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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The Process of Decision Making about Seeking Counseling among Clients in Korea: A Qualitative Study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관한 질적 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The Process of Decision Making about Seeking Counseling among Clients in Korea: A Qualitative Study

본 연구는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의 심리적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Strauss와 Corbin(1996)의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하여 이미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현재 상담을 받고 있는 내담자 15명을 심층면접함으로써 그들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을 설명하는 실체이론을 개발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는 우선, 내담자들은 문제의 복합성이나 반복성으로 인해 주관적 심각성과 고통감을 자각할 때 상담요청을 결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담요청 결정은 상담 외 비전문적인 도움이나 전문적인 도움의 한계와 불만족을 경험하거나 혹은 외부로부터의 상담권유나 상담과제를 부여받을 때 활성화되고 있었다.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추구’를 한 것이었으며, 상담 떠올리기, 상담에 대한 접근-회피 갈등하기, 상담요청 여부 결정하기의 3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조건들은 다양하였으며, 상답요청 결정에 있어서 상담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긍정적 인식의 중요성이 발견되었다.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상담요청 결정의 결과는 상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발생되는 것이었다. 상담요청 결정과정의 핵심범주는 ‘더 나은 삶의 추구를 위한 효율적인 전문적 도움 모색’으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논의와 후속 연구 제언을 제시하였다.

KEYWORD
seeking counseling , decision making process , professional help seeking , grounded theory , qualitative study
  • 최근 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상담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담실 찾기를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상담을 활용하여 해결하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상담요청에 대한 연구는 전문적 도움추구(professional help-seeking) 연구의 맥락에서 발전되어 왔으며, 1960년대 미국에서 전문적 상담을 찾는 사람과 찾지 않는 사람의 특징을 비교하는 연구로 시작되었다(Berdie & Stein, 1966; Fisher & Turner, 1970; Frank & Kirl, 1975). 이러한 연구들은 성별, 인종,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 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인들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상담요청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를 밝혀내고자 하였다(Cramer, 1999). 또한 연구들은 점차 왜 어떤 사람은 전문적 도움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선택하지 않는가에 대한 개인 심리적 변인에 초점을 맞춘 연구로 확장되어 왔다(Bosmajian & Mattson, 1980; Cramer, 1999). 이러한 연구들은 전문적 도움추구 태도와 전문적 도움추구 의도, 전문적 도움추구 행동이라는 3가지 주제로 구분될 수 있으며, 전문적 도움 추구에 영향을 주는 개인의 심리적 변인과 그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두어 왔다. 지금까지 선행연구에 의해 전문적 도움추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심리적 변인은 문제의 심각성(Greenley & Mechanic, 1976), 주관적 고통 수준(McLennan, 1991), 스트레스에 대한 지각(Goodman, Sewell & Jampol, 1984), 사회적 지지(Capeda-Benito & Short, 1998; Cross, Sheehan & Khan, 1980; Goodman, Sewell & Jampol, 1984), 자기은폐(Capeda-Benito & Short, 1998; Kelly & Achter, 1995), 낙인에 대한 내인성(Fisher & Turner, 1970) 등이 있다. Kushner와 Sher(1989)에 의하면, 이러한 심리적 변인들은 전문적 도움추구에 대한 접근 경향성과 회피 경향성으로 구분된다. 즉, 접근 경향성은 심리적 고통이나 타인의 압력과 같이 상담결정을 촉진하는 요인이며, 회피 경향성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나 비용 및 시간 투자 문제와 같이 상담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상담을 포함한 전문적 도움추구에 관련된 선행연구는 자기보고 설문지를 사용하여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양적 연구가 대부분이며, 근래에는 점차 회귀방정식 모형이나 경로모형, 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하여 전문적 도움추구의 모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최희철, 2009; Cramer, 1999; Vogel, Wester, Wei & Boysen, 2005). 선행연구는 상담에 오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실제 상담요청 행동의 예측변인으로서 상담태도나 상담의도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상담태도나 상담의도가 실제 상담요청 행동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김주미, 유성경, 2002; 박준호, 2008; 신연희, 안현의, 2005; 장진이, 2001). 따라서 상담에 대한 태도나 의도로 상담요청 행동을 예측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들의 상담요청 행동을 직접적으로 심층 탐색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 도움추구에 관한 선행연구는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면서도 전문적 도움을 찾지않는 서비스 갭(service gap, Stefl & Prosperi, 1985)에 있는 사람을 겨냥한 상담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선행연구는 전문적 도움추구와 관련된 변인들의 확인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상담홍보 및 교육을 어떻게 실행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경험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담을 필요로 하면서도 상담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인해 상담을 선뜻 요청하지 못하거나 망설이는 잠재적 내담자들에 대한 상담 접근 가능성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내담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담을 요청하는지에 대해 그들 입장에서의 경험을 수집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나서 이러한 경험 자료를 근거로 하여 상담홍보 및 교육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지금까지 주로 진행되어 왔던 상담요청에 대한 양적 연구방식에서 더 나아가 잠재적 내담자들이 전문적 상담기관을 찾게 되는 과정에서 겪는 생생한 경험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질적 연구 방식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마케팅 관점에서 상담이라는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상담에 오는 잠재적 내담자들이 여러 상품 중 왜 상담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최성인, 2003: 최성인, 김창대, 2010)은 이 시점에서 의미있게 여겨진다.

