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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Reconstructing History: Founding ‘America’ and Woman’s Role in Sedgwick’s The Linwoods 역사의 재구성―세즈윅의 『린우드가』에 나타난 ‘미국’ 건국과 여성의 역할*
  • 비영리 CC BY-NC
ABSTRACT
Reconstructing History: Founding ‘America’ and Woman’s Role in Sedgwick’s The Linwoods
KEYWORD
Catherine Maria Sedgwick , The Linwoods , the American Revolution , genealogy , the Nullification Crisis , nation-founding
  • I. 역사의 허구화/ 허구의 역사화

    미국이 정치적으로 독립한 1776년을 기점으로 문화적, 문학적, 정신적 독립에 대한 강렬한 요구가 팽배하였고 초기 미국 작가들은 저술을 통해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앤더슨(Benedict Anderson)이 주장하듯이, 균질적인 정체성에 근거한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6)로서의 국가를 확립하는 것은 초기 미국에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미국만의 문화 정체성을 환기하는 국민문학의 확립이야말로 자신들의 임무라고 간주하였던 것이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출발을 공식화하는 미국독립혁명(the American Revolution)은 미국적인 것을 대표하는 것으로 각광받는 소재였으며, 1850년까지 독립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100편 이상 출판되었다(Kammen 54). 이들 작품이 대부분 영국과의 정치적 단절을 옹호하는 애국적 경향을 띠고 있었다는 것은 문화적 독립에 대한 초기 미국의 강렬한 열망을 보여준다. 미국 독립혁명 전후 10여년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 세즈윅(Catharine Maria Sedgwick, 1789-1867)의 『린우드가: 혹은 미국, “그 후 60년”』(The Linwoods; or, “Sixty Years Since” in America 1835)1 또한 이러한 관심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즈윅의 5번째 소설인 『린우드가』는 작가가 이미 최고의 명성을 얻은 시기에 출판한 작품이며,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당대에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Karafilis xi). 사실 세즈윅은 첫 소설 『뉴잉글런드 이야기』(A New-England Tale 1822)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자국의 배경, 인물, 풍습, 역사 등 미국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국민문학을 확립한 작가로서, 당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어빙(Washington Irving), 쿠퍼(James Fenimore Cooper), 브라이언트(William Cullen Bryant)와 동등한 성과를 거둔 작가로 찬사를 받았다(Foster 23; Kelley, The Power of Her Sympathy 4). 특히 익명으로 출판된 그녀의 작품은 동시대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했고 미국적인 소재를 활용한 쿠퍼의 작품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미국적인 것의 핵심으로 역사를 소재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쿠퍼는 『최후의 모히칸족』(The Last of the Mohicans 1826)에서 미원주민(Native American) 문제를 다루었고, 이에 대해 화답이라도 하듯이 세즈윅은 그 다음 해에 『호우프 레즐리』(Hope Leslie 1827)에서 혼종결혼의 급진적인 결말을 제시하면서 미원주민 문제에 대해 고찰하였다. 쿠퍼는 『스파이』(The Spy 1821)에서 독립혁명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어, 이후 발표된 『린우드가』의 선례를 남겼다. 이와 같이 ‘미국적’인 것을 찾기 위해 가까운 역사를 탐색하는 것은 작가들의 공통적 관심사였다. “미국, “그 후 60년””이라는 부제는 세즈윅이 존경했던 스콧(Walter Scott)의 역사소설 『웨이벌리』(Waverley)의 부제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서, 작가는 자신이 역사소설의 장르를 시도함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국가 건국이 이 시대의 많은 작가들을 자극한 관심사임에는 틀림없지만, 각 작가가 ‘미국’이라는 국가의 형성에 대해 제시한 시각은 다양성을 보여준다. 전쟁이라는 형태로 극적으로 표면화되기까지 그 과정에 진행된 이질적인 담론들의 상충과 갈등, 그리고 타협과 화해의 복합적인 과정은 작가가 어떠한 시각으로 독립혁명의 의미를 읽어내는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린우드가』는 ‘미국’이라는 국가 탄생에 대한 세즈윅의 독특한 시각의 제시인 것이다. 그렇다면 세즈윅이 재구성한 역사 이야기, 미국 건국 이야기인 『린우드가』에서 중요하게 제시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쟁점은 무엇인가.

    『린우드가』는 독립혁명의 역사적 사실과 픽션으로 꾸며진 린우드 일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연대기가 혼합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우선 작품에는 역사 속의 실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George Washington)을 비롯하여, 독립군의 영웅인 퍼트남(Israel Putnam), 독립군 장군 웨인(Anthony Wayne), 당시 식민지의 통치자였던 클린턴(Henry Clinton) 등이 상상으로 창조된 다른 인물들과 직접 대화하고 교류하며 이야기의 전개에 꼭 필요한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은 이야기 전개에 중심적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이다(Foletta 64).2 『스파이』에서 쿠퍼가 독립전쟁의 중요 격전지인 렉싱턴(Lexinton), 벙커힐(Bunker Hill), 화이트 플레인즈(White Plains)에서 일어난 전투와 독립혁명 전후의 중요 사건을 광범위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세즈윅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묘사들은 생략되어 있다.

