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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A Review of counselor’s burnout 상담자 소진: 개관*
  • 비영리 CC BY-NC
ABSTRACT
A Review of counselor’s burnout

본 연구는 상담자 소진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의 소진 연구들을 전반적으로 리뷰 하였다. 소진은 정서적 고갈, 비개인화, 감소된 개인적 성취감이라는 3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는 정의가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러한 정의 외에 소진의 핵심증상을 중심으로 한 상태정의 및 소진의 변화과정이 중심이 되는 과정정의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더불어, 직무-개인 적합도 모델, 직무요구-자원 모델, 자기평가모델을 중심으로 소진의 발생과정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며, 소진과 관련한 몇 가지 주제들-다차원 모델에서의 단계모델 대 순차성 모델, 소진개념의 변별성(우울, 스트레스, 이차외상스트레스, 만성피로 증후군)-을 제시하였고, 소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인들을 개인적 범주와 환경적 범주로 구별하여 제시하였다. 그 중 개인적 범주는 인구 통계학적 변인, 직무 태도변인, 성격변인으로 나뉘고, 환경적 범주는 직무 및 역할특성 변인과 조직 특성변인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또한 주요 소진 측정도구 및 검토, 소진 연구의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본 고의 의의, 문제점 등을 제시하였다.

KEYWORD
burnout , counselor burnout , understanding of burnout
  • 현대 산업 사회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개인화,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자신의 정서를 주위 가족, 친구,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나눌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담은,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 우울감, 고독감 등 다양한 부정적 정서를 방출하도록 도와주는 중요 방략 중의 하나로써 개인의 삶에서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때, 상담자와 내담자간의 관계는 치료 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인이다(Hubble, 1999; 최혜윤, 정남운, 2003 재인용).

    상담관계 속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지속적으로 민감해야 하고 일방적인 배려와 보살핌을 제공해야 한다(Corey, 1996). 이와 같은 관계의 중요성은 여러 학파의 이론적 차이를 뛰어넘어 상담성과를 위한 공통적 요소로 간주되고 있으며(Norcross, 2000) 치료적인 상담관계를 맺는 책임은 상담자에게 있으므로 상담자는 긍정적 인간관계를 효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담관계의 이와 같은 이타적 속성으로서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상담이란 '자신을 녹초로 만들면서 요구되는 것이 많은 직업’으로 간주되는데(Norcross, 2000), 실제 상담자에겐 가벼운 우울, 불안, 피로 같은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내담자에게 지속적으로 배려나 보살핌을 제공하다가 에너지가 떨어지면 자신을 미비한 존재로 느끼면서, 스스로의 인생에서도 주도성을 상실하고 조직의 요구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Corey, 1996). 따라서 상담자가 자신의 정신건강에 소홀하게 된다면 효율적인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여 내담자에 대한 공감, 존중, 긍정적 느낌의 결여 등이 상담회기 내에 나타날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심리적 소진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Maslach &Jackson, 1981).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담자는 상담직업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갖추어야할 기본적 자질인 “돌봄”의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겪게 되는데, 이처럼 타인을 돌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효과적인 상담관계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과도 같다 (Skovholt, 2001/2003).

    상담자의 심리적 소진은 무력감이나 부정적 자아개념을 만들어 내는 등 상담자 개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상담자가 속한 기관에 대해서도 직무 몰입도를 떨어뜨리면서 이직을 고려하게 만드는 등 조직의 손실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따라서 기관이 기여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부정적 영향을 줄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상담자가 소진을 경험하는 것은 상담자로서의 미숙함과 훈련의 부적절성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상담자는 자신이 겪는 소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등 소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홍준호, 2004). 또한, 소진은 다른 급성증상들과 달리 오랫동안 누적된 여러 가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서서히 나타나는 만성적 현상이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적극적으로 소진에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소진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데, 상담자들은 그들의 동료들과 빈번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동료의 정서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모사하게 됨으로써 정서적으로 소진되기도 하고, 동료가 내담자에 대해 냉소적으로 말할 때 자신의 경험 속에서 환자가 그의 도움을 별로 고맙게 여기지 않았던 순간이 떠올라 그 자신도 소진 되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실제 내담자와의 작업에서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내담자가 표현한 정서에 동참하려 할 때, 내담자가 표현한 불안, 우울 등에 쉽게 휘말리기도 하는데(Bakker, Sixma &Bosveld, 2001), Edelwich와 Broadsky(1980)는 이러한 현상을 “스텝 전염병(staff infection)”이라고 불렀다. 소진이 단순히 개인을 고립되게 하는 것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실제보다 훨씬 덜 파괴적이나 소진은 내담자로부터 상담자에게, 한 상담자에게서 다른 상담자들에게, 또한 결정적으로 상담자에서부터 다시 내담자로 퍼지게 되므로 소진을 이해하고 예방하고 치유하고자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상담자 스스로가 자신이 소진되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내담자의 복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상담자로서의 전문적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Skovholt와 Jennings(2004/2008)에 의하면, 대가 상담자들은 정신적 건강이 치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심리적 찌꺼기를 제거하는데 전념한다. 이러한 찌꺼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경험하게 되는 만성적 스트레스는 결국 심리적, 신체적, 영적 고갈을 반영하는 정서적 소진으로 나타나게 되므로(Freudenberger &Robbins, 1979; Grosch &Olsen, 1994; Neumann &Gamble, 1995: Skovholt et al., 2004/2008 재인용) 상담자가 정서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를 돌보는 활동을 끊임없이 하고 스스로의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자기 보호적 예방활동이 필요하다(Skovholt et al., 2004/2008). 결국,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상담자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압박감을 수용하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이라는 작업 환경 내에서 만성화된 스트레스 반응으로써의 소진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소진 현상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소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및 소진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 상담자 소진을 다루는 연구는 10여편 정도 밖에 나와 있지 않으며 그것들은 대체로 소진 현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다루기보다는 몇몇 변인들을 중심으로 한 경험연구들과 질적 연구들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외 출판된 소진 연구들을 중심으로 소진의 현상 일반 및 관련 변인, 소진의 결과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진현상에 대한 전반적 이해의 장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  소진 연구의 역사

    어떤 구성개념에 대해 알고자 할 때엔, 그 개념이 전문적 개념인지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개념인지부터 나누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진(消盡)이라고 할 때엔 에너지 및 활력이 점점 줄어들어 없어지는 것으로, 한 개인이 지치거나 힘들 때 흔히 쓰인다. 그러나 전문적인 소진은 일상적 소진과는 다른데, 어떤 면에서 차이점을 지니는지 알기 위해선 직무상 소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도입되어 발전되어 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무 관련하여 소진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 된 것은 1970년대 Frudenberger(1974)가 쓴 ‘staff burn-out’이라는 논문에서였다. 그는 중독자와 일하는 치료자들 가운데 의지가 상실된 사람들에 대해 기술하면서 소진이란 용어를 사용 하였는데, 소진을 신체적 징후와 행동 지표에 따라 나누면서 개인의 정신건강과 소진을 결부시켜 설명하려고 하였다.

    당시에는 저자에 따라 소진 개념의 의미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었는데, 많은 저자들이 각기 다른 현상에 대해서도 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거의 모든 개인적 문제에 대해서도 소진이라는 단어를 차용하기도 하였고, 소진개념이 불필요한 다른 개념에까지 쓰기도 하였다.

