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희곡에 나타난 몸

Bodies used in Dramas on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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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본고는 오월 희곡 가운데 <금희의 오월, 1988> <일어서는 사람들, 1988> <오월의 신부, 2000> <푸르른 날에, 2011>를 대상으로 작품에 나타난 몸을 고찰하였다. 연극은 몸으로 시작하고 몸으로 끝날 뿐 아니라, 몸에 영혼을 불어넣어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이다. 그럼에도 우리 연극과 희곡에 대한 몸 연구는 아직 매우 미진하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각 희곡에 구현된 몸에 주목하면서 몸이 작품 전반에 끼친 의미를 고찰하였다.

    80년 오월, 신군부는 광주 시민의 몸을 병들게했으며 죽음으로까지 내 몰았다. 광주 시민들은 그런 고행의 시간을 통과하며 굴복하지않고, 몸을 나누는 시민 공동체로 맞서 싸웠다. 본고의 대상 작품들도 모두 이런 사실을 주시하며 창작되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이런 점에 착안해 작품의 몸 구현 양상을 ‘병든 몸’, ‘죽은 몸’, ‘나누는 몸’으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네 희곡은 ‘병든 몸’을 매개로하여 오월에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보여 주면서 오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독자(관객)에게 전했다. 또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며 민중적 생명력을 꽃피우는 몸도 구현해 보였다.

    또한 네 희곡에 구현된 ‘죽은 몸’은 총에 맞아 구멍 뚫린 몸이거나 얼굴의 반쪽만 남은 참혹한 상태이기에 산 사람의 몸에 각인되어 그 참상을 두고두고 상기 시키는 몸으로 기능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이 몸으로써 공존하여 80년 오월 죽은 몸에 생기를 불어 넣고, 생존한 자의 정신을 일깨웠다.

    끝으로 네 희곡은 ‘나누는 몸’을 부각함으로써 오월 정신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공동체 의식이었음을 구현해 보였다. 그러면서 몸은 사회를 상징하는 강력한 메타포임을 풍자적으로 전했다.


    This study speculated on the use of bodies in dramas on the May Gwangju uprising focusing on <May of Kumhee, 1988>, <Rising People, 2000>, <Bride of May, 2011> and <Green Day, 2011>. The dramas begin and end with bodies and they are a medium to communicate with the audience by giving energy to the bodies.

    However, there are only a few studies on this in dramas. So this study speculated on the meaning the bodies have on the dramas focusing on the bodies realized in each drama.

    In May of 1980, the military authority made the bodies of Gwangju people sick and finally lead to deaths. Gwangju people struggled against the authority as a civil community while not surrendering to it. All the dramas in this study focused on this situation. This study classified the aspects of the bodies embodied in the dramas into 'dead bodies', 'sick bodies' and 'divided bodies'.

    As a result, the four dramas showed the pain in the bodies that survived in May with sick bodies as a form of media, but the bodies led them to healing or reflection. Also, they embodied the bodies which revive public vitality while overcoming physical disorder.

    As the 'dead bodies’ embodied in the four dramas were shot and pierced, or had half-left on faces, the images were burnt into the live bodies of the living and made us recollect the misery. Also death and life coexist in bodies and inspire dead bodies to be animated and the live to be awakened.

    Finally, they highlighted the 'divided bodies' to show that what is most remarkable in the spirit of May was the community spirit, and presented a parody that bodies are a strong metaphor which symbolize society.

  • KEYWORD

    80년 오월 , 병든 몸 , 죽은 몸 , 나누는 몸 , 공동체의식

  • 1. 들어가며

    연극은 몸으로 시작하고 몸으로 끝날 뿐 아니라, 몸에 영혼을 불어넣어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이다. 연극 공간에서 우리는 몸을 통해 존재하고, 몸을 통해 타인과 혹은 세계와 관계한다. 배우의 몸이성이 관객 몸이성과 한 공간에서 섞이면서 새로운 지각을 체현하는 현상학적 공간이 연극 무대인 것이다.1) 그래서 연극은 말로 하는 언어 표현보다는 말로 하지 않는 몸에 표현이 더 직접적이고, 일회적이고, 감각적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2)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희곡 연구와 공연 비평은 몸을 무시한 채 언어와 문자에 치중하고 말았다. 최근에 들어서야 몸의 언어를 입론한 연구가 양산되고 있지만 거의 공연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기 발표된 희곡을 대상으로 한 몸 연구는 여전히 미흡하다. 본고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광주에서 80년 오월에 일어난 일련의 상황은 몸에 굴레를 씌우고, 몸을 학대하고 종국에는 몸을 사멸케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렇기에 그 해 오월을 통과한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힘들게 살아간다. 아니면 한을 품은 채 구천을 떠돈다. 그 상처와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기에 문학의 소재가 되고 연극 무대에도 해마다 오른다. 특히 오월을 일으킨 가해자들이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지내고 있고, 그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점이 문학인이나 예술가들에게 오월을 문제적으로 인식케 한다.

