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 lecture de La Toison d’or de Theophile Gautier: image feminine ideale et desir d’identification

고티에의 『황금양털』 읽기 : 이상적 여성상과 동일화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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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Le titre faisant allusion au mythe grec, l’aventure de Tiburce, héros de la nouvelle, se développe à l’instar de celle de Jason. Le personnage se montre équivoque : c’est un jeune artiste fort singulier mais en même temps ordinaire, étant ni heureux ni tout à fait malheureux. Parmi les figures féminines des chefs-d’oeuvre littéraires ou picturaux qu’il adore, le jeune romantique s’éprend d’un type pictural particulier. Cette mise en caractère semble persuader le lecteur du comportement bizarre de Tiburce : sa passion pour la Madeleine de La Descente de croix de Rubens et son désir de Pygmalion à l’égard de cette Sainte blonde. Gautier traite, par une série d’identifications, l’aventure de son héros allant à la recherche d’un substitut de la Madeleine dans le pays flamand de Rubens. Il trouve une nouvelle Madeleine vivante cette fois-ci et non en image, dans un sosie de la Sainte ; ce sosie Gretchen, une blonde, s’approche, dans la psychologie de Tiburce, du modèle de Rubens du XVIe siècle ; l’obsession du jeune artiste se tourne alors vers l’assimilation de lui-même avec le peintre flamand. Gautier sème deux épisodes antipodaux au dénouement, autour de l’obsession de Tiburce pour le jeu de déguisement et de la révolte de Gretchen qui renverse la situation. Il nous semble que Tiburce voit son désir se réaliser à travers Gretchen déguisée en habit flamand du XVIe siècle tenant la même pose que la Madeleine. Mais cet acte de déguisement nous montre que la fantaisie de Tiburce caractérisée par ’la nature délaissée pour l’art’ est en réalité une autre forme de son obsession ; il nous paraît satisfait à l’idée d’être un nouveau Jason face à cette contrefaçon blonde, une équivalente à la toison d’or, tandis que sa vraie toison d’or existe toujours dans le tableau La Descente de croix. Obligée de demeurer en ’doublure’ de la Madeleine, Gretchen tombe, dans le déroulement de la nouvelle, en victime du jeu d’identifications pour son amant Tiburce. Le désir de Pygmalion de celui-ci cesse en rencontrant la révolte de Gretchen, et c’est le revirement de son obsession. À travers le rôle de Gretchen, se révèle le fait que la passion du héros pour la Madeleine dérive du complexe d’infériorité devant le génie de Rubens. Devenant modèle unique et à part entière pour son amant, elle acquiert enfin une place positive. Son rôle ultime, qui nous semble thérapeute, se résume ainsi : lui faire oublier la Madeleine ; lui réintégrer la réalité ; lui faire créer sa propre Madeleine ; enfin lui rétablir le statut d’artiste. Derrière ce jeune artiste pointe, constatons-nous, le portrait de Gautier qui avait tenté une carrière de peintre dans sa jeunesse.


  • KEYWORD

    Gautier , toison d’or , Tiburce , Madeleine , Gretchen , Rubens , Pygmalion , La Descente de croix

  • Ⅰ. 서론

    소설 『황금양털 La Toison d’or』은 고티에가 28세 되던 해인 1839년 8월 6일부터 12일까지 La Presse에 연재되었는데, 일련의 환상 중‧단편 소설과 장편소설 등을 발표하면서 중견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진 뒤였다1). 문학과 예술에 입문하던 자신의 청년시절의 경험,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술과 문학 사이에서 갈등하던 경험을 어떤 식으로든 조망하거나 정리하고픈 욕구가 팽배하던 때가 바로 이 시기라 여겨진다. 이 소설에는 작가의 그런 의도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미술가의 길을 접고 문학으로 방향을 바꾼 작가의 자서전적 요소와 여전히 미술에 미련을 가진 젊은 작가의 심미안이 긴밀하게 호응하는 점이 그렇다.

    제목이 시사하듯, 『황금양털』의 내용은 최고로 소중한 어떤 것을 구하기 위한 모험에 관한 것이다. 작가는 그림 속 금발머리(의 여인)를 황금양털과 비교하면서, 주인공의 이미지가 신화 속의 영웅과 일정 부분 중첩되기를 기대한다. 말하자면 소설은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2) La Descente de croix」속의 마들렌과 닮은 여인을 찾아 나선 주인공 티부르스를 새로운 이아손 Jason으로 명명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작가의 그런 의도에는 주인공의 개인적 욕망추구를 영웅적 모험으로 확대해석하려는, 일종의 과대망상적 욕망이 담겨 있다. 왜냐하면 플랑드르 지방의 금발여인을 찾는 주인공의 모험담은 서사적 영웅담과는 거리가 먼, 개인적 신화를 생성하려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벨기에 여행과 루벤스 그림을 둘러싼 모험, 그림과 닮은 여인 찾기 등으로 주인공의 행적이 소설 속에서 신화처럼 알레고리화 되는 것이 그런 경향을 뒷받침한다.

