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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사회적, 교육적 교실 즉흥극의 생성 원리 탐구 ?‘의미 구성’을 중심으로? The Principles of Construction of Social, Pedagogical Classroom Improvisatio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사회적, 교육적 교실 즉흥극의 생성 원리 탐구 ?‘의미 구성’을 중심으로?

Theatre or drama has become varied for the last 25 years. O'Toole divides these theatre into four categories in terms of aims, linguistic/communicative purpose, expressive/developmental purpose, social/pedagogical purpose and aesthetic/cognitive purpose. Especially, as social/pedagogical purpose of classroom drama has been increased, this study attempt to explore the principles of meaning-making of social/pedagogical classroom drama.

When social/pedagogical classroom drama is interpreted in the wider sense, it points to ‘the change of understanding of self and the world’. This drama is based on improvisation which features ‘identification’ and is built upon role which involves historical, social, philosophical meaning. Since role and context have these dimensions, social/pedagogical meaning can be produced. At this point, metaxis effect needs to be encouraged and peer-participants and teacher need to intervene in order to expand meaning. Metaxis effect expands meaning from fiction to reality and the intervention of peer-participants and teacher brings about change of present participants' cognitive level. Participants produces meaning from within fiction and go to expand meaning from fiction to meaning across fiction and reality. Finally they reaches the change of their present cognitive level. Such expansion of meaning needs to go through the experience of fiction, metaxis effect, the intervention of peer-participants and teacher. Eventually, the expanded meaning is holistic understanding which is cognitive, emotional and affective.

These principles are variously embodied in T.I.E(Theatre in Education), forum theatre and process drama. T.I.E and forum theatre embody meanings brought about by metaxis effect due to materials close to reality. Process drama can produce the change of present cognitive level depending on active conversation among participants.

KEYWORD
네 개의 패러다임 ,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 , 즉흥극 , 동일시 , 역할 , 메탁시스(metaxis) , 동료와 교사의 개입 , T.I.E , 토론 연극 , 과정드라마
  • 1. 들어가며

    1980년 말까지 학교, 교실 연극은 주로 공연의 형태로 이뤄졌다. 공연위주의 학교 연극은 1990년대 초반부터 다양화되기 시작하였다. 20여년 넘게 교육과 연극의 접목에 힘써온, 대표적 단체인, 초등학교 교사 중심의 ‘소꿉놀이’1)와 중등학교 교사 중심의 ‘나무를 심는 사람들’2)의 결성이 각각 1991년과 1992년에 이뤄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들의 결성과 함께, 연극은 학교에서 다양하게 실험되었고, 연극의 다양한 변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봄이나 가을, 특별활동 시간에 학예발표회의 공연용으로 이뤄졌던 연극 활동들은, 특별활동시간이 아닌 교과 수업시간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연극은 연극놀이, 즉흥극, 역할극, 과정드라마, 스토리 드라마, 토론연극(포럼연극), T.I.E(Theatre in Education), D.I.E(Dram in Education)등의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 되었다. 이후 2005년,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설립과 함께 이뤄진 연극예술강사들의 초중등 학교 배치는 학교 연극의 다양화를 더 촉진시켰다.3) 연극 공연 중심의 창의적 체험 활동4)시간뿐만 아니라 국어 교과나 기타 관련 교과 시간에 배치됨으로써, 공연중심의 연극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연극 활동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대하게 된다.5) 2011, 2012년 서울시 교육청 문·예·체(문화, 예술, 체육교육)6), 2012년 서울시 교육청 학교 폭력 예방 포럼 연극7), 2013년 경기도 교육청 찾아가는 교육연극8), 2013년 용인문화재단 TIE프로젝트9) 등의 교육청 및 지역문화재단 단위로 실시된 활동들 역시 이러한 연극 활동의 다양화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와 같이, 지난 25년 동안 학교연극은 공연 외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양적 질적 팽창을 이뤄왔다. 이러한 팽창과 더불어,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는 학교 연극 활동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김주연(2010)은 국내에서 실행되고 있는 학교 연극의 실천들이 구조와 즉흥으로 구성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실천들이 형태면에서 즉흥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10) 또한 극적 체험, 자기표현, 사회성 혹은 감정, 상상력 발달, 교육과정의 학습, 신명체험 등, 실천들이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즉흥을 다른 방향으로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 연구는 학교와 교실을 중심으로 발달한 연극 형태 이해를 위한 틀을 마련한 반면, 이러한 형태들이 구현하고 있는 내용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이에 보충적으로, 존 오툴(John O'Toole)(2009)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교실에서 시도된 연극들을 내용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였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학교 연극 커리큘럼과 관련하여 크게 네 가지 패러다임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11) 그는 목적의 측면에서 이들을 분류하고 있는데, 언어/소통(linguistic/communicative)을 위한 연극, 표현과 발달(expressive/developmental)을 위한 연극, 사회적/교육적(social/pedagogical) 연극, 미적/인지적(aesthetic/cognitive) 연극(예술형식으로서의 연극) 등으로 분류하였다.

    그가 제시한 학교, 교실 연극의 네 가지 패러다임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언어/소통을 위한 드라마는 “언어적/소통적(linguistic/communicative)”12) 언어 기능 발달을 도모하는 것으로서, 구어사용능력 증진, 문체습득, 대화를 통한 언어기능과 사고 발달, 언어에 대한 총체적 접근 방식, 연설, 발성, 제2외국어 습득을 위해 연극 활동이 사용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오툴(O'Toole)이 제시한 두 번째 패러다임, 표현과 발달을 위한 연극은, “표현적/발달적(expressive/developmental)”13)(O'Toole, 2009: 71)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개인적 발달과 사회성 발달 그리고 자아의 표현을 강조한 연극 활동들이다. 이러한 활동들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 출발점을 아동의 자연스런 연극놀이에서 찾는 다는 점이다.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아동의 연극놀이가 아동의 자아 표현을 장려하고 더불어 후에 성인이 되는데 필요한 사회성 발달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발달과 표현을 위한 활동들은 비올라 스폴린이나 키이스 존스턴류의 연극게임의 변형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연극게임은 아동들의 자발적 연극놀이와 닮아있다. 이렇게 아동들의 자발적 연극놀이와 닮아있는 연극게임류의 활동들은 현재, 감정분출의 조절을 위한 감정 발달시키기, 자기표현의 통로 제공하기, 아동의 창의적 상상을 격려하고 인도하기, 그룹 활동과 사회적 이슈 다루기를 통한 사회적 이해와 협동심을 기르기 위한 기회 제공하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데 자신감을 기르는 경험 제공하기, 움직임과 운동근육 발달, 드라마테라피와 사이코드라마 등등의 형태로 분파되어 형성되고 있다. 세 번째 패러다임은 연극이 “사회적/교육적(social/pedagogical)”14) 측면에서 사용되는 경우들에 해당한다. 교육과정을 위한 학습 방법으로서의 연극, 아동의 놀이와 즉흥극을 상징 혹은 의미형성으로 이어주는 히스코트적 방법, T.I.E(Theatre in Education)/D.I.E(Drama in Education), 커리큘럼을 위한 과정드라마, 가치 탐구와 사회 변화를 위한 연극 등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의 외투, 역할 내 교사, 살아보기 드라마, 과정드라마, 토론 연극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 네 번째 패러다임은 연극이 “미적/인지적(aesthetic/cognitive)”15) , 즉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차용되는 경우로, 미적 체험을 강조하는 연극 공연을 강조하여, 감상하기, 공연하기, 만들기로 이루어진 공연의 예와 미적 체험을 강조한 과정드라마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오툴(O'Toole)의 네 개의 패러다임은 학교, 교실 연극을 내용면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는데, 지난 25년 동안, 국내의 교육현장에서 이뤄진 연극 활동들을 포괄적으로 포용하면서도 낱낱의 갈래를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첫째 패러다임인 언어/소통을 위한 접근 방식은 국내에서는 주로 국어교육을 하는 교사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데, 황정현의 총체적 언어 교육철학을 위한 교육연극 방법 적용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총체적 언어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언어의 말하기/듣기/읽기/기능 외에 보이기 기능을 더해 언어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연극으로 시도한 황정현의 접근방식은 이에 해당한다.16) 둘째 패러다임인 표현/발달을 위한 연극은 다양한 연극놀이에서 찾을 수 있다. 연극놀이를 소개하는 저서들은 연극놀이를 감각, 상상, 표현, 감정, 사회성이라는 제목아래 분류한다. 셋째 패러다임인 사회적/교육적 연극은 교육과정학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교사에 의해 진행되는 D.I.E.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배우-교사(actor-teacher)에 의해 진행되는 T.I.E, 토론연극(포럼연극)도 이에 해당한다. 넷째, 미적/인지적 패러다임에는 공연이나 미적 체험을 위한 과정드라마가가 해당한다.

