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facement des frontieres et topographie refaite - Saigon dans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et L’Amant

경계의 소멸과 다시 쓰는 지리학 - 『태평양을 막는 제방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연인 L’Amant』의 해항도시 사이공 Saigon(현 호치민 시 Ho Chi Minh)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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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Les villes colonisées se sont construites hégémoniques et uniformisées par l’Empire colonial français. Parce que celui-ci a bien réalisé la valeur stratégique de l’organisation de l’espace. L’urbanisme colonial vise ainsi à uniformiser le plan de la ville colonisée en privilégiant le centre européen hégémonique, par rapport à la périphérie lointaine et indigène. Pendant l’occupation française, Saïgon, ancienne capitale de la Cochinchine, s’est située sous la hiérarchie verticale.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et L’Amant, textes de Marguerite Duras le témoignent bien. En même temps, ces oeuvres remettent en cause cette ordre monolithique et bloquée qui domine l’espace urban de Saïgon. Dans ces deux textes, la structure de la ville est très clairement expliquée en termes de géométrie, d’opposition des races et des classes. Pourtant, les héroïnes rebelles ont le rôle d’abolir les frontières des différents mondes bien divisés dans cette ville et de finalement subvertir l’ordre colonial. Ainsi, les lieux centraux, le quartier des blancs civilisés renaissent sous le signe du désordre naturel. Les passages des adolescentes permettent de favoriser la circulation entre deux zones bien separés et de désancrer un espace bloqué. À travers cette ville colonisée, ces héroïnes durassiennes prévoient l’avenir de cette ville. Elles anticipent à l’avance, le moment où les zones délimitées seront brouillées et que émergeront les voix indigènes du monde post-colonial.


  • KEYWORD

    ville portuaire , Marguerite Duras , Saigon ,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 L’Amant , post-colonial

  • 1. 서론

    현대 서구 문학가들 중에서 자신이 태어나 자란 장소와 작품세계와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드러내는 작가를 꼽는다면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시대의 프랑스는 물론 서구의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뒤라스는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태어나 18세까지 살았던 특별한 경험을 가진 작가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프랑스인보다 베트남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프랑스 국적을 가졌다는 사실은 부당하다”1)고까지 주장한 적이 있다. 이처럼 작가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뒤라스의 고향은 작가의 수많은 작품에서 실제의 모습으로, 혹은 감춰진 은유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뒤라스의 (근원의) “장소”에 대한 이와 같은 특별한 집착은 작가의 작품 제목들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그녀의 수많은 작품들의 제목은 『광장 Le Square』(1955) 이나 『복도에 앉아있는 남자 L’Homme assis dans le couloir』(1980)처럼 추상적인 장소를 포함하고 있거나 실제 지역 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라스의 초기 소설들인 『태평양을 막는 제방』(1950), 『지브랄타의 선원 Le Marin de Gibraltar』(1952), 『타르키니아의 작은 말들 Les Petits Chevaux de Tarquinia』(1953)을 비롯하여 『베라 박스터 혹은 대서양의 해변들 Vera Baxter ou les Plages de l’Atlantique』(1980), 『북중국의 연인 L’Amant de la Chine du Nord』(1991)과 같은 중후기 소설, 그리고 『히로시마 내사랑 Hiroshima mon amour』과 같은 시나리오 작품은 바로 그 예가 될 것이다.