    이후 Perlman과 Hartman(1982)이 1974-1981사이에 출판된 48개의 논문을 리뷰한 결과에 따르면, 단지 10%정도만이 경험적 자료를 포함하고 있었을 뿐 거의 90%에 해당되는 연구들은 소진의 원인 및 소진에 대한 개입에 관련된 아이디어나 제안을 내놓는 수준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이 시기 좀 더 사회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시작했던 Maslach(1976)는 제공자-수령인 사이의 관계 및 서비스 직업이라는 상황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소진의 측정, 개입 및 치료 등에 관해 연구하였다. Maslach는 서비스나 도움의 제공이 요구되는 직업은 매우 요구적이며 과도한 짐을 지우기 때문에 정서적 고갈이 매우 흔한 반응임을 인터뷰를 통해 밝혀냈으며, 이러한 반응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자가 많은 수의 수령자들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거나 부정적 피드백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처럼 1970년대의 소진 연구는 소진에 대 한 탐색적 작업이 주로 이루어지던 시기(the pioneer phase)로서 소진에 대한 기본적 묘사가 싹트는 기간이었으나, 체계적이지 못하고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에 소진연구는 일종의 “통속 심리학(pop psychyology)” 의 분야로 치부되어 심각한 학문적 연구의 분야로는 좀처럼 다루어지지 못했다(Schaufeli, Buunk et al., 2003).

    이후 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소진에 관한 좀 더 체계적인 경험적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Maslach 등(1981)이 Maslach Burnout Inventory(이하 MBI)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측정이 주관심사로 떠오르고 몇몇 척도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경험적인 연구결과가 봇물을 이루게 되고 소진 개념 및 발달과정에 대한 의견들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에 이르러선 본격적으로 소진 연구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때 연구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MBI가 거의 90%이상의 연구에서 사용되었고 그에 따라 소진 분야를 상당히 구조화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1996년 MBI-General Survey가 출판되면서부터는 학문적 영역에 있어서도 초기의 휴먼 서비스라는 제한된 영역을 넘어서 다양한 직업분야에서의 소진 연구가 증가되었다. 이러한 많은 연구 결과, 다소 비이론적이었던 소진 연구는 소진 개념을 전문적인 심리학적 이론과 연결되도록 하는데 까지 이르게 되었다(Schaufelietal., 2003).

    2000년대 이후, 긍정심리학 개념이 도입 되면서부터 소진 개념은 직무 연대성(job engagement)이라는 정반대의 긍정적 개념으로 보충, 확장되고 있다(Maslach, Schuafeli &Leiter, 2001). 즉, 부정적 심리상태로서의 소진에 대한 개념이 에너지, 개입, 효능감 등을 나타내는 긍정적 측면으로 대치되는 등 근무자(worker)의 복지에 대한 전체적 스펙트럼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Schaufeli et al., 2003).

    이론적 개념

      >  소진의 정의 및 그에 따른 소진 측정 도구

    지난 30여 년 간 많은 연구자들이 직무 소진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시켜왔지만, 그 구성개념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혼란이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의 모호성과 연구자에 따른 정의의 광 범위성 때문에 소진 측정도구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점차 소진 현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개념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측정도구 또한 개발 되기에 이르렀다. 다양한 도구 개발에 따라 이후 소진의 신뢰롭고 타당한 측정 및 경험적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으며 풍부한 자료를 얻어낼 수 있는 양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자주 인용 되었던 몇몇 정의들을 살펴보면 소진을 증상 위주로 정의한 상태정의와 점진적인 변화과정을 위주로 정의한 과정정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한 각기 다른 개념정의에 따라 개발 된 측정도구들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Maslach Burnout Inventory(이하 MBI, Maslach et al., 1981)와 Burnout Measure(이하 BM, Pines &Aronson, 1988: Schaufeli, Maslach &Mare 1993 재인용), 상담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최초의 척도인 Counselor Burnout Inventory(이하 CBI, Lee, Baker, Cho, Heckathorn, Holland, Newgent et al., 2007)와 이를 한국판으로 타당화한 한국판 상담자 소진 척도(이하 K-CBI, Yu, 2007) 등을 중심으로 소진 측정 도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Freudenberger(1974)는 조력직종에서 일하는 젊고 이상적 동기를 가진 자원 봉사자들 중 상당수가 점진적인 에너지 고갈과 동기 및 헌신의 상실 등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봉사자들이 클리닉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대략 1년 후에 일어나는 이러한 특별한 피폐 상태를 이름붙이기 위하여 소진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고, 80년대 이후엔 주로 Maslach와 Cherniss가 소진의 학문적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Maslach 등(1981)은 소진을 조력직종에서 사람관련 일을 하는 개인이 직장에서의 만성적인 감정적-대인관계상의 스트레스 요인들에 대한 반응의 결과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소진을 3개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Maslach의 이러한 소진의 3요인 정의는 현재 까지의 소진 연구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개념인데, 그 중, 첫 번째가 정서적 고갈(emotional exhaustion)로써, 업무가 과중하게 될 때 다른 일이나 혹은 타인에 직면할 에너지가 부족하여 일에 대해 정서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감정이 고갈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정서적 고갈은, 개인이 자신에게 과부하된 작업에 대처하는 한 방식으로, 일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게 만드는 현상이기도 하다. 두 번째 차원은, 비개인화(depersonalization)로써, 이는 소진의 대인관계 맥락을 나타내는데, 내담자를 비인격적으로 대하면서 냉담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소모됨을 느끼거나 낙담하게 될 때 이러한 방식으로 인지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데 이때 각 개인은 내담자뿐 만 아니라 직장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거나 혹은 과도하게 거리 두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소진의 마지막 차원은 개인적 성취감 감소(diminished personal accomplishment)로써, 이는 소진의 자기평가 차원에 해당된다. 일의 성취 및 생산성에서 부족함과 무능력감을 느끼는 것인데, 내담자와의 작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과 자존감의 감소로 인해 개인적 성취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Maslach et al., 1981, Maslach et al., 2001). Maslach 등(2001)은 이후 3가지 차원의 차이에 대해서, 고갈이나 비개인화는 일이 과부화됨을 느끼거나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 일어나는 반면 개인적 성취감 감소는 관련 자원이 부족할 때 더 명확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Maslach 등(1981)은 이러한 3개 차원-정서적 고갈, 비개인화, 개인적 성취감 감소-을 구성 요인으로 하는 매슬라크 소진 척도 MBI를 개발하였는데, 이때 개발된 MBI는 대인 관련 서비스와 건강 관리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본 척도는 MBI Human Service Servey(이하 MBI-HSS)라고도 불리며, 이는 소진 관련 연구 중 대략 90% 이상에서 쓰이고 있다(Schaufeli, Bakker, Hoogduin, Schaap &Kladler, 2001).

    MBI-HSS는 그 자체로 소진의 존재 여부를 측정하기 보다는 경험하고 있는 소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의 연속선상 위에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높은 수준의 정서적 고갈과 비개인화 와 더불어 낮은 수준의 개인적 성취감을 보일 때 소진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MBI-HSS외에, 교육장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MBI-Educators Survey와 특정 직업군 외에 모든 직업군에서 고루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MBI-General Survey가 있으나 본 고에선 상담자 소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목적이므로 위의 2개 척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Maslach의 3개 차원 정의를 조금씩 수정하여 소진의 개념을 정의하였다. Brill(1984)에 따르면 소진이란, 주요 정신병리가 없는 상태에서 직무 관련하여 일어나는 불쾌하고 역기능적인 상태로써, 소진된 개인은 한동안 적당한 수행수준과 정서적 수준에서 기능하긴 하지만 외부 도움이나 환경의 재조정 없이는 기존의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였다.

    Pines 등은 Maslach의 초기 주장과 달리 소진이 조력직종에 한정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직종-경영/관리 직무 같은 직업 상황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소진 증상엔 신체적 증상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소진이란 감정적으로 요구적인 상황에 오랜 기간 관련됨으로써 일어나는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고갈의 상태라고 한다(Pines &Aronson, 1988: Schaufeli et al., 1993 재인용). 이후 Pines와 Yanai(2001)는, 소진이란 상담자가 자신의 일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주요한 어려움을 가지는 상태임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소진을 3개차원의 구성개념으로 정의하면서도 소진을 단일차원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개발한 소진 측정도구인 Burnout Measure(이하 BM, Pines &Aronson, 1988: Schaufeli et al., 1993 재인용)의 경우 소진을 전체점수로 나타낸다.