    최근 들어 상담 연구는 점차 상담자나 내담자의 경험에 대한 질적 탐색을 수행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양미진, 2005; 한영주, 2010; Furr & Carroll, 2003; Sullivan, Skovholt & Jennings, 2005). 그러나 상담에 들어오기까지의 내담자의 상담요청 과정에 대한 국내 질적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외에서는 도움추구 행동에 대한 근거이론 연구(Timlin-Scalera, Ponterotto, Blumberg, & Jackson, 2003)가 수행된 바 있다. 이 연구는 백인 남자 고등학생의 구체적인 도움추구 행동과 그런 도움추구 행동을 촉진 혹은 방해하는 요인 및 도움추구 의사결정 과정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백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이들과 심리적 발달수준이 다르고 상담실 이용 여건 및 상담에 대한 인식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국내 내담자의 상담요청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이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되는 동인, 상담요청을 결정할 때의 마음상태, 상담요청 결정의 촉진요인과 방해요인, 상담요청 결정의 결과 등에 대해 Strauss와 Corbin(1996)의 근거이론 접근을 활용하여 상담요청 결정 경험의 구조와 과정을 밝힘으로써 실체이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효과적인 상담 홍보 및 교육자료를 마련하고 상담자의 준비도를 제고하는 데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하리라 여겨진다.

      >  연구문제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내담자는 어떠한 심리적 과정을 거쳐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되는가?’ 이다. 본 연구에서 ‘내담자’는 현재 전문적 상담을 받고 있거나 종결한 상태에 있는 자로서, 상담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을 의미한다. 대학생 이상의 성인 내담자를 포함하며, 상담 전공자 혹은 전문 상담자로서 현재 교육분석을 받고 있거나 종결한 상태에 있는 상담 전공 내담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상담요청 결정과정’은 내담자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전문적 상담기관에 상담을 요청하기로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족, 친척, 친구 등과 같은 주변 지인들에게 일반적인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신과 치료 및 종교인과의 상담, 점복행위나 주술 등의 도움을 받는 과정을 제외하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도움의 수단으로서 상담 전문가에 의한 상담을 받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방 법

      >  연구 설계

    본 연구는 Strauss와 Corbin(1996)의 근거이론 방법을 사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근거이론 방법은 연구 주제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고, 집단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위해 어떤 적절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을 때 특히 유용하다(신경림 외, 2005). 즉, 현상에서 적합한 개념이나 그 개념들 간의 관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거나, 특정한 현상에 적합한 변인과 그렇지 않은 변인들이 구체화되지 않은 경우, 기존의 이론적 기반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분야들이나, 비록 기존이론이 있으나 수정되어야 하거나 명확하게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분야들에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Strauss & Corbin, 1996). 기존 전문적 도움 추구 연구들은 대부분 도움 추구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관련 변인들을 밝히는 방대하고 복잡한 양적 연구로 진행되어 왔기에, 내담자들이 상담을 요청하기로 결정하는 과정 자체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질적 연구 중에서도 특히 근거이론 방법은 과정(process)에 초점을 두고 분명한 단계와 국면을 가지며, 행동과 변화를 나타내는 동명사를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Strauss & Corbin, 1996). 따라서 일반 내담자들이 상담을 요청하게 되기까지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연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연구방법이라고 여겨졌다. 또한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자의 통찰력을 의미하는 개인적 자질로서의 이론적 민감성(신경림 외, 2005)을 중요시 여긴다. 본 연구자는 이론적 민감성을 높이기 위한 본 연구주제에 대한 논문의 탐독, 대학상담센터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내담자들의 상담 요청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꾸준한 관찰과 분석 경험, 본인이 개인상담을 받기 위해 의사결정했던 경험, 박사과정에서의 질적 연구 방법론 수강, 3년 이상의 꾸준한 국내 질적 연구 학회 참석과 질적 연구 전문가의 지도, 근거이론 접근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경험 등을 가지고 있다.

      >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표본추출(theoretical sampling)을 사용하여 상담요청 결정과정이라는 개념에 맞는 표본을 추출하였다. 이론적 표본추출은 연구 참여자의 수를 처음부터 정하지 않으며 연구자가 범주의 속성을 발달시키는 데 더 이상의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이론적 포화에 도달할 때까지 이루어진다(신경림, 조명옥, 양진향, 2005). 본 연구의 참여자는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심층면담참여에 동의한 내담자로서, 상담을 종결한 내담자 10명과 진행 중인 내담자 5명으로 총 15명이었으며, 여자 10명, 남자 5명이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7세(SD=5.2)로서 20세에서 38세까지 분포되었고, 상담횟수는 평균 23.5회(SD=19.8)로서 3회에서 65회에 걸쳐 있었다. 참여자들이 상담을 받았던 기관은 대학상담센터 8명, 건강가정지원센터 2명, 교회 상담소 2명, 개인 상담소 3명이었으며, 유료상담 3명,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 2명, 무료상담 10명이었다. 이들이 상담을 받기 시작할 당시의 직업은 대학생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외 일반 주부, 무직, 강사, 주방보조, 협회 팀장 5명이었으며, 거주 지역은 서울 8명, 경기 4명, 충남 3명이었다. 상담을 요청하게 된 경로는 자발적 상담요청이 9명, 권유에 의한 상담요청이 6명이었고, 이들의 선행 상담경험은 개인상담 1회(session) 경험 3명, 2회 경험 3명, 집단상담 1회 경험 1명, 사이버상담 경험 1명, 무경험 7명이었다.