    위의 제목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뒤라스의 작품에서 장소는 등장인물의 정체성을 규정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주목되는 점은 작품 속의 다양한 대륙과 문화권을 관통하는 장소들이 단순히 역사적이며 실증적인 공간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뒤라스의 텍스트에서, 장소는 등장인물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나 지배 이데올로기가 부여하는 경계를 넘어서서 내재하고 있는 고유의 미학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다시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다룰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연인』은 아시아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뒤라스의 작품들을 묶어 이르는 표현인 “아시아, 인도차이나 연작 le cycle asiatique et indochinois”2)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들은 모두 뒤라스의 개인적인 경험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야기의 주요한 배경은 모두 현 베트남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연인』은 그 줄거리에 의해 주인공인 소녀의 성장소설로 간주해도 무방할 작품들이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두 소설 안에서 현 호치민 시로 개명된 도시인 사이공은 주인공인 사춘기 소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당시 식민 사업에 열중하던 프랑스는 “사이공을 코친차이나의 수도로 정하고 전형적인 서구 식민도시의 하나로 만들었다”3)고 알려져 있다. 뒤라스의 두 소설은 식민지에서 태어나 자란 프랑스 소녀의 눈을 통해 당시 사이공의 모습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이 두 작품은 계층과 인종적인 한계로 인해, 완전한 억압자의 위치에도 피억압자의 위치에도 설 수 없었던 소녀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의해, 사이공 역시 특별한 방식을 통해 식민 체제로 통제되고 규정될 수 없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따라서 본고는 서구 식민시대에 이루어진 사회 계층과 인종이 규정하는 경계를 허물면서 형성되는 여주인공의 특별한 자아 형성 과정을 통해 프랑스 식민도시 공간 사이공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이 도시 공간의 재현이 보여주는 사이공의 탈식민적 가능성과 사이공이 갖고 있는 고유의 미학에 주목하고자 한다.

    1)Marguerite Duras, Xavière Gauthier, Les Parleuses, Les Editions de Minuit, 1974, p.60.  2)Brigitte Cassirame, Anne-Marie Stretter, une figure d’Eros et de Thanatos dans l’oeuvre de Marguerite Duras, Publibook, coll. 《Lettres & Langues》, 2006, p.32.  3)Raymond F. Betts, Robert Ross, Gerard J. Telkamp, Colonial Cities : essays on urbanism in a colonial context, Leiden University Press, 1985, p.184.

    2. 이중도시 - 이분화와 경계 지역

    베트남 지역의 가장 중요한 항구였던 사이공은 19세기 프랑스 점령 이후, 다른 식민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서구 근대적 도시계획을 실현해보는 프랑스의 실험장”4) 으로 변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가들은 식민국가에 대한 야망과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신고전주의와 바로크 양식을 적극적으로 사이공의 도시계획에 도입하였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이공의 법원, 우체국, 시민극장 등은 바로 그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요 관공서들은 인도차이나에 프랑스의 생활 방식을 이식하면서, 동시에 특수한 도시 경관을 형성하게 되어 사이공을 “아시아의 프랑스”5)로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사이공은 프랑스 식민통치 당시, “극동의 파리 Paris de l’Extrême-Orient”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도시 