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memoire collective et l’ecriture alternative

집단적 기억과 대안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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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Historienne, romancière, cinéaste, Assia Djebar occupe une place importante dans la littérature maghrébine francophone. Elle a élaboré plusieurs ouvrages y compris Quatuor algérien(L’Amour, la fantasia, Ombre sultane, Vaste est la prison et Loin de Médine). Ces quatre oeuvres ont en commun des thèmes que l’on retrouve dans les quatre livres de manière plus ou moins développée : l’écriture, l’histoire, les femmes, les voix des femmes anonymes, les traditions orales, particulièrement la mémoire individuelle et collective dans la socio-culture arabo-berbéro-musulmane. Dans presque toute son oeuvre, romanesque et cinématographique, Djebar se sert de ses propres expériences autobiographiques pour illustrer son propre parcours et celui de ses soeurs qui n’ont pas eu le luxe d’accéder au domaine de l’écriture. Alors son autobiographie pour elles est collective. Ainsi s’agit-il de la mémoire collective dans la plupart de l’écriture d’Assia Djebar. On utilise le concept de ‘la mémoire collective’ de Maurice Halbwachs dans La mémoire collective pour étudier l’écriture d’Djebar. On tente de recherher les relations entre la mémoire collective et son écriture sous trois point de vues : autobiographie collective, mélange de fiction et d’histoire, voix et langues multiples Enfin, son écriture par la mémoire collective tâtonnera une possibilité de la nouvelle vie des femmes arabo-musulmanes.


  • KEYWORD

    Assia Djebar , memoire collective , ecriture , histoire , voix

  • 1. 서론

    프랑스어권 마그레브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제바르(Assia Djebar, 1936∼)의 작품은 아랍 베르베르 무슬림 문화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고 있다. 특히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그녀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역사가이자 소설가이며 영화감독인 제바르는 이른바 ‘알제리 사중주Quatuor algérien’1)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자신의 작품들에서 알제리의 식민과 독립전쟁의 역사, 이슬람 전통 속의 여성의 위치, 구술전통의 언어와 글쓰기의 언어의 교차와 위반, 이슬람 남성의 가부장적 시선에 대한 도전, 그리고 지식인 여성으로서 동시대 여성들의 침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등, 현대 알제리 여성작가로서 가지는 문제의식을 드러내어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그녀는 글쓰기의 방법론에 있어서도 뛰어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그녀의 글에서 자서전적 목소리는 허구와 섞이면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일인칭과 삼인칭은 물론 이인칭의 목소리까지 들리게 하며,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도 모국어인 베르베르어의 이야기 만들기에 최대한 가까워 지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제바르 글의 주된 내용은 기억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바르는 알제리의 역사와 구술전통의 전설과 이슬람의 설화를 가로지르며, 다수의 기억과 다양한 목소리를 자신의 글쓰기에 반영한다. 우리는 제바르의 다수적 기억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모리스 알브박스Maurice Halbwachs의 ‘집단적 기억la mémoire collective’을 끌어온다. 알브박스는 집단적 기억이란 용어로써 흔히 생각하듯 개인적 기억과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기억과 대립시킨다. 전통적으로 집단적 기억은 개인적 기억과 대립되었다. 개인적 기억이 개인 자신의 경험에 의한 내부적 기억이라면, 집단적 기억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기억되는 외부적 기억으로 간주되었다. 예컨대 개인이 직접 보지 못한 지난 세대의 국민적 영웅의 기억과 같은 것이 집단적 기억이다. 그러나 알브박스는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기억은 사실상 그렇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개인적 기억은 이미 집단적 기억이 스며있는 것이다. 개인이 기억하는 것이 주로 타인이나 사회적인 맥락이기 때문에, 순수한 개인적 기억이란 없다. 따라서 차이는 집단적 기억과 개인적 기억 사이에 있다기보다, 집단적 기억과 역사적 기억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차이는 다음과 같다. ① 역사적 기억이 지나간 과거의 회상과 재현이라면 집단적 기억은 살아 있는 기억이다. 집단적 기억은 연속적인 사고의 흐름으로서,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는 집단의 의식 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것만을, 또 살 수 있는 것만을 과거로부터 보존한다. ② 역사가 단일하고 유일한 반면, 집단적 기억은 기억하는 집단과 기억만큼 다양하고 다수적이다. 집단적 기억은 과거의 사건들과 그들에 대한 개인의 기억들에 대해 유연하다. ③ 역사가와 역사적 기억이 집단 외부에서 기억을 거리를 두고 객관화시키는 반면, 집단적 기억은 구성원 내부에 기억의 행위자가 있다. 따라서 집단적 기억은 구성원의 주체성을 내부로부터 구성한다.2)