      >  연구절차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 참여자의 선정은 대학상담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 교회부설 상담소, 개인 상담소에 근무하는 상담자들로부터 내담자를 1-2명씩 추천받는 방식을 취했다. 추천해 준 상담자들은 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자 2명, 교회부설 상담소 상담자 1명, 대학상담센터 상담자 2명, 개인 상담소 상담자 3명으로 총 8명이었고, 이들로부터 추천받은 내담자 1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하였다. 연구 초기에는 심층면담을 통해 한 참여자에게서 나타난 개념들이 다음 참여자에게서도 나타나는지를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차후 참여자를 선정해 나가는 이론적 표본추출 방식을 취했다. 예컨대, 연구초기에는 연구자가 근무하는 환경이 대학상담센터이므로 접근 용이성에 따라 대학상담센터 상담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이후 면담자료에 대한 지속적 비교를 통해 이후 다른 상담기관의 내담자들은 어떤 상담요청 결정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고 다른 상담기관 상담자로부터도 내담자를 추천 받았다. 또한 연구 초기에는 상담을 종결한 내담자나 무료 상담을 받고 있는 내담자, 여자 내담자 추천을 받았으나 연구 중기로 감에 따라 점차 상담 진행 중인 내담자나 유료상담을 받는 내담자, 남자 내담자 추천을 부탁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한국문화 특성상 상담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체면 문화 속에서 남자 성인 내담자를 찾기 어려웠으며, 추천받은 남자 내담자와 전화로 면담 약속을 잡았으나 정작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자료수집 절차

    본 연구의 면담 기간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10월까지였으며, 1차 면담은 직접 심층면담으로 이루어졌고, 2, 3차 면담은 직접면담 혹은 전화통화나 이메일, 문자를 활용한 교신으로 이루어졌다. 1차 심층면담이 이루어지기 전, 연구의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문과 연구참여 동의서, 개인신상 정보 기록지,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반구조화 면담 질문 목록지를 이메일로 참여자들에게 각 1부씩 보냄으로써 면담 준비도를 높였다. 1차 심층면담은 내담자가 가장 편안하다고 여기는 조용한 카페나 대학상담센터, 내담자가 상담 받고 있는 상담기관의 상담실에서 이루어졌으며, 연구 참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후 45분∼90분 정도에 걸쳐 면담을 진행하였다. 반구조화 질문목록에 근거하여 ‘여러 가지 도움의 형태 중, 왜 상담을 받기로 결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상담 받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경험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참여자의 응답내용에 대해 보다 구체화시키는 질문을 추가함으로써 참여자의 심층적 경험 수집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면담 내용은 mp3 2대로 녹음하였고, 녹음 내용은 참여자에 대한 비밀유지 차원에서 연구자가 직접 컴퓨터로 필사하였다. 필사한 자료는 개방코딩, 축코딩으로 분석하여 이메일로 참여자에게 보내어 각자가 말한 내용이 연구자가 분석한 개념 및 범주와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였다. 2차 면담은 1차 면담에 대한 분석 결과가 참여자가 경험한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면담이나 전화통화, 이메일이나 문자 등으로 확인하고 수정함으로써 연구의 타당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단, 이메일이나 전화 혹은 문자 연락이 지속적으로 안되거나 답 메일이나 답 문자를 보내오지 않는 참여자는 2차 면담에서 제외시켰다. 3차 면담은 2차 면담에서 수정된 자료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면담내용이 불명확하여 의문이 생기는 참여자일 경우 전화통화나 문자 교신을 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런 면담이나 교신은 연구에서 더 이상 새롭거나 관련된 자료가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보일 때까지(신경림 외, 2005) 자료의 포화를 이루기 위해 지속되었다.

    자료분석

    자료분석 방법은 Strauss와 Corbin(1996)의 근거이론 방법에 의해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의 3단계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면담내용을 축어록으로 작성한 후, 줄단위 분석으로 꼼꼼히 읽고 그 의미를 개념으로 명명화하였다. 이렇게 명명한 개념들을 유사한 것끼리 묶어 하위범주를 만들고 다시 하위범주들을 유사한 것끼리 묶어 보다 추상화된 하나의 범주로 만들어 가면서 속성과 차원을 분류하는 개방코딩의 단계를 거쳤다. 이후 개방코딩에서 얻어진 범주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패러다임에 의한 범주분석과 과정분석을 시행했다.

    마지막으로 선택코딩 단계에서는 다른 모든 범주가 통합된 중심현상인 핵심범주를 도출함으로써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실체이론으로 정교화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평가과정은 Guba와 Lincoln(1994, 연문희, 박남숙, 2001 재인용)이 제시한 진실 성(truth value), 적용 가능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이라는 평가기준에 따랐다. ‘진실성’은 연구의 내적 타당도로서 2차, 3차 면담을 통해 본 연구가 각 참여자의 경험을 정확하고 충실하게 기술하고 해석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적용가능성’은 외적 타당도로서 참여자 외의 다른 내담자 2인에게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결과를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일관성’은 신뢰도를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는 연구진행 절차를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수행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위해 근거이론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상담전문가 자격증이 있는 박사 2인, 다수의 질적 연구 및 교육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상담학 박사 2인과 지도교수의 자문을 받으면서 진행하였다. 중립성은 참여자들의 실제 경험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근거이론 방법의 연구절차 및 분석과정에 충실함으로써 연구과정과 결과에서 편견을 배제하고자 하였다.

    결 과

      >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의 구조와 단계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의 구조와 단계는 심층 면담자료를 개방코딩과 축코딩으로 개념화하고 범주화하여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개방코딩으로 도출한 개념은 모두 91개였으며, 이 개념들을 추상화하여 39개의 하위범주와 최종적인 22개의 범주를 도출하였다(표 1). 최종 범주들의 연결 구조를 패러다임 모형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인과적 조건: 문제의 심각성 자각

    내담자들은 주로 자기 이해의 문제나 진로 문제에 있어서 문제의 복합성이나 반복성이 있을 때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면서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 되게 복합적으로 힘들었다(참여자 3)”,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었다(참여자 7)”는 말이나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막 너무 힘들었는데 한 2-3개월 지나니까 그냥 지낼 만 해요. 그러다가 더 진전도 없고 그냥 무뎌지는데 뭘 하려고 해도 그 문제가 자꾸 발목을 잡아서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견디질 못하겠더라구요(참여자 13)”의 말은 문제가 복합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전문적 상담을 찾게 되는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내담자가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되는 문제의 심각성은 우울이나 불안, 분노, 공포 등의 정서상태, 심지어는 자살충동을 동반하기도 할 정도의 주관적 고통을 발생시키는 것이었다. “모든 게 참.. 앞도 안 보이고 캄캄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인생을 포기할 정도까지 가고... 아무 것도 손에 안 잡히고 뭘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구체적인 답도 없고.. 집에 스프링쿨러에 올가미 딱 만들었더니 튼튼해요. 목에 걸면 죽을 수도 있겠다.. 근데 죽을 용기도 없더라구요. 멍청하게..” 라고 참여자 11은 상담요청 결정전의 극적이었던 마음상태를 전달하고 있다.