계획에는 “원주민과 서구 식민모국인의 엄격한 분리”6)라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사이공에 근대서구화를 이식하고자 하는 도시 계획은 백인 구역에만 적용되는 계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이공의 백인 구역은 베트남이 원래 갖고 있던 진흙과 늪으로 인해 반 쯤 물에 잠겨있는 듯한 고유의 자연적 환경에 대한 철저한 방어선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7) 백인 구역과 원주민 구역이 완벽하게 구분된 이중적인 형태를 한 도시 사이공은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도 아래와 같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식민모국인들을 위한 낙원으로 기획되고 운영되는 사이공의 백인 거주지역은 그 외곽을 오가는 전차선에 의해 더욱 그 경계가 분명하게 구별된다.9) 전차는 부유한 백인들이 거주하는 높은 구역 le haut quartier에 절대 정차하지 않음으로써, 원주민 구역과 백인 거주 구역 간의 완벽한 장벽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묘사되는 사이공은 인종과 계층에 따라 중심과 주변, 높은 구역과 낮은 구역으로 나누어진 공간이다. 소설에서 나타나는 식민도시를 지배하는 이와 같은 이분법적인 구조는 당시 프랑스가 사이공의 도시 계획을 통해 구체화했던 “군대식의 통제”10)를 잘 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사이공에서 크게 둘로 구획되어진 지역의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이들은 서구식 도시 계획으로 통제하거나 분류하기 어려운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식민모국인들의 수치라 할 수 있는 하류층 백인들이 바로 이 사람들인데, 이들은 백인 구역과 원주민 구역 사이의 경계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이 경계 지역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이 경계 지역의 특징은 바로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주인공 쉬잔 Suzanne과 어머니, 오빠 조젭 Joseph이 사이공 방문 당시 머무르는 상트랄 호텔 L’Hôtel Central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 호텔은 가난한 백인들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창녀들을 숙박객 혹은 장기 투숙객으로 맞고 있으며, 1층에는 여러 방식이 혼합된 식당과 아편 가게, 중국인 식품점이 들어서 있다.12) 위의 예문에서 일부 묘사된 것처럼, 두 문화의 이와 같은 특별한 공존과 혼종은 원주민 주거 공간인 공용 주택 양식이 빈민 백인 구역으로 침투해 자리 잡게된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이 혼종적인 경계 지역은 식민정부가 절대적 기준으로 삼았던 “분리 정책”이 결국은 허상이라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4)Marie Gibert, “Moderniser la ville, réaménager la rue à Ho Chi Minh Ville” in EchoGéo, numéro 12, mai 2010, p.6.  5)Panivong Norindr, Phantasmatic Indochina: French Colonial Ideology in Architecture, Film, and Literature, Duke University Press Books, 1997, p.121.  6)M. E. Du Vivier de Streel,“Introduction” in L’Urbanisme aux colonies et dans les pays tropicaux, Delayance, 1932, p.13.  7)Philippe Franchini, Saigon 1925-1945, Autrement, 1992, p.35.  8)Marguerite Duras,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Gallimard, coll. 《folio》, 1995, pp.167-168.  9)Ibid, p.169.  10)Anne Burlat, Processus institutionnels et dynamiques urbaines dans l’urbanisation contemporaine d’Ho Chi Minh Ville(1988-1998) : Planification, production, gestion des “secteurs d’habitat”. Thèse de doctorat en urbanisme et aménagement, Université Lyon 2, 2001, p.71.  11)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op. cit., p.171.  12)Ibid.