    회화에 관한 고티에의 미학이 압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양털』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극히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 ‘고티에연구회’에서 이 소설을 주목하고 특집으로 다룬다. 이 연구회가 발간하는 학회지3)에 실린 논문은 논문집의 제목 “La passion de Rubens : La Toison d’or”이 시사하듯 루벤스의 그림과 소설의 관계를 대주제로 상정하고 연구된 것이다.

    주요 논문의 면면을 보자면, 우선 첫 논문4)은 이 소설과 동일한 소제를 다룬 작가의 이전 글들과 이 소설과의 관계에 주목하는 연구이다. 즉 앞서 발표한, 고티에의 벨기에‧네덜란드 여행기와 루벤스의 동일한 그림에 관한 비평글, 그리고 이 글들을 기초로 한 이 소설을 비교한다. 그러면서 고티에가 이미지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기 위해 회화에 관한 자신의 서술적 단편 글을 어떻게 체계화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다음 연구5)는 그림을 완성해가는 화가의 예술성과 이 소설에 구현된 고티에의 미학을 등치시키고 있다. 고티에 글쓰기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인, 그림을 구상하는 것 같은, 혹은 그림을 보는듯한 이야기 표현방식에 주목한다. 즉 이 연구는 작가의 소설기법이 회화적 탐색과정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논문6)은 이 소설에 채택된 전략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여행기를 ‘텍스트적인 방식’, ‘감동적인 방식’, ‘미학적인 방식’, 그리고 병적이라 할 만큼 ‘비정상적인 방식’을 이용해 신화적 알레고리로 우회시켜 소설화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의 축조방식을 분석하는 논문이다.

    특집의 논문들이 주로 소설의 창작 메커니즘에 주목했다면, 여기서는 가급적 미시적 독서를 통해 주인공의 욕망에 내재된 작가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루벤스 같은 화가의 길을 가고자 했던 고티에의 자서전적 궤적이 반영된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주목하려는 이유가 거기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인공의 이상이 현실적으로 충족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인 동일화 욕망을 살펴볼 것이다. 동일화과정은 여러 단계로 전개되며, 우선 심미적 대상과 생생한 애정적 교감을 염원하는 피그말리온7) 현상이 그 속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예술적 창조물과 그 모델의 관계설정에 지속적으로 개입되는 주인공의 동일화 욕구와 고티에의 루벤스 콤플렉스가 무관하지 않는데,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이야기 구조 속에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 과정도 살펴볼 것이다.

    이런 작업은 미술가에 대한 동경과 걸작, 특히 예술로 승화된 여성미 앞에서 느끼는 고티에적 카타르시스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작업과 병행 될 것이다. 이 작업은 이후의 고티에 작품에 자주 문제가 되는, 예술적 대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왜냐하면 고티에의 심미안적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 예술과 관련된 그의 후기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1)이 소설에 앞서 환상 중‧단편소설 La Cafetière, Omphale, La Morte amoureuse와 장편소설 Mademoiselle de Maupin, Fortunio 등이 발표됨.  2)‘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모티브로 하는 이 그림의 제목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이렇게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마들렌은 막달라 마리아의 불어식 표기이지만 소설 속의 인물에 포함되므로 그대로 마들렌이라 한다.  3)Bulletin de la Société Théophile Gautier N° 27, 2005.  4)Jean-Claude Fizaine, “À Anvers et à rebours : La Toison d’or ou Splendeurs et misères du musée”, ibid.  5)Marie-Claude Schapira, “La Toison d’or : la quête picturale d’un art poétique”, ibid.  6)Maxence Mosseron, “La Toison d’or et la chair du tableau : pratique du détournement chez Gautier”, ibid.  7)이미 문학전반에 전용되고 있으므로, 피그말리온(Pygmalion) 신화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환기하고 싶은 것은 주지하다시피 그 대상이 상아로 만든 여성조각상에서 동일한 심리현상을 발현하는 예술적, 문학적 대상 전반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Ⅱ. 피그말리온

    주인공 티부르스에게 부여된 성격은 전형적인 낭만주의적 기질을 가진 예술가상이다. 이 젊은 화가에게 이상적 여인이란 라파엘과 티티아노의 화폭 속에 있기도 하고, 단테와 바이런의 책 속의 여주인공이기도 한데, 예외 없이 대가들의 걸작에 등장하는 미녀들이다. 이 예술적 창조물에 비해 실제 미녀들의 매력을 하찮게 여기는 주인공의 성향은 “참 기이한 젊은이 un jeune homme fort singulier8)”로 표현되는 그의 기이한 성격에서 비롯된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생활 자체가 기이하다는것과, 그렇다고 별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 “말이 적고 남의 말을 덜 듣는, 침착하고 차분한 사람 un garçon posé, tranquille, parlant peu, écoutant moins”(775)이면서 보통사람의 취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대조적 측면이 주인공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소설의 서두에 제공된다.

