과 여자집단에 대해서도 각각 측정모형을 검증하였다. 그 결과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측정모형은 세 집단 모두에서 자료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남녀 집단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남녀 집단의 측정모형에 대한 측정동일성 검증을 실시하였다. 표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검증 결과, 두 집단의 측정모형에 대한 완전 측정동일화 모형이 지지되었다. 이는 완전 측정동일화 모형의 TLI와 CFI, 그리고 RMSEA값에 의해서도 지지되었다.
[표 4.] 남녀 집단의 측정모형에 대한 측정동일성 검증 결과 요약
남녀 집단의 측정모형에 대한 측정동일성 검증 결과 요약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경험적 회피를 매개 변인으로 걱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한 완전매개모형을 기본연구모형으로 검증하였으며, 대안모형으로써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에 직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매개 모형을 검증하여 완전매개모형과 비교하였다. 또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가 각각 걱정에 대해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또 다른 대안모형으로 검증하였다.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경험적 회피를 매개로 걱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체 집단을 대상으로 한 모형검정에 이어 남녀 집단을 나누어 모형검증을 하였다. 전체집단과 남자집단, 여자집단에 대한 기본연구모형과 두 가지 대안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표 5, 표 6, 표 7에 각각 제시하였다.
[표 5.] 전체 집단에서 검증된 여러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 요약
전체 집단에서 검증된 여러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 요약
표 5에서 보면, 3개의 모형 중 대안모형 1이 수집된 자료에 가장 적합한 모형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경험적 회피의 매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로가 포함된 부분매개모형으로 적합도는
남녀집단을 구분하여 앞의 과정을 반복하였다. 그 결과, 남자집단의 경우(표 6), 부분매개모형(대안모형1)이 합당한 정도의 적합도를 보였고, 완전매개모형도 적합도가 보통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모델 2는 적합도가 좋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지지된 두 가지 매개 모형들 중 어느 모형이 적합한지를 확인해보기 위한 차이검증 결과,
[표 6.] 남자 집단에서 검증된 여러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 요약
남자 집단에서 검증된 여러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 요약
[표 7.] 여자 집단에서 검증된 여러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 요약
여자 집단에서 검증된 여러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 요약
남녀집단 모두에서 부분매개모형이 지지되었으므로, 이 모형에 대한 측정동일성 검증을 실시하였다. 각 경로계수들이 두 표본간에 모두 동등하다고 가정한 완전 측정 동일화 모형과 기저모형 간의 카이자승 차이검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표 8에 제시되었다. 검증 결과, 완전 측정동일화 모형이 지지되었으며, 이 결과는 완전 측정동일화 모형의 TLI와 CFI, 그리고 RMSEA값에 의해서도 지지되었다.
[표 8.] 남녀 집단의 부분매개모형에 대한 측정동일성 검증 결과 요약
남녀 집단의 부분매개모형에 대한 측정동일성 검증 결과 요약
위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경험적 회피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에 영향을 미치는데에 부분매개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가정하는 부분매개모형이 일관되게 지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걱정과의 관계에서 경험적 회피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 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있어서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를 가정하고, 완전 매개 효과를 기본연구모형으로 하는 구조방정식 모형 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대안적 모형들로 부분매개모형(대안모형 1)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가 걱정에 대해 각각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정한 대안모형 2를 설정하였다. 이 두 가지 대안모형들을 본 연구에서 가정한 기본연구모형과 비교해 봄으로써 매개모형이 가장 적합한 모형인지를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또한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에 앞서 걱정에 대한 성차를 비롯한 주요변인들의 성차를 알아보고, 이를 고려하여 본 연구의 모형검증에 있어서도 전체집단에 대한 모형검증 후, 남녀 집단을 따로 분류하여 모형검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남녀 각 집단별로 모형 적합도를 분석하여 비교한 후, 두 집단 간의 각 경로계수들이 서로 동등한 지를 검증해 보고자 카이자승 차이검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본 연구의 가설들은 대부분 지지되었다. 먼저 상관 분석을 통해 알아본 주요 변인들 사이의 관계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경험적 회피, 걱정, 이 세 변인 모두 서로에 대해 정적 상관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가장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 이는 걱정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전 연구들(Buhr & Dugas, 2006; Dugas et al., 1997; Ladouceur, Dugas et al., 2000)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또한 걱정과 경험적 회피의 정적 상관은 두 변인의 긴밀한 관계를 설명하는 기존 연구들(Borkovec et al., 2004; Buhr & Dugas, 2008)을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의 정적 상관은 본 연구에서 가정한 바와 같이 이 둘의 관계가 중요한 관련성을 지닌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 세 변인 간의 상관은 본 연구에서의 구조 모형 생성의 기반이 된다.