    Schaufeli 등(1993)은 BM의 3개 차원의 구조를 밝혀냈는데, 고갈(예. 피곤한, 신체적으로 고갈된, 정신적으로 고갈된), 비개인화(예. 무가치하게 느낌, 우울하게 느낌, 덫에 빠진 기분임), 동기의 상실(예. 낙천적으로 느낌, 행복함, 기분 좋은 하루임[역채점 문항들]) 등이 이에 해당된다.

    Jones(1980) 역시 소진을 신체적이며 정서적인 고갈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의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전문가의 소진이란 부정적 직무 태도의 발발, 빈약한 자기개념, 내담자에 대한 공감적 태도의 상실을 포함한다. 이러한 개념에 따라 소진을 측정하고자 개발한 도구인 Staff Burnout Scale for Health Professionals(이하 SBS-HP)는 일에서의 불만족, 심리적 및 대인 관계적 긴장, 신체적 질병 및 스트레스, 내담자와의 비전문적인 관계 등 4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본 척도로 측정한 소진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소진되지 않은 동료들에 비해 그들의 일, 임상적 슈퍼비전, 승진의 기회 등에 대해 더욱 불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Lee 등(2007)은 개인적 낙담, 조직 스트레스에 대한 무관심, 정서적/신체적 피로 때문에 임상적 과업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소진이라고 보면서, 상담이라는 직무 특성을 고려한 최초의 상담자 소진 척도인 Counselor Burnout Inventory(이하 CBI)를 개발하였다. CBI는 상담자의 직무 소진에 대한 조직의 요인을 척도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개인-조직 역동을 통합하여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즉, 과거의 소진 척도와 CBI 간의 가장 구별되는 차원은 상담환경에 대한 개인의 태도 및 감정을 평가 한다는 것이다.

    CBI는 5개 차원에서 상담자의 소진을 측정 하는데, 상담자라는 직업 때문에 느끼는 신체적/정서적 고갈 정도를 반영하는 “고갈”, 상담자 환경에 대한 개인의 태도 및 감정을 측정 하는 “부정적인 작업 환경”, 내담자와의 관계에 대한 태도 및 지각을 측정하는 “내담자의 가치절하”, 무능함에 대한 개인의 내적 느낌을 반영하는 “무능함”, 개인적 삶의 황폐화를 반영하는 “개인적 삶의 황폐화”가 그것이다.

    Yu(2007)는 CBI를 한국판으로 타당화(이하 K-CBI)하였다. K-CBI가 개발되기 전인 국내 상담자 소진 연구들에서는 대부분 MBI-HSS를 사용하였으며 이조차도 상담자 대상 타당도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유성경 등(2002)이 번안한 척도를 단순히 차용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에 상담자의 직무 소진을 조사하기엔 한계가 있다. K-CBI의 경우 CBI와 마찬가지로 5개의 하위차원-고갈, 부정적 작업환경, 내담자 가치 절하, 무능함, 개인적 삶의 황폐화-이 확인되었다.

    박희현 등(2005)은 아동상담이 성인상담과 달리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주 양육자와의 잦은 접촉 및 상담에서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동상담자를 위한 소진척도가 따로 존재해야한다는 이유로 아동상담자 의욕상실 척도를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본 척도의 경우 정서적 소모, 직업적 회의, 상담에 대한 부정적 태도, 부정적 대인관계로의 확장, 신체화 증상 등의 5개 요인으로 구성된다.

    위와 같은 소진의 정의 및 그에 따른 측정도구를 살펴보면, 주로 소진에 대한 핵심적 증상을 선택하여 정의를 내리고(상태정의) 그에 따른 현상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이 경우 소진은 정상적인 개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고려되었으며, 주로 정서적 고갈이 우세하고, 부정적 태도와 행동 때문에 효능감이 감소하며 직무 수행이 빈약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Schaufeli et al., 2003).

    이러한 상태정의와 달리 소진의 과정을 주로 묘사하면서 소진이 어떤 특정 상태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점진적인 역동적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임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대표적인 정의가 Cherniss(1980)의 소진 개념인데, 소진이란 직무 긴장에 대한 반응으로써 전문가의 태도와 행동이 점차 부정적 방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서 이러한 소진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부정적 경험을 피하기 위해 자기 보호 방어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과도한 직무요구는 소진의 근본원인이며, 소진은 회피와 철수의 특징을 가지는 방어적 회피 전략에 의해 촉진되어지는데, 소진된 상담자는 내담자에 대해 냉소적 편견을 가지고, 그와의 관계에서 방어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즉, 업무 스트레스→중압감→ 방어기제 작동이라는 과정 속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소진인 것이다.

    Edelwich 등(1980)은, 조력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업무상황 결과에 점진적인 환멸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이상, 에너지, 목적이 점차 상실되어가는 것을 소진 이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소진의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내담자와 지나치게 동일시하여 업무관련활동에 비효율적일 만큼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으면서 내담자의 모든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자만심을 갖게 되는 열성(enthusiasm)단계에서, 열정으로 가득한 이상과 불만족스런 현실과의 연결점을 찾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및 오리엔테이션 등이 제공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인 침체(stagnation)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근무를 계속하긴 하나 일에 비해 성과가 적다 생각하고 자신의 업무에 흥미를 잃게 되고, 업무 보다는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 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때에 칭찬, 인정, 임금 등 내외적 강화가 제공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인 좌절(frustration)단계로 넘어간다. 좌절 단계에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직무능력, 효과성, 영향 등 업무에 대한 가치를 점검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다 생각하여 내담자를 회피하며 스스로도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들을 경험 하게 되는데 이러한 부적 상태에 대해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극한에 도달 하게 되는 무관심(apathy) 상태가 된다. 이때는 좌절에 대한 방어에 냉담해지는 단계이며 업무상황에서 계속 좌절을 겪지만 생활수단으로 직업이 필요하므로 정신적, 신체적 포기 상태 에서 단순히 직업에 머무르거나 직장을 옮기 던지 아주 떠나버리게 된다. 또한 상황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며, 최소한의 에너지와 시간만을 소모하고 도전을 피하며, 정신적, 신체적 포기상태에 접어든다.

    Tanner(1983)는, 신체적으로 건강해 보이나 만성적이고 경미하게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를 지나면 불규칙적인 수면, 식사, 음주를 보이는 민감한 단계가 도래하고, 이후 지속적인 지루함을 느끼면서 집중력이 감소되는 단계에 이르면 삶의 방식이나 직업에서도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소진이라고 보았다.

    위와 같이 소진을 과정으로 바라본 정의들은, 소진이란 결국 감정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지나치게 고갈되는 것으로써 일시적이며 급작스런 사건에 의한 결과가 아닌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서 개인이나 그의 내담자, 그리고 기관에까지 서서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련의 연속적 현상임을 밝히고 있다(최혜영, 1994).

      >  소진 발생의 모델

    초기 소진 연구에서 개인적 요인 혹은 환경적 요인 중 한 가지만 다룬 것과 달리, 최근 에는 개인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을 결합시킨 틀을 제시하면서 사람과 환경의 상호작용 모델을 강조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개인과 환경이 어떻게 서로에게 작용하는가에 관한 소진발생의 모델들이 제시되었다.