    이런 특징은 세즈윅이 독립혁명에 대해 충실하게 역사적인 재현을 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세즈윅이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의도를 암시해주는 단서를 제공해준다. 즉 세즈윅은 공식적인 역사가 기록한 큰 사건보다는 기록되지 않은 공식적인 역사의 배후에서 작동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던 것이다. 푸코(Michel Foucault)가 “계보학”(genealogy)의 시각으로 역사를 탐색하면 당위로서의 현재를 수정하고 역사를 재인식하게 되며, 또한 공적인 역사 속에서 소홀하게 취급되거나 삭제된 사건들에 주목하게 된다(87-88)고 제시한 바와 같이, 세즈윅은 ‘계보학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탐색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지식의 허구성을 전제하는 계보학적 시각으로 역사를 고찰하게 되면, 현재와 과거 모두에 일정한 비판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세즈윅의 역사적 관심은 국가 정체성의 확립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적’ 과거를 옹호하려는 요구에 부응한 산물이기도 하지만,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주창하며 팽창주의를 구가하던 잭슨 시대(the Jacksonian Period)를 살고 있던 작가의 현재와 무관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작품의 부제가 명시하듯이, 독립이 이루어진 후 60년의 시간이 흐른 현 단계에서의 과거 점검이 세즈윅의 관심사인 것이다. 특히 독립 이후의 불안정한 국가 정체성의 반향으로 일반 대중들도 역사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보였던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지 기억 속에 사장된 과거가 아니라 역사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하려는 세즈윅의 작업은 당대 지배 담론과의 적극적인 대화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이 출간되기 직전 시기에 미국 연방(Union)의 와해 위기를 야기하며 국가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무효화 위기(Nullification Crisis 1832-1833)는 정치에 긴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세즈윅에게는 즉각적인 관심을 유발한 사건이었다. 정부가 관세를 강화하자 경제적으로 높은 부담을 안게 된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주가 연방정부 탈퇴를 선언하면서 불거진 무효화 위기는 미국 연방체제의 와해 가능성을 시사한, 미국의 국가 정체성에 큰 파장을 미친 정치적 사건이었다. 『린우드가』는 연방의 분열 위기에 직면하여 세즈윅이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과거와 현재, 둘 다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대해 진단하기 위해 허구적 픽션을 통해 역사화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제들을 토대로 이 글은 『린우드가』를 세즈윅이 분열의 위기에 놓인 잭슨 시대의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전망을 시도하는 작품으로 읽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당대의 무효화 위기와 이로 인해 비롯된 분열과 통합의 양상을 살펴보겠다. 이어서 국가의 소우주로서의 가정 내의 관계망의 로맨스인 이 작품이, ‘미국’ 건국의 출발점인 독립혁명 시기의 역사적 순간으로 돌아가서 독립을 이루기 위해 이질적 담론들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의 이야기임을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결과 일구어낸 화해와 통합의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고찰하고자 한다.

    1텍스트로는 The Linwoods; or “Sixty Years Since” in America (Hanover: UP of New England, 2002)를 사용함. 이하 본문 인용은 페이지 수만 병기함 .  2가령, 당대 실존인물의 조명에 중점을 둔 비평의 드문 예로는, 라파이에뜨(Lafayette)를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의 긍정적 표상으로 작품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국가 기원에 대해 애국주의적인 발상을 넘어서는 세계적 지평을 추구했다고 분석한 굴드(Philip Gould)의 “Catharine Sedgwick’s Cosmopolitan Nation” 251-52면 참조.

    II. 분열과 통합의 정치학

    세즈윅은 다채로운 문학적 성과를 거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19세기에 활발하게 활동한 다른 여성소설가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 대부분 기간 동안 사장되었다가, 다양한 작가 군에 대한 정전 재편 과정이 이루어진 197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 비평들은 특히 세즈윅이 평생에 걸쳐 사회 개혁과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가정에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고 독신을 선택하고, 공적인 영역에 활발하게 참여한 작가임에 주목한다.3 특히 초기에는 5편의 소설 저작에 집중하였지만, 이후에 발표된 수많은 에세이와 교훈적인 스케치들은 감옥과 학교의 개혁, 노예폐지, 여성 재산권 옹호 등에 대한 그녀의 정치적, 사회적 관심사를 적극 피력하는 수단이 되었다.