    한편, 자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부인하던 참여자들도 외부로부터의 상담요구가 들어옴으로써 자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활성화될 때 상담요청을 결정하고 있었다. 참여자 1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건드려진 느낌이었으며, 그동안 누군가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문제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은 해오고 있었어요” 라고 말하고 있다.

    맥락적 조건: 도움의 필요성 발생

    참여자들은 전문적인 상담을 요청하기 전, 주로 가까운 친구나 이웃, 가족, 종교 지도자, 점복자 등 비전문적 도움 또는 사이버 상담(참여자 4), 정신과 치료(참여자 2, 9)와 같은 전문적 도움에 의존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그런 도움이 일시적이거나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도움의 한계 경험을 하고 있었다. 즉, 비전문적인 도움은 전문성의 한계를 느끼게 했고, 상담 외 전문적인 도움은 인격적 만남이나 정서적 충족 등의 부족을 경험하게 하였다. 참여자 2는 비전문적, 전문적 도움을 모두 경험했던 내담자로서 비전문적, 전문적 도움의 한계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전달한다. “여러 가지 해봤어요. 약물을 제외하고는... 친구나 동네 사람들한테 힘드니까 얘기를 해봤는데 처음에 말하는 순간에는 막 울면서 얘기를 해요. 얘기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풀리는 것 같은데 효과가 없다는 것을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느끼겠더라구요. 아무리 내가 백 번 얘기한다 해도 저 사람은 그냥 아유 힘들겠다 그렇게 맞장구 쳐주면 그만인 거고, 나는 괜히 정말 투덜거리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래서 문제해결은 안되니까 결국 쓸모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략> 정신과 의사분이랑 상담할 때는 정말 너무 사무적인 거예요. 그냥 앉아서 그냥 무표정하게 이건 이렇고 질문을 저한테 하는데... 그래서 상담이라기보다 그냥 취조 당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만약에 그런 분한테 제가 상담을 받으러 간다면 어쩌면 분위기가 다 얘기 못 꺼낼 것 같고... 또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왠지 막 조급하게 빨리 얘기해야 될 것 같고...” 한편, 자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부인하던 참여자들은 상담관련 수업의 교수나 상담을 공부하는 어머니로부터 상담 권유를 받거나 상담관련 수업으로부터 상담과제를 부여받는 등, 외부로부터의 상담요구 맥락이 조성되어 상담요청을 결정하고 있었다.

    [표 1.]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 및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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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 및 범주

    현상: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함

    일부 참여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혼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과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두려움, 자신의 존재 자체마저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을 경험하는 한계상황(Jaspers, 1965, 박선정, 2000 재인용)에 도달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이에 대해 마치 “인생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참여자 7, 8)”, “더 이상 뒤로 물러설 데가 없는(참여자 15)”,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참여자 2, 11, 15)”이라든지, “그 길밖에 없었다(참여자 3, 8)”는 말로써 당시의 문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절박하고 급박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계상황에서 자신이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닐까,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정상성에 대한 의문을 갖기도 하였으며 마치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위기감을 갖기도 하였다.

    다른 일부 참여자들은 한계상황까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좀 더 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찾기도 하였다. 상담요청을 결정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전문적 소견을 가지고 봐줄 수 있는 사람, 제 3자의 객관적 시각으로 봐줄 수 있는 훈련된 전문가의 도움을 찾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문제의식이 거의 없거나 부인하던 참여자들은 외부로부터의 상담요구에 의해서 자기문제에 대한 인식이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끝까지 상담요구를 거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지속적인 상담권유로 인해 결국엔 ‘도대체 상담이 무엇이길래.. 그리고 상담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상담을 권유하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 참여한 내담자들은 한계 상황과 같이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나 그 정도의 위기는 아니지만 문제해결을 촉진시키고 싶은 상황, 외부로부터 상담 요구를 받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으로 상담요청을 결정하고 있었다. “나를 알면 좀 더 멋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욕구가 있는거죠. 지금처럼 살아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근데 충족이 안 되는거죠. 내 욕심 내 기대치에 너무나 모자란 내 모습이 보였을 때 바꾸고 싶은 거예요. 난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다르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발전된 삶을 살고 싶은 거죠. 더 나은 삶... (참여자 15)”, “이대로 죽기는 싫다... 충분히 끌어주면 따라가서 100%가 아니더라도 50% 이상은 내가 치료가 될 수 있다(참여자 14)”, “현재 나에게 만족하고 있지 않으니까... 지금보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 지금의 나보다 다른 나.. 건강한 나로 변화하고 싶은 마음... (참여자 1).”