    직무-개인 적합도 모델

    처음 상호작용 모델을 제시한 French(1974: Maslach et al., 2001 재인용)는 사람과 환경은 독립적이지만 각각이 서로에게 상응하는 차원 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둘 간의 적합도나 부합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직무-개인 적합도 이론(Job-Person Fit theory)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French 이론에 따라 소진의 직무-개인 적합도 모델(Job-Person Fit Model)이 제시되었는데, 개인과 개인의 직무 환경의 6가지 영역 사이의 부합 정도에 초점을 맞추어 부합의 갭이 클수록 소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였다. 즉, 소진이란 부적합도→소진→결과물이라는 인과적 관계 속에서 주요 매개변인으로 작용하며, 밀접한 상호관련성을 가진 6가지의 영역들 간에서 만성적인 불일치를 경험하게 될 때 경험되는 현상인 것이다(Maslach et al, 2001; Maslach &Leiter, 2008). 6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부하량(workload)에서의 불일치이다. 이는 소진의 정서적 고갈 측면과 더욱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개인의 한계를 넘어선 너무 많은 직무상의 요구는 한 개인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진시켜 버리는데, 개인이 직장이나 집에서 평온한 시간을 가지면서 회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소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충전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경우 소진이 일어난다.

    둘째, 통제(control) 상에서의 불일치는, 일반적으로 개인적 성취의 감소와 관련된다. 각 개인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 대해 충분한 통제권을 가지지 못하여 가장 효율적 이라고 믿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반대로, 너무 과도한 책임감에 압도 되었을 때도 통제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소진이 일어날 수 있는데, 개인이 맡고 있는 직위를 초과하는 책임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 보상(reward)에서의 불일치는, 일한 것에 대한 적당한 보상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이는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내재적인 보상이 부족할 때도 일어날 수 있다.

    넷째, 지역사회(community) 불일치의 경우, 사람들이 집단 내 다른 사람과의 긍정적인 연결고리를 잃어버렸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통 사람들은 집단 내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유머, 칭찬 등을 나눌 수 있을 때 가장 잘 기능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직무는 사람들을 각자 떨어져있게 하고, 더 심하게는 직장 내 타인과 만성적이며 풀리지 않는 파괴적인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은 지속적인 좌절감, 적대감을 느끼게 하면서 사회적 지지의 가능성을 줄어들게 만든다.

    다섯째, 공정성(Fairness)에서의 불일치는, 작업 부하량이나 연봉이 불공평할 때, 평가 및 승진이 잘 다뤄지지 않을 때 등 직장에서 공정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다고 지각될 때 일어난다. 이러한 공정성 부족의 느낌은 불공정한 대우의 경험이 개인을 감정적으로 화나게 하여 고갈시키거나 직장에 대한 깊은 냉소주의를 더욱 발달시키는 두 가지 방식으로 소진을 악화시킨다.

    마지막으로 가치(Values)상에서의 불일치는, 내외적 가치들 간의 충돌이 있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예상했던 업무 활동과 실제 활동 사이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바와 조직이 추구하는 바가 다를 때에 소진이 일어날 수 있다.

    위의 6개 영역의 중요도에 대한 가중치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가치보다 보상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으므로 가치충돌보다 불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때 더 힘들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직의 6개 영역 내에서의 불일치는 사람들이 직무에 종사하면서 조직과의 관계를 깨뜨리게 되는 여러 위기에 대한 개념적 틀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진되는 개인의 특성을 맥락 내에서 파악해야하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직무요구-자원 모델

    직무요구-자원 모델(Job Demands-Resources Model of Burnout)이란 빈약한 직무자원(사회적 지지의 부족, 기술 발휘의 부족, 빈약한 수행 피드백, 낮은 직무 통제)으로 인하여 다양한 철수반응(조직에 대한 헌신감소, 이직 등)이 일어나게 되고 종국엔 소진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Demerouti, Bakker, Nachreiner &Schaufeli, 2001).

    직무요구-자원 모델에서 나타나는 직무 요구란, 직무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지속적인 신체적 또는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때 개인은 이러한 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자기 보호 수행 책략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책략의 사용이 바로 자원이다. 이러한 자원은 직무 요구에 대한 부담감을 감소시키는 것 외에도 개인적 성장 및 발달을 자극하며 업무 목적을 이루는 것을 돕는다. 그러나 직무자원(직무통제, 자격을 위한 가능성, 의사결정에의 참여, 업무 다양성) 및 사회적 자원(동료, 가족, 친구들로부터의 지지) 등이 부족할때 개인은 환경 요구에 적절히 대처할 수가 없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으므로, 향후 일어날 지도 모를 좌절을 예방하기 위해 동기를 감소시키거나 직무로부터 철회를 하는 등 자기보호 기제를 작동시킨다. 즉, 직무요구-자원 모델에서는, 소진은 개인의 끊임없는 능력발휘를 요구하여 결국은 고갈시켜버리는 업무상의 과도한 요구와 해당직무요구의 충족을 방해하는 부족한 자원 등으로 인하여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평가모델

    핵심적 자기평가(core self evaluation)가 중심이 되는 자기평가모델에 따르면, 직무 소진이 단순히 직무환경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기평가가 그 개인이 속한 조직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며 결국 직무소진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Best, Stapleton &Downey, 2005).

    앞서 설명한 자원보존 모델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자원을 잃어가는 직무환경 내에서 개인이 소진될 수 있으나, Best의 모델검증 결과에 의하면, 직무 환경에 대한 지각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즉, 개인은 단순히 직무조건 때문에 소진되거나 불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핵심적 자기평가체계가 소진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위의 모델들 모두 맥락 내 개인요인을 강조 하면서 개인과 환경간의 상호관계를 잘 파악해야만 소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므로 개인의 지각이나 환경적 요인을 따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밝히고 있다.

    소진의 차원

    소진이 여러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면, 일단 소진된 상태를 어떤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즉, 소진을 개인이 소진되었는냐 아니냐하는 단일의 개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몇 개의 차원들로 구성된 복잡한 개념으로 볼 것인가? 만약, 다차원적인 개념이라면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은 과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가 아니면 순차성을 띄고 일어나는가?

    소진 상태 자체는 단일차원의 성향을 띈 것 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긴 하지만 소진은 그렇게 단순한 현상이 아니며 몇 개 차원들로 구성된 복잡한 현상이라는 다 차원 모델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한 복합 모델에서는, 정서적 고갈이라는 단일 차원에 타인에 대한 반응(비개인화)과 자기에 대한 반응(감소된 개인적 성취감)이 첨가되었다 (Schaufeli et al., 1993).

    다차원 모델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3요소간의 상호관계를 고려한다. 즉, 3요소들이 동시에 그러나 개별적으로 나타나서 소진의 다른 패턴들을 만들어내는가 아니면 순차적으로 발달적 진행에 따르는가를 고려한다. 대표적으로 Golemviewski(1988)Leiter(1989)가 이러한 주제에 관해 각기 소진의 단계모델과 순차성 모델을 제시하였다.

    Golemviewski의 단계모델에 의하면, 소진은 각 요인의 높고 낮은 점수로 나누어서 8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으로 나타 나는데, 높고 낮은 수준의 비개인화와 조합된 높고 낮은 수준의 성취감 감소 및 정서적 고 갈이 각 단계를 이루게 된다(표 1). 이때, 비개인화는 개인적 성취감 부족 및 정서적 고갈을 불러일으키는 소진의 주요한 기여변인이지만, 각각의 요소는 거의 동시에 독립적으로 일어 나는 것으로 보았다.

    [표 1.] Golemviewski의 소진 진행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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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lemviewski의 소진 진행단계

    이러한 Golemviewski와 달리 Leiter(1989)는 소진의 3요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보았다. 정서적 고갈은 일의 과부하와 대인관계상의 갈등이 가장 큰 특징인 직업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간주되는데, 각 개인이 그들의 직업적 관계에 대한 개인적 헌신을 잃어버리고 정서적 고갈이 계속될 때, 자신의 성취감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하향 될 것이며, 그 결과 소진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Leiter의 접근에서는 정서적 고갈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데, 정서적 고갈은 감소 된 직무헌신 및 증가된 무단결근 등의 결과뿐만 아니라 비개인화 및 개인적 성취감 감소와도 정적으로 연관된다. 이때 비개인화는 대인관계상의 거리두기를 통해 지속적인 고갈 느낌을 극복하려는 비효율적인 시도로 간주된다.