평균 차이 분석 결과, 본 연구의 주요 세 변인에 대한 성별에 따른 차이는 모두 남자에 비해 여자의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유의미하였다. 걱정에서의 성차는 이전연구들(Buhr & Dugas, 2008; Dugas et al., 1997; (Robichaud, Dugas, & Conway, 2003)에서의 결과와 일치한다. 이는 걱정에 대한 각 구성개념의 영향을 알아보는 앞으로의 연구에서 성별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는 결과이다. 걱정과 마찬가지로 경험적 회피에서도 여자가 남자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경험적 회피를 경험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회피의 한 형태인 사고억압을 여성이 더 많이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Robichaud et al., 2003), 걱정과 경험적 회피의 높은 상관의 결과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모형의 좀 더 정확한 검증을 위해 이러한 성차를 고려하여, 남녀 각 집단별로 여러 모형의 적합도를 구조방정식 분석으로 비교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걱정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의 영향을 알아본 구조방정식 모형 검증에서는 분석 결과, 경험적 회피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걱정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개한다고 가정한 부분매개모형이 수집된 자료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집단과 여자집단에서는 부분매개모형의 적합도가 합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자집단에서는 부분매개모형과 더불어 완전매개모형도 적합도가 보통정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부분매개모형과 완전매개모형 중에 더 적절한 모형을 찾기 위해 차이검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전체집단과 마찬가지로 부분매개모형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남녀집단 모두에서 가장 적합한 모형으로 부분매개모형이 나타났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남녀집단 간의 측정동일성을 검증하기위해 다집단 분석을 하였다. 그 결과 완전 측정동일화 모형이 지지되었다. 대안모형 2는 전체집단과 남녀집단 모두에서 적합하지 않은 모형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가 걱정에 각각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걱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러한 결과들은 모두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경험적 회피를 함으로써 걱정에 이른다는 본 연구의 가정을 지지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가 걱정에 대하여 중요한 관련이 있음을 제안한 기존의 연구들에 더하여, 변인들 간의 인과적 연관성을 검증함으로써 걱정에 이르는 기제를 보다 세부적으로 밝히는 역할을 하였다. 걱정에 대하여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회피를 함께 고려한 기존 연구는 극히 소수(Buhr & Dugas, 2008)이며, 이러한 연구도 두 변인이 걱정에 대해 부분적인 설명량을 공유한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본 연구는 걱정과 관련된 변인들 사이의 인과적인 관련성을 확인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험적 회피가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구체적 과정을 파악한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걱정 사이의 기제로 인지적인 변인들을 주로 제안했던 기존연구들의 한계를 넘어 행동적, 정서적인 면도 포함하는 ‘경험적 회피’라는 매개변인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매일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인지적인 면 뿐 아니라, 행동적, 정서적인 면에서도 ‘회피’라는 경로를 거쳐 걱정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한다.
셋째, ‘경험적 회피’라는 기제의 발견은 또한 걱정 많은 사람들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적 개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심리치료 과정에 관한 연구들에서 보면, 정서나 사고와 같은 사적 사건을 피하거나 없애려고 투쟁하는 경험적 회피 대신에 충분히 경험하고 자각하는 것이 치료적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제안되어 온 바 있다. 상담의 과정과 성과 변인간의 관계에 대한 1100개의 양적 연구들을 검토했을 때, 상담 성과와 가장 일관되게 정적 상관을 보이는 변인은 정서나 사고와 같은 내적 사건을 충분히 경험하고 자각하는 것이었다(Orlinsky & Howard, 1986; 문현미 2005에서 재인용). 이러한 내적 경험들의 수용은 이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특징을 가진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에서도 ‘경험 회피’에 대한 분석과 관련하여 수용 중심 치료법들이 출현하고 있고, 그 중에서 수용-전념치료모델(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이하 ACT; Hayes, Strosahl, & Wilson, 1999/2009)은 내적 경험의 수용을 막는 요인들을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경험회피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하여 ACT모델을 기초로 한 심리적 수용촉진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문현미, 2005). 걱정 많은 사람들은 상담 장면에서 이러한 심리적 수용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으로 인한 경험적 회피의 역기능을 해소하여 걱정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추후 연구에서 경험적 회피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적 개입의 계속적인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단기 횡단적 연구로 각 변인들 간에 설정한 인과관계는 가설적인 것이다. 물론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걱정과의 인과적 관계는 실험 연구로 점점 그 증거를 쌓아가고 있지만, 그 외의 다른 변인들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연구결과들이 충분히 축적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특히,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의 관계에 있어서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논리적인 근거와 설문자료를 통한 분석만으로는 미흡한 점이 있다. 이에 대해 추후 연구에서는 실험을 통한 장기적 종단연구로 인과적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본 연구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변인들 간의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 사용된 측정 방법은 모두 자기 보고식 질문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에는 한계가 있었다. 걱정은 편향된 정보처리와 관련되었기 때문에(Ruscio & Borkovec, 2004), 걱정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편향된 정보처리를 하여 부정확한 결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기보고식 질문지와 더불어 실험적인 연구방법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 걱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실험적인 연구들이 이미 존재하므로 추후 연구에서는 경험적회피를 포함하는 실험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개인들이 수용중심의 치료 프로그램(예, ACT)에 참여했을 때, 걱정수준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가 걱정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우울이나 분노, 두려움과 같은 다른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Buhr와 Dugas(2008)는 연구에서 걱정,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경험적 회피 이 세 가지 변인과 더불어 그리고 불안, 우울, 분노, 긍정적 정서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고려하여 살펴보았다. 또한 경험적 회피가 다른 불안장애 증상과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견해(Craske & Hazlett-Steven, 2002; 이정은, 조용래, 2007에서 재인용)도 있다는 점으로 보아, 추후 연구에서는 경험적 회피와 다른 정서적 변인들 간의 관계를 고찰해 보고 본 연구의 결과와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