    그러니까 티부르스에게 “여자란 예술가들을 위한 모델에 불과하고 la femme n’était pour lui qu’un modèle”(777), 정작 그의 관심은 그 모델을 통해 작품에 실현된 아름다운 이미지이다. “그가 사랑이라 여기는 것 또한 (그런 이미지를 창조한) 예술가에 대한 예찬일 뿐이다 ce qu’il prenait pour de l’amour n’était que de l’admiration d’artiste”(777).

    주인공의 그런 기질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계기가 루벤스가 그린 성화 속 금발의 마들렌을 만나면서이다. 그에게 마들렌은 현실의 어떤 여인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예술적 창조물의 표본인 것이다. 실제 여성이 아니라, 이 유일한 이미지가 사랑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사건이 발단된다.

    주인공이 마들렌에게 보이는 집착은 그림의 모티브로 등장하는 그녀의 상대(역시 이미지뿐인 예수)를 향한 질투로 분명하게 표현된다. 즉 마들렌의 정신을 모조리 빼앗고 있는 예수를 일종의 연적으로 간주할 정도로 주인공의 심정은 절박하다. 그런 만큼 티부르스에게 마들렌은 더 이상 화폭이란 틀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 그 영향력이 한없이 확장되고 있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루벤스가 창조한 이미지들이 이미 의인화를 거쳐 생명력을 가진 독자적인 인물로 살아나며, 화가에 의해서 포착된 순간동작과 자세가 독립적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몸짓으로 읽히고 있다9). 고정된 이미지가 생명력을 가진 입체감으로 되살아나는 효과를 보자면 물론 루벤스의 재능이 결정적이겠으나, 발산되는 이미지의 매력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그 효과를 읽어 내되 화가의 재능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10). 주인공이 일종의 피그말리온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반증이다.

    그의 집착으로 생겨난 강박관념은 마들렌에 이어 예수까지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 나타나게 하고, 연적을 향한 질투에 이어 연인의 태도에 절망하는 지점에서 이 탐미주의자 피그말리온의 감정은 절정에 도달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질투를 불러온 그의 강박관념이 자신의 내부에 불경죄라는 의식을 일깨우고, 결국 죄의식을 잉태하는 원인이 된다. 과도한 열정으로 말미암아 촉발된 이 죄의식은 주인공에게 일종의 예술가의 원죄의식이라는 꼬리표로 남게 된다.

    여기서는 예수를 일시적이나마 자신의 동류로 격하시킨 실수에 대한 죄의식을 문제 삼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그에게 ‘원죄’란 예술가의 미학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여자들을 있게 한 자연 자체보다 그녀들이 예술로 승화된 화폭에 더욱 매료되는 자신의 성향을 “너무 젊어서 예술에 빠졌기에, 그것이 자신을 타락시키고 망친 L’art s’était emparé de lui trop jeune et l’avait corrompu et faussé.(784)”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그 결과 죄의식을 동반한 채, 그림을 사랑하도록 운명 지어진 그의 시련은 자연이 그에게 가하는 복수라는 것이다11). 예술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일종의 편집광12)의 피할 길 없는 운명인 것이다13).

    티부르스의 피그말리온적 습성은 이미 현실을 이상화한 대가의 심미안에 기대는 바가 크다14).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대가가 자신의 미적결정체를 구현할 때 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을 따른다. 즉, 현실을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예술가적 시선이 주인공이 현실을 보는 관점의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걸작에 표현된 아름다움에 극도로 집착하는 주인공의 행위가 그다지 기이하지 않다. 나아가 그의 강박관념이 화폭의 미적 대상을 향해 감정이입을 넘어 직접 개입하는 것 같은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자신의 성향에 대해, 화폭의 성녀를 무대 위의 배우로, 그림 앞의 자신을 연극의 관객으로 치환하며 자신의 기벽을 일반화하기도 한다. 티부르스가 전형적인 피그말리온상을 획득하는 이유가 이런 점에서 잘 나타난다.

    주인공의 강박관념은 화폭 속의 이미지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이미지에 내재된 역사적 이력까지 포함한, ‘역사적 실체’처럼 대상을 갈망하는 데까지 증폭된다.