    이러한 알브박스의 기억의 이론에 비추어보면, 제바르의 글쓰기가 집단적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와 기억에 대한 작품들에서 제바르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 역시 제국주의적이고 남성적인 단일한 역사가 아니라 알제리 여성들의 다수적인 이야기와 목소리이다. 제바르는 집단적 기억을 통해 새로운 글쓰기로 나아간다. 식민지와 탈식민지, 아랍무슬림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또는 살아가는 여성 작가는 외부와 전통과 맞서 투쟁해야하고, 그런 수단이 되는 글쓰기는 전통적 글쓰기를 재검토하는 대안적 글쓰기로 나타난다. 이러한 글쓰기와 관련하여 집단적 기억의 측면을 살펴보면, 집단적 기억은 개인적 기억 보다는 역사적 기억과의 대립 속에서 고찰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 기억을 집단적 기억과 대비시키지 않는 것은 사실상 역사나 사회 속의 개인이 갖는 기억은 집단적 기억과 상호적인 연관관계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집단적 기억과 역사적 기억의 관계는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될 것이다. 첫 번째로는 역사적 기억이 흘러간 기억을 반영한다면, 집단적 기억은 현재에도 우리의 삶과 함께 살아있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집단적 기억은 과거의 흘러간 사건으로 기록된 하나의 사료로서 고착된 것이 아니라 민중의 삶과 함께 생존하고 생성하는 사건으로 다루게 된다. 둘째로는 역사적 기억이 단일하다면 집단적 기억은 다원적이고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기억은 일반적으로 역사라는 하나의 틀 속에 고착된다. 반면에 집단적 기억은 역사에서 배제된 또는 누락된 다양한 민중의 목소리가 포함한다. 셋째로 기억하는 존재 자체가 역사적 기억에서는 배제되어 있는 반면, 집단적 기억에서는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집단적 기억과 제바르의 글쓰기와 관련하여서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제바르는 자전적 이야기를 글쓰기에 도입한다. 제바르의 글쓰기에 도입된 자서전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집단적인 기억을 내포한다. 또한 이러한 글쓰기는 내러티브의 선조성을 파괴하는 파편화된 자서전(개인의 기억을 내러티브로 채택하면서도 일관된 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파편적으로 사용하는 글쓰기)과 허구로 혼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어서 제바르의 글쓰기에서는 역사 속에 배제된 인물들, 주변화된 존재,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는 역사Histoire에서 배제된 여성 이야기꾼들rawiyates3)이다. 제바르가 말하는 여성 이야기꾼들은 전통유산의 전달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집단적 기억의 유지에 참여한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집단적 기억의 다양한 이야기들histoires을 듣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바르의 글쓰기는 구술 언어의 전통을 복원한다. 동시에 글쓰기는 구술 언어를 기록écrit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는데 참여한다. 그러한 역사는 다양한 목소리와 집단적 기억을 포함하고, 구술언어oral와 문어écrit의 혼합으로 나타난다.

    1)L’Amour, la fantasia(1985), Ombre Sultane(1987), Loin de Médine(1991), Vaste est la Prison(1995).  2)Cf. M. Halbwachs, La memoire collective, Paris, Albin Michel, 1997, pp.51-142.  3)아랍어 rawiyates는 구어 전통을 전달하는 힘을 가진 여성들을 의미한다. 정확히 rawiya는 rawi의 여성형으로 예언자의 생애와 그 동료들의 생애를 전달하는 자이다. 동사 rawa는 한 사람이나 청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2. 본론