    본고의 대상 작품은 80년 오월을 처음 무대극으로 선보인 박효선의 <금희의 오월, 1988>, 마당극 양식으로 처음 오월을 담은 <일어서는 사람들, 1988>, 시적 감성으로 오월의 환부를 해부한 황지우의 <오월의 신부, 2000>,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2011년 첫 공연 이후로 매년 관객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푸르른 날에>3) 등이다. 이들 작품들은 각각 그 시기를 대표한 오월희곡들로서 지금까지도 끊이지않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분석 작품으로 삼았다.

    본고의 대상 작품에 대한 선행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 80년대 작품인 <금희의 오월>과 <일어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연구가 양산되었지만 대부분 리뷰 차원이고, 학술논문으로는 남기성4)과 김도일5)의 논문을 꼽을 정도이다. <일어서는 사람들>은 남기성이 공연학의 차원에서 마당극 몸을 논하면서 약술했고, 김도일은 마당극의 미학적 측면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을 다루었다. 김도일은 또한 박효선의 희곡집에 수록된 작품 전체를 분석하면서 <금희의 오월>의 주제를 분석했다. 2000년 이후에 발표된 <오월의 신부>와 <푸르른 날에>는 아직 학술논문은 상재되지 않았고, 리뷰 차원의 비평문만 다수 발표되었다. 그 중 김길수6)와 김옥란7)의 리뷰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현장비평의 성격이기에 공연 양식과 주제의식을 규명한 연구에 머물렀다.

    오월희곡은 오월 민주화운동에 가담했던 몸들의 얘기이다. 지금 생존해 있는 사람들의 얘기이기도 하고, 그 해에 죽은 사람들 얘기다. 작품의 형상화 정도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네 작품은 80년 오월 현장에 가담했거나 관망한 실제 인물들을 반영해 쓰여졌다. 이는 작가들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염두에 두고 창작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본고에서 다룬 네 작품의 작가들은 모두 80년 오월을 직접 몸으로 겪었거나 지켜봤던 사람들이기에 작품의 리얼리티를 더욱 확보한다.8)

    절차적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 정권은 국민의 저항을 받으면 그 싹을 자를려고 가장 먼저 몸을 유린한다. 저항하는 몸을 가두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몸에 폭력을 가한다. 당연히 저항한 몸은 상처받고 병들다 사멸에 이른다. 우리가 다룬 오월희곡은 그런 몸의 수난을 다룬다. 그러면서 병들고 지친 몸들이 몸의 주체로서 거듭나려는 과정을 보인다. 그야말로 몸의 예속을 벗어나려고 분연히 일어선 사람들의 분투기로, 살아남은 자의 정신적 내상과 심하게 훼손된 몸 때문에 겪는 육체적 통증이 결합된 채 오월을 기억하라고 외친다. 그래서 오월 희곡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텍스트에 구현된 몸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월 희곡의 몸성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진하다. 이런 이유로 본고에서는 오월 희곡에 나타난 몸을 고찰하려 한다. 이런 몸에 대한 탐구가 종래 오월희곡 연구 성과의 외연을 넓히는데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몸은 우리가 언어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식을 점검하게 해 주는 메타 담론의 역할을 한다.”9) 는 주현식의 말처럼 몸을 얼개 삼으면 오월희곡의 진면목을 밝히는데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 작품에 나타난 몸의 구현 양상을 ‘병든 몸’, ‘죽은 몸’, ‘나누는 몸’으로 분류해 몸이 작품 전반에 끼친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작품에 구현된 몸10)이 선취한 의미와 함께 작가 의도를 규명할 것이다.

    1)가너에 따르면 “연극적 공간은 몸과 몸의 공간적 관심사들이 지배하는 현상학적 공간으로 객관성이 성립할 수 없는 비데카르트적 주거지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공간에서 객관과 주관은 상호 의미를 갖는 관계를 도출하게 된다.”이강임, 「퍼포먼스 공간 연출」, 『퍼포먼스 연구와 연극』, 연극과 인간, 2010, 한국연극학회 편, 320쪽.  2)안치운, 『한국 연극의 지형학』, 문학과지성사, 1998, 100쪽.  3)본고에서는 <푸르른 날에>의 텍스트로 1999년 제3회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한 희곡을 고선웅이 각색한 공연 대본을 삼았다. 국내 최고 희곡상 수상작을 텍스트 삼는 것도 의의가 있겠지만 희곡이 공연을 전제로 쓰인 만큼 실제 공연 대본을 대상으로 삼는 게 연극학적 위상에 걸맞는 연구라 생각했다.  4)남기성, 채희완 편, 「마당극의 몸미학」,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 민속원, 2008.  5)김도일, 「1980년대 이후 마당극 연구: 놀이패 ‘신명’, 마당극패 ‘우금치’, 극단 ‘함께사는세상’을 중심으로」, 조선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김도일, 「박효선 희곡에 나타난 주제의식 연구-희곡집 『금희의 오월』을 중심으로-, 『한민족 어문학』 제63집, 한민족어문학회, 2013.  6)김길수, 「오월극, 고백의 침잠미학, 보고의 성찰미학」, 『연극평론』,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 2000 겨울 복간 1호 통권21호., 2000.  7)김옥란, 「5·18과 애도의 방식 <푸르른 날에>」 『한국희곡』, 통권 제4호 (2011년 여름) 연극과 인간, 2011.  8)<금희의 오월>을 쓴 박효선은 오월 시민군의 홍보부장으로 가담했었고, <일어서는 사람들>을 공동창작한 신명의 단원들 가운데 일부도 홍보부원으로 참여했다. <오월의 신부>를 쓴 황지우는 해남출신으로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마쳤고, <푸르른 날에>를 각색해 연출한 고선웅은 광주에서 중학교 다닐 때 오월을 겪었다.  9)자아의 존재에 직접적인 지각으로 관여하는 몸은 세계 내 존재로서 다른 행위자들과 관계를 맺는 인간 경험의 실존적 기반이라할 수 있다. 때문에 몸의 탐구는 인물 간의 상호작용의 망을 거쳐 구성되는 등장인물의 이해에 의미심장한 출발점이 된다. 주현식, 「드라마의 텍스트적 육체성-최인훈의 <봄이 오면 山에 들에>를 중심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48집,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10, 193쪽.  10)이 논문에서 사용하는 몸 개념은 일반적으로 철학, 인문학에서 사용하는 몸 개념과는 조금 다르며, 희곡문학 문자텍스트에 형용된 몸을 의미한다.

