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의 급격한 노령화 및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의 급속한 변화는 가장 두드러진 현대사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출산율의 저하와 이와 맞물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구조의 노령화현상은 단순히 생애주기의 특정시기에 있어서의 인구의 증감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전체 생애주기의 삶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노령인구의 증가와 수명의 연장은 중년기의 삶의 형태 및 특성이 노년기의 삶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하였다(이재경, 2002).

특히 여성의 중년기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가 큰 시기이며 중년기 여성의 삶은 노년의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중년여성에게 있어 사회진출 및 취업만큼 일상생활에 있어 중요한 것이 여가 및 여가활동이다(김영순, 이철원외, 2006). 20대, 30대 여성에 비해 전문적인 사회활동보다는 가사의 비중이 높은 시대를 살아 온 오늘날 한국사회의 중년여성은 육아와 가사노동으로부터의 자유가 주어지기 시작하는 생애주기상 ‘여가의 황금시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년여성은 다양한 여가활동을 탐색하고 참여를 모색하며 여가활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윤소영, 2009).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의 주 수요자로 중년의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증가하여 왔다는 사실은 중년여성의 일상에서의 여가활동의 비중을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듯 각종 공공, 상업적 스포츠시설이 여성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많은 중년여성들이 다양한 활동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여가활동은 특정의 공간을 필요로 하며 특히 신체적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종목이나 활동목적에 따른 다양한 공간의 필요성이 요구되어 진다. 신체적 여가활동의 공간은 체육 또는 스포츠시설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이해되어 왔고 단순한 활동공간으로써 인식되어 왔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8). 그러나 중년여성에게 있어 신체적 여가활동공간은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특정의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은 단순히 중년기라는 생애주기적 단계에 놓여 있는 집단의 여가활동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 왔다. 즉, 생애주기상 노년기 전 단계에 있는 연령층이라는 단일한 측면만을 고려하여 계획되고 실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여가활동은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반영하여 맞춤화되어 가는 추세이고 따라서 중년여성의 여가활동 역시 다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이와 더불어 신체적 여가활동이 행해지는 여가활동의 공간에 대한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혼여교사의 여가경험을 유형별로 분석한 서성훈(2011)의 연구는 30에서 49세의 여교사라는 특정 집단 내 여성의 여가경험을 유형에 따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고, 허승은(2010)은 수영이라는 특정 활동에 참여하는 중년여성의 여가만족의 정도를 여가선용의 대안을 제시하며 여성의 사회적 참여의 수단으로 신체적 여가활동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을 다룬 선행연구들은 활동 및 프로그램의 운영, 프로그램의 영향 등을 주로 연구하여 왔고(김승철, 심향보, 2003) 공간적인 측면과 연관하여 시설 만족과 관련된 표면적인 공간에 대한 수요자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그쳤다고 할 수 있다. 중년여성의 여가는 주로 여가활동의 유형이나 만족도(배소심, 이영희, 2005), 특정의 여가프로그램이나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중년기 여성의 정체성에 주는 효과(김정현, 최혜련, 이충영, 2011; 김홍식, 안민주, 김종덕, 김공, 2008; 신혜숙, 오수일, 2007), 신체적 여가활동 참여에 따른 여가만족도(이호열, 김준희, 2010) 및 정신건강과의 관계(허승은, 2010; 이지선, 이덕성, 석강훈, 2008) 등에 관한 연구들이 주로 수행되어져 왔다.