       2.1. 집단적 자서전

    전통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은 말하지 말도록 침묵을 강요받는다. 이슬람 문화는 개인적인 폭로를 금지한다. 제바르는 이러한 전통적인 금기에 맞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알제리 사중주의 첫 작품인 『사랑, 팡타지아L’amour, la fantasia』4)를 출판하면서 그녀는 “나의 초기의 책들에서 나는 몸을 숨긴 채 나아갔다. 사중주에서는 나 자신을 드러낸다”5)라고 선언한다. 식민지 또는 탈식민지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말과 전복적인 담론은 지배적인 가부장적 담론이 거부했거나 두려워했던 영역을 조명한다. 아랍 무슬림 문화에서 여성의 정체성과 위치가 가장 문제가 된다.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의 글쓰는 행위 그 자체는 사회 체제와 전통에 대한 위반을 의미한다. 이런 행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는 세계에 접근하고 언어를 조작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 권력을 갖는 것이다. 제바르의 작품은 여성과 글쓰기의 관계를 제기한다. 아랍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의 글쓰기는 사회, 특히 남성들에 대항하는 것이다. 제바르는 이런 위험성을 『사랑, 팡타지아』에서 예고한다.

    글을 배우기 위해 첫 등교를 하는 여자아이가 처한 상황은 무슬림 사회의 여성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들이 거주하는 ‘창문이 없는 집들’은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폐쇄된, 따라서 ‘눈먼aveugles’ 삶을 강요하는 공간이다. 눈먼 상태로 살아야할 아이(여자)가 글을 배우기 위해 ‘집을 나서는sort’ 것은 커다란 사건이다. 제바르가 굳이 이 표현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들의 삶에서 ‘집을 나서는’, 다시 말해 외출이라는 의미가 갖는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여성의 전통적 삶의 양식에 익숙한 이웃들이 글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보내는 여자아이의 아버지와 형제에 대해 적대적인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장차 박식한 여자가 글을 쓰는 일은 불행을 초래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들을 드러내고 외부와 소통하고 지식과 기호(문자)를 전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제바르가 ‘편지《la》 lettre’라 했을 때, 이것은 편지와 동시에 문자를 의미하면서 ‘여성la’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알파벳을 배우는 여성의 상황은 제바르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제바르는 자신의 소설이나 영화 거의 대부분에서 글쓰기의 영역에 접근할 수 없었던 자매들과 작가의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전기적 경험을 활용한다. 『사랑, 팡타지아』는 작가의 경험으로 시작된다.

    작가의 전기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쓰기는 자서전이다. 자서전은 자신을 드러내주는 글쓰기의 한 양식이다. 여성의 자기폭로가 금기시되는 문화에서 여성작가의 자서전은 사회체제와 전통문화에 대한 위반을 의미한다. 제바르는 무슬림 사회의 가부장적 전통과 문화에 대한 저항의 전략(위반과 전달)의 하나로 자서전의 형태를 빌린다. 그러나 제바르의 글쓰기 고민은 개인적 이야기를 반영하는 자서전과 작가로서 허구의 미학을 세공한 소설 사이의 망설임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개인의 기억뿐만 아니라 집단의 기억의 문제와 관련된다. ‘알제리 사중주’의 세 번째 부분인 『감옥은 넓다Vaste est la prison』(1995)는 이러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 소설에서는 자서전과 허구적 서사의 결합을 통해 여성의 힘의 탄생을 추구한다. 이러한 힘은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기억의 힘을 빌리는 것을 통해서만 획득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 확보와 문맹의 여성들의 대변인의 역할을 하려는 무슬림 사회의 여성 작가는 전통적 범주를 넘어서야 한다. 제바르는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려 한다. 그것은 자유이다. 제바르는 알제리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알제리 역사를 재검토하고 재기술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을 연결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다른 여성들을 위한 글쓰기에 몰두한다. 자유를 위해 지배적인 가부장적인 담론이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형식이나 주체로써 여성 자신에 의해 쓰인 새로운 유형의 전복적인 글쓰기 양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 결과 제바르의 글쓰기는 자서전과 식민지 이후의 상황의 관계에 관한 검토로 나타난다. 『사랑, 팡타지아』에서 제바르는 자서전적 파편들을 식민의 역사, 구술 서사, 서정적 시 등 다른 서사들 속에 끼워넣음으로써 다음적(多音的) 담론을 이용하여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자서전적 담론을 알제리 여성의 공동체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집단적 목소리를 포용한다. 자서전은 제바르가 식민의 경험으로 인해 파편화된 자아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모성적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는 방법이 된다. 동시에 그녀의 글은 알제리 여성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가려진 존재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방편이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서전은 개인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는 서사로 재구성한 것을 말한다. ‘나’가 주인공인 자서전은 사후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므로 ‘자각’이나 ‘타락’이나 ‘구원’과 같은 목적론적인 글이 되기 쉽다. 작가는 자서전적인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자신을 드러낼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서전은 총체성과 일관성이 주요한 내적 원리가 되는 글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제바르의 자서전적 글쓰기는 파편적이고 틈새적이다. 제바르는 허구적 이야기의 틈새에 자신의 이야기를 끼워 넣음으로써 서사의 일관성을 방해하고 선형성을 깨트린다. 그녀의 자서전적 글쓰기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무너트림과 동시에 기억의 파편성을 드러내 보인다. 기억은 총체적이거나 일관적이지 않다. 제바르는 자신의 목소리를 역사와 설화와 구술전통 속에 파편적으로 끼워 넣음으로써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기억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자서전적인 나와 집단적인 나의 결합이 이뤄지는 장면은 『사랑, 팡타지아』의 한 대목에서 발견된다.

