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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언어적 공손성 이론에 대한 소고 L'Etude sur la theorie de la politesse linguistique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언어적 공손성 이론에 대한 소고

Dans cette étude, nous avons essayé de présenter la théorie de la politesse linguistique qui est apparue aux Etats-Unis à la fin des années soixante-dix, et développée par Lakoff, Leech, Brown et Levinson et surtout par Kerbrat-Orecchioni.

C’est Kerbrat-Orecchioni qui a pour la première fois abordé la discussion systématique des phénomènes de la politesse en France. Son modèle (1992 : 184) est édifié sur des bases très largement empruntées à Leech (1983) et surtout à Brown et Levinson (1987). Elle révise leur modèle et établit un modèle de politesse systématique et global, d’une part, en introduisant la notion de FFA ("Face Flattering Act"), et d’autre part, en redéfinissant la notion de politesse négative et positive avec la considération des principes «A-orientés» et «L-orientés». C’est la raison pour laquelle on ne peut passer ses travaux sous silence.

Pour Brown et Levinson, la politesse est abordée d’un point de vue «pessimiste» de l’interaction, au point que tous les actes de langage sont considérés comme des FTAs en tout genre. Mais il existe d’autres actes de langage et donc un autre versant de la politesse. On peut s’apercevoir, grâce au travail de Kerbrat-Orecchioni, de l’existence de la politesse au sens actif, dans la mesure où il existe évidemment dans la vie quotidienne des actes de langage tels que le compliment, le remerciement, le voeu, etc., qui sont fondamentalement différents des actes comme la requête ou la critique. Il s’agit ici d’actes de langage qui sont aussi valorisants pour les faces des interlocuteurs, ceux que Kerbrat-Orecchioni baptise «FFA» (ou anti-FTA). Par conséquent, elle a tout à fait raison de répartir l’ensemble des actes de langage en deux grandes familles (FTA et FFA), pour observer raisonnablement le phénomène de la politesse. Ces deux catégorisations permettent, par ailleurs, de clarifier les notions de politesse négative et de politesse positive.

Brown et Levinson distinguent la politesse négative orientée vers la face négative, et la politesse positive orientée vers la face positive, en considérant seulement la relation entre la face et un FTA. Contrairement à ce que distinguent Brown et Levinson, pour Kerbrat-Orecchioni, les politesses négative et positive ne sont pas orientées vers les faces négative ou positive respectivement, mais elles sont liées à la fois à ces deux niveaux. Kerbrat-Orecchioni conçoit la politesse négative comme un adoucissement de quelque FTA, qui consiste à le réparer ou éviter de le produire. En revanche, la politesse positive doit être considérée comme la production d’un FFA.

KEYWORD
politesse , face , politesse negative , politesse positive , FTA , FFA
  • 1. 머리말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거나 인간관계를 지향한다. 의사소통에는 ‘내용 contenu’과 ‘관계 relation’라는 두 차원이 상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호작용의 유형에 따라 이 두 차원의 ‘배합’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토론이 내용에 더 비중을 둔다면, 일상생활에서 관찰되는 인사나 사과, 칭찬이나 감사와 같은 화행은 관계에 더 많은 역점을 둔다.

    언어적 상호작용에서 내용의 차원은 ‘정보성 informativité’의 문제로, 그라이스 P. Grace가 협력 원칙이나 대화 격률 maxime de conversation로 분석한바 있다. 반면 관계의 차원은 ‘공손성 politesse’의 문제로 귀결된다. 공손성 이론은 70년대 말에 미국에서 출현한 새로운 탐사 영역으로, 언어행위의 화용적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분석 도구들 가운데 하나다.

    오늘날 화용론의 영역에서 ‘언어적 상호작용’ 현상과 함께 공손성에 관한 많은 연구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사실, 언어적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기술하기 위해서는 대화자들이 주고받는 말의 생산과 해석의 메커니즘에 큰 압력을 행사하는 공손성 원칙을 고려하지 않으면 분석의 완성도는 낮아질 것이다.

    간접화행의 기저에 공손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던 썰 Searle (1982 : 77)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공손성은 일상이 되었다. 일상 대화에서 인사는 인사로 이어지고, 잘못한 행동은 사과로, 혜택은 감사로 이어져 말 교환의 쌍을 이룬다. 그리고 이런 말 교환의 동기는 바로 공손성이다. 대화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중요한 도구로써 공손의 기능과 공손성 원칙은 화용론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공손성 이론은 ‘체면 face’, ‘체면보존 작업 face-work’과 같은 고프먼 Goffman이 제기한 몇몇 개념과 함께 시작되어, 레이코프 R. Lakoff와 리치 G. Leech, 특히 브라운과 레빈슨 Brown & Levinson에 의하여 발전되었다. 모두 영어권에서 이룬 업적들로, 프랑스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연구가 시작되었다. 특히 공손성에 대한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C. Kerbrat-Orecchioni의 관심과 연구 성과1)는 평가할 만하다. 그녀는 공손성 이론의 선구자들이 제안한 모델들을 통합하고 수정, 보완하여 보다 합리적인 분석의 틀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영미권의 모델, 특히 브라운과 레빈슨의 이론과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모델의 차이점과 문제점을 살펴볼 것이며, 또한 공손성의 원칙에 내포된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도 논의할 것이다.