또한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에 대해서는 학교체육공간특성에 대한 논의(정연석, 이유찬, 2010)와 특정 여가스포츠 활동의 체험 공간에 대한 속성과 참여자의 만족과 반응(최성범, 2010)에 대한 연구 및 단순 체육시설적 측면으로의 접근(이덕성,2003; 전호문, 2010)만 있었을 뿐 신체적 여가활동이 체험되는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생애주기상 전환기에 놓여 있고 신체적 여가활동의 주요 수요자인 중년여성의 체험된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 의미를 해석하고 공간적 의미에 함축되어 있는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질적인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창출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선행연구에서 고찰된 중년여성의 여가활동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본 연구의 수행을 위하여 구성된 현상학적 연구문제는 “어디에서 신체적 여가활동을 하는가?”, “왜 그 곳에서 여가활동을 즐기는가?”, “자신의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공간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40~50대 연령층에 있는 7명의 중년여성이다. 각기 5년 이상 신체적 여가활동에 참여해 오고 있으며 다양한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을 체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연구자와는 10년 이상 자녀의 학교모임, 개인적 친분, 동창관계를 형성해 온 여성들로 정기적 모임, 전화통화, 개인적 만남을 통해 일상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로 중년여성인 연구자와 이미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연구 참여자는 연구의 목적과 주제에 따라 연구문제 해결에 가장 적절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신경림, 2003)는 질적 연구에 있어서의 참여자 선정방법을 충족할 수 있도록 목적적, 편의적으로 선택하였다. 대부분 서울권(서울과 서울생활권에 있는 경기도지역 포함)거주하고 있는 기혼여성들인 각 연구 참여자들의 특성은 <표 1>과 같다.

1) 연구방법

본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 중 현상학적 접근방법에 의해 수행되었다. 현상학적 접근방법에 의한 연구는 철학의 분야인 현상학에서 유래되었으나 이와는 구분되어 실천 현상학이라는 연구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다양한 영역의 학문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연구방법이다(이근호, 2007). 중년기 여성들이 체험했던, 체험하고 있는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에 대한 체험된 경험(lived experiences)들을 중심으로 연구자의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epoch)하고 본질(essence)을 추구하기 위한 환원적 사고를 유지하고자 하였다(Van Manen, 1990). 본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접근에 따라 각 연구문제들을 본질적 의미의 해석이 필요한 현상으로 인식하였으며, 중년여성의 여가활동 공간에 대해 연구자가 인식하고 있는 편견을 배제하고 새롭게 접근하고 의식적으로 연구주제에 대한 낯설음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나타난 체험공간에 대한 내용을 환원적 사고를 통해 그 본질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2) 자료수집

질적 자료의 수집을 위해 40대 여성 5명과 50대 여성 2명(45~54세), 총7명의 서울권에 거주하는 중년기여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신체적 여가활동에 5년 이상 참여하고 있는 7명의 중년여성을 연구의 참여자로 선정하고 2~3회, 회당 30분~1시간 동안 면접을 진행하였다. 심층면접의 내용은 각 연구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녹취하였고 이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기 위해 전사하였다. 연구자는 자료 수집을 위해 최대한 참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간 및 그 주변을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골프장, 스포츠센터 주변 및 가까운 커피 전문점 등에서 면접을 실시하였고 보다 심층적인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심층면접 후 자료를 전사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의 의문점이나 부족한 자료는 전화통화를 통하여 2차적으로 보충하였다.

3) 연구절차 및 자료분석

현상학적 접근(phenomenological approach)방식으로 실행된 본 연구는 Moustakas(1994)가 제시한 방식을 참고로 하여 <그림 1>과 같은 절차를 거쳤다.

현상학적 접근방식은 질적 연구방법의 분석을 위한 방법으로 현상학이라는 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Van Manen(1990)의 체험된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방법과 Moustakas(1994)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에 의해 정리되어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연구방법으로 활동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의 여가활동 공간체험을 현상으로 이해하고 Sei”man(2006)이 제시한 현상학적 인터뷰하기(phenomenological interviewing)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현상학적 접근 방식을 활용하였다.

또한 수집된 자료의 분석을 위해 김영천(2007)이 제시한 질적 자료 분석의 단계를 통하여 전사, 개방형 코딩작업, 주제의 발견이라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중년여성의 여가참여활동 체험공간에 관한 인터뷰 내용을 전사하고 그 내용을 연구노트를 활용하여 자료의 주요맥락을 점검하면서 기술하고 코딩하여 공간체험의 본질적 의미라는 주제를 생성하는 분석과정을 토대로 귀납적 분석을 통해 연구결과를 도출하였다.