    1835년 이 작품이 출판된 시기에 미국은 극단적인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공화주의의 가치와 이상은 가속화되는 자유주의적인 시장 논리와 충돌하여, 그 갈등 구조가 심화되었다. 특히 1832년부터 1833년까지의 무효화 위기는 연방정부의 당위성을 위협하고, 독립혁명의 영웅들이 이제 모두 사라지고 있는 당대 미국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가져온 사건으로 인식되었다. 『린우드가』의 배경으로 세즈윅이 독립혁명 시기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세즈윅에게 있어서 과거에 대한 관심은 지나간 과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당대 사회에 대한 관심과 밀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린우드가』는 공식적으로 기록된 독립혁명 전후의 역사를 픽션으로 재구성하여 작가 당대의 가장 큰 정치적 쟁점이 된 사건인 무효화 위기의 의미를 짚어 보고 있다.

    중앙의 연방 정부와 개별 주정부와의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독립 이후의 미국 정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사안이었다. 이후 남북전쟁에 이르기까지 주 권리(states’ rights) 문제는 모든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논의의 핵심이 되었다.4 주 권리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던 사건이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 재임 시기에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연방법에의 귀속을 거부하겠다고 주장한 무효화 위기이다. 애덤즈(John Quincy Adams) 대통령 재임 시에 법령화된 “혐오 관세법”(Tariff of Abominations)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1928년의 관세법이 관세를 강화하여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자 농산물 수출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남부와 뉴잉글랜드의 일부 주가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강화된 관세 조치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악화시킨다고 보았다. 잭슨의 대통령 당선으로 관세법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잭슨 정부가 관세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급진파를 중심으로 관세 무효를 주장하면서 주 권리를 옹호했던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잭슨 대통령과 보다 강하게 주권리를 옹호한 부통령 칼훈(John C. Calhoun) 사이의 의견 차이가 커지고 있었다. 무효화의 원칙을 주장하는 본격적인 문헌은 운동의 중심이 된 칼훈이 비밀리에 작성하여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명과 항의』(The South Carolina Exposition and Protest)로 발표한 글이다(Ellis 9-10). 1832년 7월 칼훈은 부통령직에서 사임하고, 잭슨 대통령은 1832년 관세율을 약간 완화시킨 관세법에 서명했다. 그러나 삭감된 관세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입장에서는 너무 적었고 11월의 주정부 회합에서 1828년과 1832년의 관세법은 위헌이며 1833년 2월 1일 이후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시행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강제 조치를 예상하고 군대를 준비했다. 그러나 2월 말에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만족할 만한 새로이 타협된 관세법이 의회에서 극적으로 통과되었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회합이 다시 모여 1833년 3월 11일에 무효화 법령을 폐지했다. 이렇게 위기는 종결되었지만 양 측 모두 승리를 주장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관세율은 축소되었지만, 한편 무효화로 표방된 주 권리 주장 측의 결의 또한 국가에 의해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무효화 위기의 해결을 계기로 잭슨은 북부와 남부 모두에게 영도력있는 대통령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일견 미온적인 해결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으며, 위기의 끝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했다(Ellis 198).

    연방 정부와 주 정부와의 대립은 미국 건국의 태생적 문제였기 때문에, 세즈윅이 『린우드가』에서 미국의 독립 혁명 시기를 반추하는 것은 무효화 위기에서 촉발된 현재의 정치적·사회적 위기에 대한 논평이 된다. 즉 독립의 성취가 선조들이 치열하게 싸운 결과임을 환기하고, 현재 분열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독립혁명을 현재의 국민에게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 고심한 것이다. 또한 현 세대에게 건국 세대의 이상에 부합하는 삶을 영위하고 지향하고 있는가, 또한 미국의 미래가 과연 결속과 조화를 일구어 낼 것인가 아니면 분열과 와해를 향해가고 있는가, 이와 같이 다각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세즈윅은 재구성된 미국 건국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립혁명 전후 시기의 미국의 궤적을 회고함으로써, 당대 미국의 이상적인 향방과 모델을 고민하고자 했던 것이다.