    따라서 이 피그말리온이 갈망하는 사랑은 이천년 전의 마들렌을 되살리려는 회고적 사랑으로까지 발전한다. 이 사랑은 나중에 Arria Marcella에서 고티에의 또 다른 주인공 옥타비엥이 이천년 전에 매몰되어 죽은 폼페이 여인과 벌이는 사랑15)으로 발전하여, 주인공의 간절한 염원이 저승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불러내는 결정적 동력이 된다. 이 지점에서 피그말리온의 환상이 절정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을 원동력으로 하는 피그말리온의 욕망 속에서만은 마들렌은 생명을 가진 존재나 다름없다16). 그러나 욕망이 지나쳐 이미지와 접촉하는 순간 상상력의 마력은 빛을 잃고, 환영(illusion)이 여지없이 부서지고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앞에서 티부르스가 직접 비교했듯이, 무대 위의 여배우와 관객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관객이 무대를 떠나 여자로서 여배우와 접촉하는 순간, 여전히 환영을 발산하는 여배우의 이미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17). 이처럼 고티에는 욕망과 그 대상의 소유가 여실히 구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티에의 세계에서 ‘욕망의 힘’이 하는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주인공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천년 전의 인간을 되살아나게 할뿐 아니라(Arria Marcella), 벽걸이 타피스리에 수놓아진 여성을 걸어 나오게도 하고(Omphale), 못 다한 사랑 때문에 죽은 사람이 이승의 연인에게 나타나기도 한다(Spirite). 그러나 『황금양털』과 달리,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가상이나 환상세계를 가정하는 이런 현상은 일상의 질서를 벗어난 특이상황에서만 가능하므로, 언제나 현실과 대비를 이루며 그 경계를 넘나든다.

    예를 든 환상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특이상황은 대체로 일시적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현실에 발을 딛는 즉시, 환영은 사라지고 환상의 세계 또한 소실되고 만다. 그러나 결국 그런 세계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존재하지 않는 여자들을 보고자하는 주인공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서 보았듯이, 티부르스의 관념적 사랑은 화폭 앞에서 보다 상상력 속에서 더 배가 되고 완성된다. 그림을 떠나 그녀의 이미지만을 떠올리자 예수만 쳐다보는 연인에 대한 섭섭함도, 불경스러운 질투도 사라지고 어느덧 자신을 향한 사랑스런 연인을 형상해낸다. 이 지점에서 비로소 피그말리온의 꿈인, 마들렌의 지상의 연인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환상의 세계를 따로 설정하지 않은 채, 여기서처럼 현실 속에서 주인공이 그림 속의 여인을 갈망하는 경우, 일시적인 착각이 아니고는 그녀를 그림 밖으로 끌어내지 못한다. 이 자연의 법칙 때문에, 환상세계에서와 달리, 주인공의 욕망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을 근사치로라도 만족시켜줄 인물 찾기에 지쳤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절실하다는 심리를 깔고 있으므로, 대용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확실해진다. 욕망 자체는 상상력에 기대어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라도, 현실의 영역에서 환상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낳게 한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8)Théophile Gautier, La Toison d’or in Romans, Contes et Nouvelles, tome I, Gallimard(Pléiade), 2002, p.775. 이후 작품 인용은 인용텍스트 말미에 쪽수로 표기함.  9)이 소설을 쓰기 전부터 고티에가 예술비평문을 주기적으로 기고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여기서 보여주듯이 그림에 대한 작가의 열정뿐만 아니라 미학적 해석력이 낯설지 않다.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이 미술비평으로 이어졌고, 또 그 활동의 연장선에서 작품창작의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다. 고티에 작품의 이런 측면에 대해 Marie-Claude Schapira는 “그림이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Tout se passe comme si la peinture, qu’il commente, donnait les outils adéquats pour comprendre la littérature, qu’il pratique (...).” Marie-Claude Schapira, “La Toison d’or : la quête picturale d’un art poétique” op.cit., p.33.  10)소설의 대단원에서 연인 그레첸이 루벤스의 그림을 대하는 티부르스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진단한다. 루벤스의 천재성에 매몰된, 화가로서 티부르스의 열등감이 결국 마들렌에게 광적으로 매달리게 된 원인임을 그레첸이 정확하게 지적한다(IV 장을 보라).  11)“Il avait trop aimé la peinture, il était condamné à aimer un tableau. La nature délaissée pour l’art se vengeait d’une façon cruelle.”(788)  12)“La crainte de devenir monomane se présenta à son esprit.”(807)  13)그림에 대한 주인공의 모호한 태도를 Francis Moulinat는 마들렌을 향한 고티에의 ‘성과 속’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Mé̂lant ainsi sacré et profane, vénération et désir, Gautier s’empare de la Madeleine par la description qu’il en donne, d’abord séduit, puis fasciné par la vitalité qui s’en dégage.” Francis Moulinat, “De Rubens à La Toison d’or : la Marie-Madeleine”, op.cit., p.53.  14)“D’un site insignifiant, ils font un paysage délicieux ; d’une ignoble servante, une Vénus ; ils ne copient pas ce qu’ils voient, mais ce qu’ils désirent.”(795)  15)여행 중인 주인공(옥타비엥)이 나폴리의 박물관에서 베수비오 화산 폭발 때 매몰되었다 발굴된 한 여인(아리아 마르셀라)의 어깨와 가슴부분 형상에 매혹된다. 그녀를 못 잊은 주인공이 홀로 달밤에 폼페이 폐허를 거닐며, 그녀를 만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한 순간 주위가 화산 폭발 전 상황으로 변하고 그녀가 나타난다. 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녀와 회고적 사랑을 벌인다. 참조 Arria Marcella in Romans, contes et nouvelles, tome II, Gallimard(Pléiade), 2002, pp.307-314.  16)“Il cherchait sérieusement dans sa tête les moyens d’animer cette beauté insensible et de la faire sortir de son cadre.”(788)  17)여기서처럼 무대 위와 무대 밖의 여배우와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 관객의 입장에서 고백한 소설의 한 전형으로 고티에의 동료, 네르발의 Sylvie, souvenirs du Valois를 들 수 있겠다. 특히 I. Nuit perdue를 참조하기 바람.