    작용/상호작용 전략: 상담 떠올리기-접근회피 갈등-상담요청 여부 결정하기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은 상담 떠올리기, 접근회피 갈등, 상담요청 여부 결정하기의 3단계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인가 효율적이고도 전문적인 도움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될 때 상담이라는 도움의 형태를 기억에 떠올리게 되었다. “오래 전에 친구가 학교 내에 상담센터가 있다고 말했던 것이 문득 기억나거나”(참여자 11), “오래 전에 보았던 상담 포스터가 머릿 속 기억저장 창고에서 딱 떠오르기도 하고”(참여자 15). 또한 과거 선행 상담경험이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참여자 5, 6). 상담을 떠올린 참여자들은 막상 상담을 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득 및 위험 요인을 예측하면서 상담을 하고도 싶고 피하고도 싶은 접근-회피 갈등에 빠지게 된다. 이 때 “상담을 꼭 해야만 되는가, 지금 해야 되는가(참여자 6)”하는 망설이기, 심사숙고하기, 갈등하기, 초기 상담을 직접 받아보는 것과 같은 상담 맛보기를 통해 상담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의 양가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이들은 “상관없어. 괜찮아”(참여자 10), “일단 해보자! 맘에 안 든다, 아닌 것 같다 하면 그 때 가서 또 안하면 되니까...“(참여자 6)”하는 자기위로와 결단의 혼잣말을 통해 자발적인 상담요청을 결정하게도 되고, 상담에 대한 두려움으로 압도되어(참여자 5, 7) 상담요청 결정을 주저하기도 하였다

    중재적 조건: 상담요청 결정의 촉진/ 방해요인

    본 연구에서는 내담자가 상담요청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요인들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는 요인은 상담에 대한 기대와 소망, 선행 상담경험, 의미있는 주변인의 지지와 격려, 상담에 대한 신뢰, 상담의 환경적 조건의 적합성인 것으로 나타났고, 상담요청을 방해하는 요인은 상담에 대한 두려움, 낙인에 대한 두려움, 자기 은폐경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는 요인은 당면 문제의 해결에 대한 기대(참여자 5, 9)및 문제 예방에 대한 기대(참여자 8, 10),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정서적 지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흥미로운 발견은 긍정적인 선행 상담경험이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는 공통현상으로 나타났으나, 부정적 선행 상담경험은 참여자의 특성이나 상담에 대한 신뢰에 따라 상담요청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방해요인이 되기도 하고 상담요청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도 했다는 점이다. 참여자 7은 선행상담에서 자신에게 화를 내는 상담자를 경험한 후 “다시는 상담받지 않으리라”고 마음 먹게 되면서 정작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도 주저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반면 참여자 15의 경우는 “이전 상담경험이 영향을 안 주었어요. 별개인데요? 나한테 중요한 거는 상담이 아니라 상담자... 실제로 상담효과를 본 사람이 있으니까..<중략> 상담을 받고 실망하는 가운데서도 전문성에 대해서 의심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상담사의 성격이 영향을 미치는 것 뿐이지,.. 그 사람의 전문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외에 상담에 대한 신뢰, 주변의 의미있는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또한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촉진요인이 되고 있었다. 한편, 상담자와의 상담 시간 일치, 상담 비용의 적합성, 장소 근접성, 문화적 조건의 적합성 등과 같은 상담 환경 여건의 적합성 여부도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담비용이 무료인 점은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었다. 본 연구 참여자 중 학생 참여자인 경우 무료로 상담 받을 수 있는 학생상담센터를, 성인 참여자인 경우에는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상담비용이 유료라는 것이 반드시 상담요청 결정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상담을 한 참여자들은 무료 상담이 있는 줄을 모르는 경우이거나, 유료이기에 더 수준 있는 상담자를 선택할 수 있으며 상담에 대한 준비도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여겨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 상담요청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상담에 대한 두려움이었는데 비밀유지에 대한 두려움, 상담자 조건에 대한 두려움 즉, 상담자의 경력이나 성별, 나이, 상담자의 이미지 등과 같은 조건이 자신과 안 맞을 것 같은 두려움, 상담현장에서 일어나는 절차나 과정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담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하였다. 상담자 반응에 대한 두려움은 “상담에서 다 꺼내보라고 하면 난 어떻게 해야 되지?(참여자 5)” 하는 불안감이나 “모르는 사람에게 내 얘기를 다 꺼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잘 얘기할 수 있을까, 해야만 되겠지? 어린 시절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으니까..(참여자 1)”와 같이 상담자로부터 자기개방요구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 등으로 보고되었다. 상담효과에 대한 두려움은 “그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겠어? 약간 반신반의.. 그리고 그거 한 몇 번 받는다고 내 문제가 완전히 좋아질까?(참여자 13)”하는 말처럼 상담에 대한 효과성을 미리 추측해보고 반신반의하면서 근본적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보고하였다. 낙인에 대한 두려움 역시 상담요청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상담을 받게 되면 문제있는 사람으로 볼 것 같은 두려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볼 것 같은 두려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이상한 사람들에 포함되는 것 같은 두려움, 환자 같아 보일 것 같은 두려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여자 14는 상담에 오고 싶으면서도 오지 못하게 억압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보고하고 있다. “힘드니까 지금 뭐라도 지금 가서 상담을 좀 받고 싶다... 저한테 이야기하는 거죠. 그런데 다음날 되면 ‘쯧.. 견뎌보자..’ 내가 거기까지 가면 그런 거 있잖아요? 환자 같아 보이고... 이런 거 있잖아요. 꾹꾹 참은 거죠. 누른 거죠....”

    상담요청을 결정하는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방해요인은 자기은폐 경향이었다. 자신의 내적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잘 개방하지 않는 은폐경향을 보인 참여자들(참여자 1, 3, 5, 14)은 자신의 부정적인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감이 심했으며, 높은 자기 방어 경향을 나타냈다. 이러한 자기 은폐경향은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개방을 요구하는 상담 장면에 가기를 두려워함으로써 상담요청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거나 방해하는 요인들 중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확인된 중재적 조건은 상담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었다. 상담에 대한 무지와 왜곡 그리고 부정적 인식은 상담요청 결정의 가능성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치지만, 상담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긍정적 인식은 상담요청 결정 가능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상담을 경험하기 이전에는 상담을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병리적이거나 이상이 있는 사람들 또는 부족한 사람들이 받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며, 상담의 구체적인 진행절차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거나 심리상담이라는 독립적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여러 직‧간접 경로를 통해 정확한 상담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고, 이러한 정확한 지식으로 인해 부정적 상담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때 상담요청 결정은 촉진되었다. 예컨대, 상담을 받고 달라진 친구 모습을 관찰하거나 방송, 책,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해 상담정보를 입수하고, 상담을 경험한 주변 지인들에 의해 정확한 상담안내를 받거나 직접적인 상담 공부를 하게 될 때 기존 상담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사라지고 상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었다. 참여자 11은 언론매체를 통해 상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된 경우이며, 다음과 같이 상담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지혜이자 기술이 됨을 터득하기도 하였다.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까 멘탈 스포츠라고 하잖아요. 선수의 심리상태가 그 성적을 많이 좌지우지 하는 건데.. 전문 해설 위원이 비교를 한 게 있었어요. 미국의 메이저 리그와 한국의 프로야구의 차이점은 미국에는 각 팀마다 상담사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제도가 들어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까 부정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체력 좋고 건강할 것 같은 선수도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발생할텐데...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적절한 심리치료를 받고 적절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더 지혜로운 방향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저 사람은 정신이 안 좋아서 그런 것 아니야? 그렇게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지혜롭다고 생각했어요.”