    3베임(Nina Baym), 켈리(Mary Kelley), 탐킨즈(Jane Tompkins)는 19세기 미국의 여성소설가들을 복원시킨 대표적인 비평가이다. 이들은 브라운(Herbert Ross Brown)같은 남성 비평가들에 의해 “센티멘털”(sentimental)하고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폄하되어 온 여성 소설가들의 성과를 문학사적으로 재평가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닉하게도 이들의 논의는 당대의 지배적인 담론인 가정이데올로기(domestic ideology)가 규정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며, 여성작가의 관심이 가정이라는 영역에 한정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 결과 “가정적”(domestic)이라는 수식어로 한계 지워진 여성 소설가를 제시한 것이다. 이들의 평가의 영향으로 세즈윅 또한 “가정 소설”(domestic novel)의 작가로 평가되어온 경향이 있다. 최근에야 세즈윅의 사회적·정치적 관심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몬바흐(Lucinda L. Damon-Bach)와 클레먼츠(Victoria Clements) 편집의 Catharine Maria Sedgwick: Critical Perspectives(Boston: Northeastern UP, 2003)는 신 경향을 반영하는 대표적 비평서이다.  4미국이 독립적인 주의 집합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중앙 집중화를 반대하고 주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쩌면 이해관계가 그렇게 상이한 주들이 합심하여 독립혁명을 이룬 것이 기적과 같은 사건이었고, 그렇게 독립을 이루었기에 중앙정부의 권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Ellis 1-2). 그러나 점차 중앙집권화된 연방정부의 힘이 확대되었다. 그렇다고 미국헌법은 주정부가 연방정부에 일방적으로 복종하도록 규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끊임없는 갈등과 알력을 내포한 문제였다. 1812년 미-영 전쟁이 끝나자 번영과 경제적 성장과 함께 애국주의가 온 국가를 휩쓸었다. 그러나 1819년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맞이하게 되자 정치적으로 주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III. 국가와 가정로맨스

    세즈윅은 『린우드가』에서 무효화 위기에 직면하여 미국이라는 국가 형성의 정치적 이념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보고, 이러한 현 미국의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이질적인 정치적 성향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갈등을 겪다가 결혼에 이르는 가정 로맨스를 구성한다. 흔히 초기 미국에서 가정은 국가의 소우주로서 인식되었기에, 가정을 다룬 이야기는 “가정의 건설은 국가의 건설”(Samuels 64)이라는 명제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된다. 세즈윅의 린우드 가문의 이야기도 국가의 분열, 갈등과 저항,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정치적인 알레고리로 작동한다. 독립혁명의 이야기가 곧 가족 간의 분열의 해결의 이야기로 대체되는 것이다. 작품의 화자는 영국인 친구들이 미국인들이 독립을 이룩했던 과거를 잊어버리고, 미국의 독립이 바로 자신들의 아버지, 아들, 형제들인 선조들이 치룬 전쟁의 산물임을 잊어버리는 것에 의아해한다(162)는 논평을 통해서, 독립의 의미를 가족 이야기를 통해 되새기려는 의도를 암시한다.

    이 때 세즈윅이 바라보는 독립혁명은 공식적인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된 것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쿠퍼가 그리는 독립혁명과는 대조적으로, 세즈윅은 독립혁명을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정치적 자율성을 획득한 장쾌한 승리의 사건으로 그리기 보다는, 가정의 이야기로 치환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유나 평등을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 인물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플롯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재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복합적인 사회 재편의 과정으로서 독립의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해, 작품은 여러 가닥의 이분법적 갈등—즉, 영국을 지지하는 보수 반동적인 토리(Tory)와 계급을 초월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급진적인 휘그(Whig), 남성과 여성, 뉴욕(New York)과 뉴잉글런드(New England), 귀족과 평민, 도시와 시골 등—의 대조적 양상이 서로 충돌하고 혼합되어 복잡하게 진행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즉 세즈윅은 영국을 옹호하는 보수적인 토리와 혁명을 지지하는 급진적인 휘그의 충돌을 명쾌한 이분법에 입각하여 적과 아군으로 나누어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성향이 다른 관계를 설정하고, 또한 여러 가족과 인물들이 다중적 갈등의 관계망을 맺도록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주로 뉴욕과 보스턴을 무대로 소설의 주요 이야기는 각 도시에 거주하는 왕당파인 린우드가와 독립혁명을 지지하는 휘그파인 리(Lee)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이제 10대로 등장한 어린 주인공들은 독립혁명 과정을 겪으면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부모의 귄위에 대한 반항과 도전은 독립혁명의 상징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린우드가의 아버지 린우드씨(Mr. Linwood)는 정통 토리 입장을, 그 아들 허버트(Herbert)는 휘그 입장을 지지하는 갈등 구조는 대표적인 예이다. 허버트는 따뜻한 애정과 고귀한 열망을 가진 젊은이이지만 열정에 비할 때 깊이가 부족하여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추구함에 있어서 다소 피상적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정치적 기질을 포용할 수 없다. 영국 귀족 출신의 재스퍼(Jasper Meredith)는 기회주의적이며 허영심이 많은 이기적인 청년이다. 특히 그는 사회적인 주목을 받아야만 하는 인물로서 사회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사람들을 조정하려 한다. 그는 현재의 자기만족만을 추구할 뿐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는 청년이다. 한편, 엘리엇 리(Eliot Lee)는 뉴잉글런드 농부의 아들로서 독립혁명의 대의를 지지하는 인물이며, 독립혁명의 전쟁터에서 “현세적인 쾌락을 희생하고 영광스런 미래를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있다는 것에 정직한 자부심”(131)을 느끼는 젊은이다. 허버트나 재스퍼와 대조적으로 제시되는 모범적인 인물로서 도덕적인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인위적인 것을 대표하는 재스퍼와 달리 엘리엇은 자연에 친화적인 인물로서 “천부적 귀족주의”(25)를 표상하는 인물이다. 한편 엘리엇은 똑같이 독립혁명을 지지하는 허버트가 “친구들에게 소중하면서도 골칫거리이고, 무모하고 성급한”(135) 젊은이인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허버트는 자신의 독립적인 기질을 엘리엇과 같은 성실함과 자기 절제로 균형잡을 필요가 있는 젊은이로 제시된다. 그가 성급하게 몰래 뉴욕에 잠입하지만 그로 인해 엘리엇뿐 아니라 워싱턴 장군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든 사건은 허버트의 혈기만 내세운 열정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남성인물들 만큼이나 여성인물들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우선 엘리엇의 여동생 베시(Bessie Lee)는 아름답지만 감정적으로 나약한 여성이다. 그녀는 “사랑스럽고, 온유하며, 부드럽고, 순수한”과 같은 단어로 묘사되어 당대의 여성성의 전형을 구현하는 이상적인 인물인 듯 그려진다.