질적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연구 참여자에게 녹취 및 자료사용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구하였으며, 공개되기 원하지 않는 내용이나 기술에 대해서는 자료사용을 제한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개인적 자료의 사적인 보호를 위해 참여자의 성명을 모두 가명처리 하였고 사용된 자료에 대한 검토를 원하는 연구 참여자에 대해서는 자료 확인을 허용하였다. 수집된 자료의 신뢰성을 위해 인터뷰자료를 전사한 내용에 대해 참여자와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 공간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험 공간의 의미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었는데 체험 공간과 일상의 삶과의 연계된 측면과 체험공간의 이동에 따른 내러티브적인 의미이다. 즉 여가활동 체험의 공간은 일상의 삶과 통합과 분리를 거치면서 함께하는 공간, 나만의 공간, 또 다른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나타났으며 공간 이동적 측면에서는 활동과 공간이 지니는 특성 등 생활의 변화 등을 원인으로 하는 체험공간의 이동을 통한 변화의 공간으로 이해되었다.

연구 참여자인 중년여성들의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으로의 여정은 함께 하기 위한 공간의 필요성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사와 육아 또는 직업으로 인해 소외되어 있던 자신과 가족, 친구, 지인과의 통합된 공간으로써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망 속의 존재로써 신체적 여가활동의 공간을 통해 함께 건강하고, 즐거우며, 행복한 소중한 시간들이 존재하는 중년여성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일상의 삶과 연결되는 통합 공간으로써 이해하고 있었다.

1) 가족의 건강한 삶을 위한 공간

직업의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의 일상은 가족 공동체의 관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따라서 여가활동의 공간 역시 집을 떠난 제 2의 공간으로의 이동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공간이동의 목적이 가족의 건강한 삶과 관련되어지는 것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이 운동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운동시키려고 했는데 나도 요새 몸이 좀 아프고 아이 수영 보내려다 보니까 나고 관심이 생겨서 같이 건강하면 좋을 것도 같고 그러다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송유나).

남편이 아프고 나니까 건강한 게 최고란 생각이 든거지. 그래서 같이 운동하자고 했어. 늙으면 애들이 우릴 생각해 주겠어? 우리가 같이 건강해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 같이 동네 실내골프 연습장 가게 되었지(김달자).

일차적인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의 의미는 중년여성 개인의 활동 공간이라기보다 가족과 집, 자녀와 배우자를 위한 배려를 기반으로 하여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서성훈(2011)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부모나 아내로 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연관되어 여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의 여가 경험이라는 역할수행적인 측면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여성의 활동체험공간은 중년여성이 수행하는 역할이 연장되는 장소로도 이해될 수 있다.

2) 즐거움과 행복한 움직임이 있는 공간

중년여성의 특성에 대해 한경혜와 노영주(2000)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전환기이며, 노화의 단서를 자각하고 허무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우울함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 공간의 또 다른 의미는 이러한 중년기 여성의 우울함과 전환적 상태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즐거움과 행복한 움직임이 있는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해 새롭게 형성하는 체험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늘 기분이 우울하고 나른하니까 짜증만 늘고 그게 또 애들이나 남편한테도 가는 거 같더라고요. 남편이 애들이랑 주말등산 가면 어떠냐고 해서 첨엔 귀찮았는데 그냥 하도 가자고 해서 갔죠. 가긴 참 잘한 거 같아. 건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도 모 나아진 것 같다고 애들이 그러더라고 엄마가 기분이 좀 좋아졌다고. 산은 참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예요(민서연).

동네아줌마들이랑 같이 뭐 같이 할 거 없을까 하다가 다이어트도 하고 그러자고 3개월에 모 얼마 이렇게 하는 전단지가 들어와서 우르르들 몰려갔거든요. 알잖아 우리 동네 그런 거 많이 오잖아. 몰려가서 운동하니까 재미있지 수다 떨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애들이 어릴 때라 먼데는 못가고 혼자가면 심심하니까 좋았지(정주인).