    2. 오월 희곡의 몸 구현 양상

       2.1. 병든 몸

    <금희의 오월>의 주인공 정연이는 80년 오월에 전남대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다. 정연은 그 시절 대학생이 대부분 그렇듯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시위에 단순 가담한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신군부가 저지른 오월 참상을 목격한 후 투사의 길로 접어 든다. 정현을 변혁의 주체로 거듭나게한 것은 오월의 훼손된 육체들이다. 진압군의 만행으로 팔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가 된 훼손된 몸들이 정현의 몸을 오월의 현장에 이끈 것이다.

    시민군이 되어 무장한 채 전쟁터나 다름없는 광주시가지를 누비는 정연 때문에 남은 가족은 애를 태운다. 80년 오월 엄혹했던 광주는 통신이 두절된 상태라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고, 진압군이 시민을 살해한 후 암매장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시절이라 정연의 몸은 가족에겐 실종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에 정연의 남은 가족은 실종된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쉽게 찾지 못한다. 마침내 계엄군이 도청을 진압하기로 공표한 전 날에야 정연은 총을 맨 채 귀가하여 가족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정연은 자신의 귀가한 행동에 수취심을 느끼다가, 도청이 진압되기 전 다시 오월의 심장으로 뛰어든다. 도청에서 정연은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자 시민군에게 최후의 일각까지 도청을 사수하자고 선동하다가 죽음을 맞는다. 무자비하게 도청이 진압된 후 정연의 어머니는 시신이 안치된 장소를 찾아 헤매지만 정연을 쉽사리 찾지 못한다. 며칠이 지나 망월묘역에서 발견된 정연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가족에 인계된다. 정연의 엄마는 몸져 누웠고, 아빠는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금희의 오월>에서 정연의 죽음은 이미 남은 가족의 몸에 깊이 각인되었기에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한다.

    <금희의 오월>의 서장이다. 금희의 목소리로 정연 가족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흔’을 안고 살고 있다고 전한다. 정연이 죽은 후에 정연의 엄마는 몸져 눕고, 아빠는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트라우마는 생존하는 내내 가족의 정신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작품은 보인다. 박효선은 서장에서 정연 가족의 병든 몸을 내세워 오월의 상흔을 독자(관객)의 몸에 각인한 것이다.

    <일어서는 사람들>의 주인공 일팔이는 부모가 5·18일에 얻은 늦둥이기에 생일을 이름 삼았다. 노동자인 일팔이는 야학에 다닐 때 오월을 겪다가 산화한다. 일팔이의 부모는 장애가 있는 순박한 농꾼이지만 일팔이의 죽음으로 인해 변혁의 주체로 거듭난다. 이 부부는 불구의 몸으로 설정되었지만, 작품 결말에서 오월 영령의 해원굿을 한 후에 몸을 치유받는다.

    위 지문의 ‘꼽추를 푼다’는 말은 이 부부가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으로 거듭난다는 뜻이다. 실제 공연에서는 꼽추는 등에 난 혹이 사라지며 허리를 바로 세우고, 곰배팔이는 뒤틀린 사지가 바로 잡히는 기적이 일어난다. 꼽추가 영령들을 해원하면서 이 부부도 몸의 회복을 맞은 것이다. 이 부부의 몸이 정상인으로 회복된다는 것은 오월 정신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남기성의 분석처럼 “<일어서는 사람들>의 곰배팔이와 꼽추 부부의 왜곡된 몸은 단지 신체의 불구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통과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몸에 각인된, 상처받고 불구화된 광주시민들의 영혼을 상징”13)하기 때문이다. 불구의 몸이 치유되는 것으로 광주 영령을 부활시키고 광주 정신을 알리려는 의도라 하겠다. 이렇듯 불구의 부부는 오월을 통과하면서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며 민중적 생명력을 꽃피운다.