    3. 도시의 육체적 지리학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연인』의 주인공들은 사춘기 소녀들로 모두 불안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두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주인공들의 특별한 상황과 위치가 공간과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두 소설에서 소녀들은 사춘기 특유의 모호한 정체성을 드러냄으로써 마치 식민도시 공간 내의 계급과 인종에 의한 엄격한 경계까지 모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쉬잔은 상트랄 호텔의 주인인 카르멘에 의해 성숙한 여인처럼 꾸미고 높은 구역을 배회한다. 그녀는 큰 꽃무늬가 뿌려져 있는, 몸에 꽉 끼며 길이가 너무 짧은 원피스를 입고 밀짚모자와 핸드백을 든 채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지역을 산책하게 된다.13) 당시 식민지의 백인 사회에서는 원주민 사회의 불결함, 방종함과 구별짓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흰 색을 강조한 복장을 선호하고 있었다. 소설에서도 서술하고 있다시피, 흰 색은 “식민지 유니폼의 색깔”14)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꽃무늬에 더해, 정숙한 식민지 여성의 복장과는 다른 짧고 꽉 죄는 옷을 입은 쉬잔은 백인이지만 식민지 백인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원주민의 노동을 연상하게 하는 밀짚모자는 그녀의 모호한 위치를 더욱 강조하게 한다. 뒤라스는 주인공들의 독특한 의상을 통해 이들의 자아가 보여주는 불안정함과 혼종성을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녀의 소설과 영화에서 의상은 “꿈, 욕망, 에로티즘, 운명을 전달하는 요소”15)로 흔히 간주되고 있다. 『연인』에서 이와 같은 특징은 더욱 부각된다. 이 소설에서 여 주인공의 의상을 통해 사춘기 소녀의 모호함과 혼종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소녀는 헤어지고 거의 속이 다 비치는 상태인 어머니가 물려준 견직 드레스를 입고 오빠들이 사용했던 허리띠를 매고 금박 하이힐을 신은 채 중국인 연인과 처음 만난다.16) 그녀의 속이 비치는 흑갈색의 낡은 자루 같은 드레스는 당시 식민지 여성들이 입은 흰 색 면직물의 드레스보다 오히려 원주민들의 전통적 의상과 더 가깝게 보인다. 여주인공이 착용한 남성용 벨트는 이 드레스의 소속을 더욱 불분명하게 만든다. 이러한 특징은 그녀의 모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당시 식민지의 백인 여자나 소녀는 물론 원주민 여자조차도 쓰지 않았던”17) 이 특수한 남성용 펠트 모자는 경계에 위치한 소녀의 위치를 완벽하게 재현해주는 도구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연인과 어울리면서 백인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된 소녀는 빈롱 Vinhlong의 부인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관리의 부인과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18) 이 부인이 사바나케트 Savannakhet에서 있을 당시, 그녀의 정부가 자살하는 스캔들이 일어난다. 이후 그녀는 인도차이나의 식민지 백인 사교계에서도 소외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19) 『연인』에서는 이 빈롱의 부인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뒤라스는 한 인터뷰에서 “빈롱의 부인”의 모델이 된 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뒤라스가 1926년 사이공의 카티나 거리 Rue Catinat에서 마주친 이 여성은 당시 식민지에 거주하는 프랑스 여성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장한 체격의 날씬한 이 여성은 무릎까지 오는 길이의, 하늘하늘하고 얇은 재질을 가진 견직물 류의 옷감으로 만든 검은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며, 윤이 나는 짧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20)고 한다. 주인공인 소녀가 일체감을 느끼는 여성의 모델의 모습 역시 당시 프랑스 식민사회에서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간주된다. 카티나 거리는 식민지 시기에 프랑스 백인들의 활동 구역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흰 색이 강요되던 식민지 백인 공간에서 검은 색은 대단히 파격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 검은 색 원피스는 지역 공동체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것 이상으로, 마치 “정부의 자살을 애도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표시하는”21) 상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시 식민지 프랑스 여인들의 긴 머리와는 대조적인 빈롱의 부인의 짧은 머리 역시 자유로움과 방종함을 더욱 강조하는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연인』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혼종성은 단지 그녀의 독특한 의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녀의 육체는 유럽여성보다 원주민 여성의 육체와 더 흡사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인 연인은 소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과 그녀의 신체적 유사점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는 “베트남의 지나친 열기로 인해 성장이 멈추었으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무더위 속에서 오래 머물러 있는 생활로 인해 인도차이나 여성처럼 고운 피부와 길고 숱 많은 머리카락을 가지게 된 것”22)으로 묘사되고 있다.