    1)C. Kerbrat-Orecchioni, Les interactions verbales, tome II, Paris, A. Colin, 1992. C. Kerbrat-Orecchioni, Les interactions verbales, tome III, Paris, A. Colin, 1994.

    2. 레이코프 (R. Lakoff)

    인간의 의사소통은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두 번째 기능은 레이코프 (1990 : 34)가 정의한 것처럼, 공손성에 대부분 연루되어 있다 :

    언어적 공손성에 대한 레이코프의 기술은 한 문장의 가용성 acceptabilité의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문장의 문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맥락이 일차적 고려 대상이었다. 맥락을 분석하면서, 레이코프는 ‘화용 능력의 규칙’2)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규칙을 제시한다.

    의사소통사의 목적이 어떤 정보나 말하는 이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규칙 보다 오리려 첫 번째 규칙이 강조될 것이다. 반대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 및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화자는 공손한 표현을 쓰는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언어적 상호작용에서 공손성과 명확성은 유무의 문제라기보다는 배합의 문제다. 화행의 성질에 따라 명확성이 더해지면 공손성은 더 커지기도 하고 반대로 작아지기도 한다. 예컨대 상대방에게 명령을 하면서 명확성이 가미되면 공손성은 떨어질 것이다. 반면 감사, 사과, 칭찬과 같은 화행에서 명확성과 공손성은 비례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명확성과 공손성은 그 배합의 차이로 상호작용의 유형이 구분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수다’와 같은 사적인 대화는 정보 전달보다는 대화자들 간의 원활한 관계가 중시된다. 그만큼 대화자들은 공손성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레이코프는 명확성과 공손성의 배합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의 상호작용을 구분한다. 명백하게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담화 (내용 중심 담화)와 대화자들의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담화 (관계중심 담화)다. 후자의 담화에는 상호작용이 많이 일어나고, 그만큼 더 공손의 규칙이 요구될 것이다.3)

    내용 중심 담화에서 레이코프의 ‘명확성의 규칙’은 그라이스의 대화 격률과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관계 중심 담화를 지배하는 것은 ‘공손의 규칙’이다. 그것의 하위 규칙으로 레이코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규칙을 제안한다.

    위 규칙들은 화자와 청자 간의 상대적인 힘과 친밀도에 달려있다. 첫번째 규칙 (‘강요하지 마라’)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거리가 있는 대화자들 간의 의사소통에 적용된다. 대화자들은 적절한 호칭이나 화계를 사용면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곧 공손의 격식성 formalité이다. 두 번째 규칙 (‘선택권을 주라’)은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놓아, 그를 배려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규칙 (‘좋은 느낌을 갖게 하라 – 친근하게 하라’)은, 예컨대 구어체를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주면서, 대화자들 간의 동질감 égalité과 유대감 camaraderie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규칙은 친밀성과 비격식성을 높여주는 언어적 책략으로 쓰인다.

    결국, 위의 세 가지 규칙은 공손성의 기본적인 세 가지 책략으로 쓰인다. 곧 거리두기, 존중, 동질감 (혹은 유대감)이다. 그렇지만 레이코프의 세 규칙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하나의 체계를 구성하고 있지 않다5)는 점에서 복잡한 공손 현상을 기술하는 데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코프 (1973 : 303)는 이런 공손성 규칙들이 보편적이지만, 그들의 실현 방식은 문화권마다 다르다고 한다.

    레이코프는 이 세 가지 공손성 규칙들이 각 언어 공동체에 존재하지만, 그들의 우선순위는 문화권에 고유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평등을 지향하는 프랑스 사회에서 세 번째 규칙은 나머지 두 규칙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처럼 더 계층화된 사회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규칙은 세번째 것보다 일반적으로 더 우선성을 갖는다.

    2)R. Lakoff, "The logic of politeness ; or, minding jour p's and q's", in Papers from the ninth regional meeting of the Chicago Linguistic Society, 1973, p.296.  3)R. Lakoff, "The limits of politeness : therapeutic and courtroom discourse", in Multilingua, 1989, n°8-2/3, p.102.  4)R. Lakoff, "The logic of politeness ; or, minding jour p's and q's", in Papers from the ninth regional meeting of the Chicago Linguistic Society, 1973, p.298.  5)C. Kerbrat-Orecchioni, Les interactions verbales, tome 2, Paris, A. Colin, 1992, p.183.