    <오월의 신부>의 인호는 빈민운동가로 투철한 시민의식의 소유자였다. 그는 빈민들이 모여 사는 광천동 서민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신협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야학을 열어 배움의 길로 이끈다. 이렇듯 지사적 삶을 살았지만 작품에선 실성한 채 지낸다. 인호는 야학동지들과 오월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건졌지만, 동지가 죽은 사실을 안 후에 자살하려고 머리를 벽에 부딪힌 후로 정신분열증을 앓게된 것이다. 그에겐 80년 오월에 사망한 동지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의 정신병은 오월로 죽은 동지 때문에 시작되었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여전히 80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80년에 갇혀 지내는 그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그려질수록 관객에 전하는 오월의 상흔은 심화된다.

    위의 대사처럼 인호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오월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그 시절에 당한 외상은 수없이 반복되며 그에게 고통을 준다. 그런데 이런 인호의 병든 몸은 20년이 지난 작품 속 인물들에게 실존의식을 부여한다. 사제인 장신부는 작품의 프롤로그에서 “하느님은 응답하시는 이름이 아니라 그저 절망과 회한이 밀어내는 나의 한숨일 뿐.”15)이라며 절대자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후에 인호 때문에 “영혼이 바삭바삭 삭아 버렸”16)다고 푸념하지만, 에필로그에선 인호의 몸을 통해 불멸을 알게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몸을 통해 하느님을 접견했다고 한다.

    위 장신부의 독백처럼 인호의 병든 몸은 오월에 빚진 살아남은 몸을 반성케한다. 인간 조건으로서의 몸이 그 몸을 마주하는 타인의 반성적 사고를 이끄는 촉매가 됨을 보인다. 크리스 쉴링18)에 따르면 몸은 개인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 의미는 ‘사회적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신부는 이성의 영역을 관장하는 사제 신분이지만 병든 인호의 체현된 몸 때문에 각성을 한 것이다. 이는 작가가 신부 몸이 처할 곳을 새롭게 제시한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하늘(이성)이 아니라 땅(몸)에서 영성을 구하라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푸르른 날에>의 주인공 민호 역시 야학과 관련되어 있다.19) <일어서는 사람들>의 일팔이가 야학 학생인데 반해 그는 학생을 가르치는 강학 신분이다. 민호는 대학 후배 기준의 권유로 야학에 가담하여 노동자들을 가르치다 시민군에 합류하지만 유약한 소시민의 모습 그 자체이다. 연인의 동생이기도 한기준을 위험에서 구하려고 시민군에 가담했지만, 그의 죽음을 막지는 못한다. 도청이 진압된 후 민호는 오월에 살아남은 자로서의 자책을 하며 정신이 피폐해져 간다. 몸에 각인된 기준의 죽은 몸이 그를 나락으로 내 몬 것이다. 자신 앞에서 죽은 기준의 망령에 시달리면서 그의 누나이자 연인이었던 정혜를 박대하고, 자신을 돌보려는 형에게마저 냉소적으로 대하다가 마침내 그들을 떠난다. 자진하여 거렁뱅이가 되어 전국을 떠돌다 우연히 만나 도움을 준 일정스님의 권유를 받아들여 출가를 결행한다. 일정은 민호에게 ‘여산’이라고 법명을 지어주고 세속의 몸을 떨쳐버릴 것을 주문한다. 민호가 이웃을 멀리하며 떠돌이로 산 것도, 속세를 떠나 출가한 행위도 모두 몸의 요구 때문이다. 진압 후에 체포되어 고문받으며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워 영혼을 팔았다는 자책으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버린 것이다. 즉 몸에 새겨진 오월의 흔적이 민호의 이성을 짓누르고 몸을 이끈 것으로 볼 수 있다.20)

    세월이 흘러 여산은 자신의 딸이지만 작은아버지로 알고 찾아온 운화로부터 결혼식 혼주 역할을 제의받지만 망설인다. 속세의 인연을 끊었다지만 혈육의 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운화의 방문은 여산을 80년 오월로 인도한다. 80년 오월을 전후한 시기의 자신을 관망하던 여산은 경련을 일으키며 힘들어한다. 야만적 시대가 유폐해버린 그의 찢긴 몸은 세월이 흘렀어도 전혀 치유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속세 시절에 자신을 억눌렀던 오월에 대한 죄의식이 아직도 그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작품은 전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번 몸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작품은 보인 것이다.