    90년대 이전, 학교 연극에서 넷째 패러다임인 공연이 주된 흐름이었다면, 90년대 이후 첫째부터 셋째까지의 패러다임들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학교 연극의 다변화가 시작된 초창기엔 주로 둘째 패러다임 즉 연극놀이 중심의 활동이 지배적이었던데 반해, 최근 들어 학교에선 첫째패러다임과 셋째 패러다임이, 학교 넘어 공동체들에선 셋째 패러다임에 대한 다양한 실천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교육계에서 주요한 학습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vism)17)와 학교 공동체 약화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요청18)등과 같은 교육적/사회적 요구 현상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본 글에서는 교육현장과 여러 공동체에서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교육적 연극목적의 성격과 그 목적이 어떤 원리를 통해 실현되는지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탐구는 연극 교육 현장의 교사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현재 진행형인 여러 접근 방식들의 현재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초등교사 중심의 소꿉놀이는 1991년에 설립되어 『연극으로 만드는 신나는 교실』(1994), 『내 맘대로 할거야』(1997),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연극』(2001), 『교육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2008) 등의 저서를 펴냈다. 교사연수와 연구모임 등을 통해 연극의 교육적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소꿉놀이,『교육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정인출판사, 2008.  2)‘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1992년에 설립되어 교육공동체에 관련한 소재로 주로 공연을 하였다. ‘선생님! 뭐하세요?’(1993), ‘ESC를 누르세요!’(1995), ‘오늘도 학교는 안녕하신가?’(1997)로부터 시작하여 ‘선생님, 기억나세요?’(2004)에 이르기까지 총 7편의 정기공연을 하였다. 이후 연구와 강의에 힘써오다 ‘소통’(2014)이라는 공연을 다시 하게 된다. 저서로는『연극으로 놀며 배우며』(2002)가 있다.  3)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사진, 디자인 분야에 해당하는 예술 강사들이 학교 교육과정에 어떻게 배치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연구로서, 교과와 비교과 시간의 각 예술영역의 올바른 배치와 시간 배분을 안내하고 있다. 권덕원 외,『2013 예술 강사 사업관련 교과 교육과정 분석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3.  4)교육 과정 개정에 의해 재량활동, 특별활동 시간이 통합되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5)연극의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초중고 단계를 5단계로 나누어 연극의 필요한 요소를 언어, 움직임, 구성으로 나눈 뒤 이를 이해활동 중심모형, 체험활동 중심모형, 소통활동중심모형이라는 세 개의 수업모형으로 나누어 연극수업의 표준안을 제시하였다. 공연외의 다양한 연극접근 방식을 포괄하는 수업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원현 외, 『2011 문화예술교육 교육 표준 개발 연구–연극』,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3.  6)2011년, 2012년 서울시 교육청은 308개 학교에서 문화· 예술, 체육 분야 전문 외부강사들을 영입하여 문예체교육사업을 벌였다. 문예체 교육을 담당한 교육청 코디네이터로서 구민정은 문예체 교육의 전개방식과 효과를 진단하고 있다. 구민정, 「자! 세상의 중심엔 네가 있다: 민주시민을 기르는 문예체 교육」, 『우리교육』, 2012. 여름, 42〜55쪽.  7)2012년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 교육 연극 사업을 벌여 프락시스, 해, 마실, 올리브와 찐콩, 네 개의 극단이 40여개 중학교를 찾아가 T.I.E(Theatre in Education) 공연을 벌였다. 「학교 폭력 이제 그만! 무대속 이야기로 찾아가는 해결의 실마리」, 『서울교육』, 제 182호(2012년6월호), 34~35쪽.  8)2013년 경기도 교육청의 찾아가는 교육연극은 초등학교 8교, 중학교 4교, 고등학교 3교가 참가하여,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성·민주시민의식·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전문극단의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하고 참여하며 토론하였다. 연합뉴스, 찾아가는 교육연극 15개교 운영, 2013. 9. 16.  9)2013년 용인문화재단 상주단체인 사다리연극놀이 연구소는 4개 학교를 방문하여 청소년 관련 이슈를 T.I.E형식(사전체험활동, 공연, 사후체험활동)으로 다루었다. 시사타임, 용인문화재단, 브랜드에 반하다, 2013. 11. 27.  10)김주연 (2010) 「구조와 즉흥으로 바라본 교육 연극 실천들」, 『연극교육연구』, 17권, 79〜105쪽.  11)O'Toole, J., Drama and Curriculum: A Giant at the Door, Springer, 2009.  12)O'Toole, J. Ibid, p. 49.  13)O'Toole, J. Ibid, p. 71.  14)O'Toole, J. Op.cit, p. 97.  15)O'Toole, J. Ibid, p. 127.  16)황정현, 「총체적 언어교육 방법론으로서의 교육연극의 이해」,『한국초등국어교육』, No.15, 51〜67쪽.  17)황정현,「학습자 중심 교육을 위한 교육 연극 Drama in Education의 이해」,『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001, Vol. 1 No.1, 41〜57쪽.  18)김병주 「학교폭력예방 교육연극 TIE의 가능성과 초등교육에의 시사점」, 『한국초등교육』, 24 (2) 통권 72호, 75〜96쪽.

    2. 교실 연극의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은 학습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연극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피상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활동들은 연극을 교육과정을 위한 방법으로서도 사용하나, 연극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상징이나 의미창조, 가치탐구, 비판적 사회인식 등등의 다양한 목적에 망라해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교육과정을 위한 도구적 사용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소 협소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을 이론화하는데 앞장섰던 볼튼(Bolton)은 자신의 활동을 목적 측면에서 이해의 변화로 보았다: “세계에 대한 참가자의 이해의 변화”19). 이 패러다임의 대표적 형식중의 하나인 과정드라마를 완성한 오닐(O'Neill)이 제시한 과정드라마의 의미 또한 볼튼(Bolton)의 이러한 시각과 닮아있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통찰”20). ‘세계 혹은 자신에 대한 이해의 변화’라는 이들의 설명은 마치 커리큘럼상의 도덕, 사회에서 이뤄지는 인지적인 학습과 차이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해의 변화’가 어떤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인지를 살펴보게 되면 차이는 드러난다. 이들이 강조하는 이해의 변화는 단순히 인지적 변화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터득까지 함께 아우르는 것이다. “명제적 이해도 아니고 감각적, 정서적 터득도 아닌, 둘이 함께 융합”21)된 형태의 변화를 가리킨다. 정서적, 감각적 수준까지 포괄하는 인지적 수준의 변화를 일컫는 것으로, ‘지식 중심 교육’의 한계를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은 인지적 수준의 지식의 성격에서 나아가 통합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깊은 이해, 고도로 높은 수준의 사고, 인지적 수준에 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통합적이면서 경험적 학습을 생산한다.”22)

    연극이 개인과 세계에 대한 통합적이면서 경험적인 이해를 제공한다는 설명은 연극이 사회적, 교육적 의미 생산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언어와 논리성에 기반을 둔 인지적 접근 방식이 주를 이룬 기존의 학습 환경에 대해 대안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세계와 자신에 대한 인지적이면서 정서적, 감각적 이해의 변화를 가져오는 교실 즉흥극은 그래서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과정도 인지적이면서 정서적이다. 교육 연극 이론가들이 교실 즉흥극 과정의 핵심적 요소로 여기는 드라마에 대한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는 인지적이면서 정서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 드라마적 몰입이 정서적 요소의 작동을 촉진한다면, 비판적 거리두기는 인지적 요소를 촉발시킨다. 이렇게 하여 “정서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가 융합된 지대(the affective-cognitive synthesis)”23)를 생성한다.