    3. 리치 (G. Leech)

    리치 (1983)는 ‘텍스트 수사학’에 대립되는 ‘인간관계 수사학’의 영역에 협력 원칙과 공손성 원칙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 두 원칙은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중요한 화용론적 요소로 고려하였다. 협력 원칙이 내용의 차원에 관여한다면, 공손성 원칙은 인간관계의 차원에서 작용한다.

    리치가 제안한 언어적 공손성 원칙은 어떤 의미에서 그라이스의 협력 원칙을 보완하거나 그 연속선상에 있다. 화자가 대화 격률을 지키지 않는 것은 함축뿐만 아니라 공손성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리치(1983 : 132)는 공손성 원칙을 적극적 혹은 소극적 양상을 띠는 격률들로 세분화한다. 즉 « 비용 » 과 « 이익 »이라는 개념에 근거해서 공손성 원칙을 여섯 가지 공손 격률과 그 하위 격률들로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리치의 공손성 원칙은 공손하다고 믿는 것은 그 표현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불손하다고 믿는 것은 그 표현을 극소화하라는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위의 격률들 각각은 비용과 이익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비용은 화자가 많이 부담하고, 이익은 청자가 더 많이 가져가게 될 때, 공손성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리치도 레이코프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에 고유한 공손성 규칙이 존재 하지만, 이 규칙에는 사회마다 다른 우선순위가 있음을 인정한다. 이를 테면, 리치가 제안한 공손성 격률을 한국과 프랑스 사회에 적용하면, 한국 사회에서는 ‘겸손’이나 ‘동의’ 격률이 프랑스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요구된다. 사실, 겸손과 동의 격률은 상호 의존적인 성질이 있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말한 것에 반대하면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어, 겸손 격률을 어기게 된다. 심지어 이런 태도는 ‘나는 당신과 다르며 내가 최고’라는 자기 과시로 비쳐 질 수 있다. 의견 불일치 행위가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화권에서 겸손과 동의 격률은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보다 구성원들에게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의견 불일치 행위는 겸손 격률에 의하여 강하게 억제된다.

    어쨌든 위 여섯 가지 공손성 격률들은 대화자들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며, 공손성을 규정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리치의 공손성 격률들은 독자적인 공손성 이론의 계층적, 체계적인 모델을 구성하기 보다는 단순히 그라이스가 제시한 ‘협동 원리’와 ‘대화격률’을 보완하려는 시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점은 좀 더 완성도 높은 공손성 체계를 위해 극복해야할 단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6)I. 재치 격률 : a) 상대방에게 비용을 최소화하라 b) 상대방의 이익을 최대화하라 II. 관용 격률 : a) 자신의 이익을 최소화하라 b) 자신의 비용을 최대화하라 III. 칭찬 격률 : a)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하라 b)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최대화하라 IV. 겸손 격률 : a) 자신에 대한 칭찬을 최소화하라 b) 자신에 대한 비난을 최대화하라 V. 동의 격률 : a)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라 b)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동질감을 최대화하라 VI. 호의 격률 : a)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반감을 최소화하라 b)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호감을 최대화하라

    4. 브라운과 레빈슨 (P. Brown & S. Levinson)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성 이론은 고프먼이 제시한 ‘체면’의 개념으로 부터 시작된다. 체면이 공손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체면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없으면 공손성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체면 욕구 face-want가 커지면 그만큼 공손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자신의 체면을 보호하고, 자신의 체면을 잃지 않으려는 욕구 때문이다. 그래서 체면 욕구는 많은 문화권에서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체면은 고프먼 (1974 : 9)이 정의한 것처럼, “대화 참여자가 바라는 긍정적 사회적 가치”라는 점에서다.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성 모델은 MP (Model Person)에 근거하고 있다. MP란 자연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다. 이 화자는 중요한 두가지 기본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한다. 바로 ‘합리성’과 ‘체면’이다. 합리적인 행위자로서 MP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수단을 선택할 것이며, 그리고 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프먼으로부터 비롯된 체면의 개념이 브라운과 레빈슨에 이르러 ‘소극적 체면’과 ‘적극적 체면’으로 세분화 된다. 소극적 체면과 적극적 체면은 한 개인의 기본적인 두 가지 욕구로, 브라운과 레빈슨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소극적 체면이 방해받고 싶지 않은 욕구라면, 적극적 체면은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욕구인 셈이다. 체면은 상호작용 동안 잃거나 유지되거나 혹은 높여질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연대감 혹은 독자성이라는 모순적인 욕구를 나타낸다.

    대화 참여자들이 주고받는 말은 소극적 체면과 적극적 체면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성질이 있다. 브라운과 레빈슨은 이런 화행을 FTA (‘Face Threatening Acts’)라 일컫는다. FTA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의식적이든 아니든 상호행위자들에 의하여 실현된다는 점에서, 체면은 FTA의 과녁이고 동시에 체면 욕구의 대상이라는 모순적인 성질을 갖게 된다. 게다가 대화 참여자들은 자신의 고유한 체면을 보존하려는 기대나 욕구를 가질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체면을 배려할 의무도 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화자들은 상호간의 체면을 배려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체면보존 작업 face-work’이다.