    결과: 상담요청, 지연, 포기/ 상담에 대한 기대와 희망 발생/ 긍정적 변화의 시작/ 상담에 대한 불안과 희망의 공존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거나 주변의 권유로 인해 수동적인 상담요청을 하고 있었다. 자발적 상담요청을 하는 참여자들은 인터넷이나 전화, 그리고 직접방문 등을 통해 상담기관을 탐색하거나, 주변인에게 상담자 물색을 부탁하면서 상담도움을 요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부인하는 내담자일 경우에는 대부분 외부로부터 상담권유를 받게 되며, 이들은 오랜 기간 갈등을 겪다가 어쩔 수 없이 상담을 요청하고 있었다. 한편, 상담요청 결정의 촉진요인보다 방해요인의 영향이 더 강력하여 상담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는 경우에는 상담요청을 지연하거나 상담요청을 했다가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무엇보다도 상담요청을 결정한 참여자들에게 가장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상담이라는 도움의 손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었다. “대인관계 문제가 상담을 하면 해결이 되겠다.. 내가 원하던 것이다..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소망, 믿음이 생겼어요(참여자 9)” 라고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를 보고하거나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얘기함으로써 속이 좀 시원해질 수 있겠다(참여자 13)”와 같은 정서적 충족에 대한 기대를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힘든 것은 지금보다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뭘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좀 힘든 거는 나아지겠지..(참여자 3)”하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상담요청을 결정한 바로 그 순간, 상담이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재미를 예상하거나(참여자 12), 긍정적 기운과 긍정적 의지가 생기고(참여자 15), 상담이 이루어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행동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경험을 보고하기도 하였다(참여자 14). 그러나 “결정하고 나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쨌든 결정은 했으니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또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지만 머릿속을 비웠던 것 같아요.”라는 참여자 10의 말처럼 상담요청 결정 후에도 여전히 상담에 대한 불안이 희망이 공존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  핵심범주: ‘더 나은 삶의 추구를 위한 효율적인 전문적 도움 모색과정’

    본 연구에서 다른 모든 범주가 통합된 중심 현상으로서의 핵심범주는 그림 2와 같이 ‘더 나은 삶의 추구를 위한 효율적인 전문적 도움 모색과정’으로 발견되었다. 효율(efficiency)이라는 말은 애쓴 노력과 얻어진 결과의 비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들인 노력에 비하여 얻는 결과가 크거나 유사할 때 일컫는 말이다(동아 새국어사전, 2011).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상담을 어떤 다른 도움의 형태보다도 효과적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는 도움으로 지각하고 선택하고 있었다. 이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고 진단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가 가능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이었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말은 인간 행위의 지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본 연구 참여자들의 내면에는 현재의 지각된 병리성에서 지각된 건강성으로, 지각된 건강성에서 지각된 초정상으로의 성장을 지향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초정상이란 ‘충분히 기능하는 인간(fully functioning person)’ 즉, 최적의 심리적 적응, 최적의 심리적 성숙, 완전한 일치, 경험에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정적이지 않고 과정 지향적이어서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Schultz, 2001)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담요청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문제 상황이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라도 자기를 알고 싶거나 자기이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은 성장지향적인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핵심범주의 발견은 상담요청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당면 문제 해결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한다. 참여자들은 자기 한계의식을 야기시키지만 불가피하게 직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인 한계상황(限界狀況, grenzsituation, Jaspers, 1965, 박선정, 2000 재인용)에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상담요청 결정이란 현재 고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극복하려는 자세로서의 탄력성(resilience, Rutter, 1999)이 발휘되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상담자로 하여금 상담 장면에 들어온 내담자가 문제 상황에 처한 나약한 존재라기보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을 지닌 강인한 존재라는 것과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에는 미래 지향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의도가 있음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내담자의 표면적인 문제 이면에 존재하는 긍정적 소망과 의도에 공감하는 깊은 수준의 상담 개입이 절실함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해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논 의