    외부 관객이 부재한 상태에서, 많은 연습의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 즉흥극 형태로, 역할을 연기하는 교사의 이끌림에 의해 허구의 세계로 들어가,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행위를 변화시키며, 미리 계획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끝이 정해져 있지 않는 극을 진행시키기 위해 참가자들은 현재의 순간에 첨예하게 머물러야 하는데, 이러한 구조가 드라마에 대한 미적 몰입을 불러온다. 아울러 몰입의 상태에서 즉흥으로 극이 진행되므로, 참가자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 판단, 반응 등은 쉼 없이 요청되며 동시에 이러한 이해, 판단, 반응의 결과물은 반성 혹은 점검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반추적 모드(reflection mode)가 드라마 안에 언제나 내재되어 있거나, 따로 마련되게 된다.

    요약하면,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의 교실 연극은 세계 혹은 자신에 대한 인지적이면서 정서적, 감각적 이해의 변화를 가져오는 연극 활동들로서 주로 즉흥극의 형태를 띠며 드라마에 대한 미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의 구조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19)Bolton, G., Drama as Education, Longman, 1984.  20)Taylor, P. & Warner, C. (eds.)Philip Taylor and Chris WarnerStructure and Spontaneity: the Process Drama of Cecily O'Neill, Drama of Cecily O'Neill: the Process Drama of Cecily O'Neill:th:the 2006, p. 36.  21)O'Toole, J., The Process of Drama: Negotiating Art and Meaning, Routledge, 1992, p.98.  22)O'Toole, J. Op.cit, p. 210.  23)Dunn, J., Harden, A. & Marino, S., Drama and Writing ‘Overcoming the Hurdle of Blank Page’, in Anderson, M. & Dunn, J., (eds.), How drama activates learning: contemporary research and practice, Bloomsbury Academic, 2013, p. 247.

    3. 사회적/교육적(social/pedagogical) 교실 즉흥극의 의미 구성 원리

       3.1. 즉흥극(Improvisation)

    사회적/교육적 교실 즉흥극의 의미 구성 원리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즉흥극이다. 즉흥극은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 개의 패러다임에서도 기본적인 방법으로 사용된다. 즉흥극은 간단하게는 참가자 개인이 즉흥적으로 사물이나 스토리를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복잡하게는 여러 명이 하나의 상황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아우른다.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행위는 손쉽게 언제나 꺼내 쓸 수 있는 도구처럼 인식되어, 마치 즉흥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적인’ 활동처럼 비친다. 그리하여, 이러한 즉흥적 표현 행위를 ‘창조’ ‘창의성’ 으로 연결 짓는 모습을 국내 학교에서 종종 발견하게 된다.24)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즉흥 활동에서 표현되는 결과물들을 개인이 창조한 것으로 지칭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즉흥의 대표적 활동인 막대변형놀이에서 참가자들이 표현하는 결과물들은 대개 마이크, 낚싯대, 지휘봉, 칼등으로 특별히 창의적이라고 지칭할 만하지 않으며, 자신이 속한 문화적 환경에서 선택하여 모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적 환경에서 경험하지 않은 대상들을 즉흥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차를 경험해 본적없는 제주도 학생이 기차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즉흥의 표현물들을 순전히 모방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막대로 마이크를 표현한다고 할 때, 어떤 학생들은 마이크를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을, 어떤 학생은 앞에 가지런히 가져다 대는 모습을 표현하는데, 이처럼 마이크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즉흥 표현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듯 차이나는, 이러한 과정을 볼튼(Bolton)은 “동일시(identification)” 개념으로 설명한다. 20세기동안 영국 교실에서 행해진 연기행위들을 개괄하여 이들을 개념화하는데 있어 볼튼(Bolton)은 “동일시(identification)”라는 개념을 제시한다.25) 볼튼(Bolton)이 제시한 “동일시(identification)”는 코트니(Courtney)가 드라마의 인지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끌어온 “실제(actuality)”와 “허구(fiction)” 사이를 잇는 “모방(mimesis)”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코트니(Courtney)의 모방(mimesis)을 포함하면서도 즉흥 연기의 다른 지점들을 포용한다. 코트니(Courtney)가 모방(mimesis)을 다양한 현상세계에서 어느 한 대상을 선택하여 이를 객관화 즉 “개념화 내지 관념화”하는 기호를 드러내는 행동으로 정의 내린 반면,26) 볼튼(Bolton)은 모방의 이러한 재창조 행위 즉 “모방/창조의 긴장 관계”27)를 인정하면서도, 이와 더불어 진지함, 자발성, 이해, 헌신과 같은 특질이 교실 즉흥 연기에 더해져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에서 허구로 옮겨갈 때 아이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세계의 어떤 특정 내용을 하나 하나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진실이라고 이해하는 것들을 추출하여 자발적으로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볼튼(Bolton)의 설명은 앞서 묘사한 즉흥 표현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환경의 현현과 선택적 표현 현상을 잘 보여준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신이 이해한 특정방식대로 대상을 추출하여 이를 자발적으로, 즉시적으로 표출하는 과정은 이해, 모방, 해석, 헌신, 진지함을 포함하는 동일시 개념에서 효과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흥이 ‘창조’로서 이해되기보다 ‘동일시’로 이해될 경우, 즉흥적 표현 활동은 참가자들이 속해 있는 현실 세계와의 연결고리 없이는 설명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세계와의 연결은, 위에서 열거한 네 개의 패러다임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즉흥 표현의 ‘동일시’ 개념은 ‘세계와 개인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에 좀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왜냐하면 동일시를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불러들이고 더불어 이러한 환경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소환하게 되는데. 이렇게 소환된 현실세계의 기호체계와 의미망들은 가치체계, 사회제도, 규범 등의 관점에서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의 효과적인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동일시적 즉흥이 사회적/교육적 이해 변화를 위한 소재를 제공한다고 할 때, 이후 소개될 역할, 메탁시스, 동료와 교사들은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형성’ 하는데 작동하게 된다.

       3.2. 역할(role)

    네 개의 패러다임들이 동일시(identification) 성격의 즉흥 표현을 공유한다고 할지라도, 패러다임 사이 즉흥을 다루는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발달/표현을 위한 패러다임에서 즉흥은 참가자가 인식하고 있는 기호를 즉시적으로 드러내도록 요구하는 활동들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너 뭐하니?’라는 즉흥활동에서 참가자들은 서로 짝을 이뤄 즉각적으로 묻고 대답하며 표현하도록 요청받는다.

    이에 반해 사회적/교육적 의미의 패러다임은 즉각적으로 기호를 드러내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즉흥적 표현을 요구하기에 앞서 역할(role)과 배경(context)을 구축한다. 즉흥은 역할과 배경이 성립되고 난 후에 요구되며, 이 역할과 배경의 틀 안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역할(role)로 들어가기 즉 “역할입기”28)이다.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에서 역할이 기본 바탕이 되는 이유를 데이비스(Davis)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29)

    데이비스(Davis)의 역할에 대한 설명은 볼튼(Bolton)이 설명한 교실 즉흥극 연기의 특징인 동일시(identification)를 보여주면서도 역할로 시작하는 즉흥극이 다른 패러다임들과 다르게 어떻게 사회적/교육적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암시한다. 배경과 역할 안에서 진행되는 즉흥은 참가자들로 하여 참가자들이 실제세계에서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그 재료로 끌어오게 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식의 연기가 요구하는 성격구축에 강조점을 두지 않으므로 강조점은 자연스럽게 역할 창조에 놓이게 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참가자들로 하여 자신이 경험한 역할을 소환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실제세계 역할 소환은 참가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실제 세계의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허구에서 역할 중심으로 진행되는 즉흥극은 참가자들의 실제 사회적 관계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의 모습을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즉흥극은 결과적으로 사회적/교육적 의미 생산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회적/교육적 연극에서, 역할(role)과 배경(context)은 중요하게 다뤄지게 되는데, 그로인해 본격적 즉흥극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교육연극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드라마 관습(convention)들의 모음집에서 닐런즈(Neelands)는 이를 극적 정황 형성 활동이라는 파트로 나누어 첫 장에서 다루고 있으며30), 데이비스(Davis)는 참가자들을 역할과 연결하는 단계들을 “리미널(liminal)” 단계라 지칭하며, 역할밖에 있으나 서서히 역할 안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단계설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31)