    두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여주인공들이 규정화되고 규격화된 식민도시 공간에 위치하면서 이 공간을 혼종적이며 불안정한 자신들의 육체와 흡사하게 변모시킨다는 점이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쉬잔은 식민지의 백인 상류층의 옷차림과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인해 부유한 백인 거주지역인 높은 구역에서 심한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결코 매력적이지 않은 무슈 조 M. Jo를 만나 다시 높은 구역을 방문한 후 새롭게 도시를 발견하게 된다. 아래의 인용문이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쉬잔은 그의 차 안에서 식민정부의 분리 정책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혼돈 그 자체로 도시를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혼돈 속에서 여 주인공은 무슈 조의 차 안에서 미성숙한 소녀와 성숙한 여성 사이를 오가는 불안정한 자신의 육체가 카오스 상태의 도시와 서로 상응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24)

    『연인』의 주인공은 중국인 연인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기숙사 산책 시간에 빠져나와 그의 승용차로 사이공의 차이나타운이라 할 수 있는 숄랑 Cholen으로 간다. 숄랑은 현재 촐론, 숄롱 Cholon으로 불리며 도시 속의 도시로 알려질 정도로 독자적인 중국 문화를 가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숄랑은 사이공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가던 중국인 화교들이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곳은 프랑스 식민정부가 사이공에 식민정책을 펼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1881년 프랑스 식민정부는 당시 사이공과 독립되어 있던 지역인 숄랑을 전차를 통해 연결하여 차츰 사이공의 한 구역으로 흡수시키는 정책을 실행했다.25) 그러나 흡수 통합하려는 식민정책에도 불구하고, 숄랑은 원주민 구역의 하나로 일반화되기 보다는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새로운 문화가 혼합된 지역으로 남아있게 된다. 『연인』에서 묘사되는 숄랑도 바로 이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숄랑은 미국식의 넓은 차도, 인력거, 자동차, 전차가 공존하며26), 중국어가 들리고 중국 수프의 냄새와 함께 영국제 담배 냄새가 나는 장소로 재현된다.27) 한편, 중국인 애인과 사랑을 나누는 동안, 어린 아이와 성숙한 여인의 경계를 오가던 소녀의 몸은 점점 거대해지며 경계 없는 형체로 변하게 된다.28) 환상 속에 펼쳐지는 소녀의 경계 없는 육체는 외부의 소음과 냄새가 그대로 전달되는 숄랑의 경계 없는 독신자 아파트 공간과 특별한 공명을 가진다. 이처럼 혼종적인 소녀의 육체는 숄랑이라는 특수한 구역이 가진 경계 없는 문화적 공존성, 혼종성과 서로 특별히 상응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3)Ibid, p.187.  14)Ibid, p.168.  15)Jean Vallier, C’était Marguerite Duras : Tome Ⅱ, Fayard, coll. 《Documents》, 2010, p.462.  16)Marguerite Duras, L’Amant, Les Éditions de Minuit, 1995, pp.18-19.  17)Ibid, p.19.  18)Ibid, p.104.  19)Ibid, p.109.  20)Hervé Le Masson, “L’Inconnue de la rue Catinat” in Le Nouvel Observateur, le 28 septembre 1984, p.27.  21)Ibid. p.653.  22)L’Amant, op. cit., p.120.  23)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op. cit., p.225.  24)Ibid, p. 226.  25)Emeline Belliot, Gaëtane Belliot, Vietnam Song : Un voyage sur les traces de Marguerite Duras, Atlantica, 2008, pp.48-50.  26)L’Amant, op. cit., p.47.  27)Ibid, pp.52-53.  28)Ibid, p.121.

    4. 전복된 가치와 경계의 소멸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연인』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주인공인 사춘기 프랑스 소녀의 산책, 방황, 방문 등을 포함한 모든 이동이 프랑스 식민정부가 엄격하게 규정한 경계를 넘나든다는 사실이다. 두 소설에서, 식민지 내의 빈곤한 백인 계층인 주인공 소녀들은 식민도시 안에서 자신의 계층에 어울리는 고정된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쉬잔은 빈곤한 백인들이 머무르는 구역에서 부유한 백인들만이 거주하는 높은 구역을 수시로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연인』의 주인공은 기숙사가 있는 사이공의 백인 구역과 중국인 애인의 아파트가 있는 숄랑을 주기적으로 오간다.

    이 여주인공들의 이동은 식민정부가 부여한 장소의 용도 및 경계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는 쉬잔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팔기 위해 방문하는 사이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실제 장소인 “총독부 관저 Le Palais des Gouverneurs”가 언급된다. 그러나 이 건물은 “부유한 백인들이 있는 구역에 위치하고 있지 않고 있다”29)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즉 “총독부 관저”라는 장소는 행정적 권력이 실제는 식민도시의 절대적 권력이 아니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언급하기 위해 인용되는 예에 불과할 뿐이다. 당시 식민지의 실제 권력은 식민지를 착취하는 백인 신흥 부르주아들을 통해 행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잔이 바라보는 높은 구역은 부와 청결함을 더했을 뿐이지 상트랄 호텔과 다를 바가 없는 “창녀촌”30)으로 간주된다. 『연인』에서 “카티나 거리”, “숄랑”등의 지역명도 “총독부 관저”와 같은 방식으로 인용되고 있다. 현 동코이 거리로 불리는 카티나 거리는 프랑스 식민지 당시 “식민도시의 상징”31)으로 간주될 정도의 장소였다. 그러나 『연인』에서 식민지의 부와 화려함을 상징하는 카티나 거리는 가난한 주인공이 떨이 세일을 통해 남성용 모자와 금박 하이힐을 사는 장소로 나타난다. 그리고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물건들은 그녀에게 부나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이 속한 공간의 경계를 넘어가게 하여 식민지 백인사회의 스캔들을 일으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연인』에 등장하는 “숄랑” 역시, 당시 사이공의 중국인 거주지역이라는 고정적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숄랑”은 백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가 만나는 장소이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장소이다. 따라서 식민정부가 내세우는 “분리”가 완전한 효력을 잃는 특수한 장소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앞장에서 쉬잔의 예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두 여주인공은 도시 계획으로 정비되고 분리된 식민도시를 오히려 완전한 혼동의 상태로 재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여주인공들이 도시를 인지하는 방법은 식민정부가 부여한 제도적이며 이성적인 방식이 아니라 주관적인 감각을 통한 방식이라는 사실도 함께 드러난다.