    그는 오월 당시 후배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과 고문에 못이겨 자신을 팔았다는 강박21)에 시달린다. 민호는 자신의 눈 앞에서 살해된 후배 기준의 죽은 몸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그의 누나인 정혜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간다. 몸은 이성이나 언어로 해결되지 않는 본능의 영역으로, 이성과 달리 몸이 정혜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강박으로 인해 민호는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떠돌면서 오월의 기억을 떨치려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강박 증상은 심해지면서 정신을 피폐하게 몰아가고 몸을 학대한다. 강박에 시달리며 몸과 사회 모두 망각하고 싶은 민호는 결국 정신 분열증에 시달린다.22)

    그를 아끼는 사람들의 언어는 그에게 온전히 살라고 권유하지만 그의 몸은 거부한다. 짧은 시기에 온 몸으로 많은 것들을 겪었기에 극복 하지 못한다. 상처받은 개인들의 원한과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공적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트라우마 치유와 극복24)은 요원하다. 결국 민호가 세속에서 얻은 병은 불가에 귀의하면서 치유된다. <오월의 신부>에서 세속의 몸이 종교인을 각성하게 이끄는 과정을 구현했다면, <푸르른 날에>는 세속의 몸이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오월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인 것이다. 작가는 오월의 상흔이 그만큼 깊게 몸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종교의 힘을 빌려 치유된다는 설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불교에 의탁한 여산의 몸은 세속에 머물러 있는 독자(관객)의 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폈듯이 네 희곡은 병든 몸을 매개로하여 오월에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보여 주면서 오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독자(관객)에게 전한다. 또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며 민중적 생명력을 꽃피우는 몸도 구현해 보인다.

       2.2. 죽은 몸

    오월은 우리에게 집단적인 죽음으로 기억된다. 그 죽음은 영웅의 죽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이다. 우리 기억의 망에 죽은 몸들을 더욱 붙잡아 두는 것은 오월의 상흔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포 명령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실종자들도 아직 구천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죽은 몸은 단순히 사라져 없어짐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의식 속에 일상적인 것처럼 공존”25)하면서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재의미를 부여해준다. 인간 존재의 가장 명백한 사실은 인간이 몸을 가지고 있고 체현(體現)되어 있기 때문이다.26)우리가 다룬 오월희곡도 무수한 죽은 몸이 생존해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금희의 오월>은 금희의 마지막 독백을 통해 평범한 정연 부모님의 거듭남을 전한다. 시민군에 가담한 대학생 아들 때문에 염려하던 가족이 마침내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오자 민주화 투쟁에 앞장 선다.

    위 대사는 <금희의 오월>의 마지막 장면으로 여고생인 금희의 시선으로 그려지기에 관객에게 아련함을 더욱 전한다. 그녀는 죽은 오빠를 그리워하면서도 그녀가 발딛고 있는 세계가 모두 오빠와 한 몸이라고 위안한다. 금희는 죽은 오빠의 몸을 그리워하고, 신성하게 받아들이기에 실존에 대한 재인식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죽은 정연의 몸은 남은 가족의 몸에 각인되어 새롭게 태어난다. 정연의 부모는 민주화투쟁에 참여하고 여동생 금희는 결연한 투쟁의지를 보일 만큼 주체적인 면모를 보인다. 온몸이 부풀어 썩어있고 이마는 총흔으로 크게 구멍난 참혹한 정현의 육체는 남은 가족을 변혁의 길로 나서게 한 것이다. 박효선은 “인체는 사회의 조직화와 탈조직화를 나타내는 메타포들의 중요한 근원지”라는 몸의 사회학을 실천해 보인 것이다.

    <일어서는 사람들>에서도 앞에서 살폈듯이 죽은 오일팔이로 인해 장애를 겪는 부모가 거듭남을 보인다.

    위의 배우 몸에 대한 지시문은 작품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다. 죽은 여러 몸이 합체하여 하나의 큰 몸을 이루는데 주인공 일팔이의 모친인 꼽추가 등장하여 해원의식을 거행하면 죽은 몸들이 한을 풀고 새 세상을 열망하는 북춤을 춘다. 몸의 접촉이 결국 죽은 몸의 한을 풀어줌으로써 산 몸과 죽은 몸이 조우한 것이다. 즉 민중들이 새 세상을 개벽하려는 열망을 몸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말로 전하는 것 보다 훨씬 통렬하다.29) 이렇듯 <일어서는 사람들>에서는 죽은 몸들이 부활하며 오월 정신을 전경화한다. 몸의 어울림만이 사람을 살리고, 한을 풀고 나아가 오월 정신을 승화시킨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몇 줄 안 되는 지문이지만 위의 장면은 관객의 상상력을 작동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음성 언어를 배제하고 몸의 언어를 추구했기에 작품 주제라할 수 있는 민중적 생명력을 효과적으로 부각해 낸 것이다.

    꼽추는 농부의 아내로 그려졌지만 작품에서는 무녀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배어 있는 남도 전통 제례를 연극으로 재생하며 막을 내리는데 꼽추가 주도한다. 죽은 아들의 몸이 꼽추를 통각으로 이끌어 거듭나게 한 것을 보인 것이다. <일어서는 사람들>은 독자(관객)에게 오월을 굿으로 추체험케한 첫 작품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오월의 신부>는 광주민주화운동 때 살아남은 신부가 참회하는 심정으로 80년 오월을 보여준다. 극중극으로 그려지는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80년 오월에 죽은 사람들이다.