       3.3. 역할을 통해 구성되는 의미들

    역할에 기반을 둔 교실 즉흥극이 어떻게 사회적/교육적 의미 생산으로 연결되는 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트니(Courtney)는 즉흥극의 역할연기에서 참가자들은 기존에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역할의 존재하는 방식과 행위 하는 방식을 가져와 실행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설명한다.32) 코트니(Courtney)의 설명은 역할에 결부된 존재와 행위를 조명함으로써 존재론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코트니(Courtney)에 의해 제시된 역할의 존재론적, 사회적 의미는 교실연극의 대표적 실천가인 도로시 히스코트(Dorothy Heathcote)에 의해 좀 더 구체화된다. 존재론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는 행위, 동기, 목적, 모델, 가치관등으로 구체화된다. 히스코트(Heathcote)는 역할 내에서 역할을 실행하는데 있어 옮겨지는 행위들이 다음과 같은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33)

    역할 내 에서 실행되는 어떤 하나의 연기 행위에는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의미가 함유되어 있다는 설명으로서 ‘행위’는 역할이 한 행위는 어떤 것인가, ‘동기’는 그 행위를 하게 만든 즉시적, 직접적 이유는 무엇인가, ‘추구’는 왜 그 행위를 하는가, ‘모델’은 누구로부터 그 행위를 보고 따라하게 되었는가, ‘인생관’은 삶이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때 이 의미들을 좀 더 넓은 장으로 옮겨 놓게 되면 행위; 개인적 의식; 사회적 계급; 역사적 ; 보편적34) 혹은 행위; 심리적;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35)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즉 즉흥극의 역할 행위는 개인적, 심리적,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인 의미들이 얽혀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되면, 역할을 통한 즉흥극은 사회 내에서 개인이 겪는 개인적이고, 사적이고, 주관적인 경험보다 개인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들에 들어있는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탐구케 하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행위로 드러나는 의미들에 대한 분석틀은 연극이 기호와 의미사이에 어떤 분절도 없는 일상의 공간과, 의미들이 다르게 지각되는 표상의 공간사이에 간격을 만들어 낸다는 페랄(Feral)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36) 즉흥극에서 참가자들은 당연한 것처럼 의심 없이 받아들인 일상을 끌고 들어와 이를 표현하게 되는데, 이때 행위들에 담긴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들에 대한 조명은 참가자들로 하여 당연함 뒤의 인위성, 일상성 뒤의 의미성들을 지각하게 한다. 오툴(O'Toole)은 참가자들의 이러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감각적으로 내재화된 의미들이 밖으로 드러나 이를 인지적으로 확연히 보게 될 때, 앎은 발생한다”37) 예를 들어 자신의 방에서 창문을 내다보는 아버지에게 차를 가져다주는 딸의 역할을 하는 즉흥극이 진행되고 있을 때, 문을 노크하기 직전 교사가 진행되는 즉흥극을 잠깐 멈춤하고 그대로 정지한 채 딸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에게 위에서 열거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러한 물음은 즉흥극에 참여한 아이가, 위에서 열거한 의미의 그물망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참가자에게 무슨 행동을 했는지 묻고, 왜 그것을 했는지 묻는다. 그 후 아버지에게 차를 가져다주는 것이 왜 중요한지 묻는다. 그런 후 네 번째 질문인 그렇게 하는 것을 어디에서 봤는지 즉 좇아하고 있는 모델이 누구인지 묻는다. 이 질문은 특히 개인적 혹은 심리적 수준에 머물러 있던 행위에 대한 이해 수준을 사회적, 역사적 차원으로 까지 끌어올리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통해 참가자는 자신의 행위를 개인적 수준에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역사적 수준으로 까지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앞선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바탕으로 딸이 생각하는 삶 혹은 존재가 무엇인지 묻는다. 38) 이는 삶 혹은 존재에 대한 보편적 존재론을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서 가장 근본적 층위의 의미를 표현하도록 돕는다. 위와 같은 일련의 질문은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일상의 역할 행위들에 심리적,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의미들이 담겨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이처럼, 하나의 역할 행위를 행위, 동기, 목적, 모델, 가치관의 다섯 가지 의미와 연결시킴으로써, 역할로 시작하는 즉흥극은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행위에 대한 의미 찾기는 참가자들로 하여 허구세계에서 실행된 행위의 기호를 읽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다. 허구 세계에서 진행된 역할의 행위들을 해석함으로써, 하나의 역할에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들이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의미들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첫 번째 층위의 사회적/교육적 의미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허구 세계 역할에 결부된 행위에 대한 의미 분석만으로는 더 깊은 층위의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담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허구 세계 역할 경험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교육적 의미가 허구 세계로 한정되기 쉽기 때문이다.

    허구 세계의 역할에 기반을 둔 즉흥극은 심리적,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구성하도록 틀 지운다. 이렇게 하여 사회적/교육적 의미의 첫 번째 층위가 형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층위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허구세계 내로 한정된 의미를 허구 세계 너머 현실 세계에 닿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은 메탁시스를 가져오게 된다.

       3.4. 메탁시스(metaxis) 효과

    역할 내에서 진행되는 즉흥에서, 역할의 행위에 결부된 의미 탐구를 통해, 사회적/교육적 의미 형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탐구를 통해 형성된 의미는 자칫 허구 세계에 머무르기 쉽다. 그 의미가 허구의 경계를 넘어 현실까지 이르러, 참가지 개인과 개인이 속한 현실 세계에 까지 이른다면, 사회적/교육적 의미는 확장된다. 허구 세계에서 창조한 의미를 허구세계 너머 현실 세계라는 맥락으로 옮겨와 위치시켜 놓고 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허구 너머 현실에 가 닿을 수 있도록, 허구와 현실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메탁시스다.

    메탁시스는 보알(Boal)로 부터 시작되어 볼튼(Bolton)39)과 오툴O'Toole40)을 통해 교육 연극계로 들어왔다. 보알(Boal)은 메탁시스를 “실제와 허구의 두 개의 세계에 동시에 속하는 상태”41)로 정의내리면서 허구와 실제사이의 상호작용이 그의 방법들의 중요한 요소임을 밝히고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은 메탁시스의 어원과 연결된다.

    허구와 실제사이에서 발생하는 보알(Boal)의 메탁시스 효과는 볼튼(Bolton)과 오툴(O'Toole)에 의해 교실 즉흥극의 사회적/교육적 의미생산을 위한 근본적 지점으로 확대 해석된다: “강력한 드라마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실제 맥락과 허구적 맥락사이에 메탁시스가 있다”43); “경험의 힘은 참가자가 동시에 두개의 사회적 배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완전히 인지하고 있을 때 발생한다”44) 강력한 극적 체험을 제공하는 메탁시스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그러한 체험을 제공하는가? 역할과 배경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즉흥극에서 파생되는 메탁시스효과란 예를 들어 허구세계에서 막대기를 검으로 사용하는 아이가, 대개의 경우 현실의 막대기와 허구의 검을 둘 다 의식하는 상태에 있게 되는데45), 이렇게 행위를 하는 행위자의 의식과 이 행위를 바라보는 관객의 의식이 공존하는 상태를 메탁시스라고 일컫는다.

