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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화용발달을 위한 DvT 연극치료모델 집단 언어치료 Group Language Therapy for Development of Pragmatic Skills of Children with ASD ?DvT Theatrical Model Approach?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화용발달을 위한 DvT 연극치료모델 집단 언어치료

This study concerns theatrical group language therapy based on DvT model for children with ASD. We describe and discuss the working process and results. The purpose of the study is to develop pragmatic skills of participants, especially social interaction, turn-taking, and symbolic play. The program contains 10 sessions. For the first two session, the program focuses on sensory-motor activities such as gestures, vocalization, auditory sensation, and touch. For the following sessions, the program focuses on the role-play and synthetical activities using yellow chair, sound effects, and lighting effects. In the beginning of a session, the activities were gestures, vocalization, and auditory sensation. In main activities of the session, the participants played theatrical activities. At the beginning of this work, participating in activities was difficult for the ASD children, because of their behaviors such as crying and going away from the activity room. However, their negative behaviors were gradually attenuated, they are desensitized of sound and obscurity, and finally the participants could do their role-play. Although this program adopted the DvT model, we just reached to somewhere between the sensory-motor stage and pre-operational stage, not a mature stage because it was a short program of 10 weeks. Nevertheless, the fact that they could do their role-play shows a kind of symbolization on the fictive and symbolic space.

KEYWORD
연극치료 , 발달변형모델 , 집단 언어치료 , 화용 기술 , 상징놀이
  • 1. 서론

    본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아동을 대상으로 이들의 화용 능력 향상을 위하여 연극치료를 활용한 집단 언어치료 과정과 결과를 다루고 있다. 미국정신과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V)에는 자폐증(Autism), 아스퍼거증후군(Asperger syndrom),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Not Otherwise Specified), 소아기붕괴성장애(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 레트장애(Rett Disorder)를 자폐스펙트럼으로 분류한다. ASD는 유전적 특성, 환경 요인, 지능의 손상, 수반되는 행동 및 정서 장애에 따라 위와 같은 다섯 개의 범주로 다시 하위분류 되지만, 아동기 초기부터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특정 부분에 대한 집요한 관심, 상호작용, 맥락에 맞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공통적인 증상이다.

    의사소통이란 화자와 청자의 메시지 교환 행위인데, 상호적 메시지 교환을 잘 하려면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비롯하여 단어와 문장에 내포된 비유적 의미, 화자의 의도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ASD 아동은 의미론적 차원에서 일반 아동에 비해 훨씬 제한된 범주의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내포된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1) 형태론적 차원에서, “비구어 아동은 운동적 행동(원하는 장소로 팔을 끌고 가기), 몸짓(지적하기, 모방하기), 그림카드나 수화 등의 체계를 사용하고 구어 ASD 아동은 피상적 형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2) 또한 통사론적 측면에서 한 번 사용한 구문패턴을 모든 경우에 대입시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신발을 신고 싶어요.”와 같은 표현을 한 번 배우면, “신발 신을래요.” 나 “신발 꺼내 주세요.”와 같이 다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항상 동일한 패턴을 사용한다. 심지어는 나가고 싶을 때에도 “신발 신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ASD 아동에게 공통적이고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의사소통 특성은 무엇보다 의사소통 기능 및 대화 기능의 문제를 포함하는 화용적 결함이다. ASD 아동은 “사회 상호작용, 주고받기, 상대방의 마음 읽기, 상징놀이 같은 화용 기술의 결함이 있기 때문에”3) 이미 어휘와 구문 구사 능력을 갖고 있어도 상대방의 마음과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습득한 언어 능력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지 못하여 의사소통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적 양상이 어떠하든 ASD 아동의 의사소통 문제는 연상, 상상적 놀이, 표상화 능력, 상징화의 어려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의사소통 결함의 특성을 보이는 ASD 아동의 집단 언어치료에 연극 치료적 기법을 적용하고자 하는 까닭은 “연극예술 매체가 갖고 있는 강력한 기능 중 하나가 상징화이고”4) “ASD 아동은 세부 장애가 어떠하든 공통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능력 발달에 결함을 보이며”5) 비록 단편적으로 언어발달이 이루어졌다 해도 “연상 능력이 미흡하여 상상적 놀이에 많은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이다.”6) 또한 몸을 통한 놀이 활동이 상징화 기술 자극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박미경, 2005; 윤지영, 2007, 전효진, 2007). 이러한 까닭에 ASD 아동의 화용 기술 향상을 위한 집단적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박미경(2005), 윤지영(2007), 전효진(2007) 등은 집단놀이치료를 통한 ASD 아동의 사회성 기능 향상을 연구하였고, 김현숙(2005), 배정의(2007), 김미희(2005) 등은 집단 활동을 통한 ASD 아동의 사회성 향상에 대하여 미술치료적으로 접근하였다. 장미연 외(2005), 권향미(2010), 김현정(1998), 한홍석(1996), 민용아(1996) 등은 상징놀이 기능 향상 프로그램을 연구하였고, 김화순(2013)과 황선숙(2013)은 ASD 아동을 위하여 교육연극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연극치료적 기법을 적용한 집단 언어치료 연구는 배희숙·이선형(2010) 이외에 찾아보기 힘들고, 그 수준도 초보적 단계에 있다.