    Ⅲ. 예술적 창조물과 그 모델

    문제는 티부르스가 화폭 속 마들렌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모델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일종의 기분전환, 혹은 변덕의 일환으로 그가 금발의 플랑드르 여자를 찾아 떠나는 계기가 된다. 말하자면 성화 속의 이미지가 실재하는 여자를 향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주인공에게 사랑의 대상은 이천년 전 예수시대의 여인이지만, 그녀를 위한 모델은 16세기의 루벤스 자신과 동시대의 한 여성일 것이다. 젊은화가 티부르스가 성녀를 향한 자신의 갈망을 그나마 현실적으로 충족시키려 할 때, 그는 루벤스가 자신의 마들렌을 위해 택한 모델과 유사한 여성에게 생각이 미친다. 그렇다하더라도 그 대상은 자연스레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인, 주인공과 동시대 플랑드르 지방의 금발 여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 가지 각기 다른 시차가 관여한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시대(예수시대)와 그 그림을 실제 그린 시대(화가의 시대),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벨기에 북부에서 유사한 모델을 찾는 시대(소설배경을 이루는 시대)가 그것이다.

    이 세 종류의 시간이 루벤스의 여인을 찾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에 의해 최종적으로 조정되고, 그런 주인공이 황금양털을 찾아 나서는 신화시대의 이아손으로 비유된다. 초기 기독교시대의 여인인 마들렌의 사랑을 얻기 위한 모험이 황금양털을 구하러 떠나는 이아손의 모험에 비유된다면, 그 마들렌을 구현한 루벤스의 모델과 닮은 금발을 찾아 떠난 주인공은 “또다른 황금양털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이아손 Ce Jason d’une nouvelle espèce, en quête d’une autre toison d’or”(778)이 된다. 즉 주인공이 현대의 신화적 영웅으로 평가되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물론 여기서 영웅이란 지극히 개인적 평가일 뿐이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모험담이 무훈적인 대장정과는 거리가 멀고, 순전히 개인적 취향에 이끌린 여행기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의 영웅적 행적은 ‘이상적 여인’ 그 자체를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적 인물과 유사한 인물 quelque type se rapprochant de son idéal”(790), 즉 ‘이상의 아류’를 찾는 데 있기 때문이다. 모험의 성격상 황금 양털을 찾는 이아손과 그 닮은꼴을 찾는 티부르스 간에는 근본적인 거리가 노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둘의 모험을 수식하는 ‘영웅적’이라는 의미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티부르스가 찾아 나선 현실의 마들렌, 즉 루벤스의 모델이 되었을 법한 플랑드르의 금발여인은 그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역에 국한된다. 그림이라는 평면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마네킹과 같은, 노리개로서의 대용인물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는 자연스럽게 동일화라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이미지로부터 얻지 못하는 현실적, 생물적 교감을 그 모델을 통해 대리 달성하고자 한다. 모델을 통해 이미지와 교감하려는 욕망은 두 대상 간을 동일시하는 정도에 따라 그 충만감이 달라진다. 따라서 주인공이 찾는 현실의 여자들은 그가 찬양하는 루벤스의 마들렌을 연상시켜야 하므로, 그는 마들렌과 같은 금발의 미녀를 찾는데 몰두한다.

    ‘욕망의 원형’에 근접하지 못하는 인물은 그에게 어떤 호기심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마침내 그가 루벤스의 고향 길거리에서 마들렌과 유사한 여인을 찾았지만, 문제는 두 대상 간에 존재하는 간격이다. 주인공의 욕망이 충족되고, 강박관념이 해소되기 위한 조건은 화폭 속의 이미지와 현실의 여인이 가능한 한 일치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곧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과 등가물인 바,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 현실을 이상에 맞추는 것이다.