    예를 들어, T.I.E 공연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말한 소감은 메탁시스 상태를 잘 보여준다: “(2부 입장시) 여권을 받을 때 미국 여권을 받고, ‘어, 나 미국이네’ 하면서 우월감을 나도 모르게 느꼈던 것 같다.”46) 이와 같은 소감은 우월감을 느끼는 의식과 그 우월감을 감지하는 의식이 공존하는 메탁시스 상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메탁시스 효과는 발달과정에서 추상적 의미 형성을 위해 소꿉놀이의 중요성을 주장한 사회적 구성주의의 선구자인 비고츠키(Vygotsky)의 “이중 정서(the dual affect)”47)와 닮아있다. 오툴(O'Toole)은 비고츠키(Vygotsky)의 이중정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시 말해 메탁시스는 허구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직접적으로 몰입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몰입을 바라보는 거리두기적 바라봄의 상태를 일컫는다. 이렇게 즉흥극에 대한 몰입과 바라봄의 상태가 동시에 이뤄질 때, 몰입하는 의식이 허구세계에 머문다면 바라보는 의식은 허구세계 밖, 현실 세계에 근거지를 두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에 대해 볼튼(Bolton)은 “동시에 두 개의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고양된 의식 상태”라고 조명한다.49)

    이렇게 고양된 의식상태가 되면 이는 허구세계에 대한 몰입과 바라보기 상태를 넘어, 허구세계와 현실세계 병치로 이어진다. 즉 허구 세계와 현실 세계가 첨예하게 조우하고 충돌하게 되는데, 의미는 그러한 허구와 현실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허구와 현실의 상호작용을 통한 의미 생성과정을 데이비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몰입과 거리두기의 의식이 동시에 공존하는 의식 고양 상태에서, 허구 세계에서 진행되는 상황은 현실 세계와 끊임없이 함께 놓이게 된다. 특히 역할과 배경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 즉흥극은 역할에 결부된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 차원에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고, 비판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참가자는 허구 세계의 의미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허구와 현실의 넘나듦이 자유로운 이러한 메탁시스 상태는 반성적 사고가 덜 발달한 참가자들에게 다소 이르기 힘든 지점이다. 예를 들어, 편견을 소재로 한 과정드라마에서, 몇몇 학생들은 편견으로 인해 차별받는 드라마 속 인물을 경험하며, 이제부터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반면, 또 다른 학생들은 드라마 속 편견을 겪은 인물을 측은히 여기며, 그가 앞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51) 이때 전자의 반응은 허구의 의미를 현실로 까지 확장시킨 경우이고, 후자는 허구의 의미를 현실로 까지 확장하지 않은 경우이다. 전자가 메탁시스 효과에 의해 생성될 수 있는 의미라면 후자는 메탁시스 효과의 부재로 의미가 허구세계로 한정된 경우이다. 이때, 앞서 설명했듯이 역할에 기반을 둔 즉흥극이 허구 세계 내 의미라는 첫 번째 의미 층위를 구성한다고 할 때, 메탁시스 효과는 허구 세계 내 의미를 현실세계로 확장하는 두 번째 의미 층위를 구성하게 되는데, 대개의 경우 첫 번째 의미 층위가 특별한 개입 없이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데 반해, 메탁시스 효과에 기댄 두 번째 의미층위는 특별한 개입을 요구할 때 가 있다. 앞서 예시한 학생들의 반응처럼, 메탁시스 효과에 의한 의미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러한 개입을 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편견을 다룬 드라마에서 편견의 문제를 허구 세계내로 한정시켜 이해한 학생들에게, 교사가 ‘혹시 현실에서 이 인물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없는지, 그러한 경험을 왜 하게 되었는지’ 묻는 것과 같은 장치를 마련하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구성한 허구세계 의미를 현실세계에 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이 지향하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메탁시스 효과는 즉흥극을 통한 의미가 허구세계 너머 현실세계로 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개념으로써, 사회적/교육적 의미의 범위가 어디까지 걸쳐 있는지를 보여준다.

       3.5. 동료와 교사52)의 역할

    메탁시스 효과가 사회적/페다고지적 의미 확장의 중요한 고리가 되면서, 교사는 메탁시스 효과를 실현하고, 메탁시스를 통한 의미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허구 세계에 대한 몰입과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허구세계를 구축하고, 의미 형성을 위한 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교사의 역할을 통해 참가자들이 드라마세계에 대한 몰입과 거리두기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 교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메탁시스 상태에 도달하여 사유하고 의미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김주연은 몰입을 위한 장치로서 교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아보기 드라마(‘living through’ drama),관심과 합의, 역할 내 교사(T.I.R: Teacher in Role), 관심 지점 찾기 등을 들고 있다.53) 이에 더해 데이비스(Davis)는 살아보기 드라마의 몰입을 위한 예술 형식으로, 역할, 태도, 목적–반대목적, 긴장, 제약, 시간, 줄거리와 플롯, 프리텍스트와 컨텍스트, 드라마적 행위 등을 들고 있다.54)

    다음으로 비판적 거리두기로서, 이는 몰입한 드라마세계로부터 나와 방금전 경험한 드라마 세계의 의미를 탐색, 구성하는 활동들로 이뤄진다. 여기서 교실 즉흥극의 의미는 한 층 더 확장된다. 허구 세계에 대한 이해로 시작되어 메탁시스 효과 매개를 통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이해로 까지 넓혀진 교실 즉흥극의 의미는 비판적 거리두기 활동에서 한 번 더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맞게 된다.

    메탁시스 상태에서 경험한 허구와 현실세계에 대한 해석은 참가자들이 현재 지니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이해의 수준에서 형성된다. 비록 이런 해석이 참가자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제한적으로 형성되기가 쉽다. 이때, 함께 참가한 동료 참가자들이, 그들의 의미를 드러내며, 서로의 해석에 대해 도전하고 촉발한다면 이해의 수준에 변화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과 촉발이 부재하거나 혹은 교사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참가자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지녔던 이해 수준에 머무르게 되고 만다.

    예를 들어 김주연의 홍길동전 과정드라마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재 자신이 지닌 이해의 수준의 잣대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를 해석하였는데, 그러다보니 허구세계의 홍길동이 처한 사회 구조에 대해서는 비판적 해석을 내놓은 반면, 현실에 대해서는 강한 긍정의 관점을 보였다: “사실 이제껏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다. 억지로 한 거 같았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공부한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주었다”; “막상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니 생각을 해야겠구나 깨닫게 되었다”55)

    학생들의 반응은, 그들이, 허구 세계 경험을 통해 현실 세계와 충돌하여, 현실세계를 낯설게 보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 이러한 변화가 기존에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이해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 또한 증명한다. 그래서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의 문제를 단지 허구세계 홍길동의 문제로 여길 뿐, 현실의 자신의 상황과 결부시키는 지점까지 나아가지 못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해 수준의 변화는 미미하여, 드라마를 통해 추구하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가능한 세계, 모순들, 거세된 진실들과 세계들, 혹은 가장 중요하게는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고 아직 존재하지는 않지만 새로 출현하는 개인들과 세계들”56) 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허구세계와 현실세계 해석 과정에서 현존하는 이해 수준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동료와 교사는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모르건과 색스턴은 문제를 제기하고, 도전하고 촉발시키는 질문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57) 예를 들어 앞선 예에서 김주연은 주어진 학습 목표로 인해 메타시스적 의미 탐구를 확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만약 홍길동전의 홍길동의 삶과 실제 학생들의 삶을 비교하는 질문들 던졌더라면 메타시스적 의미 탐구가 더욱 심화되었으리라 예측하면서 가능한 질문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불가구역 학생들은 행복하게 사는 걸까? 여러분들이 사는 모습과 불가구역 학생들의 사는 모습은 어떻게 다른 가요? 불가구역의 어머니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왜 그들은 불행하고 여러분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나요? 불가구역의 엄마와 현실의 여러분의 엄마는 같은 행동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하는 걸까요?”58)

    만약 이런 질문들이 제시되었다면,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다른 이해의 척도를 사용하여 해석하려고 시도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허구세계에 대한 비판적 해석과 현실세계에 대한 긍정적 해석을 내놓을 때 사용했던 현실 긍정적 이해척도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허구와 현실에 대한 다른 해석의 척도를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그럴 경우, 참가자가 허구와 현실을 해석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존의 이해척도에 대한 수정은 불가피하게 된다. 허구세계와 현실세계를 동시에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해의 척도를 가져왔을 때,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현재 지니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이해의 내용들을 수정하게 된다. 기존에 지니고 있는 이해의 내용의 수정은 이해의 틀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서 이는 사회적/교육적 교실즉흥극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확장된 형태의 의미생성이라 할 수 있다.