    본 연구는 ASD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화용 기술의 발달을 위하여 발달변형모델(Developemental Transformations, DvT)을 중심으로 집단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매 회기 몸을 통한 웜업에 중점을 두었으며, 대본은 대사 위주가 아닌 활동 위주로 구성하였고 참여아동의 언어 수준에 맞추었다. 10주 동안 10회기의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으며, 촬영된 동영상을 관찰하면서 맥알리스터(McAlister)의 주관적 준거를 기반7)으로 결과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초점을 둔 것은 첫째, 새로운 공간과 사람,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등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이 어둠, 소리와 같은 프로그램 환경에 대한 거부가 감소하였는가. 둘째, 아동이 주어진 순서대로 연극 활동을 수행하였는가. 셋째, 프로그램 과정에서 아동 상호간에 역동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역할과 놀이 측면8)을 강조한 연극치료적 집단 언어치료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공동 활동 놀이에 어려움을 보이는 ASD 아동의 화용 능력이 향상된다면, 본 프로그램은 ASD 아동의 화용 발달을 위한 새로운 집단 언어치료 프로그램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1)L. Martin, J. & Schaffer, B., From, content, and function of the spontaneous communication of autistic students, in Australian Journal of Human Communication Disorders, 1986, p.48.  2)Swisher & Demetras, 1985, Watson et al., 위의 책, 51쪽 재인용.  3)P. Reed, V., An Introduction to Children with Language Disorders (Fourth Edition), New York, 2012, p. 273.  4)McAlister, M., From transitional object to symbol: Spiderman in a dramatherapy group with mentally disordered offenders, In Dramatherapy and Destructiveness, Routledge, 2011, p. 145.  5)Wetherby & Prizant, Autism Spectrum Disorders. Paul. H. Brookes Publishing Co., 2000, p. 11.  6)대한소아신경학회, 『소아신경학』, 군자출판사, 2007, 168쪽.  7)McAlister, M., 앞의 책, p. 287.  8)놀이는 감각적으로 즐거움을 주고 상대방과 대결하면서 자기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니컷은 놀이 안에서 어린이나 어른이 창조적이 되고 전체 성격을 사용할 수 있으며, 창조성 안에서 개인은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심리적 치유성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주장한다.”(Halprin, 『동작중심표현예술치료』, 김용량 외 역, 2006, 142쪽) 따라서 “놀이를 근간으로 하는 역할연기는 상상력과 창조성이 가미된 움직이는 몸을 통해 불안과 긴장감을 해소시키고 새로운 자기를 창조하는 근원적인 치유행위가 될 수 있다.(이선형·배희숙, 「예술치료를 위한 역할개념 연구」, 『한국연극학』, 43호, 2011, 195쪽)