    위의 예문에서 나타나듯이, 『연인』의 여주인공은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숄랑의 독신자 아파트를 도시 그 자체로 인지하고 있다. 그녀는 아파트밖의 소음과 냄새를 내부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이처럼 이 도시 안에서 각종 소음과 냄새, 심지어 행인들의 그림자들까지 단절할 수 있는 경계는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연인』에서 여주인공을 통해 인지되는 사이공은 이와 같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며 사라지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범위는 인위적인 구획이 아니라 냄새와 소리를 통해 재단되는 특수한 공간인 것이다.

    『연인』에서 묘사된 이와 같은 도시의 특징을 단순히 문학 텍스트에 나오는 상상력에 의한 묘사만으로 간주할 수 없다. 사이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좁은 골목길들은 “(하천 도로 연변의)제반권리 riveraineté34)가 극대화 된 장소”35)로 잘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사이공의 골목길은 전통적으로 외부와 내부,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공간으로 간주된다. 이 공간에서, 주택의 내부는 공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골목을 향해 열려있고 가사 활동이 외부에 공개된 상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공적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상점은 이동과 고정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유동적인 공간으로 인지된다. 골목을 점유한 좌판이나 테이블, 창고나 다용도실의 목적으로 공적 공간을 이용하는 예를 통해 이러한 특징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 다양한 양식의 상업활동과 도로를 점유하는 시장의 모습은 이미 사이공 시의 탄생부터 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특징으로 인식되어 왔다.36) 프랑스 식민정부와 베트남 공산정부는 여러 이유로 인해 이와 같은 공간 활용을 통제하려고시도하였으나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37)

    『연인』에서 역시, 원주민 공동주택의 설명을 통해 도시 공간의 이와 같은 특징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인 애인은 아버지가 원주민을 위한 공동주택업을 하고 있다고 소녀에게 설명한다. 그의 아버지는 이곳 주민들이 밖에서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에 착안하여 거리로 향한 회랑이 있는 공동주택을 지었다고 한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원주민들은 낮에 회랑에서 놀기도 하고, 밤에는 여기에서 자기도 한다는 것이다.38)

    이처럼 사이공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혼재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다. 사이공의 거리는 결혼식, 장례 행렬, 낮잠, 체조, 독서, 아이들의 놀이가 행해지는 공간이며, 식사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리의 기능은 시간, 날짜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가는 것이다.39)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서구적 기준에서 거리에 부여하는 공공 영역이라는 기준은 사이공에서는 다시 정의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사이공에서 공공 영역이란 다양한 사적인 기능들을 익명화된 상태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9)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op. cit., p.167.  30)Ibid, p.169.  31)Marie Gibert, op. cit., p.12.  32)L’Amant, op. cit., p52.  33)Ibid, p.53.  34)하천이나 길가에 접한 부동산 소유자의 법적 상황이나 권리를 일컫는 말 http://dictionnaire.reverso.net 참조.  35)Marie Gibert, op. cit., p.9.  36)Ibid.  37)Ibid.  38)L’Amant, op. cit., p.61.  39)Marie Gibert, op. cit., p.9.

    5. 탈식민 도시. 탈식민 주체.

    사춘기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연인』은 둘 다 소녀들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성장소설들에서 소녀의 성장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공고히 하고 타자를 주변화 시키면서 사회화를 이루는 서구식 관점의 성장과는 큰 거리가 있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쉬잔의 성장은 특수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녀는 높은 구역을 헤매다 영화관을 발견하고 들어가는데, 상영되는 영화의 극적인 이미지에 자신을 일치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처음에는 근접할 수 없었던 도시와 자신을 동등하게 대하게 되며,40) 수많은 영화를 반복해서 본 후에 마침내 어머니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41) 『연인』에서 주인공은 중국인 남성과 사랑을 나누면서 내부에 잠재한 타자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어머니와 폭력적인 오빠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룬다.