    묻혀진 역사의 발굴을 통해 개인은 그 역사의 시간 속에 다시 태어나는 집단적인 자아가 된다. 따라서 제바르의 자서전적 글쓰기는 집단적 자서전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글쓰기는 무슨 의미를 갖는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이지만, 아랍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이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위반이 된다. 그런 위반은 남성의 전유물의 세계에 접근하고 기호의 조작 대상이 아니라 기호를 조작하는 권력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가부장적 사회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글쓰기는 다른 세계와 다른 삶의 발견이고 저항의 무기이며 전통의 맹목적 권위에 대한 거부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유에 대한 투쟁이다.

    이러한 제바르의 전통적인 범주를 벗어난 글쓰기 양식은 마그레브 문학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 제바르의 글쓰기는 정체성 탐구와 미학적인 영역의 혁신을 통해 이데올로기와 문학의 기존양식을 재검토한다. 그것은 역사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2.2. 역사Histoire와 이야기들histoires 사이

    역사란 다양한 사실들, 사건들을 연결하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이야기 또는 서사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오직 하나뿐인 이야기이다. 복수의 이야기들과 구별되는 단수로서의 역사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험이나 기억들을 단일한 형태로 통합하고 통일하며 만들어진다. 따라서 역사는 그러한 단일성, 통일성에 포함할 수 없는 것들은 지우거나 배제하며 쓰이거나, 혹은 하나의 역사 속에 포함할 수 있는 형태로 해석하거나 변형시킨다. 그 하나의 역사가 알브박스가 말하는 역사적 기억의 특징이다. 이러한 역사의 개념은 제국주의적이고 서구적인 관점으로, 특히 페미니즘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타자를 배제한 남성의 이야기인 역사에 대항하여 페미니스트들은 여자의 이야기(herstory)를 주장한다. 단일한 역사에 대항하여 복수적인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은 바로 역사적 기억에 대항하여 집단적 기억을 내세움에 다름 아니다.

    제바르는 역사의 페이지 속에 그 동안 배제되었던 여성들을 다시 끼워 넣는 작업을 한다. 알제리 사중주의 첫 번째 부분인 『사랑, 팡타지아』는 이러한 작업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프랑스가 알제리를 점령했던 식민지 시기와 이후 알제리가 독립투쟁을 하던 시기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작품의 1부와 2부의 제목, ‘도시의 점령 혹은 사랑이 써지다La prise de la ville ou L’amour s’écrit’(1부)와 ‘팡타지아의 외침 Les cris de la fantasia’(2부)은 프랑스 점령기와 알제리 독립전쟁기의 공식적인 역사를 주로 다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12) 1부의 1장은 프랑스 군함이 알제리의 항구를 침공하는 ‘1830년 6월 13일의 새벽’13)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지는 각장에서는 “스타우엘리 전투가 6월 19일 토요일에 전개되고”(2장)14) “1830년 7월 4일 새벽 2시에 포르 랑뻬레르의 폭발”(3장)15)이 일어나며, 마침내 알제의 “도시가 점령되었다기보다는 개방된”(4장)16) 역사의 과정이 기술된다. 2부에서도 알제리 독립투쟁의 과정이 유사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3부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배제된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부분에서는 ‘매장된 목소리Les voix ensevelies’라는 제목처럼 프랑스 점령기와 알제리 독립투쟁기를 체험했던, 하지만 역사에서 파묻힌 채로 남아있던 문맹이나 무명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된다. 특히 그들 가운데 여성들의 목소리는 작가에 의해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편입된다. 3부는 이런 여성들의 ‘목소리’들과 역사의 페이지 속에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익명의 ‘뒤얽힌 몸들corps enlacés’로 채워져 있다.17) ‘늙고 쇠약해진 건강으로 움직일 수 없는’ 여인 셰리파의 목소리는 장차 그들의 ‘동료들과 공모자들을 밝혀주는 말의 횃불’18)이 될 것이다.