    2. 연구 방법

    본 연극치료적 집단 언어치료 프로그램은 연극치료 전문가 데이비드 리 존슨(D.R. Johnson, 293〜306)의 발달변형모델(DvT)을 그 기반으로 한다. 그로토프스키(Jerzy Grotowski)의 ‘가난한 연극(Poor Theatre)’에서 영향을 받은 존슨9)은 인간발달 과정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연극치료 프로그램 모델을 개발한다. DvT에서 참여자는 즉흥놀이로 초대된다. 즉흥놀이는 처음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과 소리로부터 점차 이미지와 구조화된 역할놀이로 발전된다. 또한 놀이공간의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와 공간 역할 구조가 사용된다.10) “DvT는 치료과정에서 인간 발달과정을 참조하면서 영아기의 소리와 동작으로 웜업을 대신하고 점차 유아기, 아동기, 청년기로 나아가듯 소리와 움직임을 발달시켜 나간다.”11) 본 연구에서도 연극치료 초기에는 극적 도구나 장치의 도움보다는 영아가 몸으로 세상을 지각하듯 신체적 감각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으며, 체현과 즉흥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역할연기라는 상징적 놀이를 강화시켰다. 프로그램을 통하여 집단적 언어치료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 DvT 치료모델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가난한 연극’과 DvT 정신을 살려 가능한 치료사와 참여자가 하나가 되어 역할놀이와 그 상징성을 강조하고, 몸 감각을 활성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이야기 창작과 그 적용은 DvT의 이념과 위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야기가 참여자들의 언어치료적 목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이를 활용하였다.12) 워렌(Warren)과 그 동료 역시 “희곡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상상이 자기에게 실제로 일어나는 듯 역할을 연기하며, 그를 통해 허구적 경험의 특질이 관객에게 소통되어 연극 공연에서처럼 모든 사람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 주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13)

    본 연구는 발달, 변형, 성장을 기본 개념으로 하여 프로그램을 크게 두 축으로 구성하였다. 하나의 축은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각 회기별 구성에서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누는 것이다. 10주 10회기에 걸쳐 이루어진 본 프로그램은 초기 2회기에는 발성과 몸짓, 시각과 촉각적 감각 활성에 중심을 두었다. 중기에는 역할연기 같은 연극놀이 활동에 중점을 두었고, 후기에는 음향과 조명을 도입하여 종합성을 강조하고 리허설과 공연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또한 매 회기마다 초반부에 즐거운 감각놀이로 시작하여 역할놀이 및 종합적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이 방식을 통해 아동들은 연극이라는 재현적 상황 속에서 대사를 주고받음으로써 주어진 환경에 적절한 언어 사용을 실제로 체현하며, 무대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고 다른 역할과 소통하면서 화용 능력의 자연스러운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진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였으며 사전사후의 비교 관찰기록을 통하여 결과를 이끌어 냈다.

    ASD 아동은 무발화로 머물기도 하지만 인지기능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은 경우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정 수준의 어휘 능력과 문장 구성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 “자폐 아동과 달리 심각한 언어 발달의 지연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4) 그러나 언어발달에 지연이 심각하건 덜 심각하건, ASD 아동이 아무리 많은 단어를 알고 문장을 문법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해도 대화 상대자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주제를 유지하여 문장을 이끌어가거나 상황에 맞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언어를 주고받는 기능에는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이로 인하여 묻는 말에 적절히 대답하지 못하고 엉뚱한 말을 하거나 한 두 문장 주고받다가 주제를 유지하지 못하여 대화가 단절되곤 한다. 본 연구는 이같이 화용 기술의 어려움을 보이는 ASD 아동 네 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참여아동에 대한 정보는 표 1에 제시되는 바와 같다.

    [<표 1>] 참여아동의 인구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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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아동의 인구분포

    참여아동 중 두 명은 전문의에 의해 자폐장애로 진단받았고, 나머지 두 명은 달리 분류되지 않은 전반적 발달장애로 평가되었다. 네 명의 아동 중 한 명은 여아이고 세 명은 남아이다. 이들의 생활연령은 프로그램 시작 시점에 한 명이 만 7세 2개월이었고, 나머지 세 명은 만 5세 7개월에서 6세 사이에 해당하였다. 이들의 언어연령은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척도(Preschool Receptive-Expressive Language Scale)』15)를 실시했을 때 모두 3세 이상이었다. 이들 아동 중 가장 생활연령이 높은 아동은 언어평가도구의 제한 연령인 6세를 초과하였으나 언어발달이 생활연령에 비해 지연되어 있고, 다른 아동과의 비교를 위하여 동일한 검사를 실시하였을 때 만 5세 8개월에 해당하였다. 네 명의 참여아동은 장기간의 치료를 통하여 만 3세 이상의 언어 능력16)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 대화 주고받기, 감정 이해하기, 화자의 의도 파악하기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으며 여전히 반향어가 나타났다.