    베시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을 지지하며 독립전쟁의 역사적 순간에도 여성의 역할은 가정 내에 국한됨을 수용한다.

    이와 같이 베시는 여성과 남성의 분리된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충실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그녀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과거에 집착하여 현재나 미래를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 기억이여! 기억이여!- 기억이여! 그대는 얼마나 깊은 고통의 심연인가! 태양이 뜨고 진다.—달은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별들도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 간다.—계절이 변화한다. 그러나 내게는 어떤 변화도 오지 않는다. 과거, 과거가 전부이다.—현재도 미래도 없다”(210)는 독백이 보여주듯이, 그녀는 과거에 얽매여 있다. 그녀는 결국 재스퍼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믿다가 배신을 당하자 정신이 나간다. 후에 재스퍼의 속내를 명확하게 알게 된 후에 그녀는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급격한 정신적 고통과 그 고통을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 베시는 결혼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돕는 여성으로 살아간다.5 베시의 변화는 미친 상태를 통해 비로소 순응성의 한계를 초월하는 순간을 보여준다(Daly 148).

    한편 허버트의 누이인 이사벨라(Isabella Linwood)는 베시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선 그녀가 “강건하고 키가 크며,” “아주 검은 머리”(7)를 가졌다는 묘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당대의 남성작가의 문학작품에 재현된 이분법적인 여성상 분류에 따른다면 쿠퍼의 코라 먼로(Cora Munroe)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헤스터 프린(Hester Prynne)에 상응하는, 반항적이며 지배 규범에 도전적인 여성상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세상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베시와는 대조적으로, 남성적인 영웅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결단력, 열정,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한다. 그녀는 과거에 집착하는 베시와는 달리 미래 지향적이다(119). 사실 작품의 상당 부분은 이사벨라가 토리 지지파에서 휘그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사벨라의 정치적인 성향의 변화는 애정의 대상의 변화와 병치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연인이었던 영국의 귀족인 재스퍼를 거부하고 독립혁명의 정신을 지지하는 촌부의 아들 엘리엇을 선택하게 된다. 그녀가 재스퍼를 거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가 베시를 냉혹하게 버린 것을 알게 되면서이지만, 재스퍼와의 결별은 곧 그녀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찾는 계기가 된다. 이사벨라의 변화는 다음 구절에서 잘 제시된다.

    이제 이사벨라는 삶의 주역으로서 스스로의 주체성을 완전히 획득한 모습이며, 이를 통해 자신을 비롯해서, 가정, 친구들, 국가, 세계, 역사의 주역으로서 당당한 모습이다. 국가가 독립을 획득했듯이 그녀도 독립을 획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벗어나야 한다는 대의를 지지하게 될 뿐 아니라, 전통적 젠더 규범, 가부장적 권위를 거부하게 되며, 여성과 함께 속박의 대표적 대상인 노예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노예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게 된다. 그녀가 결말에 엘리엇과 결혼하는 것은 인간을 묶어주는 유대를 공고히 하는 행동임을 인식한 결과이지 가정으로의 후퇴로 보기는 어렵다(Daly 152).6

    이렇게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정치적 성향과 기질을 가진 젊은이들은 전쟁이라는 현실에 의해 분화되고 또 다시 결합한다. “이 끔찍한 전쟁이 친구였던 사람들을 갈라 놓으면 안된다”(35-36)는 베시의 소망과 달리, 독립혁명을 지지하는가 여부에 따라 허버트, 엘리엇, 재스퍼는 인생의 향방을 바꾸게 되며, 이후 이들은 각자 다른 삶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독립전쟁이 인간 관계를 재편함으로써 얻는 결과는 “결합”(union), 즉 “연방”(Union)이라는 것은 다음 구절에서 명시된다.