    두 소녀가 겪는 성장은 이처럼 분리와 독립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상과의 경계를 없애는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그 특수성이 강조된다. 『연인』에서 중국인 연인과 사랑을 나누면서, 소녀의 몸은 경계 없는 형체가 되기도 하고 “중국인 연인의 아이”로 변모하기도 한다.42) 쉬잔은 영화에서 여주인공에 투사한 자신의 모습이 상대방 속으로 완전히 흡수되어 사라져버리는 광경을 본다.43) 이러한 상대와의 경계가 사라지는 환상적인 상황들은 데카르트적인 자아가 설정한 경계, 자아와 타자를 구별하는 경계를 없애는 행위가 오히려 두 소녀의 성장의 과정이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경계의 해체는 소녀의 성장이 서구적 자아 형성이 기저로 하는 이원적 가치론을 무용하게 만들고 해체하는 특별한 성장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에서 소녀들의 이와 같은 성장은 단지 개인의 정체성 문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래의 예문이 보여주듯이 소녀의 성장 속에서 일어나는 경계의 해체는 바로 식민도시 공간이 갖고 있는 경계의 해체와 특별한 방법으로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서양의 식민도시 공간 재편성은 근대화의 공간적 제도화라고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 사업의 선봉에 있었던 프랑스 역시, 도시 계획의 모범적 기준으로 서양의 근대식 도시들을 합리화시켰다. 이러한 식민공간 정책의 이면에는 “식민 주체를 “자아”로 피식민 대상을 “타자”로 이분화한 사상적 체계”45)와 함께, “단일하며 통일된 견고한 자아에 대한 환상”46)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근대 도시는 이성, 질서, 청결이라는 근대화를 나타내는 속성으로 규정지어졌으며, 전통적 식민도시는 이와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전근대적 공간으로 평가절하 되었다. 두 소설에서 소녀들이 성장하는 중요한 장소인 영화관과 독신자 아파트는 식민도시를 서양 근대 도시의 이식으로 보이게 만드는 장소들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이 장소들은 어둠과 무질서가 지배하며, 근대적 기준으로 결코 청결하지 못한 공간이다. 영화관의 영상과 소녀의 환상을 통해 독신자 아파트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물의 이미지는 이 공간들을 더욱 유동적이며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러한 공간적 특징은 소녀들이 성장을 통해 얻은 새로운 자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녀들은 근대적 기준으로 억압의 대상이 되는 욕망, 광기, 여성성이라는 내부의 타자를 발견하고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지에서의 성장이라는 특별한 조건으로 인해, 소녀들은 전근대적으로 분류, 폄하된 특성에서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탈식민적 가치를 발견한 소녀들은 전근대적으로 규정한 주변이 근대적으로 재구성된 중심을 서서히 잠식해가는 공간으로 사이공을 인식하고 있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쉬잔은 높은 구역에 위치한 영화관과 향락적인 수영장을 갖춘 댄싱풀 dancing-piscine이라는 문명의 공간에서 자신이 거주하던 캄 Kam 지역이 갖고 있는 죽음과 소멸, 근원을 향한 합일과 같은 자연의 무질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완전한 원초적 혼돈으로 식민도시를 인지한다. 쉬잔에게 사이공은 서구식 규율과 제도가 효력을 잃은 “창녀촌이며 난장판 bordel”이다. 그리고 동시에 욕망이 이성을 누르며 유동적인 무질서가 지배하는 “디오니소스적 공간 espace orgiaque”인 것이다. 따라서 쉬잔은 자신의 특별한 감각을 통해, 바닷물에 의해 결국은 파괴되는 어머니의 제방처럼, 식민도시에서 결국은 효력을 상실할 서구적 제도와 질서를 미리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연인』의 소녀 역시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사라지는 도시 안에서 숲과 벽지의 마을의 냄새를 맡고47), 밀려오는 방대한 바다를 보고 느낀다.48) 이처럼, 소녀의 관능적인 환상 속에서, 식민정부가 그토록 방어하기를 원했던 사이공 고유의 자연 환경은 서양 문명의 상징이었던 근대 도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뒤라스의 소녀들은 자신의 성장을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사이공을 탈식민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40)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op. cit., p.224.  41)Ibid. p.203.  42)L’Amant, op. cit., p.123.  43)Ibid. p.189.  44)Ibid. p.55.  45)송도영, 「이슬람권 식민지 경영과 오리엔탈리즘의 지식권력 -프랑스의 식민 도시정책에서 사용된 공간의 여성 이미지화-」, 『담론201 7(1)』, 한국사회역사학회, 2004, p.176.  46)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하나의 자아를 갖고 있으며, 스스로를 통제한다고 생각하는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은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서구인들이 스스로를 창조하고 사고하는 주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데카르트로부터 전해온 서구인의 유산이라고 덧붙인다. Les Parleuses, op. cit., p.140.  47)L’Amant, op. cit., p.53.  48)Ibid, p.55.