    오월에 살아 남았지만 이미 정신은 죽고 육체만 살아남은 인호가 혼자서 늘 내뱉는 말이다. 동료들이 안 죽었다고 부정하기에 역설적으로 죽은 사실이 더 강조된다. 작품은 트라우마를 겪는 신부와 정신병을 앓는 인호의 안내로 전개되는데 자개공, 건달, 작부, 고아 등 사회의 하층민인 이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전한다. 죽은 사람들로 인해 한 사람은 사제로서의 삶을 회의하며 마지못해 살고, 한 사람은 미쳐 지낸다. 작품은 오월의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진 사제의 기갈을 그리면서 그가 어떻게 정신의 굴레를 벗고 몸의 주체로 거듭나는가를 보인다. 그는 지금 병들었거나 과거에 죽은 몸들의 숭고한 이성을 대면하면서 비로소 정신의 자유를 얻는다. 황지우는 니체의 전언처럼 “예술만이 생존의 공포나 부조리에서 오는 저 구역질나는 생각을 바로 잡아 삶을 가능케 하는 표상에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31)는 것을 보인 것이다. 이렇듯 작품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질곡의 삶을 통해 죽음의 현장을 고발하고, 나아가 오월의 숭고함을 전한다.

    <오월의 신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인물들이 나체로 등장한다. 인호는 벌거벗은 상태에서 매달려 있다가 에필로그에선 공중으로 부양되기 까지 한다. 이는 “인간의 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감각적 본능을 자극하고 그것을 통해서 관객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32)로 해석할 수 있겠다. 황지우는 권력의 압제 때문에 피폐해진 몸을 날 것으로 매달아놓음으로써 오월의 상흔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기억하라고 절규한 것이다.

    <푸르른 날에>는 민호 연인의 동생인 기준이 죽은 몸으로 민호에게 나타난다.

    위의 지문에서 보듯 죽은 몸이 민호에게 달라붙어 그를 병적으로 내 몬다. 민호가 겪는 이런 환시현상도 이성이 원인이 아니라 몸의 지각이 일으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신 앞에서 죽어간 기준의 몸이 민호의 몸에 아로새겨졌기 때문에 지각된 몸의 지시대로 따른 것이다. 즉 민호가 정혜를 힐난하면서 그녀의 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은 이성적 사유에 대비되는 경험하는 몸을 표현한 것이다.

    극이 흐를수록 죽은 몸들은 무리지어 민호 앞에서 서성이는데 이로인해 민호의 정신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간다.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무언의 몸들이 민호를 압박함으로써 오월로 무기력해진 민호의 실존을 선취해 보인다. 종교에 귀의해 다시 태어난 민호는 에필로그에서 죽은 몸들과 결국 화해하며 과거의 상흔을 치유받는다. 죽음과 삶이 몸으로써 공존하여 80년 오월 죽은 몸에 생기를 불어 넣고 생존한 자의 몸을 치유하고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이처럼 오월희곡엔 죽은 몸들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공통점이 있다. 80년 오월은 신군부의 정치적 야욕이 빚은 참사였고, 거기에 맞선 광주 시민은 피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기에 오월극에 죽음을 최고 의제로 다룬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오월에 죽은 몸은 총에 맞아 구멍 뚫린 몸이거나 얼굴의 반쪽만 남은 참혹한 상태이기에 산 사람의 몸에 각인되어 그 참상을 두고두고 상기 시키는 몸으로 기능한다. 죽음과 삶이 몸으로써 공존하여 80년 오월 죽은 몸들을 위무하고, 생존한 자의 정신을 일깨운다. 이는 “육체 위에 자국을 내는 행위”로 “이때 육체는 기표 혹은 메시지가 씌어지는 장소 역할을 한다.”는 피터 부룩스34)에 따르면 네 편의 오월희곡 작가들이 “몸을 언어와 비교할 수 있는 의미체계로써의 토대”35)로서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3. 나누는 몸

    오월희곡은 80년 오월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작가에 따라 인물은 달리 등장하지만 공통되게 다루는 화소들이 있다. 그 중에서 ‘해방광주’도 대표적인 화소이다. 오월은 몇몇 지사들이 전개한 운동이 아니고 광주라는 공동체가 함께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해방광주’는 학계에서도 오월 대표 담론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36)

    <금희의 오월>에서 ‘해방광주’를 맞은 광주 사람들은 신명 그 자체다. 부모형제를 순식간에 잃은 폭압적인 상황을 겪은 그들이기에 해방광주의 기쁨은 배가된다.

    무고한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언론을 통제하면서 광주시민 전체를 폭도로 매도했기 때문에 진압군의 퇴각은 광주 시민 전체의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시민군이 아니더라도 시내로 몰려들어 함께 기뻐하며 먹을 것을 나누고, 자발적으로 쌈짓돈을 거둬 시민군 투쟁기금으로 전달한다. 광주는 이제 축제의 공간을 맞은 것이다. 이런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피가 필요한 부상자를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병원으로 몰려든다. 그야말로 피를 나눈 몸의 공동체를 이룬다. 이렇듯 공동체 의식에 기반하여 함께 나누려는 몸은 민중이 지닌 윤리적 건실함을 선취해 보인다. 몸은 사회를 상징하는 강력한 메타포38) 임을 작가는 풍자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어서는 사람들>에서도 몸의 공동체를 신명나게 구현한다.