    평범한 늙은 여인 셰리파의 목소리는 망각의 우물 속에서 과거를 길어 올린다. 그것은 공식적인 역사 속에서 배제되었던 구체적인 삶의 풍경과 이야기들을 부활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기억을 탐색하고 역사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보다 구체적인 예를 보여주는 작품은 『무덤 없는 여인La femme sans sépulture』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의 유년시절의 고향인 세자레-셰르셸Césarée-Cherchell에서 알제리 독립전쟁에 실제로 참여했던 여주인공 줄리카Zoulikha(1916-1957)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망각 속에 남아있던 줄리카의 이야기는 두 딸(미나Mina와 하니아 Hania)의 기억을 통해 부활한다. 1916년 마랭고에서 태어난 줄리카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문 경우로 1956년 지하독립투쟁단체에 들어간다. 그런데, 1957년 봄 그녀는 실종된다. 고문을 받고 숲 속에 매장되었거나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헬리콥터에서 던져졌다는 추측이 있지만, 그녀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제바르는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실종된 여주인공 줄리카가 전쟁에서 했던 역할과 이야기들, 그리고 그녀에 관한 다양한 기억들을 기록 속에 편입시킨다. ‘무덤 없는 여인’ 줄리카는 제바르의 글쓰기를 통해 역사의 망각 속에서 부활한다. 따라서 제바르의 글쓰기는 기억과 역사의 ‘발굴 작업travail d’exhumation’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바르의 작업은 ‘집단적 기억의 구멍béances de la mémoire collective’21)을 메우는 일이다. 또한 제바르는 이러한 작업들 중의 하나로 프랑스의 알제리 정복 이야기를 다시 쓰기 위하여 프랑스 식민 사료를 탐 색한다. 『사랑, 팡타지아』에서 제바르는 알제리 전쟁에 관한 여성들의 구 술 이야기와 프랑스 사료에서 가져온 알제리 정복의 역사 기록을 병치시킨다. 그리하여 그 동안 잊혀지고 간과되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 투쟁에 기여했던 시골의 여성들은 제바르의 글을 통해 알제리 전쟁의 능동적인 참가자로 부상한다. 동시에 프랑스 식민자들의 고문서를 통해 왜곡된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역사의 다시 쓰기는 일종의 팔렝프세스트가 된다.

    제바르의 역사 다시 쓰기는 왜곡된 공식적인 역사자료에 발굴된 진실을 새롭게 덮어쓰는 팔랭프세트가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전히 기록과 기억의 구멍이 존재한다. 집단적 기억의 문제와 연결된 제바르의 글쓰기는 역사적 유산의 재검토에서 허구와 역사 사이의 경계의 파괴로 나아간다. 『무덤 없는 여인』에서 제바르는 이 소설이 실존했던 인물 줄리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허구와 다큐멘터리’23)의 결합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고 있다.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바르의 글쓰기는 특히 ‘타바리 Tabari, 이븐 사드Ibn Saad, 이븐 히샴Ibn Hisham 같은 고대 이슬람 연대기 작가들의 지배적인 역사담론’25)에 저항하는 새로운 글쓰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프랑스 식민지와 이슬람 가부장적 사회에서 왜곡되고 배제된 여성들의 집단적 기억을 되살리려는 제바르의 글쓰기는 전통적인 글쓰기를 전복하는 새로운 대안적 글쓰기로 나아간다. 역사편찬과 허구의 담론을 동시에 활용하는 제바르의 글쓰기는 일종의 ‘역사적 메타픽션 métafiction historique’26)이라 부를 수 있다. 허구와 역사를 구별하지 않는 메타픽션의 형태를 취하는 대부분의 제바르 작품은 전통에 대한 위반(프랑스 식민자와 이슬람 가부장제)과 동시에 전달(역사에서 망각된 여성들)의 결과물이다.