    브라운과 레빈슨은 공손성을 일종의 체면보존 작업 혹은 FTA와 체면욕구를 조정하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손성은 합리적인 주체로서 대화자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의 전개 과정에서 선택하게 되는 책략을 의미한다. 그리고 공손표현은 이런 책략들의 언어적 실현인 셈이다. 브라운과 레빈슨 (1987 : 60, 69)은 다음의 도표8)가 보여주는 것처럼 다섯가지의 보편적 책략을 제시한다.

    상호작용에서 상대방의 체면이 위협 받거나 위험에 놓이게 되면, 그의 체면을 배려하기 위하여 위의 책략들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청자의 체면에 위협적인 행위일수록, 화자는 위의 도표에서 그만큼 더 높은 숫자로 표시된 책략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책략이 위협을 최소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다. 반대로 화자가 청자의 체면을 보존하기 보다는 극대화된 FTA를 수행하려 한다면, 완화장치 없이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언어 책략 (‘bald on record’)을 사용할 것이다.

    FTA를 명시적으로 수행하지만 완화장치를 수반하는 공손성 책략은 크게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으로 나뉜다. 브라운과 레빈슨은 적극적 공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브라운과 레빈슨에게 있어서, 적극적 공손은 청자의 적극적 체면을 구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책략이다. 이것은 주로 친한 대화자들이 쓸 때 동질감이나 유대감을 보여주게 된다. 그래서 적극적 공손의 책략은 레이코프가 말한 공손의 규칙, 즉 ‘좋은 느낌을 갖게 하라–친근하게 하라(Make a feel good – be friendly)’에 해당된다. 반면, 소극적 공손에 대하여 브라운과 레빈슨 (1987 : 129)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소극적 공손은 본질적으로 청자의 소극적 체면을 구하는데 있다. 소극적 공손의 책략은 레이코프의 두 가지 공손의 규칙, 즉 ‘강요하지 마라(Don’t impose)’와 ‘선택권을 주라 (Give options)’에 상응한다. 곧 FTA를 최소화하려는 책략이다. 브라운과 레빈슨 (1987 : 129)이 지적한 것처럼, 적극적 공손이 친밀한 행동이나 농담의 기저에 있다면, 소극적 공손은 존중과 배려가 그 중심에 있다. 서구 문화에서 소극적 공손은 FTA를 완화하기 위하여 더한층 섬세하고 약정된 일련의 언어 책략으로 쓰인다. 사실, 브라운과 레빈슨은 FTA와 소극적 공손의 기능에 대부분의 관심을 기울였다. 그 만큼 그들의 문화에서 공손성은 적극적 공손보다는 소극적 공손으로 환원된다. 이는 적극적 체면보다는 소극적 체면에 더 민감한 서구 문화의 특성9)에서 연유한다.

    위의 도표에서 브라운과 레빈슨이 제안한 다섯 가지 범주의 책략들은 FTA의 수행 여부와 수행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의 책략(‘Badly-without redress’)은 공손 책략으로서 보다는 불손에 가깝다. 아무런 완화장치 없이 FTA가 수행된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다섯 번째 유형의 책략 (‘dont’t do FTA’)은 의사소통의 내용 차원을 희생시켜, 대화자들의 원활한 인간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공손한 행위다. 대부분 내용보다는 관계 중심의 일상 대화에서 화자들이 상대방의 의견에 비판이나 반박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는 심리이다. 그래서 ‘FTA를 하지 마라’는 공손성 책략은 리치의 동의 격률 가운데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동질감을 최대화하라’라는 하위 격률과 상통한다. 또한 간접 화행의 경우에서처럼, FTA를 노골적이지 않게 실행하면, 그것은 ‘off record’ 책략이다. 다시 말하면, 화자가 FTA를 수행할 의도는 있지만 그 책임을 피하고자 할 경우에 쓰인다. 그래서 ‘off record’ 책략은 보통 화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청자에게 추론의 부담을 준다.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 ‘off record’와 같은 공손성 책략은 많은 하위 범주들로 세분된다. 이 가운데 특정 책략의 선택은 FTA의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크면 클수록 화자가 선택하는 공손성 책략은 더욱 정교하고 세밀해질 것이다. 대화자들이 가능한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상대방의 체면 손상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에서다. 체면보존 작업에는 화용론적 요소들이 고려되는데, 브라운과 레빈슨 (1987 : 74)에 의하면 공손성 책략은 다음의 세 가지 인자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위의 세 가지 인자들의 상관관계에 따라 FTA의 심각성이 달라지고, 발화문의 공손성도 결정된다. 하지만 동일한 화행에서 조차, P, D, R의 개념이나 가치는 문화권마다 다를 수 있다. 의견 불일치나 반박은 대화자들의 수직적, 수평적 관계에 따라 그리고 상호작용의 유형에 따라 체면 위협성이 다르고, 공손성 책략도 다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차이가 문화권간의 상호작용에서 많은 오해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과 레빈슨 (1987 : 244)은 아래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언어 사용에서 세 가지 보편성을 제안한다.