      >  소진과 유사 구성개념간의 구별

    사실, 소진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유사 개념들 간의 변별일 것이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소진이라는 개념이 다양한 장면에서 흔히 쓰이고 있기 때문에 과연 소진을 따로 떼어놓고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관한 논쟁-소진이 다른 구성개념과 정말로 다른 현상을 나타내는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진을 다른 요인과 구별하게 해주는 소진 특성 관련 연구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Schaufeli 등(2003)의 연구에서도 소진과 다른 구성개념과의 구별은 매우 중요한 주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소진 개념과 관련하여 우세 했던 관점은 소진은 스트레스 및 직무 불만족 등의 개념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진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소진 개념이 점점 더 명확해지면서 소진이 다른 여러 가지 구성개념들과 다른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소진과 비교되었던 여러 가지 개념들 중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던 개념들을 위주로 정리 해봄으로써 소진의 개념 이해 및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소진과 우울

    소진이라는 개념이 학문적으로 도입된 이래 소진과 우울이 과연 다른 증상인가에 관한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소진의 대표적인 정서적 증상들은 DSM-III-R에서 제시되고 있는 우울증의 진단기준과 상당히 중복 되고 있는데(Glass &McKnight, 1996), 소진의 많은 불쾌증상들-피로감, 거리두기, 성마름, 감소된 열정 등-은 우울 증상에서도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Bakker, Schaufeli, Janssen &Brouwer, 2000). 또한 소진의 정서적 고갈 요소는 우울의 슬픔 및 피로증상과 비슷하며, 비 개인화는 우울에서의 사회적 철수와 유사하며, 성취감의 감소는 빈약한 자기 효능감, 학습된 무기력감이라는 특징을 우울과 공유하기도 한다(Leiter &Durup, 1994). 따라서, 소진이 과연 우울과 어느 정도 구분될 수 있는가에 관련된 질문들이 불가피하게 제기되어왔다. 이에 소진과 우울의 개념차이를 연구한 논문들을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었다.

    소진은 조력직종에 있는 전문가들에서 나타 나는 특정한 종류의 직업적 스트레스로써 조력자와 수령자 간의 요구적이며 감정적으로 과부하된 관계의 결과로 나타나지만, 우울은 개인이 적절히 대처할 수 없는 심각한 사건들 -가족 맥락, 친밀한 개인적 관계 또는 직장 맥락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일어날 수 있는-에 대한 일상적인 반응이다(Beck, Steer &Garbin, 1988).

    Glass, Steer와 Garbin(1996)에 따르면 개인이 지각하는 직무 통제성(자율성, 의사결정 자유)이 소진의 발발과 관련이 있는데, 지각된 통제 불능감은 개인적 성취감 감소 및 정서적 고갈을 발생시킬 수 있는 조직에서의 긴장의 형태로 간주되어지고, 이때 개인이 느끼는 소진의 크기에 따라 간접적인 방식으로 우울이 유발된다고 한다.

    그 외 우울을 형평성 이론(equity theory) (Adams, 1965; Bakker et al., 2000 재인용)에서 제기되는 주장에 따라 소진과 구분한 연구도 있는데, Bakker 등(2000)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상보성을 추구하고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그러한 관계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될 때엔 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때, 우울과 소진은 상보성의 부적절성을 느끼는 영역에 따라 구분되는데, 직업적 영역에서의 상보성 부족은 소진과 관련되는 반면 직업 외 친밀한 관계에서의 상보성 부족은 우울과 관련된다고 한다. 우울은, 사적인 삶에서의 상보성 부족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직업 영역에서의 상보성 부족에는 간접적 영향을 받으나, 소진은 직업적 영역에서의 상보성 부족에만 직접적으로 관련될 뿐 사적 영역에서의 상보성과는 관련이 없다. 이러한 Bakker 등의 연구결과는 소진이 직무와 관련되는 반면 우울은 맥락과 상관없다는 기존 연구들과 일치하는 바이기도 하다.

    또한, Brenninkmeyer, Van Yperen과 Buunk (2001)는 우월감과 관련하여 우울증과 소진의 구성요소간의 차이를 검토하였는데, 우울은 우월감과 유의하게 관련된 반면, 소진의 핵심 증상(정서적 고갈)과 우월감 사이엔 어떤 관련성도 없음을 관찰하였다. 즉, 우월감 감소 및 지위 상실감은 소진된 사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우울한 사람의 특징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소진된 사람이 스스로 패배했다고 생각하게 될 때는 우월감 감소를 경험하면서 결과적으로 우울감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위의 연구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소진과 우울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많은 증상을 공유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소진은 우울의 선행인자로써 작동하기도 하는데 개인의 직업적 우울을 예방하기 위해선 해당 직종의 종사자들이 소진될 수 있는 요소들을 파악하여 내외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소진과 스트레스

    소진과 스트레스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아 자주 혼동되어 사용되어져 왔다. 둘 다 지루함이나 의욕감 저하, 불안, 피곤, 지친 느낌 등을 가지기는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구성개념으로, 두 개념간의 구별은 중요한 이슈가 되어왔다(Maslach &Schaufeli, 1993). Maslach는 소진은 내담자, 직무, 조직에 대한 부정적 태도 및 행동 발발의 결과로 나오게 되는데 스트레스는 이러한 태도나 행동을 반드시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Pines와 Keinan(2005)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만 소진은 자신의 직무에 열정적이며, 높은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입문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경험되어지는 것이므로 자신의 일에서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특히 소진되기가 쉽다. 따라서 그런 기대가 없는 사람들은 소진 대신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Brill(1984)은 스트레스를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일시적 적응과정과 관계되는 포괄적인 단어로 보고, 소진은 장기간의 직무요구와 자원간의 불균형, 즉 장기간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나오는 적응좌절의 마지막 단계로 간주하였다. 즉, 소진은 만성적이며 다양한 성질을 가진 직무 스트레스의 특정 유형인데, 부정적 태도의 발발을 포함하고, 처음에 높이 동기화된 개인에게서 일어나며 장기간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결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 Pines 등(2005)은 위의 결과를 좀 더 확장하여 소진이 스트레스의 하위 현상일 순 있으나 소진과 스트레스는 각각 별개의 예견인자와 결과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들 연구에 따르면, 소진의 근본적 원인은 개인이 하는 일이 유용하며 중요하다는 믿음이 사라진 채 자신의 일이 무의미하다 생각하면서 무력감 및 무망감을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의 중요성, 즉 의미는 긴장보다는 소진과 더 높은 상관을 가지는 반면, 직장내 스트레스원은 소진보다는 긴장-부정적 스트레스 반응-과 좀 더 높은 상관을 가진다. 또 한 직무만족감의 부족, 이직 희망, 신체 및 정서적 증상, 지각된 수행 수준 등의 결과변인들도 긴장보다는 소진과 좀 더 높은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과 이차외상 스트레스

    상담자는 직간접적으로 외상을 경험한 다양한 연령대의 내담자와 작업을 하면서 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관리하는 것을 돕게 되는데,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가 외상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무력감 및 분노감, 공포감 등을 방출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의무도 지닌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상담자가 이차외상 스트레스(secondary traumatic stress)를 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O'Halloran &Linton, 2000). 이차 외상 스트레스 증상은 꿈이나 회상을 통해 외상적 사건을 재경험하거나, 그 사건과 관련된 사고, 감정, 행동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증상이 1달 이상 지속될 땐 이를 이차 외상 스트레스 장애로 분류한다(Figley, 1995).