       2.3. 언어의 혼종지대

    제바르의 작품은 다양한 언어들이 혼종하고 교차하는 지대를 보여준다. 우선 알제리의 식민경험으로 인한 언어의 혼종성이 있다. 즉, 제국의 언어인 프랑스어가 있고, 종교어인 아랍어가 있고 모국어인 베르베르어가 있다. 이를 두고 제바르는 아랍의 여성의 입장에서 네 가지의 언어가 있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동시에 사적인 언어인 프랑스어, 신을 향한 아랍어, 이교도의 우상을 향한 베르베르어, 그리고 몸의 언어이다. 제바르에게 언어는 식민주의자와 피식민인이 연루된 역사와 문화 속에서 그녀의 정체성이 구성되는 교차로이다. 그녀에게 프랑스는 우선 식민주의의 남성적 언어로 나타난다. 그러나 프랑스어로 아랍의 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쓰기에서 프랑스어는 부권적이고 식민화에 부과된 언어라는 역할을 상실하여 여성적 글쓰기가 된다. 제바르는 이러한 프랑스어의 사용을 ‘계모의 언어langue marâtre’27)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 된 식민주의와 아랍어로 된 전통의 사이에서, 여성의 침묵을 강압하는 아랍의 가부장적 사회를 고발하고 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 사용되는 프랑스어는 부성의 언어가 아니라, 그렇다고 아랍어가 차지하고 있는 모성의 언어도 아니라, 그 중간의 계모의 언어가 된다. 그러한 혼종성과 경계의 불명확성은 제바르의 작품을 독특한 형식의 글쓰기로 만든다.

    또한 제바르의 작품에는 구술전통의 언어와 글쓰기의 언어가 혼종하고 교차한다. 구술전통의 언어는 베르베르어이고 글쓰기의 언어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나 이들의 교차는 단지 제국의 언어와 피식민의 언어의 교차점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술어와 문어의 혼종과 교차 또한 보여준다. 서구의 전통에서 구술어와 문어(文語)는 대립되는 위치에서 후자가 전자를 포섭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추상적인 문어가 전제군주적 권력을 휘두르는 서구의 글쓰기와는 달리, 제바르의 작품에는 목소리와 공존하는 글쓰기의 예가 나온다. 『나를 에워싸는 목소리들Ces voix qui m’assiègent』에서 제바르는 자신의 비평적 독자의 위상을 더욱 강화한다.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는 선조들의 말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마침내 침묵에서 ‘제2의 탄생seconde naissance’28)을 노래한다. 그 목소리 중의 하나는 타오스 암루쉬Taos Amrouche의 목소리이다.29)

    구어 전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던 모든 여성들처럼 타오스는 조상들의 추억을 영속시키고 재발견하는데 참여한다. 제바르는 알제리 문화유산 속에서 되찾아 복원된 이 노래들이 전 인류의 보물과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목소리가 분리될 수 없는 글쓰기는 민족의 문화적 유산을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여성 이야기꾼들은 말을 해방시키는 힘을 구현한다. 그들은 전통유산의 전달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과 집단적 기억의 유지에 참여한다. 제바르에 따르면 이야기꾼들만이 말을 끌어들이고 이를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랍 이슬람 사회에서 주변의 위치를 차지한다. 이들 여성 구술인들의 역할에 힘입어 아랍문화는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랍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의 글쓰기는 항상 논쟁과 문제의 원천이었다. 왜냐하면 글을 쓴다는 것은 망각과 미공개의 심연에 파묻힌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바르에 따르면, 글쓰기 또는 목소리의 기록은 터부에 도전하고 방랑과 유목생활과 역사에 의해 사라졌던 것을 재현하는 길을 열어준다. 그것은 타자에 대해 글쓰는 것이고 무지와 문맹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타자에게 목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바르에게 글쓰기는 거부의 행위이고 역사의 수수께끼에 대해 질문하고 탐험하는 행위이다. 글을 쓰는 것은 또한 문화와 문명의 역사 속에 구어를 새겨 넣기 위해 구어를 만들어내고 아름답게 하는 기술이다. 결국 작가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고유한 창조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기 위한 최상의 수단인 셈이다.

    아랍무슬림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다음적인 언어를 반영하는 글쓰기, 특히 여성의 글쓰기는 교리의 질서와 관련하여 어떤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것은 육체와 정신의 자유를 향한 행진이다. 주변의 권력에 항상 새겨진 상징적 재현의 체계와 대응하지 않고 여성의 담론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창조에 도움을 청해야한다. 왜냐하면 글쓰기만이 유일하게 시간을 되살리고 망각과 역사의 불행을 몰아내고 여성들의 목소리의 복원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제바르는 말을 구현했던 사람이 죽는다고 그 말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몸은 침묵에 따른다할지라도 말은 자신의 날개로 날아오르고 길들여지려하기 때문이다. 제바르는 이렇게 쓴다.