    사실 이 세 가지 보편성이 많은 연구자들에 의하여 비판 받고 있지만, 공손의 추상적 원칙으로서 보편성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하면, 상호작용에서 체면 보존의 필요성과 체면 욕구의 상호적 인식은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체면의 개념이나 FTA의 내용과 정의는 문화마다 다르고, 공손성 책략의 선택에서도 그 차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성 이론은 리치나 레이코프의 이론에 비해, 체면, FTA, 체면보존 작업에 근거하여 언어 책략으로서의 공손성 현상을 비교적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7)Brown et Levinson, Politeness. Some universals in language use, 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7, p.62.  8)Brown et Levinson, Politeness. Some universals in language use, 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7, p.69. 책략 1 : FTA를 완화장치 없이 노골적으로 하라. 책략 2 : FTA를 완화장치와 함께 적극적 체면에 노골적으로 하라 책략 3 : FTA를 완화장치와 함께 소극적 체면에 노골적으로 하라 책략 4 : FTA를 노골적으로 하지 마라. 책략 5 : FTA를 하지 마라.  9)C. Kerbrat-Orecchini, Les interactions verbales, tom III, Paris, Armand Colin, 1994, pp.101-107.

    5.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C. Kerbrat-Orecchioni)

    프랑스에서 공손성의 체계적인 논의를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책 « Les interactions verbales tome II (1992) »에서 공손 현상과 그 기능을 기술하였다.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의 모델(1992 : 184)리치(1983)와 특히 브라운과 레빈슨 (1987)에게서 대부분 차용한 개념이나 용어들을 기초로 이루어졌다. 선행 연구자들의 공손성 모델에서 모순된 요소들이 수정 및 보완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공손성 모델에 이르게 된다. 특히 브라운과 레빈슨의 FTA와 대립되는 ‘FFA (Face Flattering Act)’란 개념을 처음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청자 지향성 A-orientés’ 와 ‘화자 지향성 L-orientés’란 원칙과 함께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의 개념을 재정립 하였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5.1. FFA의 개념

    브라운과 레빈슨의 모델은 ‘FTA’, ‘체면’, ‘체면보존 작업’의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그들은 공손성을 일련의 체면보존 방식, 즉 체면 욕구와 FTA를 조정하는 언어적 책략으로 간주한다. 그들의 공손성 모델은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그리고 FTA의 개념을 토대로 구축되었다. 그런데 브라운과 레빈슨은 대다수의 화행을 잠재적 FTA로 인식하는 ‘부정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이것이 곧 케르브라 오레끼오니가 FFA란 개념을 도입하게 된 계기로 보인다.

    브라운과 레빈슨은 대화자들의 소극적 체면과 적극적 체면에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화행들만을 관찰하였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견되는 칭찬이나 감사, 인사나 기원과 같은 화행은 명령이나 요청, 비판과 같은 화행과는 그 성질이 판이하게 다르다. 후자의 화행들이 분명히 FTA의 범주에 속하는 반면, 전자의 화행들은 상대 화자의 체면을 위협하는 성질보다는 반대로 그의 체면을 높여주는 공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런화행들을 케르브라 오레끼오니는 체면을 추켜세워 주는 행위, 즉 FFA로 인식한다. 따라서 그녀는 브라운과 레빈슨과는 달리 화행을 FTA와 FFA라는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체면은 화행의 위협적인 성질로 인하여, 잃게 되거나 손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워지고 높여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케르브라 오레끼오니가 자신의 공손성 모델에 FFA를 도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게다가 이 두 화행의 범주는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의 개념으로 이어지고, ‘소극적 불손’과 ‘적극적 불손’, ‘공손’과 ‘불손’을 구분하는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의 공손성 모델은 화행을 기본적으로 FFA와 FTA로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5.2.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

    브라운과 레빈슨의 개념상의 혼동은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의 구별에서도 엿보인다. FTA가 소극적 체면에 관련되면 소극적 공손이고, 적극적 체면에 관련되면 적극적 공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극적 체면과 소극적 공손, 그리고 적극적 체면과 적극적 공손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구별은 모호하고 모순된다. 화행은 소극적 체면과 적극적 체면 중 어느 하나만 위협할 수도 있지만, 둘 모두를 동시에 위협하기도 한다는 점에서다. ‘명령’의 경우가 그렇다. 명령은 상대화자의 소극적 체면을 위협하지만, 그의 적극적 체면도 잃게 한다.