    이와 같은 이차 외상 스트레스와 소진은 둘다 우울 및 불면증상, 친구와 가족들과의 친밀감 상실, 증상의 발생과정이 축적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소진과 이차 외상 스트레스를 구별 짓는 큰 차이는 바로 증상의 원인에서 나타난다.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내담자로부터 들은 결과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이차 외상 증상이며, 어떤 내담자 집단과 작업하더라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소진이라고 할 수 있다(Iliffe &Steed, 2000). 즉, 소진은 내담자 영역-어떤 내담자와 작업하는가-과 관련하여 이차 외상 스트레스 와 구별되는데, 소진은 반드시 정서적으로 과부하된 내담자와의 작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업 자체에 대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외상 경험을 가진 내담자와 작업하는 것은 상담자의 정서적 복지에 부정적 결과를 미쳐 소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Figley, 1995).

    소진과 만성적 피로 증후군

    소진과 만성적 피로 증후군의 관계에 대한 Schaufeli 등(2003)의 연구에 따르면, 소진 증상은 신체적 증상을 간혹 동반하긴 하지만 주로 심리적인 것을 다루며, 만성적 피로 증후군에는 심리적 증상이 관찰되긴 하지만 주로 신체적 증상들이 포함된다. 또한 소진은 직무 관련적인 반면 만성적 피로 증후군은 특정한 삶의 공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즉, 소진된 사람들은 그들의 컨디션에 대해 직무 탓을 하는데, 만성적 피로 증후군을 겪는 환자들은 그들 증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지 분명히 알지 못한다. 또한, 두 개념 모두 피폐함을 공통요소로 두고 있으나, 부정적이며 역기능적인 태도와 행동의 발발은 만성적 피로 증후군에선 볼 수 없는 특징이라고 한다.

      >  소진에 영향을 주는 변인들

    기존의 소진 연구들에서 나타나는 소진 관련 변인들은 시대별로 그 강조점이 조금씩 다르다. 소진을 연구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소진을 일으키는 개인요인을 강조하였으나, 후에는 환경이 어떻게 개인을 고갈시키는가로 초점이 옮겨졌다. 따라서, 소진을 이해하기 위해선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함께 살펴봐야할 필요성이 있다.

    소진에 영향을 주는 변인을 어떤 범주로 나누는가는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본 고에서는 최근 연구추세에 맞추어 크게 개인적 범주와 환경적 범주로 구별하고, 환경적 범주를 다시 직무 및 역할특성 범주와 조직 특성 범주로 나누어 각 범주 안에 속하는 변인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소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명확히 하여 종국에는 소진을 느끼는 상담자들을 위한 예방 및 치료 전략 마련의 기본틀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 요인

    개인적 특성요인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변인들은 크게 인구통계학적 변인, 직무태도 변인, 성격변인 등 3가지로 범주화될 수 있다.

    인구통계학적 변인. 본 변인에는 주로 연령, 경력, 결혼, 성별, 교육 수준 등이 포함되는데, 연령이 많을수록, 미혼보다는 기혼이 좀 더 소진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력이 쌓일수록 소진이 덜 되는 특성도 발견되었다 (최혜영, 1994, 최혜윤 등, 2003, Maslach et al, 2001). 그러나 소진과 경력이 단순한 선형관계가 아니라 10년을 기점으로 하는 말굽형 형태의 곡선형 관계임이 밝혀지면서 소진을 연구 할 때 다양한 통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이자영, 남숙경, 박희락, 김동현, 이미경, 이상민, 2008). 소진과 교육수준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담자 발달 초기단계에서의 자기관리 능력의 부족 때문에 석사과정 상담자 보다 석사졸업 및 박사과정 상담자가 소진을 덜 느낀다고 하였으나(박정해, 2006), 다른 연구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더 높은 소진을 경험한다고 한다. 즉, 교육 수준이 더 높은 사람은 책임감이 큰 자리를 가지게 되고 이에 대한 압박감이 더 높아지며, 스스로도 자신의 직무에 대해 더 높은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더 많은 압박감을 겪게 된다(Maslach et al,, 2001). 성별은 소진의 강력한 예언인자가 아니며 연구자 별로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소진의 중요변인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Maslach et al,, 2001).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심리적 소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유의하지 않으므로(최혜윤 등, 2003) 다른 개인적 요인이나 상황적 요인들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

    직무태도 변인. 직무태도 변인으로 직무에 대한 개인의 기대정도가 소진발발과 상관이 있다고 한다. 개인이 그들 직무에 대해, 일이 흥미롭고 도전적이라거나 직무의 성공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가진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데, 열심히 일한 결과가 예상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소진 된다는 것이다(Cordes &Dougherty, 1993, Maslach et al. 2001).

    성격 변인.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또한 큰 영향력을 끼치는 변인으로써 바로 개인의 성격변인을 들 수 있는데, 직무 스트레스 요인보다 상담자 개인 성격이 소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입장이다(Arricale, 2001: 홍준호, 2004 재인용). Maslach(1982)도 개인의 내적 특성들은 정서적 스트레스가 되는 외적 요인들을 조절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즉, 동일한 스트레스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하고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개인의 심리적 특성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특성에는 대표적으로 A형 성격유형(이혜련, 2004, 최윤미, 양난미, 이지연, 2002, Cherniss, 1980), 낮은 자아 존중감(Edelwich et al, 1980, Golebiewski, 1989, Maslach, 1982), 외부 통제소재, 회피적 대처양식(Maslach et al., 2001), 신경증 성향(이영란, 2006), 역기능적 완벽주의(최혜윤 등, 2003) 및 낮은 자기위로 능력, 영적 안녕감, 상담자 발달 수준(박정해, 2006) 등이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지닌 개인들이 더 쉽게 소진되는 경향이 있다.

    환경적 요인

    환경적 요인은 크게 직무 및 역할 특성 관련 요인과 조직 특성 관련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직무 및 역할특성 변인. 이것은 상담이라는 직업특성이 소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것으로, 크게 내담자 관련 변인과 업무 스트레스 변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내담자 관련 변인. 상담에서 내담자라는 사람 자체가 상담자의 보람인 동시에 스트레스 및 긴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이영란, 2006). 상담자는 내담자와 관계를 맺고 돕는 과정에서 정서를 투입하게 되며, 심리적 도움을 제공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담자의 문제해결이 실패할 경우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능력 뿐 아니라 인간으로써의 능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이광숙, 2009). 또한 상담자와 내담자가 관계를 맺고 돕는 과정에서 내담자가 잘 호응하기보다 적의를 갖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때도 상담자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소진을 겪게 되는데 (Cherniss, 1980), 이러한 소진 수준은 내담자의 문제가 만성적이고 상담 중도 포기자가 많을수록,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태도가 부정적 일수록 높아진다최윤미 등, 2002). 즉, 내담자 속성, 내담자 문제 심각성, 내담자 저항 및 라포 형성의 어려움 등이 상담자 소진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 업무 스트레스 변인. 이와 관련된 변인들을 살펴보면, 긴 근무시간, 과다한 서류업무, 낮은 임금, 승진기회의 제한, 무력감, 상담자의 욕구에 무반응하고 사려 깊지 못한 관료적 업무환경 등이 있다(이광숙, 2009). Siefert, Jayaratn와 Chess(1991)은 편안함, 도전, 보상, 승진, 역할모호성, 역할갈등, 업무량 등의 7개 변인과 소진과의 관계를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역할갈등, 역할 모호성, 편안함 결여, 보상에 대한 불만이 소진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 변인이 된다고 하였다. 이 중,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역할갈등, 역할 모호성, 역할과다 등이 특히 소진과 관련되는 역할요인이다. 역할 갈등이란, 특정 역할을 맡고 있는 개인이 부적절한 갈등을 일으키는 요구를 받을 때 발생하며; 역할 모호성은 자신의 직무에 대한 책임영역과 직무 목표가 명확하지 못할 때 생기며; 역할과다는 시간 내 수행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직무를 부여받은 경우(양적과다)와 기술·능력·지식·자격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경우(질적과다)로 나뉘어 나타난다(Jayarante &Chess, 1984).