3) 함께함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공간

중년기의 여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주로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자녀의 성장에 따라 가족 내 육아의 주체로써의 상실감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은 소외감과 가족에 대한 회의로 나타난다(문숙재, 윤소영, 차경욱, 천혜정, 2004).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공간은 함께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 중년 여성으로 하여금 가족 간의 일체감을 회복하게 하여 주는 함께 해서 소중한 공간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그냥 집에서 있다 보니까 알잖아요. 애들 엄마한테 와서 얘기도 잘 안하고 그랬는데 같은 스포츠센터에 다니니까. 서로 얘기할 것도 생기는 것 같아. 운동 끝나면 만나서 밥도 같이 식구들이 사먹고 원래 다 제각각이었는데, 좋아. 같은 센터에서 운동하니까요(장상희).

딸이랑 같이 요가센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사실 요새 둘이 소원했거든요? 지는 공부하느라 바쁘고 나도 뭐 나대로 직장도 다니고 하다 보니 같이 뭔가를 같이 할 시간이 없었어요. 모르는 새 많이 자랐더라고요. 이젠 얘기 상대도 되고 요가 끝나면 같이 찜질방 가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딸이 좋은 거 같긴 해요(오미원).

중년여성에게 신체적 여가활동의 공간은 가족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의 공간 또는 연결된 공간에서 익숙한 공간과의 분리를 의미하는 지극히 개인적 공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가 아닌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우리 속에서 상실되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녀의 성장과 배우자의 사회적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을 공간을 모색하고 있었다.

1) 우리의 공간에서 나만의 공간으로

한국사회에서 가족과 친척 그리고 여타의 공동체는 중년기 여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고 중년여성에게 가정은 생애공간의 중심을 이룬다(김대년, 신혜경, 이경희, 최재순, 홍영옥, 1995). 그러나 함께하는 공간인 그 공간에는 중년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창출할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의 공간은 이러한 중년여성을 위해 제공되는 개별적이며 ‘나’를 표현하고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같이 운동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또 지들끼리 뭔가를 하려고 하지 나랑 같이 안하려고 해요. 애들 크니까 시간 여유도 있고 그래서 뭘 할까하다가 골프장을 다니기 시작했어요(이마리).

남편은 점점 바빠지고 애들도 중학생부터는 공부 땜에 얼굴 보기 힘들잖아. 나도 뭘 해야지 집에만 있을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했는데 자꾸 나잇살만 늘고 배드민턴이 쉽다고 누가 그러기에 동네 스포츠센타 가서 등록했어(정주인).

2) 환기의 공간

반복되는 일상이 한계에 다다를 때 여성의 생애주기상 중년기는 일상에 지쳐가는 신체적, 심리적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추기라고도 표현되는 여성의 중년기에(또 하나의 문화, 2002) 신체적 여가활동이 체험되는 공간은 탁한 일상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신선한 공기를 제공받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집과는 다른 새로운, 기분을 전환하는 공간으로 수용하고 있었으며 나태해진 자신의 마음가짐이 전환되고 생각이 전환되는 공간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뭐랄까 난 사실 집이 제일 편하고 내 방이 제일 좋아요. 그런데 연습장 갈 때 무엇인가 느낌이 다르지요. 집이 휴식하는 곳이라면, 환기? 연습장은 기분이 확 달라지게 하는 곳이죠(이마리).

운동은 정말 몸도 야리야리하고 해서 못할 줄 알았어. 그런데 자꾸 힘들긴 한데 볼링장 갔다 오면 확 뭔가 달라지는 느낌이더라고. 첨엔 볼링공 젤 가벼운 걸 들고도 휘청 거렸는데도. 내가 좀 거기에 가면 달라지는 느낌? 그런 거 있잖아(오미원).