    게다가 브라운과 레빈슨이 구별하는 적극적 공손과 소극적 공손에서 ‘적극적 positive’와 ‘소극적 négative’라는 말의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어, 이 단어들의 용례와도 양립되지 않는다.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1995 : 76)가 지적했던 것처럼, 형용사 ‘négative’ 와 ‘positive’의 사용에서, 이들이 실사 ‘face’와 ‘politesse’ 가운데 어느 것에 관계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성 모델에서 이와 같은 혼동은 기본적으로 화행의 성질을 FTA로만 인식한 나머지, FFA와 같은 화행의 범주를 구별하지 않은데서 기인하는 문제처럼 보인다. 사실 FFA가 공손성을 갖는 것은 그 화행의 성질상 당연하다. 그래서 FFA를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적극적 공손이다. 반면 FTA는 그 성질이 공손하지 않다. 하지만 FTA가 여러 가지 언어적verbl, 준언어적paraverbal, 비언어적non-verbal 장치에 의해 완화될 때 공손성을 갖게 된다. FTA를 완화하거나 절제하는 언어행위는 소극적으로 공손을 나타내는 셈이다. 그래서 케르브라 오레끼오니는 브라운과 레빈슨이 구분한 적극적 공손과 소극적 공손의 개념을 전혀 다르게 구분한다.

    케르브라 오레끼오가 제안한 소극적 공손은 고프먼의 ‘보완 관습rites de réparation’과 ‘회피 관습rites d’évitement’에 상응한다. 소극적 공손은 FTA를 완화 및 보완하거나 그것의 생산 자체를 피하려는 행위다. 반면 적극적 공손은 FFA를 나타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고프먼이 말한 ‘소개 관습 rite de présentation’의 범주에 속하는 화행이다.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에게 있어서,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은 각각 소극적 체면과 적극적 체면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연계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차원에 동시에 연관되어 있다. 소극적 공손과 FTA, 그리고 적극적 공손과 FFA와의 관계에서, 공손성은 화자가 아닌 청자의 체면을 이롭게 하는 책략이다. 이런점에서 공손성은 ‘청자 지향성 (A-rienté)’과 ‘화자 지향성 (L-orienté)’의 문제로 수렴된다.

       5.3. 지향성과 무례

    본 단락에서는 케르브라 오레끼오니가 구분한 ‘청자 지향성 A-oreinté’과 ‘화자 지향성 L-orienté’, 그리고 ‘공손’과 ‘무례’를 함께 논할 것이다. 먼저, 청자 지향성과 화자 지향성의 원칙은 공손성 논의에서 모델의 최상위 부분에서 소개되고 있다. 청자 지향성은 청자의 체면을 높이거나 이롭게 하는 원칙으로,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이라는 하위 범주로 구분된다. 반면 화자 지향성은 화자 자신의 체면을 이롭지 않게 하는 원칙이다. 이 두 원칙의 특징에 대하여 케르브라 오레끼오니는 (1992 : 185)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두 원칙은 리치나 브라운과 레빈슨의 모델에서와는 달리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의 모델에서는 기본적인 두 축을 구성한다. 사실 상호작용에서 공손성은 보통 청자 지향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청자의 체면이 우선이고, 청자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공손이란 점에서다. 물론 화자 지향성의 공손도 있다. 그러나 화자가 자신의 체면을 이롭게 하는 것은 공손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화자 자신의 체면을 잃게 하는 편이 공손성과 부합할 것이다. 곧 ‘겸손’의 공손성이다. 겸손의 규칙이나 우선성은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 사회에서 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겸손의 규칙은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특히 계층적 관계에서 아랫사람이 자기를 낮추는 겸손은 공손의 기본으로 간주된다. 결국 청자 지향의 공손과 화자 지향의 겸손이 공손성의 기본적인 두 축을 구성하게 된다.

    다음으로,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1995)는 공손에 대립되는 무례 impolitesse까지 고려함으로써, 언어적 공손성의 체계적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공손한 행위와 불손한 행위가 상존하는 공간이다. 공손처럼, 무례도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방식으로 실현된다. 케르브라 오레끼오니 (1995 : 77)는 무례의 기본적인 특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 무례와 소극적 무례는 결국 브라운과 레빈슨의 의미에서, FTA가 아무런 완화 행위 없이 실현되는 ‘on record’의 책략을 의미한다. 그래서 소극적 무례는 인사화행처럼, 기대된 적극적 공손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적극적 무례는 FTA가 완화되지 않거나 오리려 강화된 화행을 지칭한다. 토론에서 인신공격성 비난은 무례한 화행이다.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이지, 사람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욕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런 화행들은 적극적 무례에 해당한다.

    10)C. Kerbrat-Orecchioni, La conversation, Seuil, coll. «Mémo», 1996, p.54.