    동료 학생과의 상호작용 혹은 교사와 의 문답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의 수준을 높이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구성주의 대표적 이론가인 비고츠키(Vygotsky)는 그의 핵심개념인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으로 설명하고 있다.59) 아이들이 같은 급우나 교사로부터 격려 받는 우호적인 환경에 놓였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사고 이상의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 개념이다. 참가자들이 기존에 지니고 있는 이해 수준에서 허구와 현실세계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 그 수준 이상의 추상적 사고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동료 학생이나 교사의 역할이 필연적임을 상기시키는 설명이다. 메탁시스적 경험을 통해 이뤄진 현실과 허구세계에 대한 의미생성에 동료학생이나 교사가 개입함으로써 해석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위의 설명은 비고츠키(Vygotsky)가 사회적 구성주의를 통해 역설한 학습의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드라마경험에 있어 의미형성과정에 대한 볼튼(Bolton)의 주장은 의미형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볼튼(Bolton)은 드라마 경험과 의미형성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경험 자체는 생산적이지도 비생산적이지도 않다. 경험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당신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있다”60) 드라마 경험은 참가자의 이해 수준에서 해석되므로, 이해 수준의 확장은 경험의 확장을 가져온다. 따라서 사회적/교육적 교실 즉흥극에서 동료 참가자나 교사가 개입하는 반성적 사고과정은 드라마 경험의 확장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이다.

    24)한국문화예술 교육진흥원, 『2012 학교 문화예술교육 우수교수학습지도안 개발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5)김주연 & 오판진, 『교실연기란 무엇인가?』, 연극과 인간, 2012, 251쪽, Bolton, G., Acting in the Classroom Drama: A Critical Analysis, Trentham Books, 1998.  26)Courtney, R. Drama and Intelligence: A Cognitive Theory, McGill Queen's University Press, 1999.  27)Bolton, G. Op. cit, p. 251.  28)이영숙, 「한국역사 문제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TIE(Theatre in Education) 프로그램 개발 연구」, 『연극놀이 저널 3호, 도서출판 연극, 놀이 그리고 교육』, 2009, 130〜153쪽.  29)Davis, D., Imagining the Real, A Trentham Books, 2014, p.63.  30)이시원, 『스트럭처링 드라마』, 달라진책, 2011.  31)Davis, D., Op.cit, p. 110.  32)Courtney, R. Op.cit., p.25.  33)김주연 & 오판진, 앞의 책, 201쪽.  34)Gillham, G., ‘What life is for: Analysis of Dorothy Heathcote's “levels” of explanation’. Theatre and Education Journal, 1, 1998, pp. 31〜9.  35)Gee, M. ‘The contribution of drama’ In Fautley, M., Hatcher, R., and Millard, E. Remaking the Curriculum: Re-engaging young people in secondary school. Stoke-on-Trent: Trentham Books, 2011.  36)Feral, J., Theatricality: The Specificity of Theatrical Language, Substance, vol.31, no,2, pp. 94〜108, 2002 cited in Nicholson, H., Theatre, Education and Performance, Palgrave MacMillan, 2011, p.105.  37)O'Toole, J. (1992), Op.cit, p. 98.  38)David, D., Op.cit, p. 68.  39)Bolton, G., Changes in Thinking about Drama in Education, Theory into Practice, Vol. 24, No. 3, pp. 151〜157.  40)O'Toole, J. (1992), Op.cit.  41)Boal, A., games for actors and non-actors, routledge, Newyork, 2002, p. 214.  42)Linds, W., A journey in Metaxis: Been, being, becoming, imag(in)ing drama facilitation, PhD dissertation. Vancouver: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2001 cited in Davis, D. Op.cit. p. 52.  43)O'Toole, J. Ibid, p. 232.  44)Bolton, G., Ibid, p. 11, cited in Davis, D. Op.cit. pp. 52〜53.  45)Bolton, G., Ibid, p. 155.  46)이수연, 「<코리아쉐이크>다문화, TIE와 만나다」, 『연극, 놀이 그리고 교육』, vol. 5, 27〜46쪽, 45쪽.  47)Vygotsky, L.S. Play and its role in the mental development of the child, Soviet Psychology 5(3): 6--18, 1967. cited in O'Toole, J. (2009), Op.cit. p.72.  48)O'Toole, J. (1992), Op.cit. p.98.  49)Bolton, G., Drama as Education, Longman, 1984. p. 142.  50)Davis, D. (ed.), Edward Bond and Dramatic child: Edward Bond's plays for young people, Trentham Books, 2005, p. 141.  51)필자는 2014년 9월 경기도 화성시 도이초등학교에서 도서 ‘배낭을 멘 노인’을 소재로 두차시에 걸쳐 과정 드라마를 진행하였다.  52)D,I.E에서는 교사, T.I.E에서는 배우–교사, 연극놀이에서는 ‘이끔’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이들을 통칭하여 교사라 칭한다.  53)김주연, 「드라마의 교육방법적 활용방안모색: 과정 드라마를 통한 개념탐구」,『드라마연구』, 제38호(통합 제16권), 2012.10, 81〜109쪽.  54)Davis, D.(2014) Op.cit. pp. 63〜65.  55)김주연, 앞의 글, 102〜103쪽.  56)O'Conner, P., Reflection and refraction—The dimpled mirror of process drama, Unpublished Ph.D. Thesis, Griffith University, 2003, p. 263.  57)Morgan, N. & Saxton, J., Asking Better Questions, Pembroke Publishers, 2006.  58)김주연, 앞의 글, 103쪽.  59)Vygotsky, L. Thought and Language, E. Haufmann and G. Vakar.(ed. and trans.) Cambridge, Mass., MIT Press, 1962.  60)Bolton, G. Towards A Theory Of Drama In Education. London: Longman, 1979, p. 126.

    4. 실천 사례들에 대한 분석

    지금까지 사회적/교육적 교실 즉흥극의 의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원리를 살펴보았다. 의미 구성은, 동일시적 즉흥극을 기반으로 역할과 배경 안에서 일차적으로 허구 세계 내 의미를 형성하고, 허구와 현실을 잇는 메탁시스적 효과에 의해 허구 세계 내 의미를 현실까지 확장하는 이차적 의미 구성, 마지막으로 동료나 교사의 개입에 의해, 이렇게 구성된 의미를 확장하는 삼차적 의미 구성까지 거치게 된다. 실제 사례에서 이러한 사회적/교육적 교실 즉흥극 의미 형성원리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겠다. 사회적/교육적 교실 즉흥극의 대표적 방법들인 티아아이(T.I.E), 토론연극, 과정드라마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진단해 보려한다. 이를 위해 이들을 세 가지 의미 구성측면 즉, 일차적 의미 구성인 허구세계 내 의미 구성, 이차적 의미구성인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메탁시스 의미 구성, 삼차적 의미 구성인 현존하는 의미체계의 변화의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4.1. T.I.E(Theatre in Education)

    6·25 전쟁에 대해 학생들이 지닌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이영숙의 한국역사문제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TIE형태로 이뤄졌다.61) 이영숙은 티아이이 과정에서 참여자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러한 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둔덕마을의 비밀’이라는 제목아래, TIE팀 소개 및 긴장 이완을 위한 놀이, 배경인 둔덕마을 소개 및 참가자의 역할입기, 구체적 배경인 아지트 공간 구축하기, TIE팀의 배우들의 극중 인물 소개, 참가자들과 배우들 모두 연극 속으로 들어가기, 문제사건의 발생 및 전개, 문제사건 해결을 위한 토론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63)