    물론 이 두 대상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은 실체가 마들렌을 위한 루벤스의 모델이므로, 현실의 여인은 마들렌을 닮음으로써 또 하나의 루벤스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마들렌에 도취한 주인공이 바라는 점이 그것이다. 즉 16세기 루벤스의 모델, 바로 그 앞에 있다는 환상.

    여기서 티부르스가 시도하는 것이 동일화 메커니즘에 빈번하게 동원되는 가장놀이이다. 이런 행위를 통해 주체들은 종종 자신의 ‘환상 fantaisie’을 만족시킨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완성하기위해 루벤스가 자신의 모델에게 했듯이, 주인공 또한 화가처럼 루벤스 당대의 복장을 한 동일한 모델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티부르스의 가장놀이에는 자신의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한 행동을 함축하고 있다. 그는 루벤스가 자신의 모델을 응시하는 상황과 동일한 상황을 재현하고, 나아가 그 가장놀이를 통해 화가가 그 모델로 실현한 그림 속의 마들렌에게까지 동일화를 확대하려는 욕망을 행동에 옮긴다.

    그 재현으로 그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그림 속의 마들렌과 16세기 복장을 한 그레첸, 그리고 루벤스의 모델과 자신의 모델(그레첸), 최종적으로는 그와 루벤스라는 몇 겹으로 중첩된 동일화이다. 왜냐하면 가장놀이를 통해, 티부르스는 또 다른 은밀한 욕망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루벤스의 모델이 된 그레첸 앞에 선 자신을 그 화가와 동일시하고 싶은 자연스런 충동일 것이다.

    그 결과 티부르스는 “살아있는 그림 tableaux vivants”(812)이라는 실현된 이상 앞에 있다는 환상에 잠기게 된다.

    그러나 티부르스의 동일화의 시도는 대역 그레첸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그에게 그레첸은 일종의 설치미술의 오브제처럼 취급되기 때문이다. 연인 앞에서 ‘살아있는 그림’을 재현하기 위한 부속품, 즉 타인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플랑드르 여자는 연인 앞에서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눈물이 바로 그런 상황에 대한 인식의 결과이다.

    그녀의 반항은 이 지점에서 폭발한다. 게다가 티부르스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마들렌을 창조하지 않고는 루벤스에 대한 열등의식을 해소할 길이 없다. 그와 더불어 그 열등의식의 소산인 또 다른 동일화, 즉 자신을 루벤스에 대입하려는 욕망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역할도 그레첸이 맡는다. 결국 주인공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동일화 시도는 그레첸의 자의식을 깨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만다. 그녀의 분노는 주체의식의 발로이자 애인의 욕망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Ⅳ. 환상에서 깨어나기

    변장으로 이루어진 동일화는 완벽할 수 없고, 설사 완벽하다 할지라도 오리지널과 복제라는 근원적인 거리가 노출된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가장놀이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체의 요구에 객체가 순응하지 않을 때이다. 주인공의 이상의 대역인 그레첸이 이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한다.

    티부르스가 바라는 환영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그레첸이 분신 역할을 온전하게 해낸다 할지라도, 그것은 대리만족에 머물 뿐 그 자체로 이상을 대신하기는 불가능하다. 대역이나 모조가 완벽 그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공이 추구하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어떤 시적 경지임을 대역은 꿰뚫고 있다. 이렇듯 그레첸이 자아를 인식하면서 사건은 급변한다. 그녀의 자의식은 자신이 지금까지 애인 티부르스에게 그녀 자체로서 존재했다기보다, 그가 원하는 이미지를 비춰주는 거울에 불과했다는데 미친다. 그런 자의식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애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쪽으로 향한다. 그 첫 번째 반응이 오리지널을 향한 그녀의 질투심의 발동이고, 이어서 애인의 심리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욕망과 강박관념의 정체를 분명하게 지적하는 그녀의 분별심은 질투를 넘어, 정당한 반발이자 그림 속 이미지에게 내어줬던 제자리 찾기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제는 질투의 대상이 실재하지 않으므로(“invisible”), 그녀의 경계심이 더 이상 증폭될 수 없다. 실체가 이미지뿐인 대상을 향한 질투의 결과는 그 이미지의 대역을 그만두는 것이다.

    애인의 집착을 파악한 이상, 또 자신이 그것의 희생물임을 깨달은 이상, ‘꼭두각시놀이’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그레첸은 이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한 모종의 돌파구가 필요함을 느낀다. 질투로 시작되지만, 그녀의 반항에 이은 분노의 표출은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도 그럴 것이 환영에 사로잡힌 애인을 구출하고, 그에게 진정한 예술가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것이 그의 짝으로서 그녀의 의무가 되기 때문이다.

    환상을 걷어내는 작업은 잔인한 진실의 폭로에 이어, 연인의 본래 위상과 현실적 처지를 일깨우는 것으로 나아간다.