    후손을 위해, 조상의 문화의 수호를 위해 글을 쓰는 이들의 반응은 죽은 자들의 목소리와 살아있는 자들의 목소리 사이의 깊은 관계를 생성하는 욕구나 필요 또는 요구가 된다. 이런 소생의 행위는 후손에게 한 민족의 역사의 행로를 알려주고 집단적 기억의 주변에 형성된 침묵의 이데올로기를 깨뜨리게 된다. 제바르에게 글쓰기는 또한 조상들의 터부를 전복하는 수단이고 전통의 굴레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수단이다. 제바르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가족과 사교상의 예속의 벽을 무너뜨리고 정치사회의 공간을 장악한다. 제바르는 글쓰기를 남성의 권력과 그것을 생겨나게 했던 사회의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로 사용한다. “글쓰기는 분출하자마자 어떤 운동중인 침묵의 말이 되고, 그 말은 몸으로 연장되어 자기 자신에게서처럼 타인에게도 보일 것이다.”32) 여성의 글쓰기는 여성의 몸이 역사의 속박에서 해방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제바르는 『거처의 알제 여인들Femmes d’Alger dans leur appartement』에서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에는 식민제국 시기에 서양문화를 특징짓는 모든 재현 방식이 드러나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개인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모든 여성들의 대변자와 옹호자가 된다.

    제바르는 드러나지 않은 여성들의 목소리의 청취를 통해 “들라크루아가 그림 위에 얼려놓았던 바로 그 대화, 여성들 사이의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몇몇 속삭임의 조각들”34)의 의미와 소리들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제바르는 이런 기록을 통해 인식의 영역에서 여성들의 지위를 회복시키는데 참여한다. 아랍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여성들의 역할이 작가를 통해 재조명된다.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들이 혼재하는 제바르의 글쓰기는 억압되었거나 망각된 존재들을 부활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대안적 글쓰기로 나아간다.

    4)‘fantasia’를 ‘판타지아’(제바르는 이 단어에 환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나 ‘알제리 기마행진’(Dorothy S. Blair의 영역본)으로 번역하지 않고 팡타지아로 번역한 것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반영하기에 적합한 듯하기 때문이다.  5)Philippe Gardenal, “Assia Djebar dévoilée”, Libération 6 May 1987, p.40에서 재인용.  6)A. Djebar, L’Amour, la fantasia, Paris, Albin Michel, 1995, p.11.  7)Ibid., p.21.  8)Ibid., p.11.  9)A. Djebar, Vaste est la prison, Paris, Albin Michel, 1995, p.49-50.  10)A. Djebar, L’Amour, la fantasia, p.302.  11)Ibid., p.24.  12)프랑스의 알제리 점령을 의미하는 ‘도시의 점령’이나 알제리인들의 투쟁의 기상을 상징하는 ‘팡타지아’가 공식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언급을 표현한다면, ‘사랑이 써지다’라는 표현은 이 작품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이야기도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3)A. Djebar, L’Amour, la fantasia, p.14.  14)Ibid., p.25.  15)Ibid., p.45.  16)Ibid., p.59.  17)Cf. ibid., pp.159-304.  18)Ibid., p.203.  19)Ibid., p.201.  20)A. Djebar, Ces voix qui m’assiègent, Paris, Albin Michel, 1999, pp.48-49.  21)A. Djebar, Loin de Médine, Paris, Albin Michel, 1991, p.5.  22)A. Djebar, L’Amour, la fantasia, p.115.  23)A. Djebar, La femme sans sépulture, Paris, Albin Michel, 2002, p.16.  24)Ibid., p.9.  25)Mohammed Hirchi, “Déambulations aux confins de la langue et de la mémoire collective : le cas d’Assia Djebar”, in International Journal of Francophone Studies, 2003, p.97.  26)Ibid., p.96. cf. 메타픽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Patricia Waugh는 ‘허구와 리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 인위적인 결과로서 그 위상에 자의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허구적인 글쓰기’나 ‘허구의 글쓰기의 실천을 통해 허구의 글쓰기의 이론을 탐색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반면에 허구와 역사의 결합을 넘어서는 ‘역사적 메타픽션’을 ‘메타픽션’과 구별하면서, Linda Hutcheon은 ‘강렬하게 자기성찰적인 소설이며 메타픽션에 역사적 문맥을 재도입하고 역사지식의 전반에 관한 물음을 제기하는 소설’로 정의 한다. (http://english.emory.edu/Bahri/Metafiction.html)  27)A. Djebar, L’amour, la fantasia, p.298.  28)A. Djebar, Ces voix qui m’assiègent, Paris, Albin Michel, 1999, p.132.  29)Cf. ibid., pp.131-137. ‘타오스 혹은 불사조의 노래Taos ou le chant du phénix’에는 타오스 암루쉬가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알제리 전통음악을 통해 집단적 기억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과정이 묘사되어있다.  30)Ibid., p.136.  31)A. Djebar, Le Blanc de l’Algérie, Paris, Albin Michel, 1995, p.261.  32)A. Djebar, Ces voix qui m’assiègent, p.28.  33)A. Djebar, Femmes d’Alger dans leur appartement, Albin Michel, 2002, pp.7-8.  34)Ibid., p.263.