    해방광주를 맞은 광주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승리를 만끽하며 즐기다가 시민군이 훌라송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다. 시민들은 이제 광장에서 공동체의식으로 똘똘 뭉쳐 투쟁 결의를 다진다. 노래와 함께 몸의 언어인 춤으로 소통하며 민중의 생명력과 결합하여 공동체의 역동적 미래를 갈구한다. 이런 축제의 공간은 이어지는 참사를 고려하면 코믹 릴리프40)의 기능을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행동으로 보기엔 지나칠정도로 희희낙락하거나 들뜬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이어지는 비극 장면의 숭고미를 고양시키는데 일조한다.

    <오월의 신부>역시 해방 광주는 형상화된다.

    목숨을 저당 잡힌 몸이면서도 명랑한 모습이다. 서로의 살을 나누듯 빵을 나눔으로써 운명 공동체로서의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자개공, 신학생, 재수생, 웨이타 등 각각의 신분은 다르지만 광주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걸고 도청을 사수하려고 한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굴복하지않고,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사는 시민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가를 보인 것이다.

    <푸르른 날에>는 결사항전을 앞두고 사이키 델릭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관객의 몸을 전율케 한다. 위의 오월희곡들과 달리 배우들이 유쾌한 대화보다는 몽환적인 노래와 춤을 추며 한 몸을 이룬다.

    목숨을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의기를 꺽이지 않고 불태우는 장면이다. 실제 공연에서는 현란한 조명이 쏟아지고, 증폭된 음향이 관객을 압도하기에 축제의 현장처럼 열기로 가득했다. 이 노래는 다음 장면까지 이어지며 극의 비장감을 효과적으로 고양시킨다. 이렇듯 죽음이라는 생의 종결을 그로테스크하게 축제화시킨 모습은 자학적인 행동으로 보이기에 격렬한 저항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미 치열한 격전지를 오가며 몸을 나눈 경험이 있었던지라 그들에겐 결전의 날에 더욱 싸울 용기를 낼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다룬 오월희곡 네 편은 오월은 광주 시민 전체의 참여와 희생으로 치룬 위대한 혁명이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러면서 피와 살을 나누는 심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스스로 자신을 희생한 숭고한 공동체였음을 강조한다. 즉 오월 정신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공동체 의식이었음을 몸의 나눔으로 전경화한 것이다. 이렇듯 앞의 몸 구현 양상들과 달리 이 절에서는 오월 가해자들에 맞서 몸을 나누는 숭고한 몸을 구현해 보인다.

    11)박효선, <금희의 오월>, 『5월문학총서·희곡』, 5월문학총서간행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심미안, 2013. 11-12쪽.  12)놀이패 신명 공동 창작, <일어서는 사람들>, 『5월문학총서·희곡』, 5월문학총서간행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심미안, 2013, 384쪽.  13)남기성은 “<일어서는 사람들>의 곰배팔이와 꼽추 부부의 왜곡된 몸은 단지 신체의 불구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통과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몸에 각인된, 상처받고 불구화된 광주시민들의 영혼을 상징하고 있다.”고 진단 한다. 남기성, 앞의 책, 1000쪽.  14)황지우, 『오월의 신부』, 문학과지성사, 2000, 17쪽.  15)황지우, 위의 책, 15쪽.  16)황지우, 위의 책, 15쪽.  17)황지우, 위의 책, 215쪽.  18)크리스 쉴링, 임인숙 옮김, 『몸의 사회학』, 나남출판사, 2001, 125쪽.  19)오월극에 야학 화소는 약방의 감초처럼 자주 등장한다. 그 이유는 오월 시민군을 이끌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윤상원 열사가 야학 강학 출신이기도 하지만 그의 야학 동료들이 대부분 오월항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0)니체에 따르면 몸은 자기 규제의 충동기관으로서 삶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유하므로 가장 직접적인 의식이 된다. 홍덕선·박규현, 『몸과 문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1, 113쪽.  21)프로이드에 따르면 ‘강박’의 요점은 ‘반복’, 그것도 ‘고통스러운 반복’에 있다. 말하자면 지금 장애에 원인을 제공했던 외상적 순간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 반복적으로 그 외상적 순간을 재체험하는 증상이 바로 강박이다. 김형중, 「세 겹의 저주」, 5·18기념재단 엮음, 『5·18민중항쟁과 문학·예술 학술논문집1』, 264쪽. 재인용.  22)동물과 달리 인간의 몸과 마음은 매우 불안정하고 불안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 분석이 즐겨 다루는 신경증이나 정신병은 그런 평형이 깨질 때 발발한다. 김종갑, 『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건대출판부, 2004,. 134쪽.  23)고선웅, <푸르른 날에> 각색 대본집, 2013, 33쪽.  24)정명중, 「‘5월’의 재구성과 의미화방식에 대한 연구」, 5·18기념재단 엮음, 『5·18민중항쟁과 문학·예술 학술논문집1』, 2005, 311쪽.  25)남진숙, 「한국 전후시에 나타난 몸에 대한 표상과 그 의미」,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48집,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91쪽.  26)브라이언 터너, 임인숙 옮김, 『몸과 사회』, 몸과마음, 2002, 403쪽.  27)박효선, 앞의 책, 57쪽.  28)놀이패 신명 공동 창작, 앞의 책, 384쪽.  29)몸짓의 언어는 시각적 메시지, 속일 줄 모르는 순수한 기호, 즉 숨김없는 육체의 언어의 창조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 · 말로 소통하기에 부적절해지는 순간 의사소통의 전면에 부각한다. 피터 브룩스, 『육체와 예술』, 문학과지성사, 2000, 133-136쪽.  30)황지우, 앞의 책, 17쪽.  31)니체, 『비극의 탄생』, 곽복록 역, 범우사, 1984, 74쪽.  32)김명찬, 피종호 엮음, 「재현의 위기와 연극」, 『몸의 위기』, 까치, 2004, 45쪽.  33)고선웅, 앞의 대본집, 31쪽.  34)피터 부룩스, 앞의 책, 60쪽.  35)김기란, 「몸을 통한 재연극화와 관객의 발견(1)」, 『드라마연구』 25, 태학사, 2006.  36)“해방광주는 · · ·하나의 공동체로 변모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윤리적 우월성 혹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공동체적 질서가 무정부 상태에서도 유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하나의 희망찬 가능성, 즉 국가 없이도 시민 사회는 공동체로 질적 고양을 이루어 자치적·협동적 삶을 유지할 수 있음을 긍정적으로 시사하여 준다.” 김성국, 「국가에 대항하는 시민 사회」, 『학술논문집, 5·18민중항쟁과 정치·역사··사회1 5·18민중항쟁의 의의』, 5·18기념재단 엮음, 도서출판 심미안, 2007, 253-254쪽.  37)박효선, 앞의 책, 45쪽.  38)브라이언 터너, 앞의 책, 242쪽.  39)놀이패 신명, 앞의 책, 377쪽.  40)코믹 릴리프(희극적 이완)란 비극장면 사이에 관객의 긴장을 이완시키고자 희극장면을 삽입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간행, 『연극사전』, 예니, 1979, 337쪽.  41)황지우, 앞의 책, 166~167쪽.  42)고선웅, 앞의 대본집, 22쪽.