3) 변화와 도전의 공간

개인적 공간으로써의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은 제 2의 인생을 향유하는 곳으로 해석되어졌다. 중년기 여성은 육아와 가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자신에 대한 무능력함을 느끼게 되고 이에 따른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임재구, 2009).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의 공간은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닌 참여자들 자신의 변화와 새로운 도전이 존재하는 장소라고 말하였다.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확인하고 미래를 살아갈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골프장 가기 전에 오늘은 어떻게 해서 좀 폼을 바꿔보나 거리를 좀 더 나가게 하나 하는 궁리가 생기는 거예요. 뭔가 계획을 세우게 되고 필드 나가면 더 잘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운동 잘 못했던 내가 다시 태어나면 프로골프선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이마리).

어렸을 때 물에 빠져서 내가 수영을 못하는 거지. 그런데 지금 안하면 난 영원히 수영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까짓 거 수영장 간 김에 애들한테도 뭔가 보여 주고 싶고 해서 정말 딴 사람들 몰래 코치한테 돈 더 주고 개인레슨까지 받았잖아. (오미원).

연구 참여자들은 각기 자신들의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 공간을 3곳에서 7곳으로 제시하였다. 각 공간들은 활동이 중복되는 경우 두 개의 공간이 함께 체험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각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공간은 활동종류의 변화, 거주지의 변경, 또는 개인적 이유나 선호에 따라 변경되었으며 특정의 공간이 활동을 통해 참여자에게 주는 공간의 의미가 변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1) 생애주기에 따른 체험공간의 변화

일반적으로 참여자들의 신체적 여가활동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가 자녀의 성장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활동공간을 찾게 되면서 재개되었다. 자녀가 아직 어린 경우에도 외모나 친교를 목적으로 집에서 가까운 활동공간을 체험하게 되고 자녀가 더욱 성장하게 되는 중년기에 접어들면, 거리상의 제한이 완화되어 개인의 취향이나 사회적 관계에 따라 원거리까지 활동공간이 확대되어 지는 것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애들이 어릴 땐 멀리 가지 못한 거지. 동네 친한 언니, 동생들이랑 볼링 해볼까 하고 그땐 볼링이 인기 있었거든. 시합까지 나갔잖아. 그런데 볼링실력도 안 늘고 그러다 새로 생긴 옆 볼링장에 코치가 잘 가르친다고 해서 또 그리로들 몰려갔지(오미원).

처음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광고나 입소문으로 어디어디가 더 싸고 시설도 좋고 새로 지어서 깨끗하다더라 그러면 가보고 좋으면 좀 멀어도 옮기게 되죠. 물론 친한 사람이 있어야 가니까요. 우리 애 학부모랑 비슷할 때 골프를 시작했거든요. 그 팀들이랑 될 수 있으면 같이 움직이게 되요(이마리).

2) 참여활동의 종류에 따른 공간변화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은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기 위한 여정과 같았다. 따라서 단순히 처음 시작한 활동에서 여타의 다른 종류의 활동을 경험하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활동 공간 역시 참여활동 종류가 어떤 종목이냐에 따라 공간의 이동이 이루어졌다.

처음엔 볼링장, 그러다 싫증날 때 즈음해서 수영을 배우러 갔었거든요. 그러다가 수영장 다니면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두 가지를 다하기는 벅차서 아예 골프연습장만 다니게 된 거예요(김달자).

살 빼려고 애들 더 어렸을 땐 헬스 다녔어. 그런데 내가 워낙 운동 싫어하는데다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 그런데 스쿼시가 재미있다고 해서 갔는데 너무 힘들고. 지금 골프만 치고 있는데 뭐래도 운동은 해야 할 것 같아서(장상희).

3) 체험공간의미의 변화

참여자들이 신체적 여가를 위한 활동공간을 처음 체험하게 될 때와 체험하면서 갖는 공간의 의미는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수동적인 공간체험에서 적극적인 공간체험의 노력이 수반되기도 하며 특정의 의미를 지니지 않고 활동공간으로 들어가지만 중요한 생활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처음에 그냥 남편이 다른 부부들이 같이 필드 가는 게 부럽다고 해서 귀찮지만 시작했는데 점점 할수록 기분이 달라지는 거야. 내가 더 빠지게 되고 이젠 운동하러 가지 않으면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지금은 남편하구 애들 눈치 보면서 하지. 너무 자주가다 보니까(김달자).