    실제 연구에서는 내담자 관련 스트레스 변인 보다 직무관련 스트레스 변인이 소진과 더 관련있다고 나타나고 있으므로(Schaufeli &Enzmann, 1998), 소진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서는 내담자 보다는 직무 자체에 대한 상담자의 개인적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조직 특성 요인. 이는 각 개인이 자신의 직무에 대해 느끼는 감정 및 생각에 조직의 과정 및 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조직이 축소되거나 다른 조직에 합병되는 것은 그 조직에 속한 피고용인이 조직과 자신 간에 체결되었다고 느껴왔던 심리사회적 계약에 대한 다른 태도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결국 이처럼 변화된 태도는 각 개인의 삶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피고용인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기술을 요구 받으면서도 직업에서의 기회, 직무 안정 등과 같은 면에선 그다지 보장을 받지 못하고, 이것은 상호호혜주의라는 관점에 위배되므로 개인의 복지를 유지하는데 치명타로 작용하게 되어 결국엔 소진을 불러일으킨다(Maslach et al, 2001).

    이처럼 조직의 특성이 개인의 심리적 건강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는 있으나 소진에 기여하는 조직 역할에 관해서는 실제 연구된 바가 거의 없다. 즉, 조직 내에서의 보상과 처벌이 개인의 수행과 관련된 정도에 관하여 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정도의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Cordes et al. 1993). 따라서 이러한 변 인이 소진에 기여하는 관련변인인지는 차후 연구가 쌓여야할 부분이다.

    소진의 결과

    상담자가 직무상의 소진을 경험한다는 것은 상담자의 성장과 발전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적응 유연한 특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소진의 결과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는지 잘 파악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소진은 특별한 징후 없이 서서히 찾아와 어느새 상담자를 부식시키므로 자신이 소진되었다 하여도 이런 현상이 소진 인지 여부조차 깨닫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경우, 소진 극복을 위한 다양한 책략을 사용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국엔 점점 더 심각해져 소진을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것도 행하지 못한 채 상담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입장에까지 여러 가지 역기능적 측면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소진의 결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상담자 직무 소진의 자기 자각 능력을 높이는데 일조해보고자 한다.

    관심을 끄는 점은 소진의 증상과 결과 간에 약간의 혼동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증상과 결과간의 구분은 소진을 어떻게 조작하고 개념화하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증상과 결과를 모두 포함하는 소진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할 수 있을 것이다(Schaufeli et al, 2003).

    Cordes와 Dougherty(1993)는 소진의 결과를 4개 범주로 나누어 정리하였는데, 첫째, 신체 및 정서상의 결과로써 소진이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건강 문제들과 연관되어있음을 언급하면서 피로, 불면증, 두통, 소화불량 및 자존감 하락, 우울, 불안, 무력감 등의 증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하였다. 둘째, 대인관계상의 결과를 보면, 소진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직무로부터 철수하면서 사회적 관계 및 개인적 관계의 피폐함까지 경험하고, 이러한 피폐함은 다시 내담자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셋째, 내담자 및 직무, 조직, 자기 자신을 향한 부정적 태도의 발발을 포함하는 태도상의 결과가 있다. 그리고 넷째, 이직, 무단결근, 직무 수행에서의 양적 및 질적 저하 등을 포함하는 조직 관련 행동과 그리고 흡연, 약물, 알콜남용과 같은 소비 행동 등을 포함하는 개인 행동상의 결과도 나타난다.

    Schaufeli는 지난 25년간의 연구에서, 소진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 현상을 총 5개 범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정서적 현상으로 보통 음침하고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소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서 관찰되며, 둘째, 인지적 현상으로 수령인의 가치를 절하하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대하면서 불평함과 동시에 동료나 슈퍼바이저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조직 내 동료 나 슈퍼바이저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 된다. 셋째, 특히 신체적 불만과 상관이 높은 신체적 현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선 확실한 경험적 연구가 아직 부족하므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논의하기엔 어렵다. 넷째, 행동적 현상으로는 개인적으론 증가된 각성 수준에 의한 물질남용 등의 행동을 보이고, 조직에서는 무단결근, 직무 이직, 손상된 직무 수행력 등이 있다. 마지막 범주는 동기적 현상인데, 개인의 내적 동기는 사라지면서 열성, 열의, 흥미도 소멸되어버린다.

    그 외에, Maslach 등(2001)은 소진의 결과를 총 2개의 형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째, 직무수행상의 결과로써, 소진된 사람은 결근, 이직 등의 직무 철수를 보이면서 직무에서도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성을 나타내고, 결국 직무 만족이 감소되어 직장에 대해 덜 헌신적이 된다. 둘째, 건강상의 결과로써, 소진은 불안, 우울, 자존감 저하 등과 같이 정신 건강상의 부정적 결과를 촉진시키는 등 직무 관련 신경쇠약의 정신의학적 프로파일과도 관련이 있다.

      >  소진과 회복

    소진에 대한 치료적 개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제안될 수 있다. 첫째가 개인의 변화를 위한 개입으로 개인의 변화가 조직의 변화보다 쉽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소진 연구에서 중점을 두고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소진이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소진에 대한 개입 역시 개인과 조직이 함께 변할 때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서, 소진의 각 영역에 대한 개입법을 알아보고, 그러한 기법들을 어떻게 결합시킬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소진 예방책은 소진의 근원이 개인 내부에 좀 더 많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서, 개인이 소진이라는 문제에 대해 무언가를 행해야할 책임을 가지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신 안에 있는 스트레스를 자각하여, 그러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책략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MacBride, 1983). 이러한 개인적 예방 책략의 범주 안에 드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Maslach &Goldberg, 1998).

    첫째, 업무패턴의 변화로서 이는 직무와 개인적인 삶에서의 휴식 간에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고, 둘째, 예방대처 기술의 개발로서 인지 재구조화 또는 시간관리 및 갈등해결 전략 등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직무 스트레스 요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셋째, 동료 및 슈퍼바이저의 전문적 지지 및 가족과 친구들로부터의 개인적 지지 등을 포함한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있고, 그 외 개인 건강의 개선, 바이오피드백 및 명상 등의 이완된 삶의 방식의 활용, 개인 자신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위한 개인 상담 등 이 있다. 특히 개인 상담을 통한 “자기 자신 알기”는 소진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는데(Brohl, 2006) 어떤 개인이 작업환경 내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더욱 소진이 되므로, 소진 등의 위기를 겪을 때 자신의 내부를 탐색하여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소진의 징표를 알아차려야 소진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개입의 강조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상황(blame the victim)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고, 조직에는 직무 내 변화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도 있으며 개인-환경 간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릴 수도 있으므로 조직 차원에서의의 전략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직 차원에서의 전략은 주로 직무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식에 초점을 두어 왔는데, 각 개인에게 정책 결정에 대한 어느 정도 발언권을 주어 직무에 대한 통제감을 갖게 하거나, 직무 순환제 도입 등을 통해 개인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추가적 훈련과정을 첨가한 직무개발 프로그램 및 직무 상담 등 소진 예방을 위해 조직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거나 직무 초기의 멘토 체계 도입, 갈등관리와 의사결정을 위한 적절한 절차, 안식기간 도입 등의 다양한 방법도 추천될 수있다(Cherniss, 1980). 그러나 직무 중심 개입에 대한 메타분석 실시 연구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운데, 세 개의 개인중심 개입과 한 개의 직무중심 개입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모든 개인중심 프로그램은 유의한 효과가 있었으나 직무중심 개입 프로그램은 유의한 효과크기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Van der Klink, Blonk, Schen, Van Dijik &F. J. H., 2001).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의 소진 경험은 직장이라는 환경 맥락 내에서만 이해되어 질 수 있으므로 소진에 대한 개입은 개인과 조직의 상호작용 효과를 고려하여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소진은 여러 가지 개인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 반응의 일종이므로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조직 차원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소진의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이혜련, 2004). Maslach 등(2001)도 직무-개인 불일치 모델에서 제안했던 직무의 6개 영역 중 어떤 것이라도 변화하기 위해서는 관리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러한 관리 실제의 변화는 개인의 기술과 태도를 동반할 때 더욱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논 의

    본 고의 논의에서는 연구 의의 및 추후 연구 방향을 위한 제언과 본고의 한계를 다루고자 한다.