    6. 공손의 상대성

    공손성은 상대적이다. 맥락에 상대적이고 문화에 상대적이다. 일상 대화에서의 공손성과 TV나 라디오 토론에서의 공손성은 다소간 다르다. 다시 말하면, 공손성은 한 언어 공동체에서 맥락에 따라 다르다. 한 화행의 성질이 대화 참여자들 사이의 인간관계나 상호작용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손성은 일상 대화를 기초로 화행의 형태와 기능에 근거하여 공손과 무례라는 이원적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공손성의 연구 영역과 관련하여 레이코프 (1989)는 일상 대화에서 정보 전달이 중심인 법정 담화 discourse au tribunal나 치료 상담 entretien thérapeutique과 같은 담화 형태로까지 확대한다. 이런 유형의 담화에 나타나는 공손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레이코프 (1989 : 103)는 공손의 개념을 ‘공손 poli (“polite”)’, ‘비공손 apoli (“non-polite”)’, ‘무례 impoli (“rude”)’11)라는 삼원적으로 구분한다. 공손의 규칙에 일치하는 화행도 있고, 일치 하지 않는 것도 있다. 물론 전자는 공손이고, 후자는 무례다. 하지만 맥락에 따라 공손하지도 무례하지도 않는 화행도 존재한다. 예컨대 비판이나 반박은 간접적으로 실현되거나 완화장치를 동반할 때 공손한 성질을 갖지만, 완화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실현되면 무례에 속한다. 공손의 규칙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TV 토론 débat에서 대화자들이 보여주는 직접적인 비판은 무례에 포함시키는 어렵다. 이런 비판은 토론이라는 상호작용에 참석하는 토론자에게 부여한 일종의 ‘의사소통 계약 contrat de communication’에서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손의 규칙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공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토론과 같은 상호작용의 유형에서 공손 현상12)은 일상 대화에서의 그것과는 다를 수 있다. 의견 불일치나 반박 화행이 일상 대화에서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위협하는 행위겠지만, TV 토론과 같은 맥락에서는 당연하고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손성은 문맥 상대적인 것처럼 문화상대적이다. 오늘날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성 모델이 생산적이고 정교한 이론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비서구 문화권의 언어행위에서도 이 모델이 잘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언어적 상호작용에서 공손성이 대화자들의 화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원칙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체면과 FTA의 개념은 문화권마다 다소간 차이가 있다. 그래서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성 원칙을 자국의 언어에 적용할 경우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물론 그 근원에는 FTA와 FFA를 구분하지 않아, 그로 인한 소극적 공손과 적극적 공손의 분류의 문제가 있고, 문화적 가치의 우선성이 다른 점도 있다.

    먼저, 중국에서 공손성의 원칙에 대한 조사와 분석에서, 구 Gu (1990)는 브라운과 레빈슨의 모델이 중국의 언어행위에 적용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중국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브라운과 레빈슨이 정의한 체면의 개념이라고 한다. 예컨대, 중국에서 제공, 초대, 그리고 약속 행위는 일상생활에서 화자의 소극적 체면에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공손성 현상에 대한 연구13)도 구 Gu와 동일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마츠모토 Matsumoto(1989)에 의하면, 브라운과 레빈슨의 모델은 일본의 화자들이 자신의 체면에 내재적으로 위협적이지 않는 발화에서 조차 경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손 책략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공손 현상의 기초가 되는 동기가 일본의 언어행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마츠모토(1988 : 405)는 일본 문화에서 체면, 특히 소극적 체면의 위상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제기한다.

    일본 문화에서 대화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신들의 영역을 요구하거나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느냐가 더 큰 관건이라고 한다. 서양과 달리 적극적 체면에 대한 높은 관심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브라운과 레빈슨의 소극적 체면의 개념은 일본에서의 대화를 기술하는데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경어 honorifique나 존대 déférence의 사용에 대한 근원적 설명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느오위 (Nwoye, 1992 : 325-326)에 의하면, 브라운과 레빈슨의 관점에서 노골적으로 수행된 비판 화행은 FTA로 청자의 체면을 위협하는 행위다. 반면, 이그보우Igbo 사회에서 직접적이고 진실 된 비판은 청자의 체면에 더 이상 위협적인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그 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사회화의 결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비판을 완화하는 것은 도리어 정상에서 일탈된 행위로 간주된다고 한다. 그룹의 구성원으로서 부과되는 소속감과 책임감이 적극적 체면의 배려보다 더 우선하고, 이런 경우 개인의 체면 욕구는 작용하지 않는다.