    이영숙의 6·25 티아이이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많은 티아이이 공연의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역할을 입고 배경 속으로 들어가 드라마에 몰입한 뒤, 비판적 성찰을 위한 토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때 프로그램은 의미를 허구세계로 한정시키지 않고 현실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이어지도록 현실과 밀접한 소재를 사용한다. 6·25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좁히기라는 의도 자체가 이미 현실세계에 대한 이해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의도들은 다문화64), 왕따문제65)를 다룬 티아이이 공연들에도 나타난다.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소재로 선택하여, 허구세계의 의미를 현실에 까지 적용하여, 메탁시스적 의미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문화 문제를 다뤘던 ‘코리아 쉐이크’라는 티아이이 공연을 관람하고 참여했던 한 학생의 소감에서 이차적 의미구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연극이라면 직접 관객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데, 이번 연극은 우리가 참여했고 같이 놀다보니깐 연극이라는 생각보다는 실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주한이나 제인이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 국제결혼해서 내가 사는 지역에도 외국인이 많이 온다. 예전에는 그런 외국인을 보면 돈이 없어서 팔러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극을 보면서 그 생각이 많이 바뀐 거 같다.”66)

    허구세계를 겪고 난후, 허구 세계의 경험의 의미를 허구 세계로 한정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현실세계로 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또한 참여한 학생 또한 이러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친화적인 소재를 다루는 국내 티아이이 공연의 경향은 그래서 특별히 교사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메탁시스적 의미 구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의 특별한 개입이 없이 이차적 메탁시스 의미에 도달할지라도, 이러한 의미는 대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머무르기 쉽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개인과 국경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확대시켜서 인식하거나, 노동의 이동과 같은 좀 더 추상적이고 보편적 의미로 확대하기에, 티아이이 공연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현실의 문제에 밀착되어 있다. 현재 티아이이 공연은 이차적 의미 구성까지 포용하고 있으나, 현존하는 인식수준의 변화를 지향하는 삼차적 의미 구성까지는 포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이라던가, 약물사용이라던가, 하는 현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연상시키는 현실 지시적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티아이이 공연은 영국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본드(Bond)에 의해서 시도 되고 있다.67) 예를 들어 9〜12살 학생들을 위해 공연한 ‘부서진 그릇(Broken Bowl)’에서 그는 상상과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공연에서, 그는 저녁 식사를 하는 엄마, 아빠, 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딸은 상상의 친구에게 시리얼을 계속 먹이려고 하고, 아빠는 그 먹이려는 그릇을 깨려고 한다. 이와 같은 장면은, 현실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공연을 통해 만들어진 의미가 허구 세계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약 티아이이 공연 후 교사나 동료들과 토론할 시간이 제공된다면,68),이러한 의미가 현실세계에 적용되고, 더 나아가, 상상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추상적 이해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티아이이 공연에서 이러한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티아이이 공연은 현실과 밀착한 소재 사용으로 인해 메탁시스적 이차 의미 구성까지 가능하나 의미의 확대를 불러오는 삼차 의미 구성까지 의도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4.2. 토론연극

    극단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는 2011년 서울시 교육청 문화 ,예술, 체육 교육 활성화를 위한 문예체 전문 강사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참여하여, 중학교 도덕 교과 연계 수업을 하였다.69)

    김현정은 토론연극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러한 형태의 토론연극으로, 극단 해는 특정 단원을 선정하여 다루기보다 도덕과 전반에서 거론되는 내용들을 포함하는 ‘지나친 휴대폰 사용’으로 도덕교과에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기계 만능주의, 이기주의, 환경, 소통부재 등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려고 하였다. 제시된 연극은 주인공의 지나친 휴대폰 사용으로 부모님, 친구들과 갈등을 빚고, 결국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휴대폰을 빼앗겨 벌점을 받고, 부모님께 통보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장면들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연극장면이 제시되고 난후, ‘주인공이 겪고 있는 문제가 현실성이 있는지, 보인 문제에 공감하는지, 해결될 필요가 있어 보이는지, 그렇다면 누가 언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제시된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일지’ 등과 같은 질문이 학생들에게 던져졌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연극 상황 속으로 직접 들어가 ‘관객–배우’로서 답을 찾아 나갔다.

    지나친 휴대폰 사용으로 곤란을 겪는 중학생이라는 역할 선정과 이러한 역할 테두리 안에서의 극 진행, 관객–배우(spec–actor)역할에 요청되는 거리두기와 공감하기를 통한 의미 구성 등은 토론연극에서 보이는 의미구성을 위한 과정이다. 그런데 토론연극에서 도드라지는 점은 의미 형성에 있어 동료 참가자와 교사의 개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장치화 했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관객-배우가 되어 직접 무대로 올라가 자신들의 이해 수준에서 구성한 의미들을 외부로 표출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였다. 참가자 상호간에 도전하고 촉발하고 영향을 주는 과정을 가시화한 것이다.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동의 장”71)을 명시적으로 둔것이다. 참가자들에게 대화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은 다음과 같은 참가자들의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엄마로 등장한 ‘관객–배우’는 밥은 안 먹고 핸드폰만 보는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주고, 공부와 성적 중압감이 큰 강남권 S중학교를 떠나 다른 지역 학교로 전학할 것을 권해 보기도 하였다.(이때 아들 역할을 한 배우는 엄마의 제안에 당황하여 스스로 밥을 먹고, 전학을 가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72)

    그런데, 이러한 적극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는 토론연극의 의미 또한 티아이이와 마찬가지로 메탁시스에 의한 이차적 의미수준에서 형성된다. 위에서 언급한 토론 연극에 참여한 한 학생의 소감은 이를 보여준다: “연극 내용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니 만큼 많이 공감됐다. 나는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니지만 방관하는 것도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다.”73) 성격상 토론 연극은 갈등 상황의 문제 해결을 주된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현실과 밀착된 소재를 선정하여 문제 해결의 방식 탐색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소재에 있어 관객과의 밀착도가 높은 갈등상황을 선택하여 관객들의 자발적, 적극적 문제 탐색이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토론연극은 티아이이 공연보다 소재면에서 더 현실과 밀착하며, 메탁시스적 의미 구성에 있어 더 용이하다.

    토론 연극은 그 성격상, 메탁시스적 의미 구성을 원리로 삼고 있어, 삼차적 의미구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3. 과정드라마

    김홍도의 풍속화를 감상하기 위해 과정드라마를 도입한 이명주(2014)는 풍속화를 당시의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감상하는 경로를 제시한다. “풍속화라는 조선 후기 서민 문화의 대표적 장르에 담긴 화원의 회화적 성취를 경험함으로써 감상자가 작품을 이해하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가”74)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명주의 연구는, 이러한 미술 감상이 “사회 문화적 맥락의 구조적 상상”과 “감정이입” 그리고 “미술작품의 해석”이라는 과정으로 구성된다고 밝힌다.75) 그런데, 이러한 구성이 과정드라마와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한다. 일정한 가치 체계를 공유하는 허구의 문화 공동체 안에서 진행되는 ‘살아보기’ 드라마와 이러한 살아보기 드라마에 대한 반추하는 활동으로 이뤄진 과정드라마를 새로운 미술 작품 감상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보았다.