    A 아동은 언어치료를 4년 이상 받아왔다. 그는 어휘 능력과 전반적 언어 능력이 5세 8개월에 해당하며 다양한 어휘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여 대화를 개시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듣고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만을 계속 말하며, 공룡과 같은 한 가지 오브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B 아동은 평소 언어치료를 통하여 3세 7개월의 언어연령을 획득하였고, 문장 구사 능력이 평균발화길이(MLU-m) 4세 이상에 해당하지만 또래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이 있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인다.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며, 종종 반향어로 대답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반향어가 더욱 빈번해진다. 그는 소리와 어둠에 민감하여 유치원에서 학예회 같은 활동 참여를 거부해 온 것으로 보고되었다. C 아동은 3년 동안 언어치료를 받았으며, 기초적인 어휘를 습득하였고 간단한 문장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 언어 연령이면 습득할 수 있는 추상적 낱말의 이해에 어려움이 있고 문장 길이 증가 추세가 급격히 완만해진 아동으로, 반향어로 대답하는 빈도가 높았다. D 아동은 네 명 중 언어치료를 받은 기간이 가장 짧았으나, 어휘와 문장 구성 및 이해 능력이 급격히 늘어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아동은 긴 시간 착석 유지가 어렵고, 지연 반향어가 심한 편이다.

    9)“It is important to note, however, that not all aspects of Developmental Transformations are consistent with Grotowski’s concepts, and an attempt will be made to identify these areas”(Johnson et al., Towards a poor drama therapy, The Arts in Psychotherapy, Vol. 23, 1996, p.296) 현재 DvT와 관련된 국내 연구로는 김숙현(2013)과 이선형(2013)의 연구가 있다.  10)“Developmental Transformations engages clients in spontaneous play, beginning with simple, repetitive movements and sounds and then developing images and more structured role-plays and improvisations.” Johnson et al., 앞의 책, p. 296.  11)이선형, 「연극치료에서 발달변형모델(DvT) 연구」, 『연극예술치료연구』, 3호, 2013, 10쪽.  12)본 연구는 DvT의 연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장애아동의 집단 언어치료에 있기 때문에 DvT를 근거로 하되,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연극치료적 기법을 활용하였다.  13)Warren, M., A., 외, 이효원 옮김, 『연극치료 접근법의 실제』, 시그마프레스, 2009. p. 218.  14)대한소아신경학회, 앞의 책, 170쪽.  15)김영태 외,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발달척도(PRES: Preschool Receptive-Expressive Language Scale)』,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2007.  16)Watson et al.(1989)에 따르면, 언어연령 3.5세를 기준으로 3.5세 이하의 아동과 구분하여 그 이상의 연령에 해당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대화기능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어휘와 발화길이가 3세 이상에 해당하는 아동들에 대해서 대화 기능 향상을 위한 화용능력의 발달을 치료 목표로 설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3. 프로그램 구성

       3.1. 연극 요소별 구성

    3.1.1. 대본

    대본의 선정과 각색에서 염두에 둔 주안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형적인 것으로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하였다. 둘째, 주제적 측면에서 관계성과 상호작용이라는 연구 목적에 적절한 이야기를 구축하였다. 셋째, 언어치료의 관점에서 아동의 언어적 수준에 맞게 각색하였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아기오리>를 선택한 후, 참여아동의 숫자와 언어 수준에 맞춰 연극으로 각색하였다. 아동의 연극놀이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동물을 등장시키고, 언어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였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전체 7장으로 각색한 <아기미운오리>의 대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2>] <아기미운오리>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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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미운오리> 대본

    3.1.2. 무대

    본 연구의 주된 목표는 아동의 의사소통을 위한 상호작용과 상징화의 향상이다. 이를 위해 무대가 주는 긴장감, 시각의 초점화, 일상과 유리된 새로운 환경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어진 공간에서 최대한 무대적 효과를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무대 공간으로는 치료실이 설정되었다. 무대와 객석은 분리되지 않았지만 무대 쪽에 연못, 오리, 나무 등의 그림을 배경 벽면에 설치하여 객석과 차별화하였다.

    무대에서 특이 사항은 정중앙에서 움직일 수 있는 노란 나무상자를 설정했다는 점이다.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나무상자는 대사를 하는 아동만이 앉거나 그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모든 아동들이 강조된 노란 나무상자에 흥미를 보였다. 이곳은 일종의 무대라는 특수한 의미를 부여하였기 때문에 무대에 나서기를 머뭇거리던 아동에게는 매우 유혹적인 장소가 되었다.