    브라운과 레빈슨의 모델이 한국어에도 잘 적용되지 않는다고 황적륜(1990), 조준학(1982), 손호민(1986)과 같은 몇몇 연구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황적륜(1990)은 한국에서 공손과 존대는 서로 다른 사회 언어학적 두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공손이 다양한 화용론적 목적을 위하여 대화자들이 사용하는 언어 책략이라면, 존대는 일종의 사회적 코드라 한다. 그래서 존대란 계층관계에 있는 대화자들이 상대적 지위나 나이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한 화계와 경어 형태를 의미한다.14) 조준학(1982 : 127)도 존대를 공손의 특수한 형태로 간주한다. 경어법의 사용만으로는 공손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화행의 발화수반력을 완화해 주는 언어적 장치가 첨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한국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기 낮춤 (self-humbling)의 원칙은 한국의 공손성 현상에 기초가 되는 공통된 원칙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사실, 한국어에는 경어법이 있어 상대방에게 공손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곧 공손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나가십시오’, ‘조용히 해주십시오’같은 표현은 경어법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손한 표현은 아니다. 그것은 그 화행의 발화수반적인 힘 (‘명령’)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나가주시겠어요?’, ‘조용히 해주시겠어요?‘와 같은 화행이 더 공손할 것이다. 명령이 의문문의 형식 속에서 간접 명령으로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공손성은 문법화 되어 있는 경어법을 지키면서 화용론적 요소, 즉 대화의 맥락 속에서 FTA의 성질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적절한 언어적 책략을 선택하는데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공손성과 경어법은 동일시되기 보다는 전자가 후자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11)‘apoli’나 ‘apolitesse’의 용어에 대한 참조 : C. Kerbrat-Orecchioni, "Les actes de langage dans une perspective interculturelle : problèmes théoriques et descriptifs", in V. Traverso (éd.) : Perspectives interculturelles sur l’interaction, Lyon, PUL., 2000, pp.75-92.  12)cf. 김진무, 임종보, 라디오 토론에서 의견 불일치 행위, 불어불문학연구, 2003, 제56집.  13)-Matsumoto, “Reexamination of the universality of face : Politeness phonomena in Japanese”, Journal of Pragmatics, n° 12, 1988, pp.403-426. -Matsumoto, “Politeness and conversational universals : observation from Japanese”, Multilingua, n° 8, 1989, pp.207-221. -Ide, “Formal forms and discernment : two reglected aspects of linguistic politeness”, Multilingua, n° 8, pp.1989, 223-248. -Hill, Ide, et Ikuta, “Universals of linguitic politeness : quantitative evidence from Japanese and American English”, Journal of Pragmatics, n° 10, 1986, pp.247-371.  14)J. R. Hwang, "«Deference» versus «politeness» in Korean speech", in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sociology of language, 1990, n° 82, p.49.

    7. 맺음말

    우리는 현재 화용론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손성 이론을 살펴보았다. 영미 권에서부터 시작된 공손성 이론은 비록 시작이 늦기는 하였지만, 프랑스에서도 상호작용의 분석 도구로 체계화되기 시작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의 연구가 있고, 그 성과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그녀의 모델이 이전의 공손성 이론들을 통합하는 방식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되었던 새로운 개념의 도입과 재정립을 통하여 훨씬 완성도 높은 공손성 체계를 구축한 것은 그녀의 공로일 것이다.

    먼저, 화행의 성질과 분류다. 브라운과 레빈슨은 대다수의 화행을 잠재적으로 체면을 위협하는 행위, 즉 FTA로만 규정하였다. 하지만 케르브라 오레끼오니는 체면을 이롭게 하는 행위, 즉 FFA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화행의 범주를 기본적으로 FTA와 FFA라는 이원적 구분을 하였다.

    다음으로, 적극적 공손과 소극적 공손의 재정립이다. 브라운과 레빈슨에게 있어서 적극적 공손은 적극적 체면과 연계되고, 소극적 공손은 소극적 체면과 결부된다. 그러나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의 모델에서 적극적 공손은 FFA와 관계된 것으로 인사, 칭찬, 감사와 같은 화행이 이 범주에 속한다. 반면, 소극적 공손은 FTA와 관련된다. 즉 FTA를 완화하거나 최소화 하려는 일련의 완화장치 (첨가방식이나 양태부여하기)가 수반된 화행을 의미한다. 따라서 브라운과 레빈슨의 모델과 케르브라 오레끼오니의 모델에서 적극적 공손과 소극적 공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 되었다. 그리고 화자 지향성과 청자 지향성으로 공손성의 기본 축을 세웠고, 공손에 대립되는 무례를 고려함으로써 공손성의 이론적 체계가 구축되었다.

    끝으로, 브라운과 레빈슨이 제기한 공손성의 보편적 성질에도 불구하고, 공손성 이론의 토대가 되는 체면의 개념은 보편적이라기보다는 문화상대적이다. 문화적 가치의 우선성도 언어 공동체마다 다르다. 문화권마다 다양한 공손성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따라서 공손성의 화용론은 공손성 연구의 제고를 통하여 보편적인 공손성 원칙의 실재뿐만 아니라 이문화,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연구 분야들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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