    3. 결론

    19세기 말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칠 때 그 식민지가 되어 지배를 받다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해방을 성취하여 신생국가를 세운 이른바 탈식민 국가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식민의 기억의 문제일 것이다. 제국주의가 들여온 근대문물은 식민지인들의 전통을 서서히 해체하였으며, 특히 제국의 언어를 통해야만 근대문물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는 식민지인들을 제국주의에 동조하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분할하여 피식민지인 내부의 분열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이념분쟁, 종족분쟁, 전통분쟁의 고통의 역사는 서구 제국주의가 아프리카 대륙에 남긴 상처이며 이는 오늘날에도 탈식민의 영향으로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와중에서 가장 억압받는 이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여성은 이중으로 억압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식민지의 여성으로서 식민지의 남성과 함께 제국주의에 의해 억압을 받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식민지의 여성은 이슬람교의 가부장적 구조에 따라 같은 종족의 남성들에게 억압을 받는다. 다시 말해 식민지의 여성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식민주의의 희생자이며 동시에 전통적, 성적으로 가부장제의 희생자이다. 식민지의 남성은 제국주의에 대항할 때에는 국민이나 민족의 이름으로 식민지의 여성을 감싸 안는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지배의 문제에 있어서는, 서구의 부르주아 가부장제와 결탁하여 전통과 종교와 가부장제의 이름으로 여성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이러한 억압의 중층적 구조 속에서 식민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전통적으로 여성의 목소리는 침묵을 강요받았다. 여성의 장소는 집안 내부이며 여성의 목소리는 집 바깥으로 들리지 않는다. 간혹 여성이 외부적으로 제국주의에 맞서 정치적 주장을 할 때에는 이 또한 정치적 운동을 주도하는 식민지 남성의 목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중첩된 구속의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하였으며 오늘날에는 그 노력의 결실이 상당한 수확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수확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제바르의 작품은 제국주의의 언어인 프랑스어와 이슬람의 언어인 아랍어, 그리고 구술전통의 언어인 베르베르어가 교차하면서 제국주의와 가부장적 전통에 억압받은 여성의 대항적이고 대안적인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었다. 서구의 제국주의적 글쓰기가 계몽주의적이고 남성적이라면, 제바르의 글쓰기는 구술 전통적이고 여성적인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서구와 비서구의 이분법적 구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제바르는 근대교육을 받고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지식인 여성으로서, 프랑스어와 아랍어와 베르베르어 사이에서, 전통과 근대 사이에서, 기억과 역사 사이에서, 교차하고 가로지르며 대항하면서 알제리의 다른 여성들과 공존하는 창조적 글쓰기를 지향한다. 또한 이러한 글쓰기는 알제리 역사의 단일성을 추구하는 역사적 기억에 대항하여 복수적인 이야기로서의 여성의 집단적 기억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홀로코스트나 전쟁과 학살과 같은 트라우마를 지닌 기억에 대해 작가가 어떠한 글쓰기로 반응하는가라는 긴급하고도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바르의 글쓰기는 여성의 집단적 기억을 새롭게 다루면서, 서구적이고 남성적이고 다수적인 글쓰기가 실패한 지점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신체적이고 여성적이고 소수적인 글쓰기의 윤리와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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