    티부르스의 마들렌 열정은 그 성녀 자체가 아니라, 완벽한 미적 승화를 실현한 예술가의 재능에 대한 감탄이라는 것이 그레첸의 판단이다.

    이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 부메랑처럼 작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그것은 주인공의 이미지가 작가의 이미지와 중첩되고 있어, 마치 고티에의 청년기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미술가가 되기를 원했지만, 신체적인 이유와 시대상황이 겹쳐 진로를 바꾼 자신의 자화상의 일부를 주인공에게 투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19) 걸작 앞에서 시기와 좌절이라는 복잡한 심리상태에 빠졌을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을 주인공을 빌어 잘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그런 처지를 또 다른 자아인 그레첸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티부르스의 환상을 좇는 관능적 자아상에 대한 그레첸의 현실적이자 투지적 자아상의 대립이 그것이다.

    그레첸의 지적은 연인의 열등감에 이어 예술가로서의 소명의식을 환기하고 있다. 그녀에 의해 비로소 지금까지 작품 속의 이미지에 관한 일방적인 흠모에서 탈피하여, 예술가 본연의 자세에 관한 문제가 대두된다.

    사건을 푸는 실마리는 이렇다. 그것은 대가가 실현한 이미지에 반한 욕망이 실은 그토록 완벽한 여성미를 구현한 대가들의 천재성 앞에서, 본인이 느끼는 좌절감의 변형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 열등의식의 치유는 예술가 스스로 독창적 재능을 발휘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점을 그레첸은 파악한다. 그 길이 또 티부르스의 억눌린 욕망이 치유되는 과정이다.

    그레첸의 변화가 극적이다. 마들렌의 대역에 머물던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미의 절대기준이나 다름없는 여성상에 스스로를 비교하는 변신을 시도한다. 성녀라는 종교적 이미지의 가면에서 탈피하여 인간미의 원천을 표방하는 것으로써, 자신을 종속적인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인 대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녀의 궁극적 화두는 천재 미술가의 재능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종속적 예술관을 독자적 예술관으로 전환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 스스로 독자적인 미적 기준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표방하는데, 물론 그 실현은 최종적으로 미술가인 티부르스의 예술적 열정으로 구현된다.

    그녀의 이런 변화는 티부르스의 여성관의 변화를 유도한다. 그녀의 역할은 애인에게 예술적 재능을 위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안내자로서, 동일한 이미지를 재현하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그를 구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관점에서는 그녀가 젊은 예술가에게 “더 이상 혼동 없이 현실과 이상을 오가도록 하는 다리20)”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까지 그레첸은 상당한 역할변화를 보여준다. 그것은 티부르스를 만날 당시의 수동적 자세에서 출발하여, 나중에 그의 강박관념을 고발하는 폭로자로 변신했다가, 최종적으로는 그에게 예술적 소명을 일깨워주는 계시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까지다. 그 결과 절대상징이 종교적 장엄미에서 예술적 독자성의 정서로 바뀐다는 점이 티부르스에게 본연의 임무를 되찾게 하는 것을 시사한다.

    티부르스의 열등의식이 소멸되는 과정은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자신이 만든 마들렌에게 몰입하는 것이 우선이고, 다음은 그러자 루벤스의 마들렌이 그의 고정관념에서 떨어져나간다21). 마지막으로 그가 마주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루벤스처럼 위대한 자신만의 모델이 된다는 점이다22). 따라서 그레첸은 또 하나의 걸작을 위한 독자적인 여성미를 실현할 상징으로 승격되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 그 결과 예술가의 위상 또한 회복됨을 보여준다.

    이런 결말에 대해, 한 비평가는 고티에가 이 소설을 통해 해방되고자한 “진짜 치명적인 강박관념23)”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티에가 차라리 예술의 상상세계와 예술지상주의라는 탐미주의에 치우치는 자신의 취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대로 작가가 주인공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지적은 부분적으로만 타당할 뿐이다. 따라서 고티에는 이 남녀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화가의 길을 걷지 못한 강박관념과 그로 인한 오랜 열등의식을 치유하고자 했을 것이다.

    18)논자가 강조 함.  19)고티에는 어릴 적부터 데생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배려로 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한 화가의 아틀리에(Atelier de Rioult)에서 그림수업을 병행하지만, 근시안인 자신의 시력이 약점으로 따라 다닌다. 마침 네르발을 따라 위고의 에르나니 Hernani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그림에서 문학으로 완전히 돌아선다. Théophile Gautier, Histoire du Romantisme, Ressouvenances, 2007, pp.2-8, 그리고 Gérard de Senneville, Théophile Gautier, Fayard, 2004, pp.18-32를 참조할 것.  20)“(...), elle devient le pont qui lui permettra de passser du réel à l’idéal et de l’idéal au réel, sans plus de perte ni de confusion.” Francis Moulinat, “De Rubens à La Toison d’or : la Marie-Madeleine”, op.cit., p.58.  21)“Tiburce ne se souvenait plus de la Madeleine d’Anvers.” (815)  22)“Je serais la femme d’un grand peintre.” (815)  23)“Il n’y a pas d’obsessions vraiment fatales dont Gautier aurait voulu se libérer. Il met plutôt en question de son engouement pour l’univers imaginaire des beaux-arts et pour l’esthétisme de l’art pour l’art où il risque de se perdre.” Wolfgang Drost, “Une lecture de La Toison d’or : de la corruption de l’art. De Gautier à Zola” in Bulletin de la Société Théophile Gautier, No 28, 2006, p.113.