    따라서 독립전쟁이 결과적으로는 미국이라는 통일된 국가 정체성의 촉매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가정 내의 관계망으로 이를 재조명하면, 갈등 구조의 해결은 다양한 “결합”(union), 즉 결혼에 의해 상징적으로 제시된다. 우선 이사벨라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순종적인 딸로서 재스퍼와 약혼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를 거치면서 결말에서는 독립을 옹호하는 태도로 변화되어 휘그파를 지지하는 엘리엇과 결혼하게 된다. 한편 독립군에 자원한 허버트는 베시를 사모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재스퍼의 사촌인 영국 귀족 출신의 앤(Ann Seton)을 휘그로 전향시켜 결혼에 성공한다. 이사벨라에게 거절당한 재스퍼는 교활한 기회주의자 헬렌(Helen Ruthven)의 올가미에 잡혀 결혼에 이른다. 헬렌과의 결혼은 바로 재스퍼 자신과 똑같이 허영심이 많고 무책임한 모사꾼과의 결혼에 다름 아니다. 결말에는 위에 제시된 세 쌍의 결혼이 이루어지는데, 정치적 성향이 달랐다가 변화하여 결혼에 이르는 이사벨라와 엘리엇, 허버트와 앤의 결혼의 결말은 독립혁명이 이루어낸 재편된 사회 관계가 결합(union)/연방(Union)을 지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 할 것은, 세즈윅이 분열된 린우드 가정의 결속을 이루어낸 결정적인 원동력을 적극적인 여성상 이사벨라 린우드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가 작품의 첫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인물이 바로 이사벨라이며, 그녀의 적극적이며 합리적인 성격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 묘사는 작품 전체에 공명하고 있어, 가장 작가의 애정이 담긴 인물로 묘사된다. 전기적인 사실을 고려한다면, 보수적인 연방주의자(Federalist)이며 정치인으로 오래 활동한 세즈윅의 아버지 씨오도르 세즈윅(Theodore Sedgwick)이 이끄는 가부장적 가정에서 자란 세즈윅이 느낀 갈등이 이사벨라에 투영되어 있다. 린우드씨는 권위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독립전쟁 중의 영국과 무효화 위기 중의 연방정부를 상징하고(VanDette 61-62), 이사벨라는 허버트와 더불어 그러한 권위에 도전하게 되는 진영으로 형상화 된다.