    3.1.3. 음향

    ASD 아동 중에는 소리에 민감한 아동들이 많다. 따라서 아동들의 감각적 민감성과 연극적 흐름을 감안하여 음향 효과를 삽입하였다. 예를 들어 시작 부분에서 디즈니만화 시그널 음악과 알 깨지는 소리를 삽입하여 극적 효과를 높였고, 아기오리가 방황하는 장면에는 비틀즈의 을,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왕벌의 비행>을 사용하였다. 다만 아동들이 시끄러운 음악을 감당하지 못하는 만큼 소리의 볼륨에 신중을 기하였다. 비록 언어적 소통에서 서툰 아동들이었으나 음향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3.1.4. 조명

    아동 중에는 암전에 대해 공포를 보이는 아동도 있었다. 따라서 치료실의 창문을 완전히 캄캄하게 가리지 않고 암전 상태에서도 희미한 빛이 남아 있는 어슴푸레한 상태에서 진행하였다. 치료실에 따로 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두 개의 스탠드 식 조명등을 설치하여 좌우에서 무대를 비추도록 하였다.

    3.1.5. 의상

    참여아동은 평소에 하던 그대로, 평소에 입던 그대로를 고수하려는 특성이 있어 평소 유치원에서 학예회 의상을 입지 못하는 아동들이다. 이를 감안하여 연습 과정에서는 의상을 착용시키는 대신 자신이 맡은 역할에 해당하는 동물 그림을 가슴에 붙이고 머리에 쓰도록 하였다. 다만 최종 리허설에서 준비된 의상을 착용하도록 시도하였다. 리허설과 공연에서 아동들은 그 동안의 치료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역할에 익숙해진 탓인지 별다른 저항 없이 의상을 착용하였다. 마지막 회기에 실제 공연이 끝난 후 의상을 벗지 않으려고 한 아동도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연극치료적 집단치료 방식이 효과적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3.1.6. 관객의 참여(모(母), 보조치료사)

    가족 중 한 사람이 장애아인 경우 가족 전체에 심리적·정서적·신체적 고통을 안겨주곤 한다. 특히 장애아동의 엄마는 뚜렷한 근거 없는 책임감에 휩싸이거나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장애아동을 돌보는 주 양육자는 아동의 장애로 인해 야기되는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과 생활양식 변화, 경제적 어려움 등 비장애아동 부모에 비해 우울, 불안, 좌절 등의 정서적 문제 및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17) 그러므로 장애아동에 대한 다각적 치료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들의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심리상담과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주 양육자(세 명의 아동은 모(母)이며 한 아동만 조모(祖母))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공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즉 아동의 주 양육자에게 극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관객으로서 반응을 보이도록 하였다. 연극치료적 집단 언어치료는 해당 장애아동 뿐 아니라 가족의 적극적이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가족과의 동반적 치료모델이 될 수 있다. 한편, 참여자가 장애아동인만큼 해당 언어치료사가 보조를 하였다.

       3.2. 회기별 프로그램 진행

    10회기 동안 진행된 본 연구의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1회기로 구성되었고, 매 회기 백분 동안 치료를 실시하였다. 초기, 중기 및 종결 단계로 구조화된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은 다음과 같다.

    [<표 3>] 초기 단계(1, 2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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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단계(1, 2회기)

    초기 단계에서 아동들 상호간에 그리고 치료사와의 신뢰적인 라포 형성, 감각 자극하기 및 연극놀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첫 회기에서 아동들은 자기 소개하기, 노래에 맞춰 타악기를 치도록 유도하였다. 타악기는 청각에 울림을 주고 손놀림 및 몸 전체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또한 발달단계에서 영유아기에 해당하는 몸의 움직임과 소리내기를 실시하였다. 웜업이 끝난 후 치료사들의 동화 구연이 있었고 아동들은 내용에 나오는 동물들의 소리를 흉내 냈다. 동화 구연의 목적은 아동들에게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2회기에는 치료사 대신 주 양육자가 동화 구연을 하였으며 아동들에게 역할을 부여하였다. 주 양육자가 동화 구연을 할 때 아동들은 좀 더 관심을 보였다. 웜업으로 동물 소리 내기와 흉내 내기를 하였다. 캐스팅은 연극치료적 집단 언어치료에서 특히 중요한 순간이다. 아동들은 언어와 상호작용에서 발달 수준이 다르고, 대사 능력에 뚜렷한 차이가 있으므로 캐스팅에서 첫 번째 중요 사항은 대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언어연령이 가장 높은 A 아동이 대사가 가장 많은 미운아기오리 역을 맡게 되었고, 엄마오리는 가장 적극적인 엄마를 선정하였다. 처음에 미운아기오리 역을 맡은 아동은 역할과 상관없이 공룡을 하겠다고 우겼으며, C 아동은 닭소리 대신 오리 소리를 내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고양이와 말을 맡은 B, D 아동은 특별한 거부감 없이 수용하였다.