    6. 결론

    유럽의 지배를 받은 아시아 식민도시는 태고의 아시아와 산업화된 유럽이 공존하는 비공시적인 asynchronique 장소로 알려져 왔다. 이러한 이유로 “아시아 식민도시는 서로 다른 세계들의 만남이 불가능한 장소이며 굳건한 경계를 가장 두드러진 지역적 특징으로 간주해 온 공간”49)으로 간주되었다. 여기에 더해, 유럽의 식민지 도시 계획은 아시아 식민도시들을 유럽인의 패권을 보여주는 백인 구역에 모든 특혜를 주고 나머지 지역을 주변화 시키는 방식으로 단일화시켰다.50) 계급과 인종에 따라 도시를 상하로 구획화했으며, 부유한 백인 구역이 독자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사이공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특유의 실험적인 문체를 통해, 획일화되고 규격화된 서구중심적인 식민도시 사이공을 고유의 환경과 문화가 서서히 다시 점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연인」의 소녀들은 식민지의 가난한 백인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사춘기라는 특수한 시기에 있는 경계의 인물들이다. 뒤라스는 과거 자신의 위치와도 같았던 이 경계의 인물들을 통하여, 변방이 중심을, 주변이 중앙을 잠식해나가는 식민도시의 특별한 상황을 재현한다. 이를 통해 사이공은 당시 억압적인 프랑스의 식민 정책 하에서도 특수한 방식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공간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문명 대 야만이라는 식민지 공간을 지배하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는 사이공에서 그 효력을 상실해 간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에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이공은 한 번도 지명으로 호칭되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이 도시는 “식민도시”라는 추상적 단어로 표현될 뿐이다. 뒤라스는 동일한 모델에 의해 모든 아시아의 식민도시들을 일원화시킨 프랑스의 정책을 빗댄 역설적인 방법으로 이를 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이공을 “식민도시”로 추상화시킴으로써 제국이 만든 지리적 경계를 해체하여 세계의 식민도시들이 겪는 약탈과 피폐함을 공명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위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개방정책 이후, 호치민 시는 현재 수많은 외국계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증권 시장이 있는 베트남의 산업, 경제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프랑스와 미국이 단일화시킬 수도 영원히 점령할 수도 없었던 이 도시는 현재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각국의 이민들이 정착을 시작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51) 오늘날 호치민 시는 식민지의 흔적과 전쟁의 상흔, 증가하는 이주민의 정착을 통해 새로운 공존과 혼종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이질성을 완벽하게 배제하는 프랑스의 식민정책에도 불구하고, 뒤라스의 소녀들은 식민시대 사이공을 이미 이질성이 공존, 생성되는 장소인 헤테로피아 hétéropie로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처럼 폐쇄된 식민도시에서, 소녀들은 욕망과 절망, 그리고 환상을 통해, 서구 근대적 가치로 규정할 수 없는 역동성을 가진 탈식민도시라는 사이공의 머지않을 미래의 모습을 미리 읽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49)Yves Clavaron, “Topographie d’une cité coloniale” in Littérature & Espaces : Actes du XXXe Congrès de la Société Française de Littérature Générale et Comparée - SFLGC - Limoges, 20-22 septembre 2001, Pulim, coll. 《Espaces humains》, 2003, p.102.  50)Ibid, p.100.  51)www.liternaute.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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