    본 연구에서는 연구에 참여한 내담자들이 상담요청 결정과정의 원인이 되는 인과적 조건이 문제의 심각성임을 밝혔다. 이는 상담전문적 도움 추구관련 선행연구들의 결과와 일치한다. 기존 연구들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이 클수록, 또한 주관적 고통감이 클수록 상담요청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하고 있다(심영숙, 2000; 장영임, 1999; 신연희, 안현의, 2005; Fischer & Turner, 1970; Greenley & Mechanic, 1976; McLennan, 1991). 또한 문제 자체보다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지각이 전문적 도움추구에 더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으며, 심리적 고통감을 경험하는 것이 전문적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가장 큰 선행요건이 될 수 있다고 한다(Vogel & Wei, 2005).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만드는 문제의 심각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즉,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문제의 심각성이란 문제의 복합성 혹은 문제의 반복성을 의미했다. 참여자들은 관계문제, 진로/학업문제, 경제적 문제, 신앙적 문제 등이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거나,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결되는 듯 하다가도 유사한 상황에서 다시 반복되기를 여러 번 할 때 주관적 고통감이 심화되면서 자신의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는 상담 장면에 들어온 내담들의 복합적인 문제를 여러 가지 호소문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심리와, 오랫동안 나름대로 혼자 해결해왔지만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전문적으로 다루어보고 싶은 심리를 이해도를 높여준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가끔 자기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어려움을 만나게 될 때(Gourash, 1978), 일차적으로 사회적 지지관계 내에서 도움을 청해보고 효과가 없거나 사회적 지지관계 자체가 부족하면 이차적인 대안으로 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보고한다(Cross, Sheehan & Khan, 1980; Goodman, Sewell & Jampol, 1984). 이것은 Vogel과 Wester(2003)의 주장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상담을 마지막 위안처, 혹은 다른 자원이 다 고갈하였을 경우의 또 다른 하나의 대안(option)으로 생각한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에 참여한 내담자들도 친구나 가족 같은 비전문적인 도움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상담요청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발견된 것은 사이버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 등 전문적 도움에 대해서도 만족을 얻지 못하고 도움의 한계를 느끼면서 전문적 상담을 찾게 된 경험이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상담 전문가를 찾는 의미는 당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객관적인 이해나 전문적 진단을 바라는 마음과 함께 상담자와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정서적 지지와 위로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때 상담요청을 결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상담자는 상담 외 전문적 도움과는 다른 상담만의 독특한 전문성의 경계를 확고히 해야 할 필요를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의 결과는 자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거나 부인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담권유나 상담과제 부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상담요구를 받고 수동적으로 어쩔 수 없이 상담을 요청한 참여자들도 대부분 상담을 하면서 그 효과를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문적 도움추구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상담권유나 상담과제 부여의 필요성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심리검사 해석상담 중 해석 상담자의 상담권유가 개인상담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촉진적 역할을 한다는 질적 연구(윤제호, 신혜린, 2004)가 있을 뿐이다. 이 연구는 해석 상담자의 상담권유 활동이 잠재적 내담자를 찾아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다 적극적 의미의 상담활동이 된다고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상담 권유나 상담과제 부여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상담요청 결정과정에서 참여자들이 3단계 전략 즉, 상담 떠올리기, 접근-회피 갈등, 상담요청 여부 결정하기의 전략을 사용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Gross와 McMullen (1982, 장영임, 1999 재인용)은 도움추구 과정을 문제의 지각 단계, 도움추구 결정 단계, 전략 수행 단계의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이들은 사람들은 ‘정상성(normality)’의 개념에 근거해서 자신의 문제를 지각하고, 도움 받았을 경우의 이득과 위험을 비교해 본 후 문제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를 거쳐 실제로 도움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단계로 이어간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 밝힌 상담요청 결정의 3단계는 Gross와 McMullen(1982)의 2단계인 도움추구 결정단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한 결과가 되었다. 이는 참여자들의 경험을 심층 탐색하는 질적연구로 인한 독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참여자들의 상담요청 결정 3단계에 대한 결과는 잠재적 내담자들을 향한 상담홍보 및 교육 방략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잠재적 내담자들은 자기 문제에 대해 전문적 도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이전에 이미 저장된 상담에 대한 정보를 현재의 기억으로 인출하는 과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잠재적 내담자들에게 상담에 대한 경험의 흔적을 남겨 그 효과가 뒤에까지 지속될 수 있는 파지효과(Hintzman, 1986)를 극대화시키는 홍보전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상담에 대한 정보가 개인의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이될 수 있도록 청크(chunk)를 활용하거나 상담에 대한 이미지나 의미를 정교화시키는 방식의 홍보, 그리고 필요한 맥락에서 상담 정보를 인출하는 단서를 제공하는(Atkinson, Atkinson & Hilgard, 1983) 홍보내용이 되도록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중 광고 관련 연구에서는 인간의 망각을 고려하여 광고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 또는 소멸되는가 하는 것을 이월(carryover)과 소멸(decay)로 설명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자들도 사람의 기억과 망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광고의 이월효과의 크기와 지속성에 주목하여 광고 회상 및 재인(recognition) 등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얼마나 남는 지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효과의 지속에 주목하였다(김수범, 2009). 현재로서는 상담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지만 앞으로는 상담자를 위한 상담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으로서 자리매김하려면 보다 홍보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상담요청을 결정한 참여자들의 생생한 경험적 자료로부터 잠재적 내담자들을 위한 상담홍보의 자료들을 추출해낼 수 있다. 즉, 참여자들이 상담요청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사용했던 자기위로와 결단의 혼잣말 그리고 상담요청을 결정하고 나서 느꼈던 희망과 기대를 나타내는 형용사들은 상담홍보 문구로 활용되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상담을 받고 싶으나 주저하는 잠재적 내담자들에게 ‘상관없어. 괜찮아’. ‘어떤 곳인지 가보기나 하자.’, ‘일단 해보자! 맘에 안 든다, 아닌 것 같다 하면 그 때 가서 또 안하면 되니까..’, ‘지금 아니면 내가 언제 이렇게 하겠나.’와 같은 말들은 상담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상담자 입장에서 ‘상담은 좋은 것’이라는 내용의 일방적인 홍보보다 더욱 설득력 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포근한 상담, 긍정적 오로라가 생겨나는 상담, 밝은 기운을 주는 상담, 보듬어 주는 상담, 속이 시원해지는 상담, 새로운 경험의 재미를 주는 상담, 지금보다 나아지는 상담” 등 생생한 형용사들을 사용한 홍보는 잠재적 내담자들에게 친근감 있고 호소력 있게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참여자의 말들은 잠재적 내담자들이 실제 속으로 하고 있거나 듣고 싶은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광고 메시지는 기억 잠재력이 높으며, 개인에게 특히 관심이 있고 관련성이 높은 정보는 보다 빨리 그리고 쉽게 기억되므로, 잠재적 내담자와 같은 상담 소비자들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메시지로 함축하여 전달할 필요가 있다(Anderson, 1985. 김경희, 2009 재인용).