    [<표 4>] 중기 단계 (3∼8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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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 단계 (3∼8회기)

    초기단계에서 상호간에 어느 정도 라포가 형성되었고 줄거리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역할이 정해졌으므로 3회기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실시하였다. 매 회기 십 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대본과 연계된 즐거운 연극놀이를 하였고 아동 스스로 대본에 자신의 역할에 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엄마와 해당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순서에 따라 읽기를 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어려웠으나 노란 나무상자라는 특수한 공간을 설정하고 반복함으로써 점차 차례를 지키게 되었다. 음향과 조명을 삽입하여 순서를 지키는 연습도 하였다. 아동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함에 따라 간간이 역할 바꾸기를 시도하였다. 자신의 역할을 다른 아동이 하는 것을 보면서 아동들은 매우 미묘한 표정을 지었는데 자신의 역할에 애착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7회기에는 엄마들에게 의상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8회기에는 점토 만들기를 하면서 촉각훈련, 만들기 훈련, 동물 특성 이해하기에 초점을 두었다. 또 완성된 동물로 즉흥적인 놀이를 하였다.

    [<표 5>] 후기 단계 (9, 10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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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단계 (9, 10회기)

    9회기에는 웜업 후 리허설을 준비하였다. 아동, 엄마, 언어치료사가 참여하여 무대 배경을 만들고 색 테이프로 무대를 구성하였다. 아동들은 무대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였으며 간간히 의견도 제시하였다. 음향과 조명이 준비되고 의상을 착용한 상태에서 리허설이 이루어졌다. 리허설이 끝난 후 커튼콜 연습을 하였으며 아동들은 아낌없는 박수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10회기에는 동물 소리와 몸짓으로 웜업을 한 후 정식 공연을 하였다. 차례가 되면 노란 나무상자에 앉아 대사를 읊는 것이 주를 이루었지만, 쫓고 쫓기는 농장 장면에서는 큰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였다. 커튼콜에서 모두는 하나가 되어 감동적인 박수를 쳤으며, 아동들은 스스로 자존감이 뭍은 표정을 보였다. 공연을 통해 애초에 기대했던 의상 입기, 대사 차례 지키기, 상호 작용이 이루어졌고 엄마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7)황인희, 「발달장애 자녀 부모의 가족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충남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3, 10쪽.

    4. 연구결과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동의 화용 능력 향상이다. 구체적으로는 또래와의 상호작용 향상 및 의사소통에서의 말 순서 지키기(turn-taking) 능력 향상이다. 본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동들의 화용 기술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언어적 측면에서, 화용 기술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식 평가 도구는 없다. 더욱이 10주에 걸친 단기 치료 프로그램에서 전후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맥알리스터의 주관적 준거를 사용하여 전후의 차이를 치료 목표에 부합하는 참여도의 증가, 상호작용의 증가 정도 등으로 평가하였다.

       4.1. 연구문제별 결과

    본 연구가 지향하는 하위 목표는 아동들이 이미 습득한 언어의 형식적·의미적 능력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상호작용과 대화에서 순서 지키기 능력 향상 그리고 환경 변화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동영상 촬영과 관찰을 통해 평가된 변화 결과를 연구문제 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6>] 화용적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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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용적 향상

    첫 번째 연구문제는 새로운 사람과 공간, 갑작스러운 상황변화 등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들이 프로그램을 거부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가이다. 치료 초기에 울거나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바닥에 누워버리는 등의 부정행동을 보였던 D 아동은 2회기 이후 급격히 줄었고, 3회기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D 아동의 부정행동에 영향을 받아 함께 동요했던 A, B, C 아동들 역시 2회기 이후에 안정화되었다. 회기가 진행됨에 따라 아동들은 상호작용 빈도가 증가하고 3회기 이후에는 동물 소리를 내며 놀이를 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회기에 평소 치료 시 참여하지 않았던 몇몇 치료사들(관객)이 앞에 있었음에도 연습활동 때와 거의 유사한 행동 및 정서적 안정 상태를 보이며 공연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연극 과정이 동일한 공간에서 10주 동안 진행되었기에, 환경과 보호자, 치료사에 익숙해진 까닭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리허설과 실제 공연에는 그 동안 치료에 합류하지 않았던 다른 치료사들이 참석하였고 환경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아동들은 거부감 없이 실연을 하였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커튼콜에 임하며 즐거워하였다.