    3. 나오며

    시간이 이성의 기억을 흐리게하고 위정자들이 자신의 이익 땜에 역사를 왜곡시켜도 경험된 몸은 그 육화로 말미암아 기억을 재생시킨다. 그래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지렛대가 된다. 우리가 다룬 네 희곡에 구현된 몸은 리얼리티를 요체 삼아 역사적 진실의 복원을 문제 삼는다.

    <금희의 오월>과 <일어서는 사람들>은 마당극적 양식을 차용한다는 점43)과 리얼리티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순차적으로 배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띤다. 두 작품은 광주 사람들이 처음엔 오월을 겪으면서 유린당하는 몸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보이지만, 그런 상황을 몸으로 겪을 때 우리는 어떻게 몸을 실행해야 하는가를 직설적으로 보인다. 두 작품의 직설은 관객이 작품 의도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지만 관객의 상상력을 고양시키는데는 한계를 노정한다. 오월관련 화소를 기계적으로 조합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몸의 실천이 곧 왜곡된 인간의 삶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척도라는 것을 진솔하게 알림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산다. 비록 도식적 역사의식의 차원에 머물렀지만 80년 오월 당시 상황의 진실을 강렬하면서도 절실하게 형상화했기에 어떤 오월희곡보다 진정성에서 우위를 지킨다.

    <오월의 신부>와 <푸르른 날에>는 오랜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오월을 회고한다는 점과 주인공이 모두 종교인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오월의 신부>의 장신부와 <푸르른 날에>의 여산은 오월에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자책과 반성을 통렬히 하기에 관객을 정서적으로 포섭하지만, 관객이 동질성을 느끼기에는 한계를 노정한다. 두 인물 모두 종교인의 몸으로 등장하기에 세속에 머물러 있는 독자(관객)의 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두 인물이 극심한 고통과 자기 환멸을 거쳐 각성해 가는 과정을 곡진하게 그림으로써 정신적 내상을 앓는 인간은 몸을 어떻게 행위해야 하는가? 또 어떻게 몸을 치유할 수 있는가를 성찰케한다.

    본고에서는 80년 오월을 형상화한 희곡 가운데 시기별로 대표성을 띤 네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에 나타나는 몸을 고찰하였다. 네 작품에 대한 종래의 희곡문학과 연극학적 분석은 일정 정도 성과를 냈지만 몸 관련 연구로는 본고가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본고는 희곡텍스트에 한정한 연구라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네 작품의 공연을 텍스트로 삼은 몸 연구는 이후 과제로 남긴다.

    43)임진택은 <금희의 오월>을 서사극과 사실주의극과 마당극이 결합된 역동적인 무대극으로 성격을 규정하면서 해방광주 장면을 마당극적 양식으로 보았다. 임진택, 「광주 항쟁의 영원한 홍보부장 박효선」, 『박효선 희곡집 금희의 오월』, 한마당, 1994, 203-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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