    세즈윅은 이 작품에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중요 화두로 제시하며,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품의 화자를 통해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화자는 여성이 “일상적인 길을 벗어나서 모험하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정치적인 문제가 여성의 영역을 벗어난다고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나아가 문제의 해결 방안도 제시하는 셈이다. 즉 여성의 일이라고 간주되는 “의상, 잡담, 가벼운 독서”에 시간을 소비하는 대신, 그 시간과 관심의 일부라도 국가의 헌법과 정치 제도로 돌린다면 여성이 정치로부터 배제될 당위성은 없다고 제시하며, 여성들의 의식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즈윅의 대안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해보아야 겠지만, 적어도 여성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의식에서 출발하여, 세즈윅은 여성이 독립혁명을 이루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사벨라를 통해서 탐색한다. 실제로 오빠 허버트를 위해 클린턴에게 직접 호소하고,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흑인 하녀 로즈(Rose)와 공모하여 오빠를 탈출 시키고, 나아가 아버지와 오빠의 정치적 견해를 중재하는 이사벨라는 위에 제시된 가정(假定), “만일 우리 젊은 숙녀들이 옷, 잡담, 가벼운 독서에 소비하는 시간과 관심의 일부라도 그들의 국가의 헌법과 국가 제도를 이해하는데 쏟는다면”이라는 가정을 직접 체현하는 인물이다. 사실 이사벨라는 클린턴과의 대면에서 남성이라면 미국인으로서 미국 독립혁명의 정당성을 인식했을 것을 깨닫고는 “내가 남자였더라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어야 할 것”(127)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또한 “유럽의 기준으로 미국 사회를 측정하고 . . . 왕성한 젊은이가 전수된 수갑과 족쇄에 의해 제어되고 방해받게끔 내버려둔 우행”(129)을 인식하게 되는 각성에 이른다. 이사벨라는 여성에게 공적인 활동을 제한하고 가정 내에서 “공화주의적 어머니”(Republican Mother)와 “공화주의적 아내”(Republican Wife)로서 미래의 시민을 교육하고 길러내는 제한적인 역할을 부여한 공화주의적 여성성 (Republican womanhood)의 언명(Kerber 228; Lewis 689)을 벗어난 인물인 것이다. 화자는 가상의 상황에 대한 답변에서 거친 물살을 가로질러 “고귀한 목적”을 성취하려 감행하는 편이 “얕은 시냇물에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항해하는 것 보다 낫다”는 비유를 통해 작품 속의 이사벨라의 행동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 따라서 세즈윅은 우선 이사벨라를 통해서 독립의 성취의 배후에는 미시적 관계망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중차대했음을 극화하고 있다. 나아가 여성이 독립선언문이 보장한 자유와 독립을 보장받지 못한 모순적 현실이 근본적으로 당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 하에, 이런 상황이 미래에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의문을 던지며 당대 민주주의의 향방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즈윅이 이사벨라와 로즈의 역할을 중요하게 부각시킨다는 점은 자신이 살았던 잭슨 시대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긍정성의 증거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세즈윅의 역사와 국가에 대한 관심은 가족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관계망을 통해 상징적으로 재현되고 있으며, 가정의 안정은 곧 국가의 튼튼한 기반의 토대라는 당대 이데올로기에 따라, 이 작품의 틀인 가정 로맨스는 쉽게 정치적인 알레고리로 연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작품의 결말에 제시된 다양한 결혼은 이질적인 담론이 화해에 이르러 독립이 성취되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특히 처음에는 토리 입장이던 이사벨라가 혁명의 주축인 엘리엇 리와 결혼하는 결말은 독립의 의미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관계로 설정되었다. 엘리엇은 평범한 사람을 강조하는 잭슨시대의 민주주의를 체현하는 인물로서, 부나 출신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merit)가 중요함을 예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사벨라와 엘리엇의 결혼은 두 사람의 “목적, 목표, 희망, 기쁨과 슬픔을 혼합해주는”(360) 결합으로서 분열된 국가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된 국가 정체성을 지킬 수 있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밖에 이루어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의 인물들의 결혼 또는 결혼에 이르지 못함을 통해 세즈윅은 독립혁명을 구성한 민주주의적 토대를 점검함과 동시에, 분열의 위기에 처한 당대의 연방 국가의 존립에 대해서도 일정한 메시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가령 허버트의 결혼으로 태어난 손자에 대해 린우드씨가 “엄마의 젖과 함께 독립과 공화주의를 빨아들이게”(355) 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에서 이제 그가 왕당파 이념을 포기하고 미국 독립의 의미를 적극 수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독자들”에게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애국자-조상들에 대한 감사를 깊게 하기 위한”(5) 목적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작품의 결말은 선조가 이룬 독립혁명의 결과인 미공화국의 정신을 다시금 환기하고 현재 처한 국가 분열의 가능성을 경고하며, 건국의 이념을 제대로 정의하고 이를 온당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결국 『린우드가』는 독립을 쟁취하고자한 선조에 대한 헌정사로 귀결되는 듯 하다.

    IV. 세즈윅의 정치적 전망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린우드가』는 독립혁명의 재구성을 통해 당면한 국가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안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결말을 통해서 도출할 수 있는 세즈윅의 전망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 이러한 결말을 통해 세즈윅은 독립혁명의 당위성을 이상화하고 과거의 유산을 잘 지켜서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인가. 현재는 과거의 연속성에 놓여있는 것이며 이를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긍정성을 담보한다고 보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긍정한다면 세즈윅이 다분히 당대의 지배 담론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베임은 역사서가 훌륭한 공화국의 시민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Baym, American Women Writers 18)고 주장하며 여성 작가들의 역사소설들 또한 보수적인 전망으로 당대 담론을 공고하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Baym, American Women Writers 156-60). 주로 『호우프 레슬리』와 차일드(Lydia Maria Child)의 『호보목』(Hobomok 1824)을 근거로 한 이러한 주장은 『린우드가』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7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을 가하며 굴드(Philip Gould)는 정치적인 개정주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Gould, “Refashioning the Republic” 94). 사실상 세즈윅이 역사를 사용한 것은 문화적인 대면의 장으로서 현재의 담론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위이다. 특히 독립혁명 후(Post-Revolutionary) 시기는 미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던 시기였으며, 역사에 대한 관심은 전통적이든 개정주의적이든 그러한 노력에 유익했다. 즉 역사의 재구성을 통한 과거 점검은 현재에 대해 알려주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었다.