    두 번째 연구문제는 아동들이 순서대로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사실 아동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차례를 지켜가며 공연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치료사의 신호를 보고 자기 차례를 인지하였다. 초기에 아동을 앞으로 나오게 하여 주어진 대사를 읊도록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점을 상기하면 10회기 만에 아동이 치료사의 신호에 따라 노란 상자에 앉아 대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진전이다.

    세 번째 연구문제는 프로그램 과정에서 아동 상호간에 역동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순서를 지킨다는 것은 세계가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회기가 진행될수록 아동들은 상호 관여를 하게 되었고 농장 장면에서는 동물 놀이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아동들이 동물을 연기하면서 누가 적대적이고 우호적인지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극의 특징인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역할을 실연하면서 나와 또 다른 내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이해와 타인의 마음 읽기 훈련이다. 따라서 오리가 되고 백조가 되는 상징적 모방을 행할 수 있었던 것은 상징놀이에 어려움을 보이는 ASD 아동에게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2. 연극치료적 전략

    상기한 바와 같이 ASD 아동은 공통적으로 화용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완화시키거나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훈련 방식 중 하나는 자연스러운 놀이 환경에서 상호 소통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와 역할로 구성된 연극은, 발달단계에서 꼭 거치는 소꿉놀이처럼 사회적 역할에 대한 훈련이자 상호소통을 위한 훌륭한 학습의 장이 된다. 이러한 연극치료적 전략을 사용한 결과를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2.1. 연극놀이에 참여하기

    초기에 아동들이 노래를 하거나 율동을 하면서 연극적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하더라도, 집중적인 시선을 받으며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역할을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감정조절이 어려운 ASD 아동은 종종 주어진 공간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거나 바닥에 눕기, 울부짖기 등의 행동을 한다. 한 아동이 울기 시작하면 동시에 울어버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각 치료사가 아동을 전담하여 아동의 요구와 반응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참여를 거부하는 아동이 있을 경우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다. 거부 아동은 딴청을 부리거나 누워 있다가도 연극놀이가 재미있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슬그머니 합류하였다. 초기에 아동들은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다. 그러나 공간에 익숙해지고 다른 아동들과 친숙해지면서 부정행동은 줄어들고 어느 덧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었다.

    4.2.2. 응답하기 훈련

    ASD 아동은 대화를 시작하여 유지하고 종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즉 욕구충족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초기 의사소통 기능을 습득했더라도 언어능력을 활용하여 타인과 대화를 개시하거나, 설령 대화가 개시되었더라도 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대화 유지를 위해서는 공동의 주제를 이끌어가야 하지만 ASD 아동은 자신의 관심적인 주제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말만 하다가 대화가 종료되곤 한다. 언어적·비언어적 단서들의 활용이 부족하여 화용 능력이 떨어지고 공손한 표현, 간접적 표현, 은유적 표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ASD 아동이 시작한 발화의 20% 이상이 상대방의 말을 중단시킨 부적절한 것이며, 이는 일반아동의 2배에 이른다. 또한 일반아동의 경우 87%가 문맥 속에서 주제가 유지된 데 비하여 ASD 아동은 53%만 주제와 관련이 있다.”18)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ASD 아동의 대화 기능 중 말 주고받기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례를 지킬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할을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연극에서 상대방에 대해 적절하게 응답하기(repliques)는 말 주고받기의 학습의 장이 된다. 그러나 차례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아동에게 어떻게 자신의 차례임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노란 나무상자였다. 아동들은 처음부터 노란 나무상자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더구나 나무상자가 조명으로 강조되고 차례가 되었을 때만 앉을 수 있다는 규칙을 제시하자 그곳에 앉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궁극적으로 노란 나무상자를 활용한 응답 훈련은 잘 이루어졌고, 비록 단서가 있긴 하였지만 후기에는 말차례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4.2.3. 혐오 환경에 대한 둔감화