    본 연구의 또 다른 결과는 선행 상담경험이 상담요청 결정의 촉진적인 조건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더 긍정적인 상담추구 태도와 상담요청 가능성을 보인다는 선행연구 결과(박준호, 2008; 장영임, 1999; Vogel & Wester, 2003; Vogel, Wester, Wei, & Boysen, 2005)와 일치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긍정적 선행 상담 경험과 부정적 선행 상담 경험이 상담요청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었다. 즉, 긍정적 선행 상담경험은 차후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지만 부정적인 선행상담 경험은 반드시 차후 상담요청 결정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정적 선행 상담경험은 개인의 부정적 선행 경험의 정도나 강도에 따라 또는 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의 정도에 따라 차후 상담요청 결정에 방해요인이 될 수도 있고 무관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선행상담 경험과 상담요청과의 관련 연구를 보다 확장시키는 데 일조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상담요청 결정을 촉진시키거나 방해하는 결정적인 중재적 조건은 상담 지식과 인식이었음이 밝혀졌다. 언론매체나 서적, 상담을 아는 사람들을 통해 상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제공될 때 참여자들은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 인식으로 전환시키면서 상담요청 결정이 촉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상담의 필요성이 있으나 상담요청을 주저하는 잠재적 내담자들에게 상담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상담에 대한 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과 홍보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 참여했던 내담자들은 상담요청 결정 후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 의지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상담요청 결정만으로도 상담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변화 행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상담요청 결정의 순간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을 볼 때 상담요청을 결정한다는 사건은 잠재적 내담자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상담 장면에서 상담과정은 내담자들에게 희망을 발생하게 하고 그 희망으로 인해 호소 문제의 완화 및 해결이 일어나고 심리적 여유와 안정을 찾게 해준다는 연구(손혜진, 2010)도 있지만, 본 연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상담이 시작되기 전 상담요청 결정만으로도 내담자들에게는 희망이 발생하며 변화의 시작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  연구의 의의 및 후속 연구 제언

    본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근거이론 분석을 통해 상담을 요청하여 상담을 하고 있거나 종결한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상담요청을 결정하기까지의 총체적인 과정을 경험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전문적 도움추구와 관련된 선행연구는 대부분 양적 연구로서 전문적 도움추구와 관련되는 상관 변인을 찾거나 그 영향력을 설명하고자 하였기에, 내담자들이 상담요청을 하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상담요청 결정과정 패러다임 모형과 핵심범주는 상담요청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심리적 변인들의 모형 속에서의 위치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상담을 요청하기로 결정하는 사람들의 심층심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행연구들은 주로 전문적 도움추구에 관련된 변인들을 이론적으로 탐색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해왔으며, 실제 상담홍보 및 교육을 안내하는 정보 제공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이와는 달리 본 연구는 참여자들이 보고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홍보 전략 및 교육 방안 마련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한계로 인하여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를 제언할 수 있다. 첫째,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있어서 참여 대상을 달리 하는 연구이다. 상담요청 결정의 자발성의 여부에 따라 두 집단으로 구분하거나, 상담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 즉 교육분석 요청 결정과정에 대해 연구해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본 연구와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밝혀주면서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포괄적 개념수준을 설명하는 공식이론(formal theory)으로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근거이론 분석으로서 패러다임 범주 분석과 과정분석, 핵심범주의 발견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후속 연구로서 상담요청 결정과정에 대한 유형분석과 상황분석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들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더 정교한 근거이론이 도출될 것이라 여겨진다. 셋째, 본 연구는 이미 상담을 진행하고 있거나 종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을 탐색하였다. 그러나 상담요청을 결정하기를 망설이다가 지연하거나 결국 포기한 사람들도 참여대상으로 포함하여 연구한다면 잠재적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을 보다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넷째, 전문적 상담과 정신과 치료 경험, 점복행위 등을 동시에 경험한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그 도움의 차이를 밝혀내는 연구는 상담자의 독특한 전문성의 경계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발견된 상담 권유나 상담 과제의 부여가 상담요청 결정에 미치는 효과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제언한다. 상담자들의 상담권유 의사에 대한 탐색, 상담 권유에 대한 내담자들의 인식, 상담권유와 관련된 변인들 탐색, 상담과제 부여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 등이 있을 것이다. 여섯째, 선행 상담경험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선행 상담경험은 차후 상담요청 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부정적 선행 상담경험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일곱째, 본 연구는 상담이 필요하지만 주저하는 잠재적 내담자들의 부정적인 상담인식을 조사하고 이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상담에 들어오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들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잠재적 내담자들의 상담에 대한 인식 연구는 주로 초중고 학생들이나 교사, 관리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상담에 대한 인식을 설문 조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김혜진, 2009; 황선의, 2012), 초보상담자의 상담의 기본개념에 대한 인식(정지수, 2012)이나 기업상담에 대한 내담자, 관리자, 상담자의 인식 비교(왕은자, 2009) 등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잠재적 내담자들이 인식하는 상담 이미지, 상담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던 계기 및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여덟째, 일반인을 위한 구체적인 상담홍보의 방법과 구체적인 상담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상담이 일반인들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상담의 대중화와 일반화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상담홍보 전략이나 상담교육 내용을 수립하는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내담자들이 어떤 안내나 경로를 통해 상담에 들어오는지에 대한 조사연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관련 책자의 배포 현황 및 상담관련 서적이 잠재적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 상담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마케팅 전략에 관한 연구, 상담이라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내지 요구조사, 기존에 존재하는 제반 상담소의 홍보내용이나 전략 등의 효과에 대한 질적‧양적 연구 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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