    V. 결론

    루벤스 그림 속의 마들렌을 이상적인 여인으로 사랑한 티부르스는 낭만주의 인물상의 한 전형이다. 이 인물상을 더욱 실감 있게 해주는 것이 그를 모호한 성격을 가진 젊은 예술가로 만든 점이다. 일견 평범하면서도 기이한 성격에다 걸작 속의 여주인공, 즉 실물보다 가상의 이미지에만 관심을 두는 주인공의 심리는 피그말리온이라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예술지상주의의 계보를 획득한다.

    이미지와 닮은 현실의 여인은 최초 그 이미지를 낳게 한 원류의 재현에 불과하다. 그 원류는 다름 아닌 마들렌 창조 당시 루벤스의 모델이다. 마들렌의 이미지를 두고 티부르스 자신과 그레첸의 관계, 마들렌을 창조하기 위해 화가가 모델과 마주하고 있는 장면, 이 두 장면을 중첩시키려는 의도가 주인공의 또 다른 동일화 욕망이다. 그에게 그레첸이 거울 밖으로 나온 마들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시초에 캔버스를 마주하고 있는 화가의 모델을 역으로 재현하려는 티부르스적 욕망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피그말리온의 강박관념에 따르자면 주인공이 찾은 플랑드르 여성 그레첸의 역할은 이미지의 또 다른 모델이면서 루벤스 모델의 대역이 되어야했다. 그러므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는 주인공에게 이상을 비춰주는 겨울 역할을 하고, 그 거울 속 마들렌을 두고 그레첸과 루벤스의 모델이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그녀가 예수시대의 마들렌과 루벤스의 모델, 그리고 자신이 찾는 마들렌의 산 모습이 겹치는 세 겹의 동일화 위상을 포용하기를 바란다.

    동일화 시도의 실패는 ‘자연보다 예술을 이상시 La nature délaissée pour l’art’(788)하는 주인공의 강박관념 탓이고, 고티에의 중요한 예술관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24). 말하자면 실물(자연)보다 이미지(예술) 쪽으로 향하는 집착이 실패를 불러오고, 그것은 결국 그의 마들렌 사랑이 왜곡된 심리상태에서 발현되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루벤스 재능에 대한 열등의식이 그것이고, 이 점을 간파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치유하는데 그레첸이 중심 역할을 맡는다. 그레첸의 역할이 수동적에서 주도적으로 바뀌는 시점도 바로 이때부터이다.

    티부르스의 이미지 숭배와 루벤스 재능에 대한 열등의식이 맞물려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그레첸. 주인공의 그런 심리를 치유하는 그녀의 과감하고 주도적인 역할과 과정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구성한다. ‘그레첸의 독자적 모델 부상’, 그리고 ‘루벤스의 마들렌이 차지한 영역에 티부르스 고유의 이미지 창조’등이 여주인공의 존재를 독립적 인물로 승격시키며, 주인공 역시 독자적 화가의 지위를 획득하게 한다. 이런 대단원 구성은 실패한 화가 지망생 고티에의 자서전적 단면을 잘 드러낸다.

    결국 금발의 플랑드르 여인을 자신의 모델로 변모시킨 점이 주인공에게는 황금양털을 입수한 사건에 비견되어, 스스로 현대판 이아손으로 평가하기에 이른다. 이런 결말구성 또한 한때 미술에 몰두했던 고티에의 욕망이 인물구성에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루벤스 그림을 마주한 주인공들의 심리를 통해, 일찍이 접었던 그림에 대한 자신의 미련과 회한을 정리해보려는 동기가 도처에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작품을 대하는 고티에의 미학적 태도는 이후에도 그의 소설에 줄기차게 나타난다. 그래서 문학의 회화적, 조형적 축조 양식을 딴 소설구성의 변모, 그리고 예술속의 인물과 자신의 주인공과의 관계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24)주인공의 성격에 충실하게 반영되는 작가의 예술관에 대해, 한 고티에 연구자도 작가와 주인공과의 관계를 아주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Une tendance s’affirme tout au long des oeuvres de Gautier : la quête des personnages vise l’acte esthétique lui-même.” Cynthia Harvey, THÉOPHILE GAUTIER romancier romantique, Éditions Nota Bene, 2007,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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