    주 양육자에 따르면, 아동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익숙한 평상복 외에 낯선 모자나 동물 의상과 같은 것을 착용하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였고, 불을 끄거나 시끄러운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프로그램에서도 아동들은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프로그램 초기에 낯선 환경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아동들을 보면서 주 양육자들은 연극치료적 집단 언어치료 프로그램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아동들은 연극적 집단 언어치료가 진행되면서 점차 의상, 조명, 음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강제성을 띄지 않기, 점진적인 습관을 통한 감각의 둔감화이다. 예컨대 의상 착용에 있어 단번에 동물 의상을 입히기보다는 처음에는 상징적으로 동물을 표현하고 점차 확대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초기에는 역할에 맞는 띠를 머리에 두르거나 가슴에 역할의 그림을 붙이거나 이것마저 거부하는 아동은 팔목에 천을 묶어주었다. 결국 후기에 들어 모든 아동은 주어진 역할의 모자와 옷을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조명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어두워지는 것을 몹시 두려워 하였다. 치료실의 소등에 심한 거부감을 보였고, 두 개의 조명만 켰을 때도 견딜 수 없어 하였다. 하지만 노란 나무상자에 초점을 맞추고 역할에 익숙해지면서 어둠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후기에 들어서자 아동들은 스스로 불을 끄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음향도 마찬가지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음악 뿐 아니라 알 깨지는 소리 등 효과음을 사용하였다. 회기 초반에 아동들은 귀를 막거나 울음을 터뜨렸으나 연극에 몰입하면서 점차 음향에 적응하였다. 후기에 아동들은 효과음이 필요한 상황을 인지하고 음향효과를 요구하거나 본인이 직접 효과음을 틀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ASD 아동에게 있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혐오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진전이다. 아동들이 혐오 환경에 익숙해지는 모습에서 주 양육자들 역시 본 프로그램에 대해 신뢰감을 보였다.

    18)김영태, 『아동언어장애의 진단 및 치료』, 학지사, 2014. 136쪽.

    5.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ASD 아동 네 명을 대상으로 10회기에 걸친 단기 집단 언어치료를 실시한 결과이다. DvT 기법을 적용한 연극치료적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으며, 작업한 과정을 관찰 기술하고 그 결과에 대해 논의하였다. 본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ASD 아동의 화용능력 향상에 있으며, 상호작용 기능 향상과 대화 순서 지켜 응답하기, 언어 환경에 대한 민감도 감소를 세부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초기에는 몸을 통해 세상을 감지하듯 주로 감각 운동적 활동을 실시하였고, 중기에는 극적 활동, 역할놀이에 중점을 두었으며, 후기에는 리허설과 실제 공연을 하였다. 연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노란의자, 환경음 및 빛에 대한 둔감화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2회기부터 아동의 부정행동이 급격히 사라졌고 적극적 참여자가 되었다. 3회기 이후 아동은 차례를 지켜 역할을 표현하였으며 연극 환경에 더욱 익숙해진 7회기에 이르러서는 소리와 빛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다.

    본 프로그램은 단기치료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발달과정 전반을 다 아우를 수는 없다. 전조작기에 몸의 감각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것처럼 몸의 움직임과 역할놀이에 집중하여 감각운동기 활동과 상징놀이에 머무른 면이 있다. 따라서 아동에게서 상징화 능력이 눈에 띄게 큰 변화를 보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극놀이에 흥미를 보이고 스스로 음악을 틀거나 불을 끄는 행동, 자신의 차례를 지켜 대사를 읊는 등의 활동을 소화한 것은 어느 정도 화용 기술의 진전을 보인 것이라고 판단된다. 향후 개별 언어치료를 병행하면서, 회기를 더욱 늘리고 의사소통 유형 기준에 따라 집단을 적절히 조합시키고, 언어치료 대상 아동에게 본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면 진일보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치료를 활용한 집단 언어치료는 시작단계이다. 본 연구는 연극치료와 언어치료를 접목시킨 치료모델 개발을 위한 기초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통합적 연구는 학문 분야 간에 방법과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적인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학문 통섭의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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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참여아동의 인구분포
    참여아동의 인구분포
  • [ <표 2> ]  <아기미운오리> 대본
    <아기미운오리> 대본
  • [ <표 3> ]  초기 단계(1, 2회기)
    초기 단계(1, 2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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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 단계 (3∼8회기)
  • [ <표 5> ]  후기 단계 (9, 10회기)
    후기 단계 (9, 10회기)
  • [ <표 6> ]  화용적 향상
    화용적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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