    세즈윅이 ‘계보학자’로서 과거 재구성을 한다는 앞서의 논의를 따라 보자면, 세즈윅의 결말이 모호함이 전혀 없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봉사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우선 잭슨 시대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그녀의 입장이 급진적이며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줌을 작품의 내용과 결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한 근거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사벨라의 존재이다. 공적인 역사에서 초기 공화국의 여성들이 가정에 충실한 “공화주의 어머니”와 “공화주의 아내”라는 한정된 역할을 부여받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사벨라는 “연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데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세즈윅의 입장이 국가 분열을 막고 존립하자는 보수적인 성향만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보다 급진적 전망을 드러낸다는 또 다른 단서는 흑인 노예인 로즈가 허버트의 탈출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작품의 도입부에서 작품 전체와 무관한 것 같은데도 노예 반란을 통해 150명이나 희생된 것을 “충격적인 일”(9)이라고 지적하는 점은 세즈윅이 흑인들의 곤경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음을 보여준다. 동시대 작가인 차일드와 종종 대비되어 세즈윅은 노예제도에 무관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세즈윅 가정에서 26년간 충직하게 일했던 흑인 노예인 멈벳(Mumbet)으로 불리던 프리먼(Elizabeth Freeman)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했고, 그녀가 법적 자유를 획득할 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은 세즈윅이 노예폐지를 간접적으로 후원했다는 증거이다(Kelley, The Power of Her Sympathy 15-17).

    더구나, 비록 미완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노예제도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는 작품을 쓰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1835년 『린우드가』를 발표한 후에 세즈윅은 1857년 마지막 소설인 『결혼 또는 독신?』(Married or Single?)을 쓰기까지 소설 저작을 중단하였다. 대신, 대중에게 바람직한 행동규범을 제시하는 교훈담 형식의 작품 몇 편을 출판하였다. 『가정: 기독교적 진리를 예시하는 장면과 인물』(Home: Scenes and Character Illustrating Christian Truth 1835)의 출판에 이어서, 『가난한 부자와 부유한 빈자』(The Poor Rich Man, and The Rich Poor Man 1836), 『서로 공존하기』(Live and Let Live 1837), 『수단과 목적』(Means and Ends 1939)은 대중적 소통을 목적으로 출판된 만큼, 실제로 세즈윅의 당대 독자에게는 가장 널리 읽혔고, 20판본이상으로 1900년까지 계속 출판되었다(Lucinda L. Damon-Bach and Victoria Clements, “Introduction” xxv). 이들 작품의 출간 이후 세즈윅은 각종 중요 잡지에 사회적으로 논쟁을 야기한 문제를 다룬 수백편의 단편소설과 스케치를 발표하며 더욱 활발하게 공적으로 활동했고(Lucinda L. Damon-Bach and Victoria Clements, “Introduction” xxvi), 여성 감옥 연합(Women’s Prison Association)에 자원하여 20 여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출판되지 못한 세즈윅의 초고 내용 중에 1830년대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예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포기했다”(Weierman 122 재인용)는 구절이 있다. 이 초고를 세즈윅이 완성시키지 못한 것은 국가의 결속을 온건하게 주장하고자하는 세즈윅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결말을 그렇게 맺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Weierman 133). 그렇다면 세즈윅이 공식적으로 노예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고 작품에서도 노예폐지에 대한 양가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던 것은, 미연방을 지키자는 보수주의에 경도된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만큼 세즈윅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연방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예 폐지론을 둘러싼 논쟁으로 공화국이 위협받는다고 느꼈을 때, 독립혁명의 정신을 계승하여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는 절충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세즈윅이 여성과 흑인의 주체성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에 근거한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피력하고 있으면서도, 무효화 위기로 혼란스러운 사회적 상황을 결혼이라는 상징적인 화해와 결합으로 귀결시킨 『린우드가』의 결말은 연방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과 그 안에서 여성과 흑인과 같은 타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5다소 의외인 베시의 선택은 사실 세즈윅 자신이 독신을 선택하여 공적인 삶을 영위 했던 자전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여성의 독립적인 삶의 중요성에 대한 세즈윅의 입장이 반영된 결말이라 할 것이다. 세즈윅의 독신과 자율적인 삶의 가능성 탐색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로는 폴레타(Marxhall Foletta)의 글 참조.  6유사하게 세즈윅의 페미니즘적 성향을 지적한 비평의 예로는 레이놀즈(David S. Reynolds) 348-50. 그는 세즈윅이 온건한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한다.  7국가 연합의 보존을 주장하는 보수적 결말이라고 보는 예는 캐러필리스(Maria Karafilis) xxx면 참조. 한편 중도적인 입장의 예로 밴데트(Emily VanDette)는 공화주의적 연합을 긍정하면서도 다양한 정치적인 입장을 인정하고 자유주의적인 통치의 긍정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본다(61면). 필자는 밴데트의 입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며, 작가의 후기 경력에서는 잭슨 민주주의의 향방에 긍정하는 면이 두드러진다고 본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에는 다분히 보수적인 연방주의의 입장에 경도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벨라나 로즈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세즈윅이 보수적으로 현 상황의 보존을 지향한 것은 아니라는 예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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