      >  연구 의의 및 제언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인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무 종사자에 비해 직무 소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담자와의 관계가 가장 기본이면 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담에서 신뢰로운 관계를 맺어야하는 책임을 가지는 상담자의 정신건강은 더더욱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상담이라는 직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이타적 속성을 반드시 지녀야하지만 이러한 직무특성 으로 인하여 상담자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는데 소홀해진다면 결국 상담직무 이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상담자가 자신을 돌아보면서 소진 가능성을 자각하기 위해선 상담자 소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발생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진이 다른 구성개념과 달리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등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일 때서야 비로소 상담자 직무 소진의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소진 연구에 대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상담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춘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상담자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였다. 또한, 이러한 연구의 초석이 되는 명확한 직무 소진의 개념 정립 및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정리를 통해 상담자 소진 연구의 진일보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사실 그동안의 국내 소진 연구를 살펴보면, 상담자 관련 소진 연구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나오기 시작하였고 상담자 대상 소진관 련 질적 연구도 최윤미 등(2002)이 행한 연구가 유일무이할 정도로 상담자 복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빈약한 상태이다. 국내에 상담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70년대 이래 상담을 전공하거나 상담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전문적으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상담 자원 봉사를 하고자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지만(이장호, 정남운, 조성호, 2005), 이러한 종사자들이 직무에서 느낄 수도 있는 다양한 압박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차후 상담자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내담자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면에서 일하는 상담자를 대상으로 하여 상담자가 어떤 상황에서 심리적 소진을 느끼게 되는지에 관해 소진 경로 모형개발 연구 및 소진 본질에 대한 경험적 연구, 소진 감소를 위한 완충 요인 연구 등 다양한 방향성을 지닌 소진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소진된 상담자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기존에 밝혀진 몇몇 소진 관련 변인들 및 모형을 토대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상담자 소진 대처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상담자 대상 프로그램들은 감수성 훈련 및 공감훈련 등 내담자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속성을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따라서 그러한 교육을 받아온 상담자는 고유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나 가치를 인식하고 향상시키기 보다는 타인 중심 사고를 향상시키도록 끊임없이 훈련받아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담자가 자신도 모르게 소진되어가고 있을 때 그러한 소진 과정을 깨닫고 탄력적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한 프로그램은 상담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의 내담자와 그가 속한 사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수 있다. Skovholt(2001/2003)는 상담자가 타인 보살핌과 자기 보살핌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였는데, 상담자가 자신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것 외에 자신의 욕구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자각하고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상담자의 균형 있는 삶을 위한 책략 및 프로그램은 제시된 바가 거의 없으므로 이제는 상담자 개인 욕구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할 때이다.

    따라서 소진 관련 연구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긍정심리학이 정신 병리와 결손에 초점을 두어왔던 기존 심리학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난 것처럼, 부정적 심리상태인 소진 대신에 직무 연대성(job engagement)이라는 정반대의 긍정적 개념이 함께 고려되어질 필요가 있다. Maslach 등(2001) 은 중요하고 의미 있으며 도전적인 일로 시작 했던 것이 불쾌하고 채워지지 않는 의미 없는 것으로 되어버리는 것을 소진으로 정의하면서 소진을 직무 연대성의 부식으로 재개념화 하기도 하였다. 그는 직무 요구-자원 모델에 따라 소진과 연대성을 설명하였는데, 직무 요구 즉 일의 과부하는 소진과 관련되고, 직무 자원, 즉 직무통제 및 피드백의 활용, 배움의 기회 증진 등은 연대성과 관련된다고 하였다. 결국, 연대성이란 에너지, 열정, 효능감으로 특징 지워지는 것으로 소진의 3차원(정서적 고갈, 비개인화, 성취감 감소)과 정반대의 측면을 가진다는 것이다.

    Schaufeli와 Bakker(2004)도 연대성을 활기, 헌신, 전념의 특성을 띄는 피고용인의 지속적이며 긍정적인 정서적-동기적 차원이 충만된 상태를 말한다고 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활기란, 높은 수준의 에너지와 탄력성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활기를 띄는 개인은 자신의 직무에 기꺼이 헌신하여 쉽게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인내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헌신은, 열의와 중요성의 느낌 및 자존감, 고무감 등을 동반하여 자신의 일에 강하게 몰두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전념이란 자신의 직무에 전체적으로 몰두하는 즐거운 상태로써,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듯 느껴지고 스스로 그 직무에서 떨어져있을 수 없는 것처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직무 연대성과 소진을 함께 연구하는 것은 개인이 자신의 직무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를 이해하여 종국엔 직무 소진의 예방 및 극복 책략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즉, 쉽게 소진되는 사람이 어떠한 영향을 받아서 소진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는 직무에서 소진되지 않고 지속적인 연대성을 가질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개인이 가진 취약점보다는 강점을 더욱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연구의 한계점

    이상에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본 연구는 소진관련 국내 연구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주로 국외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바탕으로 소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하지만 직무에 대한 개념 및 태도, 사회적 통념이나 기대 등이 문화에 따라 다를수 있으므로 국외연구에서 나온 개념들을 그대로 국내 연구에 적용시키기엔 무리가 따를수 있다. Yu(2007)에 따르면, 한 사회의 문화는 개인의 정신건강 및 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역할 및 지위에 끼워 맞추면서 보상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포부를 추구하고, 미국인들은 좀 더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것처럼, 개인이 속한 문화는 개인의 태도, 사고, 지각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문화적 요인을 고려해야 만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자영 등(2008) 도 같은 대상을 상대로 소진 연구를 하여도 한국과 미국 간에 결과가 차이가 있음을 밝히면서 각 국의 상담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나라별 비교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본고의 내용들이 문화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국내 상담자 소진의 이해라기보다는 단순히 소진이라는 현상에 대한 서양적 이해에 그칠 위험도 존재한다.

    둘째, 본고는 이론 정립에 치중한 나머지 연구 설계를 비교, 분석, 평가 하는 데에는 소홀하였다. 이후 연구에서 다양한 연구방법론에 대한 체계적 평가를 통해 소진 관련 요인 들을 종합하는 여러 통계기법들이 사용되어진다면, 소진의 매개 및 중재 요인의 확인, 다양한 위험/보호요소를 추가한 연구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2008년에 이루어진 이자영 등의 연구에서는 경력과 소진과의 관련성에 대한 새로운 통계 분석법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연구결과들이 불일치했던 이유를 일부 설명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본고의 내용들은 대부분 MBI (Maslach Burnout Inventory)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연구들이 상당수를 이루고 있고, MBI의 경우 상담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척도가 아니므로 상담자 직무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여 상담자 소진의 특수성을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근 개발된 CBI(Counselor Burnout Inventory)의 경우에도 개발 역사가 짧을 뿐만아니라 아직까진 CBI를 이용한 연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본 개관이 상담자의 소진을 다루기에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이에 상담자가 속한 환경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장면에서 일하는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경험적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그에 따른 개관이 다시 한 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국내에서 상담자의 소진을 이해하는데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되어 앞으로 상담자 소진이 상담자뿐만 아니라 내담자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더불어 소진 예방 및 치유를 위한 다양한 상담자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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