    생계유지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역할을 학생들에게 부여한 뒤, 조선후기 화가들이 겪었을 법한 어려운 상황을 제시하고, 도화원에 들어가 백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당시 양반들과의 마찰을 겪는 일련의 경험을 하게 한다. 이후 이어진 반추활동에서 학생들은 ‘그림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그림의 내용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와 관련한 내용들을 해석의 중요한 관점으로 내놓았다. 그림과 관련하여 외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학생들은 생계유지나 칭송, 비난과 관련한 해석을 하였다. 그리하여 도화서를 떠나는 장면에서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슬픔’의 감정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에 반해, 그림 내부적인 문제에 집중한 참가자들은 그림을 좀 더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지와 관련한 해석을 내놓았는데, 이들은 도화원을 떠나는 장면에서 이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의 감정을 드러내었다.76)

    조선후기 풍속화의 회화적 성취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감상의 지점이었으므로, 생계유지나 칭송, 비난 같은 작품의 내부보다 외부에 시선을 둔 해석에 대해서는 작품 이해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작품외부에 집중한 학생들의 반응을 분석하는데 있어, 이명주는 그들의 이해수준이 이러한 해석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은 칭찬과 상벌과 같은 외부적 성취가 주가 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어른들의 기대와 학교, 학원의 상벌 체계 속에서 아이들은 보상과 강화를 보다 안전하고 중요한 가치로 선택할 수 있다”77)

    이러한 분석은 메탁시스 효과에 의해 허구와 현실세계를 해석하는데 있어, 참가자들이 기존의 이해 수준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록 이명주의 과정드라마는 되돌아보는 반추활동을 과정드라마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를 포함하고 있으나, 반추 과정에서 가능한 의미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고 있다. 반추활동을 허구세계 경험을 되돌아보고 단순히 소감을 나누는 정도로 자리매김하기보다, 서로의 해석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 생성의 장으로 적극적으로 인식할 경우, 삼차적 의미 구성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정치, 사회 체제와 개인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6학년 학생들을 위해 고안된 과정드라마에서 모든 드라마 활동을 끝낸 뒤 교사와 학생들은 방금 마친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기서 의미가 확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78) 교사와 학생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여기까지 학생들은 허구세계에서의 경험에 대한 의미를 구성한다. 드라마를 하며 부당하게 대우받아 기분 나빴던 경험을 나누다가 이러한 경험이 법에 의한 차별과 연결된다는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 의미 구성이 허구세계로 한정되어 반복적으로 말해질 때쯤 교사는 의미를 현실세계로 옮겨 놓는다.

    이 지점에 이르면, 학생들은 허구세계에서의 의미를 확대하여, 현실세계에 적용하여, 현실세계에서의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이차적 메탁시스 의미구성에 다다르게 된다. 그런데 이후 계속 진행되는 대화에서 학생들은 현존하는 이해의 수준을 넘어 보편적 의미로 까지 확장하게 되는데 이를 촉발시킨 학생은 SB1이었다.

    위에서 학생들은 허구세계에서 겪었던 개인적 감정 차원의 문제를 법, 정치, 환경이라는 사회적 차원의 의미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와 동료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부당함과 억울함이라는 허구 세계 내 의미는 법적 차별이라는 현실세계의 의미로 연장되어, 마침내 개인과 정치제도, 법, 환경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까지 확장되었다. 이렇게, 반추활동의 의미 확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할 경우, 과정드라마에서 생성되는 의미는 참가자들의 현재 이해수준을 한 층 확장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과정드라마는 드라마에 대한 몰입 후에 이어지는 반추활동의 상호작용정도에 따라 이차적 의미인 메탁시스적 의미는 물론 현 수준의 이해의 확대라는 삼차적 의미 구성까지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반추활동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을 때, 의미는 허구세계 내 의미 구성이나 메탁시스적 의미 구성이라는 이차적 단계에 머무르기 쉽다.

    61)이영숙(2009) 앞의 글.  62)앞의 글, 133쪽.  63)위의 글, 143쪽.  64)이수연, <코리아쉐이크>를 돌아보며: 다문화, TIE와 만나다, 연극놀이 저널 5호, 2012, 27~46쪽.  65)「학교 폭력 이제 그만! 무대속 이야기로 찾아가는 해결의 실마리」,『서울교육』, 제182호 (2012년 6월호), 34〜35쪽.  66)위의 글, 44쪽.  67)Davis, D.(2014) Op.cit. pp. 139~153.  68)티아이이 공연은 대부분 공연 후 사후 토론 시간을 제공한다.  69)김현정,「 내목소리가 들리니?! 서로 다른 목소리의 대화」, 『우리교육』, 여름, 2012.6, 76〜87쪽.  70)위의 글, 78쪽.  71)위의 글, 79쪽.  72)위의 글, 79쪽.  73)위의 글, 80쪽.  74)이명주, 「추체험을 통한 초등미술감상 지도방안–과정드라마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서울교육대학교, 2014, 88쪽.  75)위의 글, 24쪽.  76)위의 글, 86쪽.  77)위의 글, 89〜90쪽.  78)김주연, 「드라마 관습 활동을 통한 사회 세계의 이해」, 『한국 초등교육』, 제21권 3호, 2011, 173〜192쪽.  79)위의 글, 188쪽.  80)위의 글, 188쪽.  81)위의 글, 188〜189쪽.

    5. 나가며

    지난 25년간 학교에서 연극은 다양화되었다. 오툴(O'Toole)은 다양화된 학교 연극을 목적측면에서 범주화하여 언어적/소통적(linguistic/communicative), 표현적/발달적(expressive/developmental), 사회적/교육적(social/pedagogical), 미적/인지적(aesthetic/cognitive)으로 분류하였다. 특히 사회적/교육적 목적의 학교 연극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본 글에서는 사회적/교육적 학교 연극의 의미가 어떤 원리로 생성되는지 탐구하였다.

    사회적/교육적 학교 연극은 광의로 해석했을 때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변화’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연극을 일컫는다. 이는 주로 동일시(identification)의 성격을 띤 즉흥극으로 진행되는데,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함의를 띤 역할을 허구세계 구축의 기본바탕으로 삼는다. 역할(role)과 배경(context)을 기본 축으로 삼았을 때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생성되는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서, 메탁시스 효과 발생과 동료와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메탁시스 효과는 허구세계에 머무를 수 있는 의미를 현실세계에 까지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으며, 동료와 교사의 개입은 현재의 수준에 머무르기 쉬운 참가자들의 이해수준에 변화를 가져온다. 허구세계 경험, 메탁시스 효과, 동료와 교사의 개입 과정을 거쳐 참가자들이 형성하는 의미는, 기존의 이해수준에서의 허구세계의 의미, 그리고 현실세계에 대한 의미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존의 이해수준의 변화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지식은 인지적, 감각적, 정서적 이해를 아우르는 통합적 이해가 된다.

    국내에서 실행되고 있는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 교실 즉흥극의 대표적 실천들인 티아이이(T.I.E), 토론연극, 과정드라마를 허구세계 내 의미 구성,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에 대한 메탁시스 의미 구성, 현존하는 의미체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분석해보았다. 현재 티아이이는 현실과 밀착한 소재를 선택하여, 메탁시스 의미 구성을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한다. 본드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보편적 의미로의 확대라는 삼차적 의미는 국내에서 실천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토론연극은 드라마 세계 내 갈등의 문제 해결을 관객들의 적극적 개입으로 탐구하려는 형식을 띠고 있어, 소재는 현실과 더욱더 밀착되어 메탁시스적 의미 구성이 더욱 용이하도록 구축된다. 드라마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로 이뤄진 과정드라마는 반추 활동의 상호작용정도에 따라 삼차적 의미 구성까지 가능하다.

    학교연극에서 허구세계 즉 ‘극’을 어떻게 구성할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던 반면, 이를 통해 의미는 어떻게 형성되고 어디까지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았다. ‘연극’ 만들기에 무게 중심을 두어, 다양한 연극만들기 기법들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던 반면, 이러한 연극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의미의 잠재성을 간과한 측면이 크다.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의 즉흥극들에서 참가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무슨 의미를 형성하는 가는 핵심적인 부분임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 글은 학교연극의 사회적/교육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있어 의미가 세 차원으로 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제시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즉흥극들이 머무르고 있는 의미의 차원을 넓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흥극 체험 후 교사가 던지는 ‘어떻게 느꼈나요?’ 혹은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는 질문의 수준에서 극 체험의 의미가 결정되는 현재의 대부분의 교실 즉흥극은, 이제 의미를 어떻게 더 확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의미의 확장은 결과적으로 고도의 사고 기능을 발생시켜, 연극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교육적 패러다임이 더욱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만든다.

    더불어, 이러한 고민은 형식에 있어 자칫 정형화 될 가능성이 있는 현재의 즉흥극에 다양성과 창조성을 제공해 줄 수 있으므로, ‘의미구성’에 대한 탐구는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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