건강 때문에 시작했죠. 그런데 이제는 건강보다는 수영하고 동네 아줌마들이랑 수다 떨고 또 물에 들어가면 기분 좋고 건강 때문에만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민서연).

현상학적 접근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해석은 선입견과 편견이 배제되도록 연구자의 자신의 생각에 대해 괄호 넣기(epoch), 즉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환원(reduction)의 과정을 통해 체험된 일상의 본질을 바라보고 이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Moustakas, 1994).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체험의 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는 어느 공간에서, 왜 그 공간에서,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연구문제를 각각의 현상으로 인식하고 편견을 배제하면서 환원의 과정을 거쳐 그 본질을 <표 2>와 같이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현상학적을 접근을 통해 본 중년기 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체험은 <표 2>에서 제시된 연구문제를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였다. 현상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가시적인 인간행위의 실제이다. 이러한 현상의 본질적 의미의 해석을 위해 환원은 편견을 배제하는 과정이다. 수집된 자료에서 나타나는 주요 키워드를 통해 공간의 선택, 선택의 이유, 원자료를 통해 나타나는 표면적 의미를 기술하였다. 본질(essence)은 숨겨진 공간체험의 존재론적 의미로써 통합되면서도 독립적인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의 체험된 의미와 삶의 완성을 위해 공간을 찾고 새로운 인생의 의미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는 복합적 공간의 의미를 제시하여 주었다.

궁극적으로,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공간은 세 가지의 현상을 중심으로 재고하여 볼 수 있다.일상공간과의 통합과 분리, 체험활동의 종류에 따라 이동함으로서 삶과 함께 공존하며 중년여성이 지닌 인적 관계, 공간적 관계망과의 통합과 더불어 독립적인 참여자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건강, 즐거움, 함께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하기 위한 공간인 동시에 개별적 이라기보다는 공간 속에서의 인적, 물적으로 유기적이고 생태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장소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 곳에서 중년여성의 삶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하고 자신의 주변을 환기시키며,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 자신만의 고유 공간을 확보해 나감으로서 제 2의 인생을 꿈꾸고 삶의 의욕을 쇄신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다면적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공간의 본질적 의미라고 보여 진다.

중년여성이라는 신체적 여가활동의 주요 수요자를 참여자로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의 공간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여가활동체험 공간의 창출의 기초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된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볼 수 있다.

첫째,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 체험공간의 의미는 일상의 삶과 연결되어 가족의 건강과, 즐거운 행복한 움직임, 함께함의 소중함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둘째, 일상과의 통합임과 동시에 분리된 개인적 공간으로 ‘우리’에서 ‘나’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장소이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전환되고 환기되는 공간이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미래의 나를 그려가는 변화와 도전의 공간으로 해석되었다.

셋째, 이러한 공간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년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변화해왔고, 체험된 활동종류에 따라 이동하였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체험된 공간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였다.

다양한 체험 속에 나타나는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의 의미는 신체활동을 위한 기능적 공간이라는 의미이상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중년여성의 삶과 유기적, 생태적인 다면적 활동이 체험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서 중년여성의 제 2의 인생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고하여 볼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을 위한 질적 공간의 창출을 위한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볼 수 있다.

첫째, 신체적 여가활동의 주 수요자인 중년여성의 신체적 여가활동은 단순히 활동시설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보다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가족과 신체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 신체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건강을 위한 신체적 활동공간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노년의 활발하고 질적인 삶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도전과 새로운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셋째, 중년여성을 위한 맞춤형 신체적 여가활동 공간의 조성을 위해 신체적 여가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바탕으로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닌 질적인 삶과 가치 있는 여가창출의 공간으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전의 공간으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